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오후-
오늘도 나는 어김없이 사람들이 어질러 놓고 간 방을 치운다. 곳곳에는 먹다가 남긴 빈 맥주병, 수북이 쌓인 담뱃재, 안주 나부랭이… 아무렇게나 바닥에 떨어져있는 휴지 조각들… 휴, 거나하게 뒹굴고 나갔지 싶다. 목욕탕도 예외는 아니다. 곳곳에 부스러기처럼 떨어져 있는 꼬부랭이 털들, 아직도 꽉 잠그지 않은채, 물을 흘리고 있는 샤워기… 어디서부터 어떻게 치워야 할지 맨 처음에는 치우기 전에 방안에 도는 냄새부터 역겨워서인지 코를 막기 일쑤였었다. 그래도 이제는 왠 만큼 면역이 되었다 랄까? 정해진 수순에 의해 척척 치워지고 있다. 나는 방에 들어서면 우선 창문을 열어 젖힌다. 그리고 맑은,-바깥도 그리 맑은 공기는 아니지만- 공기를 방안으로 들인다. 그 다음으로 방안에 어질러져 있는 수건을 한자리로 모아 갖고 나가기 편하게 뭉쳐놓고는 일을 시작한다. 매번 다른 방법으로도 해보았는데 언제나 무언가를 빼먹고 마무리를 하는 통에 새로이 손님을 받고 나면 주인 아주머니에게 꼭 한 소리를 듣곤 했기에 이제는 순서를 정해놓고 일을 하는 것이 좋았다. 무심하게 순서대로 일을 하면서도 항상 나는 방안을 나오기 전에 팔안에 수건과 시트가 있다손 쳐도 뒤 돌아 방안을 다시 한번 쳐다보곤 한다. 꼭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나는 이름하여 모텔에서 방안을 청소하는 여편네. 이름도 없고, 주인아주머니의 성화와 극성에 항상 닥달을 당하지만 그래도 누구에게 간섭 당하지 않고 밥벌이를 한다는 점에서 어떤때는 이런 직업이라 할지라도 감사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남편은 생수배달을 하고, 나는 젊은 나이이지만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직업을 기피하다 보니 이런 류의 일밖에는 찾을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옆집에 사는 연순이 엄마는 버스를 두번 이나 갈아타고 가야하는 노래방의 도우미로 일하고 있는데, 수입이 꽤나 괜찮다며 나에게 권하기도 했다. 사실 연순이 엄마는 딸하나를 데리고 혼자 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항상 새벽 두어시나 되어야 들어오고, 뭇 남자들과 살을 섞어야 한다는 사실에 끔찍하기도 하지만 결단코 남편이 그런 류의 일을 용납하질 않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얼마전 까지는 인형의 눈을 붙였지만 그것도 수입이 좋질 않아서 알아본 것이 이 모텔이었다. 주인아주머니가 예전에는 쪼바도 보고 청소도 같이 했는데 워낙 손님이 빈번하게 드나들기에 혼자서 그 뒷감당을 못한다며, 연순이 엄마편에 사람을 구하다가 운좋게도 나에게 일당이 돌아오게 된 것 이었다. 사람들은 정말 돈들이 많았다. 한시간도 안되어서 어질러놓고 가면서 우리 두 식구의 일주일 식비정도를 아무 생각없이 내는 사람들, 차로 뻔질나게 하루가 멀다하고 들리는 단골들, 정말 세상의 여유 돈들은 모두 그들이 주무르고 있는 듯 싶었다. 하나같이 남자들은 뻔뻔하게 생겼고, 여자들은 찍어놓은 듯이 화려한 화장에 멋진 옷매무새가 눈길을 맞추기가 내가 더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나는 솔직히 그들이 부럽기도 했다. 항상 섹스를 위해서만 사는 사람들처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드나드는 그들의 자유로움이, 생활과 시간의 여유가 부러웠던 것이다. 어떤때는 가정주부 들이 식사를 준비해야 할 시간에 들어서는 남녀를 볼 때도 있었다. 결코 부부 같아 보이질 않았지만 그렇다고 처녀총각 같지도 않은 만만한 나이, 그런데도 그들은 저녁도 먹기전인 초저녁에 엉겨 붙다시피 하며 모텔로 찾아 든다. 곧 이어서 쿵쾅대는 소음과 함께 간간히 여인의 비명과 욕설, 까르르 내뱉는 웃음들이 들리고… 아무튼 요상한 세상속에 내가 살고 있음을 느낀다. 여지없이 그런 방은 시트가 엉망인 적이 많았다. 온통 시트는 여자가 흘렸는지 남자가 지렸는지, 물천지고, 꼬시랭이는 청소기로 빨아내도 모자랄 지경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한 서너달 그곳에서 일하면서 나의 내부에서 무언가 이상한 조짐이 일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그 어떤 손님과 마주친 다음부터였다. 그 날은 다른 날과 다르게 손님이 뜸한 날이었고 무척 추웠던 날로 기억된다. 그 손님은 다른 남자와 여자, 그렇게 셋이서 모텔에 들어섰다. 나는 이층을 치우고 내려오는 중이었고 계단을 돌아 세탁실로 가기전 이었는데 그만 카운터 앞에 서있는 그 손님 앞에서 팔 안에 안고있던 타올을 몇 장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 손님은 친절하게도 그 수건을 집어주면서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그 늙은 놈이 젊은 년을 데리고 와서 겁나게 놀아 제낀 모양이네.’
나는 그 사람의 직업이 형사가 아닌가 했다. 방금 치우고 온 방에서 가지고 온 수건만 보고도 그 방에 있었던 손님을 알아 맞추었기 때문이었다. 그 방에는 한 50은 되 보이는 사장족 타입의 남자가 두툼한 무스탕 코트를 입고 왔었는데 데리고 들어온 여자는 누가 보더라도 추위에 떨고 있는 여중생 같은 아이였다. 나는 그 방을 치우고 나오면서 휴지통에 버려진 약껍질 까지 기억했는데 그것은 비아그란지 무언지 하는 약이었었다. 내심, 서지도 않는 인간이 어린 것을 데리고 들어와 줄창 해댔구나 하고 속으로 씹고 있었는데 그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나에게 둘러댄 것이라서 그랬다. 나는 놀라기도 했지만 그 사람의 빼어난 용모에 힐끔 하고 다시 쳐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여자 뺨치는 얼굴에 매끈한 피부, 그리고 훤칠한 키는 정말 수려하다 못해 기가 찰 노릇이었다. 지갑을 꺼내서 방 두개 값을 지불하는데 보니 지갑이 터질 듯이 두툼한 것이 여느 사람과도 달랐다. 이렇게 셋이 같이 들어와서 방을 두개 잡는 이유는 단속이 뜨게 되었을 때, 한방에 세 사람이 들어가 있으면 단속반에게 걸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단속반이 뜨면 곧바로 방에 있는 전화벨이 사정없이 울리면서 누구 한 사람이라도 바로 옆방으로 피해야 하는 손님과 모텔과의 암암리의 불문율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세 사람이 투숙할 때는 맨 꼭대기 층을 주어야 한다고 항상 아주머니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을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었다. 예전에는 두 사람이 먼저 방을 잡고 나중에 한 사람이 따라 들어가기도 했지만 단속에 걸리고 나서는 아예 주인아주머니가 까놓고 손님들에게 흥정을 하니 급한 마음에 들어온 손님들은 꼼짝없이 빈방하나를 더 지불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 손님은 무언가 특별한 느낌이 있었고, 나는 그 사람들의 뒤를 따라 아주머니의 부탁으로 맥주를 들고 방으로 가게 되었다. 방안에는 세 사람이 있었는데 그 남자는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고 나머지 두 남녀는 방안의 의자에 앉아서 잡담을 하고 있었다. 내가 들어서자,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만 내가 갖고 들어온 안주와 맥주를 받아 들었다. 그 와중에 쟁반을 든 내 손이 그 손님의 손과 잠깐 부딪히고 말았다. 나는 손끝에서 왠지 찌릿한 느낌과 함께 그 사람의 손끝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서 흠칫 놀랐다.
‘놀라지 마세요, 다시 또 뵐 분인데, 그렇게 놀라시면 쓰나?’
나는 의아한 눈초리로 그 사람을 쳐다 보았다. 또 보다니? 아니 이곳에 길을 들일 참인가? 모를 소리였다. 옆에 앉아있던 남자가 빙그레 웃으며 그 남자를 나무랬다.
‘으이그 김형, 또 왜그래? 또 그 놈의 직업의식? 못말린다니까!’
나는 마음속으로 요 놈은 형사가 분명해 라며, 속으로 뇌까렸다. 이름하여 함정 수사를 온게 분명하다는 예감이 머리를 스쳤다. 그때였다.
‘우리, 형사 아니에요, 너무 놀라지 마세요.’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독심술이란 말을 들어는 봤어도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찝어 내는 사람은 예전에도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우연이겠거니 하면서 스스로를 진정시키고 있었다. 방안을 나오면서 그들의 웃음소리와 잡담이 이어지는 소리를 뒤통수로 들으면서도 왠지 모를 깨름직한 느낌이 가시질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손님들과는 되도록 접촉을 피하고 있는 나였기에 그 손님의 접근과 내뱉는 말속에는 나를 심하게 찔러대는 무언가가 있었다. 나는 방문을 닫고 나왔음에도 복도를 떠날 수가 없었다. 나는 떨리는 속을 진정하면서 문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방안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누가 시킨 것은 아니지만 속으로는 형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여차 하면 주인 아주머니에게 냅다 이를 판이었기 때문이었다. 방안에서는 그 손님의 말소리가 제일 높았다.
‘….그러니까 두 사람의 악연은 이쯤에서 끝내야 한다는 말이지요. 아시겠지요?…’
악연을 끝내다니, 그럼 무슨 일을 저지를 참인가? 주인 아주머니의 경험담에서 들어보면 자살하러 들어오는 사람은 카운터에서 볼 때에는 알 수 없지만 다른 방과 다르게 사람이 죽어있는 방은 귀신같이 느껴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사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 당시 지독한 호기심이 발동했었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 두분다 씻고 오시죠. 정결해야 주문이 잘 통하니까…’
주문이란 말은 또 무쉰 소린가? 곧이어 문 입구의 화장실에서 샤워기를 트는 소리가 나면서 나는 화들짝 놀라서 뒤로 엉덩방아를 찌었다. 그리고는 부리나케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혹시라도 그 손님들이 방문을 열고서 문 밖의 기척을 확인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였다. 나는 가슴이 콩당콩당 뛰고 있었고 호흡이 심하게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간 세탁실에 앉아서 진정하는데 꽤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다. 얼마쯤 진정이 되었을 때, 다시 2층을 치우려고 세탁실을 나섰을 때, 카운터를 향해서 계단을 내려오는 그 손님을 다시 보게 되었다. 여자는 없고, 남자 두 사람만이 내려오고 있어서 궁금증이 다시 도지고 있었다. 나는 애써 시선을 피하고 2층으로 올라가려는데 그 손님이 다시 내게 말을 걸어왔다.
