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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3 01:17 974회 0건
1996년 그 어느 날.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 엄마가 안아줘도 뽀뽀뽀!”

한 유치원에서는 유아들의 즐거운 음악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 속에는 미래의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대학교수, 연예인 등의 꿈을 펼칠 새싹들이 자라나고 있다. 7살 동규와 같은 또래의 연희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여러분, 오늘은 여기까지 노래하고 이제 점심을 먹으로 갈게요. 줄을 서고 선생님을 따라 식장으로 가요!”
“네네, 선생님!”

질서정연하게 줄을 맞춰 식당으로 이동하는 아이들은 마냥 귀여울 수밖에 없었고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앙증맞다.

“야, 이동규! 너 저리로 가!”
“왜?”

심통이 얼굴에 잔뜩 있는 동규의 또래가 자신보다 앞에 줄을 서고 있는 동규를 밀치며 얘기한다. 동규라는 아이는 또래 친구들보다 작고 외소하여 작은 밀침에도 크게 넘어지는 작은 아이였다. 그래서인지 만만하게 보였나 보다.

“싫어. 내가 먼저 줄을 서고 있었으니 난 여기 있을 거야.”
“뭐라고? 내가 지금 뒤로 가라고 했는데 싫다는 거야?!”
“줄은 내가 먼저 서있었는 걸.”
“이 자식이!”
“짝!”

심통난 친구가 동규의 뺨을 때렸고 동규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한다.

“엉엉엉... 왜 때려!”

그 소란에 줄 앞에서 배식을 나눠주던 선생님이 다가와 묻는다.

“너희들 왜 그러니? 친구들 끼리 싸우면 못써.”
“동규가 먼저 저보고 바보라고 했어요!”
“정말이니?”
“네, 보세요. 동규가 저를 꼬집기도 했다고요!”
“이동규, 너 친구에게 왜 그랬어?”
“엉엉엉... 저는 그러지 않았어요.”
“거짓말 하면 안 된다고 선생님이 일러줬을 건데?”

선생님 뒤에 몸을 숨긴 심통난 친구는 혀를 내밀며 울고 있는 동규를 약올렸다. 그 모습에 동규는 더욱 구슬프게 울기 시작했고 그때 연희가 입을 연다.

“선생님, 제가 아까 상황을 다 지켜봤는데 동규 말이 사실이에요.”
“뭐?”
“얘가 동규보고 뒤로 가라고 했는데 동규가 자기가 먼저 줄을 섰다고 하니까 막 밀고 했어요.”
“너 이 녀석! 선생님에게 왜 거짓말 했어?!”

연희의 결정적인 제보에 멍하니 상황을 지켜보던 심통친구가 겁을 먹고 울먹이기 시작했다.

“동규가 저보다 먼저 줄을 서 있잖아요. 저보다 작은 놈이.”
“작다고 친구를 깔보면 안 되는 거야! 넌 저쪽에서 손들고 서 있어!”
“엉엉엉...”

작은 아이... 동규는 정말 작은 아이다. 태어날 때부터 미숙아로 태어나 또래의 친구들보다 키도 작고 몸무게도 덜 나가는 아주 작은 아이. 그래서 인지 항상 무시를 받으며 성장하는 아이기도 했다. 하지만 동규가 항상 곤란한 처지에 놓이면 흑기사처럼 나타나 도와주는 연희가 동규의 마음에 자리하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1년 뒤, 동규와 연희는 당당히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어느덧 성숙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유치원 때와 달리 사교성이 좋은 연희를 앞세워 동규도 친구들이 늘어만 갔다.

“띵동댕~”
“쉬는 시간이다! 우리 복도에서 술래잡기 할 사람!”
“나!”

왁자지껄한 초등학교 1학년의 쉬는 시간은 시장통과 비슷한 풍경이다. 저마다의 놀이로 사회성과 사교성을 발달시키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 동규는 없다. 교실 가운데 맨 앞에 앉아 항상 혼자 있다. 키가 작다는 이유로 친구들이 놀이에 끼워주지 않기 때문이다.

“동규야, 너는 왜 애들하고 같이 놀지 않아?”
“......”

