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대로
2부
Lo siento, por qurerte mi amor (5)
-*-
김지은을 동물로 비유해보자면, 그녀는 마치 겁 많은 토끼처럼 느껴진다.
정말이지, 외로움을 많이 타는 여자다.
토끼는 주인의 손길이 오랫동안 닿지 않으면 자신이 버려졌다고 느끼고,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이며 보호자를 멀리한다고 한다.
물론, 극도의 불안 증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서 죽어버리기도 한다.
“ 그러니까 토끼처럼 귀엽다고만 하지 말고, 애완 토끼처럼 길러달란 말야. ”
“ 하, 하하…. ”
“ 또 웃기만 한다. 정말. ”
토끼는 울면서 자기 표현을 할 줄 모른다.
기본적으로 먹이 사슬의 아래에 위치한 피식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몸이 불편하다는 사실도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참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린 아이만큼이나 보살핌이 필요한 동물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테이블 맞은 편에 앉아있는 김지은의 손등을 어루만졌다.
김지은도 비슷하다.
토끼만큼이나 보호자에게 의존하고 싶어하는 연약하고 섬세한 여자였다.
내 한심한 모습 어디에서 기대고 싶은 기분을 느끼는지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내가 김지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모두 해주고 싶었다.
예를 들면, 원 테이블 레스토랑을 빌려 단 둘이 식사를 하는 그런 로맨틱한 이벤트라던가.
“ 여기는 누가 소개해준 곳이야? ”
“ 누나랑 주말에 어디서 데이트할까, 검색해보는데 연관 검색어에 떠 있더라구요. ”
“ 후후, 분위기가 괜찮네. 누구누구가 나한테 덥석 껴안고 키스하면서 청혼해버리면, 고민하지도 않고 받아들일 것 같아. ”
김지은이 아무래도 내게서 프러포즈를 받고 싶어하는 모양이였다.
나는 어색한 표정으로 가만히 미소지었다.
오늘의 예정에는 없지만, 음.
쪽.
문득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김지은이 얼굴을 가만히 붉히며 살짝 테이블을 짚고 일어나서 내 뺨에 입술을 맞추었다.
뺨에서 느껴지는, 부드럽고 아련한 감촉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은은하게 코 끝에서 감도는 달콤하고 아련한 김지은 특유의 향수 냄새도 사랑스럽다.
그녀는 배시시 미소지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 남자만 프러포즈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
“ 지금 그거 청혼이에요? ”
“ 어쩌지, 50점 짜리 정답인걸. 나머지 50점은, 청혼에 대한 대답입니다. 저번에 나 데려간다며? 그때는 내가 너무 감격해서 손만 꼭 붙잡고 있느라 대답을 못 해줬잖아. ”
그 때, 여의도의 하우스 맥주 집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모양이였다.
취한줄 알았는데 다 듣고 있었구나.
나는 엷은 미소를 띄우며 김지은에게 물었다.
“ 정말, 이 식당으로 오기로 한게 현명한 선택이였나봐요. 누나한테 청혼하자는 말도 듣고…. 꿈같은 일이 다 생기네요. ”
“ 그건 30점짜리 대답인데. 자, 나머지 70점의 성의를 보여주세요. ”
“ 여기서요? ”
“ 앗, 곤란하겠네. 나머지 70점은 오늘 밤에 서방님이 보여준다는 뜻이죠? ”
그녀는 내 대답에 방긋 웃으면서 귀엽게 혀를 살짝 내밀었다.
김지은의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처럼 귀여운 성격은 대체 침대만 가면 어디로 사라지는건지 모르겠다.
평상시 김지은의 저런 묘한 백치미가 느껴지는 사랑스러운 성격도 침대에만 올라가면 앙큼한 여우처럼 요부로 변해버리기 때문에, 나도 그 야릇한 간격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 아마도요. ”
“ 훌륭합니다. ”
김지은은 귀엽게 살짝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디저트로 나온 작은 컵에 담긴 티라미수를 한 수저만큼 떠서 입에 넣었다.
저 군살 하나 없이 매끈한 배에 얼마나 많은 양이 들어가는걸까?
