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에필로그.
제주도 여행, 그로부터 1년 후...
나의 삶은 수경이를 만나기 전보다 진보 되었고 발전된 삶을 살게 되었다. 고작 일개 공인중개사였던 나의 직업에 일명 자문위원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고 듣기만 해도 무겁게 느껴지는 국민 대표란 말이 수식어처럼 따라 다닌다.
두꺼비 정책은 어떻게 됐냐고? 음... 한 낯 부질없을 것 같았던 정책은 대 성공을 거두었다. 남아도는 미분양 아파트는 흔적조차 사라지며 오히려 건설 붐을 일으켰고 그 덕분에 실업률도 낮아지게 되었다. 자금이 시장에 돌기 시작하며 내수경제는 자동으로 살아났고 사람들의 입에서 농담처럼 큰돈을 벌기위해서는 건설업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곰팡이 냄새에 쾌쾌하고 작은 나의 사무실에 앉아 있기가 벅찰 만큼 각 지역의 대학에서 특강 요청이 쇄도하였고 그 덕에 내 가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남자가 되었다. 결혼? 당연히 수경이와 지난 해 가을 웨딩마치를 올렸다. 내가 결혼하던 날, 하늘에서는 뜬금없는 폭우로 우리의 첫 출발에 큰 방해가 되었었다.
누군가 여자가 결혼하는 날의 날씨는 신부의 마음이라 했던가... 특히 그날은 심했다. 기쁨의 눈물이었는지 슬픔과 원망의 눈물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앞도 보이지 않는 폭우가 하객들을 불러 모으는데 상당히 힘이 들었고 예식도 잘 진행되지 않아 웃음과 폭소를 자아냈었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 이제 곧 강단에 오르셔야 할 시간입니다. 준비하시지요.”
“아, 알겠습니다.”
나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소희 명문대학교 경영학과 특강에 초대되어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더 자세하게 그간의 소식을 전하고 싶지만...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 말을 이어갈 수가 없다. 그래서 에필로그를 끝내겠다. 안녕!
이렇게 말하면 우리의 소식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죽을 지경이고 배신감을 느낄 것 같아 나를 대신해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을 섭외했다.
“선생님, 지금 올라가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곧 그리 가죠.”
이제 정말 나와의 이야기는 끝내야겠다. 나를 대신해 소식을 전해줄 사람에게 이 마이크를 넘기겠다. 나와 함께 이곳에 있다. 요즘 그분은 내 매니져 역할을 하며 스케줄을 관리해주고 계신다. 잠시 자동차에서 짐을 가져 온다고 나가셨는데... 아, 마침 저기 오고 계신다. 나는 이제 강단에 서야겠다.
“안녕하세요, 공인중개사 주인공입니다. 만나게 돼서 진심으로 반갑습니다.”
“짝짝짝...!!”
“응? 이 카메라와 마이크는 뭐지?”
“에필로그를 작성하시다 강연 시간이 되어서 대신 부탁을 하셨습니다.”
“어머, 주 서방도 참...”
“시작해 주시겠어요?”
“호호호, 여러분 모두 안녕하세요~”
지금부터는 장모인 제가 대신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음... 어디부터 설명을 드려야 할까요? 아! 그 얘기부터 하면 되겠네요. 수경이는 현재 집에 있어요. 무척이나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며 보육전쟁을 치르고 있답니다. 아이들 이름은 하나, 두리, 세리 그리고 네리. 정말 예쁜 이름이죠? 그런데 왜 네 명이냐고요?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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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달 어느 날...
“으윽... 아파! 아프다고...”
“수경아 조금만 참아! 병원에 다 왔어.”
“꺄아아!!”
“아아아! 내 머리... 아아아!!”
“너무 아파... 아프다고!!”
“자기야, 내 머리도 아파. 당기지... 마. 아악!”
“꺄아아!!”
수경이는 그날 출산이 진행되며 통증이 왔고 주 서방 머리채를 잡은 채 분만실로 들어갔어요. 함께 들어갔다는 표현보다는... 끌려들어 갔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초산인데 불과하고 첫 번째 하나를 병원에 도착하고 30분 만에 낳았고 그 뒤로 1분 간격으로 세리까지 낳았죠. 제 딸이지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쌍둥이를 그렇게 쉽게 낳는다는 사실이... 초산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죠. 분만실 밖에서 출산 소식은 아이들의 울음소리로 확인을 하고 있었는데 세 명의 울음소리를 모두 듣고는 남편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감격에 복 받쳐 눈물을 쏟아 내더군요. 제가 애 둘을 낳을 때도 울지 않던 사람이 손주를 본다는 것에 감사했을까요? 왠지 조금 서운했어요.
주 서방이 분만실에서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도통 나오지 않더군요. 그로부터 약 5분이 흐른 뒤 분만실 안에서 들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죠. 그 소리를 듣고 나와 남편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믿을 수 없다고 동시에 말할 정도였어요.
“어? 한 명이 더 있어요!”
“뭐라고?!”
“자기야... 꺄아아! 나 죽어!!”
“아아! 아파! 그만 좀 당겨!”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아프잖아! 오빠 때문에 내가 이렇게 아프다고!!”
“나도 아파 죽어! 아아... 머리 좀 놔줘!”
“응애, 응애!”
그렇게 우리의 막내, 네리가 태어났어요. 병원에서는 정말 세쌍둥이 인줄 알았다고 어찌나 말하던지... 하나부터 세리까지는 아들, 네리는 딸이네요. 우리 딸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네 남매를 한 번에 낳았다니... 위대한 엄마로 성장했다는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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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리리~”
아, 전화가 왔네요. 잠시 만요. 누굴까? 수경이네요. 전화 좀 받아야겠어요.
