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우동과 소주.
“가격대는 얼마정도 생각하시나요?”
“많은 돈이 없어서... 저렴하면서 착한 주인이 계신 집이면 좋겠어요.”
누구나 집을 구할 때 저렴한 집을 찾는다. 물론 금액이 큰 아파트나 단독주택을 빼고서는 주인의 성품과 인성도 매우 중요한 거래의 요건이 될 수 있다. 지금 나에게 집을 구하기 위해 앉아 있는 여학생도 당연할 것이다. 내가 한 질문에 어떠한 대답이 돌아올지 알고 있었지만 거래를 진행함에 있어 표면적으로 이루어지는 대화였다.
“음... 적당한 가격대의 집이 현재 몇 채 있으니 한 번 돌아보면서 결정해보세요.”
“월세로 계약을 원하는데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더 좋죠. 함께 나가실까요?”
“네.”
여학생과 함께 부동산을 나와 주변의 여러 물건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들린 원룸에 들어서자 결로가 살짝 보였고 그런 것에 민감했던지 다음 집을 보자고 한다. 그 여학생이 가지고 있는 돈이 그리 많지 않아 가격대를 형성하는 원룸을 보여주기 위해 발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돌아다니던 오후 쯤.
“자, 이곳이 오늘 보여드릴 수 있는 마지막 집입니다.”
“에휴, 저 때문에 많이 힘드시겠어요.”
“하하하. 걱정하지 마세요. 체력은 좋은 남자니까.”
“호호호.”
뜬금없이 체력 자랑 질을 하게 될 줄이야. 솔직하게 말하면 지쳐서 죽을 맛이다. 20채가 넘는 원룸을 구경시켜주기 위해 마라톤과 같은 걸음을 지속하다보니 나에게도 한계가 다가온 듯하다. 하지만 시골에서 올라와 대학가 주변에서 집을 구하는 여학생의 간절한 마음을 알기에 여학생이 원하는 원룸 구하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일단 들어가서 한 번 구경하세요. 이번에는 마음에 들어야 할텐데...”
“간절히 소망합니다.”
나는 여학생과 함께 우리 부동산에서 그리 멀지 않는 원룸을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보여주었다. 나름 잘 사용되어진 벽지와 바닥 장판, 화장실의 위생상태가 매우 양호했다. 누가 봐도 마음에 들 정도다. 여학생이 집을 구경하는 모습을 지켜보자 내가 어렸을 때 시골에서 올라왔던 때가 떠오른다. 나 역시 시골집을 떠나 대도시에 정착을 목표로 상경했을 때가 있었다.
***
“빠아앙!”
멀리서 기차의 기적소리가 힘차게 울리며 강원도의 한 작은 마을에서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나의 모습. 나의 어머니는 하나뿐인 아들이 서울생활에 잘 적응하라며 치맛자락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지폐를 꺼내 내 손에 꼭 쥐어 주신다.
“인공아, 서울 생활이 힘들면 바로 돌아와라. 알겠지?”
“걱정하지 마세요. 열심히 살아서 용돈도 보내드리고 할게요.”
“용돈은 무슨... 그냥 몸 건강히 잘 지내도 난 됐다.”
“어머니, 꼭 성공해서 돌아올게요.”
“그래, 엄마는 우리 아들을 믿는다. 전화 연락 자주하고. 알겠지?”
“네.”
그렇게 기차에 몸을 ?상경한 서울은 경험도 없는 20살의 어린 나이의 나에게 감당하기 힘든 곳이었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위해 공사장과 화물 하역장에서 힘든 삶을 살아야 했고 집은 한 달에 한 번씩 이사를 다녀야 했다. 그러던 어느 해... 집을 이사하기 위해 방문한 한 부동산에서 나의 인생과 직업이 결정되게 된다.
“사장님, 사글세를 찾고 있습니다.”
그곳의 부동산에서 공인중개사로 일을 하던 한 아주머니를 만났는데 그분은 굉장히 정감이 갔고 말씀도 상냥하게 하시며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분과 함께 내가 살아야할 사글세 집을 찾던 중 달동네의 한 집에서 사단이 벌어지게 되었고...
“학생이 혼자 살기에 딱 좋은 집 같네?”
“그러게요. 가격도 제가 가지고 있는 돈이랑 맞고...”
“수도는 잘 나오나?”
