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회장은 장례식을 치룬 형의 묘지에 다녀와서 본사 사옥,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와서 혼란한 감정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는 형을 의식하지 않는 실제적인 그룹의 총수로 군림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막상 형이 없는 빈자리를 느껴 외로움과 공허함에 젖었다. 아내가 없는 빈자리가 너무 허전했다. 배반한 아내를 생각하는 그는 누군가 애정으로 곁을 지켜줄 사람이 필요했다.
묘지 앞에서 모든 사람이 형의 주검을 애도하지만 권 회장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신화 그룹의 모든 실권을 장악한 그를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그 상황에서 자신의 일처럼 그를 도운 사람은 한 재식 비서실장과 그의 아내였다.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유 은영은 마치 며느리처럼 검은 상복차림으로 말없이 뒷바라지를 했다. 권 회장은 그녀의 다소곳한 모습을 떠올리며 상념에 젖었다.
살랑거리는 은영의 치맛자락. 그리고 이따금 마주칠 때 느끼는 엷은 미소가 권 회장을 위로하는 것만 같았다. 아니 무언가 분출하고 싶은 그의 욕구가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극한 상황에서 느끼는 본능과 소유욕망은 공허함을 채우고 싶은 불길이었다. 권 회장은 자신도 모르게 길게 한숨을 흘렸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보던 그는 비서실로 향한 인터폰을 눌렀다.
“비서실장 있나?”
“네.”
“들어오라고 그래.”
반듯한 자세로 한 실장이 그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마치 만반의 준비를 마친 군주를 대하는 신하처럼 권 회장 앞에 정중한 자세를 취했다. 권 회장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수고했네. 고맙고.”
“아닙니다. 응당히 해야 할 일이고. 회장님께서 힘드시겠습니다. 피곤하실 텐데, 일찍 들어가서 쉬시는 게 어떠실는지........”
“음. 그러고 싶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집에 가야 반겨줄 사람이 있나.”
한 실장은 권 회장의 처지를 잘 알고 있기에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어쩌면 기업 오너가 아니라 남자로서 애틋하게도 느껴졌다. 권 회장이 그의 눈치를 살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나처럼 불쌍한 사람도 없어. 누가 따뜻한 마음으로 밥 한 그릇 해줄 사람도 없고........”
“..........”
“자네는 요즘 행복하지? 아내가 차러주는 식탁에 마주앉고.......”
“모두 회장님 덕분입니다.”
“덕분은, 뭐! 요즘 일반 가정에서는 무슨 음식을 먹지?”
“글쎄요. 모두 비슷하겠지요.”
“그런가.......! 한번 한 실장 집에 가보고 싶군.
“그러면.......! 혹시, 오늘 저녁 저희 집에서 같이 식사하실 수 있겠습니까?”
“한 실장 집에서!? 그래도 괜찮을까!”
“저희야! 영광이죠.”
“그럼.......!”
권 회장이 바라던 말이었다. 무엇보다도 유 은영이 차려주는 식사를 한다는 즐거움이었다. 그가 바라던 희망이고 욕구였다. 권 회장의 야심을 모르는 한 실장은 기쁜 표정으로 회장실을 나갔다. 그는 곧 바로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자기야! 오늘 회장님을 집으로 모시라고 했어.”
“뭐라고요.......!?”
은영은 총무과 자신의 책상 앞에서 남편의 전화를 받고 놀랐다. 물론 회장이 언젠가 같이 식사를 하자고 했지만 전혀 예기치 않은 말이었다. 더욱이나 집으로 초대한다는 말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내의 놀라는 목소리에 한 실장은 그때서야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해. 갑자기 이루어진 일이라서. 당신은 일찍 퇴근해서 준비를 해줬으면 좋겠네.”
“당신은 정말!? 갑자기 어떻게 준비를 해요.”
“어떻게 그럼, 당신이 이해해줘. 회장님이 우리를 많이 배려해주시잖아.”
“이건 이해할 분제가 아니고, 어쩌지!”
“복잡하게 생각 말고, 그냥 가정적인 소박한 식탁을 보고 싶다는데, 파출부라도 불러야지.”
“하여튼 알았어요. 당신도 일찍 들어 올 거지요?”
“음. 나는 회장님 모시고 가야하는데........”
그들 부부가 대화를 하며 걱정스러워 하는 동안 권 회장은 또 다른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는 그룹의 방계회사로 전화를 했다. 부산에 잇는 의류제조 업체였다. 그는 전화를 받은 직원에게 사장에게 전화를 하라고 지시했다. 수화기를 내려 옳은지 5분도 안되어 전화벨이 울렸다. 그가 잠시 생각을 하면서 수화기를 집어 드니 숨 가쁜 목소리가 들렸다.
“회장님! 김 성택입니다. 전화 하시라고 하셨다는.......”
“음! 다름이 아니고 요전에 출시한다던 신상품은 어떻게 됐나?”
“그렇지 않아도 디너쇼 하기전에 올라가서 찾아뵙고 보고 드리려고 했습니다.”
“샘풀은 나왔나?”
“내일이면 나옵니다.”
“그럼, 직원을 내려 보낼 테니 올려 보내. 샾마스터가 필요하다고 하니.”
“네. 알았습니다. 회장님!”
통화를 끝낸 권 회장은 회전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고 묘한 미소를 지었다. 한 동안 뒤척이던 그는 의자를 돌려 유리 창문을 내다봤다. 햇살이 사라지는 하늘에는 이글거리는 황혼이 짙어져 있었다. 깜박 잠이 들었던 그는 노크 소리에 눈을 떴다. 방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한 실장이었다.
“회장님! 여섯시가 지났습니다. 어떻게 할가요?”
“음!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제가 모시겠습니다.”
“아니 잠간만.......”
불쑥 일어난 권 회장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한 실장을 외면한 채 서성거렸다. 그리고 한 실장을 마주하고 섰다.
“어쩌지!? 요번 신상품 발표가 있는 것 알지?”
“부산 공장, 말씀입니까?”
“음, 그래. 샾마스터가 급히 앰풀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
“한 실장이 다녀오지.”
“제가요.......!?”
“음! 영업부장이 상을 당해서 출근하지 못해서! 왜......!? 힘들어서?”
“아님니다. 제가 다녀와야지요.”
한 실장은 어정쩡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의 아내는 이미 퇴근해서 식사준비를 하고 있겠지만 일단 회장의 지시에 따를 수박에 없었다.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듯이 권 회장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어떡하지! 모처럼 자네 집에서는 식사준비를 했을 텐데.”
