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너무 무리를 했나봅니다... 온 몸과 사지가...ㅠ
즐독하시고 건강 잘 관리하세요~
9. 또 다른 그녀의 등장.
점심을 먹기 위해 재수 없던 경호원의 경호를 받으며 식당으로 이동했다. 초호화 고급 레스토랑을 예상하며 설레는 마음과 기대감에 부풀어 오른 상태로 도착한 식당.
“응? 여기가 식당?”
청와대에 사는 대통령이 밥을 먹는 곳이라 뭔가 특별함을 기대했지만 그리 큰 규모와 의리 의리한 장식은 없었다. 일반 가정집보다는 조금 더 좋았지만 그리 특이한 형태의 식당은 아니었다. 잠시 실망은 했지만 그 실망을 일반적인 실망이라기보다 규모에 대한 서운함이었다.
‘식당은 별반 다르지 않네. 그렇다면 점심은 랍스타인가. 그 정도는 드셔야 국정을 수행하시지 않겠어?’
식당 테이블에 앉아 음식이 나오기만을 기대했다. 몇 분 시간이 흐른 뒤 기다리고 기다리던 음식이 나온다. 랍스타! 최소한 삭스핀!
“오늘은 작은 아가씨가 돌아오셨으니 가장 좋아하시는 김치찌개를 만들어 봤습니다.”
청와대 식당 주방장이 가져온 음식은 아침에도 먹은 김치찌개. 수경이가 아침에 김치찌개를 끓인 이유가 있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군.
“맛있게 드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차려진 점심상은 일반 가정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대통령이라고 특별한 음식을 먹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조금 우울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런 마음을 내색하기란 쉽지 않았다. 내 코를 자극하는 찌개의 맛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임에 틀림이 없었다.
“입맛에 맞으시려나... 우리 주방장님이 음식을 좀 잘 하시는데... 한 번 드셔보세요.”
“우와~ 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고입니다. 최고인데요.”
“아저씨, 아침에 제가 끓여드린 찌개와 이거랑 비교해 보세요.”
“그... 그럴까요?”
숟가락을 먼저 들어 냄비에 든 찌개 국물을 떴다. 그리고 입으로 가져가 그 맛을 음미하려 하는데...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어떻게 이렇게 맛있게 끓일 수 있는 것인지. 아침에 수경이가 끓여준 것 보다 몇 억 배는 더 맛있었다. 내가 감탄하는 표정을 짓고 있자 수경이는 나를 향해 기대하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진다.
“아저씨, 어느 것이 더 맛있어요?”
초짜 요리사 수경이에게 배태랑 요리사의 찌개 맛을 논 할 수는 없었다. 당연히 주방장의 요리가 맛있었으니까.
“맛있네요.”
“누구 것이요?”
수경이의 두 눈은 반짝이는 별빛처럼 초롱초롱했고 그런 수경이를 실망시킬 수는 없었다. 별 수 없이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 했을 뿐.
“수경 씨 것이요....”
“거짓말!”
“정말이에요.”
“맹세해요?”
“아... 네.”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주방장이 헛기침을 하며 조용히 식당 밖으로 돌아서며 나갔고 그런 주방장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몇 번을 사과 했는지 모르겠다. 정말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주방장의 요리가 더 맛있었다. 우리의 이런 대화가 오가는 사이 박 대통령이 흐뭇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우리 수경이 소꼽놀이하고 왔니?”
“아빠! 나 이 아저씨 정말 좋아해.”
“녀석... 나중에 아빠랑 결혼하겠다고 하더니... 아빠 전화번호는 아직도 남편으로 저장 되어있냐?”
“수경아!”
아... 그 남편이라고 찍힌 전화가 바로... 대통령이었구나. 영부인은 수경이에게 자중하라는 듯한 표정으로 인상을 썼고 나를 못마땅하게 쳐다보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어서 드시고 돌아가세요.”
