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화.
준수가 퇴원을 한 후, 영희의 집에서 그의 퇴원을 축하하는 파티가 열렸다. 준수와 영희는 물론, 준비를 했었던 수정과 은혜도 같이 모여서 가볍게 차와 함께 이것저것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준수와 영희가 퇴원수속을 밟는 사이, 수정과 은헤는 쇼핑을 하고 있었는데, 이 때 수정은 마음같아서는 오랫만에 시원한 캔맥주를 마음껏 들이키고 싶었다. 하지만, 준수와 은혜가 미성년자인데다가, 오늘같이 준수가 퇴원한 날에 그의 앞에서 술을 마시는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쨋든 술이 없어서인지 그들의 파티는 생각했던것보다 일찍 끝났다. 병원 침대에 하루종일 누워있다가 집까지 오느라 움직인것에 준수가 생각보다 피로를 느껴서이기도 했고, 안좋은 일을 당했던 은혜의 부모님이 위로해준다는 명목하에 내일 은혜가 가족여행을 떠나서, 은혜가 조금은 일찍 집에 가야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상황이 상황인만큼 준수와 영희가 단 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게끔 한 수정의 배려심도 한몫 했다.
모두가 떠나고 난 뒤, 영희가 그들의 조촐한 파티를 뒷정리하고 있을때쯤, 준수는 거실의 쇼파에 가만히 앉아 여유를 즐겼다. 물론 준수는 자신 또한 영희가 뒷정리하는 것을 돕겠다고 말은 했지만, 영희는 한사코 준수의 도움을 거절했다. 영희를 도와주지 못하는것에 준수는 아쉬움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평화롭게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것 또한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준수야. 일어나. 씻고 자야지."
"으... 으음... 이모..."
"얘는... 불편하게 여기서 잠들고 그래..."
"아... 하하하... 이모 뒷모습 보다가 그만..."
"주... 준수야... 씻고 자... 오늘은 피곤하잖아..."
"그래도 이렇게 이모를 안는거... 오랫만인걸요. 조금만 더 이렇게 있을게요."
자신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었다가 영희가 깨워줘서 눈이 뜬 준수는 영희를 끌어안은채 그대로 쇼파에 쓰러지듯 누웠다. 향수라든가, 샴푸냄새같은 것들이 아닌, 영희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의 은은한 향기를 맡으며 준수는 다시 한번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반면 영희는 이대로 준수에게 안겨서 여자로서의 행복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퇴원할때 준수의 담당의사가 준수에게 한동안은 절대 안정을 취하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자신이 참아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기에 아쉬움을 뒤로하며 영희는 자신을 안고 있는 준수의 가슴을 살짝 밀어냈다.
"빨리 씻어. 안그러면 나 진짜 화낸다?"
"치... 네..."
영희가 정색하면서 말을 하자 준수는 토라진듯 힘없이 말을 하고는 욕실로 향했다. 내심 영희는 자신이 준수에게 너무 심했던것 아닌가 하는 후회감이 밀려왔다. 그녀의 본심은 그게 아닌데, 그가 그녀의 마음을 오해하면 어떻게하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영희는 후회를 하면서 욕실문 앞에서 옷을 하나씩 벗고 있는 준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준수는 이상하게도 팬티까지 벗으려다 말고는 잠시 망설이다가 갑자기 뒤를 돌아봤다. 뭔가 영희에게 할말이 있다는듯한 준수였지만, 막상 말은 하지 않았기에 영희는 준수가 왜그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영희의 궁금증이 커질때쯤 준수가 말을 했다.
"헤헤... 이모... 저 씻겨주세요."
"뭐...? 뭐뭐뭐뭣...?"
"아이... 이모 저 힘들단 말이에요. 저 혼자 못씻을거같아요. 그러니까..."
"준수야... "
영희는 당황스러웠다. 씻겨달라는 그의 말이 물론 순수하게 씻겨달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준수의 표정이 오늘따라 왜이리 음흉해보이?, 도저히 순수한 의미에서 자신을 씻겨달라고 말한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물론 준수에게 순수한 의미가 있든 없든간에, 그녀가 그녀의 욕망을 스스로 억제할 자신이 없었던 것 또한 사실이고, 준수의 말을 거절할 마음 또한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의 말을 듣고 바로 욕실에 들어가는것 또한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되었다.
"이모~ 빨리요... 네? 씻겨주실거죠?"
"... 오늘따라 너 왜이렇게 응큼한지 모르겠어... 혹시 내가 병원에서 사람 잘못데려온건 아니지?"
"에이, 이모. 무슨소리에요. 저 준수 맞잖아요."
"... 알아알아. 휴... 어쩔 수 없지. 먼저 들어가있어. 나 금방 들어갈게..."
준수는 영희의 말을 듣자 뭐가 그리 즐거운지 흥얼거리며 팬티를 벗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완전히 전라가 된 준수의 몸을 보자 영희는 그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물론 전에도 몇번이나, 아니 몇십번이나 이미 봤던 그의 몸이길래 부끄러워할것도 없는게 사실이였다. 그의 알몸을 보기만한것도 아니고 그와 더 부끄러운 행위도 몇번이나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오랫만이라 그런지, 전보다 더욱 긴장되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안되... 아직 준수는 아프니까 내가 참아야되... 혹시나 준수가 응석부려도... 오늘만은 참아야지..."
영희는 준수의 건강을 염려해서 자신의 욕망을 감추고, 순수하게 준수의 몸을 씻기기만 하고 곧바로 나오자고 스스로 다짐을 했다. 그녀는 옷을 하나하나 벗으며 욕실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사실 준수를 씻기는데 속옷까지 벗어야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어차피 물이 튈 것이 분명하고, 그렇게되면 속옷이 젖을 것이 분명하니, 그냥 애시당초에 벗고 가는게 나을것 같다... 라는 나름의 논리적인 변명을 하며 속옷을 벗고 욕실에 들어갔다.
이미 준수는 샤워기에서 흐르는 물에 몸을 적시고 있었다. 영희가 들어온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을 감은채 물줄기를 맞으며 뭔가 생각에 잠긴것 같았다. 그런 준수를 보며 영희는 기척을 내지 않고 다가가서는 뒤에서 준수를 안았다.
"무슨 생각해?"
"으음... 그냥... 이렇게 집에 돌아온게 꿈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 꿈일리가 없잖아... 바보... 어서 씻자..."
영희는 벽에 걸린 샤워기를 들고는, 준수의 몸 구석구석을 씻겨냈다. 영희의 손이 그의 몸을 씻겨내면서 그의 물건을 스칠때마다 영희도, 준수도 순간순간 움찔했다. 영희는 의식하지 않으려했지만 그의 물건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느끼며 그녀의 얼굴 또한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사실 영희가 전라의 몸으로 욕실에 들어온 순간부터 준수는 오랫만에 끓어오르는 혈기를 억누를 수 없었고, 이미 그의 물건은 아까부터 잔뜩 발기한 상태였다. 그리고, 영희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그녀의 유방이 준수의 등에 접촉하면서 느껴지는 그 특유의 감촉을 느껴지자 그가 느끼고 있던 흥분을 더 이상은 감당할 수 없을것 같았다. 하지만 감당하지 못한다면 영희는 그를 단순한 색마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준수는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느라 곤혹을 치르고 있었다. 특히나 영희가 준수의 몸에 비누칠을 해줄때는 정말 아찔했다. 그냥 샤워기로 물을 끼얹을때는 손이 스치고지나가는 정도였지만, 비누칠을 할 때는 그의 불알부터 시작해서 자지기둥을 거쳐 귀두부분까지 섬세히(?) 그의 물건을 씻겨주는 영희의 손길때문에, 준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토해낼 뻔했던 것이다.
"보... 보지마..."
"네...."
준수의 몸에 비누칠을 다 한 영희는 자신의 몸에도 비누칠을 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그녀 또한 샤워를 하려고 했었기 때문에 겸사겸사 자신의 몸에도 비누칠을 했다. 문제는 비누칠을 마친 준수가 그녀의 몸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였다. 그렇기에 영희는 준수에게 한마디 했고, 준수 또한 자신이 너무 대놓고 영희의 몸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준수의 고개가 돌아간 것을 보고 나서야 다리를 벌리고 그녀의 사타구니쪽에 비누칠을 하기 시작했다. 분명히 의도는 단순히 비누칠을 하기 위한 것이였다고는하나, 그녀의 손이 보지에 닿을때마다 그녀는 몸을 움찔움찔거렸다. 그리고 준수가 앞에 있음에도, 아니, 준수가 앞에 있다는 사실때문에 그녀는 이미 충분히 비누칠을 끝마쳤음에도 마치 자위를 하는것처럼 그녀의 보지주변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아흑... 아흑..."
"이... 이모... 뭐하시는..."
분명 자신을 보지 말라고 말한 영희였지만, 그녀가 계속해서 신음소리를 내자 준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영희를 바라보았다. 아까와의 태도와는 달리 영희의 눈은 뭔가를 갈망하는듯 촉촉해져있었다.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준수와 영희는 모두 서로를 향해 다가갔고, 미리 약속이라도 한듯 서로의 성기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이미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때문에 그녀들의 몸에 묻어있던 비누거품은 다 씻겨내려갔지만, 오히려 그들은 서로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영희는 불같은 준수의 자지를 만지작거렸고, 준수 또한 애애긍로 인해 미끌거리는 영희의 보지를 계속해서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주... 준수야... 나 이러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아흑..."
"이... 이모... 근데 이모 여기가 이렇게 젖어서... 이대로 괜찮아요?"
"아... 아흑... 아... 몰라... 너... 너도 아프다는 애가 이렇게 단단해져선... 아흑..."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아... 안되... 차...참아야... 아흑..."
