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도전받게 하지 말아주소서.
순간 머리에서는 많은 생각들이 났다. 왜 우리 집에 가려고 하는 건지... 분명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외출하는 것이라 했는데... 그냥 단순하게 내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였을 것이다. 나에게 어떠한 흑심을 품고 한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마음 편할 것이다.
“나 지금 아저씨 집에 한 번 가보고 싶어요.”
“왜... 왜요?”
“커피나 한 잔하고 우리 수경이 어떻게 지냈을까 보고.”
“저야 상관은 없지만...”
나는 앞자리에 앉아 있는 경호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말하는 동안 계속 앞자리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그 모습에 어떠한 말인지를 알아 챈 보경이가 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훗... 아저씨, 저희 여기 앞에서 세워주세요.”
“목적지는 여기가 아닌데요.”
“알아서 갈게요. 지하철 역 앞에서 잠시 차 좀 세워주세요.”
“하지만...”
“괜찮아요. 제가 아빠에게 전화할게요.”
“알겠습니다.”
간단했다. 내린다고 하면 되는 것을... 보안상의 문제로 또 안 되는 것이라 생각했던 내가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 차에서 내려 같이 택시를 잡고 나의 보금자리로 향하는 동안 모녀가 함께 하고 있는 청와대에서는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수경아, 이제 정신 차리고 공부하자.”
“신부수업?”
“계집애... 자꾸 이럴 거야?”
“피, 그냥 웃자고 한 말인데.”
“하나도 안 웃기거든!”
두 모녀는 어색함을 이겨내기 위해 짧은 멘트와 함께 잠시 침묵이 흘렀다. 수경이는 엄마가 자신에게 무슨 말을 묻고 싶은 건지 이미 눈치를 챈 모양이다. 수경이의 눈치를 살피던 영부인이 힘들고 어렵게 입을 연다.
“수경아... 그러니까...”
쉽게 말을 하지 못하는 영부인.
“알아. 진짜 임신을 했는지가 궁금한거지?”
“그게 정말 사실이니? 나랑 같이 병원에 한 번 가보자.”
“엄마! 나 정말 임산부야. 자꾸 이렇게 스트레스 줄거야?”
“엄마가 언제 너에게 스트레스를 줬어? 네가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잖아.”
“아, 배아파.”
“어머... 괜찮니?”
수경이의 연기는 영부인을 속이기에 충분했고 행여나 진짜 임신을 한 자신의 딸이 잘 못될까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은 정말 애처로웠다.
“엄마, 나 지금 조금 피곤해. 쉬고 싶어.”
“엄마랑 조금 더 얘기 좀 하자. 엄마는 정말 답답해 미칠 지경이야.”
“나 정말 그 아저씨 사랑해! 됐잖아? 뭐가 문제야?”
“아빠 생각은 조금도 안 하니? 대통령 딸이 집나가서 임신을 했다고 언론에서 떠들어 대면 그땐...”
“아빠, 아빠, 아빠! 우리 집은 늘 아빠 위주였어. 난 그게 싫어!”
“수경아...”
한 나라의 대통령이란 직함과 남들 앞에서는 항상 고르고 반듯해야 한다는 외형적인 모습에 수경이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었나 보다. 영부인은 수경이의 고함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표정만을 짓고는 영부인 또한 불만인 상태로 수경이가 쉬고 있는 방을 떠난다.
“저 애가 왜 저런지...”
영부인의 한숨과 한탄이 섞이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수경이를 한심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 방이 있는 복도 끝에 누군가가 두 모녀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고...
“여기에 세워주세요.”
“끼이익.”
나와 보경이가 탄 택시는 어느새 우리 동네에 도착했다. 택시에서 내려 내가 사는 집으로 발길을 향했고 보경이는 도도한 표정과 모습으로 나의 뒤를 따른다. 약간의 언덕을 지나야 하는 길이여서 보경이가 힘들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걱정이 담긴 질문을 하게 되었고.
“힘드시지 않으세요?”
“괜찮아요. 청와대에서 헬스를 자주하니까.”
“아, 그래서 몸매가... 아니, 건강하시군요.”
