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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affair 리뉴얼 - 8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3 01:33 1,837회 0건
----------------------------------------------작가 후기----------------------------------------------
일본에 대한 혐오감이 있으신 분들은 링크된 동영상을 안보시길 추천합니다.
일본어로 된 노래라 거부감이 있으실 수 있습니다.
그럼 즐감 되시길 바랍니다.

Missing You와 같이 링크 된 푸른 산호초 동영상은 지영이란 인물의 외모를 대략가늠해 보실 분은 보시라고 올려 둔 것입니다. 그 당시의 지영이와 비교하면 대략 90프로 정도의 싱크로 율은 나오는 것 같습니다.
마츠다 세이코 Missing You: http://www.youtube.com/watch?v=bGIZIc97ZQw
마츠다 쎄이코 푸른 산호초: http://www.youtube.com/watch?v=oRi03NHFph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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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issing You

그 날 이후로 희연누나와는 스포츠센터에서도 학교에서도 만날 수 없었습니다.
마주치지 않는게 참으로 다행스럽긴 했지만 은연중에 자꾸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희연누나의 모습을 찾고 있는 저와 마주하게 됩니다.
그 날 이후로 밥을 먹거나 운동을 하거나 수면을 취하거나, 수업을 듣는 와중에 간헐적으로 마음속 한 구석이 날카로운 것에 찔린 듯이 아파와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치료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치료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 가끔 망상에 사로 잡혀 있기도 합니다.
망상속에서 전 희연누나와 키스를 나누고 사랑을 속삭이고 있습니다.
머릿속이 금세 달콤한 설렘으로 가득차오지만 마음은 더 시려만 갑니다.
머리는 쉽게 속아 넘어가지만 가슴속 심장은 속일 수가 없나 봅니다.
머리로는 누나와의 인연은 끝이 났다고 받아들이지만 가슴은 이번에도 말을 듣지를 않습니다.
허나 가슴도 지영이와 사랑에 빠져있는 지금의 현실을 부정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내일이면 1997년 3월 14일 금요일 화이트데이입니다.
사귀면서 대부분은 지영이에게 받기만 했지 직접 해준 건 손에 꼽을 정도였기에 이번만큼은 깜짝 이벤트라도 해 볼 생각입니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 이 날만을 위해 준비를 해왔습니다.
춘천에 있는 레스토랑 이란 레스토랑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피아노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을 미리 예약을 해뒀습니다.
이벤트로 지영이에게 멋진 곡을 연주해 주고 싶었습니다.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 덕분에 어려서부터 누나와 저는 피아노를 자주 접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피아노를 전공한 사람들의 연주 실력과 비견할 수는 없지만 제가 좋아하는 연주가나 작곡가의 꼭을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습니다.

오늘 사랑하는 지영이만을 위해 준비한 곡에 제 마음을 담아 연주해 주고 싶었습니다.
지영이가 아닌 희연누나에게 먼저 연주해 주었던 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희연누나라는 남자라면 누구나 꿈꿀만한 커다란 유혹을 이겨 낸 지금의 저라면 앞으로도 지영이와 저 둘 사이는 영원을 약속할 수 있을 만큼 단단하다 믿었기에 그녀만을 위해 연주를 준비했습니다.

“지영아.. 이번 주 금요일날 집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내려갈 것 같아.. 대신 토요일날 하루종일 같이 보내자... 미안해..”
“그...그래... 괜찮아... 신경 쓰지 말고 잘 다녀와... 내일만 날인가 뭐...”

말은 괜찮다고 하지만 지영이의 목소리에 실망감이 묻어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무척이나 미안했지만 깜짝이벤트를 위해선 저에 대한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실망해 있던 지영이는 제 깜짝이벤트를 보게 되면 감동을 받을 것입니다.
벌써부터 다가 올 화이트데이가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혼자 쓸쓸하게 있을 지영이는 제 깜짝 방문에 무척이나 놀랄 것입니다.
그리고 근사하게 준비 된 레스토랑에 가게 되어 또 한 번 놀랄 것이고 자신을 위해 연주하는 저를 보곤 감동하게 될 것입니다.
꽃다발과 함께 준비 된 화이트데이 선물을 건네주면 지영이는 로맨틱한 분위기에 빠져 저에게 안겨올 것입니다.
그리곤 절경이 내려다보이는 펜션에서 그토록 기다려온 둘 만의 밤을 보내게 될 것 입니다.
예상치 못한 깜짝이벤트를 받고 기뻐할 지영이의 모습을 상상하니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습니다.

드디어 화이트데이의 아침이 밝아왔습니다.
설렘 때문에 자다 깨기를 반복했지만 피곤함도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오전 수업을 마치자마자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와 멋지게 옷을 차려입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수업을 듣고 있을 지영이가 있는 춘천으로 출발했습니다.
한강변을 따라 6번 국도를 타고 신나게 내달립니다.
화이트데이라고 오늘따라 라디오에서도 연신 달달한 노래들을 틀어주고 있습니다.

