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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2:57 838회 0건
제4부


제1화


긴머리를 한 여인의 뒷태가 멍한 시야속으로 파고 들었다. 베이지 색의 차광 커튼을 여는 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햇살이 실내로 쏟아져 들어왔다.

“아.. 안녕하세요…”

몸은 납처럼 무거웠고, 머리에서는 둔중한 아픔이 느껴지고 있었다. 어제… 그 이후로 완전히 취해버린 것까지는 기억이 났다. 하지만 그 이후의 기억은 그저 멍할 뿐이었다. 일어나려고 힘을 주자 팔과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이제 좀 정신이 드나 보지?”

“아.. 네.. 그럭저럭…”

여기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주 넓고 단단한 침대에서 희성은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순백의 고급스러워보이는 시트는 온통 주름투성이었다. 순간 어제 밤 이곳에서 누군가와 살을 맞댔던 기억이 플래시처럼 지나갔다.

“목욕가운이랑 타올.. 여기 둘 테니까.. 좀 씻고 오지 그래?”

“아.. 고맙습니다”

침대 한끝으로 잘 개어진 천다발을 툭 하고 던지는 여인의 옆 얼굴이 이번에는 확실히 보였다. 엷은 밤색의 긴 머리는 부드러운 웨이브를 그리며 허리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잘 정돈된 눈썹과 약간 올라가 있는 커다란 눈. 긴 속눈썹이 인상적이었다. 곧게 뻗어있는 높은 콧대와 사랑스러워 보이는 작은 입술. 갸름한 얼굴은 최고의 밸런스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턱에서부터 목덜미를 따라 가슴으로 흘러내리는 바디라인은 요염하기까지 했다. 무엇보다도 늘씬하게 뻗은 큰 키는 발군의 스타일을 뽐내고 있었다. 화려해 보이면서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느낌이었다. 온몸으로 사람의 눈길을 끌 것 같은 매력적인 기품을 풍겨내고 있었다.

“………응?”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얼굴이었다. 기억을 쥐어짜내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디서 보았더라… 유미도 물론 아름다운 스타일이었다. 김지영교수도 틀림없는 미인이었다. 하지만 지금 희성의 눈 앞에 있는 여성은 레벨이 달랐다. 역사에 이름을 남길만한 조각가의 걸작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예술품이라고 불러도 어울릴 것 같은 세련된 미모. 유미와도 지영과도 다른 미모였다. 응? 선생님과도 다르다니..? 그럼 누구?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응? 누.. 누구세요?”

“뭐라고?”

커다란 눈이 더욱 더 커지며 여자가 졌다는 듯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뭐야 너… 어제밤 일… 혹시 아무것도 기억 못하는 거야?”

말속에 어딘가 따지는 듯한 느낌이 뒤섞여 있었다. 하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못하는 것이었다. 선생님과 키스를 하고… 택시에 태워져… 고급 맨션에 놀랐던 기억이 났다. 선생님이 주던 술을 거절도 하지 않고 마셨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 그리고… 또… 기억을 하려면 할수록 머리가 지끈거리고만 있었다.

“죄.. 죄송해요..”

“졌다…”

여인은 허리에 손을 올린채 짧게 한숨을 내 쉬었다.

“뭐 할 수 없지..”

희성을 향해 싱긋 웃어보인 그녀가 당황해 하는 희성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은은한 비누향이 느껴져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디선가 비슷한 경험을 한 것만 같은 느낌…손바닥에는 부드러운 피부의 느낌이 남아 있었다. 격렬한 행위 뒤에 찾아오는 나른한 감각이 아랫배에서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서.. 설마.. 심장이 고동이 빨라지고 있었다.

그렇게 희성을 바라보던 여인이 입을 열었다.

“네가 지영이가 얘기하던 그 학생이구나? 앞으로 잘 부탁해. 자.. 이제 그만 씻고 오지? 곧 아침식사도 해야 하니까 말야”

그렇게 말을 마친 여인이 방을 나서려고 하다가 발걸음을 멈췄다.

“지영이가 현우 이외의 다른 남자에게 손수 요리를 만들어 주다니 말야.. 너 정말 맘에 들어하는 거 알고는 있나?”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희성은 혼란스러운 머리로 침대에서 내려왔다.


“잘 잤어?”

긴 머리를 한 여인의 뒷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스트레이트의 갈색. 긴 머리가 티셔츠를 입은 여인의 등뒤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간신히 엉덩이를 가릴 것 같은 미니스커트 아래로는 딱 알맞은 굵기의 맨다리가 날씬하게 뻗어내리고 있었다.

“응.. 지훈이도 잘 잤어? 아침.. 조금만 더 기다리면 돼”

탁자 위에는 토스트와 샐러드 계란 프라이가 만들어져 있었다.