큰일 날 뻔 했다. 나도 모르게 본심이 입 밖으로 튀어 나올 뻔 했으나 제치와 눈치로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보경이는 나의 말에 아무런 대구도 하지 않고 묵묵히 내 뒤를 따른다. 그리고 도착한 우리 집 현관 앞.
“삐삐삐...”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문을 열자 홀아비 냄새가 내 코를 살짝 간지럽힌다. 당황한 나머지 나의 두 팔로 공중을 휘휘 저으며 들어갔고 보경이도 내 뒤를 따라 우리 집으로 들어섰다.
“혼자살기에 작지는 않네.”
“그럼요, 삼십 평이나 되는데요.”
“뭐, 나름 괜찮네요. 여기서 수경이가 얼마나 있었나요?”
“하루?”
“하루라... 두 명이 함께?”
“.........함께.”
당황하며 대답하는 나를 향해 보경이가 말을 한다.
“오해는 하지 마세요. 그냥 우리 수경이가 지냈던 곳이라 신경이 쓰여서 묻는 거니까.”
“저... 정말 하늘에 부끄러움 없이 이곳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수경 씨에게도 물어보시면 알겠지만...”
“알겠어요. 아무 일 없었다는 말씀이잖아요. 그렇죠?”
“당연하죠!”
“좀 걸었더니 목이 마른데 물 좀 주시겠어요?”
“아, 물이요. 잠시 만요.”
나는 신발을 벗고 주방으로 달려가 냉장고에서 물을 꺼냈다. 다행히 설거지를 모두 해놓은 상태라 물 잔도 깨끗한 상태. 수경이가 우리 집에서 떠나기 전 설거지를 해놓은 후라 마음이 놓였다.
“여기...”
“고마워요.”
내가 건넨 물 잔을 마시는 도중 턱 밑으로 물이 흐르게 되고...
“어머나...”
“저런...!”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보경이의 턱으로 내 손이 갔다. 보경이도 자신의 턱에 흐르는 물을 닦기 위해 손을 올렸고 그 순간 우리의 손이 충돌하며 애매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나의 손은 보경이의 손에 밀려 어느새 그녀의 가슴위로 손이 놓여 진 상태다.
“헉...!”
“.........”
“죄...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작전이에요?”
“네?”
허리를 숙인 채 올려다보는 보경이의 모습은... 크... 아트다. 비너스의 조각상이 마치 살아 숨을 쉬는 듯한 모습이다. 초롱초롱 빛나는 눈 빛... 침으로 살짝 코딩된 입술... 뇌쇄적인 시선이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메두사의 저주와도 같았다. 마른 침이 내 목으로 넘어가는데 이마저도 행여나 보경이가 오해할 소지가 있어 조심스럽게 넘기게 되었다.
“작전... 이라니요.”
“음... 나쁘지는 않네요.”
“네?”
“우리 수경이를 정말 사랑하시는 건가요?”
사랑이라... 사랑... 사랑이란 단어와 내가 과연 잘 어울리는 남자인가 고민하게 되었고 짧게 흐른 이틀의 연민이 어느 순간 나와 수경이를 연결하는 척도가 되고 있었다.
“당황스럽게 그런 말씀을...”
“사랑이 아니라면 수경이를 놓아주세요. 손쉽게 몇 번 가지고 놀 아이가 아니니까.”
“.........”
보경이의 말에 내 마음이 왜 이렇게 상처가 되는 것일까. 사랑이란 단어에 하냐라는 의문사가 붙었을 뿐이었고 그 질문에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을 뿐이다. 수경이를 내가 여자로 보지 않아서가 아닌 잠시 나만의 정리가 필요했으니까. 그런 나에게 수경이를 장난감인 것처럼 말하는 보경이의 말에 상심하게 되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기분이 좀...”
“아저씨, 남자가 여자를 만나는 것은 오로지 딱 하나의 이유 아닌가요?”
“하나의 이유?”
“예쁘면 만지고 싶고... 만지다 보면 하고 싶고.”
“여보세요!”
