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지켜지질 않은 약속) 1장
출근하기 위해 아침에 버스정거장에 나가면 어김없이 그녀가 정거장에 있었다. 그녀 집에서 버스를 타는데 사실은 한정거장 떨어진 곳이 더 가깝다. 그렇지만 그녀는 나보다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서 한정거장을 걸어와서 기다리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때는 잘 몰랐지만 대학 수업시간이 향상 아침에 있는 것이 아니어서 향상 아침 일찍 등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그런데도 향상 그녀는 나보다 먼저 정거장에 도착해 기다렸다.
영등포까지 같은 버스를 타고 구로에서 대부분 헤어졌지만 가끔 그녀는 나의 회사까지 따라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아마 시간이 남아 그렇게 했을 것이다.
또한 토요일 대부분의 대학이 쉬는 날에도 그녀는 정거장에 있었다. 그리고 나와 영등포까지 같은 버스를 타고 가서 그녀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난 그날 이후 그녀를 피하지 않았다. 마음속에 향상 언젠가는 떠날 사람이라고 되새기면서도 그녀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녀의 모든 것을 받아주었다. 그녀가 자신이 희생하면서 향상 같이 있기 바라며, 나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은 사랑을 하지만, 나는 그것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었다. 그녀에게 따뜻한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그녀가 하는 걸 지켜만 보는 나의 마음도 무거웠지만 한번도 그녀에게 “하지 말라.”, “그만해라”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난 그녀가 지칠 때까지 기달렸다. 언제가 그녀가 지칠 그날까지.......
그녀는 하루도 빠짐없이 편지를 했다. 내 편지 보관함에 다른 이들의 모든 편지를 합친 것보다 그녀의 편지가 많아졌다. 나또한 그녀의 편지에 꼬박꼬박 답장을 했다. 누가 보면 누가 편지 많이 쓰나 승부하는 거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편지를 했다. 내가 그녀에게 답장을 하는 건 최소한의 배려였다. 그것도 하지 않는다면 너무 나쁜 놈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의 회사생활은 그리 재미있지 않았다. 자동차정비회사의 특성상 현장에 망치 소리와 기계들의 소음, 그리고 남자들의 거친 호흡만이 있었다. 회사동료들도 모두 나보다는 나이가 많은 형들이나 아저씨들이라 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없었다. 다만 새로운 기술을 배운다는 재미는 있었다.
그런 각박한 환경 속에서 란과 매일아침의 만남이 나에게 힘이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가끔은 란과 아침에 만나 회사와 학교를 땡땡이 치고 영등포역에서 가장 빠른 열차를 타고 같이 여행을 가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저녁에 돌아오는 여행이지만 답답한 가슴에 신선한 공기를 넘어주는 새로운 경험 이였다. 그리고 그것은 가끔 내가 란에게 주는 선물 이였다.
란은 처음보다 많이 변했다. 첫 만남에서 느낀 어린소녀 같은 모습은 많이 희석되었고, 이젠 아름다운 숙녀가 되었다. 나에게 향상 구박을 당하며 이제는 화장도 제법 잘하고 차림새도 세련되었다. 나의 속셈은 그런 란의 모습을 보고 주위의 남자들이 접근해서 어서 란이 나에게 멀어지기 바라는 의미였다.
난 의식적으로 란의 대학생활에 대해 질문 같은 건 하지 않았다. 또한 란도 자신에 대학생활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란이 대학에서 어떤 남자를 만나는지 혹은 어떤 생활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7월이 되어 방학 시즌이 되었다. 모든 대학이 휴강을 했고 란의 대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도 란은 정거장에 나왔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란이 휴강을 했다는 소식을 다른 친구들에게 듣고 무언가 결정해야 했다. 그날 저녁 란에게 만났다.
