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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 단편10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3 01:17 802회 0건




최윤하 (23) : 대한대 건축학과 4학년

김하늘 (23) : 대한대 건축공학과 4학년
문국희 (23) : 대한대 건축공학과 4학년
박영환 (23) : 대한대 건축학과 4학년

황영철 (23) : 윤하의 고교 동창. 황해리의 친오빠.

윤은경(25) : 황영철의 여직원
신예진 (22) : 한경여대 미대. 2학년

박혜주(34) : 의정부 한정식집 앞마당 사장

차경자(22) : 한경여대 수학과 2학년
이하영(22) : 덕수대학 컴퓨터공학과 2학년

김수연(33) : 여우들 세상 닷컴 마케팅 팀장


=*=*=*=*=*=*=*=*=*=*=*=*=*=*=*=*=



10. 이하영




[1]
나와 민국희는 하룻밤을 같이 보내고, 10시쯤에 모텔을 나와서 아점을 해결했다. 서울로 돌아올 때에는 내가 운전을 했다. 국희는 올 때와는 달리 유쾌해졌다. 호주에 가서 할 일도 이야기하고, 나에게 말도 많이 시켰다. 그런데 하늘이 이야기는 한마디도 입 밖에 내지 않는다.

나는 지하철 역 입구에 차를 세우고, 내리기 전에 국희와 가볍게 키스했다. 우리는 같이 차에서 내려서, 국희는 운전석으로 가고, 나는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조금 있으면 나는 소리 없이 조용히 사라지니까, 걱정하지 마."
"잘 가고, 나중에 돌아오면 연락해."

"그럼. 와야지. 최윤하 너 보러 꼭 올거야. 진짜야. 윤하 보러 꼭 온다고. 기다려. 알았지?"



국화는 약속이라도 하듯이 이 말을 했다. 꼭 온다는 말을 몇 번이고 하면서 국희의 눈이 젖어들어갔다. 그런데 나에게는 이 말을 국희가 지키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국희가 나에게 손을 흔들고 차를 출발시켰다. 그녀가 탄 하얀 아반떼가 흐르는 자동차의 물결로 휩쓸려 들어가서 점점 멀어져 간다. 마치 국희가 저 거칠고 넓은 세상의 물결 속으로 흘러 드는 것 같다. 그런데 내 눈에는 그 차의 뒷모습이 유난히 쓸쓸해 보인다. 나 때문에 떠나는 것이 절대 아니라고 민국희가 한 그 말이 진심이기를 바란다.




[2]
나는 내 오피스텔에 오자마자 침대에 뻗어서 잤다. 그런데 오후 3시쯤에 윤은경이 나에게 전화를 해서 논현동 사무실로 오라고 부른다. 나는 택시를 타고 그녀에게 갔다. 황영철은 없고 윤은경 혼자 있다.



"윤하씨, 내일 의정부에 가야지? 자기 케어 좀 해야 해."
"왜?"

"이 더위에는 피부가 빨리 지저분해진다고. 그러니까 오늘 한 번, 내일 한 번."
"내가 결혼식에 갈 신랑이라도 돼?"

"아무래도 요새 더위에는 그 정도는 해야 하거든요."
"이번에는 왜 이렇게 유별나게 난리야?"

"진작에 했어야 하는데, 자기 시험 때문에 못한 거야."



윤은경은 나를 차에 태워서 피부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샵으로 데리고 갔다. 윤은경은 어떤 여자와 이야기를 하고 나를 룸 안으로 밀어 넣었다. 나는 시키는 대로 샤워를 하고 나서 큰 수건을 덮고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여자들 두 명이 덤벼들었다. 내가 보기에는 둘 다 20대 후반인 것 같은데, 이런 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 나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겠다. 몸매는 보기에 엄청 요란하다.

내 몸을 요리했다. 그녀들의 케어 프로그램에 따라 뒤집어씌우고, 닦아내고, 바르고, 벗겨내고를 몇 번은 반복했다. 그녀들은 작업복인 것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는데, 노출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 그녀들이 일하면서 내 쪽으로 몸을 굽힐 때에는 나는 얼른 그녀들의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려야 했다. 그런데 좁은 방 안에서 그녀들이 뿜어내는 냄새 하나 만으로도 현기증이 날 정도이다. 이러니 내 페니스는 계속 야구방망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나의 그 부분을 가리고 있는 수건에 불룩 하게 텐트가 쳐진다. 숨겨지지 않는 적나라하고도 불편한 진실이다.



