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살인자
하늘로 치솟던 피가 멎어들자 예린을 손을 떨기 시작했다. 피에 젖은 손. 손뿐만이 아니다. 팔도 옷도 아마도 얼굴도. 온통 피에 물들어있었다. 찢어진 손의 통증이 뒤늦게 몰려왔다. 아찔한 현기증이 밀려왔다. 내가 뭘 했지? 살인? 고개가 천천히 내려갔다. 빌어처먹어도 시원치 않을 현석이 눈을 감은 대신, 목을 조금 열고있다. 저 조그만 구멍으로 그 피보라가 쏟아져 나왔나보다. 떨리는 고개를 간신히 돌려 성태를 바라보았다. 경악과 공포를 담은 성태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린, 들어가. 성태가 명령했다. 린은 예린의 속으로 들어가 그녀의 마음을 훑었다. 아직 완전히 찢어지지 않은 마음이 린의 작업을 도왔다. 조각이 맞춰지고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성태의 머릿속에 그 이야기가 전해졌다.
“어… 이건…”
예린이 입을 들썩였다. 뭐라고 말해야하지?
“너를… 지키려고...”
예린은 자신의 표정을 예상할 수 없었다. 자신이 해야할 행동도 찾지 못했다. 성태가 표정을 굳혔다. 뭔가를 결심한 표정. 성태의 손이 예린을 향해 뻗어왔다. 예린은 겁에 질려 움찔했지만, 성태의 손은 비난을 담은 것이 아니었다. 예린의 두손을 잡고 그것을 내려다본다. 지진이라도 난 것 처럼 떨리는 성태의 두눈이 눈물을 담는다. 상처난 예린의 손을 성태는 자신의 얼굴에 가져갔다. 예린은 성태의 눈물이 참 쓰라리다고 생각했다. 성태의 얼굴이 예린의 손때문에 조금씩 붉게 물들었다. 피, 더러워, 성태야. 예린이 살짝 손을 빼려했지만 성태는 놔 주지 않았다.
광기 어린 섹스와 싸움 끝에 몰려온 후회는 예린의 마음속을 헤집어 반죽을 시작한다. 곧 반죽 덩어리는 형태를 갖추다가 기어이 설움이 된다. 예린이 어깨들 천천히 들썩이다 울음을 터트렸다. 아이처럼 아무 필터 없이 그저 서럽게 울었다. 성태가 손을 놓고 천천히 예린을 안아주었다. 예린은 성태의 가슴 속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었다. 한참을 울다보니 마음이 좀 진정되었다. 그제서야 성태의 체온이 얼굴에 느껴지는 것을 깨달으며 부끄러워했지만 그에게서 떨어지지는 않았다.
“일단 교실로 돌아가자.”
성태가 손을 잡고 먼저 일어나 예린을 일으켰다. 예린은 간신히 일어섰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다. 몇번을 비틀거리자 성태가 바짝 붙어 부축해주었다. 교실에 들어온 두 사람을 학교 안의 모든 사람이 싸늘하게 바라로고 있었다. 예린은 바짝 위축되며 성태에게 더 힘을 줘 달라붙었다. 무표정한 성태의 얼굴이 늠름하게 보였다. 이번에는 니가 나를 지켜주고 있어. 공포 속에 얇은 동아줄이 내려왔다. 성태였다. 예린은 필사적으로 동아줄을 쥐었다. 교실에 들어와 성태가 자신의 옆자리에 예린을 앉히자 예린은 불안을 느끼며 필사적으로 성태에게 들러붙으려 했다. 성태는 차분히, 끈기있게, 그리고 다정히 예린을 다시 자리에 앉혔다.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성태는 자신의 자리에 걸쳐둔 옷을 입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머리를 당겨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해주었다. 공포가 조금 가라 앉았다.
그때 성태와 예린을 싸늘하게 바라보던 아이들이 천천히 모여들었다. 살인자를 내려다보는 차가운 시선에 예린은 꿀꺽 침을 삼켰다. 나는 또 후회할 짓을 했어. 예린은 생각했다. 정말 그런건가? 덕분에 성태를 지킬 수 있었어. 예린이 성태를 바라보았다. 성태가 시선을 맞추며 자신의 머리를 다시 쓰다듬어 주었다. 마음이 따듯해졌다. 잘했어. 잘 한거야. 그때 또 다른 자신의 마음이 비난했다. 지독한 년! 좋아하는 남자에게 교태 좀 부리자고 사람을 죽여? 넌 또 살인을 했어. 갈팡질팡하는 마음에 예린이 두통을 느꼈다. 미칠 것 같았다. 모여들던 아이들은 어느새 성태와 예린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모여있었다.
“피아노…”
한 아이가 중얼거리 듯 말했다. 예린의 몸이 벌벌 떨려왔다. 전염이라도 되듯 아이들의 입에서 그 단어가 쏟아졌다.
“피아노! 피아노!”
수십명의 아이들이 피아노를 외쳤다. 예린은 겁에 질려 눈물을 흘렸다. 피아노, 피아노! 아이들의 입에서 그 단어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또 죽였어!”
“살인자!”
“죽였어, 두명이나 죽였어!”
“아빠를 죽였어!”
“죽었으면 좋겠다고 했어!”
***
세상이 흑백으로 변했다. 눈 앞에 교수대가 어른거렸다. 차가운 회색 빛깔 노끈이 튼튼하게 매듭지어진 채 흔들림 없이 누군가를 기다렸다. 예린의 목에 끈이 걸린다. 땅바닥이 조금씩 무너졌다. 바닥이 모두 무너지면 마침내 자신의 목은 매일 것이다. 고개를 돌리자 성태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없고 세상은 어두웠다.