"이모는 참을 수 있어요...?"
"아... 아니..."
영희가 애매모호한 대답을 한 사이, 준수의 손가락이 갑작스레 그녀의 보지 안을 파고들었다.
"하앙.. 하앙.. .잠깐만... 하앙... 그렇게 갑자기 쑤시면.... 하앙..."
찌걱찌걱하는 소리가 욕실 전체에 울려퍼졌다. 준수의 손이 한번 그녀의 보지를 달락날락할때마다 영희의 보짓물도 함께 딸려나왔다. 영희의 몸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이 샤워기를 타고 흘러나온 물보다도 그녀가 흘린 애액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행히(?) 영희의 집 욕실에 있는 욕조는 굉장히 큰 편이였다. 준수의 애무의 손길을 받으며 영희는 욕조에 누웠고, 준수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거의 쓰러지다시피한 영희의 몸에 올라탄 후, 그녀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었다.
"하아아아악... 하악... 아... 자... 잠깐 준수야..."
영희는 준수의 혀가 그녀의 보지를 파고들자 거의 이성을 잃을뻔했지만, 가까스로 준수의 얼굴을 밀어내는데 성공했다. 예상치못한 영희의 반응에 준수는 자신이 너무 성급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희 또한 자신이 너무 과하게 반응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곧 준수의 손을 잡고 말을 했다.
"미안... 네 몸상태가 완전하지 않은걸 아는데.. 나 자제를 못하겠어..."
"이모..."
"네 몸상태를 생각하면 내가 그러질 말아야되는데... 이럴때일수록 내가 자제해야되는데 오히려 내가 더하니... 나란 여자... 한심하지?"
"아... 아니에요... 그런 생각을 할리가 없잖아요."
"그럼 다행이고... 그럼 나 더 있으면 안될거 같으니까 이만 나가볼게... 씻는거 마무리하고 나와. 알았지?"
"이... 이모! 우리 그냥 물 받아놓고 여기서 얘기좀 해요... 저 퇴원하고나서 이모랑 둘이서 제대로 얘기해본 적 없잖아요... 네?"
"얘기만... 이지?"
이야기만 하겠다는 준수의 말에 영희는 왠지모를 실망감이 든 것도 사실이였지만, 어쨋든 그녀 또한 준수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나가려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녀가 멈추자 준수는 그녀가 자신의 말에 동의를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욕조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 너무 뜨겁지도, 그렇다고 차갑지도 않은 적당히 따뜻한 온도의 물이 욕조에 점점 차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물이 욕조를 가득 채운 후... 준수가 욕조에 먼저 앉았고, 그 위에 영희가 앉았다. 뒤에서 준수는 영희의 허리를 끌어안은채 영희의 뺨에 자신의 뺨을 맞대고는 그녀와 함께 있다는 그 느낌을 음미하고 있었다. 물론 아까부터 발기해있었던 그의 물건을 영희도, 준수도 신경쓰고 있었지만 애써 자신이 그것을 신경쓰고 있다는 티를 내진 않았다.
"이모 저... 병원에서 깨어나기 전에요... 정말 긴 꿈을 꿨던거같아요..."
"어떤 꿈이였는데?"
"멀리서 이모가 웃고 있어서 이모한테 다가가는데... 아무리 빨리 걸어도 이모는 점점 멀어지고... 아무리 이모를 불러도 대답이 없고... 결국 나중에가서는 이모 얼굴은 안보이고 그림자밖에 안보이는데...."
"준수야..."
"정말 힘들었어요. 그리고 무서웠어요... 정말로 영원히 이모를 못보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바보... 꿈은 꿈일 뿐이야. 나 여기 네 곁에 있잖아..."
"그쵸...? 그때 그건 그냥 꿈이고... 이게 현실이겠죠...? 다행이에요... 지금 제가 이모랑 같이 있는 이게 현실이라서..."
"사실 무서웠던건 나야... 너가 그대로 영원히 잠들면 어쩌나... 얼마나 불안했는데..."
"이모..."
"의사선생님은 괜찮다지만 왜 계속 그렇게 잠만 자는지... 만약에 너 그렇게 계속 잠들었으면 나 정말 너 많이 원망할뻔했어."
"... 미안해요..."
"미안하긴... 어쨋든 결국 이렇게 너랑 같이 있을 수 있잖아... 그것만으로도 난 충분해..."
영희는 준수에게로 몸을 돌린후 입을 맞췄다. 갑작스러운 입맞춤이였지만 준수는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영희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물론 서로의 몸을 갈구하며 쾌락의 늪에 빠지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였지만, 오늘의 그들에게는 지금의 키스만으로도 충분한것 같았다.
의사가 무리한 운동은 당분간 하지 말라고 했지만, 아예 움직이지 않는것보다는 간단한 운동을 하는게 여러모로 좋다는 권고를 한데다가, 이번주까지 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학교쪽의 공지때문에 평일에 학교를 나가지 않았던 준수는 마침 주말이기도 했고 해서 친구들과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외출을 했다. 함께하는 시간은 많았지만 , 준수의 건강이 걱정된다는 이유로 영희는 준수와의 밤일은 진짜 밤에... 그것도 한번밖에 안하는 그들이였다. 뭐... 어제같은 경우는 준수가 끝끝내 괜찮다고 말하며 두번이나 영희에게 사정을 했지만...
어쨋든 준수가 없기도 하고, 영희는 오랫만에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준수의 얼굴을 봐서인지, 요즘들어 영희의 얼굴은 부쩍 밝아진것 같았다. 게다가 어제는 겉으론 못이기는척했지만 준수의 정액을 두번이나 받아냈기에... 오늘따라 힘이 더 솟는것 같았다. 흥얼흥얼거리며 청소를 마무리지을때쯔음, 영희의 집 벨소리가 울려퍼졌다. 영희는 벌써 준수가 왔나, 라는 생각에 현관문으로 다가가 벨을 누른 사람을 확인했다.
"... 안녕하세요...."
"어멋... 선생님... ............. 안녕하세요..."
"... 주... 아니... 혹시 준수... 안에 있어요?"
"아... 아니요. 지금은 밖에 나갔는데... 준수 보러 오신거세요?"
"아뇨... 오늘은 이모님한테 말씀드릴게 있어서..."
"... 일단 들어오세요..."
영희는 뜻밖의 세진의 방문에 조금은 당황했다. 사실 병원에서는 어쩔 수 없이 세진을 봐야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었기때문에 세진의 얼굴을 보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진 않았지만, 막상 이렇게 세진이 자신의 집에 찾아오자 그녀의 얼굴을 보는 것이 조금 불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봐도 세진의 얼굴에서는 나쁜 의도는 없어보였다. 게다가 왠지모르게 힘이 없어보이는 그녀의 얼굴을 보자 그녀의 말을 들어줘야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커피로 괜찮으시죠?"
"네..."
"프림은 없는데... 설탕만으로 괜찮으세요?"
"이모님 드시는거랑 똑같이 해서 주셔도 되요..."
영희가 커피를 타는 동안 세진은 자신이 영희에게 말하려고 했던 일들을 다시 한번 머리속으로 정리하는것 같았고, 영희 또한 커피를 타면서 세진이 자신에게 할 말을 들을 마음의 준비를 했다. 이윽고 영희는 커피 두 잔을 들고 세진에게 다가와서는 세진의 맞은편에 앉았다.
"자, 드세요..."
"... 제가 이모님께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꼭 말을 해야할것 같아서요..."
세진의 말에 영희는 자신을 신경쓰지 말고 일다 말을 해보라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이 무슨 의미인지 세진이 모르는것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자신이 말을 해도 되나 아닌가를 고민하는듯 잠시 망설였다. 영희는 인내심을 가지고 세진이 마음의 준비를 끝마치기를 기다려주었고, 그 기다림 끝에 세진의 입에서 그녀가 가슴 깊이 숨겨오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하던 도중 세진은 몇번이나 눈물을 흘려보였고, 영희 또한 비록 자신의 일은 아니였지만 같은 여자로써 그 이야기를 들으며 같이 눈물을 흘려주었다...
준수는 오랫만에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 준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친구들에게는 미안했지만, 더 즐거웠다. 잠깐 떨어져있었다고는 하지만, 영희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였던 것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현관문을 열려는 순간, 우연히도 자신이 현관문을 열기 전에 먼저 현관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전혀 뜻밖의 인물... 세진이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 주인... 아... 아니... 준수야..."
"뭐죠? 왜 당신이 여기에 있는거죠? 이모! 괜찮아요? 이모!"
"준수야. 아니야. 오해하지 말고 잠깐 내 말좀 들어봐..."
준수는 세진의 얼굴을 보자 이성을 잃은것처럼 흥분을 했다. 세진 또한 갑작스럽게 준수를 봤다는 사실에 당황한것같지만, 그런 준수의 반응은 어느정도 예상했다는듯 놀라진 않았다. 다만 예상을 했다고는해도 막상 준수의 분노를 느끼자 속상해지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내색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기에 그녀는 준수에게 어떠한 말 한마디도 하지 못한채 그 자리에 얼어붙어있었다. 준수는 세진을 노려보며 마치 한대 때릴 기세였었는데 때마침 영희가 나와서는 그런 준수를 가로막았다.
"준수야. 화내지마. 선생님 나랑 얘기좀 했어."
"이모... 울었어요? 눈이 빨개요. 설마 이 여자가 이모를 울린거에요? 아 진짜... 화나려고 하네."
"아니야 준수야. 그게 아니라..."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 이만 가볼게요..."