방 한 칸에 작은 주방이 붙어 있는 집의 싱크대 쪽으로 향하며 수도꼭지를 돌려보던 아주머니가 허리를 숙이며 물이 나오는 방향을 쳐다보는데 내가 그 아주머니 뒤에서 풍성한 엉덩이를 보고는...
“사... 사장님.”
“응? 왜...”
수도꼭지를 살피던 아주머니가 나의 부름에 뒤를 돌아보던 중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나의 한 손이 아주머니의 엉덩이 한 쪽을 주무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주머니는 급하게 나의 손을 치우며 하지 말라는 말을 했고 흥분감에 자제력을 잃은 내가 뒤로 물러서던 아주머니의 어깨를 잡고 강제로 키스를 시도했다.
“죄송해요. 정말로...”
“흡읍... 왜 이래... 흡...!”
“죄송해요. 죄송해요... 쭙.”
“쭙...”
나의 키스에 저항하던 아주머니가 갑자기 저항을 멈추고 나의 애무를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나의 입술이 아주머니의 목과 쇄골을 자극하며 입고 있는 치마 안의 한 쪽 다리를 들어 올리고 나의 바지 지퍼를 내린다.
“으음... 하악...”
“죄송해요... 정말...”
“흐음... 헉!”
순식간에 나의 굵직한 물건이 싱크대에 몸을 기대고 들어 올려진 한 쪽 다리 사이의 팬티사이로 삽입이 되었다. 삽입이 되자 아주머니가 내 목을 부여잡고 알 수 없는 야릇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헉헉... 아아...”
“미안해요...”
“찰싹찰싹...!”
아주머니를 싱크대 위로 올려놓고 다리를 양쪽으로 활짝 벌린 채 나의 허리 운동으로 피스톤 질을 할 때마다 입을 벌리며 쾌락을 느끼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사정을 할 타이밍이 되자 상대의 동의도 없이 나의 하얀 정액을 아주머니의 질 속에 쏟아 내었다.
“뜨... 뜨거워... 아아아...!”
“허어억... 헉.”
“헉헉헉... 다 쌌어?”
“네... 헉헉...”
“잘 했어. 이 땀 봐.”
이마에 흐르는 나의 땀을 닦아 주시며 잘 했다고 나의 등을 토닥여 주시는 모습... 그 아주머니를 통해 내가 공인중개사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그 아주머니는 나의 합격과 함께 제주도로 이사를 가셨다. 그리고 아직까지 연락이 되지 않고 있었다. 나에게 그렇게 잘 해준 이유가 내가 불쌍했기 때문이란다. 시골에서 올라온 촌놈이라 뭐라도 한 가지 더 해주고 싶었단다.
***
지난 과거가 떠오르자 지금 내 앞에서 집을 찾고 있는 여학생에게 정말 좋은 집을 구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부동산 아주머니와의 추억을 간직한 채 최상의 조건과 마음에 드는 원룸을 구해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바로 이집이 그런 집이었으면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원룸 구석구석을 살펴보던 여학생이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향해 방긋 웃었다. 그 미소는 여자로써의 미소가 아닌 동생 같은 미소였다. 친 여동생이 없어 정확하게 구별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마음이 따뜻해지고 뭉클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나를 향해 밝게 웃고 있는 여학생에게 내가 입을 연다.
“마음에... 들어요?”
“네, 너무 좋아요. 오늘 하루 종일 이집을 만나려고 그렇게 힘들었나 봐요.”
“너무 잘 됐네요. 그럼 부동산으로 가서 계약할까요?”
가볍고 신나는 발걸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여학생의 발끝은 힘들게 찾아낸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한다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내가 다 만족스러울 지경이다. 나로 인해 어느 한 사람이 행복해 할 수 있다는 매력, 이것이 바로 직업을 공인중개사를 선택하게 된 이유였다.
하루 종일 많은 집을 찾아다니며 돌아다니느라 진을 모두 소진한 기분이었다. 사무실 한쪽에 마련된 소파에 단 둘이 앉아 고된 활동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고...
“계약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한 숨 돌리려고 잠시 앉아 있는 나를 향해 조금 전 확인한 집을 어떻게 계약해야 하냐는 질문에 힘든 몸을 일으켜 설명을 해야 했다.
“집주인과는 제가 연락을 해서 부동산으로 오시라고 하면 되고 계약서에 도장 찍으시고 준비해야 할 서류를 적어드릴게요. 아, 그리고 계약금은 10%만 입금해 주세요.”
