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기 전에 알려드립니다. 집필실에 가시면 꼬맹이 5부와 6부가 자유게시판에 게시되어 있습니다. 본 작품음 꼬맹이가 종료되면 올려드리려고 했던 작품인데 성급한 마음에 미리 올려드립니다. 꼬맹이의 경우 완결편까지 이미 집필이 되었고 본 작품은 10부까지 집필이 된 상태입니다. 글이 중단 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완결을 목표로 달리겠습니다. 오늘은 3.1절이네요. 대한독립 만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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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때였던 것 같다. 고층 빌딩에 공사를 하며 잠시 끼니를 때우고 쉬기 위해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한적한 곳에 혼자 자리를 잡고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정해, 나야.”
“오빠, 오전 일이 끝 난거야?”
“응, 이제 반나절 남았네. 여기는 내가 없으면 일이 안 되나봐. 나만 찾아서 큰일이네.”
“오빠는 만능재주꾼이니까.”
“현장에서 내가 이런 존재라니까. 하하하!”
“호호호.”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자신의 여자에게 이런 허풍을 떨기 마련이지 않은가. 나 역시 사랑하는 여자에게 살짝 허풍을 떨며 통화를 계속했다.
“아참, 아까 수남 오빠 오셨다 가셨어.”
“수남이? 수남이가 왜?”
전날 수남이에게 혼자 있을 정해에게 관심을 좀 주며 도움을 주라고 했던 부탁보다 혼자 있는 정해에게 수남이가 왔다 갔다는 사실에 찜찜하기만 했고.
“수남 오빠네 집에 김치가 너무 많아서 나눠주시러 오셨어. 그래서 지금 집에 김치가 엄청 많아.”
“자식... 뭘 그런걸...”
나도 없는 집에 굳이 김치를 가져다 준 수남이의 행동이 이상하긴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내 친구이자 믿고 의지한 녀석이 아닌가. 그냥 그렇게 흘러가듯 얘기를 듣고 통화를 끝낸 뒤 자리에 누워 앞으로 나의 미래를 고민하고 생각만 했을 뿐이었다.
...............
..........
.....
춥다. 다리가 시려올 정도로 춥다. 지금 우리 집 안에는 수남이와 정해가 서로의 육체를 탐하며 사랑을 나누고 있다. 분노할 정도로 화가 나고 배신감이 치솟았지만 무작정 처드러 가고 싶지 않다. 무얼 원하고 있는 것인지 나는 잘 알 수 없었지만 문 밖으로 들려오는 정해의 신음 소리와 수남이의 흥분 소리에 나의 다리와 손이 말을 듣지 않는다.
“헉헉... 오빠, 오빠가 정말 좋아요.”
“정해 씨, 헉헉... 당신의 몸은 너무 뜨겁고 마치 솜사탕 같아요. 이렇게 당신 몸을 핥고 있으면...”
“하악... 너무 행복해요... 오빠, 수남 오빠!”
“탁탁탁...”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에 나의 마음은 찢어질 만큼 아프다. 다리가 떨려오고 두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런데 왜, 왜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없는 것인지... 한편으로는 수남이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신 나간 소리 같지만 실제 그 자리에서 든 생각이다. 수남이는 어렸을 적부터 함께 자라고 함께 성장한 둘도 없는 친구다. 수남이네 집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고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 밑에서 엄청난 가정폭력을 경험해야 했다. 우리 집으로 밤늦게 아버지의 주먹질을 견디다 못해 도망쳐온 적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올해 나이 마흔 살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장가도 못간 친구다. 항상 수남이에게 미안했다. 내가 힘들 때마다 의지하고 기대왔던 터라 뭔가 수남이를 위해 선물을 주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 수남이에게 사람들이 질타하고 욕을해도 나는 항상 수남이를 지켜줬다. 수남이 편에서 행동했고 수남이와 같은 생각으로 그와 함께 했다. 그런 수남이가 나의 동거녀와 사랑의 행위를 하고 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익... 지금 당장 문을 열고 들어가서... 이 두 년 놈을...”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손잡이를 잡았지만 부들거리는 손이 막상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나는 정해와 수남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저 둘을 어떻게 하려고 이러고 있는 것이란 말인가.
