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현주씨에게 들었던 경아의 일들이 생각나서 잠에 들지를 못한다.
왜 그렇게 생활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빨리 그런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를 모르겠다.
나도 한때는 온전히 전부 다 빠져 들었던 사람이지만 지금 돌이켜 살펴보면 나보다는 경아가 더 안쓰럽다.
그때는 고운정이라고 생각했지만 여름의 초록잎이 가을의 낙엽으로 변하듯이 지금은 그 고운정이 미운정으로 변했다.
미운정도 정이라고 이제는 그냥 조용히 마음속으로 경아에게 빨리 좋은 계절이 오기를 기도한다.
이제는 자야겠다.
여름의 막바지에 접어드는 것을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지만 예전에는 허전하고 우울한 마음이 대부분이었다면 이번 가을에는 풍족하고 활기찬 기분으로 가을을 맞이한다.
하지만 한시도 방심을 허락하지 않는 미연이의 움직임으로 인해서 늘 집안에서는 논문에 둘러쌓여 지낸다.
내가 작성을 하는데 각종 자료를 거의 다 정리를 해주지만 절대로 대신 작성을 해주지는 않고 나의 논문을 직접 읽고 문구를 다듬어주며, 교정을 보고, 표절에 대한 부분까지 직접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검토를 해준다.
미연이의 검토가 끝난 논문은 다시 자료를 확인하고 참고문헌까지 정리를 한 후에 아버님이 확인을 해주시니 늘 숙제검사를 받는 기분으로 결과를 기다린다.
2학기가 시작되고 본격적으로 논문심사를 받기위한 일정 조정에 들어간다.
방학 때 지도교수님과 계속 연락을 주고 받으며 내용을 조절했으므로 다른 동기들과는 달리 먼저 심사에 들어가기로 하고 장소를 알아본다.
딱딱한 분위기의 강의실보다는 외부에 있는 조용한 식당을 예약하고 교수님들과 만나 본격적인 심사에 돌입한다.
1차, 2차, 3차의 심사를 앞두고 있는 나의 심정은 긴장이 배로 올라가고 식욕도 없어져 늘 간단한 메뉴로 요기를 한다.
그런 내가 안쓰러운지 미연이는 늘 걱정을 하지만 오히려 홀몸이 아닌 미연이를 더 고생을 시키는 심정이어서 내가 더 미안해하고 더 잘해주려 노력을 한다.
쉬는 일요일에 미연이는 외식을 하자며 나를 데리고 나간다.
늘 아파트에 있어서 몰랐는데 어느덧 산에는 단풍이 나타나고 있었고 바람은 완연하게 가을의 냄세를 풍기고 있다.
우리가 작년에 갔던 그 청국장집에 들어가 같은 메뉴를 시키고 미연이는 식당 사장님과 오랜만에 회포를 푸는 듯 이야기 꽃을 피운다.
그동안 우리가 결혼한 이야기, 쌍둥이를 지금 임신한 이야기, 마침 먹고 싶어서 일부러 왔다는 말에 사장님은 마음씨 좋은 미소를 띄우며 반갑게 맞아준다.
식사를 하고 나오는 우리에게 직접 담근 청국장과 된장을 건네주고는 건강하게 아이들을 순산하라고 힘을 준다.
미연이의 활약으로 좋은 장을 받아가는 이번 외식은 즐거운 시간이다.
집에 돌아와서도 우리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으며 그렇게 기분좋은 환기를 하게 되었고, 이어지는 논문작업에도 가속도가 붙는다.
잠시 동안 낮잠을 즐기고 저녁에야 일어났으며 가져온 된장으로 찌개를 끓여 맛있는 저녁을 먹고서는 바로 차와 함께 다시 작업에 들어간다.
나의 계획은 올해가 가기 전에 심사를 통과하는 것이기에 더 늦추거나 게으름을 피울 시간이 없다.
준비를 하다가 피곤한 눈을 쉬기 위해 잠시 책상에서 떨어진 사이에 전화가 울린다.
발신자를 보니 학교 선배인데 어떤 일인지 궁금하여 통화를 한다.
- 여보세요. 예, 선배.
- 그래, 요즘 정신없지?
