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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3 01:27 759회 0건
세상 사람들은 신화그룹이 건실하게 국민경제를 이끄는 기업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신화 그룹 이면에는 권 회장의 동생 권 종호의 지원을 받고 있는 대도라는 명칭의 폭력조직이 존재했다. 조직원들 대부분 인력 용역과 운수업을 하는 대도 개발의 실질적인 직원들이었다.

여객선 침몰 사고 후에 권 태호 회장은 심각한 머리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으나 의식불명 상태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권 종호가 신화의 모든 실권을 움켜쥐었다. 여객선 사고 이후 신화에 입사한 진우는 권 종호의 지시로 권 태호 회장의 비서 겸 운전기사로 근무하게 되었다.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대도개발의 일원이었다.

“내가 싫은 거냐고? 말해 봐.”

민경이 다시 진우의 앞가슴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면서 대답을 재촉했다. 그녀는 그가 침몰하는 여객선에서 구출해준 권 회장의 가족이었다. 막강한 그룹의 총수 여동생인 그녀가 두려워할 존재는 없었다. 자신이 원하면 무엇이던 소유할 수 있다는 그녀였다.

“.........”

진우는 그녀의 행동에 무관심한 태도로 승용차안의 시계를 들여다봤다. 권 회장의 건강을 체크하는 정기 검진 날이었고, 삼십 여분이 지나면 병원으로 데리고 갈 시간이었다. 그의 태도에 민경이 어의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야!? 말 좀 해봐! 정말 답답해.”
“...........”

대답을 재촉하는 민경의 말을 듣고 있는 진우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 테라스 옆으로 보이는 베란다 창문이었다. 창문 커튼 사이로 밖을 내다보고 있는 눈빛! 긴 머리를 어깨까지 늘어트린 여인이 있었다. 진우가 요즘 권 씨 일가를 파악하기 위해 관심을 갖고 있는 권 회장의 아내 진 도희였다. 그녀는 권 회장과 나이가 무려 스무 살 가량이나 차이가 났다.

진우는 도희가 어째서 권 회장의 후처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또한 권 회장의 전처가 어떻게 사망했는지는 모르지만 도희의 아버지가 예전에 신화의 주주로서 회사초기부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임원이었다는 것은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아버지는 아내를 잃고 건강이 악화되어 요양원에 있었다. 도희는 민경보다 먼저 왕성한 모델생활 활동을 하다가 권 회장의 후처가 된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진우는 도희의 밝은 표정을 본적이 없었다. 민경의 말로는 그녀가 권 회장의 재취로 들어오고부터 성격이 변했다고 했다. 민경은 자신보다 세 살 위인 그녀를 항상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진우는 이따금 자신을 향하고 있는 그녀의 시선을 의식하고 더욱 호기심을 가졌다. 그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차츰 의문이 생겼다. 그녀의 눈빛 속에는 겉으로 들어나지 않는 불꽃을 내포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내 말 안 듣고, 어디를 봐!?”
“...........”

민경이 진우의 어깨를 툭졌다. 그와 도희의 시선이 마주치고 있었다. 그는 항상 도희의 눈빛 속에 무언가 표현하고 싶은 감정이 담겨 있다고 느꼈었다. 그의 시선을 따라 민경의 시선이 베란다 창문을 향했다. 민경을 의식했는지 그녀가 커튼 뒤로 사라졌다. 그는 도희와 함께 권 회장을 병원으로 데리고 가야하는 시간이 임박하기에 손목시계를 들여다봤다.

“뭐야! 어디 가려고 그래!?”

진우는 민경을 통해 권 씨 일가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려고 관심을 가졌었다. 하지만 그녀가 알고 있는 정보는 사소한 것이어서 실망했다. 그런데 도리어 그녀가 접근했다. 그는 사실 육감적인 그녀에게 호기심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노골적인 집착이 귀찮기도 했다. 제 세상인양 안하무인 성격인 그녀의 자존심을 꺾어 놓고 싶었다.

