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단맞지 않았어요?" 진실이 궁금한지 물었다.
"알고계시더군. 타이밍을 도저히 맞출 수 없었다고 말했으니까."
"오히려 문란한 듯한 현대에서 성이 도덕적인 것 같아요."
"맞는 말이다. 태초에는 근친을 통해 종족을 번식시켰을테고, 점차 씨족 사회가 형성되면서 동성간의 근친이 격리됐지만 상류사회에선 계속 즐겼다고 봐야지."
"상류에선 즐기고 일반인에겐 금지 시킨 이유가 뭘까요?"
"근친은 생물학 및 유전학적으로 진화의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단다. 마치 바퀴벌레가 암수 동체를 이루며 수억년을 살아왔지만 진화하지 못하는 이치와 같다 할 수 있겠지."
"진화의 요인이 돌연변이라고 생각하시는군요?"
"그래, 우연한 돌연변이를 통해 점차 새로운 개체로 이동하게 된단다. 돌연변이가 우성인자를 갖고 있을 때는 변화가 빠르고 열성인자인 경우는 그 색깔이 점차 옅어지겠지."
"인간은 정말 원숭이로부터 진화한 것일까요?"
"원자로부터 분자가 생성됐다는 이론이 확립된 이후, 물질생성기까지 개발하여 우리의 일상 생활에 활용하고 있지 않느냐. 그러한 관심은 정말 기초학문에 관심있는 몇몇 사람들에게만 생기는 의문일뿐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화에 대한 호기심이 없는 상태지. 네가 이토록 진화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것만 봐도 특이한 체질임이 확연히 드러나는구나."
"전 모든 것에 관심있어요. 특히 우주의 생성원리를 탐구하고 싶기도 하고요."
"더 많은 사람들은 물질은 그냥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어쩌면 물질생성기로 원하는 코드만 누르면 공기중에 떠도는 원자들로부터 분자가 결합되고 분자가 증식되는 과정들이 순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이 머리 아픈 기초과학엔 눈을 돌리지 않게 된 것 같아."
"전 개체생성기를 만든 분이 존경스러워요. 또 순간이동장치와 시간이동장치를 만든 분들도 보고 싶어요."
"그 분들은 엄격한 기초과학에 근거하여 자신을 헌신한 선구자들이시다.
너 또한 후대에 존경받는 선구자가 될 테이고."
"어르신은 후대에 뭘 남기실건가요?"
"허허, 난 너를 통해 자연산 후세를 남기고 싶구나."
"징그러워~."
"싫으냐?"
"사실은 갖고 싶어요." 진실의 가녀린 어깨가 내 어깨에 다가오며 간절한 속삭임이 들렸다.
머리를 쓸어 안으며 가볍게 이마에 입마춤하니 진실의 몸이 더욱 밀착된다.
"오늘은 유니털의 지상세계를 한바퀴 돌아보자."
"어르신 날이 어두워졌는데 내일 아침부터 돌면 안될까요?"
"그래, 시간여행 때문에 피곤하겠구나.
그럼 어디에 여장을 풀을까?"
"저도 안가를 구경하면 안돼요?"
"안될 것은 없다만 그곳에는 있는 어우동이란 분을 만나게 될텐데 말 동무라도 하려느냐?"
"전설속의 어우동이 아직 그 곳에 있어요?"
"그래, 주 대통령께서 십년간만 머물게 하시겠다며 놓아주질 않는구나."
"보고 싶어요. 어떤 분인지."
순간이동장치의 채널에서 대통령 호출 주파수를 돌렸다.
"어, 무슨일?"
"각하, 오늘 밤엔 저랑 술 한잔 하시죠."
"어우동과 한바탕 놀건데, 안돼."
"각하, 지하제국 마라주의 고수영 주지사 따님인 고진실과 함께 여행중입니다.
진실이 선각자 어우동과 면담하고 싶어하니 시간 좀 비워주시죠."
"그랬어? 고 주지사 따님은 어때?"
"아, 제가 접수했습니다. 신경 끄시죠."
"이사람아, 자넨 순간이동장치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좋은건 혼자 다 챙기는것같아."
"별 말씀을. 그 아가씬 우주기초을 연구할 과학자입니다. 제가 거두어 키우려는 것 일 뿐입니다."
"자네가 키운다는건 결국 독차지 하겠단 심보 아닌가?"
"하하,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알았네. 모처럼 자네랑 지구통치에 관한 얘기나 밤새도록 해봄세."
"감사합니다. 그럼 지금 안가를 통과하겠습니다."
"언제 기계가 자네 출입을 막은적 있던가? 어서 오게."
