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는 벌써 어둠이 깔려 있었다. 하정민과 저녁식사를 하고 헤어진 오연희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남편의 얼굴이 떠올랐다. 다른 날처럼 술을 마시느라 늦게 귀가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늦어진 것은 남편 탓이기도 하다. 그녀와 같이 어린이 유치원을 운영하던 남편 유지훈이 유치원 봉고차의 운전대를 놓아 버리고 빈둥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쩔 수없이 연희는 운전사를 고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공교롭게도 채용한 운전기사가 그녀와 절친했던 중학교 남자동창생 하정민이었다. 결혼해서 이 년 만에 암으로 아내를 잃고 홀로된 정민은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정말 성심껏 그녀를 도와주었다. 감사의 표시로 정민과 같이 식사를 한 것이다.
정민에게 감사하다는 마음 외에도 어쩌면 지난 시간의 추억처럼 마음이 설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학창 시절 정민은 연희를 좋아해서 쫓아다녔다. 풋사랑인지 몰라도 연희와 정민은 서로 이성적인 감정을 느꼈었다.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졌다면 연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희는 대학을 다니느라 한동안 고향을 떠나있었다. 그녀는 지금 살고 있는 고향, 순천을 못잊어 하고 사랑했다. 결국은 결혼하고 고향에 내려오게 된 것이다. 순천은 예부터 청백리의 본향이자 미인의 고장이다.
고려사의 열전 양리전에 따르면 고려 충렬왕때 순천부사였던 최석이 임기를 마치고 떠날 때 순천 사람들이 여덟 필의 말을 딸려 보냈으나 도중에 낳은 망아지까지 함께 돌려보내 고을의 태수가 갈릴 때마다 말을 선사하던 폐단이 끊어졌으며, 고을사람들이 그의 덕을 칭송해 팔마비를 세웠다.
최석 부사의 청백리 정신은 지금도 순천의 정신적 지주로 이어지고 있으며, 순천을 팔마의 고장으로 부르도록 했다. 순천에서는 또 "인물자랑 하지 말라"는 말도 내려온다. 인심 좋고 후덕한 인간미가 진정한 미인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시계를 들여다보던 연희는 걸어가던 길을 되돌아갔다. 유치원과 그녀의 집은 순천 외곽 동네이고 조계산 끝자락 사이에 있었다. 도로를 따라 집으로 가는 길이 편하지만 우회해서 가는 길이라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아무래도 늦어질 것 같아서 지름길인 산등성을 넘어가기로 한 것이다. 동네를 벗어난 윤희는 숲이 우거진 산등성을 넘어가기 시작했다.
어둠속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그녀는 흠칫 놀래 몸을 도사렸다. 들고양이 한마리가 풀 숲에서 뛰어나와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들고양이가 사라진 어둠속에서 등산복 차림의 사내 두 명이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아줌마! 시내로 가려면 어디로 갑니까?"
"이 길로 쭉 내려가면 되요."
조계산 등산객이 종종 늦은 시간에 하산하는 경우가 있었다. 흘낏 사내들을 바라보며 대답한 연희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스포츠머리를 한 젊은 사내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아줌마! 여기 사세요?"
"네."
다가온 사내에게서 술 냄새가 풍기기에 연희는 한 걸음 물러섰다. 두 남자가 서로 시선을 마주치며 묘한 미소를 띠었다. 뒤에 있던 안경 낀 사내가 그녀에게 다가섰다.
"후후~! 아줌마! 얘기 좀 하다가요."
"무슨 얘기를 요?"
왈칵 겁이 난 연희는 뒷걸음 쳤다. 하얀 이를 들어 낸 스포츠머리 사내가 별안간 연희의 팔을 거머쥐며 능글거리는 웃음을 띠었다.
"순천 여자라 그런지 예쁜데! 우리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이 밤중에 이런 곳에 있는 걸 보니 아줌마도 생각이 있던 것 아냐."
"왜 이러세요! 이거 놔요."
연희는 팔을 붙잡은 사내의 손을 뿌리치고 달리기 시작했다. 멍하니 서 있던 사내들이 양쪽에서 그녀를 쫓아 왔다. 그녀는 사내들을 피해 산등성을 거슬러 달리기 시작했다.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다리가 휘청거렸다. 죽을힘을 다해서 우거진 숲 속으로 질주했다. 주위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점점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숲속으로 달릴 뿐이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며 달리던 그녀는 결국 사내들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왜 이래요!? 이거 놔요."
"하하~! 앙탈하는 여자가 더 좋지."
하얀 이를 드러낸 사내가 연희를 풀숲에 내동댕이쳤다. 손에 들었던 손가방을 떨어트린 그녀는 힘없이 널브러져 뒹굴었다. 사내들이 그녀에게 덤벼들어 아랫도리를 벗기기 시작했다. 땀으로 범벅이 된 그녀는 사내들에게 벗어나려고 사력을 다해 버둥거렸다. 돌뿌리에 머리를 부딪쳤는지 하늘에 떠오른 별들이 빙빙 돌고 현기증을 느꼈다. 스포츠머리의 사내가 반항하는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아줌마! 죽고 싶어?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빨리 일 끝내자고."
"다치면 아줌마만 손해야."
연희는 더 이상 반항할 기운도 없었고, 이 시간에 도와줄 사람도 없었다. 사내들은 정말 죽이기라도 할 듯이 덤벼들고 있어 축 늘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는 남편이 운전하는 유치원차로 출퇴근을 했었다. 운전대를 놓고 빈둥거리는 남편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사내들의 손에 의해 스커트가 걷어 올려지고 팬티가 벗겨져서 그녀의 아랫도리가 들어났다.
"야, 이게 뭐지?"
스포츠머리 사내가 연희의 허벅지 사이에서 패드를 집어 들었다. 그녀가 생리 날짜가 가까워져서 차고 있었던 것이다.
"생리대 같은데……."
"어떡하지?"
"어떡하긴. 해야지."
"생리중인 모양인데?"
"생리중이면 어때! 임신 안 되고 좋지."
"그럼 너부터 해."
스포츠머리의 사내가 바지와 팬티를 벗고 연희의 몸 위로 올라갔다. 사내의 남성이 연희의 허벅지 사이를 짓이기며 돌진해 들어갔다. 연희는 마지막 본능으로 사내를 밀치며 애원을 하였다.
"하 앗~! 이, 이러면 안 돼. 사, 살려줘."
