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당 아파트 단지
아직 아름 차장은 한 부장에게 기대어 잠들어 있다.
한 부장은 조심스럽게 팔을 빼내며 아름 차장은 살짝 흔들어 깨운다.
“ 아름 차장 다 왔어요~ 일어나요~ “
“ … 아… 여기가 어디… “
“ 아름 씨 집 맞죠? XX 아파트 XXXX 동 “
“ 아 네……. 오늘 신세 많이 졌네요 “
“ 하하…. 무슨 신세는요. 같은 방향인데요. 뭐… 그나저나 그.. ”
“ 오늘 감사했습니다. 내일 회사에서 뵐게요 “
“ … 네 “
다른 말을 걸기도 전에 아름 차장은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 걷는다.
뭔가 말을 하려던 한 부장은 머쓱하게 되었지만
곧 아쉬움에 발을 돌려 차에 오른다.
달리는 차 안.
“ 두 분 사이가 좋으셔서 애인 사이인 줄 알았네요~”
대리기사의 말이다.
“ 그냥 회사 동룝니다. ”
“ 그러신가요? 제가 보기엔~ “
“ 그냥 회사 동료라고요. “
“ 아, 예…. 알겠습니다~ ”
대리기사의 가벼운 농담에도 한 부장은 살짝 짜증을 냈다.
뭔가 아쉬워서 그런 것이겠지….
시계를 보니 밤 11시.
이대로 들어가기엔 뭔가 아쉬운 시간이 맞다.
“ 기사님. 제가 더 챙겨 드릴 테니 청담동으로 돌려주세요 “
“ 네? 강남에서 왔는데 다시 거기로요? “
“ 네 부탁드립니다~ ”
“저야 좋죠~ 그럼 청담동으로 모시겠습니다~ “
한병호 부장은 씨클로에 가서 한 잔 더 할 모양이다.
## 바(Bar) 씨클로
[ 딸랑~~ ]
“ 어서 오세…. 요~! 오빠? 어쩐 일로 연달아 오시네요? “
주희가 기계적으로 인사를 하다가 병호임을 알고는 의아해 했다.
자주는 왔어도 연달아 온 적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 응. 직원들하고 회식했는데 좀 모자라네.”
“ 호호. 같이 또래가 없어서 그럴까요? 애들이 안 놀아 줘요? “
“ 이 시키가…. 나 그냥 간다? “
“ 킥킥. 제가 놀아줄게요. 앉아! 앉으셔요~!. “
가벼운 실랑이를 벌이고 자리에 앉는 한 차장.
어제 다 마셨으니 멕켈란 한 병을 새로 주문하곤 담배를 피워문다.
오늘 있던 일이 영상처럼 머리에 스쳐 지나갔다.
아름 차장의 브래지어.
까딱거리던 발.
거기에 걸려있는 구두.
허벅지에 살짝 조여진 밴드.
밴드에서 이어지는 가터벨트.
그리고 손바닥 보다도 작은 망사에 가려진 아름의 음부….
음모 하나 없이 미끈한 아름의 음부.
“ 뭔데 아련한 표정이셔요? ”
주희가 간단한 견과와 멕켈란을 내려놓고는 물어왔다.
기억에서 끌려 나온 병호는 술을 자신의 잔에 따르곤 스트레이트로 원샷했다.
“ 어머? 언제나 온더락으로 드시던 분이 웬일? “
“ 술이 모자라서 좀 채우려고. 시간이 아깝잖아. “
“ 그러지 말고 천천히 드셔요~. 즐기려고 마시는 건데 아깝잖아요 “
“ 하하. 주희 말이 맞네. 술은 즐겨야 제맛이지 “
주희가 동그랗게 다듬은 커다란 얼음을 온더락 잔에 담아 준다.
‘Lump of Ice’
이렇게 카빙을 해서 얼음을 내오는 곳은 근처에선 여기 씨클로밖에 없었다.
각얼음으로 마시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렇게 동그란 한 덩어리 얼음으로
온더락을 하면 시간이 가도 천천히 녹아 위스키를 밍밍하게 만들지 않는다.
“ 이 얼음 때문에 내가 여기 오는 거 아냐? “
“ 어머? 저 때문에 오는 게 아니고? “
“ 물론 너 땜에 오지. 네가 이 얼음을 깎으니까. “
“ 확 안 해 줄까 보다….”
“ 님아 제발…. 킥킥킥 “
씨클로는 언제나 손님이 많지 않다.