딱딱한 영부인의 말투에 박 대통령이 대답한다.
“이 사람이... 우리 수경이 돌봐준 분께 무슨 말투가 그래. 제가 대신 사과드립니다. 어서 식사하시지요.”
“아... 네.”
썰렁한 분위기에서 점심식사는 그리 쉽게 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적막이 흐르며 서로 눈치를 보는 듯한 자리가 왜 이렇게 불편하던지... 그러고 있는데 식당 문이 열리며 누가 들어왔다.
“아빠, 수경이 왔다며?”
“어, 보경이 왔구나.”
“언니!”
수경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언니라고 소리치는 사람과 가벼운 포옹을 한다. 그런 사람을 내가 보는 관점에서는...
‘아름답... 다. 수경이보다... 몇 배는 더 아름답다. 긴 머리, 작은 두상, 야릇한 눈매와 오똑 솟은 코, 앵두 같은 입술... 밀가루보다 하얀 피부와 긴 팔...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그리고 매력적인 엉덩이 골반과 허벅지... 모든 게... 모든 게 완벽하다.’
수경이 언니 보경이에게서 눈을 땔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가장 완벽한 여자를 만났다. 죽어서도 이런 여자를 볼 수 없을 것이다. 사랑... 해도 될까요? 윽... 하필 이렇게 만난 운명의 여자가 하필... 수경이 언니라니... 젠장...!
“응? 저 아저씨는 누구셔?”
“언니, 날 지켜주신 분이야.”
“지켜줘?”
“보경아, 인사하렴. 수경이를 안전하게 보호해주신 분이시란다.”
“안녕하세요. 박보경이라고 해요.”
“아... 네... 안녕하세요.”
우와... 목소리 예술이다. 녹는다... 녹아. 모든 게 정지되었다. 나의 정신... 눈동자... 감각까지도... 모두 정지된 상태다. 그러다 식탁에 놓인 숟가락 하나가 바닥에 떨어지게 되었다.
“땡그랑!”
“어머, 숟가락이 떨어졌네.”
내 앞에서 허리를 숙여 숟가락을 줍는 보경이는 하필 나를 등지고 허리를 숙였다. 탱탱한 엉덩이가 내 앞에 놓였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보경이의 육감적인 몸매가 나를 자극하고 만다. 혈관이 어느 특정부위에 집중되며 신체 변화가 일어나고 숟가락은 고맙게도 식탁 아래 깊숙이 자리하고 있어 더욱 밀착되는 엉덩이를 관찰할 수 있었다.
“잡았다. 숟가락.”
“하...”
보경이가 허리를 들며 나를 돌아보는데 그 밝은 미소와 여자라는 느낌의 앵두 입술은 미소를 머금고... 수줍게 들고 있는 숟가락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내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고 숨이 가파르게 진행되며 심장의 쿵쾅됨을 진정시킬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나의 모습을 확인한 수경이가 불만인 표정으로 내 옆으로 다가와 옆구리를 찌르며 하는 말이...
“아저씨 또 인증하는 거예요?”
“헉!”
“피.”
“인... 인증은 무슨...”
“얼굴 좀 가려요. 눈을 가리시든지. 우리 엄마, 아빠가 다 보고 계시거든요.”
“콜록, 콜록.”
정신을 차려야 했다. 이곳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아지트, 수경이의 부모님이 사시는... 청와대 아닌가.
“저도 같이 점심 먹을래요.”
“그래, 보경이도 함께 먹자.”
“오랜만에 우리 네 가족 모두 모여 식사하네요.”
영부인의 말을 듣고 보니 그들이 오랜만에 식사를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법. 아마도 가출이 잦은 수경이 때문이었을 것으로 예상이 되었다. 그보다 보경이의 뒷태가 아직도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가 않고 있었기에 신체 변화를 숨기기 위해서라도 자리에 앉아야 했다. 그런데 눈치 없는 수경이가 영부인의 말에 대꾸를 했다.
