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행복의 시작, 참 고운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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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최우석의 시점 ■
2011년 H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 나는 열심히 공부하여 괜찮은 성적을 받았지만 운명의 이끌림 이었을까 그해 여름이 되기전 병무청에 9월로 입영신청을 하고 6월말 휴학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렇게 입영날짜를 기다리며 방학을 맞이한 나는 입대를 기다리며 고교동창이자 같은 대학에 진학한 강지성과 나와 같은과 친구인 김대명과 여행도 다녀오고 밤새 술도 마시며 즐거운 시간들을 보낸뒤 9월1일 드디어 아버지와 여동생과 같이 논산으로 향했다.
친구들도 논산에 오겠다고 전날까지 이야기를 계속 했지만 그날이 가을학기 시작일이라 내가 겨우 말려서 새벽에 잠깐 작별의 인사를 나눈뒤 학교로 돌려보냈다. 그날 가족들과 헤어진후 논산 훈련소의 생활을 마치고 자대로 배치된 나는 별탈없이 말년병장이 될때까지 군대 생활을 잘 마칠수 있었다.
2013년 6월 군 제대후 바로 복학하지 않고 휴학 연장을 선택하하였다. 그러길 얼마후 두살 어렸던 여동생은 아버지의 미국 전근에 맞춰 유학 준비를 해왔는지 둘이서 미국으로 가버려 혼자가 되었다. 그래도 아버지가 작은 오피스텔을 얻어주시고 3년치 학비와 넉넉한 생활비를 주셔서 돈걱정은 별로 없었지만 경험도 쌓을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복학 준비를 위해 틈틈히 학과 공부를 하였다.
아르바이트와 공부, 간혹 만나는 친구들과의 술자리 그런 생활을 반복하다 어느새 제대한지 1년하고 2개월이 되어가던 2014년 8월 1일 레스토랑 아르바이트 근무중 학교에서 보낸 복학알림 문자를 받았다.
-티링~ 문자야~ 문자.
[H대학교 학사일정 알림 - 2학기 복학생 신청 기간: 2014년 8월4일 ~ 8월15일]
"벌써 기간이 이렇게 됐구나!."
문자를 받고 혼잣말로 중얼거린후 마침 중간 점검시간이라 매니저에게 가서 얼마전, 복학전에 아르바이트를 그만 둔다는 말을 했었던 얘기를 다시 꺼냈다.
"매니저님, 제가 저번에 복학 하기전에 그만둔다고 했었잖아요!."
"어, 그랬지!..아~ 그러고 보니 곧 대학생들 복학신청할때인가?"
"네, 그래서 말인데요, 본격적으로 복학 준비를 하기위해 조만간 일을 그만둬야 할것 같습니다."
"하..그렇지, 안그래도 생각하고 있었는데..아직 방학 기간이라 우석씨 대체 인력은 빨리 구할수 있을것 같은데, 문제는..저녁 파트 타임이 계속 말썽이라..혹시 자네가 맡아 볼 생각없나!?"
"네!?, 방학 동안에요?"
"방학 기간도 그렇고, 기왕이면 학기중에도 도와주면 고맙고!."
"글쎄요, 학기 시작하면 다시 한번 열심히 공부해 보려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말고 좀 도와줘!, 내가 나중에 여기서 좋은 음식으로 대접해 줄테니!."
나는 사정하는 매니저의 부탁을 거절하기도 그렇고, 이곳에서 좋은 음식으로 보답한다고 하니 살짝 그를 떠보고 싶었다.
"저 혼자만요!?"
"하.하, 아니 친구들이건 여자친구건 데려오게..대신 자네 포함해서 네명 이내야!."
"매니점님 정말이시죠!?, 약속하시는 겁니다?."
"그래 알겠네!, 그런데 자네 근무한지 일년쯤 되었지?."
"그런가요!?, 제대후에 첫 아르바이트를 사정이 생겨서 한달만에 그만두고 얼마 있다 여기서 일하기 시작했으니..그때가 7월이니...일년이 조금 넘었겠네요."
"그럼 퇴직금도 준비해야겠군."
"네 감사합니다!"
매니저와 이야기를 잘 마치고 브레이크 타임동안 준비가 완료되어 손님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오후 시간이 되자 손님들이 붐비기 시작했고 내 행동도 그에 따라 바빠지고 있었다.
"오서 오세요~! 자리 안내 해 드리겠습니다."
손님들을 맞이하며 주문을 받고 확인한뒤 주방에 전달하고 테이블을 정리하는등 분주하게 움직이다 손님이 줄어든 시간에 돌아가며 식사를 하는데 내차례가 되어 음식을 먹고 있으니 저녁 타임을 맡아준게 그렇게나 고마웠던지 매니저가 다가와 다시 말을 건다.
"오후 타임 힘들었지!?"
"네..뭐 조금이요!."
"그래도 손님이 없는것 보단 났지, 잘못하면 레스토랑 문 닫는데도 많으니!."
"그런가요?, 그런데 전부터 느끼는건데 요즘같이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이런 고급 레스토랑에 손님이 참 많네요!?."
"글쎄!, 뭐 그만큼 능력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는 거겠지!."
"그렇군요.!"
나는 음식을 천천히 먹으며 그에게 전부터 가졌던 생각을 가볍게 물었을 뿐인데 그는 진지하게 답해주며 말을 이었다.
"뭐 여유가 있는 사람들도 오지만, 간혹 있는집 자녀들을 따라 다니며 같이 흥청망청 쓰는 젊은 녀석들도 있으니..뱁새가 황새 따라다니는 것이지!."
"그러고 보니 그런 느낌의 손님들을 종종 본것도 같네요!"
"자네도 아직 젊으니까 그런건 조심하게 괜히 돈과 시간만 낭비하고 나중에 남는건 없으니까..특히 여자들은 더 조심해야 하지만....!"
"네!?"
여자들에 대해 말하다가 말을 흐리는 그에게 그 다음 이야길 듣고 싶어 제스처와 함께 짧게 물어보지만 뭔가 빠트리듯 간단히 대답해 준다.
"그냥 하는 소리야..사람을 잘못 만나 인생이 꼬이기도 하니까!."
꼭 누구를 지칭하는것 같아 보이지 않아 더이상 물어볼수 없었지만 그래도 나의 마음속 어딘가 그의 말이 작게 새겨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참, 매니저님 내일 저 오전에 두시간만 자리를 비워도 될까요?"
"오전에!?"
"네, 복학 신청 바로 할려구요!."
"흠..그럼 차라리 점심 타임 끝나면 바로 다녀오지 그래? 그게 더 넉넉하게 다녀올수 있을테니!."
"그래도 될까요? 준비도 해야 하는데!?"
"괜찮네, 하루쯤 자네가 빠진다고 엉망되지 않으니까!."
"그런가요?, 전 제가 빠지면 영업이 안되는줄 알았죠!?"
"음..그렇긴 하지, 그럼 이참에 자네가 복학이고 뭐고 학교를 그만두고 여기서 쭉 일해주게!."
"네...?"
나의 장난스러운 말에 매니저가 정색하며 대답하자 나는 눈을 깜빡이며 그를 쳐다보며 물었지만 그의 표정은 평상시와 같아 정말 그러길 원하는건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제서야 그가 얼굴에 웃음기를 띄우며 말을 잇는다.
"농담이야~! 자네가 아무리 유능해도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를 학교까지 그만두게 하면서 여기에 묶어둘순 없지.."
"저도, 뭐..딱히..농담이신줄 알았습니다. 놀라거나 그러거 아니에요!."
"자네 표정이나 행동은 아닌것 같던데!."
"하하, 정말 아닌데...!"
"그래, 알았네..그럼 남은 식사 맛있게 먹고 남은 일도 잘 마무리해 주게!."
"네...!"
-뚜벅.뚜벅.뚜벅
내가 조금 민망해 하며 대답하는데 그는 웃음기를 유지한채 계속 약을 올리는것 같아 조금 얄미웠다. 말을 마치고 돌아가는 그를 보며 속으로 저녁타임 아르바이트 약속을 취소할까? 하는 소심한 생각을 잠깐하다가 남은 음식을 먹고 손님 맞이에 다시 나섰다. 그렇게 하루 일과를 마치고 오피스텔로 돌아오니 밤 8시50분이였다. 레스토랑과 집이 멀지 않았기에 처음 그곳에서 일하기 시작할때부터 무척 마음에 들어 오래 일하게 되었는데 벌써 일년이 넘었다는게 기분이 묘했다. 그곳의 사장 얼굴은 지금까지 딱 한번밖에 보지 못했지만 중년처럼 느껴지는데 얼굴이나 치장이 상당히 젊어보여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었다.
샤워를 하고 약간의 간식을 먹으며 컴퓨터관련 프로그래밍 서적을 보다 양치를 하고 TV프로를 한개 시청한후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8월4일 아침 평소와 같이 준비를 하면서 오후에 학교에 들리기 위해 학생증과 몇까지 제출할것을 준비하고 레스토랑 [amante 아망떼]로 출근하였다.
-삐걱, 달칵
"좋은 아침입니다~!."
레스토랑에 들어서며 내 나름대로 상쾌하게 인사를 하자 동료들이 맞아주었고,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와 점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11시30분이되자 한두 테이블씩 자리가 차기 시작했고 나를 비록한 홀 인원들은 바쁘게 1층과 2층을 오가며 손님 접대에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오후 2시 되기까지 조금씩 손님이 줄어드는 것을 느끼며 맥이 빠지도록 테이블들을 돌아가며 낮시간을 소화한 나는 매니저가 챙겨준 점심을 빠르게 먹고,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겨 학교로 발길을 옮겼다.
지하철을 타고 환승을 거쳐 학교가 있는 역에서 내리니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 사이를 지나 역에서 빠져나와 학교로 통하는 길로 접어드니 젊음의 향기가 물씬 느껴졌다. 다수의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이 거리나 커피숍에서 이야길 나누며 걷거나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아직 8월 초여서 그런지 여학생들의 치마나 상의가 상당히 간편한 모습이라는걸 눈으로 알수 있었다. 그렇게 여기 저기를 둘러보며 학교 정문으로 이동하니 그 안쪽의 전경도 교문밖과 별차이 없었다.
나 또한 남자여서인지 간혹 보이는 너무 짧아 엉덩이가 볼일것 같은 치마를 입고 있는 여학생들이 보일때면 잠시 눈이 돌아가다 곧바로 정신을 추스리며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학교 중앙로의 약간 비탈진 언덕길로 접어들며 본관 건물로 향하는데 조금 떨어진 앞쪽에 긴 머리카락을 뒤로 단정이 묵고 무릎 바로 아래까지 내려오는 연푸른 원피스 자락을 나부끼며 걷는 여학생의 뒷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다른 여성들을 볼때와는 다르게 그녀의 뒷모습에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마치 이길을 왜 걷고 있는지 잊어버린 것처럼 그리고 그녀만을 쫓고 있는 사람처럼 그렇게 그녀를 바라보며 홀린듯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는데 갑자기 왼쪽 어깨에 약한 통증이 느껴지며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야..최우석...우석아...우석아."
-툭
"야, 뭐야 아까부터 올라오면서 계속 이름불렀는데 뒤돌아 보지도 않고 그냥 올라가냐!?"
"어....응, 미안!."
내 어깨에 작은 통증을 선사한건 고등학교때부터 친구였던 영상학과 강지성이였다. 녀석은 내 이름을 불렀다는데 그녀에게 정신이 팔려 미쳐 듣지 못했나보다.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빠르게 다시 고개를 돌려 그녀의 행방을 눈으로 쫓아보지만 저위 갈림길에서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녀의 뒷모습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야, 최우석 왜그래!?"
"잠깐만~!."
-타.탁.탁.탁.탁.헉..헉
나는 짧게 대답하고, 그녀의 환영(幻影)이라도 쫓는 것처럼 빠르게 달려 갈림길까지 다달아 거기서 부터 나뉜 세갈래 길을 미친듯이 둘러보았다. 바로옆 본관 건물 계단에 올라서 찾아보기도 하고 더 위쪽 언덕길로 나뉜 길을 약간 더 올라갔다 둘러보고 내려오기도 하고, 다시 마지막 갈림길에 약간 높게 만들어진 화단 모퉁이에 올라서 두리번 거리며 찾아보지만 그 어디에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무슨일인가 싶어 그런 나를 쳐다보다가 다시 제갈길을 가는 학생들도 보여 보통때라면 창피할만도 한대 지금의 나는 그런 생각을 할 정신이 없었다.
-헉.헉.헉.
"야, 도대체 무슨일이야!?."
"아니 그게..."
"..? 그게 뭔데!?"
난 문득 헛개비를 본것인가 하는 생각을 떠올리며 방금전까지 그렇게 달려와 찾았는데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 그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내 눈과 마음속에 이미 그녀의 잔상은 자리잡아 남아있기에 완전히 허상이라고 단정하기 싫었다 게다가 대낮인걸 감안하면 분명 내가 보았던 그녀의 모습은 가짜가 아닐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행동에 대답을 요구하는 친구녀석에게 내 상황을 전하기가 왠지 부끄러웠다. 아직 실체인지 나 자신도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으면서 뒷모습만 보고 이런 행동을 했던 나를 바보 취급 할것같아 여기까지 나를 쫓아 뛰어온 친구에게 솔직히 말하기가 곤란해서 올라갔던 화단에서 내려오며 다른말로 얼버무렸다.
-하~아..하~아
"그게..그냥 오랜만에 학교에 오고보니 달리고 싶어서..!"
"뭐?, 너 갑자기 군대 다녀오더니 미친거 아냐?"
"지성아, 나 멀쩡하다!"
"그럼...!"
멀쩡하다는 내말을 듣고 녀석은 다른 원인을 찾으려는듯 내게 바짝 붙어 이마에 손을 대었다.
"뭐..뭐야!?"
"어!..열은 없는데 하긴 아직 한 여름인데 감기 걸렸을 일은 없고..날씨가 더워서 더위 먹은거 아니냐?"
"아니라니까 나 멀쩡해..그냥 뛰어본것 뿐이라니까..!"
"알았다..알았어!, 싱겁긴...간만에 캠퍼스 공기라도 깊이 들이마시고 싶었나 보구나!"
"으.응, 뭐 그렇다고 할수도..!"
"하여튼..넌 간혹 보면 이상한 구석이 있다니까!...아..그건 그렇고, 너도 오늘 복학 신청하러 온거지!?"
"어, 음..그래."
"역시 그럴줄 알았다니까..니가 첫날 바로 올줄 알았지.!"
"뭐!?"