파리공원에서 조금 기다리니 란이 왔다. 얼굴에 온통 화사한 미소를 머금고 처음 보는 미니커트를 입고 나에게 뛰어왔다. 란을 만나며 란이 치마를 그것도 미니스커트를 입은 모습을 보는 건 처음 이였다. 하이힐을 신어 165정도 키에 허리에 걸려 아슬아슬하게 엉덩이만 가리고 날씬하게 빠진 다리, 가슴이 파인 레이스다린 블라우스, 그 모습을 보고 처음으로 가운데에 힘이 솔리는 것을 느꼈다.
멀리서 뛰어온 란은 내 앞에서 멈추며 허리를 숙이고 숨을 고루고 있었다. 그녀의 블라우스가 숙어진 허리 때문에 가슴 쪽으로 몰리며 벌어졌다. 난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벌어진 블라우스 사이로 그녀의 가슴이 살짝 고개를 내민 모습에 몸이 뜨거워짐을 느껴기 때문이다.
“헉헉헉~~~ 너 전화 받고 너무 놀렸어. 그래서 이렇게 뛰어왔어”
“좀 진정하고 저쪽으로 가자”
내가 먼저 돌아서서 벤치로 가서 앉았다. 란도 조금 진정되었는지 내 옆에 벤치로 와서 조심스럽게 옆에 앉았다.
“놀라긴 머 놀래.”
“네가 먼저 만나자고 연락한 건 처음이라.......”
“그게 그렇게 놀래 뛰어올 일이야”
“한번도 그런 일 없었잖아.”
“그건 그렇고, 왜 일이야 생전 입지 않던 치마에 그것도 미니스커트라니”
“공연마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너 전화 받고 뛰어나와서 그래”
“공연?”
“응 서클 애들하고 아르바이트로 한강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공연하기로 했어”
“그 샹송 노래 말아”
“응 서클 선배가 잘 아는 레스토랑인데 공연도하고 용돈도 벌고, 방학이라고 향상 집에 있기도 답답해서”
란은 불어불문과다. 가끔 나에게도 불어로 얘기할 때가 있는데 난 내가 모르는 말은 모두 욕 같아서 내 앞에서는 못하게 했다. 란이 서클에 가입한 곳이 샹송으로 노래하는 서클이라고 말 한 적이 있었다.
“공연 때 향상 그렇게 입고 하니”
“향상 미니스커트 입는 건 아니고 치마와 블라우스는 기본이야. 내가 치마입어서 이상해”
“아니야. 예뻐... 단지 처음에는 좀 당황했어.”
“그런데 왜 일이야. 먼저 만나자고 연락을 하고 말이야”
“다른 일은 아니고 저..... 방학인데 이제 아침부터 학교 갈 일 없지. 그런데 내 때문에 매일 정거장에 나오는 게 부담스러워서.... 너도 힘들고 말이야”
치마를 입어서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있데 란이 고개를 들고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리고 내입에서 말이 끝날 때까지 말없이 지져보고 있었다. 큰 눈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만 맑게 빛나고 있었다. 내말이 끝나자 란은 손을 들어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넘기며 살며시 미소 지었다. 얼굴에 살짝 보조개가 들어가며 웃는데 갑자기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은 어떤 옷차림을 하느냐에 따라서 분위기가 틀려진다. 란의 가벼운 동작에 가슴에 불같은 것이 올라오고 목이 마르고 숨이 막히는 착각이 들었다.
“난 즐거워.... 아침에 널 보면 하루를 보낼 있는 힘이 생겨... 일요일 아침에 널 보지 않고 시작하면 무엇인가 중요한 걸 빠트린 느낌이라 하루 종일 찜찜해”
“나도 아침에 널보고 하루를 시작하면 상쾌해. 하지만....”
“그만! 내가 즐겁고 너도 즐거우면 된 거야. 다른 이유 같은 거 필요 없어”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침착하게 말하는데 평소와 다르게 편안하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평소와 다른 모습, 평소와 다른 느낌 때문에 해야 할 말들이 머릿속에서 맴돌 뿐, 말로 표현되지 못했다. 난 고개를 숙여 란의 눈을 피했다.