“엄마, 이제 다섯 명으로 바뀔 수도 있어요.”
나는 밥을 먹다 말고 입에서 밥풀이 튀어 나갈 위기에 처해있었다. 뜬금없이 다섯 명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눈에 선해서다. 그러자 박 대통령이 그 말을 듣고는 다시 물었다.
“다섯 명? 아니 왜?”
“아빠, 엄마, 언니, 나.... 그리고...”
“그리고?”
나와 영부인은 서로 수경이를 향해 안 된다고... 말하면 큰일이라고... 임신사실을 절대 말해서는 안 된다고 강한 말류의 눈빛을 보내는 순간...
“옆에 있는 아저씨까지.”
“엥?”
“응?”
“어?”
“헐.”
수경이의 말에 모두 한 마디씩 내 뱉었고 수경이만 혼자 뭔가를 상상하는 것인지 만족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아저씨까지라면 나를 뜻하는 말인데... 내가 여기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방법이 한 가지.
“수경 씨... 그런 말 좀...”
“왜요? 저 싫어요?”
“아니... 그게... 저...”
박 대통령이 갑자기 호탕하게 웃으며 나와 수경이를 향해 말했다.
“우리 수경이가 옆에 있는 남자 분을 사모하는 모양이구나? 하하하.”
“여보!”
영부인도 난리가 났다. 나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지 않은가. 당황스러운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점심을 먹으라고 준 건지 구경하라고 준 건지... 냄새만 좋은 그림이었다. 수경이의 이런 알 수 없는 엉뚱함은 매력이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을 긴장시키는 독침과도 같았다.
“그러고 보니 우리 수경이를 지켜준 사람 이름도 모르고 있었네요.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박 대통령은 나에게 정말 빨리도 이름을 물어본다.
“저는 올해 서른 살 된 주인공이라고 합니다.”
“주인공... 이름이 참 독특하군요. 서른 살이라... 지금 하는 일은?”
“공인중개사를 하고 있습니다.”
“오, 공인중개사. 전문직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군요.”
“좋게 봐주시니 감사드립니다.”
“부모님은 모두 살아 계시고요?”
“예, 강원도에서 살고 계십니다.”
“음... 건실한 청년이군요.”
“각하... 아니, 대통령... 아니지... 뭐라고 불러드려야...”
“편하게 부르라니까요.”
“음...”
호칭을 어떻게 붙여야 할지 몰랐다.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 그러다 수경이가 나서서 얘기를 하는데...
“그냥 아빠라고 불러요.”
오, 마이 갓... 그러자 영부인이 하는 수 없다며 입을 열고...
“대통령이라고 부르세요. 그게 제일 적절하니까.”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대통령... 님.”
“말씀하세요.”
“말씀 편하게 하세요. 제가 나이도 어린데...”
솔직하게 이게 제일 불편했다. 대통령이... 그것도 수경이 아버지가 나에게 높임말을 사용한다는 자체에 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냥 낮음말로 대하는 것을 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미소를 지은 채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래도 저는 이게 편해요.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높여서 말하는 게 편하고 좋습니다.”
“아...”
역시 어진 대통령은 이미지부터 달라도 뭐가 달라보였다. 구수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향해 다시 입을 열기 시작한 박 대통령.
“점심부터 먹고 이따 저녁에 이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해요. 그렇게 해주실 거죠?”
“아... 알겠습니다.”
“돌아가실 때 누가 모셔다 드려야 할 건데...”
“아빠, 제가 나갔다 오면 안 돼요?”
수경이는 자신이 나를 데려다 주겠다며 말했지만 영부인의 반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호원을 시켜 청와대 밖까지 데려다 주라고 하는 영부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얘기를 듣고 있던 보경이가 말을 한다.
“제가 같이 나갈게요. 어차피 오후에 나갈 일이 있으니 제가 같이 나가면 될 듯하네요.”