여자의 자존심에 가장 치명적인 상처는 여성으로 치욕감을 주는 방법이었다. 그녀의 주위에는 신화 그룹에 관련된 운동선수, 연예인 등의 남자가 많았다. 또한 육체적으로도 적지 않은 남자 경험이 있었다. 침묵을 지키고 있던 그는 엷은 미소를 띠었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가슴을 찌르는 민경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놀아줄 시간이 별로 없어서.........!”
“어디 가는데!?”

“오늘따라 육감적인데......! 어쩌지.......!?”
“미쳤나봐.....!”

평소 말이 없던 진우의 입에서 불쑥 튀어나온 말에 민경은 눈을 흘겼다. 그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그녀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을 주어 당겼다. 그의 가슴에 바짝 안긴 그녀는 당황해서 눈동자를 크게 뜨고 올려다봤다. 그의 땀에 젖은 가슴에서 뿜어 나오는 남자의 진한 체취에 그녀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이거 안 놔! 아프단 말이야.”
“..........!”

그는 말없이 그녀를 내려다보면서 허리를 덥석 끌어안았다. 그리고 베란다 창문을 힐끔 쳐다보고 입술을 포갰다. 전혀 예기치 않게 입술을 뺐긴 그녀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드디어 그가 관심을 보이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평소에 말이 없고 무뚝뚝했었던 그의 저돌적인 행동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그의 입술을 받아 드린 그녀는 그의 진심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남자가.......! 아! 이게 아닌데......! 그녀는 그에게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했다. 그의 입술을 피해 머리를 좌우로 틀었다. 그런데 그럴수록 그가 강하게 힘을 주어 끌어안았다. 그녀는 꼼짝할 수없이 갇힌 그의 가슴을 두 주먹을 쥐고 두드렸다.

“시, 싫어. 정말, 미쳤나봐.”
“.........”

진우는 먹잇감을 움켜쥔 야수처럼 민경의 머리를 팔로 감싸고 입술을 포갰다. 그리고 승용차 뒷문에 그녀를 밀어 붙였다. 그의 시선이 얼핏 베란다 창문을 향했다. 사라졌던 도희의 찰랑거리는 긴 머리카락이 보였다. 그는 그녀가 보라는 듯이 민경의 입술을 헤집고 혀를 밀어 넣었다. 그를 뿌리치던 민경이 온 몸에 힘을 빼고 그를 올려다봤다.

“..........!?”

민경은 그가 그의 이글거리는 눈동자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민감해지는 열기에 휩싸였다. 반사적으로 묘한 감정에 사로잡혀 추측을 했다.

‘이 남자도 나를 좋아하고 있었나! 하기는 모든 남자들이 내 주위를 맴도니까......’

온 몸의 신경이 마비되고 나른해지는 민경은 입술을 헤집고 들어오는 그의 혀를 받아드리고 있었다. 민소매 티셔츠 속으로 들어온 그의 손이 브래지어를 치켜 올리며 젖가슴을 보듬었다. 혀가 그의 입속으로 강하게 빨려 들어가는 순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옅은 신음을 흘렸다.

“음........!”

진우는 젖가슴을 주무르며 입속에 빨아 당긴 그녀의 혀를 자극시켰다. 그녀의 팔이 그의 목덜미를 감싸고 혀와 혀가 엉키었다. 그는 젖꼭지를 손가락 사이에 끼고 돌기를 일으키며 다시 베란다 창문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때까지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도희의 눈빛! 시댁식구들에게 소외당한 도희는 남편 외에 의지할 사람이 없었다. 친정식구라고는 요양원에 있는 아버지뿐인 그녀는 오직 남편을 간호하는 우울한 일상생활에 젖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향한 진우의 눈빛에 위로 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도 그를 쫓고 있었다.

도희는 민경과 어울리고 있는 진우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민경의 저돌적이고 자유분방한 성격은 알지만, 자신을 의미 있게 바라보던 진우의 눈빛의 진실을 알고 싶었다. 물론 병든 남편이 있는 그녀로서 있을 수 없는 감정이었다. 하지만, 여자의 본능인가, 스킨십까지 하는 그들을 보고 있노라니 은연중에 질투심이 일어났다.

