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화.
"아흑... 아흑... 준수야... 언니한테 가봐야되는거 아니야...?"
"헉헉... 냅둬요. 그리고 앞으로 이모 얘기 한번만 더 꺼내면 저 그냥 잘거에요."
"아아... 아흑... 아... 알았어... 아흐으으윽..."
엎드려서 준수에게 보지를 유린당하는 수정도, 준수의 가슴을 애무하고 있던 세진과 은혜도 준수의 눈치만을 살피고 있었다. 특히나 세진은 그녀들보다 더욱 큰 마음의 짐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장난스러운 질문에 뜻밖에 대답을 했던 영희였고, 그것때문에 순식간에 영희와 준수의 관계가 틀어진것만 같아서 혹시라도 그들의 사이가 멀어지는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였다.
수정 또한 지금 준수와 관계를 가지는 것이 기분이 좋긴 했지만 영희가 신경쓰여서일지 왠지 평소보다 흥분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흔들어대던 허리를 멈추고는, 엎드린 자세를 고쳐 일어서고는 말했다.
"미안... 준수야... 나 이런 상태로는 못하겠어..."
"... 알았어요. 그럼 선생님. 엎드려요. 싫으면 은혜라도."
"........"
그녀들은 누구 하나 준수의 말을 듣지 않았다. 아무리 몸은 준수의 자지를 원해서 애액을 흘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신만큼은 그 어느때보다 멀쩡한 상태였다. 준수도 그런 그녀들의 마음을 알았는지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했다.
"... 알아요. 걱정하는게 뭔지... 저 사실 화 안났어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하... 하지만..."
"여행기간동안에는 저한테 이모랑 특별한 관계인거 생각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거 뿐이에요. 설마 제가 정말 그거 하나때문에 이모를 싫어한다거나 할거같아요?"
"... 진짜... 아니야...?"
"이모말이 맞아요. 저는 이모 냅두고 실컷 다른 여자들이랑 했으면서... 아니... 다른 여자들이라고 말해서 죄송해요. 어쨋든 이모가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해도 화나거나 하는건 없어요. 그럴수도 있죠 뭐..."
"준수야... 너가 언니를 오해하는거일거야..."
"맞아... 그게 아줌마의 진심일리는 없잖아..."
수정과 더불어 은혜까지 영희를 두둔했다. 그에 준수 또한 정말로 괜찮다는듯 아까의 심각한 표정을 풀고는 다시 말을 했다.
"아마...제 생각에 이모는 선생님이나 누나나 은혜를 위해서 일부러 그런거일거에요. 어쨋든 이번 여행이 마지막이니까..."
"영희언니가 연기를 한거란 말이야?"
"네... 제 생각엔 아마도요... 저도 그래서 일부러 그거에 맞춰준것 뿐이구요."
그의 말에 완전히 마음이 풀린것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그녀들은 어느정도 안심이 되었다. 안심이 되자 그녀들은 영희에 대한 생각때문에 인식하지 못했던 그녀들의 흥분을 다시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들의 얼굴에 홍조를 띠는 것을 포착한 준수는 그녀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오늘 각오하라구요. 정말 잊지 못할 밤을 만들어드릴테니까..."
덜렁덜렁거리며 다가오는 준수의 흉측한 자지를 보며 그녀들은 평상시보다 더욱 긴장을 함과 동시에 기대감에 몸서리를 쳤다. 그리고 그날 하루종일... 준수는 영희의 말때문에 내심 화가 났었던 모든 것을 그녀들에게 풀어버렸다. 그렇기에 다음날 그녀들이 거의 초죽음상태가 되었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괜찮다는 준수의 말과는 달리 준수와 영희 사이의 미묘한 공기로 인해 그녀들은 그들을 대하기 껄끄러워했다. 특히나 영희의 기분과 관계없이 지난밤 그녀들은 더이상은 여한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뜨거운 밤을 보낸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었기 때문에 특히나 영희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물론 영희는 그녀들에게 딱히 악감정이 없는것같아보이진 않았지만... 그들의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수정이 오늘 밤의 계획에 대해 말을 했다.
"오늘은 그냥 게임이고 뭐고, 뜨거운 밤 보내요 언니... 호호호..."
"응... 그래..."
하지만 수정의 말에 영희는 준수를 한번 노려보고는 그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것을 보고 세진과 은혜는 준수에게 눈치를 주며 영희에게 뭐라도 말을 해보라고 했지만, 준수는 그녀들의 말을 가볍게 무시할 뿐이였다.
"몸이 찌뿌둥한데 바람이나 쐬고 올게요."
그녀들의 눈치가 귀찮았는지 준수는 그녀들을 남겨두고 밖으로 향했다. 그 또한 울적했다. 그저 재미있는 여행이였으면 했고, 마지막으로 그녀들에게는 좋은 기억만을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실상은 어제 자신이 영희와 사소한 말다툼을 한것 때문에 그녀들이 불편해해서 그 또한 마음이 무거운 것이 솔직한 심경이였다. 그렇다고해서 영희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몰라 그는 그저 망설일 뿐이였다.
"하아... 진짜 나도 바본가보네..."
답답해서 나온 그의 한숨에 입김이 나올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준수는 추위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이모도 그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꼭 내 앞에서 그렇게 말해야했어?"
준수도 물론 어제 영희의 발언이 그녀의 진심이라고 해도 별수 없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진짜로 다른 남자와의 관계를 원한다고 하더라도 그는 그녀에게 그것을 탓할 자격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말을 듣고 그의 기분이 나빠지는건 어쩔 수 없었다. 어쩌면 자신이 이기적인 것일수도 있지만, 영희가 다른 남자와 관계를 하는 것만을 상상하는것 만으로도 속이 타들어갈 지경이였기 때문이다.
폭포가 떨어지면서 물이 몇방울 튀는것을 그대로 맞으며 그런 생각에 잠겨있을때쯤, 물가에 돌이 던져지는 소리가 들려 준수는 그곳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영희가 바닥에 앉아서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돌을 던지고 있었다. 아직 준수는 영희와 말을 하는것이 껄끄러웠지만 이 추운날에 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고 나와있는 영희가 혹시라도 감기라도 걸리진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녀를 그냥 바라만보고 있을 수 없었던 준수는 영희에게로 다가갔다.
"... 뭐해요. 추워요. 그러다가 감기걸리겠어요. 빨리 들어가요."
"흥. 남이사. 내가 감기걸리든 말든 너랑 무슨 상관이야?"
"뭐요? 말 다했어요?"
영희 또한 어제 괜히 자신이 준수의 기분을 망친것같아서 마음이 무겁던 와중에 오늘마저 준수와 안좋은 분위기를 연출해서 마음이 찹찹했다. 그러던 와중 준수가 나가자 그녀들이 영희에게 가서 준수와 화해를 하라는 말에 어쩔 수 없는척하는 표정을 지으며 나왔던 것이였다. 그녀도 준수와 오해를 풀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준수의 표정을 보니 그녀가 먼저 그에게 다가가는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와중에 그녀는 문득 그녀가 준수에게 뭘 그리 대단한 잘못을 저질렀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한것도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이번 여행 분위기상 실제로 그녀가 정말로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정도면 준수가 충분히 이해해줘야 하는것 아닌가, 나는 다 이해해 주는데, 이런 생각이 드니 괜한 심술을 부리고 싶어지기도 했다.