식전으로 나온 콘소메 스프도, 파스타의 전채 요리로 나온 토마토 브루스케타도, 카르보나라도 남기지 않고 들어갔다.
“ 소녀를 왜 그렇게 빤히 쳐다보시나요, 서방님? ”
“ 아, 아니에요. 이것도 아니구나. 흠, 아니오. ”
내가 어설프게 상황극에 맞추어 주자 김지은의 붉은 입술에 요염한 미소가 그려졌다.
그녀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아름다운 모양으로 오똑하게 솟아오른 자신의 코 끝을 장난스럽게 찡그리면서 배시시 미소지었다.
“ 들뜬 기분도 좋고, 이렇게 둘이 야경 구경하면서 오붓하게 외식하고 있는 것도 좋아. 나, 역시 평소보다 말 많아졌지? 아무래도 기분이 좋아져서 그런가봐. ”
“ 귀엽기만 한데요, 뭘. 누나 평소에도 말 많아요. ”
“ 어라. 좋은 뜻으로 말한거지? ”
김지은이 고개를 갸웃하며 곤란한 미소를 띄우자, 나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 그럼요. 누나한테 나쁜 점이 어디 있어요? 내가 말수가 적으니까, 아무래도 누나가 심심해 할 것 같아서 항상 걱정이에요. 나는 누나가 말 많이 걸어줘서 좋은데…. ”
김지은의 자신의 잡티 하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투명하고, 새하얀 뺨에 조용히 홍조가 어렸다.
그녀의 도톰한 연분홍빛 입술이 살며시 움직이며 기쁜듯한 미소를 그렸다.
“ 그럴리가요. 항상 옆에 있었으니까, 심심할 틈도 없었네요. ”
“ 그건 꽤 다행스럽게 들리는 말이네요. 그런데, 요즘 왜 경어를 섞어쓰시는 거에요? ”
“ 너한테 귀엽게 보이려고. ”
내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찻잔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 남자들은 이런거 귀엽다고 하지 않나? ”
“ 글쎄요. 내가 누나를 좋아하는 점과 비슷하기는 하네요. ”
“ 어라, 정말? ”
그녀는 방긋 웃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만히 미소지었다.
“ 같은 행동도 김지은이 하면 다 사랑스럽고, 귀엽죠. 그건 그 행동이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그런게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이 그 행동을 하기 때문이잖아요. 그런거 아닌가? 그래도 가끔 누나가 나한테 존댓말할 때, 야릇한 느낌이 들기는 하네요. ”
“ 서방님께서는, 소녀의 이런 말투를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
나는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띄우며, 김지은에게 다가가 에스코트하듯 그녀에게 가만히 손을 내밀었다.
“ 약주 한 잔 하러 어서 집으로 가십시다, 중전. ”
-*-
김지은이 친정에서 훔쳐온(?) 샤토 페트리스 03년산 빈티지를 개봉하자, 향긋한 포도 냄새가 방 안에 감돌았다.
메를로라는 품종의 포도로 담근, 아주 좋은 와인이라고 했다.
그녀가 제법 값이 나간다고 말할 정도면, 그냥 가격은 묻지 않는 것이 좋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아빠가 아끼는거야. ”
“ 아빠라고 불러요? ”
“ 응, 우리 아빠랑은 너도 만나본 적 있을텐데…. 선물도 사들고, 아빠도 엄청 마음에 들어했어. 잘 만나보라고 말했는데, 기억을 못 할리가 없거든…. ”
김지은은 조심스럽게 말을 얼버무리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으니, 아무래도 그 사실을 내가 기분 나빠할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였다.
“ 괜찮아요. 원래 유령처럼 살았어요. ”
나는 장난스럽게 말하며, 김지은이 채워준 글라스의 손잡이를 잡고 살며시 흔들었다.
그녀는 어쩐지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응…. ”
“ 누나한테만 보이면 되는거에요. 괜찮아요. ”
“ 소영이한테도 보이는 유령이야? ”
김지은은 내가 별로 그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 들이자, 얼른 화제를 돌리며 앙큼하게 질투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나는 그녀의 앙큼한 수작에 가만히 미소지으면서, 그녀의 수작에 넘어가 주었다.