도희가 바라보는 그들의 모습이 열려진 승용차문 뒤로 사라졌다. 그녀는 공연한 관심이라고 자책하며 돌아섰다. 진우는 그녀의 눈빛 속에 감추어진 감정을 읽고 있었다. 그것은 본능적인 여인의 눈빛이었다. 그는 승용차 뒷좌석 문을 한손으로 열면서 민경을 밀어 넣었다.

“왜.......? 왜 이래!”
“..........”

뒷좌석에 벌렁 누운 민경이 눈동자를 크게 뜨고 일어나려고 했다. 그는 순간 당황했다. 스킨십 정도로 그녀의 자존심을 꺾으려던 것인데, 예상외로 그녀가 너무도 강한 저항을 하는 것이었다. 도리어 그가 강제로 추행을 했다는 난처한 입장이 될 것 같았다.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고 그녀가 육체를 유린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진우는 마치 사냥감을 덮치듯이 그녀의 몸 위에 엎드렸다. 그리고 다시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거부하려던 그녀의 손이 허공에서 허우적거렸다. 그런데 강하게 저항하던 그녀가 그의 혀를 받아드리고 있었다. 혀와 혀가 엉키고 그녀의 팔이 그의 등을 감쌌다. 그는 고개를 들어 베란다 창문을 힐끗 보고 민경의 셔츠를 밀어 올렸다. 도희의 찰랑거리는 머리가 사라지고 없었다.

“아, 안 돼.......”

민경은 더 이상은 진우에게 허락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그녀가 거부할 틈을 주지 않았다. 브래지어를 들추고 젖가슴을 입속으로 빨아 당겼다. 저항하던 그녀의 어깨가 파르르 떨렸다. 젖꼭지를 입속으로 빨아 당기는 동시에 그녀가 그의 머리를 팔로 감쌌다. 그는 급히 그녀가 걸친 핫팬츠를 끌어 내렸다. 어린아이 손바닥만한 팬티로 가려진 그녀의 하복부가 들어났다.

“정말. 이, 이럴거야.......! 아, 나.......!”
“...........!”

“그, 그럼.......! 페팅만 해야 돼.........!?”
“..........”

민경의 습한 목소리에 진우는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권 회장을 병원으로 데리고 가야하겠기에 시간의 여유가 없었다. 그는 민경의 젖꼭지를 혀끝으로 돌돌 말아 애무하면서 자신이 걸치고 있는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밑으로 끌어 내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녀의 팬티도 벗겨냈다. 그녀의 몸속에서 흘러나온 샘물로 허벅지 사이가 이미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그녀가 눈동자를 휘둥그렇게 떴다.

“시, 싫어. 하지 마.”
“.........”

그때서야 민경은 마지막 상황까지 휩싸인 자신을 의식했다. 그에게서 벗어나야한다고 생각했다. 상체를 들어 올린 민경이 밑을 내려다봤다. 우람하게 발기한 남성이 허벅지 사이에 잇닿아 있었다. 당황하는 그녀의 눈빛이 역력하지만 진우는 페니스를 쥐고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밀어 넣었다. 그녀가 급히 숨을 들이마셨다.

“하 읍! 아. 안 돼.........”

진우는 단순한 생각으로 그녀를 유린하지만 저절로 거친 숨을 흘렸다. 그는 왠지 침몰하는 여객선에서 민경과 같이 있던 권 종호 이사의 아내, 지아의 인형 같은 모습이 떠올랐다. 항상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혼혈아처럼 윤곽이 뚜렷한 인상을 남긴 그녀의 모습이었다.
민경이 허벅지에 힘을 주고 있어서 귀두만 보지 입구에 걸친 상태였다. 그는 그녀의 한쪽 허벅지를 앞 좌석위에 올려놓고 눌렀다. 그리고 벌어진 허벅지 사이로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으 읍~! 어 맛.........”