준수가 다가와서 그녀가 건넨말에는 그런 그녀의 심술이 그대로 묻어있었다. 하지만 그 말을 내뱉자마자 그녀는 아차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해서는 안되는 말이였던 것이다. 그러나 준수가 버럭하며 그녀에게 소리치자 그녀또한 그녀의 속마음과는 다른 말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왜? 뭐가 문젠데?"
"이모... 정말... 그럴거에요? 화내야할 사람은 이모가 아니라 전데 왜 이모가 화내는건데요!"
"내가 뭘! 내가 뭘 잘못했는데! 응?"
"아직까지도 그러기에요? 이모... 내가 왜이러는지 이모 정말 몰라서 그러는거에요?"
"그래! 모르겠다! 뭔데! 뭣때문에 그러는데!!"
준수도 자신은 좋게 영희와 화해를 하고 싶은데 자꾸만 서로의 언성의 높아지는 이 상황에 답답했지만, 그가 답답함을 느낄수록 그는 영희에게 더욱 언성을 높여갔다.
"어제 그말... 진심이에요?"
"뭐... 뭐가!"
"다른 남자들한테 돌림빵당하는 상상한적 있냐구요!"
"그... 그래! 있다 왜! 그게 뭐 어때.... 아얏..."
그녀가 대답을 채 끝내기도 전에 준수가 영희의 뺨을 때렸다. 뺨을 맞은 영희도, 뺨을 때린 준수도, 그리고 그들이 다투는 모습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던 세 사람도 모두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준수는 한참뒤에야 자신의 손에서 화끈한 감각이 느껴지며 그때서야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를 깨달았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이제는 진짜로 영희에게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그 자리에서 영희는 주저앉아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흑흑... 그냥... 그냥 선생님이나 수정씨나 은혜가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으면 큰일이였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했던것 뿐인데... 흑흑...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이야? 흑흑... 왜... 날 그렇게 못믿어? 다른 남자랑 같이 있는거 상상하는것만으로도 그렇게 열받아?"
"..... 이모..."
"난... 그걸 지켜보는 난... 내 기분은 어땠는데... 상상만 하는게 아니라 두 눈으로 똑똑히 보면서 겉으로 괜찮은척 해왔던 나는 뭔데... 흑흑..."
영희의 말에 준수는 뒷통수를 얻어맞은듯한 기분이였다. 그다. 그는 다른 남자와 몸을 섞는 영희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느꼈던 자신의 분노만 생각했지, 다른 여자와 몸을 섞는 자신을 보는 영희가 느낄 분노에 대해서는 잊어왔었던 것이다. 어제 잠시 느꼈던 그의 분노는 그녀들과의 관계를 알았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녀가 계속해서 참아왔던것에 비하면 보잘것 없는것이지 않은가. 준수는 영희에게 무한한 미안함을 느끼며 그녀에게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영희가 갑작스럽게 준수의 품에 달려들다시피 하며 안겼다.
"미안...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날 용서해줘 준수야... 응...? 아니... 여보... 미안해요... 내가..."
"... 아니야... 미안... 내가 미안해... 내가 속이 너무 좁았어... 당신이 어떤 생각을 하더라도 당신을 믿었어야했는데..."
"아니에요 여보...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절 버리지 마요 여보... 흑흑..."
준수는 그의 가슴에 안겨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 또한 그녀의 눈물에 가슴이 너무 아팠다.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사죄의 눈물을...
"언니, 마무리는 저희가 할테니까 목욕이라도 하고와요."
"난 괜찮아..."
"아니에요... 제가 너무 죄송해서 그래요... 어제 괜히 쓸데없는걸 물어서..."
"아니야... 그럴줄 알았나 뭐... 나 진짜 괜찮으니까..."
"에이 참... 제가 마음이 불편해서 그래요 언니... 여기 탕 들어가면 기분 좋아지니까 기분전환이라도 하고와요... 네?"
"그럼... 알았어... 미안..."
세진을 포함한 그녀들의 배려로 영희는 목욕을 하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까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려서인지 눈이 충혈되어있기도 했고, 아침에 샤워를 제대로 못해서 개운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아까 밖에서 느낀 냉기가 아직도 몸에 남아있는듯 했기 때문에 뜨거운 물에 들어가서 몸을 풀고싶기도 했다.
비록 실내의 욕탕에 불과했지만 별장 규모에 걸맞게끔 그 욕실은 개인용이 아닌듯, 밖에는 여러 사람이 옷을 벗어놓을 수 있게끔 되어있었다. 영희는 옷을 벗고 곧 느낄 따스한 물을 기대하며 안으로 향했다. 뜻밖에서 안으로 들어서자 욕탕에 몸을 담그고 있는 준수가 영희의 눈에 들어왔다.
"어머... 미안... 나 반대쪽으로 갈게..."
아무리 오해가 풀렸다고는 하지만 영희는 지금 그녀의 알몸을 준수에게 드러내는게 어색했다. 그래서 옆의 욕실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준수가 영희의 손목을 붙잡았다.
"... 괜찮으니까... 우리 얘기좀 해요..."
"......"
영희는 말없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는 준수가 이끄는대로 탕에 몸을 담궜다. 밖의 차가운 공기와 대조되는 따뜻함 때문이였을까, 준수와 영희는 노곤함을 달래는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문득 준수는 아까 자신이 영희의 뺨을 때렸던 것이 떠올랐다. 그 기억은 그의 마음을 너무나도 무겁게 했다. 준수는 미안한 마음을 담아서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 아팠죠...?"
"......"
"미안해요... 이런걸로 용서될리 없지만... 아까 저한테 화났던 만큼 절 때려주세요..."
"... 내.. 내가 왜... 괜찮아... 정말로..."
"안그러면 제 마음이 불편해서 그래요..."
걱정어린 준수의 눈을 보며 영희는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것을 느꼈다. 이러나 저러나 결국 그와 그녀의 마음은 같았던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럼... 제가 당신 고백 받은 날 뺨 때린거랑 비긴거로 해요..."
"... 정말... 그래도 괜찮아요...?"
"네... 그리고... 우리 둘뿐인데... 평소처럼 해줘요... 여보..."
영희의 말에 준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저 멀리서 세 여자가 준수와 영희를 훔쳐보고 있는 것이 보여 영희의 말에 망설였지만, 그녀들이 고개를 끄덕이는걸 보고는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알았어... 여보... 그나저나 정말 미안해... 내가 당신 볼 면목이 없어..."
"아니에요... 당신... 어제 저한테 많이 실망했죠...?"
"... 솔직히... 실망했다기보다는 많이 놀랐어... 그리고... 다른 사람한테 안겨있는 당신을 생각하니까... 견딜수가 없어서... 나 참 속이 좁지?"
"아니에요... 저도 당신이 오해하는것같아서 많이 속상했지만... 한편으로는 당신이 절 그만큼 사랑하는것같아서 기쁘기도 했어요... 제가 오해를 풀어드렸어야했는데... 죄송해요..."
연이어 사과를 하는 영희에게 준수는 더이상 그녀에게 사과를 하기보다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모르겠어... 내가 했던 짓들을 생각하면... 솔직히 나... 당신이 다른 남자를 만나도 뭐라고 할 자격이 없다는건 알아...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싫어... 나 말고 다른 남자 만나는 당신 모습을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나... 나 정말 속좁은 남자지?"
"아니에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전 당신꺼라고... 전 당신의 여자라고..."
"정말... 그럴거야...?"
"네... 만약에 나중에 늙은 제가 싫다고 당신이 떠나도... 전 당신을 사랑할거에요..."