“그렇구나. 그럼 보경이가 데려다 드리도록 해라.”
“네, 아빠.”
나는 그냥 짐짝인가보다. 누구든 날 원래의 위치에 데려다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 수경이와 눈이 마주치고 아쉬운 마음에 서로를 갈망하는 눈빛신호를 보내는데 그 모습을 목격한 영부인이 우리 둘을 향해 레이져 빔을 발사한다. 점심 먹기가 이렇게 눈치 보이고 힘든 일인지 난생 처음으로 알았다.
그렇게 서먹서먹한 점심시간이 지나고 이제 청와대를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물론 저녁에 다시 돌아와야 하지만 마치... 내 집인 것 같은 느낌은 왜 일까. 좀 시건방진 소리이지만 이참에 대통령 배경으로 정치나 해볼까 하는 생각이...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상상만으로도 흐뭇하다.
“아저씨, 이따가 꼭 와야 해요. 안 그러면... 나 또 가출할거야.”
헤어지기 아쉬워하며 내 손을 꼭 잡고 있는 수경이. 어쩌다가 내가 이런 복덩어리를 만나게 된 것인지 행복하기 했다. 그리고 그 뒤에 우리를 못마땅해 하는 영부인의 얼굴이 상상만 해도 아찔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배웅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조심해서 가시고 이따 저녁에 다시 만나도록 하죠.”
“예. 대통령님. 점심 너무 맛있게 먹었습니다.”
“저녁은 와인도 한 잔 하죠. 술 괜찮으시죠?”
“황송할 따름입니다.”
우리의 순간적인 이별이 준비되는 동안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우리 앞에 멈춰섰다.
“끼이익.”
“조심히 모셔다 드리고.”
“알겠습니다.”
“큰 아가씨가 아직 나오지 않아서 잠시 기다리겠습니다.”
“보경이? 어디 갔는데?”
“옷 갈아입는다고 자기 방에 들어갔어요. 저기 오네요.”
건물 안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보경이의 모습은...
‘머리를 풀었네. 너무 섹시하다. 썬그라스... 빨간 립스틱, 몸에 달라붙는 육감적인 옷... 그리고 짧은 미니스커트... 미치겠다.’
비너스의 몸매를 갖고 있는 보경이가 정말 화보 속의 모델이 된 듯 아름다운 모습으로 외출 준비를 하고 우리가 서 있는 곳으로 걸어 나왔고 그 모습에 넋을 잃을 정도다. 박 대통령은 그럼 모습에 불만이 있는지 한 소리 하기 시작했다.
“보경아, 치마가 너무 짧은 것 아니냐?”
“아빠는... 요즘 이 정도는 다 입어요.”
“그래도 너무 짧아. 아빠가 보기에는 옷을 갈아입었으면 하는데...”
“친구 좀 만나고 일찍 들어 올 거예요.”
“그래, 일찍 들어와라.”
승용차에 먼저 긴 다리를 접어 뒷자리에 앉은 보경이가 나를 향해 말을 한다.
“어서 타세요. 나가야 하니.”
“아, 네...”
우리를 태운 차량은 청와대 정문을 향해 달렸고 수경이는 아쉬워하며 나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아저씨, 일찍 와요!”
그 소리에 보경이가 같이 탄 차 안에서 나에게 질문을 하는데...
“수경이 좋아요?”
“네?”
“수경이 여자로써 건드리신 건 아니죠?”
“뭐... 뭐라고요?”
“순진한 아이에요. 아직 경험도 없는 숫처녀라고요. 아세요?”
“.........”
보경이의 입담에 대꾸를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리고 짧은 치마를 입고 있는 상태에서 다리를 꼬았는데 짧은 치마 때문에 레깅스 윗부분이 노출되었다. 그 모습에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몰랐다. 허둥대는 내 모습에 보경이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저씨 집, 한 번 구경하도 되요?”
“저희... 집이요? 뭐... 아무 때고...”
“지금요.”