- 그렇죠, 뭘. 형은 잘 지내요?
- 나야, 정신없어. 학교일도 봐야하고, 다른 일도 봐야하고,
- 다른 일이요? 학교일만 보면 되지 무슨 일을 봐요?
- 그러게, 너도 알겠지만 올해가 대선이잖아? 그래서 지금은 야당쪽 일을 조금 보고 있어서,,
- 아이고, 형이 정치까지 할려고요?
-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네. 지금 내가 도와주는 후보가 대선후보가 되면 더 바쁠거 같아.
- 그럼 좋죠. 형도 잘 풀리는 거잖아요?
- 된다면 그렇겠지. 그런데 워낙에 넘어야 할 산이 많아서,
- 형이 하는데 잘 되겠죠. 그런데 어쩐일로요?
- 응~, 이번에 정책자료를 만드는데 네 조언이 필요해. 조금만 도와주라.
- 형, 나 요즘 논문 때문에 힘들어요.
- 알아, 그래서 지금까지 연락 안 했잖아. 그리고 너 와이프가 많이 도와준다고 하던데, 다른 사람들보다는 수월하잖아.
이거 참, 지금은 논문에만 신경을 써야하는 시기인데 큰일이다.
워낙에 학교에 다닐때부터 많이 도와주었고, 내게 강의도 많이 만들어 준 선배이니 무턱대고 거절을 할 수도 없다.
내가 힘들 때 도와준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 형도 지금 내 상황을 알면서도 부탁을 한 거 보니까 무턱대고 거절을 하기도 힘드네요. 대신 논문만 끝나면 더 도와줄게요. 지금은 무엇을 해드리면 되요?
- 야,,, 고맙다. 이 은혜는 잊지 않으마.
- 은혜는 내가 잊으면 안되죠. 말씀해보세요.
이렇게 해서 부탁을 받았는데, 그 내용이 조금은 민감한 부분이고, 자료를 수집하려면 시간이 약간은 필요한 작업이다.
- 형, 무슨 일인지 알았어요. 대신 자료를 모아서 만들어야 하니까 3일만 시간을 주세요. 마침 논문하고 겹치는 부분도 있고요. 대신 데이터가 정확해야 후보께서도 안심하고 활용을 하실테니 제가 만들어서 메일로 보낼께요.
- 그래, 꼭 그렇게 해줘. 다른 사람들의 자료를 보기는 했는데 영 객관성이 없어. 이 분야에서는 네가 오랜 경험도 있으니까 네가 만든 자료는 더 신선하고 현실에 맞을거야.
- 벌써 비행기 태우지 마시고요. 자료를 보시고 후보님께서도 만족을 하시면 그때 비행기 태워줘요.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미연이는 통화를 하며 작성한 메모를 보며 이미 자료를 검색하고 신문 기사를 검색하고 있다.
전화를 마치고 미연이를 보니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조용히 말한다.
- 오빠, 지금 하는 이 작업이 중요한 계기가 될 거예요. 비록 시간은 없지만 제가 확인을 할테니 오빠는 나중에 마무리 작업만 해줘요.
- 미연아, 그러다 내가 정치에 나가면 어찌 할려고?
- ㅎㅎ 제가 오빠를 잘 아는데요. 아마 정치에는 못 나갈거예요. 대신에 이렇게 해서 인맥을 만들어 놓으세요.
- 역시, 내 색시가 맞구나.
열심히 자료를 찾고 종류별로 컴퓨터에 폴더를 만들어 저장을 하는 미연이를 잠시 일으켜 세워 키스를 한다.
나의 키스에 더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미연이의 팔이 내 목을 감싸안고 안겨져 온다.
미연이의 엉덩이에 손을 올려 나에게 당겨오니 이제는 내 무릎위에 올라와서 더 세게 안아온다.
- 미연아,, 우리 오랜만이야.
- 알아요. 나도 하고 싶어요. 하지만 아이들 때문에 참고 있는데,
- 그 마음 알아, 나도 참고 있어.
- 우리 조금만 더 참아요. 병원에서 나는 섹스를 하면 아이가 불안하데요. 더구나 오빠는 커서 더 불안해요.
- 응, 참을게. 정말로 참을게.
