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놈 193편............
“용건...말씀하세요...”
“풉....밝은데서 보니까 그 미모는 아직 여전하네?”
“얼른 말씀하세요...”
“아직 1분도 안지났어...뭐가 그리 급해.....”
“그쪽이랑 얼굴 길게 마주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그때 일 때문에 그런거라면 내가 의도한 게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그걸 지금 나더러 믿으라고 하는 말이에요?”
“하아~~난 단지....오빠가 너무 그리워하니까.....자다가도 당신 이름 부르곤 하니까.....그래서 만나달라는 말이었구.....그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어....”
“만나면...만나면 뭐가 달라지죠? 잃은 아이라도 다시 살아날까? 그럼 언제든.....만날 수 있어요....그렇지 못하잖아!!!!만나서 달라질게 아무것도 없잖아!!!!!!!”
“언성 낮춰.......여긴 우리만 있는 곳이 아니야....”
“휴우~~~~~~~그 용건 때문에 찾아 온 거라면....백번 천번을 물어도 같은 대답밖에 못해줘요...그리 알고 돌아가세요....”
“난 기분 좋아서 이러는 것 같애? 같이 잠들어도....오빠 품에 안겨 있어도 오빤 항상 당신생각으로 가득해....그게 뻔히 보이는데......하아~~~”
“그럼 그 분....돌려줘요.....원래 그 분이 있어야 할 곳에 다시 돌려놓으면....모든 게 해결돼요...”
“난.......나는 뭐가 해결될까? 그렇게 하면 내겐 뭐가 남는데? 응?”
“...................................”
“그걸 담보해줘...그럼 언제든 오빠........아니....그런다해도 못돌려줘......절대!!!!!!!”
“당신은 혼자지만.....아직 성호씨 못잊고 있는 친구들이 있어요......성호씨 손으로 해결볼때까지 그때까지만이라도 ...........”
“그건 안돼.......하룻밤이면 몰라도...어쩌다 한두번 보고 지내는 거라면 용납할 수 있어도 그때로 돌아가라고 하면.........내가 너희들 가만 안둬......알아!!!!!!”
“그래서!!!!그래서 우린 만나봐야 아무 소용 없는 사이란 말이에요...이젠 현실을 좀 알겠나요?”
“...........................”
“내가 그분 만나서..하룻밤 지내고 나면......성호씨가 그쪽에게 고마워할 것 같나요? 아니...정기적으로 만남 가질 수 있게 그쪽이 배려해주면 성호씨가 좋아할 것 같나요? 송이씨는 여전히 그분에 대해선 잘 모르시는 군요.....제가 알기론 절대 그렇지 않아요...그 사람 의지는 오직 그 사람 스스로에 의해 결정되어야 비로소 의미가 있는것.......제가 아는 그 사람은 그래요......”
“당신 나랑 그 사건 이후로 몇 번 만난지 기억해?”
“오늘로써 여섯 번째........아닌가요?”
“만날때마다 똑같은 대답......똑같은 요구.......지긋지긋하지 않아? 조금 달라질 생각은 없어? 당신만 한발짝 양보하면 모든게 좋아질 수 있어.....당신은 오빠 볼 수 있어서 좋구...난......나는 껍데기뿐인 사랑 안해도 좋구.....”
“지연이라고 아시죠?”
“..............................”
“지연이한테 물어보세요......오히려 나라는 존재보단 그 친구가 성호씨에겐 더 각별할 거에요....지연이가 좋다면 저도 응하죠....그러나...내가 아는 그 친구라면 모르긴 몰라도..”
“먹히지도 않았어.....”
“풉....그것 보세요...당신이야말로 정말 욕심쟁이군요!!......전부 가질 수는 없어요...그럴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안타깝게도 상황이 그래 보이네요......”
“..............................”
“잃은 아이 문제는 내 입으론 절대 성호씨에게 말하지 않을거니까...걱정은 안해도 될 거에요...피지도 못하고 사라진 존재로 당신 협박하는 일 따위는 하고 싶지 않으니까.......그건 그 아이에 대한 모독이니까...........”
“고맙다고 해야돼?”
“이제 송이씨도 그분이 어떤 사람인지는 조금 아나 보네요?......그 사실 만약 성호씨 귀에 들어간다면.......상상하고 싶지도 않겠죠?”
“협박으로 들려...그것두 아주 무서운 협박..........”
“개 눈엔 똥만 보이는 법이죠!!!!!!!!먼저 일어날게요!!!!!!!! 커피 잘 마셨어요......”
아무리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애써도...
돌아서기 무섭게 붉은 기운이 돌던 눈빛은 그녀로서도 어찌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슬픔에 비례하는 양으로 그에 대한 그리움은 깊어만 갔고........
“유검사....자네가 준 이것말야... 좀 이상해.....”
“어디가 이상한지 제가 알아듣기 쉽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박사님......”
“보통 심혈관질환의 환자에게 하는 처방임에는 틀림없지만.....문제는.....너무 일방적으로 몰아갔다는 점이 조금 석연찮아...”
“.................”
“쉽게 설명하자면....심혈관 환자들은 당뇨를 비롯해 여러 합병증이 발생하기 쉬워..그 합병증으로 인해 치명적인 상태에 이르기도 하고 말이야....근데 자네가 준 이 처방은 그러한 합병증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그 한부분만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는 게........보통의 의사같으면 이것저것 예측하고 축척되는 데이터를 베이스로 해서...기본처방을 전제로 그것에 변화를 주게 마련인데..이건 초지일관이어도 너무.........”
“환자가 80이 넘은 노인이라면 더욱 그러하겠군요?”
“에이~~~그럼 더욱 말도 되지않는 처방이지.....대한민국에 어느 의사가 이런...”
“심혈관질환의 가장 권위자가 그러했다면....결국 의도적인 걸로 봐도 되겠군요..?”
“그거야 자네들이 파헤쳐야 할 부분이라 내가 앞서 말하긴 뭐하지만.....여튼 내 생각은 그러하네.....”
“감사드립니다 박사님...”
“그나저나 국수는 언제 먹여 줄테야? 영감 돌아가시거든 먹여줄라고?”
“후훗....국수 한 그릇쯤은 박사님만 시간 비워주시면 언제든 대접해 올리겠습니다...”
“하하하하........그려그려.....시간 봐서 전화 넣어주겠네...”
“네 보중하십시오.........”
“그려..........."
그 그리움의 당사자는
그녀들의 애타는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자신에게 부여한 책무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으니.......
“윽......하지 마........”
“헐....웬일로 거부해?”
“피.......나 오늘 할머니 제삿날이라 본가에 들어가봐야한단 말야...괜히 사람 또 달뜨게 만들지 말라구....조상도 모르는 폐륜아로 만들고 싶지 않걸랑....아셨죠 검사님!!!”
