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칼, 그리고 얼음 4부
<등장인물>
우다이(늑대) 후세인의 큰 아들
쿠사이(칼) 후세인의 둘째
설(아이스) 한국인
하라드 폐다인 경호대장
아비드 하모드 알 티그리트 후세인의 보디가드, 개인비서
아지즈 사리 누만 바트당 지역사령관
라작 SSO 비밀경찰 대장
알 우리 공화국수비대 소장
나와프 알 자단 이라크 거부
그 외 이라크 여인들
고통과 쾌락은 동반자다. 자신의 승화며 등신불이다. 나를 바쳐 새로운 피안을 갖는 득행이다. 수도의 자세다. 그는 무서우면서도 내개 새로운 눈을 주었다. 그러자 새 세상이 보였다.
- 우다이
4부. 1987년 바그다드 티그리트
“감축 드립니다. 대장님”
하라드다. 새로 대장으로 부임한 우다이가 사열식을 마치고 대장실로 들어서자 뒤따라오던 하라드가 우다이에게 한쪽 무릎을 꿇으며 충성을 맹세한 것이다.
페다인민병대 사령부가 있는 바그다드 북쪽 외곽의 티그리트가 우다이의 새로운 근무지였다. 하나의 독립부대를 맡은 것은 그만큼 우다이가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87년 새해를 맞으며 후세인은 예전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던 큰아들을 자신의 오른쪽에 두었던 것이다. 왼쪽은 변함없이 마지드였다. 3촌간이란 친족보다도 알게 모르게 후세인의 부족한 곳을 적절하게 채워준 측근은 그, 마지드였다. 정적 제거보다도 중요한 것은 호시탐탐 이라크를 견제하는 미제국주의자들이었다. 특히 영화배우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은 미국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미국민이 확신과 신념을 갖자고 주장했다. 또 그는 <힘을 통한 평화>를 부르짖었다. 그런 부르짖음은 중동지역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후세인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꿋꿋하게 지지해 줄 측근이 필요한 것이었다. 마지드는 그런 면에서 효율적이었다.
“아니, 오히려 자네가 더 열심히 해주어야겠네. 자네는 오늘부터 18대를 맡아주게. 따로 얘기해둘 테니 열심히 해 주게나”
“영광입니다. 대장님!”
하라드는 땅을 박차고 싶을 만큼 기뻤다. 18대라니. 그곳은 우다이, 대통령의 아들이며 민병대장인 우다이의 최측근이란 말과 같은 것이 아닌가. 진심으로 하라드는 무릎까지 꿇으며 충성을 맹세했다.
폐다인민병대는 정식 국가군은 아니었다. 따라서 국방상의 지휘를 받지 않고 민병대장인 우다이의 지시만 받으면 되었다. 정부군은 공화국수비대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지금 공화국수비대는 알 우리 소장이 맡고 있다. 후세인은 이 두 사병에 가까운 군대집단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정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니 유지라기보다는 사라센제국의 영광을 실현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는 편이 맞겠다.
양 날개의 하나인 폐다인민병대를 우다이가 맡게 된 것은 지난 해 말부터 바뀐 그의 태도 때문이다. 거칠면서도 다부진 명령과 행동은 인너서클의 대부분에게 공포심을 줄 정도였다. 어떻게 보면 눈물도 없는 비정한 행동이었지만 사람들은 어느 순간 그에게 경외감을 갖게 된 것이다. 차가운 얼굴과 무표정의 맡투는 그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
“하라드!”
“네, 대장님”
나이는 아래지만 자세를 흩트리지 않은 채 부동자세를 취한다.
“앞으로는 이곳 티그리트에서 내가 지내야 될 텐데......”
“네, 대장님. 말씀만 하십시오.
“바그다드 궁처럼 넓을 필요는 없지만 지낼만한 집을 준비해주게.”
하라드는 지난해 말부터 우다이를 추종한, 정치범 수용소 <아부 굴랍> 출신의 경찰 사무관이었다. 주로 정치범들을 취조하거나 사법판단 자료를 작성하는 일을 하고 있던 중 자주 찾는 우다이를 수행하다가 마침 그의 눈에 든 것이다.
하라드는 처음 본 그의 무자비한 행위에 인간이란 생각을 가질 수가 없었다. 하라드 자신 역시 물리력을 피하진 않았지만 그 물리력은 아이스란 사람이 했던 이상으로 가혹하기만 했던 것이다.
12월 24일이었다. 서방세계는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경건한 날인 그 날 밤 갑자기 그가 <아부 굴랍> 수용소를 찾았다. 소장인 ‘알 라디브 툴파’는 퇴근하였고 하라드 역시 사무실을 나설 참이었다. 몇 번 얼굴을 본 적이 있어 그가 누구란 걸 즉시 알 수 있었다.
“아니 이 밤에.......”
웬 일이냐?는 물음을 끊으며 그는 타오르는 눈길로 하라드를 찍어 눌렀다.
“괜찮은 한 년 끌고 와”
“예?”
소장이 없는 데 어렵다는 표정을 짓자 목소리가 더 무거워졌다.
“지금 뭐라 그랬지?”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소장님에게 연락을 즉시 취하겠습니다.”
“필요 없어. 이곳에서는 내가 곧 법이야. 지하로 끌고 와”
“................”
냉기가 등을 타고 흐르는 느낌. 우다이의 몸에서는 차가운 죽음의 이빨들이 날을 세우고 있는 듯 했다.
하라드가 한 여자를 끌고 지하의 심문실로 들어서자 그는 이미 웃통을 벗어던지고 긴 채찍을 손에 들고 있었다.
“잡아 매”
몸이 거의 드러난 20대 후반의 여자는 검은 눈에 얼굴 윤곽이 뚜렷한, 아마도 체포되기 전에는 상류층 계급이었던 듯 하다. 아무렇게나 걸친 옷이지만 기품이 있어 보였다.
수갑을 앞으로 채운 뒤 그대로 손목을 위로 들어 벽에 달린 고리에 묶어버리자 겨우 발끝만 바닥에 닿았다. 대롱대롱 거미줄에 걸린 노랑나비처럼 벽에서 벗어날 수 없는 여자는 그 검은 눈동자에 눈물을 채우며 바들바들 떨뿐이었다. 자신에게 찾아올 것이 무엇인지 남자의 손에 들린 갈색의 채찍이 말해주었다.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자비를 구하는 일일 뿐.
“전 아무 것도 몰라요. 저는 정말 아무 것도 몰라요. 때리지 말아주세요”
“알 것도 없고 모를 것도 없어.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니까. 지금 여기서 중요한 것은 네 보드라운 살 껍질이 내 채찍에 맞아 찢어발겨지는 것이야. 그 다음은........ ”
“아.......그럴 수가...... 제발 때리지만 마세요.
“먼저 몸을 좀 볼까? 숨겨진 아름다운 몸매를 보면 이것이 혹시 또 용서해줄지도 모르지”
자비를 구하는 여자의 눈은 채찍으로 향했다. 손끝에서 건들거린 채찍은 사악한 뱀의 혀처럼 날름거리며 자신을 삼켜버릴 것 같았다. 용서? 저 뱀의 혀는 용서란 말을 모를 것이다.
남자의 손이 겨드랑이로 파고들며 윗도리를 잡아채 벗기고 하늘거린 치마까지 허리부터 발아래로 단번에 찢어발겼다. 속옷은 때 묻은 팬티뿐이다. 얼룩자국이 군데군데 있는 속옷이지만 큼직한 엉덩이에 걸쳐 있는 팬티는 여자의 묘한 매력을 주고 있다. Y자 계곡을 가리고 있는 한 장의 팬티는 벗기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팬티만 입고 있는 벌거벗은 여자. 갈색의 머리가 목까지 내리워진 여자는 손목의 아픔보다 나체를 보여주고 있다는 수치심에서인지 머리를 숙이고 다리를 꼬고 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아이스란 사람이 가르쳐주었던 것이....... 저 여자 얼굴을 봐. 공포에 찌든 눈을 좀 보라고.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기대하는 저 눈. 자비를 베풀어 달라 갈구하는 저 몸도 보라고. 지배란 이런 것이지. 5분만 지나면 저 여자는 벌벌 기면서 내 다리를 붙잡고 얼굴을 내 사타구니에 박을 걸. 타인의 고통은 나의 쾌락이야. 내가 한 발 다가서면 비명을 지르겠지. 얼굴을 돌리면서 소리소리 지를 거야. 돼지새끼처럼…….
아니나 다를까 그가 한발 내딛자 여자는 목을 꼬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하라드의 귓속 달팽이관을 울릴 정도였다.
그의 채찍은 자비와는 멀었다. 장소를 가리지도 않았다. 미친 사람처럼 그저 휘두르기만 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피부에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점점 잦아드는 여자의 비명 뿐.
연한 갈색의 고운 피부는 돌에 짓이겨진 풀잎이 되었다. 푸릇푸릇 멍으로 변해간 가슴과 아랫배는 여기저기 터져 갔다. 파랗게 부풀어 오르다가 몇 번 더 맞자 퍽! 하고 터졌다. 아름다운 가슴이 피멍으로 물들어가자 이번에는 허벅지를 향했다. 멈추지 않은 폭주기관차의 엔진을 달고 있는 그. 그의 심장을 누가 멈추게 할 것인가? 하라드는 보고만 있었다.
이런 것이 희열인가. 손끝에서 전해오는 이 짜릿한 전류. 이것이 그가 말한 기쁨이란 건가. 머리를 꽉 채우는 이 희열. 아랫도리가 팽창하는 이 흥분. 우주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야. 검은 우주를 가르며 날아오는 한 줄기 빛. 손끝에서 시작한 희열의 전류는 심장을 때리고 내 뇌를 채우는 군. 좋아. 이제야 고통 속에 피어난 꽃의 아름다움을 조금은 알겠어.
채찍을 바닥에 내던지고 여자에게 다가간 우다이는 이미 의식을 잃어가고 있는 여자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바쳐 들곤 눈물을 혀로 핥았다. 뺨에 흐른 눈물은 자국을 남겼고 그 자국을 따라 그의 혀는 눈동자까지 핥았다. 작은 미동. 여자는 마지막 자비를 구하는 얼굴로 그를 보며 한 방울의 눈물을 떨어뜨렸다.
“사…….살려주세요. 아...... 알라의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
“내가 신이야. 지금 너의 운명을 지배하고 있는 신이지. 살고 싶은가?”
“네, 살고 싶어요. 인샬라”
“인샬라……. 신의 뜻에 맡긴단 말이지”
망가진 아랫배의 부풀어 오른 살을 쓰다듬은 그의 손은 점점 온전히 남아 있는 두 유방을 품다가 손가락으로 분홍빛 유두를 몇 번 튕겼다. 그리 크지 않은 두 유방은 가슴에 달린 익기 시작한 야자수열매였다. 앞을 향해 솟아오른 유방은 탄력을 잃지 않았다.
유방에서 떨어진 손은 다시 푸르게 검게 물든 동그란 아랫배를 지나 갈색의 숲을 헤치기 시작했다. 팬티 속으로 손을 넣은 그는 틈을 벌리며 검지를 집어넣고 천천히 탐색을 시작했다. 붉은 줄이 이리저리 쳐진 허벅지가 가볍게 떨었다. 메마른 속. 그렇지만 부드러움과 착 달라붙은 속살은 손가락을 통해 마치 레이더가 전송 하듯 그에게 흥분을 전해주었다.
“떨림이 느껴지는 이 속살, 물기가 사막의 오아시스로군. 기분이 어때?”
“으으.............”
“그래, 그래. 나의 자비로움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 이봐, 하라드. 이 년 풀어줘”
허수아비 쓰러지듯 제자리에 털썩 쓰러진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숨을 가쁘게 쉴 뿐이다. 팬티는 허벅지에 걸쳐있다. 벌어진 다리 사이로 보인 갈색의 음모들을 숨길 여력도 없이 여자는 한 발은 모으고 한 발은 앞으로 뻗고 있다.
하라드는 상처투성이 여자에게서 어떤 욕정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였지만 우다이는 오히려 탐욕의 눈길로 여자를 쳐다보았다. 바지 앞이 솟아나 있다.
“살고 싶지. 살고 싶으면 기어. 기어란 말이야. 네 발로 네년의 엉덩이를 뒤뚱거리며 당장 기어!”
때 묻은 팬티를 허벅지에 걸친 여자는 유방을 흔들거리며 비틀거린 채 기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우다이는 바지를 벗고 여자에게 기어오란 손짓을 했다. 마치 말 잘들은 강아지다. 먹이를 보고 뛰어오는 강아지.
하라드는 자신이 무시됨을 느꼈다. 이 공간에는 자신의 존재가 없는 듯 했다. 우다이는 하라드가 보고 있는데도 바지에서 검붉은 물건을 꺼내 여자의 입안에 틀어박았다. 저항할 힘이 없는 여자는 인형처럼 그의 반을 목구멍에 걸치고 있는 듯 했다.
‘크으윽....... 쿨럭’ 숨이 막힌 여자는 기침을 하며 고개를 뒤로 빼지만 머리채를 휘어잡은 그의 손을 벗어날 수 없었다. 몇 차례 기침을 하고 난 여자는 입술을 벌려 그의 성기를 물고 빨았다. 혀와 입술과 남자의 물건이 입안에서 서로 마찰을 일으키는 소리만 한동안 계속됐다. 그리고 엎어진 여자의 질과 항문을 뚫고 들어가는 신음소리.
이 여자는 이제 나의 지배에 있는 거지. 내 물건에 모든 것을 맡기고 영혼과 육체의 안위를 기다리는 미천한 존재. 너의 목숨은 바로 이 나의 엄지에 있는 거야. 난 신과 같은 존재지. 누가 나의 이 힘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그 때 그 소리가 들리는 듯 생각에 잠긴 하라드를 현실로 되돌린 것은 우다이다.
“지낼만하다고 해서 대충 수배하면 안 돼. 바그다드처럼 수영장과 정원 그리고 지하실, 알지? 정원도 오색 꽃이 피어나고 맹수도 몇 마리 있어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차라리 알 자단의 저택을 빌리시면 어떨까요?”
“누구?”
“나와프 알 자단이라고 이 지역에서는 거부를 이룬 사람입니다. 제가 조금 알기도 하고요.”
“그래? 그럼 그렇게 하지. 근데 그 친구는 뭐로 돈을 벌었나?”
“해외무역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석유를 농산물로 바꾸는 무역이죠.
“그게 벌이가 되나보지?”
“우리나라야 천지가 석유 아닙니까? 그것을 내다팔고 다시 필요한 것을 수입하면 그게 다 돈이죠.
“허가는……. 허가가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
“그거야 다 마지드 비서관의 소관이죠.”
“마지드 삼촌?”
“아마 그럴 겁니다.
“그래........”
더 이상 말은 없지만 생각에 잠긴 우다이를 두고 집무실을 빠져 나온 하라드는 즉시 알 자단에게 연락을 취한 것은 물론이다.
