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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3:00 951회 0건
제3화


“오늘은 하루종일 같이 있어서 좋아… 이렇게 같이 있는 거 오랜만이지?”

옆에서 걷던 유미가 희성을 보면서 웃으며 말했다. 바닷가의 세련된 번화가를 걷고 있었다. 바빠지기만 하는 연구였다. 자신이 원한 일이지만 그 때문에 요즘엔 거의 유미와 제대로 이야기를 할만한 시간조차도 없어지고 말았다. 유미와 같이 있는 시간이 줄어든 것은 희성이에게도 힘든 일이었다. 언제나 옆에서 응원해주는 유미에게 티를 낼 수 없을 뿐이었다. 하지만 한번 힘들다고 느끼고 나면 그 마음을 더욱 걷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지영에게 얘기해 휴가를 받아 이렇게 주말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중이었다.

재미있어하는 유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평소보다 조금 더 진해진 데이트용 화장. 희성이 좋아하는 차림으로 코디를 한 유미의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긴 속눈썹, 리본으로 묶긴 했지만 부드럽게 늘어진 긴 머리결. 봉긋하니 솟아오른 가슴. 허리에서 떨어져 내리는 부드러운 각선미. 누가봐도 한눈에 반할만한 미모였다. 그런 유미가 오직 자신만을 위해서 이렇게 차려입고 나섰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늘 너무 예쁜 거 알아?”

“왜그래~ 쑥쓰럽게”

희성의 시선에 부끄러워진 유미는 시선을 쇼윈도우로 돌리고 말았다. 겨우 잠깐 눈이 마주친 것 뿐이었는데 유미가 지금 이시간을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지 알 수가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손을 잡고 걸었다.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채워지는 것 같았다. 연일 계속되던 하드 스케쥴로 인한 피곤이 한꺼번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건강은 괜찮지? 열심히 하는 희성이도 멋있긴 하지만.. 너무 무리하지는 마”

“괜찮아. 참 요전에 우리 연구실 옮겼어. 덕분에 일만 더 늘었어”

“뭔가 도와줄 건 없어?”

“응.. 괜찮아 유미만 옆에 있음 돼”

“얘는… 어쨌던 정말 무리하기는 없기다~?”

“응.. 뭐 그래도 아픈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희성이 답기는 하네..”

그저 걷기만 하는 것으로도 좋았다. 오랜만에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혼자 있을 때의 생각. 연구에 관한 이야기 등등….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혼자 있을 때에는 그렇게 맛없던 분식이 유미와 같이 있는 것만으로 어떤 음식보다 맛이 있었다. 자신안의 유미의 존재의 의미가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그 존재에 기대기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자신도 유미를 지켜주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리고 유미와 함께…

그렇게 생각을 하는 동안 두 사람은 인형가게 앞을 지나치고 있었다. 가게 앞에 전시 되어 있는 테디베어를 발견한 유미가 마치 아이처럼 그 앞을 떠나지를 못하고 있었다. 희성이가 아는 유미의 참모습이었다. 희성이만 알고 있는…

“너무 귀여워. 이 감촉좀 봐”

“그러네… 그럼..”

유미가 안고 있는 곰인형을 들고 카운터로 갔다. 클래식 타입의 테디베어.

“응? 이거.. 꽤 비쌀텐데.. 괜찮아?”

“내가 없을 때 나 대신 안고 자라고 사주는 거야.. 나라고 생각하도록 해”

포장된 곰인형을 받아들며 희성이 말했다. 그 말은 들은 유미가 아이처럼 좋아하며 희성의 목에 매달렸다.

“너무 좋아! 희성아~”

천애고아인 희성에게 여유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친구를 기쁘게 해주려고 하는 희성의 마음이 유미에게 가감없이 전달되었다.

“소중하게 가지고 있을게. 언제까지고 계속.. 그렇게 할 거야. 고마워 희성아”

예쁘게 포장된 테디베어를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듯 안고 있는 유미가 웃었다.

“이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는데? 진작 사줬어야 했나?”

문득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 희성이 뒤를 돌아봤다. 가게 밖까지 훑어 보았지만 그럴만한 사람이 눈에 띄지 않았다.

‘기분 탓인가…?’


해가 지고 있었다. 만추의 저녁노을. 두 사람은 벤치에 앉아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석양을 받아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지칠 때까지 윈도우 쇼핑을 했고, 유미가 졸라서 영화도 보았다. 영화를 보다 문득 생각해보면 어느 사이엔가 영화가 아니라 옆에 앉은 유미의 옆 얼굴을 보고 있는 자신이 있었다. 간간히 유미도 마주보며 웃어 주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잡은 손은 떨어질 줄을 몰랐다. 눈깜짝할 사이에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재미있었지?. 해리랑 덤블도어랑..”

희성이 말을 걸었지만 유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저 곰인형을 안은 채 저녁 노을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딘가 걱정이 있는 듯한 표정. 가볍게 볼에 입술을 가져다 대자 그제서야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듯 유미가 희성을 돌아 보았다.

“이렇게 멍한 표정.. 내 앞에서만 보여야 해! 알았지?”

웃는 얼굴로 희성이 말했다.

“응”

미안해 하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하는 유미에게 조금 사이를 두고 말을 이었다.

“어떻게 할지 정했어?”

“응? 뭐,,뭘?”