“김원장 쪽으로 유입된 자금은 없다고 했지?”
“응...딱히 짚을 만한건 없구.......왜 그쪽이 뭔가 꺼림칙해요?”
“아니...꼭 그런건 아닌데...........”
“알아보라고 했던 그 전대련이란 단체는 정말........나 참 어이없어서..웃음밖에 안나와.......”
“데이터 넘겨....내가 검토해볼게...”
“잠깐만 기다려보세요.....으차~~~~이 USB에 지난번 넘긴 자료 외에 다른 사항들 전부 넣어놨으니까 한번 훑어보세요...보다보면 알겠지만 기도 안차...”
“정말 들어가야해? 나랑 좀 놀아주고 가지.....”
“우린 제사 일찍 지낸단 말야.....시집가란 잔소리 안들으려면 얼른 얼굴도장찍고 절 두어번 한 후 도망나와야 돼.....오늘은 혼자 노세요....푸흡...”
“젖가슴이라도 떼어놓구 가라......”
“쒸........마음 같아선 아래 위 전부 주고 가고 싶네요.....자~~~내 일은 여기서 끝!!!!!”
한 발 다가 섰다고 생각하면...
어느새 저만치 달아나있던 그림자.......
이는....
꼭 일뿐만 아니라 자신의 머릿속을 채우던 여인들의 존재 또한 그러했는데....
“오늘은 집에서 자고 가거라...”
“아뇨...내일 아침 일찍 회의가 있어서 잠은 집에가서 잘게요....”
“아직 할머니 수저도 안 내려놓으셨겠다 임마....뭐가 그리 급해 조금 더 있다 가....”
“큭......................
“그래 요즘은 무척 바쁘다고?”
“네...괜히 옮겨서 정신만 없구....”
“그러게 진즉 아빠일이나 도우라니까 고집은....쯧쯧..........”
“그래두 나름 보람은 있네요 뭐......아 참......아빠 전대련이라는 시민단체 아시죠?”
“.....................”
“왜 그 있잖아요... 재벌들 상속 문제와 관련해서........”
“네가 거긴 어찌 알고...”
“아빠 제가 혹시나 싶어서 말씀드리는 건데......그쪽이랑 조금이라도 관련돼 있다면 앞으론 멀리하세요...제 말뜻 아시겠죠?”
“............................”
“아빠!!!!!!!!!!!”
“그쪽에 조사 같은거 들어갔나보구나?...그런게냐?”
“네........아니라곤 말씀 못드려요...그러니까.....”
“흠....................”
“배제해도 될 것 같아서 제 선에서 UM그룹은 미리 조치했어요...그러니 앞으론 절대 그쪽으로 눈길 주지 마세요...아시겠죠?”
“허허허.......검사딸 두니...이런 혜택도 다 받고......허허허허허......”
“그렇게 웃고 넘어갈 일은 아니에요...아빠 유성호 검사 아시죠?”
“그 이름이 왜 지금 이 자리에서 거론되는거니?”
“유검사가 붙은 일이에요.....들어서 조금은 아시겠지만 유검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 일에 대해서 성과를 내는 사람이에요...그러니...절대.....”
“서재로 자리를 옮겼으면 싶구나.......여기......서재로 차 좀 부탁하지.....”
“네 회장님!!!!!!!!!!!!!!”
사랑 뿐 아니라....
꼬이고 꼬인 먹이그물의 인간관계는 더욱 어렵게 다가오고 있었던 시간...
“아빠!!!!!!!!!!!!!”
“지금에 와서 접기엔 너무 먼 곳 까지 왔다 싶구나...그래서도 절대 안되는 일이고........”
“그렇지만.........”
“지수 너도 아빠의 꿈이 뭔지 알고 있지 않니.....평생의 꿈이 지금 코앞까지 왔는데 포기하라는 말은......내겐 너무 잔인하게 들린단다......”
“그렇지만 아빠........만약에 잘못되면.......잘못되기라도 하면 정말......어쩌려구 이러시는 거에요.......”
“업계에서 세계1위를 갖는다는것........전세계를 누비는 UM화학..........눈앞에 아른아른거리는데..난 죽어도 포기 못해!!!....”
“안돼요......정말 안되는 일이에요......유검이 만에하나 다른 마음이라도 품으면.......그 뒷감당 어찌하시려고.....절대 해선 안되는 일이에요 아빠!!!!!!!!”
“그 위험부담만큼 열매 또한 달디 달지 않겠니? 다시 한번 말하지만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어!!!...”
“아빠...........”
“너더러 유검 속내를 살펴 일러달라는 말은 애비로써 차마 못하겠다...하지만....너 역시도 애비에게 그런 강요는 않았으면 좋겠구나....”
“그치만........”
“설령 애비의 목숨줄을 잡고 늘어진다해도 네 원망 않으마....넌 그저 네 일에 충실하고...난 내 본분을 망각하지 않으면 끝날 일......”
“하아...........”
이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태풍의 눈속으로 집어던져진 한 여인의 처지도 그와 별 다를바 없었고...
“어디에요?”
“지금 막 주차장 내려왔지.....벌써 제사 끝? 너희 진짜 빨리 지내는구나?”
“내 오피스텔로 좀 와줄래요?”
“풉......나 너 안만졌어....만지려다 말았는데 왜 그래?”
“긴말 말구.......좀 와줘요...나 지금 출발했으니까 얼추 비슷하게 들어갈거야....비밀번호는 오빠생일.......먼저 도착하면 들어가있어요....”
“하하하하...얘가 오늘 왜 이래..무섭게시리.......”
“끊어요......”
그가 걸어가는 길이...
무수히 뻗어나와 전진하려는 이의 길을 가로막는 처절한 가시밭길임에...
홀로 그 피나는 길을 감당하려 한 모습을 알게되자...
그녀라는 갈대는
자신의 주위로 불어오는 가벼운 미풍에도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정말 밉다....”
“으갸갸.....여기도 좋고........저기가도 좋고......난 정말 바람둥이 피를 타고났나봐...울 엄니는 안그러시니까..얼굴도 기억안나는 울 아버지 피를 물려받은게 확실해...으갸갸~~”
“오빠..........”
“벗어봐....”
“...............”
“그 자리에서 한걸음도 움직이지 말고...지금 입고 있는 것들...벗어봐....”
“오빠.........”
“바람둥이들의 가장 큰 무기가 뭔지 알어?”
“.....................”
“이 여자 저 여자 가리지 않고....이 집 분위기...저 집 분위기...심지어 화장실 안이든 골목길이든...계단실이든...장소에 구애되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불뚝거릴 수 있다는 거야...그게 전제되지 않으면 바람둥이 지위 내려놔야 하는거구....”