나와프 알 자단. 우다이와 쿠사이를 끝내 죽음에 몰아넣은 그는 이 때 나이 서른 중반이었다. 그는 우다이를 만나고 젊지만 강인한 인상에 처음의 건방진 자세를 고쳐야만 했다. 사람을 내리누르는 눈은 아버지 후세인을 능가할 정도였다. 군복차림의 우다이는 저택을 한번 둘러보고는
“아주 좋습니다. 좋아요. 마음에 쏙 듭니다. 그럼 빌려주시는 겁니까?
“좋습니다. 어느 분의 부탁이라고 제가 거절하겠습니까. 편히 쓰십시오, 필요한 곳이 있다면 손질까지 해드리죠.”
후세인의 아들이며 폐다인 민병대의 대장인 우다이를 가볍게 볼 수 없는 알 자단은 오히려 이 기회에 우다이를 가까이 하고 싶은 생각을 가졌다. 지금 석유 수출을 두고 농간을 벌이고 있는 마지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다. 다음은 틀림없이 이 놈이 힘이 될 것이야, 알 자단의 느낌이었다.
“근데 조금 전 보니까 아주 아름다운 여성분이 계시던데......”
누구냐, 는 물음까지 들을 필요 없는 그다. 대강 우다이에 대해 떠도는 소문을 익히 든 그는 기다리지 않고
“제 조카입니다. 아버지가 <알 우리> 공화국경비대 소장이기도 합니다.”
“아주 미인이시던데요, 하하하”
“언제 시간 내주시면 주선을 해드리죠, 하하하”
마주 웃음을 터뜨린 둘은 10여 년 나이차를 어느새 메웠다.
티그리스 강만을 바라보던 티그리트의 생활은 결코 따분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고향이며 이라크의 정신적 지주였던 티그리트의 생활은 우다이에게 더 큰 기쁨을 주었다. 그 기쁨은 붉은 티그리스 강의 노을로 다가왔다.
폐다인 민병대는 후세인을 권좌에 앉히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권좌를 지키는 일이 아니겠는가. 방해하거나 거치적거린 것들은 그때그때 치워야만 된다.
작년인가 아이스는 그에게 이런 말을 했다.
“1300년대에 초원의 푸른 늑대로 불려진 사람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아시아를 거쳐 이곳 중동지역까지 뻗혔었다. 주위에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그는 무엇으로 일어섰는가? 너처럼 아버지의 권위를 후광으로 두르지도 못했고 주어진 병사도 없었다. 굶주린 이리떼들에게 뜯기어 먹힐 뻔한 적도 있었지만 그는 끝내 나라를 일으켰고 동서를 잇는 대제국을 건설한 거다. 그의 이름은 징기스칸이다. 너희네 조상들을 모조리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이다. 그는 자기 앞에 서서 길을 막은 것은 사람이고 동물이고 하물며 식물일지라도 모조리 치워버렸다. 그러면 거기에 무엇이 있겠는가? 바로 길이다. 내가 걸어 나가야 할 길이 있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세상을 향해 나간 것이다.”
젊은 우다이는 아이스의 말, 말마다 피를 끓은 격정을 느꼈다. 그의 날카로운 바늘이 살갗을 뚫고 들어온 것처럼 하나하나 마음 속 깊이 새겨둔 것이다. ‘푸른 늑대’, 우다이는 벌판을 달리는 푸른 늑대의 꿈을 꾸었다.
당시 이라크는 이란과의 긴 전쟁으로 피폐했다. 물자는 부족하고 국민들의 불만은 커져갔다. 그런 불만은 곧 폭동으로 나타났다. 폭동의 배후에는 시트그룹, 사아파들이었다. 이란에 근거지를 둔 이 시트일당들은 쿠란의 원리에 충실한 원리주의자 와하비스였다. 알 다와가 조정하고 있는 이 시트그룹이 이라크 북쪽지역에서 폭동을 일으킨 것이다. 북쪽지역은 티그리트와 가까웠다. 자연 우다이가 부대를 이끌고 전면에 나서야 했다. 피냄새를 맡은 지 오래인 우다이는 즉시 휘하 친위병인 18대를 투입하고 소탕에 나섰다.
전면에 나선 우다이는 마치 그 푸른 늑대가 자신의 모습이듯 차량 뒤에 늑대를 그린 부대기를 매달았다. 바그다드 북쪽 <키르쿡>에 도착한 민병대는 닥치는 대로 시트그룹을 붙잡아 들였다. 누가 누구? 는 중요치 않았다. 18대 민병대원들은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잡아들이고 반항하면 그 자리에서 사살해 버렸다. 벌판을 가로질러 헤쳐나간 푸른 늑대처럼.......
작은 도시 <키르쿡>은 이들이 도착하는 그 시간부터 공포의 도시로 변했다. 거리에서 간혹 들리는 것은 총소리와 비명소리뿐 낙타 울음도 들리지 않았다.
우다이의 차가운 눈을 본 하라드는 순간 그 때를 떠올렸다. 미치듯 휘둘러 댄 채찍에 그로기 상태의 복서가 링에 쓰러진 것처럼 철퍼덕 쓰러진 여자, 그리고 그 여자의 눈이 흰자위로 덮일 때까지 엉덩이를 가지고 놀던 그 눈빛.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나?”
“두 가지가 있지 않겠습니까? 하나는 뿌리를 뽑아내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 저는……. ”
“당신 생각은 중요하지 않지. 또 하나,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방법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 난 이렇게 생각해”
눈을 들어 자신을 보는 하라드에게 손짓을 해 입 가까이 부른다.
“네?”
놀라는 얼굴의 하라드를 보며
“뽑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시는 같은 생각을 갖지 못하도록 만드는 게 제일 나아”
우다이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하라드는 즉시 폭도들을 수용하고 있는 키르룩 바트당사를 찾았다. 옛 사원을 사용하고 있어서 뜰이 제법 넓었다. 대낮의 햇빛은 뜰의 꽃을 환하게 밝히고 있어 언뜻 보면 평화로운 풍경이었지만 당사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들려오는 고함소리와 울음소리는 평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라드는 우선 양을 구울 때 쓰는 커다란 드럼통과 부젓가락을 챙기고 뜰에 기둥을 열개 씩 박았다. 장정 10명이 움직여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깊게 박힌 기둥이다. 이 기둥들은 오늘 밤 비명소리에 쓰러질지도 모를 일이다.
해가 지면서 작은 도시는 어둠에 잠겼다. 단 어둠에 잠기지 않은 곳은 바트당사의 뜰이다. 군데군데 전구를 매달은 야자수는 낯처럼 뜰을 밝히고 있다.
“부하들에게도 선물은 주었나?”
“주었습니다. 여자들을 주었더니 다들 좋아하더군요. 나이를 가리지 않고 여자들을 보더니........‘
“잘 했어. 시트 이 놈들은 우리들 정액받이로나 딱 맞아. 그건 그렇고 시작하지”
“준비는 다 해두었습니다. 저기 보이시죠? 기둥들. 그리고 저 불길에 담겨진 부젓가락들”
“벌써부터 떨림이 솟구치는 군. 우리 바트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가를 알려주어야 해. 오줌을 질질 흘리면서 통한의 비명을 질러야 돼. 이 도시가 울리도록......”
바티스트는 거의가 수니파로 구성되었다. 시아는 들어올 수도 없었다. 이란에 근거지를 둔 이 놈들은 걸핏하면 수니를 누르려고 애썼다.
하라드가 대원에게 몇 마디 지시하자 대원들은 총을 앞세우며 당사 안으로 들어선다. 끌려나온 무리들은 남녀 각 10명 씩 모두 스물이다. 나이 대는 스물에서 마흔으로 옷은 대충 입고 있는 차림이다. 훤히 밝은 뜰에 기둥이 박혀 있고 드럼통에 불길이 붉은 혀를 날름거린 모습에 걸음을 쉬 떼지 못한다. 민병대원들이 거칠게 총대를 후려치자 마지못해 도살장에 끌려온 소처럼 걸음을 뗀다. 한 발 두 발 죽음에 들어선 그들은 울음을 터트리고 비명을 지른다. 그 자리에 주저앉는 여자도 보인다. 남편의 손을 잡거나 아내의 손을 잡은 남편도 간혹 보인다. 남은 가족들은 뜰 가장자리에 모두 묶여있다. 어린 소녀도 보이고 소년도 보이지만 10대 전후반의 소녀들도 보인다. 그들 모두 역시 고개를 숙인 채 앞으로 벌어질 일이 두려운 모습으로 앉아 있을 뿐이다.
“모두 잘 들어라. 너희들은 너희들의 운명을 스스로 재촉했다. 쿠란의 가르침대로 너희들을 응징하는 것은 틀리지 않다고 확신한다. 알라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의 아내를 위해서 항상 최선을 다하는 남자가 되어야 한다,’ 또 ‘여자는 고귀한 존재니 항상 어려울 때나 슬플 때나 가까이 있으며 보살펴 주어야한다’, 라고 했다. 너희들은 원칙을 따니니까 그 원칙에 충실하리라 믿는다.”
우다이가 일어나 그들 앞에 나서며 먼저 게임의 룰을 알린다.
게임은 말이야. 항상 공정하게 하는 거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한다면 그것은 페어게임이 아니야. 상대에게 왜 이것을 하는지 그리고 이것을 해내면 다음에는 또 다른 것을 해내야 될 거라는 원칙을 알게 해주고 시작하는 거지. 그러면 상대와 나는 즐거운 게임을 가지게 되는 거야. 기억해
우다이는 아이스의 그 말을 떠올리며 무리들에게 다시 차가운 음성을 던진다.
“여자들은 모두 기둥에 묶일 것이다. 남자들은 두 손이 뒤로 묶이며 모두 다 눈은 가려질 것이다.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알 수 있는 것은 너의 입과 코와 가슴이다. 너의 입으로 사랑하는 아내를 찾고 코로 향기를 맡으며 아내를 확신해야 한다. 여자들은......”
무리지어 서있는 여자들을 훑어본다. 키가 제법 크고 늘씬한 여자도 보인다. 가슴이 풍만한 여자도 보인다. 가슴을 물어뜯고 싶은 욕구를 참으며
“여자들은 자신의 문으로 남편을 느끼도록........ 그 입이 자신의 남편인지 아닌지 가슴으로 느끼며 만약 맞는다면 그 문으로 남편임을 알리도록……. 입은 막혀서 어떤 말도 못할 것이다. 너희들이 서로를 위한다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무리들은 침묵이다. 그렇지 않다면......., 찾아내지 못하면......., 어떻게?
“그 때는 너희들이 찾아내지 못한 그 구멍을 저기 저 부젓가락이 찾아갈 것이다. 그리고 남자들은 모두 자신의 성기를 여기 성전에 두어야 할 것이다. 또한 그 가족들 모두는 바그다드로 후송되어 우리에게 죽을 때까지 기쁨을 주어야 될 것이다.”
딸의 이름을 부르고 자식을 부르고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우는 소리들. 이번에는 하라드가 나선다. 미리 준비해 둔 두건으로 남편들의 머리와 눈을 가리고 손 역시 뒤로 돌려 묶는다. 남편들이 그렇게 묶이는 동시에 아내들은 경비병에 끌려 한 명씩 땅에 박혀 있는 기둥에 손을 뒤로 돌려 묶어버린다. 눈은 가리지 않지만 입은 헝겊을 넣어 끈으로 묶는다. 순간 뜰은 조용하다. 숨죽인 울음이 뜰 가장자리 어린아이들에게서만 날뿐이다.
드럼통의 불길은 더 세게 타올랐다. 나무에 매달린 전구보다 오히려 더 밝게 뜰을 비춘다. 바트당원들로 둘려 쌓인 뜰은 흥분의 물길로 가득 차고 있었다.
“빨리 찾아. 빨리……. 무릎으로 엉금엉금 기면서 하나씩 냄새를 맡고 혀를 집어넣어 맛을 바란 말이야. 네놈들 아내라면 당연히 알 거 아냐”
하라드가 보기에도 무지막지한 뭉둥이를 들고 설치자 그때서야 허겁지겁 무릎걸음으로 오리처럼 기둥에 매달린 아내를 찾는다. 이때는 민병대원들 몇이 치마고 바지고 다 벗겨 내버려 치부를 드러낸 채 다리 사이로 밤바람을 맞이하고 있었다. 차마 눈뜨고 못 볼 지경인지 몇몇 여자는 눈을 감고 있기도 하다.
10명이 한 여자 앞에서 차례로 아랫도리에 코를 박고 아내의 냄새를 찾지만 치부에서 풍기는 땀내음과 분비물냄새로는 알 길이 없어서인지 입으로 찍어보기도 하고 크기를 대충 재보지만 역시 구분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음부를 핥는 남자가 분명 남편인데도 모르고 옆으로 갈라치면 여자는 눈으로 애타게 남편을 부른다. 간혹 끙끙, 대며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남편은 모르고 지나치기도 한다.
“그만.......”
30여 분이 지나서 우다이는 게임의 종료를 알린다. 그 역시 누가 누구의 아내인지 누구의 남편인지 모른다. 줄줄이 한 여자씩 지나가던 남자들은 끝내 찾지 못한 채 아무 여자 앞에나 쪼그려 앉아있는 모습이다.
가랑이를 벌리고 그곳을 남자들의 입과 코에 맡긴 여자들. 그러나 운이 좋게 자신의 아내를 찾아낸 남자는 두 명이었다. 10개의 기둥 앞에 무릎으로 앉아 있는 남자들. 여자들의 눈가리개를 풀어주자 제발 자신의 남편이기를 간절히 바랐던 여자들은 자신의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가 앉아있자 공포의 눈이 된다. 아랫도리가 노출된 부끄러움이나 모른 남자들의 입이 닿았던 치부의 수치심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저 앞에 앉아 자신들을 보고 있는 남자가 더 두려웠기 때문이다.
두려움은 곧 현실이 되어 왔다. 드럼통의 타오르는 불꽃을 따라 허공에 오른 마지막 불티, 그것에서 붉은 카네이션을 본 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순교자의 무덤에서 피어난다는 붉은 카네이션은 시아파에게는 신성한 꽃이었다. 이제 그 꽃이 자신들의 심장에서 피어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번 말을 내뱉으면 반드시 그 말을 실행해야 한다. 명령이나 지시는 그래야 권위가 있는 것이다. 칼을 빼어들면 칼을 휘둘러야 되는 것이며 총을 빼들면 반드시 쏴야 된다. 난 항상 내 품속의 이 바늘을 꺼내들 때마다 경건하게 나 자신과 약속을 한다. 붉은 피를 먹여주마, 라고........ 용서니 사랑이니 하는 단어들은 사람들을 게으르게 만드는 저쪽 세계의 말들이다. 비굴한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들이지. 너는 그런 단어들을 잊어버려야 한다. 사람을 지배하는 것은 고통이야. 너는 그 고통을 사용해 제국을 건설하기 바란다. 얼음 같은 정신, 잊지 말도록…….