“어, 딸. 무슨 일이야?”
“엄마, 오빠 특강 언제 끝나?”
“이제 시작했어. 두 시간이니까 이따 끝나겠네. 왜? 무슨 일인데?”
“그러면 이따 끝나고 우리 집으로 올 거지?”
“그래야 하지 않겠어? 오늘 아빠 생신파티를 하기로 했으니까.”
“부탁이 있어.”
“부탁? 뭔데?”
“족발 좀 사다 줘.”
“족발? 뭐 그런 걸 먹니.”
“얼마나 맛있는데... 꼭 사와야 해. 알겠지?”
“별걸 다 먹네, 애 낳더니 이제 입맛이 정말 아줌마 됐네.”
“영부인님, 걱정 마시고 천천히 오세요.”
“응? 누구?”
“제이미가 엄마 천천히 오래, 지금 애들이랑 전쟁 치르고 있어서 길게는 통화 못해. 제이미, 애들 똥 쌌나봐!”
“작은 아가씨, 제가 기저귀 갈게요. 어머... 한 둘이 아닌데요?”
“엄마, 네 명이 한 번에 다 똥 쌌나봐. 끊어!”
“어, 그래.”
수경이... 정말 정신없이 살죠? 다행인 것은 제이미가 청와대에서 사표를 냈는데 어느 날 찾아와 수경이의 아이들을 자신이 반성하며 보육하고 싶다고 사정을 하더군요. 무엇 때문에 반성한다고 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너무 간곡히 부탁을 하였어요. 이를 본 주 서방과 우리 남편이 그렇게 하라고 허락을 해서 지금은 제이미 없는 수경이 옆은 지옥 같답니다.
정말 제이미에게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조만간 작은 선물 하나 해주고 싶은데 제이미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직 잘 몰라 고민하고 있답니다. 좋아하는 것을 물으면 됐다는 말로 말을 피하는데... 정말 좋은 것을 하나 선물로 사주고 싶어요. 제이미가 지금은 수경이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이니까요.
제이미는 이제 저희 가족과 떨어질 수 없는 가족이나 다름없죠. 가끔 수경이가 몸조리로 나와 함께 여행을 갈 때면 바쁜 주 서방을 대신해 손주들을 모두 책임지고 마치 엄마처럼 대해주고 있어요. 나와 수경이는 제이미에게 상당히 의지하고 의존하며 손주들을 맡기고 있답니다. 그건 주 서방도 느끼는 감정일 것이고요.
어느덧 주 서방의 강의가 끝나갈 무렵이네요. 부끄러워서 더는 못하겠고 주 서방 오면 바꿔서 말씀드리라고 하겠습니다.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살고 있어요. 아참, 마지막으로 큰 딸 보경이 소식을 전하지 않았네요. 보경이는 현재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답니다. 아빠를 닮아 정치에 관심이 있는지 정치외교학과로 유학을 가 있는데...
“감사합니다.”
“짝짝짝...!!”
“장모님, 오늘 제 강연 어땠어요?”
“어? 뭐라고 하는지 못 들었는데...”
“네?”
“에필로그인가 뭔가 이거 말해주느라 자네 얘기를 하나도 듣지 못 했어.”
“헐... 오늘 장모님 얘기도 했는데...”
“정말? 뭐라고?”
“이런 장모님 처음 봤다고... 욕을 얼마나 했는데요.”
“뭐라고?!”
“하하하, 농담입니다. 우리 장모님 최고라고 했어요.”
“확인을 해야 하는데... 방법이 없으니.”
“정말이에요, 장모님 칭찬만 했어요.”
“알았으니 이제 정리하고 집으로 가세나, 그리고 이거 카메라랑 마이크 좀 가져가.”
“네, 수고하셨어요. 이제부터는 제가 다시...”
“정말 내 욕했어?”
“아니라니까요...”
“이걸 어떻게 확인하지? 기가 막히네.”
“흐흐흐.”
장모님이 어디까지 소식을 전했는지 몰라 고민 중이다.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하고... 우리 아이를 올 4월에...
“애 낳은 것 얘기 했다네.”
“아, 그러셨어요?”
그렇다면 그 얘기는 패스하고... 음... 제가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집에서 애들을 봐 줄 수 없어 고민하던 중 정말 우연하게도... 제이미가...
“그 얘기도 내가 했다네.”
“아, 그러셨구나.”
음... 그럼 장모님이 모를 얘기를 해드려야 하니... 당연히 궁금한 사람이 홍 사장일 것이다. 홍 사장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 보경이가 서울로 돌아와 인터폴을 통해 중국 공관과 함께 협조하여 홍 사장을 찾기 위해 샅샅이 중국 전역을 수사하고 있지만 어떠한 소식도 들어오지 않았다. 중국의 탄광촌과 어촌을 중심으로 수사를 하고 있지만 홍 사장을 보았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수사를 하며 들려오는 소식에는 중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팔려갔다는 소문도 있고 이미 죽어 바다 어딘가에 고기밥이 되었다는 소문도 있고... 아직 정확하게 확인된 소문의 진실은 없다. 홍 사장을 꼭 만나고 싶은 것은 마지막에 내 이름을 부르며 끌려가던 장면이 아직도 내 머리에 남아 있고 그런 홍 사장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기 때문이다.
연락이 닿지 않는 그 어딘가에 아직까지 살아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절대 쉽게 죽을 여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시기와 환경도 이겨낸 억척스러운 여자다. 나를 만나고 싶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만일 홍 사장에 대한 정확한 소식이 들린다면 바로 그 곳으로 달려 갈 것이다.
