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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시마 다케오의 여인추억 2권 뜨거운 손수건 - 2부8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2 23:06 907회 0건
10. 시나노 이야기

토요일 밤 이었다.
마사오는 학과 친구들과 신주꾸에서 술을 마시다가 열 시쯤 돼서 헤어졌다.
야마데 선을 타고 중간에 내려서 차를 바꾸어 타고 곧바로 긴다꾸 장으로 돌아 갈 작정이었으나
문득 한 잔 더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내일은 일요일이라 늦게까지 잘 수 있는데다가 체내의
알코올 양이 어중간해서였다.
마사오는 혼자서 니시꾸찌로 갔다.
길가에 술집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잘못 들어갔다 간 바가지를 쓰고 나오기 십상이다.
마사오는 가게들을 기웃거리며 분위기를 살펴 보았다.
그때 웬 여자가 덥썩 팔을 잡았다.
짙은 화장과 긴 머리에 원피스 차림이었다.
술집 여자라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뭐야, 이 녀석! 방해할 거야?"
얼굴이 시뻘개진 남자가 다짜고짜 대들었다.
마사오가 채 사태를 파악하기도 전에 그 남자의 주먹이 얼굴로 날아 들었다.
마사오는 길바닥에 나둥그라졌다.
그러자 여자는 후다닥 달아났다.
남자가 그 뒤를 쫓아 뛰어가고 있었다.
"야 ! 너 거기서."
마사오는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난데없이 사람을 치고 달아나는 저런 녀석을 순순히 그냥 보낼수는 없었다.
취기가 어른어른하던 참이라 한판 붙어 보자는 분한 마음이 들었다.
"참아요. 학생"
막 뛰어가려는 마사오를 붙드는 손이 있었다.
고개를 돌렸다.
서른 살 정도 됨직해 보이는 갸름한 얼굴이었다.
"가방부터 들어요."
마사오의 가방이 길바닥에 내팽개쳐져 있었다.
남녀는 벌써 눈 앞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지금 쫓아가도 늦었을지도 모른다.
분한 마음을 ダ見?가방을 주워 들었다.
"저런 녀석은 버릇을 고쳐 주어야 하는데."
여자는 마사오의 셔츠와 바지의 흙을 털어 주었다.
"저 여자는 왜 도망치는 거죠?"
"모르죠. 저런일은 이 부근에서는 흔한 일이예요."
여자가 마사오의 팔을 잡았다.
"얼굴이 빨갛게 부어 올랐네. 그래도 상처가 나지 않아서 다행이야."
마사오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으쓱거렸다.
"갑자기 덮치지만 않았어도 한방 먹였을 겁니다."
조금은 허세였다.
"그렇겠죠. 하지만 저런 사람한테는 져주는 게 이기는 거라구요."
마사오는 다시 한번 그 여자를 보았다.
틀림없이 이 부근의 술집 여자인 것 같았다.
여자도 술을 조금 마신 것 같았다.
눈가가 발그레하고 표정이 요염했다.
부드러운 눈이었다.
"알겠죠?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세요."
"아니, 전 술을 좀더 마시려고 하던 참이었습니다."
"이미 많이 마신 것 같은데. 오늘밤은 그냥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군요."
"내일은 일요일이니까 하숙집에서 하루 종일 자면 돼요."
"그러면 제 가게에서 맥주를 드세요."
"누님이 예쁘지만 맥주를 마실 만큼 부잣집 아들이 아님니다."
"제가 살게요. 예쁘다고 해준 감사로. 그러면 돼죠?"
"술을 사신다구요? 좋습니다. 미인이 산다니 기분이 좋군요."
마사오는 여자가 이끄는 대로 갔다.
두 평 남짓한 자그마한 가게였다.
가게에는 아무도 없었다.
차림표를 슬쩍 보니 학생이 출입하기엔 부담스러웠다.
"오늘은 여자애가 휴가이에요. 나 혼자죠?"
"그럼 누님이 여기 주인?"
"그래요. 그러니까 걱정말고 마셔요."
맥주와 안주를 날라왔다.
잔은 둘이었다.
여자가 마사오의 잔에 술을 따랐다.
마사오도 여자의 잔에 맥주를 따랐다.
두 사람은 건배를 했다.
"그 남자에게 감시해야겠습니다. 이렇게 미인인 누님과 알게 되었으니까요."
"사실, 손님을 끌려고 나가던 참이었어요. 여기 이름이 - 시나노- 예요. 기억헤 주세요.
시나노는 내 이름이죠."
마사오도 자기 소개를 했다.
한 잔 두잔 술을 비우는 사이에 묻지도 않았는데 어느덧 시나노는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남편과 이혼하고 작은 회사에 사무원으로 취직했어. 그런데 일 년쯤 지나 사장과 관계를 갖게
되었어."
"몇 살 이었는데요."
"사십대였어. 부인이랑 아이들도 본 적이 있어."
"그런데도 좋아했습니까?"
"그렇다기보다 친절하게 대해 줘서 정이 쏠려 몸까지 허락한 거지."
"그럼 마음이 맞아서?"