바의 자리는 네 자리 정도.
테이블이 세 개 정도 있지만, 꽉 차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금도 바에는 병호 혼자뿐이고 한 테이블에 앉은 두 명의 손님뿐이다.
“ 맨날 봐도 손님이 없네…. 여기 장사는 되냐? “
“ 오빠는 그래서 오는 거잖아요? 사람 없으니까. “
“ 너무 사람이 없으니까 망할까봐…. 나 그럼 어디 가냐. “
“ 호호 그럼 오빠가 많이 팔아주심 되죠~? “
“ 나도 결혼해서 많이 못 쓰는 거 알면서 그래. “
“ 한병호 씨가 이렇게 약해졌어요?…. 역시 결혼은 할 게 못돼. 호호호 “
주희의 말에 따르면 씨클로는 이 건물주 노인네의 가게라 했다.
일흔 정도 되는 건물주는 이 씨클로를 원래 개인 바로 만들었지만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만 와서 혼자 마신다고 했다.
어차피 자신이 마실 공간을 만든 것, 놀리기 아까우니 주희와 알바생을 뽑고 평일에 장사하는 것이라 했다.
주희와 알바생의 급여 정도만 번다면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다니 한 부장은 내심 건물주가 부러웠다.
“ 이야…. 멋지게 사는구먼.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말야 “
“ 꿈 깨셔요~ 이 건물이 얼만 줄이나 아시는가 모르겠어요? “
“ 한 50억 하냐? 낡고 6층밖에 안 되는데 ?
“ 어이구~ 그 두 배 이상은 될걸요? 이 동네가 어딘데 그것밖에 안 되겠어요? ”
“ 캬아~ 열심히 벌어도 여기 현관이나 살라나 모르겠다. 하하하 “
“ 호호호 “
병호는 짖궂은 농담을 던졌다.
“ 그런데 사장님은 일요일에나 나와서 마신다고? “
“ 네 “
“ 그때 너도 나오냐? “
“ 저요? 안 나오죠…. 딱히 올 이유도 없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분이라. “
“ 아 그래? 난 또….”
“ 난 또? 무슨 상상을 하는 거예요? “
“ 아니 딱히 뭘 상상한 건 아냐. 크크크 “
“ 이 오빠가 진짜…. “
주희가 살짝 삐치는 기색이 보이자 병호는 말을 돌리려 했다.
“ 주희 너 나 상준다고 한 거, 기억나? “
“ 상은 무슨? 제가 지금 상줄 것처럼 보여요? “
“ 미안 미안. 내가 요즘 생각이 그쪽으로 쏠려서 그래~ “
“ 칫. 상상은 맘대로지만 나는 거기 섞지 마셔요!? 알았어요? “
“ 그래. 오빠가 미안타. 잘못했다~ ”
“ 흥…. “
멋쩍어진 병호는 술을 한 모금 들이켠다.
‘ 요거요거 사장이랑 뭐 있나 본데….’
아직 토라진 듯한 주희의 눈을 피하며 조용히 술만 들이켜는 병호.
미안한 모습이지만 머릿속에선 사장과 주희의 관계를 생각하고 있었다.
“ 뭔데요? “
갑자기 주희가 물어왔다.
“어?…. 뭐.뭐가? “
“ 어디 한번 들어나 볼까 해서요. “
“ 힛…. 그럼 상 주는 거? “
“ 어디 들어보고 괜찮으면. “
“ 뭐 별건 아닌데 그냥 요즘 일 이야기야….”
병호는 말을 천천히 이어나갔다.
아름 차장에게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 이야기, 남편과의 문제, 회사에서의 위치,
우연히 알게 된 아름 차장의 속옷 취향,책상 밑에서 보았던 풍경, 회식자리,
그리고 집에 데려다 주면서 둘이 가졌던 묘한 기류….
한동안 잠자코 듣고 있던 주희가 말을 던졌다.
“ 그래서 지금 집에 보내고 오는 길이라고요? “
“ 응…. 내릴 때 되니까 좀 자고 술이 깼나 봐. 문제없어 보이길래 가는 거 보고 차 돌렸지. “
“ …. 하아…. 뭐라고 해야 하나…. 오빠. 내가 한마디 해도 되죠?? “
“ 응? ”
주희는 조금 떨어진 손님과 알바생을 살펴본 뒤 바 건너 한 부장에게 몸을 기울였다.
