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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2:48 733회 0건
101호 그녀 - 4




작은 새 세마리가 함께 어울리며 딩굴더니 나무 속으로 휭하니 들어간다.

나무들은 봄냄새를 맡고 더 힘내며 푸름을 빛내는 것 같았다. 나뭇가지엔 짙은 색의 잎들 사이로 틈틈이 새파란 이파리가 송송이 보였다.

녹색 그라데이션을 뽐내는 나무들 그 사이로 종종 아직 지지않은 개나리와 산수유 나무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줄지어있는 나무를 따라 난 포장도로는 산과 산의 계곡 사이를 구불거리며 돌고 있었다.

채아가 탄 중형버스가 도로를 따라 봄바람을 헤치며 꽤 높은 산 중턱을 향해 오르고 있었다.

계곡을 벗어나자 저멀리 산들이 병풍처럼 길게 늘어져 장관을 뽐내고 있었다.


버스는 21명의 대학생을 태우고 산 중턱의 계곡 별장으로 향했다.

동아리사람들과 함께 온, 채아의 생애 첫 엠티였다.


채아가 동아리에 가입하게 된 건 그저 우연이었다.

별 생각없이 동아리 가두모집 행렬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별이 반짝거리는 밤하늘 사진들이 채아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었다.

채아는 한번도 밤하늘이 그렇게 별로 가득찬 광경을 본 적이 없었다.

시골에 살아본 적도, 친척 중에 시골사는 사람도 없어 늘 도시에서만 지냈기 때문이다.


사진 속 밤하늘은 무수한 별들로 가득차 있었다.

"안에 보고 가세요. 놀라실거에요."

동아리 사람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채아에게 텐트 안으로 들어갈 것을 권했다.

조심스레 텐트 입구를 열고 들어가자 놀라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두운 텐트 지붕으로 가루같은 별들이 흩트러져 있는게 아닌가!


채아는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황홀했다.

"이쁘죠? 이건 봄에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에요. 물론 이건 진짜 별이 아니고 빔으로 쏜 거지만. 다음 달 동아리 엠티에 같이 가시면 실제로 볼 수도 있죠."

입구에서 봤던 남자가 동아리 홍보 전단지를 주면서 말했다.


"이런 별을 진짜로 보러 가요?"

"그럼요. 천체 관측 동아리니까요. 저희가 매년 가는 곳이 있어요. 오래되긴 했지만 천체망원경도 있구요."

"와아..."

채아는 연신 감탄하며 텐트 천장을 수놓은 별들을 바라보았다.

남자는 그런 채아를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동아리 가입하셔서 엠티 같이 가요. 저희 동아리 재밌고, 좋은 사람들도 많아요."



채아는 그 날로 천체 관측 동아리 "별주부"에 가입하게 되었다.





"너네 좀 떨어져 앉아라! 엠티와서까지 꼭 끼리끼리 놀아야겠냐?" "맞아요!!! 그럴거면 그냥 신혼여행을 가라고요!!!"


"야 그만 좀 해! 우리 아직 얼마 되지도 않았다고!!"


채아 옆자리에 앉은 우종이 질렸다는 듯 외쳤다.

우종은 그 날 채아에게 동아리 입단 권유를 했던 그 남자였다.

그 날 채아가 동아리에 가입한 것을 계기로 둘은 친해졌고, 불과 얼마 전 사귀게 된 것이었다.



동아리 사람들은 새로운 커플인 우종과 채아를 맘껏 놀려대며 숙소까지 가는 긴 시간을 채우고 있었다.


"너네 우리 동아리 이름이 왜 "별주부"인지 아냐?"

"음... 별을 보니까.. 별 보는 주부? 처음에 동아리 만든사람이 주부였어요?"

"아냐 임마. "별 보면서, 술 마시다, 부부가 된다!" 그래서 별주부가 된거지."


동아리 회장 종태의 말에 다들 꺄르르 웃었다.

종태의 말대로 동아리 내에는 유독 커플이 많았다.

21명이 탄 버스 안에 채아와 우중 커플 외에도 4커플이 더 있었다.

채아가 듣기로는, 아무래도 별 관측 동아리다보니 낭만을 품고 가입하는 여학생들이 꽤 많고, 자연스레 커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여자는 모두 채아처럼 1학년이었고, 남자는 복학생들과 1학년들이 섞여 있었는데 누가 복학생이고 누가 1학년인지는 조금만 관찰하면 티가 났다.

숙소로 가는 길에 대해 아는 체하며 여학생들에게 말을 건네고, 이런저런 얘기를 꺼내며 조금이라도 환심을 사고자 노력하는 태도가 보이면 딱 복학생이었다.