잠시 라디오를 끄고 마츠다 세이코의 싱글인 ‘Missing You’을 틀었습니다.
지영이가 일본 유학시절 제게 보내 준 CD중 하나인데 이 곡을 들을 때면 항상 지영이가 떠올라 저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히곤 했었습니다.
지영이는 일본에서 유학중일 때 일본사람으로 오해를 많이 받았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마츠다 세이코라는 여가수의 젊었을 때와 무척이나 닮은 외모 때문이었습니다.
듣자하니 마츠다 세이코는 일본의 국민여동생으로 인식될 정도로 인기가 있던 여가수 였습니다. 비록 나이가 들면서 복잡한 연애사 때문에 곤란을 격기도 했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인기는 여전했는지 지영이가 보내 준 싱글앨범도 일본에서 200만장 이상이나 팔렸다고 합니다.
그래서였는지 전 고등학교 때 채널V란 케이블 채널을 자주 보곤 했습니다.
‘우만’인가 하는 녀석이 진행하는 아시아 음악쇼프로그램이었는데 J-POP 차트에서 자주 그녀의 뮤직비디오가 나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전 M/V 속 그녀의 모습이라도 보면서 지영이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려고 했던 것입니다.
비록 M/V속 마츠다 세이코는 나이가 든 모습이라 당시의 지영이의 모습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왠지 보고 있으면 먼 미래의 지영이라도 만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보고픔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습니다.
그게 반복되다 보니 언제 부턴가 이 곡을 들을 때면 항상 지영이가 머릿속에 떠올랐고 유행이 지났음에도 익숙해진 멜로디를 피아노로 따라 치게 될 정도로 이곡을 좋아하게 되었었습니다.

도입부의 아련한 피아노 선율만 들어도 머릿속에서 자연스레 지영이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곡을 오늘 레스토랑에서 지영이를 위해 연주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을 위해서 부모님댁에서 들고 온 디지털 피아노로 며칠 동안 맹연습을 했습니다.
‘내가 너를 생각하며 항상 들었던 곡이지만 이제는 네가 나를 생각하며 들어줬으면 좋겠어’
머릿속으로 지영이에게 전할 멘트도 되뇌며 제 몸은 춘천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어느덧 45번 국도를 지나 경춘가도가 시작되는 46번 국도로 진입했습니다.
춘천에 가까워질수록 두근거림은 더해만 가고 있었습니다.
춘천에 도착하자마자 저는 지영이가 다니는 학교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곤 지영이가 수업을 받고 있는 강의동 근처에 차를 세우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차장에 지영이의 차도 주차가 되어 있는 걸로 봐서 제때에 도착을 한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지영이가 나오다 제 차를 발견하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 갈 수 있기에 일부러 구석진 곳까지 가서 다른 차들 사이에 주차를 했습니다.

만반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제 지영이가 집에 가기 위해 차에 오를 때 뒤로 가서 깜짝 놀래주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못해도 30분 안이면 지금 보고 있는 건물 입구로 나올 것입니다.
기다리다 보니 자꾸만 흥분이 됩니다.
얼마 전 비디오방에서의 야릇한 행위가 자꾸만 떠오르고 있어서였습니다.
어느덧 상상의 나래는 오늘밤까지 미리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오늘밤이면 제 옆에 알몸으로 누워있을 지영이가 상상이되 미칠 지경입니다.
상상만으로도 벌써부터 아랫도리는 텐트를 치고 있습니다.

슬슬 건물 입구에서 학생들이 걸어 나오고 있습니다.
다양하면서도 요란한 옷차림에서 한 눈에 봐도 예대학생들이란 걸 눈치 챌 수가 있었습니다.
곧 저들 무리가 나온 길로 지영이도 걸어 나올 것입니다.

“콩닥 콩닥. 콩닥 콩닥”
왜 이렇게 가슴이 뛰는지 모르겠습니다.
지영이를 처음 만나러 가던 때처럼 너무나 설레어 옵니다.
제 눈에 지영이의 모습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많은 인파 속에서도 제 눈은 너무나 쉽게 바로 지영이를 찾아냈습니다.
오늘도 지영이는 화사하고 예쁘게 옷을 차려입었습니다.
계획대로 이제 조용히 차에서 내려 몰래 다가가 놀래줄 일만 남았습니다.

룸미러를 통해 다시 한 번 옷매무새를 점검하고 차에서 내려 지영이의 위치를 확인하는 순간 제 눈에 무척이나 낯선 모습이 들어왔습니다.
지영이의 팔에 다른 남자의 팔이 걸려있었습니다.
다른 남자와 자연스럽게 팔짱을 낀 채 지영이가 자신의 차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지금 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광경이 믿기질 않았습니다.
혹시 제 눈이 잘못 된 것은 아닐까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보게 됩니다.
팔짱을 낀 지영이와 그 남자의 모습이 너무나 다정해 보입니다.
자연스럽게 그 남자가 지영이의 차 운전석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손발이 마구 떨려옵니다.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몸을 기우뚱하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제 모습이 들키지 않았나싶어 급하게 눈을 돌려 봤지만 이미 지영이는 보조석에 타버렸는지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우선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차안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제 두 눈은 지영이의 차를 주시하고만 있습니다.

