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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 단편11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3 01:17 869회 0건


나오는 사람들 :

최윤하 (23) : 대한대 건축학과 4학년
황영철 (23) : 윤하의 고교 동창. 황해리의 친오빠.
윤은경(25) : 황영철의 여직원
박혜주(34) : 의정부 한정식집 앞마당 사장
이하영(22) : 덕수대학 컴퓨터공학과 2학년


=*=*=*=*=*=*=*=*=*=*=*=*=*=*=*=*=



11. 박혜주 사장과 그녀들의 계모임




[1]
내가 의정부에 있는 식당 "앞마당"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쯤이다. 약속시간보다는 한시간이 늦었다. 윤은경이 다구치는 바람에 출발은 제 시간에 했는데, 도로 사정 때문에 늦었다.

그러니까 이 시간은 이 식당이 점심 시간의 난리통을 넘기고, 저녁 식사를 준비하면서 숨고르기를 하는 때이다.

나는 그 식당의 탕비실 문 옆에 세워둔 캐리어를 끌고 와서 김치 박스 세 개를 실었다. 캐리어를 밀고 건물 뒤에 있는 문으로 해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에서 일하는 아줌마에게 인사를 하고 김치를 넘겨주었다.

그러느라고 주방 안이 약간 소란스럽자, 홀에 있던 박혜주 사장이 주방으로 들어온다.



"윤하사장 왔어?"
"시간 맞춰 온다고 왔는데, 늦어서 죄송해요."

"괜찮아. 수고했어. 홀로 가자."



나는 주방 밖으로 나가서, 건물을 비잉 돌아서 입구로 들어섰다. 그런데 홀에서 어떤 남자가 혼자 밖으로 나간다. 완전 험악한 인상으로 꼭 조폭 같다. 하긴 조폭도 먹어야 살지.


박사장은 나를 자리에 앉게 하고 내게 물었다.



"도로 공사한다고, 오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지?"
"말도 마세요. 한 시간이나 더 걸렸어요."

"시원한 냉커피 한 잔 줄까?"
"고맙습니다."

"남자가 저렇게 시원시원해야지 말이야."
"예?"

"아니야. 아줌마. 여기 총각 사장한테 냉커피 대짜로 갖다 드리세요."



오늘따라 박혜주 사장은 엄청 예쁘다. 피부도 빛이 나면서 눈이 부실 정도이다. 화장을 짙게 하지는 않았어도, 그녀의 이목구비가 선명하고 깨끗한 인상이다. 입은 옷도 평소와는 달리 앞이 제법 파여있고, 드러나서는 안될 곳을 제외하고는 제법 많이 드러냈다. 하얀 반바지가 허벅지의 절반 정도까지 내려오게 입고 있다. 엉덩이에 딱 달라붙어서, 팬티 라인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난다. 아줌마가 가져오는 냉커피를 박사장이 들고 나에게 온다. 나는 그녀에게 웃으면서 한 마디 던졌다.



"사장님. 오늘 좋은 일 있으세요?"
"이거 마시면서 천천히 얘기하자. 점심은 먹었지?"

"예. 먹고 출발했어요."



그녀는 나에게 냉커피를 마시고 있으라고 하고 안쪽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런데 그녀가 오늘 왜 나를 혼자 오라고 했느냐는 것이 나에게는 궁금하다. 내가 혼자 와서 앉아 있는데도 아직 특별한 일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한참 후에 그녀는 반바지 대신 무릎 위에서 찰랑거리는 짧은 스커트를 입고, 민소매를 입은 채로 내 앞으로 와서 사뿐히 앉는다. 그 사이에 화장을 손보았는지 향긋한 냄새도 난다.




"내가 자기를 동생이라고 생각해도 되지?"
"그러시면 저는 더 감사하죠."

"그럼 자기는 나를 누나라고 부를래?"
"예. 누님."

"하여간에 시원시원하다니까. 하하."
"그런데 무슨 일로 .."

"아. 별 일은 아니야. 나 오늘 계모임에 가는데, 다들 식당하는 사람들이야. 자기를 데리고 가서 내 동생이라고 소개도 하고, 자기네 김치도 알리고 그럴 생각인데. 생각 있어? 자기, 같이 갈래?"

