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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2부 - 단편2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3 01:15 949회 0건







36. 하은주 PD와의 밀당질(1)




[1]
우리는 4월이 되자 다급해진다. 웹툰 연재는 5월 말이면 끝나는 것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우리는 무슨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일을 위하여 김수연과 김영숙은 나를 쇼핑몰에서 일어나는 일에서는 아예 손을 떼게 했다.



"웹툰 연재 끝나고 나서 다시 20만대로 추락하면 어쩔래?"
"지금은 더 급한 일이 시한부로 걸려있으니까, 대표오빠는 그 쪽 일에나 신경써요."



나는 논현동에 남아있는 오피스텔로 대표 사무실을 옮겼다. 그녀들이 나와 윤은경을 추방시킨 것이다. 양재동에는 일주일에 두세번 나가는 꼴이다.

나에게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고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다음 학기에 복학하는 문제이다. 이하영은 이 문제를 눈치채고 있다. 복학하기 전에 무슨 일을 벌이지 않으면 진짜 난처해질 것 같다.




[2]
우리는 HBS 라는 TV 방송사와 드라마를 제작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그 동안 이야기가 오고가다가, 4월 초가 되자 실무진들의 미팅이 시작된다. 우리측에서는 윤은경과 내가 나선다.

방송사에서는 그 당시의 피해 여성 직원들 중에서 몇 명을 직접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해온다. 아직 우리에게 남아있던 그녀들은 모두 찬성했다.

그런데 촬영 장소가 문제였다. 방송사에서는 경기도 파주에 있는 자기들의 촬영 세트장을 말했지만, 그것은 우리에게 불가능했다. 그녀들이 없이는 우리 회사가 하루도 버텨내지 못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양재동에 있는 사무실들은 너무 좁은 것이 문제이다. 촬영 장비들을 들여놓아야 하기 때문에, 촬영을 위한 사무실은 실제보다는 훨씬 더 커야했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에 생산시설이 있는 공장이었던 부분에 다시 공사를 해야 했다.


그런데 이 공장은 임대건물이라서 우리 마음대로 공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건물주는 황영철이 아는 사람이지만, 나와는 모르는 사이이다. 나는 윤은경에게 이 일을 어떻게 할지를 물었다.



"이거 지금은 과장님 소유야. 지난 번에 사버렸어. 나중에 윤하씨 앞으로 명의이전 한다고 들었어. 공사 해도 되니까 걱정하지 마. 내가 미국으로 연락할게."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

"그 문제는 나는 할 말이 없어. 윤하씨도 너무 많이 알려고 하지 마."




나는 우리와 같이 일하는 건축 회사를 불러들였다. 공사비는 방송사와 우리가 절반씩을 부담하고, 촬영이 끝난 후에는 그 건물을 우리에게 넘겨주기로 했다. 우리에게는 이것도 좋은 기회였다. 방송사나 우리나 이 드라마에 거는 기대는 상당했다.

내가 기초 설계를 끝내고, 그 설계도를 인테리어 공사팀으로 넘겨준다. 그들은 시공 설계를 다시 한 후에 공사가 시작되었다. 현대식 건물이 지하 2층과 지상 7층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3]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에 방송 작가는 웹툰을 기반으로하여 시나리오를 다시 쓰고, 우리는 촬영 기획에 들어갔다. 작가는 모두 4명이다. 메인 작가가 한 명 그리고 그를 보조하는 작가가 3명이다.

우리가 연재하는 웹툰은 그녀들의 고백을 기반으로 한 다큐성이 다분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웹툰을 기반으로 하여 다큐가 이닌 픽션을 구상하는 것이다. 우리는 20회 정도로 구성해서 어떤 사건을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풍조를 들쑤셔놓는 것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어떤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여직원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아픔이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자는 것이다.

드라마를 제작하는 데에는 메인 프로듀서가 한명, 그리고 보조하는 아씨스텐트 프로듀서들이 4명이다. 메인프로듀서는 하은주라는 여자인데, 거의 매일 나와 만나야 했다. 그녀의 외모는 수수하면서도 볼륨은 풍만한 것이 유독 내 눈길을 끈다. 커리어우먼답게 그녀의 인상은 차갑다.

우리는 주로 저녁에 양재동에 있는 내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녀도 술을 많이는 아니지만 즐겨마시는 스타일이다. 나는 그녀와 함께 내가 자주 가는 바(Bar)에서 와인과 칵테일을 마시기도 했다. 자주 만나다 보니까 그녀는 나에게 말도 놓는다.

하은주 PD는 일에 관해서라면 카랑카랑한 성격과 정확하고 똑부러진다. 그런데 나와 같이 (Bar)에만 가면 사람이 달라진다. 일에 대한 얘기는 쏙 들어가고, 사적인 이야기를 주로 하면서 그녀가 여성스러워진다고 해야 하나? 어느 정도는 알코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무튼 그녀의 성격이 일과 사적인 것을 엄격히 구분하는 것은 좋은 것 같다.

그런데 하은주는 지금 나이가 36이어서 나보다 12년 연상이다. 그러니까 나와는 띠동갑이다. 그녀는 대한대 방송 미디어과를 졸업했고, 입학으로만 따지면 같은 대학의 12년 선배이다. 아무리 올려다 보아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해도 너무 까마득하다.

