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우다이(늑대) 후세인의 큰 아들
쿠사이(칼) 후세인의 둘째
아이스 한국인
모하메드 함자 알 주바이디 수상, 국방상, 별명 시아 터그
알리 하산 알 마지드 후세인의 숙부, 비서관, 쿠웨이트 바트당 책임자
(별명: 알리 케미칼)
쟈드외 바트당원
F/M 등등 쿠웨이트 학생들
누구라도 죽음이 오는 길목에서 두려워 떠는 자,
죽음이 그를 베어버릴 것이다.
누구라도 자신의 훌륭한 무기로 물통을 보호하지 않는 자
그것이 부서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며
누구라도 남을 공격하지 않는 자
스스로 공격을 당할 것이다.
- 아라비아 시인 <주베이르 이븐 아비 술마>의 시(5, 6세기)
제 8부 1991년 쿠웨이트, 작전명 사막의 폭풍
“쟈드!”
아이스는 시선을 거두며 여자를 부른다. 군복 차림의 여자 어깨에는 계급장이 하얀 빛을 내고 있다. 소위. 헝겊으로 만들어진 계급장은 때가 타지 않아서인지 깨끗하다. 여자 성격이 더러운 것을 싫어하는지도 모른다. 엷은 녹색 군복이 보기에 좋다. 스커트풍의 하의는 무릎 바로 아래까지 펼쳐지고 그 밑으로는 짙은 살색 스타킹이다. 종아리가 근육질은 아니지만 통통하다. 앞가슴을 앞으로 쑥 내밀자 두 주먹만한 젖통이 불거진다. 육감적이다.
“네, 청장님!”
뒤통수만 바라보던 여자가 남자의 얼굴을 보며 쾌활한 목소리를 낸다. 하늘이 투명하게 밝아 좋은 어느 날, 둘이 여행이라도 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의 목소리로 쟈드라 불린 여자는 대답을 하며 남자와 눈길을 맞춘다.
남자의 키가 훨씬 크다. 여자도 작은 키는 아니지만 남자는 목 하나가 더 있는 듯 크다. 호리한 몸매의 남자는 밝은 표정을 연신 짓는 여자를 본다. 몸을 섞으며 여자의 터럭 하나까지 손으로 가른 남자에게 여자는 모든 것을 바쳤다. 몸만이 아니다. 끌려온 반혁명분자들을 짐승처럼 내두른 것도 남자의 뜻에 따라서다. 긴 채찍을 내리칠 때마다 손끝에 전해오는 잔잔한 떨림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채찍이 바람을 가른 소리는 마음속에 쌓인 찌꺼기를 모두 털어내 준 듯 했다. 진심어린 공경과 무슬림이었다. 무슬림이란 무엇인가? 바로 알라에게 복종한다는 뜻이 아니던가. 여자는 그에게 무슬림이었다.
통통 뛰는 그래서 마치 여행이라도 떠난 듯한 느낌을 목소리로 준 여자. 포근하다. 음성만이 아니라 몸도 푸근했다. 뜨거운 샘은 하루의 피곤을 풀어주는 욕탕이었다. 끝없이 깊은 샘으로 끌고 들어간 젊은 여인의 육체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러고 보니 여행을 안 한지도 쾌 되는군, 이곳을 온 게 여행이라고 치부할까? 노을이 떨어지는 사막이 보고 싶군. 붉은 노을로 물든 저 아이 얼굴을 품으며........, 훗“
피로감을 느낀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여자의 맑은 음성이 피아노처럼 심장을 두드렸을까 아니면 메마른 사막에 가끔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로 착각해서일까.
창밖 풍경은 어느 때와 똑같이 회색빛이다. 이곳에 처음 도착한 때는 여름이었다. 사막의 여름은 무더위로 인간을 공격했다. 그 여름이 가고 지금은 건조한 바람이 간혹 부는 겨울이다. 전쟁은 끝났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쿠웨이트국민의 저항도 저항이지만 땅만 점령했을 뿐 우두머리가 살아 있는 것이다. 그 우두머리는 사우디에 머물러 있으며 오히려 이라크를 응징하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그나마 아이스가 알아낸 정보지만 이미 정보의 가치는 없었던 것이다. 마치 바닥이 보이는 진흙탕에 뒹굴고 있는 자신을 보고 있는 듯 했다. 발을 내딛으면 더 깊이 빠져드는 늪이었다.
마흔이 넘는 남자가 물끄러미 건네 보는 눈길에 얼굴이 발그레해진 그녀다. 몸을 살짝 살짝 흔들며 다음 말을 기다리는 표정이 제법 진지하다.
“마무리 일이 있는데.....,”
“네, 청장님”
어떤 일이라도 해낼 자신 있는 목소리다.
남자를 기분 좋게 만드는 목소리는 항상 사랑스럽지. 이 여자는 흥분할 때 지른 목소리도 참 매력적이었었지, 아마.
“이번 쿠웨이트에서의 자네 임무는 훌륭했어. 저쪽 애들보다 우리가 더 빨랐지. 이것이 다 쟈드 소위의 노력이 아닐까 하네.”
“감사합니다.”
존경의 눈길이다. 귀여운 눈길이 존경으로 가득차자 그의 목소리는 다시 업무적인, 딱딱한 톤으로 바뀐다.
“이곳에 수감된 반국가 자식들을 다 쓸어버리는 일보다 먼저 처리해야 할 것이 있네. 4층에 있는 미국 아이들을 더 늦기 전에 보내야하겠어. 준비시키게”
“네, 청장님.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떤 준비를.....,”
“그건 다시 말해줄 테니까 실수 없도록”
“네, 청장님”
청장? 사실 청장이라는 직책은 말이 좋아 청장이지, 몇 년 전 만해도 그의 위치는 제3인자였지 않았던가. 후세인과 우다이를 이은 제3인자. 무소불위의 권력은 그 앞에 모든 것을 설설 기게 만들었다. 그 사건만 아니었으면, 지금쯤 3인자 자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2년 전, 아니다 그 전부터 얘기해야 이해를 할 것이다. 1987년 10월의 일이다. 그가 이라크란 낮선 나라에 도착한 지 꽤 지난 때다.
처음에는 너무 어수선한 사회 현상에 적응이 어려웠지만 오히려 그가 떠나온 조국보다 더 간단했다. 법이나 다른 나라의 눈치 따위는 볼 필요도 없었다. 단지 필요하다면 코란의 가르침을 따를 뿐이다. ‘무함마드’의 후손인 알리를 추종하는 수니파에게는 다른 종족이나 다른 교리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해도 도덕적 죄의식도 필요 없었다. 그에게는 이 나라가 세상이 마련해준 최후의 다락방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바벨탑이 무너지듯 다락방에 습기가 차고 거미줄이 쳐진 것은 1988년이었다.
우다이와 쿠사이의 투쟁적 전사의 심연을 끌어내 야수의 마음을 심어준 그가 그들의 중심에 있는 게 너무나도 당연했다. 당시 후세인의 측근들은 못마땅한 눈길을 감추지 않았지만. 미처 눈치를 파악하지 못한 것은 아이스의 잘못이다. 그 중 가장 심하게 견제한 사람이 3촌 관계인 알 마지드와 당시 수상인 주바이디였다. 사태는 바로 그 후 일어났다.
그러니까 동생 쿠사이의 패거리들, SSO 비밀경찰과 우다이가 주축이 된 폐다인 민병대 간의 작은 갈등이 있었다. 심한 총격전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싸움 결과 우다이가 자리에서 밀려난 것이다. 그 원인에는 물론 우다이의 무분별한 섹스행각이 한 몫을 했다. 할렘을 능가한 우다이의 티그리트 저택은 동생 쿠사이와 주바이디에 의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 음란성에 누구나 낮을 찌푸릴 정도였다. 나중에 부인이 된 <알 우리> 공화국수비대 소장의 딸인 <아지나> 역시 우다이의 노리개가 되어 <알 우리> 소장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었으니까.
문제는 거부 나와프 저택에 있던 어린 소녀들이었다. 우다이가 <키르쿡>에서 끌고 온 소녀들은 여기서 철저히 섹스의 노예가 되어 봉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이는 갓 열 셋에서 열여섯. 채 피어나지 못한 석류 같은 소녀들이었다. 그들의 이름들은 U1, U2......, 이렇게 불렸다. 자기 이름의 이니셜을 따 10명에게 이름을 준 것이다. 아무리 반대파들의 자식이라고 해도 사람들의 마음은 동정으로 기울이기 마련이다.
사단은 이곳 쿠웨이트에 오기 바로 전인 1988년에 터졌다. 반 후세인파인 시트파와 이란의 지지를 받았던 쿠르드족과의 전쟁을 마무리하고 한창 승리의 기쁨에 들떠있었다. 그들 - 바로 우다이를 대장으로 한 페다이민병대는 조국에 봉사하고 민족의 긍지를 드높이자고 만든 청년 수니파들과 바트당원들의 모임인데 그들이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가끔은 원로정치인과 논객들, 문화인도 끼어들곤 해 나름대로 이라크 문화의 중추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SSO와는 달리 그들 청년단은 우국충정에 불타올라 옳지 않은 것을 보면 물불 가리지 않고 해치우곤 했던 것이다.
그 당시 정재계 2세들의 모임인 ‘바그다드 니르바나클럽’을 초토화시키고 그 도가 지나쳐 모조리 몽둥이찜질을 해버렸다. 폐다인민병대의 청년단은 ‘강한 조국’을 만들자는 일념으로 그들을 납치 구금하고 성적 가학을 했던 것이다. 쉬쉬 입들을 막았지만 비난의 화살을 비껴갈 수 없었다. 이런 일이 자꾸 쌓이면서 우다이를 더 가학에 집착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지만......,
어찌됐든 우다이가 뒤로 밀려나자 그도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다. 좋게 말하면 권력 투쟁의 희생물이다. 얌전한 쿠사이를 아이스, 그가 그렇게 투쟁적인 전사로 만들었지만 그 놈도 한번 권력에 맛을 들이자 설, 아니 아이스의 지난 노력들을 다 잊어 버렸다. 처음 볼 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그 칼 같은 놈의 성격을....... 부끄럼 많은 청년으로만 생각했던 쿠사이가 오히려 뱀처럼 더 잔인해진 것을 누가 알았겠는가? 인샬라......
아이스는 문화감시청 5층에서 쿠웨이트의 겨울 햇살을 쳐다보다 지난 시간을 거두어들이듯 시선을 돌리며 그녀에게 다가선다.
선명한 윤곽의 얼굴, 갈색이 섞인 검은 눈동자가 이국적이다. 큰 눈망울. 흰자위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크다. 두툼한 입술, 하얀 이가 창에 내리쬐는 햇빛 같다. 두 볼을 부여잡고 얼굴을 당긴다. 바로 눈 아래로 끌려오는 검은 머리에선 젊은 여인 특유의 발랄함이 배어난다. 올이 굵은 머리결을 손가락으로 쓸어가며 목을 잡고 입술을 들어올린다. 달콤한 부드러움. 산양의 젖이 흐르는 입술이다. 립스틱을 바르지 않은 원형의 두 도톰한 입술이 살짝 벌려지며 남자를 받아들인다. 깊게 빨며 혀를 감는다.
“읍!”
쟈드의 달콤한 숨 막힘. 강한 팔이 허리를 휘어잡고 끌어당기자 몸을 세우며 뺨을 돌린다.
“너는 따뜻한 바위야.”
그렇다. 추운 겨울이었던가. 그 나라에서의 오래 전 추억이 갑자기 떠오른 이유는 몰랐다. 다만 추위에 꽁꽁 언 귀를 양지 쪽 바위에 대면 너무 따뜻했다. 겨울 해를 받으며 온 몸에 온기를 채운 바위는 그에게 따스함을 주었다. 겨울이면 더 푸르게 보이는 하늘을 보며 바위에 입을 맞추면 포근했었다. 말이 없는 바위와 말을 나누기도 했었다. 그때부터 살아 움직이는 것보다 침묵으로 서 있는 것들을 더 사랑하게 됐는지도 모른다.
“너를 만지면 온기가 느껴져. 손끝에서 시작한 온기는 전신으로 퍼지며 나를 들뜨게 해”
“저도요........., 청장님. 근데 저......., 청장님을 사랑하면 어떻게 되죠? 안 되나요?”
“사랑?”
사랑이라. 너무나 오랜 동안 잊고 지내던 단어가 아닌가. 사랑을 느끼지도 가져보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자신의 사랑은 언제나 품속에 담겨진 10개의 바늘이다. 말없이 자신을 기다리는 바늘은 정말 사랑스러운 분신이었다. 그 차가움 그러나 속에 품은 그 따뜻함은 무엇에 비교할 수 없는 사랑이다.
길고 하얀 손을 내밀어 쟈드의 머리를 위에서 아래로 마치 올을 세듯 손가락을 갈퀴로 만들어 몇 번이고 쓰다듬는다. 아련한 향기를 풍기는 여자의 머리결이다. 아이스는 향기를 길게 들이마시며 얼굴을 한 뼘쯤 띈다. 자신을 올려다보는 얼굴. 깊은 우물 속에 아른거리는 구름 같다. 손으로 잡으면 출렁하며 흩어지는 물결처럼 여자의 얼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염려되는 우물 속. 행여 물결이 일까 조심스레 두 손으로 얼굴을 받쳐 들어 턱을 약간 든다. 부드러운 그러나 도톰한 입술이 살짝 벌어지며 하얀 이를 드러낸다. 그는 얼굴을 가까이 대고 다시 입술을 통해 여자의 향기를 마신다. 머리를 헝클어뜨릴 강한 향기다. 아랫도리가 불끈 솟는다. 옆에서 보면 마치 나무등걸 같을 것이다. ‘읍!’ 쟈드는 짧은 신음을 내며 허리를 꺾는다. 얼굴을 받쳐 들던 왼 손을 떼어 허리를 감싼다. 그의 입술은 점점 여자를 파고든다. 잇몸을 건드리다가 하얀 이를 한번 훔친 후 혀로 여자의 혀 밑을 간지르기 시작한다.
‘흐 - 으!’ 조금 전 신음 보다 더 긴 달짝지근한 신음이다. 이미 그의 손은 허리의 스커트를 열고 안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부드러운 천, 속옷이다. 스커트가 반은 허리에 걸리고 반은 엉덩이에 걸린다. 오른 손을 내려 제복의 단추를 끄른다. 툭! 터질 듯 큰 가슴이다. 사발 두 개 크기의 하얀 젖을 어루만진다. 입술은 목을 타고 흐르다 손과 만난다. 오른 손은 계속해서 왼쪽 유방을 주무르고 입술과 혀는 오른쪽 유방을 덮친다. 풍성한 살결을 핥던 혀는 점점 가운데로 꿈틀댄 장어처럼 핥는다. 아랫도리는 이미 장어 크기다. 물 빠진 웅덩이 속 장어가 숨을 곳을 찾듯 아랫도리는 파고들 구멍을 찾고 있다.
‘후- !’ 그도 뜨거운 숨을 젖꼭지에 쏟는다. 숨이 젖꼭지에 닿자 피가 물린 유두는 팽팽해진다. 유륜도 발갛게 물든다. 그는 5월이면 도처에 피어나는 뽕나무가 떠올랐다. 붉게 영근 오디는 온 몸의 피를 모아 놓은 듯 붉다 못해 빨간 열매였다. 달짝지근한 오디, 그는 젖꼭지를 입에 물며 오디를 생각했다. 쭉 빨면 단물을 내뿜으며 입을 보라색으로 물들인 오디. ‘쪽! 쪽!’ 삐비의 속살을 빨듯 여자의 하얀 유방과 유륜과 젖꼭지를 입에 담고 한참을 빤다. 쟈드는 뭔가 뜨거운 것이 저 아래에서부터 치밀어 올랐다. 뜨거운 물결이다. 욕조에 한 발을 넣을 때는 모른, 그러나 하체와 상체를 모두 담글 때 온 몸을 타고 오른 뜨거움. 저도 모르게 ‘하! 하!’ 연거푸 숨을 몰아쉰다.
그의 입은 아름다운 음식을 음미하듯 유방을 지나 아랫배에 머물며 배꼽 부근을 세게 빤다. 여자의 정기를 빨아들이고 싶은 듯하다. 그녀의 사랑을 다 빨아들이고 그녀의 아름다움을 다 빨아들이고 그녀의 젊음을 다 빨아들여 빈 껍질만 남기고 싶어 하는 것일까.
혀를 내밀어 배꼽을 간질인다. 쟈드는 몸 가운데부터 위 아래로 퍼져가는 열기를 느낀다. 서 있는 자세 그대로 뜨거움을 배꼽에서 느끼며 두 손으로 가슴을 만지기 시작한다.