"생각이 있다뇨? 그런 데에 못가서 미칠 지경이거든요. 누나가 나를 데려가주시기까지 하는데, 만사 제끼고 가야죠. 오늘 제가 누나를 확실하게 모실게요."

"하아. .. 그래 줄래? 그럼 잠시만 기다려."




그녀는 주방으로 들어간다. 아마도 주방에 자기 없는 동안에 어떻게 하라고 말해놓는 것 같다. 얼마 후에 그녀가 나오더니 밖으로 나간다. 날이 너무 덥다면서 시동을 걸고 에어컨을 켜놓고 왔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온다. 우리는 그녀의 아이보리색 그랜저에 탔다. 그런데 그녀는 운전은 자기가 한다면서 자기가 운전석으로 앉는다.



"제가 누나를 모신다고 했잖아요?"
"자기는 의정부 잘 모르잖아."

"옆에서 말해주시면 되죠."
"그러느니 내가 하고 말지. 힘들게 여기까지 왔으니까 옆에 앉아서 구경이나 해."



차 안에는 방향제 때문인지 향긋하다. 그녀의 몸에서 나는 냄새라면 이런 방향제는 없어도 될 것 같다. 어쨌든 기분 좋은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나는 또 한마디 했다.



"아아. .. 이 냄새 너무 좋아요."
"그냥 싸구려 방향제인데 뭘."

"그럼 이건 분명 누나한테서 나는 냄새 같은데요?"
"그래? 하하. 싸구려 향수야. 그렇게 좋아?"

"그럼요. 향수는 값이 문제가 아니라 누가 뿌렸나가 문제 아니겠어요? 누나가 뿌리니까 향수가 제 값을 톡톡하게 하는 것 같은데.."
"하아. .. 자기는 무슨 말을 이렇게 잘해?"

"진짠데요."
"알았어. 이제 그만 해."



그녀는 차를 출발하기 전에 내 얼굴을 한동안 들여다 본다. 마치 무엇이 묻어있기라도 한 것처럼.

우리는 주차장을 빠져 나와서 일단 시내로 들어간다. 내가 모르는 곳이다. 도시가 복잡한 편은 아니지만, 교통은 제법 혼잡하다. 차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녀는 대형 마트에 들러서 뭔가를 사는 것 같다. 나는 그 동안 밖에서 기다렸다.

그녀는 차로 돌아와서, 이번에는 방향을 서울쪽으로 잡고 달린다.



"멀리 가요?"

"뭐. .. 금방이야. 그런데 자기 말씨가 좀 그러네."
"왜요? 어색해요?"

"자기가 친누나한테 말하는 것처럼 하면 안돼? 안그러면 나보고 연하남이랑 눈이 맞았다고 말이 많을 것 같아서."

"그래? 알았어. 누나. 이러면 됐지?"
"자기 진짜 화통하다니까. 하하."

"고마워 누나. 하하."
"그래. 윤하야. 하하."





[2]
그녀는 의정부시를 벗어나서 도봉산 쪽으로 내려갔다. 금방은 아니었다. 여자의 시간 감각은 남자랑 다른 것일까? 그녀들이 말하는 금방은 때로는 하루 종일이 되기도 하는 법이니까. 박사장은 나에게 물었다.



"자기 오리 좋아해?"
"오리? 없어서 못먹지."

"오늘 오리집에서 모이거든."



박사장은 그 말을 하더니, 주차장 입구에 차를 세운다. 그러더니 바로 안으로 들어가서 주차를 했다. 여기가 그녀가 말한 오리집인 것 같다.



"여기야. 들어가자."



나는 전단지와 명함이 들어있는 내 가방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우리는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박사장의 말로는 오늘 아줌마 20명 정도가 모인다는데, 몇 명이 벌써 나와있다. 우리는 그녀들에게로 갔다. 박사장이 그녀들에게 인사를 한다. 그녀들의 눈길이 박사장의 옆에 다소곳이 서있는 나에게로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어머머. 이 분 누구셔?"
"연하남 건지셨니?"
“와아. 완전 꽃미남이잖아?”

"아이. 언니도 참. 벌써 몇 년째 아는 동생이야. 윤하야. 인사해."
"처음 뵙습니다. 최윤하입니다."

