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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2:36 828회 0건
24.


고급스러운 이 외제차에 앉아있는 내 모습이 너무도 낯설다.
시가 몇 천만 원이라는 이 차가 과연 나에게 어울릴까? 처음 신이와 우연히 만나 강한상이란 낯선 남자를 따라 갔던 집에서 게임이란 말도 안 되는 행위의 상품처럼 받게 된 이 고급외제차가 정말 공짜일까?

평범한 사람이라면 의심부터 했을 테지만 우승 상품이라며 걸린 대상이 신이라는,, 자신의 전 아내라는 말을 듣고 냉정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나도 그랬다. 사실 이 외제차를 당연히 받을만한 대가라고만 생각했었지 이런 도구로서 이용 할 줄은 전혀 예상도 못했었다. 강변에서 현민에게 가버린 신이의 모습에 화를 참지 못하고 부셨던 차 유리를 수리하러 센터에 들르기 전까진 말이다.

선심 쓰듯 내게 공짜로 준 이 외제차는 그 나름대로의 용도와 목적이 있었음을.. 그리고 이 모든 게임이란 것이 철저히 준비 된 것일지 모른다는 의심을 갖게 된 결정적인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난 그 함정처럼 이용되어진 이 도구를 역으로 이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생각했는데...

퇴근 길 차에 홀로 앉아 생각에 잠겨 있던 내 기억 속에 어제의 일이 다시 떠올랐다.





“알아. 왜 전화 했어?”
[겸사겸사해서요. 중국에서 돌아와선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렸잖아요.. 지금이라도 전화를 드려야죠.]
“지금이라도?”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형님이 먼저 룰을 깨신 겁니다. 절대로 폭력은 안 된다고 했는데. 먼저 주먹을 휘두르신 건 형님이십니다. 그러니 저도 일주일동안 신이와의 밀회를 즐기며 룰을 깬 거죠. 할 말은 없으실 텐데요.]
“무슨 용건으로 전화를 걸었냐? 단지 그 얘기를 하기 위해 전화를 건 건 아닐 텐데...”
[하하하하하.. 역시 눈치는 백단이셔. 세일즈맨은 다 그런가...]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왜 전화 했어?”
[이번 주는 계획대로 커플 동반 모임이란 거.. 기억하시죠!?]
“...알아.”
[미지가 많이 그리워하면서도 삐쳤던데.... 형님이 제대로 좀 구슬려 주십쇼.]
“내가 왜?”
[그야 형님이 이번 모임에서 미지의 파트너 아닙니까. 당연히 미지를 책임질 사람이 형님 밖에 없지 않겠어요?]
“알았으니까.. 끊어라...”
[아아!! 형님.. 그리고 룰은.. 계속 이어지는 겁니다. 몇 번이나 말씀드렸지만 신이가 거부를 한다면.. 애초의 삼자일치에서 각자간의 조율로 룰이 변경이 되긴 했지만 그 주체가 되는 신이가 싫어하는 행동과 말은 절대로 삼가주셔야 한다는 거! 꼭 기억하세요. 더 이상 룰을 깨면 저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테니까요.]
“가만히 있지 않으면?”
[설마 그걸 확인하고 싶진 않으신 거죠? 하하하하하하하.]
“알았으니까 전화 끊어...”

전화를 끊고 자동차의 스타트 버튼을 길게 누르지만.. 출발은 하지 않는다.
조용히 느껴지는 엔진의 미동을 뒤로하고 잠시 동안의 생각에 잠긴 난 핸드폰을 차에 놔둔 채 조용히 문을 열고 나와 몇 발자국 움직여 벽돌로 된 얕은 담벼락에 앉아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신이의 존재조차 잠시 잊고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 한 개비에서 두 개비.. 세 개비 째에 불을 붙였을 때 차안에서 조용히 날 기다리던 신이가 기다리다 말고 문을 열고 나와 내게 천천히 걸어온다.

“그만.. 가요.”
“응?.. 가야지...”
“...”

막 불을 붙인 담배를 땅바닥에 비벼 끄고는 멀뚱히 날 쳐다보는 신이를 향해 걸어간다. 그리고 집으로 가는 동안에도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은 채....







‘끼익~...’

급브레이크까진 아니었지만 뒤늦게 신이를 발견한 난 차를 급하게 멈춘다.