우다이는 끌려가며 울부짖는 남자들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문득 아이스의 말을 떠올렸다. 그의 말은 지금까지 틀림이 없었지. 새로운 세계의 눈을 준 아이스란 사람이 없었으면 난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지금쯤은 겁쟁이처럼 바그다드 궁에서 밥이나 축내지 않았을까? 흐흐흐…….
“하라드, 저 놈들은 자기들 아내도 찾아내지 못한 놈들 아냐? 그렇다면 물건도 필요 없지 않을까, 그렇지?”
“아, 네.........”
“다 잘라버려”
“네? 네”
하라드는 그 자리에서 다른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찬바람이 풍기는 대장의 어투에 얼른 자리를 옮겨 민병대원에게 같은 지시를 내릴 뿐.
다시 그의 곁에 온 하라드에게
“그럼 구멍도 필요 없겠지. 그렇지 않은가?”
“네........”
역시 같은 대답이다. 드럼통의 이글거린 불길을 쳐다보는 우다이의 눈을 ?아 그 역시 허공에서 흩어지는 불티들을 바라본다.
“지금쯤이면 충분히 달궈졌겠지.”
“네..........”
“그럼 시작하지.”
군복차림의 남자가 불길을 품고 있는 드럼통에 다가설 때만해도 몰랐던 여자들은 우르르 물려든 같은 군복차림의 민병대원들이 다리를 붙잡아 뒤로 돌려 꺾은 그대로 손목과 함께 묶자 그때서야 비명을 거세게 지르기 시작한다. 비명소리는 뜰밖에 꿇려 앉아있던 자식들의 울부짖음으로 이어진다.
우다이는 직접 드럼통으로 가 뜨거운 열기를 피하며 그 안에서 붉게 달궈진 부젓가락을 집어 든다. 그의 손에 들린 부젓가락이 가까이 오자 비명은 신음으로 바뀐다. 목이 이미 갈라진 여자들의 눈에는 경악이 넘쳐난다. 공포에 눈을 감은 여자도 있다. 제일 왼쪽의 여자는 횃불처럼 높이 들려진 붉은 부젓가락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온 몸을 비틀며 기둥에서 벗어나려 한다. 묶인 손목과 발목은 발버둥으로 부드러운 살갗이 벗겨지고 있다. 저 뜨거운 것이 자신의 몸에 닿으면 아마 죽을 거라고 생각한 여자는 마지막 자비를 구한다.
“사.......살려주세요. 오....... 제발.......”
“죽고 사는 것은 네 년의 운명이야. 불로서 너의 더러운 의식을 정화시켜주지‘
‘치지직’ 소리는 노릿한 냄새를 만든다. 붉게 달구어진 부젓가락은 여자의 가슴이나 이마가 아니라 훤히 드러난 아랫도리, 그 가운데 검은 구멍을 그대로 뚫고 들어갔다. 찬물에 담겨진 쇠붙이가 식으면서 내는 ‘치이이익........’ 소리가 한동안 나더니 여자는 입만 멍하니 벌린 채 ‘끄어....... 끄윽’ 을 끝으로 정신을 잃었다. 꺾인 고개 밑으로 살갗이 타는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다.
바로 그 옆의 여자는 다음이 자신 차례임을 알고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튼다. 울음소리가 뜰을 가득 채운다. 거기에 아마 이 여자의 자식들이 있는 듯 하다. 우다이는 뜰 밖으로 시선을 두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한 계집아이를 지목한다.
“저 년 이리 끌고 와. 저 예쁘장한 년 말이야. 그래, 그래 그년”
하라드가 뛰어가 어린 소녀의 팔을 잡고 끌고 온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이지만 제법 귀여운 눈과 봉긋이 솟기 시작한 가슴을 가지고 있다.
“우리 엄마를 살려주세요. 죽이지 말아 주세요. 네? 엉엉.......”
그래 이런 울음이 좋지. 아이스가 말한 그대로야. 눈물과 울음이야말로 사람을 희열에 들뜨게 만들어주거든. 맞으면서 웃는 놈들을 보라고........ 그것은 정말 재수 없는 거야. 이 조그만 계집아이를 보면 알 수 있지. 저 큰 눈에 눈물을 달며 내게 자비를 구하는 저 모습. 그렇지만 너희에게 줄 자비는 없어. 너희에게 베풀 바엔 차라리 사막의 도마뱀에게 베풀지.
“좋아. 이리 가까이 와. 더 앞으로. 네 어미를 살리고 싶다고......”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입 벌려. 크게. 나의 자비로움을 받고 싶으면 입을 다물지 말고 그대로 있어”
갈색 머리의 작은 소녀는 조그만 입술을 벌려 입을 연다. 점점 크게 벌리자 분홍 혀가 보이고 하얀 이가 보인다. 남자가 무엇을 하라 해도 소녀는 할 기색이다. 엄마를 살리고 싶은 생각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남자가 바지의 자크를 내리고 속에서 검붉은 물건을 꺼내자 소녀는 조금 놀란 모습이다. 설마 이것을.........
“입을 다물거나 조금이라도 흘리면 너도 마찬가지 운명이다. 네 소중한 곳을 이 붉은 걸로 뚫어버릴 거다.”
‘쉬익......’ 노란 물줄기가 소녀의 얼굴에 떨어지기 시작하고 그 지점은 동그란 입을 향한다. 입안에 차기 시작한 남자의 오줌을 흘리기 전에 받아먹으려고 꿀꺽 꿀꺽 삼킨다. 하지만 사래가 든 소녀는 쿨럭, 기침을 하며 그 통에 입을 다문다. 가느다란 물줄기가 입술과 코를 적시고 목을 타고 흐른다. 연신 재채기를 한 소녀는 다급하게 다시 입을 열지만 이미 남자는 자신의 물건을 거두어들이고 있다.
“끝”
“으흐......... ”
신음을 내며 머리를 떨어뜨리고 몸을 돌리는 남자의 다리를 붙잡지만 이미 늦었다.
식어버린 부젓가락을 다시 부하에게 주고 잘 달궈진 새 젓가락을 손에 든 남자는 기둥의 여자에게 다가가 그대로 아랫도리를 쑤신다.
귀를 후비는 비명 소리. 살이 타는 냄새. 쇠막대기가 식어가며 내는 소리. 분홍색 여자의 꽃잎과 보드라운 질은 금세 누렇게 지글거리다 종내는 빨갛게 익어버린다. 그 뜨거움은 정말 참을 수 없는 고통이며 아픔이었다. 소녀의 어머니인 마흔 초반의 여자는 뜨거운 쇠막대기가 밀고 들어오자 그 뜨거움에 놀라 오줌을 갈기며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발버둥을 쳤다. 숨이 곧 넘어가는 지 ‘헉!’ 소리를 내며 머리를 뒤로 젖히다가 기절을 했는지 미동도 않는다. 우다이는 기절한 여자의 음부에서 쇠막대를 빼지 않고 계속해서 밀어 넣었다 뺐다 했다. 공포에 가득한 소녀를 보면서......... 소녀는 자기 때문에 어머니가 저런 고통을 받으며 죽어간 것이라고 믿었는지 거의 정신을 잃은 표정이다.
드럼통의 불길이 잦아든 것은 두어 시간이 지나서다. 기둥에 매달려 있는 8명의 여자들을 떼어내 땅바닥에 눕힐 때는 밤 10시가 지났다.
“남은 두 여자와 남자는…….”
하라드다. 지금 바닥에 뒹굴고 있는 8명의 여자들 말고도 운 좋게 고통에서 벗어난 두 명을 두고 말함이다.
“뭘 어떻게 하다니. 자기 구멍을 찾았다고 그대로 두나? 자기들이 찾은 구멍이 어떻게 쓰여 지나 보여주면 좋겠지. 저 년들은 다 처리해버리고 저기에 있는 가족들은 선별해서 끌고 가. 선별, 알지? 날이 쌀쌀해지는데 안으로 들어가자고”
우다이가 티그리트로 떠나고, 키루쿡에서 폐다인민병대를 이끌고 시트일당들의 폭동을 무차별 진압하고 있을 때 아이스는 바그다드 자신의 집에 머물러 있었다.
이번 인사 때 외국인인 아이스에게도 직책이 내려졌다. 우다이의 적극적인 지지도 있었다.
바트당 중앙당 비서관, 그러니까 바트당 지역사령관인 <아지즈 사리 누만>을 보좌하는 직책이다. 바트당은 정치적 집단이지만 혁명의 영속성을 유지하고자서인지 그때까지도 지역별로 사령부를 두고 군대처럼 활동하고 있었다. 바트당 중앙당은 바그다드 시내에 있었고 지역사령부는 바그다드 <무카바라>에 있었다. <무카바라>? 이라크인들은 이 <무카바라>란 소리만 들어도 오금을 저릴 정도로 공포심을 갖는다. 비밀경찰 조직인 <무카바라>는 민간인들로 구성된 비밀 결찰이었다. SSO는 군과 경찰 공무원들의 신분이었지만 <무카바라>는 민간인이면서도 체포 구금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다. 아이스는 중앙당 비서관이면서 또 이 <무카바라>의 취조관을 겸했다. 그것은 ‘아지즈 사리 누만’이 중앙당 조직위원장이면서 지역사령관을 겸한 것과 같다.
<무카바라>는 바드다드 시내 상업 중심지에 있는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밖에서 보면 어느 사무실과 다름없지만 지상 5층, 지하 10층의 이 건물은 바그다드 시민만이 아니라 이라크 국민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정치범수용소 <아부 굴랍>은 어느 정도 해외의 눈을 피할 수 없었지만 <무카바라>는 철저히 민간인들이기 때문에 외부에 노출도 되지 않았다.
막 집을 나서려는 그에게 전화가 왔다. 영어가 쏟아지는 수화기, 알렉스였다. CIA 아시아 담당인 알렉스의 전화는 거의 6개월만이었다.
“잘 있었나? 설”
“오랜만입니다. 알레스”
“소식은 잘 듣고 있네. 활약상이 대단하다고 들었네.
“알렉스의 덕분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별 것은 아니고 그냥 안부전화네. 기다려 주게. 곧 지시가 내려질 테니까. 그것은 설, 당신네 조국에게도 이로울 것이네”
조국? 나의 조국? 순간 까마득히 잊었던 한국의 겨울이 떠올랐다. 한국은 민주화 열기가 가득하다고 했었지. 세상이 바뀌었다는 얘길 외신으로 들었는데……. 그는 잘 지내나. 비둘기 부장, 그 양반이 문득 생각나는군. 그 쪽 세계가 바뀌었다면 비둘기부장 역시 곤혹스럽지 않을까 모르겠군. 오직 나라를 위해 일한 분이었는데....... 그 여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추억은 피로만 남았군. 하얗고 통통한 발의 다섯 발톱을 파고 들어가던 바늘에 아름다운 방울이 석양처럼 맺혔었지. 아프다고 외치던 목소리, 고국의 음성이 그립기만 하군.
근데 지시를 내린다고? 미국이 내게 지시를 내린다면 그것은........
아이스는 끊어진 전화를 보다가 생각이 났다는 듯 한국으로 전화를 걸었다. 메모 첩에서 찾은 눈에 익은 전화번호. 조직의 전화번호다. 비둘기 부장을 찾은 그의 목소리는 곧 상냥한 여자의 안내를 받으며 비둘기의 음성이 들렸다.
“아……. 정말 오랜만이군, 설 과장, 잘 지내나?”
“네, 잘 지냅니다. 그런데 부장님은?”
‘나도 변함없이 직업에 충실하네. 이 나라는 나를 필요로 하는 가 보네. 쫓겨날 줄 알았는 데 오히려 더 큰일을 하고 있지. 큰 일이 뭐냐고? 별거 아니네. 나 같은 사람들이 지난 과거에 저질렀던 일들을 잡아내는 거지, 뭐? 말이 되냐고? 왜 안 되겠나. 나라를 위해서 하는 일은 언제나 내겐 똑 같네. 조직은 항상 그렇게 움직이는 거지. 참, 예전에 그 여대생 있었지? 기억하는 가? 신 뭐라고 했는데……. 그 무슨 구국대인가 민족전선인가 하던 여자아이 말이야. 요즘 아주 대단하네. 그 얘 언니는 그 후로 변해 사법고시를 보더니 검찰로 나갔고 그 여자아이는 구국전선을 만들어 일선에서 뛰고 있다네. 나는 그들을 모시고 있다고 해야 하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지? 당신도 조심해야 될 걸. 그들 손에 걸리면 끝이네. 하하하…….그게 인생인가 봐. 그건 그렇고..........“
아이스는 이어지는 비둘기의 목소리를 끊어버렸다. 동시에 조국이라는 단어도 버리고 싶었다. 너무나 멀리 있는 조국은 마음 어디 한 구석에고 두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것보다도 무카바라 일이 더 급했다. 이라크는 지금 신경쇠약에 걸린 사람처럼 이곳저곳에서 이상신호를 보이고 있었다. 우다이가 가 있는 <키르쿡>일도 그렇고 지금은 남부 도시인 바스라에서도 이상한 조짐이 감지되고 있었다. 북쪽의 쿠르드족은 늘 그랬지만 최근 들어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으며 더 강하게 저항하고 있었다.
아이스에게 주어진 임무는 반이라크 단체뿐만 아니라 민간인, 특히 외국인들까지도 철저하게 감시하는 것이다. 그런 일은 아이스에게 잘 어울렸다. 숨겨진 인물 아이스는 바그다드 시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임무 수행에는 제격이었다.
얼마 전에도 오랫동안 스파이 혐의를 받고 있었지만 확증이 없어 머리만 싸매던 <아지즈 사리 누만> 지역사령관의 고민을 해결해준 것도 아이스였다.
사리 누만은 처음 만난 아이스에게 사실 거부감을 가졌었다. 그는 마지드와 가까운 사이였고 그 역시 후세인의 은총을 받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근데 난데없이 뛰어든 아이스란 사람은 쉽게 다루기 어려워보였고 또 우다이의 거의 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해 껄끄러운 존재였기만 했다.
그래서 처음 주어진 임무가 쉽지 않은, 스파이 혐의를 받고 있는 한 대사관 직원을 취조해 스파이란 것을 확인하라는 거였다. 외교문제는 자칫 국제사회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됐다. 사리 누만은 자신은 피하고 그 문제를 아이스에게 거꾸로 씌우려고 한 것이다.
아이스는 단 한마디만 남겼다. “네, 알았습니다. 곧 해결하죠.
그는 무카바라로 그 대사관 직원과 가족을 마구잡이로 붙잡아 왔다. 그간의 서류 검토 끝에 스파이란 것이 확신되었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자기 입으로 자신이 스파이임을 밝히면 그뿐이다.
대사관 직원은 정식 직책이 서기관이었지만 그는 영국 정보부 M5 소속임에 분명했다. 나이는 마흔 둘. 부인은 서른다섯. 밑으로 아들과 딸, 전부 넷이었다. 저녁 퇴근길에 들이닥친 무카바라요원들은 다짜고짜 가족들을 총으로 위협, 차에 태워 납치해버린 것이다.
