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그래서?”
“뭐가 그래서야 붕신아........꼼짝없이 당분간은 혼자 살아야지.....”
“네가 퍽도 그러겠다 이 개놈시키야........하아.......이걸 정말 친구라고......”
“솔직히 말해봐...좀 부럽기도 하지?”
“컹.......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너 그러다 들통나면 그동안 쌓아올린 공든 탑......한방이야 이 시부럴놈아......”
“그럼 더 좋지 뭐.......다 때려치우고.....동네에서 낚시나 다니면서 한량 짓 하는거지...키키...”
“애는? 애들은 어쩔건데?.......어른들이야 그렇다쳐도 걔들이 성장하며 받을 상처는 생각안하냐? 하여간 이 이기적인 새끼......쯧쯧.....”
“못난 애비 둔 벌이라 생각해야지 뭐......어쩌겠어?....호적 팔 수도 없고...안그래?”
“마음 편해 좋겠다 이 샹늠아........쯧쯧......말이나 못하면.......아오.....”
“잔말말고 얼른 마시고 일어나기나 해........피곤하다.......”
“내일 내려간다고?”
“어.......지연이 목소리에 칼이 서려있는 듯 하더라....가서 칼침 좀 맞아줘야 할 것 같애..”
“그럼 오늘은 우리 집에 가서 자.........”
“밖에 기다리는 사람들 못봤냐? 니 친구....쬐끔.....아주 쬐끔 높은 신분이야.....”
“성호야..........”
“그런 눈으로 보지마 이 시부럴놈아.......네가 그런 눈으로 안쳐다봐도...나도.. 내 자신한테 지금 충분히 화나 있는 상태니까....알겠냐?”
“..........................”
“고작 그것 몇잔에 취했나보다.........으갸갸갸갸................시바............요즘 마음 같아선 철 모르고 날뛰던 고딩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하필이면 왜 지랄맞은 그 때로 가고픈데? 난 지금이 훨씬 좋구만.....”
“좋잖아........청춘..............그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하아......”
“넌.........세상 사람들한테 다 물어봐라.........넌 그놈의 청춘........누구보다 화려하게 잘 보냈어 이 시방새야.........그것보다 더 빛날수도 없거니와......”
“지랄 쌈싸먹는 소리 한다....이 붕신..............닥치고 술값이나 털어......”
“네가 내 이 개놈아.........이 개시킨 허구헌날 얻어쳐먹으려고 그래......이걸 확.........”
“키키키키........내 신세도 참......시바.......친구 만나러 나오는데 지갑도 없이 기어 나왔네....”
“하여간....졸라 고의성 다분하다니까 이 개시키.......끙........”
빛깔만 좋은 개살구.........
그의 속사정을 아는 이들 대부분이....
그의 위치....그의 형편을 부러워할지 몰라도.............
본인이 근래들어 느끼는 자괴감은.......
그들이 미처 생각할 수도 없을만큼 커다란 덩치로 불어나 있었다.........
우유부단..........
지리멸렬..........
지지부진.............
한마디로
병신.................그 자체........
드러난 겉모습과는 절대적으로 상반된 단어들 또한....
“간만에 만났는데 3차 가야지........3차..........”
“그래........가보자 시바.......돈도 없는데....어디든 못가겠어.......가자.......키키키...”
만취한 그의 몸을 촉촉이 적셔오던 그 때........
“오셨어요?”
“아가는?”
“시간이...........많이 늦었어요................”
“그래..............”
이는.........
어쩌면....
그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또 하나의 업과 다름없음에...
그래서 더더욱...
그로서도 좀처럼 헤어나오기 어려웠지만.....
“히히히......아빠.........”
“오잉.........이뿌니......아빠 없는 동안 엄마말 잘 듣고.....그랬져?...”
“호연이 선물!!!!!!!!!!....”
“우잉........선물....... 깜빡했다.......어쩌지........?”
“힝.........엄마가 그랬단 말야.......아빠가.......호연이.......강아지 인형...사다줄거라구....힝.......”
“울지말구......웅? 아빠가 내일 엄마랑 나가서 꼭 사줄게.........웅.....?”
“훌쩍...........약속한거야.......?.”
“그럼.......아빠가 제일 큰 걸로다가......우리 호연이보다 더 큰걸로다가 사줄게...약속!!!!!”
“히이.............엄마는?.......엄마는 왜 안데리러왔어 근데?”
“엄마는...울 호연이 맛난거 해준다고......집에서 바빠요.....흐흐.....”
“히이........그럼........아빠.........나랑 시소 타.........시소........웅?”
“늦으면 엄마가 화낼텐데...............그럼 조금만 놀다 가자.....알겠지?”
“웅!!!!!!!!!!!!!!!!!!!”
“자.........어부바~~~~”
“싫어.........아빠 목마 탈래..........거기가 더 높아......히히...”
작지만..
가족이라는 ...그 어느것보다 큰 울타리가 있기에..........
그는 웃음 지을 수 있었고..................
“엄한 데 힘쓰고 다니는 남편 뭐가 좋다고 이런 걸 먹이나몰라....”
“쯧.....애 앞에서......”
“유호연....너 ..엄마가 밥 먹을때 어떡하라구 했어........편식하라고... 그랬어 안그랬어..”
“편식이 뭔데 엄마..?”
“키키키키키..............”
“하아............장난치지 말고 얼른 먹어........밥 먹을 땐 열심히 밥만 먹어야지......”
“반찬은 먹으면 안되는거야 엄마?”
“하하하하하하하.................”
“끙.....................차라리 내가 말을 말아야지.........하아........”
‘홍냐홍냐....음냐음냐...’
“휴........이놈 되게 안자네....잠드는데 대체 얼마나 걸린거야?”
“아빠 얼굴 오랜만에 봐서 더 그렇지 뭐.....그래도 한번 잠들면 업어가두 모르니까...”
“효녀네 효녀...키키....”
“피............뭘 하고 다녔길래 얼굴은 피죽 한그릇 못얻어먹은 것처럼 ........쯧.....”
“간만에 포식했더니......아직도 뱃속이 출렁거린다....아오........”
“소화도 시킬 겸......요 앞에 산책이라도 나갔다오든가..........”
“애 혼자 두고.......나갔다와도 돼?”
“난 안되지.............자기 혼자만 다녀와.........”
