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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3 01:27 680회 0건
집을 나서는 가정부를 바라보던 진우가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도희에게 지난밤의 일을 알려줄 기회를 볏보고 있었다. 마침 정원에서 일하고 있는 황 씨 외에는 식구들이 없는 시간이었다. 집안으로 들어간 그는 그녀의 침실로 향하는 복도에서 멈추어 섰다. 아직 그녀의 침실 안으로 들어가 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

그때 도희가 침실 문을 열고 나왔다. 그녀는 주름진 플레어스커트 위에 나시 블라우스를 걸친 편한 복장이었다. 진우는 성북동에 다녀온 일에 대하여 무척 궁금하다는 그녀의 눈빛을 의식했다.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을 늘어트린 어깨와 목을 드러낸 그녀에게서 열정이 넘치는 여성미가 흘렀다. 그는 말없이 주머니에서 각봉투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각 봉투를 받아든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가져 오셨군요!”
“..........!”

“고마워요~! 정말.”
“..........!”

각봉투를 열어 아버지의 필적을 확인하고 감격하는 도희의 표정! 그녀는 자신의 재산을 되찾았다는 것은 물론이고 권 이사에게 무시를 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무척 기뻤다. 그녀는 새삼 진우가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남자라고 생각했다. 남성은 남성 나름의 의지와 욕망이 있고 여성은 여성 나름의 욕구와 삶의 방식이 있다.

순간 도희는 진우에 대한 고마움과 기쁨을 표현하고 싶었다. 여자의 심적인 감동은 관심 깊은 남자 앞에서 더욱 열정을 드러낸다. 감격한 그녀의 눈동자에 이슬이 맺혔다. 진우는 마치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보듯이 빤히 쳐다봤다. 그는 슬며시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어 당겼다. 그리고 흠칫하는 그녀를 가슴속에 안았다.

"..............!"

다소 당황하는 표정으로 진우를 올려다보는 도희의 눈빛! 그는 턱 밑에서 올려다보는 그녀의 붉은 입술을 내려다봤다. 두려움을 느낀 그녀가 한걸음 물러서면서 벽에 등을 의지했다. 그는 천천히 그녀의 입술로 다가갔다. 입술이 포개지고 그녀가 흠칫했다. 그러나 그녀는 거부하지 않고 그에게 입술을 맡겼다.

진우는 팔에 힘을 주어 도희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이미 그와 은밀한 관계라는 비밀스러움을 간직한 그녀는 그의 입술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의 혀가 그녀의 입술을 헤집고 들어갔다. 그녀는 지난 오년간 남편과의 관계에서 느끼지 못했던 감흥에 젖었다. 그녀는 그의 입속으로 혀가 빨려 들어가는 순간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그녀는 둔부를 감싸고 있는 그의 손에서 전달되는 열기에 온몸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음..........!”

다리에 힘이 풀린 도희가 휘청거렸다. 그녀가 능동적으로 그의 혀를 받아드리고 있었다. 혀와 혀가 엉키고 그는 감당할 수 없는 욕구에 휘말렸다. 그의 손길은 어느새 그녀의 나시 블라우스 속을 더듬고 있었다. 브래지어 속으로 들어간 그의 손아귀에 탐스러운 젖가슴이 들어왔다.

“흠..........!”

농도 깊은 키스에 민감해진 도희가 눈동자를 크게 떴다가 감았다. 진우는 젖가슴을 쓰다듬다가 젖꼭지를 어루만졌다. 돌기를 일으키는 젖꼭지를 의식하는 그의 손끝이 그녀의 스커트를 걷어 올리고 있었다. 팬티 속으로 그의 손이 들어가는 순간 그녀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몸을 사렸다. 하지만 혀와 혀는 엉키어 있는 상태였다.

진우는 열기에 빠져드는 도희의 표정이 무척 선정적으로 보였다. 그는 그녀가 거부하는 표현을 했지만 결코 진심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는 흥분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녀도 자신을 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조금씩 그녀의 침실 방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등 뒤로 손을 뻗쳐 침실 문손잡이를 돌렸다.