‘방 잘 썼습니다. 어찌나 깔끔하게 치우셨었는지 어지르기가 민망하더구만요. 근데 이런 말씀 드려도 될지…혹시 남편분이 물과 관련된 일을 하시지 않습니까?’
나는 멍한 눈으로 최면에 걸린듯한 표정으로 그 손님을 바라다 보면서 대답했다.
‘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세요?’
‘아니, 뭐 그런 것은 아실 것 없구요. 남편의 물기운 으로도 아주머니의 불길이 잡히질 않는 것이 느껴져서요, 그럼, 이만, 다음에 또 뵙지요.’
알다가도 모를 소리였다. 남편의 직업이 생수 배달이니 물과 관련된 일임은 분명한데, 어떻게 그것을 알았으며, 내 불길이 잡히질 않는다는 말은 또 무슨 소린지…나는 그 손님이 이제는 무서워지기까지 했다. 속으로는 원 별 싱거운 사람 다 보겠다는 비아냥이 터져 나왔지만 그 손님의 지적에는 무언가 의미심장한 저의가 있는 듯 했다. 손님이 황망히 자리를 비우고 아주머니는 나를 보며,
‘아니, 저 손님들이랑 무슨 얘기 했었어? 처음 보기는 하는데 왠지 이상하지? 그리고 아까는 여자랑 같이 들어왔었는데 그 여자는 어디 갔지? 내가 자리를 비운 것은 화장실 갔다 온 것 뿐인데 그때 나갔나? 혹시 모르니 그 방에 좀 올라가 봐요.’
나는 대답을 하고는 층계를 올라갔지만 감히 문을 열 용기가 나질 않았다. 방은 이상하게도 조금 열려있었다. 아무런 기척도 없었기에 나는 빼꼼히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안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지만 여자가 벌거벗은 채로, 침대에 널부러져 있는 것이 눈에 확 들어왔다. 엎드린 채로, 머리는 산발한 그대로, 엉덩이를 하늘로 향한 채, 엎드려 있었는데, 순간,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확 스쳤다. 자세히 볼 수도 없을 만큼 무서웠기도 했지만 사람이 안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문이 열려 있다는 것은 여자의 의식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가까스로 용기를 내어 여자에게 다가갔다. 자세히 살펴보니 여자는 숨이 붙어있기는 했다. 등이 조금씩 들썩이곤 했기 때문이었다. 가만히 보니 여자는 혼절한 것 같았고, 특이한 점은 항문이 찢어졌는지 피가 베어 나와 있으면서 온통 그 부분이 정액으로 뒤덮혀 있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셋이서 격렬하게 씹을 하고 여자는 기절을 한 것 같았다. 얼마나 좋았으면…
나는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여자를 흔들어 깨웠다. 여자는 몇번의 흔들림에도 정신이 돌아오질 않았다. 그러다가 얼마 있지 않아 끄응하는 신음과 함께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자신을 내려다 보고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반사적으로 시트를 몸에 감았다.
‘누구 세요?… 어, 여기는 어디지? 내가 왜 이곳에…’
여자는 기억을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찬찬히 안심하라고 일러주고, 여기는 모텔인데 아까 남자 두분과 같이 들어왔었다고 설명해주어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러나, 자신이 갖고 온 핸드백이며, 옷가지의 전부는 어디에 있는지 전부 기억했다.
‘아까 제가 혼자 오지 않았나요?’
나는 아니라고 했다. 신사분 두 분과 같이 왔었으며, 그 분들이 방값은 먼저 내고 나간지 10여분 지났다고 말해주었다. 여자는 정신이 나간 듯이 멍하니 천장을 응시하더니만 옷을 갈아입게 나가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했다. 나는 괜찮겠느냐고 재차 물은 뒤에 카운터로 내려왔다. 이상한 일이었다. 몇 분이 지나자 그 여자는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이고는 황급히 모텔의 후문으로 사라졌다. 곧 이어서 차소리가 나는 것으로 보아, 자신의 차로 온 것 같은데, 그 두 남자에 대한 기억만이 고스란히 사라진 기괴한 상황이었다. 나는 그날의 일이 너무도 괴이해서 한동안 손에 일이 잡히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오후 늦게, 낮 손님이 북적대던 그날 저녁에 그 손님이 다시 찾아왔다. 그것도 혼자서…
‘아주머니 안녕하셨어요?’
대개의 단골들이라 할지라도 투숙객은 절대로 인사를 하는 법이 없었는데 세탁물을 들고 세탁실로 향하는 나의 등뒤에 그 손님이 말을 던졌다. 나의 머리칼이 쭈뼛 솟는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되돌아 보면서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는 가던 걸음을 재촉하려 했다.
‘잠깐만요, 이따가 방으로 맥주 좀 올려보내 주실 래요?’
나는 그러마 하고 대답하고는 주인 아주머니에게 맥주와 마른 안주를 부탁했다. 손님이 올라간 이후에, 쟁반에 맥주와 안주거리를 담아 올라가는 도중에 나는 무척이나 망설였다. 어떻게 해야 하나, 그냥 놓고 나오나, 아니면 방문 앞에서 그냥 건네고 오나,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를 복잡하게 짓눌렀다. 방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일때에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화들짝 열렸다.
‘어서 들어오세요’
나는 그냥 무심코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 손님은 옷을 입은 채로 나를 맞았고, 방안으로 들어오라는 손짓에 나 또한 빨려 들어가듯이 들어서고 말았다.
‘바쁘시지 않으시면 좀 앉으시지요.’
나는 바쁘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거울 옆의 의자에 그만 털석 앉았다. 내가 생각해도 모를 일이었다. 혹시라도 이 사람이 덤비지나 않을까, 추근대지나 않을까라는 등의 질문은 생각이 들지도 않았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스스로의 방어선이 무너진 느낌이었다.
‘지난 번에는 놀라셨지요?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하면서 내미는 것은 명함 한장 이었다. ‘김소현 운명연구소’라고 적혀 있었다.
‘말이 운명연구소지 저의 직업은 시쳇말로 무당입니다.’
나는 그 말에 웃음이 피식 나왔다. 어렸을 적, 마을 전체를 온통 뒤흔들 던, 무당에 대한 기억은 그야말로 총천연색의 지신깃발과 작두, 소리패들, 부적, 그리고 보기에도 섬뜩하게 보였었던 무당의 서슬과 처절하리 만치 구슬픈 무당의 염불소리가 고작이었기 때문이었다. 곱게 빗어넘긴 머리하며, 수려한 용모, 서구적인 자태의 현대식 무당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고 느껴졌었다.
‘그때 저를 보고, 남자들과 같이 여자나 농락하고 다니는 불량배나 혹은 형사 나부랭이로 보셨을 테지만 사실 저는 좀 특수한 일들을 하고 다닙니다. 그 덕에 이렇게 모텔이나 산속의 팬션 같은 곳을 드나들게 되었구요. 제가 하는 일은 보통 무당처럼 굿거리도 하지만 다른 특수한 것들이 요즈음의 주된 할 일들 입니다.’
‘특수한 일은 무어지요? 뭐, 부적 같은 건가요?’
‘부적도 쓰기야 쓰지요. 그렇지만 요즈음 부적이야, 그게 부적입니까? 원래 부적은 그 안에 적혀있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종이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인데, 아무 화선지에나 찍찍 내갈기거나 도장으로 인쇄하는 것 같은 부적은 정말 쓰레기이지요. 부적을 그리는 종이는 원래 도량이 높으신 스님들이 입적 하실때에 그 바닥에 까는 종이로 만들어야 그 영험함이 하늘을 찌릅니다. 예전에는 서계신 채로 아니면 앉으신 채로 입적하시는 고승분이 많으셨었는데 요즈음은 정말 그런 귀한 부적지를 찾기가 어렵지요. 그래서 얼마전 부터는 신필이라고 이름난 저의 부적은 어디서고 찾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종이가 없는데 부적을 그릴 수는 없거던요. 그건 그렇고, 아직 아이가 없으시지요?
‘아니 그걸 어떻게?
‘아주머니, 아니 가까이서 뵈니 아가씨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동안이시네요. 그것은 아가씨와 바깥양반 되시는 분의 합이 불일치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결과이지요.’
‘합이라뇨?’
‘쉽게 말해서 속궁합이 불일치 한다는 얘기입니다. 바깥양반이 물을 가까이 하는 직업으로 항상 몸을 시원하게 식혀와도 워낙 아가씨의 굴혈에서 발산하는 음기가 강렬해서 그 냉각이 충분치 못하기 때문입니다. 즉 아가씨의 음기가 남편의 양기를 잡아먹는다고 할까요? 이해가 되시겠어요?’
나는 괜한 말이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딴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남편은 나와 잠자리를 한 후에는 몸살 하는 사람처럼 자면서 베개가 다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면서 잠들기가 다반사고, 부부생활은 그로 인해서 횟수는 극히 한정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서로가 너무도 신체적으로 피곤하다 보니 밤에는 서로의 몸을 건드릴 여유도 없이 잠에 빠지기 일 쑤 였었다.
‘그런데요?’
이런 류의 인간을 만나면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연순이 엄마의 말도 있고해서 나는 카랑카랑한 목청으로 질문을 되던졌다.
‘게다가 그때 뵈었을 때 무엇보다도 저는 아가씨의 신기를 강하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말로만 듣던 신기. 나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나는 그것이 신기라고는 생각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고로 외할머니 때부터 우리 집안에는 여자들에게 한가지 씩은 특수한 재능들이 있었는데, 외할머니께서는 4,5일 혹은 일주일 후의 날씨를 내다보시는 능력이 있으셨었다. 어머니는 사람 몸에 나는 냄새를 맡으시면 무슨 기관이 나쁜가 알아 맞추시는 힘이 있었고, 나는 아직까지 잘은 모르겠지만 한가지는 물려받은 능력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 적은 있었다. 그것은 모텔에서 일하면서부터 알게된 것이었다. 투숙객이 나가고 나서 본적은 없지만 그 방을 치우면서 그들이 흘리고 간 털, 정액, 씹물, 땀등을 어떤 때 손끝에 대어보면 온 몸이 소스라 칠 정도로 그 사람들이 뒹굴던 당시의 모습이 잠깐잠깐씩 영화속의 한
장면처럼 보였었기 때문이었다. 남편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는데 그렇다면 그걸 일컫는 것인가? 나는 그 사람의 얘기를 더 들어보기로 했다.