“흐으응... 오빠... 오빠... 그곳은... 허윽...”
“정해 씨 가운데 구멍은 병철이도 가질 수 있는 곳인데... 이 구멍은 저에게 처음 주는 곳이죠? 맞죠?”
“아... 아파요... 오빠, 제발... 그곳은...”
“한 번만... 제발... 한 번만요!”
“아악!!”
그곳이란... 그곳은 또 어디란 말인가. 나도 갖질 못한 그곳을 수남이가 점령해 버리고 있는 것인가. 그곳이라면... 그곳이라면...
“젤... 젤 좀 발라주세요. 너무 아파요...”
“흐윽... 너무 꽉 쪼여...!”
“아학...”
도무지 이 지경을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내 여자의 모든 것을 가진 수남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한단 말인가... 그날... 그날 내가 그렇게 술만 마시지 않았어도...
.....
..........
...............
“띠리링~ 띠리링~”
“여보세요.”
“수남! 나야. 오늘 우리 집에 김치 가져다 줬다며?”
“어.”
“뭘 이런 걸 가지고 왔어? 고맙네.”
“남아서.”
“딱딱한 새끼, 야. 지금 집에서 뭐 할 거 없으면 우리 집이나 와.”
“왜?”
“왜긴 왜야, 너랑 술 한 잔 하려고 하지.”
“퍽이나.”
“내가 소주 쏠게. 어서 와. 네가 가져온 김치랑 수육해서 먹자.”
“응.”
“말 좀 길게 하면 혓바닥에 무좀이라도 생기냐?”
“모르지.”
“병신.”
“반사.”
“즐.”
“......”
사내들의 대화란 그리 긴 말이 필요가 없다. 짧은 말이지만 서로의 목적과 행동방향이 잘 전달되곤 한다. 이게 여자와 남자의 다른 대화법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는 다른 남자들보다 더 했다. 그런 것에 불만을 갖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평생 그렇게 살아왔고 소통해 왔으니. 한 시간쯤이 지난 후 수남이가 검은색 비닐봉지에 소주를 몇 병 사가지고 왔다.
“야, 그냥 오라니까 뭐하러 술을 사왔어?”
“그래도 남의 집 가는데 빈손으로 갈 수 있나.”
“우리 집이 왜 남의 집이야?”
“내가 사는 집이 아니니까.”
“복잡한 놈.”
“현실적인 놈이지.”
“주둥이만 살아가지고.”
“주둥이라도 살아야 먹고 살지.”
“말을 말자.”
“말은 말수가 없어. 너무 커. 무슨 김밥인줄 아냐.”
“미친...”
“씨익.”
가벼운 말장난에 수남이가 나를 보며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어 보인다. 그렇게 가벼운 웃음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방 가운데 앉았다. 그리고 정해가 정성스럽게 만든 수육이 방으로 들어왔다.
“맛이 있나 모르겠네요.”
“제수씨가 만든 건데 맛이 없어도 맛있게 먹어야죠.”
“어머, 말씀도 참 고맙게 하시네요.”
“씨익.”
예의상 하는 수남이의 말이라도 너무 고맙고 예뻤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 수남이가 사온 소주 4병이 순식간에 사라지게 되었고 나도 몸을 비틀거리며 많이 취해 있었다.
“어? 술... 술이 없네.”
“벌써? 몇 잔 안했는데 어떻게 된 거야?”
“정해야, 술 좀 사다 주겠어?”
“오빠, 수남 오빠와 지금 몇 병 마신 줄 아세요?”
“그러지 말고, 아잉~”
“힝~”
나의 애교를 쳐다보던 수남이가 손가락을 입에 넣으며 구토를 하려는 행동을 하며 나를 한심하게 쳐다본다. 수남이의 그런 야유도 나는 감수할 수 있을 만큼 정해에게 지극정성이었다. 정해는 수남이의 눈치를 보며 그러지 말라고 나를 다그친다.
