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부 - 사고는 사고를 부른다!
[여보세요? 최민혁 씨 핸드폰 맞습니까?]
[네, 그렇습니다만… 누구십니까?]
처음 듣는 음성에 민혁은 순간 긴장한다. 오후 작업 도중 현장의 인장 케이블이 떨어져 인부 두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는 비보를 접한 뒤라 전 직원이 전화기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저, 저는 강수현이라고 합니다.]
[강수현 씨라……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강수현… 기억날 듯 나지 않는, 가물가물한 이름이다.
[저, 늦게 연락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곧장 해외로 나가는 바람에…]
민혁은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여인의 말 속에서 떠듬떠듬 이어지는 용건을 종합해본다.
아나운서 강수현, 지난 서울 출장에서 교통사고를 낸 가해자라는 것과 아침 뉴스 외에 자신이 진행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의 특별 기획 건으로 중국에 갔다가 지금 돌아오는 길이라는 게 연락이 늦은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지금 입국해서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그날 곧바로 퇴원하셨다고…… 몸은 괜찮으세요?]
[아, 네! 썩 좋은 건 아니지만…… 그럭저럭 불편은 없습니다.]
민혁은 당시에 가해자가 있었는지조차 잊고 있었다.
경황이 없을 정도로 다급했던 상황이라 보험 처리에 대해 일러주던 병원 관계자의 말을 흘려들었고, 더구나 대구로 돌아와서도 출장 뒷마무리를 하느라 며칠 동안 병원 문턱을 밟지도 못했다.
자비로 한방 치료를 받으면서도 크게 불편을 느끼지 못해 가물가물한 병원 이름이나 가해자에 대해 신경을 끊고 있었다. 이십 여일 전의 사고를 수현의 전화가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는 셈이다.
[저어~ 너무 걱정 마시고, 괜찮다면 다음에 통화하죠! 바쁜 일이 있어서……]
조금 전부터 손전화기에서 뚜, 뚜 하는 발신음이 들려와 민혁은 괜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현장에 간 박 부장이나 병원에서 인부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송 대리의 전화일 수도 있다.
[아! 그러세요. 잠깐, 잠깐만요 최민혁 씨. 오늘 대구에서 몇 시쯤 퇴근하세요?]
그걸 알아서 뭐하냐고 물으려다 민혁은 대충 자신의 퇴근 시간을 일러주며 짤막하게 인사를 나눈 뒤, 통화 버튼을 누른다.
[최 대리! 나 송 대린데 다행히 둘 다 큰 부상은 아니래! 전치 3주 진단이야. 입원 수속 마치고 여기서 퇴근할게! 사무실에도 그렇게 알려.]
민혁은 한시름 놓는다. 하마터면 H 건설이 지정해 놓은 무재해 달성 목표가 연기처럼 사라지면서 고스란히 회사의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이제 남은 일은 입원한 인부들과 입을 맞춰 사건을 무마하고, 적정 수준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이리라.
‘사건 무마, 적정 수준의 보상금이라…… 제기랄!’
처리 수순이 떠오르자 민혁은 명치끝이 뻐근해진다.
부상당한 사람의 몸뚱어리를 돈으로 매수하는 일에 박 부장이 직접 나설 리 없다. 내일 쯤 자신을 불러 수고하라는 말과 함께 서류 뭉치를 건넬 것이다.
또 다시 시궁창을 뒹굴며, 분명한 월권행위를 부장 명의로 처리해야 한다. 중간 다리인 과장조차 건너뛰는 파격적인 신뢰가 결코 탐탁치 않는 순간이다.
어느 정도 이 바닥의 생리에 적응했다 싶은데, 버리지 못한 채 앙금처럼 가라앉아 있는 가슴 속 그 무엇이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곤 한다. 선비는 죽어도 곁불은 안 쬔다는데,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어 민혁은 자괴감마저 든다.
뉘엿뉘엿 지는 해를 따라 민혁은 퇴근을 서두른다. 곱게 자기 힘든 밤, 진탕 술이라도 퍼마셔야 견딜 것 같아 회사 근처 술집으로 향한다.
뒤를 밟는 선미에게 은지와 약속이 있다는 핑계를 대지만, 넋두리라도 늘어놓고 싶은 은지는 강원도에 있다. 남자로 치면 불알친구에 해당하는 경숙의 장례식에 참석하느라 은지는 난생 처음 월차 휴가를 냈다.
세상 시름 혼자 짊어진 듯 긴 한숨을 내쉬며, 잔을 들어 병에 부딪히면서 자작하는 맛도 때로는 적당한 푸념이 된다. 민혁은 불어터진 찌개가 자신의 위장 같다고 자위한다.
‘불어터진…… 자위…… 불어터진 자위라!’