내가 보경이에게 소리를 치자 마치 나를 비웃듯 빈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등을 보인다. 고위급 직위에 있는 분들의 자식들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나처럼 그냥 평범한 시민은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 여자를 만나려고 하는 속물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나에게서 등을 보이며 돌아선 보경이가 텔레비전 선반의 사진 액자를 보며 말을 한다.
“어머, 이 어린 아이가 아저씨 인가요?”
“맞습니다.”
“귀엽네...”
“지금 저랑 뭐 하시자는 건가요?”
딴 소리를 하는 보경이를 향해 소리쳤고 그런 내 소리에 보경이가 허리를 숙인 채 고개를 돌려 나를 응시한다. 그리고는...
“뭐하고 싶으신데요... 저랑?”
“!”
“아무도 없는 아저씨 집... 우리 둘만 있고 아저씨 눈동자는 이미 제 엉덩이에 있네요. 남자는 여자를 만나는 이유가 예쁘니까 만지고 싶고... 지금 그러신가요?”
“.........”
보경이의 말에 어떠한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이미 나의 시선은 보경이의 엉덩이를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모습으로 아랫돌이가 팽창해져 있었다. 두 다리가 흔들리며 손이 떨려왔다. 보경이는 수경이의 친 언니인데... 나는 수경이를 사랑하고 있는데... 시험에 들지 않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하고 있었기에...
“역시나 남자들은 다 똑같군요. 훗...”
긴장한 내 모습을 비웃듯 굽힌 허리를 펴고 서서 나를 향해 한 마디 건넨 말이 이성을 주체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었다. 남자들은... 다 똑같다는 말...
“보... 보경 씨!”
“뭐... 뭐죠? 그 눈빛은?”
“정말... 이러면 안 되지만... 보경 씨... 보경 씨!”
수경이를 정말 사랑한다. 정말 사랑하게 되었는데 수경이 외에 다른 여자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을 것 같았는데... 보경이라는 또 다른 여자가 내 마음을 훔치고 있다. 이렇게 노골적인 말투와 행동으로 나를 유혹하고 있는데 굳이 이를 거부하며 보경이의 음탕한 마음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래... 내가 이 한 몸 희생하여 너의 쾌락을 풀어주리라.
보경이를 안기 위해 내 몸을 던졌다. 양 팔을 벌려 왜소한 보경이를 껴안고 그녀의 젖가슴에 내 얼굴을 비비며 나의 혀가 그녀의 봉긋한 콩알을 애무하기 위해...
“퍽!”
내가 몸을 날려 보경이에게 다가가자 그녀의 옆차기가 나의 턱에 적중하고 나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게 되었다. 그리고 든 생각... 아팠다...
“윽... 보경 씨...”
“저에게 손도 대지 마세요. 저는 아저씨에게 제 몸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니.”
“그게...”
“만지고 싶어도 자제 할 줄 알아야죠. 누가 그렇게 쉽게 만지게 해드린 데요?”
“윽.”
“수경이도 이런 씩으로 당했겠네. 한심한 녀석.”
짧은 판단과 생각으로 나는 강간범이 될 뻔 했다. 보경이가 이렇게 옆차기를 잘 할 줄이야... 꿈에도 몰랐다.
“아참, 미리 말씀을 안드렸는데요. 저 태권도 5단이에요. 어설프게 덤비지는 마세요.”
“5단...”
태권도 5단을 진작에 말해줬드라면... 절대 덮치려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직접 보경이의 발차기를 맞아보니. 저렇게 왜소한 몸에서 어떻게 이런 힘이 있는 것인지. 여장부다. 여장부.
“죄... 죄송합니다. 제가 순간 미쳤었나 봐요.”
“울어요?”
“네? 아니요. 안 울었는데요.”
“잘못 봤나.”
“..........”
울긴 내가 왜 울어? 이런 젠장 할...
“그럼, 커피나 한 잔 주세요.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으니까.”
“아, 알겠습니다. 여기 앉으세요.”
“뜨겁게 해주세요.”
“네...”
부끄러운 상황이었다. 할 말도 없이 나는 조용히 커피를 준비하게 되었다.