뜻밖의 말에 유미가 깜짝 놀랐다.

“진로 말야.. 고민하고 있었잖아”

“아…응..”

시선을 떨어트리고 마치 추궁이라도 당하는 듯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만 고민하지 말고 나한테도 얘기해줄래? 큰 도움이 안되더라도.. 같이 고민해 보자”

“응 고마워 희성아.. 요즘.. 많이 든든해졌네?”

진심으로 그렇게 느낀 유미가 애써 미안함을 털어내었다.

순간, 눈 앞의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에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 눈가루마저 뿌려대고 있었다. 거리를 지나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었다.

“우와~ “

감탄한 표정으로 유미의 눈이 트리를 올려다 보았다. 아직 한달 정도 남은 크리스마스. 하지만 이 일대는 한발 먼저 성탄전야가 되어버린 듯 했다.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 풍경을 두 사람은 말없이 보고만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 때도 눈이 왔었네”

“그 때?”

“응 그 때! 잊어버린 거야?”

“아~! 합격 발표날?”

“희성이가 고백한 날이잖아”

“벌써 3년이나 지났네”

“나 너무 기뻤어”

희성의 손이 유미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몸을 기대듯 안고 있었다. 유미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찰랑거리는 머리결이 희성의 얼굴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크리스마스에 다시 보러 오자”

“응 꼭 그러자”

맹세라도 하듯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의 입술을 겹쳐졌다.

“사랑해.. 유미야..”

“응.. 나도..”


불꺼진 희성의 방 침대. 가끔씩 가볍게 열린 입술 사이로 달콤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으음… 하아.. 아앙… 아~”

침대에 누워있는 유미의 가는 목덜미를 따라 희성의 입술이 움직였다. 누워 있어도 형태를 잃지 않는 풍만한 가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희성의 손가락이 단단하게 일어선 젖꼭지를 스칠 때마다 신음소리가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고 있었다.

“아음…. 희…성아…아응… 아…… 아아~”

유미가 키스를 조르며 혀를 넣어왔다. 유미의 혀가 희성과 얽혀들었다. 평소와는 다른 정열적인 입맞춤이었다. 매끈한 허벅지를 따라 희성의 손이 유미의 보지를 파고 들었다. 이미 유미의 보지는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마치 희성을 유혹이라도 하듯 비누향과 은은한 땀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더 이상 참지 못한 희성이 자지를 박아 넣었다. 데일것만 같은 열기가 희성의 자지를 감싸고 조여 들었다.

“아흥~ 하아~ 희..희성아..”

자지를 넣고 있는 것만으로도 유미는 황홀한 표정으로 희성을 올려다 보았다. 젖어서 찔꺽이는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았다. 손을 마주 잡은 채 천천히 허리를 움직여 갔다. 침대가 삐걱이는 소리와 신음소리가 하모니를 이루며 들려왔다. 희성의 허리가 점차 속도를 높였다. 유미의 몸이 요염하게 뒤틀리며 희성의 움직임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보지 속살이 오물거리며 희성의 자지를 조여오고 있었다.

“아… 나.. 더는…”

“하응~ 아..안돼..”

젖은 눈망울로 희성을 올려다 보았다.

하지만 희성은 더 버틸 수가 없었다.

“아~~~”

유미를 남겨둔채 희성이 먼저 절정에 올라버리고 말았다. 급하게 자지를 빼어내자 하얀 정액이 유미의 몸 위로 쏟아졌다.

“미안.. 못참겠어…”

“그럼 희성아.. 한번 더 해줘…”

거친 숨을 몰아쉬는 희성에게 달라붙으며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희성의 귓가에 속삭였다.

늦은 밤, 시계바늘만이 단순한 리듬으로 시간을 쪼개어 가고 있었다. 유미는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두번 사정을 마치고 계속되는 하드한 생활리듬 탓에 피곤했던지 희성은 옆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재미있는 하루였다. ‘모처럼 희성이가 옆에 있어서 더욱더… 매일을 이렇게 지내면 좋은텐데..’

천정을 바라보며 멍하니 생각에 빠져있었다. 무의식중에 손이 가슴으로 향했다. 아직까지 단단하게 굳어있는 젖꼭지가 살짝 만져졌다.

“하흥~”

‘아.. 왜 이러지? 민감해졌어.. 어떻게 된 거지?’
저만치서 휴대폰의 진동음이 느껴졌다. 조용히 침대를 빠져나온 유미가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어 들었다. 발신번호가 없는 전화였다. 잠깐 주저하던 유미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지훈의 목소리였다.

“아..안녕.. 응? 응… 지금은 좀..”

조용하게 가라앉은 늦은 밤. 잠들어 있는 희성이를 깨우지 않도록 목소리를 낮췄다.

“… 응…응… 괜찮아…”

가끔씩 희성을 돌아보며 유미가 말했다.

“그래..그럼 내일… 알았어.. 기다릴게”

입가를 가리고 웅크린채 통화를 이어갔다.

“그럼 잘자.. 너무 늦게까지 있지 말고….”

끊어진 전화를 가만히 내려보다 다시 가방 안으로 넣었다.

“………”

남자친구가 잠들어 있는 침대로 돌아가 잠든 희성을 내려다 보았다. 지금 자신이 한 일을, 자신의 마음을 유미 자신에게도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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