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1부
"이준석, 너 정말 같이 안가?"
"미안해. 니들끼리 가. 집에서 부르는데, 가봐야지, 씨바."
"지랄. 밤새고 그대로 내려가면 되잖아. 버스에서 자고."
"언제나 청춘이냐. 내년이면 이제 서른이야. 몸 생각도 해야지."
끈덕지게 붙잡고 늘어지는 놈들을 뒤로 하고, 준석은 서둘러 택시에 몸을
실었다. 집에 내려가야 한다는 건, 물론 거짓말이다. 오늘까지 벌써 나흘째
술자리의 연속인 터라 빠져나가고만 싶었다. 간만에 만난 녀석들에겐 미안
하지만 오늘만 날인건 아니니까 뭐.
벌써 12시 반. 토요일 밤거리는 아직까지 요란하기만 하다. 차창 너머로 끼
리끼리 어울려 환호하고 웃는 사람들을 보며, 준석은 새삼 제 나이를 실감
하게 된다. 스물 아홉. 참 어영부영한, 착잡한 나이다. 서울에 나와 자취생
활도 8년째. 작년 초 아담한 원룸 하나 얻은 것이, 경승용차 한 대와 더불
어 스물 아홉 준석 인생의 전부인 것 같다. 아, 물론 혜진이도.
3년 전 처음 만났을 때의 수줍음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지만,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꼬박꼬박 찾아와 제반 살림을 처리해주고 있다. 요즘 마악 섹스를
느끼기 시작했는지, 이젠 서슴없이 먼저 요구하곤 하는데, 그게 차라리 준
석에게도 편했다. 괜한 눈치와 짜증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
"저기 다음 신호등에서 세워주세요."
서둘러 잔돈을 치르고 준석은 차에서 내렸다. 집으로 들어서는 골목은 아직
한참 더 가야하지만, 밤늦은 호젓한 거리처럼 매력적인 것은 없다. 마냥 걸
을 뿐임에도 어둠은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 일으킨다. 특히 혼자 걷는 여자
들을 볼 때. 대개들 바삐 집으로 향하는 종종걸음이지만 개중에는 상당히
취해 비틀거리며 길을 걷는 여자들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한번이라도 준
석이 그런 여자들을 강제로 어떻게 해본 적은 없다. 그건 생각보다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발걸음이 흔들리는, 취한 여자들을 보게 되면, 준석은 주위를 살펴본 후 자
지를 꺼내 슬슬 어루만지면서 10여 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뒤를 따라 걷는
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지만, 쌩쌩 차들이 달리는 차도에서나 집들로 빽
빽한 골목길에서나 덮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여자의 단 한
마디 찢어지는 비명으로도 10초 내에 10여 명은 쏟아져 나오는 것이 우리나
라 사람들이다. 특히 큰 길가를 지나 골목으로 들어서기 직전 여자들은 거
의 본능적으로 주위를 경계하곤 한다. 그때의 레이다망에 걸리면 객쩍은 표
정으로 그녀를 지나쳐 계속 걸어야 하는데, 한 블록쯤 지나 다시 돌아와도
그녀를 찾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의 과정이 무
척 스릴넘치고 흥분되는 순간들이다. 노리며 쫓아갈 때나 이 골목 저 골목
찾아다닐 때나. 놓친 것이 확실해지면 으슥한 곳에서 바지 지퍼를 열고 그
녀를 강간하는 상상을 하며 자위를 하는데, 비록 끝나고 나서 찝찝하지만
마치 마약처럼 준석은 이 심야의 추적에 빠져들어 있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코너를 접어드는데 저쪽 차길 건너 한 명의 여자가 걸어
내려오는 것이 준석의 눈에 띄었다. 그녀는 아직 준석을 보지 못한 듯 하고
, 이쪽 저쪽 편에 다른 행인들은 보이지 않았다. 약간 두근거리는 마음과
함께 준석은 발걸음을 늦추고 옆 골목으로 빠져들어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이 골목에서라면 그녀는 준석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준석은 그녀가 지나
쳐간 후 슬그머니 골목을 빠져나와 횡단보도 앞에 섰다. 다시 한번 주위를
확인한 후 준석은 길을 건너 그녀 뒤로 슬그머니 따라 붙었다. 키는 155 정
도, 몸집도 약간 왜소해보였다. 뒤로 가방을 맨 것이 대학생인 듯한데, 비
틀거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걷는 속도가 무척 느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기
가 매우 어려웠다. 준석은 가까이 있는 자판기에 멈춰 서서 동전을 넣었다.