“아! 그러게요. 그럼 회장님이 저희 집에 가서 식사를 하시지요. 괜찮겠습니까?”
“자네도 없는데, 내가 혼자서........”
“매일 보는 저희 아내를 회장님이 모르시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평범한 가정 식사를 드시고 싶다고 하신 거잖아요.”
“그래도 그럴 수가.”
“제 아내가 잘 대접해 드릴 겁니다.”
“하여튼 자네가 신경 써줘서 고맙네. 다음기회에 자네는 상무이사로 적임자일세.”
“고맙습니다.”
“김 기사와 함께 회사차를 이용하게. 내가 지시해 두었으니.”
언제나 침착함을 잃지 않은 한 실장이지만 고속 승진에 더할 나위 없이 기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머리가 땅에 닿도록 구십도 각도로 인사를 하고 회장실을 나갔다. 그가 사라지고 권 회장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번졌다. 회장실을 나온 그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하 주차장을 향했다.
김 기사를 한실장과 동행하도록 지시했던 권 회장은 손수 승용차를 몰고 본사 사옥을 빠져 나왔다. 대로로 진입한 그는 거여동으로 향하는 도로로 향했다. 이미 파악하고 있는 한 실장의 주소지를 찾아갔다. 고급 빌라들이 들어찬 한산한 골목이었다. 골목어귀에 승용차를 주차시킨 그는 주소지를 확인하고 빌라의 3층으로 향했다.
권 회장은 한 실장의 현관 차임벨을 누르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바쁜 걸음 소리에 이어 현관문이 열리고 유 은영의 뽀얀 얼굴이 나타났다. 발그스름한 얼굴에 눈웃음이 깃든 그녀가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셨어요. 회장님! 어쩌지여. 누추한 곳에서 오시게 해서.”
“아! 난 이런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는데.”
“들어오세요. 그런데 저희 남편은........!?”
은영이 현관 문 밖을 살피며 물었다. 현관 안으로 발을 들여놓은 권 회장이 겸연쩍은 웃음을 흘렸다. 그는 가벼운 옷차림의 그녀 자태에서 향긋한 여인내의 체취를 느낄 수 있었다. 시선을 마주친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같이 오려고 했는데, 급한 일이 생겨서.....”
“아! 네. 우선 들어가세요.”
은영은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으로 권 회장을 주방으로 안내했다. 그녀는 이미 준비된 식탁위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냄비를 올려놓았다. 급하게 준비한 식탁에는 해물과 육류 요리들이 보기 좋게 놓여 있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던 그녀가 식탁을 마주하고 앉았다. 그리고 자주 출입문을 향해 시선을 향했다.
“차린 게 변변치 않아요. 회장님 입맛에 맞으려나 모르겠어요.”
“하하~! 난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걸.”
“그런데, 약속해 놓고 제 남편은 늦어지는 것 같네요. 우선 식기 전에 드세요.”
“아! 정말 맛있게네.”
“감사합니다.”
“아니 내가 감사해야지.”
은영이 수저를 집어 권 회장에게 내밀었다. 권 회장으로서는 처음 대하는 가정주부가 준비한 식탁의 분위기였다. 그것은 정겨움과 아울러 남자를 대하는 여자의 열정이 담긴 만찬이었다. 수저를 받아든 권 회장이 해물탕 국물을 떠서 마시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예상대로 맛있어. 한 실장은 좋겠어. 매일 이런 식사를 할 수 있으니.”
“과찬이세요. 저 원래 요리솜씨 안 좋아요.”
“어디 음식을 솜씨로만 평가하나. 여자들의 손맛이지.”
“그런가요.”
권 회장은 정말 기뿐 표정으로 식사를 했다. 은영은 남편의 모습이 보이지 않기에 왠지 서먹서먹했다. 그녀는 공연히 앞가슴이 들어난 블라우스에 신경이 쓰였다. 편하게 보이도록 걸친 것이 오히려 회사에서보다 정숙해 보이지 않는 것만 같았다. 어쩌면 남편만 같이 있어도 그녀는 조금 더 편한 생각을 했으리라고 생각했다.
은영은 시간이 갈수록 불편함을 느꼈다. 그녀는 권 회장의 배려와 관심이 고맙기는 했다. 어쩌면 세상 사람들이 바라는 후원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따금 자신을 바라보는 권 회장의 눈빛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스커트 자락을 끌어내리기도 하고 들어나는 앞가슴을 감추려고 애썼다.
“혹시 소주 없나? 한 잔 마시고 싶구만.”
“네.....!? 네. 양주 드릴가요?”
“아니, 나는 국산이라 그런지, 소주가 좋아.”
“네.......!”
은영은 냉장고에서 소주 한 병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작은 유리잔을 권 회장 앞에 내려놓았다. 마개를 열은 소주병을 집어든 그녀는 어설픈 미소를 지며 술을 권했다.
“제가 한잔 따라 드릴게요.”
“음, 고마워.”
술잔을 집어 들고 내민 권 회장의 눈빛이 반짝였다. 마주하고 허리를 굽힌 은영의 벌어진 블라우스 자락이 늘어졌다. 그리고 뽀얀 피부의 젖가슴을 향한 골진 윤곽이 들어났다. 젖가슴이 들어나 보일 것만 같았다. 그의 가슴에는 참을 수 없는 욕구가 일어났다. 당장이라도 젖가슴을 움켜쥐고 싶은 충동을 억제한 그가 불쑥 말했다.
“유 과장도 한 실장 대신해서 한잔 해야지.”
“저요!? 저는 술 잘못해요. 한잔만 마셔도 빨개져요.”
“그래도 한잔은 마셔야지. 내가 혼자 마시기 멋쩍잖아.”
“그럼, 한잔만 받을게요.”
자리에서 일어난 은영이 싱크대 안에서 유리잔을 꺼냈다. 자리에 앉아 내미는 잔에 권 회장이 술을 따라 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술을 마셨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술을 마시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저는 왜 이런 술을 무슨 맛으로 마시는지 모르겠어요.”
“맛으로 마시나. 기분을 좋게 하잖아.”
“저는 술 마시면 머리만 아픈 것 같아요.”
“안 마셔봐서 그렇지. 알코올이 때로는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켜주기도 하지.”
권 회장은 술이 사람에게 유익한 장점들을 말했다. 은영은 묵묵히 그의 말을 들어주었다. 그는 말하는 동안 자주 술잔을 비웠다. 그때마다 은영은 배시시 눈웃음을 띠우며 그의 술잔을 채워주었다. 그녀는 그런 자신의 행동이 손님을 맞이하는 태도라고 생각했다. 한동안 듣고만 있던 그녀가 입사해서 처음 가졌던 회식자리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저는 선배직원들이 권하는 술을 처음오로 석잔 받아 마시고 다음날 출근도 못하는 줄 알았어요.”
