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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의 찌질 고교생 - 1부58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2 02:29 897회 0건
안녕하세요~ 몸짱쌔끈녀입니다~!
2연참을 위해 무진장 노력했건만, 또 다시 엄습해오는 두통과 엄청난 분량으로 좌절...OTL
대신 이번 편은 분량이 엄청 깁니당~! 1.5편 정도~?
시점의 전환이 많습니당~! "*" 표시로 구분하는 거 아시죵~?
저의 노력을 알아주셔서 제발 리플과 추천과 쪽지 좀~!! 어흙흙~!!!




[지난 줄거리]

여깔 좆물받이 1호 한미진과 심심풀이 땅콩 좆물받이 1호 윤희정과 비장한 인사를 나눈 강우석.
최종 결전에 임하기에 앞서 홍경아를 만나 진심이 담긴 포옹을 하는데... 거시기만 얻어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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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41분-
나는 사타구니에서 전해져오는 얼얼한 고통을 참으며 학교 내 공중전화를 집어 들었다.

“쳇, 매정한 년……. 그래도 최소한의 개념은 있었나보네. 그렇게 세게는 안 찬 걸 보니…….”

살짝 얼굴을 찌푸린 채로 생각하며, 나는 곧장 제니의 핸드폰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

-오후 3시 42분-
적지 않은 폐인과 양아치와 초등학생들이 자리하고 있는 PC방 안. 바짝 줄인 교복 차림으로 한껏 색기를 풍기고 있는 날라리 여고생과 눌러쓴 모자 속으로 금색과 갈색이 뒤섞인 머리카락을 감춘 채 커다란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헐렁한 옷차림의 여자애가 한 편에 붙어 앉아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Yeah~! 언니, 또 나한테 졌다~!”

“아나~ 씨발, 한 대 빨면서 해야 실력이 사는데…….”

선글라스 속에서 환하게 웃는 제니와 살짝 눈썹을 찌푸린 미애가 번갈아 목소리를 낸다. 그 순간, 미애와 제니 사이에서 핸드폰 컬러링이 울리기 시작했다.



서로를 마주보는 제니와 미애. 제니는 얼른 자신의 핸드폰을 집어 폴더를 열었다.

“오빠?”

제니의 물음에 핸드폰 저 편에서는 역시나 강우석의 능청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그래~, 우리 제니~. 흐흐……. 지금 바로 마무리 짓고 미애랑 집결지로 와~.>”

“엉~.”

짧게 대답하고서 전화를 끊는 제니를 향해 미애가 눈썹을 들썩이며 물었다.

“우석이야?”

“응. 지금 마무리 짓고 집결지로 나오래.”

제니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곧바로 게임을 종료시킨 제니는 어제 강우석이 보내온 메일의 내용을 그대로 복사하여 여태껏 띄워두고 있던 모 신문사 기자의 메일 창에다 붙여 넣었다.

[좃선일보 수원지부 김경락 기자님께.
제가 제보를 처음 해보는 거라 뭘 어떻게 써나가야 할지 모르겠네요.;;
지금 한진고등학교와 성낙고등학교에는 오늘 오후 5시에 두 학교의 뒤쪽으로 있는 폐목장에서 두 학교 일진들이 패싸움을 벌일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긴가민가했습니다만, 방금까지의 분위기를 보니, 아무래도 정말로 맞짱 뜰 생각들인 모양입니다.
더 이상 일진들이 학교 안팎으로 설치는 꼴을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걱정과 불안을 무릅쓰고 제보를 드립니다.
김경락 기자님! 다른 선량하고 불쌍한 학생들을 위해서 꼭 이 사건을 다뤄주세요!
나중에라도 제가 누구인지는 찾지 말아주세요. 일진들한테 알려지면 저 죽어요.ㅠㅠ]

익명으로 발송을 마친 제니는 살포시 난처하다는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오빠, 너무 일을 크게 만드는 거 아냐~?’