그는 무릎을 구부리며 몸을 더 낮춘다. 이젠 입이 하얀 무명천에 머문다. 물기에 젖은 천이다. 강한 향기를 풍기는 팬티는 남자의 입술을 기다린다. 물기가 점점 퍼져간다. 그 모양이 마치 물결 같다. 처음엔 작다가 가로 갈수록 커지는 물결처럼 하얀 팬티 위의 점은 점점 커져 천 밖으로 세어 나온다. 그 물을 ‘?! ?!’ 마신다. 갈증을 가셔주는 오아시스다. 얇은 천위로 오가는 남자의 혀 놀림에 그만 허리를 꺾는다. 벗겨주었으면, 하는 쟈드의 속마음을 읽고 있듯 허리에 걸린 고무줄을 밑으로 내린다. 검은 음모. 두런두런 속삭이다가 갑자기 열린 문에 놀란 계집아이들처럼 검은 음모들이 똑바로 일어서다 옆으로 눕는다.
푸른 보리밭을 떠올린 것은 왜, 인지 모른다. 그냥 어린시절로 돌아간 마음이었을까. 5월 푸르게 이어진 고랑 사이로 간들바람에 몸을 누이던 파란 보리들. 덜 여문 이삭에 꽃을 피우며 눈을 시리게 하던 보리밭이 떠오르자 얼굴을 묻는다. 새콤한 여자의 향기다. 꿀을 찾는 벌이 긴 빨대를 내어 빨듯 그는 혀를 동글게 날을 세워 가로로 갈라진 틈새에 넣고 빨기 시작한다. 단내다.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 물은 혀가 넘나든 횟수가 많을수록 양이 많아진다.
첨벙 첨벙 물장구치는 개구쟁이라도 되듯 맑은 내를 거침없이 휘젖는다. 쟈드는 뜨거움이 아래에서 밀려들어오자 허리를 더 꺾으며 엉덩이를 비튼다. 남자의 얼굴이 다가오면 엉덩이를 내밀고 멀어지면 다시 엉덩이를 빼곤 한다. ‘헉! 헉!’ 여자만의 신음이 아니다. 그 역시 가빠른 숨을 쉬며 쟈드의 탄탄한 허벅지를 연신 쓰다듬다 문지르다 살짝 꼬집으며 샘물을 마신다.
허벅지에 걸린 밴드스타킹을 천천히 벗는 여자는 상체를 거의 드러내 놓고 있다. 녹색 제복의 앞단추는 다 풀어져 있어 하얀 속살을 보여주고 있으며, 연미색 브라는 거두어져 커다란 젖통을 전등처럼 건들거리고 있다. 아이스는 소파에 앉아 스타킹을 벗고 있는 쟈드의 발 바로 밑에서 드러나고 있는 갈색의 종아리를 본다. 투명한 섬유가 손길을 따라 벗겨지는 모습이 마치 나비가 두꺼운 껍질을 벗어내고 아름다운 날개를 갖는 것 같다. 벗겨진 허물을 손에 들고 얼굴에 대본다. 아직 남아 있는 온기는 쟈드의 체온이리라. 아름다운 탄생을 남긴 허물을 뺨에 문지르며 손을 내밀어 맨살의 종아리를 쓰다듬는다. 미세한 입자의 모래알이 손가락 사이로 흐른다. 갈색의 가루들이 부서진다. 입을 벌려 그 가루들을 마시려는 표정이다. 종아리의 세포를 남김없이 빨아들이듯 하자 종아리의 피부가 발갛게 물든다. 매끄러운 피부다. 나비의 날개처럼 부드러운 종아리를 입술로 핥으며 다른 한 손으로 투박한 구두를 벗긴다. 스타킹의 발 부분은 구두에 꽉 쪼여서인지 실핏줄이 부풀어 올라 있다. 갸름한 곡선의 발선이 피어난다. 발등은 살이 적당히 올라 통통하지만 발목은 한 손에 잡힐 만큼 가느다랗다. 바닥에 앉는 자세로 스타킹이 아직 신겨져 있는 발을 들어 얼굴 높이로 들고는 훈훈한 온기가 배인 발바닥을 뺨에 댄다. 볼이 좁은 발은 길지도 작지도 않은 크기다. 발 안쪽의 선은 둥글게 말아 올라 있는 모양이 완만한 해변 같다. 두 발치에 걸린 스타킹을 완전히 벗겨내자 맨발이 드러난다. 분홍색의 발가락이 제일 큰 것부터 차례대로 가지런히 박혀 있다. 하나하나 입안에 넣고 혀로 간지럽히다 빤다. 어린아기가 젖을 빠는 모양이다. ‘쭉! 쭉!’ 소리가 날 정도로 빨아대는 남자의 혀가 발가락 사이를 파고들자 쟈드는 누운 자세로 두 손을 가슴에 교차하며 소리를 연신 낸다. 발가락 사이를 핥던 혀는 조금씩, 모래를 적시는 물처럼 발등을 타고 올라 발목을 휘감으며 다리를 핥는다.
쟈드는 끝내 흥분을 참지 못해 아랫도리를 조이며 샘물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미세한 세포들이 어두운 곳에 숨어 있다가 한꺼번에 뛰쳐나온 것이다. ‘하아악!’ 가쁜 숨을 몰아쉰 쟈드는 남자의 혀를 따라 다리를 구부린다. 두 다리를 구부리자 샘물을 품은 가랑이가 활짝 벌려진다. 그곳을 기다리는 여자다. 남자의 뜨거운 숨이 세차게 느껴진다. 다리를, 기름진 허벅지를 마음껏 빨고 핥던 입이 종내 거기에 도달한 것이다. ‘아---!’ 쟈드는 자신도 놀랄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며 흥분의 신음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가슴께까지 구부린 다리를 양옆으로 더 벌린다. 검은 숲이 갈라지며 샘물이 흐르고 있는 음문을 더 잘 보이게 해준다. 두 겹의 살은 착한 눈을 가진 양이 그 눈을 뜨는 것 같다. 그는 샘물에 젖은 입을 모아 후! 불며 두 살을 입안에 담고 잘잘하게 잇몸으로 다진다.
‘꽐! 꽐’ 쏟아지고 있는 느낌은 쟈드에게 먼저 찾아 왔다. 온몸의 피가 거기에 몰려 있다 빠져나간 느낌이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지가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물건에 온몸의 신경이 모여든 느낌이었다. 누군가 칼만 들이대면 ‘똑!’ 끓길 팽팽한 실이 되어 있었다.
바지와 팬티를 벗으며 몸을 일으키고 쟈드의 가슴에 오른다. 아랫도리가 서로 마주친다. 둘은 몸을 부딪치며 긴 소파를 출렁이게 한다. 피가 빠져나간 샘에 외부의 뜨거운 물줄기가 찾아와 채운다. 아래에서부터 채워진 물줄기는 가슴을 채우고 머리까지 채운다. 허리를 젖히며 신음을 내던진 쟈드는 땀에 전 얼굴을 남자의 가슴에 묻고 가만히 있다. 마지막 파동의 끝은 남자가 몸을 일으키며 끝났다.
아이스는 상의 군복만 걸친 쟈드를 내려본다. 아랫도리는 그대로 벌거벗은 채 눈을 옆으로 내린 여자다. 잘록한 허리하며 허리의 두 배나 되어 보이는 엉덩이가 눈을 부시게 하는 여자를 예의 그 차가운 눈으로 한참을 보다 벌거벗은 아랫도리의 몸을 돌려 창가로 간다.
몸을 섞은 첫 여자인가? 내가 여자의 속을 파고든 것은 저 여자가 처음이란 말인가?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지. 내가 살아있는 물건을 사랑하다니, 무엇이 나를 이런 유기체에게 끌고 갔지. 그저 아름다운 소리만 낼 뼈와 살로 만들어진 이런 유기체에........, 알렉스의 갑작스런 전화 탓일까?
비슷한 시간. 한국 서울의 한 음식점 밀실.
CIA 극동담당에서 중동 담당으로 자리가 바뀐 알렉스는 정중한 초대를 했다. 초청자는 여당 중진인 하의원이었다. 처음 만날 때 비둘기로 불린 그는 정권 혼란기를 틈타 빠른 변신을 한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군 출신인 노태우정권의 유화기를 틈타 재야인사들과 잦은 접촉을 하며 YS란 젊은 정치인의 이목을 받은 것이다. 정보부 출신인 그는 풍부한 정보를 제공했고 정보를 받은 정치인들은 그에게 자리를 약속했다. 그 이후 지역구부터 시작한 정치역정은 깊게 뿌리를 내렸다. 이제는 누가 함부로 대할 수도 없는 중진이 된 것이다.
옆에 바싹 붙어 앉는 여자의 치마 속으로 손을 연신 집어넣고 있는 의원에게 먼저
“하의원님, 건강은 여전하시군요. 언제 봐도 자신감 있는 얼굴입니다. 하하하”
“그런가요? 허허허. 다 특보가 도와준 덕택 아니겠습니까? 자 한잔 하시죠? 애야, 술 한잔 정중하게 따라라”
한복 차림의 여자는 긴 목의 술병을 들어 알렉스의 낮은 잔을 채운다. 노란 액체. 양주를 호리병 같은 데에 담은 듯 하다. 술병의 목을 기우려 잔이 가득차자 특보라고 불린 알렉스는 마주 웃으며 목소리를 낮춘다.
“한국의 여인들에게는 묘한 느낌이 있습니다. 은은하다고나 할까 마치 달빛에 몸을 맡긴 은어 같다고나 할까요. 하하하.”
알렉스는 바짝 다가앉는 여인의 머리가 풍기는 은은한 향내를 맡으며 술잔을 들어 한 입에 털어 넣는다. 다소곳이 앉아 있는 여인의 하얀 버선이 눈을 부시게 한다.
처음 이 나라에 왔을 때 받은 충동은 이 하얀 버선을 벗겨보고 싶은 욕구였다. 가리는 마름다움이 더 자극적이란 것을 그 때 알았다. 다 보여준 것보다 이렇게 숨기고 있는 것이 더 자극을 주었다. 한 쪽 무릎을 꿇은 여자의 치마가 바닥에 깔리다가 술병을 들기 위해 몸을 기울이자 버선 위로 하얀 종아리가 살짝 비친다. 손길을 뻗어 이조백자를 어루만지듯 종아리를 쓰다듬는다. 매끈한 피부다. 다시 얼굴빛을 고치며
“요즘 중동 정세에 관심은 있으시지요? 아무래도 건설과 원유 수입은 그 쪽 나라를 빼놓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지 않은가요?”
“하하하, 그럼요. 언제나 국가를 생각하는 데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좋은 정보를 드리는 겁니다. 하의원님은 큰 것 하나 건지는 거지요.”
귀가 솔깃한 하의원, 예전 비둘기 부장은 얼굴을 그에게 가까이 한다.
“먼저 애들은 내보냈으면 합니다.”
여자 둘이 자리를 비켜주자 나지막한 목소리로
“우리가 곧 평정할 것입니다. 중동의 지도를 바꾸는 것이지요. 미국 성조기가 온통 나부낄 것입니다. 바로 이럴 때 한국도 적극 도와준다면 좋은 선물이 오지 않겠습니까? 세상은 오고가는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근데 설 과장은 자주 연락을 하는지요?”
사실 하의원에게는 까마득한 옛날이었다. 얼굴도 가물가물 할 정도로 연락을 끊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아! 이제야 생각이 납니다. 그래 잘 지내고 있나요? 요즘 경황이 없어서”
“허어......., 큰일 입니다. 하의원님이 챙기셔야죠. 아무튼 부탁드립니다. 전 이곳을 떠나 중동으로 가지만 자주 연락은 드리겠습니다. 그 사람은 큰 임무를 수행할 사람입니다. 자주 연락도 취하시고 그러시죠”
비둘기부장은 혼자 남아 생각을 정리했다. 이라크와 쿠웨이트 전쟁은 보도를 통해 들었을 뿐 자세한 내막은 몰랐다. 아니 알 필요도 없었다. 국내 문제로도 골치가 아픈데 그 딴 나라들까지 머리 속에 넣어 둘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친구 말을 들어보면 뭔가 뉘앙스가 풍기는 것 같지 않은가? 한 몫을 챙길 수 있는 기회냐 아니냐 부지런히 머리를 굴리는 하의원이다.
미국이 곧 개입할 것이라는 알렉스의 통보가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쿠웨이트 왕 압둘라는 사우디에서 큰소리를 치고 있었다. 사우디는 후세인과 등거리외교를 펼치고 있을 뿐 이슬람 형제국들이란 말은 통하지 않았다. 이럴 때 만약 미국이 개입하면 분명 이 전쟁은 어려워진다. 어려워지는 정도가 아니라 패배다.
아이스는 똑같은 풍경에 질리지도 않은지 한참을 거리와 동그란 모양의 모스크를 눈을 들어 뚫어지게 보고 있다. 모스크를 볼 때마다 떠오른 생각은 이 쪽 사람들의 건축미에는 여성을 숭배하는 사상이 깔려있는 것은 아닌가 한 느낌이 들었다. 위아래보다 가운데가 동그란 모스크는 마치 힙이 큰 여자가 서 있는 모양이다. 혹시 코카콜라 사원 누군가 이곳에 왔다가 모스크를 보고 그 병 모양을 떠올리지나 않았을까. 쿠란도 그랬지. 여자를 존경하고 숭배하라고. 그래서 유일한 종교인 이슬람의 사원을 그런 모양으로 세웠는지도 몰랐다. 쳐다보고 있는 모스크가 문득 쟈드의 커다랗고 보기 좋은 힙과 겹쳐 보였다. 이곳에서 너무나 자주 만난 모스크의 영향 탓일까? 고개를 끄덕이다 다시 쟈드를 돌아본다. 그녀는 이미 주섬주섬 옷을 걸치고 있는 모습이다. 아랫도리를 닦아낸 종이휴지가 소파 한쪽에 널려 있다. 웃음을 함빡 짓는 쟈드의 얼굴을 무뚝뚝하게 보기도 그래서
“기분 전환이나 할까?”
그가 말을 던지고 문께로 가자 쟈드도 얼른 일어나 따라 나선다.
“청장님!”
벌써 목소리에 물기가 밴다. 밝고 맑은 음성이 물기에 젖어 아래로 떨어지는 종이다. 하늘거리며 떨어지는 종이처럼 그녀의 목소리는 나긋하게 귀를 찾으며
“아까 제가 할 일이 있다고.......”
“가면서 말 해주지”
4층에서 엘리베이터는 수직으로 하강한다. 지하로 가는 모양이다. 침침한 복도를 걸으면서
“그 외국 아이들을 잘 훈련시켜. 고분고분하게 만들어 두란 말이야. 아이들이라 다루기 쉽겠지만 오히려 어려울 수도 있어. 근데 그 쪽 말은 좀 하나?”
“네, 청장님. 잘은 못하지만 조금은.......”
“한 열댓 명 정도는 될 거야. 그 중 괜찮은 아이들 열 명 정도를 추려 내. 그리고 아까 말한 훈련을 시켜. 네가 했던 것처럼......”
무슨 뜻인지 안 쟈드는 얼굴을 물들인다. 남자의 몸을 잘 받아들이게 만들란 말이 아닌가.
워싱턴에 있는 미국기업연구소, 약자로 AI. 네오콘이라 불린 사람들이 검은 원형탁자와 깊숙이 가라앉는 의자에 앉아 있다. 단 한 명만이 이들과는 다른 차람이다. 콜린 파웰은 별 네 개가 어깨에서 빛을 내고 있지만 그 빛은 이들에게 눌려있는 것 같다.
네오콘. 신보수주의자들인 이들은 강한 미국을 꿈꾸는 자들이다. 대부분 유대계로 시카고 대학의 레오 슈트라우스 교수의 암묵적 제자들이다. 이들은 교수를 정신적 지도자로 여기고 있었다. 세계 어느 나라고 미국에 대한 위협은 용서치 않는 이들은 지금 이라크에 대한 처리를 놓고 장시간 설전을 벌이고 있던 것이다. 설전이라고 하기에는 적절치 않을지도 모른다. 파웰 장군만이 좀 더 생각을 하자는 의견을 내놓을 뿐 다른 사람들은 응징을 주장하고 있었다. 이들이 파웰을 부른 것은 이유가 있어서다.
긴 침묵을 깨고 입을 연 사람은 루이 리비 백악관 보좌관 바로 곁에 앉아 있던 폴 울포위츠다.
“의장님, 의장님의 의견도 일리는 있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쿠웨이트를 공격한 의도는 곧 우리를 목적으로 한 것과 똑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옆의 루이 리비다. 둘은 심적 동지라고 할 정도로 궁합이 잘 맞는 친구다. 기다렸다는 듯이 루이 리비가 입을 열자 파웰도 맞대꾸다. 파웰이 보기에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친구들이었지만 화를 누르며 자기 생각을 꺼낸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미국은 이라크를 지원하고 있었잖소.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이라크를 지원해 놓고 이제 와서 쿠웨이트를 합병한다고 이라크를 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거요. 그리고 쿠웨이트나 이라크나 저들은 다 이슬람 국가요. 그들끼리의 전쟁에 우리가 개입한다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소”
“하하하, 장군, 생각이 짧은 것 같지 않으오?”