“혼자는 심심하잖아..........같이 가...나가서 10분만 바람 쐬고 오자.........”
아니면....
억지로라도 웃음 지어야 했고.........
“바다가 보이지도 않는데...비린내는 여기까지도 날아오는구만...”
“좋지?”
“응..........좋다......”
“이곳에서 살면 잘 못느끼고 지나치기 쉬운 부분이잖아....”
“소중한 건데............인식하지 못하고 사는 거지 뭐...”
“나처럼?”
“하하하하하..............”
“왜 웃어?........자긴 내가 안소중해?”
“어........안소중해 우리 찔찔이........전혀..........키키키......”
“확...........저녁에 먹은 거 전부 토해내라고 할까부다.............”
“맛나더라..........예전엔 음식솜씨 진짜 형편 없었는데.........”
“엄마 모시고 산 세월이 얼만데........안변하면 그게 더 이상한 사람이지..안그래?......”
“이제 완연한 봄이야.........공기가 달라.......”
“치..말 돌리기는.......그래도 아직은 좀 쌀쌀하다.........얼른 들어가.......괜히 깨기라도 해서 엄마아빠 없는거 알면....울고불고 난리가 날거야..”
“그래...들어가자.......들어가서 먹은 거 토해내든.....다른 걸 게워내든 어디한번 해봅시다...”
“풉...........힘 못썼다간 봐.......다시는 서울 못올라가게 다리를.......확...............”
“헐.......이놈의 여편네.........점점 아줌마스러워지네 이거.......”
“내가 아줌마지......아가씬가?........빨리 오기나 해!!!!!!!”
“킁.............”
그러한 미소에.......
본래의 의미를 부여하던 존재는...
비록 그의 표현처럼 조금은 극성스럽게 변해갈지라도........
마치 피부의 일부처럼 소중히 인식된다는 점에 변화 따위는 있을 수 없었다...........
“호연이 안깼지?”
“애를 놀이터에서 얼마나 굴렸길래.......휴.........코까지 골고 잔다......”
“그래? 그럼.....우리도 그만 자자..........졸립다....”
“그냥은 못자......책임져야지!!!!!!!!!”
“키키키키..........난 몰라.......잘거야.....”
“힝...........”
“그 소리도 이젠 별로 감동스럽지 않은데?”
“칫.......그럼 먼저 주무세요.......이 아줌마는 드라마나 보다 잘래.......”
“자자고...........”
“아직 안졸리다니까!!!!!!!!”
“이걸 확............빨리 안방으로 안와.........?.”
“피피피피.........”
또한...
가벼운 손길 한번에 .......
억척 아줌마에서 열여섯 꽃띠 소녀로 변해가던 그녀를 배제하고........
남은 인생에 대해 논하는 것 자체도.......
그저 부질없는 허무함으로만 다가오고 있었으니....
“힝.........”
“듣기 싫다니까.......”
“힝힝...........”
“이걸 확...........클클클......그렇게도 좋아?”
“빨리 어떻게든 좀 해줘.......몸 뜨거워서 미칠 것 같단 말야......”
“지금 네 모습 보니까......군대 있을 때가 떠오른다..........”
“하아........그 때랑은 달라.....말 그만하구.........자기야 제발 빨리 좀.......”
“다르긴 하지....그땐 그래두 이렇게 노골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았었는데..키키...그럼 간만에 어디 우리 마누라 보지맛 좀 한번 봐볼끄나............읏차......”
“하아......하아........끼악~~~~~~헝..............”
“좋아?”
“하아.....하아........응........좋아............너무 좋아...........하아........”
“하하하하........왜케 웃기니 우리 지연이.....하하하하하..........”
“하아.........하아..............”
“몸 좀 그만 비틀지? 그러다 꽈배기 되는 수 있어 이 바보야......하하하하.....”
“자기야.......하아........제발.......나 좀...........하아..........”
“소식 들었어?”
“무슨 소식?”
“유선배님 말이야........출근하자마자 한건 했다던데? 대체 무슨 일이래?”
“아........난 또 뭐라고.........그게 실상을 알고 나면 좀 어이없는 경우라.....입에 올리기 씁쓸해...”
“김유식 검사도 비슷한 말 하던데......대체 무슨 일을 벌였길래 뒤에서만 수군거리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후훗.....유선배님 같은 사람은 같은 검사지만 우리랑 레벨이 다르잖아..... 그건 자기도 인정하지?”
“그야 뭐..........윗분들은 물론이고 유선배님 동기분들도 어려워하는 사람인데 우리야 말할 것도 없지...또 당연히 그래야 하는거고........선배님 때문에 자기나 나나 몸값이 얼마나 올랐는데.....안그래? ”
“실제 체감하는 사항이 아니라 잘은 모르겠지만...주위 평판은 아무래도 그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나아지긴 했지.........”
“그러니까........얘기가 자꾸 옆으로 샌다........그래 선배님이 대체 무슨 일을 벌인건데?...혼자만 알고 있지말고 나도 좀 같이 알고 지내자......엉?”
“후훗......괴물 선배 알지?........”
“아.......당연히 알지 ....검찰내에서 그 선배 모르면 간첩 아니야? 그래 그 선배가 왜.........그 선배 우리 유검사님 동기잖아....”
“이번에 대호그룹 비자금 사건 맡았는데.......잘 알려졌다시피 지지부진 그 자체였잖아...시간은 흘러가고...눈에 띌만한 실적은 안나오고....그러니 당연히 부장은 위에서 쪼아댔나봐.............압박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나보더라고.........”
“흠.......그 선배가 스트레스라.............전혀 매치가 안되는데? 하하하하.....”
“쉿........그런 소리 귀에 들어가면.....김검이나 나나 못배겨나......한마디로 끽~~~이야...”
“흐흐......그래......그런데?..........유선배님이 출근하자마자 써포트 해주신거야?”
“아니........그랬으면 다들 쉬쉬하지는 않지....본인들도 어찌나 어이 없었으면..쯧.......”
“뜸들이다 밥 다 타겠다........뭔데.......엉?”
“유검사님이 식사 같이 하자며 김선배를 찾아갔나봐.... 마침 김선배는 대호 재무이사 심문중이었고.......”
“흠............설마 심문중이던 방에까지 들어간거야? 하긴 우리 선배님이 못갈데가 어디 있겠냐만......”