"무... 무슨 말을 그렇게해. 내가 왜 당신을 떠나...? 나도 당신의 남자라고 말했잖아..."
"정말이죠...? 치... 나중에 다른 소리 하기만 해봐요."
그들 사이의 앙금은 욕탕의 따뜻한 물에 다 녹아버린듯, 준수의 가슴에 안겨있던 영희는 장난스럽게 준수의 가슴을 때렸고, 준수는 그런 그녀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힘껏 끌어안았다.
"생각해보니 이번 여행기간에는 당신을 한번도 못안아본거같네... 이렇게 된거... 여기서 할까...?"
"풋... 변태!"
"어허... 어디서 지아비한테 변태라고 하는거야? 입버릇이 나쁜 마누라를 혼나줘야겠는데?"
"아흑... 하지마요 여보... 하앙... 하앙... 아... 안되..."
저 멀리서 탕에서 나온 준수가 영희를 애무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세 여자는 만족했다는 표정을 하고는 그들의 행위를 훔쳐보는것을 뒤로하고 걸음을 옮겼다.
"역시 언니는 참 대단한거같아."
"맞아. 만약에 세진이, 너였으면 저런건 상상도 못했을거야."
"후훗... 언니. 선생님이였으면 애시당초에 돌림빵당하는 상상을 했냐는 질문 자체때문에 저렇게 오해하지도 않았을걸요?"
"으... 은혜야! 너 뭐어~?"
"어~? 언니랑 준수, 얼굴이 왜그렇게 빨개요?"
"아... 아... 그건... 뜨거운 물로 목욕을 했더니..."
"아... 그래요? 물만 뜨거운게 아니라 준수 물건이 뜨거웠던건 아니구요? 호호호호..."
"아아, 그래서 그랬던거구나. 아까 여기까지 언니 신음소리가 들려서 뭔일인가 했더니, 물이 뜨거워서 그랬나보네요 언니. 후후..."
방금전까지만해도 냉전상태였던 그들이 사이가 좋아진 모습을 보고 수정과 세진이 번갈아가면서 그들을 놀리자 준수와 영희는 부끄러워서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나... 난 머리말리고 올테니까...."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한 영희는 결국 도망가다시피하며 방으로 향했고, 준수도 머뭇머뭇하다가 갑자기 소변이 마렵다는 핑계로 그녀들을 피했다.
"오늘은... 뜨거운 밤을 보낼거에요. 후후... 준수야. 각오해둬."
준수는 잔뜩 긴장을 하며 뇌쇄적인 세진의 말투에 그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리고는 오늘 무슨 게임을 하더라도 영희, 아니... 영희뿐만 아니라 세진이나 수정, 은혜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말이나 행동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오늘은 여행의 마지막 밤이였으니 혹시라도 어제처럼 자신의 오해 하나로 감정을 상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이였기 때문이다.
도대체 오늘은 무슨 게임을 하는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분명 세진의 말투를 보아하니 뭔가 엄청난 것을 준비한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난밤까지 게임을 했던 것들을 보면 정상적인 게임이라고는 말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더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에 준수의 표정에는 비장함마저 서려있었다. 마침내 시간이 되자, 세진은 뭔가를 가져오더니 준수에게 안대를 씌웠다.
"아... 또 뭘 하려고 하는거야 대체..."
"후후... 주인님. 확실히 안보이시죠?"
"... 안보여요..."
"일단 저만 따라오세요. 호호호..."
세진은 준수의 손을 잡은채 어디론가 이끌었다. 준수는 그가 향하는 곳이 어디일지 궁금해져 견딜수가 없었다. 하지만 약속대로 안대에는 손을 대지 않고 그저 세진의 발걸음에 맞춰 자신도 발을 옮길 뿐이였다. 그저 묵묵히 세진을 따라가던 준수의 얼굴에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설마 밖으로 나온건가... 아니... 날도 추운데 왜 굳이 밖에서... 아무리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다지만..."
준수는 이 추운날 야외에서 섹스를 하게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준수는 야외섹스에 대한 호기심이 아예 없는것은 아니였다. 야외라는 공개된 공간에서 섹스를 한다는 것은 분명 짜릿하긴 할 것이다. 다만, 준수는 그가 야외섹스를 하면서 느낄 짜릿함보다 자신들의 여자를 다른 사람에게 노출시킨다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다. 아무리 남자라는 동물이 섹시한 여성을 보면 음란한 상상을 하는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의 여자를 대상으로 음란한 상상을 하는 것은 기분이 나빳다. 게다가 야외섹스를 하면서 그들이 관계하는 장면을 보면 그들의 상상은 더할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하지만 이곳처럼 사람이 없는 곳이라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라는 상상을 했고, 그런 상상때문에 그의 자지는 바지안에서 점점 고개를 들고 있었다.
문을 나온지 얼마 안되자 뭔가 타는 소리와 함께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준수가 그 열기를 조금 더 강하게 느낄때쯤, 세진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의 눈을 가린 안대를 벗겨내었다.
"자~ 뜨거운 밤 시작이에요!"
그의 눈앞에는 그리 크진 않은 캠프파이어였다. 그 모닥불을 중심으로 해서 먼저 와있던 영희와 수정, 그리고 은혜가 앉아있었다. 그의 바람과는 달리(?) 그녀들은 꽤나 따뜻하게 옷을 입고 있었다.
"이게 다... 뭐에요...?"
"말했잖아. 뜨거운 밤... 이렇게 앉아서 서로 얘기나 하면서 뜨겁게 밤을 보내보자고."
"... 호호... 설마 준수야. 뜨거운 밤이라고 해서 이상한거 생각했던거는 아니지?"
"누... 누나! 제가 언제..."
"언니, 준수 자지 벌써 엄청 커져있는데요? 저러다가 바지 터지는거 아닌가 몰라. 호호호..."
네 여성은 준수가 발기한 모습을 보고 웃기다는듯 비웃었다. 그제서야 준수는 자신이 기대했던 것으로 인해 그녀들에게 놀림을 받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그의 자지를 손으로 가린채 그의 자리에 앉았다.
"하여튼 언니. 힘드시겠어요. 앞으로 저렇게 시도대도없이 준수를 상대해야할텐데. 언니 보지가 남아날려나 몰라..."
"어쩌겠어. 내 복이지 뭐."
"힘들면 말하세요 언니. 언제든지 제가 언니를 대신해드릴테니까."
"말씀은 고맙지만 그럴일은 없을거같아요 선생님. 호호호..."
"준수야. 아줌마 보지 질리면 언제든지 연락해. 난 언제나 네 여자니까..."
"정말... 은혜 너도..."
장난이 가득한, 그러나 서로에게 악의는 없는 그런 그녀들의 수다에 준수는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들을 지켜보는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에 뜬 보름달을 바라보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은혜와의 첫 만남... 그 자리에서는 그의 고자력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아마 그때의 은혜도, 그리고 그 당시의 자신도 지금처럼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정력의 소유자가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학교에서의 관계... 세진때문에 그녀가 희생했던 것... 그리고 자신과의 감정갈등때문에 자칫 큰일을 당할뻔했던 일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만약 준수에게 영희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아마도 자신은 은혜와 사귀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며...
수정... 분명 자신보다 나이가 많지만 가끔은 철없는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한 그녀... 너무나도 밝은 모습의 그녀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겉모습 뒤에는 나이에 맞지 않는 진지함도 가지고 있으며 그가 힘들때마다 그의 고민을 들어주고, 자신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그녀이다. 아마 수정이 없었다면 자신과 영희가 이어질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수정에게는 감사한 마음 뿐이였다.