순간 그녀가 그의 등을 움켜쥐며 바람 빠지는 숨소리를 흘렸다. 그녀가 허벅지에 힘을 주며 뻗고 있어서 잠시 허벅지 사이에 걸렸던 페니스를 그가 깊이 밀어 넣었던 것이었다. 옥죄였던 페니스가 미끄덩하고 빨려 들어갔다. 동시에 그녀가 그의 목을 잡고 매달리며 허벅지를 벌렸다.

“허 읍~!”
“헉.......!”

진우는 그녀의 몸속을 채운 페니스를 천천히 진퇴시켰다. 서로 부둥켜안은 그들이 꿈틀거릴 때마다 승용차가 조금씩 흔들렸다. 시간이 급박한 그는 조바심이 났다. 그녀의 허리를 들어 올리며 페니스를 깊이 밀어 넣어 구석구석 헤집었다. 또한 움켜쥐고 있는 그녀의 젖가슴을 애무하며 젖꼭지를 유린했다. 승용차 안이 뜨거운 열기로 가득해졌다.

“읍, 아 읍, 읍, 읍, 난 몰라. 하 잉. 읍........”
“헛, 음........”

그들은 더 이상 자존심이나 상대를 제압하려는 요구 따위에 갇혀있지 많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급히 숨을 들이마시며 안타깝게 매달렸다. 몸속의 남성이 빠져 나갈 때마다 그녀는 허리를 들어 올렸다. 그녀는 다른 남자와 다르게 그의 우람한 남성이 몸속을 팽창시키는 엑스터시에 기절할 것만 같았다.

"하 읍, 나, 난 몰라. 읍, 읍........"
"하, 하, 음......."

그들의 거친 숨소리가 이어졌다. 그들의 거칠어지는 움직임에 따라 승용차가 반동을 했다. 자업자득의 결과이기에 민경은 뒤늦게 후회할 수도 없었다. 다만 돌발적인 엑스터시에 허우적 거리며 그에게 매달릴 뿐이었다.

“하 아, 어떡해. 읍, 아 읍, 읍........”

민경은 거침없이 쾌감에 젖는 신음을 흘렸다. 한편으로 그녀는 그의 관심을 받고 싶었던 것은 그녀 자신이 그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인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예기치 않은 충격적인 황홀함에 그녀는 정신마저 아득했다.

급격하게 달아오른 열기! 너무도 감당하기 격렬한 불길에 휩싸인 그녀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자존심 따위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머리를 끌어당겼다. 이글거리는 그의 시선과 마주친 그녀는 공연히 눈을 흘겼다. 그리고 그의 등을 두들겼다.

“못됐어......! 숙맥인줄 알았더니! 여자깨나....... 건드리고.......다녔나봐.........”

금방이라도 오르가즘을 느낄 것만 민경은 숨을 몰아쉬며 습기어린 목소리를 흘렸다. 어느 순간 쌍꺼풀이 짙어진 그녀가 허리를 들어 올리며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별안간 들이마신 숨을 멈춘 그녀가 허리를 비틀며 상체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 숨을 몰아쉰 그녀가 진절머리를 치며 그에게 매달렸다.

“하 응~! 지, 진우씨.......!”
“헛~!”

진우는 급히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의 몸속에 틀어박힌 페니스가 뜨거운 급류에 휘말리는 것만 같았다. 그는 빠르게 페니스를 진퇴시키며 그녀의 몸속을 헤집었다. 온 몸이 마비된 것처럼 경직하는 그는 그녀의 젖가슴을 쥐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짧은 시간만큼이나 격렬한 정사였다.

민경의 몸속에서 흘러나온 오르가즘의 정액이 허벅지를 흥건하게 적시고 있었다. 진우는 다른 여자에 비해 많은 분비물을 의식하며 꺼림칙하게 느꼈다. 그들의 움직임에 따라 반사적으로 흔들리던 승용차가 멈추었다. 그는 잠시 부둥켜안고 있던 그녀의 몸 위에서 벗어났다. 열기로 달아오른 그녀의 붉어진 얼굴 혈색! 하반신을 들어낸채 그녀는 외면하고 있었다.