“할말이 있어.......”
“벗어.......하고 싶은 말은 그 후에 해도 안늦으니까....”
“...........................”
“으갸갸갸~~~~~~아무래도 이 집 보단...그 집이 더 나은것 같애.....”
“가지마..........”
“네가 하고 싶은 말이.....이미 수십번 들은 그 말과 동일하다면...여기 있을 마음 없어..”
“오빠..........”
“간다..........내일 봐...”
“뭐든......오빠가 원하는 건 뭐든 해줄게....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해줄테니까...내 옆에 있어줘...다른곳에 가지말고...내 곁에....응?...응 오빠.......”
“제사 지내고 음복술 했니?”
“오빠.................”
“원래 그 음복술이 제일 센 술이야...한두잔만 마셔도 삐리릭~가기 쉬워~~키키....”
“소원하는 건 다....전부.......지금 오빠 소원이 이것이라면......부스럭~~~~사박사박~~~~~전부 들어줄게........그러니까 제발......”
“쒸..........안해.......카사노바에게도 자유로운 선택권은 존재하는데.....이게 정말.....사람을 뭘로 보고.......내가 색마냐? 안해!!!!!!!!!야 엄지수....그 손...멈춰....”
‘부스럭~~부스럭~~~’
“아니....멈출수 없어.....여기서 멈추면.....쭈웁~~~~~”
“으으......................”
“내가...내가 아니게 돼.........쭙쭙쭙~~~~~~쭙~~~~~”
“정말 취했구만........으..........”
그녀의 흔들림에...
그 또한 따라주면 좋을 것을.......
그녀가 익히 알고 있는 그만의 길....지금껏 그가 살아온 방식은
아무리 애원한다한들....
결코 여인에게 순응하며 걸어나가는 길이 아니기에.......둘은 어긋날 수 밖에 없어 보였다.....
“저녁에 어디갔었어?”
“응...잠깐 요 앞에.........오늘은 술 안했네요?”
“나랑 술 마셔줄 놈이 없어...”
“피...매일 늦게 퇴근하고 하니까...부담돼서 그러지....아줌마가 국수 맛있게 말아놨어요...먹구 씻어요..”
“저녁 먹었는데...”
“또 도시락?”
“시간절약 되고 좋잖아.......”
“곧 관둔다면서...왜 그리 열심히 하는지 난 이해가 안가.........얼른 내려와요.......”
“그래....”
“주말에 동수오빠네 갈까하는데....시간 낼 수 있어요?”
“지난번에 병원 다녀왔다며? 그리고 동수는 주말이 더 바쁜 놈인데 뭐하러.......”
“아가 보러 가는거죠...그땐 면회때 잠깐 본거구...제대로 준비도 못해갔단 말야...”
“토요일은 안돼...약속있어...”
“누구랑?”
“일.......”
“피......그렇게 열심히 한다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으면서 주말까지....”
“국수 목에 걸리겠다......”
“...................”
“너 요즘 잔소리 부쩍 늘어난거 알어?”
“내가요? 잉........아닌데........”
“아니긴........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 남자들은 잔소리 하는 여자 탐탁찮아해.....”
“잔소리한다고 오빠가 언젠 내 말 들어주기나 했나 뭐....난 그냥....주말이니까....”
“회장님 저러고 계신데....쯧........일요일 낮에 잠깐 다녀오는걸로 해.....”
“히~~넹............”
그리고.............
불길한 예감은 항시 운명의 기로에 다다랐을때야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듯....
그가 자초한 과거의 산물은...
한시도 눈길을 돌릴 수 없는 지금의 상황에 이르러서야...
자신이 지닌 폭발력을 배가시키며 그에게 성큼 다가오고 있었는데.......
“나가는 길에 재활용 분리수거 좀 하고 가...어제 밤에 했어야 했는데 아가땜에 깜빡했어.”
“넵 마님.......그런 일은 당연히 제가 합죠...흐흐...나가기 전에 울 아가 얼굴 좀 보고 갈끄나.....”
“방금 잠들었는데 괜히 깨우지 말고....그냥 가......”
“킁.........그래도 얼굴만은.......”
“오늘은 일찍 들어오지?”
“그럼....울 아가 보고싶어서라도 .키키키......”
“지난번처럼 또 고주망태돼서 들어오면 정말 문안열어줘!!!알겠어?”
“킁.......그땐 하두 한턱내라고들 해서 그런거라니까........쩝.....밖에 있는 박스만 분리하면 되지?”
“응......현관에 있는 비닐도 같이.....”
“그래......다녀올게 딸링~~쪽~~~~~흐흐흐...”
“하나 낳고 끝낼거 아니라면 동시에 키우는게 좋다는데.......”
“험험........다녀올게......나오지마....”
“엇 안녕하세요~~~~~~”
“아이구~~~오랜만이에요.....이제 나가나봐?”
“네...오늘은 좀 늦었습니다..하하....오늘은 혼자 어디 가시나봐요?”
“후후......애 할아버진 요 앞에 친구가 찾아와서 나갔고.....난 딸이랑 외출 좀 할까하고....”
“네....날도 쌀쌀한데 두껍게 입고 다니세요..요즘 감기는 걸리면 되게 오래가더라구요...”
“그래요....그나저나 부인되는 분이 출산한것 같던데....경황이 없어서 인사도 못했어.....”
“에휴~~뭘 인사씩이나요..그냥 남들 다 하는 일인데요...”
“여자들은 또 안그래.......낳느라 얼마나 애썼을꼬......아가는 누구 닮았나 보고도 싶고..”
“하하하하.......아직은 누구 닮았는지 저도 잘 모르겠더라구요..하루하루가 다르게 얼굴이 바뀌어서.....흐흐...엇......먼저 타세요......”
“그래 고마워요.......”
“따님분은 주차장에 계신거에요?”
“아니...1층에서 기다리고 있을거에요.....오늘은 차 두고 걸어다니고 싶대서..”
“이긍....힘드실텐데....”
“이렇게라도 운동을 해야지.....삐그덕거려서 요즘은 도통.....”
“하하하하.......맞습니다...저희 부모님께서도 그전엔 운동같은건 모르고 사셨는데...연세를 드실수록 운동이 필요하다 느끼시나보더라구요...”
“글쎄 그렇다니까..........”
‘띵동~~~~’
“먼저 내리세요...”
“그래요....아쿠..여기 있네........울 딸은 처음 보는건가? 서로 인사들 나눠...여긴 내가 전에 말했던 앞집 애기아빠...”
“아 네.......안녕하십니까 저는....잉...............선생님!!!!!!!!!!!!!!”
