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놈 194...
친구의 너스레도...
어색한 눈인사를 건네오던 노부부의 미소도...
그에 화답하는 송이의 예의바른 응대도....
심지어...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고...
이에 그의 얼굴에 새겨진 세월도 어느덧 훌쩍 지나있었건만...
시간은 오직 한사람만을 외면한 듯 했던 그녀의 고혹한 모습조차..
그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시야에 들어온 건 오직..........
약간의 반항기 어린 눈빛......
지금은 빛바랜 사진으로만 추억하는 자신의 어린 모습........
그것을 그대로 옮겨놓다시피한 그 아이 뿐이었으니......
무척이나 당황한 모습으로 일관하던 인혜......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허둥지둥 하던 그 모습도....
둘 간의 어색한 기류로 인해 멋쩍은 웃음만 지어야했던 동수도....
아무 영문도 몰라 그의 눈치만 살펴야 했던 송이도...
그 어떠한 소리도...
그 어떠한 장면도 그에겐 존재감없는 흑백의 화면으로만 다가오고 있었고..
“인사드려...엄마 제자분이라시잖니.......”
“.............................”
“얘가 이래요...쯧.....”
자신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그 맑은 눈빛만이....
자신의 몸을 하나하나 해부하듯 훑어 내리는 그 눈빛만이.......
그에겐 천연의 색으로 와 닿고 있었는데...
“안녕.......나....유성호라고 해.......”
“최인성입니다..”
어렵사리 뱉어낸 인사에 즉각 화답해오던
저 목소리마저......
자신의 저맘때를 빼다 박은 듯 했던 아이..........
그러한 존재를 앞에 두고....
제대로 된 식사는 물론....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던 것은...
어쩌면 그가 보통사람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는 증거는 아니었을런지.......
“운전해서 갈 수 있지?”
“왜요? 오빤 어디 가려구......”
“잠깐 사람 좀 만나고 들어갈게...오래 걸리진 않을거야..”
“그럼 나도 같이 가면 안돼? 나 혼자 가기 싫어..”
“송이야.....”
“히잉..그런 눈빛 좀 하지말아요...난 오빠 그럴때마다 심장이 막.....정말 많이 안늦을거죠..?”
“빨리 가.....”
그리고....
몇 블록이나 떨어진 한적한 곳에서 그녀를 마주하게 되자...
그 나약한 본성은 채 숨길 여유도 없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왜 숨겼어...”
“..................”
“그 때 맞지?”
“...................”
“다시 만났을때도....집에 들어가야 한다는 이유가 저 아이 때문이었고!!!!!”
“.....................”
“도대체 왜!!!!!!!왜 숨겼던 거야......”
“.......................”
“야 최인혜!!!!!!!무슨 말이라도 해보라고....입 있잖아!!!왜!!!도대체 왜!!!!!!”
“할말 없어.....”
“어쩌자고 덜컥........아니....지금에 와서 과거 돌이켜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도대체 어쩌자고 숨겼던 거야...그것만 말해...”
“자기더러 지금에 와서 책임지란 말 안해....누가 뭐래도 인성인 나만의 아들이니까...내 자식이니까..”
“누가 지금 그걸 논하재? 왜 말 안했냐고...진작 말했으면 상황이 이렇게 거지같이 흘러오진 않았을거 아냐!!!!!!!”
“................................”
“그런줄도 모르고.......난 그런줄도 모르고........하아~~~~~~~~~~”
그 존재를 장난삼아 자신의 아들이라며 낄낄거렸던 기억...
무엇보다...
그녀가 홀로 감당해야만 했던 눈에 보이지 않는 지난 아픔........
그 모든 상념이 한꺼번에 밀려들자...
약간의 어지럼증도 동반돼 쏟아지고 있었고..........
아버지...........
아버지라는 존재.........
자신에게는 한없는 어둠으로만 칠해져 있던 그 존재...
그 존재가.....
아무리 자신이 자초한 일이 아니라고 변명을 늘어놓아도..
