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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8:49 1,151회 0건
며칠 후, 2001년 11월 초순..

칠레 공군의 지원으로 비행기 편으로 남극에 도착한 허영섭 단장 일행은 마침내 무보급 남극점 정복 계획을 시작했다.

태정은 일행 중 제일 후미에서 망을 보면서, 고생을 자처했다. 영하 30도를 육박하는 날씨였지만 적응훈련을 잘 해서 그다지 생각보다는 고생스럽지 않았다. 단지 언제 불어올 지 모르는 폭풍과 눈사태가 두려울 따름이었다. 다들 방한복을 두껍게 입고 있었으나, 태정은 방한복을 한 겹만 입었다. 몸 속의 화기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태정은 오형관 사장에게 석경에게 줄 편지 3장을 줬고, 또 정화에게도 편지 한 장을 줬으며, 필요할 때는 어우혁과 교신토록 명했다.

이곳에서 벌써 3일이 지났다. 목표는 45일 내외에 남극점 도착인데, 생각보다 날씨가 나쁘지 않아 진격 속도가 빨랐다.

같은 시각, 우진하는 주사기를 든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주사기도 얼어서 더 이상 주사를 맞을 수 없게 된다…

그와 같이 다니는 윤동환이 같이 오자고 해서 남극에 왔고, 갈 데도 없었다. 사실 돈도 없었다. 그가 여기 온 이유는 오로지 생계를 잇기 위해서이다.

탐험이나 등산은 돈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따라 다닐 동안은 생계가 보장된다. 세상은 그와 같은 생계형 탐험가에 대해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것이다.

이 때 조용호가 텐트 안으로 들어온다.

“숨길 거 없어. 다 알고 있으니까. 언제부터야?”

“제 대장님이 돌아가신 후부터입니다. “ “이거 안하고 살 수 있어?”
“남극은 극한상황이라 버틸 수 있겠지만 돌아가서는 하고 살아야죠.”

조용호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어차피 그의 손에 피를 묻히면 나중 일이 걱정이다. 차도살인.

“내 평생 공짜로 그거 맞을 수 있게 해 주면 어떨까?”

우진하가 구태정을 죽이면 조용호가 우진하를 사살하면 된다. 그러면 완전범죄가 아닌가? 멍청한 자식 같으니.

“정말요?” “그래. 내 자네가 죽는 날까지 그거 떨어지지 않게 보장하지.”
“….”
--

서울, 서정화의 집

외삼촌이 가져다 준 편지와 사진을 본 정화는 그것을 붙여 놓았다. 그러고 보니, 태정 아버지 구강환의 사진은 단 한 장도 없었다.. 장례식도 태정 혼자 치렀으니 영정사진이란 게 있을 리 없다.

전부 다 맨얼굴이 나오게 찍었는데 태정 혼자만 선글라스를 꼈다. 태정 다운 일이다. 그나마 이 사진이 그녀가 가진 그의 유일한 사진이니….

(주: 당시는 아직 디카라는 게 없었음)

정화는 편지를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읽는다.

“정화에게.

나 없이 힘들겠지만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잘 견뎌낼 것이라 믿는다.

손태산이 뭐라고 하든, 나를 믿어야 한다.

손태산은 음모와 배신의 고수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적어도 너 하나만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는 내 아버지의 고통과 나의 아픔을 봤다.

그것이 그저 피상적인 게 아니라면, 너에게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 아니라면,

너는 손태산이 무슨 소리를 떠들든 간에 내 말만을 믿어야 한다.

힘든 일이 있으면 차라리 석경 회장에게 상의해라. 석경을 믿을 수 없다면 남극에 나와 같이 가는 어우혁에게 통신을 보내라. 어우혁은 좀 멍청하긴 해도 배신할 사람은 아니다.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 굳게 믿는다.

이번 일이 끝나고 나면 다시는 혼자 멀리 돌아다니는 일은 없을 것이다.

2001년 10월 2X일

구태정.”

이 때 전화가 울린다. 그녀의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은 석경과 손태산 뿐인데 이 시간에 석경이 그녀에게 전화할 일은 없다.. 그녀는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아, 나 석경 회장이야. 잘 있는가?” “네…”

역시 태정 씨가 가만 있을 리는 없었다..