"젊은 사장님이라 역시 다르네. 하하."
"부끄러워하거나 창피해하지 마세요. 여기는 원래 다 그래요."
"아. 예에. .."

"지금 싸실래요?"
"아직 그 정도는 .."

"쌀 때 되면 말씀하세요."



남자 손님이 저 여자들을 보고 텐트를 치지 않는다면 분명 문제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에는 마사지를 하는데, 미쳐 죽는 줄 알았다. 그녀들이 시키는 대로 나는 똑바로 누웠는데, 덮고 있는 수건의 텐트는 아직도 불룩하다. 또 안에서 껄떡거리는 바람에 텐트 모양도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다. 한 여자가 텐트를 보더니 내게 말했다.



"잠시만요. 어떤지 한 번 볼게요."




그녀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수건을 걷어내고 들여다 본다.




"여기도 참 잘생기셨네요. 하하."
"아. 예에. .."

"아직은 시간이 있어. 더 가도 괜찮을 것 같은데?"
"너무 젊어서 감당이 안되네."



진짜 말 그대로 성희롱이고 성추행 같다. 나는 창피한데도, 그녀들에게는 마치 일상인 것 같다.

그런데 한 여자가 뭔가를 확인하는 듯 손으로 감아 쥐고 아래 위로 흔들어버린다. 그러더니 다음 여자가 아예 콘돔을 씌워둔다. 그리고 나에게 일회용 팬티를 입게 했다.



"아무 걱정 마시고, 긴장이나 풀으세요."




어제 밤과 오늘 아침에 국희의 몸 안에 쏟아 붓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 자리에서 큰 낭패를 겪을 뻔 했다.

그런데 그녀들의 손이 한꺼번에 내 허벅지와 엉덩이로 몰려들자,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들을 중단시켜야 했다. 그녀들은 다시 수건을 걷어서 들여다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 한다. 나를 옆에 딸려있는 욕실로 가라고 했다. 아까 내가 샤워한 곳이다.




"지금은 도와드리지 않아도 되니까, 혼자 해결하고 오세요."



나는 욕실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시원스런 방출을 해버린다. 콘돔을 빼서 휴지통에 버리고, 물로 씻은 후에 내 자리로 와서 누웠다. 그런데 그녀들이 다시 덤벼들었고, 내 음부를 덮고있는 수건에는 금방 다시 텐트가 쳐진다.



"언니. 사장님 금방 또 섰어. 어떡해? 다시 씌울까?"
"신경 쓰지 마. 방금 쌌으니까 괜찮아."

"와아. 사장님. 젊음이 진짜 부럽네요."



그녀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자기들이 할 일을 끝까지 했다.



그녀들의 케어가 끝나자 나는 피곤한 몸으로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윤은경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해서 끝났다고 말했다. 그녀는 나타났다.




"누나, 어디 갔었어?"
"과장님 오셔서, 아래층에 있는 카페에 있었어. 자기 피곤해?"

"이건 피곤 정도가 아니야. 이 일도 황과장이 시켰어?"
"그렇기는 한데, 처음에 말을 꺼낸 건 나야."



그 때 윤은경과 내가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는지, 아까 그 여자 중에 한 명이 우리에게로 왔다. 윤은경이 그녀에게 물었다.



"몇번?"
"하아. . .. 한번요."




그녀는 윤은경에게 대답하고 다시 안으로 사라졌다. 윤은경은 내게 팔짱을 끼고 샵을 나선다.




"과장님이랑 경자씨 와있으니까, 같이 밥먹으러 가."
"걔네 둘이 늘 붙어 다녀?"

"뭐. .. 방학이라고 온 것 같은데? 과장님도 본사에 들어갔다가 방금 전에 왔고."






[3]
나는 윤은경의 차에서 기다리고, 황영철은 차경자와 함께 뒷좌석으로 탔다. 윤은경이 운전석에 앉아서 차를 출발시킨다. 차경자는 나를 보고 어색한 것도 없이 애교를 부린다.

차경자의 입에서 신예진과 나에 대한 말이 나올까봐 나는 지금 완전 바늘방석에 앉은 기분이다. 극도로 긴장한 상태이다. 나 없는 데에서라도 경자가 황영철에게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하나 하고 고민이 된다. 나는 신예진이 말한 것처럼 3개월까지 갈 필요 없이, 하루 빨리 저 둘이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 것은 나 혼자만 알고 있는 문제이다.

저녁을 먹을 때에도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 줄도 모르게 먹었다.




