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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9:14 1,550회 0건
2001년 12월 초

한강그룹 회장실에는 손강택과 최측근 3인 이외에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도록 해 두었다.

손강택 회장은 보고가 올라오지 않자 좌불안석이다.

“아버님의 행방도 알 수 없고, 구태정을 해치웠다는 보고도 오지 않고, 이게 뭐야!”

“회장님. 진정하십시오. “ 아첨밖엔 할 줄 모르는 유진석이 손강택을 달래려 한다.

“안세영! 너는 지금까지 뭐 했어.” “최대한 모든 힘을 다해 알아보고 있습니다만..”

안세영은 손태산 저택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이젠 금지되어 있고, 안세영 인맥인 조서연이나 임수혜 등도 모두 내쫓겼다. 저택은 안 집사가 직접 고용한 회사가 경비하고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더 이상 알아볼 수단이 마땅치 않다.

이 때 팩스가 날아온다. “회장님. 손태산 외 3명이 인천공항을 빠져 나가 뉴욕으로 간 것으로 확인 되었습니다.”

“누구 누구인가? 혹시 안준성과…”
“안준성, 남. 서정화, 여, 선규철, 남 으로 밝혀졌습니다.”

세영이 말한다. “서정화는 구태정의 여자입니다.”

손강택은 견디지 못한다… “심이철! 빨리 조용호에게 연락해 봐!”

이철은 전화를 든다… 조용호의 폰에 연락을 하지만 연락이 되지 않는다. 이미 그의 폰은 칠레 경찰에게 압수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전화를 받는다.. 스페인어로 누가 뭐라고 한다.

이철은 무거운 얼굴로 전화를 끊는다. 세영이 묻는다. “심 사장님. 뭐라고 하던가요? 영어인가요?” 심이철은 미국 유학파이기 때문에 영어라면 모를 리 없다.

“아니야.”

세영이 무거운 얼굴로 강택에게 말한다. “회장님. 그러기에 저를 시켰다면 100% 성공했을 겁니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심이철이 말했다.

“대원들 중에는 스페인어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칠레에선 영어를 안 쓰고 스페인어를 씁니다. 즉 조용호의 폰은 현지의 경찰이나 군인 손에 떨어져 있다는 소리이고 이것은 곧 조용호가 실패했다는 뜻입니다.”

“그럼 어쩌란 말이야?” 유진석이 세영에게 소리친다.

“지금이라도 절 보내 주십시오. 어디든간에 해치워 주겠습니다.”

이 때 급전이 울린다. “회장님, 정송그룹의 석경 회장이 만나러 왔습니다.”

정송의 석경? 그래, 한번 보지.


얼마 후 석경이 들어온다. 석경은 40대 중반의 신사로, 키가 크고 한눈에 보아도 멋져 보인다.

“용건이 뭐야?”

석경은 부하들을 내보내고, 악수도 없이 손님용 의자에 걸터 앉는다. 심이철 등은 석경을 멸시하지만 석경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손님 대접이 너무 박하군요.”
“용건만 말해. 네 면상이나 한번 보자고 널 만나는 거니까.”

“좋시다. 나도 댁 같은 사람을 그리 오래 보고 싶진 않으니까. 앞으로 14일 후에, 한강상사 대표 불신임안이 표결에 붙여질 겁니다. 그걸 통보하러 왔소.”
“누가 니 맘대로 남의 회사 대표를 불신임하고 말고 해?” 손강택은 길길이 뛴다.

“이걸 보고 말하시지. 그럼 2주 후에 봅시다.”

손강택은 석경이 던져 놓고 간 서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미 한강그룹 전체의 지주회사인 한강상사의 지분 6.52%가 정송그룹의 손아귀에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내가 이기겠지. 암, 나는 과반수를 가졌으니 내가 이길 수밖에…. 아니지? 분명히 형제들의 회사 지분을 흡수하는 조건으로 내가 지주회사 지분들을 나눠 주었다.

구태정이 만약에 형제들을 각개격파하고 나만 죽이겠다고 나온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다른 놈들은 구태정에게 이렇다 할 원한이 없고, 직접적인 원한은 나와 이미 죽고 없는 내 누이 손강린, 그리고 아버지에게 있지 않은가!

“지금 가서 구태정을 해치울까요?” 세영이 묻는다.

“일단 두고 보게. 잠시 근신하고, 당분간 이런저런 일은 유진석 사장과 의논할 테니 다들 나가 보게.”

일이 아주 잘못 되었군… 유진석은 예스맨이라 예 예 밖엔 할 줄 모른다. 세영은 은행에 잠자고 있는 5억원을 일단 빼돌려서 세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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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산티아고 공항

뉴욕을 출발한 비행기는 칠레 산티아고 공항에 들어가고 있었다.

서정화는 평생 처음 하는 외국 여행이지만 매우 기뻤다 … 이제 모든 걸 해결하러 가는 여행이니까.

손태산 회장은 옆에 앉은 선 박사의 주사를 맞고 있다. 선 박사는 손태산의 친구였던 선운정 의원의 아들로 손강택은 모르는 사람이다.

“어떤가요. 회장님이 남극까지 가실 수 있겠습니까?”

선 박사가 대답한다. “남극까지는 힘드시겠지만 푼타아레나스까지는 가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럼 돌아오시는 건” “그것까지 계산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제발.. 너무 늦지 말아야 하는데!

정화가 말한다… “회장님. 태정 씨를 반드시 만나야 하는데요…”
“그래…”

태산은 천천히 입을 연다.

“나는 내 자식들을 더 이상 잃고 싶지 않다. 길정이도, 강택이도 모두….”

같은 시각, 산티아고 공항.