“오늘부터 사람을 붙여 주라고 캡틴(태정) 이 부탁했어. 그리고 내일부터는 내가 사는 아파트 아랫 층으로 옮겨.” “네?”
“이곳은 경호하기가 쉽지 않아. 동네도 그저 그렇고. 캡틴은 여기 있으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반드시 옮겨야 한다고 하셨어.” “네…”

“그리고 앞으로는 회사 일 아니면 출입은 하지 말도록 해요. 필요한 게 있으면 비서들이 다 알아서 할 테니까. “ “네.”

==

손강택 회장은 이 안가의 침대에 안겨 있고, 송나리는 손강택의 자지를 빨고 있다. 송나리는 요즘 뜨는 인기가수였다. 오늘은 안세영은 없고 다른 경호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손강택 회장은 피부의 여기저기를 긁고 있었다. 송나리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손강택 같은 사람은 집에 목욕관리사들도 한 다스 둘 수 있는데 왜 몸을 긁을까?

그리고 여러 군데는 변색도 되어 있었다.

“회장님.. 제가 긁어 드릴까요?”
“음, 그래.”

강택의 자지를 빨고 있던 나리는 강택이 약간 불쌍하게 생각되었다.
“저, 여쭙기 외람되지만 월남전에 다녀 오셨나요?”

강택은 옛 생각이 떠오른다.

형인 손강환(태정의 아버지) 은 온갖 수를 써서 전쟁에서 뺐고, 나는 대통령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구실로, 월남으로 보냈다.

물론 집안 배경이 좋기 때문에 그는 통신병이 되어 직접 전투에는 나가지 않았으나, 그 때의 경험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전투라는 게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것이고 베트콩이 본부기지라고 가만 놔 두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통신시설을 설치하느라 부대들에도 여러 번 다녀왔다. 피아의 구분이 없는 월남전에선 전후방이란 게 크게 의미가 없었다.

“그건 네가 알 필요가 없잖아?

“제 큰아버지도 월남전에 다녀 오셨는데 회장님 같은 증상이 있어서요.”

“너 같은 건 그런 거 알 필요 없어. 너는 시키는 일만 잘 하면 돼?”
“네.”

여러 가지 증상이 자꾸 일어났지만, 한강병원 원장 한서국에게는 보이기 싫었다. 그렇게 되면 손강은도 알게 될 테고, 손강은은 손강호 등과 손을 잡은 상황이니까.

“너 연예인이면 다니는 피부과도 있지?” “네.” 입에 뭔가를 가득 문 나리는 겨우 대답한다.

“그 의사 누구야?”

송나리는 더욱더 열이 나서 강택의 자지를 안다. 이런 식으로 강택의 관심을 산다면 광고 모델도 할 수 있을 게 아닌가?

“윤백병 박사님이라고 아세요?” “모르지.” 세상의 모든 의사를 그가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는가?

“비밀보장 확실히 하는 거지? 이 사실 드러나면 너 연예계 생활은 끝난다는 것만 알아 둬.” “염려 마세요.”

나리는 강택의 불알을 잡아 당긴다… 강택은 사정할 것 같다. “그만.”

나리가 입을 떼자 강택은 나리의 바지를 벗기고 팬티를 내린 후, 그녀를 침대에 눕힌다. 그녀는 스스로의 손으로 상의와 브라를 벗는다.

나리의 육체는 조그맣지만 의외로 벗겨 보니 튼실했다. 강택은 자신의 성난 좆을 나리의 샘에 집어 넣는다. 경험이 그다지 많지는 않은 듯했다.

이제 얼마 후면 구태정이 죽었다는 소식도 들려올 테고, 모든 화력을 일단 손강호 쪽으로 돌렸다. 그놈이 아무리 발광해도 결국은 자금은 나보다 딸리니 전자, 자동차도 모두 내게 떨어진다.

남은 건 그룹이 시작한 계기가 된 석유화학과, 역시 중요한 비중의 중공업인데, 석유화학을 이끄는 사촌 손강욱은 안세영이 공작하는 중이고 중공업은 이 회사들이 다 그의 손에 떨어지면 자연적으로 항복해 올 것이다.

나머지 것들은 떨어져 나가든지 말든지 별로 존재도 없다.