“어디 다녀오나?”
“어.. 오늘 늦는다고 하지 않았어요?”
“응? 일이 생각보다 일찍 끝났어.. 어디 갔다 와?”
“마트에요. 냉장고에 있던 음식이 일주일동안 다 상해서.. 다시 사오는 길이에요.”
“아... 그냥 외식해도 되는데.. 우선 타.”

진회색 긴 원피스 위에 하얀색 가디건을 입고 재활용 봉지에 물건을 잔뜩 담고 걸어가는 여자의 모습은 내게 너무 낯익은 예전 그대로의 신이 모습이었다. 문득 문득 내게 보이는 신이의 모습에 난 어제의 정리를 끝낸 다짐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골목길을 찬찬히 운전해 나간다.

물건들이 담긴 봉지를 꺼내려는 신이보다 조금 더 빠른 행동으로 그 봉지들을 들고 집으로 걸어 들어가다 말고 난 안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다시 차안으로 던져놓고는 집으로 들어왔다.

“일찍 오면 온다고 전화 좀 해주지.. 우선 씻어요.”
“밥 먹고 씻을게.”

부엌에서 요리를 시작한 신이의 뒷모습을 잠시 감상하곤 평소처럼.. 예전처럼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을 켜곤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본다. 영화들과 뉴스,, 오락프로그램들을 무심한 듯 넘겨보길 반복하는데.. 별로 지나지도 않았다고 느꼈을 때 신이가 날 부른다.

오늘 저녁 주 메뉴는 매콤한 감자탕이었다.

“이걸 어떻게 빨리 만들었냐?”
“고기하고 감자는 있던 걸로 미리 준비해뒀었어요. 나머지는 와서 끓이기만 한 거고...”
“냄새 좋네..”

냄새만이 아니었다. 맛도 내가 좋아하는 달달하고 매운 감자탕이었다. 허기지다는 생각도 없었는데 시장이 반찬이라고 하더니 구수한 냄새와 매콤함이 깃든 탕은 숟가락 가득 밥을 채워가게 만들었다. 우악스럽게 먹기 시작했고 곧 공기 밥을 반쯤 비웠을 때 신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태규씨...”
“...응?”
“혜빈..이요..”
“혜빈이?... 혜빈이 왜?”
“좋은 부모한테.. 갔데요?”
“중국에 갔다더라.”
“중국에요? 해외 입양시킨 거예요?”
“그걸 해외 입양이라고 해야 하나?”
“네?”
“한선배.. 알지?”
“큰..언니라고 했던...”
“응.. 그 형님이 입양했데.”
“아........”
“...”

“다행이다...”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젓가락 끝을 입술 속에 감춘 신이의 모습은 말과는 달리 분명 아쉬움이 담긴 표정을 하고 있었다.

“뭐가 다행이야?”
“네?...그냥요.”
“한선배가 데리고 갔다고 안심이 된다는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걱정이야.”
“....왜요?”
“그 어린 것이 타향살이를 벌써 시작해야 되잖아.. 적응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
“차라리 한국 안에라도 있으면 자주 찾아갈 텐데.. 아니다.. 우리가 찾아가면 또 그 나름대로 적응에 방해가 되겠네...”
“한 선배님은.. 벌써 한 번 입양을 했었다면서요. 혜빈이한테 잘 하겠죠...”
“그것도 걱정이야.. 사실 한 선배가 그 보육원을 찾은 이유도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였거든..”
“상처라면.. 첫 번째로 입양했던 아이가 잘 못.. 된 걸 말하는 거예요?”
“응.. 어쩔 수 없는 병 때문에 죽었는데도.. 형수는 자신 책임이라고 아직도 스스로를 용서 못한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평생 봉사를 하면서 살아야 된다고.. 취중 중에 내게 한타하듯 말도 했었고.. 혜빈이를 입양한 것도 사실 억지스럽게 맡게 된 상황하고 똑같은 거니까.. 혜빈이도 혜빈이지만.. 형수가 잘 적응 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네...”
“잘 하실 거예요..”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아?”
“고통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고통이 주는 무서움을 다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거든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거예요.....”
“그런가??”
“그리고 태규씨.....”
“응? 또 왜?”
“혹시.... 혹시 저 한테 하고.. 싶은 말... 없어요?”
“무슨 말?”
“...”
“싱겁긴.. 그나저나 일주일동안 뭘 하느라 연락 한 번 없었냐?”
“...죄송..해요. 그냥... 여기저기 다녀왔어요.”
“여기저기라.. 그렇겠지..”