순간이동장치를 이용하여 안가의 감시터널을 통과했다.
빛보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더라도 감시장치는 한치의 틈도 보이지 않고 신원조회를 비롯하여 모든 안전장치를 풀어주는 신속함을 보인다. 내가 설계한 보안장치지만 처리속도에선 스스로도 자랑스러운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가 마당 구석에 순간이동장치를 보관하고 현관까지 진실과 함께 거닐고 있다. 햇살이 서산으로 기울고 있는 시각이므로 인공태양도 서서히 빛을 옅게 뿜어내고 있다. 빽빽한 대나무 숲을 지나는 동안 소쩍새가 창공을 몇바퀴 돌며 뻐국거리며 반긴다. 연못 한가운데 있는 전통가옥에선 오래전에 사라진 물레방아가 한가롭게 돌고 있다. 떨어지는 물이 작은 연못을 이루고 시원한 물고기가 먹이를 ?아 물방울을 튕기며 유영하고 있다. 고추잠자리떼가 연꽃대롱에 메달려 파르르 날개짓하고 개구리도 골개골개하며 목청을 돋구고 있다. 평화롭고 한가한 풍경이 계속 펼쳐지며 인공태양에만 익숙한 진실의 눈을 휘둥그레 만들었다.
"어르신, 이 곳은 별천지군요?"
"그래, 대통령 이외에는 출입할 수 없는 금지 이기도 하고."
"이 곳에선 무슨 일을 하나요?"
"국가 대사를 의논하는 곳이지. 어떤 장치로도 도청이 불가능한 곳이기도 하고..."
"하늘 위에도 뭔가 씌워진것같아요."
"투명 돔이 설치되어 있단다. 예민하지 않은 사람이 보면 그냥 하늘일테고 너 처럼 사물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겐 돔이 보이겠지."
"그럼 저 돔 구조물의 재료는 뭔가요?"
"전자파의 물결이란다."
"전자파가 어떻게 일정한 구조물을 유지하지요?"
"전류가 흐르면 유도전자가 발생하게 되는 원리는 알지?
그 원리를 이용하여 높은 전류가 아래에 흘려 보내면 원형모양의 전자가 발생하는데 그 전자 띠가 안가의 하늘 역할을 하는 것이란다."
"오로라와 같은 원리 인가요?"
"좋은 비교구나. 그렇단다."
"비자성물질은 통과할 수 있겠네요?"
"무 생물이라면 어떤 것도 상관없이 통과할 수 있단다."
"그럼 방어막이라고 할 수 없잖아요."
"방어막의 역할도 일부는 하지. 진정한 방어막은 전자띠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방어장치가 그 띠를 경계로 어떤 물체의 침입이 있을 경우는 물질 자체를 분해하도록 설치되어 있단다."
"아, 전자막은 그냥 경계선 역할을 하는 것이란 말씀이죠?"
"그렇단다. 어떤 영역에 대한 표시일 뿐이지."
"대통령이 계신 곳에 다 왔다. 마라주의 고명따님이라고 인사 드리고 너는 어우동과 담소를 나누거라."
"네, 수백년전의 선각자를 직접 만날 수 있다니 너무 신기해요."
대통령은 홀로그램 뉴스를 쇼파 깊숙이 몸을 뭍고 편안한 자세로 시청하고 있었다.
어우동은 아직 홀로그램 뉴스에 익숙하지 않은지 장면이 변할 때마다 놀라며 몸을 피하곤 하는 자세로 대통령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각하, 술 한잔 하러 왔습니다."
"어, 어서 오게."
"이 아이가 아까 말씀드린 고 주지사의 고명따님입니다."
"안녕하세요. 고 진실입니다. 존경하는 대통령 각하를 만나게 되어 감격입니다."
"그래, 어서 앉게.
자넨 술 자리를 봐줘야겠네." 어우동에게 술자리를 마련하도록 지시한다.
"각하, 개체생성기로 직접 하시면 될일을 뭐하러 힘들게 시키십니까?"
"자넨 뭘 몰라. 여기 어우동이 직접 만든 음식은 기가 막히다네.
우리네 현대인은 손맛을 잊고 살았던걸세.
어우동이 만든 음식을 먹다 보면 개체 생성기가 얼마나 초라한 물건이란걸 깨닫게 될꺼야."
"사실 마라주에서 직접 만든 음식을 먹어 본적이 있습니다."
"그래? 진작 알았으면 여기 안가 넓은 뜰에다 식물 재배나 할걸 그랬나봐."
"취미삼아 몇가지 가꾸어 보시겠습니까?"
"그래주겠나? 가령 배추나 고추, 상추, 토마토 같은 것은 맛이 좋다던데."