강택은 웃는다. 길우야 이 멍청한 놈아. 네 장인 이장군이 죽은 후 이은아는 이제 끈 떨어진 뒤웅박이다. 이제 조금 있다 정리하고, 새 여자를 얻게 해야지.

그는 나리의 구멍이 의외로 잘 쪼여 주자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운 좋은 날이군. 다시금 한번 부를 생각이야.”
‘회장님. 그러면…”
“어떻게 될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기다려 봐. 알았지?”

그는 웃으며 나리의 허리를 잡고 안에 깊이 사정한다.

--

며칠 후, 강남BP 피부과

오늘은 그나마 강택이 제일 신뢰하는 안세영이 밖을 지키고 있다. 윤백병 원장은 다른 모든 예약손님들을 취소하고, 손강택을 진찰하고 있었다.

안세영이 말한다. “비밀은 절대 지켜져야 합니다. 만약에 이 비밀이 샌다면 당신은 이 병원 문 닫아야 할 거요.”
“알겠습니다. 저도 장사 하루 이틀 하는 게 아닙니다.”

세영은 나갔고 윤백병은 손강택을 열심히 진찰한다. 남자 간호사는 이번 일을 위해 대전의 어느 병원에서 특별히 차출해 온 사람으로 이 일만 끝나면 곧바로 대전으로 내려갈 것이다.

진찰이 끝나자 윤백병의 얼굴이 굳어진다.

“회장님. 월남에 다녀 오셨다고 했지요?” “응.”
“검사 결과가 나와 봐야 확실히 알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고엽제 의사증상 같습니다.”

“뭐, 고엽제? 그게 뭔가?”

강택은 자신이 월남에 다녀온 것조차 숨기고 살았다. 그가 제대할 즈음에 육여사 사건이 터졌고 그래서 재벌 자제가 월남전에 참전한 사실은 알려지지 않고 끝났다.

“…”

“윤박사. 절대 입을 놀려서는 안 돼! 지금 밖에서 지키고 있는 내 비서는 입 막는 데는 선수야. 서투르게 누군가에게 말했다간 살아 남지 못할 줄 알아. “네.”

--

같은 시각, 성북동 손태산 저택.

손태산은 서정화가 아무 소리도 없이 사라지자 그녀의 행방을 찾느라 정송그룹에 있던 정보망도 동원해 보고 했지만, 회사에도 나오지 않은 지가 꽤 오래 되었다.

안 집사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알아 보고 있었으나, 집은 내놓지도 않았는데 더 이상 거기 살고는 있지 않았었다. 거참 희한한 일이야.

그런데 안 집사가 보고를 올린다. 이곳은 뒤뜰이라 신발을 신지 않고 슬리퍼를 신었다.
“회장님. 회사 내에 좀 이상한 소문이 돌더군요.” “무슨 일인데?”

“건설의 두바이 지사장, 상사의 파리 지사장, 해운의 리오 지사장이 셋이서 푼타아레나스를 다녀갔다는 소식입니다.”
“푼타아레나스 ? 거기는 남극으로 들어가는 관문 아닌가?”“그렇습니다.”

우리 회사가 남극에서 비지니스를 할 것도 아닌데 왜? … “언제 갔는가?”
“약 보름 정도 되었을 겁니다.”

보름? 그렇다면 …
“자네, 정송어패럴에서 후원한다는 남극 탐험대에 대해,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조사해 와. 시간이 없어!”

잠시 후 손태산은 일어나 나온다. 평소에는 손태산은 지팡이를 짚고 다녔는데 오늘은 의외로 기운이 생생하다.

주치의 성미진이 나온다. “회장님. 오늘도 치료 받으셔야죠?”
“응, 그래.”

아무래도 분위기가 이상하다. 왜 하필 그 시점에 남극에 갔을까? 혹시… 아, 아니다.
그는 머릿 속에서 나는 이상한 감성에 빠져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성미진도 의심해 봐야 겠다…
-

그날 저녁, 석경이 살고 있는 강남의 고급 아파트 아래층.