“어.....그랬대네.........그리고 그 시간부로 상황 종결...........”
“잉.....무슨 소리야........갑자기 상황 종결이라니?..........그 무슨 얼토당토 않은......”
“그러니까 내 말이... 도둑놈이 제 발 저린다고............몇날 며칠 입도 안열던 놈이.....그렇게 당당하게 굴던 놈이 그 자리에서 바로 자기 꼬리 잘라버리더래........나 참 어이가 없어서....”
“허어.............그 말.......모두 사실이야? 정말 그랬대?”
“몇마디 안했대...그냥 평범하게...........”
“누가? 유선배가? 대체 뭐라고 했는데?”
“입에 담기 민망하지만....훗...........시발 새끼들.........요즘 살 맛 나지? 배때지에 기름기 둥둥거리고.....난 배고파서 죽을뻔 했는데..........우썅.......사랑하는 동기님아 밥 언제 먹으러 갈건데.....엉? ......이게 전부....”
“헐................정말 헐이다.............하하하하하하...........속이 다 시원해.......하하하하하하......”
“선배님다운 표현이긴 한데........그걸 모르는 저치들은 그 순간 바로 납작 엎드린거고........”
“겁나기도 하겠지........그 심정 이해 안가는 바 아니다.....나라 전체를 온통 휘젓던 사람인데 일개 그룹 따위야 눈에 들어오기라도 하겠어?........안그래?”
“후훗.......씁쓸하지.......김선배 입장에선 당연히........”
“현실을 인정해야지.......그래야 조직에서 오래오래 살아남는 법이고...”
“그래서 말인데... 자기도 유선배 최측근들 움직임 포착했지?”
“내가 알기론 우리 선배님.......그동안 독고다이로 살다시피 했던 분인데.......어중이떠중이 날파리 꼬이듯 꼬이는거지 뭘.......그런곳까지 신경 쓸 여력은 없다네....”
“꼭 그것만도 아닌가봐.........외부인사들은 물론.......자기네 학교출신들을 중심으로 무언가 중요한 얘기가 오가는 것 같아 보였어.....”
“흠..........뭐 뻔한거 아니겠어? 여차하면 이놈의 지긋지긋한 생활.....접게 꼬드겨서.....으쌰으쌰.........맞지?”
“인생사 모르는거야.......자기는 그래도 일면식 있는 분이니까 자주 찾아 뵙고 그래.....나같은 따라지들이야 언감생심 꿈도 못꾸지만...”
“안그래도 방금도 인사드리고 왔지........키키키...........욕 한사발 듣는데.....주책맞게 왜케 눈물이 다 나는지....하아.........쩝.......”
“하하하하........욕 듣는 자기가 난 왜 부럽고 그러니.......하하하하.......”
“막상 면전에서 들으면 그런 생각도 안들어.......나 정도 면역이 되려면 수십번은 들어야.......아.........그렇구나........하고 넘어간다니까........하하하하........”
“자랑질은 그쯤하시고.......볼 일 다 봤으면 그만 나가보지 그래?”
“흠.......조만간 대검은 물론이고 지검 포함해서 여러곳에 분산되어 있는 우리 동기 몇몇이 모여 식사자리 한번 만들거야.........그때 꼭 참석해.......이말 전해주려고 온거니까.....알겠어?”
“내가 끼어도 되는 자리면.......”
“우리 선배님......학연 따지는 인간들 제일 혐오하는거 알잖아.......최철한 검사 봐봐.....예전 같았으면 지방에서 전전하다 떨어져 나갔을 인간인데......후우...........”
“후훗.....요즘 어깨에 힘 꽤나 들어가 있던데?”
“나 방금 인사드리러 갔더니 와 있더만......역시나......욕 몇사발 잡숫고 있더라...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정말 그랬어?”
“뭐라시더라........이 붕신새끼.........뭐라뭐라 하시던데.........내 얼굴이 다 화끈거려서...키키키........”
“자기는 무슨 욕 들었는데? 난 그게 더 궁금해........”
“저 붕신은 왜 또 질질거리며 흘리고 다녀.......야 존맹이 너 왜 왔어!!!!!!!!!!!! 키키키....이제 속 좀 개운해?”
“하하하하하하하.............눈물 난다 정말............하하하하하하...........”
“디데이 정해지면......일러줄테니 필히 참석해........”
“오케이.........이 원수는 나중에 두고두고 갚도록 하지..........”
“그건 그때 가봐야 아는거고..........선배님 분위기에 적응 못하면 당신도 대부분 사람들처럼 꽝이야...내 말 명심해...”
“명심......꼭 명심......됐지?”
“허허롭지만......그 눈빛속엔 우리가 보지 못하는......죽었다 깨도 그릴 수 없는 그림을 그리는 분이니까......분위기에 휩쓸려 가볍게 행동하는 것도 절대 금물........”
“나......오늘부터 불면에 시달릴 것 같은데? 하하하하......”
“그러든가 말든가........하하하하...........그럼 수고..........”
“그래...들어가...............”
개인사야 어떠하든........
하기 싫은 일일지라도 해야만 하는 것이 일인지라...........
서울로 입성한 그의 발걸음은 적어도 겉보기에는 첫출근하는 초임검사처럼 가볍기 그지 없어 보였고..........
“일은 좀 어때........할만하지?”
“이런 말씀드리기 뭐하지만..여전히 수습중입니다.....”
“허허허....천하의 우리 유검사가 아직 수습중이라 엄살부리면.....그말 누가 곧이 곧대로 듣겠어...안그런가.......하하하하.........”
“쓸만한 일 하나 주시면........그 수습에 도움이 좀 되긴 하겠습니다만....”
“쯧쯧.....워커홀릭의 길로 빠지면 안돼.....자네는 내가 보기에 일을 너무 좋아해서 탈이란 말이야....지금은 그저......유유히 흘러간다고만 생각하는게 좋아..내 뜻......알아듣지?”
“저야 그럼 스트레스 안받고 좋긴 합니다만....”
“당분간 자네한테 떨어지는 일은 고만고만한 잔챙이들이 대부분일거야...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건강 생각해서......쉬엄쉬엄 하도록 해.......그래야 나도 자네 오래보게 되고......좋은게 좋은거 아니겠나.......”
“예......명심하겠습니다..”