잠시 뒤 지영이가 타고 있는 차가 출발을 했습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수전증에라도 걸린 것처럼 손이 너무나 떨려오고 있습니다.
주자창을 나서고 있는 지영이의 차를 따라가기 위해 엑셀을 밟았습니다.
이상하게 속도가 나지 않습니다.
흥분한 나머지 싸이드 브레이크도 풀지 않고 있었나 봅니다.
너무나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이러다가 사고라도 날까싶어 우선 진정부터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설마,,, 에이 아닐 거야.. 그냥 아는 선배거나 친한 친구겠지.... 희연누나도 나한테 저런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데’
제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좀 전의 모습을 정당화시킬 이유를 찾아내고 있었습니다.
‘겨우 팔짱이다 팔짱... 이런 걸로 지영이가 배신했다고 생각하면 안 되지...너도 그렇게 따지면 마음속으로는 지영이를 몇 번 배신했던 거잖아..’
어느새 마음속에서도 제 성급함을 타박하고 있었습니다.
생각을 해보니 희연누나와 저도 팔짱을 끼는 등의 신체적 접촉이 몇 번이나 있었습니다.

아직 속단하기는 이른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들킬 새라 지영이의 차를 먼발치에서 따라 가고 있습니다.
가는 길을 보아하니 지영이의 자취방으로 향하는 것 같습니다.

"같은 원룸이거나 근처에 사는 친구겠지..."

저는 제 스스로에게 암시라도 걸듯 지금 제가 느끼는 분노는 오해일 뿐이라고 수없이 마음을 다잡고 있었습니다.
지영이의 차가 원룸 앞 주차장에 도착해 주차가 되고 있습니다.
차에서 내린 지영이가 그 남자 옆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남자가 팔을 들어 지영이 어깨에 손을 올리려하자 지영이가 그 사람의 겨드랑이 속으로 파고들어 갔습니다.
그 둘은 껴안듯이 붙어서는 원룸이 있는 빌딩 안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마음이 진정이 되질 않습니다.
특히 건물 안으로 들어가던 그 둘의 포즈가 심상치가 않아 보였습니다.
아무리 저와 희연누나가 서로 호감이 있었다고 해도 저런 식의 스킨쉽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도대체 저 둘 사이가 어디까지인 것인지 알 수가 없어 너무나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지영이가 살고 있는 원룸 근처의 공터에 주차를 하고 우선 편의점에 들러 담배와 물을 사왔습니다.
생수 한 병을 순식간에 다 비워도 속은 계속 타들어만 가고 있습니다.
짜증나거나 열 받을 때 담배 한방이면 해결이 된다던 기범이의 말을 따라 보기로 했습니다.

차로 돌아가 피지도 못하는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여 봅니다.
담배 특유의 메케한 기운이 느껴졌지만 맨솔이라 그런지 입안에서 약간의 상쾌함이 느껴집니다.
담배를 있는 힘껏 빨아들였습니다.

콜록콜록

전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기침이 나오고 머리가 띵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정말 이상하게도 좀 전보단 마음이 안정이 되는 기분이 듭니다.
힘들어도 진정이 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빨아들였다가 내뱉습니다.

“흡~~~~~후~~~~~~~~~~”

몇 차례를 반복해서 더 해보니 이내 기침은 잦아들고 정신은 몽롱해져 갑니다.
목이 상당히 칼칼하고 아파왔지만 그에 반해서 왠지 모르게 마음속은 진정이 되 가는 느낌입니다.
어느새 필터 앞까지 타들어간 담배를 밖으로 던져버리고 새로 한가치를 꺼내 마저 피우고 있습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못 이겨 떨어대고만 있던 팔과 다리가 안정을 찾고 있었습니다.
모든 감각이 무뎌진 기분이 듭니다.

“후~~~~~~~~”

크게 심호흡을 하고 차에서 내렸습니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마음을 단단히 붙잡고 지영이가 살고 있는 건물로 들어갔습니다.

지영이가 살고 있는 301호 문 앞에 당도했습니다.
계단을 오를 때와는 달리 문 앞에 서있게 되자 저도 모르게 주저하게 됩니다.
노크를 할지 초인종을 누를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아이참 오호호호호호호.”

겨우 문 여는 것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와중에 원룸 안쪽에서 지영이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흘러 나왔습니다.
‘도대체 안에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초조해진 마음에 노크도, 초인종도 누르지 않고 현관문부터 돌리고 말았습니다.

“찰칵...”

문을 잠그지 않았나봅니다.
집안으로 들어서니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옵니다.

“쪽...쪽....쪽...쪽”
“아흐흐흑~~ 간지러~~ 아흐흐흐~~~간지럽다구~~~”

간드러지게 외쳐대는 지영이의 옅은 신음소리와 뭔가를 열심히 빨고 있는 소리가 방안에서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소리의 진원지는 침대가 놓여있는 지영이의 침실쪽인 것 같았습니다.
또 다시 부르르 떨려오는 손을 어찌 할 수 없어 다리에 붙이고 주먹을 쥐었습니다.
천천히 걸음을 떼기 시작했습니다.
코너만 돌면 침실이 있는 방이 제 눈앞에 들어올 것 입니다.
.
“하음.......아으음......하아....”