"소리 지르면 죽어. 가만히 벌리고 있어!"
몸부림칠 힘도 없는 연희는 맥을 놓고 눈물을 흘렸다. 연희의 몸 위에 엎드린 사내가 헐떡거리기 시작했다. 사내가 힘을 줄때마다 사지를 축 늘어트리고 있는 연희의 몸이 흔들렸다. 사내의 남성이 그녀의 보지 속을 헤집기를 반복하였다. 의지와는 다르게 남성이 잇닿은 연희의 보지 속은 촉촉한 샘물로 적셔졌다.
자신도 모르게 솟아오르는 흥분을 참으려고 연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거칠게 방아질을 하던 사내가 크게 숨을 들이키며 잠시 경련을 일으켰다. 연희의 보지 속에 오르가즘의 배설물을 쏟아낸 사내는 흉물스러운 남성을 들어내고 일어섰다. 사내는 엉거주춤 일어서더니 바지를 주섬주섬 추슬러 걸쳐 입고 물러섰다.
빤히 내려다보고 있던 안경 낀 남자가 바지를 벗고 연희의 몸 위에 엎드렸다. 연희는 두 다리를 모으고 다시 덤벼드는 사내에게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렸다. 그러나 이내 사내의 손에 허벅지가 벌려지고 말았다. 안경 낀 사내의 남성이 습지를 이룬 그녀의 보지 속을 치밀고 들어갔다. 미끄덩하고 빨려 들어오는 또 다른 남성을 느낀 연희는 온 몸의 말초신경이 한 곳으로 응집되는 것만 같았다.
몸속을 헤집고 들어온 페니스는 스포츠머리의 사내보다 컸다. 몸속에 숨겨진 살갗들이 짓이겨지고 신경 세포들이 흥분의 돌기를 일으켰다. 연희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하 항~! 아, 안 돼.”
“헉! 이 아줌마도 좋은 모양이네.”
연희의 신음소리를 듣고 사내는 더욱 흥분하는 모습이다. 사내는 연희의 두 허벅지를 들어 올리고 진퇴운동을 시작했다. 강간을 당하고 있지만 연희는 거친 남자의 행위에 본능적인 엑스터시에 젖어들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사내의 등을 껴안았다. 그러나 헐떡거리던 안경 낀 사내가 그녀를 부둥켜안고 경직되었다.
그녀의 보지 속에는 또 다른 남자의 배설물이 흥건해졌다. 그녀에게서 벗어난 안경 낀 사내가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바지를 추켜 입었다.
눈물을 흘리며 일어나 앉은 연희의 얼굴에는 땀과 흙, 그리고 풀잎으로 얼룩져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반쯤 가린 그녀의 얼굴은 두려움으로 일그러져졌다. 스포츠머리를 한 사내가 연희의 손가방을 뒤지고 있었다. 사내는 손가방 안에서 그녀의 수첩을 꺼내 들고 뒤적거렸다.
“아줌마! 신고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마. 주소도 알고 있으니. 가정을 생각해야지. 남편 몰래 바람 한번 피웠다고 생각해. 만약 신고하면 아줌마 딸도 무사하지 못할 줄 알아.”
연희의 지갑 속에는 얼마 되지 않는 지폐와, 그리고 남편과 딸, 여동생이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다. 지갑 속에 든 지폐를 주머니에 넣은 사내는 연희의 주민등록증을 꺼내들었다. 사내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연희의 주민등록증에 기록된 집주소를 입력하고, 그리고 그녀의 휴대폰을 꺼내 확인하더니 전화번호도 입력하였다.
사내들은 연희의 지갑과 휴대폰을 바닥에 던지고 능글맞은 미소를 흘렸다. 바지를 두 손으로 털어내며 사내들은 산등성을 내려갔다. 사내들은 무슨 말인지 주고받으며 걸어 내려갔다. 사내들의 모습이 어둠 속으로 미끄러지듯이 사라져갔다.
연희는 세상이 무너져 버린 벌판에 팽개쳐진 마음이었다. 하복부가 뻐근하고 쓰러져 버릴 것만 같았다. 있는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켰다. 더듬거려서 팬티를 찾아 입고 손가방을 집어 들었다. 허겁지겁 산등성이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둠속에서 길인지 풀섶인지 모르고 무턱대고 달려 내려갔다. 자꾸만 다리가 휘청거리고 곤두박질 칠 것만 같았다.
산등성이를 내려오니 그때서야 집이 있는 연립주택 동네가 보였다. 연립주택 근처에는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고 어린이 놀이터의 그네 줄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연희는 시멘트 계단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며 얼굴과 머리, 옷차림을 간추렸다.
연희는 자신이 살고 있는 연립주택 입구로 들어가서 계단을 올라갔다. 연희는 여고를 갓 졸업한 여동생 연주를 데리고 있었다. 무용을 전공한 연주는 특기생으로 대학 진학하려다 실패하고, 내년에 사범대학을 가려고 준비 중이었다. 연희가 딸 은지를 보살피면서 공부를 하라고 부탁한 것이다.
이층 계단을 올라간 연희는 이층 오른쪽 현관문 앞에서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띵동하는 소리와 함께 집안에서 연주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언니야?”
“응, 빨리 문 열어.”
문이 열리고 연희가 현관으로 들어섰다. 연주가 의아스런 눈빛으로 연희의 모습을 아래위로 살폈다.
“언니, 왜 이렇게 늦었어! 얼굴은 왜 그래?”
“아, 아무것도 아냐. 오다가 넘어졌어. 보안등도 꺼졌고 어두워서.......”
“그 보안등 자주 고장 나던데. 나도 늦은 밤에는 무서워.”
“형부는?”
팔을 당기며 부축하려는 연주에게 연희가 먼저 묻고 싶은 말이었다.
“아직 안 왔어. 요즘 형부는 보통 한시 두시에 들어오잖아.”
“은지는?”
“조금 아까 잠들었어.”
안방부터 들어간 연희는 작은 침대에서 잠들어 있는 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남편이 안 들어왔다는 것에 연희는 다행이라고 생각할지 원망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 화장실로 들어가 세면대위의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턱에 긁힌 자국이 있고 뺨이 약간 부어올랐을 뿐이었다. 따뜻한 물로 씻어내면 될 것 같았다.
