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했던 권 회장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며 거실로 걸어나왔다. 그는 아내에게 굳이 출장을 간다는 사실을 알릴 필요가 없었다. 진우가 이미 아내에게 알려줬기 때문이었다. 아울러 권 회장의 머릿속에는 밀착해 있던 그들의 그림자가 지워지지 않았다. 도희와 은밀한 관계를 가졌던 진우! 그와 아내 사이의 모습! 권 회장의 가슴속에 질투와 의혹이 불꽃처럼 피어 놀랐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그들 사이의 분위기에 혼란스러웠다.
왠지 불길한 생각이 들었으나 권 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여자관계까지 알고 있는 진우를 신뢰하지 않을 수 없기에 낙관적으로 판단하려고 했다. 그는 진우가 자신을 대신해서 집안 일까지도 챙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이 가족처럼 친숙해졌던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권 회장은 도희와 은밀한 관계를 가졌던 진우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새삼스럽게 그는 진우의 서글서글한 눈빛을 떠올리며 질투를 느꼈다. 여자들뿐만아니라 남자들도 호감을 가질만한 이목구비와 카리스마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혼란스러운 갈등에 사로 잡혔던 권 회장이 흠칫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주방안의 불이 훤하게 밝혀진 것이었다. 자다가 갈증을 느꼈는지 조 숙희가 잠옷차림으로 냉장고 문을 열고 있었다. 그를 발견한 그녀가 주춤하다가 조심스럽게 주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회장님~! 안 주무셨네요?”
“음.......!”
“걱정이 많으신가봐요? 약주도 많이 드시고 들어오시고.......”
“위스키 한잔 마셔야겠다.”
씁쓸한 표정을 지은 권 회장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주방 안으로 들어가서 탁자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뒤따라 주방으로 들어선 그녀가 위스키 병과 간단한 안주를 식탁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그의 옆에 앉으며 눈치를 살폈다.
“요즘 경제가 안좋다고 하던데요.......”
“네가 뭘 알아?”
“아니, 그냥........! 회장님이 힘들어 보여서요.”
“.........”
조 숙희가 빈잔에 위스키를 따르며 곁눈질로 권 회장의 눈치를 살폈다. 비스듬이 의자에 기대앉은 그가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의 잠옷 사이로 드러나 보이는 젖가슴을 힐끔 쳐다본 그가 단숨에 위스키를 들이켰다. 그의 시선을 의식한 그녀가 다시 잔을 채우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잠이 안와서 그러세요?”
“나, 내일부터 일본 출장가는데 집안 잘 살펴봐야 돼.”
“집안요......!? 뭐를요......!?”
“너, 요즘 이상한 거 못 느껴?”
“저요.....!? 저는 구정에도 부모님한테 안다녀왔어요. 회장님이 말씀 안해주셔서........”
숙희는 한동안 자신을 거들떠 보지도 않은 권 회장을 섭섭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권 회장에게 육체를 제공하고 받았던 대가가 더 필요했던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녀 스스로 그를 유혹하고 있었다.
권 회장은 그녀의 속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가정부 따위에게 정을 주거나 약점을 잡히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헛웃음을 흘린 그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어 당겼다.
“계집들은 입혀주고 먹여줘도 안달이야. 너도 남자가 생각나는 모양이구나!”
“회장님은.....!? 저는 회장님뿐이예요.”
“엉뚱한 생각하지 마. 너 같은 여자는 길바닥에 널려있다는 거 몰라!?”
“저는, 그냥 이대로 만족해요. 한두살도 아니고.......”
“그런데 말이야.........”
권 회장의 손이 슬그머니 숙희의 잠옷 속으로 들어갔다. 그의 손아귀에 농익은 젖가슴이 움켜쥐고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가슴에 안겼다. 그리고 하얗게 눈을 흘기며 그를 올려다봤다. 젖가슴을 주무르는 그의 입가에 의미있는 웃음이 흘렀다.
“너, 정말 집안에 무슨일이 있는지 몰라?”
“무슨 일 요......!”
“집 사람말이야.”
“네.......!? 사모님......”
“요즘도 집안에만 있나?”
“아~! 네. 언제나 그래요. 몽유병자 처럼........”
숙희는 그때서야 권 회장이 묻는 말의 의미를 알수 있었다. 그녀는 비록 은밀한 관계이지만 권 회장을 독차지 하고 싶었다. 그래서 되도록 권 회장이 지아에게 관심갖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권 회장은 숙희의 말에 조금은 안심을 할 수 있었다. 그녀가 별안간 입술을 벌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 회장님......”
권 회장이 숙의 젖꼭지를 쥐고 비틀었던 것이었다. 통증으로 눈을 흘기는 그녀를 내려다보는 그는 오히려 쾌감을 느끼는 표정이었다. 젖가슴을 주무르는 그의 손을 문지르는 그녀는 문득 요즘 왠지 달라지고 있는 지아를 떠 올렸다.
“그런데요. 요즘 젊은 마나님이 자주 외출을 하시던데요.”
“외출.......!?”
숙희의 말에 젖가슴을 주무르던 권 회장의 손이 멈추었다. 눈치를 살피는 그녀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외박도 하고 들어 오시던데........”
“그걸 왜 이제 말해!? 혹시 어디 갔다왔다고 말 안해?”
“친구 집에서 자고 오셨다던데요.”
“친구.........!?”
갑자기 권 회장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다소 안심하려던 그는 다시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그는 가슴에 안긴 숙희를 밀어 내고 빤히 쳐다봤다. 그녀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혼잣말처럼 뇌까렸다.
“무슨 일이 있나요? 저는 아씨마님이 집안에만 있기 답답해서 그러신 줄........”
“서 실장은.......!?”
“네......!? 서 실장요?”
“서 실장과 같이 나갔냐고?”
“그건 모르겠는데요. 혼자 나가시기에.......”
권 회장은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벌컥 마셨다. 그리고 주먹으로 이마를 짚고 잠시 생각했다. 그가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했다. 그는 의심하기 보다는 확증이 필요했다.
“숙희~!”
“네!”
“이건 자네와 나만 알고 있어야 돼.”
“네.”
“내가 사람 시켜서 집 사람 뒷조사를 시킬거야. 자네는 집 사람의 동태를 빼놓지 말고 나한테 연락해. 내가 닷새동안 출장 갈 계획이었는데, 다른 직원 보낼거야. 아무에게도 말하지마.”