세진은 자신이 더 이상 이 자리에 있다가는 더 속상할것 같아서 마치 도망가듯이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준수는 그런 세진의 태도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영희가 준수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흘리며 그러지 말라고 말을 하자 더 이상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씻고 곧바로 영희의 방으로 향하려고 했지만 영희는 웬일인지 잠시 혼자 생각할 것이 있다고 말하며 준수가 그녀의 방에 들어오는 것을 거부했다. 뜻밖의 영희의 행동에 준수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후 침대에 누웠다. 분명 영희가 생각할 일이라는 것은 세진이 오늘 자신의 집에 찾아온 것과 큰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과연 세진은 무슨 일로 자신의 집에 왔었던 것일까? 그리고 영희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슨 대화를 나눴을까. 그리고 영희가 보였던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일들이 뭘 의미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하... 하여튼 저 선생님이 끼는 일마다 제대로 되는게 없네..."
속으로 세진을 욕하면서도 준수는 세진 또한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오늘 잠깐 마주친 세진의 얼굴은 너무나도 야위어있었지 않은가. 누가봐도 오늘의 세진의 얼굴은 마치 몇일동안은 굶은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것이다. 그리고 그래서인지 세진에게 동정심이 생기기도 했다. 무엇보다 오늘의 세진은... 평소 자신을 주인님이라고 부르면서도 자신을 노예취급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 그저 하나의 연약한 여자에 불과해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준수는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녀를 향한 동정심이 들수록, 오히려 준수는 세진을 욕했다. 그것은 어쩌면 자신의 동정심을 애써 외면하기위한 스스로의 노력일지도 몰랐다.
준수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즈음, 영희가 준수의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모... 오늘 무슨 일이 있었던거에요? 괜찮은거죠...?"
"응... 준수가 걱정하는 그런 일 없었어. 나 준수 옆에 누워도 되지?"
"네..."
영희가 준수의 옆에 눕자, 준수는 영희의 볼에 입맞춤을 했다. 그리고 영희의 입술에 입맞춤을 하며 그의 손이 영희의 잠옷을 파고드려는 순간, 파고드는 준수의 손을 영희가 잡았다. 평소같았으면 영희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게 분명하기에 준수는 영희의 눈치를 살폈다. 혹시 자신이 실수라도 한 것이 아닌가, 너무 성급하게 자신이 영희를 애무하려고 한 것은 아닌가 하는 후회를 할때쯤... 영희는 전혀 뜻밖의 말을 하기 시작했다.
"준수야. 나는 준수가 정말 자랑스러워. 그거 알아?"
"... 네....?"
"나 솔직히... 얼마전에 준수가 입원해있었을때 너무 걱정되고 속상하고... 그랬지만... 한편으로는 너가 은혜를 위해 싸우다가 그렇게 된거라는 사실을 알았을때 너무나도 자랑스러웠어. 멋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이런 멋진 남자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웠어. 그거 알아?"
"하하... 아까 친구들도 그러더니 이모까지... 그렇게 치켜세우지 않아도 되요 이모."
"아니야. 진심이야... 비록 준수가 구해준게 내가 아닐지라도... 어쨋든 은혜가 널 진심으로 사랑하는건 너도 잘 알고 있을거고... 그런 은혜를 너가 구해준거니까..."
"이모... 은혜는..."
"... 솔직히 부러워. 나도 은혜처럼 어렸으면 좋겠어... 나도 은혜처럼 다른 사람 눈치 안보고 그냥 널 좋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만약에 내가 그런 상황에 놓여도... 날 구해줄거지... 준수야...?"
"당연하죠. 그건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제 모든걸 희생해서라도 이모를 구해야죠."
"... 그럼 만약에 내가 아니라면... 안구해줄거야?"
"... 아니에요. 사실 이모가 아니라, 그리고 그게 은혜가 아닌 어떤 사람이였어도 구해줬을거에요. 뭐... 물론 만약에 위기에 처한 사람이 이모였다면... 정말 제 모든것과 맞바꿔서라도 이모를 구하겠죠. 구하려는 마음의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구할거라는 사실 그 자체는 안바뀔거에요."
준수의 멋드러진 말에 영희는 또 한번 감동을 했다. 물론 그의 성격상 그가 그런 생각을 할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이미 잘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듣는 것과는 또 다른 것 아니겠는가. 어쨋든 그녀는 진짜 그에게 하려고 했던 말을 하기 시작했다.
"준수야...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지금 좀 위험해..."
"... 네? 그게 무슨..."
"아마... 어쩌면... 그때 은혜가 처한 상황보다도 더 심각할수도 있어... 그럼 그 사람... 구해줄거야?"
"제가 구해줄 수 있다면... 근데 위험하다면 지금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라 신고해야할때 아닌가요?"
"아니... 그 사람을 구해줄 수 있는건 너밖에 없어 준수야..."
"..... 이모... 그거 설마... 선생님... 얘기에요?"
준수는 영희가 대충 어떤 얘기를 할 것이라는 것을 눈치를 채자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영희도 준수가 기분이 나빠졌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그의 손을 꼭 잡으며 간절하게 말을 했다.
"너가 선생님을 어떻게 생각할지 대충 알아. 그리고 선생님이 나랑 너한테 어떤 짓을 했는지... 아직도 잊을 수 없어. 하지만... 난 그걸 이제는 이해해줄 수 있어... 너도 이해할 수 있을거야 아마. 근데 선생님... 지금 네 도움이 필요해. 그러니까 준수야..."
"몰라요. 선생님같은 경우는 자업자득이에요. 저랑 관계 없는 일이에요."
"... 준수야... 사람 한번 살린다는 생각으로..."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능력 밖이라구요. ... 선생님 얘기는 그만해요 우리..."
"준수야...."
준수는 기분이 많이 상한듯 영희에게서 등을 돌려버렸다. 하지만 영희는 준수가 기분이 상한 것이 자신때문에 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준수의 뒤에서 그를 끌어안았다. 준수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이런저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기에 영희는 더 이상은 준수에게 말을 하지 않고 그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몇일만의 등교인지, 준수에게는 학교의 모든 것이 신기해보였다. 원래 인기가 많았던 준수지만, 은혜와의 일로 인해 여자들사이에서의 준수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뭐... 준수와 은혜가 사귄다는 사실이 거의 기정사실화되면서 아쉬워하는 여자들도 많았지만... 아침조회 시간. 준수는 내심 세진과 얼굴이 마주치면 어떤 얼굴을 해야할까 걱정했다. 하지만 그의 그런 걱정은 금새 무의미해졌다. 다른 교사가 와서 세진이 아파서 오늘 학교를 나오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해준 것이다. 준수는 세진과 마주할 일이 없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무의식중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세진을 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세진이 출근을 하지 못한것이 벌써 3일째였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세진이 출근을 못하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물론, 교사들 사이에서도 온갖 소문이 무성해졌다. 세진이 요즘 유행하는 독감에 걸렸다는 비교적 무난한 소문부터 시작해서, 세진의 큰 가슴때문에 유방암에 걸렸다는 조금은 심각한 소문, 그리고 숨겨둔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한 것이 아니냐는 소문까지... 별의 별 소문이 다 퍼지자 준수는 세진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싫어도 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아니, 일단은 정말로 세진이 아픈것이 맞기나 한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지난주에 봤던 세진의 모습이 조금 안쓰러워보인 것은 사실이였지만 그렇다고해서 그녀가 큰 병을 앓고 있다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마 준수가 추측하건데... 세진에게 병이 있다면... 마음의 병... 아마 그것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들의 담임인 세진도 없고해서 오늘의 야간자율학습은 진정한 의미의 자율이 되었다. 사실 준수는 자율학습을 해도 그만이고 안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오늘만큼은 세진이 신경쓰여서 도저히 공부를 할 수 없을것같았다. 그래서 일찍 학교문을 나와서 집으로 향하는 길에... 그는 집으로 향하다말고 세진의 집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자신이 왜 그토록 껄끄러운 상대인 세진의 집으로 향하고 있는지, 자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야. 난 정말 제자로써 선생님이 아픈건지 확인하러만 가는거일뿐이야."
-근데 사실 선생님이 아프든 말든 나랑은 상관없잖아?
"... 그래도 선생님들과 애들이 걱정해.."
-그러는 넌? 선생님을 걱정하는거야? 선생님이 아파서 학교에 안나오는게 아니라는걸 너 스스로 잘 알고 있잖아.
"아파서 안나오는거지... 학교를 안나오는데 다른 이유가 있어?"
-이봐. 난 너라고. 너한테까지 거짓말할 필요가 있어? 너도 잘 알고 있잖아. 선생님이 학교를 안나오는 이유는....
준수가 준수 내면의 또다른 자신과 대화를 하는 사이, 어느새 준수는 세진의 집 앞에 도착을 했다. 막상 도착했음에도 준수는 그곳에 들어갈까말까 고민을 했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서 세진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괜히 민망해질것 같았다. 그래서 준수는 도망치듯 세진의 집 앞에서 뒷걸음질을 치려고 했다. 그 때,
"아. 오랫만이구만. 이 집 여자분 동생되는 사람이라고 했나? 누나분 앞으로 택배가 왔는데 집에 안계신지 택배를 나한테 맡기고 갔거든. 자, 여기 줄테니까 누나한테 잘좀 전해주게나."
"아 네... 감사합니다..."
도망가려고 했던 준수는 때마침 건네받은 소포로 인해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준수는 어쩔 수 없다는듯 한숨을 내쉬고는 세진의 현관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그녀의 집 안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 불도 꺼져있었고... 그냥 들어가지 말까 생각도 했지만 어쨋든 자신의 손에는 세진의 소포가 들려있자 않은가. 마침 세진의 집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모르는것도 아니였기에... 비밀번호를 풀고 세진의 집으로 들어갔다.
"... 선생님... 안계세요...?"