옷을 벗어던진 연희는 알몸이 되어 샤워를 시작했다. 샤워기에서 하얀 김을 모락모락 풍기는 물줄기가 쏟아졌다. 하얀 빛깔의 비누로 허벅지 사이를 문지르고 또 문질렀다. 음모의 까만 털이 하얀 거품에 묻어났다가 사라지곤 했다. 연희는 급히 변기에 걸터앉았다. 손에 들고 있는 샤워기에서 뿜어져 나온 물줄기가 벽을 두드린다.
변기에서 일어난 연희는 다시 몸을 씻었다. 그때 다시 연희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목구멍에서 터져 나오려는 흐느낌을 삼키며 입술을 꽉 다물었다. 뺨을 타고 내려온 눈물이 입술 주변에서 물에 씻겨 사라진다. 연희는 화장실 문을 조금 열었다.
“연주야! 그거 좀 가져다 줘. 화장대 맨 밑에 서랍에 있어.”
“언니, 뭐?”
“패드 하나 갖다 줘.”
“아이 참, 미리 챙겨가지고 들어가지. 팬티도 필요할 거 아냐.”
연주가 화장대 서랍에서 꺼내든 생리대와 팬티를 화장실 문틈으로 밀어 넣어 주었다.
“자, 여기 있어. 언닌, 생리 많이 하나봐.”
타월로 몸에 묻은 물기를 닦고 있던 연희가 생리대와 팬티를 받아들었다. 그녀는 패드로 사내들의 남성이 짓이겼던 허벅지 사이를 틀어막았다. 팬티를 바짝 추겨 입는데 종아리에 멍든 자국이 들어나 보였다. 스커트를 걸쳐 입고 사내들의 배설물이 묻은 팬티를 둘둘 말아 쓰레기통에 밀어 넣었다. 다시 거울 앞에 서서 얼굴을 매만지고 화장실을 나왔다.
“연주야! 방문 꼭 잠그고 자라.”
“응, 알았어.”
거실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연주가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텔레비전 전원을 끄고 안방으로 들어간 연희는 잠옷을 갈아입고 화장대 앞에 앉았다. 후시딘 연고를 턱의 상처에 바르고 안티프라민을 종아리에 안티프라민을 발랐다. 방문의 손잡이 잠금장치를 누른 후 형광등을 끄고 침대위에 누웠다. 침대 등불이 비치는 침대위에서 그녀의 어깨가 들썩거렸다.
“으, 흐흑~! 흐 윽.”
울음소리가 밖으로 들리지 않도록 연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목구멍에 갇혔던 울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사내들 말마따나 한번 바람피운 것으로 여기고 싶지만, 왠지 서러움이 북받쳐 흐느껴졌다. 삼십 여분을 웅크리고 흐느끼던 그녀는 침대 시트로 흘러내린 눈물을 닦았다.
적막이 깃든 공간에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에 연희는 화들짝 놀라 일어나서 침대 모포를 끌어 당겼다.
“여보, 나야. 왜 방문을 잠근 거지?”
남편 유지훈의 목소리임을 알고 연희는 침대 모포를 끌어안은 채 방문 앞으로 갔다. 방안으로 들어온 지훈은 형광등 스위치를 올렸다. 불빛에 들어난 연희는 겁먹은 표정으로 침대위에 웅크리고 있었다.
“무슨 일 있어. 방문을 왜 잠갔지?”
“연주가 나가면서 잠근 모양에요.”
“웬 안티프라민 냄새가.......”
킁킁거리며 사방을 둘러본 남편이 연희의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연희는 천천히 일어서면서 남편의 시선을 외면했다.
“집에 오다가 넘어졌어요. 그래서 종아리에 발랐더니 냄새가 나네요.”
“얼굴도 다친 것 같은데.”
“괜찮아요. 잠자는 사는 사람 깨워놓고! 얼른 주무세요.”
“미안해. 일부러 초인종도 안 누르고 열쇠로 열고 들어 왔는데.”
남편은 정말 미안한지 옷을 벗어 자기 스스로 옷장에 걸고 세면을 하러 나갔다. 세면을 하고 돌아온 남편이 연희 옆에 누웠다. 남편에게서는 담배냄새와 술 냄새, 안주 냄새 같은 것들이 섞여 풍겼다. 술집 아가씨의 화장품 냄새도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 연희는 등을 돌리고 남편이 잠들기를 기다렸다.
“여보. 화 난거야? 돌아 누워봐. 당신이랑 해본지도 오래 된 것 같은데.”
“오래 되긴요. 열흘도 안 되는 걸요. 나, 그거 시작했어요.”
연희는 남편을 달래듯이 낮은 목소리를 흘렸다. 남편의 손이 어깨를 잡아당기려는 것을 연희는 버티었다.
“그거!? 그래서 신경이 날카로워진 것이군. 그럼 편하게 자.”
지훈은 더 이상 아내를 건드리지 않고 돌아누워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연희는 남편의 숨소리를 듣고 있었다. 남편은 곧 약하게 코를 골면서 잠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그러나 연희는 잠을 이루지 못해 몸을 뒤척였다.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고였다가 이슬이 되어 떨어졌다. 세상은 강간한 사람보다 강간당한 사람을 더 멸시하고 손가락질하는지도 모른다.
연희가 남자에게 강제로 몸을 빼앗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연희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만나고 있는 절친한 여자친구 정나경이 있었다. 나경이는 정육점을 운영하는 집안의 딸이기에 풍족했지만, 연희는 가난하게 살았다. 남편을 병으로 잃고 홀로된 연희 어머니는 새벽같이 수산시장에 가서 물건을 받아다가 시장 모퉁이에서 좌판 장사를 하여 두 딸과 겨우 살림을 꾸려가고 있었다.
이웃에 살던 연희와 연주는 초등학교 졸업반이 되어서 같은 반의 짝이 되면서 더욱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 같은 나이이면서도 나경은 마치 언니처럼 연희를 대했다. 연희의 어려운 살림을 생각해서 용돈도 나누어 썼을 뿐만 아니라, 연희를 집으로 불러서 공부도 하고 친 자매처럼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연희는 부담 없이 나경의 집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나경의 부모도 언제나 연희를 달갑게 맞이해 주었다.
특히 나경의 아버지는 연희를 귀여워하며 안아주기도 하고 용돈을 쥐어주곤 했다. 연희는 나경의 집에 갈 때마다 나경의 아버지가 용돈을 주기를 기대하게 되었다. 나경이집과 정육점이 가깝기에 나경 아버지는 수시로 집안을 드나들었다.
