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일이 바빠 들어오지 못했읍니다.
조회수도 추천수도 별로 없고 힘이 좀 빠지네요..
3편에서의 추천수 3은 처음이거든요.
역시 독자분들의 눈은 예리하다고 다시 한번 절실히 느낍니다.
심기일전해서 독한 마음을 먹고 계속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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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니 시간이 열시 반이 넘어 있다.
아이들은 자는지 보이지 않고 남편은 거실의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다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자신을 힐끗 쳐다보고는 아무 말도 않은 채 다시 TV를 바라본다.
나 역시 남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 입는다.
아직도 정신이 몽롱한 게 술이 많이 취하는 것 같다.
술이 좋기는 좋은 모양이다.
온 몸에 활력이 솟는 것 같고 세상이 돈짝만 하게 보이는 게 안될 일이 없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옷을 갈아 입고 욕실로 들어가서 씻고 나오니, 남편이 핀잔을 주듯 한마디한다.
“술 마셨어?”
갑자기 속에서 뭔가 왈칵 치솟아 오르는 것 같다.
난 술 마시면 안 되는가?
당신은 이십년 동안 이틀이 멀다 하고 술 마시고 다니더니…
남편에게 따지듯이 말한다.
“난 술 마시면 안돼요?”
“자알하고 다닌다.”
남편이 기가 차다는 듯이 그렇게 한마디 뱉고는 안방으로 들어간다.
생각외로 남편이 자리를 피한다.
여편네가 돈 벌러 다닌답시고 밤늦게 싸돌아 다니며 술이나 퍼 마시고 다닌다고
한바탕 난리가 나야 정상일 텐데..
제발 그렇게만 하라고 벼르고 있었는데.. 그 동안 가슴에 쌓인 것을 다 뱉어내고 싶었는데
자신을 피하니 갑자기 김이 빠지는 것 같다.
예전에는 그렇게 술을 마시고 다녀도 마누라 앞에서는 당당하던 사람이 어느 날 바뀌어져
버린 자신의 처지 때문에 저렇게 꼬리를 내리나?
안방으로 들어오니, 남편은 이불을 깔고 벽쪽으로 돌아 누워 있다.
장을 열고 이불을 꺼내 남편 옆에 조금 거리를 두고 자리를 깔고 잠자리에 든다.

요즈음 남편과는 그 일을 하지 않는다.
남편은 사업이 망하고 난 뒤로 자신의 몸을 찾지 않는다.
물론 자신도 남편과 하고 싶은 마음도 별로 없지만..
며칠 전인가.. 밤에 잠을 자다가 이불이 흔들거리는 느낌에 눈을 뜬 적이 있는데
남편이 자신과 등을 돌리고 누운 채 팔을 아래로 내려 가운데에 집어 넣고 막 흔들면서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한순간 뭘 하고 있나 잠시 생각하다가 그게 자위행위인 걸 깨닫는데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는 게 어이가 없었다.
마누라를 옆에 두고 왜 저 짓을 할까?
가분 같아서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었지만, 돌아 누워 그 짓을 하고 있는
남편의 등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처량한 느낌이 드는 게 그럴 수가 없었다.
다시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하고 있었는데, 잠은 오지 않고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도대체 누구를 상상하면서 저 짓을 할까?
그게 하고 싶으면 마누라하고 하자고 하지..
저렇게 손 세탁을 하는 심리상태는 어떤 것일까?

다음 날 아침도 어김없이 아침 여섯시에 잠이 깬다.
속이 쓰리고 입이 바짝 마르는 게 죽을 지경이다.
먼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벌컥벌컥 들이킨다.
세상에 이 물맛보다 더 좋은 건 없을 것 같다.
남편이 술 마시고 오면 해장국 만든다고 사놓은 명태를 두드려서 자신을 위한 해장국을
만든다.
나도 이젠 나 자신을 위해 챙겨야 할 것 같다.
밥을 하고 명태국을 끓이고 아침 식사 준비를 하고 나니, 아침 일곱시가 다 되어간다.
오늘은 남편이 주간 근무라서 남편을 깨운다.
남편이 욕실에 가서 씻고 나와서 식탁에 앉더니 명태국을 보고는 앞에 앉아 있는
나의 얼굴을 뚫어지라 바라본다.
내가 왜 쳐다보느냐는 듯 한마디 한다.
“왜요?”
“별일 아니야..”
남편이 속이 타는지 고개를 숙이고 명태국에 밥을 말아 후루룩거리더니 금새 일어난다.
자신이 술을 마셔 해장하라고 끓여 놓은 명태국도 아니고, 마누라가 술을 마셔 해장한다고
끓여 놓은 명태국이라 이상한가?
앞으로는 예전과는 다르게 살 것이니 놀랄 일이 많을 것이다.
남편이 출근준비를 하는 동안 나도 출근을 해야 하니 화장대 앞에 앉아 정성 들여
화장을 한다.
남편이 말도 없이 문을 열고 나가고 나도 출근을 한다.