비웃음으로 충분히 느끼게 하는 웃음이 딕 체니에게서 나왔다. 딕 체니는 마주 보고 있는 파웰을 펜으로 가리키며
“군인은 그래서 안 된다는 것이 내 철학이오. 만일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합병하면 우리가 어떻게 원유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은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과 같다는 동양 속담이요. 후세인이 그대로 있을 것 같소? 아마 석유를 무기로 우리의 자동차와 공장과 비행기와 집과 직장을 위협할 것이 분명하오. 말해 보시오”
“그것은 물론 가능성 있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명분 없는 전쟁은 우리 미국에 오점을 남기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한단 말이오. 사막에서 죽어가는 병사는 누구의 자식들이오. 바로 당신들 아들들이란 말이오.”
“아? 그런가요? 하지만 우리 크게 생각합시다. 이스라엘의 적은 누굽니까? 바로 그 아랍놈들이오. 미친 개처럼 날뛰는 그놈들은 이미 호메이니 때부터 알았잖습니까? 지금 그 미친 개는 후세인이란 말이오. 우리들이 그냥 놔두면 바로 우리들이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오, 럼스필드 차관께서 찬찬히 설명을 해드리면 어떻습니까?”
칼을 자신에게로 돌리자 그때까지 입을 다물던 럼스필드가 나선다.
“국무성 조사 결과를 보면 지금 이라크는 생화학전의 완성은 물론 핵무기 개발까지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이렇게 판단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이 군사력을 키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 소스는 물론 모스크바이지만 현재로 봤을 땐 러시아보다 더 막강한 군사력으로 사료됩니다. 이대로 둔다면 멀지 않아 아랍의 맹주를 주장하며 미국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예루살렘까지도 그들 손에 넘어 갈지 모릅니다. 이라크를 공격하여 함락시켜야만 된다는 것이 우리 국무성의 판단이며 각하의 생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각하는 바로 부시대통령이다. 부시 역시 이 네오콘의 수장격이었다.
파웰은 생각에 잠기다 고개를 끄덕인다. 이 상황은 군에 몸담고 있는 자신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었다. 명령을 받아 수행하면 그만인 군인으로서 이들이 어떻게 말하든 상관없이 전쟁을 치러야만 할 회의로 받아들였다.
유색인종. 파웰은 흑인이었다. 유대인들처럼 백색과 황색의 혼합이 아니고 자신은 검은 흑인이다. 4성 장군이지만 흑인인 그로서는 이들의 도움이 절대로 필요 했다.
“아직까지 판단이 되지 않으면 한마디만 더하리라. 저 놈들은 쿠웨이트 기지 부근에 수용소를 짓고 우리들의 부모와 자식들을 억류하고 있소. 이건 극비지만 말하겠소. 만약 우리가 폭격을 하거나 공격을 하면 자동으로 미국시민들의 목숨을 해치겠다는 것이요. 더러운 놈들의 짓이 아니겠소. 그것이 아랍놈들의 짓거리요.”
파웰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성난 목소리로 말을 끊는다.
“아니 그런 짓을........, 그런 행동은 용서받지 못할 짓이오. 왜 전쟁에 죄 없는 사람을 끌어당긴다는 말이오. 좋소. 당장 준비 하겠소”
자리를 박찬 파웰이 나가자 남은 네오콘들은 박장대소다.
“봤지? 저렇게 단순하다니까. 검둥이는 역시 검둥이야. 뭐 대학 다닐 때 코카콜라에서 4년을 아르바이트 할 정도로 성실했다고? 훗후후......., 그렇게 해서 대학을 다니면 뭐 하나? 가난한 것들은 쓸 데 없는 동정심만 많아 가지고, 쯧쯧”
혀를 차는 딕 체니. 나중에 부통령이 될 딕 체니는 일행을 둘러보며
“리비 보좌관, 즉시 각하께 보고서를 올리시오. 전쟁은 이미 우리들의 승리가 확실하지 않소. 파웰만 움직이면 충분하다는 판단이오. 울포위츠, 당신은 차후의 일을 강구해야 할 것이오, 그럼 난 가리다”
자리를 뜨는 딕 체니의 얼굴은 웃음을 참는 표정이 역력하다.
‘어차피 세상은 에너지를 차지하는 놈이 이기는 것. 그 에너지의 황금 보고를 쥐새끼 같은 후세인에게 그냥 놔 둘 수 없지, 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비우자 다음은 럼스필드 차례다. 그 역시 미국이 세계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믿음의 신봉자다.
“난 다시 한번 파웰 장군을 만나보겠네. 아무래도 안심이 되지 않아. 꽉 눌러 놓아야지 놔두면 안 되겠어. 그럼”
리비와 울포위츠만 남은 널찍한 방. 둘은 편하게 딕 체니가 말한 차후의 일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차후의 일이란 이라크 공격과 후세인을 어떻게 제거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파웰은 찝찝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딕 체니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보나마나 뻔 한 것이다. 에너지 기업 엘렌과의 관계는 정재계에서 모른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의 야심은 중동의 석유를 독차지하고 싶을 것이다. 그 전에 전쟁광 후세인을 제거하고, 그 제거 전에 쿠웨이트를 핑계 삼아 이라크에 전쟁을 거는 것이리라.
‘휴!’ 한숨을 쉰 파웰은 곱슬머리를 손으로 긁다 갑자기 찾아온 럼스필드 차관보를 보고 또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그를 맞는다.
“장군, 무슨 고민이라도........”
“고민이야 뭐 있겠습니까. 전쟁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정치꾼들이 문제죠”
그들, 네오콘을 빗대는 말이란 걸 모른 럼스필드가 아니다.
“그래도 가끔은 그들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장군도 언제까지고 전쟁터에서만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미 국방성에서 파웰의 위치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흑인이지만 그를 따르는 군인들이 꽤 많은 걸 보면 인품과 용기를 갖춘 장군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렇게 찾아온 것은 좀 더 깊이 논의를 하기 위해섭니다. 좀 자리에 앉아도 되겠습니까?”
그때서야 옆의 자리를 권하며 파웰이 앉자 그도 마주 앉는다.
“이라크의 전력은 별것 아니잖소?”
“그래도 어차피 전쟁은 서로의 목숨을 빼앗아가는 악마와 같은 것이지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쉬운 상대가 아닌 가 해서요”
“어차피 할 것인데 무슨 말이 필요합니까? 근데 오신 용건은 그게 아닌 것 같은데......”
“하하하, 그냥 들렸습니다. 의미를 부여하진 마시길 바랍니다. 출전 명령은 곧 떨어질 것입니다. 그럼 준비하시기를.......”
합참의장실. 가운데 의자에 앉는 사람은 파웰 장군, 오늘 회의에서의 자격은 합참의장으로서 이다.
"작전명은 <사막의 폭풍>, 개시는 1월 17일 새벽 4시, 이상. 선제공격으로 적의 무력화가 중요합니다. 최대한의 전력으로 집중 공격하여 최단 시간에 쿠웨이트를 탈환해야 합니다. 만약 길어지면 억류된 우리 국민들의 목숨이 위태롭습니다. 알았습니까?“
건네는 말은 짧았지만 전쟁은 길었다.
<누구라도 죽음이 오는 길목에서 두려워 떠는 자,
죽음이 그를 베어버릴 것이다.
누구라도 자신의 훌륭한 무기로 물통을 보호하지 않는 자
그것이 부서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며
누구라도 남을 공격하지 않는 자
스스로 공격을 당할 것이다.>
쟈드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하며 발길이 지하에 닿자 벽에 걸린 고물 스피카에서 칙칙거리며 흘러나온 <무슬림이여! 조국은 기다린다>란 제목의 노래다.
우다이가 있는 바그다드 방송국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쉼 없이 틀고 있는 노래다. 여자 가수의 청승스런 목소리가 지하실의 분위기와 어울린다. 쿠웨이트를 공격하기 전부터 이 노래는 바그다드 시민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귀에 익숙했다.
“아무도 없나?”
아이스가 노래 소리보다 더 큰 톤으로 부르자 한 쪽 구석에서 바지를 주섬주섬 올리며 군복 차림의 사내가 뛰쳐나온다.
“뭐 하나? 이런.......,쯧, 쯧”
사내가 나온 구석에 희멀건 물체가 어릿거린다. 잡혀온 계집년들의 하나일 것이다. 숨죽인 울음에 공포가 서려있다. 어둑한 지하실은 그만한 공포심을 주고도 남았다.
“이봐, 넌 1호부터 5호시, 11호부터 15호실까지 모두 끌어다 씻겨서 저기 저 방으로 끌고 와”
“네, 청장님”
경례를 크게 부친 병사는 검은 전기봉을 허리에서 빼들고 1호실로 뛴다.
지하실은 전부 20호다. 호실로 불린 감옥은 각 호마다 서 너 명씩 수용되어 있었다. 1호부터 10호는 여자들, 대부분 대학생들이거나 남편이 공직자인 결혼한 여자들이었다. 11호부터 20호는 남자들로서 대학생이거나 고위 공직자였다. 지금 아이스가 말한 호실은 대부분이 젊은 미혼의 처녀나 사내들이었다.
이들은 여러 곳을 거치면서 몸은 망신창이가 되었다. 등과 허리께, 다리 가리지 않고 푸릇푸릇한 멍이 들어 있다. 남자를 모르던 처녀들은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섹스를 이곳에서 다 했을지도 모른다. 매일 밤 돌아가며 병사들이나 간수들은 반반한 계집들을 끌어다 욕을 보이곤 했다. 저항은 꿈도 꾸지 못했다. 이곳에 처음 들어서면서부터 천장에 묶인 채 갖은 치욕을 받았고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죽어나간 수용자도 꽤 됐다. 자살을 하고 싶어도 손과 발이 항상 묶여 있어 할 수도 없었으며, 풀어줄 때는 정해진 시간 - 식사 때거나 하루에 두 번 있는 용변과 목욕 시간뿐이었다.
1호실로 뛰어간 병사는 창살 밖으로 두 발과 두 손을 내놓은 채 앉아 있는 여자의 맨발을 전기봉으로 후려치며 빨리 빨리 일어나라고 소리 지른다.
남자나 여자나 이 지하에 들어서는 순간 모든 옷은 벗겨지고 호실에 들어서면 이렇게 두 발과 두 손을 창살 밖으로 내놓은 채 시간을 보내고 있어야 했다. 간수들이 계속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손이나 발을 빼낼 수 없었다. 제일 아래 창살에 발을 끼우고 어깨 높이 창살에 손을 걸치고 있는 것이다. 다리는 자연 벌려질 수밖에 없었다. 발가벗은 아랫도리는 옆으로 벌어져 치부를 고스란히 간수에게 보여주었다. 손과 발을 거둬들이는 시간은 밤에 잠잘 때였다.
아이스와 쟈드는 여자들이 수용된 호실을 훑어본다. 희미한 전등 아래로 하얀 살들이 보인다. 창살 밖으로 빼놓은 발들이다. 마치 양계장 닭들이 머리만 내놓고 먹이를 쪼고 있는 듯하다. 하얀 발을 따라 창살 안으로 여자들의 발가벗은 몸이 보인다. 여기저기 채찍질이 있는 몸뚱이들이다.
젊은 병사가 양떼를 몰고 오는 것처럼 끌고 들어 온 남자와 여자들은 비명소리 하나 내지 못한다. 입을 크게 벌려 짧고 굵은 마개를 박아 놓았기 때문이다. 마개는 가운데가 비어 있어 혀가 보인다. 분홍색 혀를 연신 움직이며 병사가 가리키는 장소로 우르르 몰려선다.
“총 15명, 남자가 7명, 여자가 8명입니다. 원래는 30명이었는데 15명은 군법재판소로 3일 전에 호송했습니다. 이상입니다.”
군법재판소로 넘겼다는 것은 처형을 했다는 말과 같다. 아마 병사들의 정액받이로 사용하다가 그곳이 헐거나 망가지면 사막 어딘가에 파묻어 버렸을 것이다.
“더러운 냄새는 나지 않겠지? 난 더러운 것은 질색이야. 특히 이런 놈들은 말이야”
눈살을 찌푸린 그의 표정에 다시 말을 덧붙인다.
“목욕을 충분히 시켰습니다. 특히 그곳은.......”
음부나 항문, 입을 비누로 싹싹 문지르고 씻겼다는 것이다.
“쟈드,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리는 방법엔 무엇이 있지?”
청장의 의미를 간파한 그녀는
“아름다운 하모니와 붉은 색의 그림 아닐까요?”
생글거리며 웃는 그녀의 뺨을 톡톡 두드리며,
“맞아. 우리 아름다운 하모니를 즐길까”
그가 줄지어 서 있는 가축떼들에게 다가서자 무리가 일렁거린다. 이미 이 남자의 무서움은 수차례 겪었다. 또 어떤 고통을 줄지, 무서운 위협에 여자들은 막힌 비명을 지른다. ‘이이......,’ 손은 감옥을 나서는 그 순간부터 항상 뒤로 묶였다. 손바닥을 마주 대어 손과 팔목을 묶고 다시 그 끈을 목으로 돌려 다시 팔목에 묶어두기 때문에 팔이 아프다고 뺄 수도 없고 내릴 수도 없다. 빼거나 내리면 곧 목의 줄이 당겨져 숨을 끊어 두려고 하기 때문이다.
목의 줄이 팽팽하게 당겨진 때는 그게 아니라도 수시로 조여졌다. 조금이라도 저항하거나 지체를 하면 등 뒤에서 두 줄을 잡아 당겨버린 것이다. 그때마다 ‘큭! 큭!’ 숨넘어간 기침을 하며 몸부림을 치곤했다.
“어느 년 엉덩이가 제일 크나? 쟈드가 한 년을 골라 보지. 엉덩이가 큼직한 년들이 돌릴 때도 보기가 좋지. 팔목에 보면 번호가 찍혀 있을 거야.”
쟈드는 가축들 뒤로 돌아가 일일이 팔목의 번호를 확인하며 특히 엉덩이가 커다란 F자와 M자를 고른다. F와 M은 이곳에 들어서면서 부여 받은 코드다.
“이 둘입니다. 번호는 F 208, M 207입니다.”
쟈드가 양 손에 머리카락을 휘어잡고 끌고 오자 둘은 얼굴을 찌그러뜨리며 짐승 울음을 낸다. 몸 곳곳은 묽은 채찍 자국이 덜 아물고 있어 더 맞으면 살이 찢겨져 나갈 것이다.
‘으........, 아.........,; 공포가 실린 눈빛은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아이스는 편안한 마음으로 둘을 보다 손가락을 들어 방 한쪽을 가리킨다.
“저기 보이는 것이 뭐지?”
“...............”
거기엔 콜라병 두 개가 1미터 정도 간격을 띄고 놓여 있었다. 남자는 그것이 뭔지 모르지만 여자는 곧 알아챈 듯 몸을 되돌려 쟈드의 손을 피하려 한다. 그러나 쟈드가 머리카락을 놓고 목 뒤의 줄을 잡아당기자 ‘꺽!’ 소리를 내며 뒤로 자빠진다. 목을 강하게 조인 줄은 여자의 숨을 잠깐 끊어버린 것이다.
“군법재판소로 보내줄까 아니면 순한 양처럼 말을 잘 들을까. 그것이 문제인가? 군법재판소가 무엇하는 곳인 줄 아나? 너희들 그 부드러운 몸을 토막토막 내서 사막의 양분으로 삼은 곳이 바로 그곳이야. 그렇게 해줄까?”
“아..........,”
입에 막대가 박힌 둘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무릎을 꿇는다. 꿇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살려달라는 몸부림을 친다.
“그럼, 그럼, 그래야지. 저기 보이는 병 있지. 너희 둘은 저 병위에 걸터앉아 아래구멍으로 병이 보이지 않게 해. 코카콜라는 미국의 상징이지. 보기 싫은 저 상징을 네놈들 몸 안에 숨겨버리고 싶거든. 시작해”
둘이 무릎을 세워 병을 보고 경악에 찬 눈을 하자
“대신 내가 자비를 베풀어 주지. 이리 엉덩이를 돌리고 허리를 숙여. 부드럽게 해줄 테니까. 잘 들어갈 거야”
허리를 숙이자 엉덩이의 두 틈이 벌어지며 작은 구멍이 드러난다. 여자의 항문은 갈색에 터럭이 몇 올 나있고 남자는 진한 갈색에 털이 많다. 로션을 왼 손바닥에 쏟아놓고 오른손가락을 세워 로션을 구멍에 차례차례 흠뻑 발라준다. 미끄러운 손가락이 쉽게 구멍 속으로 남나들었다.
“됐어. 이 정도면 잘 들어갈 거야. 쟈드 끌고 가”
둘은 쟈드의 뒤를 따라 병이 놓인 바닥으로 간다.