그런데 연희가 이상하게 생각한 것은 나경 아버지가 이따금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하루는 연희가 나경에게 물었다.
“네 아버지는 정육점 안하고 취직한 거니?”
“아니, 친구들과 자주 놀러 다니나봐.”
“나경인 좋겠다. 난 집에 돌아가도 아버지가 없어서 쓸쓸해.”
그때는 몰랐지만 나경 아버지에게는 정을 통하는 여자가 있었던 것이었다. 나경이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연희의 눈치를 살피면서 변명을 하듯이 말했다. 연희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는 나경이를 부러워했다. 나경이 아버지는 자신의 딸인 나경이 못지않게 연희를 귀여워 해주었다. 연희를 볼 때마다 귀엽다고 안고 쓰다듬으며 용돈을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연희는 아버지 같이 귀여워 해주는 나경 아버지에게 안기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따뜻한 정감을 느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연희는 나경과 같은 여중에 입학하였다. 연희가 나경은 이학년이 되어 한 책상을 쓰는 단짝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나경이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연희는 궁금하여 수업이 끝나자마자 나경의 집으로 달려갔다. 현관으로 나오는 나경 아버지에게 급히 물었다.
“나경이 왜 학교에 안 나왔어요?”
“응, 어젯밤에 배가 아프다고 뒹굴기에 병원으로 데리고 갔더니 맹장염이래. 그래서 수술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어. 제 엄마가 병원에 있고, 나도 방금 병원에서 왔어.”
“어느 병원인데요?”
연희는 울상이 되어 병원으로 곧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왜? 문병가려고? 병원이름이. 아! 전화번호하고 메모지에 적어놨는데, 우선 들어와. 가르쳐 줄게.”
연희는 선뜻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러자 나경 아버지가 연희 손을 살짝 잡아서 안으로 끌어 들였다. 연희는 엉겁결에 응접실로 들어갔다. 안방으로 들어가는 나경아버지가 메모지를 갖고 나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나경 아버지가 메모지를 들고 응접실로 나왔다. 나경 아버지는 소파에 앉으며 메모지에 적힌 글씨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기 적혔잖아. 세정병원이라고 도하극장 옆에 있어. 307호실에 입원해 있어. 그런데 지금은 안 가는 게 좋을 걸. 방귀가 나와야 한다니까, 방귀 나오면 가봐.”
“호호~! 방귀가 꼭 나와야 한데요?”
방귀라는 말에 연희는 웃음을 흘리며 나경 아버지가 앉은 소파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메모지를 받아 들었다. 연희는 하필이면 나경이가 맹장염에 걸린 것이 궁금했다.
“그런데 맹장이 어디에 있는 거죠? 왜 맹장염에 걸려요?”
“맹장은 말이야. 여기에 있는 거란다.”
나경 아버지의 손길이 연희의 오른쪽 배 밑을 만지작거렸다. 연희는 간지럼과 함께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지만 나경 아버지의 손을 얼른 뿌리 칠 수 없었다. 다만 몸을 뒤로 젖히며 나경 아버지의 손길에서 멀어지려고 했다. 그런데 나경 아버지의 손이 그녀의 허벅지로 떨어졌다.
그때 연희는 스커트 안에 타이즈를 입고 있었는데, 지경 아버지의 손이 스커트 속으로 슬며시 미끄러져 들어왔다. 연희는 나경 아버지의 태도가 평상시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발딱 일어섰다.
“나, 가볼래요. 안녕히 계세요.”
“왜, 가려고?”
나경 아버지도 소파에서 일어서면서 연희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지폐 몇 장을 꺼내 연희의 손에 쥐어 주었다.
“넌 참 예뻐. 이거 용돈 해.”
지금까지 용돈을 받아 봤지만, 많이 받아도 천 원짜리 지폐였다. 그 당시만 해도 만 원짜리 지폐의 가치는 큰 것이었다. 지폐를 보는 순간 연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문방구에서 사고 싶었던 예쁜 인형들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연희는 나경 아버지가 주는 돈을 덥석 받았다.
“고맙습니다. 나경이에게 맛있는 것 사다 줄게요.”
응접실을 나가려고 연희가 돌아섰다. 그런데 등 뒤에서 나경 아버지가 연희를 꼭 껴안아주었다. 연희는 이전에 안아주었던 느낌하고는 다른 것 같아 징그럽기도 했지만, 용돈을 받아든 입장에서 싫다고 앙탈할 수도 없었다. 나경 아버지는 점점 팔에 힘을 주어 더욱 감싸 안았다.
“넌 정말 예뻐.”
“저, 가볼래요.”
나경 아버지의 가슴에서 빠져 나오려고 연흰는 어깨를 비틀어 보았다. 그러나 여린 연희 힘으로 나경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기는 힘겨웠다. 나경아버지는 그녀를 껴안고 안방으로 향해 갔다. 연희는 나경아버지에게 끌려서 안방으로 들어갔다. 나경아버지는 연희의 목덜미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으며 벌겋게 얼굴이 달아올라 있었다.
“왜 싫어? 이렇게 안아주는 게 싫어? 난 언제나 너를 예쁘다고 했잖아.”
연희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녀의 아버지도 술에 취해서 들어오면 그녀를 거칠게 껴안고 입을 맞추기도 했었다. 연희는 술도 안 마신 나경 아버지가 왜 이러는지 몰라서 점점 겁이 나기 시작했다. 나경 아버지는 그녀의 두려움을 모르는지 중얼거렸다.
“무서워하지 마. 나경이를 귀여워하듯이 연희가 귀여워서 그러니까.”
“저 지금 갈래요.”
“지금 가려고? 좀 있다 나경이 방귀 나오고 같이 병원에 가보자고. 네가 성인이라면 애인으로 삼을 텐데.”
지금까지 나경 아버지가 귀여워 해주긴 했지만 연희에게 애인이라는 단어를 거들먹거린 적은 없었다. 연희는 나경 아버지가 자꾸 껴안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억센 남자의 팔에서 벗어 날수도 없고 그렇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피울 수도 없었다. 연희는 나경 아버지에게서 빠져 나올 꾀를 부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렇게 예뻐요?”
“그럼.”
“그런데 팔을 풀어주세요. 숨이 막혀서요.”
“숨이 막히면 안 되지.”