그런데 저녁을 한참 먹고 있는데, 내 전화기로 전화가 들어온다. 이하영이다.



"오빠 지금 어디야? 사무실 아니죠?"
"어. 지금 밖에서 밥먹는데. 왜?"

"그럼. .. 내가 지금 사무실로 출발할게요. 30분 조금 못걸려요."
"알았어. 빨리 먹고 갈게."


"윤하씨. 무슨 일이죠?"
"하영이가 뭘 하나봐. 나도 가봐야 알아."




[4]
나는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끝내고 일어섰다. 윤은경도 따라서 일어선다. 황영철과 경자는 아직 식사가 끝나지 않았다. 이하영을 핑계로 그 자리를 피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나는 그들을 두고 윤은경과 함께 식당을 나섰다.



"우리도 바로 갈게."
"아니야. 뭐하러 그래? 천천히 먹고 더 놀다 와."

"저게 오늘 웬일이지?"



우리가 사무실에 도착하자 이하영도 바로 뒤따라 들어온다. 그녀는 하늘색 끈나시이고, 양쪽 가슴에서 올라간 가느다란 끈은 그녀의 뒷목에서 매듭으로 묶여있다. 아래에는 검은 미니스커트가 진짜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녀는 우리에게 인사하고 컴퓨터로 나를 데리고 갔다. 이하영의 몸에서 나는 풋풋한 냄새에 취할 것 같다. 아마도 샤워한지 얼마 안되는 것 같다. 윤은경도 얼음을 띄운 콜라를 들고 우리에게 와서 같이 앉았다.

그녀는 마우스를 클릭하면서 내 시선을 모니터로 향하게 했다.



"아까 스마트폰으로 체크하다가 이메일을 봤는데. .. 어디였지?"
"누가 보낸건데?"

"음. .. 아. 여기다."



이하영은 우리 앞으로 온 이메일을 클릭했다. 나와 윤은경은 이하영이 열어주는 이메일을 읽었다.




받는 사람 : 웰빙식품 대표
보내는 사람 : 여우들 세상 닷컴 마케팅 김수연 팀장

내용 :
존경하는 웰빙식품 대표님.
귀사의 웹사이트 오픈과 론칭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여성 포털 사이트 여우들 세상 닷컴입니다. 저는 마케팅에서 근무하는 김수연 팀장입니다. 제가 웰빙식품의 웹사이트를 검토한 결과, 김치에 대하여 완전 참신하고, 진짜 자신만만한 홍보 자료에 ... ...



그녀의 결론은, 빠른 시일 내에 우리와 만나서 사업을 같이 추진하는 문제를 의논하고 싶다고 한다.




"오빠. 얘네들이 왜 이럴까?"
"그러게. 우리 이제 시작한 지 얼마나 된다고 .."

"아이잉. 오빠, 우리 게시판 아직 안봤구나?"
"요새 내가 좀 .."

"어쩜 그럴 수가 있어?. 당장 보세요."



나는 그제서야 우리 홈페이지를 열고 게시판을 들여다보았다. 여러 사람들이 와서 배송해준 김치를 잘 받아서 먹고 있으며, 생각보다 맛있다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지난 3일간 하루에 6명, 8명, 12명이 글을 올렸는데, 모두 다른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렇게 배송한 적이 없는데? 이거 누가 올린 거지?"
"이건 우리 엄마, 이건 내 동생, 이건 내 친구, ..."


"하아. .. 어떡해?
윤하씨. 우리 예쁜 하영이가 완전 사고를 치네."




나와 윤은경은 이하영의 깜찍한 짓에 감탄했다.

하영이는 자기 아는 사람들의 이름으로 감사하다는 글을 게시판에 올렸고, 그래서 밖에서 볼 때에는 우리가 매일 꾸준히 몇 명의 고객들에게 인터넷에서 판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진 것이다. 그것은 지난 불과 3일 동안에 일어난 일이다.


우리는 회원들의 신상 정보를 따로 저장해두지 않는다. 그러니까 고객은 회원가입을 하지 않는다. 영수증을 대신하여 고객의 주문서와 입금 내역만 다른 폴더에 따로 보관할 뿐이다.

따라서 고객은 아이디가 필요없다. 우리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싶으면, 자기 이름으로 글을 쓰기만 하면 된다. 이 이름도 성인 인증을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초등학생이 글을 써도 된다. 또 한 사람이 서로 다른 이름으로 게시판에 글을 여러 개 올려도 된다.