그리고 세진... 처음에는 세진을 자신을 이용하는것만같아서 너무나도 싫었지만, 그녀와 같이 있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리고 그녀에 대해서 점점 알게 될수록, 그리고 그녀의 과거에 대해 알게 된 후에는 그녀에 대한 그의 증오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물론 그녀를 동정하지도 않는다. 그녀를 동정하는 것이 그녀를 괴롭힐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저, 그녀도 지극히 평범한 여자라 생각할 뿐이다. 아, 사실... 평범하다고는 하기 힘들지만...
그 여자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준수는 고개를 내린 후 여자들과 수다를 떨고 있는 영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그녀... 어떻게보면 그에게 일어났던 일들은 모두 영희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가 남자구실을 할 수 있게 만든것도 영희였고, 그가 사랑이란 감정을 가지게 할 수 있었던 것도 영희였으며, 지금 이렇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영희 덕분이였다. 예전부터,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
"얘, 준수야. 너 언니만 너무 바라보는거 아니야?"
"아... 하하... 죄송해요. 이번 여행기간에는 그러지 않기로 했는데..."
"뭐... 괜찮아... 이해해. 오히려 안그랬으면 우리가 마음 편하게 떠나지 못했을거야."
"뭐해요 아줌마. 준수랑 손이라도 잡아요."
그녀들의 부추김속에 영희는 부끄러워 어쩔줄 몰라했다. 준수는 자신의 옆에 앉은 영희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그리고 영희의 반대쪽에 있는 은혜의 손도, 그리고 영희의 반대쪽 손은 세진에게, 그리고 은혜의 반대쪽 손은 수정에게, 그리고 수정과 세진마저 손을 잡았다. 그러고있으니 그들의 마음은 모두 하나로 연결된것 같은 기분이였다.
"만약에 언니가 없었다면... 우리 중 하나가 선택될 수 있었을까?"
"호호... 넌 안되. 언니만 없었으면 내가 준수의 여자가 될게 뻔하거든."
"언니, 아니거든요? 얼굴로 보나 나이로 보나 몸매로 보나 제가 더 준수한테 어울려요. 어제 준수도 인정했잖아요. 후훗..."
"얘 은혜야. 그렇게 치면 내가 최고거든? 그거 알아? 준수가 얼마나 내 가슴을 좋아하는데...."
평소같았으면 다퉜을 그녀들이였지만 그녀들은 그런 말을 하면서도 잡고 있는 손을 놓지 않았다. 태어난 날도 다르고, 핏줄도 다르지만 그 순간만큼은 자매같다는 생각이 들자 영희는 새삼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슬퍼졌다.
"... 나... 자기들... 잊지 못할거같아..."
"에... 언니... 또 운다..."
영희의 눈물을 흉보는듯한 수정이였지만 그녀 또한 영희의 눈물로 인해 눈물을 흘렸다. 세진도 마찬가지였고, 그것은 은혜도 다르지 않았다. 그 와중에 은혜는 양쪽에 잡고 있던 준수와 수정의 손을 놓고 영희에게 다가갔다.
"아줌마... 그동안... 죄송했어요... 아줌마가 싫은건 아니였는데... 그런건 아니였는데... 아줌마한테 잘해주고 싶었는데... 마음은 그게 아닌데 정작 행동은 반대로 아줌마한테 심한 말만 했던거같아요... 죄송해요... 흑흑..."
"아니야... 괜찮아..."
"아줌마... 행복해야되요... 흑흑..."
"고마워... 잊지 않을게..."
은혜는 그동안 가슴속에 품어왔던 말을 모조리 영희에게 토해내듯 말을 하고는 그녀에게 안겼다. 영희도 눈물을 흘리며 은혜를 안아주었다. 영희 또한 은혜의 속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은혜를 대하는 것이 껄끄럽지 않았었고, 이제와서야 은혜의 속마음을 들으니 감동이 되었다. 은혜에 이어 세진과 수정 또한 그녀에게 다가갔고, 영희들은 그녀들을 모두 껴안았다.
"나... 자기들한테 고마워... 그리고 평생 잊지 않을게..."
"언니...!!"
그녀들의 모습을 보며 준수는 코끝이 찡해졌다. 그가 그녀들을 잊을 수 있을까? 정답은 아니, 였다. 아마 평생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녀들이 행복해지길 빌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그녀들은 모두 곤히 잠에 들어있었다. 세진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운전을 해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쏟아지는 잠을 억지로 참고 있는듯했다.
"피곤하죠...?"
"아니... 나보다 우리 주인님이 더 피곤할텐데..."
"... 그래도 더 있다 가시지..."
"아니에요... 더 있으면... 미련생길거같기도 하고..."
서울에 도착하면 아예 이별이였다. 수정의 집에 옮겨놓았던 은혜의 짐은 이미 은혜의 부모님쪽으로 다 옮겨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세진 또한 자신이 살던 집을 정리하고 돌아가는길로 정마담에게 갈 예정이였고, 수정은 속옷이나 입을 옷 몇 벌정도만 집에 소포로 붙여놓고 나머지 짐은 나중에 수정의 집에 살 사람이 정해지면 이삿짐센터에서 알아서 옮긴고 했다. 준수는 앞으로 한동안은 그녀들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실감이 나질 않았다.
"선생님... 한가지 궁금한게 있어요..."
"뭔데요...?"
"... 예전에 선생님이랑 했던 내기에서... 만약에 제가 끝까지 선생님 싫다고 했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어요??"
"... 글쎄... 근데 그런 생각은 아예 못했던거같네요. 정신차려보니 주인님을 너무 사랑해버려서... 후훗..."
"... 나중에 봐도... 절 주인님이라고 부를거에요?"
"당연하죠. 제 주인님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하나뿐인데요. 정조를 잘 지키면서 살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참 세진다운 대답이다, 라는 생각을 하며 준수는 미소지었다. 세진은 자신을 향해 미소지어주는 준수를 보면서 그 미소를 영원히 간직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안해요 주인님... 방금은 거짓말을 했어요... 사실은... 나중에 보면... 주인님이 아니라 주인님을 이름으로 부르고 싶어요... 그리고 주인과 노예의 관계가 아니라... 그냥 사랑받는 평범한 여자이고 싶어요... 후훗... 용서해주세요."
영희와 준수는 내려준 후 나머지 여자들을 태운 세진의 차는 멀어져갔다. 영희와 준수는 세진의 차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기까지 그 자리에 서서 그녀들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준수는 가만히 영희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영희는 준수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었다.
"사랑해... 영희야..."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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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혹시라도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리는건데
마지막화가 아닙니다....
4박 5일 여행은 이 소설을 처음 쓰려고 마음먹었을때부터 생각했었던 내용입니다.
사실은 4박 5일에 하루치씩을 한편으로 하려고 했었는데
내용이 지루해질거같기도 하고
그리고 원래 써먹으려고 했던 게임의 내용은 다른 소설에서 써먹으려고 하다보니
이렇게 축약 아닌 축약을 하게 되었네요.
원래 계획엔 없었는데 생긴건 준수와 영희가 싸운 부분과 캠프파이어부분.
원래 캠프파이어씬은 마지막날 진짜 여행다운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는 씬이였었는데
캠프파이어가 더 나은거같아서..
뜨거운 밤(?)에도 더 어울리구요.
그럼 93화로 찾아뵙겠습니다.