전부터 하은주는 바로 그것을 문제로 삼는다. 날더러 자기보고 누나라고 부르라는 것이다.



"야. 최윤하. 너 몇 살이라고?"
"몇 번을 말해? 24."

"와아아. 돌겠다. 그럼 우리 완전 띠동갑이네."
"띠동갑이 왜 돌을 일이야?"



그렇지만 나는 거기에 응해주지 않는다. 언젠가는 그래야겠지만, 지금 당장은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버텨본다. 이렇게 그녀에게 나도 약간 도도하고 까칠한 것으로 컨셉을 잡는다.

하루는 우리 둘이 사무실에서 와인을 마시는데 그녀가 나에게 태클을 걸기 시작했다. 이것은 내가 기다리던 상황이다. 내가 놓은 덫에 그녀가 걸려드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그 이유는 아직 잘 모르겠다.




"잔말 말고 이제부터 나한테 확실하게 누나라고 불러. 알았지?"
"메인 PD이면, PD님 소리 듣는 것이 더 좋지 않나?"

"그건 매일 신물나게 들어. 남동생 하나 있었으면 했는데, 이건 뭐. 완전 대박이네."
"맨 입으로는 안되거든요?"

"허쭈? 뭐가 이렇게 까칠한데? 웰빙 라이프 대표라 이거지?"
"자꾸 자증나게 그러면 방송사 바꾼다?"

"참나. .. 저 깡패."
"왜 선량한 시민을 조폭으로 몰아?"

"너, 나 마음에 안들어?"
"들어. 하은주 PD님은 딱 내 스타일이야. 그런데 나 쫌 억울해서 그래."

"왜? 뭐가 억울한데?"
"내가 연상 취향도 아닌데, 띠동갑이 뭐야? 원조도 아니고 .. 내가 돌겠다니까."

"누가 사귀자고 했냐? 누나라고만 부르라니까."
"띠동갑 누나가 어딨어? 아줌마나 고모나 이모면 또 몰라."

"야! 너 진짜아!"
"왜?"

"결혼도 안한 누나한테 아줌마가 뭐야?"
"어? 그래. 그건 내가 좀 심했네. 미안. 미안해. 됐지? 헤헤."

"애교부리지 마! 마음 약해져."
"원래 마음 약해지라고 애교를 부리는 것 같은데?"

"이게 병 팔고, 약 팔고, 혼자 다 하네."
"그럼 그냥 병만 팔을까?"

"됐어!"
"삐졌구나?"

"그럼 너 같으면 안삐지냐?"
"알았어, 미안. 다시는 안그럴게."

"맨입으로?"
"그럼 뭐? 뽀뽀라도 해?"

"그럼 더 좋고. 아니면 그냥 누나라고만 .."
"저런. .. 나한테 누나 소리가 그렇게도 듣고싶냐?"

"어."
"알았어. 고민 좀 해보고 .."

"하아. .. 미치겠다. 뭘 그런 걸로 고민씩이나. .."
"나는 하거든?"

"너 얼굴 잘 생겼다고, 비주얼이 무기라서 그러는거지?"

"나한테 어디 얼굴 뿐인가? 빵빵한 인터넷 쇼핑몰 회사 대표에, 아직 군대도 안간 대학생이라는 사실. 뚜껑 열면 이것 말고도 엄청 많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억울하다는 거지."

"그러니까 내가 더 욕심이 난다고."
"욕심이 잉태하면 죄를 낳고, 죄가 자라면 나중에는 죽음을 부른다. 몰라?"

"몰라. 처음 듣는데? 그거 어디 나오는데?"
"성격책. 그럼 내가 누나라고 하면 나한테 뭐 해줄건데?"

"글쎄? 아직 생각 안해봤는데?"
"그럼 생각해서 나중에 다시 하자. 딜을 하려면 끝까지 확실하게 해야지."

"저게 .. 이제 보니까 연상녀 다루는 테크닉이 완전 선수야. 선수."
"그런 우중충한 얘기 고만하자고. 와인 맛 덜어져."




[4]
다음에 만나면 우선 그녀는 나에게 묻는다.



"오늘도 아니니?"
"참나. .. 나한테 뭐 해줄거냐니까?"

"진짜 얄밉다. 집사줘? 차사줘? 걸그룹이나 탈렌트로 여자 소개시켜줘?"


"진짜 너무 유치해. 벌써 그런 것들은 다 있거든요. 그런 걸로 나한테 전망이 있겠냐고."

"그럼 뭔데? 너 혹시 누나 있니? 전에 외동아들이라고 한 것 같은데? 나 정도 되는 누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이건 너를 위해서야."


"됐거든요. 나랑 같이 일하시는 분들을 보세요. 전부 다 연상이거든? 전부 다 누나들 뿐이야. 여동생은 하나도 없단 말이야. 차라리 내 여동생을 하든가. 하하."

"그래서 그런가? 그 여자들이 너한테 버릇을 완전 잘 못 들여놨어."

"그게. .. 원래 내가 좀 비싸거든요."
"왜?"

"나 아직 샤방샤방이잖아."
"24이면 얼마나 남았다고. 진짜 더럽게 비싸다. 비싸."

"그니까. 남은 날 만이라도 열김히 튕겨야지. PD님은 이 나이때 안그랬어?""