“후후훗.......우리 유검 가까이서 보니까........너어어무 잘생겨서 더 보기 좋다..하하하하........그래...출근 첫날부터 한 건 했다 들었는데...그 일 자네손으로 마무리해 볼테야?......”
“그 일은 1부가 오랫동안 공들여왔던 일 아닙니까......더구나 그날 벌어진 일도 그저 우연이 맞아 떨어진 것이지....제 공이라 볼 수 없습니다...”
“김성신 검사 자네 동기라 들었는데?”
“네........제가 무척 좋아하고 따르는 ........지검내에서 유일하게 흉금을 터 놓고 대화할 수 있는 친구입니다..”
“흠 그래?......근데...그 친구 말이야.........일은 꼼꼼하게 참 잘하는데........박력이 부족해 박력이....이런말 하면 지탄 받아 마땅하지만...아무래도 여성이라는 한계가.......쯧...”
“따님분 그렇게 깍아내리시다 혼나는 분들......그동안 많이 봐왔습니다.....”
“하하하하하하.......그래?............으하하하하..........그럼 자네 앞에서만이라도 자중해야겠는걸? 하하하하.........거 참......세상에 비밀은 없다더니..”
“예쁘고.....사랑스러운 친구입니다.....제가 결혼 안했다면 평생의 동반자로 삼고 싶을만큼....그리고 무엇보다 현명한 친구이기도 하구요.....”
“예끼!!!!!!!!이 사람.......아무리 내가 그놈 애비라지만.........하하하하........나도 엄연히 귀가 있고 아직 청력도 쓸만하다네.........그러니 애써 그렇게 안띄워줘도 돼......”
“아시지 않습니까........저란 인사........그런 말 할 재주 갖추지 못했다는 거....”
“하하하하하............그래그래......그거야 내 누구보다 잘 알지........하하하하.......그래도 애비라고...딸년 칭찬 들으니 기분은 좋구만........”
“자주 찾아뵙겠습니다......문전박대만 하지 말아주십시오......”
“예끼........하하하.........그래.....나가서 일 봐............퇴근 너무 늦게 하지 말고 .....”
“예.........그럼...꾸벅......”
“날 봐서....성신이랑 같이 공이나 한번 치자고........”
“예.............불러만 주십시오....”
이젠...
자신 앞에 누가 있든...
어떠한 존재와 맞닥뜨리든...........
본인이 가고자 하는 길의 장애물은 될 수 없다는 듯...........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발걸음엔 비장함마저 서려 있어 보였다.
“오셨어요?”
“....................”
“저녁식사 전이시죠? 씻고 나오시면....”
“어떻게 여기 와 있는거야..”
“음........그냥 뭐..........어찌어찌하다 보니까........이렇게 됐네요..”
“지연이랑 통화했어?”
“네에.........”
“쯧.............밥부터 줘.......먹고 씻지.....”
“그럼.......잠시 기다리셔야 하는데.....찌개가 아직 안끓어서........”
“송이야.......”
“네?”
“아니다.............”
“피이.......찌개에 오빠 좋아하는 해물 많이 넣었어요....모르긴 몰라도 되게 시원할거에요...”
“끙차.........자꾸 쳐져서 안되겠다......먼저 씻어야겠어.......”
“옷 이리 주세요......속옷은 욕실 앞에 가져다 놓을게요.....”
“들고 대기해......”
“네에.......그럼....그럴게요.......”
이는
검찰의 수장 중 한명인 인사 앞에서도 그러했고...
세간에선 철녀라 불리는 누군가 앞에서도 변함 없이 동일했으니..........
“제가 닦아 드릴게요....슥슥~~~~~슥~~...잠깐만 뒤로 돌아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
“내가 아는 하송이는 어디가고 얌전한 고양이 한 마리만 남았나 몰라....”
“풉..............그 하송이.....호랑이 앞에서 어떻게 발톱 자랑하겠어요? 그랬다가 또 무슨 봉변을 당하라구..........슥슥~~~~슥~~~~됐어요.....이제 이걸로 갈아입으시면 될 것 같아요..”
“이리와봐.......”
“찌개 넘쳐..........조금 있다가.........”
“쓰읍...........”
“이긍.........”
나는 나.........
유성호는 어디 안가고
오직 유성호 그 자체일때만 진정한 가치를 발하는 법.........
친구에게 취중에 쏟아냈던 단어들이.........
생환 이후 그의 머릿속을 헤집던 정체성의 혼란에 유일한 답이라는 것을...
그는 자신의 품에 들어오던 그녀를 느끼며 또 한번 절감하고 있었고......
“넌 왜 안먹어?”
“그냥 이렇게 보고만 있어도 좋아....안먹어도 배부른 느낌...”
“먹어.......”
“네에.........그럴게요.....”
“밤에 돌아갈거야? 우걱우걱~~~냠냠...”
“어떡할까요? 마음 같아선 여기서 살아도 무방할 듯 한데.....”
“너 그러다 지연이한테 칼침 맞어......걔 보기랑 달리 은근 독종이야......우걱우걱....”
“푸흡...............”
“웃긴.......내 말이 거짓인지 사실인지는 좀 더 겪어봐...그럼 저절로 알게 될거야......”
“맛있어요? 반찬 중에 제일 입에 맞는 건 뭐에요?”
“이 냉이무침.........이거 네가 했지? 우걱우걱........”
“그렇게 티가 확 나요?.........”
“맛있어......이게 제일 입맛에 맞아........”
“억지스러운 말 하지 않아도 돼요.........괜히 맛도 없는 걸......”
“넌 그렇게 날 겪었어도 나에 대해 모르는구나........내가 듣기 좋은 말 꾸며내고 그럴 인간으로 보여?”
“진심이면 나야 고맙구...........”
“자고 가...........여건 되면 몇날 며칠 있어도 무방하구.......”
“.....................”
“왜 대답이 없어!”
“아니......그냥 좀 울컥거려서,...........”
“밥 안먹을거야?”
“흑............”
“쓰읍..............”
“먹을게요..........지금 먹어.............흑.........”
밥공기 위로 주르륵 흘러내리던 그녀의 눈물을 양분 삼아.........
그의 거대한 불기둥에도 모처럼만에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
안녕하십니까 불바람개미입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그럼 바빠서 이만..........꾸우우뻑~~~~
“그래서?”