밥을 다 먹고 조용히 다시 거실로 걸어가 아무렇게나 틀어놓은 텔레비전 앞에 앉아 설거지를 시작한 신이의 뒷모습을 쳐다본다.. 불쌍한 여자......

“그만하고 우리 맥주 한 잔 할까?”
“..맥주요?”
“응. 오랜만에 단 둘이서 맥주 한 잔씩 하자 앞에서 치킨 사올게..”
“네...”


후라이드 반 양념 반으로 주문한 통닭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의 편의점에서 차갑게 잘 얼린 500cc를 봉지에 담아 집으로 돌아온다. 어제의 무리했던 기억을 이내 머릿속에서 지우려 다시 한 번 다짐하듯 고개를 젓고는 집 앞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문다.

담배의 연기가 희미하게 사라질수록 잡념이 사라지는 듯 한 느낌이 들었기에 요즘 담배를 태우며 그 연기의 끝을 쫓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예전 아이를 위해 금연을 했는데..

‘드르륵~~’

“어.. 들어와서 피워요.”
“아니야..”

창문이 열리고 틀에 팔을 괴고 밖으로 얼굴을 내밀던 신이가 날 발견하곤 부른다. 담배를 물고 있는 날 빤히 쳐다보는 신이의 시선에 곧 담배를 끄고 집으로 들어간다.
식사 후 창문을 열고 저렇게 팔짱을 낀 채 창문턱에 그 팔을 괴는 모습은 일상의 버릇과도 같은 것이었다. 특히나 비가 온 후의 상쾌한 공기는 소화에 도움이 된다나...



“먹자.”
“반마리만 사지.. 방금 밥 먹고 한 마리를 어떻게 다 먹어요?”
“못 먹으면 버리면 되지.”
“...”
“캬~~~~”

원피스 속으로 무릎을 굽혀 덩어리처럼 집어넣고 쪼그려 앉은 신이는 잔소리라도 하려는 듯 입을 뻐끔거리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맥주만 홀짝인다. 맥주를 마시며 묘한 분위기로 거실을 채워가게 된다. 국민의 사랑이라 할 수 있는 치맥을 먹을 땐 항상 농담과 장난으로 시간을 보냈었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다는 현실에 또 다시 무거워진 공기를 느끼게 되는 나였고 신이였다.

변한 신이의 몸과 그 속에서 갈등하고 있는 내면이라는 가설을 확신한다면 난 즐기리라는 다짐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었다. 잘 하는 사람과 즐기는 사람 중 더 행복한 사람은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당신 일주일새에 살이 더 빠진 거 같아. 맞지?”
“아니에요. 그대론데..”
“그래? 함 보자.”
“...네?”
“어제는 대충 봤잖아. 감칠맛만 느끼고 말았는데.. 제대로 함 보자.”
“그럼 안방으로 가요.”
“아니.. 누가 잠 자제. 우리 알몸으로 먹자고.”
“네?? 알..몸이요?”
“응. 알몸!”
“.....”

내 의도를 정확히 알지 못하겠다는 듯 날 바라보던 신이가 ‘어차피..’라는 생각을 하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긴 원피스를 벗고 다시 자리에 앉으려 한다.

“아니. 다 벗자고.”
“다요??....왜.. 그래요. 무섭게.”
“무섭긴.. 아! 나도 벗어야지.”

먼저 일어나 완전한 나체로 옷을 다 벗어버린다.
그리고 방금 전처럼 털썩 주저앉은 후 양반다리로 맥주를 한 모금 시원하게 들이켰다.

“아.. 겨우 뱃살을 뺏는데.. 요즘 다시 나오네.. 왕자 한 번 만들어볼라고 했는데 이거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그치? 몸매 유지하는 당신이 대단하기 하네..”
“....”

내 모습과 농담 섞인 말투에 신이도 브래지어와 팬티까지 다 벗는다.
역시나 아름답고 섹시한 몸으로 변해버린 신이의 모습이 내 시야에 들어왔고 그런 내 시선에 부담이 되는지 자리에 다시 아까처럼 쪼그리고 앉으려는 신이였다.