“지금?! ...요?”
“네. 지금.”
.............나무아미타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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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또 다른 그녀의 등장.
점심을 먹기 위해 재수 없던 경호원의 경호를 받으며 식당으로 이동했다. 초호화 고급 레스토랑을 예상하며 설레는 마음과 기대감에 부풀어 오른 상태로 도착한 식당.
“응? 여기가 식당?”
청와대에 사는 대통령이 밥을 먹는 곳이라 뭔가 특별함을 기대했지만 그리 큰 규모와 의리 의리한 장식은 없었다. 일반 가정집보다는 조금 더 좋았지만 그리 특이한 형태의 식당은 아니었다. 잠시 실망은 했지만 그 실망을 일반적인 실망이라기보다 규모에 대한 서운함이었다.
‘식당은 별반 다르지 않네. 그렇다면 점심은 랍스타인가. 그 정도는 드셔야 국정을 수행하시지 않겠어?’
식당 테이블에 앉아 음식이 나오기만을 기대했다. 몇 분 시간이 흐른 뒤 기다리고 기다리던 음식이 나온다. 랍스타! 최소한 삭스핀!
“오늘은 작은 아가씨가 돌아오셨으니 가장 좋아하시는 김치찌개를 만들어 봤습니다.”
청와대 식당 주방장이 가져온 음식은 아침에도 먹은 김치찌개. 수경이가 아침에 김치찌개를 끓인 이유가 있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군.
“맛있게 드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차려진 점심상은 일반 가정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대통령이라고 특별한 음식을 먹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조금 우울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런 마음을 내색하기란 쉽지 않았다. 내 코를 자극하는 찌개의 맛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임에 틀림이 없었다.
“입맛에 맞으시려나... 우리 주방장님이 음식을 좀 잘 하시는데... 한 번 드셔보세요.”
“우와~ 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고입니다. 최고인데요.”
“아저씨, 아침에 제가 끓여드린 찌개와 이거랑 비교해 보세요.”
“그... 그럴까요?”
숟가락을 먼저 들어 냄비에 든 찌개 국물을 떴다. 그리고 입으로 가져가 그 맛을 음미하려 하는데...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어떻게 이렇게 맛있게 끓일 수 있는 것인지. 아침에 수경이가 끓여준 것 보다 몇 억 배는 더 맛있었다. 내가 감탄하는 표정을 짓고 있자 수경이는 나를 향해 기대하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진다.
“아저씨, 어느 것이 더 맛있어요?”
초짜 요리사 수경이에게 배태랑 요리사의 찌개 맛을 논 할 수는 없었다. 당연히 주방장의 요리가 맛있었으니까.
“맛있네요.”
“누구 것이요?”
수경이의 두 눈은 반짝이는 별빛처럼 초롱초롱했고 그런 수경이를 실망시킬 수는 없었다. 별 수 없이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 했을 뿐.
“수경 씨 것이요....”
“거짓말!”
“정말이에요.”
“맹세해요?”
“아... 네.”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주방장이 헛기침을 하며 조용히 식당 밖으로 돌아서며 나갔고 그런 주방장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몇 번을 사과 했는지 모르겠다. 정말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주방장의 요리가 더 맛있었다. 우리의 이런 대화가 오가는 사이 박 대통령이 흐뭇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우리 수경이 소꼽놀이하고 왔니?”
“아빠! 나 이 아저씨 정말 좋아해.”
“녀석... 나중에 아빠랑 결혼하겠다고 하더니... 아빠 전화번호는 아직도 남편으로 저장 되어있냐?”
“수경아!”
아... 그 남편이라고 찍힌 전화가 바로... 대통령이었구나. 영부인은 수경이에게 자중하라는 듯한 표정으로 인상을 썼고 나를 못마땅하게 쳐다보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어서 드시고 돌아가세요.”
딱딱한 영부인의 말투에 박 대통령이 대답한다.