준수가 들어간 세진의 집은 이게 사람이 사는 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을싸스러웠다. 인기척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집 안에 불빛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준수는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며 더듬더듬 스위치를 찾아 거실의 불을 켰다. 하지만 빛만 비춰질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준수는 이것저것 확인하기 위해 냉장고부터 시작해서 이곳저곳을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도대체 언제 했던 찌개인지, 냄비뚜껑을 열자 음식상한 냄새가 가득했고, 밥솥을 열자 분명 쌀로 만든 밥이 밥인지 쌀인지 모를 정도로 누렇게 변해있었다. 대충 상태를 보아하니 이건 몇일도 아니고, 적어도 일주일 이상은 거실에 손을 안댄것이 분명했다.
이런 상황을 보자 준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화가 나기 시작했다. 이 집 안의 모습만 보면, 이 집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더 이상 살 의지가 없어보이지 않는가. 화장실을 열어보고, 드레스룸을 열어봤지만, 그곳에서도 세진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마지막 남은 곳은 세진의 방이였다. 인기척이 없다고는 하지만, 준수는 그곳에 세진이 있을 것이라고 거의 확신을 할 수 있었다.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준수는 세진의 방문을 열었고, 동시에 불을 켰다. 그리고 준수의 예상대로... 역시나 세진은 그녀의 침대에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은채 죽은 사람처럼 누워있었다.
"... 일어나요..."
"......."
"일어나란 말이에요! 그러고 있으면 누가 알아준대요? 뭐 어쩌라는건데요?"
",,,,,,"
"선생이면... 어른이면... 선생답게... 어른답게 굴란말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선생님 걱정 얼마나 많이 하는줄 알아요?"
"필요없어... 필요없다고... 그 사람들이 날 걱정하든 말든 무슨 상관인데... 난... 이제..."
한마디 말도 없던 세진이 그 말을 하고는 다시 힘없이 누웠다. 형광등 불빛을 오랫만에 봐서 눈이 부신듯 팔로 눈을 가린채.... 그리고 준수에게 힘없이 말을 했다.
"어차피 나같은거 어떻게되든 관심도 없고 신경도 안쓸거잖아... 그러니까 가...."
세진의 말은 슬픔이나 화가 섞여있지 않은... 그야말로 무미건조함 그 자체였다. 그렇기에 세진의 말을 들은 준수 또한 감정에 변화가 없는것 같았다. 하지만 준수는 세진의 말처럼 밖으로 나가기는 커녕 오히려 세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처음으로... 아마 이런 일은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지만, 세진의 뺨을 세개 때렸다. 그리고 그동안 화를 참았다는듯, 세진에게 하지 않았던 말들을 내뱉기 시작했다.
"말 다했어요? 왜 선생님 멋대로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아니... 제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쳐요. 그걸로 선생님은 좋아요? 만족할 수 있어요? 저한테 더 할 말 없냐구요! 이렇게 평생동안 절 다시 안봐도 괜찮냐구요! 그런거에요? 결국 이렇게 되려고 비디오로 절 협박하고, 이모한테 그런 내기나 제안하고, 그랬던거에요? 결국 선생님... 이정도밖에 안되는 여자였어요?"
"......"
"그럼... 선생님 내 노예하기로 했던것도 무효겠네요..."
"....."
"마지막 기회에요. 한동안 밥을 안드신거 같으니까 제가 밥을 해드릴게요. 아마 지금 상한 음식들 버리고 뭐하고 하다보면 적어도 2시간은 걸릴테니 그동안 잘 생각해봐요. 그리고 저랑 선생과 제자의 관계든, 주인과 노예의 관계든, 앞으로 제 얼굴을 볼 생각이 없으면... 그냥 나오지 말고 이 방에 평생 쳐박혀계세요. 그럼 저도 앞으론 정말 선생님이 어떻게 되든 신경 안쓸테니까. 하지만... 만약에... 만약에... 선생님의 진심이 그게 아니라면.... 좀있다가 부르면 나와요. 아무것도 안물어보고,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을테니까...그냥 좀있다가 밥이라도 먹어요..."
준수는 세진의 대답을 듣지도 않은채 그대로 세진의 방을 빠져나갔다. 뜻밖의 준수의 방문에 여러가지 복잡한 심경이였지만... 준수가 나가자 세진은 당장이라도 펑펑 눈물이 나올것 같았다. 하지만 그동안 하도 울어서인지, 아니면 수분 섭취가 부족해서인지 눈물이 나오지도 않았고, 목이 메여서인지 힘이 없어서인지 우는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밥 다獰楮? 나올려면 지금 나와요."
준수는 그 말 한마디를 하고는 그대로 식탁에 앉았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당장 세진이 나올거라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정말로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뭐, 자신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것 아닌가. 그리고 만약 정말로 나오지 않는다면... 방문을 부수고 억지로 세진을 데리고 나오는 방법도 있었고... 하지만 다행히 준수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필요는 없었다. 굳게 닫힌 세진의 방문이 열리고... 세진이 밖으로 나온 것이였다.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머리도 헝클어지고, 화장도 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준수에게 보인다는 것이 부끄러운듯 세진은 식탁으로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한채 주저하고 있었다.
"그것보다 심한것도 봤는데 뭐가 부끄럽다고 그렇게 있어요. 빨리 와요."
자신의 속마음을 그대로 꿰뚫어보는듯한 준수의 말에 세진은 얼굴이 붉어졌다. 차마 그의 얼굴을 마주볼 수 없어서 고개를 떨군채 식탁에 앉았다. 아마 준수가 입원한 뒤로 제대로 된 밥을 먹은 적이 없었다. 영희와 함께 아침을 먹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그냥 이대로 굶어서 죽어버릴 것이라고 다짐했던 세진이였지만, 막상 식탁에 앉자 진동하는 음식냄새에 정신을 제대로 차리기 힘들지경이였다. 게다가 보통 밥도 아니고 준수가 직접 한 밥 아닌가. 하지만 방금전까지 모든 것을 상실한듯한 모습을 보여준 그녀였기에 선뜻 밥을 먹을 수 없었다.
"뭐해요. 빨리 안먹고."
"...... 하지만..."
"아무것도 신경쓰지 말고 일단은 먹어요. 식기 전에."
준수가 먼저 숟가락질을 하며 밥을 먹기 시작했다. 망설여졌지만 세진은 더 이상 자신이 이렇게 가만히 있는것도 적절한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천천히 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고 찌개를 한 스푼 떠먹었다. 그제서야 밥과 찌개의 온기가 온몸에 퍼지며 살아있다는 느낌이 온몸에 퍼지는것 같았다.
"맛있어요?"
맛있냐는 준수의 물음에 세진은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갑작스레 눈물이 터져나왔던 것이다. 그녀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의 눈물을 보자 준수는 왠지 그녀가 안쓰럽게 생각되었다. 휴지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준수는 그녀에게 농담을 했다.
"아니... 밥 한번 떠먹었다고 그렇게 눈물을 흘리시면 제가 뭐가되요. 얼마나 맛없길래 눈물을 흘리는건지... 나 참..."
"아니... 풋... 그게 아니라..."
"어? 방금 웃었네.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털난다던데."
"저... 정말... 놀리지 마...세요... 주... 인님...."
세진이 다시 자신을 주인님이라고 부르자, 준수는 내심 그것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마치 죽은사람처럼 있는것보다는 이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사람이라해도, 남자든 여자든간에 우는 얼굴보다는 웃는 모습이 더 보기 좋은 것이니...
식사를 마치고 준수는 뒷정리까지는 자신이 했다. 원래 괜찮다며 세진이 하려고 했지만, 준수는 세진의 그 말을 들은척도 안하고 무시해버렸다. 하지만 세진이 계속해서 자신이 설거지를 하겠다고 우기자, 준수는 그럴시간 있으면 차라리 샤워라고 하라며 세진을 나무랐다. 그 말을 듣자 세진은 지금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를 다시 한번 떠올리고는 부끄러워져서 더 이상 준수에게 말을 할 수 없었다.
뒷정리는 준수에게 맡기고 욕실에 들어가기 전... 세진은 어쩌면 지금이라면... 그녀의 이야기를 준수에게도 털어놓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준수와의 관계를 지속할 수 있든, 없든간에... 꼭 지금이라도 말하고 싶었다. 세진은 전라의 상태였지만 준수에게 다가갔다. 그 기척을 알아차렸는지 준수가 말했다.
"옷벗고 유혹할 생각이여도 더 이상 안넘어가요. 그냥 곱게 샤워나 하세요."
"... 그게 아니라 준수야... 나... 오늘 준수한테 하고싶은 말 있는데..."
"뭐야... 아까는 주인님이랬다가 지금은 준수랬다가... 저도 헷갈리네요."
"그... 그건... 오늘은 네 노예라든가 네 선생님으로써가 아니라... 그냥 한 여자로써 말하고 싶어서 그래... 들어줄 수 있어...?"
"... 길어요...?"
"... 아마..."
"알았어요. 일단 씻고 나오기나 하세요."
"고마워... 고마워..."
세진은 몇번이나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욕조로 향했다. 준수는 생각보다 세진의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생각을 했지만, 오늘같은 일은 영희도 이해해줄 수 있을거란 생각을 했다. 세진이 자신에게 하려는 이야기가 뭔지 궁금했지만... 뭐, 지금 자신이 궁금해한다고해서 달라질게 뭐 있겠는가. 그냥 차분히 세진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을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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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시간이 참 빨리갑니다...
한것도 없는데 벌써 월요일 새벽이라니
물론 눈치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다음화...
드디어 여러분이 그토록 기대하시고 궁금해하던 세진의 과거편...