푼타아레나스를 출발한 전세기는 산티아고 공항에 도착했다. 칠레 국영항공사의 비행기를 직접 전세내어 이곳까지 왔지만, 태정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우리, 뉴질랜드로 갑시다. “ “네?”

“기왕 고생 했으니, 좀 놀다 갑시다.”

하영섭 단장, 오경훈 등은 모두 찬성했다. 윤동환은 머쓱했지만, 우진하가 이상한 짓을 할 때 따라가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겼다.

모두는 전세기에서 내린다. 모든 장비는 남극에 두고 왔지만 어쩔 수 없다. 뉴질랜드에서 이틀 정도 쉬다가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아직 손강택은 안세영을 쓰지 않고 있다.

태정은 안세영의 사진만 보았지만 보통 인간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그는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지만, 이런 인상은 쉽게 이기기 힘들다. 옛날에 그가 프린스 펀드의 버나드 험버거를 위해 일할 때처럼 말이다…

태정은 미스터 험버거에게 40억불 이상을 벌어 주었지만 그는 태정에게 꼴랑 4천만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했을 뿐이다. 그것으로 태정은 6억불을 벌었다… 그리고 그 돈이 정송그룹의 종잣돈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험버거에게 돈을 더 달라고 하지 않았다. 함부로 그랬다간 그는 끝장이 났으리라. 험버거를 동지로 두는 편이 훨씬 더 장래를 위해 이득이었다.

안세영이 꼭 그런 인상이다. 만약에 안세영이 이 집안의 노예로 태어나지만 않았어도 태정의 일은 훨씬 어려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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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내리자마자 한강상사 산티아고 지사장이 손태산 일행을 맞이한다. 이 사람은 현지 교민으로 손태산 시절에 채용되었기에 손강택은 잘 모른다.

손강택은 구태정 공격을 한강해운 리오 지사장을 통해 했기 때문에, 이곳은 라인이 아니었다.

지사장은 한번도 못본 회장님을 이렇게 보니 몸둘 바를 몰랐다. 손태산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최근 칠레에 무슨 일이 있었나?”
“네, 남극에 갔던 한국 탐험대 사이에 총격전이 일어나 2명이 죽고 2명이 잡혔습니다.” “뭐?”

정화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누가 죽었나?”

“샌디 킴이라는 미국 시민권자와 우진하라는 자입니다.”

“배후는? “
“배후는 없는 것 같고 마약에 취한 우진하의 난동을 억제하다 그리 된 것 같다고들 하더군요.”

손태산은 육감으로 이걸 일부러 태정 측에서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없다.

그는 전화를 쓸 수 있는 구역으로 가서, 지사장의 도움으로 서울 정송그룹 석경회장에게 전화를 건다.

“혹시 그들이 이 공항 안에 있을 지 모르니, 안 집사와 정화는 빨리 일행을 찾아보도록. “ “네.”

정화는 눈썰미가 최고다. 찾아보면 구태정을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석 회장, 나 손태산이오.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미안하오. 급한 일이 생겨서…”

그러나 석경의 목소리는 냉정하다.

“왜, 캡틴(태정) 이 죽지 않아서 미안하단 말인지요?”
“그게 무슨 소리요?”

“댁이 시간을 끄는 동안에 캡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댁이 더 잘 알 것이고, 이제 더 이상 댁의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만 말하고 싶소. 참, 댁에게 댁이라고 부르는 건 이제13일 후면 댁은 한강그룹 명예회장도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는 것도 말하고 싶습니다. 이만.”

석경은 전화를 끊는다. 도대체 무슨 일을 그들이 길정에게 저지른 건가?

이 때 안 집사가 달려온다. “길정 도련님 일행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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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항공 탑승 대기구역

손태산 일행은 뇌물을 주고 대기구역 안까지 들어왔다. 칠레는 남미 국가들 중 그나마 좀 괜찮은 편이긴 하지만, 역시 남미는 남미다.

지칠 대로 지친 태정 일행은 눕거나 기대거나 했다. 태정은 모두에게 2등석 표를 구입해 주었다.

이제 10분 후면 탑승한다… 그런데 정화의 목소리가 들린다.

“태정 씨!”

아니? 서정화가 여기 웬 일인가? 그리고 뒤에는 손태산과 안 집사, 그리고 그가 잘 모르는 2명이 있었다.

“길정아.”

손태산은 아직도 정정해 보였다. 뒤에 있는 의사인 듯한 남자가 말한다. “회장님께서는 모든 힘을 다해 이곳까지 오셨습니다.”

하영섭과 오경훈이 일어나 태정의 옆에 선다. “허튼 짓 하려거든 빨리 돌아가시오. 하 대장이나 나 모두 산에서 평생을 보냈소. 맨손으로 댁들 모가지 정도는 충분히 부러뜨릴 수 있소!”

주변에 있는 무장경찰도 총을 들고 그쪽으로 온다.

“할아버지 말씀을 들어 보세요.”

태정은 비웃는 표정으로 정화를 본다.
“나는 너의 영혼까지 믿었고 너만은 영원히 나를 배신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손태산과 손을 잡아?”

안 집사가 소리친다. “길정 도련님!이러시면 안 됩니다!”

“길정아. 내 이야기 좀 들어 봐…”
“좋습니다. 아직 출발하려면 몇분 있으니, 한번 들어 보지요.”

그 안에 다른 한국인은 한 명도 없었으므로 이야기는 이어졌다. 손태산은 안 집사를, 태정은 오경훈을 옆에 세우고 이야기한다.

“저 사람도 가 줬으면 하는데…” 안 집사가 말한다.

태정은 눈을 흘기며 말한다. “오경훈 선생님은 제 아버지를 구해 주셨고 또 제 목숨을 구해 준 분입니다. 적어도 손태산씨 당신보다는 훨씬 제게 가까운 분이고 돌아가면 아버지로 모실 것입니다.”