‘대개 그런 신기는 내림굿을 통해 접신을 하고 다듬어 지면 좋은 무당으로 태어나지만 발굴되어지지 않은 신기는 오랜 신병으로 이어져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하거나, 혹은 잡기로 전락해서 자신의 인생을 망치게 되지요. 혹시 집안에 특이한 능력을 가지셨던 분들이 친정쪽으로 계시지요?’
그 사람은 나의 인생을 훤히 꿰차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렇다고 얘기하고는 우리 집안의 내력을 대강 대강 얘기해 주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주인 아주머니 였다. 나는 어서 내려가겠노라고 얘기하고는 황급히 방을 나왔다. 그런데 계단을 내려 오는 도중에, 주인 아주머니가 다시 윗층으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리고서는 한 10여분 있다가 세탁실에 있는 나에게 싱글벙글하며, 찾아왔다.
‘손님이 좀 찾으시네, 자네를 1시간만 보고자 한다면서 돈도 이렇게 듬뿍 주었지 뭬야. 혹시 같이 자자고 그러면 돈 더 달라고 해봐. 혹시 알아 오늘 신랑 몰래 횡재하게 될지?’
나는 비누 묻은 손을 깨끗이 씻고서 방으로 다시 올라갔다. 그 사람은 변함없는 자세로 나를 맞이했다. 나는 아까와는 다른 푸근한 마음으로 그 사람과 마주 앉았다.
‘이제 불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한시간이지만… 그건 그렇고,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말씀드리지 않았죠? 요즈음 저는 부적을 쓰는 대신에 사람간의 악연을 끊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악연을 끊는 다는 말씀은 무엇이지요? 우리 할머님 말씀에 천지간에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짐승 같은 짓.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고 하셨었는데…’
‘역시 할머님의 통찰력은 대단하셨던가 봅니다. 맞지요, 맞습니다. 그래도 사람간에 가까이 해서는 안되는 인연을 보았을 때 그것을 보고도 가만히 있는다면 도리가 아니겠지요. 저번에 저와 같이 온 두분, 생각나시죠?’
‘네, 부부셨던가요?’
‘아닙니다. 모두 가정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우연찮은 기회에 두사람은 만나게 되었고 서로가 가정을 포기 할만큼, 서로의 육체에 빠져있었던 사람들 입니다. 그러던 중에 저에게 항상 년초가 되면 신수니, 일년사주 등을 물어오던 그 남자분이 여자분을 데리고 저희 연구소에 오셨었지요. 앞으로 어찌 될 것인가를 알아 보려구요. 저는 그때, 노발대발하며, 그 여인과 헤어지라고 말했었지요. 왜냐하면 그 여인과 가까이 하면 할수록 그 매력에서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을 뿐더러 종국에 가서는 그 여인과 복상사를 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살을 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래서 마지막으로 그 분께 한가지 방법을 제안했지요. 기독교에서는 안수라고 하나요, 그것과 조금 비슷한 방법입니다. 저의 영력으로 그 여인과 교접할 시에 백회초두를 고결시켜 남자분과 관련된 기억을 지워버리는 것입니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그 날 그 여자분이 모텔에 들어온 이후의 기억이나 우리와 같이 들어온 기억을 하던가요?’
나는 그제서야 어째서 그 여자가 희한한 부분만을 기억 못하는지 알 수가 있었다. 나는 그당시의 자초지종을 자세히 알려 주었다. 모든게 신기하기만 했다.
‘제가 아가씨를 다시 찾은 이유는 당신이 저를 위기에서 구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신기를 가진 여인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어요. 청소, 빨래 그런 거라면 몰라도…’
고개를 젖는 나에게 그는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손을 잡아달라고 부탁했고, 머릿속으로 무엇이 보이나 알려달라고 했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예쁜 여자가 보여요. 그 여자는….옷을 벗고 있는데, 몸을 흔들면서 말을 타듯이 제 눈 위에서 몸을 흔들고 있어요…아마도 그 짓을 하는가 봐요…그리고는…갑자기…입에 거품을 물면서 뒤로 쓰러졌어요….죽었나?…어찌된거죠?’
나는 보이는데로 말해주었다. 앞에 앉아있던 그 남자의 눈에 옅게나마 눈물이 고이는 것이 보였다.
‘그 여인은 바로 제 모친입니다. 저와 근친중에 복상사를 했지요. 그 이후로 저는 무당의 길을 걸었고요. 역시 우리 모친도 무당이셨습니다. 남자들을 많이 상대했지만 그 음행의 한계를 도저히 버틸 남자들이 없었지요. 하루라도 남자를 품지 않고는 잠들 수 없는 여인이었습니다. 제가 성장하면서 유달리 큰 성물을 지닌 탓에 모친은 시도때도 없이 저와 음행을 일삼았습니다. 하늘의 천벌이라고 할까요? 모친은 그날, 아침부터 새벽까지 끼니도 거른채, 저와 색을 토해내다가 그나마 세상을 하직하고 만겁니다.’
듣고 보니 정말 아연할 얘기였다. 그 당시의 다채로운 남성편력도 문제였겠으나, 근친은 더욱이 심각한 가쉽거리 였을 것이었다. 나는 그 사람이 측은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 이후로 저는 여자를 가까이 해본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직업상 만나게 되는 아까 얘기했었던 그 분과 같은 경우를 만나면 운명을 거스르는 한이 있더라도 발벗고 나서서 막아주고 싶은 심정에 이런 일에 뛰어들게 되었구요.’
‘아, 그러셨군요, 그런데 제가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요?’
‘그것은 간단합니다. 두가지가 있을 수 있지요. 하나는 저를 통해 내림굿을 받으셔서 무당의 길을 걸으시던가, 아니면,’
‘아니면요?’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면서 되물었다.
‘제 안에서 폭발하기 직전의 이 닫혀진 양기를 제거해 주시던가…’
나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무당이 되시면 저와는 서로 상쇄되는 살이 형성되기 때문에 서로 교접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저는 저 스스로 말라죽게 될 것이고, 무당의 길을 걷는 아가씨를 받아들일 수 없는 바깥양반과는 생이별을 하셔야 할겝니다. 만일 무당의 길을 걷지 않는다면 남편과는 행복하게 사실 수 있지만 저와 같은 사람을 만나 교접하지 않게 되면 결연코 아이를 갖지
못한 채, 이생을 마감하게 되고 남편분도 기력이 쇠진하게 되어 일찍 돌아가실 것이 분명합니다.’
나는 겁이 덜컥 났다.
‘… ….그럼…교접이란 말은 섹스를 의미합니까?’
‘그렇지요. 그것도 주기적으로 음력보름에는 언제나…’
나는 머리속이 복잡했다. 그냥 들어보면 나를 따먹자고 하는 짓거리 인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정말 간절한 부탁같기도 했다. 나는 이 자리에서 금방 결론 낼 수 없다고 대답하고는 다음에 보자고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내일이 바로 음력 보름입니다. 가시기 전에 우선 저의 상태를 말씀드리자면 이미 양기가 폭발 직전이라 몸안의 기가 역행해서 하루에 몇번씩 숨이 멎을 듯이 고통스럽고 온 전신이 괴롭습니다. 만일 가능하다면 내일 제가 다시와서 부탁드려도 될런지요?’
나는 그러자고 했다. 어차피 시간을 좀 벌어보자는 의도도 있었고 혼자서 곰곰히 생각할 시간도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하루는 금방가고 어느새 그 사람과의 약속시간이 닥쳐왔기 때문이었다. 오후에 올 줄 알고 있던 그 사람은 오전에 그것도 식전 댓바람에 모텔에 들이닥쳤다. 그리고는 주인 아주머니에게 선뜻 오늘 하루 매상을 책임지겠으니 하루만 문을 닫으라고 얘기하는 것이었다. 아주머니는 횡재했다 싶은 얼굴을 애써 감추며, 이러면 밑지는데 하는 혼잣말을 계속하면서 집으로 가버렸다. 가면서 나에게 재미 많이 보는 것 만큼 돈도 많이 긁어내라고 당부까지 하고 갔다. 그러나, 솔직히 돈 욕심은 없었다. 그저 불쌍한 사람 하나 구제하자는 생각이 전부였었다. 왜냐하면 나의 머리속에서 보았던 영상을 나는 믿고 있었고, 그런 세월을 살아온 그 남자 무당의 인생이 측은하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모텔의 문을 닫아 걸고는 무슨 의식을 하는 사람 마냥, 그 사람과 나는 2층 방으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모텔안에 그것도 젊은 남녀가 둘 만 있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숨막힐 정도의 긴장감이 동반되었다.
‘겁나세요?’
‘솔직히 말하자면 그래요. 그렇지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생활이 어렵긴 해도 그이가 아이를 무척 바라고 있는 것은 사실 이거든요. 이런 기회를 거쳐서 아이를 갖게 될지 의문이기는 해도 혹시 압니까? 선생님도 살고 우리 부부도 행복을 찾을 수 있을 런지… 제가 바보같이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못된 놈팽이에게 몸 한번 굴린 엿 같은 갈보가 되는 것이라고 누군가 손가락질 할지는 몰라도 나는 우리 어머니, 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그 능력을 믿고 싶어요. 선생님은 저의 불길을 꺼주고, 저도 선생님의 몸을 낫게 해드리고, 결국엔 아이도 갖게 된다면 이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그것은 아무것도가 아니었다. 방안에 들어서서 그 남자는 목욕부터 하라고 했다. 나는 그 사람과 같이 서로의 몸에 손도 대지 않은채, 깨끗하게 씻었다. 남편이외에는 남자의 알몸을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냥 돌아서서 내 몸 혼자 씻기에도 바쁜 상황이었기에 상대를 쳐다 볼 겨를도, 마음의 여유도 갖고있질 못했다. 몸을 다 씻자, 그 사람이 수건을 대지 말고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 그리고는 둘다 벌거벗은 채로, 동서남북 네 방향을 통해 삼배를 했다. 그것은 자신이 모시고 있는 신에게 자신의 행위가 사욕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선언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도 모르고 따라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이 나올 뿐이다. 벌거벗은 두 남녀가 사방으로 절을 하는 모습이란…
‘자 이제 침대에 누우세요. 제가 주문을 외울께요.’
