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야.......시발~조또......친구들 잘 둔 덕분에........서울까지 와서 마누라랑 단둘이 데이트 실컷 하다 가게 생겼네...........아이구...좋아라...아이고 행복해서 어떡해.......우리 마누라.....쑥이도 오늘은 절대 못잊을거야...암...못잊고 말고.......개시키들..........너 말이야 너.......이 개놈아......흐엉.......‘
친구의 푸념이 아직도 귓바퀴에 남아....생생하게 들려오는 듯 하자...
청담동 어디께 2층에 위치한 술집으로 오르는 가파른 계단도 전혀 버겁지 않게 느껴지고 있었다.
‘딱...........딱............딱..........딱.................’
비록
길게 이어지리라 예상했던 술자리는
모두에게 유쾌한 저녁 반주의 가벼움으로 끝을 내렸지만....
이미 정리된 업무와 관련해 할 말들은 왜 그리 많은지.......
뭐가 그리 미련이 남는 것인지..........
본인들이 컨트롤했던 프로젝트를 떠나보내기 싫은 것인지........
차라리 진한 술자리를 갖은 후의 시간보다 더 피곤하게만 느껴졌던 하루...........
그러나.......
‘개시키야......보고 싶엉........허엉...........’
언제 들어도 정겨운 친구의 목소리가 이젠 기계의 힘을 빌려서가 아니라.....
직접........마주하고 들을 수 있다는 현실 앞에서.....
그 피곤함도 금세 자취를 감춰가고 있었고.....................
“하하하하하...........그럼그럼......내가 그땐 진짜.........하하하하하.........”
고즈넉한 음악이 흐르던 술집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기차화통을 삶아쳐먹은 듯한 음성이 들려오자..........
그의 얼굴엔 잘 생긴 얼굴만큼이나 예쁜 미소까지 걸려가고 있었다.
“친구야!!!!!!!!!!!!!!!!!!!!!!!!!!!드디어~~~~~왔구나!!!!!!!!!!!!하하하하하하..........”
“지랄............조용히 좀 해 이 시키야...1층에서도 네 목소리 다 들리더라.........이 집 네가 전세 낸 것도 아니면서 왜케 떠들......”
“성호 왔네?........얼른 와 성호야........”
“안...녕............................”
하지만.............
그 아름다운 미소도.......
친구를 닮고 싶어했던 반가움의 목청도.............
어느새
발그레하게 올라있던 한 얼굴을 보는 순간......
색도 존재하지 않고...
향기도 나지 않는 한겨울의 차가운 모습으로 변해가야 했으니.......
“다른 애들은?”
“아까 말했잖아 이놈아........그 시키들......오늘부로 내 친구 명단에서 전부 지웠다고..난 한놈만 팰겨......살아가면서...친구는 한놈만 있으면 되는거야...안그래 쑥?.....하하하하...”
“당신 지금도 많이 취했다......적당히 마셔라잉.......”
“성호 지금 왔는데 그럼 섭하지.........자....잔소리 고만하고...우리 거국적으로다가....건배하자고...잔들어 잔..........”
“쓰읍........또 오바한다..........천천히 마시라고 했다!!!!!!!”
“끄응............성호야...내가 이러고 산다니깐.......우리 쑥이가 이쁘니까 참는거지....다른 여자들 같았으면.......하하하하.........자 그럼......다들 건배.......난 반잔만.........오케이?”
“후훗................”
있는지
없는지.........
굳이 말을 섞고 싶지도 않았지만......
애써 피하고 싶지도 않았던 여인..........아니.........동창............
와글와글 떠들어대던 친구의 주정과........
그 앞에서 쉼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던 또 다른 친구의 목소리가
이 시간이 끝나도록 지속되길 바랬던 것은..........
감추고 싶은...
결코
드러내고 싶지 않은 자신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아.......
무척 씁쓸하기까지 했다.
“우리집 가서 자...........”
“아니야 아니야.........한잔 더 해야지.........한잔 더......어잉~~”
“그러니까 우리집 가서 한잔 더 하고 자..........숙아.......그렇게 해......”
“아니..........우린 따로 갈게......아무리 친구라지만...이런 인간을 데리고 어딜 가겠어...야 정신 안차릴래!!!!!!!!!자꾸 이러면 길바닥에 버려버린다?”
“흐흐흐흐......사랑하눈 우리 쑥이........나 버리지마.........웅?.........쑥아..........오늘밤 우리 쑥떡 해묵으까? 흐하하하하하......”
“끙..........안되겠다 정말..........지은아........우리.......여기 근처에서 잘게........아까 했던 얘기는................나중에............응?”