“뭐가 그래서야 붕신아........꼼짝없이 당분간은 혼자 살아야지.....”
“네가 퍽도 그러겠다 이 개놈시키야........하아.......이걸 정말 친구라고......”
“솔직히 말해봐...좀 부럽기도 하지?”
“컹.......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너 그러다 들통나면 그동안 쌓아올린 공든 탑......한방이야 이 시부럴놈아......”
“그럼 더 좋지 뭐.......다 때려치우고.....동네에서 낚시나 다니면서 한량 짓 하는거지...키키...”
“애는? 애들은 어쩔건데?.......어른들이야 그렇다쳐도 걔들이 성장하며 받을 상처는 생각안하냐? 하여간 이 이기적인 새끼......쯧쯧.....”
“못난 애비 둔 벌이라 생각해야지 뭐......어쩌겠어?....호적 팔 수도 없고...안그래?”
“마음 편해 좋겠다 이 샹늠아........쯧쯧......말이나 못하면.......아오.....”
“잔말말고 얼른 마시고 일어나기나 해........피곤하다.......”
“내일 내려간다고?”
“어.......지연이 목소리에 칼이 서려있는 듯 하더라....가서 칼침 좀 맞아줘야 할 것 같애..”
“그럼 오늘은 우리 집에 가서 자.........”
“밖에 기다리는 사람들 못봤냐? 니 친구....쬐끔.....아주 쬐끔 높은 신분이야.....”
“성호야..........”
“그런 눈으로 보지마 이 시부럴놈아.......네가 그런 눈으로 안쳐다봐도...나도.. 내 자신한테 지금 충분히 화나 있는 상태니까....알겠냐?”
“..........................”
“고작 그것 몇잔에 취했나보다.........으갸갸갸갸................시바............요즘 마음 같아선 철 모르고 날뛰던 고딩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하필이면 왜 지랄맞은 그 때로 가고픈데? 난 지금이 훨씬 좋구만.....”
“좋잖아........청춘..............그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하아......”
“넌.........세상 사람들한테 다 물어봐라.........넌 그놈의 청춘........누구보다 화려하게 잘 보냈어 이 시방새야.........그것보다 더 빛날수도 없거니와......”
“지랄 쌈싸먹는 소리 한다....이 붕신..............닥치고 술값이나 털어......”
“네가 내 이 개놈아.........이 개시킨 허구헌날 얻어쳐먹으려고 그래......이걸 확.........”
“키키키키........내 신세도 참......시바.......친구 만나러 나오는데 지갑도 없이 기어 나왔네....”
“하여간....졸라 고의성 다분하다니까 이 개시키.......끙........”
빛깔만 좋은 개살구.........
그의 속사정을 아는 이들 대부분이....
그의 위치....그의 형편을 부러워할지 몰라도.............
본인이 근래들어 느끼는 자괴감은.......
그들이 미처 생각할 수도 없을만큼 커다란 덩치로 불어나 있었다.........
우유부단..........
지리멸렬..........
지지부진.............
한마디로
병신.................그 자체........
드러난 겉모습과는 절대적으로 상반된 단어들 또한....
“간만에 만났는데 3차 가야지........3차..........”
“그래........가보자 시바.......돈도 없는데....어디든 못가겠어.......가자.......키키키...”
만취한 그의 몸을 촉촉이 적셔오던 그 때........
“오셨어요?”
“아가는?”
“시간이...........많이 늦었어요................”
“그래..............”
이는.........
어쩌면....
그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또 하나의 업과 다름없음에...
그래서 더더욱...
그로서도 좀처럼 헤어나오기 어려웠지만.....
“히히히......아빠.........”
“오잉.........이뿌니......아빠 없는 동안 엄마말 잘 듣고.....그랬져?...”
“호연이 선물!!!!!!!!!!....”
“우잉........선물....... 깜빡했다.......어쩌지........?”
“힝.........엄마가 그랬단 말야.......아빠가.......호연이.......강아지 인형...사다줄거라구....힝.......”
“울지말구......웅? 아빠가 내일 엄마랑 나가서 꼭 사줄게.........웅.....?”
“훌쩍...........약속한거야.......?.”
“그럼.......아빠가 제일 큰 걸로다가......우리 호연이보다 더 큰걸로다가 사줄게...약속!!!!!”
“히이.............엄마는?.......엄마는 왜 안데리러왔어 근데?”
“엄마는...울 호연이 맛난거 해준다고......집에서 바빠요.....흐흐.....”
“히이........그럼........아빠.........나랑 시소 타.........시소........웅?”
“늦으면 엄마가 화낼텐데...............그럼 조금만 놀다 가자.....알겠지?”
“웅!!!!!!!!!!!!!!!!!!!”
“자.........어부바~~~~”
“싫어.........아빠 목마 탈래..........거기가 더 높아......히히...”
작지만..
가족이라는 ...그 어느것보다 큰 울타리가 있기에..........
그는 웃음 지을 수 있었고..................
“엄한 데 힘쓰고 다니는 남편 뭐가 좋다고 이런 걸 먹이나몰라....”
“쯧.....애 앞에서......”
“유호연....너 ..엄마가 밥 먹을때 어떡하라구 했어........편식하라고... 그랬어 안그랬어..”
“편식이 뭔데 엄마..?”
“키키키키키..............”
“하아............장난치지 말고 얼른 먹어........밥 먹을 땐 열심히 밥만 먹어야지......”
“반찬은 먹으면 안되는거야 엄마?”
“하하하하하하하.................”
“끙.....................차라리 내가 말을 말아야지.........하아........”
‘홍냐홍냐....음냐음냐...’
“휴........이놈 되게 안자네....잠드는데 대체 얼마나 걸린거야?”
“아빠 얼굴 오랜만에 봐서 더 그렇지 뭐.....그래도 한번 잠들면 업어가두 모르니까...”
“효녀네 효녀...키키....”
“피............뭘 하고 다녔길래 얼굴은 피죽 한그릇 못얻어먹은 것처럼 ........쯧.....”
“간만에 포식했더니......아직도 뱃속이 출렁거린다....아오........”
“소화도 시킬 겸......요 앞에 산책이라도 나갔다오든가..........”
“애 혼자 두고.......나갔다와도 돼?”
“난 안되지.............자기 혼자만 다녀와.........”