“........!”

승용차 밖으로 나간 진우는 무릎에 걸친 바지를 추켜 입었다. 바스락 거리며 옷을 간추려 걸친 민경이 승용차 밖으로 나와 그의 등을 후려쳤다. 그의 시선과 마주치자 얼굴을 불인 그녀는 하얗게 눈을 흘기고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는 엷은 미소를 흘렸다. 왠지 그녀의 걸음이 어기적거리는 것만 같았다.

"..........!?"

손목시계를 들여다 본 진우는 병원에 갈 시간이 임박함을 알고 승용차를 현관 앞에 세웠다. 그리고 부지런히 집 안으로 들어갔다. 먼저 들어와서 욕실로 들어가는 민경이 그를 힐끔 돌아보며 눈을 흘겼다. 창문으로 내다보던 도희의 흔적을 찾았으나 조용하기만 했다. 그는 부리나케 이층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진우의 방은 이층 서재 옆이었다. 그가 점퍼를 걸치고 내려오니 외출 준비를 마친 도희가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묵묵히 안방으로 들어가서 침상에 누워있는 권 회장을 번쩍 들어 휠체어에 태우고 거실로 나왔다. 현관 밖으로 나온 그는 다시 권 회장을 승용차 뒷좌석에 태웠다.

손가방을 챙겨든 도희가 모포를 꺼내 권 회장의 몸 위에 덮어 주었다. 그들은 말이 없지만 서로의 행동을 주시하며 도와주고 있었다. 습관이 되어버린 권 회장의 정기검진에 그들은 무언의 시선을 주고받는 것으로 상대의 마음을 읽고 있는 것이었다. 병원에 도착하여 권 회장이 검진 받는 동안에도 그들은 대화가 없었다. 한동안 복도의 대기 의자에 앉아 있던 진우가 침묵을 깼다.

“힘 드실 텐데.......!?”
“.........!”

그를 힐끔 쳐다보는 그녀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고개를 숙인 그녀는 손톱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비밀을 간직한 여인처럼 느끼고 있었다. 그는 민경과의 관계를 그녀가 어디까지 눈치 챘는지 모르기에 오늘따라 분위기가 어색함을 느꼈다. 그는 평소에 그녀에 대해 궁급했던 것을 물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몇 번인가 그녀의 눈치를 살피던 그가 입을 열었다.

“아버님이 요영원에 계시다면서요?”
“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작은 목소리를 흘렸다. 여객선이 침몰당시에 그녀는 집에 홀로 남아 있었다. 그 당시는 권 회장의 건강에 이상이 없었고 그녀의 아버지가 요양원에 있었다. 그녀 나름대로 남편의 가족과 어울리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진우는 그녀가 자신보다 다섯 살 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치 여동생처럼 그녀가 애틋하게 느껴졌다.

“아직 젊은 나이이신데.........”
“..........”

“아버님 건강은 어떠세요?”
“.........”

“자주 아버님께 가보시나요?”
“..........”

그녀는 시종일관 대답이 없었다. 그녀는 평범한 미모이지만 매력적인 몸매였다. 스커트 밑으로 들어난 뽀얀 피부와 이따금 쳐다보는 그윽한 눈동자, 그리고 다소곳이 앉아있는 분위기가 의외로 열정적이고 유난히 그녀만의 여성미를 돋보이게 했다. 어찌 보면 남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여인이었다.

“아버님이 요양원 가시기전에 결혼하셨나요?”
“.........”

“아니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뇨........"

"..........!?"
"제가 이집에 들어오고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아버지도 건강이 안 좋아졌어요.”

“아~! 그러시군요. 제가........”
“.........!?”