“이 사람이... 우리 수경이 돌봐준 분께 무슨 말투가 그래. 제가 대신 사과드립니다. 어서 식사하시지요.”
“아... 네.”
썰렁한 분위기에서 점심식사는 그리 쉽게 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적막이 흐르며 서로 눈치를 보는 듯한 자리가 왜 이렇게 불편하던지... 그러고 있는데 식당 문이 열리며 누가 들어왔다.
“아빠, 수경이 왔다며?”
“어, 보경이 왔구나.”
“언니!”
수경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언니라고 소리치는 사람과 가벼운 포옹을 한다. 그런 사람을 내가 보는 관점에서는...
‘아름답... 다. 수경이보다... 몇 배는 더 아름답다. 긴 머리, 작은 두상, 야릇한 눈매와 오똑 솟은 코, 앵두 같은 입술... 밀가루보다 하얀 피부와 긴 팔...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그리고 매력적인 엉덩이 골반과 허벅지... 모든 게... 모든 게 완벽하다.’
수경이 언니 보경이에게서 눈을 땔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가장 완벽한 여자를 만났다. 죽어서도 이런 여자를 볼 수 없을 것이다. 사랑... 해도 될까요? 윽... 하필 이렇게 만난 운명의 여자가 하필... 수경이 언니라니... 젠장...!
“응? 저 아저씨는 누구셔?”
“언니, 날 지켜주신 분이야.”
“지켜줘?”
“보경아, 인사하렴. 수경이를 안전하게 보호해주신 분이시란다.”
“안녕하세요. 박보경이라고 해요.”
“아... 네... 안녕하세요.”
우와... 목소리 예술이다. 녹는다... 녹아. 모든 게 정지되었다. 나의 정신... 눈동자... 감각까지도... 모두 정지된 상태다. 그러다 식탁에 놓인 숟가락 하나가 바닥에 떨어지게 되었다.
“땡그랑!”
“어머, 숟가락이 떨어졌네.”
내 앞에서 허리를 숙여 숟가락을 줍는 보경이는 하필 나를 등지고 허리를 숙였다. 탱탱한 엉덩이가 내 앞에 놓였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보경이의 육감적인 몸매가 나를 자극하고 만다. 혈관이 어느 특정부위에 집중되며 신체 변화가 일어나고 숟가락은 고맙게도 식탁 아래 깊숙이 자리하고 있어 더욱 밀착되는 엉덩이를 관찰할 수 있었다.
“잡았다. 숟가락.”
“하...”
보경이가 허리를 들며 나를 돌아보는데 그 밝은 미소와 여자라는 느낌의 앵두 입술은 미소를 머금고... 수줍게 들고 있는 숟가락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내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고 숨이 가파르게 진행되며 심장의 쿵쾅됨을 진정시킬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나의 모습을 확인한 수경이가 불만인 표정으로 내 옆으로 다가와 옆구리를 찌르며 하는 말이...
“아저씨 또 인증하는 거예요?”
“헉!”
“피.”
“인... 인증은 무슨...”
“얼굴 좀 가려요. 눈을 가리시든지. 우리 엄마, 아빠가 다 보고 계시거든요.”
“콜록, 콜록.”
정신을 차려야 했다. 이곳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아지트, 수경이의 부모님이 사시는... 청와대 아닌가.
“저도 같이 점심 먹을래요.”
“그래, 보경이도 함께 먹자.”
“오랜만에 우리 네 가족 모두 모여 식사하네요.”
영부인의 말을 듣고 보니 그들이 오랜만에 식사를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법. 아마도 가출이 잦은 수경이 때문이었을 것으로 예상이 되었다. 그보다 보경이의 뒷태가 아직도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가 않고 있었기에 신체 변화를 숨기기 위해서라도 자리에 앉아야 했다. 그런데 눈치 없는 수경이가 영부인의 말에 대꾸를 했다.
“엄마, 이제 다섯 명으로 바뀔 수도 있어요.”