석경의 친척 명의로 되어 있는 이 아파트는 보나 마나 태정이 구입토록 했을 것이다. 이곳에서 정화는 거의 바깥 출입을 하지 않고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

“저 배달 왔습니다.” 정화의 생필품을 배달해 주는 정송그룹 여직원이었다.
“문 앞에 놓고 가세요.” “그게 좀…. “
정화는 그렇게 냉정한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문을 연다… 직원의 뒤에는 안준성이 서 있었다.

“아니 이 분은…”

“전 오늘부로 더 이상 정송 직원이 아니예요. 한강그룹 직원이예요.” 여직원은 이렇게 말하고 돌아간다. 안준성이 들어온다.

“아가씨. 회장님께서 보내서 왔습니다.”
“당장 돌아가세요. 비상벨을 누르기 전에.”

“회장님께서 아가씨를 한번 다시 보고 싶어하십니다. 할 말이 있다고..”
“무슨 말을 할 지는 모르지만 보고 싶지 않네요.”

준성이 설득한다. “아가씨. 아가씨는 태정 씨가 영원히 구태정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까?” “네?”

“길정 도련님이 우릴 칠 생각이었다면 이미 쳤을 겁니다. 길정 도련님은 우리 집안으로 돌아오고 싶기 때문에 고행의 길을 가고 계신 것일 겁니다.”

“….” 그 말이 틀린 건 아니다.

“내일 아침 회장님이 보낸 차가 이 아파트 단지 앞으로 올 것입니다. 정확히 오전 5시 57분입니다. 그 때까지 반드시 나와 주세요. 회장님은 한국경제를 일으키신 분이십니다. 그런 분이 회한 속에서 돌아가시는 건 저도 원치 않고 길정 도련님도 원치 않으실 겁니다.”

--

다음날 아침, 정화는 오전 5시 57분 약속대로 차를 타고 서울 근교로 갔다. 차는 그녀가 알지도 못하는 길을 구비구비 돌아서 간다.

차가 도착한 곳은 묘지였다. 그리고 그녀가 도착하자 마자, 고급차 한 대가 와서 멈춘다. 마세라티였다.

얼마 후 부축조차 받지 않고 손태산 회장이 내린다.

“정화 양, 잘 있었나?” “네.”

태산은 지금까지 그 어떤 설득보다 오늘이 더 힘들 것이란 사실을 안다.

“올라가세.”

태산은 안 집사의 부축을 받으며 산 중간까지 올라간다… 중간에 봉분이 하나 있고 거기에는 “한미행의 묘” 라고 적혀 있었다.

“이게 뭐지요?”

“바로 내 아들 손강환의 어머니의 무덤이지.”

거기에는 “한미행 1922-1948” 이라 적혀 있었다. 하지만 눈썰미가 좋은 정화는 봉분의 상태를 놓치지 않는다.

“이 봉분 최근에 만든 것 맞지요? “

“역시 내 손자가 고른 여자니 보통이 아니군. 맞아. 얼마 전에 만들었지.”

“왜 이러시는 거지요? 이런다고 태정 씨의 마음이 달라질 줄 아나요?”
“나는 53년 동안 저 여자를 잊고 살았고 32년 동안 강환이를 잊고 살았어. 하지만 한번도 그들을 해친 적은 없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강환이가 남극에 간 걸 안 건 그 애가 이미 남극에 도착한 후의 일이었다.”

“그럼 태정 씨의 아버님을 해친 사람이 회장님이 아니란 건가요?” “맹세코 나는 아니다. 안 그랬으면 이 무덤을 다시 지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 때 안 집사가 귀에 뭔가 말하고 사라진다. 손태산의 얼굴빛이 달라진다.
“무슨 일이죠?” “아, 아니다. 날파리가 좀 날아다니는 것 같구나.”

정화는 마음을 가다듬는다.
“제게 원하시는 게 뭐지요? 태정 씨가 한강그룹에 하려는 일을 막아 달라면 저는 거절하겠어요. 그건 태정 씨의 뜻이 아니니까요.”

손태산은 정화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그런 것이 아니다. “ “그럼 뭔데요?”
“나는 강환이 놈을 절대 해친 게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나 같은 건 더 이상 신경쓰지 말고 살아 달라는 이 사실만 전해라.” “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다.”

이 때 안 집사가 돌아온다.

“자, 그럼 가 보세나.” “네.”

정화가 소리친다.