그렇게 회사 생활을 하면서 어느 새 오개월이 흘러 계절이 봄이 한참인 사월 달이다.
이젠 회사 일도 몸에 익어 나름대로 요령도 생기고 전처럼 그렇게 정신없이 허둥대지는
않는다.
남편도 회사 다니면서 벌고 자신도 버니까 이젠 집안 살림도 여유가 조금 생기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받는 월급 중 일부를 따로 자신을 위해 저축을 한다.
이 돈만큼은 오직 나만을 위해서 쓸 것이다.

오후 시간쯤에 옥자에게서 전화가 온다.
“나야.. 지금 바빠?”
“아.. 옥자구나. 지금은 조금 한가한 시간이야. 웬일로 전화를 했어?”
지금 시간아 오후 세신데 사장은 약속이 있어 나가고 조금 한가한 시간이다.
“저녁에 시간 어때?”
“시간은 괜찮은데 무슨 일로?”
“같이 식사나 하자.”
“그러지 뭐..”
요즘은 보름에 한번 정도는 옥자를 만나서 저녁식사를 같이 한다.
세상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기분이 내키면 생맥주 집으로 가서 맥주를 한잔하고,
한번씩은 같이 나이트 클럽에도 가서 스트레스를 푼다.

퇴근하면서 옥자를 만나기로 한 식당으로 간다.
아구 찜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인데 옥자와 주로 만나는 아지트다.
주인 여자도 같은 나이 또래라 안면을 터고 친구처럼 지낸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옥자가 먼저 와서 주인여자랑 수다를 떨고 있다가 자신을 반갑게
맞는다.
“어서 와. 요즘 얼굴이 활짝 폈네? 회사 생활이 재미가 있는 모양이지?”
“뭐.. 회사생활이란 게 다 그렇지. 배 고픈데 빨리 밥이나 먹자.
미옥아. 여기 아구 찜 갖다 줘.”
주인여자 이름이 미옥이다.
“소주도 한 병 갖다 줘?”
“당연하지..”
옆에서 옥자가 골리 듯 한마디 한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이젠 완전히 술꾼 다 됐네?”
“소주 한 병 가지고 뭘 그래?”
“처음에는 소주 한잔에도 인상을 찌푸리더니 이젠 많이 늘었네?”
“술도 마시다 보니 점점 느는 것 같애..”

미옥이가 아구 찜과 소주 한 병을 가져와서 옆 자리에 같이 앉는다.
“장사는 안 해?”
“손님도 별로 없는데 여기서 같이 술이나 마시지. 오늘 음식 값은 절반만 내.”
옥자가 세 사람의 잔에 술을 따르면서 말한다.
“좀 전에 현숙이 너 오기 전에 미옥이가 그러던데 사교춤을 배우고 싶대.
현숙이 넌 어때?”
내가 미옥이를 바라보며 말한다.
“사교춤 배우고 싶어?”
미옥이가 변명처럼 말한다.
”동창 모임에 가거나 계모임에 가보면 나만 빼고 춤을 못 추는 사람이 없어.
춤을 추면 운동도 될 것 같고.. 보기에도 괜찮더라.
예. 현숙아 우리 같이 춤 배우러 다니자.
옥자가 전에 춤 배우러 다닌 데에 소개해 준다고 하던데, 둘이 같이 등록하면
교습비도 싸게 된대..”
옥자가 끼어 든다.
“나도 다시 등록해야 할 것 같아.”
미옥이가 궁금하다는 듯 물어 본다.
“왜? 넌 지난 번에 춤을 배웠잖아?”
“아직 춤이 좀 미숙한 것 같고 너희가 등록한다면 다시 제대로 배워 보려고..
현숙이 너 어떻게 할래?”
“글쎄.. 나도 배우고는 싶은데.. 등록비가 얼만데?”
미옥이가 대답한다.
“아까 옥자가 그러던데 춤 다 배울 때까지 교습비가 십이만원인데 십만원까지
가능하데..”
십만원이면 지금 따로 저축해 놓은 돈이 이십만원이 있으니까, 문제는 없다.
어차피 그 돈은 나를 위해서 쓰려고 저축한 돈이니까 잘된 것인지 모른다.
“그럼.. 그렇게 해볼까?”
미옥이가 박수를 치며 좋아한다.
“야! 잘됐다. 기분이다. 오늘 아구 찜과 소주 한 병은 내가 낼게.”
옥자가 핀잔을 준다.
“그렇게 좋아? 꼭 바람난 암캐처럼..”
“바람이 나던 아니던 춤은 꼭 배우고 싶었어.”
셋이서 아구 찜 한 접시와 소주 두병을 비우고 공기 밥 두 그릇을 아구 찜 양념과
버무려서 같이 먹고 미옥이의 배웅을 받으면서 식당을 나온다.