"글세. 형식적인 저항밖에 하지 않았어."
시나노는 마사오의 팔에 꼭 팔장을 꼈다.
뭉클거리는 가슴이 느껴졌다.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았다.
"가슴 감촉이 좋군요."
"그래?"
"예"
"그 전까지 난 자위 같은 건 불결하게 생각했었어. 그렇지만 혼자살게 되면서 조금씩 하게 되었지."
"늦은 편이군요."
"응, 남자가 그리워지기 시작했어. 그러다가 사장에게 허락하고 말았지. 그런데 그는 처음부터
달랐어. 나의 그곳에 키스를 하는거야. 난 놀랐어."
"처음이었나요?"
"응. 헤어진 남편은 부드러움이란 조금도 없었어."
"기분이 어땠습니까?"
"야릇했어. 그 사람은 능숙했어. 난 부끄러움도 잊고 소리를 질렀지. 그리고 점점 참을수가 없어서
절정에 도달해 버렸어. 금방 말이야. 남편과는 그런 느낌을 한 번도 맛본 적이 없었어. 그래서 난
그 사람에게 완전히 빠져 버렸어. 그 사람은 내가 처음으로 여자의 기쁨을 알았다는 걸 믿으려
하지 않았지만. 하여튼 두 번째는 나 스스로가 그의 몸을 애정을 가지고 애무했어."
"사장도 누님에게 빠졌나요?"
"글세. 그렇진 않았을 거야. 그저 귀여워해 주는 정도였지. 그 사람은 월급보다 더 많이 용돈을
주었고 난 꼬박꼬박 저금했어. 원래 알뜰한 편이거든."
"그의 부인은 눈치채지 못했나요?"
"그런 관계를 반 년정도 계속하던 어느날 이었어. 사장과 내 아파트에 함께 있는데 누가 문을
두드리잖아?"
"큰일 났군요."
"사장이 부인인 걸 알고 문을 열어 주라고 하더군. 부인은 차분하게 들어와 그의 앞에 정좌했어."
부인은 침착하게 사장에게 말했다.
"지금처럼 계속할 거예요? 나도 여자예요. 어느 쪽인지 결정해 주세요."
"그녀와 헤어지겠어."
"그럼 사퇴서를 받으세요."
"알았어"
그러자 부인은 비로서 시나노를 돌아보며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들었죠? 내일부터 회사에 나오지 않아도 돼요. 퇴직금은 지불하겠어요. 위자료도 드리죠. 됐어요?"
시나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인이 사장을 보며 말했다.
"당신. 애석할 테니 오늘밤은 여기서 주무시고 내일 아이가 깨기전에 돌아오세요."
그리고 막 일어서려고 할 때였다.
사장이
"기다려"
하더니 부인을 붙잡았다.
"같이 가. 여기서 당신도 좀 쉬고 말이야."
놀랍게도 사장은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부인을 이불위로 쓰러뜨렸다. 부인은 잠시 저항하다가
시나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도 쉬고 가도 돼요?"
시나노는 계속되는 놀라운 상황 전개에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부인은 옷을 벗기 시작했고 곧 두사람은 포옹을 하였다.
이불이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얼마 뒤에 사장이 시나노를 눈짓으로 불렀다.
시나노는 거절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재촉에 하는 수 없이 일어나 사장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충격적인 이야기에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이고 있던 마사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럼 사장의 양 옆에 두 여자가 누운 셈입니까?"
"그래. 내 바로 옆에서 그들은 관계를 갖기 시작했지. 부인도 어느새 몸을 비틀며 신음하기 시작했어."
"그러는 동안 사장이 누님을 가만히 내버려 두던가요?"
"아니 나에게 보라고 명령했어."
"예?"
"부인도 내가 보기를 바라는 것 같았어. 평소의 고상하고 지적인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부인의
모습을 보았지. 부인은 몇 번이나 기쁨의 소리를 질렀고, 난 그때마다 - 이번에는 내 차례겠지?
그러면 거절해야지.- 하고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조마조마하게 사장이 나를 안아주기를 기다렸어.
그렇지만 결국 사장은 부인하고만 했어."
"그러면 보여 주려고만 한 겁니까?"
"그래. 사장은 자기 부인이 단지 집을 지키는 마누라가 아니라 최고의 여자라는 걸 자랑하고
싶었겠지. 그러나 역시 진 건 분명했지. 지금 생각해 보면 부인은 복수심에 흥분을 과장한 것 같아."
" 그 뒤로 사장과는 다시 만나지 않았습니까?"
"세번쯤 찾아왔지. 하지만 모두 거절했어. 아파트도 옮겨 버렸지. 사장과 관계를 갖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부인 때문에 도저히 그럴수가 없었어. 위자료까지 주었는데 보통 부인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이잖아."
"결국 그 부인과의 약속을 지킨 거군요."
"저금과 그 돈으로 가게를 열게 된 거야."
"그랬군요. 그 뒤로 다른 남자는 없었나요?"
"그렇게 많지는 않았어."
"그럼 지금은요?"
"아무도 없다고 하면 이제부터 내 아파트에 자주 놀러올래?"
여자의 눈이 갑자기 촉촉해졌다.