“널 힘들게 하며 그러는 거 싫어. 아무리 내가 좋고 네가 좋아도 네가 힘든 건 변하지 않아. 그리고 대학에서 처음 맞는 방학인데 너도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있을 거 아냐. 난 나 때문에 다른 일하지 못하는 널 볼 수 없어”
“그런 거. 없어. 나에게 가장 소중한 건 널 보는 거야. 다른 건 널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냐?”
“바보야.... 너 생활을 가지란 말이야.”
“수혼아. 날 봐봐!”
숙었던 고개를 들었다. 란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흔들림도 없이 깊게 깊게만 느껴졌다. 심하게 흔들리는 내 눈빛과는 다르게 그녀의 눈빛은 맑고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는 눈빛 이였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설득될 것 같지 않았다.
“난 너만 내 겉에 있으면 세상에 아무것도 필요 없어. 난 이렇게 널 생각하는 마음에 흔들림이 없는데 너는 왜 자꾸만 흔들려”
“난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 향상 너에게 받기만 해. 그래서 향상 미안하고. 난 언제까지 너에게 미안해야 하니”
“왜 없어. 내 겉에 있어주는 것 만해도 나에게 얼마나 힘이 되는데……. 얼마나 행복을 주는데”
이렇게 해봐야 먹힐 것 같지 않았다. 그녀의 의지만 더욱 확고하게 하는 것 같았다. 그녀를 떨치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그녀의 생각이 이렇게 확고하다면 방법이 없다. 지금도 그녀의 고집을 꺾을 방법이 없다. 다시금 깊은 고민에 빠진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녀에게 끌려가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녀를 설득 할 의지도 부족하고 설득한 방법도 생각나지 않았다.
“힘들면 어제든지 그만해. 나도 아침 정거장에 네가 없으면 바로 회사로 갈 거야”
“그런 일은 없어.”
단호했다. 그녀의 음성에는 신앙 같은 느낌이 들어있었다. 아 어찌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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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기 위해 아침에 버스정거장에 나가면 어김없이 그녀가 정거장에 있었다. 그녀 집에서 버스를 타는데 사실은 한정거장 떨어진 곳이 더 가깝다. 그렇지만 그녀는 나보다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서 한정거장을 걸어와서 기다리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때는 잘 몰랐지만 대학 수업시간이 향상 아침에 있는 것이 아니어서 향상 아침 일찍 등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그런데도 향상 그녀는 나보다 먼저 정거장에 도착해 기다렸다.
영등포까지 같은 버스를 타고 구로에서 대부분 헤어졌지만 가끔 그녀는 나의 회사까지 따라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아마 시간이 남아 그렇게 했을 것이다.
또한 토요일 대부분의 대학이 쉬는 날에도 그녀는 정거장에 있었다. 그리고 나와 영등포까지 같은 버스를 타고 가서 그녀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난 그날 이후 그녀를 피하지 않았다. 마음속에 향상 언젠가는 떠날 사람이라고 되새기면서도 그녀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녀의 모든 것을 받아주었다. 그녀가 자신이 희생하면서 향상 같이 있기 바라며, 나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은 사랑을 하지만, 나는 그것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었다. 그녀에게 따뜻한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그녀가 하는 걸 지켜만 보는 나의 마음도 무거웠지만 한번도 그녀에게 “하지 말라.”, “그만해라”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난 그녀가 지칠 때까지 기달렸다. 언제가 그녀가 지칠 그날까지.......
그녀는 하루도 빠짐없이 편지를 했다. 내 편지 보관함에 다른 이들의 모든 편지를 합친 것보다 그녀의 편지가 많아졌다. 나또한 그녀의 편지에 꼬박꼬박 답장을 했다. 누가 보면 누가 편지 많이 쓰나 승부하는 거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편지를 했다. 내가 그녀에게 답장을 하는 건 최소한의 배려였다. 그것도 하지 않는다면 너무 나쁜 놈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의 회사생활은 그리 재미있지 않았다. 자동차정비회사의 특성상 현장에 망치 소리와 기계들의 소음, 그리고 남자들의 거친 호흡만이 있었다. 회사동료들도 모두 나보다는 나이가 많은 형들이나 아저씨들이라 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없었다. 다만 새로운 기술을 배운다는 재미는 있었다.