무슨 일이 있어도 암흑의 당신을 닮지 않겠다던 그 오랜 다짐이...
자신의 외모와 똑닮은 그 아이에게도 그 외모만큼이나 똑같이 덧씌워져 있었기에...
꿈을 꾸지 않아도...
악몽에 시달리지 않아도...
어느 새 자신의 키만큼 자라난 검은 죽순은 촉촉해지던 눈동자를 가득 메워 오고 있었다.
“난 그런줄도 모르고.......난...........”
반복되기만 했던 읊조림만 늘어놓으며........그렇게............
“누나.....나 좀 만났음 해...”
“검사님 편한 시간에 언제든 오셔도 ...”
“아니...은지네 집으로 좀 와줘...꼬리 붙을 수 있으니까..유의하고..”
“은지 집이라면......”
“지금.......지금 바로.....”
“검사님.......무슨 일 생겼나요? 그런건가요?”
“.........................”
“검사님!!!!!!!!!”
“나..........살아야겠어........”
“...............................”
“아니...나 살고 싶어......살아야 할 이유가 너무 절절해...............”
“...............................”
“시발 세상.......한번 살아볼까 하는데..........그러니 제발 와줘.....”
“지금 어디신가요? 제가 그쪽으로 즉시 움직이겠습니다..”
“아니...그럴 필요 없어.....바로 은지네로 와....”
“네...일단 좀 가라앉히시고.......은지에겐 제가 연락 넣어놓겠습니다....”
그렇게.............
유난히도 길었던...
참혹하기까지 했던 하루의 해가
오늘따라 더욱 초라해보이던 그의 등 뒤로 저물어 가고 있었는데.......
“검사님!!!!!!”
“누난?”
“저....여기 있어요.......”
“은지는 잠깐 자리 좀 비켜줘...”
“네.....”
어둠에 물들어가던 거리 만큼이나...
실내의 조명 또한 그러기를 갈구하는 듯 했던 한 여인의 공간...
“조금 가라앉히셨나요?”
“최익훈이가 중심이 아니야....”
“!!!!!!!!!!!!!!!!!!!!!!!!!!!”
“지금껏 그에 포커스를 맞춰서 진행해왔던 조사....전부 헛다리 짚었던 것 같애...”
“허면........허면 누가........”
“그보단......내가 만약 저 새끼들 뜻을 따르지 않으면....살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
“..........................”
“따르면.....저들의 개가 되면...제대로 된 삶을 살수 있을까?”
“검사님..........”
“제대로 된 삶은 아니더라도......목숨은 연명할 수 있을까?”
“최익훈이 아니라면......죄송합니다.....제가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듯 합니다.”
“그럼 누가..........도대체 하일이라는 거대한 쇳덩어리를 집어삼킬 만한 인물이 대한민국땅에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거냐구!!!!!! 감히 어떤 놈이.....하아~~~~~”
“.......................................”
“송이의 외가쪽도 생각은 해봤어...근데 명분이 너무 약해.....돌아서면 남남인 부부관계보다야 자신들의 피가 섞인 아이가 그룹의 실권을 전부 장악하겠다는데....더욱이 송이 엄마는 지금까지도 날 인정하지 않는 느낌이니까....그래서 더 그쪽은 배제해도 될것 같고...”
“..................................”
“시간은 촉박하지만....원점부터 다시 밟아가기 위해서 부른거야....일단 누나가 아는 인물들 중에 과거....하성식과 원한을 졌거나 설령 그런것 없더라도 관계 있는 인물들에 대해 좀 알아봐줘....”
“하회장과 원한을 지고 이 땅에서 살아남은 인물은 제가 알기로는 결코 없습니다. 그리고 검사님께서 원하시는 인물들 또한.....”
“당사자가 전부 죽고 없다면 그 아들에 아들까지라도 다 훑어줘야겠어....”
“....................................”
“누나.......”
“네 검사님.....”
“나 정말 살아야 될 이유가 생겼어.....살아남더라도.. 누군가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구.........”