더욱더 바짝 다가와 앉으며 거듭 물었다.
"자러 올래?"
시나노는 마사오의 허벅지 위에 손을 얹더니 점점 중심부로 옮겨갔다.
그리고 드디어 중심을 쥐었다.
마사오는 그녀의 대담한 행동에서 신선한 매력이 느껴졌다.
도쿄로 온 뒤로 마사오의 상대는 여고생인 아끼 뿐이었다.
많은 남자를 알고 있다 해도 역시 아직 어린티를 벗지 못한 아이였다.
그래서 무의식 중에 마사오는 성숙한 여자를 원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시나노는 손가락에 힘을 주어 부드럽게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그러면 지금은 애인이 없단 말씀이세요?"
"전혀 없다고는 하지 않았어. 적어도 날 구속할 남자는 없다는 거지. 어때?"
"재워 주신다면요."
"그럼 이제 그만 마시고 일어날까?"
어둡고 조용한 밤 길을 한 십분 걸어 도착한 곳은 아담하고 깔끔한 이층 아파트였다.
마사오는 시나노를 따라 들어갔다.
시나노는 문을 열고 불을 켰다.
방은 조금 넓은 편이었고 깨끗이 정돈되어 있었다.
한 쪽으로 싱크대가 달려 있었다.
시나노는 마사오 앞에 서더니 그의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마사오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키스해 주겠어?"
"괜찮습니까?"
시나노는 눈을 감았다.
그 표정이 술집 여자로 보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깊은 키스가 되었다.
마사오는 새삼 성숙한 여자를 느낄 수 있었다.
키스하는 도중 마사오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나노는 손을 뻗어오지 않았다.
"여기엔 술이 없어. 우리 그만 잘까?"
"예"
시나노는 부엌으로 가서 세수대야와 수건을 가지고 왔다.
"옷을 벗고서 몸을 씻어."
마사오는 그녀가 이부자리를 준비하는 동안 시키는 대로 했다.
"누워 있어. 속옷을 빨아 두면 내일 아침엔 다 마를 거야."
시나노는 마사오의 속옷을 빨아서 창가에 널었다.
"전등, 어둡게 할까?"
"예?"
"부끄럽잖아."
시나노는 취침등으로 바꾸었다.
방은 푸르슴한 빛으로 어두어졌다.
시나노는 천턴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술기운 때문인 몰라도 마사오는 환상적인 느낌을 받았다.
시나노는 조심스럽게 부끄러운 곳을 가리며 몸을 닦았다.
신비감조차 느끼게 했다.
그리고는 그대로 걸어왔다.
마사오는 자리를 조금 비켜 주었다.
시나노가 옆에 눕자 마사오는 팔을 뻗어 어깨를 감쌌다.
"이런 누나 좋아?"
"예. 매력적입니다."
마사오는 탄력이 넘치는 젖가슴에 손을 얹었다.
유두는 작고 귀여웠다.
천천히 주물렀다.
시나노의 손이 미묘하게 움직여 그의 가장 예민한 부분을 만지기 시작했다.
역시 새삼 성숙함과 노련함이 느껴졌다.
마사오의 손도 시나노의 다리 사이를 향해 미끄러졌다.
아무런 저항없이 화원에 이르렀다.
이미 사랑의 샘은 따뜻하게 흘러 넘쳐 있었다.
"지금 막 씻어서 깨끗해."
시나노가 말했다.
꽃잎은 도톰하고 길었다.
몇 번 시행착오를 거쳐 가장 민감한 부분이 비너스 주변임을 알 수 있었다.
농밀한 애무를 주고 마사오는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이렇게 되었군. 누구도 이렇게 하자는 제의를 하지 않았는데. 이것이 어른들의
정사인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진행에 마사오는 감탄하면서 시나노가 요구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자신을 타일렀다.
일종의 시나노의 성숙함에 대한 치기어린 반발이었다.
이윽고 시나노는 마사오의 귓불을 깨물며 속삭였다.
"이제 하고 싶어."
"전 좀더 이렇게 하고 싶은데요."
"않돼. 장난치지 마."
시나노는 마사오의 몸을 자신의 비너스에게로 가져갔다.
"처음 만난 사람과 이러는 거, 처음이야. 믿어주면 좋겠어."
시나노의 다리가 마사오를 휘감았다.
마사오는 더욱 흥분되었다.
한 번 숨을 돌리고 멈춰 감각을 음미하려는 마사오에게 시나노의 허리의 물결이 크게 밀려왔다.
호흡도 거칠었다.
도리가 없었다.
마사오는 시나노의 움직임에 맞추기로 했다.
두 사람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나노의 내부는 소용돌이치는 느낌이었다.
탄력이 넘쳤다.
깊숙이에는 뜨거움이 전해져 왔다.
<닳고닳은 여자는 아니야.>
그 온기를 음미하며 마사오는 생각했다.
두 사람은 이내 멋진 이중주를 연주했다.
마사오는 꽤 취해 있었다.
머리는 멍했다.