몽롱한 열기에 젖은 도희는 본능적으로 진우에게서 벗어나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가슴속에 갇혔던 또 다른 본능의 불씨에 휘말렸다. 그녀는 불현듯 그가 민경과 스킨십을 하던 장면을 떠올렸다. 음! 그래....! 이 남자는 나를 좋아하고 있었던 거야. 나름대로 자신의 감정에 휘말린 그녀는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휩싸였다.

도희는 진우를 거부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도 않았다. 다만 주체할 수 없는 본능에 휘말릴 뿐이었다. 농도 깊은 키스를 하는 진우는 그녀를 끌어안고 열어젖힌 그녀의 침실 안으로 들어갔다. 여자의 체취로 가득한 침실! 그들은 허기진 사람처럼 서로의 타액을 들이마셨다. 그가 그녀를 침대위에 눕혔다.

도희는 아릿한 환상 속에 자신이 걸친 옷들이 진우의 손에 의해 벗겨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그도 발가벗은 상태가 되었다. 키스를 하던 그의 혀가 그녀의 젖가슴을 애무했다. 젖꼭지가 그의 입속으로 강하게 빨려 들어가고 그녀는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아! 안 돼! 그녀는 문득 그에게서 벗어나야한다는 이성을 떠올렸다.

“지, 진우씨! 그, 그만.........”
“...........!”

습한 열기의 목소리를 흘리는 도희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거부하는 마지막 목소리였다. 허벅지 사이에 그의 남성이 잇닿는 촉감을 느낀 그녀는 점점 깊은 읍속으로 빠지는 것만 같았다. 젖꼭지를 타액으로 적신 그의 혀끝이 밑으로 내려가며 살갗을 스치고 지날 때마다 그녀는 치솟는 성감의 황홀함에 빠져들었다.

“아~! 음.........”

도희는 밑으로 내려간 그의 혀끝이 허벅지 사이를 훑고 지나는 열기에 치를 떨었다. 남편 외에 남자의 강렬한 스킨십을 처음으로 경험하는 그녀는 휘몰아치는 자극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허벅지 사이에 묻힌 진우의 머리를 감싸서 끌어 올렸다.

“아........!”

진우는 감당할 수 없는 흥분에 숨을 몰아쉬고, 긴 속눈썹을 지그시 내리감고 있는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그가 그녀에게 접근하는 당초 목적은 것은 권씨 일가에 대한 보복이기도 하지만 신화그룹에 대한 정보를 캐내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남자로서 본능적인 욕망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었다.

도희의 손끝이 떨렸다. 진우는 등을 감싸는 그녀의 손길을 의식했다. 거부하지 않는 그녀의 뜨거워진 숨소리가 그를 더욱 흥분시킨다. 그녀의 보드라운 피부에서 사향 냄새가 흘러 나오는 것만 같았다. 터질 것처럼 용솟음치는 심장소리! 그는 잔득 발기한 페니스를 촉촉하게 젖은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밀어 넣었다. 동시에 그녀에게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읍~! 아, 아니........!”
“헙........!”

급히 숨을 들이마신 진우가 상체를 들어 올리고 도희를 내려다 봤다. 그녀가 갑자기 그의 가슴에 손을 뻗어 밀었던 것이다. 그녀는 몸속을 가득 채우는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고개를 들어 올린 그녀는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며 밑을 내려다봤다. 남편과 다르게 우람한 페니스가 허벅지 사이에 틀어박혀 있었다.

“..........!?”

도희는 남성으로 가득채운 골반이 뻐근해지는 포만감에 치를 떨었다. 이글거리는 그의 눈빛! 감정에 휘말렸던 그녀는 새삼스럽게 남편이 아닌 그를 받아드렸다는 자각심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차마 그의 눈빛을 마주할 수 없는 그녀는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그러나 이내 그녀는 그의 허리를 붙잡았다.

“아.......!”

몸속을 헤집는 남성의 열기가 몸속의 모든 감각의 돌기들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진우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고 허리를 들어 올렸다가 깊이 내리 눌렀다. 천천히, 그리고 깊게 그녀의 몸속으로 페니스가 밀려 들어갔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숨겨져 있던 세포들을 마찰했다. 점점 거칠어지는 숨소리가 이어졌다,

“음.......! 하. 아. 하........”
“읍, 으 읍, 읍, 하 읍, 읍.........”