나는 밥을 먹다 말고 입에서 밥풀이 튀어 나갈 위기에 처해있었다. 뜬금없이 다섯 명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눈에 선해서다. 그러자 박 대통령이 그 말을 듣고는 다시 물었다.
“다섯 명? 아니 왜?”
“아빠, 엄마, 언니, 나.... 그리고...”
“그리고?”
나와 영부인은 서로 수경이를 향해 안 된다고... 말하면 큰일이라고... 임신사실을 절대 말해서는 안 된다고 강한 말류의 눈빛을 보내는 순간...
“옆에 있는 아저씨까지.”
“엥?”
“응?”
“어?”
“헐.”
수경이의 말에 모두 한 마디씩 내 뱉었고 수경이만 혼자 뭔가를 상상하는 것인지 만족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아저씨까지라면 나를 뜻하는 말인데... 내가 여기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방법이 한 가지.
“수경 씨... 그런 말 좀...”
“왜요? 저 싫어요?”
“아니... 그게... 저...”
박 대통령이 갑자기 호탕하게 웃으며 나와 수경이를 향해 말했다.
“우리 수경이가 옆에 있는 남자 분을 사모하는 모양이구나? 하하하.”
“여보!”
영부인도 난리가 났다. 나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지 않은가. 당황스러운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점심을 먹으라고 준 건지 구경하라고 준 건지... 냄새만 좋은 그림이었다. 수경이의 이런 알 수 없는 엉뚱함은 매력이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을 긴장시키는 독침과도 같았다.
“그러고 보니 우리 수경이를 지켜준 사람 이름도 모르고 있었네요.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박 대통령은 나에게 정말 빨리도 이름을 물어본다.
“저는 올해 서른 살 된 주인공이라고 합니다.”
“주인공... 이름이 참 독특하군요. 서른 살이라... 지금 하는 일은?”
“공인중개사를 하고 있습니다.”
“오, 공인중개사. 전문직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군요.”
“좋게 봐주시니 감사드립니다.”
“부모님은 모두 살아 계시고요?”
“예, 강원도에서 살고 계십니다.”
“음... 건실한 청년이군요.”
“각하... 아니, 대통령... 아니지... 뭐라고 불러드려야...”
“편하게 부르라니까요.”
“음...”
호칭을 어떻게 붙여야 할지 몰랐다.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 그러다 수경이가 나서서 얘기를 하는데...
“그냥 아빠라고 불러요.”
오, 마이 갓... 그러자 영부인이 하는 수 없다며 입을 열고...
“대통령이라고 부르세요. 그게 제일 적절하니까.”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대통령... 님.”
“말씀하세요.”
“말씀 편하게 하세요. 제가 나이도 어린데...”
솔직하게 이게 제일 불편했다. 대통령이... 그것도 수경이 아버지가 나에게 높임말을 사용한다는 자체에 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냥 낮음말로 대하는 것을 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미소를 지은 채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래도 저는 이게 편해요.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높여서 말하는 게 편하고 좋습니다.”
“아...”
역시 어진 대통령은 이미지부터 달라도 뭐가 달라보였다. 구수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향해 다시 입을 열기 시작한 박 대통령.
“점심부터 먹고 이따 저녁에 이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해요. 그렇게 해주실 거죠?”
“아... 알겠습니다.”
“돌아가실 때 누가 모셔다 드려야 할 건데...”
“아빠, 제가 나갔다 오면 안 돼요?”
수경이는 자신이 나를 데려다 주겠다며 말했지만 영부인의 반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호원을 시켜 청와대 밖까지 데려다 주라고 하는 영부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얘기를 듣고 있던 보경이가 말을 한다.
“제가 같이 나갈게요. 어차피 오후에 나갈 일이 있으니 제가 같이 나가면 될 듯하네요.”
“그렇구나. 그럼 보경이가 데려다 드리도록 해라.”
“네, 아빠.”