거대한 스크린에 불이 들어왔다. 열살 소녀가 예쁜 드레스를 입고있다. 콩쿨에 입고갈 드레스다. 아빠에게 예쁘게 보이려고 마음껏 단장한다. 아빠는 콩쿨에 갈 수가없다. 회사일이 너무 바쁘다. 마침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업체를 노리는 하이에나가 등장했다. 아빠는 안타까운 마음에 소녀의 이마에 입을 맞춰준다.
“아빠가 정말 미안해. 응? 울지말고.”
“아빠한테 보여주려고 연습 많이 했는데.”
소녀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했다.
“다음에는 꼭 보러갈게. 약속.”
소녀가 기어이 울음을 터트렸다.
“저번에도 그랬잖아! 그래놓고 또 안오잖아. 아빠는 예린이 싫어해!”
“아니야, 아빠가 예린이 얼마나 사랑하는데.”
“아빠 같은거 죽었으면 좋겠어.”
소녀는 결국 엄마에게 혼이 났다. 애 너무 혼내지 말아요, 내가 잘못한건데. 아빠의 말에 엄마가 머리를 절래절래 흔든다. 당신은 애한테 너무 물러. 심통난다고 못된 말 하는 습관이라도 들면 어쩔거에요. 아빠는 엄마에게도 물렀다. 쩔쩔매는 웃음을 지으며 현관문을 열었다. 한걸음 걸을 때마다 애타게 손을 흔들었지만 소녀는 뒤돌아서서 보지않는다. 아빠는 큰일이군, 올 때 선물이라도 사와야겠어라고 다짐한다.
소녀는 시무룩하게 집에 돌아오는 차를 타고 있다. 연주는 신통치 않았다. 콩쿨 성적은 별로 였다. 아빠만 왔으면 엄청 잘했을텐데. 소녀의 마음에는 아직 앙금이 남아있다. 엄마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게, 아빠가 왔으면 엄청 잘쳤을건데. 그때 휴대폰이 울린다. 전화를 받은 엄마의 안색이 새하얘진다. 아빠가 탄 차가 사고가 났다. 집안 구석구석에 쌓아둔 천금으로도 아빠는 살아날 수 없었다. 즉사였다.
소녀는 울었다. 내가 죽으라고 해서, 죽었어.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아빠 살려주세요. 어른들은 고개를 흔들며 소녀를 안아주었다. 어른들의 품에서 소녀는 생각했다. 내가 죽으라고 해서, 죽었어.
메스미디어는 재벌가의 사망 소식에 쉴 새 없이 수다를 떨었다. 전파로된 혓바닥은 날카로웠다. 단순 사고가 분명한데도 경쟁 업체가 사주한 암살설을 떠들어 댔다. 마침 자동차에 실려있던 딸아이를 위한 곰인형은 이슈가 되었다. 재벌가의 부성을 조명하며 연신 감동적인 음악을 흘려보냈다. 대재벌 2세 L사장, 그도 아버지였다. 대중은 열광했다. 단순 이익을 위한 인수합병은 외국계 회사에게 국가의 노하우를 蛋誰?않기 위한 사투로 재조명되었다. 우습게도 소녀의 마음을 갉아먹은 이미지가 힘을 키울 수록 소녀는 더 부잣집에서 살게 되었다. 기가 막힌 생명보험금이었다.
소녀는 자랐다.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나 때문은 아니었지. 그렇게 생각했다. 가끔 마음이 속삭였다. 정말 그래? 소녀는 대답할 수 없었다.
문자가 왔다. 별 생각없이 소녀의 손이 자판을 두들겼다. 소녀가 간절히 품은 욕망이 단 한단어로 압축되었다. [시간]. 소녀는 시간을 뒤로 돌릴 수 있게 되었다. 5초. 노력하자 레벨이 올랐다. 10초. 얼마나 노력하면 6년을 되돌릴 수 있을까? 알 수 없지만 소녀는 노력했다. 그게 운명이라면 아빠의 죽음을 억지로 막고싶지는 않았다. 대신 자신이 할 수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아빠에게 잘 다녀오세요라고 인사하고 싶었다. 아빠가 흔드는 손에 마주 손 흔들어주고 싶었다. 그렇게 마지막 배웅을 하고 싶었다.
예린은 스크린을 바라보며 울었다. 울고 또 울었는데도 눈물은 계속 나왔다. 열살 소녀로 변한 예린은 벌벌 떨며 빌었다.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예린의 목을 감싼 노끈은 자비가 없었다. 천천히 예린의 목을 조여왔다. 숨을 쉴 수 없어 컥컥 거릴 때 성태가 나타났다. 흑백의 세상에서 성태는 홀로 제 빛깔을 간직하고 있었다. 성태가 손을 뻗어 노끈을 잡아 뜯었다. 예린은 아래로 떨어져 성태의 품에 안겼다.
***
“그랬구나.”
성태가 중얼거렸다. 예린의 몸을 깔고 뱀처럼 그녀의 목을 핥았다.
“예린이가 아빠를 죽였네?”
예린은 몸을 벌벌 떨었다.
“잘못했어요.”
예린의 마음은 어느새 열살 소녀로 돌아가있었다. 겁에 질려 현실을 회피하며 눈을 꼭 감고있었다. 성태는 집요하다.
“예린이가 그런 말만 안했으면 좋았을텐데.”
“잘못했어요.”
울음 섞인 목소리. 예린이 칭얼거렸다.
“용서해주세요.”
“안돼.”
성태는 냉정하게 말했다.
“예린이가 나쁜 짓을 했으니까 혼나야지.”
부풀어오른 자신의 자지를 그녀의 보지에 문질렀다. 그 감각에 예린은 고통을 느꼈다. 성태가 예린의 팬티를 벗겼다. 젖어있었지만 애액같이 질척한 것은 아니었다. 온몸에 흐르는 식은땀이 스며있었다.