같은 반인 연희가 동규에게 물었고 동규는 연희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는다.

“너도 같이 놀자고 친구들에게 말해 봐.”
“싫어. 그러면 분명...”
“뭐?”
“분명 작다고 무시하고 놀릴게 뻔하다고.”
“키가 작다고 술래잡기를 못하는 건 아니잖아.”
“난 그냥 이렇게 앉아서 그림이나 그릴래.”
“먼저 얘기를 해야 친구들이 놀아주지.”
“시끄러!”

연희의 잔소리에 동규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연희를 바라보며 소리를 쳤고 그 소리를 들은 또 키가 큰 다른 남자 친구가 동규와 연희에게 다가오며 묻는다.

“야, 꼬맹이. 너 왜 우리 연희에게 소리를 질러?”

동규는 꼬맹이라는 말을 참 싫어한다. 자신의 키를 놓고 평가받는 기분이라 정말 듣기 싫어하는 말 중에 하나다.

“......”
“내가 지금 묻고 있는데 왜 대답을 안 하는 거야? 꼬맹아.”
“빠득...”

두 번째 꼬맹이란 말에 동규가 들고 있던 연필을 노트에 강하게 눌러 심을 뿌러트리 더니 키 큰 친구를 향해 돌진한다.

“이 자식! 내가 꼬맹이라는 증거 있어?!”“콰당!”
“어쭈, 지금 나에게 덤비는 거야?”

이를 지켜본 연희가 둘을 떨어트려 놓으려고 용을 썼지만 남자들의 힘 싸움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순식간에 바닥을 뒹굴고 있는 동규와 키 큰 친구 주변으로 다른 친구들이 몰려왔고 서로 키가 큰 친구를 일방적으로 응원하기 시작한다.

“싸워라! 싸워라~!”
“저 작은 녀석을 혼내줘!”

동규는 자신을 비방하는 다른 친구들을 향해 소리친다.

“난 작지 않다고!”

큰 싸움이었다. 연희는 그런 동규를 말리기 위해 동규의 팔을 잡았지만 흥분한 동규는 연희까지 밀치며 자신의 불만을 키 큰 친구의 얼굴에 자신의 주먹을 날리는 것으로 풀고야 만다.

“두다당! 쿵쿵...!”
“코... 코피?”
“동규가 코피를 터트렸어! 하하하~!”
“꼬맹이 녀석...”

그날 오후, 동규의 부모님은 교무실에 앉아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갖는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동규가 때린 아이 코뼈가 뿌러졌다고 하네요. 어머님이 그쪽 집 어머님께 전화 한 번 드려보세요. 애들이 싸우면서 크는 건 당연한 건데 이번은 좀 심했네요.”
“제가 애를 잘 못 키워서... 죄송합니다.”
“저에게 죄송할 것까지는 없고요. 자, 이번호가 그 아이 부모님 연락처입니다. 다음부터는 주의를 해주세요.”
“네...”

동규는 엄마가 교무실에 있는 동안 운동장 있는 그네를 타고 있었다. 엄마에게 혼나는 걸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처지가 너무 비참하게 생각되었다.

“하... 난 왜 키가 작을까.”

붉게 물든 하늘은 동규의 마음처럼 슬프게만 보인다. 그때 정문으로 고급 승용차 한 대가 들어오고 연희가 그 앞에 서 있다.

“연... 희?”

고급 승용차 뒷좌석에서 브링브링한 모습의 사모님이 내리며 연희에게 두 팔을 벌린다. 연희는 미소를 지으며 정신없이 달려가고...

“엄마!”
“아이고, 우리 딸! 엄마가 많이 사랑해!”
“응, 나도 엄마 많이 사랑해!”
“선생님 만나로 가보자.”
“응!”

연희의 부모님인 것 같았다. 연희는 부잣집 외동딸로 부족함 없이 자라는 밝고 명랑한 아이였다. 그런데 동규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오늘 싸움을 한 것은 연희가 아니라 난데 왜 연희 엄마가 학교에 왔는지...