그 남자의 부탁대로 나는 침대에 누웠다. 가슴이 도저히 진정되질 않아서 눈을 감았지만 오히려 구토가 밀려 올 정도로 현기증이 나서 멀거니 천장을 응시한채, 그 사람의 나직한 염불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 염불소리에 차츰 마음이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아련하다는 느낌이 온몸에 번질 즈음에 그 사람의 육중한 체중이 느껴지면서 침대의 한편에 눕는 것이 느껴졌다. 그 사람도 나를 만질 생각을 하질 않고 나와 같이 누워서 가슴위에 손을 얹고는 천장을 지그시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더니만 슬며시 나의 손을 쥐었다. 나의 머릿속에는 그 사람의 어릴 적 모습과 엄마와의 근친으로 인해 고통 받는 모습들이 아스라히 각인되어 떠올랐다. 울면서 소리치는 그 사람의 위에 그 모친은 무자비한 자세로 좇을 쑤셔 박으면서 올라타고, 철벅철벅 소리가 들리듯이 그 사람의 온 몸에 씹물을 부벼대면서 섹스에 도취되는 중년의 아리따운 색녀가 계속 보였다. 연이어서 푸닥거리를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과 보기에도 끔찍할 정도로 발기되었으면서도 사정할 수 없는 고통으로 괴로와하는 그 사람의 처절한 사투가 연속해서 시선을 간지럽혔다. 그 사람은 천천히 내 위로 올라왔다. 나는 눈을 감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온몸이 단단한 근육으로 뭉쳐져 있어서 흡사 단단한 배구공을 온 몸에 압박하는 것 같은 느낌이 전해져 왔다. 나의 머리결을 만지면서 촉촉히 젖은 부분을 천천히 냄새 맡는 그의 체중을 느꼈어야 옳은데 나는 그의 몸이 깃털처럼 가볍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동안 나의 얼굴을 내려다 보고 있는 그를 느끼며 나는 살며시 눈을 떴다. 내 눈앞에는 눈가에 한껏 눈물을 머금은 한 사람의 미소년 같은 청년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나의 뺨으로 그 사람의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의 젖은 뺨을 어루만졌다. 남편에 대한 죄책감도 들었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만큼은 그런 것들을 모두 잊고 그 사람에게 충실하고 싶어졌다. 나는 그 사람의 어깨가 무척 넓다고 느꼈다. 그제서야 나는 그 사람과 나 사이에 불끈 하면서 뜨겁게 달아오른 커다란 몽둥이 같은 그의 물건이 내 아랫배를 흠씬 압박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얼굴이 금새 확하고 달아올랐다. 항상 그래 왔지만 목안이 타들어가고 입안에서는 단내가 났다. 코안은 바짝 말라서 기도 끝까지 쌔한 공기가 저 폐부의 밑까지 휠치고 들어가고, 온몸은 누가 뭐라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떨려오면서 그 사람의 느낌에 반응해 갔다. 나는 도저히 겁이나서 그 사람의 물건을 잡을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 사람은 나를 일으켜 세우고 앉은채로 껴안았다. 침대의 건너편에 있는 거울속으로 넓은 그의 근육질의 등이 보이고 그에게 매달리듯 고개를 묻고서 거울을 바라보는 내 얼굴이 자그마하게 비추어졌다. 그 사람은 무릎을 세우고 나에게 자신의 좇을 겨누었다. 나는 침대에 비스듬하게 기대듯이 스러지면서 그의 좇을 처음 보게 되었다. 무성한 음모와 더불어 부드러운 밀랍 같은 색조의 좇은 정말 탐스럽고 우람해 보였다. 곳곳에 불거진 핏줄들은 그의 좇을 더욱 황홀하게 보이게 하고 있었고, 그 뜨거움이라고 하는 것은 이루 형용할 수 조차 없었다. 나는 그 좇에 내달리듯이 두손을 감아쥐고 흔들면서 혀를 대기 시작했다. 밋밋하지만 비누냄새가 섞인 그의 좇은 남편과는 또다른 느낌이 있었다. 그 의 좇을 입안에 머무는 순간, 나는 머릿속으로 반항하면서 모친에게 좇을 빨리우던 그 사람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올려다보니 그 사람은 내가 오랄을 해주는 느낌으로 인해서 그 당시의 죽고싶을 정도로 잊고싶었던 쾌감을 떠올리는 것처럼 고통스런 표정을 하고 있다. 나는 그를 푸근하게 하고 싶었다. 격하게 빨기보다는 그의 아랫배를 서서히 쓰다듬어 주면서 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일부러 신음소리도 자제했다. 그는 눈을 감은채, 허리를 조금씩 움직였다. 아마도 삽입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가 싶다. 내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는 나와의 교접속에서 모친으로부터의 끔찍한 기억을 잊으려고 애쓰는 것과 동시에 그 안에서 느꼈던 쾌감의 흔적을 현실로 돌려 놓으려는 스스로의 혼신의 몸부림에 빠져있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나의 젖을 쓰다듬었다. 나는 그의 손끝에서 어린 시절 모친의 젖에서 느꼈던 포근함을 찾으려는듯 그의 머릿속에는 남아있을 것 같지 않던 모친에 대한 아름다운 영상들이 간간히 이어져 보여졌다. 미워하였지만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모친에 대한 기억이 나와의 섹스 도중에 전류처럼 나의 뇌리에 와서 박혔다. 흡사 그와 그의 모친, 나 이렇게 셋이서 몽환적인 섹스를 벌이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심하게 발기만 될뿐, 사정의 기미는 조금도 없었다. 여자관계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모친으로부터의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었던 기나긴 시간으로 인해서 사정으로의 과정에 다분히 장벽을 느끼고 있는 듯이 보였다. 나는 그를 위해서 보지를 열어주기로 했다. 빨던 좇을 멈추고 나는 그를 올려다 보면서 무언의 유도를 통해 그의 머리를 나의 음부로 유인 했다. 그는 엎드린채로 나의 보지에 살며시 입을 갖다 대었다. 한동안 그는 냄새를 맡는 것 같기도 하고, 음모의 까실한 촉감을 즐기는 것 같기도 했다. 그의 혀가 드디어 나의 보지에 닿는 순간, 나는 그의 머릿속에서 요동치던 예전의 기억들로 인해 어지러움증까지 느껴야 했다. 머리카락이 뽑히도록 쥐어흔들어지는 그의 머리가 모친의 보지에 처박히듯이 대어져 막무가내로 빨기를 강요당하는 그의 기억이 그의 혀끝을 통해 나의 전신을 타고 흘렀기 때문이었다. 그는 또다시 나의 씹물을 핥으면서 울기 시작했다. 그것은 설움을 참아내는 꺼이꺼이에 가까운 흐느낌이었다. 나는 그를 더 이상 그렇게 기억의 침잠속에 놔둘 수 없었다. 나는 그의 겨드랑이를 껴올리면서 그를 내 상체위에 올렸다. 그의 발기된 좇이 멈칫하면서 삽입을 저어하고 있다. 나는 내손을 이용해서 그의 좇을 움켜쥐고는 나의 보지입구에 잘 맞추었다. 그는 허리와 어깨에 강한 힘을 주면서 자세를 고정한 채로…
나는 그의 좇이 밀려들어 오는 것을 머릿속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는 울면서 삽입하고 있었다. 나의 머릿속에는 그 옛날, 싫다고 고래고래 소리치면서도 모친의 보지에 그 몽둥이 같은 좇을 쑤셔박을 수밖에 없었던 그 사람의 슬픔이 내 보지가 찢어지면서 진입되어 들어오는 그의 좇에 맞물려서 고통과 쾌락의 이중주가 되어 나의 입으로 한탄과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뱉어내게 하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감은채로 허리를 움직이면서 나의 보지 깊숙한 저편까지 좇을 삽입시켰다. 나의 보지는 더 이상 벌어지다 못해 찢어져 갔지만 나는 고통과 기쁨의 양갈래길에서 모순처럼 쾌락을 ?아 달음박질 해갔다. 그의 좇은 나의 자궁입구를 무자비하게 돌려대면서 건들기 시작하면서 나는 그가 느꼈던 섹스에의 욕구와 그에 반하여 그의 쾌락을 저지하고 있었던 천형과도 같았던 죄책감을 동시에 맛보면서 섹스에 침몰했다. 그는 울다못해 쉬어진 목소리로 소리치면서 나의 씹에 그 무자비한 좇을 정신없이 박아대기 시작했다. 내 머릿속에는 그가 모친과 나누었었던 별 해괴한 섹스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모친과의 섹스시에 자신의 항문을 범하던 어떤 남자의 모습도 보이고 발기된 아들의 좇에서 분수처럼 터져나오는 좇물을 샤워하듯이 받아내는 모습하며, 섹스하는 도중에 오줌까지 아들의 배위에 줄줄 싸대던 모습들, 그야말로 섹스에 미친 한 어머니가 어떻게 아들을 괴롭혀 왔는가가 여실히 나의 가슴속에 투영되고 있었다. 그는 그래도 사정으로 치닫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둔부를 두손으로 말아쥐었다. 탄력있고 근육으로 뭉쳐진 그의 둔부사이로 나의 손은 점점 옮겨가고 급기야 나의 손가락은 벌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그의 항문에 다다르고 있었다. 나는 거의 실신할 듯한 지경에 이르렀지만 본능적으로 그의 쑤셔박아대는 둔부의 출렁거림 사이로 그의 항문에 손가락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항문은 거세게 반항하면서 닫혀 있었지만 곧이어 나의 손가락은 쉽사리 그 안으로 들어가고, 내가 느끼기에도 그의 펌핑은 가속이 붙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안된다는 듯한 비명과 함께 악 소리를 치면서 급기야 사정하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놀라운 것은 보지안에 가득차기 시작한 그의 정액은 좇을 빼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나의 씹구녕 사이로 꾸역꾸역 밀려나오는 것이었다. 그는 울음을 멈추지 못하고 나의 위에 널부러 졌다. 나는 그의 등을 토닥거리면서 끝도없이 밀려 나오는 그의 좇물을 항문사이로 느끼고만 있었다. 그리고는 그에게 살며시 속삭였다.
‘괜찮아요. 이제 다 끝났어요.’
더 이상은 할 말이 없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모텔을 관두었다. 이제는 오누이 같은 생각도 들고, 둘사이는 너무나 가까워 지기만 한다. 모텔을 관두고 나는 그의 연구소에서 전화도 받고, 차심부름도 해주는 비서로 그의 간곡한 부탁에 의해 취직했다. 매일 얼굴을 대하기는 하지만 음력보름이 되기전에는 절대 서로에게 내색하지 않는 우리는 매달 무슨 의식같이 섹스를 한다. 항상 그와의 섹스에서 보이는 뇌리의 영상속에서도 새로이 생겼을 법도 한 다른 여인의 모습은 보이질 않고 단지 모친의 환영이 점차 나의 모습으로 대치되어가는 것을 보며, 일말 무언가 작은 도움을 주기는 준 것 같다는 뿌듯한 감마저 나는 갖고있다. 그의 도움으로 집도 새로이 장만하고 지난달에는 임신소식까지 겹쳐져 나는 그와의 만남에서 잃은 것이 하나도 없는 여자가 되었다. 자칫 그를 믿지 못하고 불량배 취급했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도 해보지만 역시 세상은 절대 인간의 힘으로 어느 것 하나 되는 것이 없다고 하신 할머님의 말씀이 항상 생각나곤 한다. 운명처럼 만난 그날 오후가 나에게는 언제나 바로 어제 처럼 새롭기만 하다.