"아흑... 아흑... 준수야... 언니한테 가봐야되는거 아니야...?"
"헉헉... 냅둬요. 그리고 앞으로 이모 얘기 한번만 더 꺼내면 저 그냥 잘거에요."
"아아... 아흑... 아... 알았어... 아흐으으윽..."
엎드려서 준수에게 보지를 유린당하는 수정도, 준수의 가슴을 애무하고 있던 세진과 은혜도 준수의 눈치만을 살피고 있었다. 특히나 세진은 그녀들보다 더욱 큰 마음의 짐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장난스러운 질문에 뜻밖에 대답을 했던 영희였고, 그것때문에 순식간에 영희와 준수의 관계가 틀어진것만 같아서 혹시라도 그들의 사이가 멀어지는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였다.
수정 또한 지금 준수와 관계를 가지는 것이 기분이 좋긴 했지만 영희가 신경쓰여서일지 왠지 평소보다 흥분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흔들어대던 허리를 멈추고는, 엎드린 자세를 고쳐 일어서고는 말했다.
"미안... 준수야... 나 이런 상태로는 못하겠어..."
"... 알았어요. 그럼 선생님. 엎드려요. 싫으면 은혜라도."
"........"
그녀들은 누구 하나 준수의 말을 듣지 않았다. 아무리 몸은 준수의 자지를 원해서 애액을 흘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신만큼은 그 어느때보다 멀쩡한 상태였다. 준수도 그런 그녀들의 마음을 알았는지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했다.
"... 알아요. 걱정하는게 뭔지... 저 사실 화 안났어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하... 하지만..."
"여행기간동안에는 저한테 이모랑 특별한 관계인거 생각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거 뿐이에요. 설마 제가 정말 그거 하나때문에 이모를 싫어한다거나 할거같아요?"
"... 진짜... 아니야...?"
"이모말이 맞아요. 저는 이모 냅두고 실컷 다른 여자들이랑 했으면서... 아니... 다른 여자들이라고 말해서 죄송해요. 어쨋든 이모가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해도 화나거나 하는건 없어요. 그럴수도 있죠 뭐..."
"준수야... 너가 언니를 오해하는거일거야..."
"맞아... 그게 아줌마의 진심일리는 없잖아..."
수정과 더불어 은혜까지 영희를 두둔했다. 그에 준수 또한 정말로 괜찮다는듯 아까의 심각한 표정을 풀고는 다시 말을 했다.
"아마...제 생각에 이모는 선생님이나 누나나 은혜를 위해서 일부러 그런거일거에요. 어쨋든 이번 여행이 마지막이니까..."
"영희언니가 연기를 한거란 말이야?"
"네... 제 생각엔 아마도요... 저도 그래서 일부러 그거에 맞춰준것 뿐이구요."
그의 말에 완전히 마음이 풀린것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그녀들은 어느정도 안심이 되었다. 안심이 되자 그녀들은 영희에 대한 생각때문에 인식하지 못했던 그녀들의 흥분을 다시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들의 얼굴에 홍조를 띠는 것을 포착한 준수는 그녀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오늘 각오하라구요. 정말 잊지 못할 밤을 만들어드릴테니까..."
덜렁덜렁거리며 다가오는 준수의 흉측한 자지를 보며 그녀들은 평상시보다 더욱 긴장을 함과 동시에 기대감에 몸서리를 쳤다. 그리고 그날 하루종일... 준수는 영희의 말때문에 내심 화가 났었던 모든 것을 그녀들에게 풀어버렸다. 그렇기에 다음날 그녀들이 거의 초죽음상태가 되었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괜찮다는 준수의 말과는 달리 준수와 영희 사이의 미묘한 공기로 인해 그녀들은 그들을 대하기 껄끄러워했다. 특히나 영희의 기분과 관계없이 지난밤 그녀들은 더이상은 여한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뜨거운 밤을 보낸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었기 때문에 특히나 영희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물론 영희는 그녀들에게 딱히 악감정이 없는것같아보이진 않았지만... 그들의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수정이 오늘 밤의 계획에 대해 말을 했다.
"오늘은 그냥 게임이고 뭐고, 뜨거운 밤 보내요 언니... 호호호..."
"응... 그래..."
하지만 수정의 말에 영희는 준수를 한번 노려보고는 그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것을 보고 세진과 은혜는 준수에게 눈치를 주며 영희에게 뭐라도 말을 해보라고 했지만, 준수는 그녀들의 말을 가볍게 무시할 뿐이였다.
"몸이 찌뿌둥한데 바람이나 쐬고 올게요."
그녀들의 눈치가 귀찮았는지 준수는 그녀들을 남겨두고 밖으로 향했다. 그 또한 울적했다. 그저 재미있는 여행이였으면 했고, 마지막으로 그녀들에게는 좋은 기억만을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실상은 어제 자신이 영희와 사소한 말다툼을 한것 때문에 그녀들이 불편해해서 그 또한 마음이 무거운 것이 솔직한 심경이였다. 그렇다고해서 영희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몰라 그는 그저 망설일 뿐이였다.
"하아... 진짜 나도 바본가보네..."
답답해서 나온 그의 한숨에 입김이 나올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준수는 추위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이모도 그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꼭 내 앞에서 그렇게 말해야했어?"
준수도 물론 어제 영희의 발언이 그녀의 진심이라고 해도 별수 없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진짜로 다른 남자와의 관계를 원한다고 하더라도 그는 그녀에게 그것을 탓할 자격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말을 듣고 그의 기분이 나빠지는건 어쩔 수 없었다. 어쩌면 자신이 이기적인 것일수도 있지만, 영희가 다른 남자와 관계를 하는 것만을 상상하는것 만으로도 속이 타들어갈 지경이였기 때문이다.
폭포가 떨어지면서 물이 몇방울 튀는것을 그대로 맞으며 그런 생각에 잠겨있을때쯤, 물가에 돌이 던져지는 소리가 들려 준수는 그곳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영희가 바닥에 앉아서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돌을 던지고 있었다. 아직 준수는 영희와 말을 하는것이 껄끄러웠지만 이 추운날에 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고 나와있는 영희가 혹시라도 감기라도 걸리진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녀를 그냥 바라만보고 있을 수 없었던 준수는 영희에게로 다가갔다.
"... 뭐해요. 추워요. 그러다가 감기걸리겠어요. 빨리 들어가요."
"흥. 남이사. 내가 감기걸리든 말든 너랑 무슨 상관이야?"
"뭐요? 말 다했어요?"
영희 또한 어제 괜히 자신이 준수의 기분을 망친것같아서 마음이 무겁던 와중에 오늘마저 준수와 안좋은 분위기를 연출해서 마음이 찹찹했다. 그러던 와중 준수가 나가자 그녀들이 영희에게 가서 준수와 화해를 하라는 말에 어쩔 수 없는척하는 표정을 지으며 나왔던 것이였다. 그녀도 준수와 오해를 풀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준수의 표정을 보니 그녀가 먼저 그에게 다가가는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와중에 그녀는 문득 그녀가 준수에게 뭘 그리 대단한 잘못을 저질렀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한것도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이번 여행 분위기상 실제로 그녀가 정말로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정도면 준수가 충분히 이해해줘야 하는것 아닌가, 나는 다 이해해 주는데, 이런 생각이 드니 괜한 심술을 부리고 싶어지기도 했다.