오경훈은 내심 뿌듯했다… 80 노모에게도 50이 넘어서야 비로소 효도를 할 수 있겠구나.

“좋다, 단도 직입적으로 말하겠다. 모든 잘못은 내가 다 쓰고 가겠으니 여기서 끝내 줬으면 안 될까?”
“왜지요?”

“나는 더 이상 내 자식들을 잃고 싶지 않다. “

손태산은 안 집사에게 손짓했고 안준성은 봉투를 내 준다.

“이 안에는 한강그룹 여러 회사들에 대한 내 지분이 들어 있다. 다른 곳은 좀 문제가 있겠지만, 그룹이 시작된 석유화학과 알짜배기인 한강운수는 쉽게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회사 두 개 먹고 떨어지라 이 말씀이시죠?”

이미 태정은 더 이상 그들과 이야기하는 건 불필요하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나름대로 작전도 있었다.

“이걸 받으면 제가 해야 할 일이 뭡니까?”

“모든 잘못은 내게만 돌렸으면 한다.”

태정이 말한다. “할아버지는 시간을 끌고, 손자는 사람을 보내 나를 죽이려 하고, 호흡이 아주 잘 맞네요. 내가 이걸 먹으면 이번에는 미국에 있는 손녀 손길순이 나를 죽이러 올 건가요?”

“그게 무슨 소리냐?”

“끝까지 당신의 것은 아무것도 잃지 않으려는 그 욕심이 가증스럽군요.”

태정은 주머니에서 녹음기를 켠다. 조용호의 주머니에서 나온 테이프 복사본이었다.

“계약은 보증합니까?”
“그래, 나 손길우가 보증한다.”

“회장님. 설마 장손인 손길우 전무의 목소리를 모른다고는 하지 않겠죠?” 태정이 말한다. 안 집사도 얼굴이 굳어진다…

“잘못했다.. 모든 건 다 내 불찰이고 내 잘못이다.” 태산은 눈물까지 흘리며 말한다. 태정은 그쪽을 돌아 보지도 않았다.

“그 사과는 실제로 잘못한 사람들에게 직접 듣겠습니다.”

일행은 출국장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정화는 이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태정은 봉투를 놓고 일어선다. “저는 제 식대로 합니다. 한강그룹은 앞으로 13일 후에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태정은 조용히 안으로 들어간다.. .손태산은 움직이지도 않는다. 선 박사가 급히 달려간다… 하지만 태정은 뒤도 돌아 보지 않는다. 그리고 정화를 향해서도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정화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인다. 태정 씨를, 그것도 손강택이 아닌 그 아들 손길우가 죽이려 했다… 태정의 입장에서는 손강택의 씨를 말리지 않는 한 절대로 끝나지 않을 싸움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그녀는 자신이 엄청난 사고를 친 것 같다는 생각에 휩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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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회장님이 칠레에 가셨다고?” 손강택은 좌불안석이었다. “네. 한강상사 칠레 지사장의 딸이 한강그룹 본사에서 일하는데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유진석이 보고한다.

조용호 …. 심이철! 네놈들이 나를 !

“구태정이 거기 있는가?” “아직 확인을 못했습니다.”
“당장 확인하라고 해!”
손강택은 안세영을 호출한다.

“회장님. 제가 갈 때가 왔습니까?”
“일단 이곳에서 대기하게. 조만간 연락이 올 테니까.”

일진이 대단히 좋지 않다. 석경 따위가 내게 이래라 저래라 하다니.. .더우기 뉴스에서도 한강그룹 각종 비리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은 온갖 힘을 써서 막고 있으나 그리 오래는 막지 못할 것이다.

이 때 전화가 왔다… “회장님. 큰 회장님이 산티아고 공항에서 쓰러지셔서 병원으로 후송되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강택은 그런 건 별 관심이 없었다. “구태정은? 구태정은 어디?” “못 봤다고 …”

“안세영, 당장 칠레로 떠나 주게.” “네.”

“오늘부터 자네는 한강상사 부사장이네.”
“고맙습니다.”

세영은 곧바로 회장실을 나온다. 그는 점을 쳐 본다… 모든 것이 손강택에게 불리한 형상이었다. 손강택이 자충수를 너무 많이 둔 탓이었다.

손강택의 계획에는 구태정이 죽지 않는다는 변수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구태정이 죽는다는 데에서 모든 전략이 짜여졌는데, 그가 살아 있는 한 손강택의 전략에는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주회사인 한강상사에서 외인 지분이 약 30%정도 되고, 손강택이 30%, 나머지 형제들의 지분이 25%, 그리고 구태정과 그 일파의 지분은 10% 정도며 나머지는 기관투자자의 것이니 숫자상으로는 손강택이 훨씬 유리하다. 외인들도 변화를 원치는 않을 테니깐 말이다.

그렇다.. 놀랍게도 손태산 회장님의 지분은 하나도 없다. 상속세를 유리하게 하기 위해 지주회사의 지분을 모두 헐값으로 자식들에게 나눠 주었고 그래서 지주회사의 주가는 매우 싸다.

그리고 그것이 구태정의 공략을 가능케 한 것이다…

수치상으로는 손강택이 우세해도 손강택에 대한 공격이 심해지면 외인들이 등을 돌릴 수 있다. 그리고 구태정이 형제들 중 방계들을 포섭하면 , 충분히 넘어갈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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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호주 대보초 해밀턴섬의 버나드 험버거의 별장

험버거는 뉴욕에서의 일을 마치고 피한을 위해 대보초에서도 제일 경관이 아름다운 이 섬의 자기 소유 휴양지에서 호화로운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만날 손님이 있다.

