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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2:37 1,000회 0건
아침부터 밀려온 전화로 눈치 보며 짬을 내 이제야 올립니다. 후다닥 쓰다 보니 많은 오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애교로 봐주세요(^^).


3.

“현민아. 혹시 강한상이라고 알고 있냐?”
“강한상? 우리 동창 중에 강한상이 있었나? 강..강... 아! 그 뚱뚱한?”
“아니.. 걔는 강한중인가 그랬고..”
“한상이는 잘 모르겠는데. 누군데?”
“....”
“누군데?”
“내 전 와이프 애인.”
“.....”
“...”
“설마 너 그 날 그 술집에 다시 돌아갔었냐?”
“.....”
“미친놈.. 뭔 꼴을 보고 싶어서 거길 다시 갔냐? 딱 보면 답 안 나오던!?”
“답이 나오다니?”

삼일 만에 다시 만난 동창과 조촐하게 술잔을 나누며 그동안 조사한 한상이란 놈에 대한 정보를 조심스럽게 꺼낸다. 증권가에서 일하는 동창인 김현민이라면 증권찌라시란 것도 얼마정도는 알고 있을 거란 짐작에 슬그머니 꺼낸 얘기였다.

“넌 아무리 이혼했다고 해도 전 와이프의 옷차림도 제대로 안 봤냐?”
“옷차림?”
“그래 이놈아! 딱 봐도 콜... 보통은 아닌 여자처럼 야하게 입고 있던데, 그런데 왜 굳이 껄끄러운 합석을 권했겠냐고 이놈아! 척하면 딱이지!”
“알아듣게 설명 좀 해봐. 뭐가 딱인데?”
“너 가지고 장난치려던 거 아니야? 척 봐도 제비같이 얍삽하게 생긴 놈이던데.. 어쩌다가 그런 놈한테 걸려서 그렇게 입고 다니냐고.. 그 정도 미모면 남자 놈들이 줄을 서도 열 두 줄... 미안하다. 내가 좀 주책이었네.”
“그렇게 보였어?”
“야야. 딴 생각하지 말고 마셔. 그리고 너 잘 헤어진 거야! 그런 여자랑 살면 등골 휜다. 얼굴부터 몸매.. 아고~ 내가 취했나.. 먼 헛소리를 이렇게 하냐.”
“괜찮아. 어차피 남의 여자고 남의 년인데. 나랑 무슨 상관이냐.”
“그렇지! 그런 마음가짐이 중요한 거지! ‘님’자에 점하나만 찍으면 ‘남’자가 된다잖냐. 그리고 헤어진 지 몇 년도 안됐는데 벌써부터 새파랗게 젊은 놈을 끼고 돌아다니는 여자는 천성부터가 글러먹은 거야. 잘 생각했어!”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후루룩~.. 뭐?”
“신.. 전 와이프가.. 그때 만난 그 여자가 나하고 좀 만나고 싶다고 하던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냐?”
“뭐!? 만나다니?”
“음... 미련이 좀 남았다던가.. 아니면 옛날 생각이 나서인지는 모르지만... 그리웠을 수도 있고.. 하여튼 나도 잘 모르겠는데 따로 만나고 싶다고 하는데..”
“뭘 고민해! 당장 만나!”
“만나? 그래도 애인이 있는데..”
“애인인지 제비인지 알게 뭐냐!? 너 혹시 아직도 그 여자한테 미련이 남아 있어?”
“아..아니..”
“아니다. 만나지 마라! 말 더듬는 거 보니까 미련이 남았네! 만나서 괜히 독박 쓰지 말고 그냥 무시해라.”
“미련이 왜 남냐! 나 마음 정리한 지 한참 됐어. 진짜야!”
“...”
“진짜라니까! 그 년이 내 잠자리테크닉이 그리워하는 거 같아서 그렇지.. 미련이 왜 남냐!”
“진짜?”
“그렇다니까!”
“그럼 선 긋고 즐겨.”
“선을 긋다니..”
“어차피 그 여자도 남친이 있는 거고, 너도 여친 만들어서 새장가 가야 될 거 아니냐. 나중에 달라붙으면 어떻게 하려고? 지금부터 다시 만난다고 하면 너한테도 대주고 그 남친이란 새끼한테도 대준다는 건데. 그러다가 달라붙으면 너 감당할 수 있겠어? 음탕하게 즐길 거 뻔 한 년인데 다시 재결합이라도 하자면 결혼이라도 할 거냐고.”
“.....그냥 즐기라고?”
“그 정도면 땡스베리머치지! 무심한 남편을 둔 유부녀보다 더 꼬시기 쉬운 게 돌싱이라고 했다. 뭐 그 여자도 어차피 다 알면서 너한테 다시 접근한 거겠지만..”
“접근을 한 거라고?”
“그럼? 그 술집이 그 여자랑 자주 갔던 곳이라며. 그런데 우연찮게 남친을 데리고 전 남편이랑 자주 갔던 곳으로 술을 마시러 와서 널 만났다고? 그게 확률적으로 가능한 일이냐? 지나가다가 우연찮게 1000원짜리 로또 한 장을 주웠는데 그게 2등 당첨될 확률보다 훨씬 적은 경우의 수가 그 날의 우연이야. 그게 과연 우연이겠냐고.”