“계약금은 얼마죠?”
“저 집이 보증금 500만 원에 월 25만 원이니까 50만 원만 넣어요.”
“네?! 500만 원이요?”
계약 조건을 설명하며 보증금과 월세를 설명 받은 여학생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놀랐다. 순간 드는 느낌이 있었다. 돈이 부족하거나 자신이 생각한 금액보다 높아서 놀라는 것이라는 느낌.
“사장님, 제가 보증금이 500만 원이 안 돼요. 어쩌죠?”
“아까 처음에 그 정도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대략으로 말씀드린 것이고... 사실은 350만 원정도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럼... 중개 수수료는?”
“저렴하게 해주시면 안 되나요?”
“저렴하게...”
당돌한 여학생이다. 중개 수수료야 내가 받는 것이니 어느 정도 절충이 가능하지만 보증금은 건물주가 받길 원하는 금액이기에 조절이 힘든 상황이다. 마지막 집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었나보다. 놓치기 싫은 마음에 때를 쓰며 계약을 하자고 하는 것을 보니.
“마지막 집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네. 다른 집보다 안전한 것도 같고...”
“돈이 부족한데 어떻게 하려고요?”
“조절이 불가능한가요?”
“흠...”
간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여학생의 눈빛을 보니 내 마음이 짠해지기 시작했고 평소와는 다르게 그 학생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가정환경에 돈을 벌면 고향의 부모님께 용돈을 보내드리는 것 이외에 특별히 지출이 없는 나에게 그 여학생은 또 다른 투자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게 되었다.
“그럼, 제가 돈을 빌려드리죠.”
“네? 정말요?”
“단, 공짜는 아니고 한 달에 얼마씩 갚아 나간다는 조건으로요.”
“감사합니다!”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여학생의 순수한 마음이 내 마음에 보였다. 정말 청정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느냐는 상황이었다. 길거리에 노숙자에게도 동전 한 푼이 아까워 나눠주지 않았고 정말 친한 친구가 힘든 상황에 돈을 빌리려 찾아와도 만나지 않던 내가 처음 본 학생에게 선행을 베풀고 있다.
왜 유독 이 학생에게는 내 마음이 열리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내 친 여동생 같다는 느낌에서 시작된 신경이 관심으로 바뀌고 있는 듯 했다. 곧 건물주에게 전화를 하고 준비한 계약서를 작성한 뒤 계약금과 잔금을 처리하고 이삿날을 다음 날로 확정했다. 어차피 비어 있는 집이기에 가능했다.
저녁이 되어서 여학생이 고마운 마음에 동네 인근에 있는 작은 포장마차에서 나에게 우동을 한 그릇 사주고 싶단다. 고마움 마음의 성의니 절대 사양하지 말라며 몇 번을 말하는 턱에 거절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자리가 마련되었다.
“뭘 이런 것을...”
“아이에요, 제가 꼭 사드리고 싶어서 그래요.”
“허허, 이거 미안해서...”
“그런 마음 갖지 마시고 제발 맛있게 드셔주세요. 제가 다음에 돈 많이 벌면 비싼 것 사드릴게요.”
“말만 들어도 고맙네요.”
어색하고 서먹한 분위기를 뒤로 하고 포장마차 한 쪽 구석에 자리를 잡은 뒤 잠시 침묵이 있었다. 뭐라고 특별히 할 말도 없었고 돈도 없는 여학생에게 우동을 얻어먹게 된 내가 대체 무슨 말을 하겠는가. 돈이 없어서 얻어먹는 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고마워서라는데... 기특하지만 나는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듯하다.
“아주머니, 여기 우동 2그릇 주세요. 그리고...”
우동을 2그릇 주문한 여학생이 말을 흐리며 내 눈치를 살피는 것 같다. 나는 그 의도를 알아채지 못하고 멀뚱하게 눈만 마주보고 있었는데...
“사장님, 혹시 소주 한 병 하실래요?”
“소주?”
“우동만 먹으면 심심하잖아요. 흐흐흐.”
“어쭈~ 술도 마실 줄 아나보네요?”
“많이는 아니고 한 잔 정도...”
서먹한 분위기를 날리기 위해서는 약간의 음주도 필요할 것 같았다. 나는 흔쾌히 승낙을 했고 기쁜 표정으로 포장마차 아주머니에게 손을 흔들어가며 소주를 주문하는 여학생의 모습이 귀엽게만 느껴졌다.