“네.......!? 네~!”
“난, 자네를 믿어. 그리고 내일 통장에 돈도 넣어 줄게. 알았어?”
“네. 회장님.”
긴장한 표정으로 조 숙희가 몸을 사렸다. 그녀는 사실 예전과 다르게 조금씩 변화하는 지아의 태도를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같은 여자로서 느낌이었지만 잘못 판단했다가는 오히려 자신에게 해가 될 것같아서 관여하고 싶지 않았던 일이었다.
숙희의 젖가슴을 주무르는 권 회장은 불길한 상상을 떠올렸다. 도희와 진우가 관계를 하는 모습니었다. 어쩌면 진우가 아내와도 은밀한 관계를 할지도 모른단즌 의심이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숙희의 젖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다.
순간 숙희는 권 회장의 손길에 점점 몸이 달아 올랐다. 비록 금전의 유혹에 권 회장의 성적 대상이 되고 있지만 한창 성욕에 민감한 나이였다. 그러나 에전과 다르게 권 회장의 숨소리는 평온했다. 그의 손길이 촉촉해진 허벅지 사이를 더듬는 순간 그녀는 끓어오르는 흥분을 참을 수 없었다. 그러나 권 회장은 이내 그녀를 밀어내고 일어섰다.
“아~! 몰라. 회 장님.......”
“그만 가서 자. 나 피곤하구만.”
마음이 심란한 권 회장은 조 숙희에게 조금도 성적인 욕구를 느낄 수 없었다. 잠자리에 들었으나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누구보다도 믿고 있었던 진우에게 배반당하는 충격에서 헤어날수가 없었다. 차라리 잘못된 의심이었다는 결과가 드러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보낸 그는 출장 준비를 하고 회사로 출근했다. 비서실장 신 호균을 회장실로 불렀다.
그는 다른 급한 업무로 출장을 다녀올테니 NEC과의 제휴계약을 다음달로 미루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곽 도균 상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미 대도개발은 폐업위기이기에 사무실만 지키고 있는 곽 상무에게 모종의 지시를 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진우에게 운전을 시키고 공항으로 향했다. 승용차 안에서 그는 진우가 의심하지 않도록 몇가지 업무지시를 하고 넌즛이 물었다.
“독립해서 나가지 않은 걸, 후회하지 않나?”
“네........!?”
“전에 오피스 구입해서 나간다고 했잖아! 불편하지 않아?”
“아~? 네. 그런건 모르겠습니다.”
“이제 결혼도 해서 가정을 가져야지.”
“글쎄요. 아직 그런 생각 없습니다.”
“하여튼 고마워. 집안 일까지 살펴 주는 모양인데.”
“그,.....! 별로 제가 한일이 없습니다.”
“집사람, 어떻게 생각하나?”
“네........!?”
갑작스런 귄 회장의 잘문에 진우는 흠칫했다. 그는 권 회장이 마치 지아와 관계를 눈치채고 있는 것만 같아서 당황했다. 그러나 그는 권 회장에게 시선도 주지않고 표정 변화없이 되물었다. 그의 표정을 힐끔 살핀 권 회장이 다시 물었다.
“그 사람,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모르겠어.”
“글쎄요. 말씀이 없지만........”
“그렇지!? 지네 보기에도 답답하지?”
“.........”
진우는 속 마음을 떠보는듯하는 권 회장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어쩌면 지아의 마음을 권 회장보다 더 잘알고 있었다. 하지만 권 회장이 물어보는 의도를 알수 없고, 또한 그녀와 자신만이 간직한 심중을 들어내 보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출국장으로 나가는 권 회장을 확인하고 공항을 나왔다.
진우는 회사로 돌아왔으나 권 회장의 아리송한 말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는 일단 의심받지 않도록 모든 행동에 조심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예전같으면 권 회장이 없는 시간을 이용해 지아와 식사를 같이 했겠지만 전화만 했다. 권 회장의 말 때문인지. 본사 사옥에 나타난 대도개발의 직원에게조차도 예민하게 신경을 썼다. 퇴근해서도 그는 평소와 다르게 관리인 최광섭과 가정부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
지아와 저녁식탁을 마주하고도 진우는 내내 침묵을 지켰다. 한 집안에서도 그녀와 대화를 할수 없는 그는 마음이 착찹했다. 그런데 침대에 누웠던 각가지 생각에 잠겼던 그는 벨소리를 듣고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녀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응! 지아........!”
“오빠! 자는거야?”
“자려고......”
“이상해~!”
“뭐가.......!?”
“가정부가 나를 지키고 있는 거 같아.”
“너무 신경쓰지마. 예민하게 생각하니까 그렇지.”
“아냐~! 방에서 나가다가 깜짝깜짝 놀란다니까.”
“괜찮아! 그러다 말겠지.”
“오빠! 나, 무서워!”
“그냥, 평소처럼 무시하고 편하게 생각해.”
진우는 지아를 안심시키려고 말하지만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권 회장과 은밀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가정부가 지아의 약점을 노리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들은 전화를 끊었다가도 여러번 통화를 하며 잠들지 못하는 시간을 보냈다. 사랑은 열정이고 집착이라고 했던만큼 유별나게 주위 시선에 민감한 하루였다.
권 회장이 출장을 간지 이틀이 지난 오후. 창문에 얼어붙었던 얼음이 제법 따스한 햇살이 녹아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진우는 회사 건물 5층의 자신의 사무실에서 창밖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쌓였던 눈이 녹아 질퍽거리는 길 건너 횡단보도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우는 맞은편 횡단보도 옆에 주차된 검은색 싼타폐를 주시하고 있었다. 출근하면서 무심코 들여다 본 백미러에 드러났던 차량이었다. 우연인지 몰라도 지금까지 꼼짝하지 않고 주차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따금 운전석에서 내린 남자가 회사 건물을 올려다봤다.
정오가 지나서 진우는 지아의 전화를 받았었다. 그녀는 평상시와 달리 관리인과 가정부의 시선이 두렵다고 했다. 창문 유리창으로 들여다 보는 것 같고 거실에 나갔다가도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눈빛에 깜짝깜짝 놀란다는 것이다. 그는 지아가 별장에 가 있겠다는 말에 신경이 예민해졌다.
