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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 2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9:54 1,340회 0건
2. 첫번째 움직임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 악바리처럼 노력하였다. 열심히 시장파악하며 준비하던 나에게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나의 다양한 시나리오로 작성된 자료들이 투자은행을 시작으로 시공사, 시행사, 개인 투자자 들에게 전달되었다. 파워포인트로 작성된 자료들은 승민이를 통해 얻은 국제투자은행의 양식에 근거해서 작성되었다. 간결하게 작성하고 많은 그림 자료들을 삽입하여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다.

“따르릉”

아침 조깅에서 돌아와서 평상시처럼 설거지하던 나는 젖은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형, 동기예요. 안녕하세요?”

미국에서 같은 학교를 다닌 후배 동기였다. 동기는 현재 D건설의 기획실에 근무하고 있었다. D건설은 외국 헤지펀드사에 인수되어 급성장하는 회사로서 해외자금을 엎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동기는 내가 설명한 자료를 보고 사업연결을 시켜주려는 것이었다.

대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남의 아이디어를 각색하여 도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나를 도와주려는 동기가 고마왔다.

“형님, 저희 회사에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데 형님의 구상에 관심이 높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 오전 10시 프레젠테이션 부탁드립니다.”

일방적이었다. 그래도 고마왔다. 다시 찾아온 기회였다. 나는 주말을 최대한 사용하여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하였으며 예행연습도 하였다. Kinkos에서 색상 인쇄물도 출력하였고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마음의 준비를 하였다.

월요일 아침 크게 숨을 들이키고 나는 약속 장소로 이동하였다. 비서의 안내를 받아 회의장실로 들어가니 회의실 인테리어에 위축되었다. 윤기가 나는 타원형 테이블은 30~40명은 앉을 수 있는 규모였다. 34층에서 내려다 보이는 테헤란로가 차들로 꽉 차있었다. 한 쪽 벽에는 수석이 있었고 맞은 편 벽에 붙혀 있는 모토가 눈에 들어왔다.

“새 역사를 창조하자.”

나는 액자를 쳐다보며 싱긋 웃었다. “그래 새 역사를 창조하는 것이야.”
홀로 생각하는데 회의실 문이 열리면서 5명의 사람들이 들어섰다.

서로의 소개와 명함 교환이 있었다. 처음 소개된 인사는 박형철 이사로 나이는 50대 중반이었다. 동기가 윙크를 하면서 부장을 소개하였고 동기는 자기 자신이 과장이라고 소개하며 명함을 주었다. 다른 젊은 대리와 마지막에 있는 여성은 대충 인사하고 마지막 자리에 앉았다. 내가 홀로 한 편에 앉고 다섯이 맞은 편에 앉아서 손에 땀이 나는 것을 느꼈지만 잃을 것이 없는 나는 다시 각오를 하였다.

서로 형식적인 것을 주고 받으며 사업 의견을 교환하였다. 현재의 부동산 경기와 예상되는 경기흐름 등을 주고 받았다. 동기와 대리는 열심히 대화내용을 기록하고 있었다.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나는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해보는 것이라 긴장하였으나 이제는 컨설턴트의 경험으로 분위기를 주도하였다.

그들은 귀를 기울이며 정보를 얻어갔지만 나는 액기스의 정보를 무작정 제공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개인이 홀로 대기업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으며 위험이 있었다.

“무슨 사업을 하기를 원하십니까?”
박이사가 갑자기 대화를 끊어가면서 물어왔다. 나는 박이사를 쳐다보면서 천천히 대답했다.
“D건설사는 업계에서 경험과 시공능력이 인정받지만 외국펀드사로 인수된 후, 외국투자자를 만족시켜야 하며 한국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나는 대답했다. IMF 이후에 진출한 외국계 투자자들이 조세회피지역을 통해서 수익에 대한 세금을 피하는 것에 대해서 여론이 좋지 않았다. 특히 몇 외국기업들이 정부방침에 반발하는 것이 언론에 발표되어서 모든 외국투자자들에 대해서 여론은 물론이고 공무원들도 감정이 좋질 않았다.

내가 지적한 부분에 수긍하면서 구체적인 다음 대답을 기대하는 모습들 이었다. 나는 모든 것을 풀어줄 수 없어서 대략적인 대화로 연결하면서 회의를 마감하였다.
“귀사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이 또한 나의 발전이 될 것 입니다. 다음 기회가 마련되면 구체적으로 서로 협조할 방안을 강구하였으면 합니다.”

여운을 남겨가면서 아쉽게 회의를 마치고 나는 던킨도너츠에 가서 커피를 시켜놓고 실수한 부분이 없었는지 점검하였다. 회의 중에 기록을 하질 않았기에 커피를 음미하면서 회의내용과 분위기 그리고 참석인물 들에 대해서 기억을 살려가면서 메모하였다. 회의 중에 기록을 하질 못한 것은 일단 회의를 주도하기 위해서 대화에 전념하려는 이유였으며 프로의 모습을 보이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

마지막 기회라고 기대하던 미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으나 며칠동안 아무 연락이 없었다. 허탕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나 오늘도 마찬가지로 아침 조깅을 하고 윗몸 일으키기와 다른 운동을 하는데 전화가 울렸다.