민혁은 불어터진 찌개에서 입대 동기의 자위 이야기를 떠올린다.
[내가 있잖냐, 킁… 사회에서 한 딸딸이 쳤거덩! 딸딸이, 자위 알지? 일단 컵라면을 팅팅 불려! 무조건 불리는 거야. 그리곤 컵라면 밑바닥에 좆만한 구멍을 뚫어. 킁… 난 좀 크게 뚫지! 내께 크거덩. 뚫은 다음엔 좆나게 흔드는 거야, 상하, 좌우, 앞뒤 가리지 말고…… 씨발, 사실 그게 보지보다 더 쫀득거려! 거머리처럼 좆대가리에 팍팍 감기는데, 사람 환장한다니까… 불어터진 면발에 쫙 깔기는 기분, 너는 모를 거다. 지가 애인이라서 임신을 걱정해, 그렇다고 술집 년처럼 화대를 달래! 단돈 몇 백 원이면 그냥 보지를 후릴 수 있다는 거 아냐! 킁…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라! 난 그래도 양반이야. 내가 아는 어떤 새끼는 그 라면을 처먹는다니깐!]
쓴웃음을 지으며 세 병 째 뚜껑을 따는데, 손전화가 울린다.
[저기, 최민혁 씨! 강수현입니다.]
[강수현…… 아, 네! 이번엔 또 무슨 일이죠?]
민혁은 인부들의 사고가 강수현과 연관되기라도 한 듯 버럭 화를 내며 따져 묻는다.
[그게, 그러니까…… 지금 좀 뵐 수 있을까 해서요?]
[지금 만나자 이 말씀입니까? 아니 어떻게요?]
민혁은 장난 치냐고 묻고 싶은 것을 꾹 참는다.
[저, 지금 대구 공항에서 막 택시를 탔어요! 어디로 찾아가면 되죠?]
[여보세요! 지, 지금 어디라고요?]
민혁은 잘못 들었지 싶어 재차 확인한다.
‘서울에 있을 여자가 왜 대구에 있담!’
[대구, 대구 공항이에요.]
[………]
‘피해자가 괜찮다는데, 억지로 찾아오는 가해자의 심보는 또 뭐란 말인가?’
얼른 납득이 가지 않아 민혁은 망설이다 찾아오는 길을 설명한다.
[… 육교 지나자마자 4층 건물이 보일 텐데, 간판이 특이해 찾기는 쉬워요. 그곳 2층으로 오세요.]
술병이 바닥을 드러낼 즈음 문이 다시 전화가 울린다.
[무슨 옷을 있고 계세요?]
[곤색 바탕에…… 아니, 그럴 필요도 없이 구석 자리에서 혼자 술 마시는 사람 찾으면 되겠네요.]
분명 전화를 끊었는데, 전화기에서 들리던 목소리가 민혁의 귓가에 파고든다.
[안녕하세요, 최민혁 씨!]
민혁은 황급히 고개를 돌린다. 청바지에 점퍼를 걸친 단발머리의 여인이 고개를 까닥인다.
[아니, 어…… 어떻게]
[혹시나 해서 확인을…… 실례했다면 죄송합니다.]
[뭐, 죄송할 건 없고요… 우선 앉으세요!]
민혁은 마음을 다잡고 자리부터 권한다.
이렇게 무작정 찾아왔다면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그 무엇이 있으리라 짐작은 되지만, 그 무엇을 가늠할 수 없다.
[강수현 씨라고 하셨죠? 저를 찾아오신 용건이 ……?]
벌써 적지 않게 마신 술이 민혁을 채근한다. 서둘러 용건을 재촉하는 민혁과 달리 수현은 느긋하게 대꾸한다.
[…… 그보다, 저도 한 잔 주세요!]
[잔이 제 것 밖에 없네요! 아가씨, 여기 잔 하나만 갖다 주세요.]
[마시던 잔도 괜찮아요!]
결국 민혁은 새 잔이 오기 전에 수현에게 한 잔을 따른다. 거침없이 마신 뒤에도 수현은 잔을 놓지 않는다.
[한 잔 더 주실래요? 술자리에 지각한 사람이 같이 대작하려면 석 잔이 기본이라던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민혁은 수현의 당돌한 행동이 미심쩍기만 하다. 그러나 수현은 끝내 석 잔을 연달아 마시고서 민혁에게 잔을 건넨다.
[몸 속 알코올 농도가 어느 정도 비슷해야 정상적인 대화가 된다고 들었어요. 제 행동이 기분 나빴다면 이해를 바랍니다.]
[아, 네! 술자리가 다 그렇죠 뭐! 주도가 그렇다는 건 얼핏 들은 기억이 있네요. 그런데, 용건이……?]