아래에 누운 시나노의 얼굴에서 이미 나이 같은 건 사라져 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처음 만난 여자와 더구나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관계를 갖는 건 마사오로서는 획기적인
모험이었다.
불안을 느끼는 것이 당연한데도 오히려 자연스러운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노의 반응에 맞추어 진동의 폭을 좁히고 동작을 천천히 했다.
그러자 시나노의 움직임이 선명해졌다.
시나노의 동작은 이제까지 마사오가 경험한 여자들과 상당히 달랐다. 몸 전체를 이용하여 마사오의
전신에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마사오는 그 압박감을 선명하게 느끼기 위해 잠시 멈추었다.
"왜?"
다그치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호소하는 듯 했다.
불안이 배어 있었다.
동시에 시나노의 내부가 덩어리를 힘껏 쥐었다 놓았다를 반복했다.
의식적인 조임이었다.
마사오가 속삭였다.
"멋져요. 누님이 너무 좋아서요."
엷게 화장한 얼굴에서 오히려 여인의 청순함이 느껴지는 듯했다.
마사오는 다기 물결치기 시작했고 이번엔 시나노가 그의 파도에 맞추었다. 이윽고 시나노는 크게
신음을 토해냈다.
새로운 열기가 그의 몸을 깊숙이 빨아들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 짧은 신음의 간격이 점점 짧아지고 그의 등을 안은 팔에 힘이 더해갔다.
<이 여자는 이제 절정에 이른다.>
시나노의 몸은 땀으로 흥건했다.
숨결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신음하며 더욱더 격렬하게 경직되었다.
마사오는 시나노 내부의 울림을 음미하였다.
"기뻐. 당신이 좋아."
시나노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하고 입술을 ?았다.
이윽고 두 사람은 몸을 떼었고 마사오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옆에서 시나노가 다리를 감아 왔다.
"당신. 거짓말쟁이야."
"예?"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아주 경험이 많은 것 같아."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가게는 다섯 시면 열어. 술을 마시지 않아도 좋으니까 종종 들러."
"예."
"하숙집 식사만으론 부족하잖아. 들러서 뭐라도 먹고가."
"고맙지만 너무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괜찮아. 이상하지? 어젯밤에 만난 사람 같지가 않아. 동생같은 느낌이 들어."
"동생과 이런 일을 하다니, 이상하네요."
"그래? 호호."
시나노가 진심으로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걸 분명하게 느낄수 있었다.
나뿐 여잔 아니다.
사귀어도 손해볼 건 없다.
그런 계산이 언뜻 스쳤다.
시나노는 또 마사오를 맞아들일 자세를 취했다.
두 번째의 결합에서 그녀는 이상야릇한 소리를 내며 허리를 크게 휘었다. 그대로 오분 정도 숨을
죽인 채 아무 말 없이 포옹했다.
시나노 내부의 울림이 서서히 잦아 들었다.
이제 격렬함은 사라지고 따뜻함이 마사오를 둘러싸고 있을 뿐이었다.
떨어져 편하게 잠들었다.
아침에 마사오가 잠에서 깨어 보니 시나노는 옆에 누워서 다리를 그에게 올리고 잠자고 있었다.
열어 놓은 창으로 막 붉어져 오는 하늘이 보였다.
고개를 돌려 잠든 시나노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연상이긴 하지만 복숭아 빛의 고운 얼굴이었다.
매력적이었다.
<긴다꾸 장으로 돌아갈까? 아냐, 좀더 자고 가자.>
마사오는 다시 눈을 감았다.
날이 완전히 밝아 눈을 떴을 때 시나노가 위에서 마사오의 얼굴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지금 몇시죠?"
"아홉시가 조금 지났어."
"어, 너무 잤는 걸."
"하숙집에 몇 시까지 돌아가면 돼?"
"아무때나."
아끼는 벌써 일어났을 것이다.
마사오의 외박을 확인하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럼 여기서 아침 먹고 가."
"그러죠. 그런데 지금은 밥보다...."
마사오는 시나노의 허리를 안아 자신의 몸 아래로 뗄눼?
"이게 더 좋아요."
두 사람은 아침 햇살이 환한 방에서 다시 한번 뜨겁게 결합했다.
아침을 먹고 마사오는 아파트를 나섰다.
시나노는 현관까지 따라 나왔다.
"당신. 이제는 오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시나노는 조금 서글퍼 보이는 표정이었다.
"당신이 오지 않더라도 난 찾지 않아. 우리는 그럴만한 사이도 아니고."
"이삼 일 있다가 꼭 들르겠습니다."
마사오가 모퉁이를 돌다가 뒤돌았을 때 시나노는 여전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사오의 눈과 마주치자 고개를 살짝 숙였다.
서운해 하는 듯 했다.
맑은 날인데도 어쩐지 시나노 주위에는 안개가 서려 있는 듯했다.


11. 무승부

마사오가 긴다꾸 장에 돌아와 방문을 열었을 때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고마쯔하라는 일찌감치
도서관에 간 모양이었다.
이불을 깔고 막 눈을 붙이려는데 노크도 없이 방문이 급하게 열렸다. 아끼였다.
마사오를 노려보며 다가왔다.
