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뺏든가, 뺏기든가, 혹은 믿든가 - 8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2 02:34 1,055회 0건
8. Seperated ~ 하나가 되지 못한 인간. 우리.














~ 꿈, 3개월 후



"왜 제 말씀을 믿지 못하시는겁니까들!"

"내가 모를줄 알아? 당신을 포함해서 거기 사장인지 뭔지 하는 놈들이랑 거기... 너희들이 개수작 부리는거 다 알아!"

"아니라고 몇번을 말해야 제 생각을 이해하시겠습니까!"

"닥쳐! 더 이상 너희와 말하기도 싫어! 우리는 우리대로 알아서 할거야. 너희따위 믿겠냐!!"

답답했다. 왜 그들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내가 그들에게 동맹제의를 했던 그 이후 한달 후의 꿈속. 우리 피시험자들이 그 빌어먹을 시험에 든지 3개월째가 되는 날이였다. 어김없이 나를 포함한 12명의 시험자들은 꿈속에서 이렇게 만남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내심 지난달에 했던 동맹제의에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서로 다투고, 싸우고, 아내로 인해 마음이 상할 필요 없이 모두의 소원이 이뤄질 수 있다는 그 핑크빛 소망은, 뜻밖에도 그들의 격렬한 반대로 인해 무산되어버렸다.

그들이 내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 웃기게도 나를 포함한 수철이, 성교수, 우사장과 장사장간의 관계가 너무 돈독해보인다는 것이였다. 12인의 거국적인 동맹을 이루기에는 우리 5명의 관계가 너무 끈끈해보인다, 그래서 결국 우리 5명이 나머지 7명을 배신할 것이 분명하다. 아니, 배신까지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우리가 전체 조직의 이득을 아니라 우리 5명의 이득만을 챙기기 급급할 것이 뻔해보인다, 라는 것이 그들의 논리였다.

그들의 논리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였다. 그런 식으로 조직이나 커뮤니티가 와해되는 경우는 많으니까. 오죽하면 인터넷 커뮤니티를 와해시키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커뮤니티의 네임드들을 우상화시킨다거나, 자주보는 닉네임들끼리 친목을 다지는 소위 친목질을 뽑지 않는가. 오죽하면 친목질이 아니라 좆목질이라는 표현까지 생길 정도니...

일반적으로 인터넷에서나, 혹은 실제로 현실에서 얼굴을 보는 사이에서나 이미 그들만의 친목이 다져진 그룹에 후발주자로 참여하게 되는 것이 쉬운일만은 아니다. 이미 그들만의 코드가 형성된 상태에서 그 코드에 자신을 맞춰나가야한다. 그들이 그들만의 언어로 웃어댈때,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서 어느 포인트에서 웃어야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그런점은 괜찮았다. 사람에게는 눈치라는게 있으니까. 정말 애매한 부분은 자신이 어느 타이밍에 그들간의 대화에 치고들어가야하는지, 어떤 주제로 치고들어가야하는지, 말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내가 말을 했을때 그들이 내 말을 무시하진 않을지, 이런 불안감들...

아무리 사교성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사람들간의 친목을 다지는 매 순간순간마다 이런 고민이 없진 않을 것이다. 다만 그 어려움을 스스로 잘 이겨내고 사람들에게 접근을 잘하느냐, 아니면 그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하느냐에 따라서 활발한 사람, 혹은 내성적인 사람이 갈리게 되는 것이다. 내가 답답한것은 외향적이냐 내성적이냐를 떠나서 우리가 이겨내야할 목표는 모두 같은데, 딱히 우리 5명이 이득을 취할만한 껀덕지도 없는데, 왜 굳이 그들이 우리의 관계를 경계하냐는 것이였다.

성교수가 옆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만하게나 최군. 자네는 할만큼 했네..."

"하지만... 교수님..."

"최대리, 어쩔 수 없잖나. 자네의 제안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우리 모두의 소원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되는지는 저들에게 전달된거 같으니 일단 그것으로 만족하게나."