*

-오후 4시 2분-
내가 미애 년과 제니를 만날 집결지로 철길 건널목 근처를 택한 것은, 이 시간에 그럭저럭 인적이 뜸하기도 하거니와, 공중전화도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

…공중전화를 또 쓸 일은 없겠군. 나는 저만치에서 나를 부르며 손짓하는 미애 년에게 살짝 손을 들어 답해주었다. 타이트한 교복에 감싸인 미애 년의 먹음직스런 몸뚱이를 바라보며 군침을 삼킨 나는 그 옆에 서있는 제니를 돌아보며 물었다.

“메일은 제대로 보냈어?”

“Of course~!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 넣었지~!”

나는 자신감에 찬 제니의 목소리에 히죽 웃어 보이며 미애 년과 제니에게로 말했다.

“그럼 전에 말한 대로 약간 떨어져서 따라와~.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나는 그대로 우리 학교와 성낙고 사이에 난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 내 대여섯 걸음 뒤로 미애 년과 제니가 마치 친구사이인 냥 붙어 서서 내 뒤를 따르고 있었다.
이제는 쇠락해버린 작은 목재 공장들이 길가에 듬성듬성 자리하고 있다. 나는 어느 공장의 후미진 옆으로 들어가 인적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뒤따라 들어온 제니에게 말했다.

“좋아~. 여기서 갈아입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제니는 곧장 자신의 모자와 선글라스, 헐렁한 옷들을 벗기 시작했다. 모자를 쓰기 위해 위로 말아 올려두었던 머리까지 풀어 내린 제니는 어느새 섹시한 나시티와 펑크 진을 입은 시원스런 생머리 혼혈 여자애로 변해있었다.

“이야~, 이건 완전 변신 수준인데?!”

나의 감탄에 제니는 물론 미애 년까지 큭큭 웃어댔다. 나는 제니의 엉덩이를 두드려주며 말했다.

“제니는 이제 아까 그 공중전화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어. 미애한테 전화 오면 바로… 알지?”

“Of course~! 그럼~, 임무 완수하겠습니다~!”

제니는 한 손으로 살짝 경례하는 제스처를 취하며 대답했다. 벗은 옷가지들을 쇼핑백에 담아 들고 언덕을 도로 내려가는 제니. 나와 미애 년은 그런 제니를 뒤로 하고서 다시금 언덕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마저 끝나고 으슥한 산길이 이어졌다. 앞장서 걸어가는 내 눈앞으로는 오늘의 주 무대인 폐목장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미애야. 이제부터는 정말로 너만 믿는다. 작전 내용 잘 기억하고. 성낙고 새끼들 꼬시는 거랑, 패싸움 벌어지자마자 도망치는 데에 제일 집중해야 해.”

폐목장 앞에 다다른 나는 주위에 있을지도 모르는 인기척을 살피며 미애 년에게 진지한 목소리로 당부했다.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미애 년은 특유의 차가운 목소리로 능청스럽게 내뱉었다.

“나도 한 가닥 하거든요~? 걱정 좀 그만 하시죠~?”

그런 미애 년을 조용히 바라본 나는 그대로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 사뭇 진지한 느낌 때문일까? 미애 년도 나를 깊게 끌어안으며 키스를 받아들였다. 미애 년의 입술에서 입술을 떼어낸 나는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몇 십 분만 견뎌. 나도 저 위에 있을 거고, 결국에는 경찰들도 올 거니까.”

“뭐야, 그 무책임한 소리는~?”

미애 년은 날카로운 눈매로 나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만 가보라는 손짓을 해보였다. 작게 고개를 끄덕인 나는 폐목장 뒤에 있는 산등성이를 올라가기 시작했다.
비탈 위에 자리를 잡고 몸을 숨긴 나는 훤히 펼쳐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저 밑 폐목장에는 미애 년이 대기하고 있고, 훨씬 먼 저 곳에는 제니가 대기하고 있다. 왼쪽 저 너머의 우리 학교와 오른쪽 저 너머의 성낙고에서는 조만간 일진 새끼들이 지 죽을 무덤을 찾아 폐목장으로 몰려들겠지. 후후후……. 나는 비열한 미소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용석이 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무슨 일이야.>”

잠깐의 통화음 뒤에 핸드폰 저 편에서 용석이 놈의 둔탁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 기분 더러워지는 목소리를 듣는 것도 오늘로서 끝인 건가? 크크크…….