“병이 쓰러지거나 아프다고 팍 내리꽂지 않으면 그땐 불에 달군 꼬챙이로 쑤셔 넣어 버려”
쟈드의 뒤로 한마디를 던진 아이스는 남아 있는 여자와 남자들을 본다.
“너 이리 와. 너“
몸이 잘 빠진 여자는 놀라는 표정이 이내 울상으로 바뀌며 그 앞으로 나선다. 젖가슴이 아담하다. 아담한 유방과 분홍색 유륜, 분홍빛 젖꼭지는 남자를 많이 거치지 않은 듯 하다.
애띈 얼굴의 나이 어린 소녀가 이럴 때는 좋지. 내 물건을 빠는 얼굴을 넌지시 바라보는 즐거움은 더 할 나위 없지. 볼을 부풀리며 풀무처럼 빨아들이는 얼굴은 분홍빛으로 물들고 하얀 이로 내 물건을 살짝 건드리는 자극은 세상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거야. 순한 눈을 가진 소녀는 더 좋지. 존경심과 사랑을 담으며 얼굴을 아랫도리에 파묻고 행복을 느끼는 소녀야 말로 나에게는 큰 봉사야.
“이리 와 가까이. 저 놈들이 똥구멍에 병을 쑤셔 넣을 동안 넌 내게 기쁨을 주도록 해. 먼저 바지를 벗기고 속옷을 내리고 정이 담긴 입술을 벌려 쪽쪽, 핥고 빨아. 강아지가 우유를 먹듯이 말이야.”
어려보이는 소녀는 남자 앞에 무릎을 꿇으며 바지를 벗긴다. 손이 뒤로 묶인 애띈 소녀는 입과 이빨을 이용해 남자의 옷을 벗기기 시작한다. 대충 걸친 바지는 쉽게 벗겨졌다. 속옷까지 이빨로 내리자 강한 냄새가 코에 쏟아진다. 남자의 냄새는 아니다. 여자의 호르몬 냄새가 썩은 치즈냄새를 풍긴다.
“깨끗하게 핥아. 부드러운 혀로 싸안으며 더러운 것들을 남김없이 빨아들여.”
소녀의 어린 입이 벌어지며 혀가 나온다. 분홍색 혀는 남자의 물건을 위에서 아래로, 다시 아래에서 위로 훑으며 검은 살가죽에 묻어 있는 희끗한 액체덩어리를 빨아들인다.
꿀꺽 소리를 내며 목젖을 적시고 다시 머리부터 입으로 문다. 쳐져 있던 뿌리가 물을 주면 다시 생기가 도는 고무나무처럼 빳빳하게 일어선다. 소녀의 입을 다 벌려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크기다. 겨우 반쯤 들어갈 뿐이다. 입을 뗀 소녀는 자신의 침으로 번들거린 뿌리를 더 크게 벌려 문다. 반 이상이 입을 채운다. 볼이 부풀어 오른다. 벌떡 일어선 귀두가 입을 이리저리 헤치자 소녀는 볼을 볼록거리며 목젖을 떤다. 이마의 핏줄기가 일어서는 걸로 봐 남자의 물건이 목젖을 건드리지 않나 싶다. 뿌리에서 입을 떼고 숨을 몰아쉰 소녀는 이번에는 다시 분홍색 혀를 내밀어 뿌리 밑을 핥는다. 불알을 음음, 거리다 혀를 내밀어 남자의 성난 물건을 달래듯 위아래로 문지르기 시작한다.
발을 적당한 폭으로 벌리고 병이 쓰러지지 않게 조심스레 걸터앉는 둘은 몸을 아래로 내리기 시작했지만 더 이상 몸을 내릴 수 없었다.
“아.............., 그..............”
병 입구는 어떻게 항문 속으로 넣었지만 그 이상은 너무 아파 넣지 못한 둘은 눈물을 흘리며 끙끙, 대고 있다. 로션의 부드러움으로 병의 처음 부분은 어렵지 않게 끼어 넣지만 벌써 항문의 크기는 병의 목보다 더 작았다. 몸을 더 낮추면 틀림없이 병은 자신들의 항문을 찢어버릴 것이 분명하다. 땀을 흘리며 몸을 낮춰보려고 하지만 본능은 거부하고 있었다.
아이스는 잔신의 물건을 빨고 있는 소녀의 얼굴에서 눈을 돌려 병위에 앉는 둘을 본다. 다리를 활짝 벌린 여자의 아래로 갈색의 무성한 털이 보이고 그 털 사이로 진분홍의 구멍이 보인다. 그 구멍 밑으로 가운데가 불룩한 병이 놓여 있다. 병은 윗부분 만 조금 가려져 있을 뿐 그대로다. 남자 역시 기 죽은 물건을 건들거리며 대변을 보는 자세로 엉거주춤 앉아 있다. 둘 똑 같이 눈을 감고 있다. 입에서 흘린 침이 아래턱을 적시고 있다.
“쟈드! 도와 줘”
쟈드는 둘의 앞에 있다 뒤로 돌아가 어깨를 잡고 내리 누른다.
‘아그.........’ 숨이 금방이라도 넘어갈 비명이 여자의 입에서 품어져 나온다. 어깨를 누르자 병의 머리 부분이 쑥, 들어간 것이다. 다음은 몸통이다. 벌써 땀을 이마와 가슴에 흘린 여자는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다리에 힘을 준다. 허벅지가 부들부들 떨리는 걸 보니 더 이상 몸을 낮추기 싫어하는 자세다.
쟈드가 다시 어깨를 찍어 누르자 ‘하......., 크.....’ 비명을 지르며 눈자위를 희번덕거린다 눈동자가 허옇게 바뀌더니 거품을 품는다. 병의 몸통에는 선명한 핏줄기가 비친다. 항문이 벌어지다 못해 살갗이 뜯겨져 버린 듯하다. 쓰러지려는 여자를 쟈드는 쓰러지지 않게 몸을 잡아주며
“왜 어렵나? 이제 조금만 더하면 다 된데......., 용기를 내. 조금 더 힘을 써 라고, 응?”
눈을 아예 감은 여자는 오히려 몸을 일으키려 한다. 쟈드는 목에 감은 줄을 휘어잡고 조인다.
“이래도?”
잔 신음을 내며 여자는 다시 몸을 낮추기 위해 숨을 크게 내쉰다. 점점 아래로 내려간 몸은 병의 몸통 가까이 다다랐다. 여자는 무언가 큰 물건이 내장을 휘젖고 있는 것 같았다. 살아 있는 동물이 자신의 배속에 들어와 뛰어다니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 동물은 뜨거운 몸을 가진 생명체임에 분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이런 불에 달군 것처럼 뜨겁다는 말인가. 이들이 처음 말한 것처럼 달군 쇠꼬챙이로 쑤셔 넣어서인가, 밑이 벌어져 몸안의 내용물이 다 쏟아져버릴 것 같았다. 등줄기가 뻣뻣하게 곧추 섰다. 뒤꿈치를 들어 몸을 일으키고 싶은 여자는 그러나 또다시 어깨를 누르자 긴 비명을 지르며 병의 몸통 반 이상을 아래에 숨겼다. 병을 타고 흐르던 핏줄기는 바닥을 적시고 있다.
남자 역시 끙끙, 대며 몸을 낮추지만 너무나 큰 아픔에 더 이상 병에 박을 수 없었다. 옆에서 들린 여자의 비명소리는 남자의 혼을 빼놓기에 넉넉했다. 몸을 조금 세워 다시 힘을 주며 내리지만 겨우 병 머리부분만이 들어갈 뿐이었다.
쟈드가 여자의 비틀거린 몸을 놓자 그대로 쓰러진다. 쓰러지는 여자의 항문께는 녹색의 병이 붉은 색으로 물들이며 여자를 따라 박힌 채 쓰러진다. 모로 누운 여자의 엉덩이가 마치 바나나가 열린 듯 하다. 그대로 쓰러진 채 일어날 염두도 못하고 가느다란 신음만 낼 뿐이다.
“내가 도와주지”
쟈드는 여자를 두고 남자의 어깨를 누른다. 강한 힘이 누르자 그때까지 평평함을 유지하던 남자의 몸은 줄이 끊긴 연이 바람에 나부껴 날아 간 것처럼 쉽게 푹! 소리를 내며 불룩한 병의 몸통을 숨겼다. ‘크......’ 비명을 지른 남자는 눈을 빠지게 뜨더니 바람이 끝난 연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역시 항문에 병을 박은 채로..........
‘하아, 하아’ 아이스는 둘의 비명이 옴 몸의 세포를 자극하자 팽창할 대로 부풀어 오른 화산이 폭발할 것 같았다.
소녀는 아직도 남자의 성난 물건을 입안에 담고 쪽쪽, 빨고 있다. 혀가 마비될 정도로 아팠지만 혀를 돌리며 입안에 손님처럼 머물고 있는 남자를 꼭꼭, 어루만지고 있다.
“그래 이런 기분이 좋아. 부드러운 미풍이 부는 사막에 발가벗은 채 누워 있는 느낌. 내 귀를 찾아온 하모니는 오아시스 상인들이 나누는 사랑의 밀어지.”
화산은 폭발했다. 뜨거운 물줄기가 목젖을 적시고 난 뒤에도 소녀는 입을 거두지 못하고 남자의 눈치만 보고 있을 뿐이다. 입에 부어진 용암은 식기도 전에 목을 타고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꿀꺽! 소리를 내며 목젖을 떤 소녀는 혀를 거두고 입술로만 물고 있다. 피리를 부는 모양으로.........,
“쟈드! 잘 했어. 쟈드도 즐기라고”
“네, 청장님.”
칭찬을 듣는 생도처럼 목소리를 가볍게 하며 남자 쪽을 훑어본다. 마침 찾았다는 듯 준수한 얼굴의 남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곤 앞으로 까닥한다.
스커트를 걷어 올린 쟈드는 다리를 벌린다. 검게 윤이 나는 갈래에 남자 얼굴을 당긴다. 얼굴이 파묻힌다. 역겨운 냄새. 썩은 밤꽃냄새가 진하다. 살두덩 가엔 허연 물기가 묻어 있다. 냄새는 거기에서 풍겨져 나왔다.
“깨끗이 닦아. 입으로”
쟈드 역시 아이스가 한 것처럼 다리를 벌린 채 몸을 의자 뒤로 젖힌다. 남자는 침을 삼키며 혀를 내밀어 갈래를 정성스레 핥기 시작했다. 쩝쩝, 소리를 내며 갈래 사이와 음부 바로 아래 회음부부터 배꼽 바로 아래까지 입술과 혀로 샅샅이 핥았다.
쟈드는 기분이 붕 떠오른 느낌이었다. 둘이 항문을 박은 채 쓰러진 모습을 보면서부터 몸 의 신경들이 타올랐다. 오르가즘으로 일렁거린 가슴이 남자의 부드러운 혀가 뱀처럼 아랫도리를 기어 다니자 질이 넓어지며 뜨거운 무언가가 휩쓸고 지나간 듯 했다. 남자의 혀돌기가 음핵을 건드리자 ‘학!’ 신음을 내며 허벅지와 종아리에 힘을 주었다. 탄력 있는 두 허벅지가 남자의 얼굴을 조였다. 그래도 남자는 혀로 정성스레 음핵과 질 입구를 핥았다.
“쟈드. 우린 이제 정리 해야 돼, 무슨 말인지 아나?”
쟈드는 여직 얼굴이 발갛다. 발간 얼굴이 또 매력적이다. 아이스는 손을 내밀어 뺨을 만지며 그 발간 얼굴을 느낀다.
“미국이 전쟁을 하겠다는 거야. 후세인각하는 알지 모르지만 그렇게 되면 우린 끝이지. 그래서 이곳도 정리를 해야 되겠어. 저 것들도 싹 없애 버려야 해”
“그래요? 청장님. 그럼 우린 어떻게 돼요? 우린 죽나요?”
아직은 아무 것도 모른 철부지다. 그냥 국가가 부르니까 봉사하는 여자들이 바로 이런 여자들이다. 쟈드도 그 중의 하나고.
“어떻게 처리할까? 쟈드 생각은?”
“네? 전 몰라요. 정말 몰라요”
지금까지와는 다른 얼굴이다.
“수영장으로 갈까? 즐겁게 겨울 수영을 해보는 것은 어때? 비키니 입은 모습도 보고 싶은데...”
비키니 란 말에 뺨을 물들인 쟈드다. 그런데 수영장이라니. 수영장은 이곳 바로 옆 건물이다. 박물관이었던 이곳 바로 옆에는 시립수영장이 있었지만 전쟁통에 이용한 사람들은 없었다. 비키니도 물론 없을 것이다.
“가 보자. 푸른 물이 보고 싶다. 물소리는 항상 내게 즐거운 추억을 주고 있지”
추억? 그렇다. 아이스, 아니 설 과장에게 물의 추억은 달콤한 기억이었다. 발가벗긴 허연 몸뚱이를 거꾸로 욕조에 박으면 바둥바둥 대며 헛발질을 하곤 했다. 몇 번 물거품을 품다가 쭉 늘어진 몸뚱이를 침대에 던져 놓고 구석구석을 장난치곤 놀았다. 다리를 활짝 벌린 여자들은 정신을 잃은 채 자신들의 음부에 거친 손가락이 파고들어도 늘어져 있을 뿐이었다. 어떤 년들은 욕조를 보면 끼악! 비명을 지르며 구석으로 도망치곤 했다. 그때마다 우리는 토끼몰이 하듯 다가서면서 그 년들의 머리채를 거머쥐고 거꾸로 몸을 들어 물통에 처박곤 했었는데........, 나중에는 주전자만 봐도 오금을 저리곤 했었지. 물을 마신 어떤 년은 배가 풍선만 해가지고 잘 걷지도 못했다. 걸을 때마다 입으로 물을 품은 어떤 년은 물소리만 들려주면 두 손을 싹싹 빌며 살려달라고 했다.
수영장은 역시 마무도 없었다. 히터를 미리 켜라고 했던 듯 훈훈한 내부였다. 아이스와 쟈드의 뒤로는 서로서로 묶인 남자와 여자들이 수십 명 떼로 지어 따랐다. 그 옆으로는 총을 든 병사들이 있어 눈치만 볼 뿐 말없이 수영장까지 끌려온 것이다.
“지금부터 너희들에게 좋은 시간을 주겠다. 목욕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보내도록”
눈치 빠른 여자들은 낌새를 알아채고 두런두런 거린다. 눈치가 늦은 남자와 여자들은 병사들이 발목을 대충 묵자 그때서야 몸을 흔들며 도망치려고 하지만 이미 늦었다. 손과 발이 묵인 무리를 다이빙대로 끌고 가 차례차례 풀장에 던져버린다. 손발을 쓰지 못해 허우적거리다 점점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연못에 던져진 수건이 가라앉듯. 물은 목 높이로 맞추어졌지만 키가 작은 사람들은 겨우 코와 입만 수면 위로 내놓고 있다. 낚시대의 찌다.
“쟈드, 우린 수영이나 할까?”
아이스는 비키니 차림의 그녀를 안고 물에 뛰어든다. 발끝으로 겨우 몸을 버티고 있는 여자에게 다가간 그는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목숨을 쥐고 있는 사람은 바로 이 남자다. 여자는 슬픈 눈으로 그를 보지만 몸을 물속으로 넣고는 바닥을 버티고 있는 여자의 발을 잡아 당겨버린다. 균형을 잃은 여자는 머리를 물속에 잠길 수밖에 없다. 다시 균형을 잡으려 해도 이미 두 발목은 남자의 손에 잡혀 있어 상체를 물속에 처박은 채 발버둥칠 뿐이다.
물을 한차례 먹은 여자를 다시 세워두고는
“재밌지 않나? 사람이란 동물은 이렇게 손과 발이 없으면 물속에서는 끝이야. 너무 약한 동물이지”
뭐라고 웅얼거리는 여자의 젖가슴을 주물럭거리며 한 손으로 아랫도리를 헤집는다. 물기 머금은 털들을 젖히고 아랫도리에 손가락을 모아 박는다. 늘어진 질은 손가락을 받아들이지만 그 아픔은 작지 않았다.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흔들지만 피할 곳은 없다. 질을 빠져나온 손가락은 다시 엉덩이로 돌아가 그 가운데 틈을 파고든다.
“난 이 좁은 통로를 좋아하지. 들어오기를 거부하며 꽉 조이는 이 구멍은 나에게 뚫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거든.”
머리를 세차게 흔드는 여자를 아랑곳 하지 않고 손가락을 세워 쑤셔 넣는다. 뭔가 딱딱한 것이 잡히지만 무시하며 파고들었다. 힘줄이 끊어 졌나 조금 느슨해지자 몇 번이고 쑤셨다. 얼굴을 찌그러뜨리며 눈물을 흘리지만 예쁜 얼굴이 오히려 더 아름다울 따름이었다.