도희는 몸속을 채운 남성이 진퇴할때마다 반사적으로 숨을 몰아 쉬었다. 깊이 헤집고 들어온 남성이 빠져 나갈 때마다 들어 올려지는 그녀의 둔부가 들어 올려졌다. 윤기가 흐르는 그녀의 찰랑거리는 긴 머리카락이 침대위에 연꽃처럼 펼쳐 있고, 침실 안은 그들의 거친 숨소리와 습한 열기로 가득해졌다.

“읍, 하 응, 으 읍, 하 읍.........”
“헉, 음.........”

탁상시계의 초침 소리와 함께 그들은 서로의 거친 심장소리에 도취되어 있었다. 진우는 노도와 같은 태풍으로 때로는 잔잔한 순풍으로 변하며 도희 안에 타오르는 열정의 불꽃을 활활 타오르게 했다. 그녀는 시간이 갈수록 숨이 멎을 것 같은 엑스터시의 늪 속에 빠져들고 있었다. 욕정은 두 살갗의 우연한 접촉에서 생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깊은 관심을 가진 두 영혼과 육체가 만나 결합하는 섹스일수록 한층 더 격렬하고 감미로운 것이다.

“아~! 읍, 하 으, 으 읍.........”

도희는 전혀 다른 환희의 시간 속에서 현실의 자신을 잊고 있었다. 그는 암사슴을 쫓는 광야의 사자처럼 집요하게 그녀의 육체를 가슴속에 품었다. 거친 숨을 몰아쉰 그는 그녀를 들어 올려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의 목덜미를 붙잡고 허리를 비틀었다.

“하 읍. 읍. 아 읍........”
“헛, 으, 하.........”

힘겨운 진우가 그녀를 반듯이 눕혔다. 그리고 다시 그녀의 허벅지를 벌리고 페니스를 깊이 밀어 넣었다. 희열의 열기에 잠겨있던 그녀는 몸속을 치밀고 들어오는 쾌감을 못 이겨 왈칵 그의 등을 움켜쥐었다. 엑스터시의 정상에서 그녀는 까무러칠 것만 같았다.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절정의 쾌감이었다. 정신마저 혼미한 그녀는 감당할 수 없는 희열에 상체를 들어올렸다.

“하 읍~! 어떡해..........!”

진우는 바둥바둥 매달리는 도희의 허리를 들어 올렸다. 호흡마저 거칠어진 그는 그녀의 몸 속 깊이 페니스를 빠르게 밀어 넣었다가 빼내기를 반복했다. 고개를 뒤로 젖혔던 그녀가 왈칵 매달리며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하 읍........”

잠시 숨을 멈춘 도희는 허리를 꿈틀거렸다. 부부관계에서 느끼지 못한 치열한 오르가즘에 그녀의 눈동자에는 눈물까지 맺혔다. 그녀는 계속해서 이어지는 엑스터시의 파도 속에 휘말렸다. 언제나 욕구에 만족하는 남편과 달랐다. 잠시 몸을 맡기고 있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비틀며 둔부를 들어올렸다.

“하 음........! 지, 진우씨........”
“...........!”

진우는 페니스가 뜨거운 샘물에 휘감기는 것을 느끼고 더욱 성욕의 불길에 휩싸였다. 그는 더욱 격렬하게 그녀의 몸속을 헤집었다. 부들부들 떠는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젖꼭지를 강하게 빨아 당겼다. 지친 듯이 누워있던 그녀가 그의 허리를 움켜잡았다. 순간 그는 뼈마디가 마비되는 엑스터시에 숨을 멈추고 온 몸을 경직시켰다.

“헉~! 음........”
“............!?”

도희는 몸속을 채운 남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를 느꼈다. 그 열기가 자궁까지 흘러 들어가는 것만 같아서 그녀는 허겁지겁 그의 목덜미를 붙잡고 매달렸다. 거친 숨을 흘리는 그들은 하나가 되어있었다. 어디선가 개짓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동안 그녀를 부둥켜안고 있던 그가 부스스 일어났다.