근데 별거 없는데다가 제 필력도 너무 미천한지라
너무 기대하지 말아주세요 ㅠ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
준수가 퇴원을 한 후, 영희의 집에서 그의 퇴원을 축하하는 파티가 열렸다. 준수와 영희는 물론, 준비를 했었던 수정과 은혜도 같이 모여서 가볍게 차와 함께 이것저것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준수와 영희가 퇴원수속을 밟는 사이, 수정과 은헤는 쇼핑을 하고 있었는데, 이 때 수정은 마음같아서는 오랫만에 시원한 캔맥주를 마음껏 들이키고 싶었다. 하지만, 준수와 은혜가 미성년자인데다가, 오늘같이 준수가 퇴원한 날에 그의 앞에서 술을 마시는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쨋든 술이 없어서인지 그들의 파티는 생각했던것보다 일찍 끝났다. 병원 침대에 하루종일 누워있다가 집까지 오느라 움직인것에 준수가 생각보다 피로를 느껴서이기도 했고, 안좋은 일을 당했던 은혜의 부모님이 위로해준다는 명목하에 내일 은혜가 가족여행을 떠나서, 은혜가 조금은 일찍 집에 가야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상황이 상황인만큼 준수와 영희가 단 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게끔 한 수정의 배려심도 한몫 했다.
모두가 떠나고 난 뒤, 영희가 그들의 조촐한 파티를 뒷정리하고 있을때쯤, 준수는 거실의 쇼파에 가만히 앉아 여유를 즐겼다. 물론 준수는 자신 또한 영희가 뒷정리하는 것을 돕겠다고 말은 했지만, 영희는 한사코 준수의 도움을 거절했다. 영희를 도와주지 못하는것에 준수는 아쉬움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평화롭게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것 또한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준수야. 일어나. 씻고 자야지."
"으... 으음... 이모..."
"얘는... 불편하게 여기서 잠들고 그래..."
"아... 하하하... 이모 뒷모습 보다가 그만..."
"주... 준수야... 씻고 자... 오늘은 피곤하잖아..."
"그래도 이렇게 이모를 안는거... 오랫만인걸요. 조금만 더 이렇게 있을게요."
자신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었다가 영희가 깨워줘서 눈이 뜬 준수는 영희를 끌어안은채 그대로 쇼파에 쓰러지듯 누웠다. 향수라든가, 샴푸냄새같은 것들이 아닌, 영희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의 은은한 향기를 맡으며 준수는 다시 한번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반면 영희는 이대로 준수에게 안겨서 여자로서의 행복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퇴원할때 준수의 담당의사가 준수에게 한동안은 절대 안정을 취하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자신이 참아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기에 아쉬움을 뒤로하며 영희는 자신을 안고 있는 준수의 가슴을 살짝 밀어냈다.
"빨리 씻어. 안그러면 나 진짜 화낸다?"
"치... 네..."
영희가 정색하면서 말을 하자 준수는 토라진듯 힘없이 말을 하고는 욕실로 향했다. 내심 영희는 자신이 준수에게 너무 심했던것 아닌가 하는 후회감이 밀려왔다. 그녀의 본심은 그게 아닌데, 그가 그녀의 마음을 오해하면 어떻게하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영희는 후회를 하면서 욕실문 앞에서 옷을 하나씩 벗고 있는 준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준수는 이상하게도 팬티까지 벗으려다 말고는 잠시 망설이다가 갑자기 뒤를 돌아봤다. 뭔가 영희에게 할말이 있다는듯한 준수였지만, 막상 말은 하지 않았기에 영희는 준수가 왜그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영희의 궁금증이 커질때쯤 준수가 말을 했다.
"헤헤... 이모... 저 씻겨주세요."
"뭐...? 뭐뭐뭐뭣...?"
"아이... 이모 저 힘들단 말이에요. 저 혼자 못씻을거같아요. 그러니까..."
"준수야... "
영희는 당황스러웠다. 씻겨달라는 그의 말이 물론 순수하게 씻겨달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준수의 표정이 오늘따라 왜이리 음흉해보이?, 도저히 순수한 의미에서 자신을 씻겨달라고 말한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물론 준수에게 순수한 의미가 있든 없든간에, 그녀가 그녀의 욕망을 스스로 억제할 자신이 없었던 것 또한 사실이고, 준수의 말을 거절할 마음 또한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의 말을 듣고 바로 욕실에 들어가는것 또한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되었다.
"이모~ 빨리요... 네? 씻겨주실거죠?"
"... 오늘따라 너 왜이렇게 응큼한지 모르겠어... 혹시 내가 병원에서 사람 잘못데려온건 아니지?"
"에이, 이모. 무슨소리에요. 저 준수 맞잖아요."
"... 알아알아. 휴... 어쩔 수 없지. 먼저 들어가있어. 나 금방 들어갈게..."
준수는 영희의 말을 듣자 뭐가 그리 즐거운지 흥얼거리며 팬티를 벗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완전히 전라가 된 준수의 몸을 보자 영희는 그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물론 전에도 몇번이나, 아니 몇십번이나 이미 봤던 그의 몸이길래 부끄러워할것도 없는게 사실이였다. 그의 알몸을 보기만한것도 아니고 그와 더 부끄러운 행위도 몇번이나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오랫만이라 그런지, 전보다 더욱 긴장되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안되... 아직 준수는 아프니까 내가 참아야되... 혹시나 준수가 응석부려도... 오늘만은 참아야지..."
영희는 준수의 건강을 염려해서 자신의 욕망을 감추고, 순수하게 준수의 몸을 씻기기만 하고 곧바로 나오자고 스스로 다짐을 했다. 그녀는 옷을 하나하나 벗으며 욕실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사실 준수를 씻기는데 속옷까지 벗어야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어차피 물이 튈 것이 분명하고, 그렇게되면 속옷이 젖을 것이 분명하니, 그냥 애시당초에 벗고 가는게 나을것 같다... 라는 나름의 논리적인 변명을 하며 속옷을 벗고 욕실에 들어갔다.
이미 준수는 샤워기에서 흐르는 물에 몸을 적시고 있었다. 영희가 들어온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을 감은채 물줄기를 맞으며 뭔가 생각에 잠긴것 같았다. 그런 준수를 보며 영희는 기척을 내지 않고 다가가서는 뒤에서 준수를 안았다.
"무슨 생각해?"
"으음... 그냥... 이렇게 집에 돌아온게 꿈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 꿈일리가 없잖아... 바보... 어서 씻자..."
영희는 벽에 걸린 샤워기를 들고는, 준수의 몸 구석구석을 씻겨냈다. 영희의 손이 그의 몸을 씻겨내면서 그의 물건을 스칠때마다 영희도, 준수도 순간순간 움찔했다. 영희는 의식하지 않으려했지만 그의 물건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느끼며 그녀의 얼굴 또한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사실 영희가 전라의 몸으로 욕실에 들어온 순간부터 준수는 오랫만에 끓어오르는 혈기를 억누를 수 없었고, 이미 그의 물건은 아까부터 잔뜩 발기한 상태였다. 그리고, 영희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그녀의 유방이 준수의 등에 접촉하면서 느껴지는 그 특유의 감촉을 느껴지자 그가 느끼고 있던 흥분을 더 이상은 감당할 수 없을것 같았다. 하지만 감당하지 못한다면 영희는 그를 단순한 색마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준수는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느라 곤혹을 치르고 있었다. 특히나 영희가 준수의 몸에 비누칠을 해줄때는 정말 아찔했다. 그냥 샤워기로 물을 끼얹을때는 손이 스치고지나가는 정도였지만, 비누칠을 할 때는 그의 불알부터 시작해서 자지기둥을 거쳐 귀두부분까지 섬세히(?) 그의 물건을 씻겨주는 영희의 손길때문에, 준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토해낼 뻔했던 것이다.
"보... 보지마..."
"네...."
준수의 몸에 비누칠을 다 한 영희는 자신의 몸에도 비누칠을 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그녀 또한 샤워를 하려고 했었기 때문에 겸사겸사 자신의 몸에도 비누칠을 했다. 문제는 비누칠을 마친 준수가 그녀의 몸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였다. 그렇기에 영희는 준수에게 한마디 했고, 준수 또한 자신이 너무 대놓고 영희의 몸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준수의 고개가 돌아간 것을 보고 나서야 다리를 벌리고 그녀의 사타구니쪽에 비누칠을 하기 시작했다. 분명히 의도는 단순히 비누칠을 하기 위한 것이였다고는하나, 그녀의 손이 보지에 닿을때마다 그녀는 몸을 움찔움찔거렸다. 그리고 준수가 앞에 있음에도, 아니, 준수가 앞에 있다는 사실때문에 그녀는 이미 충분히 비누칠을 끝마쳤음에도 마치 자위를 하는것처럼 그녀의 보지주변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아흑... 아흑..."
"이... 이모... 뭐하시는..."
분명 자신을 보지 말라고 말한 영희였지만, 그녀가 계속해서 신음소리를 내자 준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영희를 바라보았다. 아까와의 태도와는 달리 영희의 눈은 뭔가를 갈망하는듯 촉촉해져있었다.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준수와 영희는 모두 서로를 향해 다가갔고, 미리 약속이라도 한듯 서로의 성기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이미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때문에 그녀들의 몸에 묻어있던 비누거품은 다 씻겨내려갔지만, 오히려 그들은 서로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영희는 불같은 준수의 자지를 만지작거렸고, 준수 또한 애애긍로 인해 미끌거리는 영희의 보지를 계속해서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주... 준수야... 나 이러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아흑..."
"이... 이모... 근데 이모 여기가 이렇게 젖어서... 이대로 괜찮아요?"
"아... 아흑... 아... 몰라... 너... 너도 아프다는 애가 이렇게 단단해져선... 아흑..."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아... 안되... 차...참아야... 아흑..."