현민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그 날 멍해져 가만히 있던 날 뒤로하고 먼저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던 현민의 행동을 이제야 이해하게 된다. 당사자가 아닌 삼자의 시선으로 봤을 땐 그 상황이 얼마나 이상하고 비현실적이었다는 걸, 전 아내인 신이의 복장을 떠나 강한상이란 놈의 등장과 타이밍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웠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근데 강한상이란 놈은 뭐하는 놈이래?”
“...뭐?”
“강한상이란 놈이 전 와이프 애인이라며. 그 날 대충 얘기는 나눴을 거 아니야.”
“별다른 얘긴 안 했어. 그냥.....”
“그냥 뭐? 답답하게 왜 이렇게 뜸을 들이냐?”
“새로 사귀고 있다고 소개하더라고..”
“그 여자도 이상하네.. 껄끄럽게 뭔 소개를 시키냐? 이혼하고 난 이렇게 팔팔한 영계랑 논다! 넌 뭐하고 지내냐!? 라는 거냐?”
“....”

친구의 얘기에도 온 정신이 강한상이란 남자에게 뺏겨 있었다.
인터넷에 찾아보고 SNS나 트위터를 다 뒤져봐도 강한상이란 이름의 동명이인만 보일 뿐 정작 내가 원하던 답은 좀처럼 발견할 수 없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핸드폰을 죄다 손에 끼고 사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만 가자.”
“뭐? 벌써?”
“피곤하다.”
“... 데려다 줄게.”
“아냐.. 나도 대리 부르지 뭐.”
“대리? 너 차 샀냐?”
“.....응.”
“올~~~ 보너스라도 받았냐? 아니지.. 네가 쥐꼬리만 한 보너스를 받았다고 무리해서 차를 살 놈이 아닌데. 갑자기 무슨 차야”
“하늘에서 뚝 떨어지더라. 간다.”
“같이 가!”

계산을 하고 나온 날 굳이 따라온 현민이의 목적은 새 차 구경이었다.
아우디란 수입외제차를 현민이가 본다면 분명 호들갑을 떨 게 분명했기에 일부러 현민이부터 보낸 후 차로 향한 후 핸드폰을 꺼내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로 전화를 건다.

친절하게 계기판 앞에 놓여 있던 번호는 일명 골든 번호라 불리는 너무도 외우기 쉬운 번호였기에 그 쪽지를 찾지도 않고 핸드폰의 버튼을 누르게 된다.

[여보세요.]
“잠시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예상보다 하루 빨리 전화를 주셨네요. 내일쯤이나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집으로 오시죠.]
“아뇨.. 신이가 없는.. 타워 앞 커피전문점으로 지금 가겠습니다.”
[그럼 클럽으로 오세요. 그 커피전문점을 좀 시끄럽습니다.]
“클럽이요?”
[내비게이션의 등록지점을 찾으시면 OO클럽이라고 있을 겁니다.]
“네.”