“나쁜 아이는 혼나야해.”
자지를 밀어넣었다.
“꺄악!”
찢어지는 비명이 교실을 가로질렀다. 성태는 펌프질을 시작했다. 허리가 들썩일 때마다 예린이 고통에 찬 신음을 흘렸다. 아파, 아파, 너무 아파. 통증에 다리를 버둥거렸다.
“싫어! 너무 아파! 용서해주세요!”
“예린이는 지옥에 가야겠다.”
성태가 낄낄거리며 허리를 놀렸다. 예린은 엉엉 울며 엄마를 부르짖었다. 고통에 가득찬 예린의 얼굴이 좌우로 흔들렸다. 성태는 새로운 쾌락에 키득거렸다. 아 재밌다.
질펀하게 정액을 쏟아내고 자지를 그녀의 얼굴에 들이밀었다. 입을 꾹 다물고 완강히 저항하자 손가락 집게로 코를 막는다. 공기를 찾아 그녀의 입이 벌어지자 그속을 성태의 자지가 매웠다. 애린이 이를 세워 저항하려하자 성태가 말했다.
“그걸 깨물면 내가 죽을텐데. 또 사람을 죽일 작정이야?”
예린의 몸이 얼어붙었다. 성태의 움직임은 멈춤이 없었다. 끈적한 악의가 예린의 식도를 타고 흘렀다. 자지가 뽑혀 나가자 예린이 미친듯 기침을 했다. 바닥 위를 꿈틀거렸다. 성태가 예린의 머리끄댕이를 잡고 들어올렸다. 서로의 시선이 마주쳤다. 겁에 질린 시선과 욕망에 물든 시선이 얽힌다.
“예린이는 나쁜 짓 많이 했으니까 더 혼나야지?”
“잘 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용서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몰라요.”
훌쩍이며 예린이 말했다. 성태는 예린의 마음을 간질었다. 노예가 되면 되지. 노예? 그게 뭔데? 주인님이 시키는건 다 하는 사람. 주인님이 누군데? 성태.
“노예 할거야?”
“잘 모르겠어…”
“그럼 계속 혼나야겠네.”
“할게요. 혼내지마세요. 노예 할게요.”
예린이 개처럼 엎드리며 엉덩이를 들었다. 겁에 질린 표정으로 돌아보며 엉덩이를 교태롭게 흔들었다. 노예적인 순종을 바라보며 성태는 웃었다. 그녀의 항문을 찔렀다. 찢어지는 듯한 통증에 비명을 질렀다. 성태는 노예에게 포상을 내리며 조금씩 그녀의 흥분도를 높였다. 흥분을 양분 삼아 예린의 마음이 성장했다. 한 살, 한 살 커져가던 예린의 마음은 마침내 열어섯 소녀인 현재로 돌아왔다. 헐떡임이 커지고 미친듯 허리를 움직였다. 소리의 향연이 일어났다. 블라우스와 스커트가 스치며 사락거리고, 살과 살이 부딪히며 찰팍거리고, 벌어진 입에선 공기가 헐떡거리고, 보지와 자리는 질퍽거렸다. 가끔은 공기가 새어나오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쏟아져내리는 소리의 은하수 속에서 성태는 사정을 했다. 예린은 당장이라도 고장날 듯이 경련을 하다 마침내 수명이 다한 인형처럼 바로 기절했다.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고통과 공포로 가득 찬 강간을 하셨습니다. 타인의 아픔을 헤집어 상처를 주고 그것을 발판 삼아 행한 섹스는 최악의 행위입니다. 유무선 조종 스킬로 죄책감을 조종하기 쉬워집니다.
이예린을 노예로 얻으셨습니다.
레벨이 40이 되셨습니다. 이제 마음을 살필 때, 대상이 가진 히스토리를 읽을 수 있습니다. 대상이 가진 힘의 정도에따라 정보의 상세도는 차이가 납니다.
학교를 점령하셨습니다. 점령지에서는 점령자의 모든 능력이 크게 상승됩니다.
학교는 배움의 터전입니다. 학교에 있는 동안 점령자와 점령자의 노예들은 능력이 조금씩 상승합니다. 학교에 입학하거나 전입 오게 되면 자동으로 점령자의 노예가 됩니다.]
***
예린이 깨어난 곳은 양호실이었다. 손은 어느 정도 치료 돼있었지만 더러운 꼴은 여전했다. 발을 놀려 화장실로 간디 손과 팔을 씻고 세수를 했다. 철저하게 농락당했군. 세수를 하며 생각했다. 머리를 가다듬는다. 옷은 어쩔 수 없지만 눈에 보이는 부분은 대충 씻어냈다.
교실로 향하며 마음을 정리했다. 놀랍게도 노예가 된 자신을 완전히 납득하고 있었다. 가슴 속에 굳건히 자리잡은 충성심과 복종심이 낯설지도, 어색하지도 않았다. 모든 것이 순조롭고 자연스러웠다.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 같지도 않았다. 우습게 여겨졌다. 그 지독했던 시간이 별거아니게 느껴졌다. 자존감이 무너지거나 어딘가가 망가진 것도 아니었다. 공기를 마셔야 산다, 물체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그런 것처럼 성태는 자신의 주인이며, 주인님을 위해 모든 것을 한다는 자연법칙 하나가 더 새겨진 것 뿐이었다. 놀라운 능력이었다. 완전히 졌군. 예린은 패배를 시인했다.
교실을 들어가니 한창 수업중이었다. 학생도 선생도 모두 주인의 노예였다. 예린은 아까의 사건들이 이 학교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에 조금 안심하며 자리로 걸어갔다.
“아니지, 이쪽으로 와.”