우사장까지 성교수의 말을 거들자 나는 더이상은 그들에게 말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그리고는 옹기종기 모여 세력화된 12명의 사람들을 구분짓기 시작했다. 우선 내가 속한 5명의 그룹. 내 그룹이 가장 많은 인원이 속한 그룹이다. 그리고 형과 동생을 중심으로 한 4명의 그룹. 순박해보이는 형제들과 달리 나머지 2명은 꽤 건들건들해보이기도 해보인다. 그리고 나머지 3명의 그룹. 이 그룹은 딱히 특성이 없어보였다. 아마 우리 그룹에 들어오진 못하겠고, 형제들의 그룹에 들어가기에는 그 건들건들해보이는 인상의 남자들이 무서워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다가 모인, 일종의 떨거지 모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자기들 이야기 끝났으면 이제 내가 얘기해도 될까?"

안그래도 기분이 찹찹한데 마치 약올리는듯한 아스모데우스의 목소리를 들으니 짜증이 솟구친다. 여자라도 상관없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녀의 얼굴을 주먹으로 한대 후려갈기고 싶었다. 물론... 여자라고 해봤자 그녀는 악마였기에 여자라는것을 배려해줄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어쨋든 이번 한달동안에도 아무도 죽지 않고 용케 버텨냈네? 후후... 그나저나 자기들, 궁금하지 않아? 보아하니 자기들이 현실속에서 서로를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예 초면인 사람들도 있는거같네. 답답하지 않았어? 남의 아내를 빼앗고 싶어도, 자신의 아내를 다른 남자에게 주고 싶어도 아무한테나 껄떡댈 순 없으니말이야."

"......"

"그래서말인데, 내가 자기들의 부인들의 모습을 보여줄게. 호호... 잘들 확인해뒀다가 쓸데없는 여자한테 섹스했다고 억울해하지말라구."

"쓸데없는짓을...!!"

하지만 내 말소리가 나오기가 무섭게 우리가 서있는 공간에 괴상한 소리가 울러펴지며 나의 목소리가 파묻혀버렸다. 아스모데우스가 잠시 걸음을 옮겼고, 방금전까지도 아스모데우스가 서있던 자리에는 마치 영사기의 빛이 스크린에 비치듯 화면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자들... 한명씩 지나가는 여자들의 모습... 아마도 여기 있는 나를 포함한 12명의 아내들일 것이다.

그 모습은 아내들의 사진이였지만,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모습들은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역동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었고, 너무나도 이상하리만치 똑똑히 내 머리속에 각인되고 있었다. 여기 모인 사람들중에는, 물론 내가 제일 잘생겼다고 자부할 수 있었지만, 못생긴 사람도 있었고, 뚱뚱해서 보기 싫은 사람도 있었고, 인상이 더러운 사람도 있었고, 순진해서 공부만 할것 같이 생긴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화면속의 부인들은 하나같이 미인들이였다. 아마 다른 사람이 보면 유부녀라는 것을 믿지 못할지도 모를 정도로, 뭐... 내 아내가 제일 아름다웠지만...

"그리고 걱정하지마. 너희들이 잠에서 깨어난 후부터는 너희들의 아내의 몸 주변에는 너희들만이 볼 수 있는 오오라같은게 퍼져나갈거니까. 너희들이 빼앗아야 할 여자들의 경우에는 붉은색의 오오라. 그리고 너희들이 이미 빼앗은 여자들의 경우에는 그 오오라가 사라지게되. 쉽게 구분할 수 있을거야. 호호..."

아스모데우스의 말에 나는 극한의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내 아내가 다른 남자를 받아들일리는 없었다. 그것은 의심하는것조차 불필요할정도로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였다. 하지만 내가 아내를 아무리 굳게 믿는다고 하더라도 내 아내를 꼭꼭 집 안에 숨겨서 다른 남자들의 눈에 띄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악마의 개같은 조치로 인해 이제는 그것도 불가능해진 것이다.