“ 병신같이 …. 씨발. 벌려줘도 못 먹어요? “
순간. 병호는 벙찐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 …. 뭐? “
주희는 대꾸하지 않고 자신의 잔에 술을 따랐고
병호는 꿀 먹은 병아리 모양으로 주희만 바라보고 있었다.
술을 한 모금 마신 주희가 무슨 의미인지 모를 눈으로 마주 본다.
“…. 오빠가 말이죠 “
“ 어? 어….”
“ 몇 번의 기회를 놓친 줄 알아요? “
“ 무. 무슨 기회? “
주희는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술 한 모금을 마신다.
“ 정말 모르겠어요? “
“ 아…. 뭐…. 그거? “
주희가 다시 한 번 병호 쪽으로 몸을 기울여 작게 속삭였다.
“ 아름이 빽보지에 좆 박을 기회요. “
[ 꿀꺽…. ]
병호는 꿀꺽 침을 삼켰고…. 자신의 좆이 발기하는 것을 느꼈다.
주희는 아는지 모르는지 병호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그 아름 씨는요. 오빠한테 첫 번째 기회를 줬어요. 스타킹 나갔는지 확인하면서 한 번.
그런데 오빠가 반응이 없으니까 두 번째 기회를 줬죠. 차 안에서 손잡으면서 또 한 번….”
“ 어….? “
“ 내가 어제 뭐라고 했어요? “
“ 응…? 무.무슨? “
“ 하아….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 아! 아…. 그 기회가 왔을 때 잡으라고….”
주희는 손을 저어 병호를 가까이 오게 한 뒤 귀에다 속삭였다.
“ 젖탱이 주무르면서 좆 박아 줄게 가자고 했어야죠….”
병호는 정말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다.
주희는 본 지 4년이나 되었고 친해지기도 웬만큼 친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언제나 존댓말을 했다.
그런데 이런 노골적인 음어를 이야기하다니….
그리고 그 상스런 말들이 이렇게 자극적일 줄은, 병호 자신도 몰랐다.
마른침을 하도 삼켜 아픈 목을 술로 달래는 병호.
이 후끈거림은 술기운만은 아니다.
그런 병호를 보며 주희가 생긋 웃는다.
주희의 미소는 나이보다 어려 보였다.
그 미소 뒤에 가려진 주희의 음어는 정말 자극적이었다.
“ 병호 오빠. “
“ 어?! 어….”
“ 아름 씨는 오늘 꿈을 꾸려고 했는데 오빠가 현실로 돌려보낸 거예요. 알아요? “
“ …. 그런가…. “
“ 뭐. 그런데 나쁘기만 한 건 아닐 수도 있죠. “
“ ….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나 머리가 안 돌아가는데?“
“ 호호~, 그게 누구의 현실이고 꿈일지는 천천히 알게 되겠죠, 대신 아까 내가 이야기 한 거.
그건 기억해 둬요. 누구에겐 주문이 될 거니까 “
“ 오늘, 말이 좀 어렵다….”
다시 병호에게 가까이 가며 주희가 속삭였다.
“ 오빠…. 지금 자지 꼴렸죠? “
확 달아오르는 느낌.
발기했다는 사실을 들켜서도 있지만 정말이지 주희의 음어는 정말이지….
“ 흠…흠…. 좀…”
“ 호호호! “
크게 웃는 주희 때문에 깜짝 놀란 병호는 누군가 둘의 대화를 엿들었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한참을 킥킥 대던 주희는 병호의 잔을 부딪쳐오며 말했다.
“ 잘한 건 없지만, 상은 드려야겠네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응원 차원에서~ ”
“ 어…. 응. 뭐 괜찮아…. 멋진 술이라도 한 잔 줄라고? “
“ 하하하. 아뇨~. 핸드폰 줘보셔요. “
병호는 얼떨결에 핸드폰을 내민다.
병호의 핸드폰을 받아든 주희는 카메라 기능을 실행한 뒤 치마 밑, 다리 사이로 넣었다.
“ 뭐하는…. ”
[ 찰칵!! ]
[ 번쩍!! ]
순간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이고 찰칵하는 소리가 났다.
" 어? 뭐예요 주희 언니? "
" 아무것도 아냐~ 손님 핸드폰 만지다가 카메라가 찍혔네."
자연스럽게 대답한 주희는 찍힌 사진을 보더니 병호에게 건넨다.
" 자요. 상이에요 "
병호는 주희의 대담함에 놀랐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술을 입으로 가져가며 사진을 보았다.
찍힌 사진은 플래시 덕에 잘 찍히긴 했는데….