성태가 씨익 웃으며 자신의 옆자리를 바라봤다. 옆자리의 학생은 자연스럽게 일어나 예린의 자리로 가 앉았다. 예린은 표정을 덤덤하게 하려 애쓰며 그 자리로 가 앉았다. 거부해서 뭐 하겠어. 그런 생각을 했다.
“친구끼리 만났는데 ‘인사’라도 해야하나? ‘인사’하는 걸 마음에 들어하던데.”
예린이 얼굴을 붉혔다. 마음을 진정 시키려 애쓴다.
“그냥 세뇌 당한 너에게 맞춰줬을 뿐이야.”
“잊지말아줬으면 좋겠군. 내가 마음을 본다는 사실을 말이야.”
마음을 진정 시킬 수가 없었다. 예린은 투덜거렸다. 불공평해.
“그야 주인님과 노예 사이니 공평할 순 없지.”
“멋대로 마음을 읽는 건 좀 그만둬 주지않겠어? 악취미야.”
“그냥 부끄럽다고 말해.”
“정말 악취미야.”
붉어진 얼굴을 되돌릴 기회가 없었다.
그때 교실문이 열렸다.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얼어붙은 표정으로 걸어들어왔다. 예린은 깨달았다. 저 여자 속에 그 린이라는 악마가 들어가있군. 린은 여성을 조종하며 교실 앞에 세웠다. 몸은 조종했지만 마음은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여성은 자신의 행동에 당황하고 겁에 질려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선생님, 그 여자는 우리 학교 학생이었군요. 기억에 있는 얼굴입니까?”
“글쎄요, 요즘은 통 가물가물한 경우가 많아서.”
“김지윤이라는 여자군요. 지금은 스물 두살의 대학생입니다.”
“아, 지윤이. 알 것 같군요. 소위 말하는 좀 노는 학생이었습니다만. 어떻게 데리고 오신거죠?”
“우리 학교를 들어왔더군요. 선생이 되고 싶은 모양입니다만 예전 버릇을 못버리고 제법 놀아제끼고 있군요. ㅁㅁ대학에 다니고 있네요. 학교는 좋군요. 이건 좀 재밌는 이야기입니다만 그 사람은 이 학교에서 첫 섹스를 했군요. 댄스 동아리 선배와 했었네요. 동아리 선배가 바람둥이라 금방 헤어졌습니다만 섹스라는 행위는 마음에 들었나봅니다. 여러 남자와 가볍게 교제를 하며 제법 섹스 경험을 많이 했군요. 대학에 들어가고는 참한 여자인 척 연기하며 같은 학교 3학년 선배와 사귀고있네요. 그래도 남자가 고플 때는 가끔 클럽에가 원나잇을 즐기네요. 이 여자의 시점으로 봤을 때는 남자친구는 까맣게 모르고있군요.”
“나쁜 사람이군요.”
“이건 교사로서 벌을 좀 주셔야겠는데요.”
성태의 말에 선생이 웃으며 자신의 자지를 꺼냈다. 린이 재빨리 여자의 몸을 빠져나왔다.
‘주인 말고는 아무하고도 하고 싶지 않아!’
네 몸도 아니잖아.
‘어쨌든!’
린이 빽 소리를 질렀다. 성태는 키득거렸다. 린이 빠져나가 자유로워진 여자가 히익 하고 소리지르며 교실을 빠져나갔다. 아이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교내에서는 수신기 설치 여부와 상관없이 사람을 얼마든지 조종할 수 있었다. 성태는 다시 여자의 입을 다물게하고 교실로 돌아오게 했다. 선생은 웃으며 그녀의 치마를 걷어내고 팬티를 내렸다. 유부남의 능숙함이 그녀를 침범했다. 스테미너는 좋지 못했다. 삼분쯤 허리를 흔들자 정액을 찍 토해냈다. 머쓱해하며 선생이 머리를 긁적이자 교실이 다시 한번 폭소에 휩쌓였다.
이번에는 여자를 움직여 교실 중앙으로 옮겼다. 여자의 걸음으로 가로 세로 세걸음씩 범위를 정했다. 넌 이만큼만 움직일 수 있어. 소리지르는 것도 이제 자유. 여자는 자유로워지자마자 살려주세요 하고 소리지르며 도망가려했지만 딱 세걸음을 넘기자 더 나갈수가 없었다. 다들 마음 껏 즐겨. 남학생들이 게걸스럽게 달려들었다. 여자가 핸드폰을 집었다. 터치가 맘대로 되지않는다. 떨리는 손가락은 엉뚱한 어플을 자꾸 집었다. 이제 그 마저도 할 수 없게 되었다. 한 남학생이 핸드폰을 曇底 여자의 범위를 넘어선 곳으로 집어던졌다. 몇명이 여자의 팔다리를 잡았다. 한 녀석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여자를 바라보며 보지를 찔렀다. 뒤이어 다른 녀석이 그녀의 똥꼬를 세차게 찔렀다. 여자의 입에서 신음과 비명이 뒤범벅이 된 무언가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앞뒤에서 찔러대는 터라 쉴새없이 흔들리는 가슴으로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악취미야.”
성태에게 시선을 향하던 예린이 가볍게 움찔 했다. 성태는 예린을 바라보며 자지를 세우고있었다.
“물론 악취미지. 너는 악취미를 도와야 하는 처지고.”
“네가 시킨다면, 어쩔 수 없지.”
예린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팬티를 바닥에 툭 벗어 던지고 스커트를 양손으로 잡아 올리며 성태에게 올라탔다. 성태는 예린의 마음이 기대와 흥분으로 일렁거리는 것을 보았다. 성태는 낄낄 웃으며 예린과 섹스를 시작했다.
***
작가의 말
불금이네요. 뭐 저는 토요일에 쉬어본 적이 없습니다만...