"나야. .. 24살 때에는 대학을 막 졸업하고, 취직한다고, 여기저기 면접 다닐 때인데, 어떻게 튕기냐? 늘 기죽어서 살았지. 내가 그 나이 때에 그래서 그러나? 윤하 네가 유난히 땡긴단 말이야. 엄청 탱탱한 것이 진짜 맛있을 것 같다고. 하하."

"고객님게서는 지금 옐로우 카드이십니다."
"나? 왜? 갑자기 웬 엘로우?"

"이성간에 대화 내용의 수위를 조심하십시오. 자칫하면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성희롱입니다."

"벼어얼 ..."



하은주가 비록 하늘같은 대선배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밀당질이 이미 시작된 기분이다. 이렇게 되면 나는 지구력이 약하기 때문에 오래 가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나는 하은주를 발판으로 방송 쪽으로 눈독을 들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막연하게나마 하고 있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지가 문제였다. 도대체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내 성격으로는, 이럴 때에는 돌직구로 부딪혀봐야 하지만, 웰빙라이프가 걸린 상황이라서 그럴 수도 없다. 그래서 함부로 시도를 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전전긍긍하고 있는 중이다.



[5]
5월 중순의 토요일이었다. 우리가 공사중인 건물은 어느 정도 완성되었고, 실내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 날 나는 다음 주에 있을 준공검사에 대비하기 위하여 아침 일찍부터 공사장에 있었다. 지하부터 7층까지, 또 옥상까지 일일이 점검을 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 날 하은주가 오후 3시쯤에 미리 전화도 없이 불쑥 나를 찾아왔다. 약속도 없고, 특별히 따로 만날 일도 없었다. 내가 2층에 있었는데, 밑에서 고함치는 소리가 들려서 내려다보니까 그녀가 마당 한가운데에 당당하게 서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나는 무슨 일인가 하고 그녀에게 내려갔다. 하얀 바탕에 초록색과 바다색의 크고 작은 물방울 무늬가 있는 짧은 원피스가 그녀의 피부처럼 그녀의 온몸을 팽챙하게 감싸고 있다. 아담한 체구이지만 가슴과 허리 그리고 엉덩이의 곡선은 제법 요란하다. 그녀는 공사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의 시선을 끌어모으고 있다. 내가 그녀에게 다가서자 그녀가 끼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는다.



"어인 일이셔?"
"내 남동생 뭐하나 보려고."

"누가 남동생이야? 나 지금 목숨 걸고 공사 현장에서 일하거든요?"
"그렇네. 오늘 내가 날을 잘 못 잡았나?"



나는 내 일을 간단하게 설명했더니, 그녀도 나를 따라다니면서 구경을 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안전모를 내주었다.



"이거 뭐지?"

"공사 현장에서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써야하는 안전모야. 위에서 뭐가 하나 떨어지든가, 아니면 바닥에 넘어졌을대 .. 대통령도 현장에 가면 이것을 꼭 써야 해."

"알았어. 그런데 나 이거 쓸 줄 모르는데 .."




내가 그녀의 머리에 안전모를 얹고, 안전모의 뒤에 있는 끈을 조절해서 그녀의 머리에 딱 맞게 씌워주었다. 그녀의 모습이 너무 깜직하고 귀엽다. 나는 내 휴대폰 카메라로 그녀의 모습을 찍었다.



"이런 공사장에 지금이 처음이야? 아니잖아?"
"나야 공사 중에는 갈 일이 있나? 항상 공사 끝나고 나서야 갔지."

"오늘은 토요일이라서 이 일 끝나면 나중에 막걸리 파티도 있는데?"
"그래? 그럼 안주는?"

"PD님은 안주발이셔? 파전, 보쌈, 족발."
"와아앙. 완전 맛있겠다. 거기도 꼭 데리고 가줘라. 알았지?"



하은주가 붉은 혀를 낼름거린다. 나는 인증샷이라면서 내 폰카메라로 그녀의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나중에 그녀가 보여달라고 해서 보여주니까, 어린애저럼 너무 좋아한다. 그녀는 그 사진들을 전부 자기 폰으로 전송해달라고 한다.



"이 사진들은 뭐할건데?"
"약혼한 남자가 있거든. 그이한테 보내려고."

"약혼? 그럼 결혼은 언제야?"
"남자는 하루가 아깝다는데, 나는 별로야. 생각 없어."

"왜?"
"난 연하남 취향. 흐흐흐."

"진짜 내가 돌겠다."
"속으로는 은근 좋으면서?"



우리는 한 바퀴 돌고 나서 아래로 내려왔다. 나는 그녀를 데리고 우리 사무실 쪽으로 갔다. 그녀를 회의실에서 기자리게 하고, 나는 샤워를 한 후에 작업복을 벗어 두고, 내 옷으로 갈아입었다.

우리는 다시 공사장으로 돌아왔다. 인부들은 벌써 막걸리 파티를 시작했다. 나와 하은주도 그 자리에 껴서 같이 막걸리를 마셨다.

그 자리에서 나는 하은주의 사진을 그녀의 폰으로 전부 전송해주었다. 하은주는 옥상에서 찍은 사진이 제일 잘 나온 것 같다면서 그 사진을 자기 약혼남이라는 사람에게 전송했다. 나도 그녀가 보는 앞에서 그 사진만 남기고 전부 지웠다.


"왜 지우는데?"
"남의 약혼녀 사진을 내가 갖고 있어야 할 이유가 있나?"