그리고, 삼일 후 다시 옥자한테서 전화가 온다.
“오늘 미옥이와 교습소에 등록하러 가기로 했는데 별일 없으면 같이 가자.”
“그럴까?”
“그럼 회사 일 마치거든 미옥이 식당으로 와.”
“알았어. 그럼 나중에 보자.”
오후 시간에 잠시 회사를 나와 은행으로 가서 저축해 놓은 돈 중에서 십만원을 찾는다.
그리고, 퇴근하고 미옥이가 하는 식당으로 간다.
옥자가 먼저 와 있었고 미옥이도 외출복으로 입고 기다리고 있다가 빨리 가자고 성화다.
미옥이가 식당을 일하는 아줌마한테 잠시 보라고 해놓고 셋이서 택시를 타고 댄스 교습소로
간다.

이층에 있는 댄스 교습소로 들어가니 아직 시간이 여섯시 반 밖에 안됐는데 교습소 안은
춤 선생인지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남자가 전축을 틀어 놓고 예닐곱 명 정도 되는
아줌마들에게 춤을 가르치고 있다가 잠시 쉬라고 해놓고 우리에게 다가와서 옥자에게
아는 채를 하면서 댄스를 배울 거냐고 묻는다.
각자 십만원을 꺼내서 그 남자에게 주고 등록증을 받는다.
옥자도 교습비을 내놓자 옥자에게는 받은 십만원에서 오만원을 돌려 주면서 말한다.
“지난 번에 춤 배울 때 시간을 더 투자해서 완전히 배워야 되는데 너무 일찍 그만 뒀어요.
이번에는 확실히 배워 봐요.”
춤 선생이 잠시 나를 유심히 바라 본다.
“아주머니는 몸이 참 좋네요. 몸매도 적당히 날씬한데다 서 있는 자세도 괜찮아 보이고
키도 여자치고는 작은 편이 아니고 춤을 잘만 배우면 아주 괜찮겠어요.”
지금 내 키가 165CM에다가 체중은 54KG다. 여자로써는 키가 조금 큰 편이지만
몸매는 날씬하다.
그리고, 운동신경이 발달되어 있는 편이다.
촘 선생이 우리를 보고 말한다.
“그럼 등록을 했으니까 춤은 내일부터 배우기로 하고, 오늘은 오신 김에 사교춤의 종류와
춤을 출 때의 매너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춤 선생이 다른 교습생들에게 조금 전까지 배운 것을 복습하라고 해놓고 우리에게
약 한시간 동안 사교춤의 종류와 그 춤들에 대한 유래를 말해주고 춤을 출 때의 기본
매너에 대해서 설명을 해준다.
별로 보잘 것 없는 규모로 댄스 교습소를 하지만,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춤 선생은
사교춤에 대해서 아주 자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자신이 옛날에 잘 나갈 때에는 댄스 경연대회에 나가서 입상도 많이 했었다고..
나이가 드니까 이렇게 댄스 교습소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자질이 있는 사람만
있다면 후진양성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 날 이후, 매일 회사 마치고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 교습소에 들러서 댄스를 배우고
집으로 돌아간다.
댄스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은 미쳐 몰랐다.
댄스를 배우고 있는 동안은 다른 일은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고 오로지 거기에만 집중이
되는 게 신기할 정도다.
춤이 나하고 그렇게 잘 맞았나 싶을 정도다.
댄스를 습득하는 정도도 미옥이나 옥자보다 훨씬 진도가 빨리 나간다.
춤 선생도 자신를 가르치는 게 신이 나는지 다른 사람들 보다는 자신에게 더욱 열성적으로
가르치려고 하고..
그렇게 두 달 정도를 배우니 웬만한 사교댄스는 습득을 다 한다.
블루스, 지루박, 차차차, 탱고 등등..