퇴근시간이 지나서 진우는 지하주차장으로 가서 승용차를 몰고 나왔다. 길건너에 주차되어 있던 싼타폐가 움직였다. 그는 왠지 에민한 반을 보였다. 길 건너를 힐끗 쳐다본 그는 집을 향하여 가속폐달을 밟았다. 의도적으로 평상시와 다른길로 주행하며 백미러로 뒤를 살폈다. 뒤쫓아 오리라고 생각했던 싼타폐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집 앞에 승용차를 세우고 뒤를 살펴보니 골목어귀로 천천이 들어서는 검은색 차량이 보였다. 운전석에서 내리려던 진우는 벨소리를 듣고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지아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오빠! 어디야?”
“지금 집에 도착했어.”
“나, 기다렸는데......! 무서워.”
“음......! 좀 있다 갈게.”
통화를 끝내고 집안으로 들어간 진우는 집안의 동태부터 살폈다.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가정부 조 숙희가 벌떡 일어서서 그를 빤히 쳐다봤다. 그는 가정부 조 숙희의 태도가 평상시와 다르다고 느꼈다. 마치 기다린 것같은 그녀의 표정! 왠지 조심스럽게 노려보는 눈빛! 다른날 같으면 자신의 방에 있다가 나왔을 그녀가 그에게 물었다.
“식사 차릴가요?”
“네.”
진우는 별로 식욕이 없었으나 의도적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여유있는 태도로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왔다. 식사준비를 마친 그녀는 그가 식탁 앞에 앉아도 평소처럼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수저를 집어든 그가 그녀에게 슬며시 물었다.
“식사하셨습니까?”
“네. 최씨하고 같이 먹었어요.”
“사모님은요?”
“낮에 나가셨어요.”
지아가 집에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진우는 그녀의 행방에 대해서 모르고 있다는 것을 강조시킨 것이었다. 식사를 마친 그는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책상 앞에 앉은 그는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아래층 거실의 전등불이 꺼질때까지 기다렸다. 어둠에 쌓인 집안을 확인하고 그는 자신의 방도 소등하고 방문을 열고 나왔다.
발소리를 죽여 집을 나선 진우는 우선 골목길을 살폈다. 골목어귀에 주차되어 있던 검은색 싼타폐가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한 그는 승용차 시동을 걸어 주택가 골목을 벗어났다. 대로로 달리면서 그는 자주 백미러를 살폈다. 뒤쫓아 오던 싼타폐가 아니고 흰색 승용차가 신촌을 지나도록 백미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경인 고속도로로 직행하려던 진우는 아파트 단지로 들어갔다. 승용차 헤드라이트를 끄고 뒤를 살폈다. 쫓아오던 승용차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를 한바퀴 돌고 나오니 입구에 흰색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그는 힘껏 가속폐달을 밟아 아파트를 벗어났다. 그리고 인터체인지로 들어가서 강변 북로로 질주했다. 그리고 양화대교를 건너면서 백미러를 들여다봤다. 뒤쫓아 오던 흰색 승용차가 보이지 않기에 그는 비로서 안심을 했다.
진우는 자신이 너무 과민하게 반응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오이도 공원 인근의 야산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진우는 다시 한번 주위를 살핀 후에 앙상한 나뭇가지가 무성한 숲길로 들어섰다. 승용차에서 내린 그는 별장 입구로 다가섰다. 어둠에 쌓인 별장 안에서는 불빛과 함께 은은한 경음악 멜로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진우는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차임벨을 눌렀다. 현관문이 열리고 지아의 모습이 드러났다. 거실안에서 타오르는 벽난로의 열기로 별장안은 훈훈했다. 그는 마치 그녀를 만나기 위해 먼길을 달려 온 감정이었다.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른 그는 현관 문을 닫고 돌아섰다. 미주친 그녀의 눈동자에 이슬이 맺혀 반짝거렸다.
“........!”
그들은 말없이 시선을 마주쳤다. 진우는 다가서는 그녀를 향해 팔을 벌렀다. 그리고 가슴에 안기는 그녀를 꼬옥 끌어안았다.
“뭐하고 있었어......?”
“무서웠어요.”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
지아가 고개를 들고 진우를 빤히 올려다봤다. 습기어린 그녀의 눈동자! 그는 그녀의 아마에 흘러내린 머리 카락을 쓸어 올리며 입술을 포갰다. 그리고 그녀를 번쩍 들어올렸다. 기다림이 폭발한 그녀는 적극적으로 그의 입술을 받아드렸다. 벽난로의 불길처럼 뜨거워진 그들의 감정! 혀와 혀가 엉킨 그들은 갈증을 해소하듯이 서로의 타액을 들이 마셨다.
“..........”
지아의 입술에서 입술을 떼어내는 진우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그는 목에 매달린 그녀를 더욱 높이 치켜올려 안았다. 그의 허리에 허벅지를 걸친 그녀가 양손으로 그의 얼굴을 받쳐 들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그의 입술을 더듬으며 소근거렸다.
“오빠! 나, 이대로 어디론가 데려가줘.”
“어디로 갈까!? 불같은 태양의 아프리카, 아니면 동화속의 스위스. 얼음나라 캐나다.......”
“추운건 싫어.......”
“지아만 곁에 있으면 심장이 뜨거워지거든. 내가 따뜻하게 해줄게......”
그들은 다시 농도깊은 키스를 했다. 마치 활화산처럼 감정이 폭발한 진우는 높이 들어 올린 그녀를 안고 침실로 향했다. 거실과 커튼 만으로 가려진 침실이었다. 그녀를 침대위에 눕히고 내려다보는 그의 깊은 눈빛! 그의 손길에 그녀의 가운을 벗겨내려졌다.
지아도 그를 기다리는 감정으로 뜨거워져 있었다. 어깨가 드러난 그녀도 예전과 다르게 적극적이었다. 그녀의 손길에 그의 점퍼가 벗겨졌다. 그들은 한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어 하나가 되었다.
“지아! 사랑해.......”
“오빠! 내곁에 있어줘. 사랑해.......”
농도깊은 키스를 하던 진우의 혀끝이 지아의 귓가를 맴돌았다. 그녀의 젖가슴과 목덜미, 그리고 허리까지 그의 타액으로 적셔졌다. 그의 혀끝이 잇닿을때마다 그녀의 나신이 꿈틀거렸다. 침실 커튼 사이로 드러난 거실에서는 벽난로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들의 육체도 뜨거운 애정의 늪속으로 빠져들었다.
“오빠! 나. 이제 어떡해........!?”
“염려마! 지아는 내가 지켜줄게........”