“다 식겠어.. 이제 그만 일어나…”

그렇게 말을 하며 뒤를 돌아보는 유미의 얼굴은 창백한 무표정이었다. 눈동자는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듯 했다. 처음 만났을 때 보여주던 따뜻한 미소는 더 이상 그 곳에 없었다. 지훈은 눈을 피하듯이 일어나 탁자 앞에 앉았다.

“자.. 여기.. 커피…”

지훈의 눈 앞에 컵이 놓여졌다. 마주 앉은 유미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저기.. 멋대로 행동해서.. 미안… 맘에 안들면 먹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이라도 곧 꺼져버릴 것 같은 가는 목소리였다. 지훈은 아무말 없이 토스트를 집어 들었다. 이 낡은 아타트에서 눈을 뜨자마자 아침식사가 준비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기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넌 안먹어?”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

“그래?”

또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참.. 유미..”

설거지를 하는 유미에게 지훈이 말을 걸었다.

“응? 왜?”

“설날은 어떻게 할 거야? 부모님 돌아오지 않나?”

“… 2일에 돌아오셔.. 그날 잠깐 집에 갔다 올게”

“자, 그럼.. 그때까지는 계속 여기 있을 수 있다는 거지?”

“응.. 여기… 있게 해줘”

유미는 앞치마에 손을 닦은 후 침대에 앉아 있는 지훈의 앞에 앉아 머리를 숙였다.

“여기 밖에 없어.. 내가 있을 곳…”

무릎 위에 올려진 손과 가녀린 어깨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커튼도 없는 창 너머로 차가운 겨울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좁은 방 한쪽에 전기 스토브가 미미한 열기를 내뿜고 있을 뿐이었다. 뭐라고 할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지훈이 보다 먼저 유미의 입이 열렸다.

“저기.. 있잖아..오늘은.. 뭘 할 거야?”

“오늘은 아르바이트를 가야 돼”

“…안가면 안돼?”

“그럴 순 없어.. 집세도 내야 하고…”

“가지마…”

“응?”

“돈이라면…돈이라면 내가 낼게.. 그러니까…”

“무슨 소릴 하는 거얏?”

유미는 고개를 숙인채였다. 유미의 표정을 볼 수가 없었다.

“집세는 내가 낼게.. 내야하는 세금들도 전부… 그러니까.. 부탁해.. 날…”

“그만해”

지훈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도록 소리를 질렀다. 그 다음에 이어질 말들이 ‘혼자 내버려 두지마’ 라던가 ‘옆에 있어줘’ 같은 자신을 원하는 말이 결코 아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를 잃어버리고 만 비어버린 마음속을 채우고 싶어하는 욕망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안기고 싶나? 아침부터 쑤셔 박히고 싶은 모양이지? 아주 음란한 본능을 줄줄 흘리는구만 이 암캐 같은 년이..”

희성을 짓밟고 유미를 손에 넣었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왔다고 생각했었다. 그랬었는데… 원인모를 짜증이 그대로 말이 되어 입 밖으로 튀어 나와 버렸다.

“… 그래요”

천천히 유미가 고개를 들었다.

“유미는 음란하거든요… 자지만.. 좋아하는 유미에게 벌을.. 벌을 주세요..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주세요.. 나를.. 짓밟아 주세요…”

거리의 창녀처럼 음란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어딘가 애절해 보이는 그런 표정에 지훈은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유미를 그대로 침대에 눕히고 말았다.


12월 30일. 희성과 유미가 만난 이후로 따로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일기예보는 평년보다 한층더 심해진 추위를 예고하고 있었다.

“잘 잤니? 편하게 잤어? 준비 다 됐으니까 다들 앉아봐”

밝고 넓은 식당으로 들어서자 웃는 얼굴의 지영이 말을 걸어왔다. 찰랑거리는 검은 머리카락을 목덜미에서 묶은 지영은 회색의 스웨터에 프릴이 달린 앞치마를 두르고 있엇다. 희성이 상상조차 못하던 그런 차림새로 부엌에서 아침을 짓고 있었다. 또 한명의 여인은 핑크색 블라우스와 청바지 차림이었다. 그 여인은 화이트 와인을 잔에 따르고 있었다. 그런 아무렇지도 않은 행동조차 그녀의 행동을 기품있게 표현하고 있는 듯 했다.

“거기 앉아봐”

생선구이 한조각과 계란 말이. 된장국.. 전형적인 아침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너도 마실 거지?”

내밀어진 와인잔을 거절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말을 더듬으며 희성이 와인잔을 건내받畇? 여인의 등 뒤로 새파란 겨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피식 하고 웃은 여인의 호기심 가득한 시선이 느껴져도 이상하게 기분나쁜 느낌이 아니었다.

“더 먹을래?”

