-저녁 6시 광화문 교보문고 지하광장에서 봐요.
연희는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았다.
일부러 지나친 비유을 하자면
연희는 준호의 부름을 마치 강아지가 주인의 휘파람소리를 따르듯이 따른 것이었다.
연희는 어떤 나쁜 일도 쇠사슬의 한 고리의 역할밖에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큰 기쁨을 맛보았다.
연희는 거울을 보았다.
혈색이 좋지 못했다.
창백하고 전보다 말랐고 눈은 부었고 피로한 흔적이 보였다.
연희는 마음에 들지 않아 볼을 꼬집어보았다.
부드러운 살갗은 금방 선홍빛으로 물들었다.
연희는 자기의 마음이 이처럼 신속하게 안정을 되찾은 것에 대해 약간의 부끄러움을 느끼며
픽 하고 웃어버렸다.
준호는 연희에게 이별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볼 시간이 없었다.
충격이 준호를 침묵 안으로 몰아넣었고 온통 깜깜해지면서
마치 지하실 속처럼 그 속을 비틀거리며 휘젓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준호는 그곳에서 연희의 본심을 보기 이전에 어떤 소리를 들었다.
(너희는 헤어지지 못한다)
준호는 이 미신이 주는 기이한 안도에 곧 평화를 되찾았다.
준호는 연희의 준비된 것처럼 보이는 차분한 이별의 말에 두려움을 느꼈지만
실은 그것이 과장적이고 돌발적인 것으로 생각되었다.
연희의 말은 진심이 아니었다. 순수한 절망조차도 아니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준호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나 물리칠 수도 없었다.
연희의 까만 눈은 어서 빨리 자기를 설득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연희는 저항하며 더 멀리 도망칠 것이었다.
이러한 생각은 준호를 역설적으로 행동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오로지 연희 앞에서만 발현되는 자기의 폭풍적 성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준호는 무의식적 타산으로 연희를 다시 만나게 되리라 확신했던 것이다.
연희는 광화문 역에 내려 인파 속의 길을 걸어 지하광장 쪽으로 갔다.
준호가 저만치 서 있는 게 보였다.
스쳐 지나가는 움직이는 많은 사람들 속에 준호는 꼼짝 않고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시선을 부딪혔고 지체 없이 서로에게 걸어갔다.
준호는 양 팔을 벌렸고 연희는 그 품속으로 들어갔다.
연희와 준호는 오래오래 그렇게 서서 포옹했다.
연희가 겪은 일은 특별함 이상의 체험이었다.
이 잠깐의 이별은 연희에게 자기의 생과 준호의 존재 전반에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는
매우 중요한 인식이 되었다.
연희는 이별이 지나가버렸음을 알자 하나의 간사한 변덕이 고개를 드는 것을 느꼈다.
(한 번의 이별을 물리쳤다고 해서 내가 준호와 함께 ‘행복’하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나는 앞으로는 절대로 준호에게 이별을 말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제 내 생명을 준호의 손에서 받아들여야 하겠지.)
해후를 기념하기 위해 마시는 와인은 더할 나위 없이 달콤했다.
-다시 만난 것을 축배 할까요?
준호가 건배제의를 했다.
두 개의 글라스가 쨍 하는 소리와 함께 짜릿하게 부딪쳤다.
-기둥을 잘라버린 나무에 물을 준다고 해서 다시 자랄까요?
뿌리는 썩고 있을지도 몰라요.
연희는 약간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앞서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나는 내가 너무 멀리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어요.
마치 담 벽에 올라가려고 애쓰다가는 미끄러져 발톱이 꺾이고
발에 상처를 입은 가엽은 개와 같은 처지가 될 것 같은 불안함..
우리는 언제까지나 함께 할 수 없을 테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돌아갈 길을 기억할 수 있을 만큼만 준호씨를 좋아하고 싶었어요.
안 그러면 내 죄를...
준호가 고개를 저으며 나무라는 듯 근엄한 표정으로 연희의 말을 막았다.
-연희씨에게는 최악의 경우를 먼저 염려하는 단점이 있어요.
-그건 아마도 트라우마 때문일 테죠.
-나는 영웅이 아니에요. 나는 약간 비겁하고 계산 빠르고 이기적이고 위대함에서는 먼 존재에요.
하지만 나는 상처를 겁내지 않고 싶고 결과가 어느 쪽으로 흘러가든 후회하지 않을 거에요.
-최악이라고 하더라도?
-다시는 나 버리지 말아요.
연희씨가 날 버리면 나는 사막에서 유랑하는 자처럼 건조한 삶을 살게 될 거에요.
준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다시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달콤하고 짜릿한 얼마간의 시간을 연장하기 위해
보다 많은 나라를 방황해야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1장 끝.