- 고마워요. 우리의 쌍둥이를 위해서라도 참아줘요.
- 그래야지. 당연해.
우리의 애정은 여기까지만 진도가 나간다.
더불어 나의 작업은 선배의 자료 부탁으로 더 많아지고 있다.
선별한 자료를 구분을 하고, 선배가 도와주고 있는 후보의 성향에 맞게 정리를 하고, 관련된 보도자료와 선진국의 경험을 확인하여 다시 작성을 한다.
그 후보의 정치적 성향, 공약의 이념을 전부 확인하고 문구를 작성하는데도 더 신중을 기한다.
물론 나의 자료가 채택이 될 수도 있고 중간에서 사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노력을 하여 작성된 자료는 언젠가는 후보의 눈에 보이게 되고 다시 재점검을 받을 것이다.
물론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모르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약속을 한 시간에 맞춰 자료를 발송하고 선배에게 문자로 알려준다.
이제는 다시 나의 논문으로 돌아와야 할 시간이고 바로 이주일 후부터 논문심사가 진행이 되기에 다음주에는 모든 자료를 심사교수님들께 발송을 하려 준비한다.
미연이는 학교의 수업에 따라 가느라 힘들어 하고, 매주 가는 수업에도 점점 더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이다.
하기는 학부에서의 전공과는 다른 전공을 선택했으니 더 힘들고, 과정이 무거워 보일 것이다.
그래도 나의 처지를 헤아려 좀처럼 힘들다는 내색을 하지 않는다.
미연이의 등굣길은 어머님께서 직접 운전을 하여 데려다 주시는 등 맡아주고 계시며, 출근을 하지 않을때는 내가 데리고 가고, 미연이의 수업시간에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거나 차에서 쉬며 시간을 보낸다.
이미 학교에서 우리가 부부라는 것을 알기에 다들 반갑게 맞이해주고, 미연이가 힘들어 하는 수업을 도와주고 있다.
이제 논문심사의 첫 관문을 지나간다.
조용한 식당을 예약하고 지도교수님을 비롯해서 다섯분의 교수님을 모시고 받는 첫 논문심사의 자리에 참석하는 것이 너무 떨린다.
출발할 때 미연이도 함께 가고 싶어했지만 너무 긴장을 하면 쌍둥이에게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이 되어 이번에만 혼자 가는 것으로 했다.
첫 논문심사는 선배들의 경험담처럼 무척 엄하게 시작이 되었고 길게 진행되었다.
나의 긴장감을 더 높이려는 뜻이 있었는지 많은 지적사항이 있었고 질책에 가까운 말씀도 많이 들었다.
그런 분위기가 지나고 갖게 되는 식사시간에는 부담감과 나에 대한 실망감으로 소화가 되지 않을 듯 했지만 그래도 내색을 하려 하지 않았다.
심사가 그렇게 끝나고 돌아오는 길의 운전은 너무 허무한 마음뿐이었다.
미연이에게 논문심사의 이야기를 해주니 오히려 환하게 웃으며 나를 위로한다.
- 논문심사에서 말을 많이 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것을 준비했다는 뜻이니까 너무 실망하지 말아요. 준비가 없었으면 아마 아무런 말씀도 안하시고 식사만 하셨을 거예요. 이제 곧 통과가 될거예요.
- 그럴까? 난 너무 힘들었는데;;
- 괜찮아요, 그만큼 잘 했다는 뜻이고요, 오늘 지적한 것들을 더 정리하고 보충하면 다음 심사에서는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 정말 미연이 말데로 된다면 좋겠다.
- 제 말이 맞을테니 걱정 말아요. 너무 수고했어요.
미연이는 나를 꼭 안고 등을 두드리며 볼에 키스를 한다.
그런 미연이의 위로를 받으니 내 자신에게도 힘이 나기 시작하고 다시 정리를 하려는 마음이 일어난다.
다음 논문심사때까지 나와 미연이는 첫 심사에서 지적당한 것들을 보완하고 다시 추가되는 부분을 정리하느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다.
시간은 어느덧 가을을 지나 초겨울로 넘어간다.
공원의 나무들은 시계보다도 더 정확하게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고 있지만 나의 눈에는 그저 달력의 넘어감과 시계의 변화만이 있을 뿐이다.