그런 각박한 환경 속에서 란과 매일아침의 만남이 나에게 힘이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가끔은 란과 아침에 만나 회사와 학교를 땡땡이 치고 영등포역에서 가장 빠른 열차를 타고 같이 여행을 가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저녁에 돌아오는 여행이지만 답답한 가슴에 신선한 공기를 넘어주는 새로운 경험 이였다. 그리고 그것은 가끔 내가 란에게 주는 선물 이였다.
란은 처음보다 많이 변했다. 첫 만남에서 느낀 어린소녀 같은 모습은 많이 희석되었고, 이젠 아름다운 숙녀가 되었다. 나에게 향상 구박을 당하며 이제는 화장도 제법 잘하고 차림새도 세련되었다. 나의 속셈은 그런 란의 모습을 보고 주위의 남자들이 접근해서 어서 란이 나에게 멀어지기 바라는 의미였다.
난 의식적으로 란의 대학생활에 대해 질문 같은 건 하지 않았다. 또한 란도 자신에 대학생활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란이 대학에서 어떤 남자를 만나는지 혹은 어떤 생활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7월이 되어 방학 시즌이 되었다. 모든 대학이 휴강을 했고 란의 대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도 란은 정거장에 나왔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란이 휴강을 했다는 소식을 다른 친구들에게 듣고 무언가 결정해야 했다. 그날 저녁 란에게 만났다.
파리공원에서 조금 기다리니 란이 왔다. 얼굴에 온통 화사한 미소를 머금고 처음 보는 미니커트를 입고 나에게 뛰어왔다. 란을 만나며 란이 치마를 그것도 미니스커트를 입은 모습을 보는 건 처음 이였다. 하이힐을 신어 165정도 키에 허리에 걸려 아슬아슬하게 엉덩이만 가리고 날씬하게 빠진 다리, 가슴이 파인 레이스다린 블라우스, 그 모습을 보고 처음으로 가운데에 힘이 솔리는 것을 느꼈다.
멀리서 뛰어온 란은 내 앞에서 멈추며 허리를 숙이고 숨을 고루고 있었다. 그녀의 블라우스가 숙어진 허리 때문에 가슴 쪽으로 몰리며 벌어졌다. 난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벌어진 블라우스 사이로 그녀의 가슴이 살짝 고개를 내민 모습에 몸이 뜨거워짐을 느껴기 때문이다.
“헉헉헉~~~ 너 전화 받고 너무 놀렸어. 그래서 이렇게 뛰어왔어”
“좀 진정하고 저쪽으로 가자”
내가 먼저 돌아서서 벤치로 가서 앉았다. 란도 조금 진정되었는지 내 옆에 벤치로 와서 조심스럽게 옆에 앉았다.
“놀라긴 머 놀래.”
“네가 먼저 만나자고 연락한 건 처음이라.......”
“그게 그렇게 놀래 뛰어올 일이야”
“한번도 그런 일 없었잖아.”
“그건 그렇고, 왜 일이야 생전 입지 않던 치마에 그것도 미니스커트라니”
“공연마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너 전화 받고 뛰어나와서 그래”
“공연?”
“응 서클 애들하고 아르바이트로 한강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공연하기로 했어”
“그 샹송 노래 말아”
“응 서클 선배가 잘 아는 레스토랑인데 공연도하고 용돈도 벌고, 방학이라고 향상 집에 있기도 답답해서”
란은 불어불문과다. 가끔 나에게도 불어로 얘기할 때가 있는데 난 내가 모르는 말은 모두 욕 같아서 내 앞에서는 못하게 했다. 란이 서클에 가입한 곳이 샹송으로 노래하는 서클이라고 말 한 적이 있었다.