침대 밖으로 내려서는 진우를 바라본 도희는 격렬한 오르가즘 느꼈던 자신을 의식했다. 문득 부끄러운 생각에 벽을 향해 돌아누웠다. 그는 등을 지고 누운 그녀를 내려다봤다. 긴 머리채가 어깨를 덮고 있는 그녀의 자태가 선정적으로 느껴졌다. 그는 슬그머니 그녀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시선이 마주친 그녀의 입술에 가벼운 키스를 했다. 식구들을 의식하는 그는 더 이상 그녀의 침실에 머물 수가 없었다.

진우는 도희와 정사를 가진 후 더욱 민경의 접근을 멀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도희는 외면적으로는 평범하고 조순한 모습이었으나 내면적으로는 열정적인 매력을 간직한 여자였다. 그들은 서로의 표정만으로도 상대방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따금 시선을 마주칠 때마다 그들은 식구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은밀한 관계를 눈치 채는 식구들은 없었다.

열려진 승용차 창문으로 짭짤한 바닷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진우는 권 이사의 지시를 받고 인천 항구로 승용차를 몰고 가는 중이었다. 물품을 인수 받아 오라는 지시였다. 승용차 안에는 대도의 보스 격으로 일명 곰이라는 대도 개발의 관리상무 곽 도균과 영업부장 최 달구가 동승하고 있었다.

진우는 인수할 물품 내용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다. 단지 권 이사의 신임을 받기 위함이고, 그들과 동행하라는 지시로 어렴풋이 마약류나 고가품 종류의 밀수품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뒷좌석에 앉아서 잡담을 하고 있던 곽 도균이 진우에게 물었다.

“자네 고아 출신이라면서.......?”
“네.”

“권 이사님이 자네가 대단하다고 하던데, 운동 좀 했나?”
“그냥, 조금........”

운전대를 잡고 있는 진우가 백미러로 뒷좌석을 쳐다봤다. 곰이라는 별명대로 곽 도균은 몸집이 컸다. 그 옆에 앉아있는 마른체격의 최 달구는 눈 밑에 흉터자국이 있어 험상궂은 인상이었다. 곽 도균이 빙긋이 웃음을 흘리며 곽 도균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최 달구의 옆구리를 툭 쳤다.

“어이 괴물! 미스터 서한테 당했다면서?”
“에이~! 당하긴요! 준비도 안됐고, 토닥거리다가 말았는걸요.”

“이 사람, 준비가 뭐 필요해? 며칠 동안 쩔뚝거리고 다녔다면서.........”
“에이 형님도! 원래 다리가 안 좋았어요.”

“하하......! 변명은!?”

씁쓸한 표정을 지은 최 달구가 백미러를 통해 진우를 잔뜩 노려봤다. 그는 진우를 가볍게 보고 상대했다가 역습을 받은 것을 원통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진우는 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무시하고 가속 폐달을 밟았다. 내비게이션을 들여다 본 그는 대로를 벗어나 비포장도로로 들어갔다.

진우는 창고들 사이의 주차장에 승용차를 세웠다. 대부분 일층 구조의 창고들 사이에는 신축중인 고층 건물이 있었다. 이층까지 벽체가 완성되고 3층부터는 골재만 세워진 건물이었다. 건축자재들이 쌓여 있는 공터에는 인부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는 곽 상무를 뒤쫓아 최 달구는 물품을 인수할 대금이 들어있는 트렁크를 들고 내렸다. 그때 작업장에 어울리지 않게 정장에 넥타이 차림의 사내가 다가왔다.

“대도에서 오셨습니까?”

“그래 나, 곽 상무야.”
“기다렸습니다. 이리로 오시지요.”

곽 도균은 사내의 안내를 받아 어깨에 힘을 주고 따라갔다. 최 부장은 거들먹거리는 걸음으로 곽 상무와 나란히 걸어갔다. 뒤쳐져 가던 진우는 멈칫하고 주위를 살폈다. 왠지 공사장 분위기와 다르게 무겁게 느껴졌던 것이다. 공사인부들 대부분이 작업복 차림보다는 점퍼나 티셔츠 차림이었다. 그들은 각기 연장을 들고 있으나 별로 작업에는 관심이 없어 보이고 진우 일행을 힐끔힐끔 살폈다. 예민하게 주위를 살피며 걷는 그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재를 싫은 화물차 운전석에 앉은 사내의 눈빛, 건물 뒤편에서 걸어 나오다가 얼핏 몸을 숨기는 인부, 삼층에 골조 뒤에 몸을 숨기는 점퍼차림의 남자, 그리고 건물 입구에서 나오던 남자가 급히 몸을 숨겼다. 입구로 들어가니 작업을 하던 인부들 시선이 그들을 향했다. 복도에 연결된 공간들은 내부 공사가 완성되지 않아서 창고처럼 자재들이 쌓여 있었다. 그는 예리한 눈빛으로 페인트와 인화물질 등, 그리고 자재들 위에 뚫린 창문을 살폈다.