“그래........휴우..........근데 혼자 데리고 갈 수 있겠어?”
“내가 이 인간이랑 이러고 산 세월이 얼만데........야!!!!!!!!정신 차리라고 했다!!!!!!!!!!”
“흐흐흐흐흐흐흐...........쑥떡쿵 쿵덕쿵.......쑥떡 우리 마누라.........흐하하하하.......”
“성호야..........우리.......갈게...........내일 이 인간 깨면.....전화하라고 할테니까.....”
“내가 데려다줄게........같이 가자.............”
“괜찮다니깐.....내가 혼자.........”
“얌마.........저 앞에 모텔 불빛 보이지.?.......저기 까지만 버텨.....”
“흐하하하하..........성호야......싸랑한다~~~~~~하하하하.........”
결코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예감이...
눈 앞에 닥친 현실로 분해가던 시간이었기에 더더욱...........
그러하기만 했는데..........
“늦었는데.......안갔어?”
“응.........이제 가야지...........넌?........넌 안가?”
“나도 가야지......술집 앞에 차 두고 왔어........대리 불러서 가야 하니까......너 먼저 가..”
“어차피 택시 타려면......나도 거기 근처까진 가야 해.......”
“그래...........”
그녀나 그나........
좀처럼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던 시간........
“여기 청담동이구요.......네..........네.............아.....주소가...잠깐만요.........”
“기사분 오시는데.......얼마나 걸린대?”
“말로는 10분 15분 그러는데.....모르지 뭐.........그런데 왜 아직 안갔어?”
“난 집이 이 근처라......택시만 타면 금방이니까.....”
“어디 사는데?”
“개포동.......”
“아.........나도 근처에 살아........그러니까.......... 빨리 들어가..........”
“......................”
“.........................”
“집 어디야..?”
“나?........난 반포.........”
“그렇구나.....정말 가까운 데 사는구나..........”
“택시 잡아줄까?”
“아니.......내가 할게.........”
“그래 그럼..........집에서 기다리겠다.....얼른 들어가라.......”
“.........................”
“안가?”
“너........가는 거 보고 갈게.........”
“후훗.......안그래도 되니까......얼른 가......”
“성호야...........”
“여보세요..........네에............네...제가 콜했습니다만.........네에......20분이요? 아니 전화한지가 언젠데..이제서야............하아.........네........네 거기 맞아요........네.........알겠습니다....도착하시면 다시 전화주세요.....예.........”
무슨 말을 해야하는지......
어떠한 리액션을 보여줘야 합당한 것인지......
계산 빠른 그조차도 좀처럼 셈이 되지 않았던 그 시간......
“괜찮으면 기다리는 동안 차나 한잔 해.........”
“안괜찮아.......그러니까 얼른 들어가......”
“성호야.........”
“........................”
“푸흡................”
“웃긴........내 얼굴이 웃기게 보여?.... 웃긴 왜 웃어......”
“미안.................”
“미안은 얼어죽을.........넌 세월이 얼만데.........그 말이 아직도 입에 붙어있냐?”
“풉..........안변한 것 같아서......예전이랑 똑같은 것 같아서......자꾸 웃음이 나오네......”
“넌 많이 늙었다......보기에 별로야........”
“하하하하...........그래?..........하긴........푸흡........”
“실없이 웃는거 보니......취했구만.........취했으면 얼른얼른 집에 들어가서 발 닦고 자....”
“차 한잔 사줘.......”
“싫어...............”
“사줘..............”
“내 입에서 험한 말 나오기 전에 가라.........”
“나쁘다...................정말.............................”
“후훗........그래...내가 나쁜 놈이긴 하지......그럼 넌........넌 뭔데?..........”
“나쁜 년..............”
“주제 파악 잘 하는거 보니......머리는 안늙었나봐?”
“머리도 늙었으니까........주제파악 더 잘 하는거야......차 한잔 해.....”
“썅.............”
“저기로 가...........저기에 있다가.....기사분 오시면 바로 나오면 되니까......응?”
“하아...............”
이는..........
다 늦은 밤
때 아닌 커피를 눈앞에 두고도 변함이 없었고......
그저 멍하니.........
창 밖 풍경이나 핸드폰 액정에만 몰두하면서도 역시 그러했다.
“명함 하나 줘.......”
“차에 두고 왔어.....”
“그럼 핸드폰 번호 가르쳐줘...”
“번호는 알아서 뭐하게?........”
“그냥.........그냥.........좀 가르쳐줘...”
“예전이랑 앞에만 달라졌어....010으로...........”
“풉.............”