[email protected]
하늘로 치솟던 피가 멎어들자 예린을 손을 떨기 시작했다. 피에 젖은 손. 손뿐만이 아니다. 팔도 옷도 아마도 얼굴도. 온통 피에 물들어있었다. 찢어진 손의 통증이 뒤늦게 몰려왔다. 아찔한 현기증이 밀려왔다. 내가 뭘 했지? 살인? 고개가 천천히 내려갔다. 빌어처먹어도 시원치 않을 현석이 눈을 감은 대신, 목을 조금 열고있다. 저 조그만 구멍으로 그 피보라가 쏟아져 나왔나보다. 떨리는 고개를 간신히 돌려 성태를 바라보았다. 경악과 공포를 담은 성태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린, 들어가. 성태가 명령했다. 린은 예린의 속으로 들어가 그녀의 마음을 훑었다. 아직 완전히 찢어지지 않은 마음이 린의 작업을 도왔다. 조각이 맞춰지고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성태의 머릿속에 그 이야기가 전해졌다.
“어… 이건…”
예린이 입을 들썩였다. 뭐라고 말해야하지?
“너를… 지키려고...”
예린은 자신의 표정을 예상할 수 없었다. 자신이 해야할 행동도 찾지 못했다. 성태가 표정을 굳혔다. 뭔가를 결심한 표정. 성태의 손이 예린을 향해 뻗어왔다. 예린은 겁에 질려 움찔했지만, 성태의 손은 비난을 담은 것이 아니었다. 예린의 두손을 잡고 그것을 내려다본다. 지진이라도 난 것 처럼 떨리는 성태의 두눈이 눈물을 담는다. 상처난 예린의 손을 성태는 자신의 얼굴에 가져갔다. 예린은 성태의 눈물이 참 쓰라리다고 생각했다. 성태의 얼굴이 예린의 손때문에 조금씩 붉게 물들었다. 피, 더러워, 성태야. 예린이 살짝 손을 빼려했지만 성태는 놔 주지 않았다.
광기 어린 섹스와 싸움 끝에 몰려온 후회는 예린의 마음속을 헤집어 반죽을 시작한다. 곧 반죽 덩어리는 형태를 갖추다가 기어이 설움이 된다. 예린이 어깨들 천천히 들썩이다 울음을 터트렸다. 아이처럼 아무 필터 없이 그저 서럽게 울었다. 성태가 손을 놓고 천천히 예린을 안아주었다. 예린은 성태의 가슴 속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었다. 한참을 울다보니 마음이 좀 진정되었다. 그제서야 성태의 체온이 얼굴에 느껴지는 것을 깨달으며 부끄러워했지만 그에게서 떨어지지는 않았다.
“일단 교실로 돌아가자.”
성태가 손을 잡고 먼저 일어나 예린을 일으켰다. 예린은 간신히 일어섰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다. 몇번을 비틀거리자 성태가 바짝 붙어 부축해주었다. 교실에 들어온 두 사람을 학교 안의 모든 사람이 싸늘하게 바라로고 있었다. 예린은 바짝 위축되며 성태에게 더 힘을 줘 달라붙었다. 무표정한 성태의 얼굴이 늠름하게 보였다. 이번에는 니가 나를 지켜주고 있어. 공포 속에 얇은 동아줄이 내려왔다. 성태였다. 예린은 필사적으로 동아줄을 쥐었다. 교실에 들어와 성태가 자신의 옆자리에 예린을 앉히자 예린은 불안을 느끼며 필사적으로 성태에게 들러붙으려 했다. 성태는 차분히, 끈기있게, 그리고 다정히 예린을 다시 자리에 앉혔다.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성태는 자신의 자리에 걸쳐둔 옷을 입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머리를 당겨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해주었다. 공포가 조금 가라 앉았다.
그때 성태와 예린을 싸늘하게 바라보던 아이들이 천천히 모여들었다. 살인자를 내려다보는 차가운 시선에 예린은 꿀꺽 침을 삼켰다. 나는 또 후회할 짓을 했어. 예린은 생각했다. 정말 그런건가? 덕분에 성태를 지킬 수 있었어. 예린이 성태를 바라보았다. 성태가 시선을 맞추며 자신의 머리를 다시 쓰다듬어 주었다. 마음이 따듯해졌다. 잘했어. 잘 한거야. 그때 또 다른 자신의 마음이 비난했다. 지독한 년! 좋아하는 남자에게 교태 좀 부리자고 사람을 죽여? 넌 또 살인을 했어. 갈팡질팡하는 마음에 예린이 두통을 느꼈다. 미칠 것 같았다. 모여들던 아이들은 어느새 성태와 예린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모여있었다.
“피아노…”
한 아이가 중얼거리 듯 말했다. 예린의 몸이 벌벌 떨려왔다. 전염이라도 되듯 아이들의 입에서 그 단어가 쏟아졌다.
“피아노! 피아노!”
수십명의 아이들이 피아노를 외쳤다. 예린은 겁에 질려 눈물을 흘렸다. 피아노, 피아노! 아이들의 입에서 그 단어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또 죽였어!”
“살인자!”
“죽였어, 두명이나 죽였어!”
“아빠를 죽였어!”
“죽었으면 좋겠다고 했어!”
***
세상이 흑백으로 변했다. 눈 앞에 교수대가 어른거렸다. 차가운 회색 빛깔 노끈이 튼튼하게 매듭지어진 채 흔들림 없이 누군가를 기다렸다. 예린의 목에 끈이 걸린다. 땅바닥이 조금씩 무너졌다. 바닥이 모두 무너지면 마침내 자신의 목은 매일 것이다. 고개를 돌리자 성태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없고 세상은 어두웠다.
