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박장선 : 40대의 가장으로 한 때 해외유학까지 갔다온 엘리트. 경제적 능력의 상실로 자포자기 하다 다시 시작하는 삶의 주인공
김미화 : 장선의 처. 부잣집 딸로 태어나서 부러운 것 없이 자랐고 장선의 경제적 능력의 상실로 부모의 지원을 받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함. 장선을 무시하는 습관이 생김.
설미자 : 부동산 사업으로 재산을 축적한 노인
연아 : 박장선의 동업자
1. 새로운 시작
나, 박장선은 손에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놓고 간단한 조깅복으로 갈아입었다. 지난 몇 년동안 항상 해오던 버릇을 깨는 순간이었다. 오랫동안 답답한 실내생활에 익숙했던 나에게 어색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밀어부치지 못하면 흐지부지 될 것 같아서 준비운동도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한참 뛰다보니 땀도 나오고 숨이 뭉치는 것 같았지만 나의 삶에서 부족한 부분을 빨리 보충한다는 각오로 더욱 뛰었다. 이제는 힘이 부친다. 나의 근육의 일부가 나의 몸과 분리가 되는 듯 한 느낌이었다. 도저히 서있는 나를 유지하지 못하고 나무에 기대서 힘을 고르지만 눈앞이 노랗다. 쓰러질 것 같고 토할 것 같기만 하다. 특별한 노동도 없이 나의 몸은 나의 삶의 계획을 보조할 처지가 되질 않았다.
나는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자포자기의 기간동안 몸매는 한국 중년특유의 몸매가 되었다. 샤워할 때 똥배가 튀어나와 성기가 보이질 않았고 피부는 탄력을 잃은 상태였다.
마지막 구간을 힘들게 걸어와서 찬물로 샤워를 하니 서늘하였지만 느낌은 좋았다.
“다시 찾는 것이야 ! 잃어버린 세월을 찾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야.”
나는 속으로 다짐하며 차갑게 변한 피부에 영양제를 공급했다. 처음 뛰어보는 나지만 거울에 비친 모습은 이미 새로운 모습으로 변한 듯 하였다.
우리 집은 중심가와 떨어진 교외에 위치한 전원 주택이지만 IT산업의 발달은 이제 인터넷과 통신을 통해서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었다. 나는 연락이 두절되었던 동료들과 후배들을 접촉하면서 시장환경을 확인하면서 시장 돌아가는 것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모든 정부가 그랬던 것 처럼 현정부도 서민들의 고충을 해결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 정치적, 경제적 환경은 정부가 원하는 바램을 어렵게 했다. 새롭게 쏟아지는 부동산 정책들은 많은 원성을 쌓아가면서 지방 부동산 업계들은 불황의 클라이맥스를 달리고 있었다. 중소형 지방 건설업체들의 부도설이 만연한 상태였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적 여건에 어제 터진 북한의 핵실험은 외국투자자들을 쫏는 이유가 되었다. 시장 환경은 너무 불리했다. 그러나 나는 동물적 감각으로 이제 다시 재기할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옛말에 난세에 영웅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어려운 부동산 경기로 원성이 높았고 내년의 선거로 다시 경제 부양책이 발표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되었다. 특히 핵실험이라는 환경은 2가지를 가능하게 하였다. 전쟁으로 남북한이 서로 공멸하던지, 아니면 공존하던지. 나는 돈 맛을 안 북한이 섣부른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며 어려워진 환경에 틈새가 나올 것이라고 믿었다.
나는 서둘러야 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각오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자본금이 없으니 일단 입과 몸으로 시작하는 방법 밖에 없을 듯 하였다.
나의 골방은 작은 오피스가 되어서 파워포인트로 작성된 자료들이 만들어져 갔으며 벽에 장식된 각종 지도들과 도표들은 다양한 색상의 압정으로 표시되어 갔다.
그렇게 1달의 시간이 흐른 후, 나는 오랜 친구인 명규에게 전화를 하였다.
“오랜만이다. 친구야.”