그러니까 이하영은 자기 혼자, 자기가 아는 사람들의 이름으로, 우리 게시판에 감사하다는 글을 올린 것이다.



"오빠. 나 어땠어? 잘한 거 맞지?"
"잘하기만 해? 완전 죽여줬구만."

"헤헤. 나 아직 저녁 안먹었어."
"그럼 빨리 끝내고 민생고부터 해결하자."



이하영은 "여우들 세상 닷컴"을 찾아간다. 여기에는 여성들이 필요로 하는 상품들이 모두 들어있다. 옷, 신발, 핸드백, 모자, 장신구, 화장품, 육아용품, 등등 ..

그런데 김치는 없다.


그 때 황영철이 들어오는데, 차경자는 집으로 갔다고 한다. 일단 안심이 되었다. 나와 이하영은 자리를 황영철에게 넘겨주고 소파로 나왔다. 윤은경이 황영철에게 메일과 그들의 홈페이지를 보여주면서 설명을 해준다.

이하영은 우리가 마시던 커피를 테이블로 갖다 놓는다.



"오빠. 김수연 팀장이라는 여자가 우리를 만나려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해?"
"글쎄. .. 같이 추진할 사업이 뭐가 있을까?"

"우리 웰빙 식품에게 배너광고를 달라는 것은 아니겠고. .."

"혹시 자기들 사이트에 우리 김치를 올리자고?"
"그건 오프라인 식으로 하면 입점하라는 말이네. 쟤네가 백화점이고. 입점비가 장난이 아닐텐데. 오프라인에서는 최고 30%까지 요구한다는데 .."

"우리는 대기업도 아니고, 이제 인터넷에 올라와서 판매를 시작한지가 겨우 3일 정도밖에 안됐는데, 우리를 어떻게 믿고?"

"오빠는 이번 방학 때 쇼핑몰 관리에 엄청 신경 써야 해. 몇 달 후에는 김장도 있잖아. 이 바닥에서는 항상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어야 당하더라도 덜 당한단 말이야."

"입점은 어떻게 하는지 아니?"

"쟤네들이 어딘가에 예를 들면 김치라는 메뉴를 만들거든. 유저가 거기를 클릭하면 우리 사이트에 있는 것처럼 뜨는 거지. 그럼 주문서 나오고, .. 그 다음부터는 우리가 하는 거랑 똑같아."

"그럼 걔네들이 주문받고, 우리가 배송하고, 입금 받으면 먼저 수수료를 떼고나서 나머지를 우리한테 넘겨주는구나?"

"그래. 그 수수료가 장난이 아니거든. 하루 접속자가 50만명이라고 생각해보세요. 그 중에 1% 만 김치를 본다면 5천명. 그들 중에 1%만 구매를 한다면 50명이야. 상상이 가요? 지금 당장 우리가 인터넷으로 하루에 10개 팔기가 쉬워?"

"흐으으음. .."

"거기 입점하려면 김치 종류도 여러 가지 더 필요해요. 지금은 너무 썰렁해. 가정용, 업소용 포기김치, 열무김치 이걸로는 너무 빈약해. 좀 더 구색을 갖춰야 해. 정 안되면 김치 말고 다른 반찬으로라도 말이야."

"그럼 그 입점을 사업이라고 하는건가 .."

"저 사람들이 오빠같은 완전 초짜를 찾는 이유가 뭐겠어? 이 바닥에서 닳고 닳은 사람들은 잘 뛰어들지 않아. 뻔히 보이니까."

"아가 네가 한 계산으로는 그럴 듯 한데?"

"숫자놀이 하냐? 지금 이 나라에 인터넷 쇼핑몰들이 수도 없이 많거든요. 그들 사이에 피튀기는 가격 경쟁도 당해내기 어렵단 말이야. 그런데 저 사람들 입점비, 그러니까 수수료를 맞추다보면, AS나 이런 데에서 펑크가 나기 시작하거든. 펑크는 일단 어디서든 한 번 터지기 시작하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거고. 그럼 쫄딱 망하는 거래."



이하영은 마치 자기가 나보다 어른이고, 경험자인 것처럼 이야기 한다. 황영철과 윤은경도 우리에게 와서 앉는다. 영철이가 나를 보고 말했다.



"윤하야. 우리도 저걸 해보자."
"월 하자고?"

"쇼핑몰에 김치만 걸지 말고 여러 가지를 .."
"영철오빠. 저 일은 우선 김치로 경험을 쌓은 다음에 나중에 해요."