"그럼 그 사진은 왜 남겨?"

"내가 인증샷이라고 했잖아? 나중에 포샵처리해서 사이트에 올려야지. 미모의 하은주 PD님께서는 세트장 공사부터 함께 하셨다. 뭐 이렇게."

"하아. .. 미치겠다. 컨셉 완전 죽인다."



그녀가 두 눈을 꼬옥 감고 웃는다. 그런데 그녀가 차를 가져온 것이 문제가 되었다. 우리 둘 다 막걸리를 마셨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리운전을 불러야 했다. 그런데 여기는 양재동 구석이라서 시간이 제법 걸린다.



"야아. 그게 뭐가 문제야? 전화해놓고 계속 마시다보면 오겠지."
"그러다가 취하면?"

"나는 괜찮아. 윤하 너는?"
"나는 됐어. 더 못마셔."

"진짜 까칠하다니까."
"막걸리 안마신다고 까칠해?"

"오늘 토요일이고, 내일이 일요일인데, 좀 마시면 어디 덧나냐?"
"안터넷 쇼핑몰에 주말이 있는 줄 알아? 우리는 24시간 연중 무휴야."

"어? 그런가?"



하은주는 두잔을 더 마신다. 나는 그녀의 상태를 살피면서 계속 말을 시켰는데, 그녀의 말투로 보아서 취한 것 같지는 않았다. 하은주는 안주를 무섭게 먹어치웠다. 내가 그녀의 종이 접시에 얹너주는 족족 금방 없어진다. 그녀는 자기가 족발킬러, 보쌈킬러라고 한다. 막걸리도 제법 잘 마시는데, 막걸리 킬러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6]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같이 마시던 공사장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주차장에 있는 그녀의 차로 갔다. 내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자, 그녀도 핸드백에서 자기 담배를 꺼내서 입에 문다. 버지니아 라이트, 멘솔이다. 나는 그녀에게 불을 붙여주었다. 하은주는 담배 피는 모습도 귀엽다.



"뭘 그렇게 보고 있어?"
"담배 참 예쁘게 피우네."

"별걸 다 예쁘다고 하네. 나한테 예쁜 것이 그렇게도 없어?
"아니야. 누나는 다 예뻐. 안예쁜 것이 아직 하나도 내 눈에 안띄네."

"어? 뭐? 뭐라고? 너 방금 뭐라고 했니?"
"뭐가?"

"방금 나한테 누나라고 하지 않았어? 내가 잘못 들었나?"
"아니야. 잘 못 듣지 않았어.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그만 실수를 .."

"하하하. 웬 일이야? 그 실수 다시 해봐. 하하."
"그렇게 좋아?"

"그럼 안좋아? 그 동안 작업질 한 것이 이제 성과가 나오는데."
"그 대신에 하루에 딱 한 번씩만이다. 알았지?"

"알았어. 그럼 윤하 너 이리 와볼래?"
"왜?"




내가 그녀에게로 얼굴을 돌리자 그녀가 갑자기 까치발을 하고, 내 입술을 물고 두세 번 빨았다. 그녀의 혀가 나와서 내 입술을 핥는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얼떨결에 그녀의 몸을 안고있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생각해서인지 그녀는 금방 떨어져 나갔다.







[7]
하은주는 나에게 등을 돌린 채로 돌아서있다. 그녀의 등이 들썩거린다. 그녀가 술기운에 용기를 낸 것일까? 그렇다면 지금 그녀는 엄청 무안해할 것이다. 아무래도 이 사태는 내가 수습해야 할 것 같다.



"아이. 참. 뭐야아. 지금 이거는 명백한 성폭력이거든."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가 나를 향하여 돌아선다.




"성폭력은 무슨? 누나 소리 한 번당 키스 한 번씩. 알았지? 헤헤."

"아무리 그래도 내가 미쳤다고, 남의 약혼녀랑 뽀뽀를 왜 하냐? 나중에 밤길 가다가 등에 칼이라도 맞으면 어쩌게?"

"와아아. 소름끼친다. 그렇게까지 살벌하게 말하냐? 나만 입 다물고, 말 안하면 되는 것 아니야?"

"그래도 그렇지. 약혼남이 빨아야 할 입술을 내가 도둑질하는 것 같거든. 나 아직 내 정신줄 꼭 붙잡고 있단 말이야. 누나가 뭐 미스코리아 여왕도 아니고 말이야."

"하아. .. 키스 한번인데, 딥따 치사하게 구네. 우리 약혼 6개월 동안 아직 손 잡은 것 밖에 없거든요."



사실 그녀가 갑작스럽게 들이대는 바람에 나는 놀라기는 했다. 처음에 나는 그녀가 몸의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는 줄로 알았었다. 하은주가 나에게 키스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 지난 날 김수연과의 사건이 생각나면서 또 기분이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내 컨셉상, 나는 계속해서 투덜거렸다.



"하여간에. .. 내가 도대체 띠동갑 연상이랑 키스를 왜 하는데?"

"야! 너 이건 해도 너무하젆아! 내가 띠동갑 연상이라서, 그게 그렇게 싫어? 먹은 나이를 나보고 어쩌라고? 너도 빨리빨리 나이를 먹든가."