"어쩜 저렇게 잘생겼어?"
"이 남자 진짜 완전 샤방샤방이네."
"몇 년 동안을 알고 지냈는데, 나는 왜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혜주 저거 가만히 보면 은근 내숭덩어리라니까."
"전생에 나라와 민족을 구했나?"

"언니도 참. .. 하하."



아줌마들이 모이고, 음식이 나왔다. 박사장 말고는 전부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이다. 그녀들의 수다가 시작된다. 그런데 나에게 힐끔거리는 눈빛들이 쉬지않고 쏟아진다. 나는 이를 악물고 이 부담스러운 자리를 견뎌내야 했다. 신예진의 집에서 3인방과 같이 있었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 자리는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자리라고 한다. 수다의 내용은 거의 그 동안 살아온 얘기들이다. 남편, 자녀들, 시집 식구들, 친정 식구들, ..

나는 가정이 없어서 모르지만, 이런 얘기들이야말로 때묻지 않고 순박한 그녀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아닐까? 물론 아줌마들이 모인 자리니까, 어느 정도야 과장이나 축소도 있겠고, 허세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어느 누구도 갑질하러 드는 사람이 없다. 들어보면 별 일도 아닌데, 그래도 다들 서로를 칭찬하고, 서로에게 부러워하고 또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이래야 한다고 충고도 아끼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충고가 제대로 들어맞기나 하겠는가? 나는 묵묵히 듣고만 있었고, 박혜주는 가끔씩 내 눈치를 본다. 또 내 귀에 소근거리기도 한다.



"지겨워도 조금만 참아."



그런데 그녀들이 직접 장사하는 얘기는 금방 끝난다. 다들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웬만큼 시간이 지나자, 박사장이 나를 일으켜 세워서 인사를 시키고 소개를 했다.


"최윤하라고, 나랑 몇년 알고 지내는 동생인데. 대학생이거든요. 아직 뭘 알겠어요? 그런데 이번에 얘가 김치장사를 한다고 덤벼드는데, 내가 불안해서 그냥 두고 볼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오늘은 큰 마음을 먹고 얘를 이 자리에 데리고 왔어요. 얘네 김치를 우리 식당에서도 쓰는데, 깨끗하고, 맛도 정갈하고 좋더라구요."



그 때 나는 가방에서 전단지를 꺼내서 그녀들에게 일일이 나누어주었다. 모두 박혜주가 하는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전단지를 살펴본다. 한동안 제법 조용하다. 그러다가 어떤 아줌마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보고 김치를 여기서 사다 써라 이거야?"

"내가 벌써 세 달째 쓰고 있거든요. 그 동안 두고 보니까 권할 만 하겠어서 말하는 거예요. 더군다나 얘네는 지금 인테넷으로도 팔아요. 폰으로도 돼요. 주문만 하면, 제 날짜에 맞춰서 전국 어디나 배송한대요. 이번 기회에 언니들이 얘한테 힘 좀 보태주죠?"



이제부터는 그녀들이 나를 심문하기 시작한다.



"대학생이라며? 어느 대학에 다니는고?"
"예. 대한대 건축학과 4학년 최윤하입니다."

"대한대? 거기 다니면서 뭐가 아쉬워서 냄새 나는 김치 장사를 하는고?"
"저도 등록금도 내야하고, 먹고 살아야죠. 여동생도 있고 .."

"그러니까 집안 살림을 한다고? 부모님은 안계셔?"
"지금은 은퇴하시고, 시골에서 조그맣게 농사 짓고 계십니다."



이런 얘기들이 그녀들과 나 사이에 오고갔다. 김치를 팔러 왔으니까 김치에 대한 얘기를 하면 되지, 왜 집안 얘기를 시키는 것일까? 어느 누구도 값이 얼마냐고 묻지 않는다. 물론 김치 값은 전단지에 나와있기는 하다. 다음부터는 전단지에 김치 얘기는 빼고, 가정에 대해서 써버릴가?

그런데 그녀들이 하는 질문에 내가 거짓말로 대답해야 하는 현실은 가슴이 아프다. 나는 이 순간에 황영철의 입장에서, 그의 가정으로 대답을 한 것이다. 황영철의 가정사는 이 자리에서 그녀들과 충분한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아무리 김치가 맛있고 품질이 좋아도, 파는 사람에게 믿음이 가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아줌마들에게는 좀처럼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는 윤은경 사부님의 가르침. 오늘도 나는 그녀의 말을 착실히 따른다.