찍힌 치마 밑 풍경은 노팬티였다.
맨다리 사이에 있어야 할 팬티가 없었고 일자로 잘 다듬은 음모만 둔덕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 콜록~! 켁켁! "
" 하하하~ 괜찮아요? “
병호는 눈물이 날 정도로 기침했다.
한참을 기침하고 난 뒤 물을 마시곤 주희에게 물었다.
“ 안…. 입었어…? ”
“ 바에서 일할 땐 잘 안 입어요. “
“ 치마 입는 데 안 불편해? 그리고 치마가 길지도 않은데…. 손님들 알면 어쩌려고….
아…. 나도 손님이지…. “
“ 하하하하하~ 오빠는 내가 알려줬으니 상관없어요. 그리고 전 바에만 있으니까 그렇게 보일 일은 없죠. “
주희가 몸을 숙이며
“ 그리고 봤다고 들이대는 사람도 없던데요? 못 본 체하면서 힐끔거리기나 하지…. 히힛~ “
하긴…. 그렇다.
바텐더가 노팬티인 걸 알았다 한들 그것을 빌미로 삼아
하룻밤을 요구할만한 담력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을 듯했다.
“ 근데 왜 안 입게 된 거야? “
“ 음…. 그건 천천히 알려줄게요. 오늘은 여기까지. “
“ 하나만 더. “
“ 넹 “
“ 오늘…. 자자 “
“ 왜요? 훗.”
“ …. 나랑 섹스하자고. “
“ 땡~! 주문이 틀리셔요~ 호호 “
“ 주문이라니….? “
주희가 술을 따라주며 조용히 말한다.
“ 그럴 땐요. 오빠랑 한 빠구리 칠래! 라든가…. 떡 치자라든가…. “
[ 꿀꺽~ ]
“ 씹걸레년. 보지 터지게 박아줄 테니 따라와…. 같이 주문했어야죠. 후훗. “
“ 음…. 그런 취향이었어? “
“ 후훗. 싫으셔요? “
“ 아니…. 싫은 건 아닌데…. 해본 적이 없어서 낯설어. “
“ 그러면 한 번 해보셔요. 나한테만 들리게. “
“ 여… 여기서? “
“ 네 “
병호는 입이 마르는지 술을 들이켜곤 머뭇거린다.
주희는 생글생글 웃으며 병호만 바라보고 있다.
입을 달싹이며 주저하던 병호는 다시 술을 들이켜곤 내뱉듯이 말했다. 조용히….
“ 시팔…년, 좆… 박아줄 테니 이따가 가자. “
“ 호호홋. 되게 힘들게 이야기하시네요~ 호호호 “
주희는 깔깔대며 병호에게 술을 따라준다.
시키는 대로 했지만 영 입에 착 붙지 않는다.
초등학생이 새로 배운 욕을 연습하듯 더듬더듬….
이게 뭐야 싶은 병호는 부끄러웠다.
“ 젠장…. 이거 쪽팔리네…. 쩝 “
“ 호호 뭐가요? 욕해서 부끄러워지셨어요? “
“ 아니 그게 아니고…. 더듬더듬. 잘못해서….”
“ 호호호. 그래도 안 해본 거 해본게 어디에요~ 그래도 잘하시던데요? 호호”
주희는 건배할 일이 생겼다는 듯 잔을 들어 부딪힌다.
다시 술을 마시는 병호. 빠르게 술이 비어갔지만, 오히려 정신은 말짱해져 갔다.
“ 그럼 오늘. 그…. 나랑 하는 거다…? “
“ 아뇨~ 오늘은 아녜요 “
“ 에… 뭐야…. 시키는 대로 했구만. “
“ 조건이 있어요…. “
“ 무슨 조건? “
잔에 남은 술을 입에 털어 넣은 주희는 병호의 손등에 자신의 손을 얹고는 속삭였다.
“ 아름이 빽보지 따먹으면 주희 보지도 벌려 줄게요. “
“ 응?!…. 야. 그게 …. 걔 유부녀야…. “
“ 유부녀는 보지 없어요? 게다가 빽. 보진데? “
“ …. 아니…. 그건 좋은데….그게…. ”
“ 아름이 따먹고 사진 찍어 보여주셔요. 그러면 저도 벌려드릴게요. “
[ 꿀꺽~ ]
“ 오빠. 주희는 약속 꼭 지켜요. 오빠도 화이팅 하셔요. 호호호 ”
<< 4부 끝 >>
아직 아름 차장은 한 부장에게 기대어 잠들어 있다.