“잠깐만...”
“...네?”
“뒤로.. 한 바퀴만 돌아봐.”
“미..쳤어요? 갑자기 왜 그래요?”
“한 바퀴만 돌아 봐. 좀 보자.”
“후...”

내 말에 신이가 잠시 머뭇거리다 거실 안에서 천천히 몸을 회전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신이의 몸을 자세히 보게 된 건 처음이었다. 강한상이란 남자의 명령으로 내 앞에서 알몸을 드러냈던 신이었지만 그때의 분노에 찬 내 시야엔 지금과 같은 이성과 감정이 공존하는 평온한 시선과는 질적으로 달랐기에 좀 더 음미하듯 신이의 몸 구석구석을 관찰하듯 바라볼 수 있었다.

신이가 그런 내 시선이 정말 부담이 되는지 돌자마자 다시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무릎을 세워 몸을 가린다. 이 자세세운 무릎으로 풍만한 가슴이 짓눌려 더 커 보이고 자극적으로 변했다는 것도, 그리고 굳게 닫힌 보지가 세운 무릎 아래에서 살짝 드러나 몸이 더 섹시하게 보인다는 것도 모른 채 맥주를 홀짝이며 마시기 시작했다.

“그만.. 봐요.”
“응? 하하...하.”
“... 요즘.. 당신도 이상하다는 거 알아요?”
“..내가?”
“네.. 저만 이상하다는 식으로 어제 얘기 했는데.. 태규씨 당신도 이상해요. 당신 같지 않은 모습으로 억지를 부리는 행동도 하고..”
“그야 어쩔 수 없잖아. 무리하는 것도 사실이고..”
“...태규씨.”
“응?”
“사실 며칠 전에 한상씨한테 부탁 한 게 있어요.”
“부탁이라니?”

알몸으로 무릎을 팔로 감싸 앉은 신이가 마음속에 담아뒀던 얘기를 이제야 하듯 어느 때보다도 차분한 목소리로 작게 내게 이야기를 한다. 나체의 섹시한 몸뚱이로 앉아 하는 얘기라고는 잘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에서야 할 수 있는 얘기인 듯 알몸인 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속삭이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게임에서 태규씨가 진다면..... 이 집만은 뺐지 말아달라고요. 그리고.....”
“..”
“혜빈이도.. 태규씨와.. 태규씨가 새로 만날 여자가 키울 수 있게 도와달라고요. 물론 태규씨가 좋아할 그 여자분이 동의 한다면요..”
“내가 게임에 질 거라고 확신하고 있군...”
“네?... 그게 아니고....”
“물론 당신 말대로야. 지금이라도 게임에 배팅한 이 집은 지키고 싶다는 생각에 무르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었던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혜빈이가 네게 안기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아니? 아니.. 보육원이 폐쇄되고 나서 어떤 다짐을 하게 됐는지 알아?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어떤 수단과 방법을 전부 동원해서라도 이 게임은.. 꼭 이겨야겠다는 생각..”
“정말 몰라서 그래요? 당신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이 게임이란 조건부 룰이 적용하는 한.. 절대로 이길..”
“알아. 하지만 난 이길 거야.”
“....?”
“알고 있으니까.. 네 말대로 그냥 즐기자..”
“........”
“더 큰 문제는... 아니.. 이길 거란 생각을 하고 나서 가장 먼저 걱정이 된 게 뭔 줄 알아? 바로 당신이야. ”
“저..라뇨?”
“당신 말대로 당신 몸뚱이가 많이 변했다고.. 변한 당신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서더라. 항구란 친구하고 할 당시엔 흥분되서 미치는 줄 알았는데.. 사실 끝나고 나니까 느껴지는 후회감? 그런 감정들이 더 크게 오기도 하고... ”
“그런 사람이 어제 그렇게 했어요?”
“응? 어제야...뭐....”
“....”

신이가 날 노려본다.
경계나 경멸의 시선이 아닌... 지금까지의 내 얘기를 차분히 듣던 신이가 그런 악감정이 아닌, 어제는 정말 화가 많이 났었다는 듯 날 째려본다.