"각하는 필경 흙일에 싫증을 내실 것입니다."
"뭔소리야? 난 한다면 하는 사람인걸 모르나?"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거름을 줘야하는데 냄새나도 하시겠어요?"
"거름이 뭔가?"
"인분 같은것이죠. 똥 말씀입니다."
"뭐? 똥?"
"식물을 키우려면 손이 많이 갑니다. 나이 먹은 분들은 옛 조상들이 살아온 풍습대로 마당에 직접 식물을 키우며 소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각하가 직접 하실 일은 아닌 듯 합니다."
"왜? 나도 늙었는데 그 일로 소일하면 안되나?"
"대 장정을 잊으셨습니까?"
"그렇지. 자꾸 나이먹으면서 치매현상이 생긴단말야."
어두동이 직접 만든 음식이 술 안주로 들어왔다.
모처럼 개체생성기를 사용하지 않은 음식을 먹게 되었다는 생각에 침이 입안에 가득 고인다. 진실은 귀족이므로 매일 직접 만든 음식에 익숙해있었겠지만 선각자 어우동이 기생집을 운영하면서 익힌 솜씨로 만든 음식을 먹는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듯 했다.
네 명이 식사하며 모처럼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몇잔 술이 오가면서 어우동의 깊은 눈은 진실을 유심히 뜯어 보게 되었다.
"각하, 이 아가씨는 천하요물이군요."
"요물?"
"뜯어보니 명기를 품고 있는 형상이라..."
"명기?"
"이런 형상은 품을수록 맛이 더해 버릴 수 없는 심정이 쌓일 것입니다."
대통령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힐끔 쳐다보며 말한다.
"어우동과 진실은 그만 나가보거라."
두 사람은 명을 받고 밖으로 나갔다.
"이봐, 자넨 좋은것좀 진상하게. 어우동이 그 방면에 도사인건 자네도 알지?"
"각하, 진실은 과학자입니다. 각하가 다른 것을 원하면 제가 들어드리겠지만 진실만큼은 물건 취급해선 안될 것입니다."
"그렇다니까 자네가 우길거라 뻔히 알면서 하는 말일세."
"우기는 것이 아니라 경우를 살피라는 뜻입니다."
"그럼 내가 경우없는 대통령이란 얘긴가?"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머리를 스치고 있었다.
"알고계시더군. 타이밍을 도저히 맞출 수 없었다고 말했으니까."
"오히려 문란한 듯한 현대에서 성이 도덕적인 것 같아요."
"맞는 말이다. 태초에는 근친을 통해 종족을 번식시켰을테고, 점차 씨족 사회가 형성되면서 동성간의 근친이 격리됐지만 상류사회에선 계속 즐겼다고 봐야지."
"상류에선 즐기고 일반인에겐 금지 시킨 이유가 뭘까요?"
"근친은 생물학 및 유전학적으로 진화의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단다. 마치 바퀴벌레가 암수 동체를 이루며 수억년을 살아왔지만 진화하지 못하는 이치와 같다 할 수 있겠지."
"진화의 요인이 돌연변이라고 생각하시는군요?"
"그래, 우연한 돌연변이를 통해 점차 새로운 개체로 이동하게 된단다. 돌연변이가 우성인자를 갖고 있을 때는 변화가 빠르고 열성인자인 경우는 그 색깔이 점차 옅어지겠지."
"인간은 정말 원숭이로부터 진화한 것일까요?"
"원자로부터 분자가 생성됐다는 이론이 확립된 이후, 물질생성기까지 개발하여 우리의 일상 생활에 활용하고 있지 않느냐. 그러한 관심은 정말 기초학문에 관심있는 몇몇 사람들에게만 생기는 의문일뿐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화에 대한 호기심이 없는 상태지. 네가 이토록 진화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것만 봐도 특이한 체질임이 확연히 드러나는구나."
"전 모든 것에 관심있어요. 특히 우주의 생성원리를 탐구하고 싶기도 하고요."
"더 많은 사람들은 물질은 그냥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어쩌면 물질생성기로 원하는 코드만 누르면 공기중에 떠도는 원자들로부터 분자가 결합되고 분자가 증식되는 과정들이 순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이 머리 아픈 기초과학엔 눈을 돌리지 않게 된 것 같아."
"전 개체생성기를 만든 분이 존경스러워요. 또 순간이동장치와 시간이동장치를 만든 분들도 보고 싶어요."
"그 분들은 엄격한 기초과학에 근거하여 자신을 헌신한 선구자들이시다.
너 또한 후대에 존경받는 선구자가 될 테이고."