커피가 나오는 동안에도 그녀와의 거리는 그다지 멀어지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1시 10분. 준석은 아예 자판기 앞에 걸터앉아 버렸다. 죽 뻗은 거리를
느릿느릿 걷던 그녀는 환히 불밝힌 편의점 앞 횡단보도 앞에 멈춰섰다. 좌
우를 확인하던 그녀와 준석의 눈이 얼핏 스쳤는데, 준석은 이내 고개를 돌
려버렸다. 마치 내 관심은 오로지 커피라는 듯이. 신호가 바뀌고 그녀가 길
을 건너기 시작했다. 여전히 느릿느릿. 건너편 어느 골목길로 들어간다면
바로 쫓아갈 생각으로 준석은 종이컵을 내려놓고 슬그머니 일어섰다.
다시 반대편에서 그녀는 20여 미터 쯤 앞서 걸어가고 있었다. 준석도 그녀
를 주시하며 발걸음을 옮기는데, 거의 아까 그 횡단보도 앞까지 왔을까, 순
간적으로 준석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지나치던 골목길
어귀에 한 남자가 서 있는 것을 보았고, 그 남자가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가
는 것도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녀 앞에 서서, 그 남자는 기다리
던 친구를 반기듯 두팔 벌려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아 골목으로 데리고 들어
갔는데, 그때 준석의 눈에 반항하는 듯한 그녀의 몸짓이 스쳤지만 그마저도
절친한 연인 사이의 투정으로 비칠 정도로 남자의 행동은 너무나도 자연스
러웠다.
"저게 강간이야. 저게."
신음처럼 내뱉고 준석은 건너편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 짧은 순간 동안 강
간에 대한 이제까지의 생각은 완전히 뒤엉키고 있었다. 덮친다구? 웃기지
말라고 그래. 어쩌면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 준석의 머리 속에 하얗
게 질려서 가위눌린듯 아예 목이 막혀버렸을 그 여자의 겁에 질린 얼굴이
떠올랐다.
"친구라면, 정말 기다리던 남자친구라면 여자 혼자 새벽 거리를 몇백 미터
넘도록 걸어오게 하지는 않아."
그 남자가 여자를 끌고 들어갔던 그 골목어귀에 들어서려는 순간, 준석은
자신의 우스운 처지를 깨닫고 퍼뜩 멈춰섰다.
"뭐지? 나 역시 기회를 노리며 그녀를 쫓아온 거잖아. 내가 왜 이렇게 다급
해 하는거지?"
준석은 바삐 주머니를 뒤져,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피워 물었다. 다급한 마
음과는 다르게 이미 묵직하게 서버린 하체 또한 가관이었다. 그놈이 그녀의
바지를 벗기고 벽에 돌려 세운 후 뒷치기를 하는 장면이 떠올랐고, 생각하
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혀버릴 지경이었다.
". 호기심이다. 또 모르잖아. 떡고물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을지."
준석은 피우던 담배를 내던지듯 꺼버리고 다시 골목으로 뛰어들었다. 생각
보다 골목길은 여러갈래로 쪼개져 있었고, 방금 전 그 두 그림자의 모습은
쉽사리 찾아지지 않았다. 초조와 흥분에 쌓여 바쁜 걸음으로 네 번째 작은
길에 들어섰을 때, 준석은 그 길의 막다른 끝이 차도 밑 개천가로 내려가는
계단인 것을 발견했다. 계단 끝에 서서 바라본 개천가는 바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칠흑같은 어둠 뿐이었다.