쟈
우다이(늑대) 후세인의 큰 아들
쿠사이(칼) 후세인의 둘째
아이스 한국인
모하메드 함자 알 주바이디 수상, 국방상, 별명 시아 터그
알리 하산 알 마지드 후세인의 숙부, 비서관, 쿠웨이트 바트당 책임자
(별명: 알리 케미칼)
쟈드외 바트당원
F/M 등등 쿠웨이트 학생들
누구라도 죽음이 오는 길목에서 두려워 떠는 자,
죽음이 그를 베어버릴 것이다.
누구라도 자신의 훌륭한 무기로 물통을 보호하지 않는 자
그것이 부서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며
누구라도 남을 공격하지 않는 자
스스로 공격을 당할 것이다.
- 아라비아 시인 <주베이르 이븐 아비 술마>의 시(5, 6세기)
제 8부 1991년 쿠웨이트, 작전명 사막의 폭풍
“쟈드!”
아이스는 시선을 거두며 여자를 부른다. 군복 차림의 여자 어깨에는 계급장이 하얀 빛을 내고 있다. 소위. 헝겊으로 만들어진 계급장은 때가 타지 않아서인지 깨끗하다. 여자 성격이 더러운 것을 싫어하는지도 모른다. 엷은 녹색 군복이 보기에 좋다. 스커트풍의 하의는 무릎 바로 아래까지 펼쳐지고 그 밑으로는 짙은 살색 스타킹이다. 종아리가 근육질은 아니지만 통통하다. 앞가슴을 앞으로 쑥 내밀자 두 주먹만한 젖통이 불거진다. 육감적이다.
“네, 청장님!”
뒤통수만 바라보던 여자가 남자의 얼굴을 보며 쾌활한 목소리를 낸다. 하늘이 투명하게 밝아 좋은 어느 날, 둘이 여행이라도 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의 목소리로 쟈드라 불린 여자는 대답을 하며 남자와 눈길을 맞춘다.
남자의 키가 훨씬 크다. 여자도 작은 키는 아니지만 남자는 목 하나가 더 있는 듯 크다. 호리한 몸매의 남자는 밝은 표정을 연신 짓는 여자를 본다. 몸을 섞으며 여자의 터럭 하나까지 손으로 가른 남자에게 여자는 모든 것을 바쳤다. 몸만이 아니다. 끌려온 반혁명분자들을 짐승처럼 내두른 것도 남자의 뜻에 따라서다. 긴 채찍을 내리칠 때마다 손끝에 전해오는 잔잔한 떨림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채찍이 바람을 가른 소리는 마음속에 쌓인 찌꺼기를 모두 털어내 준 듯 했다. 진심어린 공경과 무슬림이었다. 무슬림이란 무엇인가? 바로 알라에게 복종한다는 뜻이 아니던가. 여자는 그에게 무슬림이었다.
통통 뛰는 그래서 마치 여행이라도 떠난 듯한 느낌을 목소리로 준 여자. 포근하다. 음성만이 아니라 몸도 푸근했다. 뜨거운 샘은 하루의 피곤을 풀어주는 욕탕이었다. 끝없이 깊은 샘으로 끌고 들어간 젊은 여인의 육체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러고 보니 여행을 안 한지도 쾌 되는군, 이곳을 온 게 여행이라고 치부할까? 노을이 떨어지는 사막이 보고 싶군. 붉은 노을로 물든 저 아이 얼굴을 품으며........, 훗“
피로감을 느낀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여자의 맑은 음성이 피아노처럼 심장을 두드렸을까 아니면 메마른 사막에 가끔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로 착각해서일까.
창밖 풍경은 어느 때와 똑같이 회색빛이다. 이곳에 처음 도착한 때는 여름이었다. 사막의 여름은 무더위로 인간을 공격했다. 그 여름이 가고 지금은 건조한 바람이 간혹 부는 겨울이다. 전쟁은 끝났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쿠웨이트국민의 저항도 저항이지만 땅만 점령했을 뿐 우두머리가 살아 있는 것이다. 그 우두머리는 사우디에 머물러 있으며 오히려 이라크를 응징하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그나마 아이스가 알아낸 정보지만 이미 정보의 가치는 없었던 것이다. 마치 바닥이 보이는 진흙탕에 뒹굴고 있는 자신을 보고 있는 듯 했다. 발을 내딛으면 더 깊이 빠져드는 늪이었다.
마흔이 넘는 남자가 물끄러미 건네 보는 눈길에 얼굴이 발그레해진 그녀다. 몸을 살짝 살짝 흔들며 다음 말을 기다리는 표정이 제법 진지하다.
“마무리 일이 있는데.....,”
“네, 청장님”
어떤 일이라도 해낼 자신 있는 목소리다.
남자를 기분 좋게 만드는 목소리는 항상 사랑스럽지. 이 여자는 흥분할 때 지른 목소리도 참 매력적이었었지, 아마.
“이번 쿠웨이트에서의 자네 임무는 훌륭했어. 저쪽 애들보다 우리가 더 빨랐지. 이것이 다 쟈드 소위의 노력이 아닐까 하네.”
“감사합니다.”
존경의 눈길이다. 귀여운 눈길이 존경으로 가득차자 그의 목소리는 다시 업무적인, 딱딱한 톤으로 바뀐다.
“이곳에 수감된 반국가 자식들을 다 쓸어버리는 일보다 먼저 처리해야 할 것이 있네. 4층에 있는 미국 아이들을 더 늦기 전에 보내야하겠어. 준비시키게”
“네, 청장님.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떤 준비를.....,”
“그건 다시 말해줄 테니까 실수 없도록”
“네, 청장님”
청장? 사실 청장이라는 직책은 말이 좋아 청장이지, 몇 년 전 만해도 그의 위치는 제3인자였지 않았던가. 후세인과 우다이를 이은 제3인자. 무소불위의 권력은 그 앞에 모든 것을 설설 기게 만들었다. 그 사건만 아니었으면, 지금쯤 3인자 자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2년 전, 아니다 그 전부터 얘기해야 이해를 할 것이다. 1987년 10월의 일이다. 그가 이라크란 낮선 나라에 도착한 지 꽤 지난 때다.
처음에는 너무 어수선한 사회 현상에 적응이 어려웠지만 오히려 그가 떠나온 조국보다 더 간단했다. 법이나 다른 나라의 눈치 따위는 볼 필요도 없었다. 단지 필요하다면 코란의 가르침을 따를 뿐이다. ‘무함마드’의 후손인 알리를 추종하는 수니파에게는 다른 종족이나 다른 교리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해도 도덕적 죄의식도 필요 없었다. 그에게는 이 나라가 세상이 마련해준 최후의 다락방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바벨탑이 무너지듯 다락방에 습기가 차고 거미줄이 쳐진 것은 1988년이었다.
우다이와 쿠사이의 투쟁적 전사의 심연을 끌어내 야수의 마음을 심어준 그가 그들의 중심에 있는 게 너무나도 당연했다. 당시 후세인의 측근들은 못마땅한 눈길을 감추지 않았지만. 미처 눈치를 파악하지 못한 것은 아이스의 잘못이다. 그 중 가장 심하게 견제한 사람이 3촌 관계인 알 마지드와 당시 수상인 주바이디였다. 사태는 바로 그 후 일어났다.
그러니까 동생 쿠사이의 패거리들, SSO 비밀경찰과 우다이가 주축이 된 폐다인 민병대 간의 작은 갈등이 있었다. 심한 총격전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싸움 결과 우다이가 자리에서 밀려난 것이다. 그 원인에는 물론 우다이의 무분별한 섹스행각이 한 몫을 했다. 할렘을 능가한 우다이의 티그리트 저택은 동생 쿠사이와 주바이디에 의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 음란성에 누구나 낮을 찌푸릴 정도였다. 나중에 부인이 된 <알 우리> 공화국수비대 소장의 딸인 <아지나> 역시 우다이의 노리개가 되어 <알 우리> 소장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었으니까.
문제는 거부 나와프 저택에 있던 어린 소녀들이었다. 우다이가 <키르쿡>에서 끌고 온 소녀들은 여기서 철저히 섹스의 노예가 되어 봉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이는 갓 열 셋에서 열여섯. 채 피어나지 못한 석류 같은 소녀들이었다. 그들의 이름들은 U1, U2......, 이렇게 불렸다. 자기 이름의 이니셜을 따 10명에게 이름을 준 것이다. 아무리 반대파들의 자식이라고 해도 사람들의 마음은 동정으로 기울이기 마련이다.
사단은 이곳 쿠웨이트에 오기 바로 전인 1988년에 터졌다. 반 후세인파인 시트파와 이란의 지지를 받았던 쿠르드족과의 전쟁을 마무리하고 한창 승리의 기쁨에 들떠있었다. 그들 - 바로 우다이를 대장으로 한 페다이민병대는 조국에 봉사하고 민족의 긍지를 드높이자고 만든 청년 수니파들과 바트당원들의 모임인데 그들이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가끔은 원로정치인과 논객들, 문화인도 끼어들곤 해 나름대로 이라크 문화의 중추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SSO와는 달리 그들 청년단은 우국충정에 불타올라 옳지 않은 것을 보면 물불 가리지 않고 해치우곤 했던 것이다.
그 당시 정재계 2세들의 모임인 ‘바그다드 니르바나클럽’을 초토화시키고 그 도가 지나쳐 모조리 몽둥이찜질을 해버렸다. 폐다인민병대의 청년단은 ‘강한 조국’을 만들자는 일념으로 그들을 납치 구금하고 성적 가학을 했던 것이다. 쉬쉬 입들을 막았지만 비난의 화살을 비껴갈 수 없었다. 이런 일이 자꾸 쌓이면서 우다이를 더 가학에 집착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지만......,
어찌됐든 우다이가 뒤로 밀려나자 그도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다. 좋게 말하면 권력 투쟁의 희생물이다. 얌전한 쿠사이를 아이스, 그가 그렇게 투쟁적인 전사로 만들었지만 그 놈도 한번 권력에 맛을 들이자 설, 아니 아이스의 지난 노력들을 다 잊어 버렸다. 처음 볼 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그 칼 같은 놈의 성격을....... 부끄럼 많은 청년으로만 생각했던 쿠사이가 오히려 뱀처럼 더 잔인해진 것을 누가 알았겠는가? 인샬라......
아이스는 문화감시청 5층에서 쿠웨이트의 겨울 햇살을 쳐다보다 지난 시간을 거두어들이듯 시선을 돌리며 그녀에게 다가선다.
선명한 윤곽의 얼굴, 갈색이 섞인 검은 눈동자가 이국적이다. 큰 눈망울. 흰자위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크다. 두툼한 입술, 하얀 이가 창에 내리쬐는 햇빛 같다. 두 볼을 부여잡고 얼굴을 당긴다. 바로 눈 아래로 끌려오는 검은 머리에선 젊은 여인 특유의 발랄함이 배어난다. 올이 굵은 머리결을 손가락으로 쓸어가며 목을 잡고 입술을 들어올린다. 달콤한 부드러움. 산양의 젖이 흐르는 입술이다. 립스틱을 바르지 않은 원형의 두 도톰한 입술이 살짝 벌려지며 남자를 받아들인다. 깊게 빨며 혀를 감는다.
“읍!”
쟈드의 달콤한 숨 막힘. 강한 팔이 허리를 휘어잡고 끌어당기자 몸을 세우며 뺨을 돌린다.
“너는 따뜻한 바위야.”
그렇다. 추운 겨울이었던가. 그 나라에서의 오래 전 추억이 갑자기 떠오른 이유는 몰랐다. 다만 추위에 꽁꽁 언 귀를 양지 쪽 바위에 대면 너무 따뜻했다. 겨울 해를 받으며 온 몸에 온기를 채운 바위는 그에게 따스함을 주었다. 겨울이면 더 푸르게 보이는 하늘을 보며 바위에 입을 맞추면 포근했었다. 말이 없는 바위와 말을 나누기도 했었다. 그때부터 살아 움직이는 것보다 침묵으로 서 있는 것들을 더 사랑하게 됐는지도 모른다.
“너를 만지면 온기가 느껴져. 손끝에서 시작한 온기는 전신으로 퍼지며 나를 들뜨게 해”
“저도요........., 청장님. 근데 저......., 청장님을 사랑하면 어떻게 되죠? 안 되나요?”
“사랑?”
사랑이라. 너무나 오랜 동안 잊고 지내던 단어가 아닌가. 사랑을 느끼지도 가져보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자신의 사랑은 언제나 품속에 담겨진 10개의 바늘이다. 말없이 자신을 기다리는 바늘은 정말 사랑스러운 분신이었다. 그 차가움 그러나 속에 품은 그 따뜻함은 무엇에 비교할 수 없는 사랑이다.
길고 하얀 손을 내밀어 쟈드의 머리를 위에서 아래로 마치 올을 세듯 손가락을 갈퀴로 만들어 몇 번이고 쓰다듬는다. 아련한 향기를 풍기는 여자의 머리결이다. 아이스는 향기를 길게 들이마시며 얼굴을 한 뼘쯤 띈다. 자신을 올려다보는 얼굴. 깊은 우물 속에 아른거리는 구름 같다. 손으로 잡으면 출렁하며 흩어지는 물결처럼 여자의 얼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염려되는 우물 속. 행여 물결이 일까 조심스레 두 손으로 얼굴을 받쳐 들어 턱을 약간 든다. 부드러운 그러나 도톰한 입술이 살짝 벌어지며 하얀 이를 드러낸다. 그는 얼굴을 가까이 대고 다시 입술을 통해 여자의 향기를 마신다. 머리를 헝클어뜨릴 강한 향기다. 아랫도리가 불끈 솟는다. 옆에서 보면 마치 나무등걸 같을 것이다. ‘읍!’ 쟈드는 짧은 신음을 내며 허리를 꺾는다. 얼굴을 받쳐 들던 왼 손을 떼어 허리를 감싼다. 그의 입술은 점점 여자를 파고든다. 잇몸을 건드리다가 하얀 이를 한번 훔친 후 혀로 여자의 혀 밑을 간지르기 시작한다.
‘흐 - 으!’ 조금 전 신음 보다 더 긴 달짝지근한 신음이다. 이미 그의 손은 허리의 스커트를 열고 안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부드러운 천, 속옷이다. 스커트가 반은 허리에 걸리고 반은 엉덩이에 걸린다. 오른 손을 내려 제복의 단추를 끄른다. 툭! 터질 듯 큰 가슴이다. 사발 두 개 크기의 하얀 젖을 어루만진다. 입술은 목을 타고 흐르다 손과 만난다. 오른 손은 계속해서 왼쪽 유방을 주무르고 입술과 혀는 오른쪽 유방을 덮친다. 풍성한 살결을 핥던 혀는 점점 가운데로 꿈틀댄 장어처럼 핥는다. 아랫도리는 이미 장어 크기다. 물 빠진 웅덩이 속 장어가 숨을 곳을 찾듯 아랫도리는 파고들 구멍을 찾고 있다.
‘후- !’ 그도 뜨거운 숨을 젖꼭지에 쏟는다. 숨이 젖꼭지에 닿자 피가 물린 유두는 팽팽해진다. 유륜도 발갛게 물든다. 그는 5월이면 도처에 피어나는 뽕나무가 떠올랐다. 붉게 영근 오디는 온 몸의 피를 모아 놓은 듯 붉다 못해 빨간 열매였다. 달짝지근한 오디, 그는 젖꼭지를 입에 물며 오디를 생각했다. 쭉 빨면 단물을 내뿜으며 입을 보라색으로 물들인 오디. ‘쪽! 쪽!’ 삐비의 속살을 빨듯 여자의 하얀 유방과 유륜과 젖꼭지를 입에 담고 한참을 빤다. 쟈드는 뭔가 뜨거운 것이 저 아래에서부터 치밀어 올랐다. 뜨거운 물결이다. 욕조에 한 발을 넣을 때는 모른, 그러나 하체와 상체를 모두 담글 때 온 몸을 타고 오른 뜨거움. 저도 모르게 ‘하! 하!’ 연거푸 숨을 몰아쉰다.
그의 입은 아름다운 음식을 음미하듯 유방을 지나 아랫배에 머물며 배꼽 부근을 세게 빤다. 여자의 정기를 빨아들이고 싶은 듯하다. 그녀의 사랑을 다 빨아들이고 그녀의 아름다움을 다 빨아들이고 그녀의 젊음을 다 빨아들여 빈 껍질만 남기고 싶어 하는 것일까.
혀를 내밀어 배꼽을 간질인다. 쟈드는 몸 가운데부터 위 아래로 퍼져가는 열기를 느낀다. 서 있는 자세 그대로 뜨거움을 배꼽에서 느끼며 두 손으로 가슴을 만지기 시작한다.