“나는 너 죽은줄 알았다. 어떻게 연락을 끊고 살았냐”
한 때, 가장 잘나가던 나로서는무능력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었다. 절친한 친구들과 접촉을 끊고 3년간 와신상담한 것이었다. 이제 친구들을 접촉하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시작이고 그들에게 미안한 감정 때문이었다. 명규와 저녁약속을 한 후, 나는 샤워를 하고 연한 청색의 셔츠를 걸치고 오랜만에 운전대를 잡고 시내로 나갔다.
명규는 잘나가는 설계사였다. 너무 꼼꼼한 명규는 소심해서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빛이 나질 않더니 이제는 이 바닥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인사로 변했다. 그동안 명규에게 신세를 져왔던 나는 이번에는 저녁대접을 한다는 각오로 10만원권 2개를 주머니 속에서 확인하면서 약속장소로 나갔다.
반갑게 맞이하는 명규와 악수를 하고 식사를 하는데 진규가 나타났다. 그는 외국 가구 수입상을 하는데 내가 나온다는 소식에 약속장소에 나타난 것이다. 저녁식사가 끝난 후, 다음 장소 약속에서 나는 난망했다. 초라한 모습으로 변하는 것은 항상 경제적 문제 앞에 있을 때였다.
강남의 J 클럽 앞에 다가서기 까지 나는 주저했다. 흥이 나질 않았다. 전에는 돈걱정없이 흥청망청 살았는데 모든 것이 다른 세상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아가씨들이 들어오고 마담이 인사를 하는 과정에서 명규와 진규의 자신감과 태연함을 느꼈다. 남자들의 위치는 사회에서의 성공과 비례가 된다는 것이 맞는 것이었다. 나는 초라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죠니워커 불루를 받아마시면서 독약을 받는 느낌을 받았다.
불편한 분위기에서 형식적으로 분위기를 맞춰주는 나는 명규와 진규의 입술과 손이 자유분방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다. 그것에 비하면 정작 호탕하던 나는 소극적이며 왜소한 느낌을 받고 홀짝 홀짝 독한 술로 가슴의 답답함을 삭일 뿐 이었다. 내 파트너가 다리위에 손을 얹을 때 무심히 돌아보았으나 특별한 느낌이 없었다. 나이는 약 23세의 학생 분위기의 여성이었으나 불편하다는 느낌 뿐이었다.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 모른다. 머리가 아팠지만 해장국을 직접 만들어야 하는 나는 부엌으로 향하면서 주머니 속을 확인했다. 10만원권 2장이 그대로 있었다. 또 주접없이 추한 모습을 친구들과 여자들에게 보인 것에 화가 났다.
“나의 인생이 너무 초라하다. 내가 마시는 술도 내가 지불 못하고 나의 파트너 팁도 남의 도움을 받았으니….”
화가 났지만 특별한 방법은 없었다. 다시 일어나는 수 밖에 없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삶을 회복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아스피린을 찾으러 욕실의 문을 여는데 샤워장에 샤워하는 처의 뒷모습이 보였다. 몇 년동안 남처럼 생활한 그녀의 샤워하는 모습에서 나는 아무 느낌을 느낄 수 없었다. 쳐진 배는 아이들을 생산한 후 관리부족으로 축 늘어져 있었다. 남편이 쳐다보는 것도 모르면서 열심히 구석구석 물을 적시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 감정이 없는 나는 내자신이 초라해서 조용히 문을 닫고 돌아섰다.
악착스럽게 시작하는 새로운 생활에 어느덧 익숙해진 나는 최근 얼굴이 작아진 느낌을 받았다. 탄력없이 부풀어져 얼굴만 크게 만들던 이중턱이 없어지고 허리도 줄어들었다. 전에 입던 바지가 편안히 느껴질때 즘 나는 외국에서 온 친구를 만나기 위해 남산의 H 호텔에 있었다. 대학시절에 자주오던 장소로 이태원에서 올라온 직업여성들과 외국투숙객들이 서로 시선을 교환하는 분위기 속에 생동감있는 젊은이들로 분비고 있었다.
