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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3 01:34 919회 0건
내가 도도한 여자라고?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절도 있게 벨트를 풀고 지퍼를 내리는
그의 손놀림에 나는 마취당하는 듯 부르르 떨리는 눈가를
바닥 쪽으로만 굴리는걸.......
어쩜 이 사람은 지금과 같은 순간에도
이렇게 차분하고,
상황을....... 무언가 속되지 않게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일까.
무릎 꿇은 여자와 코가 바로 닿을 정도의 거리에서
지퍼를 내리는 남자. 이 상황이 억지스러운 음란함으로만
추락하지만은 않게 하는 이 남자의 힘은 무엇인가.

눈을 내리깔고 있었지만
그의 물건이 튕겨져 나오는 것을 시신경 가장자리로 확실하게 느꼈다.
더군다나 훈기 어린 어떤 날것의 냄새랄까.......
후각까지 파고든다.
막연하게 혼자 상상하던 에로틱함과
오감을 엄습하는 현실의 시간은 이렇게나 차원이 다른 것인가?
사람의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현대 과학의 논리적 설명은 그의 물건 앞에 꿇어앉은 나에게는
설득력이 없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그의 물건이 내 입술로 다가온다.
그와의 오랄 섹스는 내 상상 속 레퍼토리 십팔번이기도 했는데.......
말로 시키지도 않는데 입을 여는 것은 조금 이상하다.
아니 그 이전에 무의식적으로 입술에 닿기 직전에 고개가 살짝 돌아간다.
지금 나를 내려 보고 있는 그의 눈빛은
탐욕의 색깔일까? 책망의 색깔일까? 눈을 마주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반쯤은 즐기면서도 다른 반쪽은 차분하게 이 상황을
컨트롤 하는 눈빛일 것 같다.
손으로 고개를 잡아 물건 앞으로 돌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기다리는 그를 위해서.......
우 하향으로 숙였던 고개를 슬그머니 원위치에 가깝게 돌려놓아야 했다.
그는 다시 물건을 입술로 향해 다가온다.
이번에는 입술에 살짝 닿으면서 동시에 고개를 다시 살짝 뒤로 빼며 튼다.
말로 시켰으면.......
왜 이러세요 하고 뻔한 항변을 할 용기조차 나지 않는다.
이번에는 그러나 물건을 얼굴에서 떼지 않을 작정인가보다.
입술 쪽에 귀두가 살짝 걸친 상태로 볼 위로 지긋이 물건을 누른다.

안절부절 한 내 표정을 그는
조금도 서두르지 않고 즐기고 있는 듯하다.
비록 묘한 상황이기는 해도
내 맘속에도 불편함이라기보다는 한 꺼풀 깊이 들어가면
오히려 안정감의 토대가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 남자에게라면 얼마간 수치스러운 느낌마저도
기대해 오지 않았던가.
발을 살짝 옮겨 내 정면을 향해 다시 밀어 들이닥치는 그의 물건.......
입술과 볼에 파고드는 그의 성기.......
승리할 수도 피해갈 수도 없는 게 뻔한 공방이 몇 차례 더 이어지고,
그가 드디어 입을 연다.
“먼저 씻고 올게. 뒤이어 씻어.”
“네.......”

샤워기를 세차게 틀어 놓고
물소리를 연막 삼아 구석구석을 충분히 닦아낸다.
특히 성기와 가슴은 더욱 신경이 쓰인다.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오랫동안 기다려온 섹스를 하는 것인가?
도도하게 보내온 날들이
전혀 아깝지 않다.
나름 마음을 단단하게 하고서는 문을 열고 나갔다.
그는 담배를 피우는 중이다.
창가 쪽으로 연기를 내뿜다가 내가 나온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미나야”
“네.......”
“한 바퀴 돌아 천천히.”
다행이다. 할 일을 정해줘서.
쭈뼛쭈뼛 엉성하게 차렷 자세 비슷하게 시작해
조금씩 발을 옮겨가며 한 바퀴를 돈다.
아까 물건을 코앞에 두고 느꼈던 온 몸의 뜨거움 같은 것이
발이 바닥을 칠 때마다 조금씩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아마도 기대감이겠지.......
“바지 벗어.”
옷을 벗길 줄은 예상했지만
바지를 먼저 벗길 줄은 몰랐다.
그이가 다 생각이 있겠지.......

바지를 내리며 몸이 구부러지고 팬티가 보이기 시작하면서야
혹시 팬티가 젖지 않을까 이미 조금 젖어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 비슷한 떨림이
불쑥 고개를 든다.
바지를 다 벗어 바닥에 놓은 후 몸을 세우며 슬쩍
그를 훔쳐보듯 스쳐보듯 눈길로 지나가며 본다.
팬티 부분에 눈이 꽂혀있다.
“가까이 와”
“네.......”
걸어가며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내 살갗끼리의 마찰조차 떨린다.
그의 바로 앞까지 가서야 다시 고개를 드는 걱정은
팬티가 혹시 젖어있으면.......
몸을 내 쪽으로 가까이 다가온 그는
이상하게도 내가 신경 쓰고 있는 부분만 어떻게 알고 공격을 하는 건지
팬티 쪽에 코를 가까이 대고 냄새를 살짝 맡는다.