홍 사장에 대한 의리인지 애정인지 구분을 할 수 없을 만큼 내 마음 속에 홍 사장은 영원히 자리하고 있으니. 잠시 다른 생각을 하자면 우연히 중국으로 배낭여행을 하다 만리장성에서라도 스치듯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공인중개사를 직업으로 선택하게 만든 장본인이며 그로 인해 이일을 통해 수경이를 만나게 해준 기회를 제공한 사람이지 않은가.
인터폴은 한 달에 한 번씩 홍 사장에 대한 수사내용을 나에게 이메일로 보내주고 있다. 물론 일반인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한 국가의 대통령이라는 배경을 지닌 나만의 특권일 수도 있다. 한 달에 한 번, 홍 사장의 수사파일이 이메일로 도착할 때면 가슴이 설렘으로 가득 차며 동시에 두려움도 든다.
좋은 소식이 전해질거란 예상과 그 반대의 소식이 전해질 것이란 예상이 교차하기 때문에 이메일 파일을 쉽게 열람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이 세상 어딘가에 홍 사장이 반드시 꼭 살아 있다고... 언제일지 모르지만 그 언젠가 나를 향해 방긋 웃으며 만나게 될 홍 사장을... 그녀가 정말 보고 싶다.
“주 서방, 수경이가 족발이 먹고 싶다고 전화가 왔네.”
“족발이요?”
“응, 집에 가는 길에 잠시 들려서 사가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하시죠, 어서 가시죠.”
“그런데 걔는 왜 안먹던 족발이 먹고 싶다고 난리지?”
“아마... 제이미 때문에 그럴 거예요.”
“제이미?”
“제이미가 족발 킬러거든요, 저녁에 저와 자주 족발에 소주 한 잔하는데...”
“그래? 그랬어? 그런데 저녁에 제이미가 집에서 족발에 소주를 마시고 가?”
“그게... 너무 많이 마시면 그냥 저희 집에서 자고 가라고 하며 재우고...”
“정말? 아가씨가 대단하네.”
“그러게요.”
제이미는 우리 집에서 우리 애들을 봐주며 가끔 집에서 자고 가기도 했다. 뭐... 나와 제이미 관계가 확실하게 끝난 게 아니기에... 우리 집에서 자고 갈 때면 잠든 수경이 몰래 나와 야릇한 순간도 있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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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발은... 정말 징그럽게 생겼어.”
“작은 아가씨, 이게 먹다보면 정말 잊지 못하는 맛이에요.”
“그래도... 못생기고...”
“한 번 드셔보세요, 정말 최고랍니다.”
“아니야, 제이미나 많이 먹어.”
그날도 나는 족발을 사가지고 집에 갔다. 수경이는 족발을 먹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제이미가 너무 좋아하는 음식이었고 우리 애들을 돌봐준다는 사실에 고마워서였기도 했다. 또한 수경이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나와 제이미의 술자리가 가능한 순간이기도 했기에 일부러 사가는 경우도 있었다.
“하나 아빠, 오늘도 소주 마실 거야?”
“그래도 족발을 먹는데 소주가 빠지면 되겠어? 그건 족발에 대한 실례지.”
“말이라도 못하면...”
“작은 아가씨도 함께 해요.”
“아니, 난 됐어. 하루 종일 애들 보느라 지쳤어. 들어가서 잠이나 잘래. 다 먹고 치우고 자.”
“당신 자려고? 좀 더 있다가 들어가.”
“피곤해, 제이미는 술 마시고 혼자 가려면 위험하니까 저쪽 작은 방에서 자고 가.”
“그래도 될까요?”
“그럼, 뭐 어때. 우린 가족인데. 그럼 나 먼저 들어갈게.”
“한 점 먹고 들어가.”
“즐거운 시간 보네세요, 서방님.”
“......”
피곤하다며 먼저 안방으로 들어가 문까지 걸어 잠궈주는 센스. 그 모습을 확인하며 우린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오늘 힘들었어?”
“애들 보는 게 장난은 아니잖아요, 정말 대단한 하루였죠.”
“고마워, 수경이에게 나와 홍 사장과 함께 한 일에 죄책감을 갖고 반성하는 마음에 애들을 봐준다니...”
“그래야만 제가 두 분을 똑바로 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특히... 큰 아가씨를.”
“보경이...”
“자, 한 잔 같이해요.”
“제이미는 요즘 술이 많이 쌔졌어?”
“왜요?”
“소주를 아무리 먹여도 취하지를 않으니.”
“취하게 해서 뭐하려고요?”
“응? 글쎄... 무슨 짓을 해야 할까...”
“응큼하긴...”
“쫍쫍...”
우리가 앉아 있는 주방 식탁 위에서 서로의 입술이 부딪혔고 나의 한 손은 자동적으로 제이미의 가슴 위에 올려졌다. 아직까지는 평범한 주방의 공기가 뜨거워질 때쯤 제이미는 자신이 입고 있는 치마를 허리까지 말아 올리고는 팬티를 무릎까지 내린 상태에서 식탁 의자를 붙잡은 채 허리를 숙이고 자신의 엉덩이를 나에게 들이 민다.
“흐음...”
“조... 조용히 하세요, 작은 아가씨가 나오면... 윽...”
“제이미나 조심해.”
“?... ??...”