한 부장은 조심스럽게 팔을 빼내며 아름 차장은 살짝 흔들어 깨운다.
“ 아름 차장 다 왔어요~ 일어나요~ “
“ … 아… 여기가 어디… “
“ 아름 씨 집 맞죠? XX 아파트 XXXX 동 “
“ 아 네……. 오늘 신세 많이 졌네요 “
“ 하하…. 무슨 신세는요. 같은 방향인데요. 뭐… 그나저나 그.. ”
“ 오늘 감사했습니다. 내일 회사에서 뵐게요 “
“ … 네 “
다른 말을 걸기도 전에 아름 차장은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 걷는다.
뭔가 말을 하려던 한 부장은 머쓱하게 되었지만
곧 아쉬움에 발을 돌려 차에 오른다.
달리는 차 안.
“ 두 분 사이가 좋으셔서 애인 사이인 줄 알았네요~”
대리기사의 말이다.
“ 그냥 회사 동룝니다. ”
“ 그러신가요? 제가 보기엔~ “
“ 그냥 회사 동료라고요. “
“ 아, 예…. 알겠습니다~ ”
대리기사의 가벼운 농담에도 한 부장은 살짝 짜증을 냈다.
뭔가 아쉬워서 그런 것이겠지….
시계를 보니 밤 11시.
이대로 들어가기엔 뭔가 아쉬운 시간이 맞다.
“ 기사님. 제가 더 챙겨 드릴 테니 청담동으로 돌려주세요 “
“ 네? 강남에서 왔는데 다시 거기로요? “
“ 네 부탁드립니다~ ”
“저야 좋죠~ 그럼 청담동으로 모시겠습니다~ “
한병호 부장은 씨클로에 가서 한 잔 더 할 모양이다.
## 바(Bar) 씨클로
[ 딸랑~~ ]
“ 어서 오세…. 요~! 오빠? 어쩐 일로 연달아 오시네요? “
주희가 기계적으로 인사를 하다가 병호임을 알고는 의아해 했다.
자주는 왔어도 연달아 온 적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 응. 직원들하고 회식했는데 좀 모자라네.”
“ 호호. 같이 또래가 없어서 그럴까요? 애들이 안 놀아 줘요? “
“ 이 시키가…. 나 그냥 간다? “
“ 킥킥. 제가 놀아줄게요. 앉아! 앉으셔요~!. “
가벼운 실랑이를 벌이고 자리에 앉는 한 차장.
어제 다 마셨으니 멕켈란 한 병을 새로 주문하곤 담배를 피워문다.
오늘 있던 일이 영상처럼 머리에 스쳐 지나갔다.
아름 차장의 브래지어.
까딱거리던 발.
거기에 걸려있는 구두.
허벅지에 살짝 조여진 밴드.
밴드에서 이어지는 가터벨트.
그리고 손바닥 보다도 작은 망사에 가려진 아름의 음부….
음모 하나 없이 미끈한 아름의 음부.
“ 뭔데 아련한 표정이셔요? ”
주희가 간단한 견과와 멕켈란을 내려놓고는 물어왔다.
기억에서 끌려 나온 병호는 술을 자신의 잔에 따르곤 스트레이트로 원샷했다.
“ 어머? 언제나 온더락으로 드시던 분이 웬일? “
“ 술이 모자라서 좀 채우려고. 시간이 아깝잖아. “
“ 그러지 말고 천천히 드셔요~. 즐기려고 마시는 건데 아깝잖아요 “
“ 하하. 주희 말이 맞네. 술은 즐겨야 제맛이지 “
주희가 동그랗게 다듬은 커다란 얼음을 온더락 잔에 담아 준다.
‘Lump of Ice’
이렇게 카빙을 해서 얼음을 내오는 곳은 근처에선 여기 씨클로밖에 없었다.
각얼음으로 마시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렇게 동그란 한 덩어리 얼음으로
온더락을 하면 시간이 가도 천천히 녹아 위스키를 밍밍하게 만들지 않는다.
“ 이 얼음 때문에 내가 여기 오는 거 아냐? “
“ 어머? 저 때문에 오는 게 아니고? “
“ 물론 너 땜에 오지. 네가 이 얼음을 깎으니까. “
“ 확 안 해 줄까 보다….”
“ 님아 제발…. 킥킥킥 “
씨클로는 언제나 손님이 많지 않다.
