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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멎을 것 같은... - 9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2 02:32 1,386회 0건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지방에 있는 현장으로 출발하기 위해서였고 나와 함께 잠에서 깨어난 정해는 나를 위해 아침밥을 준비하고 있다.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는 찌개의 냄새가 집안 가득 피어났고 나는 고양이 세수를 한 뒤 옷을 입고 방 한 편에 앉아 있다. 음식을 준비하는 정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복잡한 생각에 잠긴다.

‘정해야, 절대 나를 배신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지금까지 내가 의심하고 있는 이 상황이 마치 꿈이었으면 좋겠어. 나는 널 정말 사랑하니까.’

어두운 표정으로 정해를 바라보고 있는 나를 확인한 정해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묻는다.

“잠을 잘 못 주무셨나? 표정이 왜 그렇게 어두워요?”
“아, 아니야... 그냥.”
“악몽이라도 꾼 모양이네. 우리 오빠 오늘 하루 힘들겠는 걸?”
“......”

매사가 힘든 일의 연속이다. 고된 막노동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정해 너만을 생각할 수 있어서였다. 아무리 힘든 일도 너와 함께 살아갈 미래를 생각하면 충분히 버티고 이겨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지금의 나는...

“어서 식사하세요. 이거 드시고 일가야 하니까.”
“응...”

조촐하게 차려진 아침밥상. 내 벌이가 적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아침은 가볍게 먹어야 한다는 정해의 철학이 담긴 밥상이기도 하다.

“......”
“오빠...”
“응?”
“입맛이 없어요? 밥을 왜 그렇게 드세요?”
“내가 뭘...”

깨작깨작 밥을 먹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정해가 말을 건다. 그런 정해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그냥 흘러 넘어가듯 대꾸를 하고 말았다.

“아침에 고된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 이렇게 밥을 먹으면 안 되죠!”
“그랬나? 미... 미안. 아침 정말 맛있네! 정해가 최고야!”

속에도 없는 말을 내 뱉었다. 이렇게라도 말을 하지 않으면 사랑하는 나의 정해가 더욱 더 신경을 쓸 것 같아서였다.

“이제 슬슬 나가볼까.”
“오늘 하루도 안전운전하시고 일 할 때도 조심히 하세요.”
“그래, 나 다녀올게.”
“응, 그런데... 지방에 혼자... 가세요?”
“수남이와 함께... 아니야, 어서 서둘러 나가 볼게.”
“오빠...”
집을 나서는 내 팔을 잡고 뭔가 할 말이 있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정해. 그런 정해를 가만히 쳐다보며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올 말을 기다린다.

“오늘... 일찍 오실 거죠?”
“노력할게. 무슨 일 있어?”
“그냥... 저 혼자 집에 오래 두지 말아요. 오빠가 보고 싶으니까.”
“훗... 어린 아이처럼... 다녀올게.”
“......”

떠나는 내 모습을 바라보며 정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는 답답하고 미쳐버릴 것 같은데... 서둘러 수남이 집으로 향했고 반지하 수남이 집의 방 불은 아직 켜지지 않은 상태다.

“이 자식... 오늘 일 안 가려고 하나? 지금이 몇 시인데...”

수남이 집 문에 노크를 하며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것 같은 친구를 깨운다.

“야, 어서 일어나. 일 나가야지!”

얼마나 두드렸을까. 수남이는 시체와 같은 얼굴로 문을 열어준다.

“왔... 왔어.”
“뭐야? 왜 그런 얼굴이야? 어디 아파?”
“콜록, 콜록... 감기.”
“약은?”
“없어.”
“미친 놈, 오늘 일 어떻게 가려고?”
“자.”
“응?”

내 질문에 짧은 말투로 무언가를 건네는 수남이. 수남이가 건넨 것은 자신의 트럭 차 키였다.

“뭐야?”
“타고 가.”
“넌? 일 못가?”
“미안.”
“일할 사람도 없는데 갑자기 감기가 웬 말이야?”
“몰라.”
“아, 진짜... 너 이러면...”