순간 머리에서는 많은 생각들이 났다. 왜 우리 집에 가려고 하는 건지... 분명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외출하는 것이라 했는데... 그냥 단순하게 내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였을 것이다. 나에게 어떠한 흑심을 품고 한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마음 편할 것이다.
“나 지금 아저씨 집에 한 번 가보고 싶어요.”
“왜... 왜요?”
“커피나 한 잔하고 우리 수경이 어떻게 지냈을까 보고.”
“저야 상관은 없지만...”
나는 앞자리에 앉아 있는 경호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말하는 동안 계속 앞자리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그 모습에 어떠한 말인지를 알아 챈 보경이가 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훗... 아저씨, 저희 여기 앞에서 세워주세요.”
“목적지는 여기가 아닌데요.”
“알아서 갈게요. 지하철 역 앞에서 잠시 차 좀 세워주세요.”
“하지만...”
“괜찮아요. 제가 아빠에게 전화할게요.”
“알겠습니다.”
간단했다. 내린다고 하면 되는 것을... 보안상의 문제로 또 안 되는 것이라 생각했던 내가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 차에서 내려 같이 택시를 잡고 나의 보금자리로 향하는 동안 모녀가 함께 하고 있는 청와대에서는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수경아, 이제 정신 차리고 공부하자.”
“신부수업?”
“계집애... 자꾸 이럴 거야?”
“피, 그냥 웃자고 한 말인데.”
“하나도 안 웃기거든!”
두 모녀는 어색함을 이겨내기 위해 짧은 멘트와 함께 잠시 침묵이 흘렀다. 수경이는 엄마가 자신에게 무슨 말을 묻고 싶은 건지 이미 눈치를 챈 모양이다. 수경이의 눈치를 살피던 영부인이 힘들고 어렵게 입을 연다.
“수경아... 그러니까...”
쉽게 말을 하지 못하는 영부인.
“알아. 진짜 임신을 했는지가 궁금한거지?”
“그게 정말 사실이니? 나랑 같이 병원에 한 번 가보자.”
“엄마! 나 정말 임산부야. 자꾸 이렇게 스트레스 줄거야?”
“엄마가 언제 너에게 스트레스를 줬어? 네가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잖아.”
“아, 배아파.”
“어머... 괜찮니?”
수경이의 연기는 영부인을 속이기에 충분했고 행여나 진짜 임신을 한 자신의 딸이 잘 못될까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은 정말 애처로웠다.
“엄마, 나 지금 조금 피곤해. 쉬고 싶어.”
“엄마랑 조금 더 얘기 좀 하자. 엄마는 정말 답답해 미칠 지경이야.”
“나 정말 그 아저씨 사랑해! 됐잖아? 뭐가 문제야?”
“아빠 생각은 조금도 안 하니? 대통령 딸이 집나가서 임신을 했다고 언론에서 떠들어 대면 그땐...”
“아빠, 아빠, 아빠! 우리 집은 늘 아빠 위주였어. 난 그게 싫어!”
“수경아...”
한 나라의 대통령이란 직함과 남들 앞에서는 항상 고르고 반듯해야 한다는 외형적인 모습에 수경이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었나 보다. 영부인은 수경이의 고함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표정만을 짓고는 영부인 또한 불만인 상태로 수경이가 쉬고 있는 방을 떠난다.
“저 애가 왜 저런지...”
영부인의 한숨과 한탄이 섞이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수경이를 한심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 방이 있는 복도 끝에 누군가가 두 모녀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고...
“여기에 세워주세요.”
“끼이익.”
나와 보경이가 탄 택시는 어느새 우리 동네에 도착했다. 택시에서 내려 내가 사는 집으로 발길을 향했고 보경이는 도도한 표정과 모습으로 나의 뒤를 따른다. 약간의 언덕을 지나야 하는 길이여서 보경이가 힘들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걱정이 담긴 질문을 하게 되었고.
“힘드시지 않으세요?”
“괜찮아요. 청와대에서 헬스를 자주하니까.”
“아, 그래서 몸매가... 아니, 건강하시군요.”