“ 음, 그런 것 같네요. ”
뭐, 그런 모양이다.
윤소영은 내가 다크 템플러처럼 존재감 없이 여기저기 쏘다니며 숨어 있어도, 잔뜩 화난 표정으로 나를 찾아내서 귀를 잡아 당긴다.
정말인가 시험해봤는데, 거짓말이 아니였다.
의외로 내가 숨어있는 곳은 뻔하다고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 뭐야, 방금 그 표정은? ”
“ 왜요? ”
“ 서방님, 어쩐지 방금 열받게 하는 표정이였어. 나한테만 애틋해야되는데. ”
나는 김지은의 응석을 부리는듯한 요염한 눈빛에, 가만히 미소지으며 잔을 내밀었다.
유리잔이 부딪치며 붉은 와인이 일렁거리자, 그녀는 얄밉다는듯이 나를 향해 살짝 눈을 흘기며 중얼거렸다.
“ 밉다, 미워. ”
“ 하하…. ”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하다는 맛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김지은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시더니,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 늦게 거둔 메를로인가봐. 달콤하네. ”
“ 잘 모르겠지만, 독특한 맛이네요. ”
소주보다 아마 몇십 배… 아니, 몇 백배는 더 비싸겠지.
아니, 상대는 김지은이다. 방심할 수 없다.
아마 몇천 배는 비싸겠지.
그렇지만 이렇게 귀한 음료라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 그런데 집 안에 있는 불은 왜 다 끈거에요? ”
“ 분위기 있잖아. 이렇게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보이는 연인의 얼굴. 얼마나 야릇해? ”
“ 그렇긴 하지만, 기왕 그렇게 하는거 초라도 피우지 그랬… 아, 와인 마시고 있구나. ”
김지은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띄우고, 고혹적인 눈빛으로 나를 가만히 응시하며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 음, 역시 잘 생겼어. 합격. ”
“ 아무래도 어두워서 잘 안보이시는 모양이네요. ”
“ 이목구비도 그만하면 뚜렷하잖아. 원래 외모는 그 사람이 가진 얼굴이나 키를 말하는게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인상이나 분위기를 읽는거야.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외모를 볼 때 눈코입이 어디에 달려있는지 확인하는거지. ”
어쩜 이렇게 말도 사랑스럽게 하는지, 참.
나는 어색한 표정으로 미소지으며, 대답하지 않고 그녀처럼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 인상이나 분위기요…. 하하.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네요. ”
“ 겸손하지만 비굴하지는 않고, 항상 여유있고. 알게 모르게 그런 태도가 배어있어서 멋지거든, 우리 서방님은 자기 매력을 모르는 점도 매력이지만. ”
그녀는 일어나서 살며시 내 허벅지 위에 걸터 앉으며, 뺨에 가볍게 키스해주면서 조용히 속삭였다.
나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김지은의 매끈하고 갸냘픈 허리에 팔을 두르고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 보았다.
살짝 조명에 비친 그림자가 드리울만큼 가늘고 긴 속눈썹, 도도하게 가라앉아 있는 아늑한 눈매, 잡티 하나 찾아볼 수 없는 투명하고 새하얀 살결….
펑퍼짐해서 귀여운 인상을 주는 토끼 무늬에 잠옷으로도 가릴 수 없는 육감적이고 고혹적인 몸매의 라인이 눈 앞에 있어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참 아늑한 눈매에, 다이나믹한 몸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내게 보이는 김지은의 헌신적인 태도는 받기 미안할 정도로 과분하다.
“ 서방님이 보시기에는, 소녀는 어떤 여인이옵니까? ”
“ 설명 끝나려면 좀 오래 걸릴텐데…. 내일까지 기다릴 수 있으면 해주겠소, 중전. ”
“ 그러면 소녀에게 약조하신 나머지 정답은 언제 보여주실 예정이십니까아… 어머! ”
나는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김지은의 몸을 호기롭게 번쩍 안아들고 침실로 걸어갔다.