"후후... 뭐 또 궁금한거 없어?"

궁금한건 없었다. 다만 따지고 싶었다. 왜 그딴 이상한 조치를 해서 다툼을 조장하는건지... 이럴때일수록 아내에게 더욱 잘해야한다는 생각 뿐이였다. 그리고 주위 분위기 또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나와 마찬가지인것 같았다. 결국은 내가, 그리고 우리가 이 시험을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서는 허튼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라는 것이 우리들이 머리속에 있을 것이다...










~ 현실



"이거이거, 현실에서 보니까 반갑군요 다들. 하하... 한잔 합시다."

상진은 일하느라, 수철은 취업준비하느라, 성교수는 수업을 하느라, 그리고 우사장과 장사장은 각각 회사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 현실에서 한번 보자고 했었지만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이번 주말이 다들 시간이 괜찮다는 말에 드디어 현실 첫 모임을 가지고 있었다.

장소는 우사장이 자주 가는 한 고급 일식집. 가격도 가격인지라 오고가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였다. 그리고 방 안에 음식을 가져다주고나면, 먼저 방에서 종업원을 부르지 않는한 그들이 앉은 방에 사람이 들어올 일도 없었기에 다른 사람에게 방해받을일도 없었다. 방해를 받는순간 그들의 목숨과 동시에 그들의 아내들도 나락으로 떨어지기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방해를 받지 않는다는것은 엄청난 장점이였다. 게다가 우사장이 단골인데다가 술을 충분히 주문하고는 우사장이 팁까지 줘가면서 더이상 서비스를 할 필요 없으니 방해하지 말라고 신신당부까지하니, 이제서야 상진을 포함한 5명의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들의 마지막 보험이기도 한 어둠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정말... 이해할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저를 못믿는건지..."

"최대리. 나는 자네가 할만큼 했다고 생각하네. 다만... 내 생각에는 최대리가 너무나도 믿음직스러웠다는게 오히려 그들에게는 의심을 불러일으킨것 같네."

"사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사업을 하면서 거래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다보면말이야. 물론 자신감넘치고 신뢰감이 넘치는 사람... 좋지. 그런데말이야, 좋은건 좋은거고 사람을 만나면서 가장 경계하게되는 사람은 결국은 그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들이네. 왜인줄 아나?"

"... 모르겠습니다."

"생각해보게나. 뭔가 믿음직스럽지 못하고 자신감도 없어보이면 조금 답답한건 사실이지. 하지만 그런 놈들을 보면 아, 내가 이 놈을 마음대로 쥐고 흔들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그러면 그 사람과의 거래의 주도권은 내가 가지게 되지. 하지만 반대로 자신감이 넘치고 믿음직스러운 놈들은 좋다. 다 좋단 말이야. 그런데 너무 자신감이 넘치고 하다보니 내가 마음대로 하질 못하네. 내가 마음대로 주무르고 싶어도 너무 영리해서 그게 잘 먹혀들지도 않을것같고 하단 말이네. 무슨 말인지 알지?"

상진은 우사장의 말을 들으며, 확실히 직원과 사장간의 관점차이에 대해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여태껏 그는 살아남기위해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만 스스로를 단련시켜왔기에 우사장의 관점은 새롭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아, 물론 자네는 믿음직스러워. 나는 그런 자네가 싫지 않아. 다만... 그들은 그런 자네를 보면서 내가 아까 말한 그런 부분들때문에 자네를 경계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지."

"제가... 실수했나보군요..."

"아니야아니야. 자네의 실수라고는 생각하지 않네. 아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될거였겠지. 생각해보게나. 서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하나로 똘똘 뭉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어쩌면 그게 더 무서운거일지도 몰라. 자네는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이렇게 여기에 모인 사람들끼리만 이 모임을 가지게 되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네."