나경 아버지가 연희의 가슴을 끌어안았던 팔을 풀어 주었다. 방안에 보이는 침대를 바라본 연희는 더욱 두려움을 느꼈다. 왠지 끈적끈적한 느낌이 들었다. 가슴을 끌어안았던 팔이 풀렸으나 여전히 그녀는 나경 아버지의 가슴에 안겨 있었다.--------------[다음]
어쩔 수없이 연희는 운전사를 고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공교롭게도 채용한 운전기사가 그녀와 절친했던 중학교 남자동창생 하정민이었다. 결혼해서 이 년 만에 암으로 아내를 잃고 홀로된 정민은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정말 성심껏 그녀를 도와주었다. 감사의 표시로 정민과 같이 식사를 한 것이다.
정민에게 감사하다는 마음 외에도 어쩌면 지난 시간의 추억처럼 마음이 설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학창 시절 정민은 연희를 좋아해서 쫓아다녔다. 풋사랑인지 몰라도 연희와 정민은 서로 이성적인 감정을 느꼈었다.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졌다면 연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희는 대학을 다니느라 한동안 고향을 떠나있었다. 그녀는 지금 살고 있는 고향, 순천을 못잊어 하고 사랑했다. 결국은 결혼하고 고향에 내려오게 된 것이다. 순천은 예부터 청백리의 본향이자 미인의 고장이다.
고려사의 열전 양리전에 따르면 고려 충렬왕때 순천부사였던 최석이 임기를 마치고 떠날 때 순천 사람들이 여덟 필의 말을 딸려 보냈으나 도중에 낳은 망아지까지 함께 돌려보내 고을의 태수가 갈릴 때마다 말을 선사하던 폐단이 끊어졌으며, 고을사람들이 그의 덕을 칭송해 팔마비를 세웠다.
최석 부사의 청백리 정신은 지금도 순천의 정신적 지주로 이어지고 있으며, 순천을 팔마의 고장으로 부르도록 했다. 순천에서는 또 "인물자랑 하지 말라"는 말도 내려온다. 인심 좋고 후덕한 인간미가 진정한 미인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시계를 들여다보던 연희는 걸어가던 길을 되돌아갔다. 유치원과 그녀의 집은 순천 외곽 동네이고 조계산 끝자락 사이에 있었다. 도로를 따라 집으로 가는 길이 편하지만 우회해서 가는 길이라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아무래도 늦어질 것 같아서 지름길인 산등성을 넘어가기로 한 것이다. 동네를 벗어난 윤희는 숲이 우거진 산등성을 넘어가기 시작했다.
어둠속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그녀는 흠칫 놀래 몸을 도사렸다. 들고양이 한마리가 풀 숲에서 뛰어나와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들고양이가 사라진 어둠속에서 등산복 차림의 사내 두 명이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아줌마! 시내로 가려면 어디로 갑니까?"
"이 길로 쭉 내려가면 되요."
조계산 등산객이 종종 늦은 시간에 하산하는 경우가 있었다. 흘낏 사내들을 바라보며 대답한 연희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스포츠머리를 한 젊은 사내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아줌마! 여기 사세요?"
"네."
다가온 사내에게서 술 냄새가 풍기기에 연희는 한 걸음 물러섰다. 두 남자가 서로 시선을 마주치며 묘한 미소를 띠었다. 뒤에 있던 안경 낀 사내가 그녀에게 다가섰다.
"후후~! 아줌마! 얘기 좀 하다가요."
"무슨 얘기를 요?"
왈칵 겁이 난 연희는 뒷걸음 쳤다. 하얀 이를 들어 낸 스포츠머리 사내가 별안간 연희의 팔을 거머쥐며 능글거리는 웃음을 띠었다.
"순천 여자라 그런지 예쁜데! 우리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이 밤중에 이런 곳에 있는 걸 보니 아줌마도 생각이 있던 것 아냐."
"왜 이러세요! 이거 놔요."
연희는 팔을 붙잡은 사내의 손을 뿌리치고 달리기 시작했다. 멍하니 서 있던 사내들이 양쪽에서 그녀를 쫓아 왔다. 그녀는 사내들을 피해 산등성을 거슬러 달리기 시작했다.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다리가 휘청거렸다. 죽을힘을 다해서 우거진 숲 속으로 질주했다. 주위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점점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숲속으로 달릴 뿐이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며 달리던 그녀는 결국 사내들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왜 이래요!? 이거 놔요."
"하하~! 앙탈하는 여자가 더 좋지."
하얀 이를 드러낸 사내가 연희를 풀숲에 내동댕이쳤다. 손에 들었던 손가방을 떨어트린 그녀는 힘없이 널브러져 뒹굴었다. 사내들이 그녀에게 덤벼들어 아랫도리를 벗기기 시작했다. 땀으로 범벅이 된 그녀는 사내들에게 벗어나려고 사력을 다해 버둥거렸다. 돌뿌리에 머리를 부딪쳤는지 하늘에 떠오른 별들이 빙빙 돌고 현기증을 느꼈다. 스포츠머리의 사내가 반항하는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아줌마! 죽고 싶어?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빨리 일 끝내자고."
"다치면 아줌마만 손해야."
연희는 더 이상 반항할 기운도 없었고, 이 시간에 도와줄 사람도 없었다. 사내들은 정말 죽이기라도 할 듯이 덤벼들고 있어 축 늘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는 남편이 운전하는 유치원차로 출퇴근을 했었다. 운전대를 놓고 빈둥거리는 남편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사내들의 손에 의해 스커트가 걷어 올려지고 팬티가 벗겨져서 그녀의 아랫도리가 들어났다.
"야, 이게 뭐지?"
스포츠머리 사내가 연희의 허벅지 사이에서 패드를 집어 들었다. 그녀가 생리 날짜가 가까워져서 차고 있었던 것이다.
"생리대 같은데……."
"어떡하지?"
"어떡하긴. 해야지."
"생리중인 모양인데?"
"생리중이면 어때! 임신 안 되고 좋지."
"그럼 너부터 해."
스포츠머리의 사내가 바지와 팬티를 벗고 연희의 몸 위로 올라갔다. 사내의 남성이 연희의 허벅지 사이를 짓이기며 돌진해 들어갔다. 연희는 마지막 본능으로 사내를 밀치며 애원을 하였다.
"하 앗~! 이, 이러면 안 돼. 사, 살려줘."
"소리 지르면 죽어. 가만히 벌리고 있어!"