첫 심사를 끝내고 준비를 거쳐 맞이한 두 번째의 심사에서는 그나마 좋은 결과를 얻을 수가 있었고, 마지막 심사를 위해 수시로 교수님들과 이야기를 하고 메일을 주고받으며 조정을 한다.
마치 공개심사는 세 번이었지만 실제로 심사를 받은 것은 열 번이 넘은 기분이다.
평상시보다 열배는 더 길게 느껴지고 힘든 시간이 지나가고 드디어 마지막 공개 심사에 들어간다.
미연이의 간곡한 부탁을 받아 함께 심사에 참석을 한다.
부부가 함께 심사에 참석한 것은 거의 없는 일이지만 미연이도 같은 학생이고 미리 공부를 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모두 흔쾌히 맞이해주신다.
식사를 하기 전에 논문 심사를 진행하고 그동안 지도교수님과 상의를 하고 다시 다른 심사교수님들과 의견을 나누었기에 큰 지적이 없이 논문 심사가 마무리된다.
드디어 나의 오랜 노력이 박사학위라는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심사를 통과하자 미연이가 나보다 더 좋아했고, 바로 아버님께 연락을 드려 이 소식을 전한다.
아버님께서도 기뻐하셨고 어머님의 축하한다는 말씀이 전화기를 타고 넘어온다.
교수님들과의 식사는 즐거운 분위기로 진행이 되었으며 언제 준비했는지 미연이가 교수님들께 감사의 선물을 전해드린다.
받으신 교수님들께서도 나와 미연이에게 축하의 말씀과 함께 선물을 주시며 앞으로 학교에서 함께 하자는 말씀을 전해주신다.
이 모든 결과가 미연이를 만나지 않았으면 없었을 것을 알기에 더욱 미연이에게 고맙다는 말과 마음을 해준다.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 돌아온 집에는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과 아버님께서 먼저 오셔서 축하의 자리를 준비하고 계셨으며 우리 식구들은 작은 만찬의 자리를 함께하며 그동안 쌓인 긴장을 풀어놓는다.
- 너무 수고했어. 이제 박사가 되었으니 학교에 가야지?
- 제가 갈 학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러고 싶습니다.
- 현장의 경험이 많으니까 찾는 학교가 있을거야. 그리고 미리부터 학회지에 논문도 올리면서 준비를 해.
- 예, 아버님의 말씀데로 미리 준비를 하겠습니다. 인연이 닿는 학교가 있기를 바라고, 있으면 가야죠.
- 우리 집안에 박사가 둘이 나오다니, 너무 좋다.
- 그쵸? 엄마? 나도 좋아요. 쌍둥이 아빠가 너무 노력을 많이 했어요.
- 그래, 나도 옆에서 봐서 알지. 이제 천천히 준비를 해!
- 예, 알겠습니다. 모든 것이 아버님, 어머님, 그리고 우리 미연이 덕분입니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 오빠, 정말 잊으면 안되요!! 저 논문 쓸때는 오빠가 많이 도와줘야 해요.
- 응, 알았어.
- 그런데, 미연이는 내년에 학교를 어떻게 할거니?
- 내년 봄에 출산이니까, 일단 일년만 휴학을 하려고요. 그 다음에는 다시 복학해서 하고 싶은데,
- 아이는?
그 말을 듣고 미연이는 어머님을 간절히 바라본다.
- 휴;;; 알았다. 내 딸 키우느라 힘들었는데, 이제 내 딸의 아이들까지 키우게 되는구나.
- 죄송합니다. 제가 면목이 없습니다.
- 그래도 할거는 해야지. 다른 것도 아니고 딸도 박사가 될려고 하는데, 당신이 조금만 도와줘요. 나도 함께 할게.
- 당연히 교수님도 해야죠. 손주가 둘이라고요 둘.
- 알아, 그러니까 한다는 거지.
- 그럼, 미리 공부도하고 아이 키우는 실습도 하고 그래요.
- 어디에서 하라고?
- 보육원에 가서 봉사하며 배우면 되겠네요. 그렇게 해요. 이제 봉사도 해야죠.