“머리가 늙어서......예전 번호 잊어먹었다면......지금껏 그래왔듯 그냥 모르고 사는 게 속편해...”
“그걸 어떻게 잊어먹어.........기억해.....”
“쓸데없는 것만 기억하지.......하긴...넌 예전에도 좀 그랬었어.....”
“쓸데 없어 보일지 몰라도.......전부 기억해.......어제일처럼.........전부..........”
“참~~피곤하게 산다...........아니...다른 관점에선 편하게 사는 방식이 될 수도 있고.....”
“성호야............”
“.......................”
“자기야..............”
“!!!!!!!!!!!!!!!!!!!!!!!”
“풉..........불러보고 싶었어......지금처럼........이렇게 마주보고........”
“가라............”
“.....................”
“내가 일어날까?”
“아니............내가 먼저 일어날게.....예전에도 그랬지만......난 나쁜 년이니까.......나쁜 놈보다 훨씬 더 나쁜......그런 년이니까.............”
“그래..잘 들어가.......”
“자기야...............”
“..........................”
“자기야..............”
“인내심 테스트 하지마라.......”
“결혼하게 되면......연락줘..........”
“번호 몰라.......알더라도 연락 할 일 없고.......”
“내가 문자할게.......”
“지울거야........하지마......”
“할게.......................”
“가 빨리!!!!!!!!!!!”
“그래..................안녕...........................”
“..............................”
물론....
과거에도 그랬듯 지금 역시..
그 무념무상의 두뇌를 깨워오던 존재는 변함없이 그를 자극해 왔지만......
이젠.........
이미 지난 일이기에.......
돌아갈 수 없는 길이기에..........
결코 돌아가선 안되는 길이기에....
그 그림자를 떨궈내는 것만이 가장 현명한 처사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화려한 도시의 불빛 속으로 사라져가던 그녀의 그림자를 쫓으면서도....
이내...
그 지랄맞은 눈길을 애써 돌려야만 했다.
“우잉.........많이 안 취한 목소리인뎅?”
“후훗.......누가 하도 잔소리를 해서.......특별히 신경 좀 썼지.....”
“히이.....잘했오잘했오....이뽀......히히히히........”
“내일 아침에 데리러 갈까?”
“아니이~~~오빠 피곤해서 안돼........오빠는 예림이가 갈 때까지.....코오~~자다가.....건강한 얼굴만 보여주면 돼용......알겠징?”
“후훗.......그럼 나야 고맙긴 한데...........”
“히이......보고 싶다 울 오빵.......히잉............수욜 아침에 보구....못 봤으니깐.......자그만치 며칠째야................흐엉.......”
“바보..........그래봐야 이틀 밖에 안됐는데..뭘...!”
“히이........진짜...그것밖에 안됐구나.........난 또 2년은 지난 듯 느껴져서..........”
“단지 앞이야..........들어가서 다시 할게.........”
“아냐........예상했던 것보단 일찍 귀가해서 마음 놓이니까.......얼른 들어가서 씻고 주무세용.....예림이도 이제 막 졸리기 시작하니깐.........히히”
“엉...........그래 그럼.........내일 일찍 와.........알겠지?”
“히이..........넵!!!!!!!!!!!들어가 오빵..........쪽..........쪽쪽........싸랑해용....”
“응...........나두...........”
“앗...오빠!!!!!!마지막으로.............”
“뭐?”
“히히...........나 깨끗해졌어용...........히히히히히.........”
“풉............그래............내일 확인한번 해보자........”
“기사 아저씨땜에 말 못해서......미치겠지?.......히히.....그렇다고 밤새 그러진 말구.......”
“사람 그만 괴롭히고...... 끊어........”
“히히히..........넹...............쪽쪽.......내 사랑.....쪽쪽........”
그리고 지금 자신의 곁엔....
과거의 그림자보다 더욱 사랑스러운.....
더더욱 사랑하고 싶은 존재가 항시 웃음 짓고 있었기에.......
미련 따위........
남기는 것 자체가 커다란 죄임을 알기에..........
또 한번 흐트러지려 하던 마음을 다 잡을 수 있었으니.............
“손님.......어디로 모실까요?”
“...........................................”
“손님.............”
“저기 아저씨..........”
“네 손님........행선지를 말씀해주셔야.......”
“저기 죄송한데......미터기는 켜고..........잠깐만 기다려주시면 안되겠어요?”
“아........그래도 되긴 하지만......”
“잠깐이면 될 거에요..........잠깐이면.....”
“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지만...............
술은...
고향에서 상경한 친구 뿐 아니라...
그것을 마신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든 동등하게 취기를 몰아준다는 사실........
더욱이...