예전보다 집에 조금 늦게 들어 오는 마누라를 보고는 남편이 좀 의아하게 생각하는 듯
했지만 별 말은 하지 않는다.
요즈음 남편과는 크게 다투지도 않고 그렇다고 서로 필요한 말 이외에는 잘 하지도
않는다.
남들이 보면 권태기에 접어든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처음부터
다정하게 산 적이 별로 없으니 계속 권태기였던가?

그리고, 하루는 드디어 카바레로 실습을 나간다.
전날 춤 선생이 이야기한대로 정장을 입고 구두를 신고 왔다.
댄스는 시작과 끝이 매너라고..
춤 선생과 자신과 미옥이, 옥자 그리고, 춤을 배우는 다른 여자들과 남자들..
그렇게 열명 정도가 저녁 여덟시쯤에 부근에 있는 카바레로 간다.
아무리 댄스 교습소에서 춤을 배웠지만, 막상 카바레에 들어서서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괜히 기가 죽고 자신감이 없어지는 것 같다.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지 주눅이 들어 있는 모습니다.
옥자는 전부터 경험이 있으니 별로 그런 내색은 없는 것 같고..
우선 같이 춤을 배운 파트너와 같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춤 선생이 나에게 다가 오더니 나에게 손을 내민다.
그리고는 귓속말을 한다.
“떨지 말고 마음을 차분하게 가지고 배운 대로 춰 봐요.
내가 보기엔 여기 카바레에서 당신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어요.
현장감각만 익히면 최고 대접을 받을 수 있어요.”
춤 선생과 같이 손을 잡고 지루박을 춘다.
교습소보다 여기가 훨씬 바닥이 미끄러운 것 같아 스텝을 밟다가 미끄러질 뻔한 것을
춤 선생이 잡아주며 말한다.
“너무 긴장하지 말아요.”
어떻게 정신없이 춤 선생이 이끄는 대로 한 곡을 끝내고 나오니 등에서 식은 땀이
다 흐른다.
자판기로 가서 음료 캔을 두 개 뽑아서 춤 선생에게 준다.
“수고하셨어요.”
“이것도 다 교육인데 수고랄 거야 없고, 처음인데도 아주 잘 췄어요.
몇 번만 더 오면 완전히 틀이 잡히겠는데요?”

홀 가장자리의 의자에 앉아서 음료를 마시며 춤추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또, 한 곡이 끝나서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간다.
남자 한 명이 자신에게 다가 오더니 손을 내밀고 춤을 청한다.
그 남자의 얼굴을 보니 나이는 사십 중반 정도로 얼굴이 좀 곱게 늙어 보이는
그런 인상이다.
어떻게 할까 싶어서 옆에 앉아 있는 춤 선생의 얼굴을 바라보니 나가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 남자의 손을 잡고 홀로 나가니 음악이 블루스 음악이다.
음악에 맞춰 남자의 손을 잡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남자가 춤 솜씨가 능숙한 지 자신을 잘 리드한다.

“오늘 처음 오셨어요?”
“예..”
“춤을 제대로 배운 것 같군요.”
“글쎄요..”
“전 한번씩 운동 삼아 여기에 옵니다. 만일 앞으로 여기에 오시면 저랑 파트너 했으면
합니다만..”
고개를 돌려 그렇게 이야기하는 남자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런 데로 괜찮은 사람같이 보인다.
그렇게 블루스 타임이 끝나고 남자와 인사를 하고 나온다.
춤 선생이 의자에 앉아 있다가 나를 보고 손뼉을 친다.
“아주 잘 췄어요. 그 남자도 춤 솜씨가 꽤 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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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진도가 잘 안 나가네요..
다음 편 부터는 본격적인 연애 이야기가 나올 것 같군요..
기대 하시라고 말하고 싶은데..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