"어젯밤, 어떻게 된 거죠?"
첫 외박이었다.
너무 취해서 친구집에서 잤다고 하면 그만이다.
마사오는 그렇게 말할 생각이었는데 아끼의 쏘는 듯한 눈빛에 순간 움찔했다.
그러는 자신이 못마땅했다.
<난 아끼에게 정조를 지키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어.>
요즘 부쩍 자신에게 간섭하려 드는 아끼에게 두 사람의 관계를 확인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끼의 어께에 손을 얹으며 속삭였다.
"어떤 여자 방에서 자고 왔어."
"뭐라구요?"
장난스럽게 마사오가 빰에 이을 맞추었다.
아끼는 힘껏 팔을 잡아 떼어내고 도끼눈으로 노려보았다.
"했어요?"
"응"
"어떤 여자였죠.? 여학생."
"아니, 술집여자."
"몇 살?"
"삼십정도."
"아무나 하고 자는 음탕한 여자였죠?"
"그런 여자는 아냐. 나와는 우연히 기회가 맞았을 뿐이야."
"난 잠도 못자고 내내 기다렸어요."
"미안해"
신경질을 부리며 소리치지 않아 다행이구나 안심하는데 웬걸 그건 계산착오 였다.
아끼는 뒤로 물러서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 젓더니 이내 마사오의 빰으로 칼날 같은
손을 올려붙였다.
"싫어! 그런 아줌마와는."
그리고는 여학생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들을 시뻘건 얼굴을 하며 마구 내뱉었다.
질투뿐만 아니라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분노였다.
어쩌면 여학생과 그랬다면 용서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끼는 다시 마사오의 따귀를 갈겼다.
마사오는 저항하지 않고 묵묵히 맞아 주었다.
정말 잠자지 않고 내내 기다렸다는 건 충혈된 아끼의 눈이 말해주고 있었다.
괜히 솔직하게 말했구나 하는 후회와 함께 미안함이 들어서였다.
아끼는 몸을 돌리더니 부서져라 문을 닫고 나가 버렸다.
마사오는 이불위에 누워 얼얼해진 빰을 어루만졌다.
<이제 아끼와 끝인가?>
그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아쉽기도 했다.
헤어진다고 해도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안아 보고 싶어졌다.
<이제 막 여인의 기뿜을 알기 시작했는데, 나에 대한 반발로 다른 남자와 어울릴지도 모르겠군.>
아끼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애였다.
한숨 자고 나서 대중 목욕탕에서 시나노의 체취가 배어 있는 몸을 말끔히 씻어냈다.
수건으로 몸을 닦고 선풍기로 머리를 말리고 있는데 분신이 조금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고마쯔하라 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아끼를 부르자.>
져녁 시간에 맞춰 돌아 온 고마쯔하라에게 사정을 예기하고 오늘밤은 히요꼬의 아파트에서 묵을 수 없냐고 물었다.
고마쯔하라는 승낙을 하고 저녁을 먹은 뒤 밖으로 나갔다.
마사오는 아끼의 방으로 갔다,
마침 그녀는 막 방에서 나오는 참이었다.
마사오는 다가가며 그녀의 팔을 잡았다.
그러자 아끼는 몸을 돌리며 손을 홱 뿌리쳤다.
"싫어. 건드리지 마."
"오늘밤, 고마쯔하라 씨는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을테니 언제든지 와."
아끼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째든 마사오로서는 화해를 청한 셈이었다.
이제부터는 아끼가 결정할 문제였다.
마사오는 방으로 돌아와 이불 속에서 책을 읽으며 아끼를 기다렸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시나노와 무리한 탓인지 서서히 눈이 감겨왔다.
깜박하는 사이에 잠에 떨어졌다.
눈을 떠보니 머리맡에 아끼가 반듯이 앉아 마사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언제 와 있었어?"
"혐오스러워. 죽여 버리고 싶어."
"몇 시지. 지금."
"아홉 시."
"삼십분 정도 잔 거군."
"죽여버리고 싶다니까."
마사오는 한 손을 아끼의 무릎 위에 올렸다.
"화난 얼굴도 예쁘구나."
"바보 취급 하지마."
"자. 이리 들어와."
이불을 들치며 마사오가 말했다.
"그럴려고 온 게 아니야. 난 당신같이 비열하지 않아. 그래서 미리 말해 두겠어요."
"뭘?"
"나도 서른이 넘는 남자와 잘 거야."
"응?"
"정말이야. 내일 저녁에 만나기로 약속했어요.전부터 내게 흥미를 느끼고 있던 사람이라 살짝만
꼬리쳐도 달려들 거예요. 그 말을 하러 왔어요."
아끼는 절대 거짓말은 하지 않으며 또 충분히 그런 일을 벌릴 애였다.
"그만 둬. 너만 비참해질 뿐이야."
"그래야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을 것 같아요. 그만 가겠어요."
아끼는 일어섰다.
마사오는 벌떡 일어나 아끼를 껴안았다.
"가지마"
"소리칠 거야"
"좋아. 마음대로 해."
아끼는 소리치지 않고 마사오에게 안겨 이불위에 누었다. 입맞춤을 했다.