그토록 보고 싶어했고..그리워했던 누군가에게는
평소라면 꿈도 꾸지 않을 크나큰 용기 또한 갖게 한다는 사실을
그로서는 전혀 알 길이 없었고...........
“저기 앞에 출발하는 차...........저 차좀 따라 가주시겠어요?”
“흠..........그게 상황에 따라 놓칠수도 있는데......”
“반포쪽으로 갈거에요.........아저씨... 부탁드리겠습니다.....”
“네.......그럼......한번 노력은 해보겠습니다만.....”
“손님........저기 단지 안으로는 저희가 출입이 안되는지라.....”
“그럼 여기서 내릴게요.......”
“예........그럼.......”
설령...
알았더라도..........
피할 자신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의 그라면.....
결혼까지 약속한 사랑스러운 그녀가 있는 자신이라면..........
그러나............
샤워를 하는 동안 들어와 있던 여러통의 부재중 전화.........
뒤에 4자리가 너무도 익숙한 그 번호가 시야에 들어오자.........
물끄러미 바라보던 와중에 또 다시 진동음이 울려퍼지자.....
그 끝모를 자신감은
본인도 느끼지 못할 만큼 미약한 균열을 일으킬 수 밖에 없었고.......
“여보세요.....?”
“......................”
“여보세요..........”
“나.....................”
“.........................”
“나라구...............”
“알아.................”
“......................”
“아직 밖이야?”
“응................”
“택시가 늦게 잡혔나봐?”
“아니............아파트 앞이야.......”
“그럼 얼른 끊고 들어가............”
“자기야..............”
“.........................”
“자기야...............”
“네 자기는........지금 집에서 너 오기만을 눈빠지게 기다리는 누구..아닐까?”
“자기야..............”
“끊는다..............”
“나.......자기네 아파트 단지 앞이야.........”
“뭐?.......너 지금 뭐라고 했어? 우리 아파트?”
“응.................”
“내가 어디 사는지는 말 안한것 같은데?”
“잠깐만 내려와줘..........”
“야!!!!!지금 시간이 몇신데....아니 그것보단 어떻게 여길...........”
“내려올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게.....여기 103동 앞이야...........”
“야!!!!!!!!!!!!”
“끊을게.............”
결코
꺽이지 않을 것 같이 완강해 보이던 고집의 그녀를...
어쩔 수 없이 집안으로 들인 일은.....
그 자신감에...작디 작은 실금이 아닌..
걷잡을 수 없는 커다란 홀을 만들어내며 그에게 닥쳐오고야 말았다.
“한번만 안아줘...........”
“지은아!!!!!!!!!!!!!!!”
“그거 알아.........오늘 우리 만나고.....자기가 내 이름 처음 불렀다는거?”
“빨리 옷 입어!!!!!!!!!!!!!”
“욕해도 좋아....아니...당연히 욕 먹어야지........마음껏 욕해......마음껏 저주하고.....그렇지만.....한번만 안아줘.......응? 자기야.......”
“옷 입어.........얼른!!!!!!!!!!”
“제발.........제발 ............마지막 부탁이라 생각해도 좋아........한번만.......한번만 안아줘......예전처럼 다정하지 않아도 돼......예전처럼 사랑해주지 않아도 돼.......예전처럼 예쁨 받을 자격 없다는 거......내 자신이 너무 잘 알아.......그렇지만........한번만..............오늘밤만...............응?”
“너...........무슨 일 있니?”
“아니.........없어.......그런거 없으니까............나쁜 년....개같은 년.......욕하면서.......마음껏 욕하면서................흑..............자기야 제발...........응?”
“데려다 줄게.......옷입어.........”
“흑흑흑.........자기야 제발..............”
“얼른!!!!!!!!!!!!!!!!!”
“흑흑흑흑...........흑흑....................제발............흑흑흑...........”
잊었다 생각했던 슬픔이...
지웠다 자신했던 아픔이 ...........
7년 동안 켜켜히 쌓아올린 높다란 장벽을 뛰어넘으며
물밀 듯 밀려들고 있었다.
=====================================================================================
오늘 두편 업데이트 한 이유는...
이 조잡한 글....내일 25부를 마지막으로 완결하기 위해서입니다..
구리빠111을 비롯한 몇몇 아해들아.......
내가 여러번 말했지? 나...가방끈 짧아서 문맥도 내 멋대로구..너희들 말처럼 유치원생..초딩들보다 못한 저질필력이라고...굳이 너희들이 확인시켜주지 않아도 잘 알고 있어...그러니까 그렇게 찌르지 않아도 돼..알겠니?