그녀가 나에게 억지를 쓰면서까지 대든다. 민감한 부분인 그녀의 나이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러면 여기서 내가 멈추는 것이 작업의 정석이다. 나는 그녀를 놀리느라고 자극을 주었고, 그녀는 버럭질로 반응을 했으므로, 성과는 일단 만족이다.




"예쁘다고."
"됐어."

"삐져도 예쁘다니까. 참나."
"요게 정말."



그녀가 또 내 입술을 빨면서 키스한다.


나는 약간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명백한 반칙이야."
"뭐가?"

"누나소리 한 번당 키스 한 번이라며?"
"그럼 윤하 네가 지금 빨리 누나라고 하면 반칙 아니거든요."

"어쩜. .. 억지쓰는 것도 귀엽냐?"



하은주는 아예 나를 안아버린다. 그녀의 팔이 내 어깨와 목에 걸린다. 그녀의 원피스에 갇힌 젖가슴의 풍만함이 내 가슴을 짓누른다. 그녀의 콧바람에 섞인 막걸리 냄새가 하나도 역하지 않다. 그녀는 입술로 내 아랫입술을 물고 주욱 당기면서 혀로 핥는다. 내가 입을 열고 혀를 조금 내밀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 혀를 빨아당긴다.

그녀는 지금 나를 고난도의 밀당질로 몰아세운다. 여기서 내가 순간의 욕정을 참지 못하고, 나도 한데 엉키면, 다 잡아 놓은 대어를 놓친다. 나도 같이 빨고 싶은 마음이 치솟지만, 나는 작업의 단계상 꾸욱 참아야 했다. 그녀에게도 여기가 한계라는 것을 그어주기 위하여, 나는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도록 하면서, 조심스럽게 그녀에게서 떨어져나왔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직 해도 안떨어졌는데, 완전 당했어. .. 이건 말도 안돼."
"헤헤. 자기가 그동안 너무 오래 튕겼잖아."

"막걸리, 족발, 보쌈, 김치, 깍두기, 두부김치, 그리고 담배까지, 그 다음에 키스 .. 진짜 미치겠다."

"그럼 가그린 하고 다시 해? 차 안에 가그린 있어."

"됐거든요."

"참나. .."



바로 그 때 대리운전 기사가 왔다. 우리는 그녀의 차에 뒺좌석으로 탔다. 하은주가 사는 곳은 잠실이다. 나는 그녀의 집 앞까지 같이 타고 갔다. 가는 동안에, 그녀는 기분이 좋은지, 내게 팔짱을 끼며 기대기도 하고, 또 내 손도 잡고 손깍지를 꼈다가 다시 풀고, 손가락 마디 하나하나까지 만지작거린다. 그녀의 입이 내 귀로 온다.



"한 번만 더 불러줄래?"
"오늘꺼는 아까 했거든?"

"에이. 첫날이니까 보너스 뭐 이런 이벤트."
"싫어. 안 해."

"하여간에, 까칠하기는 .."
"약속은 약속이잖아."

"나는 그런 약속 한 적이 없거든? 너 혼자 한 말이지."



"내 컨셉이니까 내 마음이지" 라는 말이 하마터면 입 밖으로 나올 뻔 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지만, 그녀는 고개를 홱 돌려서 외면을 해버린다.

대리기사는 그녀의 차를 도로변에 주차하고, 돈을 받은 후에 인사를 하고 내렸다. 이제 우리도 차에서 내려야 한다. 그런데 그녀가 이제 두 팔로 내 목을 감는다.



"하이이잉. 딱 한번만. 어? 자기야."
"아닌 것은 아니거든. 빨리 내리기나 해."

"씨이잉. 진짜 못됐어. 왜 안 하는데?"
"내가 하면 또 키스할거잖아? 남의 약혼녀가 나한테 자꾸 키스하면 안 되지."

"한 번은 되고, 두 번은 안되는 건 또 뭔데?"
"우리 키스만 벌써 세 번 했거든요? 빨리 내리기나 해."



하은주는 마지 못해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자기가 사는 오피스텔 앞인데도 내 손을 잡고 놓지않는다.




"자기도 같이 올라가."
"혼자 살지? 그럼 위험해서 안돼."

"뭐가 위험하다는 건데?"

"아까는 공사장에서 사람들이 다 보는데도 덤벼들어서 키스했잖아? 집에 둘만 있으면 내가 완전 당할 것 같아."

"누가 잡아먹냐? 걱정마. 네 몸에 손 하나 안댈게."
"그 멘트는 남자가 여자한테 써먹는 뻥인데? 하하."

"그런게 어딨어? 자기가 많이 써먹었구나?"

"내가 써먹을 일이 있어야 써먹지. 우리 그러지 말고, 건전하게 가지. 저기 상가 쪽으로 가서 저녁이나 먹자."

"어? 그래? 자기 지금 배고파?"
"어. 엄청."

"그럼 빨리 올라가. 사먹는 밥보다 집밥이 건강에 좋대."




비록 작업의 정석은 아니지만 이 상황에서는 이쯤에서 내가 양보하는 것이 맞다. 이것은 밀당질의 기본이다. 우리 둘 사이는 아직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은 너무 튕기기다가는 아예 끊어질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내가 물러서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활짝 웃으며 내 손을 잡고 걷는다. 우리는 오피스텔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녀가 6층 버튼을 누른다.



"누나, 요리 잘해?"
"하아아. .. 못 해도 자기가 먹을거니까 잘 할게. 그런데 또 했네?"