“좋은 집도 구했고... 그런데 전공이 뭐에요?”
“아, 저는 국문학과에요.”
“국문학?”
“꼭 국문학을 전공하고 싶어서 입학하게 된 것은 아니고 수능성적을 맞춰보니...”
“억지로 입학을 한거에요?”
“그런 것은 아니에요. 국문학이 나쁜 학문이라는 게 아니라 성적을 맞춰보다 가능한 학과를 발견했고 평소 국문학에 관심도 있었고... 겸사겸사...”
“그렇군요. 그래도 어려운 학문 같은데... 잘 할 수 있겠어요?”
“노력해 봐야죠.”
국문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고 보니 여학생의 인상이 국문학과도 비슷한 듯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냥 기분이 그런 것 인지.
“사장님은 이곳에서 부동산 오래 하셨어요?”
“10년 가까이 되었죠.”
“아, 그러시구나. 다른 학생들에게도 저처럼 이렇게 돈도 빌려주시고 그러셨어요?”
그녀의 질문에 적지 않게 당황하게 되었다. 다른 학생들에게 돈을 빌려주며 집을 구하게 도운 적이 있느냐는 말이 못내 씁쓸하게 느껴진다.
“아니요. 학생이 처음이에요.”
“정말요?”
“네. 제가 왜 거짓말을 해요. 정말 학생이 처음이에요.”
“와~ 저 완전히 복 받은 거네요?”
“그런가요? 하하하.”
그리고 주문한 소주와 우동이 우리가 앉아 있는 자리로 배달되었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우동의 김이 후각을 자극했고 소주는 군침이 흐르게 만들었다. 내가 지금 기분이 좋은 이유는 소주와 우동이 있기에 그런 것이 아닌 정말 친 동생 같은 여학생과 거하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은 조촐한 자리를 함께 함이었다. 나의 관심이 사심으로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도 함께 하고 있는 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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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게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해 서두를 길게 적어야만 했네요. 장편으로 기획된 소설은 아닌데... 글을 쓰다보며 느끼는 것이지만... 불안하게도 장편으로 가야하는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드네요.
재미있으시다면 추천과 댓글을 부탁드립니다^^
“가격대는 얼마정도 생각하시나요?”
“많은 돈이 없어서... 저렴하면서 착한 주인이 계신 집이면 좋겠어요.”
누구나 집을 구할 때 저렴한 집을 찾는다. 물론 금액이 큰 아파트나 단독주택을 빼고서는 주인의 성품과 인성도 매우 중요한 거래의 요건이 될 수 있다. 지금 나에게 집을 구하기 위해 앉아 있는 여학생도 당연할 것이다. 내가 한 질문에 어떠한 대답이 돌아올지 알고 있었지만 거래를 진행함에 있어 표면적으로 이루어지는 대화였다.
“음... 적당한 가격대의 집이 현재 몇 채 있으니 한 번 돌아보면서 결정해보세요.”
“월세로 계약을 원하는데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더 좋죠. 함께 나가실까요?”
“네.”
여학생과 함께 부동산을 나와 주변의 여러 물건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들린 원룸에 들어서자 결로가 살짝 보였고 그런 것에 민감했던지 다음 집을 보자고 한다. 그 여학생이 가지고 있는 돈이 그리 많지 않아 가격대를 형성하는 원룸을 보여주기 위해 발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돌아다니던 오후 쯤.
“자, 이곳이 오늘 보여드릴 수 있는 마지막 집입니다.”
“에휴, 저 때문에 많이 힘드시겠어요.”
“하하하. 걱정하지 마세요. 체력은 좋은 남자니까.”
“호호호.”
뜬금없이 체력 자랑 질을 하게 될 줄이야. 솔직하게 말하면 지쳐서 죽을 맛이다. 20채가 넘는 원룸을 구경시켜주기 위해 마라톤과 같은 걸음을 지속하다보니 나에게도 한계가 다가온 듯하다. 하지만 시골에서 올라와 대학가 주변에서 집을 구하는 여학생의 간절한 마음을 알기에 여학생이 원하는 원룸 구하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일단 들어가서 한 번 구경하세요. 이번에는 마음에 들어야 할텐데...”
“간절히 소망합니다.”