“사실 겁니다...누가 뭐래도...어떤 바람이 불어와도..우리 검사님은 살아남으실 겁니다......”
“그러고 싶어......정말 이젠...그러고 싶어....”
“사나흘 내로 기별 넣어드리겠습니다...”
“그래............”
그 공간에서 주저앉아야만 했던 그는 한동안 그렇게 소리없는 눈물만 흘리며 쓰러져있어야 했다.
“오빠 위치 추적 좀 해줘..”
“아가씨....”
“혹여나 알게 되더라도 뒷감당은 내가 할게....지금 즉시...”
“일요일이라 시간이 좀 소요될 것입니다.”
“나 지금 대로에 정차해있어...”
“네 그럼 잠시만.....”
물론
오늘 하루 ....
정확하게는 갑자기 초대받은 식사자리에서부터 급변한 그의 안색에...
불길함을 감출 수 없었던 송이는 또 다시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서슴치 않고 벌이고 있었고...
“아가씨.......”
“응....어디에서 잡혀...?”
“그것이.........”
“내 인내심 시험하지마!!!!!!!!....”
“죄송합니다....검사님 현재 위치는.....”
낯설지 않은 이름의 거명에...
금세 새빨갛게 변해가던 눈망울을 보이며 그곳으로 향했으니.........
“검사님.....어디 편찮으신건 아니죠?”
“...............................”
“사장님이 가시면서 특별히 부탁말씀을 하시길래.....정말 어디 아픈거 아니에요?”
“...........................”
“그럼.....불 꺼드릴테니 좀 쉬세요....”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인지...
이젠 잘 떠오르지도 않는 지난 기억의 편린을 잡으려 애써보지만...
그런 생각조차 아무 부질없게만 다가왔던 그...
슬픈 감정은 더 깊은 슬픔만 자아내고...
무기력함은 자신의 몸을.. 바닥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로 밀어내려고만 했기에...
모든 것이 덧없게만 느껴지고 있었다...
“아가씨!!!!!!!!”
“유모까지 달려오고...풉.......”
“연락받자마자 바로 출발했어요......아가씨 이러지 마시고 일단 집으로 돌아가셔서...”
“그래도 내 걱정 해주는 건 유모밖에 없네?”
“송이 아가씨!!!!!!!!”
“문이나 열라고 해....”
그 덧없음에 또 한 겹의 무의미함을 씌워오던 여인은....
“어떻게........”
“여기왔지? 어디 계셔?”
“..................”
“어디계시냐고 물었어!!!!!”
“침실에...침실에 계세요.....”
“넌 나랑 한 계약... 잊은 건 아니지?”
“그런일은.... 결코 하지 않았어요.......”
“당돌한 년......만에 하나라도 먼저 연락을 하거나...보고 싶다고 찔찔거리거나 하면 너란 존재..어찌될지는 본인이 더 잘 알테고....”
“..................”
“몸 파는걸 업으로 여긴다면 영원히......아니 오빠가 싫증나 더 이상 찾지 않을때까지 계속 그 일에만 충실해....알겠어!!!!!?”
“...........................”
“내 말 안들려!!!!!!!!!!!”
“알..겠..어요..........”
“저 왔어요.....”
“.......................”
“오빠............”
“....................”
이미 나락까지 떨어져 앙상한 모습으로 쓰러져있던 낯선 그만 바라보아야 했다....
“집으로 가요...”
“........................”
“오빠!!!!!!”
“내 집이 어딘데?”
“...............................”
“내가 가야 할 곳이 어딘데?”
“오빠 갑자기 왜 그러는거야.....왜 이렇게 쳐져서는.....”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딜까?”
“오빠..............”
“은지랑 밖에서 무슨 대화 한거니?”
“.......................”
“쟤가 내 장난감이야? 그렇게 하기로 했던거야?”
“............................”
“어쩐지.......예전에 너한테 걸린 날 이후로....소리소문없이 사라질 줄 알았더니....오히려 더 뻗어나가길래...이상하다 했어....”