미국에서 출장온 승민이는 한국 기업의 M&A를 위해서 들어왔다. 비록 대학교는 보스톤의 작은 대학을 나왔지만 와튼스쿨을 졸업한 그는 이미 국제투자은행의 임원으로 있었다. 이번에 인수하는 업체는 S건설로 한 때 재벌기업의 계열사로 잘 나가던 회사였으나 이제는 구조조정을 거쳐서 채권단이 매각하는 업체였다. 이 회사를 인수하려는 한국기업의 전략파트너로 참여하는데 속사정을 알아보니 땅집고 헤엄치는 것이었다. 인수기업이 장기수익보장을 해주면서 참여하기에 투자에 대한 일정 수익을 얻으면서 피인수회사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나와 승민은 오랜만에 만나서 그동안 소식을 교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술 몇잔과 소식교환이 끝날 즈음에 이미 많은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반대편 바에서 칵테일을 마시는 젊은 여성들이 눈길이 이쪽을 향하는 것을 느꼈을 때, 옛적 기억이 나오기 시작했다. 보스톤의 pub에는 용돈이 부족한 한국 유학생들로 항상 붐볐고 이들 중에 나에게 눈길을 주는 학생들이 많았다. 탤랜트와 같은 미남은 못되어도 지적이고 분위기가 있다는 평을 많이 들었다. 또한 좋은 매너로 인기가 꽤 좋았던 나는 눈길을 주는 여자들을 의식하면서 기분이 좋았다. 호기를 부려서 바텐더를 통해서 술을 보낼까하며 고민을 하면서 2차로 어디를 가야하나 고민도 해 보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헛 고민이었던 것은 그들의 눈길은 우리를 향한 것이 아니라 우리 뒤에 자리잡은 젊은 손님들을 위한 것이었다. 승민과 나는 쓴웃음을 교환했다. 우리는 나이와 함께 이처럼 아름다운 여성들에게 투명인간이 되었다. 삶의 존재가 보이질 않는 투명인간 이었다.
세월은 세울 수 없었고 우리의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간 듯 했다. 아무리 발광을 하고 좋은 영양제를 사용해도 세월을 이길 수 없었던 것이다. 익숙해지는 방법 밖에 없었다. 나의 현재 입장을 확인시켜주는 유익한 기회가 되었다.
박장선 : 40대의 가장으로 한 때 해외유학까지 갔다온 엘리트. 경제적 능력의 상실로 자포자기 하다 다시 시작하는 삶의 주인공
김미화 : 장선의 처. 부잣집 딸로 태어나서 부러운 것 없이 자랐고 장선의 경제적 능력의 상실로 부모의 지원을 받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함. 장선을 무시하는 습관이 생김.
설미자 : 부동산 사업으로 재산을 축적한 노인
연아 : 박장선의 동업자
1. 새로운 시작
나, 박장선은 손에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놓고 간단한 조깅복으로 갈아입었다. 지난 몇 년동안 항상 해오던 버릇을 깨는 순간이었다. 오랫동안 답답한 실내생활에 익숙했던 나에게 어색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밀어부치지 못하면 흐지부지 될 것 같아서 준비운동도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한참 뛰다보니 땀도 나오고 숨이 뭉치는 것 같았지만 나의 삶에서 부족한 부분을 빨리 보충한다는 각오로 더욱 뛰었다. 이제는 힘이 부친다. 나의 근육의 일부가 나의 몸과 분리가 되는 듯 한 느낌이었다. 도저히 서있는 나를 유지하지 못하고 나무에 기대서 힘을 고르지만 눈앞이 노랗다. 쓰러질 것 같고 토할 것 같기만 하다. 특별한 노동도 없이 나의 몸은 나의 삶의 계획을 보조할 처지가 되질 않았다.
나는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자포자기의 기간동안 몸매는 한국 중년특유의 몸매가 되었다. 샤워할 때 똥배가 튀어나와 성기가 보이질 않았고 피부는 탄력을 잃은 상태였다.
마지막 구간을 힘들게 걸어와서 찬물로 샤워를 하니 서늘하였지만 느낌은 좋았다.
“다시 찾는 것이야 ! 잃어버린 세월을 찾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야.”
나는 속으로 다짐하며 차갑게 변한 피부에 영양제를 공급했다. 처음 뛰어보는 나지만 거울에 비친 모습은 이미 새로운 모습으로 변한 듯 하였다.