"이모는 참을 수 있어요...?"
"아... 아니..."
영희가 애매모호한 대답을 한 사이, 준수의 손가락이 갑작스레 그녀의 보지 안을 파고들었다.
"하앙.. 하앙.. .잠깐만... 하앙... 그렇게 갑자기 쑤시면.... 하앙..."
찌걱찌걱하는 소리가 욕실 전체에 울려퍼졌다. 준수의 손이 한번 그녀의 보지를 달락날락할때마다 영희의 보짓물도 함께 딸려나왔다. 영희의 몸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이 샤워기를 타고 흘러나온 물보다도 그녀가 흘린 애액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행히(?) 영희의 집 욕실에 있는 욕조는 굉장히 큰 편이였다. 준수의 애무의 손길을 받으며 영희는 욕조에 누웠고, 준수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거의 쓰러지다시피한 영희의 몸에 올라탄 후, 그녀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었다.
"하아아아악... 하악... 아... 자... 잠깐 준수야..."
영희는 준수의 혀가 그녀의 보지를 파고들자 거의 이성을 잃을뻔했지만, 가까스로 준수의 얼굴을 밀어내는데 성공했다. 예상치못한 영희의 반응에 준수는 자신이 너무 성급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희 또한 자신이 너무 과하게 반응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곧 준수의 손을 잡고 말을 했다.
"미안... 네 몸상태가 완전하지 않은걸 아는데.. 나 자제를 못하겠어..."
"이모..."
"네 몸상태를 생각하면 내가 그러질 말아야되는데... 이럴때일수록 내가 자제해야되는데 오히려 내가 더하니... 나란 여자... 한심하지?"
"아... 아니에요... 그런 생각을 할리가 없잖아요."
"그럼 다행이고... 그럼 나 더 있으면 안될거 같으니까 이만 나가볼게... 씻는거 마무리하고 나와. 알았지?"
"이... 이모! 우리 그냥 물 받아놓고 여기서 얘기좀 해요... 저 퇴원하고나서 이모랑 둘이서 제대로 얘기해본 적 없잖아요... 네?"
"얘기만... 이지?"
이야기만 하겠다는 준수의 말에 영희는 왠지모를 실망감이 든 것도 사실이였지만, 어쨋든 그녀 또한 준수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나가려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녀가 멈추자 준수는 그녀가 자신의 말에 동의를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욕조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 너무 뜨겁지도, 그렇다고 차갑지도 않은 적당히 따뜻한 온도의 물이 욕조에 점점 차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물이 욕조를 가득 채운 후... 준수가 욕조에 먼저 앉았고, 그 위에 영희가 앉았다. 뒤에서 준수는 영희의 허리를 끌어안은채 영희의 뺨에 자신의 뺨을 맞대고는 그녀와 함께 있다는 그 느낌을 음미하고 있었다. 물론 아까부터 발기해있었던 그의 물건을 영희도, 준수도 신경쓰고 있었지만 애써 자신이 그것을 신경쓰고 있다는 티를 내진 않았다.
"이모 저... 병원에서 깨어나기 전에요... 정말 긴 꿈을 꿨던거같아요..."
"어떤 꿈이였는데?"
"멀리서 이모가 웃고 있어서 이모한테 다가가는데... 아무리 빨리 걸어도 이모는 점점 멀어지고... 아무리 이모를 불러도 대답이 없고... 결국 나중에가서는 이모 얼굴은 안보이고 그림자밖에 안보이는데...."
"준수야..."
"정말 힘들었어요. 그리고 무서웠어요... 정말로 영원히 이모를 못보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바보... 꿈은 꿈일 뿐이야. 나 여기 네 곁에 있잖아..."
"그쵸...? 그때 그건 그냥 꿈이고... 이게 현실이겠죠...? 다행이에요... 지금 제가 이모랑 같이 있는 이게 현실이라서..."
"사실 무서웠던건 나야... 너가 그대로 영원히 잠들면 어쩌나... 얼마나 불안했는데..."
"이모..."
"의사선생님은 괜찮다지만 왜 계속 그렇게 잠만 자는지... 만약에 너 그렇게 계속 잠들었으면 나 정말 너 많이 원망할뻔했어."
"... 미안해요..."
"미안하긴... 어쨋든 결국 이렇게 너랑 같이 있을 수 있잖아... 그것만으로도 난 충분해..."
영희는 준수에게로 몸을 돌린후 입을 맞췄다. 갑작스러운 입맞춤이였지만 준수는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영희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물론 서로의 몸을 갈구하며 쾌락의 늪에 빠지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였지만, 오늘의 그들에게는 지금의 키스만으로도 충분한것 같았다.
의사가 무리한 운동은 당분간 하지 말라고 했지만, 아예 움직이지 않는것보다는 간단한 운동을 하는게 여러모로 좋다는 권고를 한데다가, 이번주까지 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학교쪽의 공지때문에 평일에 학교를 나가지 않았던 준수는 마침 주말이기도 했고 해서 친구들과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외출을 했다. 함께하는 시간은 많았지만 , 준수의 건강이 걱정된다는 이유로 영희는 준수와의 밤일은 진짜 밤에... 그것도 한번밖에 안하는 그들이였다. 뭐... 어제같은 경우는 준수가 끝끝내 괜찮다고 말하며 두번이나 영희에게 사정을 했지만...
어쨋든 준수가 없기도 하고, 영희는 오랫만에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준수의 얼굴을 봐서인지, 요즘들어 영희의 얼굴은 부쩍 밝아진것 같았다. 게다가 어제는 겉으론 못이기는척했지만 준수의 정액을 두번이나 받아냈기에... 오늘따라 힘이 더 솟는것 같았다. 흥얼흥얼거리며 청소를 마무리지을때쯔음, 영희의 집 벨소리가 울려퍼졌다. 영희는 벌써 준수가 왔나, 라는 생각에 현관문으로 다가가 벨을 누른 사람을 확인했다.
"... 안녕하세요...."
"어멋... 선생님... ............. 안녕하세요..."
"... 주... 아니... 혹시 준수... 안에 있어요?"
"아... 아니요. 지금은 밖에 나갔는데... 준수 보러 오신거세요?"
"아뇨... 오늘은 이모님한테 말씀드릴게 있어서..."
"... 일단 들어오세요..."
영희는 뜻밖의 세진의 방문에 조금은 당황했다. 사실 병원에서는 어쩔 수 없이 세진을 봐야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었기때문에 세진의 얼굴을 보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진 않았지만, 막상 이렇게 세진이 자신의 집에 찾아오자 그녀의 얼굴을 보는 것이 조금 불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봐도 세진의 얼굴에서는 나쁜 의도는 없어보였다. 게다가 왠지모르게 힘이 없어보이는 그녀의 얼굴을 보자 그녀의 말을 들어줘야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커피로 괜찮으시죠?"
"네..."
"프림은 없는데... 설탕만으로 괜찮으세요?"
"이모님 드시는거랑 똑같이 해서 주셔도 되요..."
영희가 커피를 타는 동안 세진은 자신이 영희에게 말하려고 했던 일들을 다시 한번 머리속으로 정리하는것 같았고, 영희 또한 커피를 타면서 세진이 자신에게 할 말을 들을 마음의 준비를 했다. 이윽고 영희는 커피 두 잔을 들고 세진에게 다가와서는 세진의 맞은편에 앉았다.
"자, 드세요..."
"... 제가 이모님께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꼭 말을 해야할것 같아서요..."
세진의 말에 영희는 자신을 신경쓰지 말고 일다 말을 해보라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이 무슨 의미인지 세진이 모르는것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자신이 말을 해도 되나 아닌가를 고민하는듯 잠시 망설였다. 영희는 인내심을 가지고 세진이 마음의 준비를 끝마치기를 기다려주었고, 그 기다림 끝에 세진의 입에서 그녀가 가슴 깊이 숨겨오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하던 도중 세진은 몇번이나 눈물을 흘려보였고, 영희 또한 비록 자신의 일은 아니였지만 같은 여자로써 그 이야기를 들으며 같이 눈물을 흘려주었다...
준수는 오랫만에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 준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친구들에게는 미안했지만, 더 즐거웠다. 잠깐 떨어져있었다고는 하지만, 영희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였던 것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현관문을 열려는 순간, 우연히도 자신이 현관문을 열기 전에 먼저 현관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전혀 뜻밖의 인물... 세진이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 주인... 아... 아니... 준수야..."
"뭐죠? 왜 당신이 여기에 있는거죠? 이모! 괜찮아요? 이모!"
"준수야. 아니야. 오해하지 말고 잠깐 내 말좀 들어봐..."
준수는 세진의 얼굴을 보자 이성을 잃은것처럼 흥분을 했다. 세진 또한 갑작스럽게 준수를 봤다는 사실에 당황한것같지만, 그런 준수의 반응은 어느정도 예상했다는듯 놀라진 않았다. 다만 예상을 했다고는해도 막상 준수의 분노를 느끼자 속상해지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내색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기에 그녀는 준수에게 어떠한 말 한마디도 하지 못한채 그 자리에 얼어붙어있었다. 준수는 세진을 노려보며 마치 한대 때릴 기세였었는데 때마침 영희가 나와서는 그런 준수를 가로막았다.
"준수야. 화내지마. 선생님 나랑 얘기좀 했어."
"이모... 울었어요? 눈이 빨개요. 설마 이 여자가 이모를 울린거에요? 아 진짜... 화나려고 하네."
"아니야 준수야. 그게 아니라..."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 이만 가볼게요..."