“.....................................”
“최인혜 선생님 아니십니까!!!!?”
“우리 딸을 알아요?”
“그럼요!!!!!!!저 고등학교때...........선생님.......정말 선생님 맞죠!!!!!?”
“동.....수?”
“네..........저 동숩니다...김동수!!!!!!!으하하하하하.........”
“그럼 앞집에 산다는 사람이..........”
“우와~~~~~~~~세상 정말 좁네요.....어떻게 선생님을 여기서 다 ..........후와~~~~”
“하하하......앞집 애기아빠가 우리 딸 제자였을줄은......”
“후와~~~정말 믿기지가 않......잠깐만요 제가 요것만 버리고........후다닥 다시 오겠습니다..아이구~~~세상에나........정말 ...........”
반가움과 혼란스러움이 혼재된 만남......
지금껏 감추고만 있었던 ...
그래서 그 휘발성은 더욱 극성일 수 밖에 없었던 존재는....
이미 흘러넘치기 시작한 부유물을 또 다시 주워담아 수습해보려 하지만...
이젠....
자신의 손에서 해결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듯 보였고..........
“후와~~~선생님......선생님께서 앞에 사시는줄 알았다면.......후와~~~”
“잘 지내지?”
“네 그럼요!!!!!!!!!선생님은......하아~~정말 보고 있어도 잘 안믿겨요...”
“우리 동수....이젠 제법 어른티가 나는구나......”
“하하하하하....제가 워낙 노안이라 이제서야 원래 제 나이로 보는데..험험....흐흐흐.......선생님은 어떻게 그때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하시질 않았어요...후와~~~누가 봐도 선생님 연세로는..........아름다우십니다~~~~흐흐흐......”
“풉........출근하던 길 아니었어?”
“하하하하.......지금 출근이 대숩니까..몇십년만에 존경해마지 않았던 우리 선생님을 만났는데.....하하하하......앗........선생님 외출하시는 길이었죠?”
“응........잠깐..........나갔다올까하고......”
“하하하하.....네 그럼.....아이구~~~정말 세상에.....하하하하.......내일은 제가 쉬는 날인데....아니다 아니다....그러지 마시고...내일 아예 어른들 모시고 식사대접 한번 하겠습니다....이렇게 만나기가 정말 쉽지 않은데...하하하..”
“아니야 그럴것까진 없어......”
“어이구...저야말로 아닙니다!!!! 이 만남..고등학교때 친구들한테 얘기하면...그야말로 ......하하하하.....선생님께 그냥 인사만 하고 지나갔다고 하면 정말 저 몰매 맞습니다...하하하..”
“요즘도 서로들 만나고 그래?”
“아휴~~아니요...서로 먹고 살기 바빠서 1년에 한번 보기도 어렵지만.........하아~~~정말 그러지 마시고 제가 요 앞에 가끔 가는 식당이 하나 있는데 지금 나가는 길에 예약해 놓을테니까 선생님은 아무 부담없이.......”
“우리 식구가 꽤 되는데?”
“알죠......제가 여기서 몇 년을 살았는데.....다 압니다...그러니까 사양하지 마시고......하하하하.......정말 반갑습니다 선생님!!!!!!!!!흐흐....”
그저.....
물 흐르듯 흘러가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
지금의 상황과 더 어울릴 것도 같아.....
그녀의 고개는 힘겹게나마 끄덕여지고 있었다.
“어제는 어떻게 된 일이오?”
“죄송합니다 검사님.....어제는 상황이 워낙 다급하게 돌아가서....지금 시간 되시면 찾아 뵙고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내가 안되는데...전화로 해도 될 내용이면 지금 말해주면 고맙겠소만....”
“예....그럼....지난 번 그분들께서 모친 쪽에 붙어있던 꼬리를 잡았다는 보고 기억하십니까?”
“그랬었지.....왜...드디어 실체가 드러난건가?”
“그것은......아닙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무슨 일로....”
“그분들께서 약물까지 투입하며 정체를 캐려 해봤지만....실패했습니다...”
“흠.............”
“그런데 어제 오전.....경계가 잠시 소홀해진 틈을 타....정신 잃은 줄 알고 있었던 그 꼬리가 자결을 시도했습니다...”
“허..........그래 상태는?”
“다행히 제가 달려갔을때.....깨어나긴 했습니다만.....당분간은.....”
“같은 부류일 확률이 높아 보여...”
“그분들께서도 그리 짐작하고....그 계통으로 훑어보겠다며 검사님께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정말 대단한 놈들이야....나야 우연찮게 연이 닿아 부탁한거라지만.....하아~~정말......”
“죄송합니다..”
“그쪽이 내게 죄송할 것 까진 없고..........준비하라는 애들은?”
“예..현재 20명씩 분산배치 완료했습니다...”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하고...”
“예..그럴 일은 결코 없을거라 장담합니다.”
“시간봐서 소주나 한잔 기울입시다...”
“옙...검사님.....”
“먼저 들어가시오...”
“검사님....”
“또 할말이 남았던가?”
“대모님께 들었습니다...늦었지만 저희 어머니.....일.....감사 드립니다..”
“난 또 뭐라고.....그 일은 그냥 숟가락만 얹은것뿐이니까...그런 인사는 안해도 돼...”
“지난날 비록...금수로 살았었지만....사람이고 싶습니다....”
“끊소.......”
“네.......들어가십시오....”
그토록 오랜 기다림 끝에...
물론 이런 자리를 빌어 마주하고 싶지는 않았으나...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수레바퀴는 어느덧 눈앞에 들어온 종착역을 바라보고 있었고...
“어디야....”
“흐흐흐흐......어디긴 집앞이지....너야말로 어디야...”
“지금 너희집 근처 거의 다 왔어....송이가 아가 준다고 뭘 잔뜩 사서....오늘 하루는 택배기사하기로 했다...”
“캬캬캬캬........나 지금 점심 먹으러 나와 있는데.....와라....밥 먹고 들어가자...”
“여기 이 아가씨 비싼거 아니면 못먹는건 알고나 하는 소리지?”
“오빠..내가 언제........난 그냥.......”
“지금 들어가봐야 아가 낮잠 깨워서 소란스럽기만 할 거구...와라...널 위해 큰 선물 준비해놨다....허허허허...”
“붕신새끼...선물은 무슨.....식당 이름 불러......”
“깜짝 놀랄거임...키키키....여기가 어디냐면....................”
“김동수 이름으로 예약돼 있습니다만....”
“아~~일행분 기다리고 계십니다...이리 오시지요...”
드디어.........
멈춰서고야 만 바퀴..........
그들의 운명은.........이제 어디로 다시 흐를 것인지.........
흐르긴 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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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좋습니다..