"저도 우사장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특히나 그 형제쪽에 붙은 2명은... 도무지가 믿을수가 없는 남자들 같더군요."

우사장, 즉 우도혁의 말에 장현우 사장까지 동의하자 상진은 자신이 전체를 단합시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서 어느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옆에서 우사장이 상진의 어깨를 두들겨주고는 술잔을 들었고, 그들은 원샷, 구호와 함께 그들의 술잔을 비웠다.

"그나저나... 저희들이 아내를 보호할 수 있을 방법을 생각해야할거같은데...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불안이 섞인 수철의 말투에 술을 마시며 즐거워지려고 했더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았다. 자신이 분위기를 망친것같아서 수철은 괜시리 무안해져서 말을 할 수 없었고, 가장 연장자였던 성교수가 수철에게 괜찮다고 말을 하고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저도 수철군의 말에 동의합니다. 최군도 그렇고, 우사장님도 그럴거고, 장사장도 마찬가지고, 다들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다보니 그동안 아내가 어디서 뭘 하는지 모르지 않습니까."

"하지만 성교수님. 저는 아내를 믿습니다."

"우사장님의 말씀 이해합니다. 최군도, 그리고 아마 수철군도 마찬가지일거구요. 저 또한 아내를 믿습니다. 하지만 이 시험이 단순히 아내를 믿기만 해서는 안된다는걸 잊으시면 안될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그들이 함부러 움직일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만약을 대비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어쨋든 이 게임을 가장 쉽게 이기는 방법은 남들보다 빠르게 남들의 아내를 빼앗는거니까요."

"교수님... 제 아내는 그럴리가..."

"알아. 안다네. 최군... 하지만 사람일은 모르는거야. 특히나 자네는 젊어서 모를거야. 하지만 날 보게... 난 늙었어. 하지만 내 아내는 나와 달리 너무나도 젊어... 혹시 모르지... 내 아내는 자네처럼 젊은 남자를 원하고 있을지도..."

"교수님!! 그런 말씀 마십시오. 꼭 나이가 전부가 아니지 않습니까..."

성교수의 쓸쓸함이 잔뜩 묻은 말투에 상진은 할 말을 잃어 잠시 고개를 떨궜다. 그것은 상진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함께 하고 있던 수철, 도혁, 그리고 현우 또한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실언을 했다는것을 깨달은 성교수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술잔을 채우려 술병을 들었고, 그 옆에 있던 현우가 그의 손에서 술병을 빼앗았다.

"형님... 그런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그리고 여기 남자가 몇명인데 혼자서 술을 따라드시려고 하십니까. 제가 따라드리겠습니다."

"고맙네 장사장..."

자신들의 아내가 자매인지라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성찬현교수와 장현우사장은 서로 형님, 아우하던 사이였다. 그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 모두 오늘따라 성교수의 적은 머리숱이 더욱 안쓰럽게 보이다는 생각을 하며 성교수를 위로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끼리라도 서로의 아내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건 어떨까요?"

우사장의 제안에 그들은 그 제안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떻게해야 자신의 아내를 지킬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했다.

"우선, 각자 아내분들이 평소에 뭘 하시는지 말씀해주시죠. 우선 제 아내는..."

우사장부터 시작해서 그들은 자신들의 아내가 하는 일에 대해 말을 꺼냈다. 일단 말을 꺼낸 우사장부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아내는 주부. 재정적으로는 여유로운지라 가정부까지 쓰고 있기에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집에서의 아내의 일거수일투족을 가정부에게서 들을 수 있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집에서의 아내의 모습일뿐, 외출했을때의 아내의 모습은 어떤지 예상하지 못한다는 말을 했다.