구태정은 험버거 소유의 헬기를 타고 저택 안으로 들어간다.

“자네가 날 만나자고 한 이유는 한 가지겠지?” 늙은 너구리 버나드 험버거는 묻는다.

“네. 핸강 그룹에 투자한 외인 자본들 중 상당수에 회장님의 힘이 미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
“이익 2배를 약속 드리겠습니다.”

험버거는 웃는다. “2배? 꼴랑 그거? 일 없네.”

하지만 험버거가 그를 다시 만나기로 동의한 이상 분명히 협상 의사가 있으니까 만나자고 한 것이리라.
“그렇다면 500%는 어떻습니까?”

500%? 한강상사 주식 총액이 약 1조 8천억원이고 이 중 외인 자본이 5400억인데 험버거와 그 세력들이 투자한 돈은 이 중 약 1/3 정도인 1800억 정도였다. 500%면…
“약 7억불의 이득이란 말이지?” “네.”

“좋아. 고려해 보지.”

다른 외인 세력은 험버거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아버지… 남극 바닥에 남극점에도 가지 못하고 뿌려진 아버지 생각이 다시 났다.

손강택, 손길우. 니들을 골로 보내는 건 니들이 몰락하는 날에 한다. 2주일만 더 버티어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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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오클랜드 공항

이곳에서 거의 3일쨰 구태정 일행을 기다리던 안세영은 마침내 어렵게 구한 남극 탐험대 사진에서 만난 얼굴들을 본다.

칠레에 닿자마자 구태정이 뉴질랜드로 간 걸 알았고 곧바로 손강택의 명으로 이곳에서 구태정만 보려고 대기하고 있던 차였다.

이들이 다가오자 구태정이 말한다. “저.. 실례지만 남극 탐험대입니까?”
한국에서도 슬슬 남극 탐험대 살인사건에 대한 정보가 알려져 가고 있었고 곧 방송사에서도 나올 것이다.

“자네가 안세영인가?” 하영섭 대장이 묻는다.
“…”
“캡틴이 자네 이야기를 하시더군. 자네도 자네 보스의 명을 받고 하는 일이니 자네에게는 별 유감이 없다고 하셨네.” “네?”

“가서 손강택 회장에게 이렇게 전하라고 하시더군. 나는 뉴질랜드에 없으니 헛고생 하지 말라고 말이야.”
오경훈도 다가온다.

“또 이렇게 하시더군. 자네는 아까운 인재라고, 자네가 캡틴을 건드리지만 않으면 캡틴이 먼저 자네를 해칠 일은 없을 것이고, 캡틴은 자신을 직접 건드린 사람만 보복하니 캡틴의 적이 되는 일은 없도록 하라고 말일세.”

하영섭은 악수까지 청한다… 세영은 묵묵히 그의 손을 잡고 터덜터덜 사라져 간다.

차라리 서울에 남아 있을 걸 그랬나… 아까운 며칠을 이곳에서 낭비하였다. 이미 서울에서는 한강그룹 이야기로 사람들이 입방아를 찧고 있다 들었고, 대통령도 특검을 임명할 거라는 담화를 발표했다.

그러나 서울로 돌아갈 수는 없다. 실패를 했으니, 손강택의 분노는 그에게 미칠 것이다. 어차피 회장님(손태산) 도 뉴욕에 있는 병원으로 옮기셨다니, 회장님을 경호한다는 핑계로 뉴욕으로 가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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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길우는 친정집에서 돌아올 생각을 않는 이은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

“은아야. 오늘은 널 데리러 가려고 왔어. 네가 집에만 돌아와 주면, 남 피디를 다시 만나든, 호빠에서 누구와 자든 간에 신경 안 쓸께.”

이은아는 차가왔다.

“나는 당신을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어.”
“앞으로 좋은 남편이 될께.. 제발…”

“당신이 구태정 씨를 죽이려 헀다는 소문을 오늘 오빠에게서 들었어.” 이은아의 오빠는 어느 정치인의 비서로 다음 선거에서 국회의원이 될 거라는 말이 많았다.

“뭐? 나는 모르는 일이야.”

“지금 아직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내 남편이니까 말해 주는 거야. 이게 나의 아내로서의 마지막 도리야.”

“은아야…”
“우리 집안 아직 안 죽었어. 변호사가 곧 갈 거야. 당신이 내 말을 듣는다면 아마 당신은 그 쯔음엔 외국에 있겠지.”

손길우는 재빨리 집으로 돌아왔다.. 안세영은 뉴질랜드에 있었고 그 대신 경호원들이 있었다.

“아버지. 제가 구태정을 죽이게 했다고요?”
“아니 그게 무슨 말이냐?” 손강택은 가뜩이나 골치 아파 죽겠는데 왜 아들이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제가 전모를 가르쳐 달라고 했을 때 아버지는 아무 말도 안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게 살인죄를 뒤집어 씌우려고 하세요?”

“이은아 그년이 거짓말하는 걸 거다. 너무 걱정 마라. “

강택은 길우가 나가자 곧장 심이철 사장에게 전화를 건다. 심이철은 조용호가 실패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강택이 내쳐서 지금 지방에 내려가 있었다.

“심 사장님은 회사에 안 나오고 계시는데요?”
“어디 있어? “ 모르겠어요.”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항

안세영은 입국장에서 혹시라도 들어올 지 모를 구태정을 아무 이유도 없이 기다린다. 어차피 뉴욕으로 갈 비행기를 타려면 앞으로 몇 시간 기다려야 했으니까…

그런데 입국장으로 낮익은 얼굴이 들어온다. 심이철이 부인과 어린 자녀 2명을 데리고 들어오고 있었다. 물론 안세영은 변장을 해서 쉽게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심이철은 그를 알아본 듯이 얼른 고개를 돌린다.