“오빠 얼른 일어나서 가요....응?”
“아무리 뒤에서 누가 봐준다해도.....후와~~저렇게 잘 될 수 있겠나 싶었는데.....그 배경이 하일이라면 뭐........근데 난 왜 몰랐을까?.....난 왜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무관심했을까? 조금만 더 유심히 살폈더라면.....알아챘을텐데........그치 송이야?”
“...............................”
“돈 좋아.....권력 정말 좋아.....눈짓만 해도 알아서 척척......고개만 까딱거려두 설설설 기고....대한민국....정말 살기좋은 나라야...안그래?”
“...............................”
“난 왜 몰랐을까?.....난 왜.........나만 바라보고 살아왔을까?..........난 왜..........난 왜.........”
“오빠.......오빠 오늘 정말 이상해.....”
“응....나도 알아....나 정말 이상한 놈이야.....파렴치하고...이기적이고...개새끼고......키키...그래 심지어 그 개새끼도 자기 (새끼는 알아보는 법인데).......키키키키......시발..........”
“가자......여기서 이러구 있지말구....일단 집에가서 얘기해 오빠.....응?”
“송이야.....”
“...................”
“송이야........”
“응...............”
“야 하송이!!!!!!!!!!!!!!!!!!!!!!!!!!!!!!!!”
그리고....
그래서.......
그러나...........
만감이 교차해 좀처럼 움직일 것 같지 않던 그의 눈이 떠진 것은.....
그녀로서는 처음 목격하는.....
떨어지던 눈물방울이 바닥을 몇 바퀴나 구르고 난 이후였는데.......
“오빠........”
“은지 들어오라고 해!”
“성호 오빠...........”
“밖에....은지 들어와!!!!!!..........”
깊디 깊은 슬픔이...
그만큼의 분노로...........
진하디 진한 분노가........
미친 광기로 변해 간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고..........
“벗어......”
“네?”
“말귀 더럽게 못알아쳐먹네.....이리와........”
“검사님........”
“이리오라고 했다......”
“...................”
“주저해야 하겠지...이해해.....하지만 말야.....난 개새끼보다도 못한 하등동물이라....부욱 북북~~~~”
“끼악........검사님!!!!!!!!!!”
“그 주저함...내가 없애줄게.......오늘로써 그 망설임 전부 제거해줄테니......우리 아가씨 말대로 영원한 장난감으로 살아...알겠어!!!!!!!”
정인(情人)을 앞에 두고도 아무 거리낌 없이...여인의 옷가지들을 찢어가고 있었고...
“검사님............”
“팬티는 네가 직접 벗어.....”
“...................”
“또 달려들어 찢어줘야돼?”
“그건............”
“와서 네 주인.....주인 자지 세워...세워서 즐겁게 해줘....그게 장난감...노리개에게 주어진 역할 아니겠어..?”
“........................”
“안해!!!!!!!!!!!!”
“....................”
“마지막이야....얼른 해.......”
“하지만..........”
“해드려......아니.....네 주인은 저분이니....주인께서 원하는대로 따라야 하지 않겠어?”
“.............................”
뒤에서 들려온 무미건조한 외침에....
젖가슴을 가리고 있던 여인의 손은 조금씩......조금씩 눈앞의 인영에게로 떨어져내려야 했다.
천장을 향해 탁한 눈빛을 쏘아대던 그도 울고.......
그래선 안되지만.....사랑이라는 과분한 감정을 느끼게 한 인물의 몸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애써야 했던 그녀 또한 울고....
그 광경을 한점의 흐트러짐도 없이 바라보던 여인 또한 울어야 했던 시간....
====================================================================
봄비가 흐드러지게 내립니다...
야설 속의 등장인물에 불과하지만...개놈도 이 봄비처럼 하염없이 우네요...
이번 편 쓰기 너무 어려웠습니다..표현되지 않고 삼킨 말들도 많구요....
끝을 향해 달려갈수록 한편한편이 힘든게 사실입니다..
쩝...