뒤를 이어 성찬현과 장현우, 그리고 상진도 자신들의 아내가 주부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우도혁과 달리 그들은 가정부를 쓰지 않고 있었고, 그렇기에 그들이 출근하고나면 집은 그들의 아내밖에 없어서 아내가 뭘 하는지 정확히 모른다는 말을 했다. 물론 상진은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아내의 행실이 남자를 만나러 다닌다거나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지만.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철은 자신의 아내가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느라 평상시에 그녀는 사무실로 출근을 한다고 했다. 쇼핑몰이지만 규모가 상당해서 직원들 또한 꽤나 많다는 말을 했다. 수철은 아내에 대해 뭔가 더 말을 하려다가 말을 끊으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하지만 그들중에 상진을 제외하고는 그 여운을 눈치챈 사람이 없었다. 각자 자신들의 아내에 대한 걱정때문에 머리속이 복잡했기 때문이였다.

"으음... 그렇다면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어차피 우리들도 이렇게 모임을 가지면서 서로 친해졌는데, 다음부터는 부부동반 모임이라도 가지면서 서로의 얼굴을 익히며 친해지기로 하죠. 그리고 각자가 자신들의 아내들을 감시할 순 없더라도, 남의 아내를 감시할 수 있는 직,간접적인 방법을 마련하는겁니다. 예를들어... 음, 수철군. 혹시 그런건 안되나? 장사장님의 아내분을 자네의 아내의 회사에 취직시키는건..."

"그... 글쎄요..."

"잘 생각해보게나. 자네의 아내와 함께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장사장님의 아내분의 행실을 자네가 들을 수 있을 것이고, 자네가 그걸 장사장님에게 말해준다면 실제로 감시하는 효과가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제가 아내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

"그러니까 우선 부부끼리도 모두 다 함께 친해져야한다는 말일세."

수철은 우도혁의 말에 어느정도 공감을 하면서도 그게 과연 말대로 쉽게 될까, 라는 의문을 가졌다. 그 의문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얼핏들으면 서로가 아내를 감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간접적으로나마 아내를 통해서 다른 사람의 아내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이 아내를 지켜볼 수 없는 상황에서는 굉장히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그것이 좋은점은 남자들끼리는 여자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여자들끼리는 다른 여자의 속마음을 눈치채기 쉬울 것이란 것이였다.

"하지만... 그 방법으로는 수철이의 아내의 회사에 모두의 아내가 들어갈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 음... 그것도 맞는 말이지. 그러니까 어느정도의 분산투자가 필요할거같네. 최대리. 자네 아내 옛날에 학원강사 했다고 했지?"

"예... 임용고시 준비하다가 저랑 결혼하면서 임용고시는 포기했습니다..."

"으음... 그럼 어느정도 사무적인 일은 할 수 있겠구만. 이렇게 하면 어떤가? 장사장님. 혹시 장사장님 비서같은거 필요하지 않습니까? 어떻습니까? 최대리의 아내분을 장사장님이 비서로 쓰시는건."

"흠... 확실히 전에 비서하던 직원이 한명 그만둬서 자리가 비긴 하는데...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인가요 그게 어디."

"최대리 생각은 어떤가?"

"글쎄요... 그야... 장회장님 회사에서 아내가 근무하면... 확실히 아내가 장사장님의 시야에 있는거니까 안심이야 됩니다만... 아내의 생각이 어떨진 몰라서..."

상진은 섣불리 대답하지 않고 있었다. 우사장의 제안... 확실히 매력적인 제안이였다. 게다가 자신의 아내인 미애가 비서로 일을 한다고 해도, 그렇게 어려운 일은 하지 않고 단순한 워드작업, 서류정리만 하는 것이였기에 다른 경력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진은 내심 자신때문에 그녀가 하려던 것을 모두 접어두고 주부의 삶을 살고 있는 미애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기 때문에 비서로 일을 하는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 그 불안감때문에 섣부른 대답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자, 어차피 급한일은 아니니 그건 천천히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오늘은 술이나 더 마시기로 합시다. 그리고 조만간 부부모임이나 가지면서 아내들끼리도 서로 친해질 계기를 만들기로 하죠. 어떻습니까?"