“얌마, 이 시간에 여자를 혼자 슈퍼에 심부름 시키냐?”
“그럼, 뭐... 어때서?”
“매너가 꽝이네.”
“그럼 둘이 같이 갔다 오던가.”
“나랑? 제수씨가?”
“왜? 나 모르게 둘이 뭐... 이상한 짓이라도 하려고?”
“취했냐?”
아무런 생각도 없이 내 뱉은 나의 농담에 집안의 분위기는 차가워졌고 정해가 나를 향해 레이저 눈빛을 발사한다. 그리곤 허벅지를 꼬집는데...
“하하하! 농담이야. 수남이 말이 맞아. 내가 다녀올게.”
“제수씨에게 잘해, 임마!”
“알았어, 알았다고. 그러니까 내가 혼자 슈퍼 다녀올게.”
“서둘러 다녀 와.”
“그래, 그래. 정해는 여기 잠깐 앉아 있어. 내가 후딱 다녀올게.”
“그만 마시지...”
“딱 한 병만 더... 흐흐흐.”
외투를 입고 집을 나서 집에서 멀지 않은 슈퍼로 갔다. 그런데 웬걸... 정기휴일이라... 명절에도 닫지 않던 슈퍼의 문이 굳게 잠겨있다. 별수 없이 골목 끝의 큰길에 있는 편의점으로 나는 발길을 돌려야 했고 집 안에 남은 정해와 수남이는 내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서먹서먹한 분위기 속에 물들어 있었다.
“하아... 이 자식은 슈퍼를 간거야, 양조장으로 간거야?”
“그러게요. 오빠가 조금 늦네요.”
“행동이 굼떠서 큰일이라니까요.”
“곧 오겠죠.”
“제수씨.”
“네?”
“수육 맛있네요.”
“그래요? 다행이네요. 태어나서 처음 해본 건데...”
“요리 솜씨가 있으시니 병철이는 행복한 녀석이네요.”
“과찬이세요.”
“......”
다시 적막이 흐르고 수철이는 비어 있는 소주병만 만지작 거린다. 소주병의 두툼한 몸통을 만지다 점점 좁아지는 술병 입구 쪽으로 손바닥을 움직이고 그 끝에 구멍에 손가락을 살짝 넣어본다. 그리고 손가락을 소주병에 끼운 채 병을 들어올려 까딱까딱 손가락을 움직인다. 그 행동을 지켜보던 정해가 웃음을 터트린다.
“풋... 풉... 호호호.”
“왜요?”
“그냥... 그렇게 하니까 굉장히 웃기네요.”
“그런가요? 이게?”
다시 한 번 손가락을 까딱 거리자 병이 수남이의 손가락 끝에서 끄떡끄떡 거린다. 마치 발기된 남자의 물건이 힘을 줄 때마다 꿀렁 거리듯이 말이다. 수남이의 감정이 점점 이상해 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수남 오빠는 우리 오빠랑 언제부터 친구셨어요?”
“음... 30년이 넘은 친구죠.”
“와, 정말 오래 되었구나. 우리 오빠 어렸을 적은 어땠어요?”
“솔직하게?”
“네, 솔직하게요. 인기가 많았나요? 여자들에게...”
“인기? 하하하. 병철이가?”
“아... 아니에요?”
“제수씨에게 이렇게 말해도 되나 몰라.”
“괜찮아요, 말씀해 주세요.”
“병철이... 쪼다였죠.”
“쪼다?”
“흐흐흐... 그냥 그랬어요.”
수남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리에서 엉덩이를 들어 올려 수남이 앞에 바짝 붙어 쪼구려 앉아 수남이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정해가 다시 물었다.
“우리 오빠 그 전에 여자 많이 만났나요?”
“네?”