우리 집은 중심가와 떨어진 교외에 위치한 전원 주택이지만 IT산업의 발달은 이제 인터넷과 통신을 통해서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었다. 나는 연락이 두절되었던 동료들과 후배들을 접촉하면서 시장환경을 확인하면서 시장 돌아가는 것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모든 정부가 그랬던 것 처럼 현정부도 서민들의 고충을 해결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 정치적, 경제적 환경은 정부가 원하는 바램을 어렵게 했다. 새롭게 쏟아지는 부동산 정책들은 많은 원성을 쌓아가면서 지방 부동산 업계들은 불황의 클라이맥스를 달리고 있었다. 중소형 지방 건설업체들의 부도설이 만연한 상태였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적 여건에 어제 터진 북한의 핵실험은 외국투자자들을 쫏는 이유가 되었다. 시장 환경은 너무 불리했다. 그러나 나는 동물적 감각으로 이제 다시 재기할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옛말에 난세에 영웅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어려운 부동산 경기로 원성이 높았고 내년의 선거로 다시 경제 부양책이 발표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되었다. 특히 핵실험이라는 환경은 2가지를 가능하게 하였다. 전쟁으로 남북한이 서로 공멸하던지, 아니면 공존하던지. 나는 돈 맛을 안 북한이 섣부른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며 어려워진 환경에 틈새가 나올 것이라고 믿었다.
나는 서둘러야 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각오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자본금이 없으니 일단 입과 몸으로 시작하는 방법 밖에 없을 듯 하였다.
나의 골방은 작은 오피스가 되어서 파워포인트로 작성된 자료들이 만들어져 갔으며 벽에 장식된 각종 지도들과 도표들은 다양한 색상의 압정으로 표시되어 갔다.
그렇게 1달의 시간이 흐른 후, 나는 오랜 친구인 명규에게 전화를 하였다.
“오랜만이다. 친구야.”
“나는 너 죽은줄 알았다. 어떻게 연락을 끊고 살았냐”
한 때, 가장 잘나가던 나로서는무능력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었다. 절친한 친구들과 접촉을 끊고 3년간 와신상담한 것이었다. 이제 친구들을 접촉하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시작이고 그들에게 미안한 감정 때문이었다. 명규와 저녁약속을 한 후, 나는 샤워를 하고 연한 청색의 셔츠를 걸치고 오랜만에 운전대를 잡고 시내로 나갔다.
명규는 잘나가는 설계사였다. 너무 꼼꼼한 명규는 소심해서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빛이 나질 않더니 이제는 이 바닥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인사로 변했다. 그동안 명규에게 신세를 져왔던 나는 이번에는 저녁대접을 한다는 각오로 10만원권 2개를 주머니 속에서 확인하면서 약속장소로 나갔다.
반갑게 맞이하는 명규와 악수를 하고 식사를 하는데 진규가 나타났다. 그는 외국 가구 수입상을 하는데 내가 나온다는 소식에 약속장소에 나타난 것이다. 저녁식사가 끝난 후, 다음 장소 약속에서 나는 난망했다. 초라한 모습으로 변하는 것은 항상 경제적 문제 앞에 있을 때였다.
강남의 J 클럽 앞에 다가서기 까지 나는 주저했다. 흥이 나질 않았다. 전에는 돈걱정없이 흥청망청 살았는데 모든 것이 다른 세상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아가씨들이 들어오고 마담이 인사를 하는 과정에서 명규와 진규의 자신감과 태연함을 느꼈다. 남자들의 위치는 사회에서의 성공과 비례가 된다는 것이 맞는 것이었다. 나는 초라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죠니워커 불루를 받아마시면서 독약을 받는 느낌을 받았다.
불편한 분위기에서 형식적으로 분위기를 맞춰주는 나는 명규와 진규의 입술과 손이 자유분방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다. 그것에 비하면 정작 호탕하던 나는 소극적이며 왜소한 느낌을 받고 홀짝 홀짝 독한 술로 가슴의 답답함을 삭일 뿐 이었다. 내 파트너가 다리위에 손을 얹을 때 무심히 돌아보았으나 특별한 느낌이 없었다. 나이는 약 23세의 학생 분위기의 여성이었으나 불편하다는 느낌 뿐이었다.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 모른다. 머리가 아팠지만 해장국을 직접 만들어야 하는 나는 부엌으로 향하면서 주머니 속을 확인했다. 10만원권 2장이 그대로 있었다. 또 주접없이 추한 모습을 친구들과 여자들에게 보인 것에 화가 났다.