“ 안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꼭 지금 보여줘야겠소. ”
“ 와인 닫아야 하는데? ”
“ 아, 그러면 닫고 하죠. ”
2부
Lo siento, por qurerte mi amor (5)
-*-
김지은을 동물로 비유해보자면, 그녀는 마치 겁 많은 토끼처럼 느껴진다.
정말이지, 외로움을 많이 타는 여자다.
토끼는 주인의 손길이 오랫동안 닿지 않으면 자신이 버려졌다고 느끼고,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이며 보호자를 멀리한다고 한다.
물론, 극도의 불안 증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서 죽어버리기도 한다.
“ 그러니까 토끼처럼 귀엽다고만 하지 말고, 애완 토끼처럼 길러달란 말야. ”
“ 하, 하하…. ”
“ 또 웃기만 한다. 정말. ”
토끼는 울면서 자기 표현을 할 줄 모른다.
기본적으로 먹이 사슬의 아래에 위치한 피식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몸이 불편하다는 사실도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참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린 아이만큼이나 보살핌이 필요한 동물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테이블 맞은 편에 앉아있는 김지은의 손등을 어루만졌다.
김지은도 비슷하다.
토끼만큼이나 보호자에게 의존하고 싶어하는 연약하고 섬세한 여자였다.
내 한심한 모습 어디에서 기대고 싶은 기분을 느끼는지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내가 김지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모두 해주고 싶었다.
예를 들면, 원 테이블 레스토랑을 빌려 단 둘이 식사를 하는 그런 로맨틱한 이벤트라던가.
“ 여기는 누가 소개해준 곳이야? ”
“ 누나랑 주말에 어디서 데이트할까, 검색해보는데 연관 검색어에 떠 있더라구요. ”
“ 후후, 분위기가 괜찮네. 누구누구가 나한테 덥석 껴안고 키스하면서 청혼해버리면, 고민하지도 않고 받아들일 것 같아. ”
김지은이 아무래도 내게서 프러포즈를 받고 싶어하는 모양이였다.
나는 어색한 표정으로 가만히 미소지었다.
오늘의 예정에는 없지만, 음.
쪽.
문득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김지은이 얼굴을 가만히 붉히며 살짝 테이블을 짚고 일어나서 내 뺨에 입술을 맞추었다.
뺨에서 느껴지는, 부드럽고 아련한 감촉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은은하게 코 끝에서 감도는 달콤하고 아련한 김지은 특유의 향수 냄새도 사랑스럽다.
그녀는 배시시 미소지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 남자만 프러포즈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
“ 지금 그거 청혼이에요? ”
“ 어쩌지, 50점 짜리 정답인걸. 나머지 50점은, 청혼에 대한 대답입니다. 저번에 나 데려간다며? 그때는 내가 너무 감격해서 손만 꼭 붙잡고 있느라 대답을 못 해줬잖아. ”
그 때, 여의도의 하우스 맥주 집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모양이였다.
취한줄 알았는데 다 듣고 있었구나.
나는 엷은 미소를 띄우며 김지은에게 물었다.
“ 정말, 이 식당으로 오기로 한게 현명한 선택이였나봐요. 누나한테 청혼하자는 말도 듣고…. 꿈같은 일이 다 생기네요. ”
“ 그건 30점짜리 대답인데. 자, 나머지 70점의 성의를 보여주세요. ”
“ 여기서요? ”
“ 앗, 곤란하겠네. 나머지 70점은 오늘 밤에 서방님이 보여준다는 뜻이죠? ”
그녀는 내 대답에 방긋 웃으면서 귀엽게 혀를 살짝 내밀었다.
김지은의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처럼 귀여운 성격은 대체 침대만 가면 어디로 사라지는건지 모르겠다.
평상시 김지은의 저런 묘한 백치미가 느껴지는 사랑스러운 성격도 침대에만 올라가면 앙큼한 여우처럼 요부로 변해버리기 때문에, 나도 그 야릇한 간격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 아마도요. ”
“ 훌륭합니다. ”
김지은은 귀엽게 살짝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디저트로 나온 작은 컵에 담긴 티라미수를 한 수저만큼 떠서 입에 넣었다.
저 군살 하나 없이 매끈한 배에 얼마나 많은 양이 들어가는걸까?