"한 가지씩 천천히 늘이는 것은 가능하지 않나?"

"사업이라는 것을 확장할 때에는 자신의 노하우가 있어야 한대요. 귀가 얇은 사람들은 그대로 망하거든요. 우리는 김치 노우하우도 아직 없잖아요? 지금 우리한테는 치명적인 약점도 있잖아요?"

"그게 뭔데?"
"참나. 사업 하시는 분들이 아직 그것도 모르세요? 오프라인 매장이 한 개도 없거든요. 강남 땅에 김치 한가지 판다고 매장을 오픈 할 수가 있어요? 아마 인건비나 나오겠어요? 온라인에서 신용도에는 오프라인 매장이 있고, 없고, 그 차이가 엄청 크거든요."


"너 진짜 닭살 돋는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데?"

"우리과 학생들이 졸업을 해도 전망이 별로니까, 하던 공부를 때려치우고, 인터넷 쇼핑몰로 창업을 엄청 많이들 하거든요. 그런데 그러는 사람들이 몇 달 못가서 하나같이 다들 망해요. IT 가 곧 돈벌이는 아니라는 말이죠. 그래서 우리 동아리에서는 사업하는 것에 대해서 특강을 여러 번 계속하고 있어요. 주로 실패한 사람들이 실패한 이유, 성공한 사람들이 성공한 이유를 나름대로 정리해서 알아듣기 쉽게 말해줘요. 나도 지난 학기에 거기 나가서 주욱 들었어요."

"와아. 하영이 완전 살림꾼이네. 엄청 야무지게 공부하는구나. 그럼 거기 윤하도 데리고 갈래?"

"거기는 시간이 좀 어중간해요. 윤하오빠가 시간이 될지 모르겠네요. 어차피 이제 방학이니까 특강도 없어요."




나는 지금까지 하영이의 겉모습으로만 그냥 수수하다고 생각해왔었는데, 하영이야말로 지금의 나에게는 진흙 속에 숨겨진 진주였던 것이다. 오늘 이 자리에서 진흙이 벗겨지고 나니까, 이하영이 요정같다. 불 빛에 그녀의 두 눈이 반짝인다.


우리는 김팀장이라는 여자를 만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윤은경은 자기가 전화해서, 약속을 수요일 이후로 잡겠다고 했다. 내일은 내가 의정부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황영철은 이하영에게 그 자리에 꼭 따라나가라고 부탁을 했다.

내가 이하영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윤은경이 나를 부른다.



"자기는 내일 아침에 일찍 나와야 해. 방학이니까 시간 되지?"
"의정부 배달은 오후로 잡혀있을텐데?"

"출발하기 전에 케어 한 번 받아야지."





[5]
나는 이하영과 함께 사무실 밖으로 나오고, 황영철은 윤은경과 할 일이 있다면서 계속 사무실에 남아 있는다. 밖은 바람이 불어서인지 약간 시원한 느낌이 든다. 우리는 지하철 역 쪽으로 걷고 있었다. 그런데 이하영이 내게 팔짱을 끼며 묻는다.



"오빠, 오늘 예진이 안만나?"
"아까 못들었니? 내일 일찍 나오래잖아."

"만나는 것은 오늘이고, 일찍 나오는 것은 내일 아닌가?"
"참나. .. 왜 그래? 너도 같이 보게?"

"그게 아니고. 만일 예진이 안만나면 나랑 영화 보러 가자고."
"나랑 영화를 보자고?"

"뭘 그렇게 놀라? 우리가 영화도 같이 못볼 사이야? 아까 내 친구들이랑 영화 보려고 만났는데, 일 때문에 그냥 이리로 쨌거든. 그럼 누군가가 보상을 해야지. 그게 오빠면 더 좋고. 안그래?"

"그럼 예진이 불러서 같이 가면?"
"이건 SF라서 예진이는 무관심인데?"

"SF? 그건 나도 관심 없는데?"
"하아. .. 진짜아. .. 누가 둘이 짝지 아니랄까봐."

"저녁은 먹었니?"
"또 치맥 쏜다고? 제발 그건 이제 고만 먹자."

"그럼 스테이크?"
"기왕 쏠거면 신촌 스테이크 어때?"

"지금 밤 10시인데?"
"홍대앞은 아직 너무 이를텐데?"

"클럽 가게?"
"나 그런데 안가거든요. 거기서 부비부비할 시간이 어딨냐? 우리 오늘은 영화보는 대신, 그냥 스테이크만 먹자고."