작고 아담한 엉덩이... 까무잡잡한 피부에서 느껴지는 탄력과 쪼임... 내가 제이미를 받아들이고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 뒤로 그녀의 구멍에 나의 물건을 삽입한 채 상채의 젖가슴을 빼면 허리의 박음질과 함께 흔들리는 유방을 어찌 잊으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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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족발을 먹고 싶다는 말은 제이미가 나를 원한다는 신호와 같이 들린다. 오늘 나는 제이미를 위해 봉사를 해야 할듯하다. 하지만 그게 좀처럼 쉽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장인어른인 박 대통령의 생일파티를 우리 집에서 하기로 했는데 기회를 엿보기 힘들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장모님과 나는 우리 집으로 향하다 유명한 ‘먹다 죽어도 족(足)같은 집’이란 족발집에 들려 족발을 포장했다. 그리고 소주를 사려고 슈퍼마켓에 가려하니 장모님이 나를 말린다. 최고급 양주를 싸왔단다. 양주가 먹고 싶어서가 아닌데... 나의 의도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장모님이 야속하다.
“띵동~”
“누구세요?”
“우리 왔어요.”
“아, 작은 아가씨! 영부인님과 선생님이 도착하셨답니다.”
도착한 우리 집, 총각 때 살았던 집을 정리하고 처갓집의 도움을 받아 조금 큰 평수로 집을 옮겼다. 집 대문을 열고 현관을 지나자 맛있는 냄새가 나와 장모님 코를 자극한다. 대체 문슨 음식을 했길래...
“웰 컴!”
“엄마에게 웰컴이 뭐야? 교양 없게...”
“글로벌 세대에 뒤처지는 말은 삼가 줘, 영부인이 무식하면 국민이 비웃어.”
“뭐야?!”
“헤헤헤. 농담.”
“우와~ 무슨 음식을 이렇게 많이 했어?”
“우리 집에 누가 있는지 몰라? 제이미가 솜씨 좀 발휘 했어.”
“역시... 제이미!”
“각하께서 입맛에 맞으셔야 할 텐데요.”
“대단하네!”
그리고 잠시 후, 검정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우리 집 앞을 삼엄하게 경계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장인어른이 오시는 모양이다.
“아빠 오나봐, 아저씨들 바빠졌네.”
“각하께서 들어오십니다!”
“알아요, 우리 아빠 오는 거 동네에 소문나겠네. 좀 작게 말해요.”
“아, 알겠습니다...”
곧이어 위풍당당한 장인어른이 우리 집으로 들어오셨다.
“어이고, 무슨 맛있는 냄새가 이렇게 진동을 해?”
“다녀오셨어요, 외투는 저에게 주세요.”
“당신을 보니 오늘 힘들었던 일들이 모두 가시는 기분이군.”
“이이도... 애들이 보고 있는데.”
“뭐, 어때?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데.”
“아무튼... 당신도.”
“하하하! 오늘 즐거운 시간을 갖어 봅시다!”
어느 가정과 다름없는 저녁 식사 시간. 우리는 정말 행복한 모습으로 자리에 둘러 앉아 장인어른의 생신을 축하하고 있었다. 생일인데 빠질 수 없는 케이크. 내가 장인어른 몰래 준비한 케이크를 안방에서 준비해 초에 불을 붙인 채 가져왔고 가족들은 그 케이크를 바라보며 초롱초롱한 눈빛을 짓고 있다.
“생신 축하 합니다~ 생신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노래가 끝나가자 손으로 자신의 인중을 가리며 감동 받은 듯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려는 시늉을 하는 장인어른 덕에 그 자리는 웃음바다가 되었다. 드디어 케이크가 장인어른 얼굴 근처로 가고 입을 동그랗게 만든 장인어른이 초를 끄기 위해 시늉을 하는 순간...
“띵동~”
“후웁~ 응? 누... 누가 왔는데?”
“이 시간에...? 누가 왔지?”
“제이미, 어서 나가봐.”
“네, 알겠습니다.”
“주 서방, 자네 나 모르게 누구 초대 했나?”
“그럴 리가요. 장인어른 생일파티에 초대한 사람이 없는데...”
제이미가 서둘러 현관으로 달려갔고 누군가 문을 벌컥 열며 들어섰다. 그 모습에 집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사람을 바라만 보고 있다.
“오랜만이죠? 아빠, 생신 축하드려요!”
보경이... 아니, 처형. 미국에 있는 보경이가 아빠의 생일날 연락도 없이 한국으로 들어왔다. 양손에 선물 보따리를 한가득 들고 말이다.
“언니!”
“박수경! 꺄아아!”
두 자매는 다툼이 많은... 오로지 싸우기 위해 살아가는 자매가 아니다. 마치 이산가족이 상봉을 하듯 반갑게 서로를 껴안으며 좋아한다. 이래서 물보다 피가 진하다는 말이 있나보다.
“가시나, 올 거면 온다고 전화나 한 통하지...”
“비밀 작전 좀 펼쳤어, 나 빼고 재미있게 즐기나 하고. 감시하려고.”
“누가 애비 딸 아니랄까.”
흐뭇한 표정으로 나는 보경이를 바라보았고 보경이도 나를 향해 멋쩍은 미소와 윙크를 보내준다. 내가 앉아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 보경이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하며 그녀를 불렀다.
“보경... 아니지, 처형. 한국에 온 걸 진심으로 환경해요.”
“훗... 제가 윗사람이니 앞으로 어떻게 하나 보겠어요.”
“제가 뭐...”
“울보 아저씨.”
“네?! 하하하.”
“호호호!”
평범한 삶에서 로얄리즘한 삶을 살게 되었지만 지금 이 순간 돈이 있고 없고, 명예가 있고 없고를 떠난 그냥 아주 평범한 가정의 사람들이다. 내 삶이 행복했고 앞으로도 이런 다복한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게 대한민국에 남자로 태어난 나의 사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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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를 작성하며 지금 올려드리는 순간도... 아쉽기만 합니다. 최대한 해피엔딩을 구상하며 작성했는데 왜 제 마음에는 들지 않을까요...ㅠ 그래도 지금까지 화려한 외도를 사랑해 주신 많은 분들께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늪에 빠진 여인도 많은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제주도 여행, 그로부터 1년 후...