채아의 옆에 앉은 우종도 크게 다를 바 없이 열심히 채아에게 이것저것 설명해주고 있었다.

우종이 무슨 마음인지 알기에 채아 역시 웃으면서 적당히 맞장구 쳐주었다.



우종은 평범하지만 자상한 사람인 듯 했다.

올 겨울에 군 제대하고 복학 첫 학기였고, 1학년만 마치고 입대했기 때문에 이제 2학년이다.

피부는 좀 까무잡잡한 편이었고, 키나 덩치는 딱 평균정도. 마르지도 뚱뚱하지도 않고 그저 평범했다.

다만 이것저것 잡다한 지식을 꽤 많이 알고 있고 또 그것을 자상하게 가르쳐주는 타입이었다.

눈치도 꽤 빨라 채아가 필요한 것이나 하고 싶은 것을 재빨리 파악하고 들어주곤 했다.

채아 역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채는 우종의 그런 면이 마음에 들었다.





사귀기로 한, 그러니까 1일이 된 그 날 역시도 우종은 채아의 마음을 읽었을 것이다.

채아의 원룸 건물 옆 주차장에서 우종과 채아는 헤어지는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다.

주차된 차가 없는 주차장은 오로지 우종과 채아만의 공간이었다.

채아와 우종은 주차장 바닥에 앉아 벽에 기대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던 우종이 먼저 채아에게 좋아하고 있다고 슬며시 고백해왔다.

채아 역시 우종이 싫지 않았지만, 채아는 뭐라 말할지 알 수 없어 그저 작게 끄덕였다.

채아는 부끄러워 우종을 쳐다볼 수 없었고, 작은 끄덕임만으로도 자신의 마음을 우종이 알아주리라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우종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채아가 조심스레 고개를 우종을 향해 돌리면서 그를 올려다보려는데

우종의 몸이 채아를 향해 왔다.

채아가 피하기도 전에 우종의 입술이 채아의 입술에 와닿았고, 둘의 입술이 나란히 포개어졌다.

우종은 부드럽게 키스하며 채아의 어깨를 팔로 감싸안았다.

우종의 따스한 체온과 숨결이 채아에게 전해졌고, 채아는 그것을 느낄때마다 온 몸에 뜨거운 열기가 퍼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채아가 어쩔 줄 몰라 가만히 있는 사이, 우종은 천천히 채아의 보드라운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살살 문질렀다.

채아의 입술을 입안에 살짝 머금기도 하고, 혀로 입술을 살살 간지럽히기도 했지만, 채아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질 모른 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채아에겐 살아온 나날보다도 길었던, 사실은 기껏해야 30초쯤 되는 시간이 지나고 우종이 먼저 천천히 채아의 입술에서 물러났다.

채아는 짜릿하면서도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자신이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다. 채아는 주차장의 어둠이 자신의 발그레한 두 뺨을 가려주길 바랬지만, 우종이 뺨에 손을 갖다댔기 때문에 들켜버렸다고 생각했다.

채아의 뺨에 손을 올린 채 우종은 채아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채아는 우종과 바닥을 번갈아가면서 쳐다보다 조용히 우종의 품에 얼마간 안겨 있다가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몇일 뒤, 두 사람은 동아리 사람들에게 축하한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채아는 동아리 모임에 몇번 나가지 않고 엠티를 온 탓에 많은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했다.

우종이 다만 여기저기 소개시켜주면서 얼굴이나 이름정도만 데면데면 아는 정도였다.

그나마 좀 친하다고 할 수 있는 사이는 회장인 종태와, 채아의 건넛자리에 앉은 현수와 세율정도였다.

현수와 세율은 채아와 같은 나이의 신입생이었다. 그들은 같은 과 CC인데, 함께 가입할 동아리를 찾아보다가 가입한 것이라 했다.

현수는 키가 크고, 덩치가 큰 곰 같은 사내였다. 그에 반해 세율은 정말 작고 귀여운 타입의 아이였다. 귀염성에 붙임성도 뛰어나 세율은 동아리 사람 모두에게 이쁨받고 있었다.



어느덧 버스가 산장에 도착했고 다들 산장에 들어가 짐을 풀었다.

산장은 큰 거실과 2개의 방으로 되어있었다.


"자자, 왼쪽은 남자방, 오른쪽은 여자방으로 쓰도록 하세요!"

"선배 방이 너무 좁잖아요. 여기서 어떻게 자요!!"

"어차피 밤에 술먹고 이러면 거실이나 아무데서나 퍼질러자게 돼있어. 우선 짐만 풀고 빨리 나와! 해떠있을 때 관측소까지 가려면 지금 이것저것 다 해둬야해!!"