지영이의 저 밝고 음란한 신음소리가 저의 분노를 끓어오르게 하고 있습니다.
지영이의 신음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방문 앞까지 도착을 했지만 차마 문을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왠지 문을 열기가 두렵습니다.
지금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길 수도 없이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고 있습니다.
"내가 잘못 들었을 거야. 지금보다 더 힘든 시간도 견뎠었는데 지영이가 설마.."

"하윽! 승민아.."

‘이런 씨발’ 지영이의 신음소리가 확실합니다. 그 소리는 한참 흥분했을 때 나오는 지영이의 신음소리였습니다.
눈이 뒤집혀 버렸습니다.
지영이와 승민인가 하는 놈팽이가 들어가 있는 방문을 강하게 열어 젖혔습니다.

“벌컥”
“................”
“................”

침대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남녀가 부둥켜안고 있습니다.
남자새끼가 놀랐는지 보지에 박혀있던 자지를 뽑아내고 일어섭니다.
지영이가 놀란 눈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영이 너! 너!!!!! 이 씨발. 넌 잠시 뒤에 보자. 이리와!! 개새끼야!!"

“퍽~~~퍽~~~~퍽”
“아악....아아!!”

있는 힘껏 주먹을 날리며 녀석을 넘어드렸습니다.
엎어져 있는 그놈에게 다가가 킥으로 놈의 복부를 가격했습니다.
때려도 화가 풀리지가 않습니다.
몇 차례 더 놈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하니 손으로 막고는 있지만 반격을 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 씨발놈아!! 내가 누군 줄 알아 몰라? 어!!!!! 알아 몰라?"

저는 울부짖듯 제 밑에서 깔려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놈에게 외쳐대고 있습니다.
엉겁결에 기습을 당한 녀석은 자신이 왜 맞고 있는지도 모르는지 그저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막고만 있습니다.
끝내 녀석의 대답이 없자 있는 힘껏 복부를 주먹으로 가격했습니다.

“우욱............. 왜...왜....그러세요..”

녀석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습니다.

"씨발 왜 그러냐고...? 어? 지영이 이 씨발년... 씨발년.....남자친구다 이 개새끼야...."

잠시 떨어진 사이 제가 누구인지 알게 된 녀석이 방구석 쪽으로 몸을 피하며 변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저 무.....무.슨 오해가 있으신가 본데요... 저....전 나.나.나 남자친구 있다는 말은 못...못들어... 었어요"

이제야 상황이 이해가 된 건지 아니면 이제야 아픔이 느껴지는 건지 승민이란 놈은 이제 몸까지 떨어대고 있었습니다.

기가 막히고 눈앞이 캄캄하기만 합니다.
설마했는데,,,, 지영이가 이러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눈물도 나오지가 않습니다.
지금 이 현실이 그저 믿기지가 않을 뿐입니다.
그놈의 몸을 발로 짓이기듯 밟고 나서야 멱살을 잡고 일으켜 세웠습니다.

"씨발 새끼야 지금 당장 나가 여기서. 1분 안에 안 나가면 오늘 여기서 니 새끼 송장 치를 줄 알아!!! 꺼져 이 씨발놈아"

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녀석은 급하게 옷을 챙겨들고 급하게 신발도 신지 않고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침대위에서 이불로 몸을 가리고 있는 지영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하.........하............후..........”

화가 점점 끓어오릅니다.
지영이를 이해해 주려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너...하~~~~~~~”

기가 막혀 말도 잘 나오지가 않았습니다. 애꿋은 입술만 깨물고 있게 됩니다.
허탈감에 목소리에선 싸늘함 밖에 나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너,,,,, 왜 그랬니....어?”
“...........................”

대답이 없자 다시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왜 그랬냐구...내가 이해라도 될 수 있게 말을 좀 해봐바..좀!!!!"

고함소리에 지영이는 그저 고개를 숙인 채 흐느끼고만 있습니다.
이성을 잃어버리자 남는 건 악 밖에 없었습니다.
살기등등한 눈으로 지영이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씨발년 말 안 해? 어? 빨리 말 안해!!!! 왜 그랬냐구!!!!..어? 도대체 왜 그랬냐구?"

계속되는 욕설과 발악에 한참을 흐느끼던 지영이가 결국 입을 열었습니다.

"OT갔다가 너무 술을,,,,흑흑, 너무 많이 먹고 실수로.....아침에 일어나보니......흑흑 승민이랑 같이 자고 있더라구.."

지영이의 입에서 특별하게 들리는 ‘승민’이란 이름에 저도 모르게 다시 욕설이 튀어나와버립니다.

"저 개 씨발새끼 아주 죽여 버릴 거야 아주,,,,,,, 빨리 말해 그래서..."

지영이가 떠듬떠듬 다시 말을 잇기 시작합니다.

“씨발 더듬거리지 말고 똑바로 얘기하라고”

거듭되는 폭언에 지영이가 눈물을 보이며 다시 천천히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갔다와서 너를 만나려고 했는데... 처음에는 죄책감 때문에 너를 보러 가지 못했어.... 흑흑
정말이야....흑흑....믿어줘......."

"그래서? 씨발 그래서 어떻게 했냐구!!!"

솟구치는 분노를 간신히 억누르며 버티고 서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외로워져서....흑흑....승민이랑 한 번 더 술을 먹고 자게 되서 흑흑... "
"씨발..... 그만 쳐 울고 말을 제대로 좀 하라고 말을!!!"