“당신들이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는 거야, 응. 내가 가만 있지 않겠어”
“그래서......... ”
너무나 차분하면서도 건조한 음성. 싸늘한 바람이 있는 동양인의 목소리. 매끄러운 영어로 이어지는 질문은 단호하면서도 무거웠다.
“우린 그런 것 몰라. 알고 있는 것은 나라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걸 뿐. 말해. 그렇지 않으면 후회해”
책상을 손바닥으로 꽝, 꽝 내리치며 항의하던 남자는 잠시 주춤하다 다시 거세게 항의했다.
“이것은 외교문제야. 우리 영국이 가만있을 것 같나. 당신들 크게 다쳐”
“말로는 안 되겠군. 발가벗겨 묶어”
“너희들 이러면 안 돼. 너희들 모두…….”
아이스는 책상 위에 있던 두꺼운 파일을 들어 서기관의 머리를 후려쳤다. ‘쿵’ 하고 바닥에 나뒹군 남자를 건장한 요원들이 일으켜 의자에 묶었다. 손을 등걸이 뒤로 돌려 가슴과 손목을 한데 묶어버리고 계속해서 다리를 붙잡아 의자에 묶었다. 꼼짝도 하지 못한 남자는 분노의 눈으로 자신을 묶은 요원들을 쳐다보지만 그들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아이스의 다음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이 자식 와이프를 끌고 와. 아까 보니 꽤 미인이던데......”
“안 돼. 아내는......”
“저 새끼 입은 틀어막아. 우리가 듣고 싶은 말은 저런 게 아니니까. 이봐, 스파이. 네가 네 가족을 위하는 길은 딱 하나야. 머리를 위아래로 힘차게 끄덕이라고……. 그 전까지는 우린 멈추지 않을 거니까”
취조실에 들어선 부인은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드레시한 귀부인으로 남자들의 욕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170 이상의 키에 가슴과 힙이 풍만하고 허리는 잘록했다. 새하얀 드레스풍의 원피스에 맨다리, 검정 힐을 신고 있던 여자는 남편이 묶여 있는 것을 보고 놀라는 얼굴이 되어 곁으로 뛰어가 남편을 끌어안았다.
“여보.......... 당신들 왜 이래요. 죄도 없는 사람을 이렇게 잡아다가.......”
앙칼진 목소리. 화난 목소리로 한참을 쏘아부친 여자를 그대로 두었다. 그들은 그런 여자의 모습을 오히려 즐기는 듯 했다. 하얀 피부는 하얀 의상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드러난 맨다리는 잘 빠진 대리석 조각품이었다. 상아로 만들어진 것 같은 종아리의 아름다운 곡선은 매력이 넘쳐 났다. 잘라내서 거실에 걸어두어도 한 치의 모자람 없는 작품이었다.
“옷을 벗겨 드려. 저항하면 찢어 발겨”
“아니....... 왜?”
“빨리, 빨리”
여럿이 달려들어 원피스를 통째로 머리 위로 벗겨버리고 이어서 손으로 가린 가슴의 브라와 아래쪽 거들과 팬티까지 다 벗겨버리자 바닥에 주저앉아 겨우 손으로 상체와 하체를 가리고 있다. 남편 역시 분노의 얼굴로 의자를 흔들며 소리를 쳤다. 막힌 입에서 나오는 말은 없었다.
“끌고 와 이리. 이 책상 위로 올려놔. 등을 붙이고”
여자는 책상으로 질질 끌려가 강제로 그 위에 눕혀졌다. 남편이 보고 있는 바로 앞에서 여자의 두 다리는 머리 쪽으로 휘어져 책상 양끝에 묶였다. 허벅지와 허벅지가 만나는 계곡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머리와 같은 색의 음모. 눈부신 금가루를 뿌려 놓은 듯한 음모 아래로 V자형 갈라진 치부가 남자들의 시선을 모았다. 말끔한 치부는 살짝 벌어진 둔덕과 둔덕 안으로 분홍빛 섬모들이 춤을 추고 있다. 치부 아래로는 갈색의 항문이다. 작은 주름으로 덥힌 항문은 꽉 다물고 있다.
“아까 말한 대로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눈도 가려. 귀만 열어둬. 소리가 심장을 때리도록.”
눈이 가려진 게 다행일까. 아내의 애처로운 모습은 보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이들은 그냥 두지 않았다. 남자들의 손이 거칠게 바지를 벗겨 내리자 이들이 자신을 고문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것은 참을 수 있을 것이다, 라고 판단을 했다. 자신은 어떻게 돼도 괜찮다.
아이스가 데려오라고 한 10대 여자는 부부의 큰 딸이었다. 눈이 가려지고 손은 허리 뒤로 묵인 채 방을 들어선 금발의 소녀는 어머니인 듯한 여자의 신음과 비명소리를 듣고 겁먹은 몸짓이었다. 뭔가 알 수 없는 공포에 울음을 터트린 소녀를 끌어다 놓은 곳은 의자에 묶여 있는 남자 바로 앞이었다. 무릎을 꿇린 소녀는 뒤에서 머리를 누른 결에 앞으로 쏠리고 얼굴에 뭔가 닿았다. 싸한 냄새. 남자의 성기 같았다. 이걸........
“잘 빨아. 물어뜯어도 좋아. 훌쩍거리지 말고”
청바지차림의 소녀는 볼 수는 없지만 바로 자기 얼굴 앞에 뭐가 있는지 알았다. 목덜미를 찌르고 있는 것이 뭔지도 알 수 있었다. 차가움. 그것은 날카로운 칼이었다. 조금이라도 주저하면 아마 찌를 것이다. 소녀는 천천히 입을 열며 얼굴을 다리 사이로 파묻었다.
남자는 자신의 물건을 누군가 빨고 있다는 생각만 했지 설마 딸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캄캄한 어둠만이 보이는 남자는 아랫도리를 파고들며 계속 빨아대자 긴장 속에서도 빳빳해졌다. 어둠 속에 떠오른 영상은 발가벗은 여자들이 다리를 활짝 벌리며 자신을 유혹하는 거였다. 점점 숨이 가빠지고 사정의 순간이 막 찾아올 듯 할 때 그 보드라운 여자의 입은 사라진 것이 아닌가. 가픈 숨을 쉬고 있는 남자의 귀에 날카로운 여자의 비명이 찾아들었다. 흥분이 가라앉는 그 순간 들려온 비명은 남자를 냉혹한 현실로 되돌려 놓기 충분했다.
아이스는 품에서 꺼낸 바늘첩을 책상 빈 곳에 올려놓고 하나를 들었다. 가늘고 긴 바늘은 창백해 보였다. 10센티 정도의 긴 바늘을 손에 쥐고 처음 찌르고 들어간 곳은 활짝 벌리고 있는 계곡이었다. 계곡 위쪽 작은 알을 가리고 있던 껍질을 벗긴 후 드러난 붉은 작은 살덩이가 첫 목표였다. 여자의 흥분을 유도하고 절정을 느끼게 해주는 클리토리스는 제일 민감한 부분이다. 부드러운 손길은 여자에게 기쁨을 주지만 이런 날카로운 바늘은 아픔을 주었다. ‘푹!’ 하며 뚫은 바늘은 ‘크헉!’ 하는 비명을 주었다. 길게 이어진 비명소리는 방안 사람들 모두의 머리카락이 곤두서게 만들 정도였다.
책상이 들썩거릴 정도로 발버둥치던 여자는 또 하나의 바늘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쉰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남편을 불렀다.
두 번째 바늘은 정확히 항문과 음부 사이의 보드라운 살을 뚫고 들어갔다. 길이 10센티의 바늘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반 이상을 파고들었다. 너무나 큰 고통에 금발의 여자는 오줌을 지르기까지 했다. 몇 방울이 항문을 타고 흘러 책상 위로 떨어졌다. ‘으으......’ 푸른 눈의 여자는 기력이 사라진지 약한 신음만 내고 있었다. 여자의 아랫도리에 박힌 두 개의 바늘은 은색의 빛을 풍기며 여자가 움직일 때마다 하늘거렸다. 바늘이 박힌 자리에는 어느새 빨간 방울이 맺혔다.
다시 남자들은 소녀의 목을 눌러 조금 전 빨았던 그 성기를 입에 물게 했다. 축 늘어진 물건을 다시 빨게 하자 의지와는 달리 온 몸의 피가 뿌리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귀에 남은 아내의 비명소리, 다시 아랫도리에 몰려든 흥분. 소녀가 쉬지 않고 빨아대자 다시 서기 시작했다. 절정............ 그러나 입은 또 떠났다.
대신 귀를 파고든 비명소리. 여자는 세 번째 바늘을 항문에 받아들였다. 주름살을 뚫고 파고든 바늘의 날카로움은 여자를 거의 미치게 만들었다. 상아로 빚은 듯 아름다운 다리를 떨며 거품을 품기 시작했다. 끝내 아픔을 참지 못한 여자는 항문을 열어버렸다.
“아직도 많이 남아있지. 다음에는 어디를 찔러줄까. 그 푸른 눈에 박아줄까. 아니면 이 어린 소녀는 어떨까, 눈을 풀어 줘”
밝은 빛에 몇 번을 깜박거린 남자는 우선 자신의 물건을 빨아대던 여자가 딸이란 것을 알고는 수치심과 자괴감에 어쩔 줄 몰랐다. 그러나 책상 위에 손과 발이 묶인 채 등을 활처럼 휘면서 하체를 또렷이 보여주고 있는 아내의 모습은 더 충격이었다.
아랫도리에 박혀 있는 금빛 바늘은 무서운 현실이었다. 그 바늘이 꼽힌 자리에는 검붉은 피가 뭉친 채 마르고 있었다. 거의 실신 직전인 아내는 그 아름다운 용모를 잃어버리고 짐승들의 먹이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너는 남편으로서 아내가 가련하지도 않나? 자 똑똑히 보라고. 이번에는 어디를 찾아갈지.”
아이스는 네 번째 바늘을 뽑아들고 여자의 얼굴로 향했다. 의식을 차린 금발의 아름다운 여자는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있는 악마를 보고 또 비명을 질렀다.
“그만....... 아....... 안 돼”
“아직 멀었어. 남편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은 가 보군. 자 눈을 떠. 그 푸른 눈을 이 바늘이 찾아가고 싶다는데......”
얼굴을 이리저리 피하는 여자. 금발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강제로 눈을 뜨게 만든 아이스는 천천히 바늘을 밑으로 향했다. 공포와 경악에 가득 찬 푸른 눈. 흰자위만 남은 오른쪽 눈 바로 가까이까지 갈 때 남편은 알아듣기 어려운 소리를 질러댔다.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인 남자. 아내의 푸른 눈을 잃고 싶지는 않았다.
사리 누만은 아이스의 보고를 받은 직후 무서운 사람이란 것을 알았다. 대신 사리 누만은 후세인에게서 칭찬을 받았다. 이번 일로 이라크는 영국에게 큰소리를 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우다이가 있는 <키르?
하라드가 들고 온 상자를 연다. 헝겊에 쌓인 많은 물건들. 하나를 펼쳐 우다이에게 보여준다. 살색의 성기다. 깨끗이 씻어냈는지 피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전리품이야. 닫아”
우다이는 상자를 밀치고 하라드를 본다.
“그 네 명은 준비를 해두었습니다. 승리의 기념식!”
하라드 역시 말투가 우다이와 비슷해진다.
“그럼 승리자는 항상 유희를 즐기는 법. 그들은 일말의 가치도 없는 것들이지. 당장 끌고 와. 그리고 위스키 있지?”
하라드는 즉시 밤의 게임에서 살아난 네 명을 데리고 온다. 두 부부다. 한 부부는 스물 후반, 남은 부부는 서른 중반이다. 공포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얼굴이다. 옷은 없다.
‘짝,짝,짝’ 박수. 우다이다.
“자기 구멍을 찾아낸 운 좋은 놈들이 너희들인가. 평소에도 입으로 하는 걸 좋아하나? 자 그럼 해보라고......‘
주저하는 두 부부. 어떻게 그런 짓을...... 하는 눈치다. 하라드를 손짓한다. 긴 군도를 뺀 하라드가 한 여자 앞에 서 칼끝을 음부에 겨눈다.
“운 좋게 살아난 목숨을 운 나쁘게 잃고 싶나. 빨리 빨리 해”
칼을 본 부부는 겁에 질려 바닥에 부인을 눕히고 얼굴을 하체에 묻는다. ‘쩝, 쩝’ 소리. 아내는 두 다리를 더 벌려주어 남편이 편하게 빨고 핥게 해준다. 다른 사람들, 아니 사람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두 남자가 쳐다보고 있어도 두 부부는 다리를 벌리고 있는 여자의 샘을 핥는다.
즐거운 일이란 이런 것인가. 내 한마디로 저렇게 동물처럼 굽실거리며 수치심도 가지지 않고 빨아대는 저 꼴. 이런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아이스 그 사람 말대로 공포에서 나온 것일까. 직접적인 위협이 아니더라도 모두가 그럴 거라고 판단하는 공포심. 나는 괜찮은데 다른 사람들이 공포를 느끼기 때문에 덩달아 자신도 공포심을 갖게 되는 것. 침묵의 나선인가? 지금 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밤의 게임에서 살아났지만 혹시라도 저 밖의 시체들처럼 자신도 죽을지 모를 것이라는 공포심 때문에 저리 얼굴을 박고 있는 것이리라. 자신의 옆에서 누군가 죽어가는 것, 그것만큼 무서운 것이 없지.
바닥에 누워있는 여자가 두 다리를 들어 남자의 머리를 감싼다. 느낌을 갖는 듯 하다. 죽음이 가까이 오면 마지막 살아나는 게 성욕이라던데.......
“자, 충분히들 자기의 구멍을 즐겼나? 그만....... 여자들은 이리로 남자들은 저리로”
우다이의 말을 따라 얼굴을 떼어 내고 치부를 가리면서 남자들은 그의 손길을 따른다. 여자들 역시 손으로 아랫도리와 가슴을 가리며 옆으로 비켜선다. 불빛에 드러난 육체가 성숙한 여성임을 말해주고 있다.
“어느 정도 촉촉이 젖어있겠지? 그럼 맛을 좀 볼까. 자기가 찾아 낸 구멍을 남이 채운다..... 그것도 좋겠지”
스물 후반의 탐스런 엉덩이가 우다이 앞에 드려진다. 바닥에 두 손과 두 발을 짚고 엉덩이를 높이 든 여자는 슬픈 눈으로 남편을 본다. 남편은 눈을 옆으로 돌린다. 차마 보지 못한다. 소중한 아내의 샘은 지금 악마의 지팡이로 더럽혀질 순간이다. 흐느낌 그리고 살이 부딪히는 소리. 우다이는 웃음을 날리며 여자의 몸을 전후로 범한다.
하라드 역시 우다이의 지시에 따라 서른 중반의 여자를 엎드리게 하고 바지춤을 푼다. 이미 곳곳하게 서있다. 적당히 물기 어린 샘 깊숙이 박아 넣는다.