준수가 다가와서 그녀가 건넨말에는 그런 그녀의 심술이 그대로 묻어있었다. 하지만 그 말을 내뱉자마자 그녀는 아차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해서는 안되는 말이였던 것이다. 그러나 준수가 버럭하며 그녀에게 소리치자 그녀또한 그녀의 속마음과는 다른 말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왜? 뭐가 문젠데?"
"이모... 정말... 그럴거에요? 화내야할 사람은 이모가 아니라 전데 왜 이모가 화내는건데요!"
"내가 뭘! 내가 뭘 잘못했는데! 응?"
"아직까지도 그러기에요? 이모... 내가 왜이러는지 이모 정말 몰라서 그러는거에요?"
"그래! 모르겠다! 뭔데! 뭣때문에 그러는데!!"
준수도 자신은 좋게 영희와 화해를 하고 싶은데 자꾸만 서로의 언성의 높아지는 이 상황에 답답했지만, 그가 답답함을 느낄수록 그는 영희에게 더욱 언성을 높여갔다.
"어제 그말... 진심이에요?"
"뭐... 뭐가!"
"다른 남자들한테 돌림빵당하는 상상한적 있냐구요!"
"그... 그래! 있다 왜! 그게 뭐 어때.... 아얏..."
그녀가 대답을 채 끝내기도 전에 준수가 영희의 뺨을 때렸다. 뺨을 맞은 영희도, 뺨을 때린 준수도, 그리고 그들이 다투는 모습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던 세 사람도 모두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준수는 한참뒤에야 자신의 손에서 화끈한 감각이 느껴지며 그때서야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를 깨달았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이제는 진짜로 영희에게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그 자리에서 영희는 주저앉아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흑흑... 그냥... 그냥 선생님이나 수정씨나 은혜가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으면 큰일이였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했던것 뿐인데... 흑흑...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이야? 흑흑... 왜... 날 그렇게 못믿어? 다른 남자랑 같이 있는거 상상하는것만으로도 그렇게 열받아?"
"..... 이모..."
"난... 그걸 지켜보는 난... 내 기분은 어땠는데... 상상만 하는게 아니라 두 눈으로 똑똑히 보면서 겉으로 괜찮은척 해왔던 나는 뭔데... 흑흑..."
영희의 말에 준수는 뒷통수를 얻어맞은듯한 기분이였다. 그다. 그는 다른 남자와 몸을 섞는 영희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느꼈던 자신의 분노만 생각했지, 다른 여자와 몸을 섞는 자신을 보는 영희가 느낄 분노에 대해서는 잊어왔었던 것이다. 어제 잠시 느꼈던 그의 분노는 그녀들과의 관계를 알았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녀가 계속해서 참아왔던것에 비하면 보잘것 없는것이지 않은가. 준수는 영희에게 무한한 미안함을 느끼며 그녀에게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영희가 갑작스럽게 준수의 품에 달려들다시피 하며 안겼다.
"미안...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날 용서해줘 준수야... 응...? 아니... 여보... 미안해요... 내가..."
"... 아니야... 미안... 내가 미안해... 내가 속이 너무 좁았어... 당신이 어떤 생각을 하더라도 당신을 믿었어야했는데..."
"아니에요 여보...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절 버리지 마요 여보... 흑흑..."
준수는 그의 가슴에 안겨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 또한 그녀의 눈물에 가슴이 너무 아팠다.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사죄의 눈물을...
"언니, 마무리는 저희가 할테니까 목욕이라도 하고와요."
"난 괜찮아..."
"아니에요... 제가 너무 죄송해서 그래요... 어제 괜히 쓸데없는걸 물어서..."
"아니야... 그럴줄 알았나 뭐... 나 진짜 괜찮으니까..."
"에이 참... 제가 마음이 불편해서 그래요 언니... 여기 탕 들어가면 기분 좋아지니까 기분전환이라도 하고와요... 네?"
"그럼... 알았어... 미안..."
세진을 포함한 그녀들의 배려로 영희는 목욕을 하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까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려서인지 눈이 충혈되어있기도 했고, 아침에 샤워를 제대로 못해서 개운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아까 밖에서 느낀 냉기가 아직도 몸에 남아있는듯 했기 때문에 뜨거운 물에 들어가서 몸을 풀고싶기도 했다.
비록 실내의 욕탕에 불과했지만 별장 규모에 걸맞게끔 그 욕실은 개인용이 아닌듯, 밖에는 여러 사람이 옷을 벗어놓을 수 있게끔 되어있었다. 영희는 옷을 벗고 곧 느낄 따스한 물을 기대하며 안으로 향했다. 뜻밖에서 안으로 들어서자 욕탕에 몸을 담그고 있는 준수가 영희의 눈에 들어왔다.
"어머... 미안... 나 반대쪽으로 갈게..."
아무리 오해가 풀렸다고는 하지만 영희는 지금 그녀의 알몸을 준수에게 드러내는게 어색했다. 그래서 옆의 욕실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준수가 영희의 손목을 붙잡았다.
"... 괜찮으니까... 우리 얘기좀 해요..."
"......"
영희는 말없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는 준수가 이끄는대로 탕에 몸을 담궜다. 밖의 차가운 공기와 대조되는 따뜻함 때문이였을까, 준수와 영희는 노곤함을 달래는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문득 준수는 아까 자신이 영희의 뺨을 때렸던 것이 떠올랐다. 그 기억은 그의 마음을 너무나도 무겁게 했다. 준수는 미안한 마음을 담아서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 아팠죠...?"
"......"
"미안해요... 이런걸로 용서될리 없지만... 아까 저한테 화났던 만큼 절 때려주세요..."
"... 내.. 내가 왜... 괜찮아... 정말로..."
"안그러면 제 마음이 불편해서 그래요..."
걱정어린 준수의 눈을 보며 영희는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것을 느꼈다. 이러나 저러나 결국 그와 그녀의 마음은 같았던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럼... 제가 당신 고백 받은 날 뺨 때린거랑 비긴거로 해요..."
"... 정말... 그래도 괜찮아요...?"
"네... 그리고... 우리 둘뿐인데... 평소처럼 해줘요... 여보..."
영희의 말에 준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저 멀리서 세 여자가 준수와 영희를 훔쳐보고 있는 것이 보여 영희의 말에 망설였지만, 그녀들이 고개를 끄덕이는걸 보고는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알았어... 여보... 그나저나 정말 미안해... 내가 당신 볼 면목이 없어..."
"아니에요... 당신... 어제 저한테 많이 실망했죠...?"
"... 솔직히... 실망했다기보다는 많이 놀랐어... 그리고... 다른 사람한테 안겨있는 당신을 생각하니까... 견딜수가 없어서... 나 참 속이 좁지?"
"아니에요... 저도 당신이 오해하는것같아서 많이 속상했지만... 한편으로는 당신이 절 그만큼 사랑하는것같아서 기쁘기도 했어요... 제가 오해를 풀어드렸어야했는데... 죄송해요..."
연이어 사과를 하는 영희에게 준수는 더이상 그녀에게 사과를 하기보다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모르겠어... 내가 했던 짓들을 생각하면... 솔직히 나... 당신이 다른 남자를 만나도 뭐라고 할 자격이 없다는건 알아...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싫어... 나 말고 다른 남자 만나는 당신 모습을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나... 나 정말 속좁은 남자지?"
"아니에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전 당신꺼라고... 전 당신의 여자라고..."
"정말... 그럴거야...?"
"네... 만약에 나중에 늙은 제가 싫다고 당신이 떠나도... 전 당신을 사랑할거에요..."