“아뇨..배 부른 걸요”

솔직히 식욕따위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자신도 놀랄정도로 깨끗하게 비워버리고 말았다. 그 정도로 맛있었다. 요 며칠동안 혼자서 괴로워하고 고민하느라 제대로 잠조차 제대로 자지 못했었다. 단 한순간도 이런 편한 기분이 되어본 적이 없었다. 조금 진정된 덕분인지 여유가 생긴 희성이 주위를 둘러 보았다. 꽤나 넓어 보이는 거실과 식당이 이어져 있었다. 베란다로는 푸른 하늘이 그대로 보여지고 있었다. 흰색을 베이스로 한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인테리어였다. 벽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희성의 눈에도 훌륭해 보이는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저 그림… 지영 교수의 남편이 그런 것일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자신이 있던 세계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연구실에서는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던 부드러운 표정의 지영과 눈이 마주쳤다.

“왜 그래?”

“여기가.. 선생님 집이에요?”

하지만 대답은 지영이 아니라 다른 쪽에서 들려왔다.

“아니.. 여긴 내 집이야”

“네? 음.. 그.. 그럼.. 아 참.. 폐를 끼치고 말았네요… 서.. 선생님.. 이게.. 도대체..?”

“좀 들어봐 지영아.. 얘 있잖아.. 어제밤 일.. 하나도 기억 못한대”

지영이 그 말을 듣고 피식거리기 시작했다.

“저런.. 저런.. 아까워서 어쩐대?”

“아.. 아깝다뇨.. 저기.. 죄송한데,, 어제.. 정말 무슨 일이…”

“말도 말라구.. 잔뜩 지쳐서 집에 돌아왔더니.. 둘이서 멋대로 내 집에 들어와서는 술에 취해가지고…”

“취해 가지고…?”

웃음을 참던 지영이 마침대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푸하하하.. 정말 기억 못하나 보네.. 돌아온 애를 나랑 둘이서 덮쳤었잖아. 쇼파에 눕히고.. 희성이 너 대단하던데? 아주 거칠었어.. 깜짝 놀랐잖아.. 거봐 하면 된다니까… 하하하하. 둘 다 나중엔 기절한 듯이 뻗어버리더라고.. 아주 좋은 구경 했어 하하”

웃음을 참지 못하는 지영과는 달리 희성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하얀 피부의 여인은 그럼 선생님이 아니라.. 이 아름다운 여인… 선생님과 그랬다고 해도 문제였지만 생전 보지도 못했던 사람을 자신이.. 강제로..?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아주.. 블라우스를 단추도 풀지 않고 찢듯이 벗겨진 적은 정말 처음이었어. 현우도 그렇게 거칠게 한 적이 없었는데 말야. 꼼짝도 못하도록 힘으로 누르고는 어찌나 거칠게 덤벼대던지.. 정말 졌다니까”

말의 내용과는 달리 여인의 표정은 밝았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뭐 괜찮아..”

“괘.. 괜찮다뇨,, “

“신경 안써도 돼.. 네가 나한테 그러기를 지영이 원한 거라면.. 그건 나도 원한 게 되는 거니까”

말뜻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서.. 선생님!”

잔뜩 주눅이 든 표정으로 돌아보는 희성이에게 지영은 간단하게 대답해 버리고 말았다.

“괜찮다니까.. 아참 그것보다.. 자 이제 얘기해봐 희성이랑 유미랑.. 그리고 그 지훈이라는 남자 애랑,, 너희들 세명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들어야겠어”


“하응.. 지훈이 자지.. 커졌네…”

누워있는 지훈의 발끝에서 가슴까지 입술과 혀를 동원해 정성을 다해 핥고 있던 유미가 지훈의 젖꼭지에서 입술을 떼었다. 유미의 입술은 스스로 흘렸던 타액으로 젖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엔 땀이 베어 나와 머리카락이 몇가닥 달라붙어 있었다. 자지를 잡고 흔드는 손의 움직임을 멈추려고 하질 않았다.

“이거봐…이렇게 뜨겁고 단단해졌어… 굉장해…”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고난 후 유미는 공허해 보이는 시선을 지훈이쪽으로 돌렸다.

“자지에.. 키스 해도 돼? 이거 빨아도 괜찮아?”

의도했던대로 음란한 말을을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내며 올려다 보는 유미에게 지훈은 이유없는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네 맘대로 해”

퉁명스러운 대답이었다.

“응.. 잘 빨아줄게.. 츄릅… 쪼오옵.. 쯔읍.. 아.. 맛있어.. 아응… 아르바이트도 쉬어준 보답으로… 기분좋게 만들어 줄게.. 아응…”

혀를 잔뜩 내밀고 자지의 뿌리부터 귀두까지 핥아 올렸다. 기둥주변을 할짝거리며 빨고 있는 모습은 마치 자지를 사랑스러운 듯이 자지에 비벼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응… 하아.. 으으음… 지훈아.. 느껴져…? 아응.. 기분 좋아…? 하아… 하아.. 아으음… 으응… 으으음… 유미 입안이 어때…? 조…좋아?”