“원래 술을 못 마셨나?”
“네. 부모님이 완고하셔서요.”
“그럼, 한 실장과 연애시절에도 술을 안 마셨어?”
“네. 제가 싫어하는 줄 알고 그 이가 권하지도 않았어요.”
“그럼 한 실장이 술 마시는 건 괜찮고?”
“가끔 마시지만, 저는 그것도 싫어요.”
“왜!?”
“술 취하면 사람들이 달라지는 것 같아서요.”
“그럼 한 실장이 술 마시고 들어오는 날은 어떡해?”
“그냥, 이해해야지요.”
소주 한 병을 거의 혼자 마신 권 회장은 열기가 오르는지 상의를 벗어 의자에 걸쳤다. 그는 그녀의 미소가 우혹처럼 보였다. 심장이 마구 뛰고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에게 비친 그녀의 다소곳한 자태는 환상이었다. 묘한 웃음을 입가에 지은 그가 불쑥 물었다,
“한 실장이 무척 사랑하지?”
“네.......!? 그렇지요 뭐.”
“술에 취한 날은 더 거칠어지나?”
“네.......!?”
“내 말은 술 취한 날은 유 과장을 더욱 열렬히 사랑 하냐고?”
“........회장님은.....!”
권 회장의 말뜻을 뒤늦게 알아들은 은영이 얼굴을 묽혔다. 사실 그녀는 요즘 한창 부부관계에 익숙해지는 상황이었다. 정숙한 그녀라도 본능은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잠자리의 남편을 기다리지만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고지식함이 있었다. 그것은 어릴 때부터 받은 엄격한 가정교육 탓이었다. 그녀의 표정을 살피던 권 회장이 한마디 내뱉었다.
“나이가 들수록 여자가 더욱 적극적이지.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숨길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인걸.”
“저는 아직 그런........”
“어린애도 아니고 성인이잖아. 때때로 남자는 다른 여자까지 소유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물론 여자도 마찬가지고.”
“.........”
“난 말이야.......”
“........!?”
“내가 요즘 가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네.......!?”
지금까지 되도록 시선을 외면하던 은영이 의아스러운 눈빛으로 권 회장을 빤히 쳐다봤다. 권 회장은 동그랗고 맑은 그녀의 눈동자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아니 그녀의 몸속에 갇힌 감정이었다.
“난, 솔직히 요즘 유 과장을 한번 안아봤으면 하는 꿈에 사로 잡혀 있어.”
“.....회장님! 취하신 것 같아요.”
“아니, 정말이야.......!”
‘네.....!? 무슨 말씀을.........“
천천히 말을 흘린 권 회장이 불쑥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은영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이글거리는 그의 눈빛! 두려움, 아니 무섭고 소름이 돋았다. 전혀 예기치 않은 상황을 그녀는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두려웠다. 그녀가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이에 권회장이 다가왔다. 그녀는 등 뒤에 다가선 그를 인식하면서도 꼼짝할 수 없었다.
은영은 갑자기 온 몸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그녀를 끌어안은 그의 손길이 원피스 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그때서야 그녀는 벌떡 일어나 그를 마주하고 섰다. 기다렸다는 듯이 그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녀는 그에게서 풍기는 술 냄새가 가슴까지 치밀고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회, 회장님 왜 이러세요?”
“내가 언제부터 은영이를 좋아하고 있었는지 알아?”
“무슨 말씀에요. 저희를 배려하시는 건 고맙지만 이러시면 안되지요.”
“뭐가 안 된다는 거지? 널 좋아하는 것도 죄야.”
“이거 놓으세요. 남편이 올 시간에요.”
은영은 그때서야 어떤 상황에 직면했는지 두려움에 치를 떨었다. 본능적으로 그에게서 벗어나야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녀는 온 힘을 다해 그를 밀어내려고 버둥거렸다. 몸을 비틀고 그에게서 빠져 나가려고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순간 그녀는 현기증을 느꼈다. 그녀를 들어 올린 그가 거실로 향하고 있었다.
“아, 안 돼.........”
은영은 아찔함 속에 팔과 다리를 휘저었다. 그러나 그녀는 팽개치듯이 소파에 눕혀졌다. 블라우스 단추가 푸드득 풀어졌다. 그리고 블라우스 뒤로 들어간 그의 손길에 의해 브래지어가 풀어졌다. 벌어진 블라우스 사이로 그녀의 젖가슴이 들어났다. 크지 않지만 탐스럽고 봉긋한 젖가슴이었다.
은영이 아무리 발버둥치지만 권 회장의 밑에 깔렸다. 권 회장의 손아귀에서 도저히 힘으로는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느낀 은영은 침착해지기로 했다. 그의 붉어진 눈빛이 바로 위에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냉정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회장님! 저는 이해를 하고 싶어요. 그런 이건 아니잖아요. 회장님이 상대할 여자들은 얼마든지 있잖아요. 제발 놓아주세요.”
“나를 설득 하려는 거야. 사람은 때로 이성을 벗어난 욕망을 두려워 하지만 그건 잘못이 아니야. 난 사랑을 원하지 않아 단지 자신의 욕구를 감추는 건 싫어. 은영이도 자신을 감추고 있는 거라고.”
“아뇨. 싫어요. 저는 이런 거 싫다고요. 제발 이러지 마세요.”
“사람은 때로 상대에게 지배당하기를 원하지.”
“아, 안 돼........!”
권 회장이 은영의 양쪽 허벅지를 누르고 젖가슴을 입속으로 빨아 당겼다.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그녀는 진땀이 흘렀다. 그러나 양쪽 손목이 그에게 잡혀 있어 꼼짝할 수도 없었다. 젖꼭지가 그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갈수록 그녀는 치멸감과 고통스러움에 젖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송두리째 무너져 버리는 것을 느꼈다.
“아, 제 발....... 안 돼.......”
“이러면 서로 마음에 상처만 생겨........”
권 회장은 은영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흘렸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에 그의 손길이 그녀의 스커트 속을 더듬었다. 그리고 그녀의 팬티가 벗겨져 내렸다. 그 순간 그녀는 다리가 풀려나는 것을 느꼈다. 그가 설마 팬티까지 벗겨내리라고는 생각 못하고 방심했던 것이다.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다리를 뻗어 그를 걷어찼다.
“이러지 마........! 남편이.......”
“헛~! 이게........! 한 실장은 부산 갔어. 오늘 못 와.”