<등장인물>
우다이(늑대) 후세인의 큰 아들
쿠사이(칼) 후세인의 둘째
설(아이스) 한국인
하라드 폐다인 경호대장
아비드 하모드 알 티그리트 후세인의 보디가드, 개인비서
아지즈 사리 누만 바트당 지역사령관
라작 SSO 비밀경찰 대장
알 우리 공화국수비대 소장
나와프 알 자단 이라크 거부
그 외 이라크 여인들
고통과 쾌락은 동반자다. 자신의 승화며 등신불이다. 나를 바쳐 새로운 피안을 갖는 득행이다. 수도의 자세다. 그는 무서우면서도 내개 새로운 눈을 주었다. 그러자 새 세상이 보였다.
- 우다이
4부. 1987년 바그다드 티그리트
“감축 드립니다. 대장님”
하라드다. 새로 대장으로 부임한 우다이가 사열식을 마치고 대장실로 들어서자 뒤따라오던 하라드가 우다이에게 한쪽 무릎을 꿇으며 충성을 맹세한 것이다.
페다인민병대 사령부가 있는 바그다드 북쪽 외곽의 티그리트가 우다이의 새로운 근무지였다. 하나의 독립부대를 맡은 것은 그만큼 우다이가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87년 새해를 맞으며 후세인은 예전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던 큰아들을 자신의 오른쪽에 두었던 것이다. 왼쪽은 변함없이 마지드였다. 3촌간이란 친족보다도 알게 모르게 후세인의 부족한 곳을 적절하게 채워준 측근은 그, 마지드였다. 정적 제거보다도 중요한 것은 호시탐탐 이라크를 견제하는 미제국주의자들이었다. 특히 영화배우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은 미국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미국민이 확신과 신념을 갖자고 주장했다. 또 그는 <힘을 통한 평화>를 부르짖었다. 그런 부르짖음은 중동지역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후세인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꿋꿋하게 지지해 줄 측근이 필요한 것이었다. 마지드는 그런 면에서 효율적이었다.
“아니, 오히려 자네가 더 열심히 해주어야겠네. 자네는 오늘부터 18대를 맡아주게. 따로 얘기해둘 테니 열심히 해 주게나”
“영광입니다. 대장님!”
하라드는 땅을 박차고 싶을 만큼 기뻤다. 18대라니. 그곳은 우다이, 대통령의 아들이며 민병대장인 우다이의 최측근이란 말과 같은 것이 아닌가. 진심으로 하라드는 무릎까지 꿇으며 충성을 맹세했다.
폐다인민병대는 정식 국가군은 아니었다. 따라서 국방상의 지휘를 받지 않고 민병대장인 우다이의 지시만 받으면 되었다. 정부군은 공화국수비대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지금 공화국수비대는 알 우리 소장이 맡고 있다. 후세인은 이 두 사병에 가까운 군대집단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정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니 유지라기보다는 사라센제국의 영광을 실현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는 편이 맞겠다.
양 날개의 하나인 폐다인민병대를 우다이가 맡게 된 것은 지난 해 말부터 바뀐 그의 태도 때문이다. 거칠면서도 다부진 명령과 행동은 인너서클의 대부분에게 공포심을 줄 정도였다. 어떻게 보면 눈물도 없는 비정한 행동이었지만 사람들은 어느 순간 그에게 경외감을 갖게 된 것이다. 차가운 얼굴과 무표정의 맡투는 그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
“하라드!”
“네, 대장님”
나이는 아래지만 자세를 흩트리지 않은 채 부동자세를 취한다.
“앞으로는 이곳 티그리트에서 내가 지내야 될 텐데......”
“네, 대장님. 말씀만 하십시오.
“바그다드 궁처럼 넓을 필요는 없지만 지낼만한 집을 준비해주게.”
하라드는 지난해 말부터 우다이를 추종한, 정치범 수용소 <아부 굴랍> 출신의 경찰 사무관이었다. 주로 정치범들을 취조하거나 사법판단 자료를 작성하는 일을 하고 있던 중 자주 찾는 우다이를 수행하다가 마침 그의 눈에 든 것이다.
하라드는 처음 본 그의 무자비한 행위에 인간이란 생각을 가질 수가 없었다. 하라드 자신 역시 물리력을 피하진 않았지만 그 물리력은 아이스란 사람이 했던 이상으로 가혹하기만 했던 것이다.
12월 24일이었다. 서방세계는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경건한 날인 그 날 밤 갑자기 그가 <아부 굴랍> 수용소를 찾았다. 소장인 ‘알 라디브 툴파’는 퇴근하였고 하라드 역시 사무실을 나설 참이었다. 몇 번 얼굴을 본 적이 있어 그가 누구란 걸 즉시 알 수 있었다.
“아니 이 밤에.......”
웬 일이냐?는 물음을 끊으며 그는 타오르는 눈길로 하라드를 찍어 눌렀다.
“괜찮은 한 년 끌고 와”
“예?”
소장이 없는 데 어렵다는 표정을 짓자 목소리가 더 무거워졌다.
“지금 뭐라 그랬지?”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소장님에게 연락을 즉시 취하겠습니다.”
“필요 없어. 이곳에서는 내가 곧 법이야. 지하로 끌고 와”
“................”
냉기가 등을 타고 흐르는 느낌. 우다이의 몸에서는 차가운 죽음의 이빨들이 날을 세우고 있는 듯 했다.
하라드가 한 여자를 끌고 지하의 심문실로 들어서자 그는 이미 웃통을 벗어던지고 긴 채찍을 손에 들고 있었다.
“잡아 매”
몸이 거의 드러난 20대 후반의 여자는 검은 눈에 얼굴 윤곽이 뚜렷한, 아마도 체포되기 전에는 상류층 계급이었던 듯 하다. 아무렇게나 걸친 옷이지만 기품이 있어 보였다.
수갑을 앞으로 채운 뒤 그대로 손목을 위로 들어 벽에 달린 고리에 묶어버리자 겨우 발끝만 바닥에 닿았다. 대롱대롱 거미줄에 걸린 노랑나비처럼 벽에서 벗어날 수 없는 여자는 그 검은 눈동자에 눈물을 채우며 바들바들 떨뿐이었다. 자신에게 찾아올 것이 무엇인지 남자의 손에 들린 갈색의 채찍이 말해주었다.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자비를 구하는 일일 뿐.
“전 아무 것도 몰라요. 저는 정말 아무 것도 몰라요. 때리지 말아주세요”
“알 것도 없고 모를 것도 없어.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니까. 지금 여기서 중요한 것은 네 보드라운 살 껍질이 내 채찍에 맞아 찢어발겨지는 것이야. 그 다음은........ ”
“아.......그럴 수가...... 제발 때리지만 마세요.
“먼저 몸을 좀 볼까? 숨겨진 아름다운 몸매를 보면 이것이 혹시 또 용서해줄지도 모르지”
자비를 구하는 여자의 눈은 채찍으로 향했다. 손끝에서 건들거린 채찍은 사악한 뱀의 혀처럼 날름거리며 자신을 삼켜버릴 것 같았다. 용서? 저 뱀의 혀는 용서란 말을 모를 것이다.
남자의 손이 겨드랑이로 파고들며 윗도리를 잡아채 벗기고 하늘거린 치마까지 허리부터 발아래로 단번에 찢어발겼다. 속옷은 때 묻은 팬티뿐이다. 얼룩자국이 군데군데 있는 속옷이지만 큼직한 엉덩이에 걸쳐 있는 팬티는 여자의 묘한 매력을 주고 있다. Y자 계곡을 가리고 있는 한 장의 팬티는 벗기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팬티만 입고 있는 벌거벗은 여자. 갈색의 머리가 목까지 내리워진 여자는 손목의 아픔보다 나체를 보여주고 있다는 수치심에서인지 머리를 숙이고 다리를 꼬고 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아이스란 사람이 가르쳐주었던 것이....... 저 여자 얼굴을 봐. 공포에 찌든 눈을 좀 보라고.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기대하는 저 눈. 자비를 베풀어 달라 갈구하는 저 몸도 보라고. 지배란 이런 것이지. 5분만 지나면 저 여자는 벌벌 기면서 내 다리를 붙잡고 얼굴을 내 사타구니에 박을 걸. 타인의 고통은 나의 쾌락이야. 내가 한 발 다가서면 비명을 지르겠지. 얼굴을 돌리면서 소리소리 지를 거야. 돼지새끼처럼…….
아니나 다를까 그가 한발 내딛자 여자는 목을 꼬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하라드의 귓속 달팽이관을 울릴 정도였다.
그의 채찍은 자비와는 멀었다. 장소를 가리지도 않았다. 미친 사람처럼 그저 휘두르기만 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피부에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점점 잦아드는 여자의 비명 뿐.
연한 갈색의 고운 피부는 돌에 짓이겨진 풀잎이 되었다. 푸릇푸릇 멍으로 변해간 가슴과 아랫배는 여기저기 터져 갔다. 파랗게 부풀어 오르다가 몇 번 더 맞자 퍽! 하고 터졌다. 아름다운 가슴이 피멍으로 물들어가자 이번에는 허벅지를 향했다. 멈추지 않은 폭주기관차의 엔진을 달고 있는 그. 그의 심장을 누가 멈추게 할 것인가? 하라드는 보고만 있었다.
이런 것이 희열인가. 손끝에서 전해오는 이 짜릿한 전류. 이것이 그가 말한 기쁨이란 건가. 머리를 꽉 채우는 이 희열. 아랫도리가 팽창하는 이 흥분. 우주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야. 검은 우주를 가르며 날아오는 한 줄기 빛. 손끝에서 시작한 희열의 전류는 심장을 때리고 내 뇌를 채우는 군. 좋아. 이제야 고통 속에 피어난 꽃의 아름다움을 조금은 알겠어.
채찍을 바닥에 내던지고 여자에게 다가간 우다이는 이미 의식을 잃어가고 있는 여자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바쳐 들곤 눈물을 혀로 핥았다. 뺨에 흐른 눈물은 자국을 남겼고 그 자국을 따라 그의 혀는 눈동자까지 핥았다. 작은 미동. 여자는 마지막 자비를 구하는 얼굴로 그를 보며 한 방울의 눈물을 떨어뜨렸다.
“사…….살려주세요. 아...... 알라의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
“내가 신이야. 지금 너의 운명을 지배하고 있는 신이지. 살고 싶은가?”
“네, 살고 싶어요. 인샬라”
“인샬라……. 신의 뜻에 맡긴단 말이지”
망가진 아랫배의 부풀어 오른 살을 쓰다듬은 그의 손은 점점 온전히 남아 있는 두 유방을 품다가 손가락으로 분홍빛 유두를 몇 번 튕겼다. 그리 크지 않은 두 유방은 가슴에 달린 익기 시작한 야자수열매였다. 앞을 향해 솟아오른 유방은 탄력을 잃지 않았다.
유방에서 떨어진 손은 다시 푸르게 검게 물든 동그란 아랫배를 지나 갈색의 숲을 헤치기 시작했다. 팬티 속으로 손을 넣은 그는 틈을 벌리며 검지를 집어넣고 천천히 탐색을 시작했다. 붉은 줄이 이리저리 쳐진 허벅지가 가볍게 떨었다. 메마른 속. 그렇지만 부드러움과 착 달라붙은 속살은 손가락을 통해 마치 레이더가 전송 하듯 그에게 흥분을 전해주었다.
“떨림이 느껴지는 이 속살, 물기가 사막의 오아시스로군. 기분이 어때?”
“으으.............”
“그래, 그래. 나의 자비로움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 이봐, 하라드. 이 년 풀어줘”
허수아비 쓰러지듯 제자리에 털썩 쓰러진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숨을 가쁘게 쉴 뿐이다. 팬티는 허벅지에 걸쳐있다. 벌어진 다리 사이로 보인 갈색의 음모들을 숨길 여력도 없이 여자는 한 발은 모으고 한 발은 앞으로 뻗고 있다.
하라드는 상처투성이 여자에게서 어떤 욕정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였지만 우다이는 오히려 탐욕의 눈길로 여자를 쳐다보았다. 바지 앞이 솟아나 있다.
“살고 싶지. 살고 싶으면 기어. 기어란 말이야. 네 발로 네년의 엉덩이를 뒤뚱거리며 당장 기어!”
때 묻은 팬티를 허벅지에 걸친 여자는 유방을 흔들거리며 비틀거린 채 기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우다이는 바지를 벗고 여자에게 기어오란 손짓을 했다. 마치 말 잘들은 강아지다. 먹이를 보고 뛰어오는 강아지.
하라드는 자신이 무시됨을 느꼈다. 이 공간에는 자신의 존재가 없는 듯 했다. 우다이는 하라드가 보고 있는데도 바지에서 검붉은 물건을 꺼내 여자의 입안에 틀어박았다. 저항할 힘이 없는 여자는 인형처럼 그의 반을 목구멍에 걸치고 있는 듯 했다.
‘크으윽....... 쿨럭’ 숨이 막힌 여자는 기침을 하며 고개를 뒤로 빼지만 머리채를 휘어잡은 그의 손을 벗어날 수 없었다. 몇 차례 기침을 하고 난 여자는 입술을 벌려 그의 성기를 물고 빨았다. 혀와 입술과 남자의 물건이 입안에서 서로 마찰을 일으키는 소리만 한동안 계속됐다. 그리고 엎어진 여자의 질과 항문을 뚫고 들어가는 신음소리.
이 여자는 이제 나의 지배에 있는 거지. 내 물건에 모든 것을 맡기고 영혼과 육체의 안위를 기다리는 미천한 존재. 너의 목숨은 바로 이 나의 엄지에 있는 거야. 난 신과 같은 존재지. 누가 나의 이 힘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그 때 그 소리가 들리는 듯 생각에 잠긴 하라드를 현실로 되돌린 것은 우다이다.
“지낼만하다고 해서 대충 수배하면 안 돼. 바그다드처럼 수영장과 정원 그리고 지하실, 알지? 정원도 오색 꽃이 피어나고 맹수도 몇 마리 있어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차라리 알 자단의 저택을 빌리시면 어떨까요?”
“누구?”
“나와프 알 자단이라고 이 지역에서는 거부를 이룬 사람입니다. 제가 조금 알기도 하고요.”
“그래? 그럼 그렇게 하지. 근데 그 친구는 뭐로 돈을 벌었나?”
“해외무역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석유를 농산물로 바꾸는 무역이죠.
“그게 벌이가 되나보지?”
“우리나라야 천지가 석유 아닙니까? 그것을 내다팔고 다시 필요한 것을 수입하면 그게 다 돈이죠.
“허가는……. 허가가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
“그거야 다 마지드 비서관의 소관이죠.”
“마지드 삼촌?”
“아마 그럴 겁니다.
“그래........”
더 이상 말은 없지만 생각에 잠긴 우다이를 두고 집무실을 빠져 나온 하라드는 즉시 알 자단에게 연락을 취한 것은 물론이다.