찌르면 아프자네...썅...........
"야.......시발~조또......친구들 잘 둔 덕분에........서울까지 와서 마누라랑 단둘이 데이트 실컷 하다 가게 생겼네...........아이구...좋아라...아이고 행복해서 어떡해.......우리 마누라.....쑥이도 오늘은 절대 못잊을거야...암...못잊고 말고.......개시키들..........너 말이야 너.......이 개놈아......흐엉.......‘
친구의 푸념이 아직도 귓바퀴에 남아....생생하게 들려오는 듯 하자...
청담동 어디께 2층에 위치한 술집으로 오르는 가파른 계단도 전혀 버겁지 않게 느껴지고 있었다.
‘딱...........딱............딱..........딱.................’
비록
길게 이어지리라 예상했던 술자리는
모두에게 유쾌한 저녁 반주의 가벼움으로 끝을 내렸지만....
이미 정리된 업무와 관련해 할 말들은 왜 그리 많은지.......
뭐가 그리 미련이 남는 것인지..........
본인들이 컨트롤했던 프로젝트를 떠나보내기 싫은 것인지........
차라리 진한 술자리를 갖은 후의 시간보다 더 피곤하게만 느껴졌던 하루...........
그러나.......
‘개시키야......보고 싶엉........허엉...........’
언제 들어도 정겨운 친구의 목소리가 이젠 기계의 힘을 빌려서가 아니라.....
직접........마주하고 들을 수 있다는 현실 앞에서.....
그 피곤함도 금세 자취를 감춰가고 있었고.....................
“하하하하하...........그럼그럼......내가 그땐 진짜.........하하하하하.........”
고즈넉한 음악이 흐르던 술집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기차화통을 삶아쳐먹은 듯한 음성이 들려오자..........
그의 얼굴엔 잘 생긴 얼굴만큼이나 예쁜 미소까지 걸려가고 있었다.
“친구야!!!!!!!!!!!!!!!!!!!!!!!!!!!드디어~~~~~왔구나!!!!!!!!!!!!하하하하하하..........”
“지랄............조용히 좀 해 이 시키야...1층에서도 네 목소리 다 들리더라.........이 집 네가 전세 낸 것도 아니면서 왜케 떠들......”
“성호 왔네?........얼른 와 성호야........”
“안...녕............................”
하지만.............
그 아름다운 미소도.......
친구를 닮고 싶어했던 반가움의 목청도.............
어느새
발그레하게 올라있던 한 얼굴을 보는 순간......
색도 존재하지 않고...
향기도 나지 않는 한겨울의 차가운 모습으로 변해가야 했으니.......
“다른 애들은?”
“아까 말했잖아 이놈아........그 시키들......오늘부로 내 친구 명단에서 전부 지웠다고..난 한놈만 팰겨......살아가면서...친구는 한놈만 있으면 되는거야...안그래 쑥?.....하하하하...”
“당신 지금도 많이 취했다......적당히 마셔라잉.......”
“성호 지금 왔는데 그럼 섭하지.........자....잔소리 고만하고...우리 거국적으로다가....건배하자고...잔들어 잔..........”
“쓰읍........또 오바한다..........천천히 마시라고 했다!!!!!!!”
“끄응............성호야...내가 이러고 산다니깐.......우리 쑥이가 이쁘니까 참는거지....다른 여자들 같았으면.......하하하하.........자 그럼......다들 건배.......난 반잔만.........오케이?”
“후훗................”
있는지
없는지.........
굳이 말을 섞고 싶지도 않았지만......
애써 피하고 싶지도 않았던 여인..........아니.........동창............
와글와글 떠들어대던 친구의 주정과........
그 앞에서 쉼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던 또 다른 친구의 목소리가
이 시간이 끝나도록 지속되길 바랬던 것은..........
감추고 싶은...
결코
드러내고 싶지 않은 자신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아.......
무척 씁쓸하기까지 했다.
“우리집 가서 자...........”
“아니야 아니야.........한잔 더 해야지.........한잔 더......어잉~~”
“그러니까 우리집 가서 한잔 더 하고 자..........숙아.......그렇게 해......”
“아니..........우린 따로 갈게......아무리 친구라지만...이런 인간을 데리고 어딜 가겠어...야 정신 안차릴래!!!!!!!!!자꾸 이러면 길바닥에 버려버린다?”
“흐흐흐흐......사랑하눈 우리 쑥이........나 버리지마.........웅?.........쑥아..........오늘밤 우리 쑥떡 해묵으까? 흐하하하하하......”
“끙..........안되겠다 정말..........지은아........우리.......여기 근처에서 잘게........아까 했던 얘기는................나중에............응?”