권 회장이 뒤뚱거리며 뒷걸음을 쳤다.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은영은 절망스러웠다. 그러나 벌떡 일어난 그녀가 몸을 비틀며 껴안으려는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몸을 틀었다. 하지만 그에게 밀쳐진 그녀는 자빠지듯이 소파에 풀썩 엎어졌다. 스커트가 걷어 올라가고 그녀의 선정적인 둔부가 들어났다. 그리고 그가 허벅지를 들어 올렸다. 균형을 잃은 그녀가 소파 등받이를 붙잡고 매달렸다. 그녀는 순간 입술을 깨물며 치를 떨었다.
“하 윽! 아, 안 돼........”
“음........”
권 회장의 거친 숨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에게 허벅지가 들어 올려진 그녀는 숨을 쉴 수도 없었다. 그녀의 둔부사이로 그의 하복부가 잇닿아 있었다. 그의 발기한 남성이 그녀의 둔부사이에 틀어박힌 것이다. 아니 그녀의 보지 속을 치밀고 있었다. 바들바들 떠는 그녀의 둔부를 내려다보는 그의 허리가 들썩거리며 흔들렸다.
“아! 정말 미치겠다.........”
“아! 제발, 이러지 마........”
권 회장은 어느 여자보다도 은영의 몸속이 탄력 넘치고 보드랍다는 것을 느꼈다. 그가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극치의 쾌감이었다. 어쩌면 그가 예상하고 바라던 그녀의 몸속이었다. 길게 숨을 몰아쉰 그는 그때서야 그녀의 허벅지를 내려놓았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그녀는 소파 등받이를 잡고 매달린 자세였다.
“헉. 읍. 헉........”
“읍. 읍. 아~~~! 읍........”
권 회장은 허리를 굽히고 있는 은영의 등에 매달려 있었다. 그는 꼼짝도 못하게 그녀의 허리를 움켜잡았다. 그리고 보지 속에 깊이 박힌 페니스를 그녀의 질 속으로 밀어 넣었다가 빼내기를 반복했다. 어찌 할 수도 없는 은영은 몸속으로 남성이 치밀어 들어 올 때마다 허리를 비틀며 숨을 몰아쉬었다.
“아~~!읍. 읍. 아~~~! 읍.......아. 그만.......”
“반항했지만......너, 너도..... 좋지........”
은영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주르륵 떨어졌다. 그녀는 이제까지 살아온 삶의 종지부를 찍는 심정이었다. 그녀가 생각지도 못했던 강간을 당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발적인 감정이 아니라 환멸과 고통 속에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남편 이외의 남성을 몸속에 받아드리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그녀의 육체는 치욕감과 고통 속에 또 다른 본능에 시달리고 있었다.
“아~~! 아~~! 읍. 그 만. 제발.....읍. 읍........”
“너, 헉~! 넌 좋은 몸. .....몸을 가진 여자야...... 미치겠어.........”
권 회장의 숨넘어가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은영은 남편에게 느끼지 못한 거친 성교에 거부감과 고통스러움이 빠져 들었다. 그리고 자신도 감당할 수 없는 쾌감의 전율이 온 몸을 마비시키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눈물은 치욕적인 상황을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고 거부할 수 없는 본능의 표현이었다.
“헉~! 으음!”
“아~~~! 읍. 하~~~! 읍.........”
권 회장이 은영의 둔부를 끌어당기며 몸서리쳤다. 참을 수 없는 오르가즘을 느낀 그의 페니스에서 쏟아져 나온 욕망의 응어리가 그녀의 몸속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둔부를 꿈틀거리던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한동안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부르르 떨었다. 그의 가슴에 등을 안긴 그녀는 더 이상 반항할 기색도 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
“.........!”
잠시 은영의 젖가슴을 주무르던 권 회장은 아쉬움에 젖었다. 그는 그녀를 돌려서 안고 소파에 눕혔다. 그녀는 이제 와서 반항한들 아무 소용이 없다는 생각에 눈을 감았다. 모든 게 권 회장의 계획적인 음모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남자에게 유린당한 그녀는 다시는 남편을 마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넌. 최고의 여자야.......”
“...........”
중얼거린 권 회장은 눈을 감고 있는 은영의 몸 위에 올라앉았다. 젖가슴을 입속으로 빨아 당기며 그녀의 늘어트린 스커트를 들어 올렸다. 정액으로 젖은 허벅지 사이가 들어났다. 그는 다시 발기하는 페니스를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밀어 넣었다. 충격을 받은 그녀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허리를 비틀었다. 그의 남성이 치받을 때마다 그녀의 몸이 아래위로 흔들렸다. 그녀의 질끈 감은 눈에서 눈물이 다시 흘러내렸다.
“헉, 헉......!”
“하~~! 아~~~! 아~! 아~! 읍........”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는 은영은 당장이라도 목숨을 끊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녀의 몸속을 남편이 아닌 남자의 남성이 헤집고 있었다. 그것은 정신적인 모욕감과 고통을 수반한 인수 없는 본능을 살아 숨 쉬게 하는 불길이었다. 그들은 가해자이고 피해자였다. 그러나 이 순간만큼은 그들 각자에게 남겨진 것은 인간의 본능뿐이었다.
길고 끈적끈적한 정사가 끝나고 권 회장은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소파 등받이를 향해 웅크리고 있는 은영은 죽은 듯이 움직이지도 않았다. 권 회장은 마치 제집을 돌아다니듯이 주방으로 들어가 냉장고를 열었다. 냉수를 벌컥 벌컥 들이마신 그는 소파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말했다.
“은영이는 한 실장의 아내이지만 이제부터 내 여자야. 이건 너하고 나만의 비밀이야.”
“..........”
“염려 마. 내가 한 실장을 상무이사로 발령 낼게. 한 실장 출세는 나에게 맡겨.”
“...........”
“내가 이제까지 가졌던 여자 중에 은영이가 최고야.”
“...........”
“대답이 없네. 물론 부끄러워서 그러겠지. 그게 내가 좋아하는 은영이의 참모습이고.”
“...........”
“그럼 갈게.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부스스 일어난 권 회장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그의 발자국 소리가 멀어져도 은영은 숨소리마저 죽이고 있었다. 얼마의 정적이 흘렀을까 그녀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녀의 얼굴은 온통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욕실로 들어갔다. 걸친 옷을 훌훌 벗어 세탁기에 집어넣은 그녀는 물이 쏟아지는 샤워기 밑에 주저앉았다.
