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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야설 경성백만장자 - 2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8:49 1,212회 0건
본회 시작하기 전에,

1920-30년대 당시 일본의 상속세율을 몰랐었는데, 찾아 보니 1920년대에는 100만원 이상의 상속세가 경우에 따라 다르긴 했지만 이 소설에 해당되는 ‘가문상속이 아닌 경우’ 에는 16.5%였습니다. 당시 최고 세율은 5백만원 (지금 돈으로 약 2500억원 정도) 에 21%였습니다.

소설의 배경인 1930년대의 세율은 찾지 못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 보고, 16.5%는 대략 1/6이니, 유산의 액수는 약 144만원 정도로 수정하겠습니다.

그 시절의 자료를 찾아보고 쓰는 것이니 연재속도가 상당히 느릴 겁니다.

====

1935년 9월 하순 어느 날.
딘 넬슨의 마음은 다급했다.

오사카 스미토모 은행에 40만원, 고베 한신은행에 40만원, 오사카 정금은행에 40만원, 기타 여러 은행들에 24만원, 이 정도면 한 재산 되지 않은가?

144만원이라… 더 늘릴 수도 있었지만 이 정도면 됐다. 설마 잘못되지야 않겠지만, 혹시라도 그가 잘못되었을 경우 딴 사람 좋은 일만 시킬 것 같아 렌코의 이름으로 재산을 해 놓았지. 하하하. 이제 렌코와 잘 먹고 잘 살 일만 남았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왜 이놈의 배는 움직일 줄 모르는 거야!

--

“상속절차는 한 달 정도 걸립니다.”
“법원에 접수는… “ “오늘 안에 됩니다.’ 야마자키는 경수에게 확인해 주었다.

“고맙습니다. 야마자키상” “뭐 별 말씀을요. “

“그런데 언제부터 돈을 쓸 수 있습니까?” 경수는 당장에라도 돈을 쓰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다.

“얼마 쓰고 싶으신데요? 만 원까지는 빌려 드릴 수 있습니다.”

경수는 잠시 생각했다. “일단 오천 원만 쓰고 싶습니다.”

“그럼 여기 수형(어음)을 써 주시죠.” 야마자키는 이미 준비된 수형을 가져왔다.

“차경수는 야마자키 법률사무소에 10월 말일까지 7천 원을 변제한다” 야마자키는 썼다.

“왜 7천 원입니까?” “조선 갈 때의 여비와, 오천 원, 그리고 이자입니다.”

고리대금업자가 따로 없구만. 이렇게 자꾸 물리다가는 끝도 한도 없겠다. 고모님의 댁에 가 보면 뭐가 있겠지. “그럼 천 원만 빌리겠습니다.”

“왜 또 .. “ “갑자기 돈을 쓰면 탈이 날까봐요.” “알겠습니다.”

경수는 2500원짜리 수형을 써 주었고, 직원은 성덕태자(쇼토쿠 태자)가 그려진 일본은행권 100원짜리 10장을 경수에게 주었다.

경수는 그곳을 나오자마자 곧바로 택시를 잡았다. ‘어디까지 가십니까? ‘ “아시야까지.” “장거리는 킬로당 10전입니다.” “알았어요.”

택시는 달리기 시작한다. 일단 대판 시를 떠야 했다. 물론 안성화 따위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지만, 다 된 밥에 코푸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지 않은가?

--

고급주택지로 동경에 전원조포(덴엔 조후)가 있다면 관서에는 호옥(아시야)이 있다.

이 명성은 이미 2차대전 이전부터 내려오는 것으로, 신호(고베) 아가씨들의 프라이드는 동경 아가씨들의 프라이드에 맞먹는다.

차는 어느 새 대판부 경계선을 넘어 병고(효고)현에 들어와 있었다. 당시는 길이 그다지 좋지 못하고 차도 그리 많지 않아서 대개는 기차를 이용했지만, 기차역에 잘못 갔다가 괜히 안성화나, 동경에서 유학한다는 그녀의 사촌오빠들이라도 만나면, 낭패가 확실하지 않은가?