나와프 알 자단. 우다이와 쿠사이를 끝내 죽음에 몰아넣은 그는 이 때 나이 서른 중반이었다. 그는 우다이를 만나고 젊지만 강인한 인상에 처음의 건방진 자세를 고쳐야만 했다. 사람을 내리누르는 눈은 아버지 후세인을 능가할 정도였다. 군복차림의 우다이는 저택을 한번 둘러보고는
“아주 좋습니다. 좋아요. 마음에 쏙 듭니다. 그럼 빌려주시는 겁니까?
“좋습니다. 어느 분의 부탁이라고 제가 거절하겠습니까. 편히 쓰십시오, 필요한 곳이 있다면 손질까지 해드리죠.”
후세인의 아들이며 폐다인 민병대의 대장인 우다이를 가볍게 볼 수 없는 알 자단은 오히려 이 기회에 우다이를 가까이 하고 싶은 생각을 가졌다. 지금 석유 수출을 두고 농간을 벌이고 있는 마지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다. 다음은 틀림없이 이 놈이 힘이 될 것이야, 알 자단의 느낌이었다.
“근데 조금 전 보니까 아주 아름다운 여성분이 계시던데......”
누구냐, 는 물음까지 들을 필요 없는 그다. 대강 우다이에 대해 떠도는 소문을 익히 든 그는 기다리지 않고
“제 조카입니다. 아버지가 <알 우리> 공화국경비대 소장이기도 합니다.”
“아주 미인이시던데요, 하하하”
“언제 시간 내주시면 주선을 해드리죠, 하하하”
마주 웃음을 터뜨린 둘은 10여 년 나이차를 어느새 메웠다.
티그리스 강만을 바라보던 티그리트의 생활은 결코 따분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고향이며 이라크의 정신적 지주였던 티그리트의 생활은 우다이에게 더 큰 기쁨을 주었다. 그 기쁨은 붉은 티그리스 강의 노을로 다가왔다.
폐다인 민병대는 후세인을 권좌에 앉히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권좌를 지키는 일이 아니겠는가. 방해하거나 거치적거린 것들은 그때그때 치워야만 된다.
작년인가 아이스는 그에게 이런 말을 했다.
“1300년대에 초원의 푸른 늑대로 불려진 사람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아시아를 거쳐 이곳 중동지역까지 뻗혔었다. 주위에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그는 무엇으로 일어섰는가? 너처럼 아버지의 권위를 후광으로 두르지도 못했고 주어진 병사도 없었다. 굶주린 이리떼들에게 뜯기어 먹힐 뻔한 적도 있었지만 그는 끝내 나라를 일으켰고 동서를 잇는 대제국을 건설한 거다. 그의 이름은 징기스칸이다. 너희네 조상들을 모조리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이다. 그는 자기 앞에 서서 길을 막은 것은 사람이고 동물이고 하물며 식물일지라도 모조리 치워버렸다. 그러면 거기에 무엇이 있겠는가? 바로 길이다. 내가 걸어 나가야 할 길이 있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세상을 향해 나간 것이다.”
젊은 우다이는 아이스의 말, 말마다 피를 끓은 격정을 느꼈다. 그의 날카로운 바늘이 살갗을 뚫고 들어온 것처럼 하나하나 마음 속 깊이 새겨둔 것이다. ‘푸른 늑대’, 우다이는 벌판을 달리는 푸른 늑대의 꿈을 꾸었다.
당시 이라크는 이란과의 긴 전쟁으로 피폐했다. 물자는 부족하고 국민들의 불만은 커져갔다. 그런 불만은 곧 폭동으로 나타났다. 폭동의 배후에는 시트그룹, 사아파들이었다. 이란에 근거지를 둔 이 시트일당들은 쿠란의 원리에 충실한 원리주의자 와하비스였다. 알 다와가 조정하고 있는 이 시트그룹이 이라크 북쪽지역에서 폭동을 일으킨 것이다. 북쪽지역은 티그리트와 가까웠다. 자연 우다이가 부대를 이끌고 전면에 나서야 했다. 피냄새를 맡은 지 오래인 우다이는 즉시 휘하 친위병인 18대를 투입하고 소탕에 나섰다.
전면에 나선 우다이는 마치 그 푸른 늑대가 자신의 모습이듯 차량 뒤에 늑대를 그린 부대기를 매달았다. 바그다드 북쪽 <키르쿡>에 도착한 민병대는 닥치는 대로 시트그룹을 붙잡아 들였다. 누가 누구? 는 중요치 않았다. 18대 민병대원들은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잡아들이고 반항하면 그 자리에서 사살해 버렸다. 벌판을 가로질러 헤쳐나간 푸른 늑대처럼.......
작은 도시 <키르쿡>은 이들이 도착하는 그 시간부터 공포의 도시로 변했다. 거리에서 간혹 들리는 것은 총소리와 비명소리뿐 낙타 울음도 들리지 않았다.
우다이의 차가운 눈을 본 하라드는 순간 그 때를 떠올렸다. 미치듯 휘둘러 댄 채찍에 그로기 상태의 복서가 링에 쓰러진 것처럼 철퍼덕 쓰러진 여자, 그리고 그 여자의 눈이 흰자위로 덮일 때까지 엉덩이를 가지고 놀던 그 눈빛.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나?”
“두 가지가 있지 않겠습니까? 하나는 뿌리를 뽑아내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 저는……. ”
“당신 생각은 중요하지 않지. 또 하나,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방법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 난 이렇게 생각해”
눈을 들어 자신을 보는 하라드에게 손짓을 해 입 가까이 부른다.
“네?”
놀라는 얼굴의 하라드를 보며
“뽑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시는 같은 생각을 갖지 못하도록 만드는 게 제일 나아”
우다이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하라드는 즉시 폭도들을 수용하고 있는 키르룩 바트당사를 찾았다. 옛 사원을 사용하고 있어서 뜰이 제법 넓었다. 대낮의 햇빛은 뜰의 꽃을 환하게 밝히고 있어 언뜻 보면 평화로운 풍경이었지만 당사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들려오는 고함소리와 울음소리는 평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라드는 우선 양을 구울 때 쓰는 커다란 드럼통과 부젓가락을 챙기고 뜰에 기둥을 열개 씩 박았다. 장정 10명이 움직여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깊게 박힌 기둥이다. 이 기둥들은 오늘 밤 비명소리에 쓰러질지도 모를 일이다.
해가 지면서 작은 도시는 어둠에 잠겼다. 단 어둠에 잠기지 않은 곳은 바트당사의 뜰이다. 군데군데 전구를 매달은 야자수는 낯처럼 뜰을 밝히고 있다.
“부하들에게도 선물은 주었나?”
“주었습니다. 여자들을 주었더니 다들 좋아하더군요. 나이를 가리지 않고 여자들을 보더니........‘
“잘 했어. 시트 이 놈들은 우리들 정액받이로나 딱 맞아. 그건 그렇고 시작하지”
“준비는 다 해두었습니다. 저기 보이시죠? 기둥들. 그리고 저 불길에 담겨진 부젓가락들”
“벌써부터 떨림이 솟구치는 군. 우리 바트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가를 알려주어야 해. 오줌을 질질 흘리면서 통한의 비명을 질러야 돼. 이 도시가 울리도록......”
바티스트는 거의가 수니파로 구성되었다. 시아는 들어올 수도 없었다. 이란에 근거지를 둔 이 놈들은 걸핏하면 수니를 누르려고 애썼다.
하라드가 대원에게 몇 마디 지시하자 대원들은 총을 앞세우며 당사 안으로 들어선다. 끌려나온 무리들은 남녀 각 10명 씩 모두 스물이다. 나이 대는 스물에서 마흔으로 옷은 대충 입고 있는 차림이다. 훤히 밝은 뜰에 기둥이 박혀 있고 드럼통에 불길이 붉은 혀를 날름거린 모습에 걸음을 쉬 떼지 못한다. 민병대원들이 거칠게 총대를 후려치자 마지못해 도살장에 끌려온 소처럼 걸음을 뗀다. 한 발 두 발 죽음에 들어선 그들은 울음을 터트리고 비명을 지른다. 그 자리에 주저앉는 여자도 보인다. 남편의 손을 잡거나 아내의 손을 잡은 남편도 간혹 보인다. 남은 가족들은 뜰 가장자리에 모두 묶여있다. 어린 소녀도 보이고 소년도 보이지만 10대 전후반의 소녀들도 보인다. 그들 모두 역시 고개를 숙인 채 앞으로 벌어질 일이 두려운 모습으로 앉아 있을 뿐이다.
“모두 잘 들어라. 너희들은 너희들의 운명을 스스로 재촉했다. 쿠란의 가르침대로 너희들을 응징하는 것은 틀리지 않다고 확신한다. 알라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의 아내를 위해서 항상 최선을 다하는 남자가 되어야 한다,’ 또 ‘여자는 고귀한 존재니 항상 어려울 때나 슬플 때나 가까이 있으며 보살펴 주어야한다’, 라고 했다. 너희들은 원칙을 따니니까 그 원칙에 충실하리라 믿는다.”
우다이가 일어나 그들 앞에 나서며 먼저 게임의 룰을 알린다.
게임은 말이야. 항상 공정하게 하는 거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한다면 그것은 페어게임이 아니야. 상대에게 왜 이것을 하는지 그리고 이것을 해내면 다음에는 또 다른 것을 해내야 될 거라는 원칙을 알게 해주고 시작하는 거지. 그러면 상대와 나는 즐거운 게임을 가지게 되는 거야. 기억해
우다이는 아이스의 그 말을 떠올리며 무리들에게 다시 차가운 음성을 던진다.
“여자들은 모두 기둥에 묶일 것이다. 남자들은 두 손이 뒤로 묶이며 모두 다 눈은 가려질 것이다.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알 수 있는 것은 너의 입과 코와 가슴이다. 너의 입으로 사랑하는 아내를 찾고 코로 향기를 맡으며 아내를 확신해야 한다. 여자들은......”
무리지어 서있는 여자들을 훑어본다. 키가 제법 크고 늘씬한 여자도 보인다. 가슴이 풍만한 여자도 보인다. 가슴을 물어뜯고 싶은 욕구를 참으며
“여자들은 자신의 문으로 남편을 느끼도록........ 그 입이 자신의 남편인지 아닌지 가슴으로 느끼며 만약 맞는다면 그 문으로 남편임을 알리도록……. 입은 막혀서 어떤 말도 못할 것이다. 너희들이 서로를 위한다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무리들은 침묵이다. 그렇지 않다면......., 찾아내지 못하면......., 어떻게?
“그 때는 너희들이 찾아내지 못한 그 구멍을 저기 저 부젓가락이 찾아갈 것이다. 그리고 남자들은 모두 자신의 성기를 여기 성전에 두어야 할 것이다. 또한 그 가족들 모두는 바그다드로 후송되어 우리에게 죽을 때까지 기쁨을 주어야 될 것이다.”
딸의 이름을 부르고 자식을 부르고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우는 소리들. 이번에는 하라드가 나선다. 미리 준비해 둔 두건으로 남편들의 머리와 눈을 가리고 손 역시 뒤로 돌려 묶는다. 남편들이 그렇게 묶이는 동시에 아내들은 경비병에 끌려 한 명씩 땅에 박혀 있는 기둥에 손을 뒤로 돌려 묶어버린다. 눈은 가리지 않지만 입은 헝겊을 넣어 끈으로 묶는다. 순간 뜰은 조용하다. 숨죽인 울음이 뜰 가장자리 어린아이들에게서만 날뿐이다.
드럼통의 불길은 더 세게 타올랐다. 나무에 매달린 전구보다 오히려 더 밝게 뜰을 비춘다. 바트당원들로 둘려 쌓인 뜰은 흥분의 물길로 가득 차고 있었다.
“빨리 찾아. 빨리……. 무릎으로 엉금엉금 기면서 하나씩 냄새를 맡고 혀를 집어넣어 맛을 바란 말이야. 네놈들 아내라면 당연히 알 거 아냐”
하라드가 보기에도 무지막지한 뭉둥이를 들고 설치자 그때서야 허겁지겁 무릎걸음으로 오리처럼 기둥에 매달린 아내를 찾는다. 이때는 민병대원들 몇이 치마고 바지고 다 벗겨 내버려 치부를 드러낸 채 다리 사이로 밤바람을 맞이하고 있었다. 차마 눈뜨고 못 볼 지경인지 몇몇 여자는 눈을 감고 있기도 하다.
10명이 한 여자 앞에서 차례로 아랫도리에 코를 박고 아내의 냄새를 찾지만 치부에서 풍기는 땀내음과 분비물냄새로는 알 길이 없어서인지 입으로 찍어보기도 하고 크기를 대충 재보지만 역시 구분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음부를 핥는 남자가 분명 남편인데도 모르고 옆으로 갈라치면 여자는 눈으로 애타게 남편을 부른다. 간혹 끙끙, 대며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남편은 모르고 지나치기도 한다.
“그만.......”
30여 분이 지나서 우다이는 게임의 종료를 알린다. 그 역시 누가 누구의 아내인지 누구의 남편인지 모른다. 줄줄이 한 여자씩 지나가던 남자들은 끝내 찾지 못한 채 아무 여자 앞에나 쪼그려 앉아있는 모습이다.
가랑이를 벌리고 그곳을 남자들의 입과 코에 맡긴 여자들. 그러나 운이 좋게 자신의 아내를 찾아낸 남자는 두 명이었다. 10개의 기둥 앞에 무릎으로 앉아 있는 남자들. 여자들의 눈가리개를 풀어주자 제발 자신의 남편이기를 간절히 바랐던 여자들은 자신의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가 앉아있자 공포의 눈이 된다. 아랫도리가 노출된 부끄러움이나 모른 남자들의 입이 닿았던 치부의 수치심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저 앞에 앉아 자신들을 보고 있는 남자가 더 두려웠기 때문이다.
두려움은 곧 현실이 되어 왔다. 드럼통의 타오르는 불꽃을 따라 허공에 오른 마지막 불티, 그것에서 붉은 카네이션을 본 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순교자의 무덤에서 피어난다는 붉은 카네이션은 시아파에게는 신성한 꽃이었다. 이제 그 꽃이 자신들의 심장에서 피어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번 말을 내뱉으면 반드시 그 말을 실행해야 한다. 명령이나 지시는 그래야 권위가 있는 것이다. 칼을 빼어들면 칼을 휘둘러야 되는 것이며 총을 빼들면 반드시 쏴야 된다. 난 항상 내 품속의 이 바늘을 꺼내들 때마다 경건하게 나 자신과 약속을 한다. 붉은 피를 먹여주마, 라고........ 용서니 사랑이니 하는 단어들은 사람들을 게으르게 만드는 저쪽 세계의 말들이다. 비굴한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들이지. 너는 그런 단어들을 잊어버려야 한다. 사람을 지배하는 것은 고통이야. 너는 그 고통을 사용해 제국을 건설하기 바란다. 얼음 같은 정신, 잊지 말도록…….
우다이는 끌려가며 울부짖는 남자들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문득 아이스의 말을 떠올렸다. 그의 말은 지금까지 틀림이 없었지. 새로운 세계의 눈을 준 아이스란 사람이 없었으면 난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지금쯤은 겁쟁이처럼 바그다드 궁에서 밥이나 축내지 않았을까? 흐흐흐…….