- 그런가? 알았어요. 그렇게 합시다.
- 걱정말아요. 내가 함께 갈테니까.
두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즐거운 웃음을 흘려보낸다.
- 참, 영훈이는 뭐래?
- 응~ 이모가 그 아가씨를 마음에 들어하더라. 영훈이도 좋다고 하고, 곧 약혼을 하기로 했다는데!
- 그래? 그럼 현주가 우리 식구가 되는거네? 좋다. ㅎㅎㅎ
- 아주 이모가 이야기를 할때마다 입이 귀에 걸리더라. 그렇게 다른 아가씨들은 싫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영훈이가 너무 좋아하나봐. 그 아가씨도 좋아하고,
- 아마 현주가 이모한테 잘 할거야. 착하고 지혜롭거든.
- 그리고 너하고 친하다고 하니까 이모부도 좋아하셨데.
- 그런데 나한테는 자세하게 이야기를 안해서 몰랐는데,
- 니가 워낙에 바쁘니까 그랬을거야. 아무튼 두사람이 내년에는 결혼을 할 거 같아.
이렇게 다른 인연이 우리의 옆에 다시 들어온다.
현주씨가 우리의 가족이 된다는 것이 또 하나의 기쁜 소식으로 다가온다.
이제 연말이 되니 온 나라가 대선으로 시끄럽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뉴스를 틀어도 맨 처음 나오는 소식이 대선에 관한 내용이고 마지막 소식도 대선과 관련된 내용이 마무리한다.
선배가 함께하는 후보가 야당의 후보로 결정이 되어 진행되는 덕분에 그 선배는 거의 모든 일정을 대선에 맞추고 있었고, 나에게도 자주 자료를 요청하고, 이미 박사과정을 마쳤기에 원하는 자료와 나의 의견을 함께 보내준다.
그렇게 보내준 정책 자료들은 대부분 후보의 공약에 조금씩이라도 포함이 되어 있었고, 언론에 의해서도 나쁘지 않은 점수를 받는다.
선배는 바쁜 일정중에도 늘 메일과 메시지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있으며 꼭 자신이 후보가 잠시라도 나를 보고 싶어한다는 말도 함께 전한다.
그렇지만 정치에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은 나와 미연이의 감정으로 적극적인 대답은 하지 않고 의례적인 답변만을 한다.
우리는 그동안 학회지에 게제할 논문을 다시 다듬고 있었으며, 내년초에 진행 할 예정인 출판을 준비하고 있다.
연말 업무와 미연이의 건강에 대한 생각으로 바쁘게 지내던 차에 갑자기 선배가 늦은 밤에 전화를 걸어와 무조건 한번 보자는 말을 한다.
무슨일때문인지를 알겠지만 전화를 한 목소리와 시간을 보니 거절을 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선배가 이야기한 시간에 장소로 움직인다.
도착을 하니 뉴스에서만 보던 분들이 앉아서 회의와 토론을 하고 있었고 그 중에는 이번 대선의 야당 후보도 보인다.
선배의 소개를 받고 놀란 눈으로 꾸벅 인사를 하고 어정쩡하게 서있는 나에게 후보께서 직접 걸어와 사람좋은 미소를 만든채 악수를 하고 어께를 두드리며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순간적으로 몸에 전기가 흐르는 느낌을 받았고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저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밖에서 차를 마시는데 선배가 나를 데리고 다른 방으로 간다.
다가오는 선배에게 눈치를 주자 그저 미안하다고 하며 이번 대선후보 토론 주제가 사회분야이고 내가 준 정책자료에 대해 직접 후보께 설명을 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난감하지만 미리 내가 보내준 자료를 출력해서 정리를 해둔 자료를 다시 검토하고 정해진 1시간의 범위에서 후보께 드릴 내용을 머릿속으로 준비를 한다.
결과적인 이야기지만 이미 후보는 모든 내용에 대한 정리가 마무리 된 시점에서 나와 이야기를 하였고, 다만 현장에서의 의견을 듣고 싶어했다.
내가 직접 느낀 부분과 일반 서민들이 느낀 부분을 알려드리고 건의를 하였으며, 후보께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료에 첨부를 하여 메모를 하였다.