좋은날 되시길....
친구의 너스레도...
어색한 눈인사를 건네오던 노부부의 미소도...
그에 화답하는 송이의 예의바른 응대도....
심지어...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고...
이에 그의 얼굴에 새겨진 세월도 어느덧 훌쩍 지나있었건만...
시간은 오직 한사람만을 외면한 듯 했던 그녀의 고혹한 모습조차..
그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시야에 들어온 건 오직..........
약간의 반항기 어린 눈빛......
지금은 빛바랜 사진으로만 추억하는 자신의 어린 모습........
그것을 그대로 옮겨놓다시피한 그 아이 뿐이었으니......
무척이나 당황한 모습으로 일관하던 인혜......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허둥지둥 하던 그 모습도....
둘 간의 어색한 기류로 인해 멋쩍은 웃음만 지어야했던 동수도....
아무 영문도 몰라 그의 눈치만 살펴야 했던 송이도...
그 어떠한 소리도...
그 어떠한 장면도 그에겐 존재감없는 흑백의 화면으로만 다가오고 있었고..
“인사드려...엄마 제자분이라시잖니.......”
“.............................”
“얘가 이래요...쯧.....”
자신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그 맑은 눈빛만이....
자신의 몸을 하나하나 해부하듯 훑어 내리는 그 눈빛만이.......
그에겐 천연의 색으로 와 닿고 있었는데...
“안녕.......나....유성호라고 해.......”
“최인성입니다..”
어렵사리 뱉어낸 인사에 즉각 화답해오던
저 목소리마저......
자신의 저맘때를 빼다 박은 듯 했던 아이..........
그러한 존재를 앞에 두고....
제대로 된 식사는 물론....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던 것은...
어쩌면 그가 보통사람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는 증거는 아니었을런지.......
“운전해서 갈 수 있지?”
“왜요? 오빤 어디 가려구......”
“잠깐 사람 좀 만나고 들어갈게...오래 걸리진 않을거야..”
“그럼 나도 같이 가면 안돼? 나 혼자 가기 싫어..”
“송이야.....”
“히잉..그런 눈빛 좀 하지말아요...난 오빠 그럴때마다 심장이 막.....정말 많이 안늦을거죠..?”
“빨리 가.....”
그리고....
몇 블록이나 떨어진 한적한 곳에서 그녀를 마주하게 되자...
그 나약한 본성은 채 숨길 여유도 없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왜 숨겼어...”
“..................”
“그 때 맞지?”
“...................”
“다시 만났을때도....집에 들어가야 한다는 이유가 저 아이 때문이었고!!!!!”
“.....................”
“도대체 왜!!!!!!!왜 숨겼던 거야......”
“.......................”
“야 최인혜!!!!!!!무슨 말이라도 해보라고....입 있잖아!!!왜!!!도대체 왜!!!!!!”
“할말 없어.....”
“어쩌자고 덜컥........아니....지금에 와서 과거 돌이켜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도대체 어쩌자고 숨겼던 거야...그것만 말해...”
“자기더러 지금에 와서 책임지란 말 안해....누가 뭐래도 인성인 나만의 아들이니까...내 자식이니까..”
“누가 지금 그걸 논하재? 왜 말 안했냐고...진작 말했으면 상황이 이렇게 거지같이 흘러오진 않았을거 아냐!!!!!!!”
“................................”
“그런줄도 모르고.......난 그런줄도 모르고........하아~~~~~~~~~~”
그 존재를 장난삼아 자신의 아들이라며 낄낄거렸던 기억...
무엇보다...
그녀가 홀로 감당해야만 했던 눈에 보이지 않는 지난 아픔........
그 모든 상념이 한꺼번에 밀려들자...
약간의 어지럼증도 동반돼 쏟아지고 있었고..........
아버지...........
아버지라는 존재.........
자신에게는 한없는 어둠으로만 칠해져 있던 그 존재...
그 존재가.....
아무리 자신이 자초한 일이 아니라고 변명을 늘어놓아도..