클럽이라고 한 말에 난 춤추는 클럽을 생각했었지만 정작 내비게이션이 안내한 곳은 고급스러운 바와도 같은 분위기의 술집이었다. 술집이라고 부르기도 좀 그런 그곳이지만 확실한 건 벽지나 타일 같은 것조차 없는 투박한 콘크리트 벽면에 대조적으로 걸려있는 장식들과 당구대 테이블이나 의자들이 특이한 디자인으로 상당한 고가의 물건들임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여기요.”

손을 가볍게 들어 날 반기는 강한상은 입구 쪽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구석진 자리였다. 스피커조차 없어 음악소리가 작게 들리는 그 자리로 걸어가 강한상과 마주하고 앉는다.

“음.. 뭐가 궁금하셔서 이 시간에 전화를 거셨어요?”
“궁금해서 전화를 걸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제 생각엔.. 저에 대해서 이것저것을 알아보셨을 테고, 좀처럼 알 수 없는 저란 친구가 궁금해서 직접 만나려고 오신 거 아닌가요? 두 번째로는 신이에 대해서 궁금한 게 목적이실 테고.. 맞죠?”
“...”

내가 이놈보다 유리한 점이라고 굳이 뽐낼 수 있는 게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겨우 스물여섯이라 밝힌 강한상의 호기와 행동으로 분명 돈 많은 집안에서 태어나 남부러울 게 없이 망나니로 자랐을 거란 예상과 그런 버릇처럼 벤 몸짓들은 나이에 비해 더 철없는 행동일거란 생각은 자꾸 어긋나게 된다.

권력과 능력으로 인해 부리는 여유라고 생각했던 난 예상했었다는 강한상의 말에 탐색전은 접어두고 돌직구를 날리듯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버렸다.

“도대체 뭘 하는 사람입니까? 대기업의 아들이거나 연예인처럼 좀 날리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인터넷에 이름이라도 올라와 있을 텐데..”
“하하하.. 그거야.. 아! 그전에.. 말 편하게 하시죠.”
“네?”
“형님하고 열 살이나 차이가 나는데 자꾸 존대를 하시니 제가 더 불편하네요.”
“형님?”
“구멍동서 사이 아닙니까!”
“....”
“하하하.. 제가 돌려서 말하는 걸 제대로 못 해서.. 이해하세요.”
“형님이라고 부르면서 일방적으로 이해해달라는 말투는 좀 아니지 않나?”
“네? 하하하하하하.”
“그게 편하다면 말을 놓지. 그럼 내 질문에 대답부터 해 줄 수 있나? 왜? 자신에 대해서 내가 알게 되는 건 좀 그런가?”
“저번에도 말해 드렸듯 나이는 스물여섯이고, 직업은 특별히 없고요. 보자.. 처음부터 얘길 하자면 조금은 잘 난 부모 밑에서 호의호식하면서 초등학교까지 한국에서 살다가 중학교 2학년 때인가.. 1학년 때인가 독일로 유학을 갔었고, 2년 전에 돌아와서 좀 놀다가 신이를 만났네요.”
“부모님은?”
“자~~알 살아 계십니다. 물론 날 자식취급은 하지 않지만 말이죠.”
“,,,”
“자꾸 사고를 치니까 2달 후에 독일로 돌려보낸다고 하시더군요. 아무리 저라도 쓰리아웃제는 어쩔 수 없어서 착한 아들로 이번에 돌아가기로 약속 한 거고요.”
“쓰리아웃?”
“크크.. 아버지가 두 번까지는 그래도 참아주시는데 세 번째는 얄짤 없거든요.”
“그럼 굳이 게임이란 걸 할 필요가 없지 않나? 신이가 마음에 든다면 그냥 데리고 가면 되는 거고, 그게 아니라면.. 놀다가 지겨워 진거면 돈이 그렇게 많다면 얼마큼 떼어주고 알아서 살라고 하면 될 텐데.”
“음.. 어차피 페어플레이가 중요한 거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신이한테 반했었죠,”
“뭐?”