“나의 인생이 너무 초라하다. 내가 마시는 술도 내가 지불 못하고 나의 파트너 팁도 남의 도움을 받았으니….”
화가 났지만 특별한 방법은 없었다. 다시 일어나는 수 밖에 없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삶을 회복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아스피린을 찾으러 욕실의 문을 여는데 샤워장에 샤워하는 처의 뒷모습이 보였다. 몇 년동안 남처럼 생활한 그녀의 샤워하는 모습에서 나는 아무 느낌을 느낄 수 없었다. 쳐진 배는 아이들을 생산한 후 관리부족으로 축 늘어져 있었다. 남편이 쳐다보는 것도 모르면서 열심히 구석구석 물을 적시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 감정이 없는 나는 내자신이 초라해서 조용히 문을 닫고 돌아섰다.
악착스럽게 시작하는 새로운 생활에 어느덧 익숙해진 나는 최근 얼굴이 작아진 느낌을 받았다. 탄력없이 부풀어져 얼굴만 크게 만들던 이중턱이 없어지고 허리도 줄어들었다. 전에 입던 바지가 편안히 느껴질때 즘 나는 외국에서 온 친구를 만나기 위해 남산의 H 호텔에 있었다. 대학시절에 자주오던 장소로 이태원에서 올라온 직업여성들과 외국투숙객들이 서로 시선을 교환하는 분위기 속에 생동감있는 젊은이들로 분비고 있었다.
미국에서 출장온 승민이는 한국 기업의 M&A를 위해서 들어왔다. 비록 대학교는 보스톤의 작은 대학을 나왔지만 와튼스쿨을 졸업한 그는 이미 국제투자은행의 임원으로 있었다. 이번에 인수하는 업체는 S건설로 한 때 재벌기업의 계열사로 잘 나가던 회사였으나 이제는 구조조정을 거쳐서 채권단이 매각하는 업체였다. 이 회사를 인수하려는 한국기업의 전략파트너로 참여하는데 속사정을 알아보니 땅집고 헤엄치는 것이었다. 인수기업이 장기수익보장을 해주면서 참여하기에 투자에 대한 일정 수익을 얻으면서 피인수회사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나와 승민은 오랜만에 만나서 그동안 소식을 교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술 몇잔과 소식교환이 끝날 즈음에 이미 많은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반대편 바에서 칵테일을 마시는 젊은 여성들이 눈길이 이쪽을 향하는 것을 느꼈을 때, 옛적 기억이 나오기 시작했다. 보스톤의 pub에는 용돈이 부족한 한국 유학생들로 항상 붐볐고 이들 중에 나에게 눈길을 주는 학생들이 많았다. 탤랜트와 같은 미남은 못되어도 지적이고 분위기가 있다는 평을 많이 들었다. 또한 좋은 매너로 인기가 꽤 좋았던 나는 눈길을 주는 여자들을 의식하면서 기분이 좋았다. 호기를 부려서 바텐더를 통해서 술을 보낼까하며 고민을 하면서 2차로 어디를 가야하나 고민도 해 보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헛 고민이었던 것은 그들의 눈길은 우리를 향한 것이 아니라 우리 뒤에 자리잡은 젊은 손님들을 위한 것이었다. 승민과 나는 쓴웃음을 교환했다. 우리는 나이와 함께 이처럼 아름다운 여성들에게 투명인간이 되었다. 삶의 존재가 보이질 않는 투명인간 이었다.
세월은 세울 수 없었고 우리의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간 듯 했다. 아무리 발광을 하고 좋은 영양제를 사용해도 세월을 이길 수 없었던 것이다. 익숙해지는 방법 밖에 없었다. 나의 현재 입장을 확인시켜주는 유익한 기회가 되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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