계속되는 저의 윽박지름에 지영이는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어대며 울고 있었습니다.
지영이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제 마음은 금새라도 찢겨져 나갈듯 아파왔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측은해보여 지영이에 대한 제 마음은 점점 분노에서 포기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같이 몇 번 더 자게 됐어...흑흑흑.....이번에도 너 못 온단 소리에....너무나 외로워서 흑흑흑흑..."

지영이의 입에서 나오는 어처구니없는 말에 실소가 흘러나왔습니다.

“하아~~ 내가 오늘을 위해서 며칠 전부터....팬션에다,,레스토랑까지 예약을 다 해두고 내려왔는데...하아~~~ 도저히 말이 안 나온다... 어떻게!!!! 니가.....어떻게 니가!!!! 나한테 이럴 수가 있니.....어떻게 니가 이럴수가 있냐구!!!!”

발악을 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게 되자 지영이가 침대에서 내려와 제 앞에 무릎을 꿇고 빌고 있습니다.

"한번만....흑흑.....한번만 용서해줘..흑흑흑....하라는 건 무조건 다할게 흑흑흑.. 용서해줘.....흑흑흑"

지영이가 용서가 되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큰 배신감에 허탈감이 물밀듯이 밀려옵니다.

"씨발.....내가.....널 ...얼마나 아꼈는데....그래서 네 몸도....함부로 하지도 않았는데....이게 그에 대한 보답이니 넌? 이게 보답이냐구!!! 아 씨발....."
"잘못 했어.. 흑흑흑흑,,,, 내가 하라는 대로 뭐든지 다 할게. 흑흑흑....용서해줘.. 제발...흑흑흑. 지섭아 사랑해 정말이야 이건..흑흑흑"

그녀의 입에서 사랑이란 말이 나오는 게 너무나 가증스러워 보일 뿐이었습니다.

“넌 씨발........ 지금 이 상황에서 사랑이란 말이 나오니 어?”

화가 나는데도 무릎을 꿇고 있는 지영이가 가여워 보였고 그녀를 가여워하고 있는 제 자신에게 저는 더 화가 나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이 자리에 있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몸을 돌려 현관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지영이가 제 다리를 붙들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립니다.

“놔.....”
“안 놔.... 잘못 했어.. 내가.... 정말 잘못 했어..”

말로 해봤자 반복만 될 뿐이기에 그대로 현관 입구까지 그녀를 끌다시피 하며 방을 나왔습니다.
현관 앞에 다다르자 지영이가 더욱 강하게 붙들고 매달려왔습니다.

“놓으라고 좀... 너 지금 이 상태로 밖에 까지 나올래?”
“못놔....흑흑흑 내가 손 놓게 되면..... 너 가버릴 거잖아...흑흑흑..”
“너....... 하라는 대로 다 한다고 했지?”

울고 있는 지영이가 제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습니다.

“그럼 이거 놔 우선.... 빨리 놓으라고!!! 더러우니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제 다리를 잡고 있던 지영이가 제 말에 결국 손을 풀어버리곤 바닥에 쓰러져 흐느끼고 있습니다.
밖으로 나가려고 몸을 돌리는데 현관입구의 테이블에 열쇠꾸러미가 보였습니다.
제가 지영이게 주었던 저희 집 열쇠가 열쇠고리에 같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열쇠꾸러미를 들어 제가 준 열쇠를 그대로 잡아 당겼습니다.
제 다리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고 있던 지영이처럼 열쇠 또한 떨어지지 않으려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잠시간을 버티고 버티던 열쇠고리가 결국에 늘어지며 열쇠가 뭉치에서 떨어져 나왔습니다.
억지로 힘으로 당기다보니 날카로운 고리의 끝에 손가락이 찔렸는지 피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마음이 너무나 아파서였는지 손에서 피가 흘러나오는데도 아픔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엎드려서 흐느끼고 있는 지영이의 어깨가 들썩거리고만 있습니다.
너무 애처로워 보여 견딜 수가 없습니다.
다가가서 그녀의 어깨를 다독여주고 싶지만 이제는 그렇게 해선 안 되는 일입니다.
이것이 그녀를 보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그녀와의 지난 추억이 떠올라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맙니다.

"씨발....차라리 당당하게라도 말하지.....씨발.......흑흑흑"
“지섭아 미안해. 흑흑흑. 용서해줘 제발....흑흑흑... 앞으론...앞으론 절대 이런 일 없을 거야.. 맹세할 수 있어. 정말이야...흑흑흑흑...”
“앞으로 ..흐으흐으.. 날 만날 생각 하지마!!...흐으흐으. 이걸로 너랑 나랑은 끝 이라고. 미래 따윈 개나 줘버려..”

제 말에 지영이가 다시금 저를 붙잡으려고 달려듭니다.
마음은 아프지만 매정하게 뿌리쳐야 서로 아픔이 덜할 것 같습니다.
몇 차례나 제게 달려드는 지영이를 매몰차게 뿌리쳤습니다.
그녀도 이제는 포기했는지 엎드린 채 울부짖고 있습니다.