나는 택시를 세웠다. 그녀는 신촌으로 가지 말고, 차라리 자기네 학교 앞으로 가자고 했다. 나는 처음 가보는 곳이다. 그런데 조금 가다가 갑자기 이하영이 마치 내가 자기 남친이라도 되는 것처럼 한다. 이하영은 내게 팔짱을 끼다가, 내 허리에 팔을 두르기도 한다.




"어머. 하영이 아니니?"
"하아. .. 계집애. 네가 말한 그 오빠니?"
"누구는 좋겠다. 이 야심한 밤에 남자 품에 안겨서 나타나고"
"저거 지금 우리 염장지르러 온 것 같지않니?"




그녀들이 한 마디씩 퍼붓고 지나가자 이하영은 내게서 떨어진다.



"쟤들 뭔데?"
"그냥 아는 애들. 신경쓰지 마."





그녀는 나를 데리고 경양식집으로 들어간다. 이하영은 스테이크와 와인을 주문한다. 그런데 그 스테이크가 스페셜 스테이크이다. 짜장면으로 말하면 곱배기정도 된다.




"오빠가 아니면 내가 언제 이런 걸 먹어보겠어? 하하."
"너도 용돈이 빠듯해?"

"돈이야 있어. 영철이 오빠도 자주 찔러주거든. 그런데 이런 데를 나 혼자 오냐? 아니면 여자끼리 오는 것도 너무 불쌍하고 삭막하잖아? 하하."

"그러면 앞으로 네가 여기 오자고 하면, 언제든지 올게."
"그러다 예진이한테 걸리면 난 죽음이거든. 그년 승질 절대 건드리면 안돼."

"예진이 걔 성질이 그 정도야?"

"한번 독기 뿜었다 하면 물불을 안가려. 경자가 오빠한테 엄청 눈독을 들이다가, 예진이 승질 무서워서 꿈도 못꾸고, 결국은 영철오빠한테 눈을 돌렸잖아."




그때 와인과 스테이크가 나왔다.




"와아앙. 진짜 맛있겠다. 나 오늘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못먹었어."

"저런. 왜 굶고 그래? 너 혹시 요새 살 빼니?"
"그건 그거고. .. 날이 너무 더우니까 먹을 생각도 안나."

"저런. .. 사무실에 나와 있으면 누구랑 같이 먹어도 먹는데."
"밥이나 때운다고 사무실에 나와? 나 그렇게 한가하지는 않거든요?"

"미안. 내 말은 그게 아니고 .."



나는 아까 저녁을 먹었지만, 내 몫은 다 먹었다. 그런데 내 눈길은 자꾸 그녀의 드러난 맨살로 간다. 얼굴, 팔, 어깨, 목, 볼록 솟은 가슴. .. 야무진 입으로 고기와 와인이 들어간다.



"오빠."
"어?"

"고만 쳐다봐. 이 끈 끊어져."
"미안. 하영이 너 오늘 진짜 너무 예뻐."

"왜 갑자기 오글거리게 해? 평소에는 잘 쳐다도 안보더만 .."
"일하느라고 .."

"피이 .. 뻥치시네. 사무실에 올 때는 이런 옷 안입는데, 아까는 영화보라 나온다고 나오는 바람에 .."

"너는 연애 안해? 남친 없어?"
"나는 경자나 예진이랑은 달라. 내가 연애질이나 할 정도로 얼굴이 되냐? 몸매가 되냐?"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해? 네가 어때서? 하영이 정도면 .."

"시끄러워. 연애나 사랑도 나쁘지는 않은데, 그것보다 땡기는 일들이 이 세상에는 훨씬 더 많더라고."

"그건 진짜 맞는 말이야.



이하영의 말에 나도 공감한다. 그런데 이 말을 하는 이하영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럼 아예 안하니?"
"아예 안하는 것은 아니고, .."

"누구랑 하는데?"
"불특정 다수 중에서 임의로 선택을 .."

"뭐야? 원나잇?"
"그렇게 볼 수도 있기는 한데, 어디까지나 사이버에서. 오프에서는 네버야."

"채팅?"
"아이. 남의 사생활을 왜 이렇게 꼬치꼬치 묻고 그래? 알아서 뭐 할건데?"

"궁금하니까."
"윤하오빠니까 말해줄게. 그 대신 비밀은 꼭 지켜라. 알았지?"

"알았어."
"궁금해 하니까 엄청 귀엽다. 하하."