도희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의아스러웠다. 그녀는 사실 마땅히 의지할 가족도 없고, 귄씨 집안에서도 외톨이 같았다, 권 회장이 병석에 누운 후로는 더욱 외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권 회장의 후처가 되기 전에 이미 결혼을 약속하고 관계를 이어갔던 남자가 있었다. 그녀는 진우를 처음 본 순간 그 남자와 흡사하다고 생각해서 깊은 관심을 가졌다. 그녀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귀를 기울였다.

“사실은.......! 평소에 말이 없어서, 궁금했습니다.”
“왜......! 뭐가요?”

“저도 모르게 관심이........!”

“민경이 좋아하세요?”
“네.......!?”

평소 말이 없던 도희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진우는 당혹스러워 반문했다. 물론 그가 도희의 관심을 끌려고 의도적으로 민경과의 스킨십을 보이려고 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녀도 순간적인 자신의 질문에 흠칫하였다. 무심코 그에게 관심이 깊었던 것을 표현한 결과이기 때문이었다. 반사적으로 빤히 쳐다보는 그의 눈빛에 그녀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았다.

진우는 그녀가 자신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녀에게 접근하려는 그는 내심 만족했다. 물론 권 씨 가족에 대한 정보도 필요했지만, 그는 그녀에게 묘한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지적인 그녀의 내면에는 뜨거운 열정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그녀가 묻는 말에 의미를 알면서도 다시 확인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녀가 먼저 변명하듯이 말했다.

“민경이가 제 후배거든요. 아직 미혼인 모양인데, 민경일 좋아하시냐고요?”
“아~! 네. 그냥 비슷한 또래의 나이니까....... 대화를 하는 정도.........”

진우는 우물쭈물 말끝을 흐렸다. 그는 그녀가 자신의 표정을 살피는 것을 의식했다. 그는 처음으로 그녀가 자신에게 직접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일단은 그녀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선 기분이었다. 아니 그녀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졌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혼잣말처럼 흘렸다.

“무척, 가까워 보이던데.........”
“전, 민경 씨처럼 자만에 빠진 여자는 원래 싫어합니다.”

진우는 힘주어 말했다. 그는 어떤 여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었다. 아니 그녀처럼 남자의 마음을 궁금하게 하는 여자를 좋아한다고 말할 뻔했다. 그는 그녀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의 마음을 꿰뚫어 보듯이 그녀가 물었다.

“그럼, 어떤 여자를........?”

“그, 그건.........! 내가 깊은 관심을 갖게 하고, 진심으로 저를 원하는 여자, 아닐까요.”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너무 포괄적인........!?”

“그렇지 않아요. 이 순간에도 저 자신도 모르게 관심을 갖는 여자가 있으리라고 믿어요. 도희 씨는 안 그러세요? 저는 도희씨 눈빛을 보면 알아요.”
“네......!?”

“누구도 모르는 거지요. 지금 바라보고 있는 상대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지.........”
“..........!”

그들의 시선이 마주쳤다. 진우는 은연중에 그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었다. 그녀도 그의 말뜻을 이해했는지 정면을 주시하고 있는 눈동자의 긴 속 눈썹이 떨렸다. 그는 이따금 그녀의 분위기가 관능적이면서도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사연을 품고 있는 연약한 여자로 느껴졌다. 건드리기만 해도 쓰러질 것처럼 그녀가 위태로워 보이기도 했다.

“요양원에 가는 걸 보지 못했는데, 아버님이 걱정 되겠어요.........”
“아뇨! 아버지를 원망해요. 당신 욕망으로 저를 약혼까지 파기시키고, 권 회장에게 보냈으니까요. 아버지를 찾아보기도 싫지만 평생 저주하고 싶어요..........”

“.........!”
“그런데 그 결과로 아버지가 얻은 것은 불행뿐이었어요! 원하던 재산도 잃고 가족도 잃고 병들 몸이 되었어요, 저를 평생 고독하게 만든......”

“약혼까지 파기를........!?”
“네.......!”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녀의 속마음을 털어 놓는 말에 놀랐다. 그녀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 못지않게 권 씨 일가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말한 것이었다. 그는 의외로 자신을 신임한다는 그녀의 눈빛을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말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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