-끝-
오늘도 나는 어김없이 사람들이 어질러 놓고 간 방을 치운다. 곳곳에는 먹다가 남긴 빈 맥주병, 수북이 쌓인 담뱃재, 안주 나부랭이… 아무렇게나 바닥에 떨어져있는 휴지 조각들… 휴, 거나하게 뒹굴고 나갔지 싶다. 목욕탕도 예외는 아니다. 곳곳에 부스러기처럼 떨어져 있는 꼬부랭이 털들, 아직도 꽉 잠그지 않은채, 물을 흘리고 있는 샤워기… 어디서부터 어떻게 치워야 할지 맨 처음에는 치우기 전에 방안에 도는 냄새부터 역겨워서인지 코를 막기 일쑤였었다. 그래도 이제는 왠 만큼 면역이 되었다 랄까? 정해진 수순에 의해 척척 치워지고 있다. 나는 방에 들어서면 우선 창문을 열어 젖힌다. 그리고 맑은,-바깥도 그리 맑은 공기는 아니지만- 공기를 방안으로 들인다. 그 다음으로 방안에 어질러져 있는 수건을 한자리로 모아 갖고 나가기 편하게 뭉쳐놓고는 일을 시작한다. 매번 다른 방법으로도 해보았는데 언제나 무언가를 빼먹고 마무리를 하는 통에 새로이 손님을 받고 나면 주인 아주머니에게 꼭 한 소리를 듣곤 했기에 이제는 순서를 정해놓고 일을 하는 것이 좋았다. 무심하게 순서대로 일을 하면서도 항상 나는 방안을 나오기 전에 팔안에 수건과 시트가 있다손 쳐도 뒤 돌아 방안을 다시 한번 쳐다보곤 한다. 꼭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나는 이름하여 모텔에서 방안을 청소하는 여편네. 이름도 없고, 주인아주머니의 성화와 극성에 항상 닥달을 당하지만 그래도 누구에게 간섭 당하지 않고 밥벌이를 한다는 점에서 어떤때는 이런 직업이라 할지라도 감사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남편은 생수배달을 하고, 나는 젊은 나이이지만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직업을 기피하다 보니 이런 류의 일밖에는 찾을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옆집에 사는 연순이 엄마는 버스를 두번 이나 갈아타고 가야하는 노래방의 도우미로 일하고 있는데, 수입이 꽤나 괜찮다며 나에게 권하기도 했다. 사실 연순이 엄마는 딸하나를 데리고 혼자 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항상 새벽 두어시나 되어야 들어오고, 뭇 남자들과 살을 섞어야 한다는 사실에 끔찍하기도 하지만 결단코 남편이 그런 류의 일을 용납하질 않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얼마전 까지는 인형의 눈을 붙였지만 그것도 수입이 좋질 않아서 알아본 것이 이 모텔이었다. 주인아주머니가 예전에는 쪼바도 보고 청소도 같이 했는데 워낙 손님이 빈번하게 드나들기에 혼자서 그 뒷감당을 못한다며, 연순이 엄마편에 사람을 구하다가 운좋게도 나에게 일당이 돌아오게 된 것 이었다. 사람들은 정말 돈들이 많았다. 한시간도 안되어서 어질러놓고 가면서 우리 두 식구의 일주일 식비정도를 아무 생각없이 내는 사람들, 차로 뻔질나게 하루가 멀다하고 들리는 단골들, 정말 세상의 여유 돈들은 모두 그들이 주무르고 있는 듯 싶었다. 하나같이 남자들은 뻔뻔하게 생겼고, 여자들은 찍어놓은 듯이 화려한 화장에 멋진 옷매무새가 눈길을 맞추기가 내가 더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나는 솔직히 그들이 부럽기도 했다. 항상 섹스를 위해서만 사는 사람들처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드나드는 그들의 자유로움이, 생활과 시간의 여유가 부러웠던 것이다. 어떤때는 가정주부 들이 식사를 준비해야 할 시간에 들어서는 남녀를 볼 때도 있었다. 결코 부부 같아 보이질 않았지만 그렇다고 처녀총각 같지도 않은 만만한 나이, 그런데도 그들은 저녁도 먹기전인 초저녁에 엉겨 붙다시피 하며 모텔로 찾아 든다. 곧 이어서 쿵쾅대는 소음과 함께 간간히 여인의 비명과 욕설, 까르르 내뱉는 웃음들이 들리고… 아무튼 요상한 세상속에 내가 살고 있음을 느낀다. 여지없이 그런 방은 시트가 엉망인 적이 많았다. 온통 시트는 여자가 흘렸는지 남자가 지렸는지, 물천지고, 꼬시랭이는 청소기로 빨아내도 모자랄 지경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한 서너달 그곳에서 일하면서 나의 내부에서 무언가 이상한 조짐이 일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그 어떤 손님과 마주친 다음부터였다. 그 날은 다른 날과 다르게 손님이 뜸한 날이었고 무척 추웠던 날로 기억된다. 그 손님은 다른 남자와 여자, 그렇게 셋이서 모텔에 들어섰다. 나는 이층을 치우고 내려오는 중이었고 계단을 돌아 세탁실로 가기전 이었는데 그만 카운터 앞에 서있는 그 손님 앞에서 팔 안에 안고있던 타올을 몇 장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 손님은 친절하게도 그 수건을 집어주면서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그 늙은 놈이 젊은 년을 데리고 와서 겁나게 놀아 제낀 모양이네.’
나는 그 사람의 직업이 형사가 아닌가 했다. 방금 치우고 온 방에서 가지고 온 수건만 보고도 그 방에 있었던 손님을 알아 맞추었기 때문이었다. 그 방에는 한 50은 되 보이는 사장족 타입의 남자가 두툼한 무스탕 코트를 입고 왔었는데 데리고 들어온 여자는 누가 보더라도 추위에 떨고 있는 여중생 같은 아이였다. 나는 그 방을 치우고 나오면서 휴지통에 버려진 약껍질 까지 기억했는데 그것은 비아그란지 무언지 하는 약이었었다. 내심, 서지도 않는 인간이 어린 것을 데리고 들어와 줄창 해댔구나 하고 속으로 씹고 있었는데 그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나에게 둘러댄 것이라서 그랬다. 나는 놀라기도 했지만 그 사람의 빼어난 용모에 힐끔 하고 다시 쳐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여자 뺨치는 얼굴에 매끈한 피부, 그리고 훤칠한 키는 정말 수려하다 못해 기가 찰 노릇이었다. 지갑을 꺼내서 방 두개 값을 지불하는데 보니 지갑이 터질 듯이 두툼한 것이 여느 사람과도 달랐다. 이렇게 셋이 같이 들어와서 방을 두개 잡는 이유는 단속이 뜨게 되었을 때, 한방에 세 사람이 들어가 있으면 단속반에게 걸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단속반이 뜨면 곧바로 방에 있는 전화벨이 사정없이 울리면서 누구 한 사람이라도 바로 옆방으로 피해야 하는 손님과 모텔과의 암암리의 불문율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세 사람이 투숙할 때는 맨 꼭대기 층을 주어야 한다고 항상 아주머니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을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었다. 예전에는 두 사람이 먼저 방을 잡고 나중에 한 사람이 따라 들어가기도 했지만 단속에 걸리고 나서는 아예 주인아주머니가 까놓고 손님들에게 흥정을 하니 급한 마음에 들어온 손님들은 꼼짝없이 빈방하나를 더 지불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 손님은 무언가 특별한 느낌이 있었고, 나는 그 사람들의 뒤를 따라 아주머니의 부탁으로 맥주를 들고 방으로 가게 되었다. 방안에는 세 사람이 있었는데 그 남자는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고 나머지 두 남녀는 방안의 의자에 앉아서 잡담을 하고 있었다. 내가 들어서자,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만 내가 갖고 들어온 안주와 맥주를 받아 들었다. 그 와중에 쟁반을 든 내 손이 그 손님의 손과 잠깐 부딪히고 말았다. 나는 손끝에서 왠지 찌릿한 느낌과 함께 그 사람의 손끝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서 흠칫 놀랐다.
‘놀라지 마세요, 다시 또 뵐 분인데, 그렇게 놀라시면 쓰나?’
나는 의아한 눈초리로 그 사람을 쳐다 보았다. 또 보다니? 아니 이곳에 길을 들일 참인가? 모를 소리였다. 옆에 앉아있던 남자가 빙그레 웃으며 그 남자를 나무랬다.
‘으이그 김형, 또 왜그래? 또 그 놈의 직업의식? 못말린다니까!’
나는 마음속으로 요 놈은 형사가 분명해 라며, 속으로 뇌까렸다. 이름하여 함정 수사를 온게 분명하다는 예감이 머리를 스쳤다. 그때였다.
‘우리, 형사 아니에요, 너무 놀라지 마세요.’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독심술이란 말을 들어는 봤어도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찝어 내는 사람은 예전에도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우연이겠거니 하면서 스스로를 진정시키고 있었다. 방안을 나오면서 그들의 웃음소리와 잡담이 이어지는 소리를 뒤통수로 들으면서도 왠지 모를 깨름직한 느낌이 가시질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손님들과는 되도록 접촉을 피하고 있는 나였기에 그 손님의 접근과 내뱉는 말속에는 나를 심하게 찔러대는 무언가가 있었다. 나는 방문을 닫고 나왔음에도 복도를 떠날 수가 없었다. 나는 떨리는 속을 진정하면서 문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방안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누가 시킨 것은 아니지만 속으로는 형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여차 하면 주인 아주머니에게 냅다 이를 판이었기 때문이었다. 방안에서는 그 손님의 말소리가 제일 높았다.
‘….그러니까 두 사람의 악연은 이쯤에서 끝내야 한다는 말이지요. 아시겠지요?…’
악연을 끝내다니, 그럼 무슨 일을 저지를 참인가? 주인 아주머니의 경험담에서 들어보면 자살하러 들어오는 사람은 카운터에서 볼 때에는 알 수 없지만 다른 방과 다르게 사람이 죽어있는 방은 귀신같이 느껴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사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 당시 지독한 호기심이 발동했었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 두분다 씻고 오시죠. 정결해야 주문이 잘 통하니까…’
주문이란 말은 또 무쉰 소린가? 곧이어 문 입구의 화장실에서 샤워기를 트는 소리가 나면서 나는 화들짝 놀라서 뒤로 엉덩방아를 찌었다. 그리고는 부리나케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혹시라도 그 손님들이 방문을 열고서 문 밖의 기척을 확인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였다. 나는 가슴이 콩당콩당 뛰고 있었고 호흡이 심하게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간 세탁실에 앉아서 진정하는데 꽤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다. 얼마쯤 진정이 되었을 때, 다시 2층을 치우려고 세탁실을 나섰을 때, 카운터를 향해서 계단을 내려오는 그 손님을 다시 보게 되었다. 여자는 없고, 남자 두 사람만이 내려오고 있어서 궁금증이 다시 도지고 있었다. 나는 애써 시선을 피하고 2층으로 올라가려는데 그 손님이 다시 내게 말을 걸어왔다.