진우의 혀끝이 지아의 하복부로 향했다. 은은하게 들리던 거실의 오디오 멜로디가 빠르게 흘러나왔다. 그녀는 허벅지 사이를 훑고 지나는 그의 혀끝에서 일어나는 감촉에 자지러 질 것만 같았다. 그의 스킨쉽에 익숙해진 그녀 스스로 여자의 본능을 갈구하고 있었다. 음순이 불길에 휘말리는 순간 그녀는 몸서리쳤다.
“아! 오, 오빠! 자기야........”
“내 사랑........”
지아의 음부를 타액으로 적신 진우는 상체를 들어올렸다. 그와 마주친 그녀의 눈동자는 꿈을 꾸듯이 몽롱했다. 그녀의 매끈한 허벅지 사이에는 꽃잎처럼 연홍색의 여린살갗이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그는 잔뜩 발기한 페니스를 움켜쥐고 그녀의 보지 구멍으로 밀어넣었다. 순간 그녀가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놀란듯이 그에게 매달렸다.
“음~! 나, 난 몰라.......”
“흡.......”
지아는 몸속을 치밀고 들어오는 뜨거움을 감당할수 없는 충격에 휘말렸다. 골반이 뻐근한 압박감이엇다. 페니스가 보지속으로 빠듯하게 밀려들어가는 감각에 진우는 숨조차 쉴수가 없었다. 그들은 서로를 부등켜안고 하나가 되어 들이마신 숨을 멈추었다. 잠시 숨을 몰아쉬던 그는 그녀의 몸 속 깊숙이 페니스를 밀어넣었다.
“아~~! 흡.....!”
“음......”
진우는 가슴에 갇힌 지아를 머릿속에 각인시킬 듯이 뚫어지게 내려다봤다. 그의 육체 일부를 받아드리고 있는 그녀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그녀의 몸속으로 페니스를 밀어넣었다가 빼내기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뜨는 그녀의 나신이 출렁거렸다.
“아~~~! 하으........”
“음.........”
진우의 허리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고 지아의 나신도 반사적으로 흔들렸다. 그녀는 더 이상 수줍거나 부끄러워하지도 않았고, 또한 남편으로 인한 남자에 대한 거부감도 없었다. 오직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의 여자이기를 바라는 본능에 휩싸일뿐이었다. 사랑의 뜨거운 감정은 육체마저도 감동시키는 연결고리였다.
“아 으~~~~~! 읍, 아 아~~~~~! 읍 , 읍.........”
“헙, 음.음.........”
그들의 신음은 사랑의 멜로디였다. 거침없는 욕망의 갈구였다. 진우로 인해 성적인 희열을 알게된 지아는 어느때보다도 격한 격류에 휩싸였다. 그녀는 몸속이 터질것만 같은 충격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도모르게 그의 허리를 부등켜 안고 당겼다. 몸속의 살갗을 자극하는 남성의 열기가 뜨거워질수록 그녀는 또 다른 희열을 갈구하며 허우적거렸다.
“하~~! 아~~! 읍, 으~~~! 읍.......”
“아! 내 사랑......흡, 음......”
사랑을 나누는 그들의 신음소리는 시간마저 멈출 것만 같았다. 끈질기게 서로를 갈구하는 그들의 육체가 존재할 뿐이었다. 어느 순간 지아는 숨조차 쉴수가 없었다. 온몸의 신경이 머리끝으로 몰리는 엔스터시! 들이마신 숨을 멈춘 그녀는 급히 상체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파르르 떨다가 아찔한 현기증에 그의 등을 움켜잡고 머리를 뒤로 젖혔다.
“하 아~~~~~~!”
“음........”
순간 진우는 매끈한 샘물에 휘감기는 페니스가 목죄이는 충격에 빠졌다. 온 몸의 뼈마디가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어느 여자에게서도 느낄 수 없었던 치명적인 엑스터시였다. 오르가즘의 절정에 빠진 그녀의 표정은 환상이었다.
“아 으~! 아~~! 오, 오빠야.......!”
“헛..........”
그는 급히 그녀의 허리를 부등켜 안고 들어 올렸다. 그리고 빠르게 페니스를 진퇴시켯다. 축 늘어졌던 그녀의 나신이 출렁거렸다. 숨가쁜 신음소리. 끈적이는 마찰음과 습한 열기가 방안에 가득했다. 그녀가 다시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의 가슴을 파고들며 매달렸다. 절정의 정상에서 추락하던 그녀는 다시 밀물처럼 다가오는 엑스터시에 정신이 혼미했다.
“사. 사랑해. 오빠.........”
진우의 가슴속에 갇힌 지아는 숨조차 쉴수가 없었다. 몸속 깊숙이 들어온 남성이 뼈끝까지 잇닿는 것만 같았다. 팽만감으로 하복부가 터질 것만 같았다. 그것은 지울수 없는 아늑함이었다. 꼿꼿하게 경직되었던 그의 남성에서 뿜어져 나온 열기가 자궁까지 밀려들어오는 감각에 그녀는 치를 떨었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사랑의 생명을 맏아드리는 그녀는 행복함에 빠져 들었다.
“아~! 아~! 사. 랑. 해. 오빠~!”
“내사랑. 지아~!”
시를 낭송하듯이 한마디, 한마디 끊어서 흘리는 지아의 촉촉한 목소리에 진우는 영혼까지 빨려 들어가는 감정이었다. 격렬한 정사에 그녀는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의 가슴에 갇혀 맥박치는 심장소리를 듣고 있던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몸 속을 터트릴 것같은 열기의 압박감이었다.
“아~ 하.......!”
지아는 몸속 어딘가에 남성이 잇닿는 충격을 받았다. 꿈틀거리고 있던 그의 페니스가 다시 보지 깊숙이 들어와 살갗을 헤집었던 것이었다. 오르가즘 뒤이어 오는 엑스터시의 물결에 그녀는 정신마저 잃을 정도였다. 그녀는 그의 등을 움켜쥐고 아등바등 매달렸다. 사랑의 횐희는 더욱 치명적인 육체의 희열로 번져왔다.