심이철 .. 이 놈이 여기로 도망을 쳤구나.

하지만 지금은 심이철을 죽일 시간이 없다. 구태정을 공격해야 할지, 서울로 돌아가야 할 지도 판단이 서지 않는다.

차라리 심이철이 현명할 수도 있다… 한강그룹은 이제 무너져내려가고 있었다. 손강택은 화풀이로 그에게 모든 걸 뒤집어 씌울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안세영도 보이지 않는 게 현명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손강택이 준 돈으로 미국 애플 사의 주식을 사 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심이철은 최대한 안세영에게 띄이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공항을 빠져 나간다.

세영은 곧바로 서울에 전화를 걸어 유진석과 통화한다.

“안세영. 너 뉴질랜드에서 시간만 낭비하지 말고 빨리 돌아와.”
“뉴욕에 가 보겠습니다.”
“뉴욕에서 큰 회장이라도 만나겠다고? 큰 회장은 우리에게 아무 도움이 안 돼.”

“신주식 전 부회장을 만나 보겠습니다.”

신주식… 그렇다. 손강택의 유일한 동복 동기인 손강린의 남편이었던 신주식. 그에게는 지주회사 5%의 지분이 있다… 그걸 계산에 넣지 않았네.

지금 석경이 여러 방계들을 설득하고 다닌다고 들었다. 하지만 신주식만 손에 넣으면, 확실한 강택의 지분은 54%가 되어 완벽하게 손강택의 승리다.

이건 기회일 수도 있다… 이 참에 배신했던 것들도 완전히 정리하고 끝장을 보리라. 표대결에서 패한 구태정은 철저히 밟아 주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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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화물터미널

호주에서 다시 싱가폴을 거쳐 거기서 화물기를 타고 마침내 태정은 3개월만에 서울에 돌아왔다.

처음에는 정화와 아버지를 위해 떠난 길이었지만, 돌아왔을 때는 둘 다 잃었다. 태정은 석경이 직접 모는 차를 타고 정화가 거처했던 집과 정화가 나중에 살았던 집을 찾았지만 둘 다 닫겨 있다.

그는 오도어 사를 찾았다. 남극 탐험이 실패한 후 오도어 사도 경영이 대단히 어려워졌고, 태정은 오형관 사장을 위로했다. 어쨌든 오 사장은 할 일을 다 했기 때문이다.

“캡틴, 저도 돌아온 이후 정화와는 연락하지 못했습니다.”

“정화 씨와의 일은 잘 안 되었습니다.” 태정이 말하자 오 사장은 흙빛이 된다. 정화 이 계집애가!

“하지만 사장님은 우리를 도와 주었고 할 일을 다 하셨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오도어 사를 인수하도록 하겠습니다.”

빚뿐인 오도어 사를 인수? 오형관에게선 그 정도도 이익이었다.

“그리고 사장님께는 좀더 큰 일을 맡길 기회를 드릴까 합니다.”
형관은 저절로 태정에게 고개를 숙인다… 정화 이년아. 넌 어디서 뭐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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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세인트 소피아 병원

별로 크지 않은 이 병원은 부귀한 사람들만 주로 오는 병원이었고, 여기서 손강린이 세상을 떠났다.

손태산도 칠레에서 이곳으로 옮겨져 입원하고 있었고, 아마도 여길 나가지 못할 것 같았다. 정화가 손태산의 시중을 들었다… 병자 시중은 정화가 그 어느 누구보다도 잘한다.

선 박사는 서울로 돌려 보냈고, 안 집사가 바깥 소식을 알아온다. 하지만 그는 나쁜 소식은 가져오지 않고 있었다. 손태산의 명으로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었다.

“안 집사. “ 태산은 모기소리만하게 묻는다. “네.”
“거짓말 하지 말고 한국 상황을 전해주게. 길정이가 이기고 있나, 강택이가 이기고 있나?”

“처음에는 강택 도련님에게 유리한 기사가 많았지만 지금은 차츰 중립이 되어 가고 있고 시민들의 호응도 길정 도련님 편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결국 그렇게 되는구만…”

이제 주총도 7일밖에 남지 않았다. 강택은 법원을 이용하여 그것을 좌절시키려 했으나 석경 측도 놀기만 한 건 아니어서 주총은 예정대로 치루어질 것이다.

태정은 이 싸움을 위해 10년 이상 계획을 세웠고, 모든 건 톱니바퀴처럼 잘 돌아가고 있었다. 다만 뉴욕에 있는 신주식이란 변수를 제외하고는…

이 때 누군가가 들어온다. “손님 오셨습니다. “ “누구?”
“안세영이라고 합니다.”

안 집사가 말한다. “제가 가서 죽이고 오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 좀 보자고 해. 강택이가 보냈을 테니까.”

안세영은 마침내 병실 안으로 들어온다. 손태산은 누워 있고, 서정화는 안세영을 천천히 뜯어본다. 태정이 조심하라고 했던 그 안세영..

“네 이놈! 감히 애비를 도청해?”
“제가 온 것은 그것 때문에 온 게 아닙니다. “

서정화가 묻는다. “회장님을 해치러 온 건가요?”
“저는 더 이상 그런 짓은 안합니다.”

그건 사실이었다… 구태정을 놓친 순간 이미 안세영의 가치도 끝났기 때문이다.

“네 이놈. 내게 한 잘못은 참지만 회장님꼐 한 잘못은 못 참는다.”

“제가 강택 회장님 편이었다면 벌써 알렸을 겁니다. 제가 온 것은 구태정 씨를 정화씨가 잡아 줘야 하지 않나 해서 온 것입니다.”

“그럼 강택이가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모른다는 거야?”