식전으로 나온 콘소메 스프도, 파스타의 전채 요리로 나온 토마토 브루스케타도, 카르보나라도 남기지 않고 들어갔다.
“ 소녀를 왜 그렇게 빤히 쳐다보시나요, 서방님? ”
“ 아, 아니에요. 이것도 아니구나. 흠, 아니오. ”
내가 어설프게 상황극에 맞추어 주자 김지은의 붉은 입술에 요염한 미소가 그려졌다.
그녀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아름다운 모양으로 오똑하게 솟아오른 자신의 코 끝을 장난스럽게 찡그리면서 배시시 미소지었다.
“ 들뜬 기분도 좋고, 이렇게 둘이 야경 구경하면서 오붓하게 외식하고 있는 것도 좋아. 나, 역시 평소보다 말 많아졌지? 아무래도 기분이 좋아져서 그런가봐. ”
“ 귀엽기만 한데요, 뭘. 누나 평소에도 말 많아요. ”
“ 어라. 좋은 뜻으로 말한거지? ”
김지은이 고개를 갸웃하며 곤란한 미소를 띄우자, 나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 그럼요. 누나한테 나쁜 점이 어디 있어요? 내가 말수가 적으니까, 아무래도 누나가 심심해 할 것 같아서 항상 걱정이에요. 나는 누나가 말 많이 걸어줘서 좋은데…. ”
김지은의 자신의 잡티 하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투명하고, 새하얀 뺨에 조용히 홍조가 어렸다.
그녀의 도톰한 연분홍빛 입술이 살며시 움직이며 기쁜듯한 미소를 그렸다.
“ 그럴리가요. 항상 옆에 있었으니까, 심심할 틈도 없었네요. ”
“ 그건 꽤 다행스럽게 들리는 말이네요. 그런데, 요즘 왜 경어를 섞어쓰시는 거에요? ”
“ 너한테 귀엽게 보이려고. ”
내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찻잔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 남자들은 이런거 귀엽다고 하지 않나? ”
“ 글쎄요. 내가 누나를 좋아하는 점과 비슷하기는 하네요. ”
“ 어라, 정말? ”
그녀는 방긋 웃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만히 미소지었다.
“ 같은 행동도 김지은이 하면 다 사랑스럽고, 귀엽죠. 그건 그 행동이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그런게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이 그 행동을 하기 때문이잖아요. 그런거 아닌가? 그래도 가끔 누나가 나한테 존댓말할 때, 야릇한 느낌이 들기는 하네요. ”
“ 서방님께서는, 소녀의 이런 말투를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
나는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띄우며, 김지은에게 다가가 에스코트하듯 그녀에게 가만히 손을 내밀었다.
“ 약주 한 잔 하러 어서 집으로 가십시다, 중전. ”
-*-
김지은이 친정에서 훔쳐온(?) 샤토 페트리스 03년산 빈티지를 개봉하자, 향긋한 포도 냄새가 방 안에 감돌았다.
메를로라는 품종의 포도로 담근, 아주 좋은 와인이라고 했다.
그녀가 제법 값이 나간다고 말할 정도면, 그냥 가격은 묻지 않는 것이 좋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아빠가 아끼는거야. ”
“ 아빠라고 불러요? ”
“ 응, 우리 아빠랑은 너도 만나본 적 있을텐데…. 선물도 사들고, 아빠도 엄청 마음에 들어했어. 잘 만나보라고 말했는데, 기억을 못 할리가 없거든…. ”
김지은은 조심스럽게 말을 얼버무리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으니, 아무래도 그 사실을 내가 기분 나빠할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였다.
“ 괜찮아요. 원래 유령처럼 살았어요. ”
나는 장난스럽게 말하며, 김지은이 채워준 글라스의 손잡이를 잡고 살며시 흔들었다.
그녀는 어쩐지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응…. ”
“ 누나한테만 보이면 되는거에요. 괜찮아요. ”
“ 소영이한테도 보이는 유령이야? ”
김지은은 내가 별로 그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 들이자, 얼른 화제를 돌리며 앙큼하게 질투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나는 그녀의 앙큼한 수작에 가만히 미소지으면서, 그녀의 수작에 넘어가 주었다.