“엽~! 나 지금 정보원으로서 최선을 다 하기 위해 폐목장 뒤 산등성이에 짱 박혔어~. 여기서 몰래 상황 지켜보다가 혹시라도 니들 오기 전에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할게~.”

나의 그 가증스러운 목소리에 용석이 놈은 의외라는 투로 대답했다.

“<그래? 수고하네. 일 끝나면 내가 한 턱 쏘마.>”

…한 턱? 한 턱 쏘기는… 미친놈. 니 인생이나 쏴라. 나는 핸드폰에다 n유를 해보이며 통화를 끝냈다.

‘이제… 남은 건 동성이 놈 문제인가……? 길어봤자 한 3분만 통화하면 자연히 해결될 문제지.’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에는 동성이 놈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

-오후 4시 28분-
한진고 강당 안. 연극부를 책임지고 있는 국어 담당의 신수지 선생은 강당 무대에 걸터앉아 불만스런 얼굴로 자신의 세팅퍼머 머리를 더욱 심하게 꼬아댔다. 사실, 그녀는 지금 속으로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었다.

‘강우석, 이 새끼……! 믿고 보내줬더니, 그 길로 튀어?! 넌 토요일 날 두고 보자!’

다름 아닌 연극부 제자 강우석이 연극부 부회장인 홍경아를 만나고 난 뒤로 소식을 끊어버린 것이었다. 수지 선생은 이마에 힘줄을 돋운 채 유난히 뾰족한 송곳니로 자신의 아랫입술을 깨물며 속으로 분을 삭였다.

‘내가 너무 풀어줬어! 이참에 확실히 조져놔야 해! 정말 선생만 아니었으면 완전 반 죽여 놓는 건데……! 으으……!! 신수지, 정말 많이 죽었구나……!!’

수지 선생의 손가락에 휘어 감겨진 세팅퍼머 머리가 끊어질 듯 거세게 당겨진다. 살짝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수많은 연극부 제자들을 둘러보던 수지 선생은 그 와중에 무언가 꺼림칙한 느낌을 잡아냈다.

‘…강동성, 이 새끼도 안 보이네? 아주 뒤질라고…….’

수지 선생은 이를 빠득 갈며 생각했다. 목표를 정한 암표범마냥 사뿐히 몸을 일으킨 수지 선생은 자신의 타고난 육감을 따라 강당 구석구석을 파고들었다.

‘호오~! 어디 이 누님 레이더망을 피해 전화질이야~?!’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수지 선생은 강당 구석의 사각지대에 숨어 핸드폰으로 전화를 받고 있던 연극부 제자 동성이를 발견하고는 속으로 이죽거렸다.
학창시절에는 한 가닥 하는 날라리였던 수지 선생도 선생이 되고나서는 여느 선생들처럼 수업에 방해되는 모든 것들을 싫어하게 되었다. 특히 수지 선생의 경우에는 스스로가 선생으로서 자격도 부족하고 의지도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탓에 이를 커버하고자 더욱 그런 쪽으로 히스테리를 부리는 건지도 몰랐다.

“…강동성.”

수지 선생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동성이는 기겁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수지 선생을 바라보았다.

‘강동성. 현재까지 알려진 강우석의 가장 가까운 친구.’

생각이 거기에 미친 수지 선생은 잽싸게 동성이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아들었다.

“아,아니, 저……!”

당황한 얼굴로 소리치는 동성이를 밀쳐내며 핸드폰을 바라본 수지 선생은 액정 위에 찍힌 강우석의 이름을 똑똑히 확인했다.

“…강우석.”

핸드폰을 얼굴에 가져다 댄 수지 선생의 차가운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핸드폰 저 편에서는 강우석의 능청스러운 목소리가 태연하게 이어졌다.

“<…누구야~? 동성이 바꿔! 지금 안 튀면 늦는단 말이야~!>”

“…나, 니 부 담당 선생이다.”

그 냉혹한 수지 선생의 목소리가 있은 직후, 강우석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남겨진 것은 분노의 오오라를 풍기고 있는 수지 선생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동성이 뿐이었다.