어떡하지!? 은영은 도저히 살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마치 동물처럼 권 회장의 성적인 먹이가 되었던 자신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또한 남편을 대면한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의 육체는 권회장의 손아귀에서 꿈틀거렸다. 그녀 자신으로서도 억제할 수 없었던 본능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더욱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묘지 앞에서 모든 사람이 형의 주검을 애도하지만 권 회장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신화 그룹의 모든 실권을 장악한 그를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그 상황에서 자신의 일처럼 그를 도운 사람은 한 재식 비서실장과 그의 아내였다.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유 은영은 마치 며느리처럼 검은 상복차림으로 말없이 뒷바라지를 했다. 권 회장은 그녀의 다소곳한 모습을 떠올리며 상념에 젖었다.
살랑거리는 은영의 치맛자락. 그리고 이따금 마주칠 때 느끼는 엷은 미소가 권 회장을 위로하는 것만 같았다. 아니 무언가 분출하고 싶은 그의 욕구가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극한 상황에서 느끼는 본능과 소유욕망은 공허함을 채우고 싶은 불길이었다. 권 회장은 자신도 모르게 길게 한숨을 흘렸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보던 그는 비서실로 향한 인터폰을 눌렀다.
“비서실장 있나?”
“네.”
“들어오라고 그래.”
반듯한 자세로 한 실장이 그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마치 만반의 준비를 마친 군주를 대하는 신하처럼 권 회장 앞에 정중한 자세를 취했다. 권 회장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수고했네. 고맙고.”
“아닙니다. 응당히 해야 할 일이고. 회장님께서 힘드시겠습니다. 피곤하실 텐데, 일찍 들어가서 쉬시는 게 어떠실는지........”
“음. 그러고 싶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집에 가야 반겨줄 사람이 있나.”
한 실장은 권 회장의 처지를 잘 알고 있기에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어쩌면 기업 오너가 아니라 남자로서 애틋하게도 느껴졌다. 권 회장이 그의 눈치를 살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나처럼 불쌍한 사람도 없어. 누가 따뜻한 마음으로 밥 한 그릇 해줄 사람도 없고........”
“..........”
“자네는 요즘 행복하지? 아내가 차러주는 식탁에 마주앉고.......”
“모두 회장님 덕분입니다.”
“덕분은, 뭐! 요즘 일반 가정에서는 무슨 음식을 먹지?”
“글쎄요. 모두 비슷하겠지요.”
“그런가.......! 한번 한 실장 집에 가보고 싶군.
“그러면.......! 혹시, 오늘 저녁 저희 집에서 같이 식사하실 수 있겠습니까?”
“한 실장 집에서!? 그래도 괜찮을까!”
“저희야! 영광이죠.”
“그럼.......!”
권 회장이 바라던 말이었다. 무엇보다도 유 은영이 차려주는 식사를 한다는 즐거움이었다. 그가 바라던 희망이고 욕구였다. 권 회장의 야심을 모르는 한 실장은 기쁜 표정으로 회장실을 나갔다. 그는 곧 바로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자기야! 오늘 회장님을 집으로 모시라고 했어.”
“뭐라고요.......!?”
은영은 총무과 자신의 책상 앞에서 남편의 전화를 받고 놀랐다. 물론 회장이 언젠가 같이 식사를 하자고 했지만 전혀 예기치 않은 말이었다. 더욱이나 집으로 초대한다는 말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내의 놀라는 목소리에 한 실장은 그때서야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해. 갑자기 이루어진 일이라서. 당신은 일찍 퇴근해서 준비를 해줬으면 좋겠네.”
“당신은 정말!? 갑자기 어떻게 준비를 해요.”
“어떻게 그럼, 당신이 이해해줘. 회장님이 우리를 많이 배려해주시잖아.”
“이건 이해할 분제가 아니고, 어쩌지!”
“복잡하게 생각 말고, 그냥 가정적인 소박한 식탁을 보고 싶다는데, 파출부라도 불러야지.”
“하여튼 알았어요. 당신도 일찍 들어 올 거지요?”
“음. 나는 회장님 모시고 가야하는데........”
그들 부부가 대화를 하며 걱정스러워 하는 동안 권 회장은 또 다른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는 그룹의 방계회사로 전화를 했다. 부산에 잇는 의류제조 업체였다. 그는 전화를 받은 직원에게 사장에게 전화를 하라고 지시했다. 수화기를 내려 옳은지 5분도 안되어 전화벨이 울렸다. 그가 잠시 생각을 하면서 수화기를 집어 드니 숨 가쁜 목소리가 들렸다.
“회장님! 김 성택입니다. 전화 하시라고 하셨다는.......”
“음! 다름이 아니고 요전에 출시한다던 신상품은 어떻게 됐나?”
“그렇지 않아도 디너쇼 하기전에 올라가서 찾아뵙고 보고 드리려고 했습니다.”
“샘풀은 나왔나?”
“내일이면 나옵니다.”
“그럼, 직원을 내려 보낼 테니 올려 보내. 샾마스터가 필요하다고 하니.”
“네. 알았습니다. 회장님!”
통화를 끝낸 권 회장은 회전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고 묘한 미소를 지었다. 한 동안 뒤척이던 그는 의자를 돌려 유리 창문을 내다봤다. 햇살이 사라지는 하늘에는 이글거리는 황혼이 짙어져 있었다. 깜박 잠이 들었던 그는 노크 소리에 눈을 떴다. 방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한 실장이었다.
“회장님! 여섯시가 지났습니다. 어떻게 할가요?”
“음!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제가 모시겠습니다.”
“아니 잠간만.......”
불쑥 일어난 권 회장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한 실장을 외면한 채 서성거렸다. 그리고 한 실장을 마주하고 섰다.
“어쩌지!? 요번 신상품 발표가 있는 것 알지?”
“부산 공장, 말씀입니까?”
“음, 그래. 샾마스터가 급히 앰풀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
“한 실장이 다녀오지.”
“제가요.......!?”
“음! 영업부장이 상을 당해서 출근하지 못해서! 왜......!? 힘들어서?”
“아님니다. 제가 다녀와야지요.”
한 실장은 어정쩡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의 아내는 이미 퇴근해서 식사준비를 하고 있겠지만 일단 회장의 지시에 따를 수박에 없었다.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듯이 권 회장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어떡하지! 모처럼 자네 집에서는 식사준비를 했을 텐데.”
“아! 그러게요. 그럼 회장님이 저희 집에 가서 식사를 하시지요. 괜찮겠습니까?”
“자네도 없는데, 내가 혼자서........”
“매일 보는 저희 아내를 회장님이 모르시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평범한 가정 식사를 드시고 싶다고 하신 거잖아요.”