볼을 오므리고 뿌리까지 빨아들인 후 머리를 흔들면서 강하게 움직이는가 하면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혀끝으로만 교묘하게 핥아대기도 했다. 희성이에게는 단 한번도 해준 적이 없었던 것들이었다. 수개월전만해도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유미의 펠라치오는 능숙해져 있었다.

“어때? 나.. 이제 잘하지? 지훈이가 가르쳐 줬잖아…”

요도 끝을 쪼옥 하고 빨아들이면서 혀를 입안에서 굴리고 있었다.

“이렇게 자지 빠는 것만으로도 아으음…거기가 뜨거워…미칠 거 같아.. 넣고 싶어서.. 아응… 이게 다 지훈이가 이렇게 만든 거야.. 아응..”

자지를 빨고 있으면서 손의 움직임은 결코 멈추질 않았다.

“지훈앙..”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음색이었다. 교태가 잔뜩 묻어 있는 말투였다.

“내 몸.. 지훈이 마음대로 해도 괜찮아…”

말을 마치자 마자 또다시 자지를 빨아들였다. 귀두를 입술로 물고 자지 기둥 뒤쪽을 혀로 간지르며 입안 전체로 지훈의 자지를 빨고 있었다. 능숙해질때까지 구박을 받으며 몇번이고 반복하게 했던 펠라치오를, 지훈이 가장 좋아하던 그 펠라치오를 마침내 완전정복을 하고 만듯이 실천해 보이고 있었다. 때때로 혀를 회전시켜서 귀두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기도 하며 리듬을 타고 있었다. 발 아래에 엎드려 개목걸이만 차고 있는 알몸으로 펠라치오에 빠져들고 있는 유미를 지훈은 말없이 보고만 있었다.

“아응.. 아으음.. 내 보지랑… 엉덩이.. 어디든 괜찮아.. 아응.. 아읏… 쯔으읍.. 하아..”

왼손으로는 부랄을 감싸쥐고 있었다. 오른 손은 가늘고 섬세한 손가락으로 지훈의 허벅지를 닿을 듯 말듯이 쓸어가고 있었다.

“후후.. 이제 싸고 싶지 않아?”

유미가 몸을 일으키자 팽팽한 가슴이 출렁이며 흔들렸다. 젖꼭지는 만지지도 않았는데 단단하게 일어서 있었다. 스스로 행하고 있는 음란한 행위가 유미의 머리 속으로 전류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싸게 해줄게..”

창녀같아 보였다. 창녀라는 단어가 지훈의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너무나도 음란한.. 청순함은 이제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지훈이도 이제껏 보지 못했던 음란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을 버렸던 창녀라고 부르면서 증오해 오고 있었던 그 여자와 유미의 모습이 겹쳐지고 있었다.

“이거 봐…”

지훈이 다리에 걸터앉아 기마자세를 취했다. 살짝 열려 있는 보지에서 흘러내리는 보지물에서 풍기는 암컷의 냄새가 방안으로 퍼져나고 있었다.

“할게”

움찔거리고 있는 항문에 스스로 자지를 가져다 댄 후 유미는 그자세 그대로 서서히 허리를 내렸다. 터질 것 같던 자지가 뿌리끝까지 박혀들고 말았다.

“아음..”

지훈의 입에서 예상치 못했던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바로 그 순간 지훈의 정액이 폭발을 시작했다. 직장까지 닿을 것만 같은 분출이었다.

“아으읏.. 조.. 좋아..”

유미는 두 손으로 허공을 잡으며 한계치까지 허리를 뒤로 젖혔다. 지훈의 자지가 불끈거리며 정액을 토해놓고 있었다.

“조.. 좆물이.. 가득해… 아으응.. 하아… 가득찼어.. 하으응”

반쯤 열린 입술에서 힘없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침까지 흘리고 있었다. 유미는 생기없는 눈에서 초점이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유미의 허리놀림은 멈추지 않았다. 아직 만족을 못하겠다는 듯이 애널섹스를 지속하고 있었다. 끝이보이지 않는 내리막길로 한없이 굴러 떨어지고만 있었다.


“… 이게 전부에요”

희성이 알고 있는 전부를, 그 시작부터 어제밤의 충격적인 모습까지 남김없이 털어놓았다. 말하는 동안 슬퍼지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고, 후회가 밀려들기도 해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지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긴 듯 테이블 위에 올려진 손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으음.. 그래서…”

냉정하게 말을 시작한 것은 앞에 앉아 있던 여인이었다. 여전히 변함없는 직선적인 말투였다.