"무... 무슨 말을 그렇게해. 내가 왜 당신을 떠나...? 나도 당신의 남자라고 말했잖아..."
"정말이죠...? 치... 나중에 다른 소리 하기만 해봐요."
그들 사이의 앙금은 욕탕의 따뜻한 물에 다 녹아버린듯, 준수의 가슴에 안겨있던 영희는 장난스럽게 준수의 가슴을 때렸고, 준수는 그런 그녀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힘껏 끌어안았다.
"생각해보니 이번 여행기간에는 당신을 한번도 못안아본거같네... 이렇게 된거... 여기서 할까...?"
"풋... 변태!"
"어허... 어디서 지아비한테 변태라고 하는거야? 입버릇이 나쁜 마누라를 혼나줘야겠는데?"
"아흑... 하지마요 여보... 하앙... 하앙... 아... 안되..."
저 멀리서 탕에서 나온 준수가 영희를 애무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세 여자는 만족했다는 표정을 하고는 그들의 행위를 훔쳐보는것을 뒤로하고 걸음을 옮겼다.
"역시 언니는 참 대단한거같아."
"맞아. 만약에 세진이, 너였으면 저런건 상상도 못했을거야."
"후훗... 언니. 선생님이였으면 애시당초에 돌림빵당하는 상상을 했냐는 질문 자체때문에 저렇게 오해하지도 않았을걸요?"
"으... 은혜야! 너 뭐어~?"
"어~? 언니랑 준수, 얼굴이 왜그렇게 빨개요?"
"아... 아... 그건... 뜨거운 물로 목욕을 했더니..."
"아... 그래요? 물만 뜨거운게 아니라 준수 물건이 뜨거웠던건 아니구요? 호호호호..."
"아아, 그래서 그랬던거구나. 아까 여기까지 언니 신음소리가 들려서 뭔일인가 했더니, 물이 뜨거워서 그랬나보네요 언니. 후후..."
방금전까지만해도 냉전상태였던 그들이 사이가 좋아진 모습을 보고 수정과 세진이 번갈아가면서 그들을 놀리자 준수와 영희는 부끄러워서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나... 난 머리말리고 올테니까...."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한 영희는 결국 도망가다시피하며 방으로 향했고, 준수도 머뭇머뭇하다가 갑자기 소변이 마렵다는 핑계로 그녀들을 피했다.
"오늘은... 뜨거운 밤을 보낼거에요. 후후... 준수야. 각오해둬."
준수는 잔뜩 긴장을 하며 뇌쇄적인 세진의 말투에 그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리고는 오늘 무슨 게임을 하더라도 영희, 아니... 영희뿐만 아니라 세진이나 수정, 은혜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말이나 행동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오늘은 여행의 마지막 밤이였으니 혹시라도 어제처럼 자신의 오해 하나로 감정을 상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이였기 때문이다.
도대체 오늘은 무슨 게임을 하는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분명 세진의 말투를 보아하니 뭔가 엄청난 것을 준비한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난밤까지 게임을 했던 것들을 보면 정상적인 게임이라고는 말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더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에 준수의 표정에는 비장함마저 서려있었다. 마침내 시간이 되자, 세진은 뭔가를 가져오더니 준수에게 안대를 씌웠다.
"아... 또 뭘 하려고 하는거야 대체..."
"후후... 주인님. 확실히 안보이시죠?"
"... 안보여요..."
"일단 저만 따라오세요. 호호호..."
세진은 준수의 손을 잡은채 어디론가 이끌었다. 준수는 그가 향하는 곳이 어디일지 궁금해져 견딜수가 없었다. 하지만 약속대로 안대에는 손을 대지 않고 그저 세진의 발걸음에 맞춰 자신도 발을 옮길 뿐이였다. 그저 묵묵히 세진을 따라가던 준수의 얼굴에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설마 밖으로 나온건가... 아니... 날도 추운데 왜 굳이 밖에서... 아무리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다지만..."
준수는 이 추운날 야외에서 섹스를 하게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준수는 야외섹스에 대한 호기심이 아예 없는것은 아니였다. 야외라는 공개된 공간에서 섹스를 한다는 것은 분명 짜릿하긴 할 것이다. 다만, 준수는 그가 야외섹스를 하면서 느낄 짜릿함보다 자신들의 여자를 다른 사람에게 노출시킨다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다. 아무리 남자라는 동물이 섹시한 여성을 보면 음란한 상상을 하는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의 여자를 대상으로 음란한 상상을 하는 것은 기분이 나빳다. 게다가 야외섹스를 하면서 그들이 관계하는 장면을 보면 그들의 상상은 더할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하지만 이곳처럼 사람이 없는 곳이라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라는 상상을 했고, 그런 상상때문에 그의 자지는 바지안에서 점점 고개를 들고 있었다.
문을 나온지 얼마 안되자 뭔가 타는 소리와 함께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준수가 그 열기를 조금 더 강하게 느낄때쯤, 세진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의 눈을 가린 안대를 벗겨내었다.
"자~ 뜨거운 밤 시작이에요!"
그의 눈앞에는 그리 크진 않은 캠프파이어였다. 그 모닥불을 중심으로 해서 먼저 와있던 영희와 수정, 그리고 은혜가 앉아있었다. 그의 바람과는 달리(?) 그녀들은 꽤나 따뜻하게 옷을 입고 있었다.
"이게 다... 뭐에요...?"
"말했잖아. 뜨거운 밤... 이렇게 앉아서 서로 얘기나 하면서 뜨겁게 밤을 보내보자고."
"... 호호... 설마 준수야. 뜨거운 밤이라고 해서 이상한거 생각했던거는 아니지?"
"누... 누나! 제가 언제..."
"언니, 준수 자지 벌써 엄청 커져있는데요? 저러다가 바지 터지는거 아닌가 몰라. 호호호..."
네 여성은 준수가 발기한 모습을 보고 웃기다는듯 비웃었다. 그제서야 준수는 자신이 기대했던 것으로 인해 그녀들에게 놀림을 받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그의 자지를 손으로 가린채 그의 자리에 앉았다.
"하여튼 언니. 힘드시겠어요. 앞으로 저렇게 시도대도없이 준수를 상대해야할텐데. 언니 보지가 남아날려나 몰라..."
"어쩌겠어. 내 복이지 뭐."
"힘들면 말하세요 언니. 언제든지 제가 언니를 대신해드릴테니까."
"말씀은 고맙지만 그럴일은 없을거같아요 선생님. 호호호..."
"준수야. 아줌마 보지 질리면 언제든지 연락해. 난 언제나 네 여자니까..."
"정말... 은혜 너도..."
장난이 가득한, 그러나 서로에게 악의는 없는 그런 그녀들의 수다에 준수는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들을 지켜보는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에 뜬 보름달을 바라보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은혜와의 첫 만남... 그 자리에서는 그의 고자력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아마 그때의 은혜도, 그리고 그 당시의 자신도 지금처럼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정력의 소유자가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학교에서의 관계... 세진때문에 그녀가 희생했던 것... 그리고 자신과의 감정갈등때문에 자칫 큰일을 당할뻔했던 일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만약 준수에게 영희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아마도 자신은 은혜와 사귀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며...
수정... 분명 자신보다 나이가 많지만 가끔은 철없는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한 그녀... 너무나도 밝은 모습의 그녀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겉모습 뒤에는 나이에 맞지 않는 진지함도 가지고 있으며 그가 힘들때마다 그의 고민을 들어주고, 자신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그녀이다. 아마 수정이 없었다면 자신과 영희가 이어질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수정에게는 감사한 마음 뿐이였다.