“형님, 동기예요. 별일 없으세요?”
“응, 동기구나. 별일없지.”
“형님, 오늘 저녁약속있어요?”
“아니, 왜?”
“박이사님이 저녁을 쏘는데 형님을 모시고 나오라고 해서…”

덤으로 초대받았으나 저녁 식사 약속 장소로 이동하였다. 압구정동에 새롭게 신축한 건물인데 각 층이 다양한 음식점으로 꾸며져 있었다. 동기를 입구에서 만나서 예약된 방으로 안내되니 이미 박이사와 몇 명의 인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내가 들어서자 박이사를 위시해서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반겨주었다. 박이사와 부장과 여자 직원은 전에 회의에서 만났었고 처음보는2명의 인사들이 있었다.

구면이어서 그런지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가 이루어졌고 반주로 제공된 술로 약간 흩어지는 분위기도 연출되었다. 나는 실수를 자제하는 습관으로 술은 가급적 박이사가 따라주는 것만 받았고 내가 자작하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부담없이 잔들을 돌려가면서 마셔댔다. 한창 흥이 고조될 때 미닫이 문이 열리면서 외국인의 얼굴이 보였고 모든 사람들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스미스라는 사람이 합석하면서 분위기는 고조되어 갔다. 본사에서 파견된 임원이기에 그를 대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역겨울 때도 있었지만 미국적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싫지 않았다. 영어를 자연스레 구사하는 모습이 우리도 국제적 시민이 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서로들 목소리를 높여가면서 대화 중에 내 자존심을 건들이는 부분이 있었다.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스미스가
“나는 한국이 좋은데 한국관리들을 이해못해. 한국정부는 변해야 해…”

하면서 한국에서 사업하는 불만과 불평을 내려놓았다. 조용히 듣고 있던 내가 끼어들면서 영어로 설명하였다.

“스미스, 만약 당신이 사는 동네에 당신보다 잘사는 집이 있어서 매번 당신 집에 와서 우리집에서는 이런 방식을 사용하는데 당신네도 우리집의 방식을 사용하라고 강요하면서 사사건건 간섭하면 기분이 어떻습니까?”
조용한 말투로 천천히 얘기하는 나를 좌중이 관심있게 쳐다보았다. 스미스가 고개를 돌리면서 호기심을 갖고 대답했다.
“내가 사는 것을 남들이 간섭할 수 없어요.”
“맞습니다. 각 가정은 다 자기 방식데로 살 권리가 있으며 어떤 방식도 남들 것 보다 나을 수는 없습니다.”
스미스와 모든 일행들이 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미국이 선진국이지만 항상 옳지는 않습니다. 한국이 미국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질 않는데 미국이 자기 방식을 강요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5천년 역사가 있고 오랜 세월동안 우리에게 알맞는 방식으로 정착된 것 입니다.”
스미스는 나를 호기심으로 쳐다보더니 미국인 특유의 호탕함으로 사과하며 접근하였다.

나도 미안하여 일어서서 건배를 제안하며 먼저 술을 털어 넣었다.

훨씬 부드러워진 분위기에 우리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헤어지기 시작했다. 대리운전자가 도착하면서 하나씩 없어졌고 나는 택시를 잡으려고 대로로 나왔다. 시원을 바람을 느끼면서 도로변에 서있는데 은빛색의 외제 SUV가 내 앞에 섰다. 함께 있던 여자직원이었다. 뒷 창문을 열더니 어느쪽으로 가냐고 물어본다.
“강동방향 입니다.”
“나와 반대방향이군요. 음….”
고민하던 그녀는 다시 나를 향해서
“타세요.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나는 주저함 없이 차를 얻어탔다. 대리운전사가 운전하는 차였는데 뒷좌석에 차분히 앉아있는 그녀를 쳐다보다 나는 앞좌석에 앉았다. 차는 이동을 하였고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나는 굳이 할 말도 없었다. 앞 만보고 가면서 생각했는데 두번이나 합석하였는데 이름도 생각이 나질 않고 직책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외제차를 소유한 것을 보니 돈은 있는 것같고 나이는 30세 중반 정도일까하고 여러가지 상상을 하는데
“집이 어느쪽이세요?”
그녀가 입을 열었다.
“하남시 입니다.”
짧게 업무적으로 대답하는 나에게 그녀는 특별히 대화를 이끌지 못하였다. 잠시 뜸을 들이다 그녀가 다시 말을 걸었다.
“시간이 있으시면 전에 말씀하신 저희 회사와 협력방안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나는 비로소 그녀를 돌아보았다. 특별히 눈에 틔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았고 나는 업무에 정신이 팔려서 그녀에게 관심을 가질 수 없었는데 깨끗한 스타일에 아집이 있을듯한 강한 이지적인 눈매를 갖고 있었다.
“그래요. 언제든지 기회주시면 설명드리겠습니다.”
여자는 나를 쳐다보더니
“잠시 커피를 마시면서 쉬다 가시지 않겠습니까?”
나는 집에 가도 특별히 반겨주는 사람이 없어서 관계없었다.
“미사리에 좋은 장소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조그마한 건물을 찾아서 들어갔다. 어색한 분위기였지만 따뜻한 커피가 속으로 들어가면서 대화가 풀리기 시작하였다. 나는 나의 아이디어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에 지금까지 마신 술로 평상시보다 많은 말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김연아였다. 이제야 이름을 알 수 있었다.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나는 오랜만에 여자와 단둘이 있다는 느낌을 느끼면서 계속 떠들었다.