무슨 일이 있어도 암흑의 당신을 닮지 않겠다던 그 오랜 다짐이...
자신의 외모와 똑닮은 그 아이에게도 그 외모만큼이나 똑같이 덧씌워져 있었기에...
꿈을 꾸지 않아도...
악몽에 시달리지 않아도...
어느 새 자신의 키만큼 자라난 검은 죽순은 촉촉해지던 눈동자를 가득 메워 오고 있었다.
“난 그런줄도 모르고.......난...........”
반복되기만 했던 읊조림만 늘어놓으며........그렇게............
“누나.....나 좀 만났음 해...”
“검사님 편한 시간에 언제든 오셔도 ...”
“아니...은지네 집으로 좀 와줘...꼬리 붙을 수 있으니까..유의하고..”
“은지 집이라면......”
“지금.......지금 바로.....”
“검사님.......무슨 일 생겼나요? 그런건가요?”
“.........................”
“검사님!!!!!!!!!”
“나..........살아야겠어........”
“...............................”
“아니...나 살고 싶어......살아야 할 이유가 너무 절절해...............”
“...............................”
“시발 세상.......한번 살아볼까 하는데..........그러니 제발 와줘.....”
“지금 어디신가요? 제가 그쪽으로 즉시 움직이겠습니다..”
“아니...그럴 필요 없어.....바로 은지네로 와....”
“네...일단 좀 가라앉히시고.......은지에겐 제가 연락 넣어놓겠습니다....”
그렇게.............
유난히도 길었던...
참혹하기까지 했던 하루의 해가
오늘따라 더욱 초라해보이던 그의 등 뒤로 저물어 가고 있었는데.......
“검사님!!!!!!”
“누난?”
“저....여기 있어요.......”
“은지는 잠깐 자리 좀 비켜줘...”
“네.....”
어둠에 물들어가던 거리 만큼이나...
실내의 조명 또한 그러기를 갈구하는 듯 했던 한 여인의 공간...
“조금 가라앉히셨나요?”
“최익훈이가 중심이 아니야....”
“!!!!!!!!!!!!!!!!!!!!!!!!!!!”
“지금껏 그에 포커스를 맞춰서 진행해왔던 조사....전부 헛다리 짚었던 것 같애...”
“허면........허면 누가........”
“그보단......내가 만약 저 새끼들 뜻을 따르지 않으면....살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
“..........................”
“따르면.....저들의 개가 되면...제대로 된 삶을 살수 있을까?”
“검사님..........”
“제대로 된 삶은 아니더라도......목숨은 연명할 수 있을까?”
“최익훈이 아니라면......죄송합니다.....제가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듯 합니다.”
“그럼 누가..........도대체 하일이라는 거대한 쇳덩어리를 집어삼킬 만한 인물이 대한민국땅에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거냐구!!!!!! 감히 어떤 놈이.....하아~~~~~”
“.......................................”
“송이의 외가쪽도 생각은 해봤어...근데 명분이 너무 약해.....돌아서면 남남인 부부관계보다야 자신들의 피가 섞인 아이가 그룹의 실권을 전부 장악하겠다는데....더욱이 송이 엄마는 지금까지도 날 인정하지 않는 느낌이니까....그래서 더 그쪽은 배제해도 될것 같고...”
“..................................”
“시간은 촉박하지만....원점부터 다시 밟아가기 위해서 부른거야....일단 누나가 아는 인물들 중에 과거....하성식과 원한을 졌거나 설령 그런것 없더라도 관계 있는 인물들에 대해 좀 알아봐줘....”
“하회장과 원한을 지고 이 땅에서 살아남은 인물은 제가 알기로는 결코 없습니다. 그리고 검사님께서 원하시는 인물들 또한.....”
“당사자가 전부 죽고 없다면 그 아들에 아들까지라도 다 훑어줘야겠어....”
“....................................”
“누나.......”
“네 검사님.....”
“나 정말 살아야 될 이유가 생겼어.....살아남더라도.. 누군가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구.........”