"그게 좋겠군요. 아, 참. 수철군. 자네 취업준비한다고 들어서 말이네... 혹시 내가 사업을 확장하려고 해서 말이야... 그 자리에 사람이 좀 필요한데 자네 거기에서 한번 일해보는건 어떻게 생각하나?"

"저야... 자리를 만들어주시면야..."

"돈은 섭섭하지 않게 주겠네. 이것도 인연인데 자네한테 더 챙겨줬으면 챙겨줬지, 절대로 자네가 만족하지 못할만한 봉급은 아닐거네."

"가...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건 처제한테 사장을 맡기는게 어떻습니까 형님. 제가 알기로는 처제가 경영쪽을 공부했다고 들었는데 말이죠."

"자네 처가 아니고, 내 처를?"

"아시지 않습니까. 제 아내는 사업할만한 능력은 안됩니다. 아내도 그걸 잘 알고 있구요. 그리고 아내한테는 사장자리를 주는것보다는 수철군의 아내분의 회사에 보내는게 더 좋을거같구요. 아무리 저희라고 해도,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게끔 하는게 더 그림이 좋을거같기도 하구요."

"음... 생각해보기로 하지..."










그 모임이 있은 후 다음날, 상진은 수철과 따로 만나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둘은 서로 언급을 하지 않고 있었지만 어제의 제안에서 왠지모를 불안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다만,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면 그 불안감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말을 하는것을 억지로 참고 있었던 것이였다.

"형님... 저... 좋아해야할지 말아야할지 모르겠네요."

"무슨 말이야..."

"취업은 시켜줘서 좋은데... 장사장님한테는 고맙다고 몇번을 말해도 모자를판에 정작 저는 졸렬하게 장사장님이 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 수철아. 그런 생각은 하지 말자. 설마 그러겠어...?"

"형님은... 어떻게 하시게요...?"

"글쎄... 모르겠다... 미애 생각이 중요하겠지... 일단 부부모임이나 좀 하면서 아내들끼리 친해지는거 보고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

"만약에... 형수님이 비서 하겠다고 하시면... 형님은 하게 두실거세요...?"

수철의 물음에 상진은 섣불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 또한 불안했기에. 설마 장사장이 그렇게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사람은 또 언제 변할지 모른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 하지만 그 불안함을 상진은 애써 무시하려고 했다. 서로의 아내를 건드리지 말고, 자신의 아내만 사랑하자는 제안을 한 것은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상진 자신이였다. 그가 흔들린다는 것은 그가 속한 5인의 모임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을 의미했고, 그 흔들림이 결국 그들 모두를 파멸시킬 것이라는걸 알기에. 그렇기에 상진은 최대한 그들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들을, 자신을, 그리고 자신의 아내인 미애를...

"수철아. 불안해하지 말자. 어차피 만약에 최악의 사태가 벌어져도 우리에게는 낙인과 징표라는게 있잖아. 누가 아내를 탐하면 바로 들통날텐데 함부로 건드리진 못할거다. 게다가 그 악마가 말했잖아. 강간은 안된다고. 설마 미애가 다른 남자에게 마음까지 허락하는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해. 너도 그렇잖아. 안그래?"

"형님... 저는... 저는...."

수철은 상진의 말에 똑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거리고 있었다. 그 반응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 상진은 수철에게 그 이유에 대해 묻기 시작했고 수철은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형님... 사실... 희진이... 다른 남자 만나요..."

"뭐!?!?"

"몰라요...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는지... 하지만... 저로는 만족하지 못하나봐요...."

"수철아! 무슨 소리야 그게! 똑바로 말해봐. 그게 사실이야?"

".... 형님... 그게...."