자신에게 바짝 붙어 질문하는 정해와 눈이 마주친 수남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마른 침이 넘어가기 시작했고 까딱 거리던 소주병이 정해의 가슴에 부딪쳐 바닥에 떨어졌다. 둘은 그 상태로 정지된 화면처럼 잠시 머물렀고 수남은 당황해 하는 기력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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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때였던 것 같다. 고층 빌딩에 공사를 하며 잠시 끼니를 때우고 쉬기 위해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한적한 곳에 혼자 자리를 잡고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정해, 나야.”
“오빠, 오전 일이 끝 난거야?”
“응, 이제 반나절 남았네. 여기는 내가 없으면 일이 안 되나봐. 나만 찾아서 큰일이네.”
“오빠는 만능재주꾼이니까.”
“현장에서 내가 이런 존재라니까. 하하하!”
“호호호.”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자신의 여자에게 이런 허풍을 떨기 마련이지 않은가. 나 역시 사랑하는 여자에게 살짝 허풍을 떨며 통화를 계속했다.
“아참, 아까 수남 오빠 오셨다 가셨어.”
“수남이? 수남이가 왜?”
전날 수남이에게 혼자 있을 정해에게 관심을 좀 주며 도움을 주라고 했던 부탁보다 혼자 있는 정해에게 수남이가 왔다 갔다는 사실에 찜찜하기만 했고.
“수남 오빠네 집에 김치가 너무 많아서 나눠주시러 오셨어. 그래서 지금 집에 김치가 엄청 많아.”
“자식... 뭘 그런걸...”
나도 없는 집에 굳이 김치를 가져다 준 수남이의 행동이 이상하긴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내 친구이자 믿고 의지한 녀석이 아닌가. 그냥 그렇게 흘러가듯 얘기를 듣고 통화를 끝낸 뒤 자리에 누워 앞으로 나의 미래를 고민하고 생각만 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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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 다리가 시려올 정도로 춥다. 지금 우리 집 안에는 수남이와 정해가 서로의 육체를 탐하며 사랑을 나누고 있다. 분노할 정도로 화가 나고 배신감이 치솟았지만 무작정 처드러 가고 싶지 않다. 무얼 원하고 있는 것인지 나는 잘 알 수 없었지만 문 밖으로 들려오는 정해의 신음 소리와 수남이의 흥분 소리에 나의 다리와 손이 말을 듣지 않는다.
“헉헉... 오빠, 오빠가 정말 좋아요.”
“정해 씨, 헉헉... 당신의 몸은 너무 뜨겁고 마치 솜사탕 같아요. 이렇게 당신 몸을 핥고 있으면...”
“하악... 너무 행복해요... 오빠, 수남 오빠!”
“탁탁탁...”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에 나의 마음은 찢어질 만큼 아프다. 다리가 떨려오고 두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런데 왜, 왜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없는 것인지... 한편으로는 수남이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신 나간 소리 같지만 실제 그 자리에서 든 생각이다. 수남이는 어렸을 적부터 함께 자라고 함께 성장한 둘도 없는 친구다. 수남이네 집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고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 밑에서 엄청난 가정폭력을 경험해야 했다. 우리 집으로 밤늦게 아버지의 주먹질을 견디다 못해 도망쳐온 적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올해 나이 마흔 살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장가도 못간 친구다. 항상 수남이에게 미안했다. 내가 힘들 때마다 의지하고 기대왔던 터라 뭔가 수남이를 위해 선물을 주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 수남이에게 사람들이 질타하고 욕을해도 나는 항상 수남이를 지켜줬다. 수남이 편에서 행동했고 수남이와 같은 생각으로 그와 함께 했다. 그런 수남이가 나의 동거녀와 사랑의 행위를 하고 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익... 지금 당장 문을 열고 들어가서... 이 두 년 놈을...”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손잡이를 잡았지만 부들거리는 손이 막상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나는 정해와 수남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저 둘을 어떻게 하려고 이러고 있는 것이란 말인가.