과거형으로 말하는 강한상의 어투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좀 높이게 된다. 반했었다는 과거형으로 말하는 강한상의 말투는 지금의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만약 지금도 반했고 사랑하고 있다면 이런 게임으로 내게서 더 큰 우월감이나 성취감, 그것도 아니라면 날 이용해 더 큰 쾌감을 느끼기 위한 도구로서 사용하려 하는 건 아닌 지라는 가정조차 성립이 안 되게 되었다.

모든 것이 넘치고 남을 남자가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를 이용해 굳이 그런 큰 도박을 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럼 정말로 단순한 즐길 거리를 찾기 위해????

“우리 같은 놈들이 남들보다 나은 게 뭔 줄 아세요?”
“...?”
“배는 빠르다는 거예요. 대한민국에서 공부만 죽어라 하면서 꽃다운 이십대의 초반까지 다 소비하는 동안 우리 같은 년, 놈들은 해볼 거 안 해볼 거 다 해본다는 거죠. 물론 더 어릴 때부터 조기교육이라는 면목으로 남들보다 배는 치어 살지만 유학을 가는 순간 지 세상이란 말이에요. 어차피 돈으로 졸업장 받는 거고 알아서 학점 올려주니까 죽어라 고생할 필요 없는 거죠. 사회생활을 해보셨으니까 잘 아시잖아요. 고등학교에서 죽어라 공부하고 대학까지 들어가서 피터지게 경쟁해서 겨우 들어간 직장이란 곳에서는 정작 코피 흘리며 배웠던 모든 것들을 다시 리셋 시켜야 된다는 걸요.”
“뭘 말하고 싶은 거지?”
“삶이 지루하지 않으세요?”
“참나..”

지루하다며 삶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강한상의 나이가 너무 어렸기에 나도 모르게 한탄을 하게 된다. 아니.. 제대로 사회생활이란 것도 못 해봤을 놈이 리셋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스워 보이세요?”
“솔직히 좀.. 사는 게 장난 갔나?”
“자존감, 성취감, 자신감,,.. 쾌감... 모든 감정들의 목적은 쾌감이 아닐까요? 엄청난 노력으로 얻어낸 결과로 인한 쾌감만큼 커다란 게 없다고 하던데.. 그 엄청난 노력이 필요 없는 삶을 산다면.. 그 무료함이 어떨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으세요? 그럼 그런 쾌감을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요? 현상유지로 인한 안주? 아니면 모자랄 것 없는 부의 축적?”
“도대체 무슨 말을..”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쓰레기 같은 사고방식들이 죄다 지겹다는 겁니다. 왜 어른들은 가장 강한 욕구가 섹스고 성욕이란 걸 몰래 숨기면서 뒤로만 호박씨를 깔까요? 고명한 척 고상한 척 다하면서 뒤로는 새파랗게 어린년이랑 뒹굴면서 홀딱 벗고 있으면서 말입니다. 어차피 죽으면 다 썩어 문드러질 육신들을 가지고 말이죠.”
“그래서? 더 큰 쾌감을 얻기 위해 이런 말도 안 되는 게임을 한다?”
“이 세상에는 이 게임보다도 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훨씬 더 많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모르세요? 전 순전히 쾌락만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훨씬 더 이성적이고 순진하다고 생각하는데.. 아닌가?”
“너 변태냐?”
“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변태의 정의가 뭔지 아세요?”
“이 새끼가...”
“쓸데없는 잡담은 그만 하고... 신이를 보고 있으면 막 승부욕이 생기지 않아요? 전 그래서 엄청 공을 들였는데...”
“승부욕이 생긴다고? 신이가 무슨 경품이냐?”
“경품이요? 하하하하하. 맞네!”
“됐고.. 룰이나 제대로 다시 말 해봐. 저번에 말 한 대로 신이가 날 택한다면 두말없이 독일로 떠난다고?”
“당연하죠. 남아일언 중천금인데! 계약서라도 쓸까요?”
“그럼 신이가 갈등을 한다면? 끝까지 너랑 나 중에 아무도 택하지 않는다면 결과는 어떻게 되는데?”
“오~ 자신감 충만! 승부욕을 자극하려면 그 정도는 나와 주셔야죠! 그런 경우의 수가 발생하면 그것도 제 패배로 인정하죠. 그럴 리는 없겠지만. 저 생긴 대로 쿨 한 놈입니다.”