그녀들은 자기들끼리 웅성거리면서 나를 곳곳에서 불렀다. 이제부터는 김치에 대한 질문들이다. 그런데 그녀들은 질문은 했지만, 내가 대답하는 말은 별로 관심이 없는 듯 하다. 그럴걸 왜 질문을 하는지. 설마 나를 자기 옆으로 가까이 불러놓으려는 수작은 아니겠지?

그런데 갑자기 어떤 아줌마가 식탁을 탁탁 치더니 큰 소리로 내게 물었다.



"그러니까 맛이 있다 이 말이지?"
"예. 맛에는 자신이 있습니다."

"화학 조미료 안썼고?"
"전혀 안씁니다."

"진짜 국산 배추 맞고?"
"양념까지 완전 국내산입니다."

"아예 유기농 배추로 하지 그랬어?"

"그러면 아직은 배추가 많지 않아서 값이 엄청 비싸집니다.
이 문제도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그래. 식당에서 유기농까지 할 필요 있나?"
"너무 맛있으면 손님들이 김치를 더 달라고 엄청 그럴텐데? 혜주 너네는 어때?"

"언니도 참. 별걸 다 걱정하네. 김치 맛있다고 더 달라고 하면 더 주면 되지. 김치 맛있는 식당 치고 장사 안되는 식당 봤어요? 하하."

"그건 그렇더라."

"처음에 주문하는 한 박스는 시식용으로 무료니까 갖다 달라고 해서 써봐요. 나 박혜주가 보증한다니까요. 마음에 안들면 안써도 욕 얻어 먹을 일은 없어요. 윤하 얘가 얼마나 순한 애인지."

"욕은 좀 먹어야 오래 산다는데. 하하."



박혜주 사장과 나는 그 자리에서 22명 모두의 주문을 받아냈다. 처음에 그녀들은 다들 서로의 눈치만 보고만 있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왕언니처럼 보이는 여자 네 명이 나에게 주문서를 달라고 해서 자기 이름, 식당 이름 과 휴대폰 번호를 적어서 나에게 돌려주자, 그 다음에는 나머지 아줌마들도 완전 자동이었다.

주문을 미리 끝낸 왕언니 한명이 박혜주 사장에게 으름장을 질러놓는다.



"이거 삐딱하면 혜주 너 책임 져. 알았지?"
"언니. 삐딱할 일 없거든요. 김치에 무슨 삐딱할 일이 있다고."

"그러니까 그러다가 앞으로 한 번 무슨 일이 터지기라도 하면 말이야."
"알았어요. 제가 다 책임 질게요."

"그런데 너 쫌 수상하다? 너네들 진짜 누나 동생 맞아?"

"그럼요. 안그러니 윤하야?"
"누나. 맞아."

"어째 짜고 치는 것 같은데 .."
"냄새가 솔솔 나는 이건 뭐지?"

"아이. 참. 거짓말 할게 따로 있지."
"내가 너라면 거짓말을 하겠구만. 안그러니 정희야? 하하."

"둘이 무슨 짓을 하든지. 아무렴 어때?"
"그래. 김치 맛있고, 시간 맞춰서 제 때 보내주면 되지. 안그래?"




시간이 얼마 지나자 식당 마감을 해야 한다면서 그녀들은 급하게 헤어졌다. 나도 긴장이 풀리면서 완전 퍼져있었다. 박혜주가 내 어깨를 다독거린다.



"우리 자기, 오늘 완전 힘들었지?"
"누나. 아무리 힘들어도 이런 일은 매일 터졌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남자가 그래야지. 이럴 때는 귀여워 죽겠다니까."




나는 그녀를 우러러보며 말했다.




"누나! 누나 지금 나한테 완전 여신인 것 알아?"
"하하. 윤하 너는 완전 귀염둥이인 것 알아?"



내가 그녀를 여신이라고 한 그 말은 내 진심이었다. 그녀는 내 마음을 알았다는 듯이 내 손을 잡고 꼬옥 쥔다.





[3]
우리도 식당을 나섰다. 그녀의 차에까지 가는 동안에 그녀는 내 팔짱을 끼고 천천히 걷는다. 큼직한 그녀의 가슴에 내 팔이 닿아도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냥 걷기만 한다. 그런데 나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 결코 아니었다.