“흐으응... 오빠... 오빠... 그곳은... 허윽...”
“정해 씨 가운데 구멍은 병철이도 가질 수 있는 곳인데... 이 구멍은 저에게 처음 주는 곳이죠? 맞죠?”
“아... 아파요... 오빠, 제발... 그곳은...”
“한 번만... 제발... 한 번만요!”
“아악!!”
그곳이란... 그곳은 또 어디란 말인가. 나도 갖질 못한 그곳을 수남이가 점령해 버리고 있는 것인가. 그곳이라면... 그곳이라면...
“젤... 젤 좀 발라주세요. 너무 아파요...”
“흐윽... 너무 꽉 쪼여...!”
“아학...”
도무지 이 지경을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내 여자의 모든 것을 가진 수남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한단 말인가... 그날... 그날 내가 그렇게 술만 마시지 않았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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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링~ 띠리링~”
“여보세요.”
“수남! 나야. 오늘 우리 집에 김치 가져다 줬다며?”
“어.”
“뭘 이런 걸 가지고 왔어? 고맙네.”
“남아서.”
“딱딱한 새끼, 야. 지금 집에서 뭐 할 거 없으면 우리 집이나 와.”
“왜?”
“왜긴 왜야, 너랑 술 한 잔 하려고 하지.”
“퍽이나.”
“내가 소주 쏠게. 어서 와. 네가 가져온 김치랑 수육해서 먹자.”
“응.”
“말 좀 길게 하면 혓바닥에 무좀이라도 생기냐?”
“모르지.”
“병신.”
“반사.”
“즐.”
“......”
사내들의 대화란 그리 긴 말이 필요가 없다. 짧은 말이지만 서로의 목적과 행동방향이 잘 전달되곤 한다. 이게 여자와 남자의 다른 대화법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는 다른 남자들보다 더 했다. 그런 것에 불만을 갖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평생 그렇게 살아왔고 소통해 왔으니. 한 시간쯤이 지난 후 수남이가 검은색 비닐봉지에 소주를 몇 병 사가지고 왔다.
“야, 그냥 오라니까 뭐하러 술을 사왔어?”
“그래도 남의 집 가는데 빈손으로 갈 수 있나.”
“우리 집이 왜 남의 집이야?”
“내가 사는 집이 아니니까.”
“복잡한 놈.”
“현실적인 놈이지.”
“주둥이만 살아가지고.”
“주둥이라도 살아야 먹고 살지.”
“말을 말자.”
“말은 말수가 없어. 너무 커. 무슨 김밥인줄 아냐.”
“미친...”
“씨익.”
가벼운 말장난에 수남이가 나를 보며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어 보인다. 그렇게 가벼운 웃음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방 가운데 앉았다. 그리고 정해가 정성스럽게 만든 수육이 방으로 들어왔다.
“맛이 있나 모르겠네요.”
“제수씨가 만든 건데 맛이 없어도 맛있게 먹어야죠.”
“어머, 말씀도 참 고맙게 하시네요.”
“씨익.”
예의상 하는 수남이의 말이라도 너무 고맙고 예뻤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 수남이가 사온 소주 4병이 순식간에 사라지게 되었고 나도 몸을 비틀거리며 많이 취해 있었다.
“어? 술... 술이 없네.”
“벌써? 몇 잔 안했는데 어떻게 된 거야?”
“정해야, 술 좀 사다 주겠어?”
“오빠, 수남 오빠와 지금 몇 병 마신 줄 아세요?”
“그러지 말고, 아잉~”
“힝~”
나의 애교를 쳐다보던 수남이가 손가락을 입에 넣으며 구토를 하려는 행동을 하며 나를 한심하게 쳐다본다. 수남이의 그런 야유도 나는 감수할 수 있을 만큼 정해에게 지극정성이었다. 정해는 수남이의 눈치를 보며 그러지 말라고 나를 다그친다.
“얌마, 이 시간에 여자를 혼자 슈퍼에 심부름 시키냐?”
“그럼, 뭐... 어때서?”