‘방 잘 썼습니다. 어찌나 깔끔하게 치우셨었는지 어지르기가 민망하더구만요. 근데 이런 말씀 드려도 될지…혹시 남편분이 물과 관련된 일을 하시지 않습니까?’
나는 멍한 눈으로 최면에 걸린듯한 표정으로 그 손님을 바라다 보면서 대답했다.
‘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세요?’
‘아니, 뭐 그런 것은 아실 것 없구요. 남편의 물기운 으로도 아주머니의 불길이 잡히질 않는 것이 느껴져서요, 그럼, 이만, 다음에 또 뵙지요.’
알다가도 모를 소리였다. 남편의 직업이 생수 배달이니 물과 관련된 일임은 분명한데, 어떻게 그것을 알았으며, 내 불길이 잡히질 않는다는 말은 또 무슨 소린지…나는 그 손님이 이제는 무서워지기까지 했다. 속으로는 원 별 싱거운 사람 다 보겠다는 비아냥이 터져 나왔지만 그 손님의 지적에는 무언가 의미심장한 저의가 있는 듯 했다. 손님이 황망히 자리를 비우고 아주머니는 나를 보며,
‘아니, 저 손님들이랑 무슨 얘기 했었어? 처음 보기는 하는데 왠지 이상하지? 그리고 아까는 여자랑 같이 들어왔었는데 그 여자는 어디 갔지? 내가 자리를 비운 것은 화장실 갔다 온 것 뿐인데 그때 나갔나? 혹시 모르니 그 방에 좀 올라가 봐요.’
나는 대답을 하고는 층계를 올라갔지만 감히 문을 열 용기가 나질 않았다. 방은 이상하게도 조금 열려있었다. 아무런 기척도 없었기에 나는 빼꼼히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안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지만 여자가 벌거벗은 채로, 침대에 널부러져 있는 것이 눈에 확 들어왔다. 엎드린 채로, 머리는 산발한 그대로, 엉덩이를 하늘로 향한 채, 엎드려 있었는데, 순간,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확 스쳤다. 자세히 볼 수도 없을 만큼 무서웠기도 했지만 사람이 안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문이 열려 있다는 것은 여자의 의식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가까스로 용기를 내어 여자에게 다가갔다. 자세히 살펴보니 여자는 숨이 붙어있기는 했다. 등이 조금씩 들썩이곤 했기 때문이었다. 가만히 보니 여자는 혼절한 것 같았고, 특이한 점은 항문이 찢어졌는지 피가 베어 나와 있으면서 온통 그 부분이 정액으로 뒤덮혀 있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셋이서 격렬하게 씹을 하고 여자는 기절을 한 것 같았다. 얼마나 좋았으면…
나는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여자를 흔들어 깨웠다. 여자는 몇번의 흔들림에도 정신이 돌아오질 않았다. 그러다가 얼마 있지 않아 끄응하는 신음과 함께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자신을 내려다 보고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반사적으로 시트를 몸에 감았다.
‘누구 세요?… 어, 여기는 어디지? 내가 왜 이곳에…’
여자는 기억을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찬찬히 안심하라고 일러주고, 여기는 모텔인데 아까 남자 두분과 같이 들어왔었다고 설명해주어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러나, 자신이 갖고 온 핸드백이며, 옷가지의 전부는 어디에 있는지 전부 기억했다.
‘아까 제가 혼자 오지 않았나요?’
나는 아니라고 했다. 신사분 두 분과 같이 왔었으며, 그 분들이 방값은 먼저 내고 나간지 10여분 지났다고 말해주었다. 여자는 정신이 나간 듯이 멍하니 천장을 응시하더니만 옷을 갈아입게 나가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했다. 나는 괜찮겠느냐고 재차 물은 뒤에 카운터로 내려왔다. 이상한 일이었다. 몇 분이 지나자 그 여자는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이고는 황급히 모텔의 후문으로 사라졌다. 곧 이어서 차소리가 나는 것으로 보아, 자신의 차로 온 것 같은데, 그 두 남자에 대한 기억만이 고스란히 사라진 기괴한 상황이었다. 나는 그날의 일이 너무도 괴이해서 한동안 손에 일이 잡히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오후 늦게, 낮 손님이 북적대던 그날 저녁에 그 손님이 다시 찾아왔다. 그것도 혼자서…
‘아주머니 안녕하셨어요?’
대개의 단골들이라 할지라도 투숙객은 절대로 인사를 하는 법이 없었는데 세탁물을 들고 세탁실로 향하는 나의 등뒤에 그 손님이 말을 던졌다. 나의 머리칼이 쭈뼛 솟는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되돌아 보면서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는 가던 걸음을 재촉하려 했다.
‘잠깐만요, 이따가 방으로 맥주 좀 올려보내 주실 래요?’
나는 그러마 하고 대답하고는 주인 아주머니에게 맥주와 마른 안주를 부탁했다. 손님이 올라간 이후에, 쟁반에 맥주와 안주거리를 담아 올라가는 도중에 나는 무척이나 망설였다. 어떻게 해야 하나, 그냥 놓고 나오나, 아니면 방문 앞에서 그냥 건네고 오나,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를 복잡하게 짓눌렀다. 방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일때에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화들짝 열렸다.
‘어서 들어오세요’
나는 그냥 무심코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 손님은 옷을 입은 채로 나를 맞았고, 방안으로 들어오라는 손짓에 나 또한 빨려 들어가듯이 들어서고 말았다.
‘바쁘시지 않으시면 좀 앉으시지요.’
나는 바쁘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거울 옆의 의자에 그만 털석 앉았다. 내가 생각해도 모를 일이었다. 혹시라도 이 사람이 덤비지나 않을까, 추근대지나 않을까라는 등의 질문은 생각이 들지도 않았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스스로의 방어선이 무너진 느낌이었다.
‘지난 번에는 놀라셨지요?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하면서 내미는 것은 명함 한장 이었다. ‘김소현 운명연구소’라고 적혀 있었다.
‘말이 운명연구소지 저의 직업은 시쳇말로 무당입니다.’
나는 그 말에 웃음이 피식 나왔다. 어렸을 적, 마을 전체를 온통 뒤흔들 던, 무당에 대한 기억은 그야말로 총천연색의 지신깃발과 작두, 소리패들, 부적, 그리고 보기에도 섬뜩하게 보였었던 무당의 서슬과 처절하리 만치 구슬픈 무당의 염불소리가 고작이었기 때문이었다. 곱게 빗어넘긴 머리하며, 수려한 용모, 서구적인 자태의 현대식 무당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고 느껴졌었다.
‘그때 저를 보고, 남자들과 같이 여자나 농락하고 다니는 불량배나 혹은 형사 나부랭이로 보셨을 테지만 사실 저는 좀 특수한 일들을 하고 다닙니다. 그 덕에 이렇게 모텔이나 산속의 팬션 같은 곳을 드나들게 되었구요. 제가 하는 일은 보통 무당처럼 굿거리도 하지만 다른 특수한 것들이 요즈음의 주된 할 일들 입니다.’
‘특수한 일은 무어지요? 뭐, 부적 같은 건가요?’
‘부적도 쓰기야 쓰지요. 그렇지만 요즈음 부적이야, 그게 부적입니까? 원래 부적은 그 안에 적혀있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종이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인데, 아무 화선지에나 찍찍 내갈기거나 도장으로 인쇄하는 것 같은 부적은 정말 쓰레기이지요. 부적을 그리는 종이는 원래 도량이 높으신 스님들이 입적 하실때에 그 바닥에 까는 종이로 만들어야 그 영험함이 하늘을 찌릅니다. 예전에는 서계신 채로 아니면 앉으신 채로 입적하시는 고승분이 많으셨었는데 요즈음은 정말 그런 귀한 부적지를 찾기가 어렵지요. 그래서 얼마전 부터는 신필이라고 이름난 저의 부적은 어디서고 찾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종이가 없는데 부적을 그릴 수는 없거던요. 그건 그렇고, 아직 아이가 없으시지요?
‘아니 그걸 어떻게?
‘아주머니, 아니 가까이서 뵈니 아가씨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동안이시네요. 그것은 아가씨와 바깥양반 되시는 분의 합이 불일치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결과이지요.’
‘합이라뇨?’
‘쉽게 말해서 속궁합이 불일치 한다는 얘기입니다. 바깥양반이 물을 가까이 하는 직업으로 항상 몸을 시원하게 식혀와도 워낙 아가씨의 굴혈에서 발산하는 음기가 강렬해서 그 냉각이 충분치 못하기 때문입니다. 즉 아가씨의 음기가 남편의 양기를 잡아먹는다고 할까요? 이해가 되시겠어요?’
나는 괜한 말이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딴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남편은 나와 잠자리를 한 후에는 몸살 하는 사람처럼 자면서 베개가 다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면서 잠들기가 다반사고, 부부생활은 그로 인해서 횟수는 극히 한정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서로가 너무도 신체적으로 피곤하다 보니 밤에는 서로의 몸을 건드릴 여유도 없이 잠에 빠지기 일 쑤 였었다.
‘그런데요?’
이런 류의 인간을 만나면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연순이 엄마의 말도 있고해서 나는 카랑카랑한 목청으로 질문을 되던졌다.
‘게다가 그때 뵈었을 때 무엇보다도 저는 아가씨의 신기를 강하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말로만 듣던 신기. 나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나는 그것이 신기라고는 생각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고로 외할머니 때부터 우리 집안에는 여자들에게 한가지 씩은 특수한 재능들이 있었는데, 외할머니께서는 4,5일 혹은 일주일 후의 날씨를 내다보시는 능력이 있으셨었다. 어머니는 사람 몸에 나는 냄새를 맡으시면 무슨 기관이 나쁜가 알아 맞추시는 힘이 있었고, 나는 아직까지 잘은 모르겠지만 한가지는 물려받은 능력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 적은 있었다. 그것은 모텔에서 일하면서부터 알게된 것이었다. 투숙객이 나가고 나서 본적은 없지만 그 방을 치우면서 그들이 흘리고 간 털, 정액, 씹물, 땀등을 어떤 때 손끝에 대어보면 온 몸이 소스라 칠 정도로 그 사람들이 뒹굴던 당시의 모습이 잠깐잠깐씩 영화속의 한
장면처럼 보였었기 때문이었다. 남편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는데 그렇다면 그걸 일컫는 것인가? 나는 그 사람의 얘기를 더 들어보기로 했다.