아끼는 입을 꼭 다문 채 천정만 을시했다.
마사오가 손을 가슴에 얹었다.
부드럽게 주므르며 말했다.
"그렇게 화내지 마. 그저 순간적인 기분에서 그런 거야."
아끼는 고개를 흔들었다.
"남녀 관계는 다 순간적인 거예요."
아끼는 마사오의 손길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그저 가만히 누워 있었다.
물론 마사오의 몸에 손을 대지도 않았다.
그래도 마사오는 애무를 계속했다.
이윽고 손은 스커트 안으로 미끄러져 꽃밭으로 들어섰다.
"이제는 마음 풀어."
"무리예요."
이 정도면 화원에서 따뜻함을 발산할만 한데도 오늘밤은 그렇지 않았다.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꽃잎은 꼭 입을 다물고 있었다.
<정말 화가 났군.>
어쨌든 아끼의 기분을 고조 시켜야 했다.
마사오의 손가락은 교묘하게 움직였다.
"소용없어요. 그렇게 해도. 난 절대 흥분되지 않을 테니까."
냉소적인 말투였다.
마사오는 아끼의 귓불을 가볍게 깨물었다.
"나도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 아끼가 훨씬 좋았어."
시나노 몸의 기억이 아직 생생했다.
아끼의 몸은 감각적으론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점이 신선하고 사랑스럽다.
마사오는 계속해서 다정한 밀어를 속삭이며 손가락으로 꽃밭을 어루만졌다.
그래도 아끼는 가만히 있을 뿐 허리 한 번 움직이려고도 하지 않았다.
- 네가 아무리 노력해도 난 그럴 마음이 전혀 없어-
아끼의 마음은 그렇게 단단히 굳어져 있었다.
어쩌면 그런 생각을 확실히 보여 주기 위해 마사오의 손길을 방치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좋아. 그렇다면 나도 고집이 있어. 스스로 마음이 내켜 할 때까지 더 나아가지 않겠어.>
그런 반발심을 애써 죽이며 손으로는 부드러운 애무를 하고 입으로는 달콤한 말을 속삭여댔다.
아끼는 눈을 크게 뜬 채 천정을 응시하며 옴짝달싹도 하지 않았다.
샘물도 전혀 넘치지 않았다.
<여기에서 포기하면 내가 지는 거야.>
아끼는 자기 몸이 그의 손길에 반응을 보이지 않도록 무척 애쓰고 있었다. 그러나 마사오는 초조해
하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가자 겨우 아끼의 화원에서 신호가 나타났다.
약간의 물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점점 서서히 흘러 넘치기 시작했다.
마사오는 더욱 농밀하게 애무했다.
드디어 비경은 호수가 되었다.
마사오의 끈기가 부족해서 그만두지 않는 한 아끼가 계속헤서 애무를 허락하는 이상, 이렇게
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다.
그래도 아끼는 가만히 있었다.
마사오는 아끼의 옷을 모두 벗겨내고 자신도 알몸이 되었다.
아끼는 나지막이 말했다.
"안 돼요. 오늘밤은 기분이 안 좋으니까."
확실한 후퇴였다.
다만 전선이 무너지자 뒤로 조금 물러나 제2의 전선을 구축한 것이었다.
"싫어."
마사오는 아끼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기뻐하도록 만들겠어."
여기까지 오면 아끼와 화해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마사오는 아끼의 의지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곧 결합으로 들어가지 않고 다리 사이로 얼굴을
가져갔다.
아끼의 젊은 꽃밭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과연 연상은 연상대로의 매력이 있고 젊음은 젊음 나름대로의 매력과 아름다움이 있다.>
꽃잎이 혀 끝에 닿았다.
그래도 아끼는 가만히 있었다.
흘러넘치는건 생리적인 반응이라 어쩔 수 없지만 자신은 그럴 마음이 없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꽃밭을 혀로 부드럽게 휩쓸었다.
아끼는 다리를 조금 바르르 떨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승부는 이제부터라고 마사오는 생각했다.
게임이었다.
그 게임에 마사오는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희미하게 아끼의 허리가 움직이더니 이내 경련이 일어났다.
샘물은 끊임없이 흘러 넘쳤다.
마사오는 잠시 멈추고 어떻게 변화되어 있는지 확인했다.
투명한 샘물이 비너스에서 넘쳐 꽃밭 전채로 퍼져나갔다.
비나스가 꿈틀거리며 분명하게 마사오를 요구하고 있었다.
아끼의 의지를 배반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끼는 여전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신음소리도 꾹 참아내며 냉정을 유지하려고 무진 애쓰고 있었다.
<불량한 애이기는 해도 역시 사랑스러워. 터질듯한 젊음이 있어.>
확실히 마사오에게는 삼십대의 성숙한 여자보다는 이 젊음 샘이 더 어울리고 편안하다.
그때 아끼의 말이 들려왔다.
"무슨 짓을 해도 내 몸과 마음은 별개예요."
그렇지만 그 목소리는 상기되어 있었다.
<아직도 고집을 부리는군.>
더 이상의 애무는 필요없다는 판단이 섰다.