우리가 차에 탔는데, 그녀가 시동을 걸면서 내게 물었다.



"자기 오늘 나랑 한 잔 할래?"
"당연히 해야죠. 제가 누님 모신다고 했거든요. 어디로 가실래요? 누나 식당요?"

"아이 참,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해. 자기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그냥 보내기 딱해서 한 소리야."
"누나. 어쩜 이렇게 마음 씀씀이가 진짜 친누나 같다니까."

"어머머. 얘 말하는 것 좀 봐. 나 완전 뻑가거든요."
"마음 푹 놓으시고 완전 뻑오세요. 오늘은 무슨 일이든 전부 다 받을게요."



그녀는 이 말에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4]
그녀는 의정부 방향으로가 아니라 수유리 쪽으로 더 내려왔다. 자기가 아는 고기집이 있다면서 거기 가서 소주나 한 잔 마시자고 했다.




"아까 보니까, 자기 오리 못먹던데?"
"긴장돼서 음식이 넘어가지를 않았어."

"하긴 그랬을 거야. 그러니 지금 얼마나 배고프겠어? 조금만 기다려. 조기 모퉁이만 돌면 금방이야."




그녀는 또 금방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로 금방이었다. 그녀는 차를 공터에 주차하고, 그녀가 잘 안다는 고기집으로 또 내 팔짱을 끼고 갔다.

지금 나는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배도 고파서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그런데도 내 팔이 그녀의 가슴으로 가서 지긋이 누르면서 그녀의 탄력을 느끼자, 내 아래 쪽에서는 벌떡 일어서려고 한다. 지난 밤에 이하영의 몸 안에 두 번이나 쏟아 부었는데 아직도 남아있는 모양이다. 혹시 오전에 샵에서 그녀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고기집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더덕 삼겹살과 소주를 주문하는 것을 보고 나는 화장실로 갔다. 나중에 내가 돌아왔을 때, 종업원은 삼겹살을 굽고 있고, 그녀는 익어가는 고기를 물끄러미 보고 있다. 삼겹살과 더덕이 새빨간 양념에 발라진 채로 구워지는 것을 보니까 군침이 저절로 돈다.

익었다면서 옆으로 빼놓는 고기를 박사장은 접시에 담아서 내 앞으로 내려주고, 또 잔에 소주도 따라준다. 나도 그녀의 잔에 술을 따랐다.

우리는 고기를 먹으면서 술잔을 들었다.



"누나. 건배."
"우리 윤하도 화이팅. 건배."



우리는 소주잔을 원샷으로 비우고, 나는 다시 잔을 채웠다.



"누나."
"어?"

"여기서 술을 마시면 차를 어떻게 가져가요?"
"그걸 왜 윤하 네가 신경써? 너는 여기서 강남까지 갈 걱정이나 해."

"누나가 의정부에 무사히 가는 것을 봐야 내가 강남에를 가든가 말든가 하죠."
"알았으니까 우선 배부터 채워. 자. 아아 해."



그녀는 깻잎에 고기를 싸서 내 입 앞으로 가져왔고,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그 쌈을 받아 먹었다. 고기를 굽던 여직원은 아마도 여대생인데, 알바를 하는 것 같다. 그녀가 우리를 쳐다본다. 나와 눈길이 마주치자 그녀는 다 구웠다며 인사를 한다.



"맛있게 드십시오."



그 여자 종업원은 가고, 우리 둘이 서로에게 쌈을 싸서 먹으면서 가끔씩 서로에게 먹여주었다. 고기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그녀가 내게 물었다.



"자기. 부족하지? 더 먹을래?"
"나는 됐는데. 누나 더 먹을래?"

"아니야. 나는 아까 오리 먹은 것이 있어서 배불러. 술은 더 안해도 돼?"
"됐어. 충분해."

"이 집 음식 참 맛있지?"
"이 더덕 완전 짱이네."

"자기가 좋아할 줄 알았어."



우리는 식당 일과 김치 얘기를 하면서 천천히 잔을 기울였다. 시간은 9시가 넘어서 홀 안에는 술 마시는 사람들 밖에 없다. 그런데 나중에 그녀가 나를 부른다.



"윤하야."
"어?"

"뭐 하나 물어볼 것이 .."
"뭔데 그래?"