세진은 자신이 더 이상 이 자리에 있다가는 더 속상할것 같아서 마치 도망가듯이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준수는 그런 세진의 태도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영희가 준수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흘리며 그러지 말라고 말을 하자 더 이상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씻고 곧바로 영희의 방으로 향하려고 했지만 영희는 웬일인지 잠시 혼자 생각할 것이 있다고 말하며 준수가 그녀의 방에 들어오는 것을 거부했다. 뜻밖의 영희의 행동에 준수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후 침대에 누웠다. 분명 영희가 생각할 일이라는 것은 세진이 오늘 자신의 집에 찾아온 것과 큰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과연 세진은 무슨 일로 자신의 집에 왔었던 것일까? 그리고 영희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슨 대화를 나눴을까. 그리고 영희가 보였던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일들이 뭘 의미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하... 하여튼 저 선생님이 끼는 일마다 제대로 되는게 없네..."
속으로 세진을 욕하면서도 준수는 세진 또한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오늘 잠깐 마주친 세진의 얼굴은 너무나도 야위어있었지 않은가. 누가봐도 오늘의 세진의 얼굴은 마치 몇일동안은 굶은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것이다. 그리고 그래서인지 세진에게 동정심이 생기기도 했다. 무엇보다 오늘의 세진은... 평소 자신을 주인님이라고 부르면서도 자신을 노예취급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 그저 하나의 연약한 여자에 불과해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준수는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녀를 향한 동정심이 들수록, 오히려 준수는 세진을 욕했다. 그것은 어쩌면 자신의 동정심을 애써 외면하기위한 스스로의 노력일지도 몰랐다.
준수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즈음, 영희가 준수의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모... 오늘 무슨 일이 있었던거에요? 괜찮은거죠...?"
"응... 준수가 걱정하는 그런 일 없었어. 나 준수 옆에 누워도 되지?"
"네..."
영희가 준수의 옆에 눕자, 준수는 영희의 볼에 입맞춤을 했다. 그리고 영희의 입술에 입맞춤을 하며 그의 손이 영희의 잠옷을 파고드려는 순간, 파고드는 준수의 손을 영희가 잡았다. 평소같았으면 영희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게 분명하기에 준수는 영희의 눈치를 살폈다. 혹시 자신이 실수라도 한 것이 아닌가, 너무 성급하게 자신이 영희를 애무하려고 한 것은 아닌가 하는 후회를 할때쯤... 영희는 전혀 뜻밖의 말을 하기 시작했다.
"준수야. 나는 준수가 정말 자랑스러워. 그거 알아?"
"... 네....?"
"나 솔직히... 얼마전에 준수가 입원해있었을때 너무 걱정되고 속상하고... 그랬지만... 한편으로는 너가 은혜를 위해 싸우다가 그렇게 된거라는 사실을 알았을때 너무나도 자랑스러웠어. 멋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이런 멋진 남자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웠어. 그거 알아?"
"하하... 아까 친구들도 그러더니 이모까지... 그렇게 치켜세우지 않아도 되요 이모."
"아니야. 진심이야... 비록 준수가 구해준게 내가 아닐지라도... 어쨋든 은혜가 널 진심으로 사랑하는건 너도 잘 알고 있을거고... 그런 은혜를 너가 구해준거니까..."
"이모... 은혜는..."
"... 솔직히 부러워. 나도 은혜처럼 어렸으면 좋겠어... 나도 은혜처럼 다른 사람 눈치 안보고 그냥 널 좋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만약에 내가 그런 상황에 놓여도... 날 구해줄거지... 준수야...?"
"당연하죠. 그건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제 모든걸 희생해서라도 이모를 구해야죠."
"... 그럼 만약에 내가 아니라면... 안구해줄거야?"
"... 아니에요. 사실 이모가 아니라, 그리고 그게 은혜가 아닌 어떤 사람이였어도 구해줬을거에요. 뭐... 물론 만약에 위기에 처한 사람이 이모였다면... 정말 제 모든것과 맞바꿔서라도 이모를 구하겠죠. 구하려는 마음의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구할거라는 사실 그 자체는 안바뀔거에요."
준수의 멋드러진 말에 영희는 또 한번 감동을 했다. 물론 그의 성격상 그가 그런 생각을 할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이미 잘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듣는 것과는 또 다른 것 아니겠는가. 어쨋든 그녀는 진짜 그에게 하려고 했던 말을 하기 시작했다.
"준수야...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지금 좀 위험해..."
"... 네? 그게 무슨..."
"아마... 어쩌면... 그때 은혜가 처한 상황보다도 더 심각할수도 있어... 그럼 그 사람... 구해줄거야?"
"제가 구해줄 수 있다면... 근데 위험하다면 지금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라 신고해야할때 아닌가요?"
"아니... 그 사람을 구해줄 수 있는건 너밖에 없어 준수야..."
"..... 이모... 그거 설마... 선생님... 얘기에요?"
준수는 영희가 대충 어떤 얘기를 할 것이라는 것을 눈치를 채자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영희도 준수가 기분이 나빠졌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그의 손을 꼭 잡으며 간절하게 말을 했다.
"너가 선생님을 어떻게 생각할지 대충 알아. 그리고 선생님이 나랑 너한테 어떤 짓을 했는지... 아직도 잊을 수 없어. 하지만... 난 그걸 이제는 이해해줄 수 있어... 너도 이해할 수 있을거야 아마. 근데 선생님... 지금 네 도움이 필요해. 그러니까 준수야..."
"몰라요. 선생님같은 경우는 자업자득이에요. 저랑 관계 없는 일이에요."
"... 준수야... 사람 한번 살린다는 생각으로..."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능력 밖이라구요. ... 선생님 얘기는 그만해요 우리..."
"준수야...."
준수는 기분이 많이 상한듯 영희에게서 등을 돌려버렸다. 하지만 영희는 준수가 기분이 상한 것이 자신때문에 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준수의 뒤에서 그를 끌어안았다. 준수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이런저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기에 영희는 더 이상은 준수에게 말을 하지 않고 그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몇일만의 등교인지, 준수에게는 학교의 모든 것이 신기해보였다. 원래 인기가 많았던 준수지만, 은혜와의 일로 인해 여자들사이에서의 준수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뭐... 준수와 은혜가 사귄다는 사실이 거의 기정사실화되면서 아쉬워하는 여자들도 많았지만... 아침조회 시간. 준수는 내심 세진과 얼굴이 마주치면 어떤 얼굴을 해야할까 걱정했다. 하지만 그의 그런 걱정은 금새 무의미해졌다. 다른 교사가 와서 세진이 아파서 오늘 학교를 나오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해준 것이다. 준수는 세진과 마주할 일이 없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무의식중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세진을 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세진이 출근을 하지 못한것이 벌써 3일째였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세진이 출근을 못하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물론, 교사들 사이에서도 온갖 소문이 무성해졌다. 세진이 요즘 유행하는 독감에 걸렸다는 비교적 무난한 소문부터 시작해서, 세진의 큰 가슴때문에 유방암에 걸렸다는 조금은 심각한 소문, 그리고 숨겨둔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한 것이 아니냐는 소문까지... 별의 별 소문이 다 퍼지자 준수는 세진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싫어도 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아니, 일단은 정말로 세진이 아픈것이 맞기나 한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지난주에 봤던 세진의 모습이 조금 안쓰러워보인 것은 사실이였지만 그렇다고해서 그녀가 큰 병을 앓고 있다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마 준수가 추측하건데... 세진에게 병이 있다면... 마음의 병... 아마 그것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들의 담임인 세진도 없고해서 오늘의 야간자율학습은 진정한 의미의 자율이 되었다. 사실 준수는 자율학습을 해도 그만이고 안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오늘만큼은 세진이 신경쓰여서 도저히 공부를 할 수 없을것같았다. 그래서 일찍 학교문을 나와서 집으로 향하는 길에... 그는 집으로 향하다말고 세진의 집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자신이 왜 그토록 껄끄러운 상대인 세진의 집으로 향하고 있는지, 자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야. 난 정말 제자로써 선생님이 아픈건지 확인하러만 가는거일뿐이야."
-근데 사실 선생님이 아프든 말든 나랑은 상관없잖아?
"... 그래도 선생님들과 애들이 걱정해.."
-그러는 넌? 선생님을 걱정하는거야? 선생님이 아파서 학교에 안나오는게 아니라는걸 너 스스로 잘 알고 있잖아.
"아파서 안나오는거지... 학교를 안나오는데 다른 이유가 있어?"
-이봐. 난 너라고. 너한테까지 거짓말할 필요가 있어? 너도 잘 알고 있잖아. 선생님이 학교를 안나오는 이유는....
준수가 준수 내면의 또다른 자신과 대화를 하는 사이, 어느새 준수는 세진의 집 앞에 도착을 했다. 막상 도착했음에도 준수는 그곳에 들어갈까말까 고민을 했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서 세진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괜히 민망해질것 같았다. 그래서 준수는 도망치듯 세진의 집 앞에서 뒷걸음질을 치려고 했다. 그 때,
"아. 오랫만이구만. 이 집 여자분 동생되는 사람이라고 했나? 누나분 앞으로 택배가 왔는데 집에 안계신지 택배를 나한테 맡기고 갔거든. 자, 여기 줄테니까 누나한테 잘좀 전해주게나."
"아 네... 감사합니다..."
도망가려고 했던 준수는 때마침 건네받은 소포로 인해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준수는 어쩔 수 없다는듯 한숨을 내쉬고는 세진의 현관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그녀의 집 안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 불도 꺼져있었고... 그냥 들어가지 말까 생각도 했지만 어쨋든 자신의 손에는 세진의 소포가 들려있자 않은가. 마침 세진의 집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모르는것도 아니였기에... 비밀번호를 풀고 세진의 집으로 들어갔다.
"... 선생님... 안계세요...?"