채아는 오른쪽 방에 들어가 짐을 풀었다. 제각각 가방을 내려놓고 방을 정리해보니 약 5~6명 정도 누울 수 있는 공간이 나왔다. 21명 중 여학생은 9명. 확실히 이 안에서 다 같이 자는건 무리로 보였다.

"아무래도 여자들 다 같이 한 방에서 자는 건 무리겠지?"

"종태선배 말대로 어차피 거실에서 자는 사람이 더 많을걸? 거실은 거의 20명도 자겠던데?"



채아는 아무 말 않고 조용히 있었지만, 거실에서 자는 건 조금 꺼림칙했다. 그래도 남녀가 다 뒤섞여자는 건 좀 불편할 듯 했다.

일행들은 모두 밖으로 나와 중태선배의 지시를 따랐다.


"오늘 일정을 말해줄게. 지금이 2시잖아. 5시에는 관측소로 출발해야되니까 4시까진 저녁식사를 준비해야해. 저녁을 일찍 먹고 올라가서 관측하고 9시쯤에 내려오자.

고기는 이따 내려와서 구워먹기로 하고, 찌개 끓이고 있는 반찬 해서 먹자. 여자들이 좀 준비해줘. 남자들은 나가서 평상 세팅 좀 하자."



여학생 중 몇몇은 산장 청소를, 다른 몇몇은 부엌에서 밥을 안치고, 반찬들을 정리했다.

채아는 각자 가져온 김치를 살펴보고 잘 익은 것들을 골라 찌개 재료로 삼았다. 파나 고추 따위를 썰고, 찌개에 들어갈 오뎅과 소세지를 먹음직스럽게 손질했다.

세율은 계란찜을 했고, 다른 친구들은 떡볶이를 만들었다.


그동안 남자들은 마당에 평상 3개를 뉘이고 모기장을 설치했다. 마당 한 가운데에 가로등이 있었고, 가로등을 중심으로 세 개의 평상이 놓였다.

부엌에 난 창문을 향해 틈틈이 우종을 살폈다. 우종은 선배답게 후배들에게 이것저것 지시하면서도 힘든 일은 자기가 먼저 하는 타입이었다.

우종도 가끔씩 채아를 향해 고개를 들렸고, 그러다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괜히 싱긋 눈웃음을 교환했다.



식사팀도, 마당팀도 모두 들뜬 기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장난도 쳐가면서 일하는 탓에 준비시간은 더욱 길어졌다.

어느 틈엔가 커플들은 사라졌다가 멀리 숲 속에서 홀연히 돌아오곤 했다.



"다들 좀 서둘러!"


남자선배들의 재촉과 달리, 선배 없이 1학년들로만 이루어진 식사팀은 빠릿빠릿하지 못했고 식사준비가 꽤 늦어지는 바람에 일행은 밥을 서둘러 먹어야 했다.



"다 먹었으면 바로 산에 올라갈 준비하자. 산을 좀 올라가야 하니까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와. 아직 쌀쌀하니까 반팔이나 반바지는 입지말고, 겉옷은 하나씩 걸쳐."




관측소로 오르는 길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오르막 경사도 그다지 크지 않았고, 숲길은 동화속에 나올것처럼 예쁘게 나있었다.

이제 시간이 6시가 될 무렵이었음에도 하늘은 꽤 어둑어둑 해졌고, 해는 서쪽 산봉우리 끝에 매달려 있었다.

길 옆에 난 숲은 이미 컴컴했고, 일행이 오르는 길의 흙만이 붉은 빛을 내뿜어댔다.


"다들 올라가면서 길을 잘 익혀둬. 내려오는 길은 이거 하나뿐이지만, 한밤중엔 어두워서 그것도 헛갈릴 수 있어. 여기서 길잃으면 찾지도 못해. 여기 휴대폰도 안터져."

중태는 올라가면서도 쉬지않고 주의사항을 떠들어댔다.


우종과 채아는 나란히 손을 잡고 산을 올랐다.

채아는 우종의 손이 참 보드랍다고 생각했다. 짐을 다 놓고 온 채아와 달리 우종은 따로 챙겨온 작은 가방을 메고 있었는데, 그 안에 작은 물병과 초콜릿 같은 것을 넣어온 것이다.

우종은 주변 사람들에게 작은 초콜릿을 한조각씩 나눠주곤, 채아와 함께 초코바 하나를 갈라 먹었다.