"씨발......울지말라구....흐으흐으. 따라 나오지도 마. 더 이상 보기 싫으니까..."


현관문을 나서니 승민이란 자식이 문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습니다.
입술부위가 터지고 부어 있는 채로 떨면서도 앞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나봅니다.
당장에라도 처 죽이고 싶었지만 이젠 그럴 가치도 없는 새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이 쓰레기가 되는 기분이 들어 일분일초도 마주하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놈이 지나가려는 저를 붙잡고 말을 걸어옵니다.
살기어린 눈빛으로 놈을 쳐다봤습니다.

“놔,,,, 이새끼야... 더 얻어터지기 전에...”

찢어죽여도 시원찮을 놈이 그래도 배짱은 있는지 제게 말까지 걸고 있습니다.

"저기....정말 죄송합니다.....정말 ....몰...몰랐습니다."

"씨발... 그런 말 할 거면 지영이한테나 가서 해. 난 더 이상 너희 둘 볼일 없으니까 이젠.."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가 않아서 놈의 팔을 뿌리쳐버리고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차가 주차 된 공터로 걸어갔습니다.
누군가 제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또 그놈입니다.
뒤지고 싶어 안달이라도 났나 봅니다.

“왜? 뒈져 봐야 진짜 정신을 차릴래? 이 씨발놈아”

놈이 제 말에 움찔하고 맙니다.
이내 놈의 떨리는 목소리로 들려옵니다.

"저.....지....지영이......사...사..사랑하고 있....있습니다,....저.....정말....입니다."

제 앞에서 벌벌 떨면서도 놈은 자신의 사랑을 제 앞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그저 웃음만 났습니다.
저 쓰레기 같은 자식이 어떻게 보면 저보다 나아보였습니다.
놈은 벌벌 떨면서도 어쩌면 자신이 다칠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제게 와서 지영이에 대한 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록 몸은 바들바들 떨고 있지만 마음만큼은 강하고 용기 있는 사람인 것 같았습니다.
저놈의 용기가 저에게도 있었다면, 저놈만큼의 용기로 지영이를 사랑했다면... 오늘처럼 지영이를 잃지는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한 대 크게 얻어맞은 기분이 듭니다.
저 녀석의 사랑에 제가 제 여자를 지키지 못하고 뺏긴 겁니다.
외로움을 잘 타는 지영이인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전 희연누나에 잠시 빠져 제 사랑을 시키지 못한 건지도 모릅니다.
제가 용기를 내 희연누나에 대한 마음을 접고 좀 더 지영이에게 신경을 썼더라면 오늘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더 이상 그놈과 마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영이를 두고 그놈과의 싸움에서 제가 진겁니다.
패배를 인정 할 수밖에 없지만 인정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놈이 저보다 지영이를 더 사랑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차문을 열고 잠시 마음을 추스렸습니다.
이번만큼은 저도 용기를 내보려 합니다.

"거기....지영이한테 잘해주세요. 제가 생각나지 않게 많이 사랑해 주라구요...흑흑흑흑"

놈한테만큼은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참고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오고 말았습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패배를 인정하고 말았습니다.

목 놓아 실컷 울었습니다.
마냥 아름답게 빛날 줄만 알았던 제 첫사랑이 이런 식으로 끝났다는 것이 너무나 서글펐습니다.

서울로 무작정 출발을 했습니다.
삐삐가 계속 울려대고 있었지만 이내 전원을 빼버렸습니다.
차안의 볼륨을 최대로 틀어놓고 집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 때까지만 해도 지영이를 생각하며 행복하게 들었던 그 노래를 이제는 지영이를 잊기 위해, 저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듣고 있습니다.
이제껏 아름답게 들려왔던 피아노 선율이 지금 제게는 너무나 슬프게만 들려옵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침대 위로 쓰러져버렸습니다.
누워 있으니 머릿속에 온갖 망상이 떠오릅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자책감이 들었다 제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게도 느껴집니다.
채팅을 하다 형님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던 말이 떠오릅니다.
‘이 여자가 내 여자다 싶으면 무조건 자빠뜨리고 봐야 돼’
오늘따라 이 말이 세삼 와 닿고 있습니다.
전 너무나 순진하게 사랑을 해왔나 봅니다.
완벽하게 준비를 마친 근사한 밤을 선물하려던 제 행동들이 그녀를 외롭게만 만들었던 건 아닌가 싶습니다.


“하~~~~”

지영이와 처음으로 만났던 때가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갑니다.
‘그땐 참 풋풋하고 서로 밖에는 몰랐는데...’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 당시로 돌아가 지영이를 내 것으로 만들었을 텐데..’
생각할수록 계속해서 후회만 몰려오고 있습니다.
이럴 때 술이라도 한잔 할 친구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막상 터놓고 술을 할 수 있는 친구라고는 기범이와 희연누나밖에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희연누나를 이성으로 좋아도 했지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 같은 느낌도 있었나 봅니다.
그만큼 희연누나가 절 편하게 만들어 줬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도저히 그냥은 눈을 붙일 수가 없어 소주 2병을 사들고 집으로 왔습니다.
혼자 마시는 거 술잔이고 예의고 차릴 필요 없이 깡소주로 병나발을 불었습니다..