‘대개 그런 신기는 내림굿을 통해 접신을 하고 다듬어 지면 좋은 무당으로 태어나지만 발굴되어지지 않은 신기는 오랜 신병으로 이어져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하거나, 혹은 잡기로 전락해서 자신의 인생을 망치게 되지요. 혹시 집안에 특이한 능력을 가지셨던 분들이 친정쪽으로 계시지요?’
그 사람은 나의 인생을 훤히 꿰차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렇다고 얘기하고는 우리 집안의 내력을 대강 대강 얘기해 주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주인 아주머니 였다. 나는 어서 내려가겠노라고 얘기하고는 황급히 방을 나왔다. 그런데 계단을 내려 오는 도중에, 주인 아주머니가 다시 윗층으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리고서는 한 10여분 있다가 세탁실에 있는 나에게 싱글벙글하며, 찾아왔다.
‘손님이 좀 찾으시네, 자네를 1시간만 보고자 한다면서 돈도 이렇게 듬뿍 주었지 뭬야. 혹시 같이 자자고 그러면 돈 더 달라고 해봐. 혹시 알아 오늘 신랑 몰래 횡재하게 될지?’
나는 비누 묻은 손을 깨끗이 씻고서 방으로 다시 올라갔다. 그 사람은 변함없는 자세로 나를 맞이했다. 나는 아까와는 다른 푸근한 마음으로 그 사람과 마주 앉았다.
‘이제 불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한시간이지만… 그건 그렇고,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말씀드리지 않았죠? 요즈음 저는 부적을 쓰는 대신에 사람간의 악연을 끊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악연을 끊는 다는 말씀은 무엇이지요? 우리 할머님 말씀에 천지간에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짐승 같은 짓.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고 하셨었는데…’
‘역시 할머님의 통찰력은 대단하셨던가 봅니다. 맞지요, 맞습니다. 그래도 사람간에 가까이 해서는 안되는 인연을 보았을 때 그것을 보고도 가만히 있는다면 도리가 아니겠지요. 저번에 저와 같이 온 두분, 생각나시죠?’
‘네, 부부셨던가요?’
‘아닙니다. 모두 가정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우연찮은 기회에 두사람은 만나게 되었고 서로가 가정을 포기 할만큼, 서로의 육체에 빠져있었던 사람들 입니다. 그러던 중에 저에게 항상 년초가 되면 신수니, 일년사주 등을 물어오던 그 남자분이 여자분을 데리고 저희 연구소에 오셨었지요. 앞으로 어찌 될 것인가를 알아 보려구요. 저는 그때, 노발대발하며, 그 여인과 헤어지라고 말했었지요. 왜냐하면 그 여인과 가까이 하면 할수록 그 매력에서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을 뿐더러 종국에 가서는 그 여인과 복상사를 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살을 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래서 마지막으로 그 분께 한가지 방법을 제안했지요. 기독교에서는 안수라고 하나요, 그것과 조금 비슷한 방법입니다. 저의 영력으로 그 여인과 교접할 시에 백회초두를 고결시켜 남자분과 관련된 기억을 지워버리는 것입니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그 날 그 여자분이 모텔에 들어온 이후의 기억이나 우리와 같이 들어온 기억을 하던가요?’
나는 그제서야 어째서 그 여자가 희한한 부분만을 기억 못하는지 알 수가 있었다. 나는 그당시의 자초지종을 자세히 알려 주었다. 모든게 신기하기만 했다.
‘제가 아가씨를 다시 찾은 이유는 당신이 저를 위기에서 구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신기를 가진 여인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어요. 청소, 빨래 그런 거라면 몰라도…’
고개를 젖는 나에게 그는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손을 잡아달라고 부탁했고, 머릿속으로 무엇이 보이나 알려달라고 했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예쁜 여자가 보여요. 그 여자는….옷을 벗고 있는데, 몸을 흔들면서 말을 타듯이 제 눈 위에서 몸을 흔들고 있어요…아마도 그 짓을 하는가 봐요…그리고는…갑자기…입에 거품을 물면서 뒤로 쓰러졌어요….죽었나?…어찌된거죠?’
나는 보이는데로 말해주었다. 앞에 앉아있던 그 남자의 눈에 옅게나마 눈물이 고이는 것이 보였다.
‘그 여인은 바로 제 모친입니다. 저와 근친중에 복상사를 했지요. 그 이후로 저는 무당의 길을 걸었고요. 역시 우리 모친도 무당이셨습니다. 남자들을 많이 상대했지만 그 음행의 한계를 도저히 버틸 남자들이 없었지요. 하루라도 남자를 품지 않고는 잠들 수 없는 여인이었습니다. 제가 성장하면서 유달리 큰 성물을 지닌 탓에 모친은 시도때도 없이 저와 음행을 일삼았습니다. 하늘의 천벌이라고 할까요? 모친은 그날, 아침부터 새벽까지 끼니도 거른채, 저와 색을 토해내다가 그나마 세상을 하직하고 만겁니다.’
듣고 보니 정말 아연할 얘기였다. 그 당시의 다채로운 남성편력도 문제였겠으나, 근친은 더욱이 심각한 가쉽거리 였을 것이었다. 나는 그 사람이 측은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 이후로 저는 여자를 가까이 해본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직업상 만나게 되는 아까 얘기했었던 그 분과 같은 경우를 만나면 운명을 거스르는 한이 있더라도 발벗고 나서서 막아주고 싶은 심정에 이런 일에 뛰어들게 되었구요.’
‘아, 그러셨군요, 그런데 제가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요?’
‘그것은 간단합니다. 두가지가 있을 수 있지요. 하나는 저를 통해 내림굿을 받으셔서 무당의 길을 걸으시던가, 아니면,’
‘아니면요?’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면서 되물었다.
‘제 안에서 폭발하기 직전의 이 닫혀진 양기를 제거해 주시던가…’
나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무당이 되시면 저와는 서로 상쇄되는 살이 형성되기 때문에 서로 교접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저는 저 스스로 말라죽게 될 것이고, 무당의 길을 걷는 아가씨를 받아들일 수 없는 바깥양반과는 생이별을 하셔야 할겝니다. 만일 무당의 길을 걷지 않는다면 남편과는 행복하게 사실 수 있지만 저와 같은 사람을 만나 교접하지 않게 되면 결연코 아이를 갖지
못한 채, 이생을 마감하게 되고 남편분도 기력이 쇠진하게 되어 일찍 돌아가실 것이 분명합니다.’
나는 겁이 덜컥 났다.
‘… ….그럼…교접이란 말은 섹스를 의미합니까?’
‘그렇지요. 그것도 주기적으로 음력보름에는 언제나…’
나는 머리속이 복잡했다. 그냥 들어보면 나를 따먹자고 하는 짓거리 인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정말 간절한 부탁같기도 했다. 나는 이 자리에서 금방 결론 낼 수 없다고 대답하고는 다음에 보자고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내일이 바로 음력 보름입니다. 가시기 전에 우선 저의 상태를 말씀드리자면 이미 양기가 폭발 직전이라 몸안의 기가 역행해서 하루에 몇번씩 숨이 멎을 듯이 고통스럽고 온 전신이 괴롭습니다. 만일 가능하다면 내일 제가 다시와서 부탁드려도 될런지요?’
나는 그러자고 했다. 어차피 시간을 좀 벌어보자는 의도도 있었고 혼자서 곰곰히 생각할 시간도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하루는 금방가고 어느새 그 사람과의 약속시간이 닥쳐왔기 때문이었다. 오후에 올 줄 알고 있던 그 사람은 오전에 그것도 식전 댓바람에 모텔에 들이닥쳤다. 그리고는 주인 아주머니에게 선뜻 오늘 하루 매상을 책임지겠으니 하루만 문을 닫으라고 얘기하는 것이었다. 아주머니는 횡재했다 싶은 얼굴을 애써 감추며, 이러면 밑지는데 하는 혼잣말을 계속하면서 집으로 가버렸다. 가면서 나에게 재미 많이 보는 것 만큼 돈도 많이 긁어내라고 당부까지 하고 갔다. 그러나, 솔직히 돈 욕심은 없었다. 그저 불쌍한 사람 하나 구제하자는 생각이 전부였었다. 왜냐하면 나의 머리속에서 보았던 영상을 나는 믿고 있었고, 그런 세월을 살아온 그 남자 무당의 인생이 측은하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모텔의 문을 닫아 걸고는 무슨 의식을 하는 사람 마냥, 그 사람과 나는 2층 방으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모텔안에 그것도 젊은 남녀가 둘 만 있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숨막힐 정도의 긴장감이 동반되었다.
‘겁나세요?’
‘솔직히 말하자면 그래요. 그렇지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생활이 어렵긴 해도 그이가 아이를 무척 바라고 있는 것은 사실 이거든요. 이런 기회를 거쳐서 아이를 갖게 될지 의문이기는 해도 혹시 압니까? 선생님도 살고 우리 부부도 행복을 찾을 수 있을 런지… 제가 바보같이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못된 놈팽이에게 몸 한번 굴린 엿 같은 갈보가 되는 것이라고 누군가 손가락질 할지는 몰라도 나는 우리 어머니, 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그 능력을 믿고 싶어요. 선생님은 저의 불길을 꺼주고, 저도 선생님의 몸을 낫게 해드리고, 결국엔 아이도 갖게 된다면 이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그것은 아무것도가 아니었다. 방안에 들어서서 그 남자는 목욕부터 하라고 했다. 나는 그 사람과 같이 서로의 몸에 손도 대지 않은채, 깨끗하게 씻었다. 남편이외에는 남자의 알몸을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냥 돌아서서 내 몸 혼자 씻기에도 바쁜 상황이었기에 상대를 쳐다 볼 겨를도, 마음의 여유도 갖고있질 못했다. 몸을 다 씻자, 그 사람이 수건을 대지 말고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 그리고는 둘다 벌거벗은 채로, 동서남북 네 방향을 통해 삼배를 했다. 그것은 자신이 모시고 있는 신에게 자신의 행위가 사욕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선언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도 모르고 따라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이 나올 뿐이다. 벌거벗은 두 남녀가 사방으로 절을 하는 모습이란…
‘자 이제 침대에 누우세요. 제가 주문을 외울께요.’