우연이라고 말했다. 수철이 자신의 아내인 희진이 다른 남자와 함께 좋은 레스토랑에서 함께 단 둘이 밥을 먹는 장면을 목격한 것은. 남편인 자신에게도 그런 미소를 지은 적은 없다고 했다. 그리고 옷도, 화장도, 자신의 앞에서는 한번도 해보인적 없는 그런 새로운 아내의 모습... 그 모습을 하고 나간 날이면 희진은 그와 잠자리를 피한다고 했다. 그녀가 잠자리를 피하는 이유를 수철은 그녀가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형님... 저 너무 불안해요... 그놈이랑 희진이가 만나는걸 생각해도 정말 열받는데... 이거때문에 희진이를 다른 남자들에게 완전히 뺏길까봐... 간신히 지키고 있는 가정을 뺏길가봐... 불안해요 형님... 저 어떻게하죠...?"

"수철아... 아닐거야... 잘못본거겠지..."

"... 제가 아내의 얼굴을 보고 헷갈릴만큼 눈이 안좋은건 아니잖아요..."

위로를 해줘야하는걸까, 같이 화를 내야하는걸까, 아니. 애시당초에 자신에게 희진이 다른 남자를 만난다고해서 희진을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라는 생각때문에 상진은 말을 잇지 못했다.

"수철아. 일단 진정해. 진정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신경써보자. 신경쓰면 네 아내도... 네 마음을 알아주겠지... 안그래?"

"......"

"너가 그런 말을 나한테 하는거 보면, 아직도 네 아내의 그런 모습을 봐도 네 아내를 사랑하는거잖아. 내 말 맞지?"

"그거야... 그렇죠..."

"일단... 너무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해봐. 바꿀 수 있을거야. 아니 바꿔야지. 너를 위해서도, 그리고 네 아내를 위해서도... 안그래? 믿자... 힘들겠지만... 정말 힘들겠지만..."










~ ???


- 어떻습니까? 제 말이 맞죠?

"음, 확실히. 굉장하더구만. 정말 그년 참 먹음직스럽게 생겼어. 하하하..."

-그럼 본격적으로 작업 들어가기에 앞서서 몇가지를 테스트해보겠습니다.

"... 그나저나... 그거 위험하지 않겠는가?"

-위험해서 제가 이 테스트를 자처한겁니다. 어차피 전 잃을게 없는 놈이니까요. 게다가 사실은 절 걱정하지도 않지 않습니까?

"허허... 사람 참... 말을 무슨 그렇게 섭섭하게..."

-아무튼 테스트 진행해보고 연락드리죠. 그 전까지는 우선 플랜 A로 진행하는거로 생각해두시길 바랍니다. 어차피 밑밥은 자연스럽게 뿌려졌으니까요.

"그래... 건투를 비네. 진심으로."

전화를 끊은 남자는 꺼지지 않은 액정을 멍하니 바라보고는 자신의 자지를 애무하고 있던 여자에게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그 여자는 왼손으로 그 핸드폰을 받아 조심스럽게 탁자에 놓고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마치, 어떤걸 얘기하고 있었냐는듯.

"훗. 암캐년이 궁금해서 죽겠다는 눈치군."

"죄송해요... 주인님..."

"뭐, 니년도 알 자격이 있지. 그리고 니년의 역할도 중요하니까."

"시켜만 주신다면..."

"후후... 기대하도록해. 일이 잘되기만 하면 정말 끝내주는 좆물받이년 하나 구할 수 있을거같으니. 뭐, 그년을 성공적으로 노예로 만들고나면 너도 조금 가지고 놀 수 있게 해주지."

"아아... 감사해요... 전 주인님이 시키시기만 하면... 뭐든지..."

그녀의 눈에는 기쁨으로 가득찼다. 그리고 그녀의 그 눈빛을 확인한 남자는 우악스럽게 그녀의 가슴을 강하게 움켜쥐어짜냈고, 그 고통과 쾌락의 경계에 있는 강렬한 자극을 느끼며 그녀는 온몸을 비틀며 가학의 나락으로 빠져들어갔다...