“용건...말씀하세요...”
“풉....밝은데서 보니까 그 미모는 아직 여전하네?”
“얼른 말씀하세요...”
“아직 1분도 안지났어...뭐가 그리 급해.....”
“그쪽이랑 얼굴 길게 마주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그때 일 때문에 그런거라면 내가 의도한 게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그걸 지금 나더러 믿으라고 하는 말이에요?”
“하아~~난 단지....오빠가 너무 그리워하니까.....자다가도 당신 이름 부르곤 하니까.....그래서 만나달라는 말이었구.....그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어....”
“만나면...만나면 뭐가 달라지죠? 잃은 아이라도 다시 살아날까? 그럼 언제든.....만날 수 있어요....그렇지 못하잖아!!!!만나서 달라질게 아무것도 없잖아!!!!!!!”
“언성 낮춰.......여긴 우리만 있는 곳이 아니야....”
“휴우~~~~~~~그 용건 때문에 찾아 온 거라면....백번 천번을 물어도 같은 대답밖에 못해줘요...그리 알고 돌아가세요....”
“난 기분 좋아서 이러는 것 같애? 같이 잠들어도....오빠 품에 안겨 있어도 오빤 항상 당신생각으로 가득해....그게 뻔히 보이는데......하아~~~”
“그럼 그 분....돌려줘요.....원래 그 분이 있어야 할 곳에 다시 돌려놓으면....모든 게 해결돼요...”
“난.......나는 뭐가 해결될까? 그렇게 하면 내겐 뭐가 남는데? 응?”
“...................................”
“그걸 담보해줘...그럼 언제든 오빠........아니....그런다해도 못돌려줘......절대!!!!!!!”
“당신은 혼자지만.....아직 성호씨 못잊고 있는 친구들이 있어요......성호씨 손으로 해결볼때까지 그때까지만이라도 ...........”
“그건 안돼.......하룻밤이면 몰라도...어쩌다 한두번 보고 지내는 거라면 용납할 수 있어도 그때로 돌아가라고 하면.........내가 너희들 가만 안둬......알아!!!!!!”
“그래서!!!!그래서 우린 만나봐야 아무 소용 없는 사이란 말이에요...이젠 현실을 좀 알겠나요?”
“...........................”
“내가 그분 만나서..하룻밤 지내고 나면......성호씨가 그쪽에게 고마워할 것 같나요? 아니...정기적으로 만남 가질 수 있게 그쪽이 배려해주면 성호씨가 좋아할 것 같나요? 송이씨는 여전히 그분에 대해선 잘 모르시는 군요.....제가 알기론 절대 그렇지 않아요...그 사람 의지는 오직 그 사람 스스로에 의해 결정되어야 비로소 의미가 있는것.......제가 아는 그 사람은 그래요......”
“당신 나랑 그 사건 이후로 몇 번 만난지 기억해?”
“오늘로써 여섯 번째........아닌가요?”
“만날때마다 똑같은 대답......똑같은 요구.......지긋지긋하지 않아? 조금 달라질 생각은 없어? 당신만 한발짝 양보하면 모든게 좋아질 수 있어.....당신은 오빠 볼 수 있어서 좋구...난......나는 껍데기뿐인 사랑 안해도 좋구.....”
“지연이라고 아시죠?”
“..............................”
“지연이한테 물어보세요......오히려 나라는 존재보단 그 친구가 성호씨에겐 더 각별할 거에요....지연이가 좋다면 저도 응하죠....그러나...내가 아는 그 친구라면 모르긴 몰라도..”
“먹히지도 않았어.....”
“풉....그것 보세요...당신이야말로 정말 욕심쟁이군요!!......전부 가질 수는 없어요...그럴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안타깝게도 상황이 그래 보이네요......”
“..............................”
“잃은 아이 문제는 내 입으론 절대 성호씨에게 말하지 않을거니까...걱정은 안해도 될 거에요...피지도 못하고 사라진 존재로 당신 협박하는 일 따위는 하고 싶지 않으니까.......그건 그 아이에 대한 모독이니까...........”
“고맙다고 해야돼?”
“이제 송이씨도 그분이 어떤 사람인지는 조금 아나 보네요?......그 사실 만약 성호씨 귀에 들어간다면.......상상하고 싶지도 않겠죠?”
“협박으로 들려...그것두 아주 무서운 협박..........”
“개 눈엔 똥만 보이는 법이죠!!!!!!!!먼저 일어날게요!!!!!!!! 커피 잘 마셨어요......”
아무리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애써도...
돌아서기 무섭게 붉은 기운이 돌던 눈빛은 그녀로서도 어찌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슬픔에 비례하는 양으로 그에 대한 그리움은 깊어만 갔고........
“유검사....자네가 준 이것말야... 좀 이상해.....”
“어디가 이상한지 제가 알아듣기 쉽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박사님......”
“보통 심혈관질환의 환자에게 하는 처방임에는 틀림없지만.....문제는.....너무 일방적으로 몰아갔다는 점이 조금 석연찮아...”
“.................”
“쉽게 설명하자면....심혈관 환자들은 당뇨를 비롯해 여러 합병증이 발생하기 쉬워..그 합병증으로 인해 치명적인 상태에 이르기도 하고 말이야....근데 자네가 준 이 처방은 그러한 합병증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그 한부분만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는 게........보통의 의사같으면 이것저것 예측하고 축척되는 데이터를 베이스로 해서...기본처방을 전제로 그것에 변화를 주게 마련인데..이건 초지일관이어도 너무.........”
“환자가 80이 넘은 노인이라면 더욱 그러하겠군요?”
“에이~~~그럼 더욱 말도 되지않는 처방이지.....대한민국에 어느 의사가 이런...”
“심혈관질환의 가장 권위자가 그러했다면....결국 의도적인 걸로 봐도 되겠군요..?”
“그거야 자네들이 파헤쳐야 할 부분이라 내가 앞서 말하긴 뭐하지만.....여튼 내 생각은 그러하네.....”
“감사드립니다 박사님...”
“그나저나 국수는 언제 먹여 줄테야? 영감 돌아가시거든 먹여줄라고?”
“후훗....국수 한 그릇쯤은 박사님만 시간 비워주시면 언제든 대접해 올리겠습니다...”
“하하하하........그려그려.....시간 봐서 전화 넣어주겠네...”
“네 보중하십시오.........”
“그려..........."
그 그리움의 당사자는
그녀들의 애타는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자신에게 부여한 책무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으니.......
“윽......하지 마........”
“헐....웬일로 거부해?”
“피.......나 오늘 할머니 제삿날이라 본가에 들어가봐야한단 말야...괜히 사람 또 달뜨게 만들지 말라구....조상도 모르는 폐륜아로 만들고 싶지 않걸랑....아셨죠 검사님!!!”