거대한 스크린에 불이 들어왔다. 열살 소녀가 예쁜 드레스를 입고있다. 콩쿨에 입고갈 드레스다. 아빠에게 예쁘게 보이려고 마음껏 단장한다. 아빠는 콩쿨에 갈 수가없다. 회사일이 너무 바쁘다. 마침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업체를 노리는 하이에나가 등장했다. 아빠는 안타까운 마음에 소녀의 이마에 입을 맞춰준다.
“아빠가 정말 미안해. 응? 울지말고.”
“아빠한테 보여주려고 연습 많이 했는데.”
소녀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했다.
“다음에는 꼭 보러갈게. 약속.”
소녀가 기어이 울음을 터트렸다.
“저번에도 그랬잖아! 그래놓고 또 안오잖아. 아빠는 예린이 싫어해!”
“아니야, 아빠가 예린이 얼마나 사랑하는데.”
“아빠 같은거 죽었으면 좋겠어.”
소녀는 결국 엄마에게 혼이 났다. 애 너무 혼내지 말아요, 내가 잘못한건데. 아빠의 말에 엄마가 머리를 절래절래 흔든다. 당신은 애한테 너무 물러. 심통난다고 못된 말 하는 습관이라도 들면 어쩔거에요. 아빠는 엄마에게도 물렀다. 쩔쩔매는 웃음을 지으며 현관문을 열었다. 한걸음 걸을 때마다 애타게 손을 흔들었지만 소녀는 뒤돌아서서 보지않는다. 아빠는 큰일이군, 올 때 선물이라도 사와야겠어라고 다짐한다.
소녀는 시무룩하게 집에 돌아오는 차를 타고 있다. 연주는 신통치 않았다. 콩쿨 성적은 별로 였다. 아빠만 왔으면 엄청 잘했을텐데. 소녀의 마음에는 아직 앙금이 남아있다. 엄마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게, 아빠가 왔으면 엄청 잘쳤을건데. 그때 휴대폰이 울린다. 전화를 받은 엄마의 안색이 새하얘진다. 아빠가 탄 차가 사고가 났다. 집안 구석구석에 쌓아둔 천금으로도 아빠는 살아날 수 없었다. 즉사였다.
소녀는 울었다. 내가 죽으라고 해서, 죽었어.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아빠 살려주세요. 어른들은 고개를 흔들며 소녀를 안아주었다. 어른들의 품에서 소녀는 생각했다. 내가 죽으라고 해서, 죽었어.
메스미디어는 재벌가의 사망 소식에 쉴 새 없이 수다를 떨었다. 전파로된 혓바닥은 날카로웠다. 단순 사고가 분명한데도 경쟁 업체가 사주한 암살설을 떠들어 댔다. 마침 자동차에 실려있던 딸아이를 위한 곰인형은 이슈가 되었다. 재벌가의 부성을 조명하며 연신 감동적인 음악을 흘려보냈다. 대재벌 2세 L사장, 그도 아버지였다. 대중은 열광했다. 단순 이익을 위한 인수합병은 외국계 회사에게 국가의 노하우를 蛋誰?않기 위한 사투로 재조명되었다. 우습게도 소녀의 마음을 갉아먹은 이미지가 힘을 키울 수록 소녀는 더 부잣집에서 살게 되었다. 기가 막힌 생명보험금이었다.
소녀는 자랐다.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나 때문은 아니었지. 그렇게 생각했다. 가끔 마음이 속삭였다. 정말 그래? 소녀는 대답할 수 없었다.
문자가 왔다. 별 생각없이 소녀의 손이 자판을 두들겼다. 소녀가 간절히 품은 욕망이 단 한단어로 압축되었다. [시간]. 소녀는 시간을 뒤로 돌릴 수 있게 되었다. 5초. 노력하자 레벨이 올랐다. 10초. 얼마나 노력하면 6년을 되돌릴 수 있을까? 알 수 없지만 소녀는 노력했다. 그게 운명이라면 아빠의 죽음을 억지로 막고싶지는 않았다. 대신 자신이 할 수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아빠에게 잘 다녀오세요라고 인사하고 싶었다. 아빠가 흔드는 손에 마주 손 흔들어주고 싶었다. 그렇게 마지막 배웅을 하고 싶었다.
예린은 스크린을 바라보며 울었다. 울고 또 울었는데도 눈물은 계속 나왔다. 열살 소녀로 변한 예린은 벌벌 떨며 빌었다.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예린의 목을 감싼 노끈은 자비가 없었다. 천천히 예린의 목을 조여왔다. 숨을 쉴 수 없어 컥컥 거릴 때 성태가 나타났다. 흑백의 세상에서 성태는 홀로 제 빛깔을 간직하고 있었다. 성태가 손을 뻗어 노끈을 잡아 뜯었다. 예린은 아래로 떨어져 성태의 품에 안겼다.
***
“그랬구나.”
성태가 중얼거렸다. 예린의 몸을 깔고 뱀처럼 그녀의 목을 핥았다.
“예린이가 아빠를 죽였네?”
예린은 몸을 벌벌 떨었다.
“잘못했어요.”
예린의 마음은 어느새 열살 소녀로 돌아가있었다. 겁에 질려 현실을 회피하며 눈을 꼭 감고있었다. 성태는 집요하다.
“예린이가 그런 말만 안했으면 좋았을텐데.”
“잘못했어요.”
울음 섞인 목소리. 예린이 칭얼거렸다.
“용서해주세요.”
“안돼.”
성태는 냉정하게 말했다.
“예린이가 나쁜 짓을 했으니까 혼나야지.”
부풀어오른 자신의 자지를 그녀의 보지에 문질렀다. 그 감각에 예린은 고통을 느꼈다. 성태가 예린의 팬티를 벗겼다. 젖어있었지만 애액같이 질척한 것은 아니었다. 온몸에 흐르는 식은땀이 스며있었다.