바의 자리는 네 자리 정도.
테이블이 세 개 정도 있지만, 꽉 차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금도 바에는 병호 혼자뿐이고 한 테이블에 앉은 두 명의 손님뿐이다.
“ 맨날 봐도 손님이 없네…. 여기 장사는 되냐? “
“ 오빠는 그래서 오는 거잖아요? 사람 없으니까. “
“ 너무 사람이 없으니까 망할까봐…. 나 그럼 어디 가냐. “
“ 호호 그럼 오빠가 많이 팔아주심 되죠~? “
“ 나도 결혼해서 많이 못 쓰는 거 알면서 그래. “
“ 한병호 씨가 이렇게 약해졌어요?…. 역시 결혼은 할 게 못돼. 호호호 “
주희의 말에 따르면 씨클로는 이 건물주 노인네의 가게라 했다.
일흔 정도 되는 건물주는 이 씨클로를 원래 개인 바로 만들었지만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만 와서 혼자 마신다고 했다.
어차피 자신이 마실 공간을 만든 것, 놀리기 아까우니 주희와 알바생을 뽑고 평일에 장사하는 것이라 했다.
주희와 알바생의 급여 정도만 번다면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다니 한 부장은 내심 건물주가 부러웠다.
“ 이야…. 멋지게 사는구먼.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말야 “
“ 꿈 깨셔요~ 이 건물이 얼만 줄이나 아시는가 모르겠어요? “
“ 한 50억 하냐? 낡고 6층밖에 안 되는데 ?
“ 어이구~ 그 두 배 이상은 될걸요? 이 동네가 어딘데 그것밖에 안 되겠어요? ”
“ 캬아~ 열심히 벌어도 여기 현관이나 살라나 모르겠다. 하하하 “
“ 호호호 “
병호는 짖궂은 농담을 던졌다.
“ 그런데 사장님은 일요일에나 나와서 마신다고? “
“ 네 “
“ 그때 너도 나오냐? “
“ 저요? 안 나오죠…. 딱히 올 이유도 없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분이라. “
“ 아 그래? 난 또….”
“ 난 또? 무슨 상상을 하는 거예요? “
“ 아니 딱히 뭘 상상한 건 아냐. 크크크 “
“ 이 오빠가 진짜…. “
주희가 살짝 삐치는 기색이 보이자 병호는 말을 돌리려 했다.
“ 주희 너 나 상준다고 한 거, 기억나? “
“ 상은 무슨? 제가 지금 상줄 것처럼 보여요? “
“ 미안 미안. 내가 요즘 생각이 그쪽으로 쏠려서 그래~ “
“ 칫. 상상은 맘대로지만 나는 거기 섞지 마셔요!? 알았어요? “
“ 그래. 오빠가 미안타. 잘못했다~ ”
“ 흥…. “
멋쩍어진 병호는 술을 한 모금 들이켠다.
‘ 요거요거 사장이랑 뭐 있나 본데….’
아직 토라진 듯한 주희의 눈을 피하며 조용히 술만 들이켜는 병호.
미안한 모습이지만 머릿속에선 사장과 주희의 관계를 생각하고 있었다.
“ 뭔데요? “
갑자기 주희가 물어왔다.
“어?…. 뭐.뭐가? “
“ 어디 한번 들어나 볼까 해서요. “
“ 힛…. 그럼 상 주는 거? “
“ 어디 들어보고 괜찮으면. “
“ 뭐 별건 아닌데 그냥 요즘 일 이야기야….”
병호는 말을 천천히 이어나갔다.
아름 차장에게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 이야기, 남편과의 문제, 회사에서의 위치,
우연히 알게 된 아름 차장의 속옷 취향,책상 밑에서 보았던 풍경, 회식자리,
그리고 집에 데려다 주면서 둘이 가졌던 묘한 기류….
한동안 잠자코 듣고 있던 주희가 말을 던졌다.
“ 그래서 지금 집에 보내고 오는 길이라고요? “
“ 응…. 내릴 때 되니까 좀 자고 술이 깼나 봐. 문제없어 보이길래 가는 거 보고 차 돌렸지. “
“ …. 하아…. 뭐라고 해야 하나…. 오빠. 내가 한마디 해도 되죠?? “
“ 응? ”
주희는 조금 떨어진 손님과 알바생을 살펴본 뒤 바 건너 한 부장에게 몸을 기울였다.