-오후 4시 31분-
좃선일보 수원지부의 한 사무실 안에는 후줄근한 와이셔츠에 정장 바지를 입은 남자가 의자에 앉아 빈둥거리고 있었다. 안경을 쓴 남자의 얼굴 밑으로는 며칠째 깎지 않은 수염이 지저분하게 퍼져 있었다.

‘아… 쓰벌, 뭔가 하나 좀 터져줘야 하는데…….’

멍하니 사무실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하던 남자는 뜬금없이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의 수화기를 집어 들어 소리쳤다.

“옙! 사회부 김경락 기자입니다!”

그대로 잠시 수화기를 들고 있던 김경락 기자는 이내 수화기를 전화기에 팽개치듯 놓아버렸다.

“하아…….”

김경락 기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의 회사 메일을 열어보았다. 몇몇 스팸 메일과 초등학생들이 쓴 듯한 장난 메일. 그리고…

“…어헛?!”

순간, 김경락 기자의 눈이 먹잇감을 발견한 매의 눈처럼 빛났다. 김경락 기자는 안경을 들썩이며 익명으로 제보된 한 통의 메일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이거… 사실이라면 제법 말 좀 지어낼 수 있겠어……! ‘학생인가, 조폭인가? 학교를 넘나드는 일진의 실태’! 아니아니, ‘지역사회마저 붕괴시켜가는 학생의 탈을 쓴 조폭, 일진’!! 요즘 다들 학교폭력에는 민감해하니까……. 좋아!!’

김경락 기자는 얼른 자신의 낡은 수첩을 꺼내들어 무언가를 끄적대기 시작했다.

-오후 4시 43분-
폐목장 앞의 나무더미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던 미애는 어디선가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려보았다. 성낙고 뒷문 방향의 길이 아닌, 미애와 강우석이 올라왔던 길로 세 명의 남자애들이 접근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우석이가 알려준 방향이 아닌데……? …뭐, 상관없겠지.’

미애는 입가에 야시시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생각했다. 세 명의 남자애들 중에는 미애가 지난 금요일에 성낙고 앞에서 만난 스포츠머리 양아치 학생도 끼어있었다.

“…헉?! 뭐야……?!”

성낙고 3인방 중에 앞장을 서오던 석용이가 예상치도 못한 미애의 존재를 발견하고 놀라 소리쳤다.

“…한진고 년이잖아?”

석용이의 왼쪽 뒤에 있던 짧은 곱슬머리 양아치 학생이 미애를 바라보며 지껄였다. 잠시 뒤, 석용이의 오른쪽 뒤에 있던 스포츠머리 양아치 학생이 놀라 소리쳤다.

“그때 그년이다! 노석용! 쟤가 그때 그 맞짱 알려온 년이야!”

순간, 사각 뿔테안경을 번쩍이며 피식 썩소를 지어보인 석용이는 미애에게 다가서며 주절거렸다.

“니가 선전포고를 해온 그 애구나? 난 성낙고 일진 참모 노석용이라고 해.”

미애는 이게 무슨 병신인가 싶어 피식 헛웃음을 날리며 물었다.

“일찍 왔네? 나머지 애들은?”

“이제 곧 올 거야. 나는 참모로서 니들이 매복이라도 하고 있나 먼저 정찰 나온 거지. 후훗.”

석용이는 더욱 같잖은 표정으로 뿔테안경을 들썩이며 대답했다.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미애의 앞에서 폐목장 주변을 한 번 크게 둘러본 석용이는 제법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떠들었다.

“산에 나무들도 별로 우거지지 않고… 몇 십 명 숨어있을 곳은 없군!”

미애는 그런 석용이를 보며 왠지 모르게 골치가 아파져오는 것 같았다.

-오후 4시 46분-
철길 건널목 근처의 그늘에 앉아 MP3를 듣고 있던 제니는 아까 전에 자신과 미애와 강우석이 올라갔었던 길로 하나둘 몰려드는 남자애들을 보았다. 그들은 모두가 사복을 입고 있었지만, 저마다 각목과 쇠파이프를 손에 든 채로 흉흉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제니는 순간적으로 그들이 성낙고든 한진고든 어느 쪽의 일진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뭐,뭐지? 다른 길로 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얼른 그늘 속에 몸을 숨긴 제니는 이 일을 강우석에게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안절부절못했다. 오늘 하루 동안은 절대로 자기 핸드폰에 전화를 걸면 안 된다는 강우석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되겠다! 일단 미애 언니한테라도 알려야지!’