‘크 아~~~~’

정신이 번쩍 들만큼 씁니다.
하지만 금세 알딸딸함이 몰려옵니다.
몇 차례에 걸쳐 나눠 마셨는데도 확실히 금세 취기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 맛에 깡소주를 먹나 봅니다.
알콜 덕분에 오늘일이 차츰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속은 더 아려오는지 모르겠습니다.
머리로는 잊을 수 있는데 가슴은 반대로 점점 아려오기만 합니다.
아마도 지영이한테는 머리가 아닌 진정 가슴으로 사랑을 했던 건가 봅니다.
첫사랑. 저에게는 너무나 행복하고 설레는 시간이었지만 그 끝은 가슴시리도록 아프기만 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알콜에 곯아떨어질 만도 한데 술을 마셔도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누군가에게 터놓고 말이라도 하면 마음이 한 결 가벼워 질 것만 같은데 들어줄 사람이 없습니다.
‘아 채팅이 있었구나’
채팅의 가장 좋은 점은 익명성을 어느 정도 보장한다는 것 이었습니다.

방에서 이리저리 뒤척이던 저는 거실로 나와 컴퓨터를 켜고 천리안에 접속을 했습니다.
그 사이 또 많은 쪽지들이 와있습니다.
귀찮은 마음에 쌓여있는 쪽지들을 확인도 없이 그대로 다 삭제를 해버렸습니다.

또래 채팅방이 아닌 30대 채팅방의 대기실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인생 경험이 저보다 많은 30대라면 이런 저에게 많은 조언을 해 줄 것만 같았습니다.
대기실로 들어가자마자 대화할 상대를 물색하고 있었습니다.
방 목록을 검색하다 눈을 끄는 방제와 방장네임을 발견했습니다.
‘속풀이 방’
왠지 저 방이면 제 신세 한탄을 한다 해도 다 들어줄 것만 같았습니다.

지영바라기 님이 입장을 하였습니다.

지영바라기: 안녕하세요...

인사말을 치고 보니 대화명이 제 마음을 또다시 아프게 만듭니다.
대화명을 바꾸고 싶은데 막상 바꾸려니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몇 년간을 같이한 저 대화명이 너무나 낯설게 느껴집니다.

아내이기전에여자: 네 방가워요 전 30살 여자입니다.
지영바라기: 네 저는 20살 남. 이제 막 대학생이 된 학생입니다.
아내이기전에여자: 헉.... 여기 30대 방인데요..
지영바라기: 네 알고 들어왔어요. 혹시 나이 제한 있나요? 나가야 하나요?
아내이기전에여자: 아뇨 꼭 그렇지는 않은데, 어린 분하고는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어서요.
지영바라기: 아 있어도 되는 거죠 그럼?
아내이기전에여자: 호호호. 그런데 거의 띠동갑이네요. 와우 신기해라..

잠시 동안 가벼운 얘기가 오가다 왜 이방에 들어왔는지 그녀가 저에게 물어왔습니다.

아내이기전에여자: 근데 바라기님은 이렇게 늦은 시간에 채팅하러 오시나요?
지영바라기: 그러는 님은요? ㅋㅋㅋ
아내이기전에여자: 말을 해놓고 보니 그렇네요 호호호. 오늘따라 잠이 좀 안 와서요..
지영바라기: 저도 그런데....
아내이기전에여자: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나요?
지영바라기: 오늘 화이트데이라 여자친구한테 이벤트를 준비해갔는데. 오늘이 마지막 날이 되어서요.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과의 대화였지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화 속에 전 오늘 있었던 일과 희연누나와 있었던 일까지 전부 털어 놓고 있었습니다.

아내이기전에여자: 음~~ 이게 조언이 될지 모르지만 좋은 글귀 하나 알려 드릴게요

‘실패 할 수 있는 용기’ 유안진

눈부신 아침은
하루에 두 번 오지 않습니다

찬란한 그대 젊음도
일생에 두 번 다시 오지 않습니다

어질머리 사랑도
높푸른 꿈과 이상도
몸부림친 고통도 보석과 같은 눈물의 가슴앓이로
무수히 불 밝힌 밤을 거쳐야 빛이납니다

젊음은 용기입니다
실패를 겁내지 않는
실패를 할 수 있는 용기도
오롯 그대 젊음의 것입니다

아내이기전에여자: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말이 있죠?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진정 단단한 사랑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너무 실패에 두려워하지 마세요. 누구나 그 나이 때에는 실패를 경험하게 될 수밖에 없어요.

아내이기전에여자: 용기를 내시는 거에요. 다시 다음 사랑을 위해 용기를 내는 거에요. 저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바라기님의 젊음이 무척 부럽답니다. 사랑은 머리가 시키는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 거에요. 지금 본인이 가장 함께하고 싶은 사람에게 다가가서 자신의 마음을 전해주세요. 도전해보세요 해봤자 실패밖에 더 하나요? 잃을게 없는 그쪽의 젊음에 모든 것이 좋은 추억과 경험이 될 거에요.

그저 담담하게 읽어 내려가고만 있었지만 마음이 진정되고 위로받은 기분이 들어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래 이분 말대로 난 이제 첫 실패를 했을 뿐이야’
조언이 처음 실패를 경험한 저에겐 엄청난 힘이 되었습니다.
역시 저보다 더 인생을 사신 분이라 그런지 배울게 참 많은 듯 했습니다.