“속죄를 하기 위해서 그녀를 제물로 바치고 말았다는 거네. 그렇게 하고 자기만 도망쳐 나온 거잖아. 그걸로 다 끝난 거라고 생각해?”

“뭐..뭐라구요?”

희성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자신은.. 유미를 생각해서.. 그래서.. 자신은…

“… 그거 너.. 남자로써 최악이라는 거 알아?”

그렇게 덧붙인 여인이 와인잔을 비워버리고는 다시 잔을 채웠다. 그런 여인을 그저 노려보며 무언가 반박을 하려고 했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직선적으로 던져진 그 말에 마치 물벼락을 맞은 듯 했다. 아무런 말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랬다… 자신은 자신만…. 그 괴로움으로부터 도망친 것이었다… 유미를 위해서라고는 했지만 사실은 혼자만 힘든척을 했을 뿐이었다.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던 사람을… 유미를 제물로 삼아… 최악이었다.

“그… 그러네요.. 최악이네요…”

희성이 말이 떨어지자 마자 여인이 한다미를 더 덧붙였다.

“잘 알고 있네. 그런데 그렇게 잘 알면서도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게 더 안좋은 거라고”

인정사정 없이 치고 들어오는 말투였다.

“…죄송해요”

“뭐? 너.. 나한테 사과해서 뭐 어쩌자는 건데?”

“……”

어깨가 쳐쳐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여인은 그 모습도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 화나.. 여자친구 마음을 알아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자신만 피해자인척 해서는… 정말 짜증난다니까”

“하.. 하지만..나도.. 어떻게 해서든.. 유미를… 유미를 도우려고… 하지만… 하지만.. 유미가 날 속이고…. 설마.. 그 자식이랑 여행도 가고… 바.. 바람을 피웠다는 게…. 정말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어요… 충격이었거든요… 지금까지 난 유미를… 누구보다도 유미를…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어째서… 믿을 수가 없었어요… 그 자식을 모른 척 해왔던 내게.. 이건 당연한 벌이라고..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건데?”

여전히 차가운 말투였다.

“그래서 여자친구가 바람을 피웠으니까 버린다? 제물로 삼아서 던져버렸다? 결국 그 말이잖아”

“아니에요.. 그게 아니란 말이에요”

“뭐가 아닌데? 뭐가 아니라는 건데? 어차피 지금까지 그렇게 잘해줬는데도 왜 다른 남자랑 그랬는지 모른다는 거잖아? 착한 얼굴로 착한 척 하면서 잘해줬다는 것만으로… 하지만 말야 가중 중요할 때 단 한번의 잘못을 용서 못한다? 그런 게 잘해주는 거야? 그러니까 그 아이 기분 같은 건 결국 모르고 넘어가는 거라고”

“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가르쳐 줘 보세요? 난 모르겠거든요? 당신이 도대체 뭘 안다고 그러는 거에요?”

처음 만난 여인에게 그런 얘기를 들었던 탓에 그만 희성은 울컥해져서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 여인인 한숨을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그 아이가 왜 도망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일을 당하면서도… 도망치려면 도망칠 수도 있었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생각해?”

따지는 듯한 말투였다.

“그.. 그건..그만큼 그 자식이 무서워서… 만약 유미가 도망가면.. 유미나 나에게 그 자식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그것도 있겠지만…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희성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 눈을 피할 수가 없었다. 빠져들 것만 같은 강한 눈빛이었다.

“그건 그만큼 널 사랑해서라고”

“……!”

“네 말대로라면 그 아이는 네 여자친구니까,, 가장소중한 사람이니까 복수극에 휘말린 거잖아. 바꿔 말하자면 너한테 있어서 소중한 사람이 아니라면 걔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고. 하지만 걔는 그러지 않았잖아. 다시 얘기해서.. 걔한테 있어서는 도망간다는 건 바로 널 버린다는 게 되어 버린다고. 네 여자친구로 있지 못하게 되는 거라고.. 그래서 그 아이는 그러니까.. 거 뭐야.. 지훈이란 애한테서 벗어나지 못한 거라고. 그만큼 널 사랑하니까. 도망쳐 버린다면 너와의 관계가 끝나버리는 거니까.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그런 힘든 일을 당해도 너만을 의지하고 참아 왔던 거라고. 힘들어도..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아도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도망치지 못한 거라고.. 참아 왔던 거라고.. 너만을 생각하고… 언젠가는 예전처럼 웃을 수 있는 날이 올거라고 그렇게 믿고 참아 왔던 거라고.. 더구나 그 아이 입장에서는 널 한번 속였던 적도 있으니까… 그렇게 참고 견디는 것만이 너에 대한 속죄라고.. 그렇게 생각한 거라고”

“그.. 그런… 이해할 수 없어요..”