“매너가 꽝이네.”
“그럼 둘이 같이 갔다 오던가.”
“나랑? 제수씨가?”
“왜? 나 모르게 둘이 뭐... 이상한 짓이라도 하려고?”
“취했냐?”
아무런 생각도 없이 내 뱉은 나의 농담에 집안의 분위기는 차가워졌고 정해가 나를 향해 레이저 눈빛을 발사한다. 그리곤 허벅지를 꼬집는데...
“하하하! 농담이야. 수남이 말이 맞아. 내가 다녀올게.”
“제수씨에게 잘해, 임마!”
“알았어, 알았다고. 그러니까 내가 혼자 슈퍼 다녀올게.”
“서둘러 다녀 와.”
“그래, 그래. 정해는 여기 잠깐 앉아 있어. 내가 후딱 다녀올게.”
“그만 마시지...”
“딱 한 병만 더... 흐흐흐.”
외투를 입고 집을 나서 집에서 멀지 않은 슈퍼로 갔다. 그런데 웬걸... 정기휴일이라... 명절에도 닫지 않던 슈퍼의 문이 굳게 잠겨있다. 별수 없이 골목 끝의 큰길에 있는 편의점으로 나는 발길을 돌려야 했고 집 안에 남은 정해와 수남이는 내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서먹서먹한 분위기 속에 물들어 있었다.
“하아... 이 자식은 슈퍼를 간거야, 양조장으로 간거야?”
“그러게요. 오빠가 조금 늦네요.”
“행동이 굼떠서 큰일이라니까요.”
“곧 오겠죠.”
“제수씨.”
“네?”
“수육 맛있네요.”
“그래요? 다행이네요. 태어나서 처음 해본 건데...”
“요리 솜씨가 있으시니 병철이는 행복한 녀석이네요.”
“과찬이세요.”
“......”
다시 적막이 흐르고 수철이는 비어 있는 소주병만 만지작 거린다. 소주병의 두툼한 몸통을 만지다 점점 좁아지는 술병 입구 쪽으로 손바닥을 움직이고 그 끝에 구멍에 손가락을 살짝 넣어본다. 그리고 손가락을 소주병에 끼운 채 병을 들어올려 까딱까딱 손가락을 움직인다. 그 행동을 지켜보던 정해가 웃음을 터트린다.
“풋... 풉... 호호호.”
“왜요?”
“그냥... 그렇게 하니까 굉장히 웃기네요.”
“그런가요? 이게?”
다시 한 번 손가락을 까딱 거리자 병이 수남이의 손가락 끝에서 끄떡끄떡 거린다. 마치 발기된 남자의 물건이 힘을 줄 때마다 꿀렁 거리듯이 말이다. 수남이의 감정이 점점 이상해 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수남 오빠는 우리 오빠랑 언제부터 친구셨어요?”
“음... 30년이 넘은 친구죠.”
“와, 정말 오래 되었구나. 우리 오빠 어렸을 적은 어땠어요?”
“솔직하게?”
“네, 솔직하게요. 인기가 많았나요? 여자들에게...”
“인기? 하하하. 병철이가?”
“아... 아니에요?”
“제수씨에게 이렇게 말해도 되나 몰라.”
“괜찮아요, 말씀해 주세요.”
“병철이... 쪼다였죠.”
“쪼다?”
“흐흐흐... 그냥 그랬어요.”
수남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리에서 엉덩이를 들어 올려 수남이 앞에 바짝 붙어 쪼구려 앉아 수남이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정해가 다시 물었다.
“우리 오빠 그 전에 여자 많이 만났나요?”
“네?”
자신에게 바짝 붙어 질문하는 정해와 눈이 마주친 수남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마른 침이 넘어가기 시작했고 까딱 거리던 소주병이 정해의 가슴에 부딪쳐 바닥에 떨어졌다. 둘은 그 상태로 정지된 화면처럼 잠시 머물렀고 수남은 당황해 하는 기력이 역력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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