몸부림칠 힘도 없는 연희는 맥을 놓고 눈물을 흘렸다. 연희의 몸 위에 엎드린 사내가 헐떡거리기 시작했다. 사내가 힘을 줄때마다 사지를 축 늘어트리고 있는 연희의 몸이 흔들렸다. 사내의 남성이 그녀의 보지 속을 헤집기를 반복하였다. 의지와는 다르게 남성이 잇닿은 연희의 보지 속은 촉촉한 샘물로 적셔졌다.
자신도 모르게 솟아오르는 흥분을 참으려고 연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거칠게 방아질을 하던 사내가 크게 숨을 들이키며 잠시 경련을 일으켰다. 연희의 보지 속에 오르가즘의 배설물을 쏟아낸 사내는 흉물스러운 남성을 들어내고 일어섰다. 사내는 엉거주춤 일어서더니 바지를 주섬주섬 추슬러 걸쳐 입고 물러섰다.
빤히 내려다보고 있던 안경 낀 남자가 바지를 벗고 연희의 몸 위에 엎드렸다. 연희는 두 다리를 모으고 다시 덤벼드는 사내에게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렸다. 그러나 이내 사내의 손에 허벅지가 벌려지고 말았다. 안경 낀 사내의 남성이 습지를 이룬 그녀의 보지 속을 치밀고 들어갔다. 미끄덩하고 빨려 들어오는 또 다른 남성을 느낀 연희는 온 몸의 말초신경이 한 곳으로 응집되는 것만 같았다.
몸속을 헤집고 들어온 페니스는 스포츠머리의 사내보다 컸다. 몸속에 숨겨진 살갗들이 짓이겨지고 신경 세포들이 흥분의 돌기를 일으켰다. 연희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하 항~! 아, 안 돼.”
“헉! 이 아줌마도 좋은 모양이네.”
연희의 신음소리를 듣고 사내는 더욱 흥분하는 모습이다. 사내는 연희의 두 허벅지를 들어 올리고 진퇴운동을 시작했다. 강간을 당하고 있지만 연희는 거친 남자의 행위에 본능적인 엑스터시에 젖어들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사내의 등을 껴안았다. 그러나 헐떡거리던 안경 낀 사내가 그녀를 부둥켜안고 경직되었다.
그녀의 보지 속에는 또 다른 남자의 배설물이 흥건해졌다. 그녀에게서 벗어난 안경 낀 사내가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바지를 추켜 입었다.
눈물을 흘리며 일어나 앉은 연희의 얼굴에는 땀과 흙, 그리고 풀잎으로 얼룩져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반쯤 가린 그녀의 얼굴은 두려움으로 일그러져졌다. 스포츠머리를 한 사내가 연희의 손가방을 뒤지고 있었다. 사내는 손가방 안에서 그녀의 수첩을 꺼내 들고 뒤적거렸다.
“아줌마! 신고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마. 주소도 알고 있으니. 가정을 생각해야지. 남편 몰래 바람 한번 피웠다고 생각해. 만약 신고하면 아줌마 딸도 무사하지 못할 줄 알아.”
연희의 지갑 속에는 얼마 되지 않는 지폐와, 그리고 남편과 딸, 여동생이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다. 지갑 속에 든 지폐를 주머니에 넣은 사내는 연희의 주민등록증을 꺼내들었다. 사내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연희의 주민등록증에 기록된 집주소를 입력하고, 그리고 그녀의 휴대폰을 꺼내 확인하더니 전화번호도 입력하였다.
사내들은 연희의 지갑과 휴대폰을 바닥에 던지고 능글맞은 미소를 흘렸다. 바지를 두 손으로 털어내며 사내들은 산등성을 내려갔다. 사내들은 무슨 말인지 주고받으며 걸어 내려갔다. 사내들의 모습이 어둠 속으로 미끄러지듯이 사라져갔다.
연희는 세상이 무너져 버린 벌판에 팽개쳐진 마음이었다. 하복부가 뻐근하고 쓰러져 버릴 것만 같았다. 있는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켰다. 더듬거려서 팬티를 찾아 입고 손가방을 집어 들었다. 허겁지겁 산등성이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둠속에서 길인지 풀섶인지 모르고 무턱대고 달려 내려갔다. 자꾸만 다리가 휘청거리고 곤두박질 칠 것만 같았다.
산등성이를 내려오니 그때서야 집이 있는 연립주택 동네가 보였다. 연립주택 근처에는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고 어린이 놀이터의 그네 줄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연희는 시멘트 계단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며 얼굴과 머리, 옷차림을 간추렸다.
연희는 자신이 살고 있는 연립주택 입구로 들어가서 계단을 올라갔다. 연희는 여고를 갓 졸업한 여동생 연주를 데리고 있었다. 무용을 전공한 연주는 특기생으로 대학 진학하려다 실패하고, 내년에 사범대학을 가려고 준비 중이었다. 연희가 딸 은지를 보살피면서 공부를 하라고 부탁한 것이다.
이층 계단을 올라간 연희는 이층 오른쪽 현관문 앞에서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띵동하는 소리와 함께 집안에서 연주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언니야?”
“응, 빨리 문 열어.”
문이 열리고 연희가 현관으로 들어섰다. 연주가 의아스런 눈빛으로 연희의 모습을 아래위로 살폈다.
“언니, 왜 이렇게 늦었어! 얼굴은 왜 그래?”
“아, 아무것도 아냐. 오다가 넘어졌어. 보안등도 꺼졌고 어두워서.......”
“그 보안등 자주 고장 나던데. 나도 늦은 밤에는 무서워.”
“형부는?”
팔을 당기며 부축하려는 연주에게 연희가 먼저 묻고 싶은 말이었다.
“아직 안 왔어. 요즘 형부는 보통 한시 두시에 들어오잖아.”
“은지는?”
“조금 아까 잠들었어.”
안방부터 들어간 연희는 작은 침대에서 잠들어 있는 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남편이 안 들어왔다는 것에 연희는 다행이라고 생각할지 원망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 화장실로 들어가 세면대위의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턱에 긁힌 자국이 있고 뺨이 약간 부어올랐을 뿐이었다. 따뜻한 물로 씻어내면 될 것 같았다.
옷을 벗어던진 연희는 알몸이 되어 샤워를 시작했다. 샤워기에서 하얀 김을 모락모락 풍기는 물줄기가 쏟아졌다. 하얀 빛깔의 비누로 허벅지 사이를 문지르고 또 문질렀다. 음모의 까만 털이 하얀 거품에 묻어났다가 사라지곤 했다. 연희는 급히 변기에 걸터앉았다. 손에 들고 있는 샤워기에서 뿜어져 나온 물줄기가 벽을 두드린다.