“회장님은 모든 연줄을 동원하여 버티고 계시지만 여론이 너무 나쁘고 정치권에서도 더 이상 돕기 힘들다는 말들이 많습니다.”

“그럼…”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손길우 전무는 구태정 씨 살인미수에 대해 아무 죄가 없습니다. 아마도 중간에 어떤 조작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저는 지금 가서 신주식 전 부회장님을 만나고 다시 칠레 감옥으로 가서 조용호를 다시 만날 생각입니다.”

정화가 말한다. “정말 오해를 풀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정화 씨의 몫은 정화 씨가 하셔야지요. 당신은 구태정이 혼자만 비행기를 타려 할 때에 구태정을 붙잡았어야 했습니다.”

“이제 와서 어떻게…”
“서정화 씨의 외삼촌을 통해 말을 전하세요. “

어떻게 내가 나서지 않으면 되는 일 하나가 없나, 세영은 생각했다.

손태산이 말한다. “아무래도 말할 게 있나 본데 정화는 안세영과 좀 나갔다 오너라. “ “네.”

세영과 정화가 나가고 병실엔 손태산과 안 집사만 남는다.

“회장님. 왜 그렇게 길정 도련님꼐 집착하시는 거지요? 길정 도련님은…”
“조용히 해라. 회사는 능력으로 이어받는 것이다. 강택이의 몫만은 챙겨 주려고 했지만 본인이 스스로 복을 차버린 걸 어쩌랴?”

“그렇다면….”

손태산은 말한다. “더 이상 입을 놀리지 마라. “

안 집사는 손태산의 뜻을 깨달았다…

“피곤하구나, 불을 꺼 다오.”

안 집사는 불을 끄고 나간다… 아마도 손태산은 이 싸움의 승자가 정해지기 전에 죽을 것 같다.

--

미국 펜실베니아 주 블루 마운틴 지대의 어느 한적한 요양원

사이크스 재단의 원장인 자니 사이크스는 이곳의 요양소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한강그룹에서 온 직원 2명은 자니 사이크스를 만나러 왔다.

“당신이 에드윈 사이크스의 동생인 자니 사이크스지요?”

“예약도 없이 여기 왜 왔지? “ 자니는 직원 2명과 함께 엽총을 들고 왔다.

“에드윈 사이크스 씨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길 싫어해서 동생인 원장님이라도 만나러 왔어요.”

“그건 니들과 무관한 일이잖아?”

“한강그룹을…”

“난 그런 질문에 대답할 일 없으니까 할말 없으면 꺼져.”

두 직원은 하릴없이 돌아간다. 만약에 이들이 안세영 같았다면 사이크스를 죽이고서라도 단독병동에 있던 에드윈 사이크스의 정체를 알았곘지만, 이들은 그저 월급 받는 직원에 불과하니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자니 사이크스는 전화를 건다.

“여행사지요? .. 예, 4일 후에 출발하는 서울행 비행기 1등석 좌석 2개 예매합니다.”
-=-

정화와 세영은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한다.

“구태정 씨는 어떻게 만났어요?”
“참 우습네요… 태정 씨를 죽이려는 사람 앞에서 이런 말이나 하고 있게…”

정화는 참으로 고왔다… 자그마한 몸매지만 강단도 있어 보였다. 아무래도 태정의 짝은 아닐 것 같아 보였지만 말이다…

잠시 후 정화는 병실로 돌아가고 안세영은 곧바로 롱아일랜드의 신주식의 집으로 갔다.

신주식은 집에서 책을 쓰는 게 일이었다. 물론 그 책은 아무에게도 읽혀지지 않을 책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 한강그룹 소유권을 갖고 싸우는 사람이 강택 처남과 구태정이란 말이지?”
“네.”

“혹시 구태정이 구강환의 아들 아닌가?”
“맞습니다.”

“사진이 혹시 있는가? 어떤 놈인지 궁금해서 말이야.” “네.”

안세영은 태정의 선글라스를 낀 그의 유일한 사진을 보여 준다.

신주식은 사진을 요리조리 들여다 본다… 그와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듯하기도 하고, 확실하게 판정할 수가 없다.

“그래서 부회장님께서 가지신 지분을 손 회장님께 위임해 주셨으면 합니다.”
“… 아닐세. 내가 직접 가서 손 회장의 손을 들어주어, 저 자의 콧대를 꺾기로 하지.”

==

정송그룹 본사
구태정은 지분을 세어 본다. 구태정 쪽으로 옮긴 방계 지분들과 외인지분, 구태정 개인과 사이크스 펀드, 정송그룹 등으로 모은 한강상사 주식의 총수가 약 48.8%, 손강택 측이 약 47.9% 정도 되고 다만 아직 결정되지 않은 지분이 약간 되었다.

태정은 이번 일로 그가 모았던 거의 전 재산을 다 썼고, 정송그룹도 회사의 모든 역량을 모아 지분을 끌어 모았다.

마침내 운명의 주총장으로 출발하려는 무렵 전화가 왔다.

“전화입니다. “
“누군가?”
“신주식이란 사람입니다.”

신주식… 좋다. 신주식은 손강택의 매부이다.. 그 사람도 3% 주주였지… 왜 나를 보자고 할까?

신주식이 낀다면 손강택이 50.9%가 되고 그가 48.8%로 주저앉으니 그의 패배이다. 하지만 태정은 의외로 무덤덤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복수 같은 것에는 관심없네.

“네?“ 석경과 여러 임원들이 묻는다.

“다 필요없어… 나는 손강택을 벌하고 악덕그룹인 한강그룹을 퇴출시킬 생각 뿐이었네. 하지만 하늘이 그쪽의 손을 들어 준다면 어쩔 수 없지.”