그는 무릎을 구부리며 몸을 더 낮춘다. 이젠 입이 하얀 무명천에 머문다. 물기에 젖은 천이다. 강한 향기를 풍기는 팬티는 남자의 입술을 기다린다. 물기가 점점 퍼져간다. 그 모양이 마치 물결 같다. 처음엔 작다가 가로 갈수록 커지는 물결처럼 하얀 팬티 위의 점은 점점 커져 천 밖으로 세어 나온다. 그 물을 ‘?! ?!’ 마신다. 갈증을 가셔주는 오아시스다. 얇은 천위로 오가는 남자의 혀 놀림에 그만 허리를 꺾는다. 벗겨주었으면, 하는 쟈드의 속마음을 읽고 있듯 허리에 걸린 고무줄을 밑으로 내린다. 검은 음모. 두런두런 속삭이다가 갑자기 열린 문에 놀란 계집아이들처럼 검은 음모들이 똑바로 일어서다 옆으로 눕는다.
푸른 보리밭을 떠올린 것은 왜, 인지 모른다. 그냥 어린시절로 돌아간 마음이었을까. 5월 푸르게 이어진 고랑 사이로 간들바람에 몸을 누이던 파란 보리들. 덜 여문 이삭에 꽃을 피우며 눈을 시리게 하던 보리밭이 떠오르자 얼굴을 묻는다. 새콤한 여자의 향기다. 꿀을 찾는 벌이 긴 빨대를 내어 빨듯 그는 혀를 동글게 날을 세워 가로로 갈라진 틈새에 넣고 빨기 시작한다. 단내다.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 물은 혀가 넘나든 횟수가 많을수록 양이 많아진다.
첨벙 첨벙 물장구치는 개구쟁이라도 되듯 맑은 내를 거침없이 휘젖는다. 쟈드는 뜨거움이 아래에서 밀려들어오자 허리를 더 꺾으며 엉덩이를 비튼다. 남자의 얼굴이 다가오면 엉덩이를 내밀고 멀어지면 다시 엉덩이를 빼곤 한다. ‘헉! 헉!’ 여자만의 신음이 아니다. 그 역시 가빠른 숨을 쉬며 쟈드의 탄탄한 허벅지를 연신 쓰다듬다 문지르다 살짝 꼬집으며 샘물을 마신다.
허벅지에 걸린 밴드스타킹을 천천히 벗는 여자는 상체를 거의 드러내 놓고 있다. 녹색 제복의 앞단추는 다 풀어져 있어 하얀 속살을 보여주고 있으며, 연미색 브라는 거두어져 커다란 젖통을 전등처럼 건들거리고 있다. 아이스는 소파에 앉아 스타킹을 벗고 있는 쟈드의 발 바로 밑에서 드러나고 있는 갈색의 종아리를 본다. 투명한 섬유가 손길을 따라 벗겨지는 모습이 마치 나비가 두꺼운 껍질을 벗어내고 아름다운 날개를 갖는 것 같다. 벗겨진 허물을 손에 들고 얼굴에 대본다. 아직 남아 있는 온기는 쟈드의 체온이리라. 아름다운 탄생을 남긴 허물을 뺨에 문지르며 손을 내밀어 맨살의 종아리를 쓰다듬는다. 미세한 입자의 모래알이 손가락 사이로 흐른다. 갈색의 가루들이 부서진다. 입을 벌려 그 가루들을 마시려는 표정이다. 종아리의 세포를 남김없이 빨아들이듯 하자 종아리의 피부가 발갛게 물든다. 매끄러운 피부다. 나비의 날개처럼 부드러운 종아리를 입술로 핥으며 다른 한 손으로 투박한 구두를 벗긴다. 스타킹의 발 부분은 구두에 꽉 쪼여서인지 실핏줄이 부풀어 올라 있다. 갸름한 곡선의 발선이 피어난다. 발등은 살이 적당히 올라 통통하지만 발목은 한 손에 잡힐 만큼 가느다랗다. 바닥에 앉는 자세로 스타킹이 아직 신겨져 있는 발을 들어 얼굴 높이로 들고는 훈훈한 온기가 배인 발바닥을 뺨에 댄다. 볼이 좁은 발은 길지도 작지도 않은 크기다. 발 안쪽의 선은 둥글게 말아 올라 있는 모양이 완만한 해변 같다. 두 발치에 걸린 스타킹을 완전히 벗겨내자 맨발이 드러난다. 분홍색의 발가락이 제일 큰 것부터 차례대로 가지런히 박혀 있다. 하나하나 입안에 넣고 혀로 간지럽히다 빤다. 어린아기가 젖을 빠는 모양이다. ‘쭉! 쭉!’ 소리가 날 정도로 빨아대는 남자의 혀가 발가락 사이를 파고들자 쟈드는 누운 자세로 두 손을 가슴에 교차하며 소리를 연신 낸다. 발가락 사이를 핥던 혀는 조금씩, 모래를 적시는 물처럼 발등을 타고 올라 발목을 휘감으며 다리를 핥는다.
쟈드는 끝내 흥분을 참지 못해 아랫도리를 조이며 샘물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미세한 세포들이 어두운 곳에 숨어 있다가 한꺼번에 뛰쳐나온 것이다. ‘하아악!’ 가쁜 숨을 몰아쉰 쟈드는 남자의 혀를 따라 다리를 구부린다. 두 다리를 구부리자 샘물을 품은 가랑이가 활짝 벌려진다. 그곳을 기다리는 여자다. 남자의 뜨거운 숨이 세차게 느껴진다. 다리를, 기름진 허벅지를 마음껏 빨고 핥던 입이 종내 거기에 도달한 것이다. ‘아---!’ 쟈드는 자신도 놀랄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며 흥분의 신음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가슴께까지 구부린 다리를 양옆으로 더 벌린다. 검은 숲이 갈라지며 샘물이 흐르고 있는 음문을 더 잘 보이게 해준다. 두 겹의 살은 착한 눈을 가진 양이 그 눈을 뜨는 것 같다. 그는 샘물에 젖은 입을 모아 후! 불며 두 살을 입안에 담고 잘잘하게 잇몸으로 다진다.
‘꽐! 꽐’ 쏟아지고 있는 느낌은 쟈드에게 먼저 찾아 왔다. 온몸의 피가 거기에 몰려 있다 빠져나간 느낌이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지가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물건에 온몸의 신경이 모여든 느낌이었다. 누군가 칼만 들이대면 ‘똑!’ 끓길 팽팽한 실이 되어 있었다.
바지와 팬티를 벗으며 몸을 일으키고 쟈드의 가슴에 오른다. 아랫도리가 서로 마주친다. 둘은 몸을 부딪치며 긴 소파를 출렁이게 한다. 피가 빠져나간 샘에 외부의 뜨거운 물줄기가 찾아와 채운다. 아래에서부터 채워진 물줄기는 가슴을 채우고 머리까지 채운다. 허리를 젖히며 신음을 내던진 쟈드는 땀에 전 얼굴을 남자의 가슴에 묻고 가만히 있다. 마지막 파동의 끝은 남자가 몸을 일으키며 끝났다.
아이스는 상의 군복만 걸친 쟈드를 내려본다. 아랫도리는 그대로 벌거벗은 채 눈을 옆으로 내린 여자다. 잘록한 허리하며 허리의 두 배나 되어 보이는 엉덩이가 눈을 부시게 하는 여자를 예의 그 차가운 눈으로 한참을 보다 벌거벗은 아랫도리의 몸을 돌려 창가로 간다.
몸을 섞은 첫 여자인가? 내가 여자의 속을 파고든 것은 저 여자가 처음이란 말인가?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지. 내가 살아있는 물건을 사랑하다니, 무엇이 나를 이런 유기체에게 끌고 갔지. 그저 아름다운 소리만 낼 뼈와 살로 만들어진 이런 유기체에........, 알렉스의 갑작스런 전화 탓일까?
비슷한 시간. 한국 서울의 한 음식점 밀실.
CIA 극동담당에서 중동 담당으로 자리가 바뀐 알렉스는 정중한 초대를 했다. 초청자는 여당 중진인 하의원이었다. 처음 만날 때 비둘기로 불린 그는 정권 혼란기를 틈타 빠른 변신을 한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군 출신인 노태우정권의 유화기를 틈타 재야인사들과 잦은 접촉을 하며 YS란 젊은 정치인의 이목을 받은 것이다. 정보부 출신인 그는 풍부한 정보를 제공했고 정보를 받은 정치인들은 그에게 자리를 약속했다. 그 이후 지역구부터 시작한 정치역정은 깊게 뿌리를 내렸다. 이제는 누가 함부로 대할 수도 없는 중진이 된 것이다.
옆에 바싹 붙어 앉는 여자의 치마 속으로 손을 연신 집어넣고 있는 의원에게 먼저
“하의원님, 건강은 여전하시군요. 언제 봐도 자신감 있는 얼굴입니다. 하하하”
“그런가요? 허허허. 다 특보가 도와준 덕택 아니겠습니까? 자 한잔 하시죠? 애야, 술 한잔 정중하게 따라라”
한복 차림의 여자는 긴 목의 술병을 들어 알렉스의 낮은 잔을 채운다. 노란 액체. 양주를 호리병 같은 데에 담은 듯 하다. 술병의 목을 기우려 잔이 가득차자 특보라고 불린 알렉스는 마주 웃으며 목소리를 낮춘다.
“한국의 여인들에게는 묘한 느낌이 있습니다. 은은하다고나 할까 마치 달빛에 몸을 맡긴 은어 같다고나 할까요. 하하하.”
알렉스는 바짝 다가앉는 여인의 머리가 풍기는 은은한 향내를 맡으며 술잔을 들어 한 입에 털어 넣는다. 다소곳이 앉아 있는 여인의 하얀 버선이 눈을 부시게 한다.
처음 이 나라에 왔을 때 받은 충동은 이 하얀 버선을 벗겨보고 싶은 욕구였다. 가리는 마름다움이 더 자극적이란 것을 그 때 알았다. 다 보여준 것보다 이렇게 숨기고 있는 것이 더 자극을 주었다. 한 쪽 무릎을 꿇은 여자의 치마가 바닥에 깔리다가 술병을 들기 위해 몸을 기울이자 버선 위로 하얀 종아리가 살짝 비친다. 손길을 뻗어 이조백자를 어루만지듯 종아리를 쓰다듬는다. 매끈한 피부다. 다시 얼굴빛을 고치며
“요즘 중동 정세에 관심은 있으시지요? 아무래도 건설과 원유 수입은 그 쪽 나라를 빼놓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지 않은가요?”
“하하하, 그럼요. 언제나 국가를 생각하는 데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좋은 정보를 드리는 겁니다. 하의원님은 큰 것 하나 건지는 거지요.”
귀가 솔깃한 하의원, 예전 비둘기 부장은 얼굴을 그에게 가까이 한다.
“먼저 애들은 내보냈으면 합니다.”
여자 둘이 자리를 비켜주자 나지막한 목소리로
“우리가 곧 평정할 것입니다. 중동의 지도를 바꾸는 것이지요. 미국 성조기가 온통 나부낄 것입니다. 바로 이럴 때 한국도 적극 도와준다면 좋은 선물이 오지 않겠습니까? 세상은 오고가는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근데 설 과장은 자주 연락을 하는지요?”
사실 하의원에게는 까마득한 옛날이었다. 얼굴도 가물가물 할 정도로 연락을 끊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아! 이제야 생각이 납니다. 그래 잘 지내고 있나요? 요즘 경황이 없어서”
“허어......., 큰일 입니다. 하의원님이 챙기셔야죠. 아무튼 부탁드립니다. 전 이곳을 떠나 중동으로 가지만 자주 연락은 드리겠습니다. 그 사람은 큰 임무를 수행할 사람입니다. 자주 연락도 취하시고 그러시죠”
비둘기부장은 혼자 남아 생각을 정리했다. 이라크와 쿠웨이트 전쟁은 보도를 통해 들었을 뿐 자세한 내막은 몰랐다. 아니 알 필요도 없었다. 국내 문제로도 골치가 아픈데 그 딴 나라들까지 머리 속에 넣어 둘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친구 말을 들어보면 뭔가 뉘앙스가 풍기는 것 같지 않은가? 한 몫을 챙길 수 있는 기회냐 아니냐 부지런히 머리를 굴리는 하의원이다.
미국이 곧 개입할 것이라는 알렉스의 통보가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쿠웨이트 왕 압둘라는 사우디에서 큰소리를 치고 있었다. 사우디는 후세인과 등거리외교를 펼치고 있을 뿐 이슬람 형제국들이란 말은 통하지 않았다. 이럴 때 만약 미국이 개입하면 분명 이 전쟁은 어려워진다. 어려워지는 정도가 아니라 패배다.
아이스는 똑같은 풍경에 질리지도 않은지 한참을 거리와 동그란 모양의 모스크를 눈을 들어 뚫어지게 보고 있다. 모스크를 볼 때마다 떠오른 생각은 이 쪽 사람들의 건축미에는 여성을 숭배하는 사상이 깔려있는 것은 아닌가 한 느낌이 들었다. 위아래보다 가운데가 동그란 모스크는 마치 힙이 큰 여자가 서 있는 모양이다. 혹시 코카콜라 사원 누군가 이곳에 왔다가 모스크를 보고 그 병 모양을 떠올리지나 않았을까. 쿠란도 그랬지. 여자를 존경하고 숭배하라고. 그래서 유일한 종교인 이슬람의 사원을 그런 모양으로 세웠는지도 몰랐다. 쳐다보고 있는 모스크가 문득 쟈드의 커다랗고 보기 좋은 힙과 겹쳐 보였다. 이곳에서 너무나 자주 만난 모스크의 영향 탓일까? 고개를 끄덕이다 다시 쟈드를 돌아본다. 그녀는 이미 주섬주섬 옷을 걸치고 있는 모습이다. 아랫도리를 닦아낸 종이휴지가 소파 한쪽에 널려 있다. 웃음을 함빡 짓는 쟈드의 얼굴을 무뚝뚝하게 보기도 그래서
“기분 전환이나 할까?”
그가 말을 던지고 문께로 가자 쟈드도 얼른 일어나 따라 나선다.
“청장님!”
벌써 목소리에 물기가 밴다. 밝고 맑은 음성이 물기에 젖어 아래로 떨어지는 종이다. 하늘거리며 떨어지는 종이처럼 그녀의 목소리는 나긋하게 귀를 찾으며
“아까 제가 할 일이 있다고.......”
“가면서 말 해주지”
4층에서 엘리베이터는 수직으로 하강한다. 지하로 가는 모양이다. 침침한 복도를 걸으면서
“그 외국 아이들을 잘 훈련시켜. 고분고분하게 만들어 두란 말이야. 아이들이라 다루기 쉽겠지만 오히려 어려울 수도 있어. 근데 그 쪽 말은 좀 하나?”
“네, 청장님. 잘은 못하지만 조금은.......”
“한 열댓 명 정도는 될 거야. 그 중 괜찮은 아이들 열 명 정도를 추려 내. 그리고 아까 말한 훈련을 시켜. 네가 했던 것처럼......”
무슨 뜻인지 안 쟈드는 얼굴을 물들인다. 남자의 몸을 잘 받아들이게 만들란 말이 아닌가.
워싱턴에 있는 미국기업연구소, 약자로 AI. 네오콘이라 불린 사람들이 검은 원형탁자와 깊숙이 가라앉는 의자에 앉아 있다. 단 한 명만이 이들과는 다른 차람이다. 콜린 파웰은 별 네 개가 어깨에서 빛을 내고 있지만 그 빛은 이들에게 눌려있는 것 같다.
네오콘. 신보수주의자들인 이들은 강한 미국을 꿈꾸는 자들이다. 대부분 유대계로 시카고 대학의 레오 슈트라우스 교수의 암묵적 제자들이다. 이들은 교수를 정신적 지도자로 여기고 있었다. 세계 어느 나라고 미국에 대한 위협은 용서치 않는 이들은 지금 이라크에 대한 처리를 놓고 장시간 설전을 벌이고 있던 것이다. 설전이라고 하기에는 적절치 않을지도 모른다. 파웰 장군만이 좀 더 생각을 하자는 의견을 내놓을 뿐 다른 사람들은 응징을 주장하고 있었다. 이들이 파웰을 부른 것은 이유가 있어서다.
긴 침묵을 깨고 입을 연 사람은 루이 리비 백악관 보좌관 바로 곁에 앉아 있던 폴 울포위츠다.
“의장님, 의장님의 의견도 일리는 있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쿠웨이트를 공격한 의도는 곧 우리를 목적으로 한 것과 똑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옆의 루이 리비다. 둘은 심적 동지라고 할 정도로 궁합이 잘 맞는 친구다. 기다렸다는 듯이 루이 리비가 입을 열자 파웰도 맞대꾸다. 파웰이 보기에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친구들이었지만 화를 누르며 자기 생각을 꺼낸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미국은 이라크를 지원하고 있었잖소.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이라크를 지원해 놓고 이제 와서 쿠웨이트를 합병한다고 이라크를 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거요. 그리고 쿠웨이트나 이라크나 저들은 다 이슬람 국가요. 그들끼리의 전쟁에 우리가 개입한다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소”
“하하하, 장군, 생각이 짧은 것 같지 않으오?”