민혁은 낮도깨비처럼 나타나 자신의 술자리를 침범한 수현이 성가시면서도 반갑다. 그저 청승맞은 술자리를 즐기며 만취하고 싶었는지, 넋두리를 풀어놓을 이야기 상대가 있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랬는지, 어느 한쪽을 단정 짓기 힘들다. 불콰하게 술기운이 올라 더욱 판단을 흐리게 한다.
[우선, 본의 아니게 사고를 낸 점 깊이 사과도 드릴 겸, 정말 괜찮으신지 직접 여쭤보고 싶었어요.]
[………]
민혁은 묵묵히 앉아 수현이 들려주는 사고 당시의 정황을 되짚어보며 술잔을 기울인다.
뇌진탕이나 골절 등의 대형사고는 아니지만 타박상이 깊다는 의사 소견을 들었다는 것, 방송 스케줄로 인해 보험사 직원에게 모든 것을 맡긴 채 곧장 해외로 출국했다는 것, 그 직원이 회사 공금 횡령으로 형사 입건돼 민혁과 관련된 업무 처리에 차질을 빚었다는 것, 그래서 출국 이후 지금까지 무심할 수밖에 없도록 비친 행위에 대해 수현은 고개 숙여 거듭 사죄의 뜻을 전한다.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죠! 강수현 씨라고 했나요? 전 괜찮으니까 이젠 두 다리 쭉 뻗고 주무셔도 돼요! 이렇게 대구까지 안 오셔도 됐는데, 아깐 무슨 큰일이라도 있나 싶어 제가 괜히 걱정했다니까요……]
민혁은 말을 하면서도 수현의 깜짝 등장으로 한 순간 명징했던 의식이 가물가물해짐을 느낀다. 큰 사고가 아니었으니 지나치게 마음 쓰지 마라는 의미를 담아 수현과 나눠 마신 술이 다시 세 병을 넘어선다.
술집을 나서면서 민혁은 조금 전 누가 계산했는지 기억이 분명치 않다. 옥신각신한 것도 같고, 지갑을 못 찾아 허둥댄 것도 같다.
[수현… 강수현 씨! 우리 꺼윽… 2차, 딸꾹…… 가요! 좋, 좋은 곳이, 꺼으윽… 있어요!]
계단을 내려가는 민혁의 발걸음이 위태위태하다. 수현이 재빨리 민혁을 부축한다.
[저, 괜찮다니까요! 딸꾹… 오늘 제가 이러면 안 되는데, 딸꾹… 기분이 더럽거든요! 사람이 다쳤는데, 딸꾹… 무재해가 아니어야 된다!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아니, 수… 수현 씨 때문이 아니라 딸꾹… 그냥 하루 종일 꿀꿀했거든요! 딸꾹… 그러니까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어디 가서 찐하게 한 잔 더……]
계단 턱에 걸려 쓰러질 뻔한 민혁의 허리춤을 수현이 힘껏 감싸 쥔다.
수현의 부축을 떼미는 민혁의 손길이 허공을 가로지른다. 민혁의 딸꾹질은 택시를 나고 나서도 계속된다.
[아저씨, ○○동. 딸꾹… 수현 씨! 죄송해요. 제가 추태를…… 딸꾹… 그래도 우리, 아쉽잖아요. 딱 한 잔만 더해요! 딸꾹…]
민혁이 잠이 든 뒤에도 딸꾹질이 계속된다. 택시가 멈추고, 수현의 부축을 받아 호텔 침대에 큰 대자로 뻗은 뒤에야 민혁의 딸꾹질이 잦아든다. 잠결에 어디선가 물줄기 흐리는 소리가 얼핏 들리는 것 같아 민혁이 벌떡 일어난다. 취침용 전등의 희미한 불빛을 더듬어 화장실로 향한다. 민혁은 반쯤 감긴 몽롱한 의속 속에서 변기통 뚜껑을 부여잡은 채 오줌발을 휘갈긴다.
왔던 길을 되짚어 가는 짧은 동선이지만, 민혁은 미처 보지 못한 테이블과 소파에 눈길이 닿는다. 잔뜩 웅크린 자세로 소파에 앉아 테이블에 엎드린 사람 형상도 보인다. 민혁은 눈을 슴벅거리며 소파를 주시한다.
‘어, 은지잖아! 강원도에서 언제 왔지? 하여간 귀산이라니깐! 꿀꿀한 건 또 어떻게 알아가지고…… 뭐야? 헤어스타일이 커트로 바뀌었네. 좋아, 좋아! 기분도 좆 같은데, 시원하게 잘 잘랐어!]
민혁은 소파에 잠든 은지를 부둥켜안아 침대에 뉜다. 은지가 화들짝 놀라며 동그랗게 눈을 뜬다.
[왜 이러세요?]