“그래........휴우..........근데 혼자 데리고 갈 수 있겠어?”
“내가 이 인간이랑 이러고 산 세월이 얼만데........야!!!!!!!!정신 차리라고 했다!!!!!!!!!!”
“흐흐흐흐흐흐흐...........쑥떡쿵 쿵덕쿵.......쑥떡 우리 마누라.........흐하하하하.......”
“성호야..........우리.......갈게...........내일 이 인간 깨면.....전화하라고 할테니까.....”
“내가 데려다줄게........같이 가자.............”
“괜찮다니깐.....내가 혼자.........”
“얌마.........저 앞에 모텔 불빛 보이지.?.......저기 까지만 버텨.....”
“흐하하하하..........성호야......싸랑한다~~~~~~하하하하.........”
결코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예감이...
눈 앞에 닥친 현실로 분해가던 시간이었기에 더더욱...........
그러하기만 했는데..........
“늦었는데.......안갔어?”
“응.........이제 가야지...........넌?........넌 안가?”
“나도 가야지......술집 앞에 차 두고 왔어........대리 불러서 가야 하니까......너 먼저 가..”
“어차피 택시 타려면......나도 거기 근처까진 가야 해.......”
“그래...........”
그녀나 그나........
좀처럼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던 시간........
“여기 청담동이구요.......네..........네.............아.....주소가...잠깐만요.........”
“기사분 오시는데.......얼마나 걸린대?”
“말로는 10분 15분 그러는데.....모르지 뭐.........그런데 왜 아직 안갔어?”
“난 집이 이 근처라......택시만 타면 금방이니까.....”
“어디 사는데?”
“개포동.......”
“아.........나도 근처에 살아........그러니까.......... 빨리 들어가..........”
“......................”
“.........................”
“집 어디야..?”
“나?........난 반포.........”
“그렇구나.....정말 가까운 데 사는구나..........”
“택시 잡아줄까?”
“아니.......내가 할게.........”
“그래 그럼..........집에서 기다리겠다.....얼른 들어가라.......”
“.........................”
“안가?”
“너........가는 거 보고 갈게.........”
“후훗.......안그래도 되니까......얼른 가......”
“성호야...........”
“여보세요..........네에............네...제가 콜했습니다만.........네에......20분이요? 아니 전화한지가 언젠데..이제서야............하아.........네........네 거기 맞아요........네.........알겠습니다....도착하시면 다시 전화주세요.....예.........”
무슨 말을 해야하는지......
어떠한 리액션을 보여줘야 합당한 것인지......
계산 빠른 그조차도 좀처럼 셈이 되지 않았던 그 시간......
“괜찮으면 기다리는 동안 차나 한잔 해.........”
“안괜찮아.......그러니까 얼른 들어가......”
“성호야.........”
“........................”
“푸흡................”
“웃긴........내 얼굴이 웃기게 보여?.... 웃긴 왜 웃어......”
“미안.................”
“미안은 얼어죽을.........넌 세월이 얼만데.........그 말이 아직도 입에 붙어있냐?”
“풉..........안변한 것 같아서......예전이랑 똑같은 것 같아서......자꾸 웃음이 나오네......”
“넌 많이 늙었다......보기에 별로야........”
“하하하하...........그래?..........하긴........푸흡........”
“실없이 웃는거 보니......취했구만.........취했으면 얼른얼른 집에 들어가서 발 닦고 자....”
“차 한잔 사줘.......”
“싫어...............”
“사줘..............”
“내 입에서 험한 말 나오기 전에 가라.........”
“나쁘다...................정말.............................”
“후훗........그래...내가 나쁜 놈이긴 하지......그럼 넌........넌 뭔데?..........”
“나쁜 년..............”
“주제 파악 잘 하는거 보니......머리는 안늙었나봐?”
“머리도 늙었으니까........주제파악 더 잘 하는거야......차 한잔 해.....”
“썅.............”
“저기로 가...........저기에 있다가.....기사분 오시면 바로 나오면 되니까......응?”
“하아...............”
이는..........
다 늦은 밤
때 아닌 커피를 눈앞에 두고도 변함이 없었고......
그저 멍하니.........
창 밖 풍경이나 핸드폰 액정에만 몰두하면서도 역시 그러했다.
“명함 하나 줘.......”
“차에 두고 왔어.....”
“그럼 핸드폰 번호 가르쳐줘...”
“번호는 알아서 뭐하게?........”
“그냥.........그냥.........좀 가르쳐줘...”
“예전이랑 앞에만 달라졌어....010으로...........”
“풉.............”