"아이 참 .."
"그러지 말고 말해봐. 뭔데?"

"귀 좀 이리 .."



그녀의 얼굴이 불타는 듯이 빨갛다. 그녀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눈을 내리깔고 있다. 나는 일어서서 그녀의 옆자리로 옮겨 앉았다. 내 귀를 그녀의 입 가까이로 들이밀었다.



"저. .."
"속탄다. 뭘 갖고 이러는데?"

"야아아. 조용히 좀 해."
"알았어. 말해."

"나..이..트."
"나랑 나이트 가자고?"

"그게 아니고 .."
"답답하네. 속탄다. 속타."

"성..인 나이트"
"뭐?"

"성인나이트가 뭐하는 데야?"
"갑자기 그게 왜 궁금해?"

"그냥. .."
"나이 먹은 아저씨 아줌마들 가서 춤추는 나이트지."

"성인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이상한 데 아냐? 옷도 벗어야 해?"
"그게 아니라, 그냥 나이트야. 누나나 누나보다 약간 더 나이 드신 분들이 가."

"윤하 너는?"
"나는 오라고 해도 안가지. 내가 아줌마들이랑 부킹할 일 있어? 왜 그러는데?"


"저 아래 쪽에 성인나이트가 있는데, 나는 발가벗고 춤추는 줄 알고 .. 히히."
"누나도 참. 그럼 나랑 오늘 거기 한 번 갈까?"

""너무 궁금했거든. 그런데 너는 그런 데 안간다며?"
"그 말이 아니고. 누나랑 가면, 우리 둘이 춤추니까, 나야 아줌마들이랑 부킹할 일은 없으니까 .."

"부킹 꼭 해야 해?"
"그럼 부루스 타임에 나 혼자 춰? 아니면 내가 남자랑 출까?"

"그 부루스 꼭 춰야 해?"
"아니지. 자리에 앉아서 맥주나 마셔도 돼. 그럴거면 뭐하러 비싼 돈 내고 거기 가? 동네 호프,집이 훨 싼데. 누나 나이트 한번도 안가봤어?"

"아직."
"이러언. 당장 가자."

"아니야. 얘는 왜 이렇게 급해?"
"무엇을 하든 시원하게 해야지."

"하여간에 이 남자 너무 화통하다니까."




나는 우선 거기서 먹은 것을 내가 계산했다. 그리고 밖에 나오면서 박혜주가 투덜거리는 소리를 계속 들었다.



"왜 자기가 내는데?"
"오늘은 우리 여신님을 내가 모신다고 했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기 너무 배고플까봐 내가 자기한테 사려고 했는데. .."
"누나. 여기보다 나이트가 훨씬 비싸. 나이트는 누나가 해결해. 그럼 됐지?"

"오케이. 택시 타자."
"택시? 그럼 누나 차는?"

"신경 끄라니까?"
"누나 혹시 이 동네 살아?"

"이제 감이 오니? 하하."




이렇게 해서 나는 박혜주 사장과 함께 택시를 타고 밤 10시에 성인 나이트라는 곳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 그 때까지 나는 나이트라는 곳에는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다. 갔다 온 사람들이 부킹한 얘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는 것을 역겨운 기분으로 들은 적은 몇 번 있다.



택시는 그녀가 말한 대로 나이트에서 10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우리를 내려놓는다. 나의 여신 박사장은 무엇을 불안해 하는지, 내 팔을 그녀의 품에 꼬옥 안고 있다. 그녀의 가슴골에 끼인 내 팔 때문에 내 바지에는 또 텐트가 쳐지고 ..




=*=*=*=*=*=*=*=*=*=*=




** 엄청 추워요. 조심들 하십시오.


** 오늘 얘기도 너무 빤해서 요약은 생략입니다.
그 대신 다음 얘기를 어떻게 쓰면 좋을지 머리통 쥐어짜러 가요.

(1) 춤추고 헤어졌다?
(2) 춤추면서 이러이러 했다. 그리고 헤어졌다?
(3) 이러저러하게 춤추고 자러갔다?
(4) 이러저러하게 춤추고, 이런 저런 일을 치르고 잤다?

지금 제 고민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ㅋㅋ.


다른 것을 쥐어짜는 것이 훨씬 좋은데. .. ㅋㅋ .. - Ja"d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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