변기에서 일어난 연희는 다시 몸을 씻었다. 그때 다시 연희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목구멍에서 터져 나오려는 흐느낌을 삼키며 입술을 꽉 다물었다. 뺨을 타고 내려온 눈물이 입술 주변에서 물에 씻겨 사라진다. 연희는 화장실 문을 조금 열었다.
“연주야! 그거 좀 가져다 줘. 화장대 맨 밑에 서랍에 있어.”
“언니, 뭐?”
“패드 하나 갖다 줘.”
“아이 참, 미리 챙겨가지고 들어가지. 팬티도 필요할 거 아냐.”
연주가 화장대 서랍에서 꺼내든 생리대와 팬티를 화장실 문틈으로 밀어 넣어 주었다.
“자, 여기 있어. 언닌, 생리 많이 하나봐.”
타월로 몸에 묻은 물기를 닦고 있던 연희가 생리대와 팬티를 받아들었다. 그녀는 패드로 사내들의 남성이 짓이겼던 허벅지 사이를 틀어막았다. 팬티를 바짝 추겨 입는데 종아리에 멍든 자국이 들어나 보였다. 스커트를 걸쳐 입고 사내들의 배설물이 묻은 팬티를 둘둘 말아 쓰레기통에 밀어 넣었다. 다시 거울 앞에 서서 얼굴을 매만지고 화장실을 나왔다.
“연주야! 방문 꼭 잠그고 자라.”
“응, 알았어.”
거실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연주가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텔레비전 전원을 끄고 안방으로 들어간 연희는 잠옷을 갈아입고 화장대 앞에 앉았다. 후시딘 연고를 턱의 상처에 바르고 안티프라민을 종아리에 안티프라민을 발랐다. 방문의 손잡이 잠금장치를 누른 후 형광등을 끄고 침대위에 누웠다. 침대 등불이 비치는 침대위에서 그녀의 어깨가 들썩거렸다.
“으, 흐흑~! 흐 윽.”
울음소리가 밖으로 들리지 않도록 연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목구멍에 갇혔던 울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사내들 말마따나 한번 바람피운 것으로 여기고 싶지만, 왠지 서러움이 북받쳐 흐느껴졌다. 삼십 여분을 웅크리고 흐느끼던 그녀는 침대 시트로 흘러내린 눈물을 닦았다.
적막이 깃든 공간에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에 연희는 화들짝 놀라 일어나서 침대 모포를 끌어 당겼다.
“여보, 나야. 왜 방문을 잠근 거지?”
남편 유지훈의 목소리임을 알고 연희는 침대 모포를 끌어안은 채 방문 앞으로 갔다. 방안으로 들어온 지훈은 형광등 스위치를 올렸다. 불빛에 들어난 연희는 겁먹은 표정으로 침대위에 웅크리고 있었다.
“무슨 일 있어. 방문을 왜 잠갔지?”
“연주가 나가면서 잠근 모양에요.”
“웬 안티프라민 냄새가.......”
킁킁거리며 사방을 둘러본 남편이 연희의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연희는 천천히 일어서면서 남편의 시선을 외면했다.
“집에 오다가 넘어졌어요. 그래서 종아리에 발랐더니 냄새가 나네요.”
“얼굴도 다친 것 같은데.”
“괜찮아요. 잠자는 사는 사람 깨워놓고! 얼른 주무세요.”
“미안해. 일부러 초인종도 안 누르고 열쇠로 열고 들어 왔는데.”
남편은 정말 미안한지 옷을 벗어 자기 스스로 옷장에 걸고 세면을 하러 나갔다. 세면을 하고 돌아온 남편이 연희 옆에 누웠다. 남편에게서는 담배냄새와 술 냄새, 안주 냄새 같은 것들이 섞여 풍겼다. 술집 아가씨의 화장품 냄새도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 연희는 등을 돌리고 남편이 잠들기를 기다렸다.
“여보. 화 난거야? 돌아 누워봐. 당신이랑 해본지도 오래 된 것 같은데.”
“오래 되긴요. 열흘도 안 되는 걸요. 나, 그거 시작했어요.”
연희는 남편을 달래듯이 낮은 목소리를 흘렸다. 남편의 손이 어깨를 잡아당기려는 것을 연희는 버티었다.
“그거!? 그래서 신경이 날카로워진 것이군. 그럼 편하게 자.”
지훈은 더 이상 아내를 건드리지 않고 돌아누워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연희는 남편의 숨소리를 듣고 있었다. 남편은 곧 약하게 코를 골면서 잠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그러나 연희는 잠을 이루지 못해 몸을 뒤척였다.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고였다가 이슬이 되어 떨어졌다. 세상은 강간한 사람보다 강간당한 사람을 더 멸시하고 손가락질하는지도 모른다.
연희가 남자에게 강제로 몸을 빼앗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연희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만나고 있는 절친한 여자친구 정나경이 있었다. 나경이는 정육점을 운영하는 집안의 딸이기에 풍족했지만, 연희는 가난하게 살았다. 남편을 병으로 잃고 홀로된 연희 어머니는 새벽같이 수산시장에 가서 물건을 받아다가 시장 모퉁이에서 좌판 장사를 하여 두 딸과 겨우 살림을 꾸려가고 있었다.
이웃에 살던 연희와 연주는 초등학교 졸업반이 되어서 같은 반의 짝이 되면서 더욱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 같은 나이이면서도 나경은 마치 언니처럼 연희를 대했다. 연희의 어려운 살림을 생각해서 용돈도 나누어 썼을 뿐만 아니라, 연희를 집으로 불러서 공부도 하고 친 자매처럼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연희는 부담 없이 나경의 집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나경의 부모도 언제나 연희를 달갑게 맞이해 주었다.
특히 나경의 아버지는 연희를 귀여워하며 안아주기도 하고 용돈을 쥐어주곤 했다. 연희는 나경의 집에 갈 때마다 나경의 아버지가 용돈을 주기를 기대하게 되었다. 나경이집과 정육점이 가깝기에 나경 아버지는 수시로 집안을 드나들었다.
그런데 연희가 이상하게 생각한 것은 나경 아버지가 이따금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하루는 연희가 나경에게 물었다.
“네 아버지는 정육점 안하고 취직한 거니?”
“아니, 친구들과 자주 놀러 다니나봐.”