그녀가 재빨리 또 키스를 해버린다. 이번에는 그녀의 혀가 나와서 내 입술을 가르고 들어온다. 나는 딱 한번 아주 짧게 그녀의 혀를 빨았다. 그녀의 얼굴이 버얼겋다. 막걸리 탓만은 아닐 것이다.



"저 위에 CCTV 카메라 안보여?"
"뭐 어때? 우리가 야하게 한 것도 아닌데."

"저 아래 경비실에서 영감님이 다 보고 있거든요?"

"거기 주로 비어있는데? 아무도 없어. 영감님들 구경 좀 하시면 어때서? TV나 영화에는 더 야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와아아. 진짜 .. 못말린다."
"누가 말리래?"

"요리한다고 두세 시간이나 걸리는 것은 아니겠지?"

"딱 한 시간이면 충분해. 기본은 다 있거든. 뭐 먹을래?"



하은주가 기분이 좋은지 갑자기 말문이 터져버렸다. 이제 내가 누나라는 소리만 하면, 하은주는 무조건 키스를 할 생각인 것 같다. 그렇다면 오늘의 내 작전은 성공이다. 그녀의 말이 아직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엘리베이터는 이미 6층에서 멈추고 문이 열린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데, 벌써 내 몸에 짜릿한 전류가 여러 차례 지나간다. 내 남성도 서서히 잠에서 깨어난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닌데. ..





[5]
하은주는 서둘러서 키에 번호를 입력하고 문을 열었다. 그녀가 안으로 들어서더니 나를 쳐다보고 말한다.



"자기 어서 들어와."
"나 여기서 기다릴테니까, 먼저 들어가서 남자 있는가 봐."

"아이. 참. 아무도 없는 빈 집이라니까."



내가 마지막으로 버티는 형식을 택하자, 그녀가 내 팔을 잡더니 확 당겨버린다. 그녀가 당기는 힘이 그리 센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마지 못해 끌려 들어가는 것처럼 안으로 들어섰다. 내 등 뒤에서 문이 닫힌다. 그녀가 신을 벗고 거실로 올라서더니 핸드백을 바닥에 내려놓고 나에게 돌아서서 한마디 한다.



"너 진짜 엄청 비싸구나?"

"미리 말 했거든? 만남 대행 사이트에 가봐. 내 정도면 요새 얼마나 하나."

"아오오. 진짜 얄미워."




하은주는 내 목에 두 팔을 단단히 걸고 내 입술을 빨기 시작했다. 나는 그 때 막 신을 벗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그녀가 저돌적으로 덤비는 것이다. 그녀는 나에게 몸을 밀착시키며, 마치 자기 젖가슴을 터트리겠다는 것처럼 내 가슴에 대고 힘껏 누른다. 그녀의 혀는 이미 내 입 안에 들어와서 내 혀와 감기고 있다. 이것은 내 예상과 너무 빗나간다. 나에게 갑자기 겁이 나기 시작한다.

나는 입을 들어내며 그녀의 팔을 잡았다.



"자꾸 밀어대면, 나 뒤로 쓰러져."
"안그럴게. 딱 한 번만 안고 키스해줄래?"

"치카치카!"
"하아.. 되게 짜네. 알았어."



그제서야 그녀는 내 손을 잡고 욕실로 들어간다. 그녀는 새 치솔을 꺼내서 내 손에 쥐어주고, 그 위에 치약을 짜준다. 우리는 같이 양치를 했다. 그런데 나는 아직 절반도 안했는데, 그녀는 벌써 양치를 끝내고 입을 헹군다.



"완전 날림이거든?"
"나중에 밥 먹고 다시 하려고."

"안돼. 이리 와."



나는 그녀의 치솔을 잡고 다시 치약을 짰다.



"아아 해."
"아아."



그녀가 입을 열었다. 나는 그녀의 치솔을 그녀의 입 안에 물려주었다. 그녀는 입에 치솔을 문 채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다.

나는 한 손으로 그녀의 치솔을 잡고 조십스럽게 치솔질을 시작했다. 그녀의 입이 흔들리는 바람에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턱을 잡아야 했다.



"나이가 몇 인데 치솔질도 제대로 못 해?"
"할울알어은요. .."

"하하하. 됐으니까 입 더 크게 벌려. 어금니는 특히 안쪽을 잘 닦아야 해."
"아아아."

"잇몸도 안팎으로 치솔질을 천천히 해주어야 혈액 순환이 잘 돼서 치주염도 예방할 수 있거든요."
"아으으아으."

"말은 하지 말고, 혀나 길게 내밀어. 혓바닥에는 작은 돌기들이 너무 많아서 여러가지 세균들이 엄청 많아. 포도상구균 같은 것은 치명적이라고. 이런 혀를 어디 내 입 속으로 쑤욱 밀어넣냐?"

"으으아아. 으으아으아아. 웨엑."

"하하. 너무 깊게 넣었나? 이제 됐으니까, 양쪽 볼 안 쪽도 천천히, 둥글게, 상피조직은 연하고 부드러운 곳이거든. 힘은 안주더라도 .."

"아아으으. 아으아으으."

"못알아들으니가 말하지 말라니까. 이제 입천정이다. 입을 더 크게 아아 해. 조심해 깊게 들어간다."

"아아아아."

"아오. 착하지."

"웨에엑."