“ 병신같이 …. 씨발. 벌려줘도 못 먹어요? “
순간. 병호는 벙찐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 …. 뭐? “
주희는 대꾸하지 않고 자신의 잔에 술을 따랐고
병호는 꿀 먹은 병아리 모양으로 주희만 바라보고 있었다.
술을 한 모금 마신 주희가 무슨 의미인지 모를 눈으로 마주 본다.
“…. 오빠가 말이죠 “
“ 어? 어….”
“ 몇 번의 기회를 놓친 줄 알아요? “
“ 무. 무슨 기회? “
주희는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술 한 모금을 마신다.
“ 정말 모르겠어요? “
“ 아…. 뭐…. 그거? “
주희가 다시 한 번 병호 쪽으로 몸을 기울여 작게 속삭였다.
“ 아름이 빽보지에 좆 박을 기회요. “
[ 꿀꺽…. ]
병호는 꿀꺽 침을 삼켰고…. 자신의 좆이 발기하는 것을 느꼈다.
주희는 아는지 모르는지 병호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그 아름 씨는요. 오빠한테 첫 번째 기회를 줬어요. 스타킹 나갔는지 확인하면서 한 번.
그런데 오빠가 반응이 없으니까 두 번째 기회를 줬죠. 차 안에서 손잡으면서 또 한 번….”
“ 어….? “
“ 내가 어제 뭐라고 했어요? “
“ 응…? 무.무슨? “
“ 하아….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 아! 아…. 그 기회가 왔을 때 잡으라고….”
주희는 손을 저어 병호를 가까이 오게 한 뒤 귀에다 속삭였다.
“ 젖탱이 주무르면서 좆 박아 줄게 가자고 했어야죠….”
병호는 정말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다.
주희는 본 지 4년이나 되었고 친해지기도 웬만큼 친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언제나 존댓말을 했다.
그런데 이런 노골적인 음어를 이야기하다니….
그리고 그 상스런 말들이 이렇게 자극적일 줄은, 병호 자신도 몰랐다.
마른침을 하도 삼켜 아픈 목을 술로 달래는 병호.
이 후끈거림은 술기운만은 아니다.
그런 병호를 보며 주희가 생긋 웃는다.
주희의 미소는 나이보다 어려 보였다.
그 미소 뒤에 가려진 주희의 음어는 정말 자극적이었다.
“ 병호 오빠. “
“ 어?! 어….”
“ 아름 씨는 오늘 꿈을 꾸려고 했는데 오빠가 현실로 돌려보낸 거예요. 알아요? “
“ …. 그런가…. “
“ 뭐. 그런데 나쁘기만 한 건 아닐 수도 있죠. “
“ ….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나 머리가 안 돌아가는데?“
“ 호호~, 그게 누구의 현실이고 꿈일지는 천천히 알게 되겠죠, 대신 아까 내가 이야기 한 거.
그건 기억해 둬요. 누구에겐 주문이 될 거니까 “
“ 오늘, 말이 좀 어렵다….”
다시 병호에게 가까이 가며 주희가 속삭였다.
“ 오빠…. 지금 자지 꼴렸죠? “
확 달아오르는 느낌.
발기했다는 사실을 들켜서도 있지만 정말이지 주희의 음어는 정말이지….
“ 흠…흠…. 좀…”
“ 호호호! “
크게 웃는 주희 때문에 깜짝 놀란 병호는 누군가 둘의 대화를 엿들었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한참을 킥킥 대던 주희는 병호의 잔을 부딪쳐오며 말했다.
“ 잘한 건 없지만, 상은 드려야겠네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응원 차원에서~ ”
“ 어…. 응. 뭐 괜찮아…. 멋진 술이라도 한 잔 줄라고? “
“ 하하하. 아뇨~. 핸드폰 줘보셔요. “
병호는 얼떨결에 핸드폰을 내민다.
병호의 핸드폰을 받아든 주희는 카메라 기능을 실행한 뒤 치마 밑, 다리 사이로 넣었다.
“ 뭐하는…. ”
[ 찰칵!! ]
[ 번쩍!! ]
순간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이고 찰칵하는 소리가 났다.
" 어? 뭐예요 주희 언니? "
" 아무것도 아냐~ 손님 핸드폰 만지다가 카메라가 찍혔네."
자연스럽게 대답한 주희는 찍힌 사진을 보더니 병호에게 건넨다.
" 자요. 상이에요 "
병호는 주희의 대담함에 놀랐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술을 입으로 가져가며 사진을 보았다.