“어떻게 그렇게 제멋대로시죠?” “뭐라고?”
“태정 씨의 의사는 하나도 물어 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만 행동하시잖아요? 지금도 태정 씨에게 한번 물어 보지도 않고 저를 데려오고 말이죠. 회장님의 행동이 태정 씨가 동의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해 봤어요?”

대단하다… 천하의 손태산 회장 앞에서 저렇게 세게 나오다니. 그만큼 구태정이 큰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태산은 뭔가에 끌리는 힘으로 주저 앉는다.

“잘못했다… 내가 강환이 놈과 길정이 놈에게 한 잘못을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으랴.”

--

저택에 돌아오자 마자 태산은 방으로 들어갔다. 성미진이 말한다. “회장님! 진단 받으셔야죠.”

안 집사가 말한다. “다시는 회장님은 너의 진단을 받지 않을 것이다.”
“네?”

이 때 양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낀 사내들 여러 명이 금속탐지기를 들고 들어온다. “당장 이 여자부터 검색하세요.”

사람들이 나온다… 사내들은 모든 방들을 돌아다니며 도청장치들을 찾아낸다. 병풍 안에서도 나오고, 침대 안에서도 나오고, 심지어 변기 안에서도 방수 도청장치가 나온다.

여러 고용인들은 줄을 서서 검색을 받았고, 고용인들이 사는 구역에도 사내들은 무차별로 들어가 검색을 한다.

이 때 신발장을 검색하던 사내가 안 집사에게 말한다. “집사님의 구두에서 도청장치가 발견되었습니다. ““뭐라고?”

평생 처음 세영이가 아버지에게 한 선물이다 … 그런데 거기에서 도청장치가 나왔다고?

그러고 보니, 안 집사가 멀리서 나는 소리를 듣고 총을 들고 쫓아가 보니, 한 사내가 몸을 날려 저쪽으로 도망쳤다. 회장님을 돌봐야 해서 멀리 갈 수는 없었지만, 체형으로 볼 때에 세영이 같았다…

이렇게 될 거였나…

“어떻게 할까요?” “도청장치만 제거하고 그냥 넣어 두시오.” “네.”


그날 손태산 회장의 저택에서 나온 도청장치의 수만 150개가 넘었다. 진료실에서 40개 이상이 발견되었다.


“그래서… 자네 아들이 자네 구두에 도청장치를 넣었단 말이지?” 사내들이 돌아가자 손태산은 안 집사에게 묻는다.
“네. 면목이 없습니다. 제 아들이라고 해서…”

“하기는 나도 내 아들에게 이런 일을 당하고 있으니 자네를 욕할 자격이 없네만.” “네?”
“하늘이 내게 선택을 하라고 하는구만…. 나는 끝까지 하고 싶지 않은 선택이었는데 .. 결국 길정이냐 강택이냐 둘 중 하나로군.”

“…” “다른 놈들은 내게 이런 공격을 할 만큼은 악하지 못해. 하지만 강택이는 달라. 그래도 강택이가 제일 나아서 회사를 잘 지킬 줄 알고 이런 짓을 하는 줄 알면서도 참아 줬는데 결국은 선을 넘는구만.” “…”

==

저택 부근의 어느 커피숍

조리사 조서연이 급히 안세영을 불러냈을 때 세영은 상황을 대충 이미 짐작했다. 그래서 독침도 준비했다.

회장님(손태산) 은 나를 없애라고 명령할 수 있는 분이고 아버지는 회장님의 말이라면 나를 백 번이라도 죽일 것이다.

“그래서, 집안을 다 깨끗이 칠했단 말인가? “ “네. 회장님은 지금 경기도의 별장에 계세요.” “하루라도 의사를 안 보며 큰일인데….”

이 때 안 집사가 나타난다. “조서연 씨, 수고하셨어요. 퇴직금은 정산해 드리죠.”

세영은 도망칠 준비를 한다. “안세영!”

잠시 후 두 사람은 세영의 차에 앉아 있다. “그래, 누구의 명령으로 너는 아비를 도청했냐?”
“제가 그걸 말할 사람으로 보이십니까?”
“나는 그래도 너를 아들이라고…”

“아버지는 그 잘난 집사 직을 물려 줄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지요. 저는 죽어도 손씨 가문의 종노릇은 더 하고 싶지 않습니다.”