"여기에요. 어떤 놈이 여자를 끌고 들어간 곳이."
혹시나 하고 그냥 어둠 속으로 소리쳐본 것 뿐인데, 거의 동시에 바로 십여
미터 앞에서 후다닥하는 발소리가 요란하게 일어 준석 역시 소스라치게 놀
랐다.
"서랏. 거기 서지 못해."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꽁지빠지게 도망치는 발소리가 아득히 멀리 사라져
버리기를 제발 빌고 있는 것은 오히려 준석 쪽이었다. 남자가 도망가고 나
서도 한동안 준석은 꼼짝할 수 없었다. 긴장감에 거의 오금이 저릴 지경이
었다.
"내가 미쳤지. 이게 무슨 짓이야."
남자의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지고 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준석은 길게 한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개천 쪽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데 현기가 일어 몸이
휘청했다. 벽을 붙잡고 서서 주위를 살피니 이제 어둠에 눈이 익어 아른하
게 앞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 쪽 벽에 검은 그림자가 붙어 있었다. 그녀였
다. 꼼짝 못하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 그녀를 본 순간 다시 준석은 하체가
묵직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후끈해진 얼굴로 준석은 그녀의 손을 잡
아채고 남자가 사라진 반대방향으로 서둘러 걷기 시작했다. 여자는 긴장에
시달렸는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였고, 거의 준석에게 끌려오다시피
하고 있었다. 그렇게 걷는 5분여의 시간이 준석에게는 5시간보다 길게 느껴
졌다. 슬쩍 팔에 부딛히는 여자의 젖가슴이나 여자들만의 야릇한 향기가 준
석의 가슴을 터질 것처럼 팽팽하게 만들었다.
"강간이다. 강간."
준석은 치솟는 충동을 더 이상 억누르지 못하고 여자를 벽 쪽으로 밀어붙였
다.
"씨, 씨발년아, 소리내면 주, 죽인다."
여자를 등쪽으로 안은채 제 바지혁대를 푸는 준석의 손도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준석은 바지를 내리고 여자의 두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자지는 이미 터져나갈 정도로 꺼떡대고 있었다. 여자의 티셔츠
속으로 손을 넣어 따스한 살결을 거칠게 어루만지다가 준석은 서둘러 여자
의 바지를 풀어내리기 시작했다. 흠칫하는 여자의 반응. 가슴을 안은 팔에
힘을 꽉 주는 것으로 준석은 여자의 저항을 제압했다. 팬티 속으로 손을 넣
어 보지의 갈라진 틈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보았다. 턱없이 메마른 그 곳.
자지가 들어갈 수 있을까. 팬티를 잡아 뜯어내는데, 여자의 몸이 가늘게 떨
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준석이 떨고 있는 건지도. 크게 숨을 한
번 들이쉬고 준석은 자신의 자지를 손으로 잡아 여자의 구멍 근처로 갖다댔
다. 여자의 나즉한 흐느낌이 스치듯 들렸을까, 준석은 허리를 강하게 앞으
로 밀어넣고 미친 듯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따스했지만, 정말 아팠다. 자지의 껍질이 벗겨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하지
만 준석은 숨넘어갈 듯한 흥분감에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고, 씩씩거리며 여
자의 허리를 꽉 끌어안은 채 조그만 구멍 속으로 마구 쑤셔박았다. 벽에 손
을 기댄 여자는 준석의 허리 움직임에 따라 함께 흔들렸고, 점점 자세가 무
너지기 시작했다. 준석도 함께 쓰러지듯 기대어 거의 무릎이 땅에 닿을 정
도였다. 아악. 준석은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미쳐버릴 것 같은 절정감이
몰려오고 있었다. 아악. 아악. 아악. 방아깨비처럼 준석의 머리가 상하로
좌우로 서너 차례 흔들렸고, 으스러질듯 여자를 끌어 안으며 준석은 여자의
엉덩이에 제 허리를 휘어감았다. 사정의 순간, 그건 폭풍이었다.