마사오는 가만히 그곳에 이별을 고하고 몸을 일으켜 자신의 허리를 아끼의 얼굴로 가져갔다.
아끼의 눈이 덩어리를 노려보았다.
"필요 없어요. 술집 여자나 좋아하는 따위. 싫어."
아끼는 덩어리를 밀치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마사오는 그것을 아끼의 빰에 밀착 시켰다.
"정말로 싫어?"
"그보다 내가 묻는 말에나 대답해요."
"뭔데?"
"좋았어요?"
아끼가 더 누그러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몸뿐만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풀어졌다.
드디어 타협하려는 기미를 보여온 것이다.
"응. 그래도 아끼가 훨씬 좋아."
"거짓말. 상대는 능숙했을 텐대?"
"그러니까 네가 더 좋은거야. 아끼가 더 사랑스러워."
"그래도 싫어."
갑자기 아끼는 마사오의 몸을 뿌리치려고 했으나 결과적으로 쥐게 되었다. 그리고 이내 힘껏
움켜쥐었다.
거부하려는 마음을 나타내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자의 힘으로 아무리 세게 움켜쥐더라도 참을만 하다. 오히려 쾌감이 느껴졌다.
마사오는 의식적으로 덩어리에 힘을 넣었다.
아끼도 그것을 느낄수 있을 것이다.
마사오는 입술이 자신의 몸에 닿도록 그녀의 얼굴을 돌렸다.
아끼는 저항하면서도 마사오의 몸을 손애서 놓지 않았다.
조금씩 아끼의 얼굴이 돌려져 바로 입 위에 우뚝 솟은 덩어리가 놓여졌다. 마사오는 엉덩이를
바짝 들어 첨단이 아끼의 입을 향하도록 했다. 아끼는 입을 꼭 다문 채 가만히 있었다.
얼굴도 돌리지 않았다.
"이제 그만 화 풀어."
"물어 버리겠어요."
"그럼 그렇게 해."
"괜찮죠?"
"그래."
"그리고 난 그 남자와 놀 거예요."
"알았어."
마사오가 그 쯤에서 타협한 것은 아끼의 자유를 구속하면 그것이 두 사람 사이의 중요한 약속처럼 돼 버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 였다.
드디어 아끼가 입을 벌려 마사오의 몸을 조금씩 삼키기 시작했다.
"아..... 좋아."
마사오는 그렇게 말했다.
혹시 정말 깨물지 않을까 걱정을 하면서도
<설마 괜찮겠지?>
역시 아끼를 신뢰하고 있었다.
만일 그의 신뢰가 잘못된 것이라면 아끼는 발작적으로 그에게 상처를 입힐 것이다.
아끼의 이에 점점 힘이 들어감에 비례해 통증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이럴 때 불안을 나타내면
오히려 상대를 자극하는 셈이된다. 문득 아끼의 힘이 늦춰졌다.
이어서 갑자기 얼굴을 돌리며 마사오의 몸을 토해냈다.
"바보, 상처가 나면 어떻게 하려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상냥함이 담겨 있었다.
"어머, 잇자국이 났네."
마사오는 가만히 있었다.
아끼가 잇자국의 주위를 부드럽게 혀로 어루만졌다.
드디어 아끼도 본격적으로 애무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참이 지난 뒤 두 사람은 나란히 누워서 포옹하며 절정의 여운을 음미했다.
"아팠죠."
"조금"
"언제 다시 만나기로 했어요?"
"안 만나."
이 정도로 아끼의 화가 완전히 풀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삽십대의 남자와 관계를 갖겠다는 약속은 스스로 취소하게 될 거라고 마사오는 믿었다.
다음날 이었다.
마사오는 강의를 마치고 곧장 긴다꾸 장으로 돌아왔다.
옷을 갈아입지마자 아끼의 어머니가 들어왔다.
"빨래감 있으면 내 놓게."
몇 가지를 건내주며 물었다.
"아끼는 방에 있습니까?"
"친구와 음악회에 갔네."
외출했던 아끼가 마사오의 방문을 두드린 건 열 시가 지나서였다.
방에는 고마쯔하라가 있었으므로 둘은 복도로 나왔다.
"잠깐 정원으로 가요."
아끼의 눈에는 도전적인 빛이 감돌았다.
어젯밤 사랑을 나누고 헤어졌을 때의 달콤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담 밑 어두운 곳으로 갔다.
아끼가 마사오의 팔을 붙잡았다.
"음악회에 갔다 왔어?"
"아뇨, 어젯밤에 말했잖아요. 어떤 아저씨를 만난다고."
"............"
"때려도 좋아요."
마사오는 아끼의 손을 떼어내고 벽에 기대어 섰다.
<이 애는 내가 때려 주길 바라고 있는 걸지도 몰라.>
그러나 마사오는 손으로 아끼의 어깨를 짚었다.
"거짓말이지?"
"정말이예요."
아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마사오를 응시했다.
배신당했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단지 아끼의 실천력이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상대는 누구야?"
"다시 만나지 않을 테니까 누구라도 상관없죠. 병은 없을 거예요. 그런 사람은 아니니까.