“김원장 쪽으로 유입된 자금은 없다고 했지?”
“응...딱히 짚을 만한건 없구.......왜 그쪽이 뭔가 꺼림칙해요?”
“아니...꼭 그런건 아닌데...........”
“알아보라고 했던 그 전대련이란 단체는 정말........나 참 어이없어서..웃음밖에 안나와.......”
“데이터 넘겨....내가 검토해볼게...”
“잠깐만 기다려보세요.....으차~~~~이 USB에 지난번 넘긴 자료 외에 다른 사항들 전부 넣어놨으니까 한번 훑어보세요...보다보면 알겠지만 기도 안차...”
“정말 들어가야해? 나랑 좀 놀아주고 가지.....”
“우린 제사 일찍 지낸단 말야.....시집가란 잔소리 안들으려면 얼른 얼굴도장찍고 절 두어번 한 후 도망나와야 돼.....오늘은 혼자 노세요....푸흡...”
“젖가슴이라도 떼어놓구 가라......”
“쒸........마음 같아선 아래 위 전부 주고 가고 싶네요.....자~~~내 일은 여기서 끝!!!!!”
한 발 다가 섰다고 생각하면...
어느새 저만치 달아나있던 그림자.......
이는....
꼭 일뿐만 아니라 자신의 머릿속을 채우던 여인들의 존재 또한 그러했는데....
“오늘은 집에서 자고 가거라...”
“아뇨...내일 아침 일찍 회의가 있어서 잠은 집에가서 잘게요....”
“아직 할머니 수저도 안 내려놓으셨겠다 임마....뭐가 그리 급해 조금 더 있다 가....”
“큭......................
“그래 요즘은 무척 바쁘다고?”
“네...괜히 옮겨서 정신만 없구....”
“그러게 진즉 아빠일이나 도우라니까 고집은....쯧쯧..........”
“그래두 나름 보람은 있네요 뭐......아 참......아빠 전대련이라는 시민단체 아시죠?”
“.....................”
“왜 그 있잖아요... 재벌들 상속 문제와 관련해서........”
“네가 거긴 어찌 알고...”
“아빠 제가 혹시나 싶어서 말씀드리는 건데......그쪽이랑 조금이라도 관련돼 있다면 앞으론 멀리하세요...제 말뜻 아시겠죠?”
“............................”
“아빠!!!!!!!!!!!”
“그쪽에 조사 같은거 들어갔나보구나?...그런게냐?”
“네........아니라곤 말씀 못드려요...그러니까.....”
“흠....................”
“배제해도 될 것 같아서 제 선에서 UM그룹은 미리 조치했어요...그러니 앞으론 절대 그쪽으로 눈길 주지 마세요...아시겠죠?”
“허허허.......검사딸 두니...이런 혜택도 다 받고......허허허허허......”
“그렇게 웃고 넘어갈 일은 아니에요...아빠 유성호 검사 아시죠?”
“그 이름이 왜 지금 이 자리에서 거론되는거니?”
“유검사가 붙은 일이에요.....들어서 조금은 아시겠지만 유검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 일에 대해서 성과를 내는 사람이에요...그러니...절대.....”
“서재로 자리를 옮겼으면 싶구나.......여기......서재로 차 좀 부탁하지.....”
“네 회장님!!!!!!!!!!!!!!”
사랑 뿐 아니라....
꼬이고 꼬인 먹이그물의 인간관계는 더욱 어렵게 다가오고 있었던 시간...
“아빠!!!!!!!!!!!!!”
“지금에 와서 접기엔 너무 먼 곳 까지 왔다 싶구나...그래서도 절대 안되는 일이고........”
“그렇지만.........”
“지수 너도 아빠의 꿈이 뭔지 알고 있지 않니.....평생의 꿈이 지금 코앞까지 왔는데 포기하라는 말은......내겐 너무 잔인하게 들린단다......”
“그렇지만 아빠........만약에 잘못되면.......잘못되기라도 하면 정말......어쩌려구 이러시는 거에요.......”
“업계에서 세계1위를 갖는다는것........전세계를 누비는 UM화학..........눈앞에 아른아른거리는데..난 죽어도 포기 못해!!!....”
“안돼요......정말 안되는 일이에요......유검이 만에하나 다른 마음이라도 품으면.......그 뒷감당 어찌하시려고.....절대 해선 안되는 일이에요 아빠!!!!!!!!”
“그 위험부담만큼 열매 또한 달디 달지 않겠니? 다시 한번 말하지만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어!!!...”
“아빠...........”
“너더러 유검 속내를 살펴 일러달라는 말은 애비로써 차마 못하겠다...하지만....너 역시도 애비에게 그런 강요는 않았으면 좋겠구나....”
“그치만........”
“설령 애비의 목숨줄을 잡고 늘어진다해도 네 원망 않으마....넌 그저 네 일에 충실하고...난 내 본분을 망각하지 않으면 끝날 일......”
“하아...........”
이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태풍의 눈속으로 집어던져진 한 여인의 처지도 그와 별 다를바 없었고...
“어디에요?”
“지금 막 주차장 내려왔지.....벌써 제사 끝? 너희 진짜 빨리 지내는구나?”
“내 오피스텔로 좀 와줄래요?”
“풉......나 너 안만졌어....만지려다 말았는데 왜 그래?”
“긴말 말구.......좀 와줘요...나 지금 출발했으니까 얼추 비슷하게 들어갈거야....비밀번호는 오빠생일.......먼저 도착하면 들어가있어요....”
“하하하하...얘가 오늘 왜 이래..무섭게시리.......”
“끊어요......”
그가 걸어가는 길이...
무수히 뻗어나와 전진하려는 이의 길을 가로막는 처절한 가시밭길임에...
홀로 그 피나는 길을 감당하려 한 모습을 알게되자...
그녀라는 갈대는
자신의 주위로 불어오는 가벼운 미풍에도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정말 밉다....”
“으갸갸.....여기도 좋고........저기가도 좋고......난 정말 바람둥이 피를 타고났나봐...울 엄니는 안그러시니까..얼굴도 기억안나는 울 아버지 피를 물려받은게 확실해...으갸갸~~”
“오빠..........”
“벗어봐....”
“...............”
“그 자리에서 한걸음도 움직이지 말고...지금 입고 있는 것들...벗어봐....”
“오빠.........”
“바람둥이들의 가장 큰 무기가 뭔지 알어?”
“.....................”
“이 여자 저 여자 가리지 않고....이 집 분위기...저 집 분위기...심지어 화장실 안이든 골목길이든...계단실이든...장소에 구애되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불뚝거릴 수 있다는 거야...그게 전제되지 않으면 바람둥이 지위 내려놔야 하는거구....”