어차피 호옥은 신호에서 더 가까우니, 고모님 댁에 머물면서 필요한 게 있으면 신호에 가서 해결하면 될 것이었다.

(일제시대의 소설에서 보면 일본의 지명들을 대개 조선말로 읽었더군요. 시대에 맞게 조선말로 표기하고자 합니다)

차가 호옥에 닿자 그는 주소를 보여 주었지만 기사는 잘 모르는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호옥역 앞에 내려달라고 했고, 기사는 그렇게 했다.

호옥역 앞의 소바야(메밀국수집)에서 그는 요기를 했다.

박다(하카타)에 있을 때에 그는 매우 가난?고, 소바야에서 아루바이또(이 말은 독일어로, 일제시대에도 있었던 말임) 를 했다. 하루 종일 일해 봐야 보수는 하루에 80전에다 팔다 남은 소바 한 그릇이 전부였다.

그는 거기 있던 소바 중 제일 비쌌던 거위국물소바를 시켜 먹었고, 거기다가 뎀뿌라까지 잔뜩 시켰다.

(당시는 식품공장들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식용유도 많이 생산되지 않던 시절이라 뎀뿌라도 꽤 별미였습니다)

손님들이 저거 조선인이구만 하고 비웃는다. 조선인은 일본인보다 식사량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경수는 개의치 않았다.

한그릇으로는 차지 않는다. 거의 경성에 있을 때부터 72시간 동안 굶다시피 하지 않았는가? 요릿집이나 요정에서 홋타와 했던 식사는 바늘방석 위의 식사나 마찬가지였고.

소바 거의 6인분을 쓸어담은 경수는 그래도 배가 차지 않는다. 성화의 집에서 고아들이랑 같은 상에 앉아서 먹던 짠지와 꽁보리밥이 그리웠다.. 아니자. 다시는 그걸 먹어서는 안 된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5원 20전입니다.” “알았소.”

경수는 그 돈을 내고 일어선다.

(그 시절에는 냉장시설도 잘 발달되지 않아서 스시를 해변가 아닌 데서 먹기는 힘들었습니다. 당시 일본인들의 외식은 주로 소바나 덮밥 정도였고, 양식은 대도시에나 있었으며 라멘은 2차대전 이후에야 많이 머기 시작했습니다. 아시야는 고급주택가라 양식이 있었겠지만, 역전에는 소바야 같은 것이 주로 있었을 법합니다.)

==

역에서 다시 택시를 타고 끝내 고모님 댁에 이르렀다.

문은 잠겨 있었지만, 변호사 사무실에서 받은 열쇠로 문을 연다. 이 저택은 상속재산에 없던데, 도대체 누구 것인가?

이 때 누군가가 나온다.
“누구세요?”
“아, 이 집에서 살던 사람의 양자입니다.” 그는 귀찮게 자기 신분을 구구하게 이야기하기 싫었다.

“양자요? 마침 잘 됐네요. 오늘이면 계약이 끝나서 이 집에 살던 사람의 물건들을 다 버릴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이 셋집에서 살았다? 저택은 좋아 보였지만 월세였다? 이상하긴 했다.

“제가 다 버리겠습니다. 내일 아침까지만 버리면 되지요?”
“그러면 고맙지.” 관리인이 말했다.

그가 나가자 경수는 집에 있는 물건들을 하나씩 점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렇게 돈이 많은 사람이, 보석이나 장신구, 심지어 비싼 옷 하나 없었다.

미국에 헤티 그린이라는 백만장자가 살았었다. 얼마나 구두쇠인지,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했을 도 무료병원에 가라고 떠밀다가 다리를 자르게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고모님은 그런 사람은 아닌데? 경수에게 그 시절에 유성기를 하나 사 주었다. 고모님이 그런 구두쇠는 아닐 텐데?

고모님의 유품을 뒤졌지만, 사진도 몇 장 없었고 그나마 그 대부분은 대정 8년(1919년) 경수와 같이 찍었던 사진들이었다.

심지어 그 잘난 일기 한 권도 없다. 즉 고모님의 삶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료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있었다.