[은지야, 잘 왔어! 안 그래도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아악! 최민혁 씨. 이러면 안 돼요. 정신 차려요. 저는 강수현, 강수현이에요.]
[왜 그래, 은지야? 오빠라니깐!]
민혁은 자신의 손길을 막는 은지에게 윽박지른 뒤 거의 찢다시피 옷을 벗긴다. 긴 실랑이 끝에 티셔츠와 청바지가 바닥에 나뒹군다. 살색 브래지어를 밀어 올려 아담한 젖가슴을 움켜쥐고 한 입 가득 베어 문다. 민혁은 평소와 달리 자신을 밀어내는 은지의 저항에 가벼운 흥분을 느낀다.
[가만있어 봐, 은지야! 오빠가 오늘 너무 힘들어. 그러니까 가만있어!]
민혁은 가슴과 오른손으로 은지의 양 팔을 결박한다. 나머지 왼손을 뻗어 은지의 팬티를 끌어내린다. 엉덩이를 이리저리 흔들며 은지가 꿈틀한다. 민혁을 은지의 허벅지에 걸린 팬티를 발끝으로 밀쳐낸다.
[꺄악~ 최민혁 씨. 저 강수현이란 말이에요!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우리 이러지 말고, 이야기해요! 제발… 흑, 흑……]
민혁은 눈물까지 흘리는 은지의 앙탈을 못 본 체 뿌리친다. 다만 서둘러 자신의 옷을 벗고는 은지의 아랫도리를 강하게 점령한다. 눈동자가 풀린 욕정의 화신처럼 변해 은지를 학대하는 파시스트가 된다.
[하악! 으…윽… 시, 싫어! 그, 그마…안… 제발!]
[왜 그래, 은지야? 가만있으라니까!]
물기 없는 은지의 숲길은 뻑뻑하다. 그러나 민혁은 메마른 숲 속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며 몸부림치는 은지를 깔아뭉갤 듯 짓누른다. 그럴수록 은지가 온 몸으로 내던져 불도저를 가로막는다. 가슴팍을 밀어내던 손길은 목덜미를 할퀴고, 이내 뺨 언저리를 강타한다. 허리도 사방으로 뒤틀린다.
민혁은 다시 한번 은지의 사지를 결속한다. 만세를 부르듯 은지의 두 팔과 다리를 얽는다. 순간 저항이 수그러든다. 민혁은 때를 놓치지 않고 엉덩이를 크게 튕겨 압박을 가한다.
[쑤겅… 쑤겅… 퍽, 퍽! 찌꺽… 찌걱…]
[시, 싫어… 그, 그만…]
민혁은 저항이 약해진 은지의 두 팔을 목덜미에 두른다. 그러나 은지의 양 손은 힘없이 툭 떨어져 내리고, 민혁은 엉덩이 쪽으로 유도한다.
민혁은 단거리 선수처럼 펌프질의 속도를 높인다. 치골끼리 부딪치는 감각도 새삼 산뜻하다고 느낀다. 느슨하던 은지의 손이 민혁의 허리를 감싼다.
[허걱! 타닥… 퍼퍽… 퍼퍼벅, 퍽! 쑤걱… 쑤걱…]
[아흑, 아흑, 아 아 아 아앙~ 허윽… 아파, 아파…… 살 살!]
은지의 요청과 달리 민혁은 거세게 압박한다. 해머로 내려치는 듯한 둔탁한 마찰음이 이어진다.
[좋아, 은지야? 좋아?]
민혁은 은지와 섹스하던 버릇처럼 이것저것 물어본다.
[………]
뭍에 올라온 물고기처럼 은지는 그저 가쁜 호흡을 몰아쉴 뿐이다. 민혁의 허리를 부둥켜안은 두 손은 파닥거리는 아가미가 돼 부르르 떨린다.
민혁의 속도에 맞춰 은지의 보지가 자지를 물었다 놓았다, 빨아들였다 내뱉었다 춤을 춘다. 백년손님인 사위를 맞이하는 장모처럼 은지의 보지에서 애액이 흥건하게 흘러나와 민혁의 자지를 반긴다.
[은지야, 좋아?]
[좋아, 좋아요! 조금만 부드럽게… 아니, 조금만 더 세게 … 아흥, 아흥! 아, 아 아 아…]
어딘가 모르게 낯선 신음소리… 그러나 민혁은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은지의 반응이 생소하다는 게 자신의 울컥한 심정을 단숨에 꿰뚫는다고 생각한다.
[아, 은지야! 쌀 거 같아……]
자지 끝으로 피가 몰리고 정액이 분출할 채비를 마친다. 도끼를 내려찍듯 힘차게 꽂히는 민혁의 허리 반동에 몸을 맡긴 채 은지가 말없이 끄덕인다.