“머리가 늙어서......예전 번호 잊어먹었다면......지금껏 그래왔듯 그냥 모르고 사는 게 속편해...”
“그걸 어떻게 잊어먹어.........기억해.....”
“쓸데없는 것만 기억하지.......하긴...넌 예전에도 좀 그랬었어.....”
“쓸데 없어 보일지 몰라도.......전부 기억해.......어제일처럼.........전부..........”
“참~~피곤하게 산다...........아니...다른 관점에선 편하게 사는 방식이 될 수도 있고.....”
“성호야............”
“.......................”
“자기야..............”
“!!!!!!!!!!!!!!!!!!!!!!!”
“풉..........불러보고 싶었어......지금처럼........이렇게 마주보고........”
“가라............”
“.....................”
“내가 일어날까?”
“아니............내가 먼저 일어날게.....예전에도 그랬지만......난 나쁜 년이니까.......나쁜 놈보다 훨씬 더 나쁜......그런 년이니까.............”
“그래..잘 들어가.......”
“자기야...............”
“..........................”
“자기야..............”
“인내심 테스트 하지마라.......”
“결혼하게 되면......연락줘..........”
“번호 몰라.......알더라도 연락 할 일 없고.......”
“내가 문자할게.......”
“지울거야........하지마......”
“할게.......................”
“가 빨리!!!!!!!!!!!”
“그래..................안녕...........................”
“..............................”
물론....
과거에도 그랬듯 지금 역시..
그 무념무상의 두뇌를 깨워오던 존재는 변함없이 그를 자극해 왔지만......
이젠.........
이미 지난 일이기에.......
돌아갈 수 없는 길이기에..........
결코 돌아가선 안되는 길이기에....
그 그림자를 떨궈내는 것만이 가장 현명한 처사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화려한 도시의 불빛 속으로 사라져가던 그녀의 그림자를 쫓으면서도....
이내...
그 지랄맞은 눈길을 애써 돌려야만 했다.
“우잉.........많이 안 취한 목소리인뎅?”
“후훗.......누가 하도 잔소리를 해서.......특별히 신경 좀 썼지.....”
“히이.....잘했오잘했오....이뽀......히히히히........”
“내일 아침에 데리러 갈까?”
“아니이~~~오빠 피곤해서 안돼........오빠는 예림이가 갈 때까지.....코오~~자다가.....건강한 얼굴만 보여주면 돼용......알겠징?”
“후훗.......그럼 나야 고맙긴 한데...........”
“히이......보고 싶다 울 오빵.......히잉............수욜 아침에 보구....못 봤으니깐.......자그만치 며칠째야................흐엉.......”
“바보..........그래봐야 이틀 밖에 안됐는데..뭘...!”
“히이........진짜...그것밖에 안됐구나.........난 또 2년은 지난 듯 느껴져서..........”
“단지 앞이야..........들어가서 다시 할게.........”
“아냐........예상했던 것보단 일찍 귀가해서 마음 놓이니까.......얼른 들어가서 씻고 주무세용.....예림이도 이제 막 졸리기 시작하니깐.........히히”
“엉...........그래 그럼.........내일 일찍 와.........알겠지?”
“히이..........넵!!!!!!!!!!!들어가 오빵..........쪽..........쪽쪽........싸랑해용....”
“응...........나두...........”
“앗...오빠!!!!!!마지막으로.............”
“뭐?”
“히히...........나 깨끗해졌어용...........히히히히히.........”
“풉............그래............내일 확인한번 해보자........”
“기사 아저씨땜에 말 못해서......미치겠지?.......히히.....그렇다고 밤새 그러진 말구.......”
“사람 그만 괴롭히고...... 끊어........”
“히히히..........넹...............쪽쪽.......내 사랑.....쪽쪽........”
그리고 지금 자신의 곁엔....
과거의 그림자보다 더욱 사랑스러운.....
더더욱 사랑하고 싶은 존재가 항시 웃음 짓고 있었기에.......
미련 따위........
남기는 것 자체가 커다란 죄임을 알기에..........
또 한번 흐트러지려 하던 마음을 다 잡을 수 있었으니.............
“손님.......어디로 모실까요?”
“...........................................”
“손님.............”
“저기 아저씨..........”
“네 손님........행선지를 말씀해주셔야.......”
“저기 죄송한데......미터기는 켜고..........잠깐만 기다려주시면 안되겠어요?”
“아........그래도 되긴 하지만......”
“잠깐이면 될 거에요..........잠깐이면.....”
“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지만...............
술은...
고향에서 상경한 친구 뿐 아니라...
그것을 마신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든 동등하게 취기를 몰아준다는 사실........