큰일 날 뻔 했다. 나도 모르게 본심이 입 밖으로 튀어 나올 뻔 했으나 제치와 눈치로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보경이는 나의 말에 아무런 대구도 하지 않고 묵묵히 내 뒤를 따른다. 그리고 도착한 우리 집 현관 앞.
“삐삐삐...”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문을 열자 홀아비 냄새가 내 코를 살짝 간지럽힌다. 당황한 나머지 나의 두 팔로 공중을 휘휘 저으며 들어갔고 보경이도 내 뒤를 따라 우리 집으로 들어섰다.
“혼자살기에 작지는 않네.”
“그럼요, 삼십 평이나 되는데요.”
“뭐, 나름 괜찮네요. 여기서 수경이가 얼마나 있었나요?”
“하루?”
“하루라... 두 명이 함께?”
“.........함께.”
당황하며 대답하는 나를 향해 보경이가 말을 한다.
“오해는 하지 마세요. 그냥 우리 수경이가 지냈던 곳이라 신경이 쓰여서 묻는 거니까.”
“저... 정말 하늘에 부끄러움 없이 이곳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수경 씨에게도 물어보시면 알겠지만...”
“알겠어요. 아무 일 없었다는 말씀이잖아요. 그렇죠?”
“당연하죠!”
“좀 걸었더니 목이 마른데 물 좀 주시겠어요?”
“아, 물이요. 잠시 만요.”
나는 신발을 벗고 주방으로 달려가 냉장고에서 물을 꺼냈다. 다행히 설거지를 모두 해놓은 상태라 물 잔도 깨끗한 상태. 수경이가 우리 집에서 떠나기 전 설거지를 해놓은 후라 마음이 놓였다.
“여기...”
“고마워요.”
내가 건넨 물 잔을 마시는 도중 턱 밑으로 물이 흐르게 되고...
“어머나...”
“저런...!”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보경이의 턱으로 내 손이 갔다. 보경이도 자신의 턱에 흐르는 물을 닦기 위해 손을 올렸고 그 순간 우리의 손이 충돌하며 애매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나의 손은 보경이의 손에 밀려 어느새 그녀의 가슴위로 손이 놓여 진 상태다.
“헉...!”
“.........”
“죄...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작전이에요?”
“네?”
허리를 숙인 채 올려다보는 보경이의 모습은... 크... 아트다. 비너스의 조각상이 마치 살아 숨을 쉬는 듯한 모습이다. 초롱초롱 빛나는 눈 빛... 침으로 살짝 코딩된 입술... 뇌쇄적인 시선이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메두사의 저주와도 같았다. 마른 침이 내 목으로 넘어가는데 이마저도 행여나 보경이가 오해할 소지가 있어 조심스럽게 넘기게 되었다.
“작전... 이라니요.”
“음... 나쁘지는 않네요.”
“네?”
“우리 수경이를 정말 사랑하시는 건가요?”
사랑이라... 사랑... 사랑이란 단어와 내가 과연 잘 어울리는 남자인가 고민하게 되었고 짧게 흐른 이틀의 연민이 어느 순간 나와 수경이를 연결하는 척도가 되고 있었다.
“당황스럽게 그런 말씀을...”
“사랑이 아니라면 수경이를 놓아주세요. 손쉽게 몇 번 가지고 놀 아이가 아니니까.”
“.........”
보경이의 말에 내 마음이 왜 이렇게 상처가 되는 것일까. 사랑이란 단어에 하냐라는 의문사가 붙었을 뿐이었고 그 질문에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을 뿐이다. 수경이를 내가 여자로 보지 않아서가 아닌 잠시 나만의 정리가 필요했으니까. 그런 나에게 수경이를 장난감인 것처럼 말하는 보경이의 말에 상심하게 되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기분이 좀...”
“아저씨, 남자가 여자를 만나는 것은 오로지 딱 하나의 이유 아닌가요?”
“하나의 이유?”
“예쁘면 만지고 싶고... 만지다 보면 하고 싶고.”
“여보세요!”