어느 사이엔가 지영이 그 여인의 옆에 서 있었다.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유미의 마음은 그랬을 거야”

지영은 그렇게 말을 하며 여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자..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하자”

지영이 하얀 손을 들어 여인의 얼굴을 자기쪽으로 끌어 당겼다.

“지영아…”

맑고 깨끗했지만 달콤한 목소리였다. 커다란 눈동자가 촉촉하게 풀려가고 있었다.

“아이.. 귀여워..”

지영이 역시 요염하게 웃어 보였다.

“채원아.. 이제 그만 자러 갈까? 준비 됐지?”

“응.. 준비 다 끝났지..”

아주 손종적인 모습이었다. 그녀는 행복한 표정으로 지영의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응? 채.. 채원? 그.. 그럼?”

“뭐야.. 희성아 왜 그래?”

“생각 났어요.. 혹시 그 유명한.. 여배우.. 강채원씨…?”

지영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자.. 그럼 희성이도 같이 가자.. 가르쳐 줄게.. 전에 물어봤던 거…”

“제가 물어 봤던 거요?”

“그래.. 우리가 현우씨에게 받았던 것들.. 지금도 받고 있는 것들… 사랑받는 증거를 말야..”


“아응.. 끄..끝까지 닿는 거 같아.. 아응… 더… 더 깊이.. 아으응..”

턱과 어깨만으로 몸을 지탱하고 엉덩이를 높게 치켜든 채 스스로 벌리고 있는 유미의 항문에 지훈이 올라타고 박아대고 있었다.

“아으음… 이거.. 좋아… 아읏.. 하아… 아으흣… 지훈아.. 더… 더 세게.. 아응”

쾌락의 늪에 빠져서 질러대는 유미의 신음소리와 침대가 삐걱이는 소리만이 좁은 방안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어딜 벌써 쌀라고 그래.. 더 참아.. 알아 들어?”

“아응.. 하아.. 하아.. 차.. 참을게.. 그러니까.. 더 해줘.. 아응.. 더.. 더…”

머리속에 완전히 녹아버리는 것만 같았다. 지훈이 한번 허리를 튕길 때마다 손끝까지 전기가 통하는 것만 같았다. 저항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한 자극만이 필요할 뿐이었다. 보다 더 강한 자극이 필요했다. 이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져 눈을 떴을 때는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모든 것을 다 지워버릴 수 있을만한 그런 자극만이 필요할 뿐이었다.

“아으으응.. 하아.. 하아.. 하읏”

지훈은 있는 힘껏 자지를 쑤셔박은 후 땀 투성이의 유미의 가슴을 있는 힘껏 주무르기 시작했다. 고통에 찬 비명과 함께 유미의 상반신의 꿈틀거렸다. 몸의 움직임에 따라 갈색의 긴 머리가 시트 위에서 흔들렸다.

“아앙.. 더.. 더 해줘.. 젖꼭지 더 비틀어줘.. 음란한 유미 젖꼭지.. 제발.. 아으음..”

극심한 고통조차 짜릿한 자극이 되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아으응… 그.. 그렇게.. 거.. 거기… 아아앙”

뜨겁게 조여오는 보지 안벽을 헤집으며 자지가 들락거리고 있었다. 지훈은 유미가 말하는대로 단단하게 일어서 있는 유미의 젖꼭지를 비틀어대고 있었다. 비틀어 잡아당길 때마다 유미의 입에선 신음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지훈이 역시 어느 사이엔가 쾌락의 늪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 씨발년.. 창녀 같은 암캐년…”

짜증을 털어버리려는 듯한 지훈의 말도 피학의 불꽃에 휩싸여 몸을 떨어대고 있는 유미에게는 쾌락을 위한 도구가 될 뿐이었다.

“아읏.. 차.. 창녀.. 같이 음란한 유미를 아흑.. 더.. 더.. 괴롭혀 주세요… 보다 더.. 아응”

언제부터인지 스스로 벌리고 있던 엉덩이에서 떨어진 유미의 손이 잔뜩 충혈되어 발기되어 있는 클리토리스를 비벼대고 있었다. 가슴과 젖꼭지, 클리토리스와 보지는 물론 항문까지 남자의 손에 내어준 유미는 온몸에서 느껴지는 쾌락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아.. 더.. 더..해줘.. 자.. 자지… 더… 지훈이 자지로.. 아아… 아응… 미칠 거 같아.. 하으읏”

후배위의 자세 그대로 유미의 연약한 어깨의 살들을 빨아들여 키스마크를 새겨놓았다. 흔들리는 유미의 머리를 잡고 귓볼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지훈은 그렇게 하고 있는 동안 몇번이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넌.. 내 여자야.. 유미.. 넌 이제 내 여자야…”

유미의 귓가에 그렇게 속삭이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가슴 속에 그 말을 새겨놓고 있었다.