“그래도 그럴 수가.”
“제 아내가 잘 대접해 드릴 겁니다.”
“하여튼 자네가 신경 써줘서 고맙네. 다음기회에 자네는 상무이사로 적임자일세.”
“고맙습니다.”
“김 기사와 함께 회사차를 이용하게. 내가 지시해 두었으니.”
언제나 침착함을 잃지 않은 한 실장이지만 고속 승진에 더할 나위 없이 기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머리가 땅에 닿도록 구십도 각도로 인사를 하고 회장실을 나갔다. 그가 사라지고 권 회장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번졌다. 회장실을 나온 그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하 주차장을 향했다.
김 기사를 한실장과 동행하도록 지시했던 권 회장은 손수 승용차를 몰고 본사 사옥을 빠져 나왔다. 대로로 진입한 그는 거여동으로 향하는 도로로 향했다. 이미 파악하고 있는 한 실장의 주소지를 찾아갔다. 고급 빌라들이 들어찬 한산한 골목이었다. 골목어귀에 승용차를 주차시킨 그는 주소지를 확인하고 빌라의 3층으로 향했다.
권 회장은 한 실장의 현관 차임벨을 누르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바쁜 걸음 소리에 이어 현관문이 열리고 유 은영의 뽀얀 얼굴이 나타났다. 발그스름한 얼굴에 눈웃음이 깃든 그녀가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셨어요. 회장님! 어쩌지여. 누추한 곳에서 오시게 해서.”
“아! 난 이런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는데.”
“들어오세요. 그런데 저희 남편은........!?”
은영이 현관 문 밖을 살피며 물었다. 현관 안으로 발을 들여놓은 권 회장이 겸연쩍은 웃음을 흘렸다. 그는 가벼운 옷차림의 그녀 자태에서 향긋한 여인내의 체취를 느낄 수 있었다. 시선을 마주친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같이 오려고 했는데, 급한 일이 생겨서.....”
“아! 네. 우선 들어가세요.”
은영은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으로 권 회장을 주방으로 안내했다. 그녀는 이미 준비된 식탁위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냄비를 올려놓았다. 급하게 준비한 식탁에는 해물과 육류 요리들이 보기 좋게 놓여 있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던 그녀가 식탁을 마주하고 앉았다. 그리고 자주 출입문을 향해 시선을 향했다.
“차린 게 변변치 않아요. 회장님 입맛에 맞으려나 모르겠어요.”
“하하~! 난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걸.”
“그런데, 약속해 놓고 제 남편은 늦어지는 것 같네요. 우선 식기 전에 드세요.”
“아! 정말 맛있게네.”
“감사합니다.”
“아니 내가 감사해야지.”
은영이 수저를 집어 권 회장에게 내밀었다. 권 회장으로서는 처음 대하는 가정주부가 준비한 식탁의 분위기였다. 그것은 정겨움과 아울러 남자를 대하는 여자의 열정이 담긴 만찬이었다. 수저를 받아든 권 회장이 해물탕 국물을 떠서 마시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예상대로 맛있어. 한 실장은 좋겠어. 매일 이런 식사를 할 수 있으니.”
“과찬이세요. 저 원래 요리솜씨 안 좋아요.”
“어디 음식을 솜씨로만 평가하나. 여자들의 손맛이지.”
“그런가요.”
권 회장은 정말 기뿐 표정으로 식사를 했다. 은영은 남편의 모습이 보이지 않기에 왠지 서먹서먹했다. 그녀는 공연히 앞가슴이 들어난 블라우스에 신경이 쓰였다. 편하게 보이도록 걸친 것이 오히려 회사에서보다 정숙해 보이지 않는 것만 같았다. 어쩌면 남편만 같이 있어도 그녀는 조금 더 편한 생각을 했으리라고 생각했다.
은영은 시간이 갈수록 불편함을 느꼈다. 그녀는 권 회장의 배려와 관심이 고맙기는 했다. 어쩌면 세상 사람들이 바라는 후원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따금 자신을 바라보는 권 회장의 눈빛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스커트 자락을 끌어내리기도 하고 들어나는 앞가슴을 감추려고 애썼다.
“혹시 소주 없나? 한 잔 마시고 싶구만.”
“네.....!? 네. 양주 드릴가요?”
“아니, 나는 국산이라 그런지, 소주가 좋아.”
“네.......!”
은영은 냉장고에서 소주 한 병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작은 유리잔을 권 회장 앞에 내려놓았다. 마개를 열은 소주병을 집어든 그녀는 어설픈 미소를 지며 술을 권했다.
“제가 한잔 따라 드릴게요.”
“음, 고마워.”
술잔을 집어 들고 내민 권 회장의 눈빛이 반짝였다. 마주하고 허리를 굽힌 은영의 벌어진 블라우스 자락이 늘어졌다. 그리고 뽀얀 피부의 젖가슴을 향한 골진 윤곽이 들어났다. 젖가슴이 들어나 보일 것만 같았다. 그의 가슴에는 참을 수 없는 욕구가 일어났다. 당장이라도 젖가슴을 움켜쥐고 싶은 충동을 억제한 그가 불쑥 말했다.
“유 과장도 한 실장 대신해서 한잔 해야지.”
“저요!? 저는 술 잘못해요. 한잔만 마셔도 빨개져요.”
“그래도 한잔은 마셔야지. 내가 혼자 마시기 멋쩍잖아.”
“그럼, 한잔만 받을게요.”
자리에서 일어난 은영이 싱크대 안에서 유리잔을 꺼냈다. 자리에 앉아 내미는 잔에 권 회장이 술을 따라 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술을 마셨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술을 마시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저는 왜 이런 술을 무슨 맛으로 마시는지 모르겠어요.”
“맛으로 마시나. 기분을 좋게 하잖아.”
“저는 술 마시면 머리만 아픈 것 같아요.”
“안 마셔봐서 그렇지. 알코올이 때로는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켜주기도 하지.”
권 회장은 술이 사람에게 유익한 장점들을 말했다. 은영은 묵묵히 그의 말을 들어주었다. 그는 말하는 동안 자주 술잔을 비웠다. 그때마다 은영은 배시시 눈웃음을 띠우며 그의 술잔을 채워주었다. 그녀는 그런 자신의 행동이 손님을 맞이하는 태도라고 생각했다. 한동안 듣고만 있던 그녀가 입사해서 처음 가졌던 회식자리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저는 선배직원들이 권하는 술을 처음오로 석잔 받아 마시고 다음날 출근도 못하는 줄 알았어요.”