서랍 속에서, 전당포 표들이 여러 개 나왔다… 처음에는 동경 청산(아오야마)였다가, 갈수록 장소가 초라해지면서, 일모리(니포리, 당시는 빈민굴로 유명) 전당표까지 나왔다.

일모리까지 가셨단 말인가? 그래서 내게 연락을 못했나? 그런데 어떻게 백만장자가 되신 건가?

그러다가 대판으로 옮겼고, 대판에서도 못 사는 지역들만 돌아다녔던 것이다.

분명히 그가 아는 바로는 고모님의 남편 나가사와는 부유한 상인이었다고 했는데? 하여간에 마음이 복잡했다.

그는 아무래도 유일한 단서인 관리인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를 찾는다.

“여보세요.” “뭡니까?”
“여기 세들어 살던 사람에 대해 아시는 게 있는지요?” “그 사람요? 어떤 미국인과 같이 왔는데 아내는 아닌 듯하더군요.”

미국인? 그가 누군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래서요?” “이 집에 3개월 계약하고 집세를 한 달에 1백원씩 내고 계약했지요.”
“집에 누가 드나들던가요? “ “예, 여자 혼자 있고 일하는 사람 3명에, 의사가 거의 매일 방문했지요.”

그럼 고모님의 마지막 날들은 부유했단 말인데?

“고모님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요?” “그냥 자다가 죽었다고 하더군요. 그 다음은 사람들이 와서 시체를 끌어 가고 그걸로 끝이었소.”

“알았습니다. 저 안에 있는 물건들은 일단 제가 다 실어 가겠습니다. 사람들을 모아 주십시오. “ “그렇게 하쇼.”

관서(간사이)사투리는 동경 말과 또 다르다. 그는 말을 알아 듣지 못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남에 대한 배려가 없으므로 그런다고 말을 알아듣게 해 줄 리는 없다.

일단 신호로 나가서 창고를 빌려야겠다. 그는 전당표 중 신호시내에 있는 거 한 장을 들고 호옥역으로 걸어갔다.

기차를 타고 얼마 후 신호에 도착한 경수는, “정상(이노우에) 전당포”를 찾아 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 “ “안녕하시오?”

경수는 조선에서 급히 구해 입고 온 양복 차림이었다. 경성에서는 멋장이 소리를 들었지만, 일본에서도 제일 멋장이들이 많이 산다는 이곳 신호에서는 그런 건 촌스럽기 짝이 없었다.

“날짜가 좀 지나긴 했지만 이 표에 있는 물건을 찾을 수 있을까요?”
표에는 소화 9년 (1934) 12월이라 적혀 있었다. 겨우 9개월 전에도 고모님은 전당포를 다니셨단 이야기다.

“마침 잘 됐소. 내 속아서 이 물건을 맡았는데, 아무 데도 팔 수가 없으니 버리려던 참이었소.”

경수는 80원을 내고 물건을 찾았다.. 금장식에 상아로 만든 팔찌였고, 거기엔 알파벳으로 D.N. and R.N. 이라 적혀 있었다. R.N.은 렌코 나가사와일 테고 D.N. 은 누구일까?

--

해가 떨어져간다. 딘 넬슨을 태운 프레지던트 윌슨 호는 겨우 요코하마항에 닿는다. (경수의 시점이 아니므로 일본어 표기로 합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렌코를 만날 것이고, 내일 돈을 찾아서 곧바로 일본을 뜰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가 좋겠군. 거기는 아무도 우리를 관심갖지 않을 테니까. 거기서 목장이나 크게 하며 여생을 보내리라.

일본의 선물시장에서 큰돈을 땡긴 딘 넬슨은 미국내에 남겨 두었던 문제들을 해결하러 뉴욕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렌코가 건강이 좋지 않긴 했지만, 괜찮을 것이다.

넬슨은 지금까지의 그의 삶을 돌아보았다. 나이 60이 넘어서 살면 얼마나 살겠는가. 미국이나 대도시는 이제 귀찮다. 고향인 텍사스처럼 드넓은 땅에서, 얼마든지 말을 타며 살아가리라.