2장으로 이어집니다.
연희는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았다.
일부러 지나친 비유을 하자면
연희는 준호의 부름을 마치 강아지가 주인의 휘파람소리를 따르듯이 따른 것이었다.
연희는 어떤 나쁜 일도 쇠사슬의 한 고리의 역할밖에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큰 기쁨을 맛보았다.
연희는 거울을 보았다.
혈색이 좋지 못했다.
창백하고 전보다 말랐고 눈은 부었고 피로한 흔적이 보였다.
연희는 마음에 들지 않아 볼을 꼬집어보았다.
부드러운 살갗은 금방 선홍빛으로 물들었다.
연희는 자기의 마음이 이처럼 신속하게 안정을 되찾은 것에 대해 약간의 부끄러움을 느끼며
픽 하고 웃어버렸다.
준호는 연희에게 이별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볼 시간이 없었다.
충격이 준호를 침묵 안으로 몰아넣었고 온통 깜깜해지면서
마치 지하실 속처럼 그 속을 비틀거리며 휘젓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준호는 그곳에서 연희의 본심을 보기 이전에 어떤 소리를 들었다.
(너희는 헤어지지 못한다)
준호는 이 미신이 주는 기이한 안도에 곧 평화를 되찾았다.
준호는 연희의 준비된 것처럼 보이는 차분한 이별의 말에 두려움을 느꼈지만
실은 그것이 과장적이고 돌발적인 것으로 생각되었다.
연희의 말은 진심이 아니었다. 순수한 절망조차도 아니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준호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나 물리칠 수도 없었다.
연희의 까만 눈은 어서 빨리 자기를 설득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연희는 저항하며 더 멀리 도망칠 것이었다.
이러한 생각은 준호를 역설적으로 행동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오로지 연희 앞에서만 발현되는 자기의 폭풍적 성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준호는 무의식적 타산으로 연희를 다시 만나게 되리라 확신했던 것이다.
연희는 광화문 역에 내려 인파 속의 길을 걸어 지하광장 쪽으로 갔다.
준호가 저만치 서 있는 게 보였다.
스쳐 지나가는 움직이는 많은 사람들 속에 준호는 꼼짝 않고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시선을 부딪혔고 지체 없이 서로에게 걸어갔다.
준호는 양 팔을 벌렸고 연희는 그 품속으로 들어갔다.
연희와 준호는 오래오래 그렇게 서서 포옹했다.
연희가 겪은 일은 특별함 이상의 체험이었다.
이 잠깐의 이별은 연희에게 자기의 생과 준호의 존재 전반에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는
매우 중요한 인식이 되었다.
연희는 이별이 지나가버렸음을 알자 하나의 간사한 변덕이 고개를 드는 것을 느꼈다.
(한 번의 이별을 물리쳤다고 해서 내가 준호와 함께 ‘행복’하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나는 앞으로는 절대로 준호에게 이별을 말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제 내 생명을 준호의 손에서 받아들여야 하겠지.)
해후를 기념하기 위해 마시는 와인은 더할 나위 없이 달콤했다.
-다시 만난 것을 축배 할까요?
준호가 건배제의를 했다.
두 개의 글라스가 쨍 하는 소리와 함께 짜릿하게 부딪쳤다.
-기둥을 잘라버린 나무에 물을 준다고 해서 다시 자랄까요?
뿌리는 썩고 있을지도 몰라요.
연희는 약간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앞서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나는 내가 너무 멀리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어요.
마치 담 벽에 올라가려고 애쓰다가는 미끄러져 발톱이 꺾이고
발에 상처를 입은 가엽은 개와 같은 처지가 될 것 같은 불안함..
우리는 언제까지나 함께 할 수 없을 테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돌아갈 길을 기억할 수 있을 만큼만 준호씨를 좋아하고 싶었어요.
안 그러면 내 죄를...
준호가 고개를 저으며 나무라는 듯 근엄한 표정으로 연희의 말을 막았다.
-연희씨에게는 최악의 경우를 먼저 염려하는 단점이 있어요.
-그건 아마도 트라우마 때문일 테죠.
-나는 영웅이 아니에요. 나는 약간 비겁하고 계산 빠르고 이기적이고 위대함에서는 먼 존재에요.
하지만 나는 상처를 겁내지 않고 싶고 결과가 어느 쪽으로 흘러가든 후회하지 않을 거에요.
-최악이라고 하더라도?
-다시는 나 버리지 말아요.
연희씨가 날 버리면 나는 사막에서 유랑하는 자처럼 건조한 삶을 살게 될 거에요.
준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다시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달콤하고 짜릿한 얼마간의 시간을 연장하기 위해
보다 많은 나라를 방황해야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1장 끝.
2장으로 이어집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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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6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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