“아이고, 어머님 오셨습니까.”
“안녕하셨어요. 교장선생님.”
“자, 어서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교장선생님가지 마중을 나올 만큼 대단한 집안이다. 연희는 자신의 엄마 손을 잡고 교장실로 들어가기 위해 걸어가다 우연히 그네에 앉아 있는 동규를 확인한다. 멋쩍은 동규는 고개를 숙이며 발로 모래를 차고 있는데 그런 동규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는 연희.

“아들.”
“엄마.”

동규 엄마도 담임선생님과 면담이 끝나고 밖으로 나왔다. 시장통 국밥집에서 주방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규 엄마의 모습을 초라했다. 연희 엄마와 비교되는 모습이다.

“이제 가자.”
“엄마, 죄송해요.”
“괜찮아. 너는 어디 다치지 않았니?”
“네...”
“이겼으면 됐어. 우리 아들이 다치지 않았으니 엄마는 그걸로 충분해. 하지만 다음부터는 절대 친구들과 싸우면 안 돼.”
“네.”
“친구들하고는 사이좋게 지내야지. 또 싸우면 엄마 정말 화낼 거야.”
“명심할게요.”
“배고프네. 우리 아들 뭐 먹고 싶어?”
“음... 짜장면!”
“호호호, 그래. 엄마랑 중국집 가서 외식하고 들어가자.”
“야호!”

사이좋은 모자는 중국집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동규는 이미 엄마의 등에 엎여 잠들어 있었다. 동규의 집에는 아침부터 술에 취한 아빠가 있었는데...

“야, 넌 서방님을 우습게 아냐?!”
“왜... 왜요?”
“시간이 되면 집에 와서 밥을 줘야 할 것 아니야?! 이런 썅!”
“식사 아직 안했어요? 얼릉 차려드릴게요.”
“됐어! 술이나 사와!”
“여... 여보.”
“뭐야? 말도 안 들어? 이런 개 같은 년!”
“퍽퍽퍽...”

동규는 바닥 이불에 누워 등을 돌린 채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려야 했다. 이게 동규의 가정사고 일상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학교에 등원한 동규는 어제 일을 생각하며 자신에게 떠밀려 넘어진 연희를 찾는다. 전날 학교 운동장에서 본 연희의 이마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던 모습이 떠올랐기에 자신 때문에 다친 것 같아 못내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사과를 하고 싶었다.

“연희가 어디 갔지? 아직 학교 오지 않았나?”

담임선생님이 첫 수업을 하기 위해 교무실에서 교실로 들어오셨다. 동규는 아직도 연희를 찾고 있다. 하지만 연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자, 오늘도 힘차게 수업을 진행해 보겠어요. 아참. 그전에 알려줄 말이 있어요.”
“뭔데요?”
“연희 친구가 오늘부터 강남에 있는 다른 초등학교로 전학을 갔어요. 혹시 연희의 연락처를 알고 있는 친구들은 서로 인사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네! 선생님.”

동규는 큰 상처를 받았다. 연희가... 전학을 가다니... 연희가 없는 시간은 동규에게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유치원서부터 지금까지 자신을 지켜준 수호천사 같은 연희를 잊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아참, 동규야.”
“네...”
“연희가 이 쪽지를 너에게 전해 주라고 하던걸?”
“쪽... 쪽지요?”
“응. 선생님도 읽어보지 않은 거니 이따 한 번 읽어보렴.”
“네...”

선생님이 전해 준 연희의 쪽지. 쉬는 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쪽지의 내용을 읽어보기 위해서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 드디어 쉬는 시간을 알리는 벨이 울린다. 동규는 서둘러 화장실로 달려갔고 사로 안에 들어가 문을 잠군 뒤 쪽지를 펼쳐보았다. 그 내용은...

“동규야, 이렇게 말하지 못하고 전학을 가서 미안해. 난 널 정말 좋아해. 사랑하는 마음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난 네가 참 좋아. 나중에 우리 커서 만나면 결혼하자. 난 동규 너한테 시집 갈거야! 잘있어!”

동규는 연희의 쪽지를 보며 피씩 웃음을 짓고 혼자말로 답한다.

“바보... 보고 싶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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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부탁드립니다. 내용이 재미있을런지...ㅎㅎㅎ 불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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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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