이야기가 진행된 1시간 내내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상대에게 경청하는 모습이 나의 마음을 이끌었으며, 이런 모습 때문에 선배가 자신의 일을 뒤로 미루고 캠프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무리를 하고 나오는 마음속으로 계속 미루던 숙제를 한 듯이 개운한 기분을 알 수 있었다.
완연히 겨울로 접어들자 미연이의 배는 눈에 보일 정도로 나오고 있었고 이제는 오래 걷거나 집안일을 하면 힘든 표정을 자신도 모르게 보인다.
집안의 일은 내가 많은 부분을 가져와 하고 있지만 그래도 주부가 할 일들이 있기에 마음놓고 쉬지를 못하니 더 피곤해 보인다.
다행인 것은 병원 진찰결과가 늘 좋게 나오고 있고, 초음파 사진으로도 쌍둥이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것이 보여 우리의 피로를 풀게 해준다.
이제 어머님께서 아파트에 계시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있었고, 미연이가 친정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점점 더 길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미연이의 몸과 마음이 편한 것이 제일이므로 난 미연이가 친정에 있으면 처갓집으로 퇴근을 하고, 아파트에 있으면 아파트로 퇴근을 하여 함께 시간을 보내고 최대한 미연이를 편하게 해주려 노력한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시고 부모님께서는 안심의 모습을 보여주고 계신다.
늘 그렇듯이 12월에는 한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한참을 바쁜 시기가 된다.
참석하는 모임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오래된 모임의 송년회에는 반드시 참석을 해야 했고, 그 중에서도 미연이의 친구 모임과 나의 친구 모임은 빠지지 않는다.
올해의 송년회에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함께 참석을 하고 특히 쌍둥이를 임신한 미연이를 모든 친구들이 축하해주고 순산하라는 덕담을 들려준다.
이번 모임에서는 우리의 이야기 외에는 대선의 이야기가 주된 화재가 되었고, 여당과 야당의 후보 중에서 어떤 후보가 더 뛰어난지, 지금의 상황에서는 어느 후보가 당선이 되어야 하는지를 두고 많은 토론이 벌어진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결과를 봐야 한다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게 되지만 그래도 모두는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 눈치다.
결국 대선이 마무리 되었으며 치열한 전투 끝에 결국은 야당의 후보가 당선이 되고, 그런 결과로 인해서 상당한 정치적인 회오리가 강타할 것이라는 관측을 국내와 외국에서 공통적으로 내놓게 된다.
하지만 나야 정치에 관심이 없고, 지금 행복한 신혼을 즐기고 있으며, 봄에 태어날 쌍둥이를 잘 키우기 위해 준비하는데 신경을 써야 하므로 크게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후보를 당선시키는데 힘을 보탰던 선배는 기쁨에 겨워 나에게 문자와 메시지를 통해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도 도와달라고 한다.
학교의 선배이고 내가 힘들었을 때 도움을 주었으니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정치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거부감이 크기에 축하한다는 인사와 도움이 필요한 것은 도와주겠다는 내용으로 답을 전한다.
미연이가 장모님과 함께 외출을 한 토요일에 혼자 집에만 있기가 심심해 현주씨를 보러 카페로 향한다.
밖으로 나와보니 추운 날씨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꽁꽁 싸매고 다니고 있고 길은 며칠 전에 내린 눈으로 인해서 흰색이 있었으며, 곳곳이 얼어있다.
카페의 문을 여니 현주씨가 나를 반겨주고, 알아서 커피를 준비하며 2층으로 올라가 있으라고 한다.
2층에 먼저 올라가 자리에 앉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의 마지막 잎새를 바라보니 어느새 한해가 저무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 뭐를 그렇게 보세요?
어느새 올라와 나에게 커피를 놓고 앞에 앉으며 현주씨가 묻는다.
- 응? 아니,, 벌써 한해가 지나가니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어서.
- 그래도 형부는 올해 결혼도 하고, 박사학위도 통과하고, 쌍둥이도 얻고 참 좋은 한해였잖아요.
- 그러게. 너무나도 좋은 한 해였지. 죽을때까지 잊지 못할거야.
- 너무 부러웠어요. 이렇게 좋은 한해를 보내는 형부하고 언니가 너무 부러웠어요.