지영바라기: 정말 고맙습니다. 말씀을 듣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지고 힘이 나는 것 같아요.
아내이기전에여자: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이네요. 별 도움이 못 된 것 같은데... 전 선보고 결혼한 케이스라 연애다운 연애를 제대로 한 기억이 없네요.
지영바라기: 그런데 아까보니 30살 이라고 하셨는데 맞나요?
아내이기전에여자: 네 호호호. 좀 늙었죠?
지영바라기: 아뇨 그런 생각은 안했어요. 참 연륜이라는 게 그냥 쌓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은 아니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참 생각의 깊이가 다른 것 같아요..
아내이기전에여자: 그게 다 나이 먹었다는 거죠 뭐. 호호호
지영바라기: 저기 친구신청 해놔도 될까요?
아내이기전에여자: 그거야 제가 고맙죠. 근데 어떻게 하는 건지는 제가 잘 몰라서요.
지영바라기: 제가 신청할게요. 그럼 잠시 뒤에 메시지 창처럼 박스창이 하나 뜰 거에요.

이분은 채팅을 얼마 안 해 본 초보인 것 같았습니다.
친구 신청을 하고 나니 한참 뒤에야 허락이 되었습니다.

아내이기전에여자: 이제 된 건가요? 처음 맺어보네요 친구 호호호. 신기해라 호호호.
지영바라기: 근데 제가 호칭은 어떻게 불러야 좋을까요? 누나? 이모?
아내이기전에여자: 음~~ 둘이 있을 때는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제 이름은 지영이라고 해요. 임.지.영. 들어오실 때 대화명 보고 솔직히 깜짝 놀랐어요. 지영바라기라고 떠서.

참 신기한 일입니다.
지영이에게 상처 받은걸 다른 지영이란 분에게 위로를 받았습니다.
왠지 기분이 묘합니다.
그리고 보니 저랑 같은 성인 임씨였습니다.
공통점을 찾고 보니 점점 채팅에 빠져들게 됩니다.

지영바라기: 그럼 지영누나 라고 할까요?

아내이기전에여자: 음~~~ 어짜피 익명을 요구하는 동등한 조건에서 대화 하는 건데.. 누나보단 지영씨라고 해주세요. 그게 듣기에도 더 좋을 것 같아요.

언젠가 잡지에 있는 칼럼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여자는 결혼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린 채 아무개의 아내, 아무개의 엄마로 살아가게 된다고 말이죠.
아마도 이 분도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게 싫어서 인지 그렇게 불러달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야 이분의 대화명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아내이기 전에 여자’

결혼 전에는 얼마나 많은 꿈을 가지고 있는 여자였을까.
한편으론 이분도 꽤나 서글프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영바라기: 그럼 지영씨 라고 할게요. 괜찮나요?
아내이기전에여자: 네 무척 듣기 좋은데요. 호호호.

얘기를 나누다보니 참 마음이 다정다감하고 지식이 풍부한 사람 같았습니다.
같은 또래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성숙한 여성의 느낌이랄까.
어느새 지영씨와는 서로 사는 곳까지 얘기하며 편하게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내이기전에여자: 오늘 정말 대화 즐거웠어요. 이제 남편이 올 시간이라 그만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지영바라기: 네 저도 정말 고맙고 즐거웠습니다. 아쉽지만 조심히 들어가세요.
아내이기전에여자: 네 저도 오랜만에 즐겁게 대화를 했네요. 막상 나가려니 무척 아쉽네요. 다음에 또 봐요~~지섭씨~
아내이기전에여자: 네 들어가세요 지영씨...

아내이기전에여자 님이 퇴장하였습니다.

채팅을 마치고 시계를 보니 어느새 시간은 9시를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무려 3시간 동안 대화에 빠져 있었나 봅니다.
그 사이 저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생각들이 일시적이나마 머릿속에서 지워졌었나 봅니다.
참으로 좋은 인연을 만든 것 같습니다.
비록 10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차가 존재하지만 임지영이라는 그 사람과는 정말 말이 잘 통했던 것 같습니다.

켬퓨터를 끄고 잠시 쇼파로 가서 누웠습니다.
무의식중에 희연누나 생각이 났습니다.
못 본지 무척이나 오래 된 것 같은데 겨우 1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나 봅니다.

‘혹시 오늘 화이트데이인데 사탕을 받았을까...... 인기 많은데.... 많이 받았겠지’

자꾸 희연누나에 대해 생각을 하다 보니 자꾸만 그리워만 지고 있습니다.

어느새 제 머릿속에서는 지영이와 있었던 오늘 일은 사라진 채 희연누나를 자꾸 생각해 내려 하고 있습니다.

‘용기를 내어 볼까... 실패를 하더라도 내 소중한 경험이 되는 것이라고 했잖아. 왜 나는 항상 생각만 하고 주저하고 후회를 하고 있는 걸까’

용기를 내보기로 했습니다.
실패할까 두렵긴 하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 보았습니다.
밖으로 나와 희연누나가 살고 있는 빌라로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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