나는 그냥 짐짝인가보다. 누구든 날 원래의 위치에 데려다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 수경이와 눈이 마주치고 아쉬운 마음에 서로를 갈망하는 눈빛신호를 보내는데 그 모습을 목격한 영부인이 우리 둘을 향해 레이져 빔을 발사한다. 점심 먹기가 이렇게 눈치 보이고 힘든 일인지 난생 처음으로 알았다.
그렇게 서먹서먹한 점심시간이 지나고 이제 청와대를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물론 저녁에 다시 돌아와야 하지만 마치... 내 집인 것 같은 느낌은 왜 일까. 좀 시건방진 소리이지만 이참에 대통령 배경으로 정치나 해볼까 하는 생각이...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상상만으로도 흐뭇하다.
“아저씨, 이따가 꼭 와야 해요. 안 그러면... 나 또 가출할거야.”
헤어지기 아쉬워하며 내 손을 꼭 잡고 있는 수경이. 어쩌다가 내가 이런 복덩어리를 만나게 된 것인지 행복하기 했다. 그리고 그 뒤에 우리를 못마땅해 하는 영부인의 얼굴이 상상만 해도 아찔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배웅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조심해서 가시고 이따 저녁에 다시 만나도록 하죠.”
“예. 대통령님. 점심 너무 맛있게 먹었습니다.”
“저녁은 와인도 한 잔 하죠. 술 괜찮으시죠?”
“황송할 따름입니다.”
우리의 순간적인 이별이 준비되는 동안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우리 앞에 멈춰섰다.
“끼이익.”
“조심히 모셔다 드리고.”
“알겠습니다.”
“큰 아가씨가 아직 나오지 않아서 잠시 기다리겠습니다.”
“보경이? 어디 갔는데?”
“옷 갈아입는다고 자기 방에 들어갔어요. 저기 오네요.”
건물 안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보경이의 모습은...
‘머리를 풀었네. 너무 섹시하다. 썬그라스... 빨간 립스틱, 몸에 달라붙는 육감적인 옷... 그리고 짧은 미니스커트... 미치겠다.’
비너스의 몸매를 갖고 있는 보경이가 정말 화보 속의 모델이 된 듯 아름다운 모습으로 외출 준비를 하고 우리가 서 있는 곳으로 걸어 나왔고 그 모습에 넋을 잃을 정도다. 박 대통령은 그럼 모습에 불만이 있는지 한 소리 하기 시작했다.
“보경아, 치마가 너무 짧은 것 아니냐?”
“아빠는... 요즘 이 정도는 다 입어요.”
“그래도 너무 짧아. 아빠가 보기에는 옷을 갈아입었으면 하는데...”
“친구 좀 만나고 일찍 들어 올 거예요.”
“그래, 일찍 들어와라.”
승용차에 먼저 긴 다리를 접어 뒷자리에 앉은 보경이가 나를 향해 말을 한다.
“어서 타세요. 나가야 하니.”
“아, 네...”
우리를 태운 차량은 청와대 정문을 향해 달렸고 수경이는 아쉬워하며 나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아저씨, 일찍 와요!”
그 소리에 보경이가 같이 탄 차 안에서 나에게 질문을 하는데...
“수경이 좋아요?”
“네?”
“수경이 여자로써 건드리신 건 아니죠?”
“뭐... 뭐라고요?”
“순진한 아이에요. 아직 경험도 없는 숫처녀라고요. 아세요?”
“.........”
보경이의 입담에 대꾸를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리고 짧은 치마를 입고 있는 상태에서 다리를 꼬았는데 짧은 치마 때문에 레깅스 윗부분이 노출되었다. 그 모습에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몰랐다. 허둥대는 내 모습에 보경이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저씨 집, 한 번 구경하도 되요?”
“저희... 집이요? 뭐... 아무 때고...”
“지금요.”
“지금?! ...요?”
“네. 지금.”
.............나무아미타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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