한시간 남짓 올라가자 거의 산 정상 가까이에 위치한 관측소가 보였다. 사실 관측소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한, 오두막과 움막집의 중간형태쯤 되는 것이었다.

아마추어 목수들이 얼기설기 잘라놓은 듯한 나무들과 울퉁불퉁한 바위들이 제각기 쌓여 구조 비스무리한 것을 이루고 있었다. 지붕에는 비가새지않도록 비닐이 씌워져 있었다.

입구로 보이는 큰 문 앞에는 작은 표지판에 세워져 있었다.

"별주부 관측소. 1999"


"와 선배, 이거 99년에 만들어진거에요? 대박!!" "근데 이거 무너지는 건 아니죠?"

"안 무너져. 이거 이래뵈도 꽤 튼튼해. 남자애들 몇명은 올라가서 지붕에 후라이 걷어내라."



안으로 들어가니 밖에서 보는 것보단 꽤 그럴싸해보였다.

실내에는 벽을 따라 빙 둘러 앉을 수 있게끔 되어 있었고 지붕에는 커다란 구멍이 두개 뚫려있었다.


채아와 신입생 동기들은 앉아서 선배들이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선배들은 들고온 천체 망원경 두대를 각각 조립하고 거치대를 설치햇다

채아는 전문 천체관측소에 있는 커다란 망원경을 통해 별을 바라보는 것을 상상하며 가입했던 탓에 조금 실망한 면도 없지 않았지만, 조금씩 설레이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어느덧 해는 거의 저물고 하늘은 거의 컴컴해져 있었다.



"야 밖에 나와서 별 봐봐! 장난아니야!!"


채아와 일행들은 우르르 밖으로 나갔다.




정말 밤하늘이 별로 가득했다.

육안으로 봐도 밤하늘의 별은 쏟아질 듯 찰랑였다.

채아는 난생 처음보는 풍경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처음 동아리에 입단하던 날 텐트안에서 보았던 가상의 별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멋진 밤하늘이었다.

시야 가득히 들어찬 밤하늘은 마치 보부상처럼 가슴안에 끌어안은 별들을 내펼쳐보이고 있었다. 그리곤 인자하게 웃으면서 "원하면 하나쯤은 가져가슈" 라고 금방이라도 말할 것 처럼 보였다.



"자, 봐봐. 지금 여기서 이쪽이 북쪽, 저쪽이 동쪽이란 말야. 저기 빛나는게 북극성이야. 보여?" "선배 어디요??!" " 잘 봐봐, 저기 국자모양 안 보여? 저게 북두칠성이야. 그 끝에 달린게 북극성이구."

"와아아"



"신입생들, 망원경 설치 다 됐으니까 안에 들어와서 봐봐!"


채아를 비롯해 신입생들은 안과 밖을 뛰어다니며 별을 구경했다. 두 대의 망원경은 각각 "오리온자리"와 "처녀자리"에 맞추어져 있었다.

특히 "처녀자리"는 봄을 대표하는 별자리라 해서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와아아 진짜 이뻐요."

"그렇지? 저기 처녀자리안에 유독 밝은 별 보이지? 그 옆에 또 유독 밝은 별 두개 있는 거 보여?" "네 보여요!"

"그게 봄의 트라이앵글이라는거야. 이맘때쯤 밤하늘에 제일 빛나는 애들이고, 걔네를 중심으로 별들을 찾을 수 있어. 처녀자리에서 북극성쪽으로 가다보면 또 유난히 밝은 별들이 보이는 거기가 큰곰자리야."



채아는 넋을 놓고 별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새 우종이 채아의 곁에 손을 잡으며 섰다.


"어때?"

"너무.. 너무 이뻐요.."

"동아리에 들어오길 잘 한거 같지?"

"히히. 당연하죠.."

"어차피 지금부터 9시까진 자유시간이니까, 우린 밖에서 좀 걸으면서 구경할까?"

"네. 또 잘 보이는 곳이 있어요?"

"응. 따라와봐."


채아와 우종은 나란히 숲 속의 작은 길을 따라 들어갔다.

얼마간 걷자 탁 트인 절벽이 나왔다. 절벽의 끝에는 넓은 바위가 있었다. 오랜 세월 바람에 깎이고 깎여 이제는 맨들맨들해진 바위였다.

두 사람은 바위에 다리를 쭉 뻗고 앉았다. 어두워서 절벽 밑이 얼마나 까마득한 지는 알 수 없었고 그저 별이 깨처럼 쏟아지는 하늘만이 보였다.


두다리를 쭉 뻗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채아와 우종은 자연스럽게 누운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우종은 채아가 불편하지 않게 팔베개를 해주었지만, 채아는 자신의 머리를 완전히 그의 팔에 맡겨 편하게 눕거나 하지는 않았다.