[여보세요? 최민혁 씨 핸드폰 맞습니까?]
[네, 그렇습니다만… 누구십니까?]
처음 듣는 음성에 민혁은 순간 긴장한다. 오후 작업 도중 현장의 인장 케이블이 떨어져 인부 두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는 비보를 접한 뒤라 전 직원이 전화기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저, 저는 강수현이라고 합니다.]
[강수현 씨라……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강수현… 기억날 듯 나지 않는, 가물가물한 이름이다.
[저, 늦게 연락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곧장 해외로 나가는 바람에…]
민혁은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여인의 말 속에서 떠듬떠듬 이어지는 용건을 종합해본다.
아나운서 강수현, 지난 서울 출장에서 교통사고를 낸 가해자라는 것과 아침 뉴스 외에 자신이 진행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의 특별 기획 건으로 중국에 갔다가 지금 돌아오는 길이라는 게 연락이 늦은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지금 입국해서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그날 곧바로 퇴원하셨다고…… 몸은 괜찮으세요?]
[아, 네! 썩 좋은 건 아니지만…… 그럭저럭 불편은 없습니다.]
민혁은 당시에 가해자가 있었는지조차 잊고 있었다.
경황이 없을 정도로 다급했던 상황이라 보험 처리에 대해 일러주던 병원 관계자의 말을 흘려들었고, 더구나 대구로 돌아와서도 출장 뒷마무리를 하느라 며칠 동안 병원 문턱을 밟지도 못했다.
자비로 한방 치료를 받으면서도 크게 불편을 느끼지 못해 가물가물한 병원 이름이나 가해자에 대해 신경을 끊고 있었다. 이십 여일 전의 사고를 수현의 전화가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는 셈이다.
[저어~ 너무 걱정 마시고, 괜찮다면 다음에 통화하죠! 바쁜 일이 있어서……]
조금 전부터 손전화기에서 뚜, 뚜 하는 발신음이 들려와 민혁은 괜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현장에 간 박 부장이나 병원에서 인부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송 대리의 전화일 수도 있다.
[아! 그러세요. 잠깐, 잠깐만요 최민혁 씨. 오늘 대구에서 몇 시쯤 퇴근하세요?]
그걸 알아서 뭐하냐고 물으려다 민혁은 대충 자신의 퇴근 시간을 일러주며 짤막하게 인사를 나눈 뒤, 통화 버튼을 누른다.
[최 대리! 나 송 대린데 다행히 둘 다 큰 부상은 아니래! 전치 3주 진단이야. 입원 수속 마치고 여기서 퇴근할게! 사무실에도 그렇게 알려.]
민혁은 한시름 놓는다. 하마터면 H 건설이 지정해 놓은 무재해 달성 목표가 연기처럼 사라지면서 고스란히 회사의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이제 남은 일은 입원한 인부들과 입을 맞춰 사건을 무마하고, 적정 수준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이리라.
‘사건 무마, 적정 수준의 보상금이라…… 제기랄!’
처리 수순이 떠오르자 민혁은 명치끝이 뻐근해진다.
부상당한 사람의 몸뚱어리를 돈으로 매수하는 일에 박 부장이 직접 나설 리 없다. 내일 쯤 자신을 불러 수고하라는 말과 함께 서류 뭉치를 건넬 것이다.
또 다시 시궁창을 뒹굴며, 분명한 월권행위를 부장 명의로 처리해야 한다. 중간 다리인 과장조차 건너뛰는 파격적인 신뢰가 결코 탐탁치 않는 순간이다.
어느 정도 이 바닥의 생리에 적응했다 싶은데, 버리지 못한 채 앙금처럼 가라앉아 있는 가슴 속 그 무엇이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곤 한다. 선비는 죽어도 곁불은 안 쬔다는데,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어 민혁은 자괴감마저 든다.
뉘엿뉘엿 지는 해를 따라 민혁은 퇴근을 서두른다. 곱게 자기 힘든 밤, 진탕 술이라도 퍼마셔야 견딜 것 같아 회사 근처 술집으로 향한다.
뒤를 밟는 선미에게 은지와 약속이 있다는 핑계를 대지만, 넋두리라도 늘어놓고 싶은 은지는 강원도에 있다. 남자로 치면 불알친구에 해당하는 경숙의 장례식에 참석하느라 은지는 난생 처음 월차 휴가를 냈다.
세상 시름 혼자 짊어진 듯 긴 한숨을 내쉬며, 잔을 들어 병에 부딪히면서 자작하는 맛도 때로는 적당한 푸념이 된다. 민혁은 불어터진 찌개가 자신의 위장 같다고 자위한다.
‘불어터진…… 자위…… 불어터진 자위라!’