안내를 받아 이층으로 올라간 그들은 공사 사무실로 사용하는 방으로 들어갔다. 한쪽 벽에 놓인 책상 앞 의자와 중앙의 소파에 앉아 있던 남자들의 시선이 사무실로 들어가는 그들을 향했다. 진우는 뒤편에서 따라 들어오는 두 남자를 의식했다. 권 도균과 최 달구는 여유로운 모습이지만 진우는 긴장이 됐다. 회전의자에 앉았던 사내가 일어나면서 악수를 청했다.

“어서 오십시오. 해남의 박 승문입니다.”
“아~! 나. 대도 곽 상무요.”

박 승문과 악수를 나눈 곽 상무가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실내에 있던 사내들이 벽 쪽에 물러섰다. 최 달구가 가방을 무릎위에 놓고 곽 상무 옆의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다리를 꼬고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곽 상무가 주위에서 바라보고 있는 남자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넌지시 말했다.

“직원들이 많은 모양인데. 해남에서는 무슨 사업을 하시요?”
“우리는 군산에서 해운 운송과 창고를 조금 갖고 있습니다.”

“아~! 그러시군.”
“그럼, 다른 말 필요하겠습니까! 약속대로 거래를 합시다.”

순간 진우는 상대가 지방의 폭력조직이니 조심하라는 권 이사의 말을 떠올렸다. 박 승문이 옆에 서있는 사내에게 눈짓을 했다. 사내가 캐비닛을 열더니 큰 트렁크를 꺼내 탁자위에 올려놓았다. 곽 상무가 트렁크를 열어보려고 손을 뻗었다. 그때 박 승문이 팔을 들어 곽 상무를 제지하며 웃었다.

“하하~! 우리끼리 왜 이러십니까! 현금을 준비해달라고 했는데 먼저 봅시다.”
“대도를 어떻게 알고.......!?”

곽 상무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최 부장의 무릎위에 놓인 트렁크를 번쩍 들어서 탁자위에 올려놓았다. 그가 펼쳐놓은 트렁크 안에는 고액권의 현금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박 승문에게 확인을 시킨 곽 상무가 트렁크를 닫았다. 순간 곽 상무가 앉은 소파 뒤에 서 있던 진우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가방안의 현금을 확인한 박 승문이 맞은편에 서 있는 사내에게 눈짓을 하는 표정이 예사롭지 않아서 진우는 긴장했다. 동시에 사내들이 언제 집어 들었는지 방망이와 쇠파이프로 곽 상무의 머리와 최 부장의 어깨를 내리쳤다. 진우는 순간적으로 몸을 돌려 뒤에서 달려드는 사내의 턱을 가격했다. 놈들이 준비한 물건을 확인도 하기 전에 습격을 당한 것이었다.

“허 억~!”

“핫 윽~!”

“어읍~!”

마지막에 신음을 흘리며 뒤로 벌렁 나자빠진 것은 진우에게 반격을 당한 사내였다. 사내가 들고 있던 쇠파이프가 바닥에 떨어져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는 이어서 몸을 날려 소파를 건너뛰면서 돈 가방을 집어 들려는 박 승민의 복부를 걷어찼다. 그는 탁자위에 놓인 돈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몸을 돌렸다. 사무실안의 사내는 모두 여섯 명! 곽 상무와 최 부장은 불의의 습격을 당하고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저 새끼들 놓치지 마! 죽여!”
“오늘 제삿날이다.”

사내들은 비틀거리고 일어나는 곽 상무와 최 부장을 향해 달려들었다. 순간 진우가 탁자 위로 몸을 날려 양발로 두 사내의 가슴과 복부를 걷어찼다. 그러나 미리 준비하고 있던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진우는 자세도 잡기 전에 뒤에서 휘두른 각목에 어깨를 강타 당했다. 그때서야 상황을 알아챈 곽 상무와 최 부장이 일어나서 사내들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억~!”
“헉~! 이 새끼들이........”