"하하, 넌 뭐든 일찍 처리하려고 하는 습관이 있다는 걸, 이 형님이 알고 있었거든.!"
"핏, 그냥 뒤늦게 하면 사람들이 몰리까봐 첫날 온거야...무슨 습관은..그만 들어가자"
가볍게 얼버무린 내 이야기가 통했는지 지성은 더이상 꼬투리 잡지 않았고, 본관 건물은 바로 근처였기에 우린 등록 신청을 하러 발길을 옮겨 안으로 들어가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서류를 작성한뒤 제출한후 그 곳을 나왔다.
"너 그런데 오늘도 아르바이트 하는날 아니였냐!?"
"어, 맞아 잠깐 오후 준비 시간에 나온거야..이제 들어가 봐야지."
"뭐야?, 근데 언제 그만두려고? 복학하니까 거긴 이제 정리해야 되잖아?"
"어, 그게 사정이 생겨서 저녁 타임에 계속 도와주기러 했어.!"
"뭐?, 그럼 공부는 어떻게 하려고? 넌 아직 1학년 복학이니까..이제부터 졸업때까지 학점 관리도 해야 할거 아냐? 괜찮겠냐!?"
"매니저가 조금 배려해 준다고 했으니 충분할것 같아!"
"야!, 그러다 학점 떨어지면 어떻게 하려고!?...그냥 지금 관두는게 낫지..만일 나중에 그만 두려고 하면 더 곤란하지 않겠어!?"
"괜찮아!, 그 정도는 내가 알아서 할수 있으니까..걱정하지마!"
걱정해주는 지성이의 말에 괜찮다고는 했지만, 시험 기간에는 나도 약간 부담이될것 같다는 생각은 해왔기 때문에 잠깐 곤란한 표정을 짓다가, 내 얼굴을 친구녀석이 유심히 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걱정할까봐 웃는 표정으로 황급히 바꿨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학교를 빠져나와 교문앞의 활기찬 거리를 다시 지나쳐 지하철 역앞에 다달아 우린 인사말과 함께 복학하기전에 한번 뭉치자는 말을 나누며 헤어졌다.
레스토랑에 돌아오니 이미 저녁준비가 거의 완성된 상태였고, 바깥 정문앞 대기 테이블에는 벌써 몇몇 손님들이 가게 오픈을 기다리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선 나는 유니폼을 갈아입고 나오니 손님들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날 저녁 시간도 바쁘게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그동안 해오던 복학준비 학습도 마무리하며 시간을 보냈고, 그런 일상적인 일들이 복학하는 날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그런 일상 속에서도 공부를 할때나 잠자리에 들기전에 문득 문득 내 눈과 가슴에 가득찬 그녀의 모습이 떠오르며 학교에 찾으러 가볼까도 생각해 보았고, 복학 후 그녀와 학교에서 마주치는 꿈도 꾸었지만 아직 현실속 인물인지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그녀와의 꿈속의 재회는 실감이 나질 않았다.
드디어 복학 첫날인 9월1일 개강에 맞춰서 레스토랑에 양해를 얻어 오늘은 일을 쉬기로 하고 친구들과 간만에 어울려 볼까 생각을 하며 등교길에 올랐다. 그리고 또 한가지 혹시라도 그녀를 볼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날 내 주위에선 그녀의 뒷모습과 비슷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그날 친한 친구들과도 학년이 달라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 못한채 각자 학과나 학년의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나는 늦은 복학생이라 딱히 아는 사람이 없어 서둘러 자리를 벗어나 오랜만에 학교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 2층 B실에 들어서서 안을 쳐다보니 개강 첫날이여서 그런지 안은 별로 붐비지 않아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곳 안도 둘러보았지만 그녀와 동일한 느낌의 여학생은 보이지 않았다. 곧 자리를 잡고 앉아 전공관련 서적과 도서관에 비치되어있는 읽을 만한 책들을 대여하여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밤 7시쯤 되었을까 미루었던 식욕이 꿈틀되기 시작하여 그만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 식당가로 가려고 B실의 문을 나와 가까운 계단으로 향하는데 반대편 계단에서 여자들의 말소리가 조그맣게 들렸다. 막 계단을 내려가려다가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려 쳐다보게 되었는데 여러명의 여학생들이 대화를 나누며 1층으로 향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나는 또 그녀를 찾는것인가 하는 생각을 떠올리며 몇명째인지 모를 여학생들의 모습에서 이제 고개를 돌려 내려가려는 순간 그녀와 비슷한 느낌의 옆모습을 한 여학생이 내 눈에 들어왔다. 거리도 있었고 그 여학생은 계단을 내려와 돌아 내려가는 모습이라 그리 긴 순간이 아니였지만 개강날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지금까지 생각했던 이미지와 차림이 비슷해서 나는 망설이는 마음과 확신하지 못하는 생각을 중단하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탁.탁.탁.탁.탁.탁
맞은편 복도로 미친듯이 달려가 계단을 빠르게 내려갔다. 그곳엔 내가 있던 2층의 모습과 달리 사람들이 꽤 많아, 앉을수 있는 쇼파와 대화를 나눌수 있는 공간들도 많아서인지 이야길 나누며 여기저기 모여있는 무리들이 보여서 계단을 다 내려가기전 주위를 자세히 쳐다보았지만 좀 전의 그녀라 추정되는 여학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내려간지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았기에 도서관을 나갔어도 그녀를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다시 몸을 움직여 마져 계단을 내려가 정문으로 향했다. 도서관 정문 앞에서 양쪽으로 나뉘어진 학교를 빠져 나갈수 있는 길을 보며 어느쪽으로 갈것인지 잠시 망설이다 한쪽을 택하여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헉..허억..탁.탁.탁.탁.탁.탁..헉..탁.탁.탁.탁..헉..허억..허억..허억
"이 정도면 따라 잡았겠지...후.!"
그러면서 맞은편 길이 보이는 중간 중간 그쪽길을 쳐다 보며 혹시나 그녀가 보이는지 확인하였지만 찾을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속도를내어 정문으로 뛰어 내려가 가뿐 숨을 몰아쉬며 혼잣말을 작게 한뒤 여학생들이 내려오는 모습들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5분정도 긴장감과 초조함으로 정문 옆에서서 눈도 깜박이지 않고 사람들을 눈여겨 보았지만 그녀의 모습은 없었다.
"어떻게 된거야..혹시 그사이 놓친건가!?"
차츰 시간이 흐르자 긴장감과 초조함 속에 불안감까지 채워지기 시작하며 또다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분명히 그렇게 뛰어 내려왔으니 따라 잡고도 남았을것이다. 어디서 놓친 것일까? 혹시 도서관에서 나오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또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며 허기와 뜀박질에 지친대다 그녀를 다시 찾지 못했다는 실망감 속에서도 흔들리는 눈동자로 계속 지나쳐 가는 사람들을 주시했다.
-주륵
"이런....!"
도서관을 나와 정문에 다다른지 30여분이 지나도록 드문 드문 지나쳐 가는 사람들을 속에서 그녀를 찾지 못했다는 생각을 다시 떠올리며 도대체 왜 못찾았을까 나 자신에게 대물어 보지만 어떤 말도 그 물음에 답할수 없었다. 또 헛개비를 본것일까? 머리속에 떠올리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는것을 알게 되었다. 몇몇 정문을 빠져 나가는 사람들이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의아하게 쳐다보았지만 이내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사람들이 못보는 곳으로 몸을 돌리니 그들의 관심도 없어진듯 발길을 옮기는 소리와 서로 수다를 나누는 목소리들만 작게 들려왔다.
-꼬르륵..꼬륵
"이런 바보같은 녀석 상황 파악도 못하고..!"
-툭..툭
더이상 이곳에 있어봐야 그녀를 찾지 못할것 같았고 지금의 감정도 좋지 않은데다 또다시 밀려오는 강한 식욕감까지 더해 소리나는 배를 치며 자리를 옮겨 학교 정문앞 인근 식당가로 향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식당에 들어서서 제육복음 정식을 주문해서 먹고, 그곳을 나와 지하철을 타고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휴..정말, 또 헛개비를 본건 아니겠지..!"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또다시 그녀를 놓쳤다는 기분에 헛개비로 취급하려는 내 자신이 싫었다.
"아냐, 그럴리 없어 두번씩이나 학교에서 그녀를 본건 정말..사람이기 때문이지...다음엔 반드시 놓치지 않겠어!"
나는 스스로에게 위로와 다짐을 하며 조금씩 밀려드는 피곤함에 잠이 들었다.
-띠리리릭..띠리리릭..띠리리릭..틱
"음..으윽..후음, 복학 둘째날이구나..오늘부터 아망떼에도 출근도 해야 하는데..!"
다음날 아침 알람소리와 함께 잠에서 깬 나는 학교생활과 저녁에 레스토랑에서 일한다는 생각에 조금 몸이 무거웠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샤워를 한후 준비해두 빵과 우유로 아침을 해결하고 등교길에 올랐다.
학교에 도착하자 또다시 어제의 일들이 기억이 났지만 애써 지우며 발걸음을 강의실로 향했다. 강의실 의자에 앉아 오랜만의 수업에 잘 적응할지 긴장도 되었고, 주위를 둘러보니 역시나 아는 사람들도 안보여 마치 대학에 첫 입학했을 때의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건 나이가 들어선지 조금은 느긋하게 생각할수 있다는 것이였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곧 조교가 들어와 어수선한 강의실을 정숙시키자 바로 교수가 들어와 자리를 잡고 출석을 체크 하기 시작했다.
"강일만"
"네"
"김나리"
"네"
.....
"최우석"
"네"
.......
그렇게 한참 동안 출석 체크는 이어졌고, 체크를 마친 교수는 앞으로의 수업에 대해 설명하고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는둥 시간을 보냈다.
"그럼, 앞으로 내 수업 시간에 늦는 사람이 없었으면 합니다. 다들 알아 들으셨죠!?"
"네~!"
"네."
학생들의 대답과 함께 강의 시간을 10분정도 남긴채 일찍 정리하고 교수는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첫 수업을 시작으로 강의는 이어졌고, 어느덧 점심 시간이되어 다른 강의실과 건물에 있던 강지성과 김대명을 식당에서 만나 점심 식사를 하기위해 기다리면서도 그녀를 찾느라 고개를 두리번 거리는 일은 첫날처럼 멈추지 못했다.
"너, 뭐하냐!?"
"어..그냥 고개가 아파서!"
"뭐!?, 너 정말 수상해 복학 신청날도 그렇고..혹시 여자친구 찾는거 아냐?"
"뭐..우석이 녀석 여자 친구 생겼어!?"
나의 행동이 이상했는지 지성이 녀석이 괜한 오해를 하였다. 뭐 여학생를 찾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정체도 모르는데 여자친구라니 하는 생각을 떠올리며 아니라고 대답하려는 순간 대명이 말을 끊었다.
"아냐, 무슨 여자친구..아직 없어!"
"뭐야!?, 아직?...아직이라는 말은 마음에 둔 여학생이 있다는 거냐?"
"어..없다니까.!"
"이것보게 말까지 더듬고, 솔직히 말해라!, 반한 여학생 있구나? 신입생!?"
"후..마음대로 생각해라!?"
"어, 아닌가?
"에이, 아닌가 보네!"
우리는 그렇게 식판에 음식을 받아서 식사를 마칠때까지 아직 있지도 않은 내 여자친구 얘기를 시작으로 이상형이나 잡다한 말을 나누었다. 그렇게 점심시간을 보내고 오후 강의를 마친 나는 아르바이트를 위해 [아망떼 amante]로 향했다.
"안녕하십니까!?"
"네."
"어서와요!"
나는 가게로 들어서며 보이는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였고, 바쁜 와중에도 사람들은 내 인사를 받아 주었다. 그리고 유니폼을 갈아입고 밤 7시부터 10시까지의 아르바이를 시작하였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9시 30분정도에 업무를 마무리하면서 뒷정리까지 도와준뒤 집으로 돌아와 공부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게 반복되는 일과를 하면서 때때로 시간이 비거나 공강일때 학교 이곳 저곳을 돌며 그녀를 찾아보는 일과 도서실에서 필요한 책들을 빌려 읽는 일도 잊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한달이 넘게 흐른 10월 11일,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과 공부도 개을리하지 않은채 5일 후에 있을 2학기 중간시험를 맞이하여 도서관에서 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톡.톡
누군가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내 어깨를 살며시 두드려서 고개를 돌려 확인 하였다.
"식사!"
손짓을 하며 내게 식사할것을 권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강지성이였다. 나는 가방과 짐을 챙겨서 그의 뒤를 따라 도서관을 나오며 오후 5시 30분인것을 확인하고, 우리는 학생 식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웅성.웅성..소근.소근
"휴~, 시험 기간이라서 그런지 이곳도 사람들이 제법 붐비네!"
"어쩔수 없지, 그나마 먹을수 있는게 어디냐!?"
"그런가..!"
식당 안은 빈자리 하나없이 사람들로 빼곡 하였고, 음식을 받기위한 대기줄도 길게 늘어서있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몰랐다. 긴 기다린 끝에 우린 음식을 받아 자리를 겨우 찾아 앉게 되었다.
-턱..끄릉.탁.
"자리 앉기도 힘드네!"
"그러게 완전 전쟁하는것 같네."
-웅성..웅성..소근.소근
겨우 자리에 앉아서 음식을 먹으며 주위에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약간 어수선하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활기차 보이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우석아, 시험 기간에도 아망떼 출근하면 힘들지 않냐?"
"아..그거 매니저님이 알아서 3일정도 빼주셨어."
"그래, 센스있네..!"
"이 형님이 거기서 워낙 인정 받다보니 그런 배려도 받는거다~!."
"풋, 참내..알았다 임마~!."
가벼운 이야기들을 하면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뒤쪽에서 여학생들이 새롭게 자리에 앉는 소리와 대화가 귀여 들려온다.
-턱.턱..끄릉..척.척
"혜진아, 너 혹시 아르바이트 할만한곳 아는데 있니?"
"아르바이트!?"
"응, 좋은 자리 없을까?"
"야, 무슨 아르바이트 구한다는 말을 시험 기간에 하니!?"
"후!, 아무래도 학비는 몰라도 생활비는 내가 벌어야 할것 같아서...!"
"왜~?, 사정이 안좋아!?"
"그건 아니지만, 학비가 부담되는건 사실이니까..조금이라도 부모님 부담을 덜어 드리고 싶어서!."