“원래 술을 못 마셨나?”
“네. 부모님이 완고하셔서요.”
“그럼, 한 실장과 연애시절에도 술을 안 마셨어?”
“네. 제가 싫어하는 줄 알고 그 이가 권하지도 않았어요.”
“그럼 한 실장이 술 마시는 건 괜찮고?”
“가끔 마시지만, 저는 그것도 싫어요.”
“왜!?”
“술 취하면 사람들이 달라지는 것 같아서요.”
“그럼 한 실장이 술 마시고 들어오는 날은 어떡해?”
“그냥, 이해해야지요.”
소주 한 병을 거의 혼자 마신 권 회장은 열기가 오르는지 상의를 벗어 의자에 걸쳤다. 그는 그녀의 미소가 우혹처럼 보였다. 심장이 마구 뛰고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에게 비친 그녀의 다소곳한 자태는 환상이었다. 묘한 웃음을 입가에 지은 그가 불쑥 물었다,
“한 실장이 무척 사랑하지?”
“네.......!? 그렇지요 뭐.”
“술에 취한 날은 더 거칠어지나?”
“네.......!?”
“내 말은 술 취한 날은 유 과장을 더욱 열렬히 사랑 하냐고?”
“........회장님은.....!”
권 회장의 말뜻을 뒤늦게 알아들은 은영이 얼굴을 묽혔다. 사실 그녀는 요즘 한창 부부관계에 익숙해지는 상황이었다. 정숙한 그녀라도 본능은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잠자리의 남편을 기다리지만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고지식함이 있었다. 그것은 어릴 때부터 받은 엄격한 가정교육 탓이었다. 그녀의 표정을 살피던 권 회장이 한마디 내뱉었다.
“나이가 들수록 여자가 더욱 적극적이지.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숨길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인걸.”
“저는 아직 그런........”
“어린애도 아니고 성인이잖아. 때때로 남자는 다른 여자까지 소유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물론 여자도 마찬가지고.”
“.........”
“난 말이야.......”
“........!?”
“내가 요즘 가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네.......!?”
지금까지 되도록 시선을 외면하던 은영이 의아스러운 눈빛으로 권 회장을 빤히 쳐다봤다. 권 회장은 동그랗고 맑은 그녀의 눈동자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아니 그녀의 몸속에 갇힌 감정이었다.
“난, 솔직히 요즘 유 과장을 한번 안아봤으면 하는 꿈에 사로 잡혀 있어.”
“.....회장님! 취하신 것 같아요.”
“아니, 정말이야.......!”
‘네.....!? 무슨 말씀을.........“
천천히 말을 흘린 권 회장이 불쑥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은영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이글거리는 그의 눈빛! 두려움, 아니 무섭고 소름이 돋았다. 전혀 예기치 않은 상황을 그녀는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두려웠다. 그녀가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이에 권회장이 다가왔다. 그녀는 등 뒤에 다가선 그를 인식하면서도 꼼짝할 수 없었다.
은영은 갑자기 온 몸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그녀를 끌어안은 그의 손길이 원피스 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그때서야 그녀는 벌떡 일어나 그를 마주하고 섰다. 기다렸다는 듯이 그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녀는 그에게서 풍기는 술 냄새가 가슴까지 치밀고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회, 회장님 왜 이러세요?”
“내가 언제부터 은영이를 좋아하고 있었는지 알아?”
“무슨 말씀에요. 저희를 배려하시는 건 고맙지만 이러시면 안되지요.”
“뭐가 안 된다는 거지? 널 좋아하는 것도 죄야.”
“이거 놓으세요. 남편이 올 시간에요.”
은영은 그때서야 어떤 상황에 직면했는지 두려움에 치를 떨었다. 본능적으로 그에게서 벗어나야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녀는 온 힘을 다해 그를 밀어내려고 버둥거렸다. 몸을 비틀고 그에게서 빠져 나가려고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순간 그녀는 현기증을 느꼈다. 그녀를 들어 올린 그가 거실로 향하고 있었다.
“아, 안 돼.........”
은영은 아찔함 속에 팔과 다리를 휘저었다. 그러나 그녀는 팽개치듯이 소파에 눕혀졌다. 블라우스 단추가 푸드득 풀어졌다. 그리고 블라우스 뒤로 들어간 그의 손길에 의해 브래지어가 풀어졌다. 벌어진 블라우스 사이로 그녀의 젖가슴이 들어났다. 크지 않지만 탐스럽고 봉긋한 젖가슴이었다.
은영이 아무리 발버둥치지만 권 회장의 밑에 깔렸다. 권 회장의 손아귀에서 도저히 힘으로는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느낀 은영은 침착해지기로 했다. 그의 붉어진 눈빛이 바로 위에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냉정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회장님! 저는 이해를 하고 싶어요. 그런 이건 아니잖아요. 회장님이 상대할 여자들은 얼마든지 있잖아요. 제발 놓아주세요.”
“나를 설득 하려는 거야. 사람은 때로 이성을 벗어난 욕망을 두려워 하지만 그건 잘못이 아니야. 난 사랑을 원하지 않아 단지 자신의 욕구를 감추는 건 싫어. 은영이도 자신을 감추고 있는 거라고.”
“아뇨. 싫어요. 저는 이런 거 싫다고요. 제발 이러지 마세요.”
“사람은 때로 상대에게 지배당하기를 원하지.”
“아, 안 돼........!”
권 회장이 은영의 양쪽 허벅지를 누르고 젖가슴을 입속으로 빨아 당겼다.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그녀는 진땀이 흘렀다. 그러나 양쪽 손목이 그에게 잡혀 있어 꼼짝할 수도 없었다. 젖꼭지가 그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갈수록 그녀는 치멸감과 고통스러움에 젖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송두리째 무너져 버리는 것을 느꼈다.
“아, 제 발....... 안 돼.......”
“이러면 서로 마음에 상처만 생겨........”
권 회장은 은영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흘렸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에 그의 손길이 그녀의 스커트 속을 더듬었다. 그리고 그녀의 팬티가 벗겨져 내렸다. 그 순간 그녀는 다리가 풀려나는 것을 느꼈다. 그가 설마 팬티까지 벗겨내리라고는 생각 못하고 방심했던 것이다.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다리를 뻗어 그를 걷어찼다.
“이러지 마........! 남편이.......”
“헛~! 이게........! 한 실장은 부산 갔어. 오늘 못 와.”