“혼자는 심심하잖아..........같이 가...나가서 10분만 바람 쐬고 오자.........”
아니면....
억지로라도 웃음 지어야 했고.........
“바다가 보이지도 않는데...비린내는 여기까지도 날아오는구만...”
“좋지?”
“응..........좋다......”
“이곳에서 살면 잘 못느끼고 지나치기 쉬운 부분이잖아....”
“소중한 건데............인식하지 못하고 사는 거지 뭐...”
“나처럼?”
“하하하하하..............”
“왜 웃어?........자긴 내가 안소중해?”
“어........안소중해 우리 찔찔이........전혀..........키키키......”
“확...........저녁에 먹은 거 전부 토해내라고 할까부다.............”
“맛나더라..........예전엔 음식솜씨 진짜 형편 없었는데.........”
“엄마 모시고 산 세월이 얼만데........안변하면 그게 더 이상한 사람이지..안그래?......”
“이제 완연한 봄이야.........공기가 달라.......”
“치..말 돌리기는.......그래도 아직은 좀 쌀쌀하다.........얼른 들어가.......괜히 깨기라도 해서 엄마아빠 없는거 알면....울고불고 난리가 날거야..”
“그래...들어가자.......들어가서 먹은 거 토해내든.....다른 걸 게워내든 어디한번 해봅시다...”
“풉...........힘 못썼다간 봐.......다시는 서울 못올라가게 다리를.......확...............”
“헐.......이놈의 여편네.........점점 아줌마스러워지네 이거.......”
“내가 아줌마지......아가씬가?........빨리 오기나 해!!!!!!!”
“킁.............”
그러한 미소에.......
본래의 의미를 부여하던 존재는...
비록 그의 표현처럼 조금은 극성스럽게 변해갈지라도........
마치 피부의 일부처럼 소중히 인식된다는 점에 변화 따위는 있을 수 없었다...........
“호연이 안깼지?”
“애를 놀이터에서 얼마나 굴렸길래.......휴.........코까지 골고 잔다......”
“그래? 그럼.....우리도 그만 자자..........졸립다....”
“그냥은 못자......책임져야지!!!!!!!!!”
“키키키키..........난 몰라.......잘거야.....”
“힝...........”
“그 소리도 이젠 별로 감동스럽지 않은데?”
“칫.......그럼 먼저 주무세요.......이 아줌마는 드라마나 보다 잘래.......”
“자자고...........”
“아직 안졸리다니까!!!!!!!!”
“이걸 확............빨리 안방으로 안와.........?.”
“피피피피.........”
또한...
가벼운 손길 한번에 .......
억척 아줌마에서 열여섯 꽃띠 소녀로 변해가던 그녀를 배제하고........
남은 인생에 대해 논하는 것 자체도.......
그저 부질없는 허무함으로만 다가오고 있었으니....
“힝.........”
“듣기 싫다니까.......”
“힝힝...........”
“이걸 확...........클클클......그렇게도 좋아?”
“빨리 어떻게든 좀 해줘.......몸 뜨거워서 미칠 것 같단 말야......”
“지금 네 모습 보니까......군대 있을 때가 떠오른다..........”
“하아........그 때랑은 달라.....말 그만하구.........자기야 제발 빨리 좀.......”
“다르긴 하지....그땐 그래두 이렇게 노골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았었는데..키키...그럼 간만에 어디 우리 마누라 보지맛 좀 한번 봐볼끄나............읏차......”
“하아......하아........끼악~~~~~~헝..............”
“좋아?”
“하아.....하아........응........좋아............너무 좋아...........하아........”
“하하하하........왜케 웃기니 우리 지연이.....하하하하하..........”
“하아.........하아..............”
“몸 좀 그만 비틀지? 그러다 꽈배기 되는 수 있어 이 바보야......하하하하.....”
“자기야.......하아........제발.......나 좀...........하아..........”
“소식 들었어?”
“무슨 소식?”
“유선배님 말이야........출근하자마자 한건 했다던데? 대체 무슨 일이래?”
“아........난 또 뭐라고.........그게 실상을 알고 나면 좀 어이없는 경우라.....입에 올리기 씁쓸해...”
“김유식 검사도 비슷한 말 하던데......대체 무슨 일을 벌였길래 뒤에서만 수군거리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후훗.....유선배님 같은 사람은 같은 검사지만 우리랑 레벨이 다르잖아..... 그건 자기도 인정하지?”
“그야 뭐..........윗분들은 물론이고 유선배님 동기분들도 어려워하는 사람인데 우리야 말할 것도 없지...또 당연히 그래야 하는거고........선배님 때문에 자기나 나나 몸값이 얼마나 올랐는데.....안그래? ”
“실제 체감하는 사항이 아니라 잘은 모르겠지만...주위 평판은 아무래도 그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나아지긴 했지.........”
“그러니까........얘기가 자꾸 옆으로 샌다........그래 선배님이 대체 무슨 일을 벌인건데?...혼자만 알고 있지말고 나도 좀 같이 알고 지내자......엉?”
“후훗......괴물 선배 알지?........”
“아.......당연히 알지 ....검찰내에서 그 선배 모르면 간첩 아니야? 그래 그 선배가 왜.........그 선배 우리 유검사님 동기잖아....”
“이번에 대호그룹 비자금 사건 맡았는데.......잘 알려졌다시피 지지부진 그 자체였잖아...시간은 흘러가고...눈에 띌만한 실적은 안나오고....그러니 당연히 부장은 위에서 쪼아댔나봐.............압박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나보더라고.........”
“흠.......그 선배가 스트레스라.............전혀 매치가 안되는데? 하하하하.....”
“쉿........그런 소리 귀에 들어가면.....김검이나 나나 못배겨나......한마디로 끽~~~이야...”
“흐흐......그래......그런데?..........유선배님이 출근하자마자 써포트 해주신거야?”
“아니........그랬으면 다들 쉬쉬하지는 않지....본인들도 어찌나 어이 없었으면..쯧.......”
“뜸들이다 밥 다 타겠다........뭔데.......엉?”
“유검사님이 식사 같이 하자며 김선배를 찾아갔나봐.... 마침 김선배는 대호 재무이사 심문중이었고.......”
“흠............설마 심문중이던 방에까지 들어간거야? 하긴 우리 선배님이 못갈데가 어디 있겠냐만......”