그는 항구에 내리자마자, 곧바로 요코하마역으로 가는 택시를 잡았다. 밤 기차를 타면 내일 아침엔 아시야에 도착하리라.

--

“자 이제 짐은 다 챙겼습니다.” 경수는 집주인에게 말했다. 일꾼들은 그리 많지 않은 짐들을 빌려온 도라꾸 한 대에 모두 실었다.

“어디로 갈 것이오?” “모르겠습니다. 일단 .. 오사카로 가봐야지요.” 경수가 대답했다.
“가시오.”

경수는 트럭을 타고, 일꾼들 중 좀 알 만한 사람에게 묻는다.
“이 짐들을 어디다 맡기면 되겠습니까?”
“고베 교외에 창고들이 많으니 거기로 갑시다.”
“오라이. 출발합시다.”

경수는 도라꾸에 실린 짐들을 한번 확인한 후 출발했다.

짐들을 창고에 맡기면 곧바로 신호시에서 유명한 복원(후쿠하라)유곽에 들를 것이다. 참을 만큼 참았어.

이 날이 오기까지 그가 겪은 고생들, 안성화의 집에서 당한 수모를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안성화는 가끔씩 그의 방을 찾곤 했다… 그리고 속곳을 내리곤 했다 (그 시절에는 팬티 같은 게 없었음).

그리고는, 그에게 그녀의 그 냄새나는 구멍을 핥도록 했다.

경수는 쫓겨나지 않으려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눈을 딱 감고, 혀의 감촉에 의지하여 그녀의 음열(陰)을 핥곤 했다. 물론 씻지 않아서, 지린내가 진동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어디서 이상한 거만 배워 가지고 와서, 때로는 똥구멍도 핥아 달라고 했다…. 옛날 월나라 왕 구천이 전쟁에 패해 가지고 오나라 왕 부차의 똥구멍을 핥았다는 소리는 들어 봤어도, 지금 같은 세상에 누가 그런 걸 하겠나?

하지만 경수는 했다. 쫓겨나지 않으려면 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그녀의 똥구멍을 핥자 그녀는 비명을 지르고 좋아해서, 똥구멍에서 똥물이 흘러나와 그대로 경수의 혀에 닿았었다.

그가 더러워하며 그것을 뱉어내면 또다시 불호령이 떨어진다.

그렇게 그를 괴롭혔으면서도, 정작 자기 구멍을 한 번도 경수에게 대 준 적이 없다. 꼴에 여자는 정조를 지켜야 한다나 머라나. 꼭 내세울 게 없는 사람들이 정조 타령하더라. 사실 그녀의 구멍이 보기는 좋았다….

그러고 보면, 최수희도 그에게 줄 것 같이 굴더니만 결국은 김장석에게 줬고, 그에게 호감 있는 것처럼 굴던 여자들도 마지막엔 다른 놈에게 가랑이를 벌려 주곤 했다. 이게 다 그가 돈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를 꾸밀 줄 몰라서가 아니었을까?

좋다 … 일단 신호에 가서 새롭게 나를 가꾸자.

-
신호에서도 중심가인 삼궁(산노미야)의 오미야 양복점을 찾은 경수는 일단 옷을 맞추었다.

(그 시절에는 기성복이 없었습니다. 양복이고 양장이고 일부러 다 맞추어야 했어요.)

옷이 나오려면 10일은 걸린다. 그 동안은 하는 수 없이 이 옷차림으로 다녀야 할 것이다. 이거 원, 챙피해서 어디 백만장자 기분이나 날까. 이 정도로의 옷으로도 조선에서는 멋장이 취급 받앗지만, 여기 와 보니 조선인이라고 얼굴에 써붙이고 다니는 거와 다를 바 없었다.

그가 잠시 다니던 신문사 주필에게 25원이나 주고 이 옷을 급히 사왔지만, 사이즈도 안 맞고

“이름이?” “구루마다(車田) 케이슈(慶修)”.

조선인인 줄 알면 옷을 제대로 안 만들 게 뻔하다.