“할말이 있어.......”
“벗어.......하고 싶은 말은 그 후에 해도 안늦으니까....”
“...........................”
“으갸갸갸~~~~~~아무래도 이 집 보단...그 집이 더 나은것 같애.....”
“가지마..........”
“네가 하고 싶은 말이.....이미 수십번 들은 그 말과 동일하다면...여기 있을 마음 없어..”
“오빠..........”
“간다..........내일 봐...”
“뭐든......오빠가 원하는 건 뭐든 해줄게....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해줄테니까...내 옆에 있어줘...다른곳에 가지말고...내 곁에....응?...응 오빠.......”
“제사 지내고 음복술 했니?”
“오빠.................”
“원래 그 음복술이 제일 센 술이야...한두잔만 마셔도 삐리릭~가기 쉬워~~키키....”
“소원하는 건 다....전부.......지금 오빠 소원이 이것이라면......부스럭~~~~사박사박~~~~~전부 들어줄게........그러니까 제발......”
“쒸..........안해.......카사노바에게도 자유로운 선택권은 존재하는데.....이게 정말.....사람을 뭘로 보고.......내가 색마냐? 안해!!!!!!!!!야 엄지수....그 손...멈춰....”
‘부스럭~~부스럭~~~’
“아니....멈출수 없어.....여기서 멈추면.....쭈웁~~~~~”
“으으......................”
“내가...내가 아니게 돼.........쭙쭙쭙~~~~~~쭙~~~~~”
“정말 취했구만........으..........”
그녀의 흔들림에...
그 또한 따라주면 좋을 것을.......
그녀가 익히 알고 있는 그만의 길....지금껏 그가 살아온 방식은
아무리 애원한다한들....
결코 여인에게 순응하며 걸어나가는 길이 아니기에.......둘은 어긋날 수 밖에 없어 보였다.....
“저녁에 어디갔었어?”
“응...잠깐 요 앞에.........오늘은 술 안했네요?”
“나랑 술 마셔줄 놈이 없어...”
“피...매일 늦게 퇴근하고 하니까...부담돼서 그러지....아줌마가 국수 맛있게 말아놨어요...먹구 씻어요..”
“저녁 먹었는데...”
“또 도시락?”
“시간절약 되고 좋잖아.......”
“곧 관둔다면서...왜 그리 열심히 하는지 난 이해가 안가.........얼른 내려와요.......”
“그래....”
“주말에 동수오빠네 갈까하는데....시간 낼 수 있어요?”
“지난번에 병원 다녀왔다며? 그리고 동수는 주말이 더 바쁜 놈인데 뭐하러.......”
“아가 보러 가는거죠...그땐 면회때 잠깐 본거구...제대로 준비도 못해갔단 말야...”
“토요일은 안돼...약속있어...”
“누구랑?”
“일.......”
“피......그렇게 열심히 한다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으면서 주말까지....”
“국수 목에 걸리겠다......”
“...................”
“너 요즘 잔소리 부쩍 늘어난거 알어?”
“내가요? 잉........아닌데........”
“아니긴........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 남자들은 잔소리 하는 여자 탐탁찮아해.....”
“잔소리한다고 오빠가 언젠 내 말 들어주기나 했나 뭐....난 그냥....주말이니까....”
“회장님 저러고 계신데....쯧........일요일 낮에 잠깐 다녀오는걸로 해.....”
“히~~넹............”
그리고.............
불길한 예감은 항시 운명의 기로에 다다랐을때야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듯....
그가 자초한 과거의 산물은...
한시도 눈길을 돌릴 수 없는 지금의 상황에 이르러서야...
자신이 지닌 폭발력을 배가시키며 그에게 성큼 다가오고 있었는데.......
“나가는 길에 재활용 분리수거 좀 하고 가...어제 밤에 했어야 했는데 아가땜에 깜빡했어.”
“넵 마님.......그런 일은 당연히 제가 합죠...흐흐...나가기 전에 울 아가 얼굴 좀 보고 갈끄나.....”
“방금 잠들었는데 괜히 깨우지 말고....그냥 가......”
“킁.........그래도 얼굴만은.......”
“오늘은 일찍 들어오지?”
“그럼....울 아가 보고싶어서라도 .키키키......”
“지난번처럼 또 고주망태돼서 들어오면 정말 문안열어줘!!!알겠어?”
“킁.......그땐 하두 한턱내라고들 해서 그런거라니까........쩝.....밖에 있는 박스만 분리하면 되지?”
“응......현관에 있는 비닐도 같이.....”
“그래......다녀올게 딸링~~쪽~~~~~흐흐흐...”
“하나 낳고 끝낼거 아니라면 동시에 키우는게 좋다는데.......”
“험험........다녀올게......나오지마....”
“엇 안녕하세요~~~~~~”
“아이구~~~오랜만이에요.....이제 나가나봐?”
“네...오늘은 좀 늦었습니다..하하....오늘은 혼자 어디 가시나봐요?”
“후후......애 할아버진 요 앞에 친구가 찾아와서 나갔고.....난 딸이랑 외출 좀 할까하고....”
“네....날도 쌀쌀한데 두껍게 입고 다니세요..요즘 감기는 걸리면 되게 오래가더라구요...”
“그래요....그나저나 부인되는 분이 출산한것 같던데....경황이 없어서 인사도 못했어.....”
“에휴~~뭘 인사씩이나요..그냥 남들 다 하는 일인데요...”
“여자들은 또 안그래.......낳느라 얼마나 애썼을꼬......아가는 누구 닮았나 보고도 싶고..”
“하하하하.......아직은 누구 닮았는지 저도 잘 모르겠더라구요..하루하루가 다르게 얼굴이 바뀌어서.....흐흐...엇......먼저 타세요......”
“그래 고마워요.......”
“따님분은 주차장에 계신거에요?”
“아니...1층에서 기다리고 있을거에요.....오늘은 차 두고 걸어다니고 싶대서..”
“이긍....힘드실텐데....”
“이렇게라도 운동을 해야지.....삐그덕거려서 요즘은 도통.....”
“하하하하.......맞습니다...저희 부모님께서도 그전엔 운동같은건 모르고 사셨는데...연세를 드실수록 운동이 필요하다 느끼시나보더라구요...”
“글쎄 그렇다니까..........”
‘띵동~~~~’
“먼저 내리세요...”
“그래요....아쿠..여기 있네........울 딸은 처음 보는건가? 서로 인사들 나눠...여긴 내가 전에 말했던 앞집 애기아빠...”
“아 네.......안녕하십니까 저는....잉...............선생님!!!!!!!!!!!!!!”