“ 음, 그런 것 같네요. ”
뭐, 그런 모양이다.
윤소영은 내가 다크 템플러처럼 존재감 없이 여기저기 쏘다니며 숨어 있어도, 잔뜩 화난 표정으로 나를 찾아내서 귀를 잡아 당긴다.
정말인가 시험해봤는데, 거짓말이 아니였다.
의외로 내가 숨어있는 곳은 뻔하다고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 뭐야, 방금 그 표정은? ”
“ 왜요? ”
“ 서방님, 어쩐지 방금 열받게 하는 표정이였어. 나한테만 애틋해야되는데. ”
나는 김지은의 응석을 부리는듯한 요염한 눈빛에, 가만히 미소지으며 잔을 내밀었다.
유리잔이 부딪치며 붉은 와인이 일렁거리자, 그녀는 얄밉다는듯이 나를 향해 살짝 눈을 흘기며 중얼거렸다.
“ 밉다, 미워. ”
“ 하하…. ”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하다는 맛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김지은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시더니,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 늦게 거둔 메를로인가봐. 달콤하네. ”
“ 잘 모르겠지만, 독특한 맛이네요. ”
소주보다 아마 몇십 배… 아니, 몇 백배는 더 비싸겠지.
아니, 상대는 김지은이다. 방심할 수 없다.
아마 몇천 배는 비싸겠지.
그렇지만 이렇게 귀한 음료라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 그런데 집 안에 있는 불은 왜 다 끈거에요? ”
“ 분위기 있잖아. 이렇게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보이는 연인의 얼굴. 얼마나 야릇해? ”
“ 그렇긴 하지만, 기왕 그렇게 하는거 초라도 피우지 그랬… 아, 와인 마시고 있구나. ”
김지은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띄우고, 고혹적인 눈빛으로 나를 가만히 응시하며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 음, 역시 잘 생겼어. 합격. ”
“ 아무래도 어두워서 잘 안보이시는 모양이네요. ”
“ 이목구비도 그만하면 뚜렷하잖아. 원래 외모는 그 사람이 가진 얼굴이나 키를 말하는게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인상이나 분위기를 읽는거야.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외모를 볼 때 눈코입이 어디에 달려있는지 확인하는거지. ”
어쩜 이렇게 말도 사랑스럽게 하는지, 참.
나는 어색한 표정으로 미소지으며, 대답하지 않고 그녀처럼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 인상이나 분위기요…. 하하.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네요. ”
“ 겸손하지만 비굴하지는 않고, 항상 여유있고. 알게 모르게 그런 태도가 배어있어서 멋지거든, 우리 서방님은 자기 매력을 모르는 점도 매력이지만. ”
그녀는 일어나서 살며시 내 허벅지 위에 걸터 앉으며, 뺨에 가볍게 키스해주면서 조용히 속삭였다.
나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김지은의 매끈하고 갸냘픈 허리에 팔을 두르고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 보았다.
살짝 조명에 비친 그림자가 드리울만큼 가늘고 긴 속눈썹, 도도하게 가라앉아 있는 아늑한 눈매, 잡티 하나 찾아볼 수 없는 투명하고 새하얀 살결….
펑퍼짐해서 귀여운 인상을 주는 토끼 무늬에 잠옷으로도 가릴 수 없는 육감적이고 고혹적인 몸매의 라인이 눈 앞에 있어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참 아늑한 눈매에, 다이나믹한 몸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내게 보이는 김지은의 헌신적인 태도는 받기 미안할 정도로 과분하다.
“ 서방님이 보시기에는, 소녀는 어떤 여인이옵니까? ”
“ 설명 끝나려면 좀 오래 걸릴텐데…. 내일까지 기다릴 수 있으면 해주겠소, 중전. ”
“ 그러면 소녀에게 약조하신 나머지 정답은 언제 보여주실 예정이십니까아… 어머! ”
나는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김지은의 몸을 호기롭게 번쩍 안아들고 침실로 걸어갔다.
“ 안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꼭 지금 보여줘야겠소. ”
“ 와인 닫아야 하는데? ”
“ 아, 그러면 닫고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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