무승부의 경우에도 내 승리로 인정을 한다면 확률은 66%이상이다. 언뜻 1/2의 확률같이 보일지도 모를 강한상이 말한 이번 게임은 전자오락과는 전혀 다른 사람에 대한 결정권이 최우선이었기에 1/2 일수가 없었다. 내 노력과 행동에 따라 명백히 달라질 결과이긴 하지만 최대한 신이의 마음을 돌려 고민하게만 만들 수 있다면, 그래서 쉽게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든다면 강한상이 제시한 2달이라는 기간이 강한상이에겐 독이 되고 오히려 내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다.


“너무 집중하신다.. 말씀드렸잖아요. 최고의 쾌락을 위한 게임이라고. 최대한 신이를 만족시키고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면 전남편이신 형님의 승리인데 뭘 고민하세요. 그 다음은,, 그 이후엔 형님 마음대로 하시면 됩니다. 단 제가 이겼을 경우엔 제 마음대로 할 수도 있다는 건 꼭 명심해두십쇼. 제 요구가 어떠한 것이라도 들어주셔야 된다는 겁니다.”
“요구? 신이를 데리고 가서 포르노배우로 만든다는 그 요구?”
“당장은 그럴 생각인데... 제 변덕이란 게 저도 가늠이 안 될 정도로 죽 끓듯 하거든요.”
“변덕이라니?”
“정작 이겨놓고는 신이가 싫증나서 놔두고 혼자 떠날지도 모르죠. 하지만 제가 그냥 혼자 떠날 놈이겠습니까. 제 변덕에 신이랑 평생 같이 살라는 조건을 걸지도 모르죠.”
“뭐? 나랑 신이랑?”
“왜요? 부담되세요? 닳고 닳은 여자라서 다시 데리고 살기 싫으신가? 하하하하하하하하. 하긴~~ 신이 얼굴을 볼 때마다 제 생각이 날 테니 부담스럽긴 하겠네요. 신이를 안을 때마다 제게 안겨 쾌감에 어쩔 줄 몰라 하던 모습이 머릿속에서 안 떠나겠네.. 하하하하~”

장난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충격적인 결과를 말하는 강한상이다. 만약 강한상이 게임이란 것에 이겨놓고도 신이를 내게 떠넘긴다면... 강한상이가 독일로 떠난 후 신이를 버린다고 해결이 될 일이 아님을 경험해보진 않았어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건 룰 위반 아닌가?”
“위반이라.. 그 정도 조건이 걸려야 필사적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형님은 아직 참여의사도 안 밝힌 상태 아닙니까? 집에서도 말씀드렸듯 제가 이겼을 때의 조건은 신이를 팔아버리든 말든 제 맘이라고 말씀 드렸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
“아니면 신이를 몸 파는 창녀로 만들길 바라시는 겁니까? 그래서 게임에 참가하려고 하시는 거고? 와~ 그래도 한 때는 와이프였던 여잔데.. 저보다 더 무서운 분이시네~.”

“그건 알았고... 내게도 조건이 있다. 내게 집에서 보여준 그 영상 이후로... 신이가 어떻게 변했는지는 알아야겠는데... 동영상이 또 있나?”
“있긴 한데.. 이건 직접 말씀을 드려야 될 거 같은데.. 영상이라고 해봐야 전부 박고 싸고 흔드는 것밖엔 없으니 신이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는 잘 모르실텐데..”
“말 해.. 너한테 최고 중요한 건 쾌락이고 이 게임이라며. 시간은 차고 넘칠 테고 네가 말한 페어플레이를 위해선 신이의 변화에 대해서 나도 알아야 페어플레이가 될 수 있는 거 아니겠어!?”
“하하하하하~ 신이가 말 한대로 깐깐도하시네~. 좋습니다. 그런데 감당할 수 있겠어요? 먼저 말 한대로 제가 돌려서 말하는 재주가 없는데..”