삽시간에 사무실 안에는 난투극이 벌어졌다. 각목으로 어깨를 가격당한 진우는 탁자를 한발로 짚고 몸을 날려 달려드는 놈의 얼굴을 걷어찼다. 구석으로 처박힌 놈의 팔을 잡아 꺾는 그는 될 수 있으면 빠른 시간에 사무실을 빠져 나가야한다고 판단했다.

“빨리 나갑시다. 저 따라 와요!”
“........!”

진우의 반격에 쓰러졌던 사내와 박 승민이 눈에 불을 켜고 일어섰다. 진우는 주먹을 내지르는 박 승민을 피해 살짝 엎드리면서 뒤에서 달려드는 사내의 사타구니를 주먹으로 가격했다. 그리고 허공을 내지르는 박 승민의 목덜미를 수도로 내리쳤다. 찰나의 순간에 사무실은 난장판이 되었다. 입구로 몸을 돌리던 진우는 곽 상무와 몸싸움을 하는 사내의 뒤통수를 팔꿈치로 가격했다.

“빨리 갑시다.”
“.........!”

바닥에 쓰러진 사내들이 일어날 틈을 주지 않고 진우는 곽 상무의 팔을 낚아채고 입구를 벗어났다. 복도로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들고 있었다. 그는 눈여겨봤던 복도 옆의 자재가 쌓인 공간으로 들어갔다. 곽 상무와 최 부장이 인상을 찌푸리고 그를 뒤따라 들어왔다. 그는 들고 있는 가방을 자재더미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쇠파이프를 집어 인화물질 상표가 붙어있는 통에 구멍을 냈다.

“저 놈들 빨리 잡아!”
“뭐하고 있어? 병신 새끼들아.”

고함치는 소리와 발자국 소리가 소란스럽게 들렸다. 진우는 의아스럽게 바라보는 곽 상무와 최 부장을 무시하고 인화물질통을 들고 입구로 다시 나갔다. 뛰어 들어오려던 사내들이 주춤 거리는 사이에 그는 입구 근처 복도에 인화물질을 통째 뿌렸다. 그때서야 그의 의도를 눈치 챈 곽 상무와 최 부장도 그를 도와 재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라이터 불을 켜서 인화물질 위에 던졌다.

“헛~! 저 새끼가.......!”
“저 미친놈이.......”

삽시간에 불길이 복도에 치솟고 몰려들던 사내들이 뒷걸음 쳤다. 진우는 돌아서서 가볍게 자재더미위로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올려놓았던 돈 가방을 집어 들었다. 곽 상무와 최달구는 의아스런 표정으로 그를 따랐다. 자재더미 위를 뛰어간 그는 뚫려있는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 이층 창문 밑에는 목재들이 쌓여 있었다. 목재위에 내려선 그는 가볍게 땅위로 내려섰다.

“저기 있다. 잡아라!”

“놓치면 안 돼........!”

신축 건물 주변에 있던 사내들과 건물 입구에서 나온 놈들이 진우를 향해 뛰어왔다. 이층 창문인줄 모르고 뛰어내린 곽 상무와 최 부장이 목재위에서 굴러 떨어졌다. 그들은 쩔뚝거리며 승용차로 달려가는 진우를 뒤쫓았다. 급히 승용차에 시동을 거는 진우는 간신히 뒷좌석에 올라타는 그들을 확인하고 브레이크를 풀었다.

“야! 이 개 같은 놈아. 내려~!”

그때 달려온 사내가 운전석 문을 잡고 매달리면서 진우의 멱살을 잡으려고 했다. 진우는 핸들을 꺾으면서 사내의 면상을 팔꿈치로 가격했다. 그는 백미러로 땅바닥에 뒹구는 사내를 획인하면서 가속페달을 힘껏 밟았다. 뒤 유리창을 바라보던 권 상무와 최 부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백미러에 드러난 진우를 의식하고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삼십여 분후 곽 상무와 최 부장, 그리고 진우는 용산의 신화그룹 본사 사옥에 있었다. 권 종호 대표이사 방이었다. 권 이사와 마주 선 곽 상무는 그들이 물건도 건네주지 않고 물품 대금을 가로챌 계획으로 대기하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을 했다. 그들을 신임하고 있던 권 이사는 화가 치밀었다. 그는 어떻게든지 물류센터 건립을 하려는데 몰두하고 있었다.