“벌이라고 했잖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일주일동안 단 한 번도 연락을 하지 않은 대에 대한 벌!”
“...그건..”
“말 할 필요 없어... 일주일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가 알 필요까진 없으니까.”
“미안해요.”
“신이야.. 그럼 한 가지만 정직하게 대답해줄래?”
“...?”
“날 정말 사랑했었지?”
“.....”
“지금도??”
“....죄송...해요.”
“그래.. 그 표정이면 됐어.. 대신 키스 해 줄래?”

내 말을 들은 신이가 숙였던 고개를 들어 날 똑바로 쳐다본다.
모든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신이의 표정 변화를 제대로 잡지 못 한 내 자신이 후회스러웠기에 지금의 표정을 눈동자 속에 더 깊게 박으며 날 똑바로 쳐다보는 신이의 눈동자를 똑같이 바라본다. 신이가 천천히 내게 기어온다.

그리곤 양반다리로 앉아 있는 내 무릎위에 손을 얹고는 두 눈을 감은 채 내 입술을 적시며 훔치기 시작했다.

부드럽고 달콤하게.. 달콤함이 양념치킨의 소스에서 오는 달콤함만이 아니란 걸 느끼며 두 눈을 살짝 감고 신이의 촉촉한 입술을 살짝 감상한다.

“으음... 아.. 큰일이다..”
“응? 왜요?”

달콤함에 취해 살짝 밀어 넣던 혀를 나도 모르게 빼며 눈을 뜬다. 그런 내 말과 행동에 입술을 포개고 있던 신이도 내 얼굴을 살폈고, 이내 내 시선이 향한 내 하반신을 내려다본다.
분위기에 취한 건 내 입술만이 아니었다.

“....”
“희한하네.. 어제 그렇게 자극적인 장면들을 수없이 봤는데도.. 전혀 안 커지더니....”
“......”
“이거 어쩌지?”
“..치~. 말도 안 되는 소리는...”
“말도 안 되긴!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고만! 우리.. 방으로 들어갈...어라!~”

말을 하던 도중에 신이가 내 가슴을 살짝 짚고는 날 천천히 밀어 바닥에 똑바로 눕혔다. 그리곤 천천히 무릎부터 입술로 희롱을 시작한다.

유희라는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보여주듯 신이는 내 무릎에 살짝 입술을 가져다대어 뽀뽀를 하곤 천천히 허벅지 안쪽으로 혀와 입술을 교차하며 핥아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금이 저릴 정도의 부드러움을 다리에서부터 척추를 통해 뒤통수로 전해주기 시작한 신이의 애무에 나도 모르게 머리를 뒤로 젖히곤 두 눈을 부드럽게 감게 된다.

“쓰읍~~~”

신이가 발딱거리는 내 자지를 잡고는 천천히 입속에 머금기 시작했다.
포근하고 따뜻한 보금자리 같은 느낌을 자지 전체에 느끼며 깊은 심호흡을 하게 된다. 부드럽게 느껴지는 신이의 입술이 내 기둥을 천천히 덮어 내려와선 부드럽게 혀를 안에서 굴리는 애무를 선물하듯 전해주자 나도 모르게 등을 들썩이며 신이의 머리를 잡게 된다.

“아~~.. 하자.. 침대로 가자..”
“씁~~쪽쪽~~쯔읍~~”
“으~~...”

내 요구에도 신이는 더 적극적으로 내 자지를 물고 핥으며 펠라치오를 본격적으로 해줬고 부드럽게 뭉개지는 가슴의 포근함까지 허벅지에 고스란히 전해주며 날 더 자극시키기 시작했다.

“으윽..자..잠깐......윽!!!”

너무 오래 참아서일까?
신이가 입속에 담은 지 5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급격히 밀려오는 사정의 기운을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에 신이의 어깨를 밀어내려 움직이는데..

“윽!!!!”

신이의 입속에 그대로 사정을 해버렸다.
꿀렁거리듯 계속해서 요도를 타고 튀어나가는 내 정액들의 많은 양에 사정을 하는 쾌감 속에서도 신이의 걱정을 하게 되는데..
내 몸은 나보다 더 정직했다.
신이를 밀어내려던 손이 어느새 신이의 머리를 잡고 더, 좀 더 내 정액들을 받아내며 움직이라는 듯 흔들기 시작한다. 그런 내 몸의 요구에.. 신이가 응답을 해주듯 계속 쏟아내고 있는 정액들을 입속 가득 머금으며 머리를 위 아래로 움직여준다.

“흑...”