"깊게 들어간다고 했거든. 우리 하은주 PD님 잘 참네."



나는 그제서야 그녀의 치솔을 놓아준다. 그녀는 입 안에 있는 것을 세면기에 뱉어내고 다시 물로 입 안을 헹군다. 그리고 그녀가 다 끝냈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아니지. 치솔이 입 안에 가지 못하는 곳들이 있단 말이야. 가그린 없어?"
"있어."



나는 컵에 물을 반 정도 받아서 가그린을 듬뿍 풀었다.



"이거 입 안을 깨끗이 헹궈. 나중에는 목 안 깊숙한 곳까지 헹구려면 턱을 들어올리고 아아아 하는 것 알지?"

"하아. . 꼭 아빠같다."



그녀는 착한 어린이차럼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시키는 대로 다 한다. 나도 양치를 끝내고, 가그린까지 끝냈다. 그녀는 내 옆에 서서 내가 양치하는 것을 구경하고 있다.



"하아. .. 다 했어?"
"어."

"이제 뽀뽀."




하은주가 나를 안으며 입을 내쪽으로 내민다.



"뭐가 급해서 욕실에서 이런대? 내가 금방 숨이 넘어가기라도 해? 빨리 나가."

"진짜 까탈스러워요."

"비싸다니까!"
"까칠하다니까!"




그녀가 나를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리고 내 손을 잡고 욕실을 나선다.



"너는 양치할 때 마다 항상 그렇게 난리를 부리니?"

"시간이 없을 때는 모르지만, 안그러면 기왕 하는 거니까 확실하게 잘 해야지. 어른이 그게 뭐야? 치솔질 박박 몇 번하고 금방 끝나냐?"

"나도 그렇게 하거든요? 지금은 급해서. .."

"뻥치시네. 아까 혀에 치솔질 할 때 토악질 하려고 하던데? 그건 자주 안한다는 표시야."

"아이. 쪽팔려. 히히."



나는 소파에 주저앉았다. 오늘 하루 종일 지하부터 7층 그리고 옥상까지 오르내리기를 몇 번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허리가 당길 정도이다. 하은주도 따라서 내 옆으로 앉는다. 그녀는 조용해졌다. 마치 기가 완전히 꺾여서 풀이 죽어있는 모습이다.



"집밥은?"
"먼저 키스부터 .."

"나보고 해달라고?"
"어. 나는 무서워서 도저히 못 하겠어."

"뭐야? 내가 왜 무서워? 누나 눈에 이제 내가 남자로 보이는 모양이지?"
"그게 아니고 .. 꼭 우리 아빠 같다고."

"누나 아빠가 무서워?"
"엄청."

"이러언. .."



나는 하은주는 서로를 향하여 돌아 앉았다. 우리 둘의 얼굴은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하은주에게는 지금까지처럼 저돌적인 모습은 간 곳이 없다. 턱을 들어 올리고, 두 눈은 사르르 감고, 입술도 가늘게 열린다.

나는 두 팔을 뻗어서 그녀의 등을 감아 안으며,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갰다. 그 다음부터는 자동이다. 그녀가 내 입술을 빨고, 혀가 나와서 내 입술을 핥고, 내 입 속으로 밀고 들어온다. 보통 딮키스하는 것처럼 한다. 그런데 왠지 서툴고, 너무 서두르면서 거칠기만 하다. 아무래도 내가 나서야 할 것 같다. 그녀는 거친 숨을 내뱉고, 그녀의 젖가슴이 요란하게 오르내린다.




"하아. .. 하아아. .."



내가 그녀의 입술을 조심스럽게 천천히 빨아당겼다. 그녀의 윗입술과 아랫입술, 가운데의 도톰한 부분과 양끝의 얄팍한 부분을 골고루 빨면서, 혀 끝으로 핥고 지나갔다.

그녀의 입이 갑자기 조용해진다. 그녀의 감긴 두 눈에서 속눈썹과 눈꺼풀이 파르르 떨린다. 내 혀가 나와서 그녀의 입술을 핥다가, 그녀의 입술을 가르고 들어간다. 그녀의 치열이 활짝 열린다. 내 혀가 그녀의 입 안으로 밀고 들어가서 그녀의 혀를 위에서 긁다가, 아래로 파고든다. 우리의 혀가 서로 감기고 엉킨다.

그제서야 그녀도 내 혀를 조심스럽게 빨아 당기기 시작한다. 내가 혀를 그녀의 입으로부터 거두어들이자, 그녀의 혀도 내 입술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다. 그녀의 촉촉한 입술과 혀가 내 입술을 핥으며 천천히 빨아당긴다. 이제 그녀의 키스도 조용해졌다. 우리는 침착하고 조용하게 한참을 키스했다.



"자기야."
"어?"

"우리 자기 진짜 키스 잘하네? 이게 자기가 하는 키스구나."
"아니. 지금 코스프레야? 나이가 몇인데 아직 키스도 못하는 것처럼 왜 이래?"

"아니야. 이런 키스는 처음이야. 진짜 별이 왔다갔다 하네. 나는 지금까지 이 나이 먹도록 뭐하고 살았니?"

"힘들게 일해서 HBS 드라막국에 메인 PD 잖아."

"그까짓 PD가 뭐라고 .. 키스도 제대로 못 하고 .. 무조건 쭉쭉 빨기만 하면 되는 줄 알고 .. 진짜 너무 한심해. .."