민혁은 불어터진 찌개에서 입대 동기의 자위 이야기를 떠올린다.
[내가 있잖냐, 킁… 사회에서 한 딸딸이 쳤거덩! 딸딸이, 자위 알지? 일단 컵라면을 팅팅 불려! 무조건 불리는 거야. 그리곤 컵라면 밑바닥에 좆만한 구멍을 뚫어. 킁… 난 좀 크게 뚫지! 내께 크거덩. 뚫은 다음엔 좆나게 흔드는 거야, 상하, 좌우, 앞뒤 가리지 말고…… 씨발, 사실 그게 보지보다 더 쫀득거려! 거머리처럼 좆대가리에 팍팍 감기는데, 사람 환장한다니까… 불어터진 면발에 쫙 깔기는 기분, 너는 모를 거다. 지가 애인이라서 임신을 걱정해, 그렇다고 술집 년처럼 화대를 달래! 단돈 몇 백 원이면 그냥 보지를 후릴 수 있다는 거 아냐! 킁…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라! 난 그래도 양반이야. 내가 아는 어떤 새끼는 그 라면을 처먹는다니깐!]
쓴웃음을 지으며 세 병 째 뚜껑을 따는데, 손전화가 울린다.
[저기, 최민혁 씨! 강수현입니다.]
[강수현…… 아, 네! 이번엔 또 무슨 일이죠?]
민혁은 인부들의 사고가 강수현과 연관되기라도 한 듯 버럭 화를 내며 따져 묻는다.
[그게, 그러니까…… 지금 좀 뵐 수 있을까 해서요?]
[지금 만나자 이 말씀입니까? 아니 어떻게요?]
민혁은 장난 치냐고 묻고 싶은 것을 꾹 참는다.
[저, 지금 대구 공항에서 막 택시를 탔어요! 어디로 찾아가면 되죠?]
[여보세요! 지, 지금 어디라고요?]
민혁은 잘못 들었지 싶어 재차 확인한다.
‘서울에 있을 여자가 왜 대구에 있담!’
[대구, 대구 공항이에요.]
[………]
‘피해자가 괜찮다는데, 억지로 찾아오는 가해자의 심보는 또 뭐란 말인가?’
얼른 납득이 가지 않아 민혁은 망설이다 찾아오는 길을 설명한다.
[… 육교 지나자마자 4층 건물이 보일 텐데, 간판이 특이해 찾기는 쉬워요. 그곳 2층으로 오세요.]
술병이 바닥을 드러낼 즈음 문이 다시 전화가 울린다.
[무슨 옷을 있고 계세요?]
[곤색 바탕에…… 아니, 그럴 필요도 없이 구석 자리에서 혼자 술 마시는 사람 찾으면 되겠네요.]
분명 전화를 끊었는데, 전화기에서 들리던 목소리가 민혁의 귓가에 파고든다.
[안녕하세요, 최민혁 씨!]
민혁은 황급히 고개를 돌린다. 청바지에 점퍼를 걸친 단발머리의 여인이 고개를 까닥인다.
[아니, 어…… 어떻게]
[혹시나 해서 확인을…… 실례했다면 죄송합니다.]
[뭐, 죄송할 건 없고요… 우선 앉으세요!]
민혁은 마음을 다잡고 자리부터 권한다.
이렇게 무작정 찾아왔다면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그 무엇이 있으리라 짐작은 되지만, 그 무엇을 가늠할 수 없다.
[강수현 씨라고 하셨죠? 저를 찾아오신 용건이 ……?]
벌써 적지 않게 마신 술이 민혁을 채근한다. 서둘러 용건을 재촉하는 민혁과 달리 수현은 느긋하게 대꾸한다.
[…… 그보다, 저도 한 잔 주세요!]
[잔이 제 것 밖에 없네요! 아가씨, 여기 잔 하나만 갖다 주세요.]
[마시던 잔도 괜찮아요!]
결국 민혁은 새 잔이 오기 전에 수현에게 한 잔을 따른다. 거침없이 마신 뒤에도 수현은 잔을 놓지 않는다.
[한 잔 더 주실래요? 술자리에 지각한 사람이 같이 대작하려면 석 잔이 기본이라던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민혁은 수현의 당돌한 행동이 미심쩍기만 하다. 그러나 수현은 끝내 석 잔을 연달아 마시고서 민혁에게 잔을 건넨다.
[몸 속 알코올 농도가 어느 정도 비슷해야 정상적인 대화가 된다고 들었어요. 제 행동이 기분 나빴다면 이해를 바랍니다.]
[아, 네! 술자리가 다 그렇죠 뭐! 주도가 그렇다는 건 얼핏 들은 기억이 있네요. 그런데, 용건이……?]