거의 3년 동안 끊었던 담배를 편의점에서 멍한 표정으로 다시 사게 된다.
10시쯤 강한상을 만났는데 집 앞 편의점에서 담배를 산 시간은 새벽 3시였다.

사람의 가장 큰 무서움은 상상을 넘은 망상이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며 강한상이 세세하다 못해 사실적이기까지 한 묘사들을 다시 곱씹게 된다. 곱씹을수록 살이 덧붙여지며 신이의 그 순간순간의 모습들이 영화의 장면처럼 머릿속에 그려지기까지 했기에,, 담배가 심하게 당겨왔고 아이를 위해 시작해 인간승리라는 소리를 들었던 3년간의 금연을 무참히 해제하게 된다.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깊게 들이마시자 머리에 ‘핑~’하는 소리가 스치며 몸을 비틀거리게 된다.
편의점 앞에 있는 플라스틱 의자에 비틀거리는 몸을 맡기며 깊게 등을 기댔고 이내 또 한모금의 연기를 더 깊게 들이킨다.




“으음... 헉! 누..누구세요.”
“...”
“여..여기가 어디...”

해가 중천을 넘어 막 기울기 시작했을 때에 신이가 눈을 떴고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키다 먼저 강한상을 발견하곤 소스라치게 놀랐었다. 그리곤 자신의 몸이 완전한 나신인 것에 더 깜짝 놀라 황급히 이불로 몸을 가리며 잔뜩 경계서린 눈빛으로 강한상을 노려보기 시작했지만.. 신이의 몸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무..무슨 짓을...”
“아무 짓도 안했으니까. 걱정 마. 아무 짓도 안 한 건 아닌가?”
“누..누구세요?”

신이의 물음에 소파에 깊숙이 몸을 기대고 있던 강한상이 대답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기조차 하지 않았는데도 커다란 크기에 걸을 때마다 덜렁거리는 자지를 그대로 드러낸 채 강한상은 샤워실로 걸어갔고 이내 샤워를 시작했다.

그 덜렁거리는 자지에 화들짝 놀란 신이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얼굴을 이불로 가린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 소리를 듣고 나서야 어제의 생각나지 않는 기억을 애써 끄집어내려는 두 눈을 질끈 감고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길 반복하던 신이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옷부터 찾기 시작했다.

아직도 떨리는 손으로 속옷부터 챙겨 서둘러 입었고 엉망으로 구겨진 스커트와 블라우스를 확인할 틈도 없이 몸에 걸친 신이는 물줄기소리가 들려오는 샤워실을 통과해 입구로 발소리 죽여 도망치듯 걸어가는데.. 욕실을 막 지나치려던 그 순간에 샤워실의 문이 열렸고 여전히 젖은 알몸인 채로 나온 강한상과 딱 마주치게 된다.

“어디가?”
“지..집에요. 시..신고 안 할게요. 아무한테도 마..말 안 할 테니까 집..으로 보..보내주세요.”
“...픽~”
“.....”
“좋다고 달라붙어서 엉덩이부터 흔든 게 누군데 신고를 한다고?”
“네?”
“왜? 못 믿겠어? 못 믿겠으면 동영상을 보던가.”
“도..동영상이라뇨?”
“아~ 오해는 하지 말고. 하도 달라붙는 년들이 많아서 보험용으로 찍어 놓는 거니까.”
“...”

신이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머리를 말리며 안으로 들어가는 강한상의 뒷모습을 쳐다보다 알몸인 걸 뒤늦게 깨닫고는 황급히 머리를 돌려 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냥 가도 되나? 그러다가 이 동영상을 내가 인터넷에 올리면 어떻게 하려고? 돌싱이라며! 이혼녀니까 다시 시집도 가야 될 텐데. 아닌가?”
“그걸 어..어떻게?”
“이 아줌마가 진짜 아무것도 기억 못하네...”