나의 삶은 수경이를 만나기 전보다 진보 되었고 발전된 삶을 살게 되었다. 고작 일개 공인중개사였던 나의 직업에 일명 자문위원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고 듣기만 해도 무겁게 느껴지는 국민 대표란 말이 수식어처럼 따라 다닌다.
두꺼비 정책은 어떻게 됐냐고? 음... 한 낯 부질없을 것 같았던 정책은 대 성공을 거두었다. 남아도는 미분양 아파트는 흔적조차 사라지며 오히려 건설 붐을 일으켰고 그 덕분에 실업률도 낮아지게 되었다. 자금이 시장에 돌기 시작하며 내수경제는 자동으로 살아났고 사람들의 입에서 농담처럼 큰돈을 벌기위해서는 건설업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곰팡이 냄새에 쾌쾌하고 작은 나의 사무실에 앉아 있기가 벅찰 만큼 각 지역의 대학에서 특강 요청이 쇄도하였고 그 덕에 내 가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남자가 되었다. 결혼? 당연히 수경이와 지난 해 가을 웨딩마치를 올렸다. 내가 결혼하던 날, 하늘에서는 뜬금없는 폭우로 우리의 첫 출발에 큰 방해가 되었었다.
누군가 여자가 결혼하는 날의 날씨는 신부의 마음이라 했던가... 특히 그날은 심했다. 기쁨의 눈물이었는지 슬픔과 원망의 눈물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앞도 보이지 않는 폭우가 하객들을 불러 모으는데 상당히 힘이 들었고 예식도 잘 진행되지 않아 웃음과 폭소를 자아냈었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 이제 곧 강단에 오르셔야 할 시간입니다. 준비하시지요.”
“아, 알겠습니다.”
나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소희 명문대학교 경영학과 특강에 초대되어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더 자세하게 그간의 소식을 전하고 싶지만...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 말을 이어갈 수가 없다. 그래서 에필로그를 끝내겠다. 안녕!
이렇게 말하면 우리의 소식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죽을 지경이고 배신감을 느낄 것 같아 나를 대신해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을 섭외했다.
“선생님, 지금 올라가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곧 그리 가죠.”
이제 정말 나와의 이야기는 끝내야겠다. 나를 대신해 소식을 전해줄 사람에게 이 마이크를 넘기겠다. 나와 함께 이곳에 있다. 요즘 그분은 내 매니져 역할을 하며 스케줄을 관리해주고 계신다. 잠시 자동차에서 짐을 가져 온다고 나가셨는데... 아, 마침 저기 오고 계신다. 나는 이제 강단에 서야겠다.
“안녕하세요, 공인중개사 주인공입니다. 만나게 돼서 진심으로 반갑습니다.”
“짝짝짝...!!”
“응? 이 카메라와 마이크는 뭐지?”
“에필로그를 작성하시다 강연 시간이 되어서 대신 부탁을 하셨습니다.”
“어머, 주 서방도 참...”
“시작해 주시겠어요?”
“호호호, 여러분 모두 안녕하세요~”
지금부터는 장모인 제가 대신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음... 어디부터 설명을 드려야 할까요? 아! 그 얘기부터 하면 되겠네요. 수경이는 현재 집에 있어요. 무척이나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며 보육전쟁을 치르고 있답니다. 아이들 이름은 하나, 두리, 세리 그리고 네리. 정말 예쁜 이름이죠? 그런데 왜 네 명이냐고요?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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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달 어느 날...
“으윽... 아파! 아프다고...”
“수경아 조금만 참아! 병원에 다 왔어.”
“꺄아아!!”
“아아아! 내 머리... 아아아!!”
“너무 아파... 아프다고!!”
“자기야, 내 머리도 아파. 당기지... 마. 아악!”
“꺄아아!!”
수경이는 그날 출산이 진행되며 통증이 왔고 주 서방 머리채를 잡은 채 분만실로 들어갔어요. 함께 들어갔다는 표현보다는... 끌려들어 갔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초산인데 불과하고 첫 번째 하나를 병원에 도착하고 30분 만에 낳았고 그 뒤로 1분 간격으로 세리까지 낳았죠. 제 딸이지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쌍둥이를 그렇게 쉽게 낳는다는 사실이... 초산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죠. 분만실 밖에서 출산 소식은 아이들의 울음소리로 확인을 하고 있었는데 세 명의 울음소리를 모두 듣고는 남편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감격에 복 받쳐 눈물을 쏟아 내더군요. 제가 애 둘을 낳을 때도 울지 않던 사람이 손주를 본다는 것에 감사했을까요? 왠지 조금 서운했어요.
주 서방이 분만실에서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도통 나오지 않더군요. 그로부터 약 5분이 흐른 뒤 분만실 안에서 들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죠. 그 소리를 듣고 나와 남편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믿을 수 없다고 동시에 말할 정도였어요.
“어? 한 명이 더 있어요!”
“뭐라고?!”
“자기야... 꺄아아! 나 죽어!!”
“아아! 아파! 그만 좀 당겨!”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아프잖아! 오빠 때문에 내가 이렇게 아프다고!!”
“나도 아파 죽어! 아아... 머리 좀 놔줘!”
“응애, 응애!”
그렇게 우리의 막내, 네리가 태어났어요. 병원에서는 정말 세쌍둥이 인줄 알았다고 어찌나 말하던지... 하나부터 세리까지는 아들, 네리는 딸이네요. 우리 딸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네 남매를 한 번에 낳았다니... 위대한 엄마로 성장했다는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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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리리~”
아, 전화가 왔네요. 잠시 만요. 누굴까? 수경이네요. 전화 좀 받아야겠어요.