준수가 들어간 세진의 집은 이게 사람이 사는 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을싸스러웠다. 인기척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집 안에 불빛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준수는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며 더듬더듬 스위치를 찾아 거실의 불을 켰다. 하지만 빛만 비춰질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준수는 이것저것 확인하기 위해 냉장고부터 시작해서 이곳저곳을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도대체 언제 했던 찌개인지, 냄비뚜껑을 열자 음식상한 냄새가 가득했고, 밥솥을 열자 분명 쌀로 만든 밥이 밥인지 쌀인지 모를 정도로 누렇게 변해있었다. 대충 상태를 보아하니 이건 몇일도 아니고, 적어도 일주일 이상은 거실에 손을 안댄것이 분명했다.
이런 상황을 보자 준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화가 나기 시작했다. 이 집 안의 모습만 보면, 이 집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더 이상 살 의지가 없어보이지 않는가. 화장실을 열어보고, 드레스룸을 열어봤지만, 그곳에서도 세진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마지막 남은 곳은 세진의 방이였다. 인기척이 없다고는 하지만, 준수는 그곳에 세진이 있을 것이라고 거의 확신을 할 수 있었다.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준수는 세진의 방문을 열었고, 동시에 불을 켰다. 그리고 준수의 예상대로... 역시나 세진은 그녀의 침대에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은채 죽은 사람처럼 누워있었다.
"... 일어나요..."
"......."
"일어나란 말이에요! 그러고 있으면 누가 알아준대요? 뭐 어쩌라는건데요?"
",,,,,,"
"선생이면... 어른이면... 선생답게... 어른답게 굴란말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선생님 걱정 얼마나 많이 하는줄 알아요?"
"필요없어... 필요없다고... 그 사람들이 날 걱정하든 말든 무슨 상관인데... 난... 이제..."
한마디 말도 없던 세진이 그 말을 하고는 다시 힘없이 누웠다. 형광등 불빛을 오랫만에 봐서 눈이 부신듯 팔로 눈을 가린채.... 그리고 준수에게 힘없이 말을 했다.
"어차피 나같은거 어떻게되든 관심도 없고 신경도 안쓸거잖아... 그러니까 가...."
세진의 말은 슬픔이나 화가 섞여있지 않은... 그야말로 무미건조함 그 자체였다. 그렇기에 세진의 말을 들은 준수 또한 감정에 변화가 없는것 같았다. 하지만 준수는 세진의 말처럼 밖으로 나가기는 커녕 오히려 세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처음으로... 아마 이런 일은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지만, 세진의 뺨을 세개 때렸다. 그리고 그동안 화를 참았다는듯, 세진에게 하지 않았던 말들을 내뱉기 시작했다.
"말 다했어요? 왜 선생님 멋대로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아니... 제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쳐요. 그걸로 선생님은 좋아요? 만족할 수 있어요? 저한테 더 할 말 없냐구요! 이렇게 평생동안 절 다시 안봐도 괜찮냐구요! 그런거에요? 결국 이렇게 되려고 비디오로 절 협박하고, 이모한테 그런 내기나 제안하고, 그랬던거에요? 결국 선생님... 이정도밖에 안되는 여자였어요?"
"......"
"그럼... 선생님 내 노예하기로 했던것도 무효겠네요..."
"....."
"마지막 기회에요. 한동안 밥을 안드신거 같으니까 제가 밥을 해드릴게요. 아마 지금 상한 음식들 버리고 뭐하고 하다보면 적어도 2시간은 걸릴테니 그동안 잘 생각해봐요. 그리고 저랑 선생과 제자의 관계든, 주인과 노예의 관계든, 앞으로 제 얼굴을 볼 생각이 없으면... 그냥 나오지 말고 이 방에 평생 쳐박혀계세요. 그럼 저도 앞으론 정말 선생님이 어떻게 되든 신경 안쓸테니까. 하지만... 만약에... 만약에... 선생님의 진심이 그게 아니라면.... 좀있다가 부르면 나와요. 아무것도 안물어보고,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을테니까...그냥 좀있다가 밥이라도 먹어요..."
준수는 세진의 대답을 듣지도 않은채 그대로 세진의 방을 빠져나갔다. 뜻밖의 준수의 방문에 여러가지 복잡한 심경이였지만... 준수가 나가자 세진은 당장이라도 펑펑 눈물이 나올것 같았다. 하지만 그동안 하도 울어서인지, 아니면 수분 섭취가 부족해서인지 눈물이 나오지도 않았고, 목이 메여서인지 힘이 없어서인지 우는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밥 다獰楮? 나올려면 지금 나와요."
준수는 그 말 한마디를 하고는 그대로 식탁에 앉았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당장 세진이 나올거라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정말로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뭐, 자신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것 아닌가. 그리고 만약 정말로 나오지 않는다면... 방문을 부수고 억지로 세진을 데리고 나오는 방법도 있었고... 하지만 다행히 준수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필요는 없었다. 굳게 닫힌 세진의 방문이 열리고... 세진이 밖으로 나온 것이였다.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머리도 헝클어지고, 화장도 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준수에게 보인다는 것이 부끄러운듯 세진은 식탁으로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한채 주저하고 있었다.
"그것보다 심한것도 봤는데 뭐가 부끄럽다고 그렇게 있어요. 빨리 와요."
자신의 속마음을 그대로 꿰뚫어보는듯한 준수의 말에 세진은 얼굴이 붉어졌다. 차마 그의 얼굴을 마주볼 수 없어서 고개를 떨군채 식탁에 앉았다. 아마 준수가 입원한 뒤로 제대로 된 밥을 먹은 적이 없었다. 영희와 함께 아침을 먹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그냥 이대로 굶어서 죽어버릴 것이라고 다짐했던 세진이였지만, 막상 식탁에 앉자 진동하는 음식냄새에 정신을 제대로 차리기 힘들지경이였다. 게다가 보통 밥도 아니고 준수가 직접 한 밥 아닌가. 하지만 방금전까지 모든 것을 상실한듯한 모습을 보여준 그녀였기에 선뜻 밥을 먹을 수 없었다.
"뭐해요. 빨리 안먹고."
"...... 하지만..."
"아무것도 신경쓰지 말고 일단은 먹어요. 식기 전에."
준수가 먼저 숟가락질을 하며 밥을 먹기 시작했다. 망설여졌지만 세진은 더 이상 자신이 이렇게 가만히 있는것도 적절한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천천히 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고 찌개를 한 스푼 떠먹었다. 그제서야 밥과 찌개의 온기가 온몸에 퍼지며 살아있다는 느낌이 온몸에 퍼지는것 같았다.
"맛있어요?"
맛있냐는 준수의 물음에 세진은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갑작스레 눈물이 터져나왔던 것이다. 그녀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의 눈물을 보자 준수는 왠지 그녀가 안쓰럽게 생각되었다. 휴지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준수는 그녀에게 농담을 했다.
"아니... 밥 한번 떠먹었다고 그렇게 눈물을 흘리시면 제가 뭐가되요. 얼마나 맛없길래 눈물을 흘리는건지... 나 참..."
"아니... 풋... 그게 아니라..."
"어? 방금 웃었네.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털난다던데."
"저... 정말... 놀리지 마...세요... 주... 인님...."
세진이 다시 자신을 주인님이라고 부르자, 준수는 내심 그것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마치 죽은사람처럼 있는것보다는 이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사람이라해도, 남자든 여자든간에 우는 얼굴보다는 웃는 모습이 더 보기 좋은 것이니...
식사를 마치고 준수는 뒷정리까지는 자신이 했다. 원래 괜찮다며 세진이 하려고 했지만, 준수는 세진의 그 말을 들은척도 안하고 무시해버렸다. 하지만 세진이 계속해서 자신이 설거지를 하겠다고 우기자, 준수는 그럴시간 있으면 차라리 샤워라고 하라며 세진을 나무랐다. 그 말을 듣자 세진은 지금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를 다시 한번 떠올리고는 부끄러워져서 더 이상 준수에게 말을 할 수 없었다.
뒷정리는 준수에게 맡기고 욕실에 들어가기 전... 세진은 어쩌면 지금이라면... 그녀의 이야기를 준수에게도 털어놓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준수와의 관계를 지속할 수 있든, 없든간에... 꼭 지금이라도 말하고 싶었다. 세진은 전라의 상태였지만 준수에게 다가갔다. 그 기척을 알아차렸는지 준수가 말했다.
"옷벗고 유혹할 생각이여도 더 이상 안넘어가요. 그냥 곱게 샤워나 하세요."
"... 그게 아니라 준수야... 나... 오늘 준수한테 하고싶은 말 있는데..."
"뭐야... 아까는 주인님이랬다가 지금은 준수랬다가... 저도 헷갈리네요."
"그... 그건... 오늘은 네 노예라든가 네 선생님으로써가 아니라... 그냥 한 여자로써 말하고 싶어서 그래... 들어줄 수 있어...?"
"... 길어요...?"
"... 아마..."
"알았어요. 일단 씻고 나오기나 하세요."
"고마워... 고마워..."
세진은 몇번이나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욕조로 향했다. 준수는 생각보다 세진의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생각을 했지만, 오늘같은 일은 영희도 이해해줄 수 있을거란 생각을 했다. 세진이 자신에게 하려는 이야기가 뭔지 궁금했지만... 뭐, 지금 자신이 궁금해한다고해서 달라질게 뭐 있겠는가. 그냥 차분히 세진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을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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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시간이 참 빨리갑니다...
한것도 없는데 벌써 월요일 새벽이라니
물론 눈치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다음화...
드디어 여러분이 그토록 기대하시고 궁금해하던 세진의 과거편...
근데 별거 없는데다가 제 필력도 너무 미천한지라
너무 기대하지 말아주세요 ㅠ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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