당연히 기억을 못 할 수밖에 없었다.
물약이란 것이 단기기억상실이란 무서운 부작용을 노린 불법약이란 걸 모를 리 없는 강한상이었지만 일부러 이런 말들로 신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도..동영상 주세요.”
“왜? 그거 없애고 나 협박하려고?”
“미쳤어요! 제가 왜 당신을 협박..을.... 해요.”

신이가 알몸인 채로 의자에 앉아 있는 강한상에게 소리를 지르다 눈을 돌리며 말꼬리를 흐린다.

“남자 자지 처음 보나? 뭘 새삼스럽게 내외를 하지? 바로 어제는 이런 자지는 처음이라고, 너무 커서 안까지 다 느껴진다고,,”
“닥쳐요! 내가 언제..”
“못 믿겠으면 동영상을 보던가. 아니지. 한 번 더할까? 그럼 바로 기억이 날 텐데.”
“미친놈... 동영..상 지워요. 진짜 신고할 거예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신이가 호텔 방문을 닫고 나와 버렸다.
발걸음을 재촉할수록 문이 닫히기 바로 전에 안에서 들려오던 강한상의 큰 웃음소리가 계속해서 귀에 울려 퍼지는 듯 한 착각을 느끼며 서둘러 집으로 향했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어머님의 잔소리에도 욕실로 뛰어 들어가 몸을 씻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몸에 느껴지는 불쾌감을 씻어내려 노력해보지만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강한상의 웃음소리 때문에 쉽지가 않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고, 아니.. 단 한 번의 실수일 뿐이라고, 어차피 이혼한 몸이고 실수를 한 것뿐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몇 번이고 몸을 씻어 내보지만 결국엔 자신을 저주하며 욕까지 하고 나서야 욕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욕실에서 나오자마자 시작된 어머님의 잔소리를 아무 말 없이 30분 동안이나 듣고 나서야 자신의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혼을 한 여자의 보통 부모라면 남자를 하루라도 빨리 만나라고 등을 밀었을 테지만 신이의 어머니는 달랐다. 태규와의 실패한 결혼이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하고 있는 어머니였기에 이번에야 말로 자신의 잣대와 취향에 맞는 신랑감을 찾기 위해 신이의 반대에도 벌써부터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띠링’

어제 클럽에서 자길 벌이고 갔을 친구들에서 온 문자가 분명했기에 한바탕 쏟아주려고 머리에 감고 있던 수건을 풀다말고 신이가 재빨리 핸드폰을 든다.

친구가 아니었다.

[잠깐 나와]

낯선 번호에 낯선 문구에 신이가 대수롭지 않게 답장을 한다.

[잘 못 보내셨어요. 번호 확인하세요.]

‘띠링~... 띠링~’

“씨...가뜩이나 짜증나는데..”

[좋은 말 할 때 나와라]
[내가 들어갈까?]

[이것보세요. 문자 잘 못 보내셨다고요.]

‘띠링~’

“...”

사과를 기대하고 든 핸드폰을 내려다보는 신이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문자로 온 한 장의 사진..

대충 옷을 걸치고 조심스럽게 발소리를 죽여 거실을 지나 숨죽여 문을 열고 나온 신이는 흔들리는 시선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곧 빨간색 외제차의 헤드라이트가 두 번 번쩍이는 곳으로 고개를 고정하게 된다.
시선만 고정한 채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신이의 모습에 결국 차문을 열고 한 남자가 나온다.

강한상이다.

“당신 미쳤어요!?”
“....”
“지금 여기가 어디라..”

‘띠링~. 띠링~ 띠띠띠링~~’

신이의 나지막한 큰소리에도 들고 있던 핸드폰만을 내려다보던 강한상의 손이 몇 번 움직이자 신이의 핸드폰이 다시 연달아 울리기 시작했다.