“공연 때 향상 그렇게 입고 하니”
“향상 미니스커트 입는 건 아니고 치마와 블라우스는 기본이야. 내가 치마입어서 이상해”
“아니야. 예뻐... 단지 처음에는 좀 당황했어.”
“그런데 왜 일이야. 먼저 만나자고 연락을 하고 말이야”
“다른 일은 아니고 저..... 방학인데 이제 아침부터 학교 갈 일 없지. 그런데 내 때문에 매일 정거장에 나오는 게 부담스러워서.... 너도 힘들고 말이야”
치마를 입어서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있데 란이 고개를 들고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리고 내입에서 말이 끝날 때까지 말없이 지져보고 있었다. 큰 눈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만 맑게 빛나고 있었다. 내말이 끝나자 란은 손을 들어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넘기며 살며시 미소 지었다. 얼굴에 살짝 보조개가 들어가며 웃는데 갑자기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은 어떤 옷차림을 하느냐에 따라서 분위기가 틀려진다. 란의 가벼운 동작에 가슴에 불같은 것이 올라오고 목이 마르고 숨이 막히는 착각이 들었다.
“난 즐거워.... 아침에 널 보면 하루를 보낼 있는 힘이 생겨... 일요일 아침에 널 보지 않고 시작하면 무엇인가 중요한 걸 빠트린 느낌이라 하루 종일 찜찜해”
“나도 아침에 널보고 하루를 시작하면 상쾌해. 하지만....”
“그만! 내가 즐겁고 너도 즐거우면 된 거야. 다른 이유 같은 거 필요 없어”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침착하게 말하는데 평소와 다르게 편안하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평소와 다른 모습, 평소와 다른 느낌 때문에 해야 할 말들이 머릿속에서 맴돌 뿐, 말로 표현되지 못했다. 난 고개를 숙여 란의 눈을 피했다.
“널 힘들게 하며 그러는 거 싫어. 아무리 내가 좋고 네가 좋아도 네가 힘든 건 변하지 않아. 그리고 대학에서 처음 맞는 방학인데 너도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있을 거 아냐. 난 나 때문에 다른 일하지 못하는 널 볼 수 없어”
“그런 거. 없어. 나에게 가장 소중한 건 널 보는 거야. 다른 건 널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냐?”
“바보야.... 너 생활을 가지란 말이야.”
“수혼아. 날 봐봐!”
숙었던 고개를 들었다. 란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흔들림도 없이 깊게 깊게만 느껴졌다. 심하게 흔들리는 내 눈빛과는 다르게 그녀의 눈빛은 맑고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는 눈빛 이였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설득될 것 같지 않았다.
“난 너만 내 겉에 있으면 세상에 아무것도 필요 없어. 난 이렇게 널 생각하는 마음에 흔들림이 없는데 너는 왜 자꾸만 흔들려”
“난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 향상 너에게 받기만 해. 그래서 향상 미안하고. 난 언제까지 너에게 미안해야 하니”
“왜 없어. 내 겉에 있어주는 것 만해도 나에게 얼마나 힘이 되는데……. 얼마나 행복을 주는데”
이렇게 해봐야 먹힐 것 같지 않았다. 그녀의 의지만 더욱 확고하게 하는 것 같았다. 그녀를 떨치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그녀의 생각이 이렇게 확고하다면 방법이 없다. 지금도 그녀의 고집을 꺾을 방법이 없다. 다시금 깊은 고민에 빠진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녀에게 끌려가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녀를 설득 할 의지도 부족하고 설득한 방법도 생각나지 않았다.
“힘들면 어제든지 그만해. 나도 아침 정거장에 네가 없으면 바로 회사로 갈 거야”
“그런 일은 없어.”
단호했다. 그녀의 음성에는 신앙 같은 느낌이 들어있었다. 아 어찌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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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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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9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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