“나쁜 아이는 혼나야해.”
자지를 밀어넣었다.
“꺄악!”
찢어지는 비명이 교실을 가로질렀다. 성태는 펌프질을 시작했다. 허리가 들썩일 때마다 예린이 고통에 찬 신음을 흘렸다. 아파, 아파, 너무 아파. 통증에 다리를 버둥거렸다.
“싫어! 너무 아파! 용서해주세요!”
“예린이는 지옥에 가야겠다.”
성태가 낄낄거리며 허리를 놀렸다. 예린은 엉엉 울며 엄마를 부르짖었다. 고통에 가득찬 예린의 얼굴이 좌우로 흔들렸다. 성태는 새로운 쾌락에 키득거렸다. 아 재밌다.
질펀하게 정액을 쏟아내고 자지를 그녀의 얼굴에 들이밀었다. 입을 꾹 다물고 완강히 저항하자 손가락 집게로 코를 막는다. 공기를 찾아 그녀의 입이 벌어지자 그속을 성태의 자지가 매웠다. 애린이 이를 세워 저항하려하자 성태가 말했다.
“그걸 깨물면 내가 죽을텐데. 또 사람을 죽일 작정이야?”
예린의 몸이 얼어붙었다. 성태의 움직임은 멈춤이 없었다. 끈적한 악의가 예린의 식도를 타고 흘렀다. 자지가 뽑혀 나가자 예린이 미친듯 기침을 했다. 바닥 위를 꿈틀거렸다. 성태가 예린의 머리끄댕이를 잡고 들어올렸다. 서로의 시선이 마주쳤다. 겁에 질린 시선과 욕망에 물든 시선이 얽힌다.
“예린이는 나쁜 짓 많이 했으니까 더 혼나야지?”
“잘 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용서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몰라요.”
훌쩍이며 예린이 말했다. 성태는 예린의 마음을 간질었다. 노예가 되면 되지. 노예? 그게 뭔데? 주인님이 시키는건 다 하는 사람. 주인님이 누군데? 성태.
“노예 할거야?”
“잘 모르겠어…”
“그럼 계속 혼나야겠네.”
“할게요. 혼내지마세요. 노예 할게요.”
예린이 개처럼 엎드리며 엉덩이를 들었다. 겁에 질린 표정으로 돌아보며 엉덩이를 교태롭게 흔들었다. 노예적인 순종을 바라보며 성태는 웃었다. 그녀의 항문을 찔렀다. 찢어지는 듯한 통증에 비명을 질렀다. 성태는 노예에게 포상을 내리며 조금씩 그녀의 흥분도를 높였다. 흥분을 양분 삼아 예린의 마음이 성장했다. 한 살, 한 살 커져가던 예린의 마음은 마침내 열어섯 소녀인 현재로 돌아왔다. 헐떡임이 커지고 미친듯 허리를 움직였다. 소리의 향연이 일어났다. 블라우스와 스커트가 스치며 사락거리고, 살과 살이 부딪히며 찰팍거리고, 벌어진 입에선 공기가 헐떡거리고, 보지와 자리는 질퍽거렸다. 가끔은 공기가 새어나오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쏟아져내리는 소리의 은하수 속에서 성태는 사정을 했다. 예린은 당장이라도 고장날 듯이 경련을 하다 마침내 수명이 다한 인형처럼 바로 기절했다.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고통과 공포로 가득 찬 강간을 하셨습니다. 타인의 아픔을 헤집어 상처를 주고 그것을 발판 삼아 행한 섹스는 최악의 행위입니다. 유무선 조종 스킬로 죄책감을 조종하기 쉬워집니다.
이예린을 노예로 얻으셨습니다.
레벨이 40이 되셨습니다. 이제 마음을 살필 때, 대상이 가진 히스토리를 읽을 수 있습니다. 대상이 가진 힘의 정도에따라 정보의 상세도는 차이가 납니다.
학교를 점령하셨습니다. 점령지에서는 점령자의 모든 능력이 크게 상승됩니다.
학교는 배움의 터전입니다. 학교에 있는 동안 점령자와 점령자의 노예들은 능력이 조금씩 상승합니다. 학교에 입학하거나 전입 오게 되면 자동으로 점령자의 노예가 됩니다.]
***
예린이 깨어난 곳은 양호실이었다. 손은 어느 정도 치료 돼있었지만 더러운 꼴은 여전했다. 발을 놀려 화장실로 간디 손과 팔을 씻고 세수를 했다. 철저하게 농락당했군. 세수를 하며 생각했다. 머리를 가다듬는다. 옷은 어쩔 수 없지만 눈에 보이는 부분은 대충 씻어냈다.
교실로 향하며 마음을 정리했다. 놀랍게도 노예가 된 자신을 완전히 납득하고 있었다. 가슴 속에 굳건히 자리잡은 충성심과 복종심이 낯설지도, 어색하지도 않았다. 모든 것이 순조롭고 자연스러웠다.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 같지도 않았다. 우습게 여겨졌다. 그 지독했던 시간이 별거아니게 느껴졌다. 자존감이 무너지거나 어딘가가 망가진 것도 아니었다. 공기를 마셔야 산다, 물체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그런 것처럼 성태는 자신의 주인이며, 주인님을 위해 모든 것을 한다는 자연법칙 하나가 더 새겨진 것 뿐이었다. 놀라운 능력이었다. 완전히 졌군. 예린은 패배를 시인했다.
교실을 들어가니 한창 수업중이었다. 학생도 선생도 모두 주인의 노예였다. 예린은 아까의 사건들이 이 학교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에 조금 안심하며 자리로 걸어갔다.
“아니지, 이쪽으로 와.”