“어, 딸. 무슨 일이야?”
“엄마, 오빠 특강 언제 끝나?”
“이제 시작했어. 두 시간이니까 이따 끝나겠네. 왜? 무슨 일인데?”
“그러면 이따 끝나고 우리 집으로 올 거지?”
“그래야 하지 않겠어? 오늘 아빠 생신파티를 하기로 했으니까.”
“부탁이 있어.”
“부탁? 뭔데?”
“족발 좀 사다 줘.”
“족발? 뭐 그런 걸 먹니.”
“얼마나 맛있는데... 꼭 사와야 해. 알겠지?”
“별걸 다 먹네, 애 낳더니 이제 입맛이 정말 아줌마 됐네.”
“영부인님, 걱정 마시고 천천히 오세요.”
“응? 누구?”
“제이미가 엄마 천천히 오래, 지금 애들이랑 전쟁 치르고 있어서 길게는 통화 못해. 제이미, 애들 똥 쌌나봐!”
“작은 아가씨, 제가 기저귀 갈게요. 어머... 한 둘이 아닌데요?”
“엄마, 네 명이 한 번에 다 똥 쌌나봐. 끊어!”
“어, 그래.”
수경이... 정말 정신없이 살죠? 다행인 것은 제이미가 청와대에서 사표를 냈는데 어느 날 찾아와 수경이의 아이들을 자신이 반성하며 보육하고 싶다고 사정을 하더군요. 무엇 때문에 반성한다고 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너무 간곡히 부탁을 하였어요. 이를 본 주 서방과 우리 남편이 그렇게 하라고 허락을 해서 지금은 제이미 없는 수경이 옆은 지옥 같답니다.
정말 제이미에게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조만간 작은 선물 하나 해주고 싶은데 제이미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직 잘 몰라 고민하고 있답니다. 좋아하는 것을 물으면 됐다는 말로 말을 피하는데... 정말 좋은 것을 하나 선물로 사주고 싶어요. 제이미가 지금은 수경이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이니까요.
제이미는 이제 저희 가족과 떨어질 수 없는 가족이나 다름없죠. 가끔 수경이가 몸조리로 나와 함께 여행을 갈 때면 바쁜 주 서방을 대신해 손주들을 모두 책임지고 마치 엄마처럼 대해주고 있어요. 나와 수경이는 제이미에게 상당히 의지하고 의존하며 손주들을 맡기고 있답니다. 그건 주 서방도 느끼는 감정일 것이고요.
어느덧 주 서방의 강의가 끝나갈 무렵이네요. 부끄러워서 더는 못하겠고 주 서방 오면 바꿔서 말씀드리라고 하겠습니다.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살고 있어요. 아참, 마지막으로 큰 딸 보경이 소식을 전하지 않았네요. 보경이는 현재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답니다. 아빠를 닮아 정치에 관심이 있는지 정치외교학과로 유학을 가 있는데...
“감사합니다.”
“짝짝짝...!!”
“장모님, 오늘 제 강연 어땠어요?”
“어? 뭐라고 하는지 못 들었는데...”
“네?”
“에필로그인가 뭔가 이거 말해주느라 자네 얘기를 하나도 듣지 못 했어.”
“헐... 오늘 장모님 얘기도 했는데...”
“정말? 뭐라고?”
“이런 장모님 처음 봤다고... 욕을 얼마나 했는데요.”
“뭐라고?!”
“하하하, 농담입니다. 우리 장모님 최고라고 했어요.”
“확인을 해야 하는데... 방법이 없으니.”
“정말이에요, 장모님 칭찬만 했어요.”
“알았으니 이제 정리하고 집으로 가세나, 그리고 이거 카메라랑 마이크 좀 가져가.”
“네, 수고하셨어요. 이제부터는 제가 다시...”
“정말 내 욕했어?”
“아니라니까요...”
“이걸 어떻게 확인하지? 기가 막히네.”
“흐흐흐.”
장모님이 어디까지 소식을 전했는지 몰라 고민 중이다.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하고... 우리 아이를 올 4월에...
“애 낳은 것 얘기 했다네.”
“아, 그러셨어요?”
그렇다면 그 얘기는 패스하고... 음... 제가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집에서 애들을 봐 줄 수 없어 고민하던 중 정말 우연하게도... 제이미가...
“그 얘기도 내가 했다네.”
“아, 그러셨구나.”
음... 그럼 장모님이 모를 얘기를 해드려야 하니... 당연히 궁금한 사람이 홍 사장일 것이다. 홍 사장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 보경이가 서울로 돌아와 인터폴을 통해 중국 공관과 함께 협조하여 홍 사장을 찾기 위해 샅샅이 중국 전역을 수사하고 있지만 어떠한 소식도 들어오지 않았다. 중국의 탄광촌과 어촌을 중심으로 수사를 하고 있지만 홍 사장을 보았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수사를 하며 들려오는 소식에는 중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팔려갔다는 소문도 있고 이미 죽어 바다 어딘가에 고기밥이 되었다는 소문도 있고... 아직 정확하게 확인된 소문의 진실은 없다. 홍 사장을 꼭 만나고 싶은 것은 마지막에 내 이름을 부르며 끌려가던 장면이 아직도 내 머리에 남아 있고 그런 홍 사장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기 때문이다.
연락이 닿지 않는 그 어딘가에 아직까지 살아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절대 쉽게 죽을 여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시기와 환경도 이겨낸 억척스러운 여자다. 나를 만나고 싶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만일 홍 사장에 대한 정확한 소식이 들린다면 바로 그 곳으로 달려 갈 것이다.