순간 수남이가 아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수남이 몸 뒤로 보이는 방안은 조금 전 방금 깨어난 사람이라기 보기 어려웠다. 이불이 다 치워진 상태에 방 안에 정리가 되어진 상태. 그렇다면 뭔가 다른 속셈이 있다는 뜻인데... 그 뜻을 알 것만 같았다.

“그... 그래? 알겠어. 그럼 네 차 끌고 나 혼자 다녀올게.”
“응.”
“간다.”
“가.”

수남이 집을 나서며 트럭에 시동을 켠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우리 동네 골목을 조심스레 트럭을 몰고 유유히 떠났다. 내 눈은 자동차 백밀러에 고정이 된 채 말이다. 한적한 골목에 트럭을 주차하고 주머니를 뒤적인다. 정해를 만나고 나서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있었지만 그 순간만은 담배 생각이 절로 났다.

“아, 담배가 어디 없나? 수남이는 담배를 피우는 녀석이니 차 안에 있을 것 같은데...”

트럭 다시 방을 열어 뒤적이자 몇 가치 피다 남은 담배와 라이터를 발견하고 자연스럽게 입에 문 뒤 불을 당긴다.

“쓰읍... 후... 이럴려고 감기에 걸렸다는 핑계를 댄 것인가...”

하얀 담배 연기가 내 입에서 나와 동이 트고 있는 하늘로 올라간다. 내 의심이 확실하다는 뜻을 담아 높이 떠오르는 담배 연기를 바라보며 필터 끝까지 담배를 피워 됐다. 담배 한 가치를 모두 피우고 천천히 우리 집 앞으로 걸어간다. 걸어가는 도중 수남이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5분이면 갈 거리를 10분이 넘는 거리로 돌아가고... 드디어 도착한 우리 집 앞. 아직 수남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1분... 3분... 5분... 시간이 흐른다. 혹시 내가 너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을 하던 도중... 저 멀리 어두운 실루엣이 모습을 보인다. 그건 바로 수남이다.

“똑똑똑...”

우리 집 문에 노크를 하는 수남이. 우리집 단칸방이 가장 잘 보이는 창가로 다가가 정해의 움직임을 살핀다.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방안에 보이는 정해는 야한 실크 속옷을 입은 채 멍하니 서 있다. 내가 생일 선물로 사준 실크 속옷... 아깝다며 잘 입지 않고 있던 그 속옷. 왜 그걸... 지금 입고 있는 것인지.

“누... 누구세요?”
“접니다.”
“......”

정해가 당황해 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모습이다. 열지 말라고... 절대 문을 열지 말라고 마음으로 기도하고 부탁하는 가운데 정해가 움직인다. 안... 안 돼...

“덜컹...”
“......”

우리 집 문을 열어주는 정해. 문이 열리자 수남이의 신발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지금 방 안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고 있다. 우리 집도 수남이 집과 마찬가지로 반지하였기에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시아에는 정해의 뒷모습과 문이 열리고 난 후 수남이의 신발만 보일 뿐이다. 정해를 수남이의 얼굴을 확인하고 당황한 듯 자신의 머리만 매만진다.

“오... 오셨어요.”
“하아... 정말... 제가 부탁한 모습이네요.”
“부... 부끄러워요.”
“안으로 들어가도... 될까요?”

수남이가 정해에게 허락을 받는다. 절대 들어오라고 허락해서는 안 된다.. 절대... 정해야...!

“......”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아까 집에서 보았던 수남이는 초취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수남이는 말끔한 상태로 손에는 장미꽃 한송이를 들고 있다.

“이... 이제 어떻게 하실 거죠? 절...”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제수씨.”
“모... 모르겠어요. 지금 이런 행동이 잘 하는 것인지도... 전 잘 모르겠다고요.”
“사랑해요!”
“웁!”

기습적인 키스를 날리는 수남이의 입술을 정해는 거부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받아들인다. 더러운 장면을 보고 있으니 내 심장이 폭발할 것 같다. 수남이의 한 손이 정해의 엉덩이를 만지고 또 한 손은 봉긋 솟아 오른 가슴을 잡는다. 나의 심장은 이미 폭발하기 일보직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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