"사실은 나도 하드웨어나 네트워크 프로그래밍 같은 것들을 하다 보면 많이 막혀. 그럴 때는 진짜 답이 없거든요. 이럴 때 가는 동호회 같은 게 있단 말이야. 우리 같은 사람들 모임이지. 거기 사람들은 오프에서 만나기도 하고, 정모나 번개도 하고 그러는데, 나는 그런 데에는 관심 없고. 거기다 내 문제를 올려놓으면, 경험 있는 사람들이 해결책을 알려주는데, 진짜 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하는 것들이야. 전부 그 사람들 실전에서 오는 얘기들이니까."

"그럼 채팅이네?"
"그렇지. 헤드셋 하고, 영상 틀고. .."

“그러다 보면 하나 걸리는구나?”
"그렇지. 누군지도 모르는 인간이 하나 걸리기도 해.”

“서로 벗고, 보여주기도 해?"
"신음 소리도 내주고, 그 사람 대신 내가 만지고 .. 이거 없어 보이고, 불쌍하지 않아?"

"따로 만나는 일은 안해?"
"나는 미리 그러지 않기로 못을 단단히 박아야 가능해."

"그럼 진짜로는 아직 안해봤어?"
"나는 쫌 막혀있어. 보수적이라고 해야 하나?"

"보수라는 말은 배타적이라는 말인데 .."
"그러는 오빠는 진짜 개방적이지? 예진이 말고도 만나는 여자가 몇이야?"

"그런 얘기는 하지 말자."

"나도 실제로도 해보고 싶기는 해도, 도대체 어떤 흑심을 품고 있는지, 남자는 믿을 수가 없잖아?"

"뭐가 문제가 되는데? 돈을 요구하거나 그럴까봐?"

"우리가 다루는 문제들은 사이버나 정보처리 쪽에서 나오는 문제들이지, 돈이나 연애, 증권 이런 것처럼 현실에서는 없는 일이거든. 여기서 일하는 남자들은 완전 별종들도 많고, 벼라별 일이 다 일어나. 한마디로 우리 분야에서 전문가들은 이 사회에 적응을 제대로 못하더라고. 쏘시오 싸이코 패스들이 생각보다 엄청 많단 말이야. 알아?"

"그럼.. 하영이 네가 볼 때, 나는 어때?"
"하아. .. 그걸 왜 나한테서 알려고 그래?"

"너네들은 나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서."
"그거 알고 나면, 오빠 기분도 상하고, 엄청 실망할텐데?"

"절대 안그럴게. 제발 부탁이야."
"하여간에. .. 저렇게 진지하게 부탁할 때는 진짜 엄청 귀엽다니까. 하하."

"그러니까 빨랑 .."
"글쎄? .. 음. .. 오빠는 으음. .. 약간 한심쪽?"

"내가 한심하다고? 왜?"

"지금 내 눈에 김치 장사가 당장은 답이 없어보여. 그런데도 윤하오빠는 은경언니랑 영철오빠한테 질질 끌려가는 것 같거든. 내가 모르는 다른 것이 또 있다면 문제는 달라지겠지만 .."

"글쎄 ..."
"거봐. 기분 나쁘지?"

"아니야. 네 말이 정확해. .. 적어도 아직은 그래."
"그니까 왜 알려고 그래? 말한 나만 나쁜 년 되게."

"은경이가 왜 나빠? 솔직하게 말해줘서 진짜 고맙지. 그런 생각 절대로 하지 마. 이제 앞으로는 항상 네가 한 말을 기억하면서 일할게."

"어쨌든, 내 말이 맞든, 틀리든, 신경 쓸 필요 없어. 무조건 오빠는 이번 여름에 확실하게 판을 엎어야 해. 안그러면 진짜 끝없는 미궁 속으로 말려 들어가는 거야. 옛날에는 회사를 오픈하고 보통 3년을 버티면 살아 남는다고 했다는데, 요새는 그게 고작 3개월이래. 경쟁자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라고 그러더라. 오빠도 건축을 하니까 알겠지만, 우리가 사회적인 통계 수치를 무시하려면 특수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가 뭐 그리 특수하냐? 우리는 지금 그냥 애매모호하게 널려있는 프로그레씨브인 것 같아."

"알았어. 네 말 명심할게. 진짜 고마워."

"처음에 영철오빠가 나보고 이 일을 맡아서 하라고 했을 때, 나는 방학 끝날 때까지만 한다고 했거든요. 그게 바로 그 말이야. 나는 정해진 기한 내에 답이 안보이면 바로 튀거든."