“하라드, 저 놈들은 자기들 아내도 찾아내지 못한 놈들 아냐? 그렇다면 물건도 필요 없지 않을까, 그렇지?”
“아, 네.........”
“다 잘라버려”
“네? 네”
하라드는 그 자리에서 다른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찬바람이 풍기는 대장의 어투에 얼른 자리를 옮겨 민병대원에게 같은 지시를 내릴 뿐.
다시 그의 곁에 온 하라드에게
“그럼 구멍도 필요 없겠지. 그렇지 않은가?”
“네........”
역시 같은 대답이다. 드럼통의 이글거린 불길을 쳐다보는 우다이의 눈을 ?아 그 역시 허공에서 흩어지는 불티들을 바라본다.
“지금쯤이면 충분히 달궈졌겠지.”
“네..........”
“그럼 시작하지.”
군복차림의 남자가 불길을 품고 있는 드럼통에 다가설 때만해도 몰랐던 여자들은 우르르 물려든 같은 군복차림의 민병대원들이 다리를 붙잡아 뒤로 돌려 꺾은 그대로 손목과 함께 묶자 그때서야 비명을 거세게 지르기 시작한다. 비명소리는 뜰밖에 꿇려 앉아있던 자식들의 울부짖음으로 이어진다.
우다이는 직접 드럼통으로 가 뜨거운 열기를 피하며 그 안에서 붉게 달궈진 부젓가락을 집어 든다. 그의 손에 들린 부젓가락이 가까이 오자 비명은 신음으로 바뀐다. 목이 이미 갈라진 여자들의 눈에는 경악이 넘쳐난다. 공포에 눈을 감은 여자도 있다. 제일 왼쪽의 여자는 횃불처럼 높이 들려진 붉은 부젓가락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온 몸을 비틀며 기둥에서 벗어나려 한다. 묶인 손목과 발목은 발버둥으로 부드러운 살갗이 벗겨지고 있다. 저 뜨거운 것이 자신의 몸에 닿으면 아마 죽을 거라고 생각한 여자는 마지막 자비를 구한다.
“사.......살려주세요. 오....... 제발.......”
“죽고 사는 것은 네 년의 운명이야. 불로서 너의 더러운 의식을 정화시켜주지‘
‘치지직’ 소리는 노릿한 냄새를 만든다. 붉게 달구어진 부젓가락은 여자의 가슴이나 이마가 아니라 훤히 드러난 아랫도리, 그 가운데 검은 구멍을 그대로 뚫고 들어갔다. 찬물에 담겨진 쇠붙이가 식으면서 내는 ‘치이이익........’ 소리가 한동안 나더니 여자는 입만 멍하니 벌린 채 ‘끄어....... 끄윽’ 을 끝으로 정신을 잃었다. 꺾인 고개 밑으로 살갗이 타는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다.
바로 그 옆의 여자는 다음이 자신 차례임을 알고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튼다. 울음소리가 뜰을 가득 채운다. 거기에 아마 이 여자의 자식들이 있는 듯 하다. 우다이는 뜰 밖으로 시선을 두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한 계집아이를 지목한다.
“저 년 이리 끌고 와. 저 예쁘장한 년 말이야. 그래, 그래 그년”
하라드가 뛰어가 어린 소녀의 팔을 잡고 끌고 온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이지만 제법 귀여운 눈과 봉긋이 솟기 시작한 가슴을 가지고 있다.
“우리 엄마를 살려주세요. 죽이지 말아 주세요. 네? 엉엉.......”
그래 이런 울음이 좋지. 아이스가 말한 그대로야. 눈물과 울음이야말로 사람을 희열에 들뜨게 만들어주거든. 맞으면서 웃는 놈들을 보라고........ 그것은 정말 재수 없는 거야. 이 조그만 계집아이를 보면 알 수 있지. 저 큰 눈에 눈물을 달며 내게 자비를 구하는 저 모습. 그렇지만 너희에게 줄 자비는 없어. 너희에게 베풀 바엔 차라리 사막의 도마뱀에게 베풀지.
“좋아. 이리 가까이 와. 더 앞으로. 네 어미를 살리고 싶다고......”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입 벌려. 크게. 나의 자비로움을 받고 싶으면 입을 다물지 말고 그대로 있어”
갈색 머리의 작은 소녀는 조그만 입술을 벌려 입을 연다. 점점 크게 벌리자 분홍 혀가 보이고 하얀 이가 보인다. 남자가 무엇을 하라 해도 소녀는 할 기색이다. 엄마를 살리고 싶은 생각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남자가 바지의 자크를 내리고 속에서 검붉은 물건을 꺼내자 소녀는 조금 놀란 모습이다. 설마 이것을.........
“입을 다물거나 조금이라도 흘리면 너도 마찬가지 운명이다. 네 소중한 곳을 이 붉은 걸로 뚫어버릴 거다.”
‘쉬익......’ 노란 물줄기가 소녀의 얼굴에 떨어지기 시작하고 그 지점은 동그란 입을 향한다. 입안에 차기 시작한 남자의 오줌을 흘리기 전에 받아먹으려고 꿀꺽 꿀꺽 삼킨다. 하지만 사래가 든 소녀는 쿨럭, 기침을 하며 그 통에 입을 다문다. 가느다란 물줄기가 입술과 코를 적시고 목을 타고 흐른다. 연신 재채기를 한 소녀는 다급하게 다시 입을 열지만 이미 남자는 자신의 물건을 거두어들이고 있다.
“끝”
“으흐......... ”
신음을 내며 머리를 떨어뜨리고 몸을 돌리는 남자의 다리를 붙잡지만 이미 늦었다.
식어버린 부젓가락을 다시 부하에게 주고 잘 달궈진 새 젓가락을 손에 든 남자는 기둥의 여자에게 다가가 그대로 아랫도리를 쑤신다.
귀를 후비는 비명 소리. 살이 타는 냄새. 쇠막대기가 식어가며 내는 소리. 분홍색 여자의 꽃잎과 보드라운 질은 금세 누렇게 지글거리다 종내는 빨갛게 익어버린다. 그 뜨거움은 정말 참을 수 없는 고통이며 아픔이었다. 소녀의 어머니인 마흔 초반의 여자는 뜨거운 쇠막대기가 밀고 들어오자 그 뜨거움에 놀라 오줌을 갈기며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발버둥을 쳤다. 숨이 곧 넘어가는 지 ‘헉!’ 소리를 내며 머리를 뒤로 젖히다가 기절을 했는지 미동도 않는다. 우다이는 기절한 여자의 음부에서 쇠막대를 빼지 않고 계속해서 밀어 넣었다 뺐다 했다. 공포에 가득한 소녀를 보면서......... 소녀는 자기 때문에 어머니가 저런 고통을 받으며 죽어간 것이라고 믿었는지 거의 정신을 잃은 표정이다.
드럼통의 불길이 잦아든 것은 두어 시간이 지나서다. 기둥에 매달려 있는 8명의 여자들을 떼어내 땅바닥에 눕힐 때는 밤 10시가 지났다.
“남은 두 여자와 남자는…….”
하라드다. 지금 바닥에 뒹굴고 있는 8명의 여자들 말고도 운 좋게 고통에서 벗어난 두 명을 두고 말함이다.
“뭘 어떻게 하다니. 자기 구멍을 찾았다고 그대로 두나? 자기들이 찾은 구멍이 어떻게 쓰여 지나 보여주면 좋겠지. 저 년들은 다 처리해버리고 저기에 있는 가족들은 선별해서 끌고 가. 선별, 알지? 날이 쌀쌀해지는데 안으로 들어가자고”
우다이가 티그리트로 떠나고, 키루쿡에서 폐다인민병대를 이끌고 시트일당들의 폭동을 무차별 진압하고 있을 때 아이스는 바그다드 자신의 집에 머물러 있었다.
이번 인사 때 외국인인 아이스에게도 직책이 내려졌다. 우다이의 적극적인 지지도 있었다.
바트당 중앙당 비서관, 그러니까 바트당 지역사령관인 <아지즈 사리 누만>을 보좌하는 직책이다. 바트당은 정치적 집단이지만 혁명의 영속성을 유지하고자서인지 그때까지도 지역별로 사령부를 두고 군대처럼 활동하고 있었다. 바트당 중앙당은 바그다드 시내에 있었고 지역사령부는 바그다드 <무카바라>에 있었다. <무카바라>? 이라크인들은 이 <무카바라>란 소리만 들어도 오금을 저릴 정도로 공포심을 갖는다. 비밀경찰 조직인 <무카바라>는 민간인들로 구성된 비밀 결찰이었다. SSO는 군과 경찰 공무원들의 신분이었지만 <무카바라>는 민간인이면서도 체포 구금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다. 아이스는 중앙당 비서관이면서 또 이 <무카바라>의 취조관을 겸했다. 그것은 ‘아지즈 사리 누만’이 중앙당 조직위원장이면서 지역사령관을 겸한 것과 같다.
<무카바라>는 바드다드 시내 상업 중심지에 있는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밖에서 보면 어느 사무실과 다름없지만 지상 5층, 지하 10층의 이 건물은 바그다드 시민만이 아니라 이라크 국민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정치범수용소 <아부 굴랍>은 어느 정도 해외의 눈을 피할 수 없었지만 <무카바라>는 철저히 민간인들이기 때문에 외부에 노출도 되지 않았다.
막 집을 나서려는 그에게 전화가 왔다. 영어가 쏟아지는 수화기, 알렉스였다. CIA 아시아 담당인 알렉스의 전화는 거의 6개월만이었다.
“잘 있었나? 설”
“오랜만입니다. 알레스”
“소식은 잘 듣고 있네. 활약상이 대단하다고 들었네.
“알렉스의 덕분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별 것은 아니고 그냥 안부전화네. 기다려 주게. 곧 지시가 내려질 테니까. 그것은 설, 당신네 조국에게도 이로울 것이네”
조국? 나의 조국? 순간 까마득히 잊었던 한국의 겨울이 떠올랐다. 한국은 민주화 열기가 가득하다고 했었지. 세상이 바뀌었다는 얘길 외신으로 들었는데……. 그는 잘 지내나. 비둘기 부장, 그 양반이 문득 생각나는군. 그 쪽 세계가 바뀌었다면 비둘기부장 역시 곤혹스럽지 않을까 모르겠군. 오직 나라를 위해 일한 분이었는데....... 그 여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추억은 피로만 남았군. 하얗고 통통한 발의 다섯 발톱을 파고 들어가던 바늘에 아름다운 방울이 석양처럼 맺혔었지. 아프다고 외치던 목소리, 고국의 음성이 그립기만 하군.
근데 지시를 내린다고? 미국이 내게 지시를 내린다면 그것은........
아이스는 끊어진 전화를 보다가 생각이 났다는 듯 한국으로 전화를 걸었다. 메모 첩에서 찾은 눈에 익은 전화번호. 조직의 전화번호다. 비둘기 부장을 찾은 그의 목소리는 곧 상냥한 여자의 안내를 받으며 비둘기의 음성이 들렸다.
“아……. 정말 오랜만이군, 설 과장, 잘 지내나?”
“네, 잘 지냅니다. 그런데 부장님은?”
‘나도 변함없이 직업에 충실하네. 이 나라는 나를 필요로 하는 가 보네. 쫓겨날 줄 알았는 데 오히려 더 큰일을 하고 있지. 큰 일이 뭐냐고? 별거 아니네. 나 같은 사람들이 지난 과거에 저질렀던 일들을 잡아내는 거지, 뭐? 말이 되냐고? 왜 안 되겠나. 나라를 위해서 하는 일은 언제나 내겐 똑 같네. 조직은 항상 그렇게 움직이는 거지. 참, 예전에 그 여대생 있었지? 기억하는 가? 신 뭐라고 했는데……. 그 무슨 구국대인가 민족전선인가 하던 여자아이 말이야. 요즘 아주 대단하네. 그 얘 언니는 그 후로 변해 사법고시를 보더니 검찰로 나갔고 그 여자아이는 구국전선을 만들어 일선에서 뛰고 있다네. 나는 그들을 모시고 있다고 해야 하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지? 당신도 조심해야 될 걸. 그들 손에 걸리면 끝이네. 하하하…….그게 인생인가 봐. 그건 그렇고..........“
아이스는 이어지는 비둘기의 목소리를 끊어버렸다. 동시에 조국이라는 단어도 버리고 싶었다. 너무나 멀리 있는 조국은 마음 어디 한 구석에고 두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것보다도 무카바라 일이 더 급했다. 이라크는 지금 신경쇠약에 걸린 사람처럼 이곳저곳에서 이상신호를 보이고 있었다. 우다이가 가 있는 <키르쿡>일도 그렇고 지금은 남부 도시인 바스라에서도 이상한 조짐이 감지되고 있었다. 북쪽의 쿠르드족은 늘 그랬지만 최근 들어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으며 더 강하게 저항하고 있었다.
아이스에게 주어진 임무는 반이라크 단체뿐만 아니라 민간인, 특히 외국인들까지도 철저하게 감시하는 것이다. 그런 일은 아이스에게 잘 어울렸다. 숨겨진 인물 아이스는 바그다드 시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임무 수행에는 제격이었다.
얼마 전에도 오랫동안 스파이 혐의를 받고 있었지만 확증이 없어 머리만 싸매던 <아지즈 사리 누만> 지역사령관의 고민을 해결해준 것도 아이스였다.
사리 누만은 처음 만난 아이스에게 사실 거부감을 가졌었다. 그는 마지드와 가까운 사이였고 그 역시 후세인의 은총을 받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근데 난데없이 뛰어든 아이스란 사람은 쉽게 다루기 어려워보였고 또 우다이의 거의 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해 껄끄러운 존재였기만 했다.
그래서 처음 주어진 임무가 쉽지 않은, 스파이 혐의를 받고 있는 한 대사관 직원을 취조해 스파이란 것을 확인하라는 거였다. 외교문제는 자칫 국제사회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됐다. 사리 누만은 자신은 피하고 그 문제를 아이스에게 거꾸로 씌우려고 한 것이다.
아이스는 단 한마디만 남겼다. “네, 알았습니다. 곧 해결하죠.
그는 무카바라로 그 대사관 직원과 가족을 마구잡이로 붙잡아 왔다. 그간의 서류 검토 끝에 스파이란 것이 확신되었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자기 입으로 자신이 스파이임을 밝히면 그뿐이다.
대사관 직원은 정식 직책이 서기관이었지만 그는 영국 정보부 M5 소속임에 분명했다. 나이는 마흔 둘. 부인은 서른다섯. 밑으로 아들과 딸, 전부 넷이었다. 저녁 퇴근길에 들이닥친 무카바라요원들은 다짜고짜 가족들을 총으로 위협, 차에 태워 납치해버린 것이다.
“당신들이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는 거야, 응. 내가 가만 있지 않겠어”
“그래서......... ”
너무나 차분하면서도 건조한 음성. 싸늘한 바람이 있는 동양인의 목소리. 매끄러운 영어로 이어지는 질문은 단호하면서도 무거웠다.