“캡틴…. “ “….”

그렇다.. 얼음에서 살아 나온 후 몸의 열기는 더 이상 없어졌고, 정화가 사라진 이상 태정은 이제 믿고 맡길 사람도 없어졌다.

아버지의 시체도 좋든 싫든 남극 83도에 뿌려졌다… 어우혁이 봉투에 가루 얼마 정도를 챙겨 오긴 했지만, 아버지는 나를 위해 마지막까지 희생을 했다.

아버지… 남극에 다녀와 보니 아버지의 고통, 아픔, 절망 등을 다시금 느꼈고, 끝까지 가증스러운 손태산 일가의 참 모습을 다시 봤어요. 비록 실패하더라도 후회는 하지 않을 거예요…

잠시 후 태정은 신주식과 만난다.

“부회장님이 저를 왜 만나자고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초면에 신주식이 누군지 잘 모를 텐데도 부회장이라 하는 걸 보니 보통 내기가 아니다.

신주식은 태정의 두 손을 잡는다.

“내 처남을 괴롭히는 사람인데 한번 얼굴이나 보고 싶어서.”

직접 태정을 만났지만 이 아이가 누구의 자식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

30년 전 그날 밤도 추웠다.

구선혜는 고아 출신으로, 회사에서 비서로 일하고 있었고 어느 여름날 애 못 낳는 아내와 살고 있던 나 신주식을 유혹해서 처음 관계를 가졌다.

물론 나는 그녀와의 관계에서 피임 같은 건 하지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1년 반이 되도록 아기는 생기지 않았다. 아이가 생겼어도 낳게 할 수도 없었겠지만.

그날 밤 신주식은 늦게까지 일을 하고 있었다. 집에 들어가 봐야 아내가 잘 있지도 않으니 일찍 들어갈 일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회장실에 가 볼 일이 있었다. 이 때는 손태산도 집에 늦게 들어가던 시절이었으니까.

회장실에 갔다가 화장실에 들르기 위해 저쪽으로 가던 중 갑자기 희미하게 불빛이 새어 나온다.

손강환 부회장의 뒷모습이었는데… 바지가 무릎까지 내려가 있었다. 주식은 창피를 무릎쓰고 눈을 댔다…

어두웠으나 그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구선혜의 반달 같은 엉덩이였다.

손강환은 구선혜의 허리를 잡고, 열심히 그녀의 엉덩이에 자신의 하체를 박치기하고 있었다.. 선혜는 신음을 참느라 고통스러워하는 듯했다.

“자, 간다!” 강환은 그녀의 몸에 최대한 자신을 밀착시키고 사정한다.

잠시 부동자세로 두 사람은 그러고 있었다.. 여기서 30미터 앞에 회장실에 손태산이 있는데도 말이다.

선혜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원피스를 내리고 천연덕스럽게 강환의 방을 나왔다. 그리고 다시 아직 불이 켜 있던 주식의 방으로 들어와 “화장실 잘 다녀 왔어요” 라고 말한다.

주식은 분노했다.. 하지만 어차피 불륜의 관계다.

잠시 후 손태산도 나가고 강환도 나간 듯하다. 신주식은 선혜에게 말한다. “오늘은 어느 호텔로 갈까?”
“오늘은 피곤해요. 집에 가고 싶어요.”

이 때 주식이 말한다. “너, 손강환에게 모든 관계를 다 말할까?”
“강환 씨도 짐작은 하고 계세요.” “뭐라고?”

“사실 나도 살아야지 당신 같은 유부남과 내 장래를 함께할 순 없잖아요?”

주식은 그 때 정신이 나갔던 것 같다… 그는 일거에 그녀의 원피스를 들어올린다. 팬티는 젖어 있고 손강환의 정액이 흘러나와 촉촉했다.

신주식은 바지를 내리고 그대로 책상 위에 선혜를 눕힌다.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다..

“놔! 강간죄로 고발할 거야!”

“그럼 손강환과는 끝이지, 회장님이 널 살려 둘 것 같아?”

신주식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그녀의 성감대인 겨드랑이를 만진다 .

그의 좆은 손강환의 정액으로 가득한 구선혜의 질 안으로 들어간다… 그녀는 소리를 지르지만 이 시간에 아무도 없다.

주식은 허리를 움직인다.. 곧 귀두에 소식이 온다.

“손강환이 좋은지 내가 좋은지 한번 대답해 봐!”

“…”

바로 그 순간 불이 켜진다… 손강환이 몽둥이를 갖고 들어온다. 그의 몽둥이가 주식의 머리에 닿는 것보다 주식의 귀두에서 그의 정액이 빠져 나오는 것이 약 0.1초 정도 빨랐다…

==

그 뒤 9개월이 지나 지금 그의 앞에 있는 구태정이 태어났다. 신주식은 그 아이가 아직도 자기 아들인지 아닌지 몰랐다.

“왜, 제게 물어보실 거라도 있나요?”
“혹시 네 어머니가 구자 선자 혜자인가?”
“네. 왜지요?”
“….”

신주식은 두려웠다. 어쩌면 이 아이는 그의 유일한 자식일 지도 모른다. 그는 그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넌 네 어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아니?”

“갑자기 병에 걸렸는데 수술받을 돈이 없어서 돌아가셨다고 들었어요.”

그렇다…

“혹시 무슨 병인지는…”
“배에 병이 걸렸다고 들었는데 아마 충수염이었던 것 같네요. 왜지요?”

역시 손강환이군. 끝내 아무 말도 안 했으니…

구선혜가 죽었을 때는 손강환이 부도를 내고 감옥에 들어간 지 6개월이 지난 후였다.

병원으로 급히 연락이 왔을 때 이미 신주식은 손강린의 명으로 강제로 정관수술을 당한 지 5년이 지난 후였다.