“너, 그건 우리의 운명이야!”
“지금은 21세기입니다. 그 잘난 운명 따위는 통하지 않아요.”
“그런데 너는 왜 아직도 한강그룹에 머물며 강택이의 개 노릇을 하고 사는 거냐?”
“사람답게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 세영은 대답한다.
“대대로 이 집안을 위해 견마지로를 다했고 회사가 이 자리까지 오는 데에 우리 집안의 공이 20%는 됩니다. 그러니 그 댓가를 받아야 겠다는 것입니다.”
“우리 집안은 영원히 손씨 집안에 댓가를 바쳐야 해.”
“왜지요?”

안 집사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손씨 집안의 종이라는 것은 안준성이 태어나면서부터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고 달아날 수 없는 덫이었기 때문이다.

“너는 손강택이 네가 원하는 걸 줄 거라고 생각하냐?”
“그렇게 되도록 해야지요.”

안 집사는 생각했다. 이 놈이 제대로 미쳤구나.

안 집사는 손에 들고 온 종이 가방을 세영에게 준다.

“네가 전에 내게 선물을 했으니 나도 네게 선물을 하나 해야겠다.”

그는 세영에게 가방을 주고 나간다.

세영은 그걸 열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가방 속에는 분명히 찣겨진 구두와 함께 독약이 들어 있으리라. 그는 가방을 커피숍 쓰레기통 속에 넣고 밖으로 나간다.

다음날 아침, 이 커피숍과 그 부근에서 버린 쓰레기들을 모은 쓰레기통을 뒤지던 노숙자 한 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그의 사인은 아무도 알아보지 않았고 그의 시체는 조용히 화장터로 실려갔다.
==

남극

우진하는 조용호의 제의를 거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우진하도 바보는 아니다. 우진하는 조용호의 피를 묻힌 혈서를 받아냈고 그것은 그의 팬티 속에 있다.

이제 구태정만 죽이면 나는 평생 약 걱정은 안 하고 살 수 있겠지.


오늘은 강풍이 엄청나게 분다. 일행은 초속 20M가 넘는 강풍을 기화로 썰매로 이동했다.

블리자드 (눈보라를 동반한 강풍) 를 뚫고 나갈 수 없으면 남극탐험은 없다.

오늘은 이상하게 우진하가 친한 척 했고, 오경훈 조 중 한 명인 정방형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우진하가 구태정과 같은 썰매에 오른다.

하하하. 구태정. 오늘이 너의 마지막 날이야!

한편 태정도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겨 있었다.

한강그룹의 움직임이 이상하게 갑자기 멈추었고, 손회장(태산) 도 손강택도 모두 조용하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석경에게서는 이렇다 할 소식이 없다. 한강자동차 주식 매입이 잘 이루어지는 것 같다.

그런데 어우혁이 말했었다 .. 서정화가 누구냐고. 우혁은 물론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정화의 메시지가 문제였다.

“손태산 회장님이 당신 아버님의 어머님 묘를 손씨 집안의 묘역으로 이장했어요. 그리고 회장님은 아버님이 남극에서 당하신 사고와 관계가 전혀 없다고 하시네요?”

이게 무슨 말인가… 그럼 도대체 어떤 놈이 남극에서 아버지를 해쳤단 말인가?

이런 생각을 하며 구태정은 우진하와 함께 후미에 가는 썰매를 몰았다. 여전히 구태정은 겉옷 하나만 입었다… 속에서 타오르는 화기를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람이 정면으로 그들을 강타한다.

기회닷!

우진하는 전력을 다해 구태정을 발로 찼다. 바람이 불어 태정은 단 한 번에튕겨 나간다. 아무리 구태정이 대단해도 우진하는 산에서만 20년을 구른 놈이고 그 다리힘은 구태정이 이길 수 없던 것이다.

구태정! 잘있거라! 이제 너는 거기서 끝이다.

--
과연 구태정이 남극에서 허무하게 끝날 것인지, 아니면 또 어떤 음모가 그를 기다릴지, 그리고 이번 회에는 등장이 적었던 안세영이 그냥 당하고만 있을 지는 다음 회에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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