비웃음으로 충분히 느끼게 하는 웃음이 딕 체니에게서 나왔다. 딕 체니는 마주 보고 있는 파웰을 펜으로 가리키며
“군인은 그래서 안 된다는 것이 내 철학이오. 만일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합병하면 우리가 어떻게 원유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은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과 같다는 동양 속담이요. 후세인이 그대로 있을 것 같소? 아마 석유를 무기로 우리의 자동차와 공장과 비행기와 집과 직장을 위협할 것이 분명하오. 말해 보시오”
“그것은 물론 가능성 있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명분 없는 전쟁은 우리 미국에 오점을 남기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한단 말이오. 사막에서 죽어가는 병사는 누구의 자식들이오. 바로 당신들 아들들이란 말이오.”
“아? 그런가요? 하지만 우리 크게 생각합시다. 이스라엘의 적은 누굽니까? 바로 그 아랍놈들이오. 미친 개처럼 날뛰는 그놈들은 이미 호메이니 때부터 알았잖습니까? 지금 그 미친 개는 후세인이란 말이오. 우리들이 그냥 놔두면 바로 우리들이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오, 럼스필드 차관께서 찬찬히 설명을 해드리면 어떻습니까?”
칼을 자신에게로 돌리자 그때까지 입을 다물던 럼스필드가 나선다.
“국무성 조사 결과를 보면 지금 이라크는 생화학전의 완성은 물론 핵무기 개발까지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이렇게 판단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이 군사력을 키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 소스는 물론 모스크바이지만 현재로 봤을 땐 러시아보다 더 막강한 군사력으로 사료됩니다. 이대로 둔다면 멀지 않아 아랍의 맹주를 주장하며 미국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예루살렘까지도 그들 손에 넘어 갈지 모릅니다. 이라크를 공격하여 함락시켜야만 된다는 것이 우리 국무성의 판단이며 각하의 생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각하는 바로 부시대통령이다. 부시 역시 이 네오콘의 수장격이었다.
파웰은 생각에 잠기다 고개를 끄덕인다. 이 상황은 군에 몸담고 있는 자신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었다. 명령을 받아 수행하면 그만인 군인으로서 이들이 어떻게 말하든 상관없이 전쟁을 치러야만 할 회의로 받아들였다.
유색인종. 파웰은 흑인이었다. 유대인들처럼 백색과 황색의 혼합이 아니고 자신은 검은 흑인이다. 4성 장군이지만 흑인인 그로서는 이들의 도움이 절대로 필요 했다.
“아직까지 판단이 되지 않으면 한마디만 더하리라. 저 놈들은 쿠웨이트 기지 부근에 수용소를 짓고 우리들의 부모와 자식들을 억류하고 있소. 이건 극비지만 말하겠소. 만약 우리가 폭격을 하거나 공격을 하면 자동으로 미국시민들의 목숨을 해치겠다는 것이요. 더러운 놈들의 짓이 아니겠소. 그것이 아랍놈들의 짓거리요.”
파웰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성난 목소리로 말을 끊는다.
“아니 그런 짓을........, 그런 행동은 용서받지 못할 짓이오. 왜 전쟁에 죄 없는 사람을 끌어당긴다는 말이오. 좋소. 당장 준비 하겠소”
자리를 박찬 파웰이 나가자 남은 네오콘들은 박장대소다.
“봤지? 저렇게 단순하다니까. 검둥이는 역시 검둥이야. 뭐 대학 다닐 때 코카콜라에서 4년을 아르바이트 할 정도로 성실했다고? 훗후후......., 그렇게 해서 대학을 다니면 뭐 하나? 가난한 것들은 쓸 데 없는 동정심만 많아 가지고, 쯧쯧”
혀를 차는 딕 체니. 나중에 부통령이 될 딕 체니는 일행을 둘러보며
“리비 보좌관, 즉시 각하께 보고서를 올리시오. 전쟁은 이미 우리들의 승리가 확실하지 않소. 파웰만 움직이면 충분하다는 판단이오. 울포위츠, 당신은 차후의 일을 강구해야 할 것이오, 그럼 난 가리다”
자리를 뜨는 딕 체니의 얼굴은 웃음을 참는 표정이 역력하다.
‘어차피 세상은 에너지를 차지하는 놈이 이기는 것. 그 에너지의 황금 보고를 쥐새끼 같은 후세인에게 그냥 놔 둘 수 없지, 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비우자 다음은 럼스필드 차례다. 그 역시 미국이 세계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믿음의 신봉자다.
“난 다시 한번 파웰 장군을 만나보겠네. 아무래도 안심이 되지 않아. 꽉 눌러 놓아야지 놔두면 안 되겠어. 그럼”
리비와 울포위츠만 남은 널찍한 방. 둘은 편하게 딕 체니가 말한 차후의 일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차후의 일이란 이라크 공격과 후세인을 어떻게 제거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파웰은 찝찝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딕 체니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보나마나 뻔 한 것이다. 에너지 기업 엘렌과의 관계는 정재계에서 모른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의 야심은 중동의 석유를 독차지하고 싶을 것이다. 그 전에 전쟁광 후세인을 제거하고, 그 제거 전에 쿠웨이트를 핑계 삼아 이라크에 전쟁을 거는 것이리라.
‘휴!’ 한숨을 쉰 파웰은 곱슬머리를 손으로 긁다 갑자기 찾아온 럼스필드 차관보를 보고 또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그를 맞는다.
“장군, 무슨 고민이라도........”
“고민이야 뭐 있겠습니까. 전쟁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정치꾼들이 문제죠”
그들, 네오콘을 빗대는 말이란 걸 모른 럼스필드가 아니다.
“그래도 가끔은 그들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장군도 언제까지고 전쟁터에서만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미 국방성에서 파웰의 위치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흑인이지만 그를 따르는 군인들이 꽤 많은 걸 보면 인품과 용기를 갖춘 장군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렇게 찾아온 것은 좀 더 깊이 논의를 하기 위해섭니다. 좀 자리에 앉아도 되겠습니까?”
그때서야 옆의 자리를 권하며 파웰이 앉자 그도 마주 앉는다.
“이라크의 전력은 별것 아니잖소?”
“그래도 어차피 전쟁은 서로의 목숨을 빼앗아가는 악마와 같은 것이지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쉬운 상대가 아닌 가 해서요”
“어차피 할 것인데 무슨 말이 필요합니까? 근데 오신 용건은 그게 아닌 것 같은데......”
“하하하, 그냥 들렸습니다. 의미를 부여하진 마시길 바랍니다. 출전 명령은 곧 떨어질 것입니다. 그럼 준비하시기를.......”
합참의장실. 가운데 의자에 앉는 사람은 파웰 장군, 오늘 회의에서의 자격은 합참의장으로서 이다.
"작전명은 <사막의 폭풍>, 개시는 1월 17일 새벽 4시, 이상. 선제공격으로 적의 무력화가 중요합니다. 최대한의 전력으로 집중 공격하여 최단 시간에 쿠웨이트를 탈환해야 합니다. 만약 길어지면 억류된 우리 국민들의 목숨이 위태롭습니다. 알았습니까?“
건네는 말은 짧았지만 전쟁은 길었다.
<누구라도 죽음이 오는 길목에서 두려워 떠는 자,
죽음이 그를 베어버릴 것이다.
누구라도 자신의 훌륭한 무기로 물통을 보호하지 않는 자
그것이 부서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며
누구라도 남을 공격하지 않는 자
스스로 공격을 당할 것이다.>
쟈드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하며 발길이 지하에 닿자 벽에 걸린 고물 스피카에서 칙칙거리며 흘러나온 <무슬림이여! 조국은 기다린다>란 제목의 노래다.
우다이가 있는 바그다드 방송국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쉼 없이 틀고 있는 노래다. 여자 가수의 청승스런 목소리가 지하실의 분위기와 어울린다. 쿠웨이트를 공격하기 전부터 이 노래는 바그다드 시민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귀에 익숙했다.
“아무도 없나?”
아이스가 노래 소리보다 더 큰 톤으로 부르자 한 쪽 구석에서 바지를 주섬주섬 올리며 군복 차림의 사내가 뛰쳐나온다.
“뭐 하나? 이런.......,쯧, 쯧”
사내가 나온 구석에 희멀건 물체가 어릿거린다. 잡혀온 계집년들의 하나일 것이다. 숨죽인 울음에 공포가 서려있다. 어둑한 지하실은 그만한 공포심을 주고도 남았다.
“이봐, 넌 1호부터 5호시, 11호부터 15호실까지 모두 끌어다 씻겨서 저기 저 방으로 끌고 와”
“네, 청장님”
경례를 크게 부친 병사는 검은 전기봉을 허리에서 빼들고 1호실로 뛴다.
지하실은 전부 20호다. 호실로 불린 감옥은 각 호마다 서 너 명씩 수용되어 있었다. 1호부터 10호는 여자들, 대부분 대학생들이거나 남편이 공직자인 결혼한 여자들이었다. 11호부터 20호는 남자들로서 대학생이거나 고위 공직자였다. 지금 아이스가 말한 호실은 대부분이 젊은 미혼의 처녀나 사내들이었다.
이들은 여러 곳을 거치면서 몸은 망신창이가 되었다. 등과 허리께, 다리 가리지 않고 푸릇푸릇한 멍이 들어 있다. 남자를 모르던 처녀들은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섹스를 이곳에서 다 했을지도 모른다. 매일 밤 돌아가며 병사들이나 간수들은 반반한 계집들을 끌어다 욕을 보이곤 했다. 저항은 꿈도 꾸지 못했다. 이곳에 처음 들어서면서부터 천장에 묶인 채 갖은 치욕을 받았고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죽어나간 수용자도 꽤 됐다. 자살을 하고 싶어도 손과 발이 항상 묶여 있어 할 수도 없었으며, 풀어줄 때는 정해진 시간 - 식사 때거나 하루에 두 번 있는 용변과 목욕 시간뿐이었다.
1호실로 뛰어간 병사는 창살 밖으로 두 발과 두 손을 내놓은 채 앉아 있는 여자의 맨발을 전기봉으로 후려치며 빨리 빨리 일어나라고 소리 지른다.
남자나 여자나 이 지하에 들어서는 순간 모든 옷은 벗겨지고 호실에 들어서면 이렇게 두 발과 두 손을 창살 밖으로 내놓은 채 시간을 보내고 있어야 했다. 간수들이 계속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손이나 발을 빼낼 수 없었다. 제일 아래 창살에 발을 끼우고 어깨 높이 창살에 손을 걸치고 있는 것이다. 다리는 자연 벌려질 수밖에 없었다. 발가벗은 아랫도리는 옆으로 벌어져 치부를 고스란히 간수에게 보여주었다. 손과 발을 거둬들이는 시간은 밤에 잠잘 때였다.
아이스와 쟈드는 여자들이 수용된 호실을 훑어본다. 희미한 전등 아래로 하얀 살들이 보인다. 창살 밖으로 빼놓은 발들이다. 마치 양계장 닭들이 머리만 내놓고 먹이를 쪼고 있는 듯하다. 하얀 발을 따라 창살 안으로 여자들의 발가벗은 몸이 보인다. 여기저기 채찍질이 있는 몸뚱이들이다.
젊은 병사가 양떼를 몰고 오는 것처럼 끌고 들어 온 남자와 여자들은 비명소리 하나 내지 못한다. 입을 크게 벌려 짧고 굵은 마개를 박아 놓았기 때문이다. 마개는 가운데가 비어 있어 혀가 보인다. 분홍색 혀를 연신 움직이며 병사가 가리키는 장소로 우르르 몰려선다.
“총 15명, 남자가 7명, 여자가 8명입니다. 원래는 30명이었는데 15명은 군법재판소로 3일 전에 호송했습니다. 이상입니다.”
군법재판소로 넘겼다는 것은 처형을 했다는 말과 같다. 아마 병사들의 정액받이로 사용하다가 그곳이 헐거나 망가지면 사막 어딘가에 파묻어 버렸을 것이다.
“더러운 냄새는 나지 않겠지? 난 더러운 것은 질색이야. 특히 이런 놈들은 말이야”
눈살을 찌푸린 그의 표정에 다시 말을 덧붙인다.
“목욕을 충분히 시켰습니다. 특히 그곳은.......”
음부나 항문, 입을 비누로 싹싹 문지르고 씻겼다는 것이다.
“쟈드,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리는 방법엔 무엇이 있지?”
청장의 의미를 간파한 그녀는
“아름다운 하모니와 붉은 색의 그림 아닐까요?”
생글거리며 웃는 그녀의 뺨을 톡톡 두드리며,
“맞아. 우리 아름다운 하모니를 즐길까”
그가 줄지어 서 있는 가축떼들에게 다가서자 무리가 일렁거린다. 이미 이 남자의 무서움은 수차례 겪었다. 또 어떤 고통을 줄지, 무서운 위협에 여자들은 막힌 비명을 지른다. ‘이이......,’ 손은 감옥을 나서는 그 순간부터 항상 뒤로 묶였다. 손바닥을 마주 대어 손과 팔목을 묶고 다시 그 끈을 목으로 돌려 다시 팔목에 묶어두기 때문에 팔이 아프다고 뺄 수도 없고 내릴 수도 없다. 빼거나 내리면 곧 목의 줄이 당겨져 숨을 끊어 두려고 하기 때문이다.
목의 줄이 팽팽하게 당겨진 때는 그게 아니라도 수시로 조여졌다. 조금이라도 저항하거나 지체를 하면 등 뒤에서 두 줄을 잡아 당겨버린 것이다. 그때마다 ‘큭! 큭!’ 숨넘어간 기침을 하며 몸부림을 치곤했다.
“어느 년 엉덩이가 제일 크나? 쟈드가 한 년을 골라 보지. 엉덩이가 큼직한 년들이 돌릴 때도 보기가 좋지. 팔목에 보면 번호가 찍혀 있을 거야.”
쟈드는 가축들 뒤로 돌아가 일일이 팔목의 번호를 확인하며 특히 엉덩이가 커다란 F자와 M자를 고른다. F와 M은 이곳에 들어서면서 부여 받은 코드다.
“이 둘입니다. 번호는 F 208, M 207입니다.”
쟈드가 양 손에 머리카락을 휘어잡고 끌고 오자 둘은 얼굴을 찌그러뜨리며 짐승 울음을 낸다. 몸 곳곳은 묽은 채찍 자국이 덜 아물고 있어 더 맞으면 살이 찢겨져 나갈 것이다.
‘으........, 아.........,; 공포가 실린 눈빛은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아이스는 편안한 마음으로 둘을 보다 손가락을 들어 방 한쪽을 가리킨다.
“저기 보이는 것이 뭐지?”
“...............”
거기엔 콜라병 두 개가 1미터 정도 간격을 띄고 놓여 있었다. 남자는 그것이 뭔지 모르지만 여자는 곧 알아챈 듯 몸을 되돌려 쟈드의 손을 피하려 한다. 그러나 쟈드가 머리카락을 놓고 목 뒤의 줄을 잡아당기자 ‘꺽!’ 소리를 내며 뒤로 자빠진다. 목을 강하게 조인 줄은 여자의 숨을 잠깐 끊어버린 것이다.
“군법재판소로 보내줄까 아니면 순한 양처럼 말을 잘 들을까. 그것이 문제인가? 군법재판소가 무엇하는 곳인 줄 아나? 너희들 그 부드러운 몸을 토막토막 내서 사막의 양분으로 삼은 곳이 바로 그곳이야. 그렇게 해줄까?”
“아..........,”
입에 막대가 박힌 둘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무릎을 꿇는다. 꿇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살려달라는 몸부림을 친다.
“그럼, 그럼, 그래야지. 저기 보이는 병 있지. 너희 둘은 저 병위에 걸터앉아 아래구멍으로 병이 보이지 않게 해. 코카콜라는 미국의 상징이지. 보기 싫은 저 상징을 네놈들 몸 안에 숨겨버리고 싶거든. 시작해”
둘이 무릎을 세워 병을 보고 경악에 찬 눈을 하자
“대신 내가 자비를 베풀어 주지. 이리 엉덩이를 돌리고 허리를 숙여. 부드럽게 해줄 테니까. 잘 들어갈 거야”
허리를 숙이자 엉덩이의 두 틈이 벌어지며 작은 구멍이 드러난다. 여자의 항문은 갈색에 터럭이 몇 올 나있고 남자는 진한 갈색에 털이 많다. 로션을 왼 손바닥에 쏟아놓고 오른손가락을 세워 로션을 구멍에 차례차례 흠뻑 발라준다. 미끄러운 손가락이 쉽게 구멍 속으로 남나들었다.
“됐어. 이 정도면 잘 들어갈 거야. 쟈드 끌고 가”
둘은 쟈드의 뒤를 따라 병이 놓인 바닥으로 간다.