"하긴..나도 뭐 능력만 된다면 아르바이트도 하고 싶긴 한데, 지금도 학점이 제대로 안나오니...어쩔수 없이 공부라도 열심히 해보는수 밖에...근데 넌 좋겠다 공부도 잘하고. !"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이야기 때문일까? 나는 음식을 먹으며 이상하게 뒤에서 들리는 그들의 대화에 계속해서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잘하긴..그냥 성적이 조금 잘나온것 뿐인데!"
"기집애, 겸손은 학과 톱이 조금 잘나온거면 다른애들은 다 죽어야 되게~!"
나는 그들의 대화에서 한쪽 여학생이 공부도 잘한다는 말을 듣자 호기심이 들었고, 집안을 걱정하여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구한다니 참 대견하다는 생각에 어떤 여자일까 궁금하여 음식을 씹으며 지성이 녀석을 바라보는 척하며 고개를 약간 더 돌려 뒤에 있는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순간 나는 입속의 음식을 씹는것도 잊은채 너무 놀라 그냥 삼키다가 일부가 기도를 막았는지 사래가 들리고 말았다.
-켁..풋..켁..커어
"야, 너..괜찮아!?"
"하아..괘..괜찮아!"
"이 물좀 마셔봐."
"으응"
내 입속에서 약간의 음식이 튀어나와 지성이 녀석 어깨 위로 떨어졌고, 얼굴에도 약간 뭍었다. 그런데도 녀석은 게의치않고 내 걱정을 먼저 해주는 것이 너무 고마웠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할 겨를이 없이 짧게 대답해 주고 받아든 물을 조금씩 마시며 곁눈질로 주위에서 나를 보고 있는 사람들을 살폈다. 특히 나를 놀라게한 당사자의 반응이 어떤지 창피한 마음으로 살짝 확인하였다.
"저 사람 사래걸렸나봐!"
"그러게, 조심히 먹지..!"
그녀들의 대화가 가득이나 창피한 상황에 내 얼굴을 새빨갛게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야, 너 정말 괜찮은 거야? 얼굴까지 새빨게!?"
"어, 괜찮아!"
"그럼 나 물좀 떠올게!"
"그래."
내가 거듭 괜찮다고 말하자 지성은 물을 가질러 갔고, 나는 티슈와 손수건으로 식탁위에 조금 튄 파편들과 내 입에 뭍었을지 모를 이물질을 닦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의 시선은 조금씩 나에게서 멀어지는것 같고, 나도 차츰 안정을 되찾아 제정신이 돌아오며 창피함에 이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헛개비가 아닌 친구와 대화까지 나누고 있는 현실속의 그녀가 바로 뒤에 앉아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격스럽고, 생각해 보니 그녀들의 대화에 아르바이트 이야기가 오고 갔으니 둘중 하나는 일을 원하고 있으며, 그 사람이 그녀일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혹시나 자신이 그 자리를 창피함 때문에 벗어난다면 이야기를 걸수 있는 소재를 얻을수 없다는 생각에 다른 생각들을 접어두고 의자에 그대로 앉아 그녀들에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우...아르바이트, 정말 어떻게 하지!?"
"그냥..시험 끝나고 알아봐, 나도 같이 알아봐 줄테니까!"
"정말!?"
"기집애, 이제 그만 식사나 하시죠!"
"알았어!"
그녀들의 대화를 계속 들으며 살며시 고개를 돌려 확인해 보니 아르바이트가 필요한 여학생이 바로 그녀였다. 그래서 난 더이상 머뭇거리기 싫었다. 두번이나 그녀를 놓친뒤에야 겨우 이 식당에서 창피한 모습까지 보여주며 다시 만났지만 용기를 내야겠다는 생각에 몸을 돌려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저..저기요!"
"네!?
"무슨일이시죠?"
"...."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지만 막상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모르겠고, 그녀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에 당황스럽고 몸이 얼어붙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친구 지성이 녀석이 저만치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아..아니요 실례했습니다.!"
"뭐야, 싱거운 사람 다 보겠네~!"
"얘, 너무 그러지마!"
"됐고, 식사 다 했으니..그만 일어서자."
"그..그래!."
-끄릉, 끄릉..또각.또각.또각
그녀들이 일어나서 가는 모습을 보며 내가 참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용기를 내어 말을 걸어놓고 제대로 대화도 못해보고 싱거운 사람 취급까지 받게 되었으니, 이제 앞으로 그녀의 얼굴을 어떻게 볼것이며, 또 어떻게 말을 붙여야 하는지 난감했다. 그때 내 시야를 가리고 지성이 녀석이 말을 걸었다.
"야..무슨일이야 미인들이던데"
"별거 아니야, 그냥 물어볼게 있어서..!"
"난 또 니가 작업 거는지 알았지, 그래서 천천히 걸어 왔구만...!"
"정말 아니야!"
"그래, 그럼 조금 남은게 아깝긴 한데 우리도 그만 정리하고 일어나자!"
"어, 그래"
-끄릉, 끄릉..뚜벅.뚜벅.뚜벅
우리는 그렇게 학생 식당을 나와서 도서관으로 향하려고 하는데 그녀와 친구의 모습이 다시 내 눈에 들어왔다. 식당 건물앞 벤치에서 학과 동기들인지 여러명의 여학생들과 둘러앉아 캔음료를 마시는 모습이 내 시야를 가득채웠다. 그렇게 서있는데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우석아..!"
"어!?"
겨우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려 녀석을 바라보니 재미난 상대를 찾은 어린아이의 눈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가 이야기를 꺼낸다.
"흠!, 나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빨리 가봐야겠다."
"어!?"
"그럼, 나 먼저 간다~."
-탁.탁.탁.탁
지성이는 말을 마치고 도서관쪽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갑자기 혼자 남겨진 나는 어리둥절 하였지만 이내 고개를 돌려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들은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이야기 도중에도 웃음 소리를 내며 대화를 이어나가는 모습이 보였고, 난 그 모습을 보며 근처에 있던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뽑아 마시며 주위에 있던 화단에 앉아 그 광경을 계속 주시했다.
"그럼 또봐.."
"내일 보자~!"
"그래, 너도!"
얼마쯤 지나서 그녀와 식당에서부터 동행이였던 친구만 남고, 나머지 여학생들은 자리를 떴다. 그 둘이서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천천히 그녀들 근처로 걸어갔다.
"월희야, 너 교양 과목은 다 준비했니!?"
"어, 뭐 대충...!"
그녀들에게 가까이 다가갈때쯤 같이 있는 여학생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름이 월희구나!"
아주 작게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고, 걸음을 옮기며 그녀에게 내 아르바이트 자리를 물려줄 생각을 정하고 말을 꺼내기 위해 그녀와 한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멈춰서서 말을 걸었다.
"저기 말씀 중에 죄송한데요...!"
"네!?, 어..아까 식당에서...
"식당에서 사래들린 사람이죠?"
"혜진아~!"
"아..미안해요..!"
친구의 직설적인 이야기에 그녀는 이름을 부르며 주의를 주는듯 하였고, 그걸 깨달은 혜진이란 친구는 내게 사과를 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뭐 사래들린게 맞으니까요!"
"그렇죠!?."
"흐흠."
그녀는 친구에게 다시 주의를 주며 내쪽을 쳐다보았고, 혜진이란 친구도 나를 보며 이야기 했다.
"근데, 무슨일이죠?"
"저기 아까 식당에서 이야기 하시는걸 들어서 그런데요..."
"뭘 들었는데요!?"
그녀보다 혜진이란 친구가 계속 말을 걸어와 나는 아쉬워하며 대답을 했다.
"아..네!, 그게 이쪽분이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는것 같던데..!?"
"맞아요, 월희가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고 있죠..근데 왜요?
내 말을 자꾸 끊어먹는 혜진이란 친구가 점점 미워질려고 하는데, 그렇다고 그녀의 친구에게 싫은 표정을 내색하기 싫어 억지로 무표정하게 이야길 이어갔다.
"저, 제가 일하는 아망떼라는 레스토랑이 있는데요.."
"그래서요!?"
또 그녀가 아닌 혜진이 나서자, 나는 인상이 구겨질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때 드디어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저 한테 그곳을 소개시켜 주시겠다는 거죠!?"
"아, 네..그래요!."
"흠..어떤 곳이죠!?"
"아..그러니까, 우선 고급 레스토랑이고요..시급이 9천원이고, 평일엔 저녁 7시부터 3시간이고..주말과 일요일엔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3시간 입니다.!"
"뭐에요!?, 거긴 휴일도 없어요?"
다시 끼어든 혜진의 말에 내색하지 않고 대답을 해 주었다.
"매월 셋째주 일요일엔 쉬어요.!"
"흠..그건 상관없는데, 시간이 너무 짧은것 같아요~!"
"시간이요?, 그건..매니저님과 상의해서 조정만 잘하면 1시간은 늘릴수 있을것 같은데요...근데 그 이상은 학업에 방해 되지 않을까요!?"
"그정도는 괜찮아요, 흠..그럼 6시 부터 10시까지인가요?"
"네, 그렇죠"
"좋긴한데...그런 자리면, 하려는 사람이 많을텐데..학기 중이라고 해도 아직 자리가 남아있나요?"
"네!?, 그게 곧 자리가 날꺼라...아니 그만 둔다는 사람이 생겨서요!"
"흐흠.."
나를 유심히 쳐다보며 대화를 나누는 그녀에게 푹 빠져 제대로 이야기하고 있는지 헷갈렸지만, 그래도 그녀를 위하는 일인데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잘 알려주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대답해 주었다. 물론 내가 그녀를 위해 그만 두는 사람이라는 것만은 쏙 빼고 모두 사실대로 말해 주었다.
"야~, 뭘 고민해 좋구만, 그만한 시급되는 자리 구하기 힘들거 같은데. 시간도 맞출수 있다고 하니..정말 잘된거 아냐!?"
내가 그녀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을 혹시라도 내 표정이나 말실수로 알아차릴까봐 말을 줄이고 그녀가 빨리 결정해 주길 바라고 있는데, 옆에 있던 혜진이란 친구가 내 제안을 거든다.
"그렇긴 한데 왠지..."
조금씩 내 눈치를 살피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불안해서 말을 바꿨다.
"그쪽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자리 구하기 힘들어요..그러니 결정을 빨리 하시는게...!"
"그래도...그러면 좀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그러면 이건 어때, 니가 이분이랑 같이 그곳에 가보고 결정하는 거야 참관이라고 할까!?"
망설이는 그녀를 보고 있는데 친구가 다시 도와줬다.
"맞아요 그러는게 좋겠네요, 친구분 말씀처럼 레스토랑을 먼저 확인하면 결정하시기 편하시겠죠?"
"흠, 그래요..알았어요, 그럼 확인하고 결정할게요...언제 찾아가면 좋을까요?"
"그건, 시험 끝나고 바로 가시는게...!"
"그래 그렇게해~!"
혜진이란 친구가 또 거든다. 그녀를 좀 전까지 미워하려는 마음이 사그라들고 오히려 호감이 쌓이는것 같았다.
"그래도...!"
"뭘 망설이니..가보고 마음에 안들면 그냥 오면 되는거지, 그렇죠?"
"네 맞아요, 근데 직접 가보시면 진짜 마음에 드실거에요, 매니저님도 성격이 좋으시고...!"
"휴..알았어요, 그리고 절 생각해 주셔서 소개시켜 주시는건데 너무 따지는것 같아서 미안해요.!"
"아뇨, 괜찮아요."
그녀가 내 제안을 잘 받아들이는것 같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친구가 다시 말을 꺼낸다.
"그러면 서로 연락처라도 주고 받아야지, 그래야 그곳에 갈때 약속을 정하고 가지~.!"
"아, 그러내요 그럼 그쪽 휴대폰 좀..."
"얘 이름은 월희에요, 이월희, 약간 특이하죠!?, 그리고 제 이름은 양혜진이구요.!"
"아..네, 전 최우석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녀들의 이름을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기에 내 소개를 하며 그녀가 휴대폰을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툭..스윽
"얘는 아직도 안주고, 자..여기요~"
"혜진아!, 너~"
그녀가 아직 휴대폰을 나에게 주지 않자 혜진씨가 그녀의 가방 위에서 낚아채듯 집어서 나에게 건네준다. 나는 그걸 받아 내 번호를 입력하려 했지만 스마트폰은 잠겨있는 상태였다. 그걸 알고있던 그녀는 벌써 나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아..여기.!"
-스윽.스윽...스릉..톡.톡
"여기요.."
그녀가 다시 내민 스마트폰을 조금 민망한 표정으로 받아든 나는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통화 버튼을 누른후 내 스마트폰의 진동이 느껴질때 통화를 종료하고 그녀에게 건네 주었다.
"자..그럼 된거죠?, 우리한테 더 용건은 없고요!?"
"그게..."
혜진씨가 그렇게 물어보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그녀와 더 이야기 하고 싶긴하데, 더 떠오르는 용건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는니 그녀가 일어서며 말을 꺼낸다.
"우린 그만 갈께요. 집에서 공부하기로 해서요.!"
"아..네!"
"뭐, 월희야, 쟤도 참...그럼 다음에 봐요~!"
그녀는 말을 마치며 일어나 학교 정문쪽 길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약간 무안해 하며 대답한 나를 보고 혜진씨가 인사를 하고 그녀를 따라갔다. 갑자기 그녀가 자리를 뜨는 것이 조금 못마땅 했지만 어쩌겠나?,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것이지 아직 그녀는 내 마음을 모르고 처음 본 남자에게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녀가 더이상 나에게 환영이나 헛개비가 아닌 대화를 나누고 전화번호를 교환까지한 실제 인물이기에 너무나 행복하기만 했다. 그녀들이 멀리까지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나도 레스토랑으로 출근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안녕하세요~!"
"어서와요!"
레스토랑에 일찍 출근하면서 인사를 나누며 가게 안으로 들어서는데 매니저님이 보였다. 아무래도 미리 이야기 해 두는것이 좋을것 같아 그에게 상담 요청을 했다.
"저기, 매니저님!"
"어, 우석씨 왜 이렇게 일찍 나왔어?"
"말씀 드릴게 있어서 잠시 자리를.."
"어! 알았어, 사장실로 가지."
사장실겸 매니점님이 사용하시는 곳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게되자 그가 용무를 물었다.
"우석씨, 무슨 일이야!?"
"저..죄송한데 시험 끝나고 몇일 이내로 이곳을 그만 두려고 합니다."
"뭐!? 왜 갑자기...무슨일 생겼나?"
"아니요, 그런건 아니고...대신 저만큼 열심히 일하고 성실한 사람을 소개 시켜드릴려고 하는데요!"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쉽게 결정하기는..."
바로 허락해 줄거란 내 바람과는 다르게 매니저의 반응은 썩 좋지만은 않아보였다.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보시면 아시겠지만 일도 분명 잘 할거구요!"