육체적인 사랑과 정신적인 애정은 밤이 깊도록 이어졌다. 그들이 지쳐서 부둥켜 안고 잠이든 시간의 별장 주변 어두운 숲에서는 부엉이 울음소리만이 들렸다. 이따금 지붕 끝에 맺힌 이슬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릴듯했다. 고요한 적작이 이어지는 가운데 눈을 뜬 진우가 부시시 일어났다. 갈증을 느낀 그는 지아의 나신위에 모포를 덮어주고 거실로 향했다. 냉장고에서 냉수를 꺼내 들이킨 그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왠지 불길한 생각이 들었으나 권 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여자관계까지 알고 있는 진우를 신뢰하지 않을 수 없기에 낙관적으로 판단하려고 했다. 그는 진우가 자신을 대신해서 집안 일까지도 챙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이 가족처럼 친숙해졌던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권 회장은 도희와 은밀한 관계를 가졌던 진우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새삼스럽게 그는 진우의 서글서글한 눈빛을 떠올리며 질투를 느꼈다. 여자들뿐만아니라 남자들도 호감을 가질만한 이목구비와 카리스마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혼란스러운 갈등에 사로 잡혔던 권 회장이 흠칫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주방안의 불이 훤하게 밝혀진 것이었다. 자다가 갈증을 느꼈는지 조 숙희가 잠옷차림으로 냉장고 문을 열고 있었다. 그를 발견한 그녀가 주춤하다가 조심스럽게 주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회장님~! 안 주무셨네요?”
“음.......!”
“걱정이 많으신가봐요? 약주도 많이 드시고 들어오시고.......”
“위스키 한잔 마셔야겠다.”
씁쓸한 표정을 지은 권 회장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주방 안으로 들어가서 탁자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뒤따라 주방으로 들어선 그녀가 위스키 병과 간단한 안주를 식탁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그의 옆에 앉으며 눈치를 살폈다.
“요즘 경제가 안좋다고 하던데요.......”
“네가 뭘 알아?”
“아니, 그냥........! 회장님이 힘들어 보여서요.”
“.........”
조 숙희가 빈잔에 위스키를 따르며 곁눈질로 권 회장의 눈치를 살폈다. 비스듬이 의자에 기대앉은 그가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의 잠옷 사이로 드러나 보이는 젖가슴을 힐끔 쳐다본 그가 단숨에 위스키를 들이켰다. 그의 시선을 의식한 그녀가 다시 잔을 채우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잠이 안와서 그러세요?”
“나, 내일부터 일본 출장가는데 집안 잘 살펴봐야 돼.”
“집안요......!? 뭐를요......!?”
“너, 요즘 이상한 거 못 느껴?”
“저요.....!? 저는 구정에도 부모님한테 안다녀왔어요. 회장님이 말씀 안해주셔서........”
숙희는 한동안 자신을 거들떠 보지도 않은 권 회장을 섭섭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권 회장에게 육체를 제공하고 받았던 대가가 더 필요했던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녀 스스로 그를 유혹하고 있었다.
권 회장은 그녀의 속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가정부 따위에게 정을 주거나 약점을 잡히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헛웃음을 흘린 그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어 당겼다.
“계집들은 입혀주고 먹여줘도 안달이야. 너도 남자가 생각나는 모양이구나!”
“회장님은.....!? 저는 회장님뿐이예요.”
“엉뚱한 생각하지 마. 너 같은 여자는 길바닥에 널려있다는 거 몰라!?”
“저는, 그냥 이대로 만족해요. 한두살도 아니고.......”
“그런데 말이야.........”
권 회장의 손이 슬그머니 숙희의 잠옷 속으로 들어갔다. 그의 손아귀에 농익은 젖가슴이 움켜쥐고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가슴에 안겼다. 그리고 하얗게 눈을 흘기며 그를 올려다봤다. 젖가슴을 주무르는 그의 입가에 의미있는 웃음이 흘렀다.
“너, 정말 집안에 무슨일이 있는지 몰라?”
“무슨 일 요......!”
“집 사람말이야.”
“네.......!? 사모님......”
“요즘도 집안에만 있나?”
“아~! 네. 언제나 그래요. 몽유병자 처럼........”
숙희는 그때서야 권 회장이 묻는 말의 의미를 알수 있었다. 그녀는 비록 은밀한 관계이지만 권 회장을 독차지 하고 싶었다. 그래서 되도록 권 회장이 지아에게 관심갖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권 회장은 숙희의 말에 조금은 안심을 할 수 있었다. 그녀가 별안간 입술을 벌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 회장님......”
권 회장이 숙의 젖꼭지를 쥐고 비틀었던 것이었다. 통증으로 눈을 흘기는 그녀를 내려다보는 그는 오히려 쾌감을 느끼는 표정이었다. 젖가슴을 주무르는 그의 손을 문지르는 그녀는 문득 요즘 왠지 달라지고 있는 지아를 떠 올렸다.
“그런데요. 요즘 젊은 마나님이 자주 외출을 하시던데요.”
“외출.......!?”
숙희의 말에 젖가슴을 주무르던 권 회장의 손이 멈추었다. 눈치를 살피는 그녀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외박도 하고 들어 오시던데........”
“그걸 왜 이제 말해!? 혹시 어디 갔다왔다고 말 안해?”
“친구 집에서 자고 오셨다던데요.”
“친구.........!?”
갑자기 권 회장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다소 안심하려던 그는 다시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그는 가슴에 안긴 숙희를 밀어 내고 빤히 쳐다봤다. 그녀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혼잣말처럼 뇌까렸다.
“무슨 일이 있나요? 저는 아씨마님이 집안에만 있기 답답해서 그러신 줄........”
“서 실장은.......!?”
“네......!? 서 실장요?”
“서 실장과 같이 나갔냐고?”
“그건 모르겠는데요. 혼자 나가시기에.......”
권 회장은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벌컥 마셨다. 그리고 주먹으로 이마를 짚고 잠시 생각했다. 그가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했다. 그는 의심하기 보다는 확증이 필요했다.
“숙희~!”
“네!”
“이건 자네와 나만 알고 있어야 돼.”
“네.”
“내가 사람 시켜서 집 사람 뒷조사를 시킬거야. 자네는 집 사람의 동태를 빼놓지 말고 나한테 연락해. 내가 닷새동안 출장 갈 계획이었는데, 다른 직원 보낼거야. 아무에게도 말하지마.”
“네.......!? 네~!”
“난, 자네를 믿어. 그리고 내일 통장에 돈도 넣어 줄게. 알았어?”
“네. 회장님.”