나는 여학생과 함께 우리 부동산에서 그리 멀지 않는 원룸을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보여주었다. 나름 잘 사용되어진 벽지와 바닥 장판, 화장실의 위생상태가 매우 양호했다. 누가 봐도 마음에 들 정도다. 여학생이 집을 구경하는 모습을 지켜보자 내가 어렸을 때 시골에서 올라왔던 때가 떠오른다. 나 역시 시골집을 떠나 대도시에 정착을 목표로 상경했을 때가 있었다.
***
“빠아앙!”
멀리서 기차의 기적소리가 힘차게 울리며 강원도의 한 작은 마을에서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나의 모습. 나의 어머니는 하나뿐인 아들이 서울생활에 잘 적응하라며 치맛자락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지폐를 꺼내 내 손에 꼭 쥐어 주신다.
“인공아, 서울 생활이 힘들면 바로 돌아와라. 알겠지?”
“걱정하지 마세요. 열심히 살아서 용돈도 보내드리고 할게요.”
“용돈은 무슨... 그냥 몸 건강히 잘 지내도 난 됐다.”
“어머니, 꼭 성공해서 돌아올게요.”
“그래, 엄마는 우리 아들을 믿는다. 전화 연락 자주하고. 알겠지?”
“네.”
그렇게 기차에 몸을 ?상경한 서울은 경험도 없는 20살의 어린 나이의 나에게 감당하기 힘든 곳이었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위해 공사장과 화물 하역장에서 힘든 삶을 살아야 했고 집은 한 달에 한 번씩 이사를 다녀야 했다. 그러던 어느 해... 집을 이사하기 위해 방문한 한 부동산에서 나의 인생과 직업이 결정되게 된다.
“사장님, 사글세를 찾고 있습니다.”
그곳의 부동산에서 공인중개사로 일을 하던 한 아주머니를 만났는데 그분은 굉장히 정감이 갔고 말씀도 상냥하게 하시며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분과 함께 내가 살아야할 사글세 집을 찾던 중 달동네의 한 집에서 사단이 벌어지게 되었고...
“학생이 혼자 살기에 딱 좋은 집 같네?”
“그러게요. 가격도 제가 가지고 있는 돈이랑 맞고...”
“수도는 잘 나오나?”
방 한 칸에 작은 주방이 붙어 있는 집의 싱크대 쪽으로 향하며 수도꼭지를 돌려보던 아주머니가 허리를 숙이며 물이 나오는 방향을 쳐다보는데 내가 그 아주머니 뒤에서 풍성한 엉덩이를 보고는...
“사... 사장님.”
“응? 왜...”
수도꼭지를 살피던 아주머니가 나의 부름에 뒤를 돌아보던 중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나의 한 손이 아주머니의 엉덩이 한 쪽을 주무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주머니는 급하게 나의 손을 치우며 하지 말라는 말을 했고 흥분감에 자제력을 잃은 내가 뒤로 물러서던 아주머니의 어깨를 잡고 강제로 키스를 시도했다.
“죄송해요. 정말로...”
“흡읍... 왜 이래... 흡...!”
“죄송해요. 죄송해요... 쭙.”
“쭙...”
나의 키스에 저항하던 아주머니가 갑자기 저항을 멈추고 나의 애무를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나의 입술이 아주머니의 목과 쇄골을 자극하며 입고 있는 치마 안의 한 쪽 다리를 들어 올리고 나의 바지 지퍼를 내린다.
“으음... 하악...”
“죄송해요... 정말...”
“흐음... 헉!”
순식간에 나의 굵직한 물건이 싱크대에 몸을 기대고 들어 올려진 한 쪽 다리 사이의 팬티사이로 삽입이 되었다. 삽입이 되자 아주머니가 내 목을 부여잡고 알 수 없는 야릇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헉헉... 아아...”
“미안해요...”
“찰싹찰싹...!”
아주머니를 싱크대 위로 올려놓고 다리를 양쪽으로 활짝 벌린 채 나의 허리 운동으로 피스톤 질을 할 때마다 입을 벌리며 쾌락을 느끼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사정을 할 타이밍이 되자 상대의 동의도 없이 나의 하얀 정액을 아주머니의 질 속에 쏟아 내었다.
“뜨... 뜨거워... 아아아...!”
“허어억... 헉.”
“헉헉헉... 다 쌌어?”
“네... 헉헉...”
“잘 했어. 이 땀 봐.”