“병이 쓰러지거나 아프다고 팍 내리꽂지 않으면 그땐 불에 달군 꼬챙이로 쑤셔 넣어 버려”
쟈드의 뒤로 한마디를 던진 아이스는 남아 있는 여자와 남자들을 본다.
“너 이리 와. 너“
몸이 잘 빠진 여자는 놀라는 표정이 이내 울상으로 바뀌며 그 앞으로 나선다. 젖가슴이 아담하다. 아담한 유방과 분홍색 유륜, 분홍빛 젖꼭지는 남자를 많이 거치지 않은 듯 하다.
애띈 얼굴의 나이 어린 소녀가 이럴 때는 좋지. 내 물건을 빠는 얼굴을 넌지시 바라보는 즐거움은 더 할 나위 없지. 볼을 부풀리며 풀무처럼 빨아들이는 얼굴은 분홍빛으로 물들고 하얀 이로 내 물건을 살짝 건드리는 자극은 세상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거야. 순한 눈을 가진 소녀는 더 좋지. 존경심과 사랑을 담으며 얼굴을 아랫도리에 파묻고 행복을 느끼는 소녀야 말로 나에게는 큰 봉사야.
“이리 와 가까이. 저 놈들이 똥구멍에 병을 쑤셔 넣을 동안 넌 내게 기쁨을 주도록 해. 먼저 바지를 벗기고 속옷을 내리고 정이 담긴 입술을 벌려 쪽쪽, 핥고 빨아. 강아지가 우유를 먹듯이 말이야.”
어려보이는 소녀는 남자 앞에 무릎을 꿇으며 바지를 벗긴다. 손이 뒤로 묶인 애띈 소녀는 입과 이빨을 이용해 남자의 옷을 벗기기 시작한다. 대충 걸친 바지는 쉽게 벗겨졌다. 속옷까지 이빨로 내리자 강한 냄새가 코에 쏟아진다. 남자의 냄새는 아니다. 여자의 호르몬 냄새가 썩은 치즈냄새를 풍긴다.
“깨끗하게 핥아. 부드러운 혀로 싸안으며 더러운 것들을 남김없이 빨아들여.”
소녀의 어린 입이 벌어지며 혀가 나온다. 분홍색 혀는 남자의 물건을 위에서 아래로, 다시 아래에서 위로 훑으며 검은 살가죽에 묻어 있는 희끗한 액체덩어리를 빨아들인다.
꿀꺽 소리를 내며 목젖을 적시고 다시 머리부터 입으로 문다. 쳐져 있던 뿌리가 물을 주면 다시 생기가 도는 고무나무처럼 빳빳하게 일어선다. 소녀의 입을 다 벌려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크기다. 겨우 반쯤 들어갈 뿐이다. 입을 뗀 소녀는 자신의 침으로 번들거린 뿌리를 더 크게 벌려 문다. 반 이상이 입을 채운다. 볼이 부풀어 오른다. 벌떡 일어선 귀두가 입을 이리저리 헤치자 소녀는 볼을 볼록거리며 목젖을 떤다. 이마의 핏줄기가 일어서는 걸로 봐 남자의 물건이 목젖을 건드리지 않나 싶다. 뿌리에서 입을 떼고 숨을 몰아쉰 소녀는 이번에는 다시 분홍색 혀를 내밀어 뿌리 밑을 핥는다. 불알을 음음, 거리다 혀를 내밀어 남자의 성난 물건을 달래듯 위아래로 문지르기 시작한다.
발을 적당한 폭으로 벌리고 병이 쓰러지지 않게 조심스레 걸터앉는 둘은 몸을 아래로 내리기 시작했지만 더 이상 몸을 내릴 수 없었다.
“아.............., 그..............”
병 입구는 어떻게 항문 속으로 넣었지만 그 이상은 너무 아파 넣지 못한 둘은 눈물을 흘리며 끙끙, 대고 있다. 로션의 부드러움으로 병의 처음 부분은 어렵지 않게 끼어 넣지만 벌써 항문의 크기는 병의 목보다 더 작았다. 몸을 더 낮추면 틀림없이 병은 자신들의 항문을 찢어버릴 것이 분명하다. 땀을 흘리며 몸을 낮춰보려고 하지만 본능은 거부하고 있었다.
아이스는 잔신의 물건을 빨고 있는 소녀의 얼굴에서 눈을 돌려 병위에 앉는 둘을 본다. 다리를 활짝 벌린 여자의 아래로 갈색의 무성한 털이 보이고 그 털 사이로 진분홍의 구멍이 보인다. 그 구멍 밑으로 가운데가 불룩한 병이 놓여 있다. 병은 윗부분 만 조금 가려져 있을 뿐 그대로다. 남자 역시 기 죽은 물건을 건들거리며 대변을 보는 자세로 엉거주춤 앉아 있다. 둘 똑 같이 눈을 감고 있다. 입에서 흘린 침이 아래턱을 적시고 있다.
“쟈드! 도와 줘”
쟈드는 둘의 앞에 있다 뒤로 돌아가 어깨를 잡고 내리 누른다.
‘아그.........’ 숨이 금방이라도 넘어갈 비명이 여자의 입에서 품어져 나온다. 어깨를 누르자 병의 머리 부분이 쑥, 들어간 것이다. 다음은 몸통이다. 벌써 땀을 이마와 가슴에 흘린 여자는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다리에 힘을 준다. 허벅지가 부들부들 떨리는 걸 보니 더 이상 몸을 낮추기 싫어하는 자세다.
쟈드가 다시 어깨를 찍어 누르자 ‘하......., 크.....’ 비명을 지르며 눈자위를 희번덕거린다 눈동자가 허옇게 바뀌더니 거품을 품는다. 병의 몸통에는 선명한 핏줄기가 비친다. 항문이 벌어지다 못해 살갗이 뜯겨져 버린 듯하다. 쓰러지려는 여자를 쟈드는 쓰러지지 않게 몸을 잡아주며
“왜 어렵나? 이제 조금만 더하면 다 된데......., 용기를 내. 조금 더 힘을 써 라고, 응?”
눈을 아예 감은 여자는 오히려 몸을 일으키려 한다. 쟈드는 목에 감은 줄을 휘어잡고 조인다.
“이래도?”
잔 신음을 내며 여자는 다시 몸을 낮추기 위해 숨을 크게 내쉰다. 점점 아래로 내려간 몸은 병의 몸통 가까이 다다랐다. 여자는 무언가 큰 물건이 내장을 휘젖고 있는 것 같았다. 살아 있는 동물이 자신의 배속에 들어와 뛰어다니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 동물은 뜨거운 몸을 가진 생명체임에 분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이런 불에 달군 것처럼 뜨겁다는 말인가. 이들이 처음 말한 것처럼 달군 쇠꼬챙이로 쑤셔 넣어서인가, 밑이 벌어져 몸안의 내용물이 다 쏟아져버릴 것 같았다. 등줄기가 뻣뻣하게 곧추 섰다. 뒤꿈치를 들어 몸을 일으키고 싶은 여자는 그러나 또다시 어깨를 누르자 긴 비명을 지르며 병의 몸통 반 이상을 아래에 숨겼다. 병을 타고 흐르던 핏줄기는 바닥을 적시고 있다.
남자 역시 끙끙, 대며 몸을 낮추지만 너무나 큰 아픔에 더 이상 병에 박을 수 없었다. 옆에서 들린 여자의 비명소리는 남자의 혼을 빼놓기에 넉넉했다. 몸을 조금 세워 다시 힘을 주며 내리지만 겨우 병 머리부분만이 들어갈 뿐이었다.
쟈드가 여자의 비틀거린 몸을 놓자 그대로 쓰러진다. 쓰러지는 여자의 항문께는 녹색의 병이 붉은 색으로 물들이며 여자를 따라 박힌 채 쓰러진다. 모로 누운 여자의 엉덩이가 마치 바나나가 열린 듯 하다. 그대로 쓰러진 채 일어날 염두도 못하고 가느다란 신음만 낼 뿐이다.
“내가 도와주지”
쟈드는 여자를 두고 남자의 어깨를 누른다. 강한 힘이 누르자 그때까지 평평함을 유지하던 남자의 몸은 줄이 끊긴 연이 바람에 나부껴 날아 간 것처럼 쉽게 푹! 소리를 내며 불룩한 병의 몸통을 숨겼다. ‘크......’ 비명을 지른 남자는 눈을 빠지게 뜨더니 바람이 끝난 연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역시 항문에 병을 박은 채로..........
‘하아, 하아’ 아이스는 둘의 비명이 옴 몸의 세포를 자극하자 팽창할 대로 부풀어 오른 화산이 폭발할 것 같았다.
소녀는 아직도 남자의 성난 물건을 입안에 담고 쪽쪽, 빨고 있다. 혀가 마비될 정도로 아팠지만 혀를 돌리며 입안에 손님처럼 머물고 있는 남자를 꼭꼭, 어루만지고 있다.
“그래 이런 기분이 좋아. 부드러운 미풍이 부는 사막에 발가벗은 채 누워 있는 느낌. 내 귀를 찾아온 하모니는 오아시스 상인들이 나누는 사랑의 밀어지.”
화산은 폭발했다. 뜨거운 물줄기가 목젖을 적시고 난 뒤에도 소녀는 입을 거두지 못하고 남자의 눈치만 보고 있을 뿐이다. 입에 부어진 용암은 식기도 전에 목을 타고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꿀꺽! 소리를 내며 목젖을 떤 소녀는 혀를 거두고 입술로만 물고 있다. 피리를 부는 모양으로.........,
“쟈드! 잘 했어. 쟈드도 즐기라고”
“네, 청장님.”
칭찬을 듣는 생도처럼 목소리를 가볍게 하며 남자 쪽을 훑어본다. 마침 찾았다는 듯 준수한 얼굴의 남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곤 앞으로 까닥한다.
스커트를 걷어 올린 쟈드는 다리를 벌린다. 검게 윤이 나는 갈래에 남자 얼굴을 당긴다. 얼굴이 파묻힌다. 역겨운 냄새. 썩은 밤꽃냄새가 진하다. 살두덩 가엔 허연 물기가 묻어 있다. 냄새는 거기에서 풍겨져 나왔다.
“깨끗이 닦아. 입으로”
쟈드 역시 아이스가 한 것처럼 다리를 벌린 채 몸을 의자 뒤로 젖힌다. 남자는 침을 삼키며 혀를 내밀어 갈래를 정성스레 핥기 시작했다. 쩝쩝, 소리를 내며 갈래 사이와 음부 바로 아래 회음부부터 배꼽 바로 아래까지 입술과 혀로 샅샅이 핥았다.
쟈드는 기분이 붕 떠오른 느낌이었다. 둘이 항문을 박은 채 쓰러진 모습을 보면서부터 몸 의 신경들이 타올랐다. 오르가즘으로 일렁거린 가슴이 남자의 부드러운 혀가 뱀처럼 아랫도리를 기어 다니자 질이 넓어지며 뜨거운 무언가가 휩쓸고 지나간 듯 했다. 남자의 혀돌기가 음핵을 건드리자 ‘학!’ 신음을 내며 허벅지와 종아리에 힘을 주었다. 탄력 있는 두 허벅지가 남자의 얼굴을 조였다. 그래도 남자는 혀로 정성스레 음핵과 질 입구를 핥았다.
“쟈드. 우린 이제 정리 해야 돼, 무슨 말인지 아나?”
쟈드는 여직 얼굴이 발갛다. 발간 얼굴이 또 매력적이다. 아이스는 손을 내밀어 뺨을 만지며 그 발간 얼굴을 느낀다.
“미국이 전쟁을 하겠다는 거야. 후세인각하는 알지 모르지만 그렇게 되면 우린 끝이지. 그래서 이곳도 정리를 해야 되겠어. 저 것들도 싹 없애 버려야 해”
“그래요? 청장님. 그럼 우린 어떻게 돼요? 우린 죽나요?”
아직은 아무 것도 모른 철부지다. 그냥 국가가 부르니까 봉사하는 여자들이 바로 이런 여자들이다. 쟈드도 그 중의 하나고.
“어떻게 처리할까? 쟈드 생각은?”
“네? 전 몰라요. 정말 몰라요”
지금까지와는 다른 얼굴이다.
“수영장으로 갈까? 즐겁게 겨울 수영을 해보는 것은 어때? 비키니 입은 모습도 보고 싶은데...”
비키니 란 말에 뺨을 물들인 쟈드다. 그런데 수영장이라니. 수영장은 이곳 바로 옆 건물이다. 박물관이었던 이곳 바로 옆에는 시립수영장이 있었지만 전쟁통에 이용한 사람들은 없었다. 비키니도 물론 없을 것이다.
“가 보자. 푸른 물이 보고 싶다. 물소리는 항상 내게 즐거운 추억을 주고 있지”
추억? 그렇다. 아이스, 아니 설 과장에게 물의 추억은 달콤한 기억이었다. 발가벗긴 허연 몸뚱이를 거꾸로 욕조에 박으면 바둥바둥 대며 헛발질을 하곤 했다. 몇 번 물거품을 품다가 쭉 늘어진 몸뚱이를 침대에 던져 놓고 구석구석을 장난치곤 놀았다. 다리를 활짝 벌린 여자들은 정신을 잃은 채 자신들의 음부에 거친 손가락이 파고들어도 늘어져 있을 뿐이었다. 어떤 년들은 욕조를 보면 끼악! 비명을 지르며 구석으로 도망치곤 했다. 그때마다 우리는 토끼몰이 하듯 다가서면서 그 년들의 머리채를 거머쥐고 거꾸로 몸을 들어 물통에 처박곤 했었는데........, 나중에는 주전자만 봐도 오금을 저리곤 했었지. 물을 마신 어떤 년은 배가 풍선만 해가지고 잘 걷지도 못했다. 걸을 때마다 입으로 물을 품은 어떤 년은 물소리만 들려주면 두 손을 싹싹 빌며 살려달라고 했다.
수영장은 역시 마무도 없었다. 히터를 미리 켜라고 했던 듯 훈훈한 내부였다. 아이스와 쟈드의 뒤로는 서로서로 묶인 남자와 여자들이 수십 명 떼로 지어 따랐다. 그 옆으로는 총을 든 병사들이 있어 눈치만 볼 뿐 말없이 수영장까지 끌려온 것이다.
“지금부터 너희들에게 좋은 시간을 주겠다. 목욕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보내도록”
눈치 빠른 여자들은 낌새를 알아채고 두런두런 거린다. 눈치가 늦은 남자와 여자들은 병사들이 발목을 대충 묵자 그때서야 몸을 흔들며 도망치려고 하지만 이미 늦었다. 손과 발이 묵인 무리를 다이빙대로 끌고 가 차례차례 풀장에 던져버린다. 손발을 쓰지 못해 허우적거리다 점점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연못에 던져진 수건이 가라앉듯. 물은 목 높이로 맞추어졌지만 키가 작은 사람들은 겨우 코와 입만 수면 위로 내놓고 있다. 낚시대의 찌다.
“쟈드, 우린 수영이나 할까?”
아이스는 비키니 차림의 그녀를 안고 물에 뛰어든다. 발끝으로 겨우 몸을 버티고 있는 여자에게 다가간 그는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목숨을 쥐고 있는 사람은 바로 이 남자다. 여자는 슬픈 눈으로 그를 보지만 몸을 물속으로 넣고는 바닥을 버티고 있는 여자의 발을 잡아 당겨버린다. 균형을 잃은 여자는 머리를 물속에 잠길 수밖에 없다. 다시 균형을 잡으려 해도 이미 두 발목은 남자의 손에 잡혀 있어 상체를 물속에 처박은 채 발버둥칠 뿐이다.
물을 한차례 먹은 여자를 다시 세워두고는
“재밌지 않나? 사람이란 동물은 이렇게 손과 발이 없으면 물속에서는 끝이야. 너무 약한 동물이지”
뭐라고 웅얼거리는 여자의 젖가슴을 주물럭거리며 한 손으로 아랫도리를 헤집는다. 물기 머금은 털들을 젖히고 아랫도리에 손가락을 모아 박는다. 늘어진 질은 손가락을 받아들이지만 그 아픔은 작지 않았다.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흔들지만 피할 곳은 없다. 질을 빠져나온 손가락은 다시 엉덩이로 돌아가 그 가운데 틈을 파고든다.
“난 이 좁은 통로를 좋아하지. 들어오기를 거부하며 꽉 조이는 이 구멍은 나에게 뚫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거든.”
머리를 세차게 흔드는 여자를 아랑곳 하지 않고 손가락을 세워 쑤셔 넣는다. 뭔가 딱딱한 것이 잡히지만 무시하며 파고들었다. 힘줄이 끊어 졌나 조금 느슨해지자 몇 번이고 쑤셨다. 얼굴을 찌그러뜨리며 눈물을 흘리지만 예쁜 얼굴이 오히려 더 아름다울 따름이었다.
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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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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