긴장한 표정으로 조 숙희가 몸을 사렸다. 그녀는 사실 예전과 다르게 조금씩 변화하는 지아의 태도를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같은 여자로서 느낌이었지만 잘못 판단했다가는 오히려 자신에게 해가 될 것같아서 관여하고 싶지 않았던 일이었다.
숙희의 젖가슴을 주무르는 권 회장은 불길한 상상을 떠올렸다. 도희와 진우가 관계를 하는 모습니었다. 어쩌면 진우가 아내와도 은밀한 관계를 할지도 모른단즌 의심이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숙희의 젖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다.
순간 숙희는 권 회장의 손길에 점점 몸이 달아 올랐다. 비록 금전의 유혹에 권 회장의 성적 대상이 되고 있지만 한창 성욕에 민감한 나이였다. 그러나 에전과 다르게 권 회장의 숨소리는 평온했다. 그의 손길이 촉촉해진 허벅지 사이를 더듬는 순간 그녀는 끓어오르는 흥분을 참을 수 없었다. 그러나 권 회장은 이내 그녀를 밀어내고 일어섰다.
“아~! 몰라. 회 장님.......”
“그만 가서 자. 나 피곤하구만.”
마음이 심란한 권 회장은 조 숙희에게 조금도 성적인 욕구를 느낄 수 없었다. 잠자리에 들었으나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누구보다도 믿고 있었던 진우에게 배반당하는 충격에서 헤어날수가 없었다. 차라리 잘못된 의심이었다는 결과가 드러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보낸 그는 출장 준비를 하고 회사로 출근했다. 비서실장 신 호균을 회장실로 불렀다.
그는 다른 급한 업무로 출장을 다녀올테니 NEC과의 제휴계약을 다음달로 미루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곽 도균 상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미 대도개발은 폐업위기이기에 사무실만 지키고 있는 곽 상무에게 모종의 지시를 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진우에게 운전을 시키고 공항으로 향했다. 승용차 안에서 그는 진우가 의심하지 않도록 몇가지 업무지시를 하고 넌즛이 물었다.
“독립해서 나가지 않은 걸, 후회하지 않나?”
“네........!?”
“전에 오피스 구입해서 나간다고 했잖아! 불편하지 않아?”
“아~? 네. 그런건 모르겠습니다.”
“이제 결혼도 해서 가정을 가져야지.”
“글쎄요. 아직 그런 생각 없습니다.”
“하여튼 고마워. 집안 일까지 살펴 주는 모양인데.”
“그,.....! 별로 제가 한일이 없습니다.”
“집사람, 어떻게 생각하나?”
“네........!?”
갑작스런 귄 회장의 잘문에 진우는 흠칫했다. 그는 권 회장이 마치 지아와 관계를 눈치채고 있는 것만 같아서 당황했다. 그러나 그는 권 회장에게 시선도 주지않고 표정 변화없이 되물었다. 그의 표정을 힐끔 살핀 권 회장이 다시 물었다.
“그 사람,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모르겠어.”
“글쎄요. 말씀이 없지만........”
“그렇지!? 지네 보기에도 답답하지?”
“.........”
진우는 속 마음을 떠보는듯하는 권 회장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어쩌면 지아의 마음을 권 회장보다 더 잘알고 있었다. 하지만 권 회장이 물어보는 의도를 알수 없고, 또한 그녀와 자신만이 간직한 심중을 들어내 보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출국장으로 나가는 권 회장을 확인하고 공항을 나왔다.
진우는 회사로 돌아왔으나 권 회장의 아리송한 말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는 일단 의심받지 않도록 모든 행동에 조심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예전같으면 권 회장이 없는 시간을 이용해 지아와 식사를 같이 했겠지만 전화만 했다. 권 회장의 말 때문인지. 본사 사옥에 나타난 대도개발의 직원에게조차도 예민하게 신경을 썼다. 퇴근해서도 그는 평소와 다르게 관리인 최광섭과 가정부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
지아와 저녁식탁을 마주하고도 진우는 내내 침묵을 지켰다. 한 집안에서도 그녀와 대화를 할수 없는 그는 마음이 착찹했다. 그런데 침대에 누웠던 각가지 생각에 잠겼던 그는 벨소리를 듣고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녀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응! 지아........!”
“오빠! 자는거야?”
“자려고......”
“이상해~!”
“뭐가.......!?”
“가정부가 나를 지키고 있는 거 같아.”
“너무 신경쓰지마. 예민하게 생각하니까 그렇지.”
“아냐~! 방에서 나가다가 깜짝깜짝 놀란다니까.”
“괜찮아! 그러다 말겠지.”
“오빠! 나, 무서워!”
“그냥, 평소처럼 무시하고 편하게 생각해.”
진우는 지아를 안심시키려고 말하지만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권 회장과 은밀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가정부가 지아의 약점을 노리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들은 전화를 끊었다가도 여러번 통화를 하며 잠들지 못하는 시간을 보냈다. 사랑은 열정이고 집착이라고 했던만큼 유별나게 주위 시선에 민감한 하루였다.
권 회장이 출장을 간지 이틀이 지난 오후. 창문에 얼어붙었던 얼음이 제법 따스한 햇살이 녹아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진우는 회사 건물 5층의 자신의 사무실에서 창밖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쌓였던 눈이 녹아 질퍽거리는 길 건너 횡단보도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우는 맞은편 횡단보도 옆에 주차된 검은색 싼타폐를 주시하고 있었다. 출근하면서 무심코 들여다 본 백미러에 드러났던 차량이었다. 우연인지 몰라도 지금까지 꼼짝하지 않고 주차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따금 운전석에서 내린 남자가 회사 건물을 올려다봤다.
정오가 지나서 진우는 지아의 전화를 받았었다. 그녀는 평상시와 달리 관리인과 가정부의 시선이 두렵다고 했다. 창문 유리창으로 들여다 보는 것 같고 거실에 나갔다가도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눈빛에 깜짝깜짝 놀란다는 것이다. 그는 지아가 별장에 가 있겠다는 말에 신경이 예민해졌다.
퇴근시간이 지나서 진우는 지하주차장으로 가서 승용차를 몰고 나왔다. 길건너에 주차되어 있던 싼타폐가 움직였다. 그는 왠지 에민한 반을 보였다. 길 건너를 힐끗 쳐다본 그는 집을 향하여 가속폐달을 밟았다. 의도적으로 평상시와 다른길로 주행하며 백미러로 뒤를 살폈다. 뒤쫓아 오리라고 생각했던 싼타폐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집 앞에 승용차를 세우고 뒤를 살펴보니 골목어귀로 천천이 들어서는 검은색 차량이 보였다. 운전석에서 내리려던 진우는 벨소리를 듣고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지아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오빠! 어디야?”