그 남자의 부탁대로 나는 침대에 누웠다. 가슴이 도저히 진정되질 않아서 눈을 감았지만 오히려 구토가 밀려 올 정도로 현기증이 나서 멀거니 천장을 응시한채, 그 사람의 나직한 염불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 염불소리에 차츰 마음이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아련하다는 느낌이 온몸에 번질 즈음에 그 사람의 육중한 체중이 느껴지면서 침대의 한편에 눕는 것이 느껴졌다. 그 사람도 나를 만질 생각을 하질 않고 나와 같이 누워서 가슴위에 손을 얹고는 천장을 지그시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더니만 슬며시 나의 손을 쥐었다. 나의 머릿속에는 그 사람의 어릴 적 모습과 엄마와의 근친으로 인해 고통 받는 모습들이 아스라히 각인되어 떠올랐다. 울면서 소리치는 그 사람의 위에 그 모친은 무자비한 자세로 좇을 쑤셔 박으면서 올라타고, 철벅철벅 소리가 들리듯이 그 사람의 온 몸에 씹물을 부벼대면서 섹스에 도취되는 중년의 아리따운 색녀가 계속 보였다. 연이어서 푸닥거리를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과 보기에도 끔찍할 정도로 발기되었으면서도 사정할 수 없는 고통으로 괴로와하는 그 사람의 처절한 사투가 연속해서 시선을 간지럽혔다. 그 사람은 천천히 내 위로 올라왔다. 나는 눈을 감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온몸이 단단한 근육으로 뭉쳐져 있어서 흡사 단단한 배구공을 온 몸에 압박하는 것 같은 느낌이 전해져 왔다. 나의 머리결을 만지면서 촉촉히 젖은 부분을 천천히 냄새 맡는 그의 체중을 느꼈어야 옳은데 나는 그의 몸이 깃털처럼 가볍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동안 나의 얼굴을 내려다 보고 있는 그를 느끼며 나는 살며시 눈을 떴다. 내 눈앞에는 눈가에 한껏 눈물을 머금은 한 사람의 미소년 같은 청년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나의 뺨으로 그 사람의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의 젖은 뺨을 어루만졌다. 남편에 대한 죄책감도 들었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만큼은 그런 것들을 모두 잊고 그 사람에게 충실하고 싶어졌다. 나는 그 사람의 어깨가 무척 넓다고 느꼈다. 그제서야 나는 그 사람과 나 사이에 불끈 하면서 뜨겁게 달아오른 커다란 몽둥이 같은 그의 물건이 내 아랫배를 흠씬 압박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얼굴이 금새 확하고 달아올랐다. 항상 그래 왔지만 목안이 타들어가고 입안에서는 단내가 났다. 코안은 바짝 말라서 기도 끝까지 쌔한 공기가 저 폐부의 밑까지 휠치고 들어가고, 온몸은 누가 뭐라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떨려오면서 그 사람의 느낌에 반응해 갔다. 나는 도저히 겁이나서 그 사람의 물건을 잡을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 사람은 나를 일으켜 세우고 앉은채로 껴안았다. 침대의 건너편에 있는 거울속으로 넓은 그의 근육질의 등이 보이고 그에게 매달리듯 고개를 묻고서 거울을 바라보는 내 얼굴이 자그마하게 비추어졌다. 그 사람은 무릎을 세우고 나에게 자신의 좇을 겨누었다. 나는 침대에 비스듬하게 기대듯이 스러지면서 그의 좇을 처음 보게 되었다. 무성한 음모와 더불어 부드러운 밀랍 같은 색조의 좇은 정말 탐스럽고 우람해 보였다. 곳곳에 불거진 핏줄들은 그의 좇을 더욱 황홀하게 보이게 하고 있었고, 그 뜨거움이라고 하는 것은 이루 형용할 수 조차 없었다. 나는 그 좇에 내달리듯이 두손을 감아쥐고 흔들면서 혀를 대기 시작했다. 밋밋하지만 비누냄새가 섞인 그의 좇은 남편과는 또다른 느낌이 있었다. 그 의 좇을 입안에 머무는 순간, 나는 머릿속으로 반항하면서 모친에게 좇을 빨리우던 그 사람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올려다보니 그 사람은 내가 오랄을 해주는 느낌으로 인해서 그 당시의 죽고싶을 정도로 잊고싶었던 쾌감을 떠올리는 것처럼 고통스런 표정을 하고 있다. 나는 그를 푸근하게 하고 싶었다. 격하게 빨기보다는 그의 아랫배를 서서히 쓰다듬어 주면서 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일부러 신음소리도 자제했다. 그는 눈을 감은채, 허리를 조금씩 움직였다. 아마도 삽입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가 싶다. 내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는 나와의 교접속에서 모친으로부터의 끔찍한 기억을 잊으려고 애쓰는 것과 동시에 그 안에서 느꼈던 쾌감의 흔적을 현실로 돌려 놓으려는 스스로의 혼신의 몸부림에 빠져있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나의 젖을 쓰다듬었다. 나는 그의 손끝에서 어린 시절 모친의 젖에서 느꼈던 포근함을 찾으려는듯 그의 머릿속에는 남아있을 것 같지 않던 모친에 대한 아름다운 영상들이 간간히 이어져 보여졌다. 미워하였지만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모친에 대한 기억이 나와의 섹스 도중에 전류처럼 나의 뇌리에 와서 박혔다. 흡사 그와 그의 모친, 나 이렇게 셋이서 몽환적인 섹스를 벌이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심하게 발기만 될뿐, 사정의 기미는 조금도 없었다. 여자관계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모친으로부터의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었던 기나긴 시간으로 인해서 사정으로의 과정에 다분히 장벽을 느끼고 있는 듯이 보였다. 나는 그를 위해서 보지를 열어주기로 했다. 빨던 좇을 멈추고 나는 그를 올려다 보면서 무언의 유도를 통해 그의 머리를 나의 음부로 유인 했다. 그는 엎드린채로 나의 보지에 살며시 입을 갖다 대었다. 한동안 그는 냄새를 맡는 것 같기도 하고, 음모의 까실한 촉감을 즐기는 것 같기도 했다. 그의 혀가 드디어 나의 보지에 닿는 순간, 나는 그의 머릿속에서 요동치던 예전의 기억들로 인해 어지러움증까지 느껴야 했다. 머리카락이 뽑히도록 쥐어흔들어지는 그의 머리가 모친의 보지에 처박히듯이 대어져 막무가내로 빨기를 강요당하는 그의 기억이 그의 혀끝을 통해 나의 전신을 타고 흘렀기 때문이었다. 그는 또다시 나의 씹물을 핥으면서 울기 시작했다. 그것은 설움을 참아내는 꺼이꺼이에 가까운 흐느낌이었다. 나는 그를 더 이상 그렇게 기억의 침잠속에 놔둘 수 없었다. 나는 그의 겨드랑이를 껴올리면서 그를 내 상체위에 올렸다. 그의 발기된 좇이 멈칫하면서 삽입을 저어하고 있다. 나는 내손을 이용해서 그의 좇을 움켜쥐고는 나의 보지입구에 잘 맞추었다. 그는 허리와 어깨에 강한 힘을 주면서 자세를 고정한 채로…
나는 그의 좇이 밀려들어 오는 것을 머릿속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는 울면서 삽입하고 있었다. 나의 머릿속에는 그 옛날, 싫다고 고래고래 소리치면서도 모친의 보지에 그 몽둥이 같은 좇을 쑤셔박을 수밖에 없었던 그 사람의 슬픔이 내 보지가 찢어지면서 진입되어 들어오는 그의 좇에 맞물려서 고통과 쾌락의 이중주가 되어 나의 입으로 한탄과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뱉어내게 하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감은채로 허리를 움직이면서 나의 보지 깊숙한 저편까지 좇을 삽입시켰다. 나의 보지는 더 이상 벌어지다 못해 찢어져 갔지만 나는 고통과 기쁨의 양갈래길에서 모순처럼 쾌락을 ?아 달음박질 해갔다. 그의 좇은 나의 자궁입구를 무자비하게 돌려대면서 건들기 시작하면서 나는 그가 느꼈던 섹스에의 욕구와 그에 반하여 그의 쾌락을 저지하고 있었던 천형과도 같았던 죄책감을 동시에 맛보면서 섹스에 침몰했다. 그는 울다못해 쉬어진 목소리로 소리치면서 나의 씹에 그 무자비한 좇을 정신없이 박아대기 시작했다. 내 머릿속에는 그가 모친과 나누었었던 별 해괴한 섹스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모친과의 섹스시에 자신의 항문을 범하던 어떤 남자의 모습도 보이고 발기된 아들의 좇에서 분수처럼 터져나오는 좇물을 샤워하듯이 받아내는 모습하며, 섹스하는 도중에 오줌까지 아들의 배위에 줄줄 싸대던 모습들, 그야말로 섹스에 미친 한 어머니가 어떻게 아들을 괴롭혀 왔는가가 여실히 나의 가슴속에 투영되고 있었다. 그는 그래도 사정으로 치닫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둔부를 두손으로 말아쥐었다. 탄력있고 근육으로 뭉쳐진 그의 둔부사이로 나의 손은 점점 옮겨가고 급기야 나의 손가락은 벌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그의 항문에 다다르고 있었다. 나는 거의 실신할 듯한 지경에 이르렀지만 본능적으로 그의 쑤셔박아대는 둔부의 출렁거림 사이로 그의 항문에 손가락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항문은 거세게 반항하면서 닫혀 있었지만 곧이어 나의 손가락은 쉽사리 그 안으로 들어가고, 내가 느끼기에도 그의 펌핑은 가속이 붙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안된다는 듯한 비명과 함께 악 소리를 치면서 급기야 사정하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놀라운 것은 보지안에 가득차기 시작한 그의 정액은 좇을 빼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나의 씹구녕 사이로 꾸역꾸역 밀려나오는 것이었다. 그는 울음을 멈추지 못하고 나의 위에 널부러 졌다. 나는 그의 등을 토닥거리면서 끝도없이 밀려 나오는 그의 좇물을 항문사이로 느끼고만 있었다. 그리고는 그에게 살며시 속삭였다.
‘괜찮아요. 이제 다 끝났어요.’
더 이상은 할 말이 없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모텔을 관두었다. 이제는 오누이 같은 생각도 들고, 둘사이는 너무나 가까워 지기만 한다. 모텔을 관두고 나는 그의 연구소에서 전화도 받고, 차심부름도 해주는 비서로 그의 간곡한 부탁에 의해 취직했다. 매일 얼굴을 대하기는 하지만 음력보름이 되기전에는 절대 서로에게 내색하지 않는 우리는 매달 무슨 의식같이 섹스를 한다. 항상 그와의 섹스에서 보이는 뇌리의 영상속에서도 새로이 생겼을 법도 한 다른 여인의 모습은 보이질 않고 단지 모친의 환영이 점차 나의 모습으로 대치되어가는 것을 보며, 일말 무언가 작은 도움을 주기는 준 것 같다는 뿌듯한 감마저 나는 갖고있다. 그의 도움으로 집도 새로이 장만하고 지난달에는 임신소식까지 겹쳐져 나는 그와의 만남에서 잃은 것이 하나도 없는 여자가 되었다. 자칫 그를 믿지 못하고 불량배 취급했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도 해보지만 역시 세상은 절대 인간의 힘으로 어느 것 하나 되는 것이 없다고 하신 할머님의 말씀이 항상 생각나곤 한다. 운명처럼 만난 그날 오후가 나에게는 언제나 바로 어제 처럼 새롭기만 하다.
-끝-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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