민혁은 낮도깨비처럼 나타나 자신의 술자리를 침범한 수현이 성가시면서도 반갑다. 그저 청승맞은 술자리를 즐기며 만취하고 싶었는지, 넋두리를 풀어놓을 이야기 상대가 있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랬는지, 어느 한쪽을 단정 짓기 힘들다. 불콰하게 술기운이 올라 더욱 판단을 흐리게 한다.
[우선, 본의 아니게 사고를 낸 점 깊이 사과도 드릴 겸, 정말 괜찮으신지 직접 여쭤보고 싶었어요.]
[………]
민혁은 묵묵히 앉아 수현이 들려주는 사고 당시의 정황을 되짚어보며 술잔을 기울인다.
뇌진탕이나 골절 등의 대형사고는 아니지만 타박상이 깊다는 의사 소견을 들었다는 것, 방송 스케줄로 인해 보험사 직원에게 모든 것을 맡긴 채 곧장 해외로 출국했다는 것, 그 직원이 회사 공금 횡령으로 형사 입건돼 민혁과 관련된 업무 처리에 차질을 빚었다는 것, 그래서 출국 이후 지금까지 무심할 수밖에 없도록 비친 행위에 대해 수현은 고개 숙여 거듭 사죄의 뜻을 전한다.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죠! 강수현 씨라고 했나요? 전 괜찮으니까 이젠 두 다리 쭉 뻗고 주무셔도 돼요! 이렇게 대구까지 안 오셔도 됐는데, 아깐 무슨 큰일이라도 있나 싶어 제가 괜히 걱정했다니까요……]
민혁은 말을 하면서도 수현의 깜짝 등장으로 한 순간 명징했던 의식이 가물가물해짐을 느낀다. 큰 사고가 아니었으니 지나치게 마음 쓰지 마라는 의미를 담아 수현과 나눠 마신 술이 다시 세 병을 넘어선다.
술집을 나서면서 민혁은 조금 전 누가 계산했는지 기억이 분명치 않다. 옥신각신한 것도 같고, 지갑을 못 찾아 허둥댄 것도 같다.
[수현… 강수현 씨! 우리 꺼윽… 2차, 딸꾹…… 가요! 좋, 좋은 곳이, 꺼으윽… 있어요!]
계단을 내려가는 민혁의 발걸음이 위태위태하다. 수현이 재빨리 민혁을 부축한다.
[저, 괜찮다니까요! 딸꾹… 오늘 제가 이러면 안 되는데, 딸꾹… 기분이 더럽거든요! 사람이 다쳤는데, 딸꾹… 무재해가 아니어야 된다!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아니, 수… 수현 씨 때문이 아니라 딸꾹… 그냥 하루 종일 꿀꿀했거든요! 딸꾹… 그러니까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어디 가서 찐하게 한 잔 더……]
계단 턱에 걸려 쓰러질 뻔한 민혁의 허리춤을 수현이 힘껏 감싸 쥔다.
수현의 부축을 떼미는 민혁의 손길이 허공을 가로지른다. 민혁의 딸꾹질은 택시를 나고 나서도 계속된다.
[아저씨, ○○동. 딸꾹… 수현 씨! 죄송해요. 제가 추태를…… 딸꾹… 그래도 우리, 아쉽잖아요. 딱 한 잔만 더해요! 딸꾹…]
민혁이 잠이 든 뒤에도 딸꾹질이 계속된다. 택시가 멈추고, 수현의 부축을 받아 호텔 침대에 큰 대자로 뻗은 뒤에야 민혁의 딸꾹질이 잦아든다. 잠결에 어디선가 물줄기 흐리는 소리가 얼핏 들리는 것 같아 민혁이 벌떡 일어난다. 취침용 전등의 희미한 불빛을 더듬어 화장실로 향한다. 민혁은 반쯤 감긴 몽롱한 의속 속에서 변기통 뚜껑을 부여잡은 채 오줌발을 휘갈긴다.
왔던 길을 되짚어 가는 짧은 동선이지만, 민혁은 미처 보지 못한 테이블과 소파에 눈길이 닿는다. 잔뜩 웅크린 자세로 소파에 앉아 테이블에 엎드린 사람 형상도 보인다. 민혁은 눈을 슴벅거리며 소파를 주시한다.
‘어, 은지잖아! 강원도에서 언제 왔지? 하여간 귀산이라니깐! 꿀꿀한 건 또 어떻게 알아가지고…… 뭐야? 헤어스타일이 커트로 바뀌었네. 좋아, 좋아! 기분도 좆 같은데, 시원하게 잘 잘랐어!]
민혁은 소파에 잠든 은지를 부둥켜안아 침대에 뉜다. 은지가 화들짝 놀라며 동그랗게 눈을 뜬다.
[왜 이러세요?]