이마에 흐르는 나의 땀을 닦아 주시며 잘 했다고 나의 등을 토닥여 주시는 모습... 그 아주머니를 통해 내가 공인중개사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그 아주머니는 나의 합격과 함께 제주도로 이사를 가셨다. 그리고 아직까지 연락이 되지 않고 있었다. 나에게 그렇게 잘 해준 이유가 내가 불쌍했기 때문이란다. 시골에서 올라온 촌놈이라 뭐라도 한 가지 더 해주고 싶었단다.
***
지난 과거가 떠오르자 지금 내 앞에서 집을 찾고 있는 여학생에게 정말 좋은 집을 구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부동산 아주머니와의 추억을 간직한 채 최상의 조건과 마음에 드는 원룸을 구해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바로 이집이 그런 집이었으면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원룸 구석구석을 살펴보던 여학생이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향해 방긋 웃었다. 그 미소는 여자로써의 미소가 아닌 동생 같은 미소였다. 친 여동생이 없어 정확하게 구별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마음이 따뜻해지고 뭉클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나를 향해 밝게 웃고 있는 여학생에게 내가 입을 연다.
“마음에... 들어요?”
“네, 너무 좋아요. 오늘 하루 종일 이집을 만나려고 그렇게 힘들었나 봐요.”
“너무 잘 됐네요. 그럼 부동산으로 가서 계약할까요?”
가볍고 신나는 발걸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여학생의 발끝은 힘들게 찾아낸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한다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내가 다 만족스러울 지경이다. 나로 인해 어느 한 사람이 행복해 할 수 있다는 매력, 이것이 바로 직업을 공인중개사를 선택하게 된 이유였다.
하루 종일 많은 집을 찾아다니며 돌아다니느라 진을 모두 소진한 기분이었다. 사무실 한쪽에 마련된 소파에 단 둘이 앉아 고된 활동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고...
“계약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한 숨 돌리려고 잠시 앉아 있는 나를 향해 조금 전 확인한 집을 어떻게 계약해야 하냐는 질문에 힘든 몸을 일으켜 설명을 해야 했다.
“집주인과는 제가 연락을 해서 부동산으로 오시라고 하면 되고 계약서에 도장 찍으시고 준비해야 할 서류를 적어드릴게요. 아, 그리고 계약금은 10%만 입금해 주세요.”
“계약금은 얼마죠?”
“저 집이 보증금 500만 원에 월 25만 원이니까 50만 원만 넣어요.”
“네?! 500만 원이요?”
계약 조건을 설명하며 보증금과 월세를 설명 받은 여학생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놀랐다. 순간 드는 느낌이 있었다. 돈이 부족하거나 자신이 생각한 금액보다 높아서 놀라는 것이라는 느낌.
“사장님, 제가 보증금이 500만 원이 안 돼요. 어쩌죠?”
“아까 처음에 그 정도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대략으로 말씀드린 것이고... 사실은 350만 원정도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럼... 중개 수수료는?”
“저렴하게 해주시면 안 되나요?”
“저렴하게...”
당돌한 여학생이다. 중개 수수료야 내가 받는 것이니 어느 정도 절충이 가능하지만 보증금은 건물주가 받길 원하는 금액이기에 조절이 힘든 상황이다. 마지막 집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었나보다. 놓치기 싫은 마음에 때를 쓰며 계약을 하자고 하는 것을 보니.
“마지막 집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네. 다른 집보다 안전한 것도 같고...”
“돈이 부족한데 어떻게 하려고요?”
“조절이 불가능한가요?”
“흠...”
간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여학생의 눈빛을 보니 내 마음이 짠해지기 시작했고 평소와는 다르게 그 학생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가정환경에 돈을 벌면 고향의 부모님께 용돈을 보내드리는 것 이외에 특별히 지출이 없는 나에게 그 여학생은 또 다른 투자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게 되었다.
“그럼, 제가 돈을 빌려드리죠.”
“네? 정말요?”
“단, 공짜는 아니고 한 달에 얼마씩 갚아 나간다는 조건으로요.”
“감사합니다!”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여학생의 순수한 마음이 내 마음에 보였다. 정말 청정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느냐는 상황이었다. 길거리에 노숙자에게도 동전 한 푼이 아까워 나눠주지 않았고 정말 친한 친구가 힘든 상황에 돈을 빌리려 찾아와도 만나지 않던 내가 처음 본 학생에게 선행을 베풀고 있다.