“.....................................”
“최인혜 선생님 아니십니까!!!!?”
“우리 딸을 알아요?”
“그럼요!!!!!!!저 고등학교때...........선생님.......정말 선생님 맞죠!!!!!?”
“동.....수?”
“네..........저 동숩니다...김동수!!!!!!!으하하하하하.........”
“그럼 앞집에 산다는 사람이..........”
“우와~~~~~~~~세상 정말 좁네요.....어떻게 선생님을 여기서 다 ..........후와~~~~”
“하하하......앞집 애기아빠가 우리 딸 제자였을줄은......”
“후와~~~정말 믿기지가 않......잠깐만요 제가 요것만 버리고........후다닥 다시 오겠습니다..아이구~~~세상에나........정말 ...........”
반가움과 혼란스러움이 혼재된 만남......
지금껏 감추고만 있었던 ...
그래서 그 휘발성은 더욱 극성일 수 밖에 없었던 존재는....
이미 흘러넘치기 시작한 부유물을 또 다시 주워담아 수습해보려 하지만...
이젠....
자신의 손에서 해결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듯 보였고..........
“후와~~~선생님......선생님께서 앞에 사시는줄 알았다면.......후와~~~”
“잘 지내지?”
“네 그럼요!!!!!!!!!선생님은......하아~~정말 보고 있어도 잘 안믿겨요...”
“우리 동수....이젠 제법 어른티가 나는구나......”
“하하하하하....제가 워낙 노안이라 이제서야 원래 제 나이로 보는데..험험....흐흐흐.......선생님은 어떻게 그때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하시질 않았어요...후와~~~누가 봐도 선생님 연세로는..........아름다우십니다~~~~흐흐흐......”
“풉........출근하던 길 아니었어?”
“하하하하.......지금 출근이 대숩니까..몇십년만에 존경해마지 않았던 우리 선생님을 만났는데.....하하하하......앗........선생님 외출하시는 길이었죠?”
“응........잠깐..........나갔다올까하고......”
“하하하하.....네 그럼.....아이구~~~정말 세상에.....하하하하.......내일은 제가 쉬는 날인데....아니다 아니다....그러지 마시고...내일 아예 어른들 모시고 식사대접 한번 하겠습니다....이렇게 만나기가 정말 쉽지 않은데...하하하..”
“아니야 그럴것까진 없어......”
“어이구...저야말로 아닙니다!!!! 이 만남..고등학교때 친구들한테 얘기하면...그야말로 ......하하하하.....선생님께 그냥 인사만 하고 지나갔다고 하면 정말 저 몰매 맞습니다...하하하..”
“요즘도 서로들 만나고 그래?”
“아휴~~아니요...서로 먹고 살기 바빠서 1년에 한번 보기도 어렵지만.........하아~~~정말 그러지 마시고 제가 요 앞에 가끔 가는 식당이 하나 있는데 지금 나가는 길에 예약해 놓을테니까 선생님은 아무 부담없이.......”
“우리 식구가 꽤 되는데?”
“알죠......제가 여기서 몇 년을 살았는데.....다 압니다...그러니까 사양하지 마시고......하하하하.......정말 반갑습니다 선생님!!!!!!!!!흐흐....”
그저.....
물 흐르듯 흘러가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
지금의 상황과 더 어울릴 것도 같아.....
그녀의 고개는 힘겹게나마 끄덕여지고 있었다.
“어제는 어떻게 된 일이오?”
“죄송합니다 검사님.....어제는 상황이 워낙 다급하게 돌아가서....지금 시간 되시면 찾아 뵙고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내가 안되는데...전화로 해도 될 내용이면 지금 말해주면 고맙겠소만....”
“예....그럼....지난 번 그분들께서 모친 쪽에 붙어있던 꼬리를 잡았다는 보고 기억하십니까?”
“그랬었지.....왜...드디어 실체가 드러난건가?”
“그것은......아닙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무슨 일로....”
“그분들께서 약물까지 투입하며 정체를 캐려 해봤지만....실패했습니다...”
“흠.............”
“그런데 어제 오전.....경계가 잠시 소홀해진 틈을 타....정신 잃은 줄 알고 있었던 그 꼬리가 자결을 시도했습니다...”
“허..........그래 상태는?”
“다행히 제가 달려갔을때.....깨어나긴 했습니다만.....당분간은.....”
“같은 부류일 확률이 높아 보여...”
“그분들께서도 그리 짐작하고....그 계통으로 훑어보겠다며 검사님께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정말 대단한 놈들이야....나야 우연찮게 연이 닿아 부탁한거라지만.....하아~~정말......”
“죄송합니다..”
“그쪽이 내게 죄송할 것 까진 없고..........준비하라는 애들은?”
“예..현재 20명씩 분산배치 완료했습니다...”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하고...”
“예..그럴 일은 결코 없을거라 장담합니다.”
“시간봐서 소주나 한잔 기울입시다...”
“옙...검사님.....”
“먼저 들어가시오...”
“검사님....”
“또 할말이 남았던가?”
“대모님께 들었습니다...늦었지만 저희 어머니.....일.....감사 드립니다..”
“난 또 뭐라고.....그 일은 그냥 숟가락만 얹은것뿐이니까...그런 인사는 안해도 돼...”
“지난날 비록...금수로 살았었지만....사람이고 싶습니다....”
“끊소.......”
“네.......들어가십시오....”
그토록 오랜 기다림 끝에...
물론 이런 자리를 빌어 마주하고 싶지는 않았으나...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수레바퀴는 어느덧 눈앞에 들어온 종착역을 바라보고 있었고...
“어디야....”
“흐흐흐흐......어디긴 집앞이지....너야말로 어디야...”
“지금 너희집 근처 거의 다 왔어....송이가 아가 준다고 뭘 잔뜩 사서....오늘 하루는 택배기사하기로 했다...”
“캬캬캬캬........나 지금 점심 먹으러 나와 있는데.....와라....밥 먹고 들어가자...”
“여기 이 아가씨 비싼거 아니면 못먹는건 알고나 하는 소리지?”
“오빠..내가 언제........난 그냥.......”
“지금 들어가봐야 아가 낮잠 깨워서 소란스럽기만 할 거구...와라...널 위해 큰 선물 준비해놨다....허허허허...”
“붕신새끼...선물은 무슨.....식당 이름 불러......”
“깜짝 놀랄거임...키키키....여기가 어디냐면....................”
“김동수 이름으로 예약돼 있습니다만....”
“아~~일행분 기다리고 계십니다...이리 오시지요...”
드디어.........
멈춰서고야 만 바퀴..........
그들의 운명은.........이제 어디로 다시 흐를 것인지.........
흐르긴 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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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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