[은지야, 잘 왔어! 안 그래도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아악! 최민혁 씨. 이러면 안 돼요. 정신 차려요. 저는 강수현, 강수현이에요.]
[왜 그래, 은지야? 오빠라니깐!]
민혁은 자신의 손길을 막는 은지에게 윽박지른 뒤 거의 찢다시피 옷을 벗긴다. 긴 실랑이 끝에 티셔츠와 청바지가 바닥에 나뒹군다. 살색 브래지어를 밀어 올려 아담한 젖가슴을 움켜쥐고 한 입 가득 베어 문다. 민혁은 평소와 달리 자신을 밀어내는 은지의 저항에 가벼운 흥분을 느낀다.
[가만있어 봐, 은지야! 오빠가 오늘 너무 힘들어. 그러니까 가만있어!]
민혁은 가슴과 오른손으로 은지의 양 팔을 결박한다. 나머지 왼손을 뻗어 은지의 팬티를 끌어내린다. 엉덩이를 이리저리 흔들며 은지가 꿈틀한다. 민혁을 은지의 허벅지에 걸린 팬티를 발끝으로 밀쳐낸다.
[꺄악~ 최민혁 씨. 저 강수현이란 말이에요!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우리 이러지 말고, 이야기해요! 제발… 흑, 흑……]
민혁은 눈물까지 흘리는 은지의 앙탈을 못 본 체 뿌리친다. 다만 서둘러 자신의 옷을 벗고는 은지의 아랫도리를 강하게 점령한다. 눈동자가 풀린 욕정의 화신처럼 변해 은지를 학대하는 파시스트가 된다.
[하악! 으…윽… 시, 싫어! 그, 그마…안… 제발!]
[왜 그래, 은지야? 가만있으라니까!]
물기 없는 은지의 숲길은 뻑뻑하다. 그러나 민혁은 메마른 숲 속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며 몸부림치는 은지를 깔아뭉갤 듯 짓누른다. 그럴수록 은지가 온 몸으로 내던져 불도저를 가로막는다. 가슴팍을 밀어내던 손길은 목덜미를 할퀴고, 이내 뺨 언저리를 강타한다. 허리도 사방으로 뒤틀린다.
민혁은 다시 한번 은지의 사지를 결속한다. 만세를 부르듯 은지의 두 팔과 다리를 얽는다. 순간 저항이 수그러든다. 민혁은 때를 놓치지 않고 엉덩이를 크게 튕겨 압박을 가한다.
[쑤겅… 쑤겅… 퍽, 퍽! 찌꺽… 찌걱…]
[시, 싫어… 그, 그만…]
민혁은 저항이 약해진 은지의 두 팔을 목덜미에 두른다. 그러나 은지의 양 손은 힘없이 툭 떨어져 내리고, 민혁은 엉덩이 쪽으로 유도한다.
민혁은 단거리 선수처럼 펌프질의 속도를 높인다. 치골끼리 부딪치는 감각도 새삼 산뜻하다고 느낀다. 느슨하던 은지의 손이 민혁의 허리를 감싼다.
[허걱! 타닥… 퍼퍽… 퍼퍼벅, 퍽! 쑤걱… 쑤걱…]
[아흑, 아흑, 아 아 아 아앙~ 허윽… 아파, 아파…… 살 살!]
은지의 요청과 달리 민혁은 거세게 압박한다. 해머로 내려치는 듯한 둔탁한 마찰음이 이어진다.
[좋아, 은지야? 좋아?]
민혁은 은지와 섹스하던 버릇처럼 이것저것 물어본다.
[………]
뭍에 올라온 물고기처럼 은지는 그저 가쁜 호흡을 몰아쉴 뿐이다. 민혁의 허리를 부둥켜안은 두 손은 파닥거리는 아가미가 돼 부르르 떨린다.
민혁의 속도에 맞춰 은지의 보지가 자지를 물었다 놓았다, 빨아들였다 내뱉었다 춤을 춘다. 백년손님인 사위를 맞이하는 장모처럼 은지의 보지에서 애액이 흥건하게 흘러나와 민혁의 자지를 반긴다.
[은지야, 좋아?]
[좋아, 좋아요! 조금만 부드럽게… 아니, 조금만 더 세게 … 아흥, 아흥! 아, 아 아 아…]
어딘가 모르게 낯선 신음소리… 그러나 민혁은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은지의 반응이 생소하다는 게 자신의 울컥한 심정을 단숨에 꿰뚫는다고 생각한다.
[아, 은지야! 쌀 거 같아……]
자지 끝으로 피가 몰리고 정액이 분출할 채비를 마친다. 도끼를 내려찍듯 힘차게 꽂히는 민혁의 허리 반동에 몸을 맡긴 채 은지가 말없이 끄덕인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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