“아주 좋은 표정을 할 줄 알게 되었는 걸? 대답해봐.. 지금까지 보여주던 순진하던 얼굴과 이렇게 음란한 암캐의 얼굴.. 그 중에서 네 진짜 얼굴은 어떤 거지?”

“지.. 지금.. 하윽… 하아.. 하아.. 지금 얼굴이.. 진짜 내 모습이에요.. 아아응..”

“그래? 그럼.. 그런 너의 진짜 얼굴을 알아봐 준 건 누구지? 고마워 해야 하지 않아?”

“지훈이.. 지훈이에요.. 아응.. 하으응… 지훈이가 처음 알아봐 줬어요.. 아아… 아응.. 고.. 고마워요…”

“그치? 그 병신새끼가 아니라 바로 나지? 널 알아본 건 바로 나란 말이지?”

남자친구의 이름을 듣고 엎드려 있던 유미의 어깨가 떨리는 듯이 보였다. 자지를 감싸고 있는 유미의 항문이 강하게 조여들기 시작했다. 말에 의한 학대로 인해 유미의 마음이 부서져 내렸다. 하지만 곧 또 다른 관능의 파도에 휩쓸려 버리고 말았다.

“그 병신새끼 여자가 되었던 게 후회스럽지? 넌 그 병신 같은 새끼랑 사귀는 게 아니었어. 반성하라고.. 어? 알아들어?”

지훈이에 있어서는 그저 쾌감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한 말이었지만 유미에게 있서 그 말은 유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라는 말과 마찬가지였다.

“…… 희성이.. 애인이….. 잘못했어요… 사귀는 게.. 아니었어요… 내가.. 잘못했어요.. 바.. 반성할게요…”

“좋아.. 상으로 뿅가게 만들어 주지.. 언제나처럼.. 미칠 정도로 느끼게 해줄게”

유미의 가는 허리를 잡고 있던 두 손을 떼어 유미의 어깨를 잡았다. 자지를 거의 끝까지 빼낸 다음 온몸의 체중을 실어 강하게 박아 넣었다. 유미의 긴 다리가 침대 위에서 미끌어져버리고 말았다.

“아윽.. 하악… 아아앙… 부.. 부서질 거 같아.. 아응… 하아앙”

어깨로 숨을 몰아쉬던 지훈이 유미의 몸에서 떨어져 나가자 유미는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일어서려고 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그대로 다시 침대 위로 쓰러지고 말았다.

“하아.. 하아.. 어이? 괜찮아?”

“바..반성 할게.. 앞으로도 반성할 테니까.. 이젠.. 그 사람 얘기는 하지 말아줘.. 이제 그만…”

결국 유미는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으로 닦으면서 유미는 비틀거리며 욕실로 향했다.

“미안해…”


“…뭐 그렇게 된 거에요.. 좀 귀찮은 조사라는 건 알지만.. 부탁좀 할게요.. 맞아요.. 급해요.. 아.. 고마워요.. 다음에 보면.. 후후후.. 그렇죠.. 밥이라도 먹자구요.. 네? 현우씨한테요? 물론 얘기했죠… 전부 다.. 좀 화가 난 거 같긴 하던데… 귀국하면 야단 좀 맞을 거 같아요.. 괜찮아요…. 걱정안하셔도… 자 그럼.. 부탁드려요…”

간접 조명등만이 켜진 거실에서 통화를 마친 지영이 테이블 위에 전화기를 놓았다. 와인잔을 손에 들고 쇼파에 깊이 파묻히도록 앉은 후 희성을 돌아 보았다.

“아직 안잤나보네… 잔 가지고 오렴.. 얘기나 좀 할까?”

희성은 지영이 얘기했던 대로 잔을 가져와 옆자리에 앉았다.

“채원이는..?”

“잠 들었어요..”

“그래? 요즘 스케쥴이 많은 거 같더라고.. 좀 쉬어야 할텐데…”

희성이 들고 있던 잔에 와인을 따라 주었다. 희성은 말없이 지영의 옆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은은한 샴푸향이 느껴졌다.

“저기.. 선생님이랑 채원씨랑은.. 어떤 사이이신 거에요?”

“어떤 사이라니? 아까 봤잖아.. 본대로 그런 사이지”

인기 여배우와 학회에서 각광 받고 있는 은 여교수와의 자극적인 관계. 눈 앞에서 펼쳐졌던 그 모습을 다시 또 떠올려 보았지만 지금도 믿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그들 사이에 자신도… 요 몇주간 믿을 수 없는 일들만 생겨나고 있어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허상인지 스스로도 가끔씩 헷갈리고 있었다.