“주소는?”

그렇다. 주소가 없다.. 일단 야마자키 변호사 사무소 주소를 댔다.

“오사카 분인데 하카타 사투리를 쓰시네요?” 지배인은 비꼬듯 말한다.
“예, 하카타에서 돈을 좀 벌었습니다.”

이런 꼴 저런 꼴 안 보려면 역시 조선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한 달이나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하다니…

옷을 맞춘 경수는 규나베(쇠고기전골) 집에 가서 맛있는 와규(일본 쇠고기)를 신나게 먹은 후, 택시를 불러 복원(후쿠하라) 유곽에 가려고 한다.

“후쿠하라 유곽에 가려고?” “네.”
“자네 고베 사람 아니지?”
“네. 저 쿠루메(규슈 사가현의 소도시) 사람입니다.”
작가 출신이 이래서 좋다. 상상력이 금방 생기니.
“역시 촌 사람이라 뭘 모르는군. 거기는 자네 같은 관광객들이 바가지쓰러 가는 곳이야. 내가 더 좋은 데를 가르쳐 주지.”

--
이미 밤 10시가 넘었지만 이 거리는 불이 켜 있다.

여기는..말하자면 사설창가라고나 할까. 손님을 기다리는 여자들이 자연발생적으로 모여든 곳으로, 서서히 포주도 들어오고 이들을 관리하는 야쿠자도 들어오고 그런 곳이다.

여기 여자들은 전문 유곽 여자들보다 자유스러웠다. 나오고 싶으면 나오고, 안 나오고 싶으면 안 나오고, 수입의 얼마간을 포주와 어깨들에게 바치는 그런 식이었다.

주변에는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여인숙들이 불을 켜고 있었다.

꼴에 좌익 출신이라고, 경수는 이렇게 되는 원인을 잠시 생각했다. 세게경제공황이 소화 4년 (1929년) 시작된 지 이미 7년, 더우기 여자들은 경제력이 없었다.

돈을 못 버는 여자들이 할 일이라고는 이거밖에 없는 것이다.

이 거리의 여자들은 그래도 어깨들이 있으니 기본적인 관리는 되고 있는 거 같다. 닳고 달은 여자들을 제어할 수 있는 건 어깨뿐이니, 매춘과 어깨는 뗄 래야 뗄 수 없는 것이다.

호객하는 여자들은 지나가는 손님을 잡으려고 애쓴다. 자기들의 밥줄이니 오죽하겠는가?

경수는 그 중 제일 어두워 보이는 분위기의 여자를 잡았다.

“왜, 하룻밤 쉬었다 가려고?” 여자는 조선 말로 말했다.

“아니, 여기서 조선 말이 왜 나옵니까?” “나 진센(인천)에서 3년 있었으니까.”

인천까지 흘러갔다 왔다면 이미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것이다.
“이 근처에서 그나마 좀 들어갈 만한 방은 어디죠? “ “따라와.”

이 동네는 전체가 다 그런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여인숙들 뿐이었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러브호텔이다. 그들 중 그나마 나은 곳에 들어갔다. 숙박비는 2엔이었다 고급 호텔이 3엔 50전인데 이런 데가 2엔이다. 아, 나도 이런 거나 하나 해 볼까? 땅 짚고 헤엄이고 아무것도 안 해도 돈이 들어오는데.

문을 닫는다. 방 안에는 백열전구 한 개와, 이부자리 뿐이었다.
여자는 입고 있던 낡은 코트를 벗는다.

“이래 뵈도 난 중학교까지 나왔다고.” 여자는 말했다. 물론 이런 여자들의 말이 얼마까지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무식은 면한 듯한 인상이었다.
“이름이.. “ “여기서 본명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어딨어? 그냥 오다마라고 불러.”
오다마는 귀찮은 듯했다. 빨리 끝내고 가 주기를 원하는 거 같았다.
그녀는 신선한 맛은 덜했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관록의 값을 해 줄 거라 기대했다.