홍 사장에 대한 의리인지 애정인지 구분을 할 수 없을 만큼 내 마음 속에 홍 사장은 영원히 자리하고 있으니. 잠시 다른 생각을 하자면 우연히 중국으로 배낭여행을 하다 만리장성에서라도 스치듯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공인중개사를 직업으로 선택하게 만든 장본인이며 그로 인해 이일을 통해 수경이를 만나게 해준 기회를 제공한 사람이지 않은가.
인터폴은 한 달에 한 번씩 홍 사장에 대한 수사내용을 나에게 이메일로 보내주고 있다. 물론 일반인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한 국가의 대통령이라는 배경을 지닌 나만의 특권일 수도 있다. 한 달에 한 번, 홍 사장의 수사파일이 이메일로 도착할 때면 가슴이 설렘으로 가득 차며 동시에 두려움도 든다.
좋은 소식이 전해질거란 예상과 그 반대의 소식이 전해질 것이란 예상이 교차하기 때문에 이메일 파일을 쉽게 열람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이 세상 어딘가에 홍 사장이 반드시 꼭 살아 있다고... 언제일지 모르지만 그 언젠가 나를 향해 방긋 웃으며 만나게 될 홍 사장을... 그녀가 정말 보고 싶다.
“주 서방, 수경이가 족발이 먹고 싶다고 전화가 왔네.”
“족발이요?”
“응, 집에 가는 길에 잠시 들려서 사가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하시죠, 어서 가시죠.”
“그런데 걔는 왜 안먹던 족발이 먹고 싶다고 난리지?”
“아마... 제이미 때문에 그럴 거예요.”
“제이미?”
“제이미가 족발 킬러거든요, 저녁에 저와 자주 족발에 소주 한 잔하는데...”
“그래? 그랬어? 그런데 저녁에 제이미가 집에서 족발에 소주를 마시고 가?”
“그게... 너무 많이 마시면 그냥 저희 집에서 자고 가라고 하며 재우고...”
“정말? 아가씨가 대단하네.”
“그러게요.”
제이미는 우리 집에서 우리 애들을 봐주며 가끔 집에서 자고 가기도 했다. 뭐... 나와 제이미 관계가 확실하게 끝난 게 아니기에... 우리 집에서 자고 갈 때면 잠든 수경이 몰래 나와 야릇한 순간도 있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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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발은... 정말 징그럽게 생겼어.”
“작은 아가씨, 이게 먹다보면 정말 잊지 못하는 맛이에요.”
“그래도... 못생기고...”
“한 번 드셔보세요, 정말 최고랍니다.”
“아니야, 제이미나 많이 먹어.”
그날도 나는 족발을 사가지고 집에 갔다. 수경이는 족발을 먹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제이미가 너무 좋아하는 음식이었고 우리 애들을 돌봐준다는 사실에 고마워서였기도 했다. 또한 수경이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나와 제이미의 술자리가 가능한 순간이기도 했기에 일부러 사가는 경우도 있었다.
“하나 아빠, 오늘도 소주 마실 거야?”
“그래도 족발을 먹는데 소주가 빠지면 되겠어? 그건 족발에 대한 실례지.”
“말이라도 못하면...”
“작은 아가씨도 함께 해요.”
“아니, 난 됐어. 하루 종일 애들 보느라 지쳤어. 들어가서 잠이나 잘래. 다 먹고 치우고 자.”
“당신 자려고? 좀 더 있다가 들어가.”
“피곤해, 제이미는 술 마시고 혼자 가려면 위험하니까 저쪽 작은 방에서 자고 가.”
“그래도 될까요?”
“그럼, 뭐 어때. 우린 가족인데. 그럼 나 먼저 들어갈게.”
“한 점 먹고 들어가.”
“즐거운 시간 보네세요, 서방님.”
“......”
피곤하다며 먼저 안방으로 들어가 문까지 걸어 잠궈주는 센스. 그 모습을 확인하며 우린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오늘 힘들었어?”
“애들 보는 게 장난은 아니잖아요, 정말 대단한 하루였죠.”
“고마워, 수경이에게 나와 홍 사장과 함께 한 일에 죄책감을 갖고 반성하는 마음에 애들을 봐준다니...”
“그래야만 제가 두 분을 똑바로 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특히... 큰 아가씨를.”
“보경이...”
“자, 한 잔 같이해요.”
“제이미는 요즘 술이 많이 쌔졌어?”
“왜요?”
“소주를 아무리 먹여도 취하지를 않으니.”
“취하게 해서 뭐하려고요?”
“응? 글쎄... 무슨 짓을 해야 할까...”
“응큼하긴...”
“쫍쫍...”
우리가 앉아 있는 주방 식탁 위에서 서로의 입술이 부딪혔고 나의 한 손은 자동적으로 제이미의 가슴 위에 올려졌다. 아직까지는 평범한 주방의 공기가 뜨거워질 때쯤 제이미는 자신이 입고 있는 치마를 허리까지 말아 올리고는 팬티를 무릎까지 내린 상태에서 식탁 의자를 붙잡은 채 허리를 숙이고 자신의 엉덩이를 나에게 들이 민다.
“흐음...”
“조... 조용히 하세요, 작은 아가씨가 나오면... 윽...”
“제이미나 조심해.”
“?... ??...”
작고 아담한 엉덩이... 까무잡잡한 피부에서 느껴지는 탄력과 쪼임... 내가 제이미를 받아들이고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 뒤로 그녀의 구멍에 나의 물건을 삽입한 채 상채의 젖가슴을 빼면 허리의 박음질과 함께 흔들리는 유방을 어찌 잊으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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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족발을 먹고 싶다는 말은 제이미가 나를 원한다는 신호와 같이 들린다. 오늘 나는 제이미를 위해 봉사를 해야 할듯하다. 하지만 그게 좀처럼 쉽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장인어른인 박 대통령의 생일파티를 우리 집에서 하기로 했는데 기회를 엿보기 힘들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장모님과 나는 우리 집으로 향하다 유명한 ‘먹다 죽어도 족(足)같은 집’이란 족발집에 들려 족발을 포장했다. 그리고 소주를 사려고 슈퍼마켓에 가려하니 장모님이 나를 말린다. 최고급 양주를 싸왔단다. 양주가 먹고 싶어서가 아닌데... 나의 의도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장모님이 야속하다.