이제 나와 끊을 거예요."
"그렇게 하자."
"그럼 난 예전의 나로 돌아가 아무하고나 잘 거예요."
"마음대로 해."
"그사람 능숙했어요."
"난 여기를 나갈거야."
"너에겐 필요없더라도 나는 나가겠어."
아끼가 마사오를 와락 끌어안았다.
"싫어. 헤어질 수 없어요. 다시는 바람 안 피울게요."
아끼가 빰을 비벼대며 말을 이었다.
"무승부잖아요."
분명 두 사람의 관계를 고려 했을 때 옳은 말이다.
그러나 마사오의 마음은 이미 식어 버렸다.
"이미 늦었어?"
"화났어요?"
"당연하지."
"왜요?"
"좋아하는 마음도 있었으니까?"
"용서할 수 없어요?"
"응"
"알았어요."
아끼는 입술을 요구했다.
"헤어질 테니 마지막으로...."
입맞춤을 했다.
아끼는 정열적인 키스를 했다.
아끼의 손이 마사오를 더듬어 내려가 바지위로 분신을 힘껏 쥐었다.
마사오는 입술을 떼었다.
"이제 끝이야."
"그럼 전 불량아로 돌아갈 거예요."
"그러지 않으면 좋겠어. 이건 진심이야."
마사오의 몸은 전혀 반응이 오지 않았다.
아끼의 손목을 잡아 떼어냈다.
"정말 이사 갈 거예요?"
"그래"
전부터 2학기부터는 이런 하숙집이 아니라 혼자 셋방을 얻어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번 일로 계획이 앞당겨진 것 뿐이다.
마사오는 학교 게시판에서 마음에 드는 방을 발견하고 학생과에 신청했다. 그러면 학생과에서
학생증과 학적부를 대조한 뒤에 집주인에게 소개장을 써준다.
소개장에는 엄선된 결과라는 문구가 있지만 사실은 그저 신청순서대로 하는 것이다.
마사오가 약도를 들고 찾아간 곳은 철도 주변의 주택가였다.
역에서 오 분 거리로 오래된 이층집이었다.
대문에 품위있는 백발의 노파가 마중나와 있었다.
객실에서 차 대접을 받았다.
노파는 마사오를 찬찬히 뜯어보면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질문하는 요령과 어법의 정확함에 마사오는 혀를 내 둘렀다.
마치 구두 시험을 치는 것 같은 분위기 였다.
보통은 학생이 방을 먼저보고 의사가 있으면 주인과 타협을 한다.
그러나 이 집의 경우에는 주인 할아버지의 대학 후배에 한해서 파격적인 가격으로 빌려 주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조건도 까다로웠다.
통금은 원칙적으로 밤 열한 시.
친구를 재울 때에는 미리 허락을 받을 것.
친구를 데리고 와서 술을 마시거나 소란을 피우지 말 것.
마사오가 노파의 조건을 수락한 건 전적으로 파격적인 임대료 때문이었다. 노파의 이름은
기다하라 하쥬다로 예순 둘 이었다.
그녀의 남편은 중풍에 걸려 반신불수로 항상 안방에 누워있는 환자였다. 아들은 십년전에 결핵으로 죽었고 삽십 초반의 미망인인 며느리는 조그마한 회사의 사무원이었다.
그리고 손주로 중학교 2학년 여자애가 한 명 있었다.
마사오는 이층에 있는 조그만 방을 쓰기로 했는데 계단을 내려가면 부엌이 있어 자취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아끼는 그의 의지가 요지부동이라는 걸 알고 나서는 손바닥 뒤집듯 냉정하게 돌아섰다.
곧바로 다른 하숙생과 관계를 텃다는 걸 거리낌없이 보여 주었다.
마사오에게 아끼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과연 그녀 다웠다.
"내 몸을 기쁘게 해 주는 건 당신만이 아니라는 걸 이제 알았어요. 결코 당신을 ?아 가거나
매달릴 필요가 없게 된 거죠."
물론 마사오는 이사하는 집을 알리지 않았다.
그 애가 찾아 온다면 곤란해질 테니까.
물론 자존심 강한 아끼가 찾아 올 리는 없지만 마사오는 일요일에 이사를 했다.
며느리인 찌에와 손녀 유끼꼬와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찌에는 거의 화장기 없는 얼굴이었다.
머리를 가지런히 빗어넘겨 묶은 갸름한 얼굴이 아름다웠다.
마사오는 그녀에게서 무척 정숙하고 단정한 느낌을 받았다.
자기 어머니를 쏙 빼닮은 귀여운 유끼꼬는 부끄러워하며 노파에게 매달린 채 꾸벅 인사를 했다.
여름 방학이 될 때까지 마사오는 찌에와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간혹 복도에서 마주쳐도 찌에는 인사만 하고 곧 스쳐지나갈 뿐이었다.
<이 여자는 일부러 나와 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
날이 갈수록 그 느낌이 더욱더 확실해졌다.
그러나 마사오는 자신을 보는 찌에의 아주 짧은 눈빛에서 자신을 싫어하고 있지는 않다는 걸
넘겨 짚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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