왜 유독 이 학생에게는 내 마음이 열리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내 친 여동생 같다는 느낌에서 시작된 신경이 관심으로 바뀌고 있는 듯 했다. 곧 건물주에게 전화를 하고 준비한 계약서를 작성한 뒤 계약금과 잔금을 처리하고 이삿날을 다음 날로 확정했다. 어차피 비어 있는 집이기에 가능했다.
저녁이 되어서 여학생이 고마운 마음에 동네 인근에 있는 작은 포장마차에서 나에게 우동을 한 그릇 사주고 싶단다. 고마움 마음의 성의니 절대 사양하지 말라며 몇 번을 말하는 턱에 거절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자리가 마련되었다.
“뭘 이런 것을...”
“아이에요, 제가 꼭 사드리고 싶어서 그래요.”
“허허, 이거 미안해서...”
“그런 마음 갖지 마시고 제발 맛있게 드셔주세요. 제가 다음에 돈 많이 벌면 비싼 것 사드릴게요.”
“말만 들어도 고맙네요.”
어색하고 서먹한 분위기를 뒤로 하고 포장마차 한 쪽 구석에 자리를 잡은 뒤 잠시 침묵이 있었다. 뭐라고 특별히 할 말도 없었고 돈도 없는 여학생에게 우동을 얻어먹게 된 내가 대체 무슨 말을 하겠는가. 돈이 없어서 얻어먹는 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고마워서라는데... 기특하지만 나는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듯하다.
“아주머니, 여기 우동 2그릇 주세요. 그리고...”
우동을 2그릇 주문한 여학생이 말을 흐리며 내 눈치를 살피는 것 같다. 나는 그 의도를 알아채지 못하고 멀뚱하게 눈만 마주보고 있었는데...
“사장님, 혹시 소주 한 병 하실래요?”
“소주?”
“우동만 먹으면 심심하잖아요. 흐흐흐.”
“어쭈~ 술도 마실 줄 아나보네요?”
“많이는 아니고 한 잔 정도...”
서먹한 분위기를 날리기 위해서는 약간의 음주도 필요할 것 같았다. 나는 흔쾌히 승낙을 했고 기쁜 표정으로 포장마차 아주머니에게 손을 흔들어가며 소주를 주문하는 여학생의 모습이 귀엽게만 느껴졌다.
“좋은 집도 구했고... 그런데 전공이 뭐에요?”
“아, 저는 국문학과에요.”
“국문학?”
“꼭 국문학을 전공하고 싶어서 입학하게 된 것은 아니고 수능성적을 맞춰보니...”
“억지로 입학을 한거에요?”
“그런 것은 아니에요. 국문학이 나쁜 학문이라는 게 아니라 성적을 맞춰보다 가능한 학과를 발견했고 평소 국문학에 관심도 있었고... 겸사겸사...”
“그렇군요. 그래도 어려운 학문 같은데... 잘 할 수 있겠어요?”
“노력해 봐야죠.”
국문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고 보니 여학생의 인상이 국문학과도 비슷한 듯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냥 기분이 그런 것 인지.
“사장님은 이곳에서 부동산 오래 하셨어요?”
“10년 가까이 되었죠.”
“아, 그러시구나. 다른 학생들에게도 저처럼 이렇게 돈도 빌려주시고 그러셨어요?”
그녀의 질문에 적지 않게 당황하게 되었다. 다른 학생들에게 돈을 빌려주며 집을 구하게 도운 적이 있느냐는 말이 못내 씁쓸하게 느껴진다.
“아니요. 학생이 처음이에요.”
“정말요?”
“네. 제가 왜 거짓말을 해요. 정말 학생이 처음이에요.”
“와~ 저 완전히 복 받은 거네요?”
“그런가요? 하하하.”
그리고 주문한 소주와 우동이 우리가 앉아 있는 자리로 배달되었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우동의 김이 후각을 자극했고 소주는 군침이 흐르게 만들었다. 내가 지금 기분이 좋은 이유는 소주와 우동이 있기에 그런 것이 아닌 정말 친 동생 같은 여학생과 거하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은 조촐한 자리를 함께 함이었다. 나의 관심이 사심으로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도 함께 하고 있는 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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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게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해 서두를 길게 적어야만 했네요. 장편으로 기획된 소설은 아닌데... 글을 쓰다보며 느끼는 것이지만... 불안하게도 장편으로 가야하는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드네요.
재미있으시다면 추천과 댓글을 부탁드립니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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