“갑니다.”
경수는 그녀의 상, 하의를 대충 벗겼다. 생각대로 안에는 아무 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축 늘어진 유방과 검붉어진 성기로 미루어 봤을 때, 아무래도 이대로 가면 몇 년 안에 죽을 듯했다.

“혹시 폐병이 있으신지요?”
“있으면 어떻고 없으면 어때? “
“나도 폐병을 앓아 본 적이 있으니까요.” 경수가 대답했다.
“아직은 없어.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빨리 시작이나 해.”
여자는 품에서 고무 보호대를 꺼낸다. “후회하지 말고 써. 나도 내 몸 속에 뭐가 있는지 잘 모르니까.”
경수는 약간은 헐렁한 그 고무를 자신의 성기에 씌웠다.
그는 그 대로 여자의 검붉은 구멍에 성난 자신의 귀두를 꽂아 넣는다. 여자는 두 다리로 경수의 엉덩이를 자극했다.
그의 눈에는 여자의 얼굴에 있는 병색이 보였다… 하지만 동정해서는 안 된다. 저 여자는 이렇게 살다가 이렇게 죽을 사람이니까…

경수는 여자의 허리를 감고 좆을 박아댄다. 과연 경험은 헛되지 않았다… 여자의 질은 헐거웠지만, 경험으로 그녀는 어디를 눌러 줘야 할 지 알았다. 그녀가 힘을 줄 때마다 경수의 좆은 자극되었다.

오다마는 경수의 목을 잡고 조선 말로 말?다.
“너, 인생 쉬운 거 아니야. 오늘은 운 좋아서 내게 걸렸지만, 언제 독한 년 만날 지 몰라. 이런 데는 가급적 안 오는 게 네 건강에 좋아.”
“네…”

아마도 여자는 조선사람이었던 거 같다. 그녀의 조선말에는 일본인의 억양이 거의 없었다.

여자는 숨을 쉬며 질을 움직였고, 경수는 쉽게 사정할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스스로 좆 뿌리를 잡고 박아댄다.

“성질 한번 급하군. 그래도 낼 돈은 똑같아. 기왕 같은 돈 낼 거면 오래 하는 게 좋잖아?”
여자는 거의 쾌감이 없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쾌감을 위해서지만 여자에게는 일이다.

경수는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마침내 느낌이 온다. 그는 좆을 최대한 감고 여자의 지친 구멍에 계속 집어넣었다.

경수의 정액이 터져 나온다… 여자는 지긋이 눈을 감고 그런 경수를 마음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정액은 고무 보호대 안을 꽉 채운다. 오랫동안 굶었던 탓에…

여자가 말했다. “흘리지 말고 잘 빼. 괜히 임신이라도 되면 골치아프니까.”
“알았어요.”

경수는 조심조심 여자의 구멍에서 좆을 빼낸다. 다행히 정액을 안 흘리고 빼냈다.

여자가 말했다. “잘 했어.”

--

경수는 돈을 지불하고 그곳을 떠났다. 정액을 뱉은 건 잘했지만, 괜히 입맛이 썼다. 이런 생활을 계속하다가는 그 자신이 비참해서 못견디게 될 거 같았다.

내일은 … 아니다. 차라리 대판에 나가서, 대판이 자랑하는 송도(마츠시마)유곽에 갈 생각이다. 아니지? 좀 모던한 걸들을 만나려면, 차라리 까페에나 가 보자.

이미 한밤중이다. 경수는 이 거리 근처에 배회하는 택시 한 대를 타고, 가까운 호텔로 갔다.

(일본에서는 당시 통행금지가 실행되고 있지 않았습니다. 조선에서도 통행금지가 없었고, 처음 실행된 건 미군정이 시작된 후부터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안성화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기는 하다. 하지만 설마 밤중에 유곽 거리를 헤메고 있진 않겠지. 해가 떨어진 후에 송도유곽에 가면, 안성화는 꿈에도 그를 못찾을거다.


--

이 작품은 성격상 빠른 연재가 불가능하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일이 고증해 가면서 쓰고 있지만, 자료가 부족할 때는 작가의 상상으로 때려 맞출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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