“어.....그랬대네.........그리고 그 시간부로 상황 종결...........”
“잉.....무슨 소리야........갑자기 상황 종결이라니?..........그 무슨 얼토당토 않은......”
“그러니까 내 말이... 도둑놈이 제 발 저린다고............몇날 며칠 입도 안열던 놈이.....그렇게 당당하게 굴던 놈이 그 자리에서 바로 자기 꼬리 잘라버리더래........나 참 어이가 없어서....”
“허어.............그 말.......모두 사실이야? 정말 그랬대?”
“몇마디 안했대...그냥 평범하게...........”
“누가? 유선배가? 대체 뭐라고 했는데?”
“입에 담기 민망하지만....훗...........시발 새끼들.........요즘 살 맛 나지? 배때지에 기름기 둥둥거리고.....난 배고파서 죽을뻔 했는데..........우썅.......사랑하는 동기님아 밥 언제 먹으러 갈건데.....엉? ......이게 전부....”
“헐................정말 헐이다.............하하하하하하...........속이 다 시원해.......하하하하하하......”
“선배님다운 표현이긴 한데........그걸 모르는 저치들은 그 순간 바로 납작 엎드린거고........”
“겁나기도 하겠지........그 심정 이해 안가는 바 아니다.....나라 전체를 온통 휘젓던 사람인데 일개 그룹 따위야 눈에 들어오기라도 하겠어?........안그래?”
“후훗.......씁쓸하지.......김선배 입장에선 당연히........”
“현실을 인정해야지.......그래야 조직에서 오래오래 살아남는 법이고...”
“그래서 말인데... 자기도 유선배 최측근들 움직임 포착했지?”
“내가 알기론 우리 선배님.......그동안 독고다이로 살다시피 했던 분인데.......어중이떠중이 날파리 꼬이듯 꼬이는거지 뭘.......그런곳까지 신경 쓸 여력은 없다네....”
“꼭 그것만도 아닌가봐.........외부인사들은 물론.......자기네 학교출신들을 중심으로 무언가 중요한 얘기가 오가는 것 같아 보였어.....”
“흠..........뭐 뻔한거 아니겠어? 여차하면 이놈의 지긋지긋한 생활.....접게 꼬드겨서.....으쌰으쌰.........맞지?”
“인생사 모르는거야.......자기는 그래도 일면식 있는 분이니까 자주 찾아 뵙고 그래.....나같은 따라지들이야 언감생심 꿈도 못꾸지만...”
“안그래도 방금도 인사드리고 왔지........키키키...........욕 한사발 듣는데.....주책맞게 왜케 눈물이 다 나는지....하아.........쩝.......”
“하하하하........욕 듣는 자기가 난 왜 부럽고 그러니.......하하하하.......”
“막상 면전에서 들으면 그런 생각도 안들어.......나 정도 면역이 되려면 수십번은 들어야.......아.........그렇구나........하고 넘어간다니까........하하하하........”
“자랑질은 그쯤하시고.......볼 일 다 봤으면 그만 나가보지 그래?”
“흠.......조만간 대검은 물론이고 지검 포함해서 여러곳에 분산되어 있는 우리 동기 몇몇이 모여 식사자리 한번 만들거야.........그때 꼭 참석해.......이말 전해주려고 온거니까.....알겠어?”
“내가 끼어도 되는 자리면.......”
“우리 선배님......학연 따지는 인간들 제일 혐오하는거 알잖아.......최철한 검사 봐봐.....예전 같았으면 지방에서 전전하다 떨어져 나갔을 인간인데......후우...........”
“후훗.....요즘 어깨에 힘 꽤나 들어가 있던데?”
“나 방금 인사드리러 갔더니 와 있더만......역시나......욕 몇사발 잡숫고 있더라...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정말 그랬어?”
“뭐라시더라........이 붕신새끼.........뭐라뭐라 하시던데.........내 얼굴이 다 화끈거려서...키키키........”
“자기는 무슨 욕 들었는데? 난 그게 더 궁금해........”
“저 붕신은 왜 또 질질거리며 흘리고 다녀.......야 존맹이 너 왜 왔어!!!!!!!!!!!! 키키키....이제 속 좀 개운해?”
“하하하하하하하.............눈물 난다 정말............하하하하하하...........”
“디데이 정해지면......일러줄테니 필히 참석해........”
“오케이.........이 원수는 나중에 두고두고 갚도록 하지..........”
“그건 그때 가봐야 아는거고..........선배님 분위기에 적응 못하면 당신도 대부분 사람들처럼 꽝이야...내 말 명심해...”
“명심......꼭 명심......됐지?”
“허허롭지만......그 눈빛속엔 우리가 보지 못하는......죽었다 깨도 그릴 수 없는 그림을 그리는 분이니까......분위기에 휩쓸려 가볍게 행동하는 것도 절대 금물........”
“나......오늘부터 불면에 시달릴 것 같은데? 하하하하......”
“그러든가 말든가........하하하하...........그럼 수고..........”
“그래...들어가...............”
개인사야 어떠하든........
하기 싫은 일일지라도 해야만 하는 것이 일인지라...........
서울로 입성한 그의 발걸음은 적어도 겉보기에는 첫출근하는 초임검사처럼 가볍기 그지 없어 보였고..........
“일은 좀 어때........할만하지?”
“이런 말씀드리기 뭐하지만..여전히 수습중입니다.....”
“허허허....천하의 우리 유검사가 아직 수습중이라 엄살부리면.....그말 누가 곧이 곧대로 듣겠어...안그런가.......하하하하.........”
“쓸만한 일 하나 주시면........그 수습에 도움이 좀 되긴 하겠습니다만....”
“쯧쯧.....워커홀릭의 길로 빠지면 안돼.....자네는 내가 보기에 일을 너무 좋아해서 탈이란 말이야....지금은 그저......유유히 흘러간다고만 생각하는게 좋아..내 뜻......알아듣지?”
“저야 그럼 스트레스 안받고 좋긴 합니다만....”
“당분간 자네한테 떨어지는 일은 고만고만한 잔챙이들이 대부분일거야...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건강 생각해서......쉬엄쉬엄 하도록 해.......그래야 나도 자네 오래보게 되고......좋은게 좋은거 아니겠나.......”
“예......명심하겠습니다..”