더욱이...
그토록 보고 싶어했고..그리워했던 누군가에게는
평소라면 꿈도 꾸지 않을 크나큰 용기 또한 갖게 한다는 사실을
그로서는 전혀 알 길이 없었고...........
“저기 앞에 출발하는 차...........저 차좀 따라 가주시겠어요?”
“흠..........그게 상황에 따라 놓칠수도 있는데......”
“반포쪽으로 갈거에요.........아저씨... 부탁드리겠습니다.....”
“네.......그럼......한번 노력은 해보겠습니다만.....”
“손님........저기 단지 안으로는 저희가 출입이 안되는지라.....”
“그럼 여기서 내릴게요.......”
“예........그럼.......”
설령...
알았더라도..........
피할 자신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의 그라면.....
결혼까지 약속한 사랑스러운 그녀가 있는 자신이라면..........
그러나............
샤워를 하는 동안 들어와 있던 여러통의 부재중 전화.........
뒤에 4자리가 너무도 익숙한 그 번호가 시야에 들어오자.........
물끄러미 바라보던 와중에 또 다시 진동음이 울려퍼지자.....
그 끝모를 자신감은
본인도 느끼지 못할 만큼 미약한 균열을 일으킬 수 밖에 없었고.......
“여보세요.....?”
“......................”
“여보세요..........”
“나.....................”
“.........................”
“나라구...............”
“알아.................”
“......................”
“아직 밖이야?”
“응................”
“택시가 늦게 잡혔나봐?”
“아니............아파트 앞이야.......”
“그럼 얼른 끊고 들어가............”
“자기야..............”
“.........................”
“자기야...............”
“네 자기는........지금 집에서 너 오기만을 눈빠지게 기다리는 누구..아닐까?”
“자기야..............”
“끊는다..............”
“나.......자기네 아파트 단지 앞이야.........”
“뭐?.......너 지금 뭐라고 했어? 우리 아파트?”
“응.................”
“내가 어디 사는지는 말 안한것 같은데?”
“잠깐만 내려와줘..........”
“야!!!!!지금 시간이 몇신데....아니 그것보단 어떻게 여길...........”
“내려올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게.....여기 103동 앞이야...........”
“야!!!!!!!!!!!!”
“끊을게.............”
결코
꺽이지 않을 것 같이 완강해 보이던 고집의 그녀를...
어쩔 수 없이 집안으로 들인 일은.....
그 자신감에...작디 작은 실금이 아닌..
걷잡을 수 없는 커다란 홀을 만들어내며 그에게 닥쳐오고야 말았다.
“한번만 안아줘...........”
“지은아!!!!!!!!!!!!!!!”
“그거 알아.........오늘 우리 만나고.....자기가 내 이름 처음 불렀다는거?”
“빨리 옷 입어!!!!!!!!!!!!!”
“욕해도 좋아....아니...당연히 욕 먹어야지........마음껏 욕해......마음껏 저주하고.....그렇지만.....한번만 안아줘.......응? 자기야.......”
“옷 입어.........얼른!!!!!!!!!!”
“제발.........제발 ............마지막 부탁이라 생각해도 좋아........한번만.......한번만 안아줘......예전처럼 다정하지 않아도 돼......예전처럼 사랑해주지 않아도 돼.......예전처럼 예쁨 받을 자격 없다는 거......내 자신이 너무 잘 알아.......그렇지만........한번만..............오늘밤만...............응?”
“너...........무슨 일 있니?”
“아니.........없어.......그런거 없으니까............나쁜 년....개같은 년.......욕하면서.......마음껏 욕하면서................흑..............자기야 제발...........응?”
“데려다 줄게.......옷입어.........”
“흑흑흑.........자기야 제발..............”
“얼른!!!!!!!!!!!!!!!!!”
“흑흑흑흑...........흑흑....................제발............흑흑흑...........”
잊었다 생각했던 슬픔이...
지웠다 자신했던 아픔이 ...........
7년 동안 켜켜히 쌓아올린 높다란 장벽을 뛰어넘으며
물밀 듯 밀려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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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두편 업데이트 한 이유는...
이 조잡한 글....내일 25부를 마지막으로 완결하기 위해서입니다..
구리빠111을 비롯한 몇몇 아해들아.......
내가 여러번 말했지? 나...가방끈 짧아서 문맥도 내 멋대로구..너희들 말처럼 유치원생..초딩들보다 못한 저질필력이라고...굳이 너희들이 확인시켜주지 않아도 잘 알고 있어...그러니까 그렇게 찌르지 않아도 돼..알겠니?
찌르면 아프자네...썅...........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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