“무슨 병입니까?” “선생은 환자와 어떤 관계인지요?” “고향 선배입니다.”

의사가 말한다. “자궁외 임신인데 터졌어요.”
“그럼…” “이미 수술해도 늦었습니다.”

신주식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손강환이 겨우 이런 계집 때문에 모든 걸 버리고 갔단 말인가? 그리고 감옥까지?

신주식은 죽어가는 구선혜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묻는다.. 자궁외 임신이란 말을 듣자 그녀가 말한다. “이렇게 될 줄 알았어.”

“뭐?”

“나는 강환 씨의 아이를 열 번 이상 떼어냈으니 이렇게 죽는 것도 당연하지…”

!

“누가 널 죽인 거야?”

“손강택.” “뭐?”

“어쩔 수 없잖아? 애를 키우려면 누구의 품에라도 안겨야지. 손강택이 나를 안고 얼마나 기뻐했는데… 그런데 그 새끼가 쌀 때 제대로 쌌어야지 이상한 데 싸서 결국 이렇게 되네.”

“한 가지만 묻자. 길정이(태정)는 누구 아이야?”
“누구 아이냐고?”

“응”

“그 아이는 내 아이야. “

이 말이 그녀의 마지막 말이었다…

신주식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이따 주총 장에서 보세나.”

아마 신주식은 다시는 구태정을 볼 일이 없을 것이다.. 아니 볼 용기가 없을 것이다. 그래도 한 번이라도 봤으니 되었다…

서정화는 안세영의 말을 듣고 태정을 다시 만나기 위해, 외삼촌과 함께 이곳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나가는 사내의 모습이 워낙 처량하고 안타까왔다…

“잠시 한 마디만 물어볼께요.”

서정화는 신주식에게 묻는다. “저, 혹시 누구세요?”

“나? 한강그룹 전 부회장 신주식이라고 하오.”

사내는 조용히 나가 버린다.


주주총회장

버나드 험버거가 나타나자 좌중은 조용해졌고, 그가 구태정 옆에 앉자 사람들은 탄성을 지른다.

멀리서는 악덕기업 한강그룹은 무너져야, 손씨 일가는 자살해야 이런 말들이 많았다.

이날 아침 뉴스에서 한강그룹의 후계자 손길우가 한강그룹 적대적 인수합병을 꾀하는 구태정을 남극에서 살해하려 했다는 녹음테이프가 공개되자 한강그룹의 명성은 땅에 더욱 떨어졌다.

그러나 손강택도 모든 힘을 다해 경영권방어에 나서, 귀추가 주목되었다.

이번 일을 감독하기 위해 특별히 은하그룹 민경휘 회장이 이곳까지 걸음을 하여 주총 감독을 했다.. 은하그룹의 방계가 한강그룹의 방계와 통혼 관계도 있었고 말이다.

민경휘 회장은 마침내 결과를 읽는다.
‘에또… 손강태액.. 회장 .. 시님이… 48.1%. 그리고 … 불시님이.. 51.3%! 이로서 손강태액.. 회장의 불시님이… 가결 되어씀을 선포함미다.”

민 회장은 말을 마치자마자 경호원들과 함께 나가 버린다.

동시에 경찰들이 안에 들어와 , 얼떨떨한 가운데에 있던 손길우를 체포하였다.


손강택은 소리친다. “이건 협잡이야! 이건…”

옆에 있던 유진석이 말한다. “회장님. 신주식이 우릴 배신한 것 같습니다.”

이 때 손강택이 말한다. “뭐?” “그자가 오늘 아침에 구태정을 만났다고 합니다…”

“…”

“회장님. 너무 슬퍼하실 것 없습니다. 회장님이 신주식에게 뭘 해줬습니까?” “
“뭐라고? “
“말이야 바른 말이지 회장님 누님이 신주식에게 애 하나를 낳아 줬습니까? 허울뿐인 부회장 시켜 놓고 필요할 때 감옥에나 보내고, 결국 미국에 유배를 가서 고독하게 늙게 만들어도 신경 하나도 안쓰고 무슨 신주식의 도움을 바랍니까?”

“이 새끼! “

그나마 남은 건 유진석 하난데 이 자도 내가 회장 자리를 잃으니까 배신을 때려?


“기업을 파악할 사람이 필요하니 당분간 저는 유임될 거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한강그룹 사람들도 능력에 따라 남길 사람은 남길 거라고 하네요. 이젠 저도 살아야죠.”

그날 저녁 신문

“재계 순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한강그룹, 사이크스 펀드에 인수합병.

사이크스 펀드의 자니 사이크스 대표와, 세계적 투자자 버나드 험버그, 그리고 한국 정송그룹의 실질적 소유주 구태정과 회장 석경 등이 만든 콘소시엄에 의해 재계 순위 5위권의 한강그룹 지주회사인 한강상사가 인수 합병 되었다.

이들이 총 투자한 돈은 대략 9000억원 가량으로 이로서 이들은 매출 30조에 육박하는 한강그룹을 놀랄 만큼 적은 가격으로 매입했다.

일이 이렇게 된 까닭은 한강그룹의 손강택 전 회장이 경영권방어를 위해 형제들의 회사 지분을 지주회사 지분으로 바꾼 탓으로, 형제들 중 상당수는 사이크스 펀드 등에 자신들의 지분을 팔아 넘긴 걸로 알려졌다…”

결국 구태정이 손태산의 지분을 받지 않은 건 신의 한수임이 드러났다.

구태정은 손씨 집안과 아무 관계없는 상태로 적대적 인수 합병을 성공시켰고, 그래서 손씨들에게 아무런 빚이 없는 상태로 새로이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에필로그가 2회 정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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