"이준석, 너 정말 같이 안가?"
"미안해. 니들끼리 가. 집에서 부르는데, 가봐야지, 씨바."
"지랄. 밤새고 그대로 내려가면 되잖아. 버스에서 자고."
"언제나 청춘이냐. 내년이면 이제 서른이야. 몸 생각도 해야지."
끈덕지게 붙잡고 늘어지는 놈들을 뒤로 하고, 준석은 서둘러 택시에 몸을
실었다. 집에 내려가야 한다는 건, 물론 거짓말이다. 오늘까지 벌써 나흘째
술자리의 연속인 터라 빠져나가고만 싶었다. 간만에 만난 녀석들에겐 미안
하지만 오늘만 날인건 아니니까 뭐.
벌써 12시 반. 토요일 밤거리는 아직까지 요란하기만 하다. 차창 너머로 끼
리끼리 어울려 환호하고 웃는 사람들을 보며, 준석은 새삼 제 나이를 실감
하게 된다. 스물 아홉. 참 어영부영한, 착잡한 나이다. 서울에 나와 자취생
활도 8년째. 작년 초 아담한 원룸 하나 얻은 것이, 경승용차 한 대와 더불
어 스물 아홉 준석 인생의 전부인 것 같다. 아, 물론 혜진이도.
3년 전 처음 만났을 때의 수줍음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지만,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꼬박꼬박 찾아와 제반 살림을 처리해주고 있다. 요즘 마악 섹스를
느끼기 시작했는지, 이젠 서슴없이 먼저 요구하곤 하는데, 그게 차라리 준
석에게도 편했다. 괜한 눈치와 짜증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
"저기 다음 신호등에서 세워주세요."
서둘러 잔돈을 치르고 준석은 차에서 내렸다. 집으로 들어서는 골목은 아직
한참 더 가야하지만, 밤늦은 호젓한 거리처럼 매력적인 것은 없다. 마냥 걸
을 뿐임에도 어둠은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 일으킨다. 특히 혼자 걷는 여자
들을 볼 때. 대개들 바삐 집으로 향하는 종종걸음이지만 개중에는 상당히
취해 비틀거리며 길을 걷는 여자들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한번이라도 준
석이 그런 여자들을 강제로 어떻게 해본 적은 없다. 그건 생각보다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발걸음이 흔들리는, 취한 여자들을 보게 되면, 준석은 주위를 살펴본 후 자
지를 꺼내 슬슬 어루만지면서 10여 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뒤를 따라 걷는
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지만, 쌩쌩 차들이 달리는 차도에서나 집들로 빽
빽한 골목길에서나 덮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여자의 단 한
마디 찢어지는 비명으로도 10초 내에 10여 명은 쏟아져 나오는 것이 우리나
라 사람들이다. 특히 큰 길가를 지나 골목으로 들어서기 직전 여자들은 거
의 본능적으로 주위를 경계하곤 한다. 그때의 레이다망에 걸리면 객쩍은 표
정으로 그녀를 지나쳐 계속 걸어야 하는데, 한 블록쯤 지나 다시 돌아와도
그녀를 찾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의 과정이 무
척 스릴넘치고 흥분되는 순간들이다. 노리며 쫓아갈 때나 이 골목 저 골목
찾아다닐 때나. 놓친 것이 확실해지면 으슥한 곳에서 바지 지퍼를 열고 그
녀를 강간하는 상상을 하며 자위를 하는데, 비록 끝나고 나서 찝찝하지만
마치 마약처럼 준석은 이 심야의 추적에 빠져들어 있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코너를 접어드는데 저쪽 차길 건너 한 명의 여자가 걸어
내려오는 것이 준석의 눈에 띄었다. 그녀는 아직 준석을 보지 못한 듯 하고
, 이쪽 저쪽 편에 다른 행인들은 보이지 않았다. 약간 두근거리는 마음과
함께 준석은 발걸음을 늦추고 옆 골목으로 빠져들어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이 골목에서라면 그녀는 준석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준석은 그녀가 지나
쳐간 후 슬그머니 골목을 빠져나와 횡단보도 앞에 섰다. 다시 한번 주위를
확인한 후 준석은 길을 건너 그녀 뒤로 슬그머니 따라 붙었다. 키는 155 정
도, 몸집도 약간 왜소해보였다. 뒤로 가방을 맨 것이 대학생인 듯한데, 비
틀거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걷는 속도가 무척 느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기
가 매우 어려웠다. 준석은 가까이 있는 자판기에 멈춰 서서 동전을 넣었다.