"혹시 여잔가?"
"네!? 아..네"
내 속을 훤히 알고 있다는 눈빛과 잔잔한 웃음을 보이는 매너저의 질문에 나는 말을 흐리며 대답을 했다.
"제대로 설명해 보게!"
그의 말에 아무래도 솔직히 이야기 하는것이 더 도움이 될것 같아 그녀를 처음본것과 도서관에서의 일을 빼고 그녀를 식당에서 처음 본것으로 해서 모두 이야기 해 주었다.
"그렇군, 첫눈에 반한 사랑이라..하긴 좋을때지...!"
"그러면..."
"그래, 자네 말은 알겠네, 하지만 절반의 합격이야...나머진 그녀를 직접보고 결정하도록 하지!"
"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자네가 왜 감사해 해, 하려면 그녀가 고마워 해야지!"
"아니요, 저기 매니저님 그녀한테는 절대 내색하지 말아주세요.!"
"알겠네, 그러면 우석씨는 언제 그만 두는건가?"
"그녀를 시험 끝날인 21일날 데려오려고 합니다."
"그럼, 그뒤로 몇일내에 자넨 그만두겠군.!"
"네, 뭐 그래야 되겠죠."
"알았네, 아쉽지만 사정이 그러니 어쩔수 없지, 그럼 그만 나가서 일하게!"
"네..근데 정말 죄송합니다, 오래 일하려고 생각했었는데 뜻밖에...죄송합니다."
-뚜벅.뚜벅.뚜벅
거듭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사장실을 나와 유니폼을 갈아입고 일을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10시가 조금넘어 레스토랑을 나와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기도 했고 반대로 무겁게도 느껴지기도 했다. 여태것 살아오면서 별로 약속을 어긴일이 없었는데 이번에 그녀의 일로 매니저와의 약속을 저버린것 같아 몸이 무겁게 느껴졌고, 또 그녀와의 약속을 지킬수 있을것 같아 반대로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것 같아 좋기도 했다. 그런 상반된 마음을 가지며 집에 도착해서 잠자리에 들때 오랜만에 좋은 꿈을 꿀것만 같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시험 시작일인 10월 16일부터 일요일이 낀 21일까지 중간고사를 무사히 마쳤다. 중간인 19일 일요일에 그녀에게 방해가 안가도록 [21일 오후 5시에 교문앞에서 만나 같이가요]라는 문자를 보냈었다. 잡념이 끼어들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또 일어날 일들때문에 머리속이 가끔씩 복잡해 졌지만 그래도 다행히도 시험을 잘 본것 같아 마음도 홀가분해져서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뒤 5시가 되기전에 도착하기 위해 그녀를 만나러 정문으로 향했다. 10분정도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하고 정문앞에 다다르자,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여 좀 더 일찍 오지못한 나를 질책하며 그녀의 곁으로 뛰어갔다.
-탁.탁.탁
"죄송해요, 제가 먼저 왔어야 하는데..!"
"아니요, 아직 시간 안되었는데요 뭐.."
그러면서 시간을 다시 확인하는 그녀를 보고 여자의 속마음은 모르겠다는 생각이 떠올렸다.
"그럼, 그만 레스토랑으로 갈까요!?"
"흠..네 그러죠.!"
우린 별 대화없이 간혹 자잘한 이야기를 나누며 내 출근 시간보다 1시간 30분이나 일찍 레스토랑 문앞에 도착하게 되었다.
"저기 월희씨.!"
"네!?"
"혹시 식사 하셨어요?"
"아니요, 아직..우리가 만나는 시간이 애매해서 여기 들렸다가 나중에 먹던가 하려고요!."
"저...그러면 여기서 식사하지 않을래요?"
"하지..만..!"
레스토랑 건물이 겉보기에도 고급스러워 보여서 그런지 그녀가 부담되는듯 저녁 식사를 같이 하자는 내 제안에 망설이자 나는 그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한번더 제안을 했다.
"제가 대접하는 걸로 할테니, 같이 식사해요..혼자 먹기 싫어서 그래요!"
"흠..알았어요, 그럼 우석씨가 사는거에요!?"
"네, 당연히 제가 대접하는 거죠!."
난 미자막 말을 하면서 그녀가 다른 말을 할까봐 서둘러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네, 어서와요 우석씨.!"
"어서와요~, 그런데 오늘은 굉장히 일찍 왔네요!"
"네, 오늘은 손님겸 알바로 왔습니다."
직원들이 나의 말에 약간 놀라면서 내 뒤쪽에서 걷던 그녀가 내옆에 와서 서자 또 한번 놀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혹시 같이 오신분!?"
"네.!"
"오!, 미인이시네."
"그러게.!"
"혹시, 애인?"
"아니에요, 아직 그런거...!"
"흠.흠"
그녀는 거북한지 아무런 이야기 없이 고개를 여기 저기 돌리며 실내 인테리어와 사람들의 모습을 살피는듯 했다.
"그럼 잘 모셔야겠네, 우리 우석씨 잘 봐달라고~!"
"저기, 누나..그런게 아니래두요.!"
나보다 두살 많은 직원 누나가 다 알고 있다는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하는 말에 나는 두볼이 붉어지며 아니라고 하였지만, 나를 보는 직원들 모두 내 말을 믿지 않는듯 했다.
"알았어, 알았으니까..어서 자리에 앉으세요, 데이트 중인 손님~!"
이제는 얼굴 전체가 화근거리며 귀까지 새빨개지는게 느껴졌다.
"에휴, 정말 아니라니까, 저 월희씨 여기.!"
-드륵
내가 의자를 빼주자 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자리에 앉았다. 나도 자리에 앉자 마자 메뉴판을 서둘러 집어들고 보지 않은채 가까이 있던 누나에게 주문을 하였다.
"누나, 정식B로 이인분 주세요!"
"네, 손님~!."
웃으며 내 주문을 받아주는 누나에게 고기 굽는 정도를 알려주고, 그녀에게도 물어서 답해주었다. 그리고 메뉴판을 넘겨주며 왠지 어색하고 목이 말라 컵에 있는 물을 마시는데 그녀가 묻는다.
"정식B가 뭐예요!?"
"아..죄송해요, 제 마음대로 시켜서, 정식B가...스프랑, 야채를 곁들인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와..후식으로 케이크랑 차가 나와요!"
"아!, 어떻해..저 소고기 못먹는데요..!"
"네?...그럼, 저..주문을 바꿀게요, 아직 요리 시작 안했을 테니까요."
-드륵
난 서둘러 주문을 취소하고 새로 주문하기 위해 일어나려고 했는데 그녀가 손을 뻗으며 내팔을 잡으려는 시늉을 하면서 장난끼있는 웃음을 띤 얼굴을 보여주며 말을했다.
"잠..잠깐만요, 농담이에요...농담!, 없어서 못먹는 소고기를 제가 왜 싫어 하겠어요!? 저 무척 좋아해요!"
"하하..네...!"
-드륵
나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 다시 앉아 생각해 보니 그녀의 단순한 농담에 속은것이 나쁘지 않고, 오히려 처음으로 내게 웃음을 지어주고 농담을 걸어준 것에 기뿐 마음이 들었다.
"갑자기 농담해서 죄송해요~!, 마음대로 주문하시길래..우석씨를 약간 약올려줄까해서 얘기한건데, 그렇게 정색하시며 행동하실지 몰랐어요!."
"하..아닙니다, 뭐 그러고 보니 자업자득이네요..!"
싫지 않았던 그녀의 농담에 혹시나 부담을 느낄가봐 어색한 웃음을 지우고 밝게 웃으며 그녀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라 질문을 하였다.
"저..우리 아직 이름만 알뿐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데...!"
"맞아요~!, 그렇죠..그럼 먼저 소개해 주세요!."
그녀에 대해 1분이라도 더 빨리 알고 싶어 먼저 이야길 꺼낸건데, 오히려 내 소개를 먼저 하려니 어떻게 말해야 될지 망설여졌지만, 제발 그녀가 마음에 들만한 인생이였길 빌며 내 소개를 시작했다.
"저..일단 컴퓨터 공학과 1학년에 재학중이고, 1학년때 군입대해서 제대후 올해 복학한 11학번 23살 최우석 입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안 계시고 아버지와 제 밑으로 여동생이 있는데.."
-풋.흐하.
"하아~ 죄송해요..!, 이런 곳에서 갑자기 가족 소개까지 하시니까..마치 우리가 맞선 보고 있는것 같아서...흐으..안 웃으려 하는데 정말 죄송해요!"
내 소개가 잘못되었는지 그녀가 웃음을 참지 못하며 그 이유를 설명하자 나의 실수를 깨달았다. 그녀의 말처럼 맞선 자리도 아닌데 가족 소개라니, 정말 내가 생각해 봐도 한심하게 느껴졌다.
"아..! 미안해요, 소개 할일이 별로 없다보니..."
"아니에요, 재미있었어요. 평생 안 잊혀질것 같아요~!"
그녀의 말에 약간은 무안했지만 그래도 그녀가 자주 웃음을 보여주는 것이 좋았고, 또 이쁘고 고운 얼굴로 날 쳐다보며 평생 안 잊겠다고 하는 그녀의 말이 내 머리속에 깊게 새겨졌다.
"고마워요, 그렇게 생각해 줘서~!"
"네!?, 그럼 이제 제 소개를 해야 하는데..우석씨...아니 저보다 3살 많으시니까 오빠시네요, 전 우석..오빠보다 3살 어린 20살..국어국문학과 14학번 이월희에요.!"
"네~! 반갑습니다!."
"풋..뭐에요!?"
이상하게 그녀 앞에선 바보가 되는것처럼 느껴졌다. 처음 만난 사이도 아닌데 다시 소개 받았다고 "반갑습니다"라고 말하다니, 그녀의 작은 웃음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때마침 직원 누나가 스프를 가져왔다.
-탁..탁.
"스프 나왔습니다~!"
"잘먹겠습니다!"
"잘먹을게요!"
"근데 두사람 정말 연인사이 아니에요!?, 오면서 보니까 너무 다정해 보이던데..."
우리가 서로 소개하며 웃고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서 그런지 누나는 계속 연인이냐고 물었고, 난처한 그녀와는 다르게 난 그 물음이 싫지 않아 작게 대답했다.
"아..니에요..!"
"음..그래요 알았어요, 그럼 두사람 다 맛있게 드세요~ !"
-스윽
묘한 웃음을 지으며 걸어가는 누나의 모습에 혹시 매니점님이 사전에 무슨 말을한게 아닐까 생각을 해 보지만,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떠올리며 생각을 접고 그녀를 바라보니 벌써 스프를 먹고 있었다.
-흐룩
"스프 맛있네요!"
"그렇죠!? 다행이다.."
"네 정말 맛있어요!"
-흐룩..흐룩
스프를 시작으로 알맞게 구워진 안심스테이크가 접시에서 비워질때까지 그녀는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을 틈틈히 보며 파악하는 모습을 보였고, 손님을 대하는 모습이나 나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것들을 보았기 때문인지 참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앞으로 같이 일하게 되었으면 한다고 내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난 꼭 그렇게 될거라고 얘기해 주었다. 그리고 잠시후 마지막 후식인 케이크와 차를 받아서 맛있게 먹고 있는데 매니저님이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식사들 맛있게 하고 계신가요!?"
"아..네, 매니저님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드륵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매니저의 물음에 답했다.
"그래요, 근데 이쪽의 아름다우신 여성분은...우석씨 애인 분이신가?"
"아..아니요, 이쪽은 이월희씨에요, 그리고 월희씨 이분이 여기 로망떼를 책임 지시고 계신 박만기 매니저님 이세요!"
-드륵
"처음 뵙겠습니다. 이월희라고 합니다.!"
내가 이야기 해서 뻔히 사정을 알면서도 그렇게 물어보는 매니저가 싫지 않았다. 그녀도 일어나 매니저에게 인사를 하였다.
"그래요, 반가워요..그럼 마져들어요.!"
매니저가 말을 마치고 나에게 좀더 다가와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계산은 내가 했으니 걱정하지말아요, 일전에 약속 지킨겁니다."
"네?, 하지만..."
"그래요, 그럼 난 볼일이 있어서 잠깐 나가봐야 해서...우석씨 그럼 다음에 봐요..그리고 월희씨도 앞으로 자주 봤으면 좋겠네요.!"
그가 약속을 지켜 우리가 먹은 음식 값을 계산 했다는 이야기에 그 와의 약속을 못 지킨 내가 얻어 먹을 자격이 없어 뭐라고 대답하려고 하자, 매니저가 약속이 있다며 그리고 우리에게 다음에 보자는 말을 남긴채 빠르게 사라져 버리는 것이였다.
-드륵..드륵
"좋으신분 같아요, 저도 여기서 꼭 일해 보고 싶어지네요~!"
"그렇죠~! 꼭 그렇게 될거에요."
"네!?, 뭐 그러면 좋겠네요!"
우리는 앉으며 그에 대해 이야기했고, 나는 그녀가 여기서 일하고 싶어하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매니저가 그녀에게 계속 보자고 말한것이 어쩌면 아직 반쪽 승낙이였던 그녀의 채용이 완전히 이루어진거라고 확신하며 그녀에게 좋게 말해 주었다. 그리고 나의 그 말에 곱게 웃어주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보였다.
후식까지 완전히 먹은 우리는 잠시뒤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고, 나는 그녀를 바래다 주고 빨리 돌아와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걸어가는데 직원 누나가 나를 부른다.
"우석씨!, 잠깐만."
"아..네, 저 월희씨 가게 앞에서 잠깐 기다려 줄래요?"
"네..."
그녀에게 기다려 달라 말하고 누나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들었다.
"좀 전에 매니점님이 나가시기 전에 우석씨 식사 마치면, 여성분 데려다주고 좀 늦에 돌아와도 된다고 했으니 그렇게 해요~, 알았죠.!"
"네?, 하지만 그렇게까지..."
"아니요, 꼭 그렇게 해요..알았죠!?, 여성분 기다릴테니 빨리 가봐요..어서~!
나는 그 말을 듣고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나와 앞에서 기다리는 그녀의 곁에 서며 가자고 이야기했다. 지하철을 타고 다시 학교 방향으로 향하는데 퇴근 시간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아 혼잡했다.
"붐비네요!"
"그러게요."
사람들 틈에 어쩔수 없이 우리는 밀착하게 되었고, 나는 최대한 그녀가 편하게 갈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는데 힘을썼다. 그래서인지 내몸에 조금씩 땀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런 내 상태를 알아차렸는지 그녀가 말했다.
"저 땜에....덥죠!?"