채아의 가슴은 터질듯 황홀했다.


"선배."

"응?"

"저 여기 동아리에 들어오길 너무 잘한 거 같아요."

"그렇지? 별이 이렇게나 예쁘다니깐."

"아뇨.. 이렇게 오빠랑 누워서 별 보고 있으니까 너무 좋아서요.."


채아는 자기가 말해놓고 스스로 놀래버렸다. 자신이 무슨 용기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몰랐다. 다만 분위기에 취했던 것이다.

우종 역시 뿌듯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곤 슬며시 채아의 얼굴에 다가가 키스를 했다.

그 날 이후, 다시한번 채아와 우종의 입술이 포개어졌다.

이번에는 채아 역시 우종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둘은 입술을 함께 오물거리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같이 서로의 입술을 탐했다.

채아도 오늘은 적극적으로 우종의 입술을 들이 마셨고, 자연스럽게 서로의 혀와 혀가 섞이며 야릇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채아는 눈을 질끈 감은 채 자신의 입술을 우종에게 맡기고 있으면서 이따금씩 눈을 떴다.

넋이 나간듯한 표정을 한 우종의 얼굴과 반짝이는 별들이 한 번에 채아의 시야에 들어왔다.


바른 자세로 누워있던 두 사람은, 어느새 우종이 채아의 몸 위에 반쯤 포개어져 있었다.

왼팔로는 팔베개를 하고 오른다리는 채아의 몸에 올려두었다.

두 사람이 함께 몸을 이리저리 비틀다가, 우종의 다리가 그만 채아의 허벅지 안쪽을 살짝 짓눌렀다.


"아아.."


채아가 자신도 모르게 야릇한 신음소리를 흘렸다. 채아가 살짝 입을 벌린 사이 우종이 채아의 볼과 턱, 턱선까지 키스를 해댔다.

채아는 몸이 배배 꼬이면서 이상한 기분이 들어 우종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우종의 입술은 턱선과 목선을 향했고, 점점 아래를 향해 자신의 정복지를 개척해나갔다.

그 사이 우종은 오른손으로 채아의 옆구리를 움켜쥐었다.

채아는 우종의 정복지 개척을 방해하며 계속 해서 그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에 묶어두려고 했다.

그러자 우종이 다시한번 슬쩍 채아의 양 허벅지 안쪽, 채아의 소중한 곳 근처를 가볍게 눌렀다.


채아는 자신의 팬티가 젖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순간 채아는 첫키스를 했던 그 날 밤 방안에서 혼자 침대에서 했던 행동과 기분이 떠올랐다.


그 날 채아는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무엇에 이끌리듯 자신의 손이, 입에 담을 수 없는 그곳을 향해 이끌려갔고

그곳을 어루만지자 채아의 몸속에 있던 어떤 뜨거움이 점점 차오르는 것만 같았던 그 기분.

무릎과 허벅지 전체가 전기로 찌릿찌릿해지더니 이내 팬티 속이 축축해지고, 그 안에서 무언가가 자꾸 자신을 부르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그때보다도 더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만져보지 않아도 이미 자신의 그 곳에서 어떤 액체들이 흘러나와 그 곳을 더럽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우종이 무릎으로 지끈지끈 누를 때마다 전기가 찌릿찌릿해지며 채아 자신도 모르게 다리가 자꾸 벌어지는 것이었다.


그 때 채아의 옆구리를 쥐고 있던 우종의 오른손이 살살 채아의 바지쪽으로 내려갔다.

우종 역시 채아의 다리가 자꾸만 벌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우종은 슬쩍 채아의 상의를 위로 들어올리면서 채아의 맨살을 향해 손을 집어넣었다.

채아의 보드라운 뱃살과 옆구리가 만져졌다.

그러면서도 둘은 끈적하게 키스를 이어갔다.

우종은 채아의 등을 어루만지면서 엉덩이 골로 갈라진 채아의 바짓 속을 탐했다.

채아는 고무줄로 된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기에 우종이 손을 넣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우종은 더욱 강렬하게 채아의 혀를 빨아당겼다.

채아의 혀가 우종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두 사람의 입술이 다시한번 강하게 뒤엉켰다.


그때 우종이 채아의 탐스러운 엉덩이 안으로 손을 슬쩍 집어넣었다.



---


오늘은 심지어 네토도, 훔쳐보기도 아닌 내용이 되고 말았으니
아직도 갈길이 멀군요..
응원해주시는 댓글 읽고 있습니다.
추천과 댓글, 정말 힘이 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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