커피가 나오는 동안에도 그녀와의 거리는 그다지 멀어지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1시 10분. 준석은 아예 자판기 앞에 걸터앉아 버렸다. 죽 뻗은 거리를
느릿느릿 걷던 그녀는 환히 불밝힌 편의점 앞 횡단보도 앞에 멈춰섰다. 좌
우를 확인하던 그녀와 준석의 눈이 얼핏 스쳤는데, 준석은 이내 고개를 돌
려버렸다. 마치 내 관심은 오로지 커피라는 듯이. 신호가 바뀌고 그녀가 길
을 건너기 시작했다. 여전히 느릿느릿. 건너편 어느 골목길로 들어간다면
바로 쫓아갈 생각으로 준석은 종이컵을 내려놓고 슬그머니 일어섰다.
다시 반대편에서 그녀는 20여 미터 쯤 앞서 걸어가고 있었다. 준석도 그녀
를 주시하며 발걸음을 옮기는데, 거의 아까 그 횡단보도 앞까지 왔을까, 순
간적으로 준석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지나치던 골목길
어귀에 한 남자가 서 있는 것을 보았고, 그 남자가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가
는 것도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녀 앞에 서서, 그 남자는 기다리
던 친구를 반기듯 두팔 벌려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아 골목으로 데리고 들어
갔는데, 그때 준석의 눈에 반항하는 듯한 그녀의 몸짓이 스쳤지만 그마저도
절친한 연인 사이의 투정으로 비칠 정도로 남자의 행동은 너무나도 자연스
러웠다.
"저게 강간이야. 저게."
신음처럼 내뱉고 준석은 건너편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 짧은 순간 동안 강
간에 대한 이제까지의 생각은 완전히 뒤엉키고 있었다. 덮친다구? 웃기지
말라고 그래. 어쩌면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 준석의 머리 속에 하얗
게 질려서 가위눌린듯 아예 목이 막혀버렸을 그 여자의 겁에 질린 얼굴이
떠올랐다.
"친구라면, 정말 기다리던 남자친구라면 여자 혼자 새벽 거리를 몇백 미터
넘도록 걸어오게 하지는 않아."
그 남자가 여자를 끌고 들어갔던 그 골목어귀에 들어서려는 순간, 준석은
자신의 우스운 처지를 깨닫고 퍼뜩 멈춰섰다.
"뭐지? 나 역시 기회를 노리며 그녀를 쫓아온 거잖아. 내가 왜 이렇게 다급
해 하는거지?"
준석은 바삐 주머니를 뒤져,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피워 물었다. 다급한 마
음과는 다르게 이미 묵직하게 서버린 하체 또한 가관이었다. 그놈이 그녀의
바지를 벗기고 벽에 돌려 세운 후 뒷치기를 하는 장면이 떠올랐고, 생각하
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혀버릴 지경이었다.
". 호기심이다. 또 모르잖아. 떡고물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을지."
준석은 피우던 담배를 내던지듯 꺼버리고 다시 골목으로 뛰어들었다. 생각
보다 골목길은 여러갈래로 쪼개져 있었고, 방금 전 그 두 그림자의 모습은
쉽사리 찾아지지 않았다. 초조와 흥분에 쌓여 바쁜 걸음으로 네 번째 작은
길에 들어섰을 때, 준석은 그 길의 막다른 끝이 차도 밑 개천가로 내려가는
계단인 것을 발견했다. 계단 끝에 서서 바라본 개천가는 바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칠흑같은 어둠 뿐이었다.