내가 보경이에게 소리를 치자 마치 나를 비웃듯 빈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등을 보인다. 고위급 직위에 있는 분들의 자식들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나처럼 그냥 평범한 시민은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 여자를 만나려고 하는 속물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나에게서 등을 보이며 돌아선 보경이가 텔레비전 선반의 사진 액자를 보며 말을 한다.
“어머, 이 어린 아이가 아저씨 인가요?”
“맞습니다.”
“귀엽네...”
“지금 저랑 뭐 하시자는 건가요?”
딴 소리를 하는 보경이를 향해 소리쳤고 그런 내 소리에 보경이가 허리를 숙인 채 고개를 돌려 나를 응시한다. 그리고는...
“뭐하고 싶으신데요... 저랑?”
“!”
“아무도 없는 아저씨 집... 우리 둘만 있고 아저씨 눈동자는 이미 제 엉덩이에 있네요. 남자는 여자를 만나는 이유가 예쁘니까 만지고 싶고... 지금 그러신가요?”
“.........”
보경이의 말에 어떠한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이미 나의 시선은 보경이의 엉덩이를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모습으로 아랫돌이가 팽창해져 있었다. 두 다리가 흔들리며 손이 떨려왔다. 보경이는 수경이의 친 언니인데... 나는 수경이를 사랑하고 있는데... 시험에 들지 않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하고 있었기에...
“역시나 남자들은 다 똑같군요. 훗...”
긴장한 내 모습을 비웃듯 굽힌 허리를 펴고 서서 나를 향해 한 마디 건넨 말이 이성을 주체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었다. 남자들은... 다 똑같다는 말...
“보... 보경 씨!”
“뭐... 뭐죠? 그 눈빛은?”
“정말... 이러면 안 되지만... 보경 씨... 보경 씨!”
수경이를 정말 사랑한다. 정말 사랑하게 되었는데 수경이 외에 다른 여자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을 것 같았는데... 보경이라는 또 다른 여자가 내 마음을 훔치고 있다. 이렇게 노골적인 말투와 행동으로 나를 유혹하고 있는데 굳이 이를 거부하며 보경이의 음탕한 마음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래... 내가 이 한 몸 희생하여 너의 쾌락을 풀어주리라.
보경이를 안기 위해 내 몸을 던졌다. 양 팔을 벌려 왜소한 보경이를 껴안고 그녀의 젖가슴에 내 얼굴을 비비며 나의 혀가 그녀의 봉긋한 콩알을 애무하기 위해...
“퍽!”
내가 몸을 날려 보경이에게 다가가자 그녀의 옆차기가 나의 턱에 적중하고 나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게 되었다. 그리고 든 생각... 아팠다...
“윽... 보경 씨...”
“저에게 손도 대지 마세요. 저는 아저씨에게 제 몸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니.”
“그게...”
“만지고 싶어도 자제 할 줄 알아야죠. 누가 그렇게 쉽게 만지게 해드린 데요?”
“윽.”
“수경이도 이런 씩으로 당했겠네. 한심한 녀석.”
짧은 판단과 생각으로 나는 강간범이 될 뻔 했다. 보경이가 이렇게 옆차기를 잘 할 줄이야... 꿈에도 몰랐다.
“아참, 미리 말씀을 안드렸는데요. 저 태권도 5단이에요. 어설프게 덤비지는 마세요.”
“5단...”
태권도 5단을 진작에 말해줬드라면... 절대 덮치려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직접 보경이의 발차기를 맞아보니. 저렇게 왜소한 몸에서 어떻게 이런 힘이 있는 것인지. 여장부다. 여장부.
“죄... 죄송합니다. 제가 순간 미쳤었나 봐요.”
“울어요?”
“네? 아니요. 안 울었는데요.”
“잘못 봤나.”
“..........”
울긴 내가 왜 울어? 이런 젠장 할...
“그럼, 커피나 한 잔 주세요.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으니까.”
“아, 알겠습니다. 여기 앉으세요.”
“뜨겁게 해주세요.”
“네...”
부끄러운 상황이었다. 할 말도 없이 나는 조용히 커피를 준비하게 되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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