사정이 다 끝났을 때..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며 신이의 머리를 더 아래로 짓누르게 된다.
그리고..
신이가 천천히 고개를 위로 올리는데.. 입술에 더 강한 압력을 주며 내 자지에 묻어 있을 마지막 정액들까지 빨아내곤 입술을 작게 오므린 채 얼굴을 때어냈다.

“휴..휴지.. 잠깐...”
“꿀꺽~~~”
“...”
“달...다...”
“달아?”
“응.. 달아...”
“......”
“뽀뽀 해 줄까요?”
“시.싫다..방금 내 걸 먹었는데..”
“으음~~”
“싫다.. 으욱!!”

내 몸 위에 올라타고 있던 신이가 날 바라보며 조금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천천히 허리를 숙이는 행동에도 깔린 형태로 인해 미쳐 밀쳐내기도 전에 신이가 내 입술을 덮어 버렸다.

“우욱!!”
“큭큭.. 쪽~~”

짓궂은 장난스러운 키스가 예전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내 입속에 느껴진 그 미세하게 남은 맛은.....................................

“우리 이대로 할까요?”
“..나 방금 사정했잖아.”
“뭐 어때요.. 가만히 있어요.”
“......”
“음~~.”

키스를 끝낸 신이가 내 흐물거리기 시작한 자지를 잡고는 천천히 보지에 맞춘다.
그리고 허리를 천천히 내리며 내 자지를 윗 입이 아닌 아랫 입으로 부드럽게 머금기 시작했다. 입속보다 더 뜨겁고 부드러운 조임을 선사하는 신이의 그곳에 내 자지가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한 번의 사정으로 인한 지금과 아직도 감정의 여운이 남은 마음으로 인해 쉽사리 다실 커지질 않는다.

“태규씨..”
“으..응??”
“더럽..다는 생각 안 들어요?”
“더럽다니?”
“....이.. 남자.. 저 남자랑 몸을 섞는.. 여자잖아요.. 저...”
“....”
“싫어도.. 몸이 반응해서 남자들 말대로 물이나 질질.. 흘리는 여자잖아요...”
“그런가?”
“... 강간을 당해도.. 어쩌면 전 느낄지도 몰라요... 그런데도 더럽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글쎄.. 요즘은 더럽다는 기준이 애매해져서... 그렇게 따지면 나도 더러운 거 아닐까?”
“태규씨가요?”
“응....”
“......으음~.”
“어.. 커지네.”
“커지네요.. 아~..”
“우리.. 야외섹스란 거 한 번 해볼까요?”
“네? 싫어요!!”
“에이.. 왜!?”
“죽!~~어도 싫어요!. 나중에. 나중에 전혀 모르는데 가서.. 그땐 생각해볼께요.”
“에이.. 웃차!!”

“악!!.. 무..뭐하는 거예요!”

허리에 무리를 주면서까지 그대로 있는 힘을 전부 주며 신이를 안고 일어난다.
알몸인 채로 내게 매달린 신이가 바둥거리며 빠져나가려 하지만 그럴수록 난 더 끌어안으며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발걸음을 옮길수록 자지에 고스란히 전해지는 자연스러운 피스톤에 다리에 힘이 풀릴 뻔 하긴 했지만 그대로 신이를 안고 현관으로 강행하듯 걸어가기 시작했다.

“무..뭐하는 거예요!! 빨리 놔요!!”
“쉿~ 옆집에서 다 듣겠다.”
“그러니..까.. 악!!!!.. 자..잠깐..”

힘에 부쳐 한 손을 내려 신이의 엉덩이를 받치는데.. 전혀 의도한 바가 아닌데.. 검지 속가락이 신이의 똥꼬 속으로 쑥하고 들어가 버렸다. 체중이 실린 신이의 엉덩이의 중심에 엄청난 고통을 선사한 듯 신이가 단발마의 고통스런 신음을 뱉어내며 바둥거렸기에 하마터면 넘어질 뻔 했지만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며 내게 더 매달리는 신이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그러고보니 신이도 섹스가 아이를 갖기 위한 목적이 되어버리기 전엔 항상 즐겁고 장난스러울때가 많았다는걸 이제야 다시 머릿속에 떠올리게 된다.

--계속--

어제 다녀온 출장으로 일이 좀 바빠졌습니다.
늦었지만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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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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