“사실 겁니다...누가 뭐래도...어떤 바람이 불어와도..우리 검사님은 살아남으실 겁니다......”
“그러고 싶어......정말 이젠...그러고 싶어....”
“사나흘 내로 기별 넣어드리겠습니다...”
“그래............”
그 공간에서 주저앉아야만 했던 그는 한동안 그렇게 소리없는 눈물만 흘리며 쓰러져있어야 했다.
“오빠 위치 추적 좀 해줘..”
“아가씨....”
“혹여나 알게 되더라도 뒷감당은 내가 할게....지금 즉시...”
“일요일이라 시간이 좀 소요될 것입니다.”
“나 지금 대로에 정차해있어...”
“네 그럼 잠시만.....”
물론
오늘 하루 ....
정확하게는 갑자기 초대받은 식사자리에서부터 급변한 그의 안색에...
불길함을 감출 수 없었던 송이는 또 다시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서슴치 않고 벌이고 있었고...
“아가씨.......”
“응....어디에서 잡혀...?”
“그것이.........”
“내 인내심 시험하지마!!!!!!!!....”
“죄송합니다....검사님 현재 위치는.....”
낯설지 않은 이름의 거명에...
금세 새빨갛게 변해가던 눈망울을 보이며 그곳으로 향했으니.........
“검사님.....어디 편찮으신건 아니죠?”
“...............................”
“사장님이 가시면서 특별히 부탁말씀을 하시길래.....정말 어디 아픈거 아니에요?”
“...........................”
“그럼.....불 꺼드릴테니 좀 쉬세요....”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인지...
이젠 잘 떠오르지도 않는 지난 기억의 편린을 잡으려 애써보지만...
그런 생각조차 아무 부질없게만 다가왔던 그...
슬픈 감정은 더 깊은 슬픔만 자아내고...
무기력함은 자신의 몸을.. 바닥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로 밀어내려고만 했기에...
모든 것이 덧없게만 느껴지고 있었다...
“아가씨!!!!!!!!”
“유모까지 달려오고...풉.......”
“연락받자마자 바로 출발했어요......아가씨 이러지 마시고 일단 집으로 돌아가셔서...”
“그래도 내 걱정 해주는 건 유모밖에 없네?”
“송이 아가씨!!!!!!!!”
“문이나 열라고 해....”
그 덧없음에 또 한 겹의 무의미함을 씌워오던 여인은....
“어떻게........”
“여기왔지? 어디 계셔?”
“..................”
“어디계시냐고 물었어!!!!!”
“침실에...침실에 계세요.....”
“넌 나랑 한 계약... 잊은 건 아니지?”
“그런일은.... 결코 하지 않았어요.......”
“당돌한 년......만에 하나라도 먼저 연락을 하거나...보고 싶다고 찔찔거리거나 하면 너란 존재..어찌될지는 본인이 더 잘 알테고....”
“..................”
“몸 파는걸 업으로 여긴다면 영원히......아니 오빠가 싫증나 더 이상 찾지 않을때까지 계속 그 일에만 충실해....알겠어!!!!!?”
“...........................”
“내 말 안들려!!!!!!!!!!!”
“알..겠..어요..........”
“저 왔어요.....”
“.......................”
“오빠............”
“....................”
이미 나락까지 떨어져 앙상한 모습으로 쓰러져있던 낯선 그만 바라보아야 했다....
“집으로 가요...”
“........................”
“오빠!!!!!!”
“내 집이 어딘데?”
“...............................”
“내가 가야 할 곳이 어딘데?”
“오빠 갑자기 왜 그러는거야.....왜 이렇게 쳐져서는.....”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딜까?”
“오빠..............”
“은지랑 밖에서 무슨 대화 한거니?”
“.......................”
“쟤가 내 장난감이야? 그렇게 하기로 했던거야?”
“............................”
“어쩐지.......예전에 너한테 걸린 날 이후로....소리소문없이 사라질 줄 알았더니....오히려 더 뻗어나가길래...이상하다 했어....”