“지금 집에 도착했어.”
“나, 기다렸는데......! 무서워.”
“음......! 좀 있다 갈게.”
통화를 끝내고 집안으로 들어간 진우는 집안의 동태부터 살폈다.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가정부 조 숙희가 벌떡 일어서서 그를 빤히 쳐다봤다. 그는 가정부 조 숙희의 태도가 평상시와 다르다고 느꼈다. 마치 기다린 것같은 그녀의 표정! 왠지 조심스럽게 노려보는 눈빛! 다른날 같으면 자신의 방에 있다가 나왔을 그녀가 그에게 물었다.
“식사 차릴가요?”
“네.”
진우는 별로 식욕이 없었으나 의도적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여유있는 태도로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왔다. 식사준비를 마친 그녀는 그가 식탁 앞에 앉아도 평소처럼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수저를 집어든 그가 그녀에게 슬며시 물었다.
“식사하셨습니까?”
“네. 최씨하고 같이 먹었어요.”
“사모님은요?”
“낮에 나가셨어요.”
지아가 집에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진우는 그녀의 행방에 대해서 모르고 있다는 것을 강조시킨 것이었다. 식사를 마친 그는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책상 앞에 앉은 그는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아래층 거실의 전등불이 꺼질때까지 기다렸다. 어둠에 쌓인 집안을 확인하고 그는 자신의 방도 소등하고 방문을 열고 나왔다.
발소리를 죽여 집을 나선 진우는 우선 골목길을 살폈다. 골목어귀에 주차되어 있던 검은색 싼타폐가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한 그는 승용차 시동을 걸어 주택가 골목을 벗어났다. 대로로 달리면서 그는 자주 백미러를 살폈다. 뒤쫓아 오던 싼타폐가 아니고 흰색 승용차가 신촌을 지나도록 백미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경인 고속도로로 직행하려던 진우는 아파트 단지로 들어갔다. 승용차 헤드라이트를 끄고 뒤를 살폈다. 쫓아오던 승용차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를 한바퀴 돌고 나오니 입구에 흰색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그는 힘껏 가속폐달을 밟아 아파트를 벗어났다. 그리고 인터체인지로 들어가서 강변 북로로 질주했다. 그리고 양화대교를 건너면서 백미러를 들여다봤다. 뒤쫓아 오던 흰색 승용차가 보이지 않기에 그는 비로서 안심을 했다.
진우는 자신이 너무 과민하게 반응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오이도 공원 인근의 야산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진우는 다시 한번 주위를 살핀 후에 앙상한 나뭇가지가 무성한 숲길로 들어섰다. 승용차에서 내린 그는 별장 입구로 다가섰다. 어둠에 쌓인 별장 안에서는 불빛과 함께 은은한 경음악 멜로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진우는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차임벨을 눌렀다. 현관문이 열리고 지아의 모습이 드러났다. 거실안에서 타오르는 벽난로의 열기로 별장안은 훈훈했다. 그는 마치 그녀를 만나기 위해 먼길을 달려 온 감정이었다.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른 그는 현관 문을 닫고 돌아섰다. 미주친 그녀의 눈동자에 이슬이 맺혀 반짝거렸다.
“........!”
그들은 말없이 시선을 마주쳤다. 진우는 다가서는 그녀를 향해 팔을 벌렀다. 그리고 가슴에 안기는 그녀를 꼬옥 끌어안았다.
“뭐하고 있었어......?”
“무서웠어요.”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
지아가 고개를 들고 진우를 빤히 올려다봤다. 습기어린 그녀의 눈동자! 그는 그녀의 아마에 흘러내린 머리 카락을 쓸어 올리며 입술을 포갰다. 그리고 그녀를 번쩍 들어올렸다. 기다림이 폭발한 그녀는 적극적으로 그의 입술을 받아드렸다. 벽난로의 불길처럼 뜨거워진 그들의 감정! 혀와 혀가 엉킨 그들은 갈증을 해소하듯이 서로의 타액을 들이 마셨다.
“..........”
지아의 입술에서 입술을 떼어내는 진우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그는 목에 매달린 그녀를 더욱 높이 치켜올려 안았다. 그의 허리에 허벅지를 걸친 그녀가 양손으로 그의 얼굴을 받쳐 들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그의 입술을 더듬으며 소근거렸다.
“오빠! 나, 이대로 어디론가 데려가줘.”
“어디로 갈까!? 불같은 태양의 아프리카, 아니면 동화속의 스위스. 얼음나라 캐나다.......”
“추운건 싫어.......”
“지아만 곁에 있으면 심장이 뜨거워지거든. 내가 따뜻하게 해줄게......”
그들은 다시 농도깊은 키스를 했다. 마치 활화산처럼 감정이 폭발한 진우는 높이 들어 올린 그녀를 안고 침실로 향했다. 거실과 커튼 만으로 가려진 침실이었다. 그녀를 침대위에 눕히고 내려다보는 그의 깊은 눈빛! 그의 손길에 그녀의 가운을 벗겨내려졌다.
지아도 그를 기다리는 감정으로 뜨거워져 있었다. 어깨가 드러난 그녀도 예전과 다르게 적극적이었다. 그녀의 손길에 그의 점퍼가 벗겨졌다. 그들은 한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어 하나가 되었다.
“지아! 사랑해.......”
“오빠! 내곁에 있어줘. 사랑해.......”
농도깊은 키스를 하던 진우의 혀끝이 지아의 귓가를 맴돌았다. 그녀의 젖가슴과 목덜미, 그리고 허리까지 그의 타액으로 적셔졌다. 그의 혀끝이 잇닿을때마다 그녀의 나신이 꿈틀거렸다. 침실 커튼 사이로 드러난 거실에서는 벽난로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들의 육체도 뜨거운 애정의 늪속으로 빠져들었다.
“오빠! 나. 이제 어떡해........!?”
“염려마! 지아는 내가 지켜줄게........”
진우의 혀끝이 지아의 하복부로 향했다. 은은하게 들리던 거실의 오디오 멜로디가 빠르게 흘러나왔다. 그녀는 허벅지 사이를 훑고 지나는 그의 혀끝에서 일어나는 감촉에 자지러 질 것만 같았다. 그의 스킨쉽에 익숙해진 그녀 스스로 여자의 본능을 갈구하고 있었다. 음순이 불길에 휘말리는 순간 그녀는 몸서리쳤다.