샤워 후에도 아래가 다시금 젖은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이 남자는 그것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팬티로 그의 두 손이 걸쳐진다.
벗기려는 것이다. 나는....... 나도 제어할 수 없을 만큼 순식간에
그의 손을 막았다.
“손 머리.”
짧고 낮은 목소리.
그러나 부드럽다. 그리고 거부할 수 없다.
손을 머리 위로 올리니 그는 아래서 위로
펼쳐진 겨드랑이를 잠시 본다.
겨드랑이란 곳 참 묘한 부위이다.
가슴과 젖꼭지와 가까워서인지 왠지 한 덩어리로 묶여있는 느낌이
순간 든다.
팬티를 내릴 때 고개를 살짝 돌린 상태로
곁눈질로 내 밑을 보았다.
팬티 위로 부끄럽게 묻어 떨어져나가는 애액 방울.
그는 흡족하게 피어오르는 표정을 잘 다스려나가며
팬티를 벗겨 자신의 눈앞에 코앞에 펼쳐서 가까이 본다.
“아응.......”

나는 뭐라고 따질 수야 없지만,
묘한 호흡을 내뱉는다.
아마도 인간에게 언어가 없던 오랜 기간 동안은
방금 내가 내뱉은 외마디 말이야말로
진실한 언어였을 것이다.
부끄럽고 기대가 차오른다.
“미나야. 이 팬티는 앞으로 내가 보관해.”
“아으.......왜에....그래여영~응....”
내가 남자한테 이런 발음으로 말을 하다니.......
“그건 내가 알아서 해.”
“아...흐은.........”

침대로 걸터앉은 그는 내게 손짓한다.
아랫도리가 허전한 상태로 멈짓거리다가 그 앞에 선 내게
그는 말없이 자신의 벌린 허벅지 한 쪽을 손바닥으로 치며
걸터앉으라는 묵언의 지시를 한다.
그의 팬티는 팽팽해져 있다.
또 다시 시무룩하게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서 동전이라도 찾듯 쭈뼛거리는 내게
그가 말한다.
“어서”
그의 허벅지에 내 엉덩이와 성기 부위가 닿는다.
성기 부위가 그의 허벅지에 뜨겁게 닿아버리면 어쩌지.......
뜨거운데 지금.......
그는 감각 하나하나를 빠짐없이 느끼는 표정으로 그러나 손은 아직
허리만을 감싼 채로 다른 한 손으로는 내 머리를 부드럽게 넘기며
나와 눈을 마주친다.
그의 눈을 피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그의 눈빛으로 알 수 있다.
빨려 들어갈 듯 아름다운 눈이다.
이 남자의 눈은 참으로 특별하다.
섹스의 기대로 가득 찬 이 공간에서조차
우수 짙은 눈매와 아름답게 뻗어 나온 그의 속눈썹은
미적인 설렘으로 다가온다.
나는 이 남자 앞에서 저속해지기 위해 고독을 견딘 것이 아닐까?

우주 속에서 기분 좋은 유영을 하듯 키스세례를 받는다.
나는 음탕하게도 오늘 이 노골적인 침대 위에서는 오히려
그의 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끌어당긴다.
그가 달콤함을 맛보고 있다는 것을
그냥 느낌으로 알 수 있고,
그 달콤함이 실시간으로
그의 혀 입술 숨결로 내 입속에 얼굴에 쏟아져 밀려온다.
아니 온몸으로 밀려들어온다.
허리를 감싸던 손이 어느새
겨드랑이를 타고 들어온다.
그와 동시에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천천히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다른 쪽 손.
나는 온 몸을 그에게 바치고 싶은 존재일 뿐이다.
탐스럽게 길러온 내 가슴도
깨끗하게 숨겨온 내 성기도
그에게 모두 주고만 싶다.
그에게 더렵혀져도 좋을 것 같다.
간질이듯 가슴 주위를 느끼던 그의 손이
한쪽 가슴을 움켜쥘 때 즈음
내 붉은 숨결이 음표에서 벗어나 살짝 리듬이 깨진다.
“흐읍....음...웁........”
그에게는 내 입술을 마음대로 가질 권리가 있으니
입술을 포개어진 상태로 숨결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그런가하면 거의 동시에 아래에서 영역을 넓혀가던 손이
어느덧 회음부 쪽으로 진입해 왔다.
성기도 항문도 아닌 부끄러운 곳
왠지 달디 단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는 듯한 곳을 그의 손가락 두어개가
점령을 시작했다.
그의 몸에 놓인 현악기가 되어버린 지금
나는 부끄러움도 망설임도 깨고
적극적으로 몸을 뒤틀며 그의 손놀림을 응하기 시작하며
혀로 그를 갈구하기 시작한다.
여자가 처음 되는 여자.
표현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미스도도에서 깨어나 여자가 처음 되는 여자다.

꿈결 속에서 달콤하게 허우적거리던 나를 그가 일으켜 세우고는
함께 침대 위로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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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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