"하..그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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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최우석의 시점 ■
2011년 H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 나는 열심히 공부하여 괜찮은 성적을 받았지만 운명의 이끌림 이었을까 그해 여름이 되기전 병무청에 9월로 입영신청을 하고 6월말 휴학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렇게 입영날짜를 기다리며 방학을 맞이한 나는 입대를 기다리며 고교동창이자 같은 대학에 진학한 강지성과 나와 같은과 친구인 김대명과 여행도 다녀오고 밤새 술도 마시며 즐거운 시간들을 보낸뒤 9월1일 드디어 아버지와 여동생과 같이 논산으로 향했다.
친구들도 논산에 오겠다고 전날까지 이야기를 계속 했지만 그날이 가을학기 시작일이라 내가 겨우 말려서 새벽에 잠깐 작별의 인사를 나눈뒤 학교로 돌려보냈다. 그날 가족들과 헤어진후 논산 훈련소의 생활을 마치고 자대로 배치된 나는 별탈없이 말년병장이 될때까지 군대 생활을 잘 마칠수 있었다.
2013년 6월 군 제대후 바로 복학하지 않고 휴학 연장을 선택하하였다. 그러길 얼마후 두살 어렸던 여동생은 아버지의 미국 전근에 맞춰 유학 준비를 해왔는지 둘이서 미국으로 가버려 혼자가 되었다. 그래도 아버지가 작은 오피스텔을 얻어주시고 3년치 학비와 넉넉한 생활비를 주셔서 돈걱정은 별로 없었지만 경험도 쌓을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복학 준비를 위해 틈틈히 학과 공부를 하였다.
아르바이트와 공부, 간혹 만나는 친구들과의 술자리 그런 생활을 반복하다 어느새 제대한지 1년하고 2개월이 되어가던 2014년 8월 1일 레스토랑 아르바이트 근무중 학교에서 보낸 복학알림 문자를 받았다.
-티링~ 문자야~ 문자.
[H대학교 학사일정 알림 - 2학기 복학생 신청 기간: 2014년 8월4일 ~ 8월15일]
"벌써 기간이 이렇게 됐구나!."
문자를 받고 혼잣말로 중얼거린후 마침 중간 점검시간이라 매니저에게 가서 얼마전, 복학전에 아르바이트를 그만 둔다는 말을 했었던 얘기를 다시 꺼냈다.
"매니저님, 제가 저번에 복학 하기전에 그만둔다고 했었잖아요!."
"어, 그랬지!..아~ 그러고 보니 곧 대학생들 복학신청할때인가?"
"네, 그래서 말인데요, 본격적으로 복학 준비를 하기위해 조만간 일을 그만둬야 할것 같습니다."
"하..그렇지, 안그래도 생각하고 있었는데..아직 방학 기간이라 우석씨 대체 인력은 빨리 구할수 있을것 같은데, 문제는..저녁 파트 타임이 계속 말썽이라..혹시 자네가 맡아 볼 생각없나!?"
"네!?, 방학 동안에요?"
"방학 기간도 그렇고, 기왕이면 학기중에도 도와주면 고맙고!."
"글쎄요, 학기 시작하면 다시 한번 열심히 공부해 보려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말고 좀 도와줘!, 내가 나중에 여기서 좋은 음식으로 대접해 줄테니!."
나는 사정하는 매니저의 부탁을 거절하기도 그렇고, 이곳에서 좋은 음식으로 보답한다고 하니 살짝 그를 떠보고 싶었다.
"저 혼자만요!?"
"하.하, 아니 친구들이건 여자친구건 데려오게..대신 자네 포함해서 네명 이내야!."
"매니점님 정말이시죠!?, 약속하시는 겁니다?."
"그래 알겠네!, 그런데 자네 근무한지 일년쯤 되었지?."
"그런가요!?, 제대후에 첫 아르바이트를 사정이 생겨서 한달만에 그만두고 얼마 있다 여기서 일하기 시작했으니..그때가 7월이니...일년이 조금 넘었겠네요."
"그럼 퇴직금도 준비해야겠군."
"네 감사합니다!"
매니저와 이야기를 잘 마치고 브레이크 타임동안 준비가 완료되어 손님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오후 시간이 되자 손님들이 붐비기 시작했고 내 행동도 그에 따라 바빠지고 있었다.
"오서 오세요~! 자리 안내 해 드리겠습니다."
손님들을 맞이하며 주문을 받고 확인한뒤 주방에 전달하고 테이블을 정리하는등 분주하게 움직이다 손님이 줄어든 시간에 돌아가며 식사를 하는데 내차례가 되어 음식을 먹고 있으니 저녁 타임을 맡아준게 그렇게나 고마웠던지 매니저가 다가와 다시 말을 건다.
"오후 타임 힘들었지!?"
"네..뭐 조금이요!."
"그래도 손님이 없는것 보단 났지, 잘못하면 레스토랑 문 닫는데도 많으니!."
"그런가요?, 그런데 전부터 느끼는건데 요즘같이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이런 고급 레스토랑에 손님이 참 많네요!?."
"글쎄!, 뭐 그만큼 능력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는 거겠지!."
"그렇군요.!"
나는 음식을 천천히 먹으며 그에게 전부터 가졌던 생각을 가볍게 물었을 뿐인데 그는 진지하게 답해주며 말을 이었다.
"뭐 여유가 있는 사람들도 오지만, 간혹 있는집 자녀들을 따라 다니며 같이 흥청망청 쓰는 젊은 녀석들도 있으니..뱁새가 황새 따라다니는 것이지!."
"그러고 보니 그런 느낌의 손님들을 종종 본것도 같네요!"
"자네도 아직 젊으니까 그런건 조심하게 괜히 돈과 시간만 낭비하고 나중에 남는건 없으니까..특히 여자들은 더 조심해야 하지만....!"
"네!?"
여자들에 대해 말하다가 말을 흐리는 그에게 그 다음 이야길 듣고 싶어 제스처와 함께 짧게 물어보지만 뭔가 빠트리듯 간단히 대답해 준다.
"그냥 하는 소리야..사람을 잘못 만나 인생이 꼬이기도 하니까!."
꼭 누구를 지칭하는것 같아 보이지 않아 더이상 물어볼수 없었지만 그래도 나의 마음속 어딘가 그의 말이 작게 새겨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참, 매니저님 내일 저 오전에 두시간만 자리를 비워도 될까요?"
"오전에!?"
"네, 복학 신청 바로 할려구요!."
"흠..그럼 차라리 점심 타임 끝나면 바로 다녀오지 그래? 그게 더 넉넉하게 다녀올수 있을테니!."
"그래도 될까요? 준비도 해야 하는데!?"
"괜찮네, 하루쯤 자네가 빠진다고 엉망되지 않으니까!."
"그런가요?, 전 제가 빠지면 영업이 안되는줄 알았죠!?"
"음..그렇긴 하지, 그럼 이참에 자네가 복학이고 뭐고 학교를 그만두고 여기서 쭉 일해주게!."
"네...?"
나의 장난스러운 말에 매니저가 정색하며 대답하자 나는 눈을 깜빡이며 그를 쳐다보며 물었지만 그의 표정은 평상시와 같아 정말 그러길 원하는건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제서야 그가 얼굴에 웃음기를 띄우며 말을 잇는다.
"농담이야~! 자네가 아무리 유능해도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를 학교까지 그만두게 하면서 여기에 묶어둘순 없지.."
"저도, 뭐..딱히..농담이신줄 알았습니다. 놀라거나 그러거 아니에요!."
"자네 표정이나 행동은 아닌것 같던데!."
"하하, 정말 아닌데...!"
"그래, 알았네..그럼 남은 식사 맛있게 먹고 남은 일도 잘 마무리해 주게!."
"네...!"
-뚜벅.뚜벅.뚜벅
내가 조금 민망해 하며 대답하는데 그는 웃음기를 유지한채 계속 약을 올리는것 같아 조금 얄미웠다. 말을 마치고 돌아가는 그를 보며 속으로 저녁타임 아르바이트 약속을 취소할까? 하는 소심한 생각을 잠깐하다가 남은 음식을 먹고 손님 맞이에 다시 나섰다. 그렇게 하루 일과를 마치고 오피스텔로 돌아오니 밤 8시50분이였다. 레스토랑과 집이 멀지 않았기에 처음 그곳에서 일하기 시작할때부터 무척 마음에 들어 오래 일하게 되었는데 벌써 일년이 넘었다는게 기분이 묘했다. 그곳의 사장 얼굴은 지금까지 딱 한번밖에 보지 못했지만 중년처럼 느껴지는데 얼굴이나 치장이 상당히 젊어보여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었다.
샤워를 하고 약간의 간식을 먹으며 컴퓨터관련 프로그래밍 서적을 보다 양치를 하고 TV프로를 한개 시청한후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8월4일 아침 평소와 같이 준비를 하면서 오후에 학교에 들리기 위해 학생증과 몇까지 제출할것을 준비하고 레스토랑 [amante 아망떼]로 출근하였다.
-삐걱, 달칵
"좋은 아침입니다~!."
레스토랑에 들어서며 내 나름대로 상쾌하게 인사를 하자 동료들이 맞아주었고,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와 점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11시30분이되자 한두 테이블씩 자리가 차기 시작했고 나를 비록한 홀 인원들은 바쁘게 1층과 2층을 오가며 손님 접대에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오후 2시 되기까지 조금씩 손님이 줄어드는 것을 느끼며 맥이 빠지도록 테이블들을 돌아가며 낮시간을 소화한 나는 매니저가 챙겨준 점심을 빠르게 먹고,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겨 학교로 발길을 옮겼다.
지하철을 타고 환승을 거쳐 학교가 있는 역에서 내리니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 사이를 지나 역에서 빠져나와 학교로 통하는 길로 접어드니 젊음의 향기가 물씬 느껴졌다. 다수의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이 거리나 커피숍에서 이야길 나누며 걷거나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아직 8월 초여서 그런지 여학생들의 치마나 상의가 상당히 간편한 모습이라는걸 눈으로 알수 있었다. 그렇게 여기 저기를 둘러보며 학교 정문으로 이동하니 그 안쪽의 전경도 교문밖과 별차이 없었다.
나 또한 남자여서인지 간혹 보이는 너무 짧아 엉덩이가 볼일것 같은 치마를 입고 있는 여학생들이 보일때면 잠시 눈이 돌아가다 곧바로 정신을 추스리며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학교 중앙로의 약간 비탈진 언덕길로 접어들며 본관 건물로 향하는데 조금 떨어진 앞쪽에 긴 머리카락을 뒤로 단정이 묵고 무릎 바로 아래까지 내려오는 연푸른 원피스 자락을 나부끼며 걷는 여학생의 뒷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다른 여성들을 볼때와는 다르게 그녀의 뒷모습에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마치 이길을 왜 걷고 있는지 잊어버린 것처럼 그리고 그녀만을 쫓고 있는 사람처럼 그렇게 그녀를 바라보며 홀린듯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는데 갑자기 왼쪽 어깨에 약한 통증이 느껴지며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야..최우석...우석아...우석아."
-툭
"야, 뭐야 아까부터 올라오면서 계속 이름불렀는데 뒤돌아 보지도 않고 그냥 올라가냐!?"
"어....응, 미안!."
내 어깨에 작은 통증을 선사한건 고등학교때부터 친구였던 영상학과 강지성이였다. 녀석은 내 이름을 불렀다는데 그녀에게 정신이 팔려 미쳐 듣지 못했나보다.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빠르게 다시 고개를 돌려 그녀의 행방을 눈으로 쫓아보지만 저위 갈림길에서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녀의 뒷모습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야, 최우석 왜그래!?"
"잠깐만~!."
-타.탁.탁.탁.탁.헉..헉
나는 짧게 대답하고, 그녀의 환영(幻影)이라도 쫓는 것처럼 빠르게 달려 갈림길까지 다달아 거기서 부터 나뉜 세갈래 길을 미친듯이 둘러보았다. 바로옆 본관 건물 계단에 올라서 찾아보기도 하고 더 위쪽 언덕길로 나뉜 길을 약간 더 올라갔다 둘러보고 내려오기도 하고, 다시 마지막 갈림길에 약간 높게 만들어진 화단 모퉁이에 올라서 두리번 거리며 찾아보지만 그 어디에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무슨일인가 싶어 그런 나를 쳐다보다가 다시 제갈길을 가는 학생들도 보여 보통때라면 창피할만도 한대 지금의 나는 그런 생각을 할 정신이 없었다.
-헉.헉.헉.
"야, 도대체 무슨일이야!?."
"아니 그게..."
"..? 그게 뭔데!?"
난 문득 헛개비를 본것인가 하는 생각을 떠올리며 방금전까지 그렇게 달려와 찾았는데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 그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내 눈과 마음속에 이미 그녀의 잔상은 자리잡아 남아있기에 완전히 허상이라고 단정하기 싫었다 게다가 대낮인걸 감안하면 분명 내가 보았던 그녀의 모습은 가짜가 아닐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행동에 대답을 요구하는 친구녀석에게 내 상황을 전하기가 왠지 부끄러웠다. 아직 실체인지 나 자신도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으면서 뒷모습만 보고 이런 행동을 했던 나를 바보 취급 할것같아 여기까지 나를 쫓아 뛰어온 친구에게 솔직히 말하기가 곤란해서 올라갔던 화단에서 내려오며 다른말로 얼버무렸다.
-하~아..하~아
"그게..그냥 오랜만에 학교에 오고보니 달리고 싶어서..!"
"뭐?, 너 갑자기 군대 다녀오더니 미친거 아냐?"
"지성아, 나 멀쩡하다!"
"그럼...!"
멀쩡하다는 내말을 듣고 녀석은 다른 원인을 찾으려는듯 내게 바짝 붙어 이마에 손을 대었다.
"뭐..뭐야!?"
"어!..열은 없는데 하긴 아직 한 여름인데 감기 걸렸을 일은 없고..날씨가 더워서 더위 먹은거 아니냐?"
"아니라니까 나 멀쩡해..그냥 뛰어본것 뿐이라니까..!"
"알았다..알았어!, 싱겁긴...간만에 캠퍼스 공기라도 깊이 들이마시고 싶었나 보구나!"
"으.응, 뭐 그렇다고 할수도..!"
"하여튼..넌 간혹 보면 이상한 구석이 있다니까!...아..그건 그렇고, 너도 오늘 복학 신청하러 온거지!?"
"어, 음..그래."
"역시 그럴줄 알았다니까..니가 첫날 바로 올줄 알았지.!"
"뭐!?"
"하하, 넌 뭐든 일찍 처리하려고 하는 습관이 있다는 걸, 이 형님이 알고 있었거든.!"