"어르신은 후대에 뭘 남기실건가요?"
"허허, 난 너를 통해 자연산 후세를 남기고 싶구나."
"징그러워~."
"싫으냐?"
"사실은 갖고 싶어요." 진실의 가녀린 어깨가 내 어깨에 다가오며 간절한 속삭임이 들렸다.
머리를 쓸어 안으며 가볍게 이마에 입마춤하니 진실의 몸이 더욱 밀착된다.
"오늘은 유니털의 지상세계를 한바퀴 돌아보자."
"어르신 날이 어두워졌는데 내일 아침부터 돌면 안될까요?"
"그래, 시간여행 때문에 피곤하겠구나.
그럼 어디에 여장을 풀을까?"
"저도 안가를 구경하면 안돼요?"
"안될 것은 없다만 그곳에는 있는 어우동이란 분을 만나게 될텐데 말 동무라도 하려느냐?"
"전설속의 어우동이 아직 그 곳에 있어요?"
"그래, 주 대통령께서 십년간만 머물게 하시겠다며 놓아주질 않는구나."
"보고 싶어요. 어떤 분인지."
순간이동장치의 채널에서 대통령 호출 주파수를 돌렸다.
"어, 무슨일?"
"각하, 오늘 밤엔 저랑 술 한잔 하시죠."
"어우동과 한바탕 놀건데, 안돼."
"각하, 지하제국 마라주의 고수영 주지사 따님인 고진실과 함께 여행중입니다.
진실이 선각자 어우동과 면담하고 싶어하니 시간 좀 비워주시죠."
"그랬어? 고 주지사 따님은 어때?"
"아, 제가 접수했습니다. 신경 끄시죠."
"이사람아, 자넨 순간이동장치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좋은건 혼자 다 챙기는것같아."
"별 말씀을. 그 아가씬 우주기초을 연구할 과학자입니다. 제가 거두어 키우려는 것 일 뿐입니다."
"자네가 키운다는건 결국 독차지 하겠단 심보 아닌가?"
"하하,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알았네. 모처럼 자네랑 지구통치에 관한 얘기나 밤새도록 해봄세."
"감사합니다. 그럼 지금 안가를 통과하겠습니다."
"언제 기계가 자네 출입을 막은적 있던가? 어서 오게."
순간이동장치를 이용하여 안가의 감시터널을 통과했다.
빛보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더라도 감시장치는 한치의 틈도 보이지 않고 신원조회를 비롯하여 모든 안전장치를 풀어주는 신속함을 보인다. 내가 설계한 보안장치지만 처리속도에선 스스로도 자랑스러운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가 마당 구석에 순간이동장치를 보관하고 현관까지 진실과 함께 거닐고 있다. 햇살이 서산으로 기울고 있는 시각이므로 인공태양도 서서히 빛을 옅게 뿜어내고 있다. 빽빽한 대나무 숲을 지나는 동안 소쩍새가 창공을 몇바퀴 돌며 뻐국거리며 반긴다. 연못 한가운데 있는 전통가옥에선 오래전에 사라진 물레방아가 한가롭게 돌고 있다. 떨어지는 물이 작은 연못을 이루고 시원한 물고기가 먹이를 ?아 물방울을 튕기며 유영하고 있다. 고추잠자리떼가 연꽃대롱에 메달려 파르르 날개짓하고 개구리도 골개골개하며 목청을 돋구고 있다. 평화롭고 한가한 풍경이 계속 펼쳐지며 인공태양에만 익숙한 진실의 눈을 휘둥그레 만들었다.
"어르신, 이 곳은 별천지군요?"
"그래, 대통령 이외에는 출입할 수 없는 금지 이기도 하고."
"이 곳에선 무슨 일을 하나요?"
"국가 대사를 의논하는 곳이지. 어떤 장치로도 도청이 불가능한 곳이기도 하고..."
"하늘 위에도 뭔가 씌워진것같아요."
"투명 돔이 설치되어 있단다. 예민하지 않은 사람이 보면 그냥 하늘일테고 너 처럼 사물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겐 돔이 보이겠지."
"그럼 저 돔 구조물의 재료는 뭔가요?"
"전자파의 물결이란다."
"전자파가 어떻게 일정한 구조물을 유지하지요?"
"전류가 흐르면 유도전자가 발생하게 되는 원리는 알지?
그 원리를 이용하여 높은 전류가 아래에 흘려 보내면 원형모양의 전자가 발생하는데 그 전자 띠가 안가의 하늘 역할을 하는 것이란다."
"오로라와 같은 원리 인가요?"
"좋은 비교구나. 그렇단다."