“오빠 얼른 일어나서 가요....응?”
“아무리 뒤에서 누가 봐준다해도.....후와~~저렇게 잘 될 수 있겠나 싶었는데.....그 배경이 하일이라면 뭐........근데 난 왜 몰랐을까?.....난 왜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무관심했을까? 조금만 더 유심히 살폈더라면.....알아챘을텐데........그치 송이야?”
“...............................”
“돈 좋아.....권력 정말 좋아.....눈짓만 해도 알아서 척척......고개만 까딱거려두 설설설 기고....대한민국....정말 살기좋은 나라야...안그래?”
“...............................”
“난 왜 몰랐을까?.....난 왜.........나만 바라보고 살아왔을까?..........난 왜..........난 왜.........”
“오빠.......오빠 오늘 정말 이상해.....”
“응....나도 알아....나 정말 이상한 놈이야.....파렴치하고...이기적이고...개새끼고......키키...그래 심지어 그 개새끼도 자기 (새끼는 알아보는 법인데).......키키키키......시발..........”
“가자......여기서 이러구 있지말구....일단 집에가서 얘기해 오빠.....응?”
“송이야.....”
“...................”
“송이야........”
“응...............”
“야 하송이!!!!!!!!!!!!!!!!!!!!!!!!!!!!!!!!”
그리고....
그래서.......
그러나...........
만감이 교차해 좀처럼 움직일 것 같지 않던 그의 눈이 떠진 것은.....
그녀로서는 처음 목격하는.....
떨어지던 눈물방울이 바닥을 몇 바퀴나 구르고 난 이후였는데.......
“오빠........”
“은지 들어오라고 해!”
“성호 오빠...........”
“밖에....은지 들어와!!!!!!..........”
깊디 깊은 슬픔이...
그만큼의 분노로...........
진하디 진한 분노가........
미친 광기로 변해 간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고..........
“벗어......”
“네?”
“말귀 더럽게 못알아쳐먹네.....이리와........”
“검사님........”
“이리오라고 했다......”
“...................”
“주저해야 하겠지...이해해.....하지만 말야.....난 개새끼보다도 못한 하등동물이라....부욱 북북~~~~”
“끼악........검사님!!!!!!!!!!”
“그 주저함...내가 없애줄게.......오늘로써 그 망설임 전부 제거해줄테니......우리 아가씨 말대로 영원한 장난감으로 살아...알겠어!!!!!!!”
정인(情人)을 앞에 두고도 아무 거리낌 없이...여인의 옷가지들을 찢어가고 있었고...
“검사님............”
“팬티는 네가 직접 벗어.....”
“...................”
“또 달려들어 찢어줘야돼?”
“그건............”
“와서 네 주인.....주인 자지 세워...세워서 즐겁게 해줘....그게 장난감...노리개에게 주어진 역할 아니겠어..?”
“........................”
“안해!!!!!!!!!!!!”
“....................”
“마지막이야....얼른 해.......”
“하지만..........”
“해드려......아니.....네 주인은 저분이니....주인께서 원하는대로 따라야 하지 않겠어?”
“.............................”
뒤에서 들려온 무미건조한 외침에....
젖가슴을 가리고 있던 여인의 손은 조금씩......조금씩 눈앞의 인영에게로 떨어져내려야 했다.
천장을 향해 탁한 눈빛을 쏘아대던 그도 울고.......
그래선 안되지만.....사랑이라는 과분한 감정을 느끼게 한 인물의 몸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애써야 했던 그녀 또한 울고....
그 광경을 한점의 흐트러짐도 없이 바라보던 여인 또한 울어야 했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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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흐드러지게 내립니다...
야설 속의 등장인물에 불과하지만...개놈도 이 봄비처럼 하염없이 우네요...
이번 편 쓰기 너무 어려웠습니다..표현되지 않고 삼킨 말들도 많구요....
끝을 향해 달려갈수록 한편한편이 힘든게 사실입니다..
쩝...
좋은날 되시길....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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