"누나. 키스는 못 해도 괜찮거든요. 언제라도 시작하면 지금처럼 금방 할 수 있잖아? 그것 못 한다고 무슨 일 생겨?"

"양치를 제대로 하나, 키스를 제대로 하나 .. 하하하."
"그 만한 일로 누나답지 않게 .. 진짜 바보네. 하하."

"맞아. 나 바보야. 자기랑 이렇게 키스하니까 가슴도 막 두근거리고 .."



하은주는 내 손을 잡고 그녀의 배를 지나서 가슴골 아랫부분으로 가져갔다. 두 젖무덤 사이에서 그녀의 심장이 팔딱거리는 것을 느끼라는 것 같다. 그런데 원피스 위라서 그런지 그렇게 뚜렷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의 젖무덤을 감싸고 있는 브래지어의 컵과 오르내리는 젖무덤으로 내 신경이 쏠릴 뿐이다. 그렇다고 손을 원피스 안으로 넣을 수도 없고 ..



"하아아. .. 자기 느껴져? 엄청 두근거려. 키스만으로도 이럴 수가 있구나. .. 하아아. .."



거의 느낌이 없지만, 나는 거짓말을 해야했다. 안그랬다가는 그녀가 원피스를 벗어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나는 그녀의 몸을 당겨서 깊이 안았고, 그녀도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가 얼굴을 내 어깨 위로 얹는다. 우리의 몸이 쵀대한 밀착했다. 그제서야 그녀의 가슴이 심하게 오르내리는 것과, 젖무덤의 볼륨감 때문에 탄력까지도 느껴진다. 그래도 심장 박등은 느끼지지 않는다.

나는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서 얼굴이 내 목으로 향한다. 그녀가 내쉬는 숨결이 내 목으로 쏟아진다.

하은주는 내게 안긴채로 숨을 할딱인다. 그녀의 젖가슴이 내 가슴을 누르면서 내 몸을 계속 자극한다. 이 자극이 척추를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가면서, 내 몸이 힘을 잃고, 완전 무방비 상태로 그녀를 향하여 활짝 열리는 기분이다.

그녀의 몸을 받아들이고 싶고, 그녀의 몸 안으로 밀어넣고 싶은 마음이 충동적으로 불같이 일어난다. 아무래도 이 사건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렇게 되면 대형사고가 아닐 수 없고,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고, 내 생각이 여러가지로 목잡하기만 하다.

어쨌든 오늘은 더 이상 이 집에 있으면 안될 것 같아서, 나는 그녀를 조용히 불렀다.



"누나."
"어?"

"이제 집밥은 안되겠지? 우리 나갈까?"
"어머머. 웬 일이니? 내 정신좀 봐."



그제서야 그녀의 몸이 떨어져나갔다. 그녀가 이제야 정신을 차리는 것 같다.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혼자맣처럼 중얼거린다.



"이 남자 .. 여자 다루는 데에 완전 선수야. 내가 꼼짝을 못하고 정신줄을 놓아버렸어."

"그거야 .. 선수인 줄 모르고, 함부로 겁 없이 덤벼든 누나 잘못이지. 나는 처음부터 계속 하지 말라고 말렸거든?"

"그건 그래. 자기 말이 맞아. 내가 완전 바보라니까."



나도 집에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도 따라서 일어선다.



"나 때문에는 밥 하지마. 나 지금 집에 갈거야."
"그럼 자기 저녁은? 엄청 배 고프다고 안했어?"

"집에 가서 먹으면 되지. 어머니께서 기다리셔. 안돼."
"시간 얼마 안걸린다니까?"



나는 현관으로 걸어나갔다. 그녀도 따라나온다. 나는 신을 신고 그녀를 안았다. 시무룩해져 있는 그녀의 얼굴 표정을 보자 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그녀의 입술을 빨면서 키스했다. 그녀가 한숨을 내쉰다.



"하아. .."



나는 그녀를 꼬옥 안았다.



"너랑 같이 있으면, 옛날 생각도 나고 해서 참 좋거든. 내가 오늘 키스까지 하고 그래서 .. 내가 너무 오바한거지? 자기 기분 상했나? 나 이상한 여자같지?"

"아니야. 그런 것 전혀 없어. 피곤할텐데 쉬기나 해."

"우리 드라마 시나리오 끝났거든. 캐스팅 들어가기 전에 자기가 시나리오를 미리 봐야 하지 않을까? 원래는 이 말 하려고 자기한테 갔었는데, 하마터면 깜빡 할 뻔 했네. 하하"

"내일 오후에 논현동으로 갖다줄래? 아니면 내가 내일 방송국으로 갈까?"

"자기가 오면 좋지. 오후에 오지말고, 점심때 1시쯤 와서 같이 점심 먹자."



우리는 다시 키스하고, 나는 그녀의 아파트를 나섰다.





=*=*=*=*=*=*=*=*=


이번에는 하은주라는 여인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녀의 역할은 구원투수거든요. 아직은 방향이 쪼옴 ... ㅋㅋ.


이번에도 역시 반응은 미미한 정도?
마음에 안드시더라고 꾸욱 참으시고 10개만 채우세요.
저도 10개 채웁니다. 두개 올렸으니까, 앞으로 8개 남았어요. .. ㅋㅋ... - Ja"d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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