제니는 조심스레 핸드폰을 꺼내들어 미애에게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오후 4시 47분-
미애는 핸드폰을 들고서 제니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응. 나도 알아. 걱정 마.”

곧바로 전화를 끊는 미애. 성낙고 3인방은 그런 미애의 모습을 지켜보며 저마다 군침을 삼키고 있었다.

“저 씨발년, 꽤나 쓰게 생기지 않았냐? 낄낄…….”

짧은 곱슬머리 양아치 학생이 옆에 선 스포츠머리 양아치 학생의 어깨를 슬쩍 치며 조용히 히죽거렸다. 뜨거운 햇볕 아래 앉아있는 미애의 타이트한 교복블라우스가 그녀의 땀으로 조금씩 젖어들며 그녀의 속살을 음란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아~, 맞짱 아니면 확 따먹어버리는 건데……. 지금은 그때처럼 보는 사람도 없는데… 흐흐…….’

스포츠머리 양아치 학생은 바지 위로 부풀어 오른 자신의 자지를 살짝 문지르며 생각했다. 이루지 못한 것에 더욱 미련을 두는 것이 바로 사람의 마음 아니던가. 지난 금요일에 지켜보는 사람이 많아 미애를 그냥 놓아 보냈던 스포츠머리 양아치 학생은 미애의 색정적인 몸을 눈으로 즐기며 더욱 욕정에 사로잡혀갔다.

*

-오후 4시 50분-
나는 성낙고 뒷문 방향의 길이 아닌, 미애와 내가 올라왔던 길로 몰려드는 한 무리의 사내새끼들을 발견했다. 내가 놀란 눈으로 디카의 화면을 확대하여 살펴보니, 하나하나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아도 성낙고 일진들인 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나는 속으로 내뱉었다.

‘이런……! 지들 학교를 거쳐서 오는 게 아니었나?’

오늘 8교시까지 부 활동을 하는 우리 학교와 다르게 성낙고가 6교시로 수업을 끝마치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성낙고 일진들이 우리 학교 일진들보다 먼저 올 거라는 것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놈들이 학교나 그 근처에 모여 있다 몰려올 줄 알았다. 황당하게도… 아니, 정상적인 건가? 놈들은 저마다 집에 가서 옷까지 갈아입고 다시 모여든 것이었다.

‘…뭐, 그래도 이 정도 변수는 양호한 거지.’

나는 속으로 마음을 다지며 성낙고 일진들이 미애 년과 마주하기를 기다렸다.

*

-오후 4시 55분-
사복 차림으로 각목과 쇠파이프를 손에 든 성낙고 일진들이 폐목장 앞으로 들어섰다. 성낙고 일진들의 맨 앞에 선 기태에게로 촐랑촐랑 달려간 석용이가 지껄여댔다.

“형! 기다렸습니다! 제가 둘러보니 한진고 놈들이 매복 같은 건 안 한…”

기태는 왼쪽 눈썹 위에 새겨진 옅은 칼자국을 꿈틀거리며 석용이의 얼굴을 홱 밀쳐냈다. 미애에게로 곧장 다가간 기태는 딱히 누구에게 묻는 것이라고 할 수 없는 낮은 목소리를 냈다.

“…이 년은 뭐냐? 한진고 쪽에서 바치는 조공이냐?”

저 옆으로 대기하고 서있던 스포츠머리 양아치 학생이 얼른 기태의 말에 답했다.

“이년이 그때 저희들한테 맞짱 알려왔던 그년입니다.”

스포츠머리 양아치 학생을 슬쩍 바라본 기태는 이내 미애를 바라보며 징그럽게 히죽거렸다.

“제법 깡다구 있는 년일세~? 누구 깔따구냐?”

“그건 니가 알 필요 없을 텐데?”

미애는 차가운 웃음을 지어보이며 기태의 말을 받아쳤다. 어느덧 기태의 옆으로 다가선 대현이가 두꺼운 입술을 잔뜩 실룩거리며 미애에게 위협적으로 내뱉었다.