"핏, 그냥 뒤늦게 하면 사람들이 몰리까봐 첫날 온거야...무슨 습관은..그만 들어가자"
가볍게 얼버무린 내 이야기가 통했는지 지성은 더이상 꼬투리 잡지 않았고, 본관 건물은 바로 근처였기에 우린 등록 신청을 하러 발길을 옮겨 안으로 들어가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서류를 작성한뒤 제출한후 그 곳을 나왔다.
"너 그런데 오늘도 아르바이트 하는날 아니였냐!?"
"어, 맞아 잠깐 오후 준비 시간에 나온거야..이제 들어가 봐야지."
"뭐야?, 근데 언제 그만두려고? 복학하니까 거긴 이제 정리해야 되잖아?"
"어, 그게 사정이 생겨서 저녁 타임에 계속 도와주기러 했어.!"
"뭐?, 그럼 공부는 어떻게 하려고? 넌 아직 1학년 복학이니까..이제부터 졸업때까지 학점 관리도 해야 할거 아냐? 괜찮겠냐!?"
"매니저가 조금 배려해 준다고 했으니 충분할것 같아!"
"야!, 그러다 학점 떨어지면 어떻게 하려고!?...그냥 지금 관두는게 낫지..만일 나중에 그만 두려고 하면 더 곤란하지 않겠어!?"
"괜찮아!, 그 정도는 내가 알아서 할수 있으니까..걱정하지마!"
걱정해주는 지성이의 말에 괜찮다고는 했지만, 시험 기간에는 나도 약간 부담이될것 같다는 생각은 해왔기 때문에 잠깐 곤란한 표정을 짓다가, 내 얼굴을 친구녀석이 유심히 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걱정할까봐 웃는 표정으로 황급히 바꿨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학교를 빠져나와 교문앞의 활기찬 거리를 다시 지나쳐 지하철 역앞에 다달아 우린 인사말과 함께 복학하기전에 한번 뭉치자는 말을 나누며 헤어졌다.
레스토랑에 돌아오니 이미 저녁준비가 거의 완성된 상태였고, 바깥 정문앞 대기 테이블에는 벌써 몇몇 손님들이 가게 오픈을 기다리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선 나는 유니폼을 갈아입고 나오니 손님들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날 저녁 시간도 바쁘게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그동안 해오던 복학준비 학습도 마무리하며 시간을 보냈고, 그런 일상적인 일들이 복학하는 날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그런 일상 속에서도 공부를 할때나 잠자리에 들기전에 문득 문득 내 눈과 가슴에 가득찬 그녀의 모습이 떠오르며 학교에 찾으러 가볼까도 생각해 보았고, 복학 후 그녀와 학교에서 마주치는 꿈도 꾸었지만 아직 현실속 인물인지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그녀와의 꿈속의 재회는 실감이 나질 않았다.
드디어 복학 첫날인 9월1일 개강에 맞춰서 레스토랑에 양해를 얻어 오늘은 일을 쉬기로 하고 친구들과 간만에 어울려 볼까 생각을 하며 등교길에 올랐다. 그리고 또 한가지 혹시라도 그녀를 볼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날 내 주위에선 그녀의 뒷모습과 비슷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그날 친한 친구들과도 학년이 달라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 못한채 각자 학과나 학년의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나는 늦은 복학생이라 딱히 아는 사람이 없어 서둘러 자리를 벗어나 오랜만에 학교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 2층 B실에 들어서서 안을 쳐다보니 개강 첫날이여서 그런지 안은 별로 붐비지 않아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곳 안도 둘러보았지만 그녀와 동일한 느낌의 여학생은 보이지 않았다. 곧 자리를 잡고 앉아 전공관련 서적과 도서관에 비치되어있는 읽을 만한 책들을 대여하여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밤 7시쯤 되었을까 미루었던 식욕이 꿈틀되기 시작하여 그만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 식당가로 가려고 B실의 문을 나와 가까운 계단으로 향하는데 반대편 계단에서 여자들의 말소리가 조그맣게 들렸다. 막 계단을 내려가려다가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려 쳐다보게 되었는데 여러명의 여학생들이 대화를 나누며 1층으로 향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나는 또 그녀를 찾는것인가 하는 생각을 떠올리며 몇명째인지 모를 여학생들의 모습에서 이제 고개를 돌려 내려가려는 순간 그녀와 비슷한 느낌의 옆모습을 한 여학생이 내 눈에 들어왔다. 거리도 있었고 그 여학생은 계단을 내려와 돌아 내려가는 모습이라 그리 긴 순간이 아니였지만 개강날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지금까지 생각했던 이미지와 차림이 비슷해서 나는 망설이는 마음과 확신하지 못하는 생각을 중단하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탁.탁.탁.탁.탁.탁
맞은편 복도로 미친듯이 달려가 계단을 빠르게 내려갔다. 그곳엔 내가 있던 2층의 모습과 달리 사람들이 꽤 많아, 앉을수 있는 쇼파와 대화를 나눌수 있는 공간들도 많아서인지 이야길 나누며 여기저기 모여있는 무리들이 보여서 계단을 다 내려가기전 주위를 자세히 쳐다보았지만 좀 전의 그녀라 추정되는 여학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내려간지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았기에 도서관을 나갔어도 그녀를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다시 몸을 움직여 마져 계단을 내려가 정문으로 향했다. 도서관 정문 앞에서 양쪽으로 나뉘어진 학교를 빠져 나갈수 있는 길을 보며 어느쪽으로 갈것인지 잠시 망설이다 한쪽을 택하여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헉..허억..탁.탁.탁.탁.탁.탁..헉..탁.탁.탁.탁..헉..허억..허억..허억
"이 정도면 따라 잡았겠지...후.!"
그러면서 맞은편 길이 보이는 중간 중간 그쪽길을 쳐다 보며 혹시나 그녀가 보이는지 확인하였지만 찾을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속도를내어 정문으로 뛰어 내려가 가뿐 숨을 몰아쉬며 혼잣말을 작게 한뒤 여학생들이 내려오는 모습들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5분정도 긴장감과 초조함으로 정문 옆에서서 눈도 깜박이지 않고 사람들을 눈여겨 보았지만 그녀의 모습은 없었다.
"어떻게 된거야..혹시 그사이 놓친건가!?"
차츰 시간이 흐르자 긴장감과 초조함 속에 불안감까지 채워지기 시작하며 또다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분명히 그렇게 뛰어 내려왔으니 따라 잡고도 남았을것이다. 어디서 놓친 것일까? 혹시 도서관에서 나오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또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며 허기와 뜀박질에 지친대다 그녀를 다시 찾지 못했다는 실망감 속에서도 흔들리는 눈동자로 계속 지나쳐 가는 사람들을 주시했다.
-주륵
"이런....!"
도서관을 나와 정문에 다다른지 30여분이 지나도록 드문 드문 지나쳐 가는 사람들을 속에서 그녀를 찾지 못했다는 생각을 다시 떠올리며 도대체 왜 못찾았을까 나 자신에게 대물어 보지만 어떤 말도 그 물음에 답할수 없었다. 또 헛개비를 본것일까? 머리속에 떠올리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는것을 알게 되었다. 몇몇 정문을 빠져 나가는 사람들이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의아하게 쳐다보았지만 이내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사람들이 못보는 곳으로 몸을 돌리니 그들의 관심도 없어진듯 발길을 옮기는 소리와 서로 수다를 나누는 목소리들만 작게 들려왔다.
-꼬르륵..꼬륵
"이런 바보같은 녀석 상황 파악도 못하고..!"
-툭..툭
더이상 이곳에 있어봐야 그녀를 찾지 못할것 같았고 지금의 감정도 좋지 않은데다 또다시 밀려오는 강한 식욕감까지 더해 소리나는 배를 치며 자리를 옮겨 학교 정문앞 인근 식당가로 향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식당에 들어서서 제육복음 정식을 주문해서 먹고, 그곳을 나와 지하철을 타고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휴..정말, 또 헛개비를 본건 아니겠지..!"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또다시 그녀를 놓쳤다는 기분에 헛개비로 취급하려는 내 자신이 싫었다.
"아냐, 그럴리 없어 두번씩이나 학교에서 그녀를 본건 정말..사람이기 때문이지...다음엔 반드시 놓치지 않겠어!"
나는 스스로에게 위로와 다짐을 하며 조금씩 밀려드는 피곤함에 잠이 들었다.
-띠리리릭..띠리리릭..띠리리릭..틱
"음..으윽..후음, 복학 둘째날이구나..오늘부터 아망떼에도 출근도 해야 하는데..!"
다음날 아침 알람소리와 함께 잠에서 깬 나는 학교생활과 저녁에 레스토랑에서 일한다는 생각에 조금 몸이 무거웠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샤워를 한후 준비해두 빵과 우유로 아침을 해결하고 등교길에 올랐다.
학교에 도착하자 또다시 어제의 일들이 기억이 났지만 애써 지우며 발걸음을 강의실로 향했다. 강의실 의자에 앉아 오랜만의 수업에 잘 적응할지 긴장도 되었고, 주위를 둘러보니 역시나 아는 사람들도 안보여 마치 대학에 첫 입학했을 때의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건 나이가 들어선지 조금은 느긋하게 생각할수 있다는 것이였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곧 조교가 들어와 어수선한 강의실을 정숙시키자 바로 교수가 들어와 자리를 잡고 출석을 체크 하기 시작했다.
"강일만"
"네"
"김나리"
"네"
.....
"최우석"
"네"
.......
그렇게 한참 동안 출석 체크는 이어졌고, 체크를 마친 교수는 앞으로의 수업에 대해 설명하고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는둥 시간을 보냈다.
"그럼, 앞으로 내 수업 시간에 늦는 사람이 없었으면 합니다. 다들 알아 들으셨죠!?"
"네~!"
"네."
학생들의 대답과 함께 강의 시간을 10분정도 남긴채 일찍 정리하고 교수는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첫 수업을 시작으로 강의는 이어졌고, 어느덧 점심 시간이되어 다른 강의실과 건물에 있던 강지성과 김대명을 식당에서 만나 점심 식사를 하기위해 기다리면서도 그녀를 찾느라 고개를 두리번 거리는 일은 첫날처럼 멈추지 못했다.
"너, 뭐하냐!?"
"어..그냥 고개가 아파서!"
"뭐!?, 너 정말 수상해 복학 신청날도 그렇고..혹시 여자친구 찾는거 아냐?"
"뭐..우석이 녀석 여자 친구 생겼어!?"
나의 행동이 이상했는지 지성이 녀석이 괜한 오해를 하였다. 뭐 여학생를 찾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정체도 모르는데 여자친구라니 하는 생각을 떠올리며 아니라고 대답하려는 순간 대명이 말을 끊었다.
"아냐, 무슨 여자친구..아직 없어!"
"뭐야!?, 아직?...아직이라는 말은 마음에 둔 여학생이 있다는 거냐?"
"어..없다니까.!"
"이것보게 말까지 더듬고, 솔직히 말해라!, 반한 여학생 있구나? 신입생!?"
"후..마음대로 생각해라!?"
"어, 아닌가?
"에이, 아닌가 보네!"
우리는 그렇게 식판에 음식을 받아서 식사를 마칠때까지 아직 있지도 않은 내 여자친구 얘기를 시작으로 이상형이나 잡다한 말을 나누었다. 그렇게 점심시간을 보내고 오후 강의를 마친 나는 아르바이트를 위해 [아망떼 amante]로 향했다.
"안녕하십니까!?"
"네."
"어서와요!"
나는 가게로 들어서며 보이는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였고, 바쁜 와중에도 사람들은 내 인사를 받아 주었다. 그리고 유니폼을 갈아입고 밤 7시부터 10시까지의 아르바이를 시작하였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9시 30분정도에 업무를 마무리하면서 뒷정리까지 도와준뒤 집으로 돌아와 공부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게 반복되는 일과를 하면서 때때로 시간이 비거나 공강일때 학교 이곳 저곳을 돌며 그녀를 찾아보는 일과 도서실에서 필요한 책들을 빌려 읽는 일도 잊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한달이 넘게 흐른 10월 11일,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과 공부도 개을리하지 않은채 5일 후에 있을 2학기 중간시험를 맞이하여 도서관에서 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톡.톡
누군가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내 어깨를 살며시 두드려서 고개를 돌려 확인 하였다.
"식사!"
손짓을 하며 내게 식사할것을 권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강지성이였다. 나는 가방과 짐을 챙겨서 그의 뒤를 따라 도서관을 나오며 오후 5시 30분인것을 확인하고, 우리는 학생 식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웅성.웅성..소근.소근
"휴~, 시험 기간이라서 그런지 이곳도 사람들이 제법 붐비네!"
"어쩔수 없지, 그나마 먹을수 있는게 어디냐!?"
"그런가..!"
식당 안은 빈자리 하나없이 사람들로 빼곡 하였고, 음식을 받기위한 대기줄도 길게 늘어서있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몰랐다. 긴 기다린 끝에 우린 음식을 받아 자리를 겨우 찾아 앉게 되었다.
-턱..끄릉.탁.
"자리 앉기도 힘드네!"
"그러게 완전 전쟁하는것 같네."
-웅성..웅성..소근.소근
겨우 자리에 앉아서 음식을 먹으며 주위에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약간 어수선하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활기차 보이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우석아, 시험 기간에도 아망떼 출근하면 힘들지 않냐?"
"아..그거 매니저님이 알아서 3일정도 빼주셨어."
"그래, 센스있네..!"
"이 형님이 거기서 워낙 인정 받다보니 그런 배려도 받는거다~!."
"풋, 참내..알았다 임마~!."
가벼운 이야기들을 하면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뒤쪽에서 여학생들이 새롭게 자리에 앉는 소리와 대화가 귀여 들려온다.
-턱.턱..끄릉..척.척
"혜진아, 너 혹시 아르바이트 할만한곳 아는데 있니?"
"아르바이트!?"
"응, 좋은 자리 없을까?"
"야, 무슨 아르바이트 구한다는 말을 시험 기간에 하니!?"
"후!, 아무래도 학비는 몰라도 생활비는 내가 벌어야 할것 같아서...!"
"왜~?, 사정이 안좋아!?"
"그건 아니지만, 학비가 부담되는건 사실이니까..조금이라도 부모님 부담을 덜어 드리고 싶어서!."
"하긴..나도 뭐 능력만 된다면 아르바이트도 하고 싶긴 한데, 지금도 학점이 제대로 안나오니...어쩔수 없이 공부라도 열심히 해보는수 밖에...근데 넌 좋겠다 공부도 잘하고. !"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이야기 때문일까? 나는 음식을 먹으며 이상하게 뒤에서 들리는 그들의 대화에 계속해서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잘하긴..그냥 성적이 조금 잘나온것 뿐인데!"