“띵동~”
“누구세요?”
“우리 왔어요.”
“아, 작은 아가씨! 영부인님과 선생님이 도착하셨답니다.”
도착한 우리 집, 총각 때 살았던 집을 정리하고 처갓집의 도움을 받아 조금 큰 평수로 집을 옮겼다. 집 대문을 열고 현관을 지나자 맛있는 냄새가 나와 장모님 코를 자극한다. 대체 문슨 음식을 했길래...
“웰 컴!”
“엄마에게 웰컴이 뭐야? 교양 없게...”
“글로벌 세대에 뒤처지는 말은 삼가 줘, 영부인이 무식하면 국민이 비웃어.”
“뭐야?!”
“헤헤헤. 농담.”
“우와~ 무슨 음식을 이렇게 많이 했어?”
“우리 집에 누가 있는지 몰라? 제이미가 솜씨 좀 발휘 했어.”
“역시... 제이미!”
“각하께서 입맛에 맞으셔야 할 텐데요.”
“대단하네!”
그리고 잠시 후, 검정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우리 집 앞을 삼엄하게 경계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장인어른이 오시는 모양이다.
“아빠 오나봐, 아저씨들 바빠졌네.”
“각하께서 들어오십니다!”
“알아요, 우리 아빠 오는 거 동네에 소문나겠네. 좀 작게 말해요.”
“아, 알겠습니다...”
곧이어 위풍당당한 장인어른이 우리 집으로 들어오셨다.
“어이고, 무슨 맛있는 냄새가 이렇게 진동을 해?”
“다녀오셨어요, 외투는 저에게 주세요.”
“당신을 보니 오늘 힘들었던 일들이 모두 가시는 기분이군.”
“이이도... 애들이 보고 있는데.”
“뭐, 어때?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데.”
“아무튼... 당신도.”
“하하하! 오늘 즐거운 시간을 갖어 봅시다!”
어느 가정과 다름없는 저녁 식사 시간. 우리는 정말 행복한 모습으로 자리에 둘러 앉아 장인어른의 생신을 축하하고 있었다. 생일인데 빠질 수 없는 케이크. 내가 장인어른 몰래 준비한 케이크를 안방에서 준비해 초에 불을 붙인 채 가져왔고 가족들은 그 케이크를 바라보며 초롱초롱한 눈빛을 짓고 있다.
“생신 축하 합니다~ 생신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노래가 끝나가자 손으로 자신의 인중을 가리며 감동 받은 듯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려는 시늉을 하는 장인어른 덕에 그 자리는 웃음바다가 되었다. 드디어 케이크가 장인어른 얼굴 근처로 가고 입을 동그랗게 만든 장인어른이 초를 끄기 위해 시늉을 하는 순간...
“띵동~”
“후웁~ 응? 누... 누가 왔는데?”
“이 시간에...? 누가 왔지?”
“제이미, 어서 나가봐.”
“네, 알겠습니다.”
“주 서방, 자네 나 모르게 누구 초대 했나?”
“그럴 리가요. 장인어른 생일파티에 초대한 사람이 없는데...”
제이미가 서둘러 현관으로 달려갔고 누군가 문을 벌컥 열며 들어섰다. 그 모습에 집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사람을 바라만 보고 있다.
“오랜만이죠? 아빠, 생신 축하드려요!”
보경이... 아니, 처형. 미국에 있는 보경이가 아빠의 생일날 연락도 없이 한국으로 들어왔다. 양손에 선물 보따리를 한가득 들고 말이다.
“언니!”
“박수경! 꺄아아!”
두 자매는 다툼이 많은... 오로지 싸우기 위해 살아가는 자매가 아니다. 마치 이산가족이 상봉을 하듯 반갑게 서로를 껴안으며 좋아한다. 이래서 물보다 피가 진하다는 말이 있나보다.
“가시나, 올 거면 온다고 전화나 한 통하지...”
“비밀 작전 좀 펼쳤어, 나 빼고 재미있게 즐기나 하고. 감시하려고.”
“누가 애비 딸 아니랄까.”
흐뭇한 표정으로 나는 보경이를 바라보았고 보경이도 나를 향해 멋쩍은 미소와 윙크를 보내준다. 내가 앉아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 보경이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하며 그녀를 불렀다.
“보경... 아니지, 처형. 한국에 온 걸 진심으로 환경해요.”
“훗... 제가 윗사람이니 앞으로 어떻게 하나 보겠어요.”
“제가 뭐...”
“울보 아저씨.”
“네?! 하하하.”
“호호호!”
평범한 삶에서 로얄리즘한 삶을 살게 되었지만 지금 이 순간 돈이 있고 없고, 명예가 있고 없고를 떠난 그냥 아주 평범한 가정의 사람들이다. 내 삶이 행복했고 앞으로도 이런 다복한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게 대한민국에 남자로 태어난 나의 사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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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를 작성하며 지금 올려드리는 순간도... 아쉽기만 합니다. 최대한 해피엔딩을 구상하며 작성했는데 왜 제 마음에는 들지 않을까요...ㅠ 그래도 지금까지 화려한 외도를 사랑해 주신 많은 분들께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늪에 빠진 여인도 많은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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