“아! 오, 오빠! 자기야........”
“내 사랑........”
지아의 음부를 타액으로 적신 진우는 상체를 들어올렸다. 그와 마주친 그녀의 눈동자는 꿈을 꾸듯이 몽롱했다. 그녀의 매끈한 허벅지 사이에는 꽃잎처럼 연홍색의 여린살갗이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그는 잔뜩 발기한 페니스를 움켜쥐고 그녀의 보지 구멍으로 밀어넣었다. 순간 그녀가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놀란듯이 그에게 매달렸다.
“음~! 나, 난 몰라.......”
“흡.......”
지아는 몸속을 치밀고 들어오는 뜨거움을 감당할수 없는 충격에 휘말렸다. 골반이 뻐근한 압박감이엇다. 페니스가 보지속으로 빠듯하게 밀려들어가는 감각에 진우는 숨조차 쉴수가 없었다. 그들은 서로를 부등켜안고 하나가 되어 들이마신 숨을 멈추었다. 잠시 숨을 몰아쉬던 그는 그녀의 몸 속 깊숙이 페니스를 밀어넣었다.
“아~~! 흡.....!”
“음......”
진우는 가슴에 갇힌 지아를 머릿속에 각인시킬 듯이 뚫어지게 내려다봤다. 그의 육체 일부를 받아드리고 있는 그녀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그녀의 몸속으로 페니스를 밀어넣었다가 빼내기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뜨는 그녀의 나신이 출렁거렸다.
“아~~~! 하으........”
“음.........”
진우의 허리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고 지아의 나신도 반사적으로 흔들렸다. 그녀는 더 이상 수줍거나 부끄러워하지도 않았고, 또한 남편으로 인한 남자에 대한 거부감도 없었다. 오직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의 여자이기를 바라는 본능에 휩싸일뿐이었다. 사랑의 뜨거운 감정은 육체마저도 감동시키는 연결고리였다.
“아 으~~~~~! 읍, 아 아~~~~~! 읍 , 읍.........”
“헙, 음.음.........”
그들의 신음은 사랑의 멜로디였다. 거침없는 욕망의 갈구였다. 진우로 인해 성적인 희열을 알게된 지아는 어느때보다도 격한 격류에 휩싸였다. 그녀는 몸속이 터질것만 같은 충격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도모르게 그의 허리를 부등켜 안고 당겼다. 몸속의 살갗을 자극하는 남성의 열기가 뜨거워질수록 그녀는 또 다른 희열을 갈구하며 허우적거렸다.
“하~~! 아~~! 읍, 으~~~! 읍.......”
“아! 내 사랑......흡, 음......”
사랑을 나누는 그들의 신음소리는 시간마저 멈출 것만 같았다. 끈질기게 서로를 갈구하는 그들의 육체가 존재할 뿐이었다. 어느 순간 지아는 숨조차 쉴수가 없었다. 온몸의 신경이 머리끝으로 몰리는 엔스터시! 들이마신 숨을 멈춘 그녀는 급히 상체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파르르 떨다가 아찔한 현기증에 그의 등을 움켜잡고 머리를 뒤로 젖혔다.
“하 아~~~~~~!”
“음........”
순간 진우는 매끈한 샘물에 휘감기는 페니스가 목죄이는 충격에 빠졌다. 온 몸의 뼈마디가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어느 여자에게서도 느낄 수 없었던 치명적인 엑스터시였다. 오르가즘의 절정에 빠진 그녀의 표정은 환상이었다.
“아 으~! 아~~! 오, 오빠야.......!”
“헛..........”
그는 급히 그녀의 허리를 부등켜 안고 들어 올렸다. 그리고 빠르게 페니스를 진퇴시켯다. 축 늘어졌던 그녀의 나신이 출렁거렸다. 숨가쁜 신음소리. 끈적이는 마찰음과 습한 열기가 방안에 가득했다. 그녀가 다시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의 가슴을 파고들며 매달렸다. 절정의 정상에서 추락하던 그녀는 다시 밀물처럼 다가오는 엑스터시에 정신이 혼미했다.
“사. 사랑해. 오빠.........”
진우의 가슴속에 갇힌 지아는 숨조차 쉴수가 없었다. 몸속 깊숙이 들어온 남성이 뼈끝까지 잇닿는 것만 같았다. 팽만감으로 하복부가 터질 것만 같았다. 그것은 지울수 없는 아늑함이었다. 꼿꼿하게 경직되었던 그의 남성에서 뿜어져 나온 열기가 자궁까지 밀려들어오는 감각에 그녀는 치를 떨었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사랑의 생명을 맏아드리는 그녀는 행복함에 빠져 들었다.
“아~! 아~! 사. 랑. 해. 오빠~!”
“내사랑. 지아~!”
시를 낭송하듯이 한마디, 한마디 끊어서 흘리는 지아의 촉촉한 목소리에 진우는 영혼까지 빨려 들어가는 감정이었다. 격렬한 정사에 그녀는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의 가슴에 갇혀 맥박치는 심장소리를 듣고 있던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몸 속을 터트릴 것같은 열기의 압박감이었다.
“아~ 하.......!”
지아는 몸속 어딘가에 남성이 잇닿는 충격을 받았다. 꿈틀거리고 있던 그의 페니스가 다시 보지 깊숙이 들어와 살갗을 헤집었던 것이었다. 오르가즘 뒤이어 오는 엑스터시의 물결에 그녀는 정신마저 잃을 정도였다. 그녀는 그의 등을 움켜쥐고 아등바등 매달렸다. 사랑의 횐희는 더욱 치명적인 육체의 희열로 번져왔다.
육체적인 사랑과 정신적인 애정은 밤이 깊도록 이어졌다. 그들이 지쳐서 부둥켜 안고 잠이든 시간의 별장 주변 어두운 숲에서는 부엉이 울음소리만이 들렸다. 이따금 지붕 끝에 맺힌 이슬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릴듯했다. 고요한 적작이 이어지는 가운데 눈을 뜬 진우가 부시시 일어났다. 갈증을 느낀 그는 지아의 나신위에 모포를 덮어주고 거실로 향했다. 냉장고에서 냉수를 꺼내 들이킨 그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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