"기집애, 겸손은 학과 톱이 조금 잘나온거면 다른애들은 다 죽어야 되게~!"
나는 그들의 대화에서 한쪽 여학생이 공부도 잘한다는 말을 듣자 호기심이 들었고, 집안을 걱정하여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구한다니 참 대견하다는 생각에 어떤 여자일까 궁금하여 음식을 씹으며 지성이 녀석을 바라보는 척하며 고개를 약간 더 돌려 뒤에 있는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순간 나는 입속의 음식을 씹는것도 잊은채 너무 놀라 그냥 삼키다가 일부가 기도를 막았는지 사래가 들리고 말았다.
-켁..풋..켁..커어
"야, 너..괜찮아!?"
"하아..괘..괜찮아!"
"이 물좀 마셔봐."
"으응"
내 입속에서 약간의 음식이 튀어나와 지성이 녀석 어깨 위로 떨어졌고, 얼굴에도 약간 뭍었다. 그런데도 녀석은 게의치않고 내 걱정을 먼저 해주는 것이 너무 고마웠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할 겨를이 없이 짧게 대답해 주고 받아든 물을 조금씩 마시며 곁눈질로 주위에서 나를 보고 있는 사람들을 살폈다. 특히 나를 놀라게한 당사자의 반응이 어떤지 창피한 마음으로 살짝 확인하였다.
"저 사람 사래걸렸나봐!"
"그러게, 조심히 먹지..!"
그녀들의 대화가 가득이나 창피한 상황에 내 얼굴을 새빨갛게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야, 너 정말 괜찮은 거야? 얼굴까지 새빨게!?"
"어, 괜찮아!"
"그럼 나 물좀 떠올게!"
"그래."
내가 거듭 괜찮다고 말하자 지성은 물을 가질러 갔고, 나는 티슈와 손수건으로 식탁위에 조금 튄 파편들과 내 입에 뭍었을지 모를 이물질을 닦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의 시선은 조금씩 나에게서 멀어지는것 같고, 나도 차츰 안정을 되찾아 제정신이 돌아오며 창피함에 이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헛개비가 아닌 친구와 대화까지 나누고 있는 현실속의 그녀가 바로 뒤에 앉아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격스럽고, 생각해 보니 그녀들의 대화에 아르바이트 이야기가 오고 갔으니 둘중 하나는 일을 원하고 있으며, 그 사람이 그녀일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혹시나 자신이 그 자리를 창피함 때문에 벗어난다면 이야기를 걸수 있는 소재를 얻을수 없다는 생각에 다른 생각들을 접어두고 의자에 그대로 앉아 그녀들에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우...아르바이트, 정말 어떻게 하지!?"
"그냥..시험 끝나고 알아봐, 나도 같이 알아봐 줄테니까!"
"정말!?"
"기집애, 이제 그만 식사나 하시죠!"
"알았어!"
그녀들의 대화를 계속 들으며 살며시 고개를 돌려 확인해 보니 아르바이트가 필요한 여학생이 바로 그녀였다. 그래서 난 더이상 머뭇거리기 싫었다. 두번이나 그녀를 놓친뒤에야 겨우 이 식당에서 창피한 모습까지 보여주며 다시 만났지만 용기를 내야겠다는 생각에 몸을 돌려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저..저기요!"
"네!?
"무슨일이시죠?"
"...."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지만 막상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모르겠고, 그녀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에 당황스럽고 몸이 얼어붙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친구 지성이 녀석이 저만치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아..아니요 실례했습니다.!"
"뭐야, 싱거운 사람 다 보겠네~!"
"얘, 너무 그러지마!"
"됐고, 식사 다 했으니..그만 일어서자."
"그..그래!."
-끄릉, 끄릉..또각.또각.또각
그녀들이 일어나서 가는 모습을 보며 내가 참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용기를 내어 말을 걸어놓고 제대로 대화도 못해보고 싱거운 사람 취급까지 받게 되었으니, 이제 앞으로 그녀의 얼굴을 어떻게 볼것이며, 또 어떻게 말을 붙여야 하는지 난감했다. 그때 내 시야를 가리고 지성이 녀석이 말을 걸었다.
"야..무슨일이야 미인들이던데"
"별거 아니야, 그냥 물어볼게 있어서..!"
"난 또 니가 작업 거는지 알았지, 그래서 천천히 걸어 왔구만...!"
"정말 아니야!"
"그래, 그럼 조금 남은게 아깝긴 한데 우리도 그만 정리하고 일어나자!"
"어, 그래"
-끄릉, 끄릉..뚜벅.뚜벅.뚜벅
우리는 그렇게 학생 식당을 나와서 도서관으로 향하려고 하는데 그녀와 친구의 모습이 다시 내 눈에 들어왔다. 식당 건물앞 벤치에서 학과 동기들인지 여러명의 여학생들과 둘러앉아 캔음료를 마시는 모습이 내 시야를 가득채웠다. 그렇게 서있는데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우석아..!"
"어!?"
겨우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려 녀석을 바라보니 재미난 상대를 찾은 어린아이의 눈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가 이야기를 꺼낸다.
"흠!, 나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빨리 가봐야겠다."
"어!?"
"그럼, 나 먼저 간다~."
-탁.탁.탁.탁
지성이는 말을 마치고 도서관쪽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갑자기 혼자 남겨진 나는 어리둥절 하였지만 이내 고개를 돌려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들은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이야기 도중에도 웃음 소리를 내며 대화를 이어나가는 모습이 보였고, 난 그 모습을 보며 근처에 있던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뽑아 마시며 주위에 있던 화단에 앉아 그 광경을 계속 주시했다.
"그럼 또봐.."
"내일 보자~!"
"그래, 너도!"
얼마쯤 지나서 그녀와 식당에서부터 동행이였던 친구만 남고, 나머지 여학생들은 자리를 떴다. 그 둘이서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천천히 그녀들 근처로 걸어갔다.
"월희야, 너 교양 과목은 다 준비했니!?"
"어, 뭐 대충...!"
그녀들에게 가까이 다가갈때쯤 같이 있는 여학생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름이 월희구나!"
아주 작게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고, 걸음을 옮기며 그녀에게 내 아르바이트 자리를 물려줄 생각을 정하고 말을 꺼내기 위해 그녀와 한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멈춰서서 말을 걸었다.
"저기 말씀 중에 죄송한데요...!"
"네!?, 어..아까 식당에서...
"식당에서 사래들린 사람이죠?"
"혜진아~!"
"아..미안해요..!"
친구의 직설적인 이야기에 그녀는 이름을 부르며 주의를 주는듯 하였고, 그걸 깨달은 혜진이란 친구는 내게 사과를 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뭐 사래들린게 맞으니까요!"
"그렇죠!?."
"흐흠."
그녀는 친구에게 다시 주의를 주며 내쪽을 쳐다보았고, 혜진이란 친구도 나를 보며 이야기 했다.
"근데, 무슨일이죠?"
"저기 아까 식당에서 이야기 하시는걸 들어서 그런데요..."
"뭘 들었는데요!?"
그녀보다 혜진이란 친구가 계속 말을 걸어와 나는 아쉬워하며 대답을 했다.
"아..네!, 그게 이쪽분이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는것 같던데..!?"
"맞아요, 월희가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고 있죠..근데 왜요?
내 말을 자꾸 끊어먹는 혜진이란 친구가 점점 미워질려고 하는데, 그렇다고 그녀의 친구에게 싫은 표정을 내색하기 싫어 억지로 무표정하게 이야길 이어갔다.
"저, 제가 일하는 아망떼라는 레스토랑이 있는데요.."
"그래서요!?"
또 그녀가 아닌 혜진이 나서자, 나는 인상이 구겨질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때 드디어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저 한테 그곳을 소개시켜 주시겠다는 거죠!?"
"아, 네..그래요!."
"흠..어떤 곳이죠!?"
"아..그러니까, 우선 고급 레스토랑이고요..시급이 9천원이고, 평일엔 저녁 7시부터 3시간이고..주말과 일요일엔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3시간 입니다.!"
"뭐에요!?, 거긴 휴일도 없어요?"
다시 끼어든 혜진의 말에 내색하지 않고 대답을 해 주었다.
"매월 셋째주 일요일엔 쉬어요.!"
"흠..그건 상관없는데, 시간이 너무 짧은것 같아요~!"
"시간이요?, 그건..매니저님과 상의해서 조정만 잘하면 1시간은 늘릴수 있을것 같은데요...근데 그 이상은 학업에 방해 되지 않을까요!?"
"그정도는 괜찮아요, 흠..그럼 6시 부터 10시까지인가요?"
"네, 그렇죠"
"좋긴한데...그런 자리면, 하려는 사람이 많을텐데..학기 중이라고 해도 아직 자리가 남아있나요?"
"네!?, 그게 곧 자리가 날꺼라...아니 그만 둔다는 사람이 생겨서요!"
"흐흠.."
나를 유심히 쳐다보며 대화를 나누는 그녀에게 푹 빠져 제대로 이야기하고 있는지 헷갈렸지만, 그래도 그녀를 위하는 일인데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잘 알려주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대답해 주었다. 물론 내가 그녀를 위해 그만 두는 사람이라는 것만은 쏙 빼고 모두 사실대로 말해 주었다.
"야~, 뭘 고민해 좋구만, 그만한 시급되는 자리 구하기 힘들거 같은데. 시간도 맞출수 있다고 하니..정말 잘된거 아냐!?"
내가 그녀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을 혹시라도 내 표정이나 말실수로 알아차릴까봐 말을 줄이고 그녀가 빨리 결정해 주길 바라고 있는데, 옆에 있던 혜진이란 친구가 내 제안을 거든다.
"그렇긴 한데 왠지..."
조금씩 내 눈치를 살피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불안해서 말을 바꿨다.
"그쪽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자리 구하기 힘들어요..그러니 결정을 빨리 하시는게...!"
"그래도...그러면 좀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그러면 이건 어때, 니가 이분이랑 같이 그곳에 가보고 결정하는 거야 참관이라고 할까!?"
망설이는 그녀를 보고 있는데 친구가 다시 도와줬다.
"맞아요 그러는게 좋겠네요, 친구분 말씀처럼 레스토랑을 먼저 확인하면 결정하시기 편하시겠죠?"
"흠, 그래요..알았어요, 그럼 확인하고 결정할게요...언제 찾아가면 좋을까요?"
"그건, 시험 끝나고 바로 가시는게...!"
"그래 그렇게해~!"
혜진이란 친구가 또 거든다. 그녀를 좀 전까지 미워하려는 마음이 사그라들고 오히려 호감이 쌓이는것 같았다.
"그래도...!"
"뭘 망설이니..가보고 마음에 안들면 그냥 오면 되는거지, 그렇죠?"
"네 맞아요, 근데 직접 가보시면 진짜 마음에 드실거에요, 매니저님도 성격이 좋으시고...!"
"휴..알았어요, 그리고 절 생각해 주셔서 소개시켜 주시는건데 너무 따지는것 같아서 미안해요.!"
"아뇨, 괜찮아요."
그녀가 내 제안을 잘 받아들이는것 같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친구가 다시 말을 꺼낸다.
"그러면 서로 연락처라도 주고 받아야지, 그래야 그곳에 갈때 약속을 정하고 가지~.!"
"아, 그러내요 그럼 그쪽 휴대폰 좀..."
"얘 이름은 월희에요, 이월희, 약간 특이하죠!?, 그리고 제 이름은 양혜진이구요.!"
"아..네, 전 최우석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녀들의 이름을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기에 내 소개를 하며 그녀가 휴대폰을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툭..스윽
"얘는 아직도 안주고, 자..여기요~"
"혜진아!, 너~"
그녀가 아직 휴대폰을 나에게 주지 않자 혜진씨가 그녀의 가방 위에서 낚아채듯 집어서 나에게 건네준다. 나는 그걸 받아 내 번호를 입력하려 했지만 스마트폰은 잠겨있는 상태였다. 그걸 알고있던 그녀는 벌써 나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아..여기.!"
-스윽.스윽...스릉..톡.톡
"여기요.."
그녀가 다시 내민 스마트폰을 조금 민망한 표정으로 받아든 나는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통화 버튼을 누른후 내 스마트폰의 진동이 느껴질때 통화를 종료하고 그녀에게 건네 주었다.
"자..그럼 된거죠?, 우리한테 더 용건은 없고요!?"
"그게..."
혜진씨가 그렇게 물어보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그녀와 더 이야기 하고 싶긴하데, 더 떠오르는 용건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는니 그녀가 일어서며 말을 꺼낸다.
"우린 그만 갈께요. 집에서 공부하기로 해서요.!"
"아..네!"
"뭐, 월희야, 쟤도 참...그럼 다음에 봐요~!"
그녀는 말을 마치며 일어나 학교 정문쪽 길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약간 무안해 하며 대답한 나를 보고 혜진씨가 인사를 하고 그녀를 따라갔다. 갑자기 그녀가 자리를 뜨는 것이 조금 못마땅 했지만 어쩌겠나?,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것이지 아직 그녀는 내 마음을 모르고 처음 본 남자에게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녀가 더이상 나에게 환영이나 헛개비가 아닌 대화를 나누고 전화번호를 교환까지한 실제 인물이기에 너무나 행복하기만 했다. 그녀들이 멀리까지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나도 레스토랑으로 출근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안녕하세요~!"
"어서와요!"
레스토랑에 일찍 출근하면서 인사를 나누며 가게 안으로 들어서는데 매니저님이 보였다. 아무래도 미리 이야기 해 두는것이 좋을것 같아 그에게 상담 요청을 했다.
"저기, 매니저님!"
"어, 우석씨 왜 이렇게 일찍 나왔어?"
"말씀 드릴게 있어서 잠시 자리를.."
"어! 알았어, 사장실로 가지."
사장실겸 매니점님이 사용하시는 곳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게되자 그가 용무를 물었다.
"우석씨, 무슨 일이야!?"
"저..죄송한데 시험 끝나고 몇일 이내로 이곳을 그만 두려고 합니다."
"뭐!? 왜 갑자기...무슨일 생겼나?"
"아니요, 그런건 아니고...대신 저만큼 열심히 일하고 성실한 사람을 소개 시켜드릴려고 하는데요!"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쉽게 결정하기는..."
바로 허락해 줄거란 내 바람과는 다르게 매니저의 반응은 썩 좋지만은 않아보였다.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보시면 아시겠지만 일도 분명 잘 할거구요!"