“이 씨발년이 겁대가리를 상실했나…”

“놔둬. 성깔부리는 꼬라지가 꽤나 삼삼한데, 뭘.”

대현이를 제지한 기태는 히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직 니네 새끼들은 안 온 거냐? 이거 뭐, 시간 약속을 좆 같이 아는 건가~?”

“걱정 마. 내가 연락하면 바로 오기로 했으니까.”

미애는 여전히 차가운 미소를 흘리며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미애는 성낙고 일진들의 음흉한 시선 속에서 더욱 도도하고 매력적인 몸짓으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나야. 지금 성낙고 새끼들 전부 도착한 것 같으니까, 와.”

그런 미애의 목소리는 한진고 일진 그 어느 누구도 아닌 제니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오후 4시 58분-
제니는 미애의 전화가 끝나자마자 공중전화로 달려갔다. 제니는 잽싸게 긴급통화 버튼을 누른 뒤, ‘112’를 눌렀다.

“…경찰이죠?! 큰일 났어요! 어떤 여고생 하나가 각목하고 쇠파이프 든 이상한 남자들한테 붙잡혀있어요!! 그대로 뒀다가는 아무래도 성폭행 당할 것 같아요!! …남자들이요? 한 2~30명쯤 되는 것 같았어요!!”

제니는 경찰의 계속되는 질문에도 불구하고, 강우석의 지시대로 전해야 할 말만 전하고서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제 내 임무는 끝났네~. 미애 언니, 별 일 없어야 할 텐데…….’

제니는 잠시 언덕 위를 바라보며 생각하고는 그대로 도망치듯 달려가 버렸다.

-오후 5시-
구 세면장 뒤편. 제각기 부 활동을 빠져나와 모여든 한진고 일진들을 둘러보며 용석이가 성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씨발, 아직까지도 안 모인 새끼는 뭐야?!”

그런 용석이에게로 다가선 2학년 남자 3짱 박항덕이 이를 으득 깨물며 낮게 내뱉었다.

“민석이하고 병희, 동성이는 중간에 선생들한테 붙들렸대. 지금 이 인원으로 가야 할 것 같아.”

“씨발……!”

용석이는 나지막이 욕을 내뱉었다. 그와 동시에 울려대는 용석이의 핸드폰. 용석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꺼내들자 액정 위에는 강우석의 이름이 나타났다.

“…뭐야. 성낙고 새끼들은 도착했냐?”

전화를 받아든 용석이는 차분하게 내뱉었지만, 핸드폰 너머에서는 작지만 정말 다급한 강우석의 목소리가 쏟아져들었다.

“<야야! 큰일이야!! 우리 학교 웬 년이 성낙고 새끼들한테 붙들려있어!! 미친 성낙고 새끼들, 니들 오기 전에 강제빵에 돌림빵까지 지대루 놓을 생각이야!!>”

“…뭐?!?!”

“<지금 빨리 와!! 니들 도착하는 즉시 나도 여기서 합류할…>”

버럭 소리를 지른 용석이는 뒤이어지는 강우석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서 핸드폰을 끊어버렸다. 용석이는 곧장 명길이와 항덕이를 비롯한 한진고 일진들을 향해 소리쳤다.

“씨발, 성낙고 새끼들이 우리 학교 여자애 하나 잡아다 씹창 내려고 한댄다! 뛰어, 이 새끼들아!!”

눈을 부릅뜬 한진고 일진들은 저마다 각목과 쇠파이프를 든 채로 용석이의 뒤를 따라 한진고 뒷문을 향해 달려갔다.

-오후 5시 4분-
미애는 기태의 손에 팔이 붙들린 채로 매섭게 소리쳤다.

“왜 이렇게 치근덕대?! 이거 놔!!”

일진 악녀다운 앙칼진 매력을 유감없이 뿜어내는 미애의 모습에 기태는 더욱 얼굴을 히죽거리며 지껄였다.

“씨발년아, 왜 아직도 안 오냐고~?! 우리도 바쁜 사람들이야~. 먼저 짱 뜨자 해놓고 이딴 식으로 약속을 안 지키면 우리도 섭하지~!”