“후후훗.......우리 유검 가까이서 보니까........너어어무 잘생겨서 더 보기 좋다..하하하하........그래...출근 첫날부터 한 건 했다 들었는데...그 일 자네손으로 마무리해 볼테야?......”
“그 일은 1부가 오랫동안 공들여왔던 일 아닙니까......더구나 그날 벌어진 일도 그저 우연이 맞아 떨어진 것이지....제 공이라 볼 수 없습니다...”
“김성신 검사 자네 동기라 들었는데?”
“네........제가 무척 좋아하고 따르는 ........지검내에서 유일하게 흉금을 터 놓고 대화할 수 있는 친구입니다..”
“흠 그래?......근데...그 친구 말이야.........일은 꼼꼼하게 참 잘하는데........박력이 부족해 박력이....이런말 하면 지탄 받아 마땅하지만...아무래도 여성이라는 한계가.......쯧...”
“따님분 그렇게 깍아내리시다 혼나는 분들......그동안 많이 봐왔습니다.....”
“하하하하하하.......그래?............으하하하하..........그럼 자네 앞에서만이라도 자중해야겠는걸? 하하하하.........거 참......세상에 비밀은 없다더니..”
“예쁘고.....사랑스러운 친구입니다.....제가 결혼 안했다면 평생의 동반자로 삼고 싶을만큼....그리고 무엇보다 현명한 친구이기도 하구요.....”
“예끼!!!!!!!!이 사람.......아무리 내가 그놈 애비라지만.........하하하하........나도 엄연히 귀가 있고 아직 청력도 쓸만하다네.........그러니 애써 그렇게 안띄워줘도 돼......”
“아시지 않습니까........저란 인사........그런 말 할 재주 갖추지 못했다는 거....”
“하하하하하............그래그래......그거야 내 누구보다 잘 알지........하하하하.......그래도 애비라고...딸년 칭찬 들으니 기분은 좋구만........”
“자주 찾아뵙겠습니다......문전박대만 하지 말아주십시오......”
“예끼........하하하.........그래.....나가서 일 봐............퇴근 너무 늦게 하지 말고 .....”
“예.........그럼...꾸벅......”
“날 봐서....성신이랑 같이 공이나 한번 치자고........”
“예.............불러만 주십시오....”
이젠...
자신 앞에 누가 있든...
어떠한 존재와 맞닥뜨리든...........
본인이 가고자 하는 길의 장애물은 될 수 없다는 듯...........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발걸음엔 비장함마저 서려 있어 보였다.
“오셨어요?”
“....................”
“저녁식사 전이시죠? 씻고 나오시면....”
“어떻게 여기 와 있는거야..”
“음........그냥 뭐..........어찌어찌하다 보니까........이렇게 됐네요..”
“지연이랑 통화했어?”
“네에.........”
“쯧.............밥부터 줘.......먹고 씻지.....”
“그럼.......잠시 기다리셔야 하는데.....찌개가 아직 안끓어서........”
“송이야.......”
“네?”
“아니다.............”
“피이.......찌개에 오빠 좋아하는 해물 많이 넣었어요....모르긴 몰라도 되게 시원할거에요...”
“끙차.........자꾸 쳐져서 안되겠다......먼저 씻어야겠어.......”
“옷 이리 주세요......속옷은 욕실 앞에 가져다 놓을게요.....”
“들고 대기해......”
“네에.......그럼....그럴게요.......”
이는
검찰의 수장 중 한명인 인사 앞에서도 그러했고...
세간에선 철녀라 불리는 누군가 앞에서도 변함 없이 동일했으니..........
“제가 닦아 드릴게요....슥슥~~~~~슥~~...잠깐만 뒤로 돌아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
“내가 아는 하송이는 어디가고 얌전한 고양이 한 마리만 남았나 몰라....”
“풉..............그 하송이.....호랑이 앞에서 어떻게 발톱 자랑하겠어요? 그랬다가 또 무슨 봉변을 당하라구..........슥슥~~~~슥~~~~됐어요.....이제 이걸로 갈아입으시면 될 것 같아요..”
“이리와봐.......”
“찌개 넘쳐..........조금 있다가.........”
“쓰읍...........”
“이긍.........”
나는 나.........
유성호는 어디 안가고
오직 유성호 그 자체일때만 진정한 가치를 발하는 법.........
친구에게 취중에 쏟아냈던 단어들이.........
생환 이후 그의 머릿속을 헤집던 정체성의 혼란에 유일한 답이라는 것을...
그는 자신의 품에 들어오던 그녀를 느끼며 또 한번 절감하고 있었고......
“넌 왜 안먹어?”
“그냥 이렇게 보고만 있어도 좋아....안먹어도 배부른 느낌...”
“먹어.......”
“네에.........그럴게요.....”
“밤에 돌아갈거야? 우걱우걱~~~냠냠...”
“어떡할까요? 마음 같아선 여기서 살아도 무방할 듯 한데.....”
“너 그러다 지연이한테 칼침 맞어......걔 보기랑 달리 은근 독종이야......우걱우걱....”
“푸흡...............”
“웃긴.......내 말이 거짓인지 사실인지는 좀 더 겪어봐...그럼 저절로 알게 될거야......”
“맛있어요? 반찬 중에 제일 입에 맞는 건 뭐에요?”
“이 냉이무침.........이거 네가 했지? 우걱우걱........”
“그렇게 티가 확 나요?.........”
“맛있어......이게 제일 입맛에 맞아........”
“억지스러운 말 하지 않아도 돼요.........괜히 맛도 없는 걸......”
“넌 그렇게 날 겪었어도 나에 대해 모르는구나........내가 듣기 좋은 말 꾸며내고 그럴 인간으로 보여?”
“진심이면 나야 고맙구...........”
“자고 가...........여건 되면 몇날 며칠 있어도 무방하구.......”
“.....................”
“왜 대답이 없어!”
“아니......그냥 좀 울컥거려서,...........”
“밥 안먹을거야?”
“흑............”
“쓰읍..............”
“먹을게요..........지금 먹어.............흑.........”
밥공기 위로 주르륵 흘러내리던 그녀의 눈물을 양분 삼아.........
그의 거대한 불기둥에도 모처럼만에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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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불바람개미입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그럼 바빠서 이만..........꾸우우뻑~~~~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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