- 내년에는 현주씨가 더 좋은 한해가 될거 같은데.
- 예?
- 내년초에 약혼을 하거 같다는 소식이 있던데.
- 아,, 날자가 결정되면 말하려 했는데, 그렇게 되었어요. 너무 고맙고요.
- 고맙기는, 이제 짝을 제대로 만나거지. 영훈이 좋은 사람이야. 물론 현주도 그렇지만. 좋은 사람 둘이 만나서 결혼을 하게되니 더 기쁘지. 잘했어.
- 영훈이 오빠가 진짜 좋아요. 마냥 기다려지고요. 이런 마음이 계속 이어져야 하는데, 살짝 걱정도 되요.
- 사랑은, 서로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배려를 해주고,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손님처럼 대해주면 될거야. 그리고 두 사람은 잘 할거고.
- 좋은 말이네요.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손님처럼 대해주라,,, 잊지 않을게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한때 어느 한사람에게 신뢰와 배려를 기대하였으나 큰 상처를 받은 것이 생각난다.
결국에는 그 상처로 인해서 충격을 받았지만 이내 미연이를 만나서 더 큰 신뢰와 배려를 느끼게 되었다.
하나만 보면 귀중한 것을 모르지만 둘을 비교해보면 나에게 어떤 것이 귀중한 것인지 알게된다.
마치 작년과 올해의 나의 일처럼 말이다.
- 그나저나 이제 대선이 끝났으니 좀 시끄러워지겠죠?
- 아마도 그러겠지. 서민들이 살기 힘들어지면 안되는데 걱정이야.
- 그래야죠. 이 카페도 영향이 있더라고요. 갈수록 힘들어져요.
- 그렇겠지. 요즘 많이 생기고 있고,,, 참. 결혼하면 카페 그만 둘거야?
- 영훈씨가 그냥 했으면 해요. 굳이 돈 문제가 아니고, 결혼했다고 그냥 집에만 있는 것도 아니래요. 그래서 그냥 할려고요.
- 그래, 잘 했어. 그렇게 사회생활을 꾸준히 해야 좋은거지. 잘 생각했네.
- 말이 옆으로 샜고, 이런 말 드려도 괜찮은지 모르겠지만요....
다시 커피를 한모금 마시는 현주씨의 얼굴에 주저하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 은경이요!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커피를 마시던 내가 잠깐 놀라는 모습을 보인다.
- 은경이가 남자친구 집이 사업을 하거든요. 지금 정권이 당선될 때 여러모로 도움을 줬나봐요. 그래서 많이 크고 이익도 늘어났거든요. 그러니 이번 대선에서 아주 표시가 나게 여당 후보에게 많이 지원을 했나 봐요. 결혼을 전제로 해서 은경이 집에다가도 도움을 요청해서 큰 돈을 주었다고 하고요. 그런데 그 후보가 떨어지니까 충격이 있는 거 같더라고요. 이것저것 정리를 하려 한다는 소문이 들리고, 은경이는 아예 연락도 없고요.
다시 커피를 마시고 말을 이어간다.
- 그래서, 많이 힘들어하고, 결혼도 어떻게 될지 몰라서, 지금 상태로는 어디로 튈지를 모르겠어요. 혹시 형부에게 연락이 가면 그냥 모른척 하세요. 제가 이야기는 하고 있는데 워낙에 럭비공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솔직히 불안해요. 언니가 임신중이라 말을 잘 못하겠고 해서 지금 하는 거예요.
- 그랬구나. 하긴 그 집의 성향을 보면 그런 경우도 있었겠지. 하지만 결과는 이미 이렇게 나왔고,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겠지. 다시 연락을 한다고 해도 내 반응이 변할 것은 없어. 걱정하지 말고, 내년 약혼, 결혼 준비 잘해. 참, 그 남자 회사 이름이 뭔데?
- 예, 늘 고마워요. 잘 할게요. 저에게 명함을 준 게 있는데, 한주실업인가 그럴거예요.
한주실업이라! 이 회사의 이름은 아마 잊지 못할 것이다.
요 몇 년 사이에 언론에서 몇 번 들어본 회사의 이름이고 자주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회사이다.