성태가 씨익 웃으며 자신의 옆자리를 바라봤다. 옆자리의 학생은 자연스럽게 일어나 예린의 자리로 가 앉았다. 예린은 표정을 덤덤하게 하려 애쓰며 그 자리로 가 앉았다. 거부해서 뭐 하겠어. 그런 생각을 했다.
“친구끼리 만났는데 ‘인사’라도 해야하나? ‘인사’하는 걸 마음에 들어하던데.”
예린이 얼굴을 붉혔다. 마음을 진정 시키려 애쓴다.
“그냥 세뇌 당한 너에게 맞춰줬을 뿐이야.”
“잊지말아줬으면 좋겠군. 내가 마음을 본다는 사실을 말이야.”
마음을 진정 시킬 수가 없었다. 예린은 투덜거렸다. 불공평해.
“그야 주인님과 노예 사이니 공평할 순 없지.”
“멋대로 마음을 읽는 건 좀 그만둬 주지않겠어? 악취미야.”
“그냥 부끄럽다고 말해.”
“정말 악취미야.”
붉어진 얼굴을 되돌릴 기회가 없었다.
그때 교실문이 열렸다.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얼어붙은 표정으로 걸어들어왔다. 예린은 깨달았다. 저 여자 속에 그 린이라는 악마가 들어가있군. 린은 여성을 조종하며 교실 앞에 세웠다. 몸은 조종했지만 마음은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여성은 자신의 행동에 당황하고 겁에 질려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선생님, 그 여자는 우리 학교 학생이었군요. 기억에 있는 얼굴입니까?”
“글쎄요, 요즘은 통 가물가물한 경우가 많아서.”
“김지윤이라는 여자군요. 지금은 스물 두살의 대학생입니다.”
“아, 지윤이. 알 것 같군요. 소위 말하는 좀 노는 학생이었습니다만. 어떻게 데리고 오신거죠?”
“우리 학교를 들어왔더군요. 선생이 되고 싶은 모양입니다만 예전 버릇을 못버리고 제법 놀아제끼고 있군요. ㅁㅁ대학에 다니고 있네요. 학교는 좋군요. 이건 좀 재밌는 이야기입니다만 그 사람은 이 학교에서 첫 섹스를 했군요. 댄스 동아리 선배와 했었네요. 동아리 선배가 바람둥이라 금방 헤어졌습니다만 섹스라는 행위는 마음에 들었나봅니다. 여러 남자와 가볍게 교제를 하며 제법 섹스 경험을 많이 했군요. 대학에 들어가고는 참한 여자인 척 연기하며 같은 학교 3학년 선배와 사귀고있네요. 그래도 남자가 고플 때는 가끔 클럽에가 원나잇을 즐기네요. 이 여자의 시점으로 봤을 때는 남자친구는 까맣게 모르고있군요.”
“나쁜 사람이군요.”
“이건 교사로서 벌을 좀 주셔야겠는데요.”
성태의 말에 선생이 웃으며 자신의 자지를 꺼냈다. 린이 재빨리 여자의 몸을 빠져나왔다.
‘주인 말고는 아무하고도 하고 싶지 않아!’
네 몸도 아니잖아.
‘어쨌든!’
린이 빽 소리를 질렀다. 성태는 키득거렸다. 린이 빠져나가 자유로워진 여자가 히익 하고 소리지르며 교실을 빠져나갔다. 아이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교내에서는 수신기 설치 여부와 상관없이 사람을 얼마든지 조종할 수 있었다. 성태는 다시 여자의 입을 다물게하고 교실로 돌아오게 했다. 선생은 웃으며 그녀의 치마를 걷어내고 팬티를 내렸다. 유부남의 능숙함이 그녀를 침범했다. 스테미너는 좋지 못했다. 삼분쯤 허리를 흔들자 정액을 찍 토해냈다. 머쓱해하며 선생이 머리를 긁적이자 교실이 다시 한번 폭소에 휩쌓였다.
이번에는 여자를 움직여 교실 중앙으로 옮겼다. 여자의 걸음으로 가로 세로 세걸음씩 범위를 정했다. 넌 이만큼만 움직일 수 있어. 소리지르는 것도 이제 자유. 여자는 자유로워지자마자 살려주세요 하고 소리지르며 도망가려했지만 딱 세걸음을 넘기자 더 나갈수가 없었다. 다들 마음 껏 즐겨. 남학생들이 게걸스럽게 달려들었다. 여자가 핸드폰을 집었다. 터치가 맘대로 되지않는다. 떨리는 손가락은 엉뚱한 어플을 자꾸 집었다. 이제 그 마저도 할 수 없게 되었다. 한 남학생이 핸드폰을 曇底 여자의 범위를 넘어선 곳으로 집어던졌다. 몇명이 여자의 팔다리를 잡았다. 한 녀석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여자를 바라보며 보지를 찔렀다. 뒤이어 다른 녀석이 그녀의 똥꼬를 세차게 찔렀다. 여자의 입에서 신음과 비명이 뒤범벅이 된 무언가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앞뒤에서 찔러대는 터라 쉴새없이 흔들리는 가슴으로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악취미야.”
성태에게 시선을 향하던 예린이 가볍게 움찔 했다. 성태는 예린을 바라보며 자지를 세우고있었다.
“물론 악취미지. 너는 악취미를 도와야 하는 처지고.”
“네가 시킨다면, 어쩔 수 없지.”
예린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팬티를 바닥에 툭 벗어 던지고 스커트를 양손으로 잡아 올리며 성태에게 올라탔다. 성태는 예린의 마음이 기대와 흥분으로 일렁거리는 것을 보았다. 성태는 낄낄 웃으며 예린과 섹스를 시작했다.
***
작가의 말
불금이네요. 뭐 저는 토요일에 쉬어본 적이 없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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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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