찍힌 사진은 플래시 덕에 잘 찍히긴 했는데….
찍힌 치마 밑 풍경은 노팬티였다.
맨다리 사이에 있어야 할 팬티가 없었고 일자로 잘 다듬은 음모만 둔덕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 콜록~! 켁켁! "
" 하하하~ 괜찮아요? “
병호는 눈물이 날 정도로 기침했다.
한참을 기침하고 난 뒤 물을 마시곤 주희에게 물었다.
“ 안…. 입었어…? ”
“ 바에서 일할 땐 잘 안 입어요. “
“ 치마 입는 데 안 불편해? 그리고 치마가 길지도 않은데…. 손님들 알면 어쩌려고….
아…. 나도 손님이지…. “
“ 하하하하하~ 오빠는 내가 알려줬으니 상관없어요. 그리고 전 바에만 있으니까 그렇게 보일 일은 없죠. “
주희가 몸을 숙이며
“ 그리고 봤다고 들이대는 사람도 없던데요? 못 본 체하면서 힐끔거리기나 하지…. 히힛~ “
하긴…. 그렇다.
바텐더가 노팬티인 걸 알았다 한들 그것을 빌미로 삼아
하룻밤을 요구할만한 담력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을 듯했다.
“ 근데 왜 안 입게 된 거야? “
“ 음…. 그건 천천히 알려줄게요. 오늘은 여기까지. “
“ 하나만 더. “
“ 넹 “
“ 오늘…. 자자 “
“ 왜요? 훗.”
“ …. 나랑 섹스하자고. “
“ 땡~! 주문이 틀리셔요~ 호호 “
“ 주문이라니….? “
주희가 술을 따라주며 조용히 말한다.
“ 그럴 땐요. 오빠랑 한 빠구리 칠래! 라든가…. 떡 치자라든가…. “
[ 꿀꺽~ ]
“ 씹걸레년. 보지 터지게 박아줄 테니 따라와…. 같이 주문했어야죠. 후훗. “
“ 음…. 그런 취향이었어? “
“ 후훗. 싫으셔요? “
“ 아니…. 싫은 건 아닌데…. 해본 적이 없어서 낯설어. “
“ 그러면 한 번 해보셔요. 나한테만 들리게. “
“ 여… 여기서? “
“ 네 “
병호는 입이 마르는지 술을 들이켜곤 머뭇거린다.
주희는 생글생글 웃으며 병호만 바라보고 있다.
입을 달싹이며 주저하던 병호는 다시 술을 들이켜곤 내뱉듯이 말했다. 조용히….
“ 시팔…년, 좆… 박아줄 테니 이따가 가자. “
“ 호호홋. 되게 힘들게 이야기하시네요~ 호호호 “
주희는 깔깔대며 병호에게 술을 따라준다.
시키는 대로 했지만 영 입에 착 붙지 않는다.
초등학생이 새로 배운 욕을 연습하듯 더듬더듬….
이게 뭐야 싶은 병호는 부끄러웠다.
“ 젠장…. 이거 쪽팔리네…. 쩝 “
“ 호호 뭐가요? 욕해서 부끄러워지셨어요? “
“ 아니 그게 아니고…. 더듬더듬. 잘못해서….”
“ 호호호. 그래도 안 해본 거 해본게 어디에요~ 그래도 잘하시던데요? 호호”
주희는 건배할 일이 생겼다는 듯 잔을 들어 부딪힌다.
다시 술을 마시는 병호. 빠르게 술이 비어갔지만, 오히려 정신은 말짱해져 갔다.
“ 그럼 오늘. 그…. 나랑 하는 거다…? “
“ 아뇨~ 오늘은 아녜요 “
“ 에… 뭐야…. 시키는 대로 했구만. “
“ 조건이 있어요…. “
“ 무슨 조건? “
잔에 남은 술을 입에 털어 넣은 주희는 병호의 손등에 자신의 손을 얹고는 속삭였다.
“ 아름이 빽보지 따먹으면 주희 보지도 벌려 줄게요. “
“ 응?!…. 야. 그게 …. 걔 유부녀야…. “
“ 유부녀는 보지 없어요? 게다가 빽. 보진데? “
“ …. 아니…. 그건 좋은데….그게…. ”
“ 아름이 따먹고 사진 찍어 보여주셔요. 그러면 저도 벌려드릴게요. “
[ 꿀꺽~ ]
“ 오빠. 주희는 약속 꼭 지켜요. 오빠도 화이팅 하셔요. 호호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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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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