"비자성물질은 통과할 수 있겠네요?"
"무 생물이라면 어떤 것도 상관없이 통과할 수 있단다."
"그럼 방어막이라고 할 수 없잖아요."
"방어막의 역할도 일부는 하지. 진정한 방어막은 전자띠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방어장치가 그 띠를 경계로 어떤 물체의 침입이 있을 경우는 물질 자체를 분해하도록 설치되어 있단다."
"아, 전자막은 그냥 경계선 역할을 하는 것이란 말씀이죠?"
"그렇단다. 어떤 영역에 대한 표시일 뿐이지."
"대통령이 계신 곳에 다 왔다. 마라주의 고명따님이라고 인사 드리고 너는 어우동과 담소를 나누거라."
"네, 수백년전의 선각자를 직접 만날 수 있다니 너무 신기해요."
대통령은 홀로그램 뉴스를 쇼파 깊숙이 몸을 뭍고 편안한 자세로 시청하고 있었다.
어우동은 아직 홀로그램 뉴스에 익숙하지 않은지 장면이 변할 때마다 놀라며 몸을 피하곤 하는 자세로 대통령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각하, 술 한잔 하러 왔습니다."
"어, 어서 오게."
"이 아이가 아까 말씀드린 고 주지사의 고명따님입니다."
"안녕하세요. 고 진실입니다. 존경하는 대통령 각하를 만나게 되어 감격입니다."
"그래, 어서 앉게.
자넨 술 자리를 봐줘야겠네." 어우동에게 술자리를 마련하도록 지시한다.
"각하, 개체생성기로 직접 하시면 될일을 뭐하러 힘들게 시키십니까?"
"자넨 뭘 몰라. 여기 어우동이 직접 만든 음식은 기가 막히다네.
우리네 현대인은 손맛을 잊고 살았던걸세.
어우동이 만든 음식을 먹다 보면 개체 생성기가 얼마나 초라한 물건이란걸 깨닫게 될꺼야."
"사실 마라주에서 직접 만든 음식을 먹어 본적이 있습니다."
"그래? 진작 알았으면 여기 안가 넓은 뜰에다 식물 재배나 할걸 그랬나봐."
"취미삼아 몇가지 가꾸어 보시겠습니까?"
"그래주겠나? 가령 배추나 고추, 상추, 토마토 같은 것은 맛이 좋다던데."
"각하는 필경 흙일에 싫증을 내실 것입니다."
"뭔소리야? 난 한다면 하는 사람인걸 모르나?"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거름을 줘야하는데 냄새나도 하시겠어요?"
"거름이 뭔가?"
"인분 같은것이죠. 똥 말씀입니다."
"뭐? 똥?"
"식물을 키우려면 손이 많이 갑니다. 나이 먹은 분들은 옛 조상들이 살아온 풍습대로 마당에 직접 식물을 키우며 소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각하가 직접 하실 일은 아닌 듯 합니다."
"왜? 나도 늙었는데 그 일로 소일하면 안되나?"
"대 장정을 잊으셨습니까?"
"그렇지. 자꾸 나이먹으면서 치매현상이 생긴단말야."
어두동이 직접 만든 음식이 술 안주로 들어왔다.
모처럼 개체생성기를 사용하지 않은 음식을 먹게 되었다는 생각에 침이 입안에 가득 고인다. 진실은 귀족이므로 매일 직접 만든 음식에 익숙해있었겠지만 선각자 어우동이 기생집을 운영하면서 익힌 솜씨로 만든 음식을 먹는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듯 했다.
네 명이 식사하며 모처럼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몇잔 술이 오가면서 어우동의 깊은 눈은 진실을 유심히 뜯어 보게 되었다.
"각하, 이 아가씨는 천하요물이군요."
"요물?"
"뜯어보니 명기를 품고 있는 형상이라..."
"명기?"
"이런 형상은 품을수록 맛이 더해 버릴 수 없는 심정이 쌓일 것입니다."
대통령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힐끔 쳐다보며 말한다.
"어우동과 진실은 그만 나가보거라."
두 사람은 명을 받고 밖으로 나갔다.
"이봐, 자넨 좋은것좀 진상하게. 어우동이 그 방면에 도사인건 자네도 알지?"
"각하, 진실은 과학자입니다. 각하가 다른 것을 원하면 제가 들어드리겠지만 진실만큼은 물건 취급해선 안될 것입니다."
"그렇다니까 자네가 우길거라 뻔히 알면서 하는 말일세."
"우기는 것이 아니라 경우를 살피라는 뜻입니다."
"그럼 내가 경우없는 대통령이란 얘긴가?"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머리를 스치고 있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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