“금방 올 거니까… 이,이 손 치워!!”

미애는 앙칼지게 저항하면서도 슬몃슬몃 약한 모습을 드러내 보이며 기태에게 자신의 색정적인 몸을 부벼댔다. 그런 미애의 온 몸을 눈으로 실컷 강간하던 기태는 땀에 젖어 더욱 몸에 달라붙은 미애의 교복블라우스 옆구리로 눈길을 향했다. 반투명화 된 교복블라우스 위로 드러난 미애의 맨 옆구리에는 브래지어의 모양새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년, 노브라잖아?!”

잠시 할 말을 잃고 있던 기태는 놀라움과 흥분이 뒤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놀란 표정을 지어보인 미애는 당황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아니야!! 그럴 리가 없잖아, 이 변태새끼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이년아!!”

왼쪽 눈썹 위의 칼자국을 더욱 흉측하게 일그러뜨리며 버럭 소리친 기태는 그대로 미애의 아담한 가슴을 꽈악 움켜쥐었다. 교복블라우스 한 겹만이 얇게 걸쳐진 미애의 노브라 가슴이 말랑말랑하게 느껴지자 기태는 콧김을 내뿜으며 소리쳤다.

“이 씨발년, 제대로 개걸레인데~?! 노브라 개년 같으니!! 어디 빤스도 안 입었는지 볼까~?!”

“하앙… 아,안돼!! 씨발……!!”

미애는 괴로운 표정으로 바락바락 소리치며 자신의 음란한 몸을 이리저리 뒤틀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성낙고 일진들은 하나같이 침을 흘리며 자신의 사타구니를 부풀리고 있었다.

“형! 그 개걸레 년, 확 돌려먹어버리죠? 그런 건방진 년은 확실히 혼을 내줘야죠~!”

스포츠머리 양아치 학생이 기다렸다는 듯이 히죽거리며 기태를 부추겼다. 기태는 미애의 초미니 교복치마 속에 손을 넣어 팬티를 젖히고 미애의 보지를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아아앗… 이…이 개새끼… 하아앙…”

“씨발년……! 완전 보지가 개보지인데~?! 이년, 진짜 흥분해서 젖고 있는 거 아냐~?!”

기태는 애액으로 젖어드는 미애의 질벽을 후벼대며 징그럽게 소리쳤다. 성낙고 일진들은 누구 하나 그런 기태를 말리지 않았다. 혹시나 기태의 뒤를 이어 자기들의 차례가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결과적으로, 그들의 차례는 돌아오지 않았다. 한진고 일진들을 이끌고 달려오던 용석이가 한창 미애의 가슴을 주무르며 보지를 쑤셔대고 있는 기태의 모습을 본 것이었다.

“…뭐, 이런 개 같은 새끼들이……!!”

기가 막힌다는 듯이 내뱉은 용석이는 기태를 비롯한 성낙고 일진들에게 말을 붙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크게 각목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씨발새끼들, 다 죽여 버려-!!”

그런 용석이의 뒤를 따라 나머지 한진고 일진들 역시 눈을 뒤집은 채로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씨발새끼들아!!”

“이야아아악!!”

싸움은 그렇게 잠깐의 여유도 없이 시작되고 말았다. 기태를 비롯한 성낙고 일진들은 곧바로 한진고 일진들에 맞서 달려들었다. 그 난장판 속에서 자연히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된 미애는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언덕 밑으로 도망쳐 내려갔다.

*

‘아싸, 그래!! 다 죽어라!! 낄낄낄~!!’

나는 속으로 미친 듯이 웃어댔다. 이보다 더 유쾌한 장면이 어디 있으랴?! 나와는 상관도 없는 다른 학교 일진들과 내 앞길에 방해만 되어온 우리 학교 일진들이 서로 치고 박고 싸우며 피를 터뜨려대는 모습……!! 완전 명장면인데?! 크크크…크하하핫……!!

‘짭새들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나도 빨리 내려가서 겉치레 좀 해야 하는데~. 크크크…….’

나는 미애 년이 도망쳐 내려간 길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미애 년은 무사히 도망친 듯, 이제 그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다.

‘…오호?! 좋아~!!’