그리고 세진... 처음에는 세진을 자신을 이용하는것만같아서 너무나도 싫었지만, 그녀와 같이 있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리고 그녀에 대해서 점점 알게 될수록, 그리고 그녀의 과거에 대해 알게 된 후에는 그녀에 대한 그의 증오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물론 그녀를 동정하지도 않는다. 그녀를 동정하는 것이 그녀를 괴롭힐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저, 그녀도 지극히 평범한 여자라 생각할 뿐이다. 아, 사실... 평범하다고는 하기 힘들지만...
그 여자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준수는 고개를 내린 후 여자들과 수다를 떨고 있는 영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그녀... 어떻게보면 그에게 일어났던 일들은 모두 영희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가 남자구실을 할 수 있게 만든것도 영희였고, 그가 사랑이란 감정을 가지게 할 수 있었던 것도 영희였으며, 지금 이렇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영희 덕분이였다. 예전부터,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
"얘, 준수야. 너 언니만 너무 바라보는거 아니야?"
"아... 하하... 죄송해요. 이번 여행기간에는 그러지 않기로 했는데..."
"뭐... 괜찮아... 이해해. 오히려 안그랬으면 우리가 마음 편하게 떠나지 못했을거야."
"뭐해요 아줌마. 준수랑 손이라도 잡아요."
그녀들의 부추김속에 영희는 부끄러워 어쩔줄 몰라했다. 준수는 자신의 옆에 앉은 영희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그리고 영희의 반대쪽에 있는 은혜의 손도, 그리고 영희의 반대쪽 손은 세진에게, 그리고 은혜의 반대쪽 손은 수정에게, 그리고 수정과 세진마저 손을 잡았다. 그러고있으니 그들의 마음은 모두 하나로 연결된것 같은 기분이였다.
"만약에 언니가 없었다면... 우리 중 하나가 선택될 수 있었을까?"
"호호... 넌 안되. 언니만 없었으면 내가 준수의 여자가 될게 뻔하거든."
"언니, 아니거든요? 얼굴로 보나 나이로 보나 몸매로 보나 제가 더 준수한테 어울려요. 어제 준수도 인정했잖아요. 후훗..."
"얘 은혜야. 그렇게 치면 내가 최고거든? 그거 알아? 준수가 얼마나 내 가슴을 좋아하는데...."
평소같았으면 다퉜을 그녀들이였지만 그녀들은 그런 말을 하면서도 잡고 있는 손을 놓지 않았다. 태어난 날도 다르고, 핏줄도 다르지만 그 순간만큼은 자매같다는 생각이 들자 영희는 새삼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슬퍼졌다.
"... 나... 자기들... 잊지 못할거같아..."
"에... 언니... 또 운다..."
영희의 눈물을 흉보는듯한 수정이였지만 그녀 또한 영희의 눈물로 인해 눈물을 흘렸다. 세진도 마찬가지였고, 그것은 은혜도 다르지 않았다. 그 와중에 은혜는 양쪽에 잡고 있던 준수와 수정의 손을 놓고 영희에게 다가갔다.
"아줌마... 그동안... 죄송했어요... 아줌마가 싫은건 아니였는데... 그런건 아니였는데... 아줌마한테 잘해주고 싶었는데... 마음은 그게 아닌데 정작 행동은 반대로 아줌마한테 심한 말만 했던거같아요... 죄송해요... 흑흑..."
"아니야... 괜찮아..."
"아줌마... 행복해야되요... 흑흑..."
"고마워... 잊지 않을게..."
은혜는 그동안 가슴속에 품어왔던 말을 모조리 영희에게 토해내듯 말을 하고는 그녀에게 안겼다. 영희도 눈물을 흘리며 은혜를 안아주었다. 영희 또한 은혜의 속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은혜를 대하는 것이 껄끄럽지 않았었고, 이제와서야 은혜의 속마음을 들으니 감동이 되었다. 은혜에 이어 세진과 수정 또한 그녀에게 다가갔고, 영희들은 그녀들을 모두 껴안았다.
"나... 자기들한테 고마워... 그리고 평생 잊지 않을게..."
"언니...!!"
그녀들의 모습을 보며 준수는 코끝이 찡해졌다. 그가 그녀들을 잊을 수 있을까? 정답은 아니, 였다. 아마 평생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녀들이 행복해지길 빌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그녀들은 모두 곤히 잠에 들어있었다. 세진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운전을 해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쏟아지는 잠을 억지로 참고 있는듯했다.
"피곤하죠...?"
"아니... 나보다 우리 주인님이 더 피곤할텐데..."
"... 그래도 더 있다 가시지..."
"아니에요... 더 있으면... 미련생길거같기도 하고..."
서울에 도착하면 아예 이별이였다. 수정의 집에 옮겨놓았던 은혜의 짐은 이미 은혜의 부모님쪽으로 다 옮겨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세진 또한 자신이 살던 집을 정리하고 돌아가는길로 정마담에게 갈 예정이였고, 수정은 속옷이나 입을 옷 몇 벌정도만 집에 소포로 붙여놓고 나머지 짐은 나중에 수정의 집에 살 사람이 정해지면 이삿짐센터에서 알아서 옮긴고 했다. 준수는 앞으로 한동안은 그녀들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실감이 나질 않았다.
"선생님... 한가지 궁금한게 있어요..."
"뭔데요...?"
"... 예전에 선생님이랑 했던 내기에서... 만약에 제가 끝까지 선생님 싫다고 했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어요??"
"... 글쎄... 근데 그런 생각은 아예 못했던거같네요. 정신차려보니 주인님을 너무 사랑해버려서... 후훗..."
"... 나중에 봐도... 절 주인님이라고 부를거에요?"
"당연하죠. 제 주인님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하나뿐인데요. 정조를 잘 지키면서 살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참 세진다운 대답이다, 라는 생각을 하며 준수는 미소지었다. 세진은 자신을 향해 미소지어주는 준수를 보면서 그 미소를 영원히 간직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안해요 주인님... 방금은 거짓말을 했어요... 사실은... 나중에 보면... 주인님이 아니라 주인님을 이름으로 부르고 싶어요... 그리고 주인과 노예의 관계가 아니라... 그냥 사랑받는 평범한 여자이고 싶어요... 후훗... 용서해주세요."
영희와 준수는 내려준 후 나머지 여자들을 태운 세진의 차는 멀어져갔다. 영희와 준수는 세진의 차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기까지 그 자리에 서서 그녀들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준수는 가만히 영희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영희는 준수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었다.
"사랑해... 영희야..."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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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혹시라도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리는건데
마지막화가 아닙니다....
4박 5일 여행은 이 소설을 처음 쓰려고 마음먹었을때부터 생각했었던 내용입니다.
사실은 4박 5일에 하루치씩을 한편으로 하려고 했었는데
내용이 지루해질거같기도 하고
그리고 원래 써먹으려고 했던 게임의 내용은 다른 소설에서 써먹으려고 하다보니
이렇게 축약 아닌 축약을 하게 되었네요.
원래 계획엔 없었는데 생긴건 준수와 영희가 싸운 부분과 캠프파이어부분.
원래 캠프파이어씬은 마지막날 진짜 여행다운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는 씬이였었는데
캠프파이어가 더 나은거같아서..
뜨거운 밤(?)에도 더 어울리구요.
그럼 93화로 찾아뵙겠습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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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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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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