"혹시 여잔가?"
"네!? 아..네"
내 속을 훤히 알고 있다는 눈빛과 잔잔한 웃음을 보이는 매너저의 질문에 나는 말을 흐리며 대답을 했다.
"제대로 설명해 보게!"
그의 말에 아무래도 솔직히 이야기 하는것이 더 도움이 될것 같아 그녀를 처음본것과 도서관에서의 일을 빼고 그녀를 식당에서 처음 본것으로 해서 모두 이야기 해 주었다.
"그렇군, 첫눈에 반한 사랑이라..하긴 좋을때지...!"
"그러면..."
"그래, 자네 말은 알겠네, 하지만 절반의 합격이야...나머진 그녀를 직접보고 결정하도록 하지!"
"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자네가 왜 감사해 해, 하려면 그녀가 고마워 해야지!"
"아니요, 저기 매니저님 그녀한테는 절대 내색하지 말아주세요.!"
"알겠네, 그러면 우석씨는 언제 그만 두는건가?"
"그녀를 시험 끝날인 21일날 데려오려고 합니다."
"그럼, 그뒤로 몇일내에 자넨 그만두겠군.!"
"네, 뭐 그래야 되겠죠."
"알았네, 아쉽지만 사정이 그러니 어쩔수 없지, 그럼 그만 나가서 일하게!"
"네..근데 정말 죄송합니다, 오래 일하려고 생각했었는데 뜻밖에...죄송합니다."
-뚜벅.뚜벅.뚜벅
거듭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사장실을 나와 유니폼을 갈아입고 일을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10시가 조금넘어 레스토랑을 나와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기도 했고 반대로 무겁게도 느껴지기도 했다. 여태것 살아오면서 별로 약속을 어긴일이 없었는데 이번에 그녀의 일로 매니저와의 약속을 저버린것 같아 몸이 무겁게 느껴졌고, 또 그녀와의 약속을 지킬수 있을것 같아 반대로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것 같아 좋기도 했다. 그런 상반된 마음을 가지며 집에 도착해서 잠자리에 들때 오랜만에 좋은 꿈을 꿀것만 같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시험 시작일인 10월 16일부터 일요일이 낀 21일까지 중간고사를 무사히 마쳤다. 중간인 19일 일요일에 그녀에게 방해가 안가도록 [21일 오후 5시에 교문앞에서 만나 같이가요]라는 문자를 보냈었다. 잡념이 끼어들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또 일어날 일들때문에 머리속이 가끔씩 복잡해 졌지만 그래도 다행히도 시험을 잘 본것 같아 마음도 홀가분해져서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뒤 5시가 되기전에 도착하기 위해 그녀를 만나러 정문으로 향했다. 10분정도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하고 정문앞에 다다르자,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여 좀 더 일찍 오지못한 나를 질책하며 그녀의 곁으로 뛰어갔다.
-탁.탁.탁
"죄송해요, 제가 먼저 왔어야 하는데..!"
"아니요, 아직 시간 안되었는데요 뭐.."
그러면서 시간을 다시 확인하는 그녀를 보고 여자의 속마음은 모르겠다는 생각이 떠올렸다.
"그럼, 그만 레스토랑으로 갈까요!?"
"흠..네 그러죠.!"
우린 별 대화없이 간혹 자잘한 이야기를 나누며 내 출근 시간보다 1시간 30분이나 일찍 레스토랑 문앞에 도착하게 되었다.
"저기 월희씨.!"
"네!?"
"혹시 식사 하셨어요?"
"아니요, 아직..우리가 만나는 시간이 애매해서 여기 들렸다가 나중에 먹던가 하려고요!."
"저...그러면 여기서 식사하지 않을래요?"
"하지..만..!"
레스토랑 건물이 겉보기에도 고급스러워 보여서 그런지 그녀가 부담되는듯 저녁 식사를 같이 하자는 내 제안에 망설이자 나는 그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한번더 제안을 했다.
"제가 대접하는 걸로 할테니, 같이 식사해요..혼자 먹기 싫어서 그래요!"
"흠..알았어요, 그럼 우석씨가 사는거에요!?"
"네, 당연히 제가 대접하는 거죠!."
난 미자막 말을 하면서 그녀가 다른 말을 할까봐 서둘러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네, 어서와요 우석씨.!"
"어서와요~, 그런데 오늘은 굉장히 일찍 왔네요!"
"네, 오늘은 손님겸 알바로 왔습니다."
직원들이 나의 말에 약간 놀라면서 내 뒤쪽에서 걷던 그녀가 내옆에 와서 서자 또 한번 놀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혹시 같이 오신분!?"
"네.!"
"오!, 미인이시네."
"그러게.!"
"혹시, 애인?"
"아니에요, 아직 그런거...!"
"흠.흠"
그녀는 거북한지 아무런 이야기 없이 고개를 여기 저기 돌리며 실내 인테리어와 사람들의 모습을 살피는듯 했다.
"그럼 잘 모셔야겠네, 우리 우석씨 잘 봐달라고~!"
"저기, 누나..그런게 아니래두요.!"
나보다 두살 많은 직원 누나가 다 알고 있다는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하는 말에 나는 두볼이 붉어지며 아니라고 하였지만, 나를 보는 직원들 모두 내 말을 믿지 않는듯 했다.
"알았어, 알았으니까..어서 자리에 앉으세요, 데이트 중인 손님~!"
이제는 얼굴 전체가 화근거리며 귀까지 새빨개지는게 느껴졌다.
"에휴, 정말 아니라니까, 저 월희씨 여기.!"
-드륵
내가 의자를 빼주자 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자리에 앉았다. 나도 자리에 앉자 마자 메뉴판을 서둘러 집어들고 보지 않은채 가까이 있던 누나에게 주문을 하였다.
"누나, 정식B로 이인분 주세요!"
"네, 손님~!."
웃으며 내 주문을 받아주는 누나에게 고기 굽는 정도를 알려주고, 그녀에게도 물어서 답해주었다. 그리고 메뉴판을 넘겨주며 왠지 어색하고 목이 말라 컵에 있는 물을 마시는데 그녀가 묻는다.
"정식B가 뭐예요!?"
"아..죄송해요, 제 마음대로 시켜서, 정식B가...스프랑, 야채를 곁들인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와..후식으로 케이크랑 차가 나와요!"
"아!, 어떻해..저 소고기 못먹는데요..!"
"네?...그럼, 저..주문을 바꿀게요, 아직 요리 시작 안했을 테니까요."
-드륵
난 서둘러 주문을 취소하고 새로 주문하기 위해 일어나려고 했는데 그녀가 손을 뻗으며 내팔을 잡으려는 시늉을 하면서 장난끼있는 웃음을 띤 얼굴을 보여주며 말을했다.
"잠..잠깐만요, 농담이에요...농담!, 없어서 못먹는 소고기를 제가 왜 싫어 하겠어요!? 저 무척 좋아해요!"
"하하..네...!"
-드륵
나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 다시 앉아 생각해 보니 그녀의 단순한 농담에 속은것이 나쁘지 않고, 오히려 처음으로 내게 웃음을 지어주고 농담을 걸어준 것에 기뿐 마음이 들었다.
"갑자기 농담해서 죄송해요~!, 마음대로 주문하시길래..우석씨를 약간 약올려줄까해서 얘기한건데, 그렇게 정색하시며 행동하실지 몰랐어요!."
"하..아닙니다, 뭐 그러고 보니 자업자득이네요..!"
싫지 않았던 그녀의 농담에 혹시나 부담을 느낄가봐 어색한 웃음을 지우고 밝게 웃으며 그녀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라 질문을 하였다.
"저..우리 아직 이름만 알뿐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데...!"
"맞아요~!, 그렇죠..그럼 먼저 소개해 주세요!."
그녀에 대해 1분이라도 더 빨리 알고 싶어 먼저 이야길 꺼낸건데, 오히려 내 소개를 먼저 하려니 어떻게 말해야 될지 망설여졌지만, 제발 그녀가 마음에 들만한 인생이였길 빌며 내 소개를 시작했다.
"저..일단 컴퓨터 공학과 1학년에 재학중이고, 1학년때 군입대해서 제대후 올해 복학한 11학번 23살 최우석 입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안 계시고 아버지와 제 밑으로 여동생이 있는데.."
-풋.흐하.
"하아~ 죄송해요..!, 이런 곳에서 갑자기 가족 소개까지 하시니까..마치 우리가 맞선 보고 있는것 같아서...흐으..안 웃으려 하는데 정말 죄송해요!"
내 소개가 잘못되었는지 그녀가 웃음을 참지 못하며 그 이유를 설명하자 나의 실수를 깨달았다. 그녀의 말처럼 맞선 자리도 아닌데 가족 소개라니, 정말 내가 생각해 봐도 한심하게 느껴졌다.
"아..! 미안해요, 소개 할일이 별로 없다보니..."
"아니에요, 재미있었어요. 평생 안 잊혀질것 같아요~!"
그녀의 말에 약간은 무안했지만 그래도 그녀가 자주 웃음을 보여주는 것이 좋았고, 또 이쁘고 고운 얼굴로 날 쳐다보며 평생 안 잊겠다고 하는 그녀의 말이 내 머리속에 깊게 새겨졌다.
"고마워요, 그렇게 생각해 줘서~!"
"네!?, 그럼 이제 제 소개를 해야 하는데..우석씨...아니 저보다 3살 많으시니까 오빠시네요, 전 우석..오빠보다 3살 어린 20살..국어국문학과 14학번 이월희에요.!"
"네~! 반갑습니다!."
"풋..뭐에요!?"
이상하게 그녀 앞에선 바보가 되는것처럼 느껴졌다. 처음 만난 사이도 아닌데 다시 소개 받았다고 "반갑습니다"라고 말하다니, 그녀의 작은 웃음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때마침 직원 누나가 스프를 가져왔다.
-탁..탁.
"스프 나왔습니다~!"
"잘먹겠습니다!"
"잘먹을게요!"
"근데 두사람 정말 연인사이 아니에요!?, 오면서 보니까 너무 다정해 보이던데..."
우리가 서로 소개하며 웃고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서 그런지 누나는 계속 연인이냐고 물었고, 난처한 그녀와는 다르게 난 그 물음이 싫지 않아 작게 대답했다.
"아..니에요..!"
"음..그래요 알았어요, 그럼 두사람 다 맛있게 드세요~ !"
-스윽
묘한 웃음을 지으며 걸어가는 누나의 모습에 혹시 매니점님이 사전에 무슨 말을한게 아닐까 생각을 해 보지만,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떠올리며 생각을 접고 그녀를 바라보니 벌써 스프를 먹고 있었다.
-흐룩
"스프 맛있네요!"
"그렇죠!? 다행이다.."
"네 정말 맛있어요!"
-흐룩..흐룩
스프를 시작으로 알맞게 구워진 안심스테이크가 접시에서 비워질때까지 그녀는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을 틈틈히 보며 파악하는 모습을 보였고, 손님을 대하는 모습이나 나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것들을 보았기 때문인지 참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앞으로 같이 일하게 되었으면 한다고 내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난 꼭 그렇게 될거라고 얘기해 주었다. 그리고 잠시후 마지막 후식인 케이크와 차를 받아서 맛있게 먹고 있는데 매니저님이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식사들 맛있게 하고 계신가요!?"
"아..네, 매니저님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드륵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매니저의 물음에 답했다.
"그래요, 근데 이쪽의 아름다우신 여성분은...우석씨 애인 분이신가?"
"아..아니요, 이쪽은 이월희씨에요, 그리고 월희씨 이분이 여기 로망떼를 책임 지시고 계신 박만기 매니저님 이세요!"
-드륵
"처음 뵙겠습니다. 이월희라고 합니다.!"
내가 이야기 해서 뻔히 사정을 알면서도 그렇게 물어보는 매니저가 싫지 않았다. 그녀도 일어나 매니저에게 인사를 하였다.
"그래요, 반가워요..그럼 마져들어요.!"
매니저가 말을 마치고 나에게 좀더 다가와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계산은 내가 했으니 걱정하지말아요, 일전에 약속 지킨겁니다."
"네?, 하지만..."
"그래요, 그럼 난 볼일이 있어서 잠깐 나가봐야 해서...우석씨 그럼 다음에 봐요..그리고 월희씨도 앞으로 자주 봤으면 좋겠네요.!"
그가 약속을 지켜 우리가 먹은 음식 값을 계산 했다는 이야기에 그 와의 약속을 못 지킨 내가 얻어 먹을 자격이 없어 뭐라고 대답하려고 하자, 매니저가 약속이 있다며 그리고 우리에게 다음에 보자는 말을 남긴채 빠르게 사라져 버리는 것이였다.
-드륵..드륵
"좋으신분 같아요, 저도 여기서 꼭 일해 보고 싶어지네요~!"
"그렇죠~! 꼭 그렇게 될거에요."
"네!?, 뭐 그러면 좋겠네요!"
우리는 앉으며 그에 대해 이야기했고, 나는 그녀가 여기서 일하고 싶어하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매니저가 그녀에게 계속 보자고 말한것이 어쩌면 아직 반쪽 승낙이였던 그녀의 채용이 완전히 이루어진거라고 확신하며 그녀에게 좋게 말해 주었다. 그리고 나의 그 말에 곱게 웃어주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보였다.
후식까지 완전히 먹은 우리는 잠시뒤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고, 나는 그녀를 바래다 주고 빨리 돌아와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걸어가는데 직원 누나가 나를 부른다.
"우석씨!, 잠깐만."
"아..네, 저 월희씨 가게 앞에서 잠깐 기다려 줄래요?"
"네..."
그녀에게 기다려 달라 말하고 누나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들었다.
"좀 전에 매니점님이 나가시기 전에 우석씨 식사 마치면, 여성분 데려다주고 좀 늦에 돌아와도 된다고 했으니 그렇게 해요~, 알았죠.!"
"네?, 하지만 그렇게까지..."
"아니요, 꼭 그렇게 해요..알았죠!?, 여성분 기다릴테니 빨리 가봐요..어서~!
나는 그 말을 듣고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나와 앞에서 기다리는 그녀의 곁에 서며 가자고 이야기했다. 지하철을 타고 다시 학교 방향으로 향하는데 퇴근 시간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아 혼잡했다.
"붐비네요!"
"그러게요."
사람들 틈에 어쩔수 없이 우리는 밀착하게 되었고, 나는 최대한 그녀가 편하게 갈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는데 힘을썼다. 그래서인지 내몸에 조금씩 땀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런 내 상태를 알아차렸는지 그녀가 말했다.
"저 땜에....덥죠!?"
"하..그러게요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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