“혹시 가슴성형 할 생각 없나?”
“...무..뭐라고요!?”
“다른 덴 굳이 손댈 필요 없을 거 같은데.. 내 취향이 아스팔트는 질색이거든 여자가 나올 곳 나오고 들어갈 곳 들어가야 여자 아니 ..”

‘짝!~’

“다시 한 번 내 앞에 나타나면,, 진짜 후회하게 만들어주겠어요.”

따귀를 있는 힘껏 날린 신이는 차갑고 매섭게 얘길 하곤 그대로 몸을 돌려 다시 집으로 향한다.

“헉!..무..뭐하는 거예요! 이거 놔요! 이거 안 놔!”
“쉿~. 어머님이라도 나와서 날 보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더군다나 이런 사진까지 같이 본다면. 곤란한 건 내가 아니고 당신 아닌가?”
“....아파요. 이거 놔요.”
“잠깐 얘기만 하자고. 누가 잡아먹는다고 했나.”
“우리가 무슨 사인데 얘기까지 나눠야 되죠? 나이도 어린 거 같은데 학교에서 매너란 것 좀 더 배우고..악.”
“난 시끄러운 여자는 가슴 작은 여자만큼이나 질색인데.”
“이 미친...”



“아저씨!! 아저씨 일어나세요.”
“응??”

언제 잠이 들었는지 날 흔들어 깨우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게 된다.
벌써 해가 골목을 밝히고 있는 거리의 풍경에 더 놀라 시계를 확인했고 난 곧바로 출근을 해야 했다. 너무도 생생하게 꿨던 꿈이 리얼하게 설명하듯 신이와의 첫 만남을 얘기한 강한상 때문인 게 분명했다.

오글거릴 정도로 자신과 신이의 만남을 자랑하듯 얘기한 강한상의 행동은 대범하고 남자답다는 느낌과 함께 직설적이게도 변태임을 초장부터 밝힌 커밍아웃은 신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었다.
강한상의 얘기가 과장 하나 없는 사실이라면 그날 그렇게 추리닝 차림의 신이를 차에 태워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으로 거의 반강제로 끌고 가 저녁을 먹었고 커밍아웃을 해버렸다고 한다.

업무를 하면서도 다시 망상에 빠진다.
그만큼 강한상이 얘기했던 아내와의 만남은 내 앞에서 다른 놈의 자지를 빨던 모습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강한상이 말한 신이의 모습은 내가 알고 있던 아내란 여자와는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로 낯선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아니.. 신이란 여자의 본모습과 본능을 내가 모르고 내 열정적인 구애와 소중한 사람으로 아껴주며 결혼까지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과 함께 그 소중한 사람이었기에 단순히 종족번식의 의미와 단순하고 단조로웠던 섹스만이 기억이 났기에 강한상이 들려준 얘기는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부서질까봐,, 다칠까봐 소중히 대했던 내 과거의 행동은....
강한상의 얘길 다시 떠올릴수록 성적인 측면보다는 사랑하는 여자로서, 내 아내였던 신이로서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생각했던 취향과 성격을 공략해 과거로 돌려놓자는 내 계획이 근본부터 흔들리게 된다.

그만큼 강한상이 내게 들려준 신이의 모습은 낯설었다.



“나 독신주의에 섹스중독이야.”
“켁!! 켁켁..”
“음~ 역시 여기 고기가 최고등급만 쓴다고 하더니 입에서 녹네.”
“....”

스테이크엔 손 하나 안대며 물만 마시던 신이는 갑작스러운 강한상의 고백에 마시던 물을 내뿜을 뻔 했다.

--계속--

반가운 분들의 소중한 의견과 스포성 댓글 정말 감사드립니다.
대략 10부정도로 짧게 끝내려고 했었는데 댓글에 힘입어 계획에도 없던 상세설정과 대화를 집어넣게 되었네요. 그래도 처음 짜놓은 스토리라인에는 변함이 없음을 알려드리며.. 조금 길어진다고 투정하지 마시길 고개 숙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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