권 회장이 뒤뚱거리며 뒷걸음을 쳤다.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은영은 절망스러웠다. 그러나 벌떡 일어난 그녀가 몸을 비틀며 껴안으려는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몸을 틀었다. 하지만 그에게 밀쳐진 그녀는 자빠지듯이 소파에 풀썩 엎어졌다. 스커트가 걷어 올라가고 그녀의 선정적인 둔부가 들어났다. 그리고 그가 허벅지를 들어 올렸다. 균형을 잃은 그녀가 소파 등받이를 붙잡고 매달렸다. 그녀는 순간 입술을 깨물며 치를 떨었다.
“하 윽! 아, 안 돼........”
“음........”
권 회장의 거친 숨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에게 허벅지가 들어 올려진 그녀는 숨을 쉴 수도 없었다. 그녀의 둔부사이로 그의 하복부가 잇닿아 있었다. 그의 발기한 남성이 그녀의 둔부사이에 틀어박힌 것이다. 아니 그녀의 보지 속을 치밀고 있었다. 바들바들 떠는 그녀의 둔부를 내려다보는 그의 허리가 들썩거리며 흔들렸다.
“아! 정말 미치겠다.........”
“아! 제발, 이러지 마........”
권 회장은 어느 여자보다도 은영의 몸속이 탄력 넘치고 보드랍다는 것을 느꼈다. 그가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극치의 쾌감이었다. 어쩌면 그가 예상하고 바라던 그녀의 몸속이었다. 길게 숨을 몰아쉰 그는 그때서야 그녀의 허벅지를 내려놓았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그녀는 소파 등받이를 잡고 매달린 자세였다.
“헉. 읍. 헉........”
“읍. 읍. 아~~~! 읍........”
권 회장은 허리를 굽히고 있는 은영의 등에 매달려 있었다. 그는 꼼짝도 못하게 그녀의 허리를 움켜잡았다. 그리고 보지 속에 깊이 박힌 페니스를 그녀의 질 속으로 밀어 넣었다가 빼내기를 반복했다. 어찌 할 수도 없는 은영은 몸속으로 남성이 치밀어 들어 올 때마다 허리를 비틀며 숨을 몰아쉬었다.
“아~~!읍. 읍. 아~~~! 읍.......아. 그만.......”
“반항했지만......너, 너도..... 좋지........”
은영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주르륵 떨어졌다. 그녀는 이제까지 살아온 삶의 종지부를 찍는 심정이었다. 그녀가 생각지도 못했던 강간을 당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발적인 감정이 아니라 환멸과 고통 속에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남편 이외의 남성을 몸속에 받아드리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그녀의 육체는 치욕감과 고통 속에 또 다른 본능에 시달리고 있었다.
“아~~! 아~~! 읍. 그 만. 제발.....읍. 읍........”
“너, 헉~! 넌 좋은 몸. .....몸을 가진 여자야...... 미치겠어.........”
권 회장의 숨넘어가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은영은 남편에게 느끼지 못한 거친 성교에 거부감과 고통스러움이 빠져 들었다. 그리고 자신도 감당할 수 없는 쾌감의 전율이 온 몸을 마비시키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눈물은 치욕적인 상황을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고 거부할 수 없는 본능의 표현이었다.
“헉~! 으음!”
“아~~~! 읍. 하~~~! 읍.........”
권 회장이 은영의 둔부를 끌어당기며 몸서리쳤다. 참을 수 없는 오르가즘을 느낀 그의 페니스에서 쏟아져 나온 욕망의 응어리가 그녀의 몸속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둔부를 꿈틀거리던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한동안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부르르 떨었다. 그의 가슴에 등을 안긴 그녀는 더 이상 반항할 기색도 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
“.........!”
잠시 은영의 젖가슴을 주무르던 권 회장은 아쉬움에 젖었다. 그는 그녀를 돌려서 안고 소파에 눕혔다. 그녀는 이제 와서 반항한들 아무 소용이 없다는 생각에 눈을 감았다. 모든 게 권 회장의 계획적인 음모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남자에게 유린당한 그녀는 다시는 남편을 마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넌. 최고의 여자야.......”
“...........”
중얼거린 권 회장은 눈을 감고 있는 은영의 몸 위에 올라앉았다. 젖가슴을 입속으로 빨아 당기며 그녀의 늘어트린 스커트를 들어 올렸다. 정액으로 젖은 허벅지 사이가 들어났다. 그는 다시 발기하는 페니스를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밀어 넣었다. 충격을 받은 그녀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허리를 비틀었다. 그의 남성이 치받을 때마다 그녀의 몸이 아래위로 흔들렸다. 그녀의 질끈 감은 눈에서 눈물이 다시 흘러내렸다.
“헉, 헉......!”
“하~~! 아~~~! 아~! 아~! 읍........”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는 은영은 당장이라도 목숨을 끊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녀의 몸속을 남편이 아닌 남자의 남성이 헤집고 있었다. 그것은 정신적인 모욕감과 고통을 수반한 인수 없는 본능을 살아 숨 쉬게 하는 불길이었다. 그들은 가해자이고 피해자였다. 그러나 이 순간만큼은 그들 각자에게 남겨진 것은 인간의 본능뿐이었다.
길고 끈적끈적한 정사가 끝나고 권 회장은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소파 등받이를 향해 웅크리고 있는 은영은 죽은 듯이 움직이지도 않았다. 권 회장은 마치 제집을 돌아다니듯이 주방으로 들어가 냉장고를 열었다. 냉수를 벌컥 벌컥 들이마신 그는 소파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말했다.
“은영이는 한 실장의 아내이지만 이제부터 내 여자야. 이건 너하고 나만의 비밀이야.”
“..........”
“염려 마. 내가 한 실장을 상무이사로 발령 낼게. 한 실장 출세는 나에게 맡겨.”
“...........”
“내가 이제까지 가졌던 여자 중에 은영이가 최고야.”
“...........”
“대답이 없네. 물론 부끄러워서 그러겠지. 그게 내가 좋아하는 은영이의 참모습이고.”
“...........”
“그럼 갈게.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부스스 일어난 권 회장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그의 발자국 소리가 멀어져도 은영은 숨소리마저 죽이고 있었다. 얼마의 정적이 흘렀을까 그녀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녀의 얼굴은 온통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욕실로 들어갔다. 걸친 옷을 훌훌 벗어 세탁기에 집어넣은 그녀는 물이 쏟아지는 샤워기 밑에 주저앉았다.
어떡하지!? 은영은 도저히 살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마치 동물처럼 권 회장의 성적인 먹이가 되었던 자신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또한 남편을 대면한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의 육체는 권회장의 손아귀에서 꿈틀거렸다. 그녀 자신으로서도 억제할 수 없었던 본능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더욱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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