“우린 그런 것 몰라. 알고 있는 것은 나라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걸 뿐. 말해. 그렇지 않으면 후회해”
책상을 손바닥으로 꽝, 꽝 내리치며 항의하던 남자는 잠시 주춤하다 다시 거세게 항의했다.
“이것은 외교문제야. 우리 영국이 가만있을 것 같나. 당신들 크게 다쳐”
“말로는 안 되겠군. 발가벗겨 묶어”
“너희들 이러면 안 돼. 너희들 모두…….”
아이스는 책상 위에 있던 두꺼운 파일을 들어 서기관의 머리를 후려쳤다. ‘쿵’ 하고 바닥에 나뒹군 남자를 건장한 요원들이 일으켜 의자에 묶었다. 손을 등걸이 뒤로 돌려 가슴과 손목을 한데 묶어버리고 계속해서 다리를 붙잡아 의자에 묶었다. 꼼짝도 하지 못한 남자는 분노의 눈으로 자신을 묶은 요원들을 쳐다보지만 그들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아이스의 다음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이 자식 와이프를 끌고 와. 아까 보니 꽤 미인이던데......”
“안 돼. 아내는......”
“저 새끼 입은 틀어막아. 우리가 듣고 싶은 말은 저런 게 아니니까. 이봐, 스파이. 네가 네 가족을 위하는 길은 딱 하나야. 머리를 위아래로 힘차게 끄덕이라고……. 그 전까지는 우린 멈추지 않을 거니까”
취조실에 들어선 부인은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드레시한 귀부인으로 남자들의 욕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170 이상의 키에 가슴과 힙이 풍만하고 허리는 잘록했다. 새하얀 드레스풍의 원피스에 맨다리, 검정 힐을 신고 있던 여자는 남편이 묶여 있는 것을 보고 놀라는 얼굴이 되어 곁으로 뛰어가 남편을 끌어안았다.
“여보.......... 당신들 왜 이래요. 죄도 없는 사람을 이렇게 잡아다가.......”
앙칼진 목소리. 화난 목소리로 한참을 쏘아부친 여자를 그대로 두었다. 그들은 그런 여자의 모습을 오히려 즐기는 듯 했다. 하얀 피부는 하얀 의상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드러난 맨다리는 잘 빠진 대리석 조각품이었다. 상아로 만들어진 것 같은 종아리의 아름다운 곡선은 매력이 넘쳐 났다. 잘라내서 거실에 걸어두어도 한 치의 모자람 없는 작품이었다.
“옷을 벗겨 드려. 저항하면 찢어 발겨”
“아니....... 왜?”
“빨리, 빨리”
여럿이 달려들어 원피스를 통째로 머리 위로 벗겨버리고 이어서 손으로 가린 가슴의 브라와 아래쪽 거들과 팬티까지 다 벗겨버리자 바닥에 주저앉아 겨우 손으로 상체와 하체를 가리고 있다. 남편 역시 분노의 얼굴로 의자를 흔들며 소리를 쳤다. 막힌 입에서 나오는 말은 없었다.
“끌고 와 이리. 이 책상 위로 올려놔. 등을 붙이고”
여자는 책상으로 질질 끌려가 강제로 그 위에 눕혀졌다. 남편이 보고 있는 바로 앞에서 여자의 두 다리는 머리 쪽으로 휘어져 책상 양끝에 묶였다. 허벅지와 허벅지가 만나는 계곡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머리와 같은 색의 음모. 눈부신 금가루를 뿌려 놓은 듯한 음모 아래로 V자형 갈라진 치부가 남자들의 시선을 모았다. 말끔한 치부는 살짝 벌어진 둔덕과 둔덕 안으로 분홍빛 섬모들이 춤을 추고 있다. 치부 아래로는 갈색의 항문이다. 작은 주름으로 덥힌 항문은 꽉 다물고 있다.
“아까 말한 대로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눈도 가려. 귀만 열어둬. 소리가 심장을 때리도록.”
눈이 가려진 게 다행일까. 아내의 애처로운 모습은 보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이들은 그냥 두지 않았다. 남자들의 손이 거칠게 바지를 벗겨 내리자 이들이 자신을 고문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것은 참을 수 있을 것이다, 라고 판단을 했다. 자신은 어떻게 돼도 괜찮다.
아이스가 데려오라고 한 10대 여자는 부부의 큰 딸이었다. 눈이 가려지고 손은 허리 뒤로 묵인 채 방을 들어선 금발의 소녀는 어머니인 듯한 여자의 신음과 비명소리를 듣고 겁먹은 몸짓이었다. 뭔가 알 수 없는 공포에 울음을 터트린 소녀를 끌어다 놓은 곳은 의자에 묶여 있는 남자 바로 앞이었다. 무릎을 꿇린 소녀는 뒤에서 머리를 누른 결에 앞으로 쏠리고 얼굴에 뭔가 닿았다. 싸한 냄새. 남자의 성기 같았다. 이걸........
“잘 빨아. 물어뜯어도 좋아. 훌쩍거리지 말고”
청바지차림의 소녀는 볼 수는 없지만 바로 자기 얼굴 앞에 뭐가 있는지 알았다. 목덜미를 찌르고 있는 것이 뭔지도 알 수 있었다. 차가움. 그것은 날카로운 칼이었다. 조금이라도 주저하면 아마 찌를 것이다. 소녀는 천천히 입을 열며 얼굴을 다리 사이로 파묻었다.
남자는 자신의 물건을 누군가 빨고 있다는 생각만 했지 설마 딸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캄캄한 어둠만이 보이는 남자는 아랫도리를 파고들며 계속 빨아대자 긴장 속에서도 빳빳해졌다. 어둠 속에 떠오른 영상은 발가벗은 여자들이 다리를 활짝 벌리며 자신을 유혹하는 거였다. 점점 숨이 가빠지고 사정의 순간이 막 찾아올 듯 할 때 그 보드라운 여자의 입은 사라진 것이 아닌가. 가픈 숨을 쉬고 있는 남자의 귀에 날카로운 여자의 비명이 찾아들었다. 흥분이 가라앉는 그 순간 들려온 비명은 남자를 냉혹한 현실로 되돌려 놓기 충분했다.
아이스는 품에서 꺼낸 바늘첩을 책상 빈 곳에 올려놓고 하나를 들었다. 가늘고 긴 바늘은 창백해 보였다. 10센티 정도의 긴 바늘을 손에 쥐고 처음 찌르고 들어간 곳은 활짝 벌리고 있는 계곡이었다. 계곡 위쪽 작은 알을 가리고 있던 껍질을 벗긴 후 드러난 붉은 작은 살덩이가 첫 목표였다. 여자의 흥분을 유도하고 절정을 느끼게 해주는 클리토리스는 제일 민감한 부분이다. 부드러운 손길은 여자에게 기쁨을 주지만 이런 날카로운 바늘은 아픔을 주었다. ‘푹!’ 하며 뚫은 바늘은 ‘크헉!’ 하는 비명을 주었다. 길게 이어진 비명소리는 방안 사람들 모두의 머리카락이 곤두서게 만들 정도였다.
책상이 들썩거릴 정도로 발버둥치던 여자는 또 하나의 바늘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쉰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남편을 불렀다.
두 번째 바늘은 정확히 항문과 음부 사이의 보드라운 살을 뚫고 들어갔다. 길이 10센티의 바늘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반 이상을 파고들었다. 너무나 큰 고통에 금발의 여자는 오줌을 지르기까지 했다. 몇 방울이 항문을 타고 흘러 책상 위로 떨어졌다. ‘으으......’ 푸른 눈의 여자는 기력이 사라진지 약한 신음만 내고 있었다. 여자의 아랫도리에 박힌 두 개의 바늘은 은색의 빛을 풍기며 여자가 움직일 때마다 하늘거렸다. 바늘이 박힌 자리에는 어느새 빨간 방울이 맺혔다.
다시 남자들은 소녀의 목을 눌러 조금 전 빨았던 그 성기를 입에 물게 했다. 축 늘어진 물건을 다시 빨게 하자 의지와는 달리 온 몸의 피가 뿌리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귀에 남은 아내의 비명소리, 다시 아랫도리에 몰려든 흥분. 소녀가 쉬지 않고 빨아대자 다시 서기 시작했다. 절정............ 그러나 입은 또 떠났다.
대신 귀를 파고든 비명소리. 여자는 세 번째 바늘을 항문에 받아들였다. 주름살을 뚫고 파고든 바늘의 날카로움은 여자를 거의 미치게 만들었다. 상아로 빚은 듯 아름다운 다리를 떨며 거품을 품기 시작했다. 끝내 아픔을 참지 못한 여자는 항문을 열어버렸다.
“아직도 많이 남아있지. 다음에는 어디를 찔러줄까. 그 푸른 눈에 박아줄까. 아니면 이 어린 소녀는 어떨까, 눈을 풀어 줘”
밝은 빛에 몇 번을 깜박거린 남자는 우선 자신의 물건을 빨아대던 여자가 딸이란 것을 알고는 수치심과 자괴감에 어쩔 줄 몰랐다. 그러나 책상 위에 손과 발이 묶인 채 등을 활처럼 휘면서 하체를 또렷이 보여주고 있는 아내의 모습은 더 충격이었다.
아랫도리에 박혀 있는 금빛 바늘은 무서운 현실이었다. 그 바늘이 꼽힌 자리에는 검붉은 피가 뭉친 채 마르고 있었다. 거의 실신 직전인 아내는 그 아름다운 용모를 잃어버리고 짐승들의 먹이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너는 남편으로서 아내가 가련하지도 않나? 자 똑똑히 보라고. 이번에는 어디를 찾아갈지.”
아이스는 네 번째 바늘을 뽑아들고 여자의 얼굴로 향했다. 의식을 차린 금발의 아름다운 여자는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있는 악마를 보고 또 비명을 질렀다.
“그만....... 아....... 안 돼”
“아직 멀었어. 남편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은 가 보군. 자 눈을 떠. 그 푸른 눈을 이 바늘이 찾아가고 싶다는데......”
얼굴을 이리저리 피하는 여자. 금발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강제로 눈을 뜨게 만든 아이스는 천천히 바늘을 밑으로 향했다. 공포와 경악에 가득 찬 푸른 눈. 흰자위만 남은 오른쪽 눈 바로 가까이까지 갈 때 남편은 알아듣기 어려운 소리를 질러댔다.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인 남자. 아내의 푸른 눈을 잃고 싶지는 않았다.
사리 누만은 아이스의 보고를 받은 직후 무서운 사람이란 것을 알았다. 대신 사리 누만은 후세인에게서 칭찬을 받았다. 이번 일로 이라크는 영국에게 큰소리를 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우다이가 있는 <키르?
하라드가 들고 온 상자를 연다. 헝겊에 쌓인 많은 물건들. 하나를 펼쳐 우다이에게 보여준다. 살색의 성기다. 깨끗이 씻어냈는지 피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전리품이야. 닫아”
우다이는 상자를 밀치고 하라드를 본다.
“그 네 명은 준비를 해두었습니다. 승리의 기념식!”
하라드 역시 말투가 우다이와 비슷해진다.
“그럼 승리자는 항상 유희를 즐기는 법. 그들은 일말의 가치도 없는 것들이지. 당장 끌고 와. 그리고 위스키 있지?”
하라드는 즉시 밤의 게임에서 살아난 네 명을 데리고 온다. 두 부부다. 한 부부는 스물 후반, 남은 부부는 서른 중반이다. 공포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얼굴이다. 옷은 없다.
‘짝,짝,짝’ 박수. 우다이다.
“자기 구멍을 찾아낸 운 좋은 놈들이 너희들인가. 평소에도 입으로 하는 걸 좋아하나? 자 그럼 해보라고......‘
주저하는 두 부부. 어떻게 그런 짓을...... 하는 눈치다. 하라드를 손짓한다. 긴 군도를 뺀 하라드가 한 여자 앞에 서 칼끝을 음부에 겨눈다.
“운 좋게 살아난 목숨을 운 나쁘게 잃고 싶나. 빨리 빨리 해”
칼을 본 부부는 겁에 질려 바닥에 부인을 눕히고 얼굴을 하체에 묻는다. ‘쩝, 쩝’ 소리. 아내는 두 다리를 더 벌려주어 남편이 편하게 빨고 핥게 해준다. 다른 사람들, 아니 사람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두 남자가 쳐다보고 있어도 두 부부는 다리를 벌리고 있는 여자의 샘을 핥는다.
즐거운 일이란 이런 것인가. 내 한마디로 저렇게 동물처럼 굽실거리며 수치심도 가지지 않고 빨아대는 저 꼴. 이런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아이스 그 사람 말대로 공포에서 나온 것일까. 직접적인 위협이 아니더라도 모두가 그럴 거라고 판단하는 공포심. 나는 괜찮은데 다른 사람들이 공포를 느끼기 때문에 덩달아 자신도 공포심을 갖게 되는 것. 침묵의 나선인가? 지금 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밤의 게임에서 살아났지만 혹시라도 저 밖의 시체들처럼 자신도 죽을지 모를 것이라는 공포심 때문에 저리 얼굴을 박고 있는 것이리라. 자신의 옆에서 누군가 죽어가는 것, 그것만큼 무서운 것이 없지.
바닥에 누워있는 여자가 두 다리를 들어 남자의 머리를 감싼다. 느낌을 갖는 듯 하다. 죽음이 가까이 오면 마지막 살아나는 게 성욕이라던데.......
“자, 충분히들 자기의 구멍을 즐겼나? 그만....... 여자들은 이리로 남자들은 저리로”
우다이의 말을 따라 얼굴을 떼어 내고 치부를 가리면서 남자들은 그의 손길을 따른다. 여자들 역시 손으로 아랫도리와 가슴을 가리며 옆으로 비켜선다. 불빛에 드러난 육체가 성숙한 여성임을 말해주고 있다.
“어느 정도 촉촉이 젖어있겠지? 그럼 맛을 좀 볼까. 자기가 찾아 낸 구멍을 남이 채운다..... 그것도 좋겠지”
스물 후반의 탐스런 엉덩이가 우다이 앞에 드려진다. 바닥에 두 손과 두 발을 짚고 엉덩이를 높이 든 여자는 슬픈 눈으로 남편을 본다. 남편은 눈을 옆으로 돌린다. 차마 보지 못한다. 소중한 아내의 샘은 지금 악마의 지팡이로 더럽혀질 순간이다. 흐느낌 그리고 살이 부딪히는 소리. 우다이는 웃음을 날리며 여자의 몸을 전후로 범한다.
하라드 역시 우다이의 지시에 따라 서른 중반의 여자를 엎드리게 하고 바지춤을 푼다. 이미 곳곳하게 서있다. 적당히 물기 어린 샘 깊숙이 박아 넣는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9 |
---|---|---|---|
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9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태그 | |||
황진이-무료한국야동,일본야동,중국야동,성인야설,토렌트,성인야사,애니야동
야동토렌트, 국산야동토렌트, 성인토렌트, 한국야동, 중국야동토렌트, 19금토렌트 |
추천 0 비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