"여기에요. 어떤 놈이 여자를 끌고 들어간 곳이."
혹시나 하고 그냥 어둠 속으로 소리쳐본 것 뿐인데, 거의 동시에 바로 십여
미터 앞에서 후다닥하는 발소리가 요란하게 일어 준석 역시 소스라치게 놀
랐다.
"서랏. 거기 서지 못해."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꽁지빠지게 도망치는 발소리가 아득히 멀리 사라져
버리기를 제발 빌고 있는 것은 오히려 준석 쪽이었다. 남자가 도망가고 나
서도 한동안 준석은 꼼짝할 수 없었다. 긴장감에 거의 오금이 저릴 지경이
었다.
"내가 미쳤지. 이게 무슨 짓이야."
남자의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지고 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준석은 길게 한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개천 쪽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데 현기가 일어 몸이
휘청했다. 벽을 붙잡고 서서 주위를 살피니 이제 어둠에 눈이 익어 아른하
게 앞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 쪽 벽에 검은 그림자가 붙어 있었다. 그녀였
다. 꼼짝 못하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 그녀를 본 순간 다시 준석은 하체가
묵직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후끈해진 얼굴로 준석은 그녀의 손을 잡
아채고 남자가 사라진 반대방향으로 서둘러 걷기 시작했다. 여자는 긴장에
시달렸는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였고, 거의 준석에게 끌려오다시피
하고 있었다. 그렇게 걷는 5분여의 시간이 준석에게는 5시간보다 길게 느껴
졌다. 슬쩍 팔에 부딛히는 여자의 젖가슴이나 여자들만의 야릇한 향기가 준
석의 가슴을 터질 것처럼 팽팽하게 만들었다.
"강간이다. 강간."
준석은 치솟는 충동을 더 이상 억누르지 못하고 여자를 벽 쪽으로 밀어붙였
다.
"씨, 씨발년아, 소리내면 주, 죽인다."
여자를 등쪽으로 안은채 제 바지혁대를 푸는 준석의 손도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준석은 바지를 내리고 여자의 두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자지는 이미 터져나갈 정도로 꺼떡대고 있었다. 여자의 티셔츠
속으로 손을 넣어 따스한 살결을 거칠게 어루만지다가 준석은 서둘러 여자
의 바지를 풀어내리기 시작했다. 흠칫하는 여자의 반응. 가슴을 안은 팔에
힘을 꽉 주는 것으로 준석은 여자의 저항을 제압했다. 팬티 속으로 손을 넣
어 보지의 갈라진 틈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보았다. 턱없이 메마른 그 곳.
자지가 들어갈 수 있을까. 팬티를 잡아 뜯어내는데, 여자의 몸이 가늘게 떨
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준석이 떨고 있는 건지도. 크게 숨을 한
번 들이쉬고 준석은 자신의 자지를 손으로 잡아 여자의 구멍 근처로 갖다댔
다. 여자의 나즉한 흐느낌이 스치듯 들렸을까, 준석은 허리를 강하게 앞으
로 밀어넣고 미친 듯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따스했지만, 정말 아팠다. 자지의 껍질이 벗겨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하지
만 준석은 숨넘어갈 듯한 흥분감에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고, 씩씩거리며 여
자의 허리를 꽉 끌어안은 채 조그만 구멍 속으로 마구 쑤셔박았다. 벽에 손
을 기댄 여자는 준석의 허리 움직임에 따라 함께 흔들렸고, 점점 자세가 무
너지기 시작했다. 준석도 함께 쓰러지듯 기대어 거의 무릎이 땅에 닿을 정
도였다. 아악. 준석은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미쳐버릴 것 같은 절정감이
몰려오고 있었다. 아악. 아악. 아악. 방아깨비처럼 준석의 머리가 상하로
좌우로 서너 차례 흔들렸고, 으스러질듯 여자를 끌어 안으며 준석은 여자의
엉덩이에 제 허리를 휘어감았다. 사정의 순간, 그건 폭풍이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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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9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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