나는 그 길을 따라 저 멀리 불빛을 번쩍거리며 올라오는 경찰 봉고차의 모습을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슬슬 내가 출연해야 할 시간인가? 주인공은 원래 늦는 법이라구. 크크크……. 나는 디카를 바지주머니 깊숙이 쑤셔 넣고서 크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는 마침내 괴성을 지르며 산등성이를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야아아아아아!! 이 개새끼들아!!”

‘투욱- 쿵!’

무언가에 걸려 한두 바퀴 구르고 산에서 내려온 나는 아파 죽을 것 같은 무릎을 움켜쥔 채로 난장판이 된 싸움판을 잽싸게 둘러보았다. 명길이 새끼가 성낙고 2짱 이대현으로 추정되는 놈의 쇠파이프에 맞아 나뒹굴고 있었고, 용석이 놈이 부웅 날아올라 성낙고 일진 둘을 걷어차고 있었다.

‘내가 잡을 수 있는 놈은… 하나 있군.’

나는 씨익 웃으며 생각했다. 저 편의 먼지구름 속에서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손가락을 휘둘러 작전 지시를 떠들어대고 있는 듯한 사각 뿔테안경 좆병신 새끼……. 노석용이랬던가?

“석용아, 나랑 같이 가자-!!”

“…히에엑!!”

벼락 같이 소리치며 달려드는 내 모습을 본 사각 뿔테안경 새끼가 괴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뻐억-!!’

내 주먹질 한 방으로 나동그라지는 사각 뿔테안경 새끼. 정말 제대로 좆병신이군.

‘부웅-!’

그 순간, 내 머리통 위로 각목 하나가 시원스레 휘둘러졌다. 헐!! 죽을 뻔 했잖아!! 피하고 도망 다니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나였으니 망정이지……!

“이,이봐! 나는 별로 싸우고 싶은 생각이…”

“아가리 싸물어, 새끼야!!”

나의 호의적인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유종준 새끼가 다시 한 번 내 옆으로 각목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니미……!! 나는 날렵한 몸짓으로 종준이 새끼의 각목질을 피해 옆으로 나뒹굴었다.

‘이,이런……!! 이러다가 먼저 뒈지겠다!!’

위기를 느낀 나는 언덕을 내려가는 길을 향해 필사적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들과 마주칠 수 있었다.

“꼼짝 마!! 손들어!!”

경찰 둘이 나에게 권총을 겨누며 소리쳤다. 나는 대범하게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소리쳤다.

“쏘지 마세요!!”

경찰들은 시멘트 포장도로가 끝나는 곳에 봉고를 세워두고 오느라 늦어진 것 같다. 방검복을 입은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반 대머리 형사가 하늘을 향해 권총을 들어올리는 것이 보였다.

‘타앙-!!’

난생 처음 들어보는 공포탄 소리가 내 고막을 찢을 듯 했다. 한창 신나게 두들겨 맞고 두들겨 패던 일진 놈들이 그 순간 거짓말처럼 우뚝 멈춰서더니, 이내 입을 모아 소리쳤다.

“짭새다!!”

“튀어!!!”

…그래. 나도 늘 생각했다구. 봉고를 놔두고 온 덕에 아무도 사이렌 소리 못 듣고, 아무도 미리 못 도망쳤잖아. 이래서 경찰 새끼들도 학습이 필요하다니까. 낄낄…….
절뚝거리며 도망치던 용석이 놈이 형사들에게 붙들리는 모습.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미친놈마냥 소리치던 명길이 새끼가 어느 형사가 휘두른 야구배트에 팔을 맞고 나자빠지는 모습. 산비탈을 기어오르며 도망치는 항덕이 놈의 모습. 나처럼 바로 투항해버린 사각 뿔테안경 새끼의 모습. 이렇게 저렇게 붙들려가는 성낙고 일진 새끼들의 모습. 난장판 속에 뛰어든 어느 후줄근한 아저씨가 자신을 좃선일보 사회부 김경락 기자라고 외치는 모습……. 나는 수갑이 뒤로 채워져 끌려가는 와중에도 그 모습들을 바라보며 속으로 키득거렸다.
이건… 나의 승리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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