지금 당선자의 성향으로 봐서는 아마 위법적인 사항만 없으면 큰일이 없이 넘어갈 것이다.
하지만 만일 위법적인 사항이 있고, 정권의 도움으로 넘어간 것이 있다면 여러 가지로 힘든 시간을 맞이할 것이며, 굳이 내가 따로 움직이지 않아도 정리가 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
- 응, 그리고 미연이에게는 말을 안 했으면 해. 이유는 잘 알거고,
- 그렇게 할게요.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 그 다음에 그 남자에게서 다시 연락은 없었지?
잠시 흔들리는 자신의 눈빛을 알았는지 숨을 한번 쉬고는 대답을 한다.
- 몇 번 연락은 왔었는데, 제가 그냥 무시했어요. 이제 그런 연락은 없을거예요.
- 만약에 다시 그런 연락을 한다면 이제는 가만히 안 있을거야. 우리집 가족인데 그렇게 두면 안돼지.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항상 이야기를 해줘.
- 그럴게요. 걱정마세요.
잠시 쉬러 온 카페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간다.
오히려 쉬지도 못하고 나쁜 소식을 알게되어 더 피곤하다.
조금 있으면 미연이가 들어올 시간인데 이런 기분을 빨리 지우고 좋은 얼굴을 보여줘야 한다.
혼자 차 한잔을 하며 창밖에 시선을 둔 채로 여러 생각을 한다.
‘만약에 은경이가 나를 찾아왔을 때 맞이해주고 결혼을 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있을까? 지금보다 물질적으로는 몰라도 마음적으로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그동안 문득 경아가 생각날때마다 같은 회상을 했었지만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을 하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 어머, 오빠 있었네요? 전화를 해도 답이 없길래 그냥 들어왔어요.
이것저것 물건을 들고 현관문을 들어오는 미연이가 나에게 예쁜 미소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한다.
바로 다가가 손에 있는 물건을 받아들고 그냥 말 없이 안아준다.
- 응?? 갑자기 왜? 그래도 행복하니 좋아요.
- 많이 보고 싶었거든, 힘들지?
- 아뇨! 괜찮아요. 이렇게 조금씩이라도 운동을 해야 한데요. 아이들도 건강하게 잘 크고 있고, 저도 이렇게 튼튼하잖아요.
- 그래, 우리가족들 모두 이렇게 건강하고 행복해야지. 사랑해!
- 저도요. 사랑해요. 그런데 전화를 못 들었어요?
- 진동으로 해놔서 몰랐어. 다음부터는 꼭 손에 쥐고 있을게.
- 예, 오빠가 연락이 안되면 저도 불안하거든요. 그렇게 해줘요.
마냥 이쁜 이야기만 하는 미연이를 한번 더 안아주고 입에 키스를 한다.
임신을 안 했다면 바로 안아들고 침대로 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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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많이 따뜻해졌습니다.
계속 추운것보다는 중간에 이렇게 따뜻한 날씨가 있으니 우리의 몸도
잠시나마 힘을 충전해서 남은 겨울을 준비하는 것일 겁니다.
저처럼 추운 것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너무 소중한 기간이겠지요.
모두 주말 잘 보내시고 편히 내일을 준비하시겠지요?
긴 연휴를 보내고 출근하시는 분들도 계실텐데,
다가오는 월요일을 맞아 미리 체력을 충전하시고 힘찬 월요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글의 댓글을 읽다보니 미국에 사신다는 디얼럽님 가까우면 커피라도 대접하신다는데,
안타깝습니다. 제가 미국에 가는 것보다는 님께서 한국에 오시는 것이 더 빠를 듯 하니
대신 한국에 오신다면 제가 커피를 대접하겠습니다.
덕분에 소라에까지 가입하셨다는 은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어디에서 제 글을 보셨는지 궁금하네요. ㅎ
처음으로 댓글을 다신다는 재벌24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물론 항상 제 글을 읽으시고 댓글을 달아주시는 모든 분들께 더 깊은 마음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님들의 댓글을 보며 항상 힘을 얻고 있습니다.
오늘도 저에게 여러 힘을 주시기를 기다립니다.
모두 건강 잘 지키시고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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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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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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