그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금을 마련하느라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은행 금리가 높아서 더 이상은 부담이 되고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손쉬운 방법이 밀수품이었다. 신화 설립 초기부터 밀수품으로 자금을 충당하는 습성에 길들여진 그는 다이아몬드를 국내 유통시킬 생각이었다. 또한 정치인들이나 행정 관료들을 매수할 선물이기도 했다.

특히 권 종호는 물류센터 건립 허기를 받기에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었다. 관계기관 공무원들을 설득하는데 가장 손쉬운 방법이 그들의 욕망을 채워주는 것이었다. 그는 현금보다는 값어치가 높은 귀금속이 그들을 현혹시키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실수가 없었던 곽 상무가 상대에게 당했다는 말에 분통이 터졌다.

“에이~! 병신 같은 놈들~!”

울화통이 터진 권 종호이사는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싱가포르에서 만났던 밀수업자가 분명히 물품을 인도시켜주는 조건을 내세웠었다. 그렇다면 상대는 대금을 받으려고 기다릴 테지만 인수받지 못한 그에게는 책임이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꼭 필요한 물품이고 이제부터는 취득하는 사람이 주인이었다.

책상 앞의 회전의자에 앉았던 권 이사는 방안을 서성거렸으나 당장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떻게든지 물건을 찾아오고 싶은 그는 걸음을 멈추고 곽 상무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곽 상무는 자신 앞에 서서 쳐다보는 권 이사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다행히도.......! 미스터 서, 덕분에 돈 가방은 가져왔습니다.”

“그럼, 내가 운전이나 하라고 진우를 보낸 줄 알아!? 병신 같은 놈들! 나중에 부를게 나가~!”
“..........!”

진우를 힐끗 쳐다본 권 이사는 책상 앞으로 가서 회전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침몰하던 여객선의 위험 속에서 몸을 날리며 자신을 구출해주었던 진우의 모습을 떠올렸다. 물건을 인수하지 못했으나 돈 가방을 탈취당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그는 다시 한 번 진우에 대한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곽 상무와 최 부장이 방을 나가고 뒤이어 머뭇거리던 진우도 그들을 따라 나갔다.

대도의 곽 상무 일행이 사라진 후 인천의 신축 건물 안에는 해남 조직원들이 엎드려뻗친 자세로 정렬해 있었다. 그리고 각목을 휘두르는 둔탁한 소리가 공간에 울려 퍼졌다. 그들 조직의 보스인 오 덕재가 각목으로 조직원들을 돌아가면서 두들겨 패고 있었다. 그가 각목을 휘두를 때마다 조직원들이 신음을 흘리며 뒹굴었다.

“이 병신 같은 새끼들아!”
“헉!”
"하 으........"

“버러지 같은 놈들! 세 놈을 놓친단 말이야!”
“어 윽~!”
“헉~!”

마지막 조직원을 두들겨 패고 앞으로 걸어 나가던 오 덕재가 다시 멈추어 섰다.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엎드려 있는 조직원을 발로 마구 걷어찼다. 옆에서 긴장하고 서서 바라보던 행동대장격인 홍 기삼이 나서서 그를 만류했다.

“형님! 그만 하십시오. 물건을 뺐긴 건 아니잖습니까!”
“이런 쓰레기들! 어디다 써먹어.”

씨근덕거리는 오 덕재가 들고 있던 각목을 팽개쳤다. 홍 기삼이 그의 눈치를 살피며 조직원들에게 나가라고 손짓을 했다. 해남 조직은 오래전에는 한때 전국구 폭력조직으로 존재했었다. 사형선고를 받은 보스가 중병으로 죽고 그 실세 조직원들도 흐지부지 사라지고 명맥만 유지되는 상태였다. 오 덕재는 해남을 전국구 조직으로 부활시키려는 야망을 갖고 있었다. 조직을 강화하려면 자금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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