“놀랐어요… 아.. 이상한 뜻이 아니라.. 그러니까.. 선생님이은 채원씨를 어떻게 알게 되었고..또 뭐.. 그런 것들이 말이에요”

“채원이랑 나는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였어”

“그럼.. 선생님이랑 남편분… 채원씨…가 같은 반이었다는 거잖아요”

“응..”

“음… 그럼.. 선생님은 어떻게 해서 남편분이랑 사귀게 되셨던 건지 여쭤봐도…”

“…알고 싶어? 가르쳐 줄까?”

“아.. 혹시.. 남편분을 채원씨한테서 빼앗으신 거에요? 선생님이시라면.. 그럴 것도 같아서 말이에요 하하.. 둘 사이에 껴들어서..”

자조 섞인 농담이었다.

“그런 게 아니었어”

평소에는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침착하고 냉정하던 지영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 때의 난… 지금이랑은 달랐어.. 그 때는…”

지영의 눈이 창밖으로 보이는 구름을 쫓고 있었다.

“이상한 얘기 해서 죄송해요.. 그럴려고.. 했던 말이…”

예상 밖의 반응에 당황한 희성이 분위기를 바꾸려고 말을 꺼냈지만 지영의 입에서는 또 한번 예상 밖의 말이 튀어 나오고 말았다.

“고3때… 현우씨한테 말야.. 강간을 당했었단다…”

“네에?”

“어쩌다가.. 내가 책을 훔치는 걸 들켜버렸거든.. 소문나고 싶지 않으면 시키는대로 하라고 협박을 받아서… 유미랑 같은 처지였어..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심한 일들이었지. 여러가지로 당했었거든.. 힘들었지만 누군가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몇번이고 죽으려고 했는지 몰라.. 그게 현우씨랑 사귀게 된 동기야”

“그럼.. 왜 그런… 그런 사람이랑 결혼까지…?”

“그게 그 사람의 애정표현방법이었던 거지”

평소의 지영이로 돌아와 있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희성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밖에 못하는 서툰 사람이었단다.. 하지만 말야.. 내 진짜 모습을 알게 해준 것도 현우씨였어… 현우씨는 눈치를 채고 있었돈 거지…”

“… 그게.. 무슨…?”

“그 당시의 나는 소심하고.. 남들 앞에는 잘 나서지도 못하는 그런 소극적인 아이였거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에도 잘 띄지 않고.. 속마음을 잘 털어놓지도 못하는… 그냥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 숨어서 조용히 지내고 있었어. 친구도 없었고.. 그랬던 나한테 현우씨가 그러더라.. ‘네 진짜 모습은 다르다’ 라고.. ‘지영이는 누구보다도 매력적인 아이’ 라고 말야.. 나 자신도 모르던 내 진짜 모습을 보고 있었던 거지. 지금 내가 이렇게까지 된 것들도 전부 그 사람 덕분이야.. 뭐 좀 더 평범한 고백을 받았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그 사람한테도 여러가지 사정이 있어서 말야… 그런 방법 밖에 몰랐던 거지.. 알겠니? 그 사람은 내 모든 걸 사랑해 주었단다.. 나도 그 사랑을 받아들였던 거고… 뭐 그랬어”

“…전 잘 모르겠어요… 이해가…되질 않아요…”

“사람은 다들 제각각이니까…”

“제각각이요?”

“응 사랑의 형태는 다들 제각각인 거지 나랑 채원이 같은 경우도 있고”

실크 잠옷차림의 지영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와인을 한모금 마셨다. 지영이 몇번인가 그렇게 와인을 마실 때까지 희성은 말이 없었다.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희성이 입을 열었다.

“그럼.. 유미도… 그 자식이랑 유미도…그런 걸까요?”

“그렇게 생각해?”

희성은 입을 닫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랑 유미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어. 난 결국 현우씨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가 있었지. 그렇게 했기 때문에 현우씨의 행위들을 참아낸 것이 아니라 받아들였던 거야. 하지만 유미는… 만약에 말야 지훈이라는 아이가 유미를 현우씨처럼 생각한다고 해도… 오늘 아침에 채원이가 그랬었잖아. 유미가 사랑하고 있는 것은 너라고 말야. 그렇기 때문에 결국 그 아이들은 마음을 주고 받을 수가 없을 거야. 이대로라면… 유미는 그저 참고 있을 수 밖에 없는 거지.”

침묵이 이어졌다. 희성이 고개를 들고 슬픈 눈으로 지영을 바라 보았다.

“내가… 유미를… 유미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준 건 저군요…”

지영은 어린 아이를 안아주듯이 희성을 가만히 안아주었다.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잘 생각해 보렴.. 결론은 너만 낼 수 있는 거니까 말야… 알겠니?”

희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가볍게 입을 맞추어 주었다.

“아 좀 많이 마신 거 같아… 자 이제 우리도 자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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