~ 아스모데우스



나는 쾌락의 악마, 아스모데우스. 4천년동안 인간을 시험할때마다 처음에는 인간들의 사고방식에 놀라고 신기해하며 즐거움을 느꼈지만 어느새 그 시험은 지루해졌다.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 인간은 그들의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그런 이상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이야기라는 형태, 그리고 그것은 전설 혹은 신화라는 형태로, 그리고 역사라는 형태로 발전했지만, 그리고 그들이 그것을 접할 기회는 많았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개선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점점 퇴보하는것 같았다. 특히나 그들의 문명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육체적인 퇴화와 더불어 그들의 정신적인 퇴화속도는 악마인 내 상식으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들은 서로 대화를 하는 것을 포기했고, 서로를 이해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 결과로 그들의 언어는 이제는 사투리라고 불리는 것까지 포함하면 거의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그들은 인내를 하는 것을 포기했고, 신뢰를 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래서 그들은 분리되어나갔고, 그들의 집단은 대규모에서 점점 소규모로 세분화되었다. 사회적 동물이라 자칭하는 인간의 유일한 사회적인 테두리는 가족에 제한되었다.

하지만 나는 인간을 미개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들은 실수를 하고 후회를 하지만 매번 그 실수와 후회의 형태는 색달랐다. 인간의 표현을 빌리자면, 뛰는 병신 위에 나는 병신 있다, 정도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시험 자체는 굉장히 지루하다. 너무나도 뻔한 실수. 사랑을 말하면서 남의 여자를 탐하는것에 혈안이 된 남자. 사랑을 말하면서 다른 남자와 몸을 섞으며 쾌락에 몸을 맡긴 여자. 그리고 자신은 아내를 믿는다고 자부하면서 정작 아내의 외도를 알아차렸을때 정신이 붕괴되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남자, 혹은 여자.

최상진이라는 남자. 굉장히 흥미로운 남자였다. 최상진뿐만 아니였다. 이번 시험자들 중 몇명은... 정말 흥미로운 실험체였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계획. 나는 모두 알고 있다. 그렇기에 너무나도 흥분이 되어 견딜수가 없다. 불안, 초조, 기만, 온갖 마이너스 사념으로 가득한 몇몇 인간들을 보며... 앞으로의 시험이 어떻게 진행될지... 정말 두근두근대서 견딜수가 없다.

나는 수정구슬을 꺼내들어 한 남자가 다른 여자와 관계를 가지는 장면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호오... 지난달에 나에게 몇번이고 거짓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던 그것을 실행하다니... 그 또한 대단히 흥미로운 남자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가 날카로운것이 아니라 다른 남자들이 너무 곧이곧대로 내 말을 받아들인다는게 문제겠지.

나는 분명 거짓말을 하진 않는다. 대답을 피하는한이 있더라도 거짓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개념과 인간들이 생각하는 개념에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인간들이 내 말을 오해하는 진짜 이유는 그런 이유들과는 다르다. 그들이 오해를 하고, 착각을 하고, 내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들 멋대로 내 말을 해석하기 때문이다. 빼앗다와 빼앗기다의 의미도, 그리고 믿는다는 의미도, 그리고 섹스의 의미도. 그걸 알아챈 인간은 정말 오랫만이였다...

이 시험의 종착역이 어디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조차도 예상할 수 없다. 다만, 그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즐길뿐...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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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전개 템포를 조금 빠르게 해봤어요.
이게 빠른거라고? 라고 생각하시겠지만... 후후...
뭐, 그래봤자 본격적인 NTR은 아직 2~3화정도는 기다리셔야할듯...?

그나저나 시간 참 빨리가나요.
이제 새해가 된거같은데 벌써 1월 4일이라니...
시간아 멈춰라~~~~~~

가능하면 다음편은 내일올릴 수 있게 노력해볼게요.
아마 수요일은 못올릴수도 있으니 (....)
여러분의 추천과 댓글을 통한 반응이 뜨거우면 수요일에도 올릴 수 있을지도....?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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