그녀가 내가 떠드는 것을 들으면서 말을 하였다.
“외롭지 않으세요?”
나는 하던 말을 멈추고 그녀를 응시했다.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나는 머리가 천천히 돌아간다는 것을 느끼면서 씁쓸히 말을 중단했다.
“죄송해요. 대화를 중단시키려는 것이 아닌데…”
그녀는 무척 미안해 하였다.

우리는 미사리를 출발하여 그녀의 집방향으로 출발하였다. 전원주택인 우리집으로 가는 것보다 그녀를 데려다 주고 다시 가는 것이 옳바른 것 같다는 느낌에 나는 고집을 피웠고 우리는 함께 그녀의 집인 동부이촌동으로 갔다. 집에 도착하여 내렸을 때 그녀는 미안해 하면서 술 한잔 더하자고 제안하였다. 나는 말없이 그녀가 하는데로 따랐다. 그녀를 따라 들어간 곳은 한강의 전경이 보이는 아파트였다. 무척 고급스럽게 장식된 실내인데 혼자 사는 모양이었다.

“무엇을 마시겠어요?”
부엌 벽 한면을 차지하는 장식장에는 각종 고급 술로 꽉 차있었다. 나는 장을 열고 죠니워커 블루를 꺼내서 잔에 따랐다. 그러는 나를 쳐다보던 그녀는 큰 잔에 코냑을 따라 코를 대면서 냄새를 음미하고 한 모금을 마셨다.

창밖에 전개되는 서울의 야경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시골에 뭇혀사는 나는 항상 자연의 모습을 보다 인간이 형성한 인조 자연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나는 항상 하던 습관으로 창밖을 쳐다보면서 눈의 깜박임도 없이 생각을 하고 있었다. 특별한 생각도 아니지만 습관적으로 생긴 버릇 이었다.

잠시 후, 잔을 다 비운 것을 확인한 내가 돌아설 때 이미 간단한 마른안주가 티테이블에 준비되어 있었고 그녀는 의자에 앉아서 조용히 나를 쳐다 보고 있었다. 나는 미안하고 어색해서 잔을 채우면서 그녀에게 다가서서 잔을 부딛혔다.

그녀는 나를 빤히 쳐다보다 내가 술 한모금을 입에 집어넣는 것을 보면서 한모금 입에 물었다. 정적이 흐르고 있을 뿐 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그녀의 머리를 잡고 나를 향해 조용히 당겼다. 나의 배에 그녀의 뺨을 대게 한 후 그 녀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빗질하듯 만졌다. 그녀는 그대로 있었다. 그녀의 따스한 체온이 나의 옷을 통해 전달되는 듯 했다. 우리는 특별한 다음 동작도 없이 그런 상태로 있다가 함께 창가로 걸어가서 그녀가 밖을 바라볼 때 나는 뒤에서 그녀를 살짝 껴안았다.

머리가 아프다고 느꼈다. 자주 마실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요즘은 조금 마셔도 머리가 무척 아프다. 내가 눈을 떴을 때 나는 낯선 장소에 누워있었다. 여자의 침실인듯 깔끔히 정돈된 상태였다. 나의 옷은 팬티를 제외하곤 벗겨진 상태로 누워있었다. 나는 생각해 보았는데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없었다.

잠시후, 문이 열리면서 앞치마를 두른 연아가 들어왔다.
“일어나셨어요?”
어색하게 인사를 하였다.
나는 일어서면서 옷을 찾았으나 내 옷을 찾을 수 없어서 침대끝에 접혀있는 유카타를 걸쳤다.
“욕실에 물을 받아놓았으니 목욕하세요. 식사 준비하겠습니다.”
돌아나가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욕실로 향했다. 대리석으로 장식된 욕실은 한강변을 보고 있어서 욕실에서 경치가 좋았다. 적당한 온도에 데워진 물에 잠기면서 어제의 일들을 생각해 보았다.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없었으나 자포자기의 삶에서 벗어나는 몸부림이 효과가 있는 듯 하였다.

목욕을 끝내고 나오니 세탁된 내 옷들이 가지런히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옷을 챙겨 입고 식당으로 나갔다. 구워진 생선과 미소국이 포함된 간단한 조식이었다. 내가 식사하는 동안에 그녀는 나를 조용히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한 번 잠시 쳐다볼 뿐 마지막 밥 한 톨까지 깨끗이 끝냈다. 그녀가 준비한 커피를 마시면서 설거지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돌아보았다. 마치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부부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표현하질 못하고 헤어진 것이 아쉽지만 특별히 할 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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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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