“나경인 좋겠다. 난 집에 돌아가도 아버지가 없어서 쓸쓸해.”
그때는 몰랐지만 나경 아버지에게는 정을 통하는 여자가 있었던 것이었다. 나경이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연희의 눈치를 살피면서 변명을 하듯이 말했다. 연희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는 나경이를 부러워했다. 나경이 아버지는 자신의 딸인 나경이 못지않게 연희를 귀여워 해주었다. 연희를 볼 때마다 귀엽다고 안고 쓰다듬으며 용돈을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연희는 아버지 같이 귀여워 해주는 나경 아버지에게 안기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따뜻한 정감을 느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연희는 나경과 같은 여중에 입학하였다. 연희가 나경은 이학년이 되어 한 책상을 쓰는 단짝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나경이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연희는 궁금하여 수업이 끝나자마자 나경의 집으로 달려갔다. 현관으로 나오는 나경 아버지에게 급히 물었다.
“나경이 왜 학교에 안 나왔어요?”
“응, 어젯밤에 배가 아프다고 뒹굴기에 병원으로 데리고 갔더니 맹장염이래. 그래서 수술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어. 제 엄마가 병원에 있고, 나도 방금 병원에서 왔어.”
“어느 병원인데요?”
연희는 울상이 되어 병원으로 곧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왜? 문병가려고? 병원이름이. 아! 전화번호하고 메모지에 적어놨는데, 우선 들어와. 가르쳐 줄게.”
연희는 선뜻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러자 나경 아버지가 연희 손을 살짝 잡아서 안으로 끌어 들였다. 연희는 엉겁결에 응접실로 들어갔다. 안방으로 들어가는 나경아버지가 메모지를 갖고 나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나경 아버지가 메모지를 들고 응접실로 나왔다. 나경 아버지는 소파에 앉으며 메모지에 적힌 글씨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기 적혔잖아. 세정병원이라고 도하극장 옆에 있어. 307호실에 입원해 있어. 그런데 지금은 안 가는 게 좋을 걸. 방귀가 나와야 한다니까, 방귀 나오면 가봐.”
“호호~! 방귀가 꼭 나와야 한데요?”
방귀라는 말에 연희는 웃음을 흘리며 나경 아버지가 앉은 소파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메모지를 받아 들었다. 연희는 하필이면 나경이가 맹장염에 걸린 것이 궁금했다.
“그런데 맹장이 어디에 있는 거죠? 왜 맹장염에 걸려요?”
“맹장은 말이야. 여기에 있는 거란다.”
나경 아버지의 손길이 연희의 오른쪽 배 밑을 만지작거렸다. 연희는 간지럼과 함께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지만 나경 아버지의 손을 얼른 뿌리 칠 수 없었다. 다만 몸을 뒤로 젖히며 나경 아버지의 손길에서 멀어지려고 했다. 그런데 나경 아버지의 손이 그녀의 허벅지로 떨어졌다.
그때 연희는 스커트 안에 타이즈를 입고 있었는데, 지경 아버지의 손이 스커트 속으로 슬며시 미끄러져 들어왔다. 연희는 나경 아버지의 태도가 평상시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발딱 일어섰다.
“나, 가볼래요. 안녕히 계세요.”
“왜, 가려고?”
나경 아버지도 소파에서 일어서면서 연희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지폐 몇 장을 꺼내 연희의 손에 쥐어 주었다.
“넌 참 예뻐. 이거 용돈 해.”
지금까지 용돈을 받아 봤지만, 많이 받아도 천 원짜리 지폐였다. 그 당시만 해도 만 원짜리 지폐의 가치는 큰 것이었다. 지폐를 보는 순간 연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문방구에서 사고 싶었던 예쁜 인형들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연희는 나경 아버지가 주는 돈을 덥석 받았다.
“고맙습니다. 나경이에게 맛있는 것 사다 줄게요.”
응접실을 나가려고 연희가 돌아섰다. 그런데 등 뒤에서 나경 아버지가 연희를 꼭 껴안아주었다. 연희는 이전에 안아주었던 느낌하고는 다른 것 같아 징그럽기도 했지만, 용돈을 받아든 입장에서 싫다고 앙탈할 수도 없었다. 나경 아버지는 점점 팔에 힘을 주어 더욱 감싸 안았다.
“넌 정말 예뻐.”
“저, 가볼래요.”
나경 아버지의 가슴에서 빠져 나오려고 연흰는 어깨를 비틀어 보았다. 그러나 여린 연희 힘으로 나경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기는 힘겨웠다. 나경아버지는 그녀를 껴안고 안방으로 향해 갔다. 연희는 나경아버지에게 끌려서 안방으로 들어갔다. 나경아버지는 연희의 목덜미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으며 벌겋게 얼굴이 달아올라 있었다.
“왜 싫어? 이렇게 안아주는 게 싫어? 난 언제나 너를 예쁘다고 했잖아.”
연희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녀의 아버지도 술에 취해서 들어오면 그녀를 거칠게 껴안고 입을 맞추기도 했었다. 연희는 술도 안 마신 나경 아버지가 왜 이러는지 몰라서 점점 겁이 나기 시작했다. 나경 아버지는 그녀의 두려움을 모르는지 중얼거렸다.
“무서워하지 마. 나경이를 귀여워하듯이 연희가 귀여워서 그러니까.”
“저 지금 갈래요.”
“지금 가려고? 좀 있다 나경이 방귀 나오고 같이 병원에 가보자고. 네가 성인이라면 애인으로 삼을 텐데.”
지금까지 나경 아버지가 귀여워 해주긴 했지만 연희에게 애인이라는 단어를 거들먹거린 적은 없었다. 연희는 나경 아버지가 자꾸 껴안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억센 남자의 팔에서 벗어 날수도 없고 그렇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피울 수도 없었다. 연희는 나경 아버지에게서 빠져 나올 꾀를 부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렇게 예뻐요?”
“그럼.”
“그런데 팔을 풀어주세요. 숨이 막혀서요.”
“숨이 막히면 안 되지.”
나경 아버지가 연희의 가슴을 끌어안았던 팔을 풀어 주었다. 방안에 보이는 침대를 바라본 연희는 더욱 두려움을 느꼈다. 왠지 끈적끈적한 느낌이 들었다. 가슴을 끌어안았던 팔이 풀렸으나 여전히 그녀는 나경 아버지의 가슴에 안겨 있었다.--------------[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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