"그래. 그건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하아.. 이 남자. .. 어떡해?"

"왜?"
"오빠 진짜 아까부터 계속 너무 귀엽잖아. 내가 감당을 못하겠어."

"왜?"
"오빠는 지금처럼 진지해지면 귀엽다고. 적어도 내 눈에는 그래. 오빠 혹시 그렇게 작업 걸어서 따고 그러는 것 아니야?"

“그게. .. 그런가?”



그날 밤에 나는 이하영과 같이 모텔방에서 잤다. 그 식당 뒤로 모텔이 하나 있었는데,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독같이 모텔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방에 들어간 것은 밤 11시쯤?
일을 끝내고 잔 것은 새벽 3시.

끝나고 나서 이하영은 내게 말했다.



"오빠. 이 일 예진이한테는 비밀이다."
"내가 부탁하고 싶은 말이야."

"진짜로 하니까, 진짜 좋기는 엄청 좋네. 죽어 넘어가는 줄 알았어. 오빠는 어땠어?"
"하영이가 보기랑은 완전 딴판이네. 내가 선수한테 걸려든 것 같아."

"나는 언젠가 오빠랑 이렇게 될 줄 알았거든. 그런데 빨라도 너무 빨랐어."
"뭘 보고 알았는데?"

"말했잖아. 오빠 엄청 귀엽다고. 남자가 귀여우면 나는 바로 성감대를 공격받는 기분이야. 이제 정말 시간 없으니까 빨랑 잠이나 자. 아침에 일찍 가야 한다며?"



하영이가 욕실로 가고나서, 나는 그녀가 누웠던 자리에서 서너개의 피자욱을 보았다. 그런데 저것이 생리 때문인지, 아니면 첫경험이라서 인지는 모르겠다. 그녀는 아프다는 말을 별로 하지 않았고, 내가 쑤시고 들어갈 때에도 별로 걸리는 것이 없었다. 물론 내가 있는 힘을 다해서, 단번에 무섭게 내려꽂기도 했지만. 이하영도 그것을 보기는 했는데, 거기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었다.




[6]
내가 아침에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윤은경이 화가 날 정도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샵에서는 어제 그 여자들이 어제처럼 내 몸을 요리하면서 또 나를 위험하게는 했다. 그런데 끝까지 싸지는 않았다. 그녀들이 수근거린다.




"이상하다. 왜 안싸지?"

"네가 가슴을 조금 더 보여볼래?"
"언니도 스커트를 좀 더 올려. 꼭 철벽녀 같잖아."




케어가 끝나고 나서 윤은경이 그녀들에게 또 물었다.



"오늘은요?"

"전혀요. 쌀 것처럼 서기는 했는데, 손으로 잡고 흔들기가지 했어요. 그래도 끝까지 안싸던데요? 콘돔도 안씌웠거든요."

"뭐야아. 자기 그럼 어제 하영이랑 잔거야?"




이렇게 나는 간단하게 윤은경에게 덜미를 잡힌다. 하영이 말대로 완전 답이 없다.


아무튼 나는 의정부로 갈 준비를 서둘러야 했다. 물론 윤은경은 시시콜콜한 문제로 테클을 자주 걸었지만, 그래도 나와 김치를 그 식당까지 싣고 가서 내려주고 혼자 돌아갔다. 그녀는 가면서 나에게 손도 흔들지 않았다.





=*=*=*=*=*=*=*=*=*=*=*=*=*=*=*=*=



** 아미스5011님. 알바나 바라이 남긴 흔적은 다시 구상하는 중이거든요. 워낙 많이 오래 써서 머리 짜기가 쉽지 않아요. 저에게 휴식이 필요해서 이 글을 쓰는 중입니다. 오래 안가고 곧 끝나니까 잠시만요 ..


** 이번 글에서는
(1) 국희와 작별하기
(2) 윤은경의 고집으로 샵에서 케어받기
(3) 다른 여성 포털사이트로부터 메일 받은 것 - 이 때 이하영의 진가가 드러나죠.
(4) 영화를 날린 보상으로 윤하가 이하영에게 저녁 사기 - 여기서 두 사람은 정신줄을 놓죠.
(5) 자러가기
(6) 다음날 또 샵에 가기 - 윤은경에게 들통나기.

소라스럽지는 않더라도, 재미있게 쓰려고,
설정에 약간의 과장이나 억지도 썼으니까 이해해주세요. .. ㅋㅋ.. - Ja"d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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